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에 남은 지문 - 과거로부터 온 미래 기후의 증거
데이비드 아처 지음, 좌용주 외 옮김 / 성림원북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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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물리학자 데이비드 아처의 [얼음에 남은 지문]1. 이산화탄소 배출은 국제적으로 경제적, 군사적 패권과 밀접하다. 2. 화석연료 사용에 따른 비용과 이익은 공정하게 공유되지 않는다. 3. 지구 온난화의 영향을 받는 사람은 대부분 미래의 사람들이다 외에 4. 미래 기후는 결국 석탄 처리에 달려 있다는 말을 하는 책이다. 저자는 상세하게 설명하기보다 자신의 페이스를 유지한다. [얼음에 남은 지문]의 원제는 The Long Thaw. 장기간의 해빙(解氷)을 의미하는 말이다. 번역본 제목을 보면 [얼음에 남은 지문]은 빙하에 관한 책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해빙과 그로 인한 기후 위기를 다룬 책이다.

 

원서가 나온 해는 2009년이고 번역서가 나온 해는 2022년이다. 저자는 서문에서 아직 기회는 있다고 말한다. 100만 년 넘게 지구 기후는 이산화탄소를 들이마시고 내뿜는 땅에 의해 결정되었다. 즉 에오세의 온실 기후와 현재의 서늘한 기후의 차이는 대륙 분포, 거대한 습곡 산맥의 형성, 식물 진화 등 탄소의 배출과 흡수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에서 비롯된다. 화산은 매년 인간보다 훨씬 적은 양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따라서 가까운 미래는 인간이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저자가 예로 드는 지역은 북극이다. 북극은 열대 지역보다 기온이 크게 상승하고 있다. 얼음이 녹으면서 드러난 맨땅이 얼음보다 햇빛을 더 많이 흡수하기 때문이다. 남극에서는 불가사의하게도 이런 현상을 확인할 수 없다. 이는 오존 구멍과 관련 있는지도 모르겠다. 저자는 두 개의 알베도 피드백을 이야기한다.(알베도는 가시광선에 대한 행성의 반사율을 의미한다.) 얼음 알베도 피드백과 수증기 피드백이다. 얼음 알베도 피드백과 마찬가지로 수증기 피드백도 지구온난화를 증폭한다. 고위도에서만 적용되는 얼음 알베도 피드백과 달리 수증기 피드백은 지구 전체에 일정하게 영향을 끼친다. 수증기 피드백은 이산화탄소 증가만 고려했을 때보다 온도를 약 두 배 높인다. 얼음 알베도 피드백은 얼음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서든 일어나지만 눈과 얼음의 면적이 가장 넓은 고위도에서 그 효과가 훨씬 더 지배적으로 나타난다고 할 수 있다.

 

북극의 경우 얼음 피드백은 흰색 얼음이 태양 빛을 반사하는 대신 어두운 바다가 열을 흡수하여 온난화를 가속하는 알베도 효과가 빚어지고 있다. 세계기상기구, 유네스코 등이 킬리만자로의 눈이 2040년에 사라질 것으로 전망했다. 2040년이란 숫자에 눈길이 가는 것은 북극도 2040년 여름이 얼음이 없는 계절이 될 것으로 전망하는 연구자가 있기 때문이다. 그는 미국 국립대기연구센터(NCAR)의 마리카 홀랜드(Marika Holland). 지구 표면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북극해는 그린란드 빙산과 북대서양 심층수의 생성 지역에 인접해 있다.

 

해빙은 지구상에서 햇빛을 가장 잘 반사한다. 바다는 가장 적게 반사한다. 휜색을 띠는 눈 덮인 해빙은 가시광선과 태양 복사 에너지를 우주로 반사하는 거울 역할을 한다. 바다는 어둡게 보여 태양 에너지를 흡수하는 스펀지와 같다. 바다 표면은 파란색 계열의 빛만 산란되어 파랗게 보이지만 수심이 깊어지면 파란빛마저 물에 흡수되어 반사되는 빛이 줄어들기 때문에 바닥은 짙은 파란색을 지나 결국 어둡게(검게) 보이게 된다.

 

24시간 동안 평균을 내면 밤에도 태양이 지지 않는 북극의 여름철 햇빛이 지구에서 가장 강하다. 녹아내리는 북극 해빙은 지구온난화가 분수령으로 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가장 확실한 사례다. 해수면은 점점 상승하고 있다. 오늘날 해수면 상승 요인의 3분의 2는 데워진 해양의 열적 팽창이다. 나머지 요인은 녹아내리는 빙하다. 저자는 히말라야의 빙하를 이야기한다. 저자에 의하면 히말라야의 빙하 녹은 물은 갠지스강, 인더스강, 브라마푸트라강, 살원강, 메콩강, 양쯔강, 황하 주변에 사는 수십억 명의 사람에게 담수를 공급해준다. 겨우내 산지에 쌓인 눈은 봄 여름에 물을 흘려보내고 농사에 요긴하게 쓰인다. 페루의 안데스 산맥, 미국 북서부의 태평양 산지에서도 빙하는 여름에 물을 공급한다. 빙하가 줄어들면 이 지역의 물 공급 또한 심각하게 감소할 것이다.

 

빙하를 시추하여 얻은 빙하 코어에는 수십만 전의 얼음에 녹아 들어갔거나 공기방울에 갇힌 과거 대기의 실제 시료들이 포함되어 있다. 이 시료들로부터 과거의 이산화탄소, 메테인, 다른 온실 기체의 농도를 구할 수 있다. 빙하(glacier)는 눈이 굳어 자체 무게로 움직이는 얼음 덩어리다. 빙상(ice sheet)은 극지방을 덮고 있는 50,000 km² 이상의 광활한 빙하 덩어리로 대륙 빙하라고도 불린다. 빙산(iceberg)은 빙하에서 떨어져 나온 부유 얼음이다. 해빙(sea ice)은 바닷물이 언 것을 말한다. 빙퇴석(moraine)은 움직이는 빙하가 골짜기를 깎아내며 운반해 온 암석, 자갈, 토사 등이 빙하가 녹으면서 가장자리나 말단에 쌓여 만들어진 지형을 의미한다.

