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드라세카르가 들려주는 별 이야기 - 과학자들이 들려주는 과학이야기 56 과학자가 들려주는 과학 이야기 131
정완상 지음 / 자음과모음 / 2005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찬드라세카르가 들려주는 별 이야기]는 정완상의 책이다. 얇은 책이지만 별에 관한 주요 내용들이 빠짐없이 소개되어 있다. 이 책은 자음과 모음 출판사에서 나온 과학자들이 들려주는 과학 이야기 시리즈의 56번째 책이다. 정완상은 최근 성림원북스에서 20권으로 이루어진 세상에서 가장 쉬운 과학수업 시리즈를 냈다. 그 중의 한 권이 [별의 물리학]이다. 세상에서 가장 쉬운 과학수업 시리즈는 자음과 모음의 과학자들이 들려주는 과학 이야기보다 업그레이드된 책들이다. 과학자들이 들려주는 과학 이야기 시리즈는 여러 저자가 참여했고 세상에서 가장 쉬운 과학수업 시리즈는 정완상의 책이다.

 

[찬드라세카르가 들려주는 별 이야기]는 세계에서 최초로 별을 관측한 사람들 이야기로부터 시작된다. 세계에서 최초로 별을 관측한 사람들은 바빌로니아 사람들이다. 그들은 지금의 이라크 지역인 티그리스 강과 유프라테스 강 사이인 메소포타미아에 살고 있었다. 그들은 기원전 1580년 최초로 하늘의 별을 기록한 천문도를 만들었다. 기원전 1200년경에 이르러서는 이집트 사람들과 중국 사람들도 별에 대한 그림을 그리고 별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다. 그리스 시대에 와서 별을 연구하는 천문학은 과학의 한 분야가 되었다.

 

천문학은 그리스어로 별의 이름을 주다라는 뜻이다. 흔히 점성술과 천문학을 같은 것으로 생각하지만 둘은 완전히 다르다. 천문학은 별이나 행성 등 천체의 탄생 및 구조를 밝히는 과학이다. 점성술은 별의 움직임이 사람들의 생활에 좋은 영향을 주는지 나쁜 영향을 주는지를 예측하는 기술이다. 점성술은 과학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천문학에서는 스스로 빛을 내지 못하는 천체를 어두운 물질이라 부른다. 가령 태양계에서 밝은 물질은 태양 하나뿐이고 지구를 비롯한 다른 행성들과 그의 위성들은 모두 어두운 물질이다. 밤하늘에 보이는 별과 별 사이에는 어두운 물질이 있을까? 그렇다. 아주 오래전 사람들은 여러 개의 별들이 모여 어떤 모양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별들이 만들어내는 모양을 별자리라고 부른다. 이렇게 별자리를 나타냄으로써 사람들은 어떤 별자리가 보이는가에 따라 계절의 변화를 알 수 있었다.

 

바빌로니아 사람들은 별자리에 동물의 이름을 붙였다. 그래서 사자자리, 황소자리, 전갈자리가 탄생했다. 고대 그리스 사람들은 신화나 전설에 나오는 사람들의 이름을 붙였다. 메두사의 머리를 벤 그리스의 영웅 페르세우스의 이름을 붙인 페르세우스 자리가 대표적이다. 그 후 그리스의 프톨레마이오스는 우주의 별자리를 모두 48개로 분류했다. 현재 우주에는 88개의 별자리가 있다. 밤하늘에 보이는 별들은 모두 지구로부터 다른 거리에 놓여 있다. 별은 지구로부터 아주 멀리 떨어져 있다.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태양도 15천만 킬로미터나 떨어져 있다. 별까지의 거리를 킬로미터를 사용해 나타내는 것은 아주 불편하다. 우주는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넓어 이런 거리 단위로 별까지의 거리를 나타내는 것은 아주 불편하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광년이라는 거리 단위를 도입하게 되었다. 광년은 빛의 속력으로 1년 동안 간 거리를 말한다. 광년이라는 단위는 은하 속에서 별과 별 사이의 거리를 나타낼 때 아주 편리하다. 보는 위치에 따라 물체의 위치가 달라져 보이는 것을 시차(視差)라고 한다. 태양과 별과 지구가 이루는 각은 연주시차라고 부른다.

 

별자리까지 거리가 멀어질수록 연주 시차는 작아진다. 즉 연주 시차와 별까지의 거리는 반비례의 관계에 있다. 따라서 연주 시차를 별까지의 거리 대신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별들은 워낙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연주 시차는 아주 작다. 그래서 아주 작은 각도를 나타내는 새로운 단위가 필요하다. 우리는 각도의 단위를 도라고 알고 있다. 이 각도를 60등분한 하나의 각도를 분이라고 한다. 1도는 1분이라는 각도가 60개 모여서 만들어진다. 1도를 3600 등분한 하나의 각도가 1초다. 정리하면 1도는 60, 1분은 60, 1도는 3,600초다.

 

연주 시차가 1초인 별까지의 거리를 1 파섹이라고 한다. 1파섹은 3.26 광년이다. 밤하늘의 별들이 태양에 비해 어둡게 보이는 이유는 너무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별의 밝기를 나타내기 위해 천문학자들은 등급을 사용한다. 기원전 시대에 그리스의 히파르코스는 밤하늘에 보이는 가장 밝은 별을 1등성으로, 가장 희미한 별을 6등성으로 하여 별의 밝기에 따라 여섯 등급으로 나누었다. 어떤 별이 다른 별과 다섯 등급의 차이가 나면 별이 밝기에서는 총 100배의 차이가 난다. 1등성은 6등성보다 100배 밝다. 6등성은 11등성보다 100배 밝다.

 

우주에서 가장 많은 원소는 수소다. 우주의 원소 중 4분의 3은 수소 기체이고 4분의 1은 헬륨 기체이다. 다른 원소들은 아주 적다. 우주가 처음 태어나던 당시에는 헬륨도 거의 없고 온통 수소뿐이었다. 하지만 우주가 지금까지 150억 년을 살아오면서 수소 중 일부가 헬륨으로 바뀌었고 그러한 과정은 지금도 계속 진행되고 있다. 이렇게 우주는 거의 기체로 이루어져 있고 우주 대부분의 질량을 차지하는 것은 별이므로 별은 거의 기체로 이루어져 있는 것이다.

 

별은 주로 수소와 헬륨으로 이루어져 있다. 우주의 별과 별 사이에는 아무런 물질도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수소나 헬륨 같은 기체와 아주 작은 고체 입자들이 있다. 우주 공간에서 수소나 헬륨 같은 기체의 밀도는 1 세제곱 센티미터에 원자 한 개 정도로 낮은 편이다. 이렇게 별과 별 사이에 있는 기체 상태의 물질을 성간 가스라 부른다. 아주 작은 고체 입자를 우주 먼지라 부른다. 1970년 미국의 전파망원경에 의해 처음 발견되었다.

 

우주 먼지의 종류에는 물, , 규소 산화물 또는 메테인, 암모니아 같은 유기물질이 있으며 그 크기는 10만분의 1cm 정도다. 우주먼지의 밀도는 큰 방에 한 개 정도로 아주 낮다. 이렇게 우주 공간에서 별과 별 사이에 존재하는 성간 가스와 우주 먼지를 합쳐 성간 물질이라 부른다. 별은 왜 태어날까? 그것은 성간 물질의 양이 장소에 따라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어떤 곳에는 성간 물질이 적고 어떤 곳에는 많이 모여 있기 때문이다. 성간 물질들이 많이 모여 있는 곳은 주변의 별빛을 반사시켜 아름다운 빛을 낸다.

 

그것을 성운이라 부른다. 성운은 별들이 태어나는 요람이다. 별이 만들어질 때는 성운을 이루는 성간 물질들이 한곳으로 뭉치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천천히 뭉치지만 성간 물질들의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서로 당기는 만유인력이 커져 점점 더 빠르게 뭉쳐 별의 모습을 이룬다. 이렇게 만들어진 별을 원시 별이라고 한다. 말하자면 갓 태어난 아기 별이다. 우주에는 지금도 원시 별이 태어나고 있다. 성운 속의 성간 물질들은 처음 수축할 때는 넓게 퍼져 있어 느리게 회전하지만 수축이 빨라져 동그란 모양을 이루게 되면 성간 물질들이 좁은 곳에 모여 있으므로 빠르게 회전한다.

 

원시 별은 회전하면서 중심쪽으로 더욱 더 수축한다. 이때 별의 안쪽은 수축이 크게 일어나 압력이 높아지고 바깥쪽은 수축이 작게 일어나 압력이 낮아진다. 대부분의 별은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압력이 높아진다. 이러한 수축의 결과로 별 내부의 압력은 점점 커지게 된다. 이러한 과정에서 원시 별의 내부 온도는 점점 올라가고 온도가 섭씨 1만 도에 이르면 대부분의 수소가 이온화된다. 수소는 핵인 양성자와 그 주위를 도는 전자로 구성되어 있는 가장 가벼운 원소다.

 

수소의 이온화란 온도가 높아짐에 따라 수소 핵 주위를 돌고 있던 전자가 충분한 운동에너지를 얻어 더 이상 수소 핵의 전기적 인력에 붙잡히지 않고 자유로이 공간을 돌아다니는 상태를 말한다. 즉 수소의 원자핵과 전자가 분리되는 상태를 말한다. 이를 플라스마 상태라고 부른다. 정리하면 이온화 상태란 원자핵과 전자가 분리된 상태를 말하고 플라스마 상태라고도 한다. 1만도란 핵으로부터 전자를 떼어내는 데 드는 에너지를 온도로 환산한 수치를 말한다.

