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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치의 구조 변동과 보수화 - 정치적 표상과 생활세계의 실상 ㅣ 서울대학교 일본연구소 현대일본생활세계총서 13
남기정 외 지음 / 박문사 / 2017년 8월
평점 :
우리 나라 학계에서 일본학에 대한 대표적 학자인 서울대 남기정 교수와 숙명여대 일본학과 교수인 박진우 교수 등의 집필진이 모여 오늘날 일본 정치에서의 행위 변화와 대표적 보수화에 대한 여러 논문을 엮은 서울대학교 일본연구소의 ‘일본 정치의 구조 변동과 보수화‘ 를 일독했습니다.
남기정 선생의 자세한 설명대로 현재 일본의 대표적 정치 현상에 대해 국내에 알려진 ‘일본의 우경화‘ 라는 표현보다는 ‘보수화‘ 리는 단어로 규정하고 있는데요. 보수와 우익의 사전적 구분에 이어 이것을 현실에 규합시켜 설명하는 시도도 중요하겠지만, 사실상 저의 판단으로도 일본 정치사회가 오래전부터 자민당이 주도하는 우익 정치인들의 의회 민주주의였기 때문에 우경화라는 표현은 의미반복적인 표현일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우경화가 내뿜는 뭔가 비상식적이고 왜곡되어 보이는 늬앙스는 우리 국민들이 지금의 일본 정치를 이해하는 수단이 되기도 했으니 한편으로는 무조건 배제할 것은 아닌듯 싶기도 합니다.
이 책은 크게 일본 일왕제에 대한 후왕 계승에 대한 논쟁(저는 도저히 일왕제에 대한 그들이 주중하는 천모시기라는 표현은 못쓰겠더군요)과 일본 정치의 야스쿠니 참배 문제, 일본 교과서의 요즘의 수정주의적 입장, (많은 분들이 생소하게 느끼시겠지만) 일본회의와 생장의 집, 자위대의 국방군화 가능성, 일본 공영방송 NHK의 우경화와, 기미가요와 일본 우익, 혐한만화의 변화와 의미 등 총 8 분야의 논문이 실려있습니다. 한 가지 조금 아쉬운 점은 마지막 장에 총론으로서의 여기에 소개된 글들을 좀 더 상세히 마무리 하는 것이 어떨까 싶었지만, 이미 서론에서 남기정 선생이 전자와 같은 해석과 결론을 곁들여서 따로 첨부하지 않은 듯 했습니다.
1978년 10월에 공식적으로 야스쿠니 신사에 ‘A급 전범‘이 합사된 것이 알려진 이후로 1985년까지 6년간 A급 전범 문제는 국내와 국외에서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이후 중국에서 이를 제기한 이후 고이즈미 총리의 해마다 이어진 야스쿠니 신사 참배와 그가 공언한 마지막 임기에 8월 15일 공식 참배로 이어진 국내외의 격렬한 논쟁, 이어 아베 총리의 2013년 참배 이후로 현재까지는 야스쿠니 신사 참배가 지금까지는 논쟁이 되지 않고 가라앉은 상태입니다. 이 글을 쓴 남진우 선생도 언급했지만, 야스쿠니 신사의 가장 실질적인 문제는 류슈칸(유취관)인데요. 여기에 소개된 영어 번역의 내용은 ‘미국과의 전쟁에 관해서는 기본적으로 과거의 전쟁은 ‘자위전쟁‘이었다는 입장에서 루즈벨트 대톨영이 3선된 후에도 미국의 경제가 부흥하지 않자 그 타개책으로 자원이 부족한 일본을 금수조치로 몰아가서 개전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다‘는 전혀 근거 없는 왜곡된 내용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 부분에 관해서는 미국측으로부터 비판을 받아왔는데요. 이 류슈칸의 처리 문제에 관해 미국의 공식적인 요구가 있었는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습니다. 