 

빙하가 자체 무게로 움직인다는 의미는 표면이 조금 녹아 미끄러지는 현상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핵심은 거대한 얼음 덩어리가 엄청난 압력으로 인해 고체 상태에서도 끈적한 액체처럼 낮은 곳으로 서서히 흐르거나 밑바닥이 녹아 미끄러진다는 의미다. 대륙지각은 녹은 쇳물이 담긴 도가니의 맨 위에 둥둥 떠 있는 불순물 즉 슬래그와 유사하다. 해양 지각은 대륙 지각과 달리 화학적으로 맨틀과 좀 더 유사하며 판이 수렴하고 충돌하는 곳에서 지구 내부로 들어간다. 해양지각과 맨틀은 철, 마그네슘 등이 많은 고철질 또는 초고철질이다. 해양 지각의 평균 수명은 약 15천만 년에 불과하다. 반면 대륙지각은 지구 내부로 들어가지 않는 대신 침식된다. 즉 풍화되거나 갈려 으깨진다.

 

두 지각은 모두 물에 떠 있는 빙산처럼 맨틀이라는 유체에 떠 있다. 해양지각은 대륙지각보다 얇고 밀도가 크기 때문에 대륙지각보다 낮게 떠 있다. 바닷물은 바다 깊이 채워져 있어서 해양지각 또한 물로 덮여 있다. 빙상이 녹으면 그 아래의 지표면은 발자국에 눌렸다가 튀어나오는 잔디처럼 올라온다. 지각이 떠오르거나 가라앉는 데는 수만 년이 걸리므로 이전에 로렌타이드 빙상 아래에 있었던 캐나다의 허드슨만 지역은 얼음이 녹은 지 1만년이 지난 지금도 계속 상승하고 있다.(101 페이지)

 

해수면 변화의 요인은 셋이다. 1) 빙상에서 바다로 유입되는 물, 2) 해수의 열팽창, 3) 천천히 변화하는 판의 고도 등이다. 탄소 동위원소 및 산소 동위원소의 급증은 심해에 극적인 온난화가 있었음을 증거한다.(103, 104 페이지) 무거운 산소는 증발하는 데 있어서 가벼운 산소보다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해 적게 증발하지만 기온이 올라가면 수온도 올라가고 물 분자들이 더 빠르게 움직여 표면장력을 뚫고 증발할 수 있는 충분한 에너지를 얻어 무거운 산소도 많이 증발하는 것이다.

 

빙하 코어, 퇴적물, 화석 등에서 가벼운 산소와 무거운 산소의 비율을 알 수 있다. 많은 사람이 가장 궁금해 히는 것은 인간이 유발한 기후 변화에 대한 예측을 기후의 자연적 변동 및 주기와 어떻게 비교할 수 있느냐다. 현재의 온난화 현상은 거의 모든 곳에서 한꺼번에 일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현상이다.(108 페이지) 새로운 기후의 문제는 예측할 수 없다는 점에 있다. 미래는 수백만 년 동안 존재하지 않았던 온실 기후로 인해 따뜻해지면서 과거와는 달라질 것이다. 급속한 온난화에 대한 가장 가까운 사례는 5500만 년 전의 팔레오세-에오세 최대 온난기이지만 너무 동떨어져 있어서 자세히 알 수는 없다. 이 때문에 미래를 예측하고 준비하기가 매우 어렵다.

 

지구의 탄소 중 생물계 순환에 참여하는 유기 탄소는 극히 일부분이다. 이 유기 탄소로 지구 표면을 칠한다면 불과 몇 mm 두께에 지나지 않는다. 얇고 끈적해 보이는 이 층은 지구에서의 화학 반응을 수천 배 가속할 수 있다. 생명체는 탄소라는 원소의 화학적 성질에 기초한다. 지구의 어떤 원소도 그 복잡성에 있어서 탄소를 따라올 수 없다. 주기율표에서 탄소와 가장 가까운 규소 역시 복잡한 화학적 성질을 가진 원소다. 규소의 화학적 성질은 판구조 운동의 단계와 해양지각, 대륙지각의 특성을 공유한다. 풍화작용의 산물인 토양은 규소의 화학적 성질에 따라 형성된 결과다. 규소는 지구 내부를 제어하지만 탄소는 표면을 차지하고 있다.

 

탄소 순환은 해양과 지구의 고체 부분으로 확장된다. 퇴적암은 해수면이 높은 시기에 퇴적되었거나 느린 판구조 운동으로 해양지각에서 대륙지각 쪽으로 부가되어 올라간 것들이다.(118 페이지) 궁극적으로 이산화탄소가 얼마나 많이 배출되는가가 중요하다. 이산화탄소가 많아져 해양이 더욱 산성화되면 이산화탄소 저장 능력이 줄어든다.(129 페이지) 인류는 이산화탄소로 바다를 산성화한다. 이에 대응하여 염기(鹽基)인 탄산칼슘은 바다와 육지에서 융해되어 수소이온지수 균형을 회복시킨다. 이 과정은 수천 년이 걸린다.

 

산성은 바닷물이나 빗물과 같은 물을 기본으로 하는 혼합물의 특성이다. 산성 용액에는 높은 농도의 수소 이온이 들어 있다. 수소 이온은 금속, 암석, 생물학적 탄소 화합물을 비롯한 여러 종류의 화학 결합과 빠르고 거칠게 반응한다. 물 분자에서 수소 이온이 빠져나가면 수산화이온이라는 잔여물이 남는다. 메테인은 분자 단위에서는 이산화탄소보다 30배나 더 강력한 온실 기체다. 일단 대기로 방출된 메테인은 약 10년 안에 또 다른 온실 기체인 이산화탄소로 분해된다. 이때 분해되어 나온 이산화탄소는 화석연료의 이산화탄소와 마찬가지로 대기 중에 축적된다. 겉보기에 메테인 하이드레이트 침전물은 상당히 불안정한 상태다.