 

원시 별의 내부 온도가 점점 올라가 2천만 도에 이르면 수소의 원자핵들이 함께 결합하여 헬륨을 만드는 핵융합 반응이 일어난다. 이 반응에서 에너지가 발생한다. 수소의 원자핵들이 많으므로 수소의 핵융합 과정에서 큰 에너지가 발생한다. 이 에너지가 바로 별에 열과 빛을 주게 된다. 이 과정에서 별 내부의 기체 압력이 커져 별의 수축이 더 이상 진행되지 않는다. 별의 수축은 성간 물질들 사이의 만유인력이고 그 방향은 별의 안쪽이다. 기체의 압력은 기체가 팽창하려는 힘으로 밖을 향한다. 이 두 힘이 평형을 이루면 별이 안정된 모습을 찾게 된다.

 

원시 별의 바깥을 에워싸고 있던 두꺼운 가스와 먼지가 우주 공간으로 날아가면서 별이 사람들의 눈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다. 기체 상태의 성간 물질이 모인다고 모두 별이 되는 것은 아니다. 수축한 성간 물질의 양이 태양 질량의 10분의 1보다 작으면 내부 온도는 2천만 도에 이르지 못하게 되어 핵융합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러므로 별이 되지 못한다. 목성이 수소 기체로 이루어져 있음에도 별이 되지 못한 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사람들에게 수명이 있듯 별에게도 수명이 있다. 별을 빛나게 해주는 주재료가 수소이므로 수소가 다 타버리면 별은 수명을 다하게 된다. 천문학자들은 수소가 핵융합하는 것을 수소가 탄다고 표현한다. 핵융합은 물질이 타는 연소 반응과는 아무 관계가 없으므로 옳은 표현은 아니다. 별의 밝기와 수명은 원시 별의 질량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별의 밝기는 일반적으로 질량의 세제곱에 비례한다. 태양보다 두 배 무거운 별은 태양 밝기의 8배가 되고 태양 질량의 2분의 1인 별은 태양 밝기의 8분의 1이 된다.

 

원시 별의 질량이 크다는 것은 성간 물질이 많이 뭉쳐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수소가 많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무거울수록 밝은 빛을 내기 때문에 무거운 별은 그만큼 수소를 빠르게 없앤다. 그러므로 무거운 별은 짧은 삶을 산다. 반면 가벼운 별은 수소의 양은 적지만 어두운 빛을 내므로 수소가 천천히 줄어 오래 살 수 있다. 가벼운 별인 태양은 100억 년 동안 탈 수 있는 수소를 가지고 태어났다. 물론 지금까지 태양은 50억 년 동안 수소를 태워왔으므로 이제 남아 있는 수소로 50억 년을 더 버틸 수 있다. 우주의 나이가 150억 살이라는 것을 생각할 때 이 정도의 수명은 아주 긴 수명이다.

 

원시 별의 온도는 갈수록 내려가고 크기는 점점 커진다. 이것이 별의 진화이다. 이렇게 별이 점점 커지는 상태를 주계열성 상태라고 하고 이런 상태에 있는 별을 주계열성이라고 한다. 우주에 있는 별 중 99% 이상은 주계열성이다. 태양도 점점 커지고 있는 주계열성이다. 주계열 성은 밀도가 균일하고 질량이 클수록 밝게 빛난다. 크기가 태양 크기의 10분의 1 정도 되는 곳에서부터 100배 정도 되는 것까지 있다. 별이 점점 커져 최대 크기가 되면 표면 온도가 가장 낮아져 빨간색을 띠게 된다. 이별을 붉은 거성이라 부른다.

 

붉은 거성은 표면 온도가 낮은 빨간 별임에도 불구하고 크기가 크기 때문에 밝게 보인다. 별은 수명의 90%를 주계열 상태로 보낸다. 붉은 거성 때까지는 별이 수축하려는 힘과 기체의 팽창하려는 압력이 평형을 이루어 별의 형태가 공 모양으로 안정되게 유지된다. 하지만 붉은 거성의 시기를 지나면 더 이상 핵융합을 할 재료인 수소가 없어 별은 더 이상 공 모양의 안정된 형태를 유지하지 못하고 수축하게 된다. 이를 별의 죽음이라 부른다.

 

원시 별로 탄생한 별은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핵융합으로 수소는 점점 줄어들고 핵융합으로 만들어진 헬륨은 점점 늘어난다. 이로 인해 내부의 기체는 더 무거워지므로 만유 인력에 의한 수축이 빨라져 온도가 더욱 높아지고 결국은 헬륨마저 핵융합하게 된다. 이런 과정이 별이 늙어가는 과정이다. 수소 원자핵들이 달라붙어 헬륨 원자핵들이 만들어지고 난 후 헬륨 원자핵 세 개가 핵융합을 하여 탄소 원자핵을 만들고 다시 탄소 원자핵과 헬륨 원자핵이 핵융합하여 산소 원자핵을 만든다.

 

보통 가벼운 별은 여기까지 진화가 이루어진다. 무거운 별의 진화는 다르다. 산소가 만들어진 후에 별 내부 압력이 더욱 커지면서 핵융합에 의해 산소, 네온, 나트륨, 마그네슘, 규소, 니켈 등의 원소가 만들어지고 끝으로 철이 만들어진다. 이러한 핵융합 과정은 철까지만 진행된다. 철부터는 핵융합에 의해 새로운 원소가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것은 철이 가장 안정된 원소이기에 더 이상 핵융합이 진행되지 않기 때문이다.

 

별의 중심부에서 수소가 바닥이 나면 더 이상 수소의 핵융합이 일어나지 않는다. 이때 별 안쪽의 무거운 물질들이 바깥쪽의 가벼운 물질들을 만유인력으로 잡아당겨 별은 수축을 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별이 죽는 과정이다. 별이 죽는 모습은 별의 질량에 따라 세 종류로 나뉜다. 1) 태양 질량의 네 배 이하로 태어난 별은 붉은 거성 단계에서 아주 천천히 수축한다. 수축하는 이유는 그동안 수축을 막아 왔던 수소 기체의 팽창 압력이 수소가 바닥나면서 없어지기 때문이다.

 

천천히 수축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렇게 수축이 된 별을 백색 왜성이라 한다. 백색 왜성은 지름이 지구 크기와 비슷한 1만 킬로미터 정도이고 밀도는 1세제곱 센티미터당 1톤 정도이며 표면 온도는 1만 도 정도인 별이다. 별의 구조는 전자가 빽빽해 마치 전자의 바닷속을 원자핵이 헤엄치고 있는 모양과 같다.

 

2) 태양 질량의 4 배 이상에서 8배 이하인 별들은 수소가 바닥이 나면서 수소의 핵융합으로 만들어진 헬륨도 핵융합을 하게 된다. 이로 인해 중심에 탄소핵이 만들어지고 그 주위에서는 여전히 헬륨이 타고 있다. 하지만 점점 헬륨의 양은 줄어들고 탄소핵의 질량은 증가한다. 헬륨이 다 핵융합된 뒤에는 탄소핵의 바깥쪽이 가벼운 물질들을 잡아당겨 수축을 하고 수축으로 온도가 높아져 탄소에 불이 붙는다. 이때 발생하는 열에 의한 압력이 중력보다 훨씬 커지면 별은 폭발해버리고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3) 태양 질량의 8배 이상 30배 이하로 태어난 별은 헬륨이 핵융합을 하고 난 뒤 중심에 마지막으로 철이 만들어지는데 철은 안정된 원소이므로 더 이상 핵융합을 하지 않는다. 따라서 중력과 평형을 이루고 있던 열에 의한 압력이 약해져서 중력에 의해 중심쪽으로 끌어당겨지는 수축이 시작된다. 이때의 수축은 아주 빠른 속도로 이루어진다. 이런 별들은 너무 빠른 수축 때문에 바깥쪽의 물질들이 수축되지 못하고 우주로 날아가 버린다. 이것을 초신성 또는 초신성 폭발이라 부른다.

 

지금 이 순간 우주에서 어떤 별이 초신성 폭발을 하여 사라진다 해도 우리는 먼 미래에나 그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초신성 폭발은 1000년 가까운 세월 동안에 1054, 1572, 1604, 1987년 딱 4회 정도 관측될 정도로 희귀한 사건이고 그 웅장한 광경 때문에 우주쇼라 불린다. 초신성 폭발로 별이 모두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초신성 폭발 후 남은 부분에서는 전자와 원자핵 간의 공간이 계속 수축되어 달라붙게 된다. 원자핵은 양의 전기를 띠고 있는 양성자와 전기를 띠지 않는 중성자로 이루어져 있다. 이때 전자가 양성자와 달라붙어 중성자로 바뀌는 반응이 일어난다.

 

그러므로 이 별에는 온통 중성자만 남게 되는데 이 별을 중성자별이라 부른다. 중성자 별의 크기는 대개 백색왜성의 700분의 1 정도인 반경 10km이고 밀도는 백색왜성의 100만 배 정도 되는 세제곱센티미터 당 5억 톤 정도다. 중성자 별은 중력이 아주 크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에 따르면 중력이 큰 곳에서 시간이 천천히 흐른다. 그러므로 중성자 별에서의 시간은 지구에서보다 천천히 흐른다. 만일 쌍둥이가 있어 한 명은 지구에서, 다른 한 명은 중성자 별에서 살다가 후에 만나게 되면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중성자 별에서 산 한 명이 지구에서 산 다른 한 명보다 더 어린 모습을 하고 있을 것이다.

