일본 정치의 구조 변동과 보수화 - 정치적 표상과 생활세계의 실상 서울대학교 일본연구소 현대일본생활세계총서 13
남기정 외 지음 / 박문사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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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나라 학계에서 일본학에 대한 대표적 학자인 서울대 남기정 교수와 숙명여대 일본학과 교수인 박진우 교수 등의 집필진이 모여 오늘날 일본 정치에서의 행위 변화와 대표적 보수화에 대한 여러 논문을 엮은 서울대학교 일본연구소의 ‘일본 정치의 구조 변동과 보수화‘ 를 일독했습니다.

남기정 선생의 자세한 설명대로 현재 일본의 대표적 정치 현상에 대해 국내에 알려진 ‘일본의 우경화‘ 라는 표현보다는 ‘보수화‘ 리는 단어로 규정하고 있는데요. 보수와 우익의 사전적 구분에 이어 이것을 현실에 규합시켜 설명하는 시도도 중요하겠지만, 사실상 저의 판단으로도 일본 정치사회가 오래전부터 자민당이 주도하는 우익 정치인들의 의회 민주주의였기 때문에 우경화라는 표현은 의미반복적인 표현일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우경화가 내뿜는 뭔가 비상식적이고 왜곡되어 보이는 늬앙스는 우리 국민들이 지금의 일본 정치를 이해하는 수단이 되기도 했으니 한편으로는 무조건 배제할 것은 아닌듯 싶기도 합니다.

이 책은 크게 일본 일왕제에 대한 후왕 계승에 대한 논쟁(저는 도저히 일왕제에 대한 그들이 주중하는 천모시기라는 표현은 못쓰겠더군요)과 일본 정치의 야스쿠니 참배 문제, 일본 교과서의 요즘의 수정주의적 입장, (많은 분들이 생소하게 느끼시겠지만) 일본회의와 생장의 집, 자위대의 국방군화 가능성, 일본 공영방송 NHK의 우경화와, 기미가요와 일본 우익, 혐한만화의 변화와 의미 등 총 8 분야의 논문이 실려있습니다. 한 가지 조금 아쉬운 점은 마지막 장에 총론으로서의 여기에 소개된 글들을 좀 더 상세히 마무리 하는 것이 어떨까 싶었지만, 이미 서론에서 남기정 선생이 전자와 같은 해석과 결론을 곁들여서 따로 첨부하지 않은 듯 했습니다.

1978년 10월에 공식적으로 야스쿠니 신사에 ‘A급 전범‘이 합사된 것이 알려진 이후로 1985년까지 6년간 A급 전범 문제는 국내와 국외에서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이후 중국에서 이를 제기한 이후 고이즈미 총리의 해마다 이어진 야스쿠니 신사 참배와 그가 공언한 마지막 임기에 8월 15일 공식 참배로 이어진 국내외의 격렬한 논쟁, 이어 아베 총리의 2013년 참배 이후로 현재까지는 야스쿠니 신사 참배가 지금까지는 논쟁이 되지 않고 가라앉은 상태입니다. 이 글을 쓴 남진우 선생도 언급했지만, 야스쿠니 신사의 가장 실질적인 문제는 류슈칸(유취관)인데요. 여기에 소개된 영어 번역의 내용은 ‘미국과의 전쟁에 관해서는 기본적으로 과거의 전쟁은 ‘자위전쟁‘이었다는 입장에서 루즈벨트 대톨영이 3선된 후에도 미국의 경제가 부흥하지 않자 그 타개책으로 자원이 부족한 일본을 금수조치로 몰아가서 개전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다‘는 전혀 근거 없는 왜곡된 내용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 부분에 관해서는 미국측으로부터 비판을 받아왔는데요. 이 류슈칸의 처리 문제에 관해 미국의 공식적인 요구가 있었는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습니다. 대표적 저팬 핸들러라 알려진 리처드 아미티지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비판을 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몇년간 위안부 문제를 비롯한 국제사회에 적지 않은 논란을 일으킨 아베 정권으로서는 이 야스쿠니 문제를 다시 꺼내긴 쉽지 않을 것이고, 또한 이와 관련하여 제가 추측하기로는 과거 오바마 미 대통령이 이에 대한 언급을 일본 정부에 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일본 교과서 문제는 과거 일제의 식민지 침탈과 다수의 근린 아시아인들에 대해 지대한 고통과 피해를 끼쳤다는 측면에서의 전면적인 수정을 시도하고 있고, 더욱이 여기서 그치지 않고 일제 때문에 많은 아시아 국가들이 독립을 할 수 있었다는 가당치도 않은 역사 미화를 꺼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한국, 러시아, 중국 등과 벌이고 있는 영토 분쟁과 관련한 항목도 역사 교과서에 넣고 있는데요. 간단히 평가하면 고노담화와 무라야마 담화로 이어지는 식민지 지배에 대한 사과 입장을 역사 교과서 차원에서는 이미 수정하고 있지 않은가 싶습니다. 그와 관련된 내용이 여기 남상구 선생의 글에서 드러나고 있는데요. 위안부 기술에 대한 수정도 처음과 달리 이어졌고, 조신인들에 대한 태평양 전쟁 당시 징용에 대해서도 당시에는 이미 일본 제국의 영토였기 때문에 정당하게 일본 제국민들이었던 조신인들을 차출하다는 것은 정당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다만 일본 사회나 정권의 보수화 경향이 식민지 지배와 침략전쟁 관련 기술에 직접적으로 반영되는 것은 아니며, 일본 교과서가 애국주의와 국제주의의 기로에서 어느 방향으로 갈지는 정해진 것은 아니라 건전한 견제세력이 얼마나 힘을 발휘할 수 있느냐에 따라 달려있다고 결론 내리고 있습니다.