 

메테인 하이드레이트는 온도가 너무 높으면 녹고, 물이 얼음 상태를 유지할 만큼 온도가 낮더라도 대기압에서 방출된다. 해양 퇴적물의 하이드레이트는 진흙 속에 묻히지만 않았다면 녹아서 바다 표면으로 떠오를 것이다. 해수면 상승은 부분적으로 해수의 열팽창으로 발생한다. 해수면 변화의 주요인은 육지 빙하의 해빙(解氷)이다. 버지니아 대학교의 고기후 학자인 윌리엄 러더먼은 [인류는 어떻게 기후에 영향을 미치게 되었는가]라는 흥미로운 책에서 수천 년 전부터 농지 개간이라는 인간의 활동이 대기 중 이산화탄소와 메테인 농도를 바꾸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만약 이산화탄소 농도가 인간 활동의 영향 없이 자연적으로만 변화했다면 다음 빙하기가 이미 시작되었을 것이라고 말한다.(174, 175 페이지)

 

산업 문명은 이미 지난 몇백 년 동안 에너지원을 18세기의 나무에서 19세기의 석탄으로, 20세기의 석유와 가스로 여러 차례 바꿨다. 장기적으로는 다시 바꾸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만약 인류 문명이 화석연료가 이미 고갈된 세계에 뿌리 내렸더라면 어땠을까? 그런 상황이라면 인류는 쓸 만한 대체 에너지원을 개발했을 것이다. 이산화탄소 배출은 국제적으로 경제적, 군사적 패권과 밀접하다. 1990년 온실가스 배출량의 6% 감축을 의무화한 교토의정서가 채택되었으나 미국과 호주 정부는 막대한 예산이 든다는 이유로 거부했다. 궁극적으로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안정화하려면 훨씬 더 크게 감축해야 한다.

 

지구 온난화를 피하는 간단한 개념은 석유와 가스는 계속 태우지만 석탄 연소는 멈추는 것이다. 석탄 연소는 현재 탄소 배출량의 3분의 1을 차지하며 석유와 천연가스가 각각 3분의 1이다. 장기적으로 볼 때 사용 가능한 석탄의 양은 석유와 가스의 10배가 넘는다. 궁극적으로 지구 기후의 미래는 석탄에 대해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에 달려 있다.(184 페이지) 흥미로운 점은 북한의 경우다. 그들은 석탄을 석유화하는 기술(coal liquefaction)을 보유하고 있다. 지구에는 석탄이 너무 많다. 미래 기후는 결국 석탄 처리에 달려 있다. 석탄을 통해 전기를 생산하는 새로운 기술이 있다. 석탄가스화 복합 발전이라고 불리는 이 기술은 석탄을 고온고압에서 가스화하여 전기를 생산하는 친환경 발전 기술이지만 석탄 화력발전보다는 비용이 많이 들어서 아직 산업 표준으로 자리 잡지 못했다. 규제 상태에 놓인 에너지 시장에서 전력 공급 회사들이 가장 저렴한 방식 외에 다른 방식을 택하기는 쉽지 않다.

 

석탄가스화 복합 발전(IGCC; integrated gasification combined cycle)의 장점은 이산화탄소를 거의 순수한 형태로 생산한다는 것이다. 반면 전형적인 석탄 화력발전소 배출물의 약 10%는 이산화탄소로 공기 중 질소에 의해 희석된다. 배출된 이산화탄소는 탄소 포집 및 격리(CCS; carbon capture and sequestration)라고 불리는 방법으로 포집되어 땅속으로 다시 주입될 수 있다. 이 방법이 공정의 일부로 포함되면 석탄 연소 후 배출물에서 질소와 이산화탄소를 분리하는 것보다 석탄가스화 복합 발전을 통해 석탄에서 에너지를 추출하는 것이 전반적으로 더 저렴할 것이다. 석탄가스와 복합 발전은 수은과 유황 배출 역시 제거한다.

 

화석연료 사용에 따른 비용과 이익은 공정하게 공유되지 않는다. 오늘날 화석연료 경제의 혜택은 대부분 온대 지역에 있는 산업화된 선진국에 돌아가고 있다. 기후변화의 비용은 열대 지역에서 치르게 될 것이다. 어떤 자연재해가 발생했을 때 응급 서비스가 잘 갖춰진 선진국보다 개발도상국에서 더 많은 희생자가 나온다. 저위도 지역의 국가들은 자급자족하는 농민의 비율이 높은 편으로 날씨 변화에 매우 취약하다. 선진국에서는 에너지 집약적 농업법으로 말미암아 소비량보다 더 많은 식량을 생산하고 있다. 선진국에서는 식량 생산은 세계화가 이루어져 지역적인 농업 환경으로부터 탈피하고 있다. 지구 온난화의 영향을 받는 사람은 대부분 미래의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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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완전한 지도 - 지구의 71%, 해저 지도를 향한 도전
로라 트레더웨이 지음, 박희원 옮김 / 눌와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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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해양 분야 전문 기자 로라 트레더웨이의 [지구의 완전한 지도]는 해저(海底) 지도(sea bed map) 작성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현황과 미래 전망 등이 흥미진진하고 유의미하게 짜인 책이다. “우리는 바다 밑바닥보다 달 표면을 더 많이 안다는 말이 인용된 이 책에서 저자는 바다를 우주에 빗대는 것은 강력하고 진실되게 느껴지지만 바다를 지도화하는 문제에서 해저를 달과 비교하는 것은 사실 당면한 과제를 과소평가하는 것이 된다고 말한다.(43 페이지) 저자에 의하면 전 세계 해저의 대부분은 어둠에 덮여 있다. 이렇듯 해저는 세계의 마지막 거대수수께끼다.

 

본문에 나오는 five deeps란 말은 태평양, 대서양, 인도양, 북극해, 남극해 등의 5대양을 말한다. 해저는 수중화산이 폭발하고 온천이 부글거리며 지각판이 갈라지거나 찢어지고 지각이 흔들리며 지진이 일어나는 등 지질 활동이 육지보다 더 활발한 곳이다. 그 한 예로 들 수 있는 것이 그린란드와 아이슬란드 사이의 해저에 있는 폭포다. 이 폭포는 세계에서 가장 웅대한 폭포로 알려진 약 979m 높이의 베네주엘라의 앙헬 폭포보다 더 크고 장대하다. 이 폭포에서 북유럽 바다의 차갑고 밀도 높은 해수가 비교적 가볍고 따뜻한 이르밍거해의 바닷물과 충돌하여 약 3,500m 아래 해저로 낙하한다.