 

1967년 케임브리지 대학의 휴이시 그룹은 규칙적인 펄스를 내는 전체를 발견했다. 펄스는 아주 짧은 시간 동안만 흐르는 전파를 말한다. 휴이시 그룹은 이 천체를 펄스를 보내는 천체라는 의미로 펄서라고 불렀다. 처음에 그들은 규칙적인 펄스가 외계인이 보내온 전파라고 생각했다. 그 후 이 펄스를 내는 펄서의 정체가 중성자 별이라는 것이 밝혀지면서 중성자 별이 존재한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중성자 별은 왜 펄스를 보낼까? 그것은 중성자 별이 아주 빠르게 회전하기 때문이다.

 

중성자 별은 일초에 수십 번 내지 수백 번 회전한다. 중성자 별은 지구처럼 자기장을 가지고 있으므로 주위에 전기를 띤 입자들을 가두어둔다. 이들 전기를 띤 입자들이 움직이면서 전파를 만들어내는데 중성자 별의 회전이 너무 빨라 마치 빨리 도는 등대의 불빛이 깜빡거리듯 중성자 별에서 오는 전파는 일정 주기로 지구에 수신이 되었다 안 되었다 하면서 규칙적인 펄스가 되는 것이다.

 

1939년 오펜하이머는 중성자 별의 질량에는 한계가 있다고 주장했다. 즉 초신성 폭발로 남아 있는 중심부의 질량이 태양 질량의 세 배 이하이면 중성자 별로 남지만 세배를 넘으면 더욱 수축하여 거의 한 점에 모든 질량이 모여 있는 상태가 된다. 이를 블랙홀이라 한다. 블랙홀은 중력이 대단히 강해서 한번 빨려 들어가면 다시는 도망칠 수 없게 된다. 과학자들은 블랙홀이 우주를 빠져나가는 입구의 역할을 한다고 믿는다.

 

태양은 항상 같은 밝기로 빛나지만 밝기가 달라지는 별이 있다. 이를 변광성이라 부른다. 오늘날 우리는 수많은 변광성을 관측할 수 있다. 이 중에는 주기가 일정한 규칙적인 변광성도 있고 불규칙한 불규칙 변광성도 있다. 규칙적인 변광성 중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케페이드 변광성이다. 처음 태어났을 때의 원시 태양은 지금의 태양에 비해 1000 배 밝고 크기도 100 배 이상이었다. 하지만 그 후 1천만 년 동안 수축해 지금과 같은 크기가 되었다.

 

태양에서는 매초 6억 톤의 수소가 헬륨으로 변하고 있고 헬륨의 재가 고이면서 태양의 온도는 점점 내려가고 있다. 그와 동시에 태양은 점점 커지게 되어 지금부터 40억 년 후에는 붉은 거 성이 된다. 이때 태양의 온도는 4000도로 내려가고 수성과 금성을 삼키게 된다. 중심의 수소가 없어지면 더 이상 핵융합이 일어나지 않고 중심핵의 가스 압력이 없어지므로 중력에 의한 수축이 시작되어 백색왜성으로 최후를 맞이하게 된다. 지구는 주로 고체로 이루어져 있고 태양은 기체로 이루어져 있어서 태양의 밀도는 지구 밀도의 4분의 1 정도다.

 

태양의 표면에는 어둡게 보이는 점들이 있다. 이를 태양 흑점이라 부른다. 흑점 중에는 지구보다 큰 것도 있다. 흑점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돈다. 이것이 바로 태양이 스스로 돌고 있다는 증거다. 태양은 서에서 동으로 자전한다. 대략 25일마다 한 바퀴 돈다. 태양에서 밝게 빛나는 부분을 광구라 한다. 광구 속에서는 기체들의 대류가 일어나 에너지가 광구의 표면으로 전달되어 표면의 온도가 6천도에 이르게 한다. 물론 태양의 내부는 표면보다 온도가 훨씬 높고 압력도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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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박지형의 [왜 극우는 기후위기를 부정하는가]란 책이 나왔다. 2019년에 나온 [스피노자의 거미]에는 저자 프로필이 인간에 의한 생태계의 교란을 연구하는 환경생태학자라고 기록되어 있다. 이번 책에는 탄소순환을 연구하는 환경생태학자라고 기록되어 있다. 저자가 환경생태학자라는 점은 변함이 없는 바다. 환경생태학이란 생물과 물리적·생물적 요인이라는 주변 환경의 상호작용을 연구하는 과학 학문 분야다


신현철의 [종의 기원 톺아보기]에 의하면 찰스 다윈은 종들 사이의 상호연관성을 가장 중요한 것으로 보았다. 여기서 말하는 상호작용이란 한 생물이 작용하면 다른 생물은 이에 대해 반작용하는 관계를 말한다. 경쟁도 이런 상호작용의 한 종류다. 오늘날 가장 중요한 상호작용은 협력하는 공생 관계다. 생물과 환경의 상호작용은 기후를 결정하거나 변화시키고 기후는 생물의 분포, 형태, 생태적 특징을 제한하고 결정한다. 생물과 환경의 상호작용도 중요하고 기후도 중요하다


우리에게는 기억해야 할 흥미로운 이름이 있다. 파차마마(Pachamama)란 이름이다. 안데스 원주민들의 신화에 나오는 대지의 여신을 의미한다. 파차마마가 대지의 여신이란 점은 가이아(Gaia)를 호명하게 한다. 가이아는 그리스 신화의 대지의 여신을 말한다. 두 대지의 여신은 지구를 위기에서 구하고 인류가 생태계의 일부로 살아가야 한다는 지속 가능성을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문제의식을 같이 한다


그러나 두 여신이 보는 지구는 차별적이다. 가이아 이론은 지구가 기후변화나 지질학적 변동에 대응하여 온도, 산소 농도 등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자기 조절 능력이 있다고 본다. 파차마마 이론은 기후 변화를 인간의 욕심으로 자연과의 균형이 깨진 결과로 보며 지구에게는 권리가 있다는 개념을 주장한다. 박지형 환경생태학자는 제임스 러브록의 가이아 이론을 바탕으로 지구를 하나의 연결된 전일적 생명체로 이해하는 바탕 위에서 환경 문제를 분석한다. 가이아 이론은 모종(某種)의 문제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즉 자기조절능력을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해석하거나 오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파차마마 이론이 말하는 지구의 권리는 매우 추상적인 개념이라는 문제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바람직한 관점과 태도는 무엇일까? 자기조절능력에 대한 지나친 믿음을 지양하고 지구에게 권리가 있다는 관점을 구성원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현실적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리라. 물론 어려운 일이다. 기후 위기란 단어가 많은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지난 해 말부터 올해 4월 현재까지 몇 권의 기후 관련 책을 읽었다. 아직 4월이 다 가지 않은 시점이기에 기후 위기에 대해 논한 책이 나오면 더 많은 성찰에 이를 수 있을 것이다. 좋은 기후 책이 나오기를 기다린다. 올해 내가 읽은 기후 책은 1) 정완상이 쓴 [세상에서 가장 쉬운 과학 수업; 기후물리학], 2) 프란츠 마울스하겐이 쓴 [꿰뚫는 기후의 역사], 3) 마나베 슈쿠로, 앤서니 브로콜리가 함께 쓴 [기후의 과학] 등이고 지질이나 기상을 논하며 기후를 비중 있게 언급한 4) 스티븐 슈나이더의 [실험실 지구], 5) 사이먼 클라크의 [하늘 읽기], 6) 스티븐 포더의 [엘리멘탈], 7) 데이비드 아처의 [얼음에 남은 지문]까지 계산하면 모두 일곱 권에 이른다


1) 정완상의 책에서는 클라우스 하셀만 이야기가 주목할 만하다. 클라우스 하셀만은 독일의 해양학자, 기상학자로 기후 모델에 의한 지구 온난화 예측이란 성과를 인정받아 마나베 슈쿠로, 조르조 파리시와 함께 2021년 노벨 물리학상을 공동 수상한 인물이다. 날씨가 기후를 흔들 수 있다는 사실에 주목한 하셀만은 매일 매일의 변덕스러운 날씨가 쌓이고 쌓여 결국 느리고 무거운 기후를 움직이게 만든다는 주장을 했다. 그가 돋보이는 것은 이 과정을 확률과 수학의 언어로 표현한 것이다하셀만이 말한 날씨는 빠르게 변하고 무작위적이, 기온은 느리게 변하며 날씨의 평균적 결과라는 주장은 공론(公論)이 되었다. 프란츠 마울스하겐의 책에서는 오늘날 인류가 초래한 기후변화는 기후의 역사에 있어서 극적인 단절을 의미하며 이러한 단절의 성격은 신석기시대 농업혁명의 도입보다도 급진적이라는 주장을 만날 수 있다


2) 프란츠 마울스하겐은 기후 변화 앞에서는 전세계가 궁극적으로 운명공동체라는 점을 강조했다


3) 마나베 슈쿠로, 앤서니 브로콜리의 책을 통해서는 마나베 모델이 수증기를 중요하게 다루었음을 알 수 있다. 대기가 따뜻해지면 온실가스인 수증기를 더 많이 함유할 수 있게 되는 바 이는 양의 피드백 루프를 발생시킨다. 대기가 따뜻해질수록 더 많은 수증기를 함유할 수 있게 되고 결과적으로 대기는 더욱 따뜻해진다. 따라서 건조한 계산(dry calculations)을 했던 과학자들은 이산화탄소의 온난화 효과를 과소평가했다. 건조한 계산이란 수분()을 제외하고 고형분(固形分; dry matter)만을 기준으로 성분을 분석하는 방식이다. 고형분이란 액상 제품의 수분을 모두 증발시켰을 때 남는 유효성분의 함량(%)을 뜻한다. 마나베의 계산을 dry calculation에 대비되는 wet calculation이라 한다


4) 스티븐 슈나이더의 책을 통해서는 인간이 지구를 실험실인 것처럼 대해 왔음을 알 수 있다


5) 사이먼 클라크는 인간이 기후에 끼친 영향은 결코 균등하게 나타나지 않는다는 말을 한다.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이들은 아이러니하게도 탄소를 가장 적게 배출한 사람들이란 말이다