끝으로 자위대가 군대가 될 것이냐는 예측에는 헌법의 개정 여부와 달려있으며 아직 일본 국내 여론이 헌법 개정과 국방군 보유에 대해 미온적이므로 일본 정치권이 이에 도전하기란 어려울 것이라 예측하고 있습니다. 통과된다 하더라도 일본의 국민과 시민사회는 양분될 것이며, 극도의 혼란이 예상된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더욱이 재정상의 문제와 나날이 고령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인적 자원의 부족은 이러한 예측에 기반이 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 아베 총리는 북한 핵문제와 미사일 발사 시도를 지렛대로 자신의 장기 연임을 시도하고자 중의원을 해산시켰는데요. 이는 변수가 될 전망입니다.

일본이 세계적으로 견실한 민주주의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면 이러한 정치, 사회의 위험한 보수화를 견제할 상식적이고 건강한 시민 사회의 시민 단체의 기반이 자생하고 있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그것이 제가 갖고 있는 작은 희망입니다. 얼마 전 아베는 거듭 전후 샌프란시스코 체제의 정당성과 합의 준수를 천명했지만 이와는 모순되게도 자신의 국정과 교육 및 외교 군사적 측면에서는 말과 행동이 달랐습니다. 아베 개인의 문제라고 하기 보다는 그의 뒤에 있는 보수 단체들과 보수화 된 국민들, 정치인들이 이를 뒷바침하고 있다고 봐야하며, 이러한 아베의 장기 집권 시도가 성공하고 그의 권력을 제대로 견제하지 못한다면 앞으로 미일 동맹에 더욱 편입해 자신이 의도하는 바대로 일본을 끌고 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책을 읽고 난 후 예전에 일독했던 ‘영속패전론‘이 더욱 떠오르더군요. 역사를 자신의 입맛대로 뒤집어 엎으려는 정치를 본류로 갖고 있는 국가를 이웃하고 있는 우리로서는 뭔가 역사의 정의는 과연 존재하는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하지 않을 수가 없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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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 키신저의 세계 질서
헨리 앨프리드 키신저 지음, 이현주 옮김, 최형익 감수 / 민음사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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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전 주재우 교수의 ‘한국인을 위한 미중관계사‘를 읽고 나서 ‘헨리 키신저의 세계질서‘라는 이 책을 일독해보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그래서 이 연휴 기간에 책을 구해 읽게 되었습니다.

헨리 키신저의 이력은 일개 개인의 사적 발자취라고 국한하지 못할 만큼 무척 중요하고 화려합니다.과거 닉슨 행정부 시절에 국무장관으로서 당시 폐쇄된 국가였던 중국과의 관계 정상화를 위해 저우언라이이와 회담을 했고, 자신의 상관인 닉슨 대통령과 함께 세계 질서에 대한 나름의 계획을 갖고 냉전 시대에 미국이 주도한 자유 세계의 연대에 기여를 했고, 포드 행정부 시절 럼스펠드와 리처드 체니의 교묘한 정치적 술수에 의해 쫓겨난 이후에도 역대 여러 행정부들의 자문과 일정의 기여를 해왔습니다.