 

해저의 모든 것은 우리가 알고 있는 상대적으로 조용한 육지의 지형과 비교하면 더 크고 대단하며 극단적이다.(33 페이지) 해구(海溝; trench)는 바다 밑에서 좁고 긴 형태로 움푹 들어간 급사면의 골짜기 지형 즉 바다에서 가장 깊은 곳을 말한다. 해구는 해저에 있는 기다란 균열로 가장자리에 급경사가 있고 바닥은 대체로 평평하다.(75 페이지) 태평양의 마리아나 해구, 대서양의 푸에르토리코 해구, 인도양의 자바 해구, 북극해의 몰로이 해연(海淵; deep), 남극해의 사우스샌드위치 해구 등이 그것이다. 해구가 긴 골짜기 형태의 지형이라면 해연은 해구 내에서도 가장 깊게 팬 특정 지점을 뜻한다. 한편 바닷속 염수호(鹽水湖)는 브라인 풀(brine pool)이라 한다. saline이 식염수 또는 염수를 의미한다면 brine은 고염수(진한 소금물)를 의미한다.

 

저자는 해저 지도화의 문제를 논하기도 한다. 지도는 중립적인 도구가 아니며, 언제나 어떤 형태의 착취를 예고한다.(13 페이지) 해저 지도화는 작업 성격상 이미 시끄러운 바다에 소리를 늘리는 일이 된다. 인간이 만든 소음은 각양각색의 해양 동물에게 다양한 악영향을 미친다. 고래들의 경우 먹이 활동과 음파 탐지를 중단하고 음원을 피해 비정상적으로 급한 각도로 헤엄쳐간다. 이 과정에서 질환을 앓는다. 잠수병이라고도 하는 감압병이 그것이다. 스쿠버 다이버가 수면으로 너무 급하게 올라오다가 혈액 내에 유독한 질소 기포가 생겨 겪는 병과 유사하다.

 

1960년대에 중주파 해군 소나(SONAR; SOund Navigation And Ranging)가 도입된 이후 해군 훈련장소나 해군기지 및 군함 근처에서 부리고래 집단자살이 수십 건 발생했다.(60 페이지) 소나는 수중에서 음파를 발사하거나 수신하여 반사되는 소리를 통해 물체의 방향, 거리, 종류를 탐지하는 수중 음향 탐지 장비를 말한다. 무광층(無光層)은 수심 1000~3000미터까지의 햇빛이 없는 곳을 말한다. 먹이는 희박하고 수압은 높으며 수온은 차갑지만 섭씨 약 4도로 안정적이다. 초심해대(超深海帶)를 의미하는 하달존(hadal zone)은 지하세계인 저승을 다스리는 그리스신 하데스의 이름을 따 지은 이름이다. 전 세계 해저에서 하달존에 속하는 곳은 3%도 안 된다. 지질학적으로 하달존은 해저가 죽음에 이르는 곳이다.

 

일부 중요한 예외를 제외하면 해구는 지진 활동이 활발한 섭입대에 위치한다. 여기서 오래된 무거운 해양 지각이 지구의 맨틀로 가라앉아 재순환된다. 해구는 쓰나미를 유발할 수 있는 지진으로 흔들리면서 죽음과 파괴도 불러온다. 푸에르토리코 해구에서는 북아메리카 판이 카리브 판과 맞닿아 위아래로 아주 느리게 미끄러지고 있다. 두 판 사이의 섭입대는 해저에 칼날 조각처럼 생긴 깊은 해구를 만든다. 해구들이 태평양을 둘러싸고 있어 아메리카 서부 해안과 아시아 동부 해안을 따라 이어지는 불의 고리에서는 지진이 비일비재하다.(81 페이지)

 

해저 지도화 사업 함대인 노틸러스호에는 다양한 종류의 소나가 있고 각 소나는 특유의 방식으로 해저를 듣는다’. 함교(艦橋)에 있는 단원들은 해저면 아래로 직선의 핑(ping) 신호 하나를 보내 돌아오게 하는 단일 빔 소나를 작동한다.(56 페이지) GEBCO란 말이 있다. General Bathymetric Chart of the Oceans의 약자로 세계 대양 수심도(일반 수심도)를 의미하는 말이다. 이는 전 세계 해저 지형의 수심 데이터를 제공하는 국제적인 프로젝트다. bathymetric은 측심학(測深學)을 의미한다.

 

본문에 과학적 목적과 군사적 목적이 겹치는 사례가 나온다.(67, 68 페이지) 해저 측량은 30년간 이어진 세계대전기에 미군의 아낌없는 지원 덕분에 부흥기를 맞았다(107 페이지)는 말은 그런 예에 속한다. 저자는 과학은 정치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말한다. 그 옛날 영국 챌린저호가 원정에 나선 1870년대부터 우주 경쟁이 펼쳐진 냉전기에 이르기까지 과학은 오래도록 국제사회에 한 나라의 위세와 군사적 우위를 과시하는 도구였다.(185 페이지)

 

미국의 지질학자이자 지도 제작자인 마리 타프(Marie Tharp; 1920-2006)1953년 북대서양에 거대한 해저산맥과 깊은 열곡(裂谷)이 있음을 발견했다. 그의 발견은 그때까지 비주류였던 대륙이동설과 판구조론의 기반이 되었다. 캐나다의 지구 물리학자 투조 윌슨은 지각판이 모두 똑같이 움직이지 않는 이유를 설명했다. 판은 미끄러져 내려가거나 올라가거나 엇갈리거나 멀어진다. 육지에 있는 우리는 지각판의 드문 접점에서 이 운동을 극히 일부만 경험한다.(125 페이지)

 

저자는 지도는 사회에서 권위를 누리고 또 거짓된 매력을 뽐낸다고 말한다. 지도는 어떤 장소를 실제보다 더 잘 안다고 생각하도록 우리를 속인다는 것이다. 멀리 떨어진 곳이라면 더욱 그렇다. 해령(海嶺)과 열곡(裂谷)을 구별할 필요가 있다. 둘 다 발산형 판 경계에서 지각이 서로 멀어지며 형성되는 지형이지만 주요 위치, 지형적 특징, 형성 단계에서 차이가 있다. 해령은 바다(해양 지각) 아래에 위치하고 열곡은 주로 대륙(대륙 지각) 위에 위치한다. 해령은 바다 중앙에 솟아오른 거대한 산맥(해저 산맥)인 반면 열곡은 지각이 찢어져 내려앉은 길쭉한 계곡(오목한 지형)이다. 해령 정상부에도 작은 규모의 열곡이 존재할 수 있으나 보통 열곡이라 하면 아프리카 열곡처럼 대륙이 찢어지는 초기 단계를 의미한다.