6) 스티븐 포더의 책에서는 인간이 화석연료를 발견했을 때 탄소 순환에서 빠른 변화는 전혀 다른 의미를 갖게 되었음이 논의된다. 인간은 식물이 광합성으로 400년 동안 축적한 에너지를 1년에 태우고 있다. 화석 연료의 연소는 깊은 땅속에 파묻혀 느린 탄소 순환에 갇혀 있던 탄소를 꺼내 빠른 탄소 순환으로 몰아넣었다. 포더는 기후변화와 탄소 순환의 변동은 그 속도를 크게 줄일 수 있고 정치적 의지만 있다면 완전히 멈출 수 있다고 말한다


7) 데이비드 아처는 궁극적으로 지구 기후의 미래는 석탄에 대해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한다


* 클라우스 하셀만은 기후 시스템이 무질서하고 복잡하기에 완벽한 예측은 불가능하지만, 확률적 모델을 통해 기후 변화의 원인을 충분히 규명하고 미래를 예측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무작위적인 기후 데이터 속에서 우리가 조금 더 알수록 인간이 기후 위기를 초래했다는 사실이 명확해진다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증명한 것이다. 하셀만의 말은 우리는 조금 더 실천할수록 기후 위기를 늦출 수 있다는 말로 바꿀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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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윈을 오해한 대한민국
신현철 지음 / 소명출판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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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원, 번역 등의 오류 등을 많이 언급한 책이어서 다소 지루하게 또는 재미 없게 읽힌다. 하지만 정독할 가치는 충분하다. 물론 교양서적을 재미로 읽는다는 의미의 말은 아니다. 이 책은 다윈의 개념들이 우리나라에서는 물론 전세계적으로 잘못 이해된 정도가 크다는 주장을 담은 책이다. 우선 자연선택이란 말부터 우리는 오해한다. “사람들이 자연선택을 자연의 선택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저절로 그렇게 되어 가는, 스스로 그러한 등의 의미이다. 자연선택이란 환경에 적합한 생물이 살아남고 그렇지 않은 생물은 죽는 자연스러운 과정의 반복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자연선택이란 자연이 특정한 유형의 생물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주위 환경에 적합한 생물들이 자연스럽게 살아남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이 관련 문장이다. 


일본에서 배운 경쟁이란 말을 우리나라에 소개한 사람이 유길준이다. 그가 사용한 경쟁이라는 단어는 후쿠자와 유키치가 만든 것이다. 후쿠자와 유키치와 대비되는 사람이 동시대의 가토 히로유키다. 유키치는 경쟁을 competition의 의미로, 히로유키는 struggle의 의미로 썼다. 전자는 긍정적인 선의의 경쟁의 의미를 가진 말이고 후자는 적대적 경쟁의 의미를 가진 말이다. 전자는 함께를 뜻하는 com과 목표로 삼다/추구하다를 뜻하는 petere의 결합어다. 두 사람은 모두 외국어로 네덜란드어를 공부하다가 후쿠자와는 네덜란드어가 앞으로 외국과의 교제에서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영어를 공부하기로 했고 가토는 독일이 유럽 각국에서 가장 학문이 발달한 나라라고 생각하여 독일어로 방향을 돌렸다. 


후쿠자와는 개인의 자립과 자유를 존중하는 것을 기초로 하는 영국 사상을 일본에 최초로 도입했고, 가토는 국가의 개입에 대한 우월성을 지향하는 독일 사상을 일본에 최초로 도입했다. 가토가 생각한 경쟁이 후쿠자와가 생각한 경쟁보다 일본 내에서 널리 통용되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초기 지식인들이 사용했던 경쟁이라는 개념은 고전적 자유주의 관점이었겠지만 1890년대를 지나면서는 사회 진화론에 따른 경쟁의 개념으로 변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윈은 독일의 고생물학자 하인리히 게오르그 브론이 번역한 일부 내용에 대해 부만을 표했다. 가령 ‘선택에 유리한‘이라는 영어가 ’완전한‘ 또는 ’완벽한‘이라는 독일어로 번역이 된 것이다. 저자는 만일 생물이 완벽하다면 환경이 변화할 때에 완벽한 생물에게서 또 다른 변이가 나타날 수 있을까?라고 묻는다. 만일 없다면 그 생물은 더 이상 진화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는 생물에게 변이가 나타나 환경에 유리하도록 적응하면서 새로운 종으로 만들어진다는 다윈의 생각을 오해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저자는 우리나라에서 벌어지는 경쟁의 양상은 과감한 창의성 경쟁이 아닌 소극적 위험 회피 경쟁, 사회적으로 최적화된 실력 경쟁이 아닌 과도한 간판 따기 경쟁, 조화로운 공생 발전이 아닌 약육강식의 승자독식 경쟁이라 정리한다. 다윈의 진화론을 사회진화론으로 읽는 것이 문제다. 그런 독법은 과학적 사실과 인간 사회의 윤리적 가치를 혼동하는 독법이다. 있는 그대로의 현상(is)을 당연히 그래야 하는 가치(ought)로 오인하는 자연주의적 오류다. 미국 저술가 데이비드 쾀멘(David Quammen)은 다윈은 과학과 사회학 분야에서 핵심적이고 상징적인 인물이지만 널리 제대로 이해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저자는 맬서스가 생존을 위해 경쟁해야 한다고 주장하지 않았고, 다윈 역시 생존을 위해 경쟁해야 한다고 설명하지 않았음에도 다윈과 맬서스가 연결되어 살아남기 위해서는 경쟁을 해야만 한다는 담론이 형성되었다고 말한다. 저자는 중요한 말을 한다. 다윈이 [종의 기원] 6판에서 evolution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았으면 혼란이 제기되지 않았을 것이다. 다윈의 생각이 궁금할 뿐이다. 그러나 다윈은 사용했고 스펜서가 사용한 evolution과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은 상태로 일본으로 전달되었고 일본에서 번역된 진화라는 용어는 우리나라에 도입되어 많은 혼란을 야기하면서 오늘날에 이르고 있다. 혼란을 멈추어야 할 것이다. 단지 진화라는 단어가 이미 우리 사회에서 고정되어 있다면 사용을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진보라는 개념이 포함된 진화라는 단어를 생명과학계에서는 퇴출시키고 새로운 방법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189 페이지) 


저자는 먹을 것이 부족하면 경쟁할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식량 자원을 모색해야만 하지 않을까?라고 말한다. 이어서 다윈은 [종의 기원]에서 오히려 생물이 다양해지는 과정을 설명하려고 했다고 말한다.(191 페이지) 다윈은 place와 station이란 단어를 단순히 지역이나 장소가 아닌 생태학적 개념으로 사용했다. 오늘날 place는 생태적 지위로, station은 생태적 지위의 하위 개념의 하나인 공간적 또는 서식지 지위로 사용된다.(192 페이지) 그런데 생물과 환경과의 관계를 규명하는 생태학이라는 학문이 다윈 시대에는 아직 정착되지 않아서 다윈이 사용했던 place나 station을 생태학적 관점에서 정확하게 이해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랐을 것이다. 실제로 생태학이라는 용어는 다윈의 [종의 기원]이 발간된 이후인 1866년에 에른스트 헤켈이 처음 사용했다. 


저자는 2019년 [종의 기원 톺아보기]를 쓴 저자다. 이 책에 이런 내용이 있다. “우리는 둘러싸고 있는 모든 생명체 사이에서 나타나는 상호 연관성을 우리가 해박하게 알지 못하고 있었다는 점을 마땅히 고려한다면 종과 변종의 기원에 대해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 아직까지도 많이 남아 있음에 놀랄 사람은 없을 것이다. 어떤 한 종은 널리 퍼져 분포하며 개체수도 많은 반면 이와 동류인 또 다른 종은 좁은 곳에서만 살아가고 개체수도 매우 적은 점을 누가 설명할 수 있을까? 그럼에도 종들 사이에 이 상호연관성이 가장 중요하다. 내가 믿기로는 이 연관성이 지구상에 있는 정착생물들 하나하나의 현재의 번성과 미래의 성공과 변형을 결정하기 때문이다.”(219 페이지) 다윈의 말이다. 


이 내용이 [다윈을 오해한 대한민국]에 인용되어 있다. 아마도 이 부분이 책의 가장 중요한 부분일 것이다. 다른 점은 다 잊더라도 이 상호연관성이란 개념을 다윈이 가장 중요하게 여겼다는 점을 아는 것으로 충분할 것이다. [종의 기원 톺아보기]를 읽어야 하겠다. 저자는 상호 연관성은 오늘날 생물과 생물 사이에서 나타나는 상호작용으로 풀이된다고 말한다. 상호작용은 한 생물이 작용하면 다른 생물은 이에 대해 반작용하는 관계로 경쟁도 이러한 상호작용의 한 종류로 간주한다. 오늘날 생물들 사이의 상호작용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으로는 서로 협력하는 공생 관계를 들고 있다. 공생을 강조하는 책들도 찾아 읽어야겠다. 저자는 궁리하고 음미하며 보낸 시간의 결과 이런 책을 냈다. 깊은 탐색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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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계생명체에 관해 과학이 알아낸 것들 - 천문학자, NASA연구원, 유전학자, 수학자까지 세계 최고의 과학자들이 밝혀낸 외계인의 진실
닉 레인 외 지음, 짐 알칼릴리 엮음, 고현석 옮김, 이명현 추천 / 반니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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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짐 알칼릴리, 마틴 리스, 루이스 다트넬, 이언 스튜어트, 닉 레인 등 내가 읽었거나 좋아하는 과학자들이 쓴 공저서이다. 제목은 [외계생명체에 관해 과학이 알아낸 것들]이다. 물리학자 짐 알칼릴리는 여는 글에서 균형감각이 없다면 이 책은 아무것도 아닐 것이라 말한다. 그러면서 왜 우리는 다른 누군가가 있기를 기대하는가라는 말을 한다. 책이 나온 지는 10년이 넘었다. 