우리 나라에는 키신저를 찬양하는 분들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그는 1945년 이후 남한 내의 미군정을 이끌었던 하지 중장의 당시 한국인들에 대한 인종주의적 평가인 ˝한국인들은 시끄럽고 쉽게 흥분하며, 그 특유의 분열성으로 자신들의 정치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 와 비슷한 의견을 낸 적이 있습니다. 그는 ˝한국인들이 일본인들과 달리 쉽게 흥분하고 감정적이어서 문제다.˝ 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는데요, 더욱이 1974년 4월 30일, 이집트 방문 당시 안와르 사다트 대통령과 가진 회담 자리에서 김일성이 좋은 사람이라는 생각을 밝힌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1972년 저우언라이와의 회담에서 일본의 재무장을 막는 것이 중요하다는 저우언라이의 말에 동조하며 그런 역할을 위해 미군이 오키나와에 주둔하는 것이라고 입장을 밝힌 키신저의 태도는 확실히 현실 정치에서 변화무쌍한 미국의 이익 대변자라고 부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자신 스스로도 세인들의 이러한 현실주의자라는 평가에 큰 거부감이 없는 듯 보였구요.

다시 책으로 돌아가서, 헨리 키신저는 이 책을 통해 과거 베스트팔렌 식과 관련된 세계 정치론에 대한 지지를 일관되게 보이고 있습니다. 베스트팔렌 조약은 인류 역사에서 최초로 영토와 민족으로 구성된 주권 개념에 대한 개념을 밝힌 것으로 이 시기부터 현재까지의 국가와 국가간의 조약들에 대한 이론적 토대가 되어왔습니다. 사실상 미국도 이러한 베스트팔렌식의 세계 이론을 추구해 왔다고 보고 있습니다. 1차대전의 우드로 윌슨 대통령과 이후 2차대전 시기의 프랭클린 루즈벨트, 해리 트루먼, 냉전 시대에 존 F. 케네디, 리처드 닉슨, 로널드 레이건, 조지 H. 부시 등이 마찬가지로 미국이 추구한 세계 질서가 이러한 연장선상에 있다고 다시금 강조합니다.

그는 약간 모순되게 질서가 자유에 우선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하지만 자신들의 미국에 의한 질서를 위해 그라나다와 파나마, 쿠바 등에 군사력을 투입한 일에 대해서는 어떠한 평가를 하고 있지 않더군요. 사실 정밀한 현실주의를 추구하는 국제적 현실주의자라면 미국의 질서라든지 미국이 추구하는 민주주의는 옳다라는 류의 이상주의적 주장으로 덧칠하지 말고 미국의 이익을 위해 불가피한 일이었고 지금에 있어서는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는 립서비스라도 있었으면 그의 주장이 좀 더 받아들이기 쉬었을지도 모르겠군요. 여하튼 곳곳에 그런 몰이해적인 측면의 주장들이 있습니다.

또한 세력균형론의 지지자로서의 미소 냉전시기의 세력 균형, 앞으로 대두하게 될 미중이 주도하는 세계 질서에 대한 언급도 있었는데요. 키신저는 얼마전 출간한 ‘21세기 패자는 중국인가‘ 에서는 중국이 미국을 누르고 세계 패권을 쟁취하기란 어려울 것이라는 입장을 보인 적이 있는데요. 이 점은 중국의 세계 패권을 거머쥘 수는 없다고 명백하게 주장하면서 미국과 더불어 균형을 이루는 세력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입장은 보인것으로 봐야겠죠. 그리고 세계의 핵확산에 대해서는 각국이 비확산의 의견 일치를 보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다만 아쉬운 점은 베스트팔렌식의 질서와 이슬람식의 질서가 중동에서 대립하고 있는 현실에서 알 카에다와 같은 무차별적인 비 이슬람인 및 비 이슬람 신도에 대한 학살을 자행하는 매우 광신적인 태도인 이들이 핵무기를 보유하게 된다면 그것은 거의 재앙에 가깝다는 측면에서 이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은 것은 실망스러웠습니다. 기존의 5대 핵보유국에서 냉전 이후 인도와 파키스탄이 핵무장을 하고 북한이 핵을 보유하려고 하는 이 시점에서 중동의 파키스탄의 핵은 언제든 이러한 무장 단체에 흘러들어갈 가능성 존재함에도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파키스탄의 핵은 안전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매우 현실 괴리적인 측면이라 볼 수 있겠죠. 그리고 ˝내가 아는 한 미국과 소련 어느 쪽도 양국 간의 구체적인 위기 상황 중에 핵무기를 실제로 사용하는 단계에 가까이 간 것은 없었다˝ 라고 언급된 것도 이해하기 힘들었는데요. 데이비드 E. 호프만의 ‘데드 핸드‘ 나 론 서시킨드의 ‘전쟁 중독‘을 보지 않더라도 과거 냉전 시대에 미소 양국이 긴박한 핵전쟁에 이를뻔 했던 증거들이 여러가지 알려져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렇게 주장하는 것은 매우 받아들이기 어렵더군요.