 

해안선과 바다 측량이 예전처럼 은밀한 작업이 아닌 지금도 바다의 깊이는 수수께끼에 둘러싸여 있다. 해저의 4분의 1 정도만 정확히 지도화된 세상이니 지도화되지 않은 지형을 다른 나라보다 더 많이 알면 여전히 군사적으로 유리하다. 오늘날 많은 국가에서는 한 나라의 영해 안을 측량하는 것을 그 나라의 영유권을 침해하는 행위로 보는 사고가 지배적이다. 이것이 해양지도화의 핵심 난관이다.(158, 159 페이지)

 

저자는 탐험가가 자신의 발견 대상에 이름을 붙이고 그 과정에서 토착민이 이미 사용하던 이름을 대체하는 일의 문제성에 대해 언급한다.(173 페이지) 본문에 해저지명 소위원회(SCUFN; Sub Committee on Undersea Feature Names)란 조직이 나온다. 해저 지형의 이름을 승인하는 위원회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의 지구물리학자 한병철씨가 위원장으로 선출되었다.(185 페이지)

 

오대양 중 가장 작고 얕은 바다는 북극해다. 북극은 지구에서 온난화가 유독 급속도로 진행되는 곳이다. 기온이 지구 평균보다 3~4배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2040년이면 북극은 얼음이 거의 없는 여름을 맞이할 것으로 전망된다.(199 페이지) 사실상 소멸(100km² 미만)할 것이라는 의미다. 북극해의 온난화가 유독 급속히 진행되는 얼음이 급속도로 녹는 것과 관련이 있다. 얼음이 녹으면 태양 빛을 반사하는 알베도 효과가 감소한다.

 

전 세계의 해저는 70% 이상이 아직 지도화되지 않았다. 본문에는 균형을 의미하는 isostatic이란 단어와 관련한 의미 있는 지식이 나온다. 빙하가 녹으면 그 쿠게에 눌려 있던 지각이 반등하는 등압반등(等壓反騰)이 한 예다. 바다가 지질 활동의 대부분을 감추고 있기에 우리는 대개 지구를 형성하는 데 있어 해저의 역할을 간과한다. 화산 분화는 80% 이상이 해저에서 일어나지만 쓰나미가 유발되거나 새로운 섬이 형성되지 않는 한 우리가 그 소식을 들을 일은 거의 없다. 후빙기 반등을 비롯해 미묘한 조정은 감지하기가 한층 더 어렵다.(208 페이지)

 

극지의 빙판이 녹고 북극해의 항해가 점차 가능해지면서 북방 국가들은 북극점이라는 새로운 목표를 향해 시야를 좁혀가고 있다.(218 페이지) 유엔의 보수적인 추산에 따르면 난파선 300만 척이 발견되지 않은 채 해저에 남아 있다.(254 페이지) 저자는 지구상 어느 곳보다도 탐사의 지도화가 이루어지지 않은 심해에서 우리가 무엇을 파괴할지 우리는 알지 못한다고 말한다.(284 페이지)

 

심해 채굴(deep sea mining)로 얻고자 하는 것은 코발트, 니켈, 희토류 등이다. 전 세계의 열수분출공은 600곳 정도에 이른다. 이들은 풍요롭고 자족적인 생태계다. 심해 채굴은 큰 손실로 귀결될 것이라는 이유로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다와 우주는 탐사의 두 이념적 종착점인 만큼 자연스레 목표와 기술을 일부 공유한다. 심해의 잠수정은 차가운 온도와 높은 압력, 염수로 인한 부식을 견디도록 설계되었다. 일단 여정에 나서면 정해진 작업을 반복하느라 주의해야 할 기회는 드물거나 아예 없다.

 

우주탐사용 로버와 우주선도 비슷하게 극한 환경을 견뎌내며 다시는 인간의 눈에 띄지 않고 수명을 다할 때까지 우주의 끝으로 떠나는 여정에 투입된다. 본문에 나오는 바다 속으로 잠수하고 있었지만 우주 공간을 거니는 듯 보였다는 구절은 바다와 우주 탐사의 심정적 친근성을 나타낸다. 저자는 외적 탐험에는 내면의 영혼 탐색이 반드시 수반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렇지 않으면 끝없는 쇼핑 목록처럼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 함정에 빠지게 된다는 것이다.(339 페이지) 참 인상적인 말이다. 해저 지도는 바다를 알아가는 첫 단계일 뿐이고 어찌 보면 해답보다 질문이 더 많이 나올 것이다.

 

풀어야 할 수수께끼가, 결론지어야 할 논쟁이, 명명하고 기술해야 할 생물과 지형이, 조사해야 할 난파선이, 밝혀야 할 인류 역사가 뒤이어 폭포처럼 끝없이 쏟아진다. 해저를 탐험함으로써 우리는 어디에서 왔으며 어떻게 여기에까지 이르렀는지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바다를 다룬 몇 권의 책을 읽은 입장에서 [지구의 완전한 지도]는 해양지도화를 주제로 다른 어떤 책보다 더 종합적이고 심층적인 접근을 취한 책이다. 그것은 [지구의 완전한 지도]가 캐시 본지어바니(Cassie Bongiovanni)를 비롯한 실제 탐사 참여 과학자들과의 긴밀한 인터뷰에 근거한 책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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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스가 들려주는 산, 염기 이야기 과학자가 들려주는 과학 이야기 39
전화영 지음 / 자음과모음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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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제목은 [루이스가 들려주는 산, 염기 이야기]다. 루이스는 길버트 뉴턴 루이스(Gilbert Newton Lewis; 1875 – 1946)를 말한다. 산(酸)에 대해 처음으로 연구한 사람은 라부아지에다. 질량보존의 법칙을 발견하여 연금술을 근대 화학으로 바꾸어 놓은 근대 화학의 아버지다. 그는 신맛이 나는 산들의 근본을 산소로 보았다. 그는 모든 산에는 반드시 산소 성분이 포함되어 있다고 보았다. 그런데 사실 산에서 산성을 드러내는 것은 산소가 아니라 수소다. 