최근 심해(深海)에 관한 글을 쓰다가 닉 레인이 열수구(熱水口) 이야기를 한 것에 감명을 받았다. 영국의 해양, 환경 전문 기자 로라 트레더웨이는 심해를 지구의 마지막 신비로운 장소, 모든 생명의 발생지, 미개척의 약 상자, 기후 혼란을 막을 보루, 지구 밖 외계 생명체를 발견할 수 있는 열쇠로 정의하는 글을 썼다.([지구의 마지막 지도]) 지구과학 또는 지질학 관점에서 외계 생명체에 관해 이야기한 사람들로 피터 워드, 도널드 브라운리, 나탈리 카브롤, 닉 레인 등을 들 수 있다. 


우주과학자 마틴 리스는 인간은 진화의 정점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는 두 가지 격언을 들려준다. 특이한 주장은 특이한 증거를 필요로 한다, 증거가 없다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증거가 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란 말이다. 루이스 다트넬은 지금까지 우리 하늘에 있는 항성들에 다른 문명이 존재한다는 설득력 있는 증거를 발견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한다. 루이스 다트넬에 의하면 우리의 대양을 채운 물은 태양계의 더 바깥쪽에 있는 더 추운 지역에서 온 혜성과 소행성이 집중적으로 지구에 부딪히면서 지구로 온 것이다. 


소행성들과 지구 그리고 다른 지구형 행성들이 기본적으로 동일한 암석 물질로 구성된 것은 사실이지만 지구는 단순히 활성이 없는 덩어리가 아니다. 지구는 매우 활발하고 동적인 곳이다. 특히 지구의 얇은 지각은 뜨겁고 끈적거리는 맨틀 위에서 끊임없이 미끄러지면서 움직이는 조각들로 쪼개져 있으며 이 조각들은 서로 부딪히면서 밀어내고 정면으로 충돌하고 서로의 아래로 들어가기도 하고 갈라져 새로운 지각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이것이 판구조론의 휘젓기 과정(The stirring process of plate tectonics)이다. 


지구형 행성은 흔할 수도 있지만 판구조론에 들어맞는 지구형 행성은 드물다. 판구조론에 따른 움직임은 수십억 년 동안 지구의 기후를 안정적으로 유지해 인간 같은 복잡한 생명체가 진화할 수 있도록 만드는데 필수적이었다. 이 움직임은 특정 금속들을 응축시켜 부광(富鑛)으로 만드는 역할도 한다. 지구형 행성 중에서 이런 판구조론적 움직임을 겪는 행성은 아주 일부에 불과할 것으로 보인다. 화성이나 금성은 그렇지 않다. 따라서 외계 문명은 우리 지구의 예외적인 판구조론적 움직임과 특정 금속의 압축을 보고 지구에 오려 할지 모른다. 


컴퓨터 신경과학 교수 아닐 세스는 의식은 전하나 질량처럼 우주 자체의 근본적인 속성일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아직은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다. 화성과학실험실 연구자 크리스 매케이는 일반적으로 지구의 생명체가 존재하기 위한 필요 조건은 에너지, 탄소, 액체 상태 물, 그리고 몇몇 다른 원소들로 깔끔하게 요약될 수 있다고 말한다. 심해 분출구 근처에 있는 미생물과 동물 군집은 생명체가 유로파의 표면 및 대양에서 어떻게 살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예로 제시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심해 분출구 생태계는 주변 해수에 녹아있는 산소와 분출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황화수소의 반응으로부터 에너지를 얻는다. 이 산소는 원래 지표면 광합성 작용에서 생긴 것이고 결국 태양광에서 비롯된 것이다.(이는 크리스 매케이의 견해다.) 2021년 발견된 검은 산소란 것이 있다. 빛이 없는 4,000m 이상 심해저에서 금속 노듈(망간 단괴)이 전기 분해 방식으로 생성하는 산소를 말한다. 광합성 없이도 산소가 만들어질 수 있음을 보여주며, 심해 생태계와 지구 생명체 기원 연구에 중요한 발견이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이 주장의 물리적 타당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유로파는 목성의 거대 위성 중 하나다. 얼음으로 덮여 있으며 대기가 없는 천체다. 얼음으로 덮인 유로파 표면 아래에 유로파가 목성 주위를 돌면서 발생하는 조석 변형력으로 온도가 올라간 대양이 존재한다는 설득력 있는 증거가 있다. 물리학 교수 모니카 그래디는 지구 자기장의 존재가 활발한 핵 때문인 것처럼 지구 표면에서의 물의 존재는 지구의 짙은 대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화성이 지구와 구별되는 주요 특징 중 하나는 판구조론적 움직임이 없다는 것이다. 우리 지구는 중심에 녹은 핵의 회전을 동적으로 하는 매우 동적인 행성이다. 판구조론적 움직임은 서로 다른 저장소들 사이에서 휘발성 물질을 움직이는 탄소 순환과 물 순환 모두의 핵심적인 부분이다. 가령 나무에 달린 잎은 대기에서 온 물과 탄소를 고정시킨다. 잎이 죽으면 썩어 흙의 일부가 된다. 수백만 년 동안 흙은 변형과정을 거쳐 판구조론의 판을 이루는 암석이 되고 이 판은 섭입 과정을 거치고 녹기도 한다. 탄수화물은 녹은 암석이 화산폭발로 분출할 때 휘발성 물질로 다시 대기로 돌아간다. 이런 순환이 없다면 지구는 안에 발전기가 없이 정체된 상태로 보이는 화성처럼 정체될 것이다. 


화성에 생명체가 존재할 수도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수소 ,일산화탄소, 암모니아 분자들은 우주가 생성되는 과정에서는 양이 풍부했기 때문에 행성이 형성될 때 그 행성 안에 분명히 존재했을 것이다. 초기 화성에 물이 풍부했다는 증거는 엄청나게 많다. 인공위성이 찍은 지형 사진을 보면 화성 표면에는 강, 시내, 호수, 삼각주, 내해가 있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무늬들을 발견할 수 있다. 우주선들은 점토 광물을 포함하는 암석 여러 세대가 화성 전체에 걸쳐 분포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점토 광물은 고여 있는 대량의 물이 침전시켰을 것이 확실한 물질이다. 화성 착륙선과 탐사차가 보내온 근접 촬영 사진을 보면 사층리(斜層理)로 된 성층암(成層巖), 물에 닳은 자갈과 조약돌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화성에 중요한 하류(河流) 작용이 있었다는 것은 반박하기 어렵다. 이 하류 작용은 수백, 수천만 년 동안 화성 표면에 물이 안정적으로 존재했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생명체가 생겨나기 위한 세 번째 핵심적인 필요 조건은 복잡한 분자들이 분해되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는 환경이다. 


온도가 적당해야 하며 방사선 양의 수준이 낮아야 한다. 화성 표면에 물이 충분히 흘렀다는 증거는 과거 어떤 시기에 물이 액체 상태로 오랫동안 존재할 수 있게 해주는 짙은 대기가 있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대기가 짙을수록 표면은 더 따뜻해지고 방사선으로부터 더 잘 보호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화성이 처음 생겼을 때는 생물체가 생길 수 있는 구성 요소를 모두 가지고 있었다. 그것은 화학반응을 쉽게 해주는 물, 살아 있는 유기체가 복제하고 성장할 수 있는 환경 등이다.


판이 움직이는 형태의 판구조론적 움직임이 없었다고 해도 식어가기는 하지만 행성의 내부에는 수백, 수천만 년 동안의 활화산 활동에 연료를 공급할 정도의 열기는 충분히 있었고 활화산 활동은 대기를 더 강화했을 것이다. 지구에는 암석균(endolith)으로 불리는 유기체들이 다량 존재한다. 암석균에는 암석의 틈이나 구멍에 살면서 외부 환경과 직접 접촉을 하는 틈새 암석균, 암석에 침투해 무기물 입자들 사이와 구멍들 안에서 서식하면서 외부의 영향으로부터 어느 정도 보호를 받는 은둔 암석균, 암석의 꽤 깊은 곳까지 뚫고 들어가 굴을 만드는 진 암석균 등이 있다. 


암석균은 한 종류의 유기체를 이루는 말이 아니다. 암석균이라는 용어는 이들의 서식지를 가리키는 말이다. 암석균은 생명체의 모든 영역에 존재하는 유기체다. 단세포 고세균이 될 수도 있고 다세포 진핵생물이 될 수도 있다. 암석균은 단일한 종일 수도 있다. 종들 사이의 공생 관계를 나타낼 수도 있다. 남극대륙에는 노출된 암석층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사암에 서식하는 거의 눈에 보이지 않는 은둔 암석균들이 엄청나게 많다. 이 미생물들은 몇 mm에 이르는 얇은 층 밑에서 암석의 바깥 표면과 평행을 이루며 서식하면서 추위와 바람을 피한다. 


암석과 광합성 작용을 통해 약물을 얻는다. 이 층들 중 하나는 시아노박테리아로 돼 있으며 곰팡이류로 돼 있는 층도 있다. 화성에 이런 군집이 존재한다고 상상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하지만 표면 및 암석층 조사를 해온 큐리오시티 탐사차는 아직까지 그런 예를 발견하지 못한 상태다. 동굴계에 사는 미생물은 생존을 위해 태양광이 필요한 직접적인 광합성이 아닌 화학합성을 한다. 화학합성은 무기 분자들 사이에 산화-환원반응으로 에너지를 얻는 과정을 말한다. 