하지만 이런 부족한 면을 감안하더라도 키신저의 이 책은 미국이 주도한 과거 역사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그러한 논리의 이면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책의 후반부에서
미국의 균형 추구는 본질적으로 영원하며, 그 과정에서 미국에게 허락되지 않은 것은 바로 포기라고 말하는 것은 꽤 의미심장합니다. 미국이 주도하고 미국이 계획한 이즈음의 세계 질서가 무조건 긍정적이진 않지만 키신저의 주장대로 미국이 추구하는 것이 정밀한 세계의 세력 균형이라면 일정 부분 세계 평화에 도움이 될 만한 요소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수많은 외교 경험을 쌓은 키신저 조차 앞으로 미국과 중국의 세력 균형으로 이어질 세계로 예측하고 있는 것은 적절히 중국의 패권적 야욕(중국인들이 매번 밝히는 주장과는 달리) 과 군사적 투입을 적절히 무마시키는 것이 키신저가 밝히고 있는 세력 균형의 요체일런지도 모릅니다. 또한 그것은 미국의 국익에 부합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저는 이 책을 일독하고 나서 며칠전에 계획한 ‘헨리 키신저의 중국 이야기‘를 구해 읽는 것을 심각하게 재고하기로 했습니다. 그의 근본적인 주장이 저와는 잘 맞지 않는 것 같아서 고민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너무 미국과 미국인들만을 위한 주장이어서 그런지 모르겠습니다. 참, 제가 읽은 판은 최형익 교수가 감수한 것인데요. 종전의 번역상의 문제는 많이 없는 듯 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수월하게 글이 읽혀졌습니다. 2016년 초판본은 번역상의 문제가 있었다는 얘길 들었습니다. 하지만 근래 출판된 판본은 그렇지는 않았습니다. 출판사에서는 따로 개정판이라고 밝히지는 않고 있는데요. 참고로 말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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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을 위한 미중관계사
주재우 지음 / 경인문화사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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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닉슨 행정부 시절부터 현재의 트럼프 행정부까지 미국과 중국의 관계사를 비교적 상세한 분석의 이 책은 현재 경희대학교 중국어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주재우 교수입니다. 일단 본격적으로 글 내용을 소개해드리기 앞서, 한가지 드리고 싶은 말씀은 제가 올해 접한 글들중에 감히 최고라는 평가입니다. 물론 개인적인 호불호입니다만, 겉을 둘러싼 얇은 표지가 없이 도합 600페이지가 넘는 양장본의 모습은 분량 만큼이나 빠른 호흡으로 이것을 다 소화할 수 있을까하는 걱정이 앞섰는데요. 정말 내용은 제법 훌륭하다 말씀드릴 수 있겠네요. 다만 정가 가격이 5만원에 가까운지라 그것에 대한 극복이 필요해 보이긴합니다.

일단 시간의 흐름 관계상 1950년 발발된 한국전쟁의 중국 참전 이후 1970년초 까지 단절된 시기에 대한 간략한 해석과 본격적으로 막후 협상 및 비공개 회의가 이어진 1970년 초 닉슨 행정부 시절의 키신저 비밀 외교에서부터 글이 시작됩니다. 분량으로 보자면 이 시기에 대한 부분이 책의 상당부분을 차지합니다. 이것은 세계 현대사에 있어서 꽤 중요한 사건들이 연이어 발생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베트남 전쟁과 첨예한 냉전 시기에 중소 간의 심각한 국경 분쟁, 중국의 핵실험, 문화대혁명 등이 이에 속합니다.

50년대 미중 양국은 서로간의 전쟁 경험 때문에 외교관계에 대해 꽤 신중하게 접근하게 되는데요. 아무래도 미국은 국내 정서상 공산주의 국가와의 관계 수립이 여론의 저항을 받을 수 있고, 중국 입장에서는 이념 정치상 세계 최대 자본주의 국가와의 관계가 이념적 딜레마에 빠질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통킹만 사건 이후로 미국이 베트남 전쟁에 뛰어들면서 예상과는 다르게 고통의 전쟁으로 귀결됨에 따라 이를 해결하기 위해 베트남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중국과의 교섭이 시급해집니다. 이후 미중간의 전면적인 데탕트 시기는 닉슨과 키신저가 주도했으며, 닉슨의 워터게이트 사태로 하야로 종말을 맞이했음에도 포드 행정부를 거쳐 차기 카터 대통령 집권 시기에 미중간의 수교가 이뤄지게 됩니다. 중국은 당시 소련과의 북부 국경 분쟁으로 인근의 소련의 군의 증대와 중국에 대한 핵공격 위협으로 베트남에서의 미국과, 내몽골 지역 및 우수리 강 유역 등 두 개의 전쟁의 가능성이 확대되자 중국 정치권의 심각한 위기감에 이를 해소하기 위해 미국과의 소통이 급박히 필요해집니다.

