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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자본주의를 바꾸다
훙호펑 외 지음, 하남석 외 옮김 / 미지북스 / 2012년 4월
평점 :
절판
원제 ‘China and the Transformation of Global Capitalism‘ 로 2009년에 출간된 이 책은 당시 뉴욕발 세계 금융 위기라는 시점에서 세계 자본주의에서 중국 경제가 갖고 있는 함의를 분석한 책으로 볼 수 있는데요. 미국의 존스홉킨스 대학과 캘리포니아 대학 등의 교수들이 주가 되어 앞으로 세계 경제와 자본주의에서 중국이 어떤 식으로 소위 판도를 바꾸게 될지에 대한 논의들이 들어가있습니다. 대체로 경제 분야 뿐만 아니라 국제 정치와 세계 노동주의와 관련해서도 심도 있게 분석하고 있습니다.
책의 서론에서 1978년 이후 중국이 본격적으로 세계 경제에 편입되면서 오늘날에 중국 경제가 끼쳐온 영향과 변화에 대해 이론적 분석을 시작한다고 밝히면서 특히 동아시아 지역에서 일본과 중국의 경쟁과 (주로 미국과의 경제적 이슈겠지만) 그런 불협화음에 대해 논해보고자 하는 논문 참여자들의 의도이겠지요. 사실상 여기에 논의되는 글들이 중국 경제에 대한 다소간의 문제점과 불확실성을 다루고 있습니다. 물론 중국 경제의 성장과 세계 경제 시스템으로의 적극적 편입이 모두 부정적인 것만은 아닙니다. 이를테면 현재 미국의 쌍둥이 적자에 산소호흡기를 대고 있는 것이 중국의 자금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 입니다. 미국과의 무역으로 막대한 흑자를 거두고 있지만 반대로 미국 재무부 채권에 다시 투자함으로써 이러한 미국과 중국의 비정상적인 경제적 이해가 서로 맞아 떨어졌습니다. 이렇게 중국이 미국을 상대로 거대한 무역 흑자를 지속하자 미국 안에서는 위안화 절상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있어 왔지만, 2005년 앨런 그린스펀이 위안화가 평가 절상된다면 중국에서의 수입은 줄어들겠지만 다른 아시아국가에서의 수입이 늘어날 것이라고 밝힌바 있습니다. 이처럼 미중간의 경제적 상호 관계가 서로 뗄래야 뗄수 없는 관계로물고 물려 단순하게 중국의 경제 성장을 부정적으로만 치부할 수 없게 되었죠.
그럼에도 이 책이 논하고 있는 주제에 크게 몇가지 부분이 흥미로웠는데요. 우선 애플이 해마다 자신들의 제품을 대만의 ‘폭스콘‘을 통해 하청 생산을 맡기는 것처럼,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다국적 의류 브랜드와 신발, 스포츠 용품 기업들이 중국발 하청 기업에 생산을 맡기는 형태로 종래에는 품목의 제조 산업 일체를 해당 기업이 스스로 해결했다면 이제는 중국의 고도화 된 노동집약을 이용해 일종의 국가간의 생산 분업화가 이뤄지고 있다는 측면에서 새롭게 조명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주로 동남아시아를 배경으로 활동하고 있는 세계의 거대 화교 자본에 대해서도 중국이 기존의 관료 시스템에서 경제 기반을 구축해서 이를 공산당이 상명하달식으로 집중적으로 경제를 키워왔다면 여기에다 플러스 요인으로 중국계 화교 자본이 이를 뒷받침했다는 나름의 분석을 하고 있습니다. 여기에다 성장하고 있는 중국 내 산업을 위해 공급되어야 하는 여러 자원과 관련해 과거 미국이 선점하고 있던 자원 시장에 일본이 그 일부를 획득하기 위해 노력한 것과 비슷하게 오늘날 중국도 아프리카와 러시아 등의 천연가스를 비롯한 석유, 광석 자원들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평가도 독자들이 충분히 객관적인 이론으로 받아들일 만 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중국의 자원 확보 노력은 아프리카 대륙에서의 행적들로 익히 알려져 있지요.