영국 우주국 오로라 연구원인 루이자 프레스턴은 목성과 토성 등 거대 가스행성의 생명체 존재 가능성 여부를 살펴본다. 목성에서 생명체의 생존이 불가능에 가깝다면 토성도 마찬가지라고 확신할 수 있다. 크기가 더 큰 이웃인 목성처럼 토성도 거의 전부 수소와 헬륨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하부 구름층에 얼음이 미세하게 존재한다. 토성 또한 생명체가 살 수 있는 단단한 표면은 없다. 구름의 맨 윗부분 온도는 영하 150°C 정도이며 대기 중에서 아래로 내려올수록 온도가 올라가긴 하지만 압력도 같이 올라간다. 


애석하게도 온도는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할 수 있을 정도로 높지만 생명체가 살기엔 압력이 너무 높다. 대기 윗부분에는 최대 시속 1600km 정도의 바람도 분다. 유로파에는 생명체가 살 수 있는 해저 환경도 존재할 수 있다. 지구의 어둡고 춥고 압력이 높은 해저 환경에는 다양한 극한 생물 환경이 존재한다. 특히 대서양 중앙 해령의 로스트 시티, 태평양의 마리아나 해구처럼 심해 열수 분출구들이 분포하는 곳 근처에서 그렇다. 유로파의 심해 생물권을 물리적으로 탐사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불가능하다고 해도 지구에서 이런 비슷한 환경을 조사하는 것은 중요하다.


수학자 이언 스튜어트는 과학 소설에 나오는 외계인들을 살펴본다. 이언 스튜어트는 우리는 외계인을 만난 적이 있다고 말한다. 그 외계인은 바로 우리라는 것이다. 이는 인류의 기원이 지구 밖 우주와 연결되어 있다는 과학적 관점을 반영한다. 우리는 흔히 외계인을 인간과 비슷하게 생긴 지성체로 상상하지만 스튜어트는 생명체가 살 수 있는 환경이 극단적으로 다르면 그 환경에 맞게 진화한 생명체는 인간이 상상하는 모습과 완전히 다를 것이라 말한다. 극단적으로 다른 행성이란 고온, 고압의 가스 행성 같은 경우를 말한다. 


무기 화학 교수 앤드리어 셀라는 물이 액체 상태로 지구에 존재한다는 것은 생명체 출현의 핵심적인 요소가 돼 왔다고 말한다. 하지만 태양계에 있는 다른 행성들, 물이 아닌 다른 종류 물질로 된 대양을 가지는 것으로 알려진 타이탄 같은 위성들에서는 어떨까? 물이 아닌 다른 액체에서도 생명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을까? 아마 가능할지도 모른다. 액체 메테인, 액체 질소, 심지어는 암모니아로 이루어진 대양을 생각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대양에서 생명체 형태가 발생하는 데는 매우 심한 제약이 있을 수 있다. 우선 이런 액체를 구성하는 분자들은 물 분자보다 훨씬 들러붙는 성질이 약하다. 


물의 전하 편극성(들러붙는 성질)은 너무나 강해서 비슷한 크기와 복잡성을 가진 다른 분자들로 구성된 화학물질들보다 수십에서 수백 배 높은 온도에서 끓는다. 압력을 가하지 않는 한 질소 메테인은 영하 200°C 근처에서 끓고, 좀 더 들러붙는 성질이 강한 암모니아는 영하 40°C에서는 끓기 시작한다. 즉 이 분자들은 몹시 추울 때만 액체 상태를 유지한다는 뜻이다. 이런 극저온에서는 화학작용이 극도로 느릴 것이다. 실제로 실험실에서 액체 질소는 화학작용을 멈추게 하는 용도로 사용되곤 한다. 극도로 부서지기 쉬운 분자들도 이 정도 저온에서는 모양을 유지할 수 있다. 생명과학자들은 생명의 과정을 멈추는 목적으로 이 온도에서 생체 분자와 심지어는 세포 전체를 저장한다.


앤드리어 셀라는 이런 말을 한다. “우리 생태계가 수십억개의 생태계 중 하나인지, 우주 유일의 생태계인지 우리는 모른다. 하지만 우리에게 이 생태계는 우리가 이상적으로 적응한 완벽한 곳이다. 우리가 집이라고 부르는 가장 중요한 곳인 지구에 관심을 잃지 않도록 하자.” 


생화학자 닉 레인은 양성자 이야기를 한다. 양성자는 수소 원자의 핵에 있는 양전하를 띤 입자다. 호흡의 경우 양성자가 세포막 전체에서 능동적으로 퍼내진다. 세포에서 양성자들을 퍼내면 안팎의 양성자 농도차가 생기며 세포막 전체에 걸쳐 전하가 발생한다. 양성자는 양전하를 띠기 때문이다. 양성자들을 밖으로 퍼내면 바깥은 안쪽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양전하를 띤다. 우리 세포막에 고루 퍼져 있는 양전하는 여기서 오는 것이다. 양성자가 밖으로 퍼내지면 양성자는 다시 안으로 들어가 전하와 농도의 평형을 이루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우리는 1조의 100억 배에 이르는 상상도 하기 힘든 숫자의 양성자들을 초마다 미토콘드리아에서 퍼내 세포막을 통과시킨다. 지구상 모든 생명체는 동일한 전기력 즉 양성자 동력으로 힘을 얻는다. 양성자 동력은 끊임없이 언제나 모든 생명체에 작용해 생명의 불꽃을 다음 세대로 전해준다. 40억 년 전 지구에서 생명체가 시작된 이래 이 양성자의 흐름은 한 번도 멈춘 적이 없다. 그렇다면 이 모든 양성자를 퍼내 이 모든 생명체의 힘을 제공하는 에너지는 어디서 오는 것일까? 우리 같은 경우는 산소로 양분을 태운 과정인 호흡에서 온다. 


닉 레인은 열수구 이야기를 한다. 특정 유형의 열수구라는 환경이 처음 제기된 것은 1980년대 후반 마이클 러셀에 의해서다. 대양 깊은 곳에 이런 분출구가 있다는 사실은 당시에는 알려지지 않았다. 10년 정도 뒤인 2000년 새로운 분출구 지역이 대서양 중앙 해령 부근에서 발견되었고 이 지역은 러셀이 예측한 모든 판단 기준에 맞았다. 로스트 시티라고 이름 붙인 이 분출구 지역은 화산활동으로 형성된 것이 아니라 대양 지각과 바닷물에 있는 암석들 사이에서 일어난 화학반응의 결과였다.


이 반응은 수소 기체로 거품이 있는 주방 표백제 정도의 강 염기성 열수 유체를 만들어낸다. 독성이 있을 것 같지만 수소 기체는 진화 초기에 박테리아와 고세균 대부분이 생장을 위해 필요로 했던 물질이다. 더 흥미로운 것은 로스트 시티의 분출구들에는 무기물로 된 얇은 벽으로 연결된 아주 작은 구멍들로 구성된 거대한 미로들이 가득 있다는 점이다. 이 구멍들은 구조 면에서 세포처럼 생겼을 뿐만 아니라 연결 벽 전체에 걸쳐 전하도 분포한다. 


상대적으로 산성인(양성자가 많은) 해수와 열수 유체가 분출구 안에서 섞이면서 이 둘 사이의 양성자 농도 차이에 의해 자연적인 양성자 동력이 생긴 것이다. 염기성이라는 것은 전문적으로는 양성자가 적다는 의미다. 


지구는 특이한 행성이 아니다. 우리 은하수에 있는 암석형 행성 400억 개에서 우주의 기본 입자인 전자와 양성자의 끊임없는 흐름에 의해 수소가 땅 위에서 부글부글 끓고 이산화탄소와 반응하고 있다. 같은 힘이 거기서도 살아 있다. 따라서 우리는 생명체를 보면 알 수 있다. 외계인들도 전기 작용의 영향을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우주 생물학자 나탈리 카브롤은 우리가 속한 태양계를 하나의 실험실로 생각할 수 있다고 말한다. 우리가 실험에서 만들어낼 수 있는 그 어떤 것보다 더 복잡하고 다양한 환경을 수십억 년 동안 자연이 만들어내는 실험실이다. 생명체가 자신의 조직을 굳게 해 광물을 만들어내는 작용인 생광물화는 망원경을 통해 원격 연구가 곧 이루어지기는 힘들기 때문에 현장 기술이 필요하다. 


열수구는 극한 환경이었을 것이다. 극도의 압력을 견딜 수 있는 생명체, 우리가 현재 극한 생물로 부르는 생명체다. 그래야 극한 환경에서 살 수 있었을 것이다. 생명체의 가장 초기 형태가 이곳에서 살아남아 실제로 모든 지구 생명체의 기원이 됐다면 우리의 탐색에 좋은 징조가 될 것이다. 


행성과학자이자 우주 생물학자 새라 시거는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에 대해 이야기한다.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으로 우리는 몇몇 선택된 행성에서 생명체의 징후가 있는지를 찾는 최초의 기회를 가지게 된다. 우리의 목표는 작은 암석형 형성이며 이 행성들의 대기를 관찰해 대기의 나머지 부분과의 화학적 평형 상태를 크게 벗어나는 기체들을 찾아내는 것이다. 놀랍게도 가장 확실한 예는 지구 대기 부피의 20%를 차지하는 산소가 될 것이다. 하지만 식물이나 광합성을 하는 박테리아가 없다면 지구의 대기에는 산소가 거의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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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부신 심연 - 깊은 바다에 숨겨진 생물들, 지구, 인간에 관하여
헬렌 스케일스 지음, 조은영 옮김 / 시공사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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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렌 스케일스(Helen Scales) 박사는 심해를 탐사하고 연구하는 해양생물학자다. BBC 라디오 등에서 해양 관련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고 캠브리지 대학교에서 해양생물학 및 과학 글쓰기를 가르치고 있다. 스케일스는 펠리컨호라는 선박을 이용해 항해한 뒤 원격조종 무인잠수정(ROV)을 이용해 심해를 탐사했다. 스케일스는 지금은 명실상부한 심해 탐사의 황금기라 말한다. 그에 의하면 심해 연구는 지구상에서 생명에 대한 개념 자체를 바꾸고 가능한 것의 법칙을 다시 쓰고 있다.