1949년 장제스의 국민당 정부를 대만으로 쫓아낸 다음, 비로소 중국 대륙을 통일하게 되는데요. 이후 스탈린과 청나라 시대에 맺었던 불평등 조약을 청산합니다. 이후 한국 전쟁을 거쳐 서로 긴밀한 관계에 있다가 중국의 안보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핵개발에 착수하게 되고, 이에 관련해 소련의 전폭적인 지지를 바라지만 당시 소련은 미국과의 핵협상으로 인해 자신의 동맹국인 중국의 핵개발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게 됩니다. 이후 양국의 관계가 악회되면서 나중에는 심각한 무력 충돌의 가능성에 봉착하게 되는데요. 이러한 이해관계에 미국과 맞아 떨어지면서 미중 간의 관계 정상화가 비롯됩니다.

이후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을 계기로 미중 양국은 서로 긴밀히 협력하고 미국 레이건 행정부 시대에 비로소 저자가 설명한대로 남편과 아내같은 ‘전략적 부부 관계‘가 성립됩니다. 레이건은 후보 시절 대표적인 반공주의자였으나 경제적인 측면과 대외적인 입장에서 대표적인 친중 우호주의적인 입장으로 일관했고 이 시기에 미중 관계는 매우 상호 협력적이었습니다. 뒤이어 소련에 고르바초프 정권이 들어서자 레이건과 고르바초프 역시 전략무기 감축과 고르바초프의 개혁 개방 정책과 맞물려 해빙기에 들어서자 다소간 소련에 근접하는 미국의 대한 서운함과 실망감이 교차하기도 합니다. 중국은 문화대혁명을 거쳐 마오쩌둥 사후 덩샤오핑의 개혁 정책으로 전환하게 되고 미국의 중국에 대한 최혜국 대우와 맞물려 오늘날의 전면적인 자본주의 국가로의 이행이 성공적으로 결론나게 됩니다.

소련의 충격적인 붕괴와 동구권의 자유화 이후 미국의 부시 행정부가 들어서게 되는데요. 이 시기에 중국은 천안문 사태를 겪게 되고, 이와 관련하여 미국 내부에서 중국에 대한 비난 여론이 비등해지는 가운데 부시 대통령의 대 중국 접근은 위기에 봉착하게 됩니다. 군사적 및 경제적 측면에서 중국과의 관계가 중요했던 당시 미 정부는 결국 부분적인 패착으로 끝나게 되고 이 ㅗ때의 미국의 대 중국 외교 기조인 인권문제가 대두되게 됩니다.

짧은 임기의 부시 정부를 지나 자유 무역과 상업 외교로 대표되는 빌 클린터의 민주당 행정부가 탄생하게 됩니다. 과거 민주당 행정부와 마찬가지로 공화당 행정부에서의 자신들의 국익을 위한 전략적 협상력과는 달리 클린턴 행정부는 중국의 내부 인권 문제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게 되는데요. 인권문제를 들어 베이징의 2000년 올림픽 개최 신청에 보이콧 했고, 이에 전 국무장관인 키신저는 클린턴에게 대 중국 포용정책을 조언했으나 중국의 최혜국 대우와 관련된 문제로 미국의 내부 진통을 겪게 됩니다. 그리고 대만에 대한 몇차례 무력 시위로 인해 위기가 찾아오고 클린턴의 대만에 대한 3불 원칙을 공표한 이후가 되어서야 양국간의 긴장관계가 해소되기 시작합니다. 더불어 이 시기 중국의 이란에 대한 미사일 수출 문제로 인한 갈등도 중국측의 철회로 이러한 분위기에 일조하게 됩니다.

이후 부시 행정부의 9, 11 테러로 인한 중동 지역의 군사, 외교적 올인으로 대중 관계는 소강상태에 빠지고 1999년 대두된 ‘전략적 경쟁자 관계‘ 에 입각해 아들 부시 정부에 있어서 중국과의 갈등이 표면화된 EP-3 정찰기 사건이 발생합니다. 이 사건으로 부시 행정부는 한바탕 곤혹을 치르게 되고 부시의 중국 정책은 강경한 노선을 유지하게 됩니다.