루이스는 수소 중심 이론을 벗어나 더 넓은 범위에서 산과 염기를 정의했다. 본문에는 아레니우스라는 이름이 등장한다. 설탕물은 전기가 통하지 않고 소금물은 전기가 통한다는 사실을 설명한 인물이다. 아레니우스는 원자도 더 이상 쪼갤 수 없는 최후의 알갱이가 아니라는 주장을 했다. 1897년 톰슨에 의해 전자가 발견되었다. 원자 내부에 전하를 띠는 알갱이가 있다는 사실로 인해 이온이 만들어질 수 있는 중요한 기초가 되었다. 


이온이란 말은 간다는 의미의 그리스어 ionai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전기분해로 유명한 패러데이가 전기분해를 할 때 +극과 –극으로 이동하는 입자가 있음을 알고 양이온, 음이온이라는 이름을 지었다. 이온은 자신의 전하에 따라 두 극 중 한 곳으로 이동한다. 원자나 분자, 원자단이 전자를 잃거나 얻어서 전하를 띠는 상태를 이온이라 한다. 양이온은 전자를 잃어버린 상태의 알갱이이다. 음이온은 전자를 얻은 상태의 알갱이이다. 물에 녹아 이온이 생기면 전기가 통하고 그렇지 않으면 전기가 통하지 않는다. 


물에 녹았을 때 이온이 생겨서 전기를 통하는 소금과 같은 물질은 전해질, 그렇지 않은 설탕과 같은 물질은 비전해질이라 한다. 산과 염기는 물에 녹으면 이온이 나온다. 아레니우스는 산은 물에 녹아 수소이온을 내놓는 물질, 염기는 수산화이온을 내놓는 물질로 정의했다. 산의 세기는 이온화 정도에 따라 나뉜다. 이온화가 잘 되어서 이온이 많이 생기는 것은 강한산, 강한 염기이고 그렇지 않으면 약한산, 약한 염기라고 한다. 영어로 산은 acid, 염기는 base라 한다. 


석회암, 대리암 등은 주성분이 탄산칼슘이기 때문에 산성 물질에 닿으면 녹는다. 탄산은 물에 이산화탄소 기체가 녹을 때 만들어진다. 염기의 대표 주자가 수산화나트륨이다. 일명 양잿물이다. 알칼리 금속 3총사인 리튬, 나트륨, 칼륨의 이온들이 수산화이온과 결합해서 만들어진 수산화리튬, 수산화나트륨, 수산화칼륨은 이산화탄소를 매우 효과적으로 흡수한다. 알칼리와 염기는 비슷하지만 완전히 같은 말이 아니다. 


알칼리는 물에 잘 녹는 염기를 가리킨다. 수산화나트륨, 수산화칼륨은 알칼리이고 수산화칼슘은 물에 잘 안 녹기 때문에 알칼리가 아니고 염기다. 알칼리(alkali)의 알은 물질, 칼리는 재를 의미한다. 재로부터 추출된 물질과 비슷한 성질을 나타내는 물질을 모두 알칼리라 한다. 수소이온을 포함하는 산과 수산화이온을 포함하는 염기가 만나면 어떻게 될까? 물이 만들어진다. 이런 반응을 중화반응이라 한다. 브뢴스테드와 로우리의 이론에 의하면 산은 다른 물질에게 양성자를 주는 물질이고 염기는 양성자를 받아들이는 물질이다. 


루이스는 이 이론이 양성자가 없는 물질의 반응에 대해사는 적용할 수 없다고 생각하고 전자쌍을 주고 받는 사례에 대해 연구했다. 루이스가 만든 이론에 의하면 산은 전자쌍을 받고 염기는 전자쌍을 준다. 암모니아와 메탄 분자에 있는 전자쌍은 각각 4개다. 루이스가 연구한 바에 따르면 원자 주위의 전자는 8개일 때 가장 안정되다. 이를 옥텟 규칙(octet rule)이라 한다. 대부분의 원자들은 이 규칙에 따라 중심 원자 주변의 전자가 여덟 개가 되도록 결합한다. 따라서 질소 원자 주변에 여덟 개의 전자가 있으려면 세 개의 수소 원자만 결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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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를 깨우다 -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은 어떻게 창조의 순간을 보았나
리처드 파넥 지음, 강성주 옮김 / 워터베어프레스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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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파넥의 [우주를 깨우다]는 허블 우주망원경의 뒤를 잇는 최신 우주망원경인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에 대한 책이다.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은 2026년 초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이정은 교수팀이 혜성 속 규산염 결정을 규명한 도구로 알려진 망원경으로 유명하다. 이 책의 원제는 [창조의 기둥(Pillars of Creation)]이고 부제는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은 어떻게 우주의 비밀을 풀었는가’다. 창조의 기둥이란 1995년 허블 우주 망원경이 촬영한 사진을 2022년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이 새롭게 찍은 버전을 의미한다.(21 페이지)


처음 이 망원경은 차세대 망원경이라 불리다가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이라 불리게 되었다.(73 페이지) 제임스 웹은 과학자가 아니라 우주 경쟁의 전성기인 1961년부터 1968년까지 NASA 국장을 지낸 행정관이다.(74 페이지) 망원경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갈릴레오 갈릴레이다. 그는 망원경을 만든 사람은 아니지만 망원경으로 하늘을 관측한 첫 인물이다. 갈릴레오가 하늘을 관측한 이후 천문학에서 본다는 것은 눈으로 볼 수 있는 것뿐 아니라 망원경을 통해 볼 수 있는 것까지 포함되었다.