헬렌 스케일스는 해저 채굴 산업이 망가지기 쉬운 심해 생태계를 쓸어버리고 언젠가는 지구의 가장 큰 생태 발자국을 보란 듯이 남길 것이라 우려 한다. 저자는 심해는 너무 특별하고 소중해서 함부로 손 대지 말아야 하는 장소라고 말한다. 책의 원제는 [The Brilliant Abyss]이고 번역본의 제목도 [찬란한 심연]이다. 책은 전체 4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탐험, 2부 의존, 3부 착취, 4부 보존이다.


바다의 평균 수심은 4000m 남짓이다. 수심 1000m 아래에서는 아예 빛이 들지 않는다. 저자는 지질에 대해서도 상세히 설명한다. 가령 지각판을, 지구의 가장 바깥쪽 단단한 지각층이 이루는 거대한 직소 퍼즐 조각이 그 아래의 점성이 있는 맨틀 위를 미끄러지듯 이동하는 것이라 설명(28 페이지)하는 것은 그 한 예이다. 2019년에 업데이트된 해저 지질도에 의하면 심해에는 과거에 추정한 것보다 30%나 많은 진흙이 깔려 있다. 이 퇴적물은 육지에서 강물에 씻기고 빙하에 뜯기고 바람에 쓸려 침식된 바위 부스러기, 해수면에서 쏟아져 내려 바다 밑바닥에 자리 잡은 미세한 플랑크톤의 사체가 뒤섞인 것이다.(29 페이지)


심해의 해저면, 심해 평원, 해산, 해저 협곡, 해구 그리고 그 위의 물로 이루어진 방대한 지역이 지구에서 가장 큰 단일 생활권을 구성한다. 지구 생물권의 95% 이상이 심해로 이루어졌다. 해산은 열점과 관계가 깊다. 심해의 생물 다양성은 우리에게 익숙한 얕은 바다는 물론이고 육상 생물과 견줄 정도로 풍부하다. 심해는 시끄러운 곳이다. 해군의 수중 음파탐사기와 해저에서 석유와 천연가스를 찾는 지진파탐사의 굉음이 들린다.(72 페이지) 해저 지도화를 위해 이용하는 ping 신호도 소음을 낸다.


심해에는 발광 동물이 많다. 넓은 바다에서 찍은 영상에 식별할 수 있는 동물만 35만 마리 이상이 나오는데 빛을 만드는 것과 만들지 않는 것의 두 집단으로 나뉜다.(110 페이지) 몸속에서 발광성 화학물질을 혼합하거나 아예 몸 안에 발광 세균이 살게 해서 빛을 내는 것은 광활하고 굶주린 심해의 중층수에서 살아남기 위해 진화한 중요한 기술이다. 심해의 어둠에 사는 물고기는 시력이 극도로 진화해 생물 발광을 감지할 수 있다. 다양한 빛의 파장에 적응한 수십 개의 광색소가 망막을 채운 덕분에 민감해진 눈으로 다른 동물의 희미한 섬광을 보는 것은 물론이고 색깔까지 구분할 수 있다.(113 페이지)


심해의 동물은 태양이 없는 암흑의 영역에서 살면서 빛을 만들뿐 아니라 심해보다 어두운 그림자로 숨는 법까지 마련하는 등 극도로 진화한 존재들이다. 열수구는 지구 전역에서 지각판 가장자리를 따라 연속해서 이어진 중앙 해령에서 형성된다. 해저 화산이 해구를 따라 호를 그리며 배열된 섭입대는 물론이고 지각판 한복판에 자리 잡은 해산의 사면과 정상부에서도 형성된다. 이 화산지대의 마그마 굄이 맨틀에서 해양 지각으로 밀어 올려지면 바닷물이 해저면의 균열을 통해 마그마 굄의 깊이에 따라 최대 4800m 아래까지 스며든다.


그 물이, 엄청나게 뜨거운 용융 암석에 도달하면 물은 과가열(過加熱)된 후 떠올라 지각 깊숙이 생긴 균열을 통해 위쪽으로 흐른다. 위로 올라오는 도중에 물은 주위 암석과 반응해 용해된 광물과 금속을 끌고 간다. 그 바람에 화학 조성이 크게 달라지면서 이 순환하는 바닷물은 열수 유체가 되고 위로 솟구쳐 올라 마침내 해저면에서 폭발적으로 분출한다. 일반적으로 열수구에서는 수백 도에 이르는 액체를 방출한다. 다만 심해의 엄청난 압력 때문에 물이 끓어올라 기체가 되지는 않는다.(119 페이지)


열수구에서 배출된 물이 차가운 바닷물과 충돌하면 녹아 있던 광물과 금속 일부가 석출(析出; precipitation)되어 고체화되고 시간이 지나면서 첨탑과 굴뚝을 생성한다. 빠르게는 하루에 30cm씩 쌓인다. 석출이란 액체에 녹아 있던 용질이 온도가 낮아지거나 용매가 증발함에 따라 더 이상 녹지 못하고 고체가 되어 결정 형태로 분리되어 나오는 것을 말한다. 견딜 수 없을 만큼 뜨겁고 강산성이고 유독한 화학물질이 나오고 수압이 극한으로 높은 열수구에 생명체가 번성하고 있다.


이들은 화학합성을 한다. 화학합성은 열수구에서 쏟아지는 메테인과 황화수소를 이용해 생존하는 각종 미생물이 수용하는 과정이다. 폼페이 벌레의 경우를 보자. 해저의 지옥불에 맞서는 폼페이 벌레의 저항력은 유전자에 새겨진 분자 변형에 그 단서가 숨어 있다. 폼페이 벌레는 열 충격 단백질을 생산한다. 이 단백질 덕분에 높은 열에도 세포가 기능을 유지하고 필수 분자가 열에 망가지지 않는다. 이 벌레는 가공할 압력에도 붕괴되지 않는 초강력 콜라겐 분자와 산소 수치가 아주 낮은 곳에서도 산소를 흡수하는 헤모글로빈을 만든다.


열수구에서 화학합성을 하는 생명체를 발견하면서 지구는 물론이고 지구 밖 생명체의 존재에 대한 사고 혁명이 일어났다. 생명체란 해가 비치는 온화한 표면 세계에 제한된 존재가 아니었고 이는 다른 행성에서 생명체가 진화했을 가능성의 기대감을 불러왔다. 열수구의 유독한 어둠 속에서도 생명체가 잘 살고 있다면 이 은하나 다른 은하 어딘가에서도 얼마든지 생명체가 있을 수 있는 것이 아닌가.(136 페이지)


현재로서 고도가 낮은 봉우리를 탐지하는 유일한 기술은 음파탐지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잠수함과 전함을 탐지하기 위해 처음 개발된 기술을 과학자들이 변형해서 해저 조사에 활용하기 시작했다. 해상에 자리 잡은 장비가 아래로 소리를 쏘아 보내고 그 음파가 단단한 표면에 부딪혀 돌아오는 소리를 탐지한 후 이를 3차원으로 해석해서 해저의 지형적 특징을 식별한다. 이처럼 솟아오른 땅덩어리가 언덕인지 산인지를 두고 논쟁이 벌어진다.


육지에서는 산의 높이를 규정하는 보편적 정의가 없다. 역사적으로 육지에서 산의 최소 높이는 300m-600m로 누군가에게는 높은 언덕이 누군가에게는 작은 산이 된다. 반면 물속에서는 1,000m가 해산의 최소 높이였다. 하지만 점차 많은 해산이 조사되고 연구되면서 높이를 제한하는 지질학적, 생태학적 정당성이 의미를 잃었다. 높이 100m 이상의 낮은 해산도 높은 산봉우리 못지않은 중요한 해저 생태계를 수용하고 있었다.(153 페이지)


해산은 끝내 지각판 가장자리로 끌려 들어갈 운명이다. 1년에 5cm라는 아주 느린 속도로 이동하는 무빙워크 위에 서 있는 것과 같다. 산은 무빙워크 끝에서 물러서는 대신 섭입대에서 깊은 해구로 질질 끌려 내려가 지구의 맨틀로 이동한다.(167 페이지) 바다의 광대한 부피와 쉼 없는 움직임, 그리고 열을 흡수하는 물의 뛰어난 성질 덕분에 지구와 태양의 균형 있는 상호작용이 유지된다. 대기의 온실가스 층이 대책 없이 두꺼워지는 지금 끝없이 내리쬐는 태양 복사선은 열을 받아줄 만한 물이 없다면 금세 지구를 견딜 수 없이 뜨겁게 만들 것이다.(184 페이지)


심해와, 심해가 주는 모든 것에 대한 감사는 약 45억년 전 생명이 기원한 순간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살아있는 세포가 심해, 구체적으로 열수구 안에서 맨 처음 나타났다는 것이 현재의 유력한 가설이다. 이는 영국의 지질학자 마이클 러셀(Muchael J. Russell)의 개념이다. 열수구를 생명이 기원한 장소로 보는 이론의 핵심 전제는 열수구 유체가 알칼리성을 띠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는 오늘날 모든 세포의 에너지 생성의 필수 조건인 양성자 기울기를 조정하는 데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는 닉 레인의 [바이탈 퀘스천]이라는 책을 통해 살펴보아야 할 부분이다.