이런 부시 대통령의 기조와는 달리 이후 출범한 오바마 대통령은 좀더 적극적인 입장으로 대 중국 외교를 시작하게 됩니다. 스스로 아시아 대통령이라 지칭했던 오바마는 임기 초기에 중국 정상과 2차례 회담을 갖는 등 노력과 관심을 기울이지만, 중국의 기후 변화 협약과 관련된 탄소 배출 문제에 대해 크게 실망하고, 북한의 연평도 포격과 천안함 폭침으로 인한 북한 도발 문제에 중국측의 이해하기 힘든 입장으로 인해 오바마 역시 중국에 대한 기본적인 기대와 협력을 포기하게 됩니다. 중국에게 있어서 한반도 문제와 대만 문제는 자신들의 사활적 이익이라 볼 수 있는데요. 대만 문제와 관련한 미국 정부의 무기 수출 문제와 대만 인근 해역에 대한 미 해군의 투입 등의 갈등과 북한의 핵개발 문제 또한 이러한 중국의 전략적 이익 차원으로 관리 추구되는 경향이 있음을 오바마 대통령 또한 깨달은 측면이 크다고 봐야 하겠죠.

다만 저자의 글 중에 동의할 수 없는 부분이 있었는데요. ‘북한의 첫 핵실험 이후 (중국과 마찬가지로) 핵 선제 불사용을 선언 했으면 주변 강대국의 반응이 어땠을지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라는 것은 앞뒤 문맥을 몇번이고 읽어봐도 잘 이해가 되지 않더군요. 단순히 반응 차원에 대한 의구심인지 어떤 다른 의미가 있는 건지 모르겠더군요. 뭐 이것은 해석상의 차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끝으로 연휴 기간임에도 책을 온전히 읽은 시간만 따지면 한 10시간이 넘게 걸리지 않았나 싶습니다. 거의 3일에 걸쳐 읽었습니다. 책 서두에 저자는 중국은 대륙의 공산화 이후, 주변 지역에서의 ‘외세 축출‘이 국시와 다름 없었다고 언급하며, 궁극적으로는 그 화살이 미국을 향하고 있는 것이죠. 미국과 중국의 관계는 다층적이고 입체적이지만 앞서 언급한 중국의 사활적 이익에 관한 비타협적이고 매몰적인 특징으로 인해 미중 관계가 앞으로 무력 충돌을 피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저 역시 이러한 관점에 매우 동의하는 편입니다. 이러한 전제를 두고 역사에서 미중 관계를 고찰해보고 나서 앞으로 우리 나라가 미중 사이에서 어떻게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에 대해 주재우 교수의 이 글은 충분한 이해를 제공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책을 내내 손에 잡고 있던 3일 기간의 10시간이 꽤 즐거웠던 것 같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2곳의 오탈자는 애교로 받아들일 수 있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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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2-15 02: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2-19 15:3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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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부실 시진핑의 중국몽
다카하시 요이치 지음, 김영주 옮김 / 영림카디널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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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꽃은 피지만 열매는 없다˝라는 의미의 화이부실을 전면에 내세운 이 책은 과거 일본 대장성에서 일한 관료 출신의 가에쓰 대학 비즈니스학부 교수인 다카하시 요이치입니다. 제 기억으로는 꽤 오랜만에 접한 영림카디널의 책인데요. 사실 이 책의 저자가 대학에서 재정학을 가르치는 학자이긴 하지만 일본 국가 기관에 근무했던 이력 때문에 살짝 고민을 했습니다. 물론 중국을 연구하는 다수의 일본 학자들도 중국에 매우 비판적이만, 기관에 봉직했던 사람은 더 오죽하겠느냐는 일종의 지레짐작 때문이었죠.

저도 현재의 중국에 대해서 여러 입장들에 관해서 비판적 입장인 편입니다. 주위에는 아직도 중국을 찬양하는 지인들이 많은데요. 그것은 아마도 일본을 추월하여 2번째 세계 경제 위상에 오른 그 기적같은 결과에 탄복하는 이유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하여튼 이 책을 미괄식으로 해석해 본다면 ‘중국 붕괴론‘의 입장을 주장한 것이라 볼 수 있겠네요.

‘모든 악의 근원은 사회주의체제의 관료주의 때문이다.‘ 라는 함축적인 의미의 이 짧은 문장은 현재 중국 당국이 국내의 파장을 고려해 적당히 거짓을 발표하고 재생산하고 있는 여러 통계에 대한 비판으로 언급하며 전체적인 글을 시작하고 있습니다. 하나에서 열까지 현재의 중국에 대한 비판이라 할 수 있는데요. 경제 성장률의 왜곡과 증시 문제, 심각하게 왜곡된 중국의 실물 경제 부분과 더불어 AIIB 창립과 관련된 비판과 약간의 논외로 중국 붕괴에 대한 가능성에 대한 미국과의 군사적 충돌 등에 대해서도 간략히 논하고 있습니다. 물론 비판에 대한 모든 근거들이 정당하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조금 감정적인 비난에 가까운 것들도 있었습니다. 이를테면 독창적인 기술이 없는 중국이 우주 개발과 같은 고도화된 기술 집약적인 산업을 연계할 수 있겠느냐는 발론인데요. 이런 주장들은 너무 감정적으로 느껴집니다. 이런 것들은 전부 해킹과 위조로 해석하고 있으니까요.