대표적 저팬 핸들러라 알려진 리처드 아미티지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비판을 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몇년간 위안부 문제를 비롯한 국제사회에 적지 않은 논란을 일으킨 아베 정권으로서는 이 야스쿠니 문제를 다시 꺼내긴 쉽지 않을 것이고, 또한 이와 관련하여 제가 추측하기로는 과거 오바마 미 대통령이 이에 대한 언급을 일본 정부에 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일본 교과서 문제는 과거 일제의 식민지 침탈과 다수의 근린 아시아인들에 대해 지대한 고통과 피해를 끼쳤다는 측면에서의 전면적인 수정을 시도하고 있고, 더욱이 여기서 그치지 않고 일제 때문에 많은 아시아 국가들이 독립을 할 수 있었다는 가당치도 않은 역사 미화를 꺼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한국, 러시아, 중국 등과 벌이고 있는 영토 분쟁과 관련한 항목도 역사 교과서에 넣고 있는데요. 간단히 평가하면 고노담화와 무라야마 담화로 이어지는 식민지 지배에 대한 사과 입장을 역사 교과서 차원에서는 이미 수정하고 있지 않은가 싶습니다. 그와 관련된 내용이 여기 남상구 선생의 글에서 드러나고 있는데요. 위안부 기술에 대한 수정도 처음과 달리 이어졌고, 조신인들에 대한 태평양 전쟁 당시 징용에 대해서도 당시에는 이미 일본 제국의 영토였기 때문에 정당하게 일본 제국민들이었던 조신인들을 차출하다는 것은 정당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다만 일본 사회나 정권의 보수화 경향이 식민지 지배와 침략전쟁 관련 기술에 직접적으로 반영되는 것은 아니며, 일본 교과서가 애국주의와 국제주의의 기로에서 어느 방향으로 갈지는 정해진 것은 아니라 건전한 견제세력이 얼마나 힘을 발휘할 수 있느냐에 따라 달려있다고 결론 내리고 있습니다.
끝으로 자위대가 군대가 될 것이냐는 예측에는 헌법의 개정 여부와 달려있으며 아직 일본 국내 여론이 헌법 개정과 국방군 보유에 대해 미온적이므로 일본 정치권이 이에 도전하기란 어려울 것이라 예측하고 있습니다. 통과된다 하더라도 일본의 국민과 시민사회는 양분될 것이며, 극도의 혼란이 예상된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더욱이 재정상의 문제와 나날이 고령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인적 자원의 부족은 이러한 예측에 기반이 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 아베 총리는 북한 핵문제와 미사일 발사 시도를 지렛대로 자신의 장기 연임을 시도하고자 중의원을 해산시켰는데요. 이는 변수가 될 전망입니다.
일본이 세계적으로 견실한 민주주의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면 이러한 정치, 사회의 위험한 보수화를 견제할 상식적이고 건강한 시민 사회의 시민 단체의 기반이 자생하고 있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그것이 제가 갖고 있는 작은 희망입니다. 얼마 전 아베는 거듭 전후 샌프란시스코 체제의 정당성과 합의 준수를 천명했지만 이와는 모순되게도 자신의 국정과 교육 및 외교 군사적 측면에서는 말과 행동이 달랐습니다. 아베 개인의 문제라고 하기 보다는 그의 뒤에 있는 보수 단체들과 보수화 된 국민들, 정치인들이 이를 뒷바침하고 있다고 봐야하며, 이러한 아베의 장기 집권 시도가 성공하고 그의 권력을 제대로 견제하지 못한다면 앞으로 미일 동맹에 더욱 편입해 자신이 의도하는 바대로 일본을 끌고 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책을 읽고 난 후 예전에 일독했던 ‘영속패전론‘이 더욱 떠오르더군요. 역사를 자신의 입맛대로 뒤집어 엎으려는 정치를 본류로 갖고 있는 국가를 이웃하고 있는 우리로서는 뭔가 역사의 정의는 과연 존재하는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하지 않을 수가 없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