심해는 세포가 처음 생성되고 나머지 지구의 생명을 접종한 뒤에 일어난 일에 대해서도 단서를 제공한다. 최초의 생명이 점화되고 20억 년 동안 세상에는 단세포 생물인 세균과 고세균 밖에 없었다. 생명의 진화에서 다음으로 중요한 단계인 복잡한 세포의 진화 즉 진핵 생물의 탄생 역시 아마 심해에서 이루어졌을 것이다.(198 페이지) 심해의 조건에 완벽하게 적응한 나머지 수면 밖에서는 살아남지 못하는 세균들도 있다는 사실도 놀랍다.


저자는 바다 생태계를 자원 창고로만 보아 어떻게 해서든 개발하고 추출해 돈을 벌려는 편협한 시야는 그 과정에서 잃는 다른 모든 것을 보지 못한다고 말한다.(233 페이지) 수십 년간 심해 저인망 어업은 남극을 제외한 모든 대륙의 대륙붕 가장자리까지 확장되어 실로 전 세계에 발자취를 남겼다. 유럽연합은 수심 800m 아래에서 저인망 어업을 금지하는 법을 통과시켰다. 그 법이 시행된 것은 2017년부터다. 만약 그 금지법이 성공적으로 유지되고 다른 곳에서도 비슷한 제한이 이루어진다면 상대적으로 미미한 경제 이익을 위해 살아 있는 지구를 난도질하는 산업이 저지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236, 237 페이지)


이 내용은 3부 착취의 주요 부분이다. 저인망은 바다 밑바닥까지 그물을 내려 배로 끌며 물고기를 싹쓸이하는 어업 방식이다. 저자는 많은 물고기들을 내버려두는 것을 미개발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마치 그 동물들의 유일한 목적이 인간에게 효용을 주는 일인 듯 생각하는 말이라고 설명한다.(247 페이지) 이제 심해는 인간의 일상에서 버려진 플라스틱을 비롯한 여러 쓰레기들이 모이는 곳이 되었다. 심해는 고의든 실수든 엄청난 양의 기름이 쏟아지는 곳이기도 하다.


저자는 바다에 무언가를 버린다는 것은 영원히 잊고 싶다는 표현이라고 말한다.(259 페이지) 심해를 쓰레기장으로 사용하는 것이 값싸고 손쉬운 방법일지는 모르나 결코 안전하다고 볼 수 없다. 비교적 최근에는 가축의 사체가 심해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세계적으로 저렴한 고기의 수요가 늘고 지역 도축장에 대한 문화적 요구조건이 까다로워지면서 매년 20억 마리 이상의 살아 있는 가축이 배에 실려 바다를 건넌다. 그러다가 사고가 발생한다.(260 페이지)


심해의 일부는 미처리 하수의 형태로 폐수를 과도하게 받아왔다. 더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지만 비교적 최근까지도 하수와 오니(汚泥)를 싣고 와서 앞바다에 버리는 폐기물 처리 시스템이 실제로 운영되었다. 바다는 화학무기의 처리장이기도 하다. 저자는 20세기 중반의 군수품이 핵폐기물과 함께 여전히 심해에 흩어져 있고 누구도 그 영향력의 규모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한다.(264 페이지)


지난 몇 십 년 동안 과학자와 소수의 민간기업으로 이루어진 연구팀이 수 톤이나 되는 철을 바다에 버렸다. 쓸모가 없어서 버렸다기보다는 이 세상에 너무 많이 있는 어떤 물질을 제거하기 위해서였다. 바다에 철을 쏟아 부으면 플랑크톤의 번식을 촉발해 생물펌프를 자극하고 더 많은 탄소를 심해로 끌어내려 수백, 수천 년 동안 대기에서 격리시킨다는 원리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이론에 불과하다.(266 페이지)


"나에게 선 박 한 척의 철을 달라. 그러면 빙하기를 선물하겠다"고 말한 사람도 있다. 저자는 인위적으로 심해에 탄소를 주입하는 것은 문제 해결이 아니라 그저 잠시 눈앞에서만 치우는 임시방편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규모가 훨씬 크고 위험하다는 차이만 있을 뿐 화학무기, 핵폐기물, 그 밖의 사람들이 처분하려는 다른 것들과 다를 바 없다고 말한다.(269 페이지) 심해에 탄소를 주입하면 해양 산성화가 가속화된다. 그러면 생물 종 다양성이 감소하고 생태계가 파괴된다.


저자는 생명은 심연의 단괴(團塊) 지대에서 풍부하며 심해 채굴이 종과 생태계를 파괴하지 않고 이루어질 수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한다.(290 페이지) 채굴 기계가 해저에서 천둥처럼 울부짖으며 일으키는 진흙 구름은 그것을 분산시킬 강한 해류가 흐르지 않는 심해저 물속에서 한참을 머무를 것이다. 산호나 해면처럼 도망가지 못하는 섬세한 동물들은 그 구름에 붙잡힌 채 숨이 막히고 질식해 죽을 것이다.(291, 292 페이지)


열수구 채굴은 근본적으로 지구에서 생명의 기원에 대한 관점을 바꾼 생태계까지 파괴할 위험이 있다.(299 페이지) 수많은 심해 전문가는 해저 채굴이 기후 위기를 악화할 것이라고 조언한다. 채굴 활동으로 인해 수백만 년 동안 진화하며 탄소 순환에 필수적인 요소가 된 미생물 군집이 교란되면 심연의 탄소를 저장하는 일에 지장이 생길 수 있다. 열수구 채굴이 해저에서 메테인을 제거하는 화학합성 미생물을 어떤 식으로 건드릴지 알 수 없다. 메테인이 대기에 방출되면 이산화탄소보다 25배는 더 강력한 온실가스가 된다.


채굴로 파헤쳐진 열수구가 얼마나 많은 메테인을 내뱉을지 역시 아직 답을 알 수 없다. 새로운 사실은 화석연료를 포기하고 온실가스 배출을 막으려면 엄청난 양의 금속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풍력발전용 터빈, 태양전지판, 전기자동차와 트럭용 배터리가 모두 금속 원소의 혼합으로 만들어지며 경우에 따라 필요한 양이 다르다. 이렇게 화석연료의 필요는 금속의 필요로 대체되겠지만 딥 그린 메탈스와 기타 채굴 기업의 주장대로 그 금속이 반드시 심해저에서 와야 하는지는 따져볼 문제다.(315 페이지)


현재 사용되는 충전식 배터리는 대부분 코발트를 대량으로 사용한다. 전기자동차 한 대에 사용되는 배터리 전극에 약 9kg의 코발트가 들어간다. 이 말 많은 금속이 심해에 존재한다.(320 페이지) 저자는 자동차 배터리, 풍력 터빈, 그 밖에 당장 세계가 필요로 하는 만큼만 캐내고 멈추겠다는 사람들의 주장에 대해 얼핏 훌륭한 발상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이제 충분하니 그만 하라는 말을 누가 할 것인가?라고 묻는다. 광산이 본격적으로 가동하고 돈이 들어오고 주주들이 이익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회사가 생산을 멈추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할까?라고 묻는다.


심해는 마지막 변경 지대이자 최후의 미개척지다. 저자는 자원이 바닥나면 새로운 미개척지를 찾아가서 씨가 마를 때까지 가져다 쓰는 것이 문제의 본질이라고 말한다.(330 페이지) 어떻게 심해를 효과적으로 보존할 수 있을까? 이런 야심에 가장 가까운 선례가 남극 조약이다. 남극 조약은 평화와 과학을 위해 남극대륙의 동토를 자연보호지역으로 선언한 국제 협약이다. 심해처럼 남극에도 토착 인구는 없으며 많은 나라가 원유와 가스, 광물을 포함해 매장된 자원에 눈독을 내리고 있다.


하지만 냉전 충돌 중에도 최소 12개의 나라는 영토 주장을 포기하고 모든 군사 활동과 채굴을 금지한다는 조약에 합의할 수 있었다. 저자는 심해는 단호하고 무조건적인 보호가 필요하며 심해 어업과 채굴에 관여한 국가에서 시작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만약 독자가 그런 나라에 살고 있다면 심해 추출 사업에서 손을 떼도록 정부를 압박할 수 있다고 말한다.(333 페이지) 심해에서 우리가 꿈꿀 수 있는 것들은 절대 바닥나지 않을 것이다.


언제까지나 보이지 않고 발 들이지 못할 장소, 끝내 놓쳐버릴 찰나의 순간 누구도 짐작할 수 없고 인간의 시야에서 한사코 벗어난 민첩한 생물까지 정녕 저것들을 지키고 싶다면 온 힘을 기울여 지금 할 수 있는 것들을 해야만 한다.(340, 341 페이지) 이것이 [찬란한 심연]의 마지막 문장이자 결론이다. 제목 그대로 심해는 정말 찬란한 곳이다. 상상을 뛰어넘는 경이롭고 신비한 곳이다.


모든 것을 받아주는 바다, 생태균형자인 바다를 우리가 그간 너무 파헤치고 이용하고 쓰레기장처럼 취급해왔다. 우리가 보내는 시간에도 차원이 있다. 어떤 전문가는 시간을, 빠르게 변하는 파도의 시간, 파도의 시간에 비해 느린 해류의 시간, 장기지속의 해구의 시간으로 구분했다. 지질학적 시간처럼 아주 아주 느리게 움직이는 조용한 해구의 시간이란 말을 들으며 해구는 평온하고 조용한 곳이라고만 생각했었다. 상황은 너무나 다르다. 저자의 문제의식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바다에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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