다만, 2008년 뉴욕 발 세계 금융위기 이후 국제 통화인 달러화에 대항해 자신들의 위안화를 준 국제 통화의 위상에 끌어올리려는 중국 당국의 시도와 중국이 TPP에 선뜻 응할 수 없었던 투자의 자유화 문제와 ISDS조항에 대한 분석, 사회주의 체제에서 자본주의를 이식해 발생한 여러 모순들에 대한 체계적인 분석은 나름 수긍이 되더군요. 특히 중진국의 함정이라는 성장률 둔화에 대해서도 논리적인 해석이 바탕이 된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원유나 철광석 등과 같은 천연 자원이 중국 내 시장의 수요 감소로 인해 이미 영향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 당국이 발표하는 6.x %의 수치를 완전히 믿을 수 없는 것은 꽤 이해할 만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중국의 경제 성장의 둔화는 세계 경제에 직결되는 만큼 중국의 성장 둔화를 단순히 ‘고소하다, 통쾌하다‘ 라는 식의 단순한 감정 배출로 취급해서는 안되는 것입니다. 저자도 이와 관련하여 베트남으로의 공장 이전 등 여러 자구책에 대해서 말하고 있는데요. 이 점은 많은 학자들과 전문가들이 논의를 해봐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끝으로 이 일본 학자의 한가지 언급 때문에 절로 웃음이 나왔는데요. 중국의 시장 감소로 인한 천연 자원의 가격 하락에 대해 호주와 같은 국가는 거품이 빠져 위기에 빠질 수 있다고 언급했는데요. 호주는 대표적으로 부동산 거품이 아직 빠지지 않은 국가로 여러 경제 기관들이 주목해 온 것은 사실입니다. 그런데 동시에 대중 무역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한국 등은 상당한 악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는데요. 사실 몇년전부터 동남아시아를 비롯한 많은 아시아 국가들의 중국과의 무역 의존도가 나날이 높아졌습니다. ASEAN의 많은 국가들도 경제는 중국에 안보는 미국에 의존하는 꽤 이상한 형태의 국가 발전 전략이 수립되어 왔습니다. 마찬가지로 일본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미국과 동맹을 맺고 있으면서 무역을 비롯한 경제적인 측면에서 중국과의 거래가 미국보다 우위에 올라섰는데 자신들의 처지도 이와 비슷하면서 한국을 꼬집어 언급하는 것은 뭔가 웃기더군요. 더 정확히 말하면 세계 경제에 면밀하게 편입해 온 중국 경제의 다소 위기는 한국이나 일본 모두에게 위기인 것입니다. 자기들은 괜찮고 한국은 위기다 이런 화법은 뭔가 관련 학자 같지 않은 상황 판단 같더군요. 그래도 자신의 주장의 틀에 도표와 그래프를 인용하며 보다 객관화시키고, 증시와 환율을 비롯한 중국의 경제적 분석에 공을 기울인 것은 학문적 노력이 있어 보이긴 했습니다. 다만, 번역의 문제인지 아니면 원래 글의 논조가 그랬는지는 모르겠으나, 글 전체적으로 중국의 현 상황에 대한 비판으로만 채워져 있습니다. 그냥 이런 부분이 있구나 하는 느낌으로 받아드려 주셨으면 좋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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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당과 국가 - 정치체제의 궤적 중국연구의 쟁점 총서 1
니시무라 시게오 외 지음, 이용빈 옮김 / 한울(한울아카데미)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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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나미쇼텐에서 발간되고 있는 전체 12권으로 구성된 총서 시리즈 중 가운데 제1권인 이 책은 역자가 책에서 밝힌대로 지난 170여년간의 중국 정치사에서의 그 구조적 분석에 탁월한 것인데요. 2012년 당시 한국에도 번역되어 출간 되었을 때도 많은 언론으로부터 중국 정치의 해박한 분석이라 평가를 받았습니다. 공동 저자인 니시무라 시게오와 고쿠분 료세이는 일본 내에서도 손꼽히는 중국 전문가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 책은 만주족이 세운 청나라의 말엽부터 현재 시진핑 주석의 초기까지의 중국 정치사에서의 ‘당-국가 체제‘의 변용과 분석이 핵심입니다. 이것은 당체제로 나아가 국가를 통치한다는 이당치국의 예인데요. 과거 장제스가 러시아는 혁명을 이뤄 완전히 당에 의해 국가가 다스려진다고 보았고, 그의 국민당 또한 이러한 통치 체제를 중국에 이식하려고 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 부분은 이 두 저자의 시각인데요. 특히 놀라울 만한 점은 마오쩌둥의 중국 공산당 또한 이러한 개념을 현실화 했던 점입니다. 물론 마오쩌둥과 생각이 다소 달랐던 덩샤오핑까지도 이런 당에 의한 통치를 견고하게 추진했는데요. 이 카리스마적 지도자들이 그러한 것을 염두해두고 그리 했다기보다는 1949넌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이후에도 스탈린을 추종했던 당시 중국 공산당의 분위기로 봤을때 이렇게 여러가지 측면에서 이러한 체제를 수립, 강화했던 것 같습니다.