허블의 후속 망원경은 1) 우주가 태어난 직후 등장한 초기 은하들, 2) 우리 은하 안의 외계 행성들을 겨냥해야 했다. 이 두 가지를 이루려면 적외선 영역으로 나아가야 한다. 팽창하는 우주에서는 은하간의 거리나 물체가 아니라 공간 자체가 팽창한다. 이 때문에 은하에서 출발한 빛이 우주를 가로질러 오면서 파장이 점점 더 길어진다. 가시광선을 넘어 적외선 영역까지 파장이 늘어난다는 의미다. 이를 적색이동이라 한다.


우리 은하 안에서 별이 태어나는 지역 즉 별 탄생 지역은 두꺼운 먼지층으로 둘러싸여 있어 가시광선으로는 그 먼지를 뚫고 안쪽을 들여다볼 수 없다. 우주에서 적외선 망원경을 쓰려면 여러 기술적 난제가 따른다. 적외선은 열에 민감하기 때문에 검출기를 극도로 차갑게 유지해야 한다. 절대 영도에 가까울수록 좋다. 이를 위해서는 지구의 열기가 닿지 않는 곳에 있으면서 동시에 태양 직사광선도 완전히 차단해야 한다. 기내 냉각 시스템은 아예 불가능하다.


연료를 너무 많이 써서 임무 수명이 짧아지기 때문이다. 그러니 망원경은 스스로 냉각될 수 있어야 한다. 기계 전문가들이 자연 냉각(passive cooling)이라고 부르는 방식으로 우주 공간 자체를 냉각제로 써야 한다.(67 페이지) 차세대 우주망원경의 문제는 다르다. 태양 차폐막 한쪽에서는 영상 수백 도에서 작동하고 다른 쪽에서는 영하 수백 도에서 작동해야 하는 망원경을 어떻게 테스트할까? 항공기 격납고 만한 시험 시설에서 몇 미터 안에 수백 도씩 온도 차이가 나는 환경을 어떻게 만들까?


분석은 실제 성능 테스트와 완전히 달랐다. 분석도 물리적 테스트가 필요하긴 하지만 핵심은 수학이다. 망원경의 각 부분이 각자의 극한 조건에서 어떻게 작동할지 수학적 모델을 세우고 각 부분을 따로따로 해당 조건에서 테스트 한다. 프로젝트 한쪽 절반의 수학적 모델이 한 시험실 결과가 맞아떨어지고 다른 절반의 수학적 모델이 또 다른 시험실 결과와 맞아 떨어지면 두 절반을 합친 전체 모델이 최종 시험 무대인 우주에서도 제대로 작동하길 바라는 수밖에 없다.


예산초과, 관료주의의 무능함, 의회 감시, 검토 위원회 심사, 우주망원경을 밑바닥부터 다시 테스트하는 과정까지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은 이 모든 시련을 버텨냈다.(85 페이지) 하지만 2010년대 내내 예산과 발사 일정을 계속 망쳐놓은 또 다른 요인이 있었다. 한 전문가가 말도 안 되는 실수들이라고 한 문제들이었다. 그런 실수 중 하나가 잘못된 배선 연결로 시제품의 전자 부품들을 태워먹은 사건이었다. 말도 안 되는 실수라는 말은 모르는 것도 모르는 것들이라는 말에서 나온 말이다. 이는 미국 국방장관 도널드 럼스펠드가 한 말(There are unknown unknowns.)이다.


적도에 가까울수록 지구 자전에 의해 로켓의 추진력이 더해지는 효과가 크다. 프랑스령 기아나 크루의 유럽 우주기지 발사대는 적도에서 480km 떨어진 곳이다.(88 페이지)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은 반사 망원경이다. 반사 망원경은 천체에서 들어온 빛이 망원경의 주경(主鏡)에 닿은 다음 더 작은 부경(副鏡)으로 반사된다. 그러면 부경이 그 빛을 모아 다시 반사시켜 관측장비로 보낸다. 부경을 펼쳤다고 해서 모든 것이 다 준비된 것은 아니다. 주경까지 펼쳐져야 비로소 진짜 망원경이 완성되는 것이다.


반사망원경의 원리는 간단하다. 같은 지름이라면 거울이 렌즈보다 빛을 더 많이 모은다. 그리고 거울이 클수록 모이는 빛이 많아진다. 빛이 많이 모일수록 당연히 우주 저 멀리 깊은 곳까지 볼 수 있다. 거울이 커질수록 연마 과정이 훨씬 어려워지고 비용도 치솟는다. 거울을 떠받치는 구조물도 점점 더 무거워지고 비싸진다. 주경의 직경이 6~8m 정도가 되자 기술적으로 막다른 길에 다다랐다. 설령 기술적으로 만들 수 있어도 비용이 천문학적으로 증가했다.


그래서 나온 해결책이 분할 거울이다. 작은 육각형 거울들을 별집 모양으로 배치해서 모자이크처럼 만드는 방식이다.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의 주경을 모두 합치면 지름이 6.5m나 된다. 허블 우주망원경 거울의 지름인 2.4m의 거의 세 배에 가까운 크기다. 이는 로켓의 페어링 즉 탑재물을 담는 앞쪽 덮개에 들어가기엔 너무 컸다. 그래서 엔지니어들이 기발한 해결책을 생각해 냈다. 벌집 구조를 여러 부분으로 나누어서 지구에서는 접어 넣고 우주에서는 종이접기처럼 펼치는 방식이었다.


마지막 궤도 수정을 마친 후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은 최종 목적지에 도착했다. 천문학자들이라 라그랑주점이라고 부르는 우주 공간이었다. 라그랑주점은 태양과 지구처럼 두 천체 사이에서 중력과 관성력이 균형을 이루는 지점으로 이곳에 우주선이나 물체를 배치하면 연료를 거의 쓰지 않고도 안정적인 위치를 유지하며 지구와 함께 태양을 공전할 수 있다. 즉 라그랑주점은 인공위성이나 우주망원경이 적은 에너지로 안정적인 위치를 유지할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다.