정치적으로도 중국 공산당은 내부의 갈등 요인을 무마시키기 위해 지금까지의 양적인 경제 성장이 필요합니다. 상품을 내다 팔 세계 시장의 안정도 필요하고, 역설적이게도 자유 시장의 매커니즘이 보다 강화되어야만 하죠.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권위주의 정부하의 이런 경제적 부흥과 국가 부상이 심히 놀랄만한 일이긴 합니다만 반대로 이런 강한 정부의 주도 경제 계획은 다수의 국가들로부터 불공정 무역의 잣대가 될 수도 있고, 일종의 경제 모순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해 중국 뿐만 아니라 세계 경제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급격한 경제 발전으로 인한 내부의 심각한 갈등 요인 들 이를테면, 빈부 격차와, 도농간의 격차, 농민공 문제, 권력층의 비정상적인 부패 문제, 동부와 서부간의 격차 등 어느 하나도 중국 정부가 수월하게 관리할 수 없는 문제들입니다. 물론 이러한 내부 모순을 잘 해결한다면 중국의 미래는 밝겠지만 무조건 낙관하기에는 어려운 일입니다.
다만, 국제 정치의 측면에서 중국이 경제적 발전을 통한 수준의 안정만을 바라지는 않을 것입니다. 지난 역사에서 영국과의 아편전쟁으로 시작된 서구 열강들의 중국 진출에 대한 굴욕의 기억을 극복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 중국 정치권과 중국인들로서는 그에 걸맞는 국가 지위와 대접을 미국을 비롯한 세계 체제에서 인정받으려 할 것이고 그 방법의 선택에 따라 중국이 평화적으로 부상할지, 그렇게 되지 않을지가 결정 되겠죠. 이와 관련해서 점차 세계 패권이 위협받고 있는 미국이 다소간의 여러 정치, 경제적 방법들로 중국을 견제하려 할텐데요. 며칠전에 이 곳을 통해 리뷰했던 옌쉐퉁의 ‘2023‘ 에서도 이런 가능성을 염두해놓고 러시아와의 동맹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마찬가지로 이 책에서도 중러 동맹 내지는 긴밀한 협력에 대한 언급이 나오더군요.
끝으로 책의 결론은 이처럼 세계 경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진 것은 중심부 강대국들의 상대적 비중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라고 소개하지만 사실상 이는 2008년 뉴욕에서의 세계 금융 위기로 인한 미국과 서구 유럽의 경제적 쇠퇴로 인한 것으로 봐야할 것입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과 뉴욕 세계 금융 위기를 거치면서 중국은 이제 ‘유소작위‘를 해도 되겠다고 판단한 것이죠. 많은 서구의 전문가들은 중국이 경제 발전과 더불어 정치적으로 민주화를 시행해 ‘실질적인 자유 민주주의 진영‘에 편입되기를 바랍니다. 이것이 ‘중국의 평화적 부상‘ 일텐데요. 과연 그렇게 될지는 전망이 불투명하다고 봐야겠죠. ‘민주화‘가 없는 중국의 경제 발전은 이미 세계에 불안한 메시지를 주고 있고, 중국 정부 스스로 자신들의 이러한 정치 경제 모델을 수출할 의도는 전혀 없다고 밝히고 있지만 확신할 수는 없는 부분입니다. 그래서 세계 시스템, 즉 경제와 정치와 관련된 기존의 체제를 중국이 자신들의 입맛대로 개조하려 들지에 대해서는 앞으로 더 분석과 토론이 필요하리라고 생각합니다. 더욱이 이러한 중국의 세계 시스템적인 개입이 과연 좋은 결과로 나타날지 확신하기 어렵기도 하기 때문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