이 책의 몇가지 흥미로운 점은요. 장제스 치하의 국민당 정부는 다수에 의한 통치 개념을 인식하고 의회 수준은 아니지만 그와 비슷한 제도를 구축하려 했다는 점과 전반적으로 당시 각 지방의 군벌이 장제스의 지도력을 심각히 미치지 못하게 하는 등의 불안 요소로서 후에 항일 공동 전선으로서의 국공합작을 파기하는 실책을 범하지만 실제적으로는 장제스의 리더쉽은 이런 환경적 요인으로 인해 이미 제한될 수 밖에 없었다는 분석입니다. 물론 미국의 전폭적 지원에도 불구하고 그 개인의 부패 문제로 인해서도 제반 여건이 그에 미치지도 못하는 마오쩌둥에게 정치적 뿐만 아니라 군사적으로도 밀린 것은 한계가 명확하다고 생각합니다.

이후 미국으로서는 극히 잊고 싶은 한해로 기억되는 1949년에 중국의 공산화와 소련의 핵실험 성공은 진정한 냉전의 시작을 알렸고, 이에 중국을 자신의 손아귀에 넣은 마오쩌둥은 초기에는 잔존한 민주세력이나 약간의 우파세력과 얼마간 협력하며 통치를 하지만 결국 온전히 중국 공산당에 의한 중국을 만들게 됩니다.

마오쩌둥 사후, 화궈펑과 이후 그를 대신한 덩샤오핑과 그를 대신할 뻔했던 자오쯔양을 거쳐 장쩌민, 후진타오, 시진핑 초기까지의 중국 정치 변혁을 객관적으로 서술하고 있습니다. 문화대혁명 시기 자신이 스스로 자아비판을 하면서까지 비굴하게 정치 생명을 연장했던 덩샤오핑은 개방정책을 펼치며 1972년 전후로 국제사회에 중국을 등장시킵니다. 꽤 개혁과 개방에 어울린다는 평가를 받았던 덩샤오핑은 정치적으로는 마오쩌둥과 흡사한 보수적 독재주의자였고 어둠의 장막 뒤에서 당을 움직이고 입김을 지속적으로 강화했다고 분석한 것은 서구의 학자들도 공감하고 있는 부분일겁니다. 이 덩샤오핑 시기에 중국 공산당의 성격이 변질되어 엘리트 독재와 같은 모습으로 변모했다고 저는 이해하는데요. 지금에도 공산당 입당에 대한 제한과 공개되지 않은 입당 조건 등을 봤을 때 이러한 저의 추측은 공상만은 아닌것 같습니다. 당이 곧 국가라는 변치 않는 통치 이념은 지속되고 있는데요. 여기에 인민해방군과 전통적인 엘리트 계층의 당 합류가 이어지는 것은 앞으로도 당을 이끄는 정치 권력들이 중국을 민주화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지라고 생각됩니다.

끝으로 ‘중국위협론‘이 본격적으로 미국과 유럽에 알려진 1996년의 중국 공산당에 의한 대만 위협은 경제적으로 시장 경제 체제를 도입했지만 정치적으로는 심각한 권위적 독재 체제인 중국이 미국을 비롯한 자유 진영에 얼마나 예측하기 어려운 존재인지 명확히 드러내는 결과였다고 생각합니다. 굳이 민주평화론을 언급하지 않아도 이 책의 저자들이 서문에서 말한대로 중국은 정치와 경제의 서로 다른 정체성, 핵을 보유하고 군사력도 대거 증진하고 있지만 경제적으로는 빈부격차와 부패문제가 심각해 아직도 개발도상국에 머물고 있는 현실은 앞으로 미국과 유럽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도 면밀하게 중국을 분석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한 측면에서 이 책은 균일하고 일관되게 중국의 당에 의한 지배를 잘 분석했고 이러한 기본 체제를 개념적으로 독자들의 이해를 도와준다는 것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 내리고 싶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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