적외선 망원경에는 특별한 장점이 하나 더 있다. 항상 지구 그림자 속에 있어서 언제나 일식 상태라는 점이다. 게다가 태양 반대편 지구 뒤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빛과 열 모두에 노출되지 않는다. 열은 적외선 관측에 치명적이다. 저자는 허블이 천문학을 ‘물러서는 지평선의 역사’라고 말한 순간 이미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이 들여다보게 될 우주의 여러 영역들을 미리 내다보고 있었는지도 모른다고 말한다.(111 페이지)


우주는 텅 빈 공간이라고 하지만 사실은 전혀 비어 있지 않다. 지구에서 150만 광년 떨어진 은하 NGC 6822를 찍은 사진을 보면 우주 곳곳이 먼지와 온갖 찌꺼기들로 빽빽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런 물질들이 언젠가는 별이 되고 행성이 되고 심지어 생명체까지 될 수 있는 재료들이다. 허블 우주망원경은 그냥 뭐가 보이나 싶어서 보던 단계에서 가설을 세우고 분석하고 의미를 찾는 단계로 넘어갔다.


명왕성 이야기가 흥미롭다. 행성에서 왜소행성으로 조정된 천체다. 수성, 금성, 지구, 화성은 바위 행성이고 목성, 토성은 가스 행성이고 천왕성, 해왕성은 얼음 행성이다. 그런데 그 너머 명왕성은 작은 돌이다. 이상한 일이었다. 처음에는 왜소행성, 다음에는 카이퍼 벨트 천체, 지금은 해왕성 바깥 천체로 분류된다.


애초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의 핵심 기능은 분광분석이다. 전자기파를 잘게 쪼개서 분석하는 분광학 덕분에 이제는 연구실에 앉아서도 수천, 수백만 아니 수십억 광년 떨어진 천체가 무엇으로 만들어졌는지 알 수 있게 되었다.(138 페이지) 혜성에 꼬리가 생기는 이유는 태양에 가까워질수록 표면 얼음이 기체로 바뀌기 때문이다. 이를 승화라 한다. 소행성은 행성이 되다 만 잔해들이다. 양옆의 중력 때문에 하나로 뭉치지 못한 것들이다.


안쪽엔 화성, 바깥쪽엔 중력이 훨씬 강력한 목성이 버티고 있었다. 천문학에서는 얼음은 우리가 아는 물의 얼음과는 개념이 다르다. 물론 물이 언 것도 얼음이지만 천문학자들은 더 넓은 의미로 사용한다. 수소, 산소, 탄소, 질소, 황 같은 원소들이 고체 상태가 되면 모두 얼음이라고 부른다. 이들이 결합해서 만든 화합물이 굳은 것도 마찬가지다. 우주에서는 이 모든 것 즉 얼어서 고체 형태로 된 모든 것이 얼음이다.


생명체가 생겨나려면 물이 필요하다는 생각 자체가 가정일 뿐이다. 타당한 가정이긴 하지만 어쨌든 추측은 추측이다. 정확히 말하면 우리가 아는 생명에는 물이 필요하다. 문제는 우리가 아는 생명체가 생명체의 전부라는 점이다.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으로 천문학자들이 별 하나만 있을 때 분광 관측을 한다. 그리고 외계행성이 별 앞을 지나갈 때 다시 분광 관측을 한다. 두 관측 결과를 비교한다. 행성이 없을 때, 별의 화학 성분과 별과 행성이 겹쳤을 때의 화학 성분의 차이를 분석하면 통과하는 행성의 대기가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지 알 수 있다.(174 페이지)


우리는 0.4~0.7 마이크론의 파장만 감지하지만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은 27.9 마이크론까지 본다. 사람 눈의 90배가 넘는 범위다.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은 적외선으로 본다. 천문학계에는 색상 표준이 없다. 어떤 사람은 온도가 높을수록 빨간색을 진하게 칠한다. 어떤 사람은 똑같은 온도를 파란색으로 진하게 칠한다.(180, 181 페이지) 우주에는 먼지가 너무 많다. 제임스 웹으로 태양계와 우리은하를 연구하는 천문학자들이 물의 흔적을 좇았듯 은하 진화를 연구하는 전문가들은 먼지를 좇았다. 물이 별과 행성 탄생의 비밀을, 그리고 생명의 가능성을 알려준다면 먼지는 은하 진화의 열쇠를 알려준다.


먼지가 충분히 모이면 어떻게 될까? 중력의 작용에 덩어리가 만들어진다. 시간이 흐르면 이 덩어리들끼리 또 중력으로 끌어당긴다. 점점 커지고 점점 빽빽해진다. 마침내 단단한 천체로 압축된다. 아주 작은 미소(微小) 운석부터 거대한 은하까지 모든 규모에서 이런 일이 일어난다. 천체를 다 만들고 남은 먼지는 어떻게 될까? 우주 공간을 떠돈다. 은하 안에서 별들 사이를 떠돌기도 하고 은하와 은하 사이의 텅 빈 공간을 떠돌기도 한다.(197, 198 페이지)


이렇게 엄청나게 많은 먼지는 초신성에서부터 비롯되었다. 별의 핵이 자체 중력을 이기지 못하고 안으로 무너져 내리면서 극도의 핵반응을 일으킴에 따라 그 충격이 바깥으로 폭발하는 현상을 말한다. 문제는 증거를 잡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제임스 웹이 등장하기 전까지는 그 어떤 망원경도 초신성의 먼지를 제대로 볼 수 없었다. 관측에 필요한 적외선 파장을 포착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성간 물질에서 분자 구름으로, 구름의 충돌에서 별의 탄생으로, 별의 죽음에서 다시 성간 물질로, 그리고 별 중 일부는 죽음의 최후를 초신성으로 맞이하며 우주에 새로운 씨앗을 뿌린다.(204 페이지)


분리법칙에 따르면 초신성 폭발의 결과 반드시 중성자 별이 남는다. 물과 먼지를 찾는 것은 결국 우리의 기원을 찾는 일이기도 하다. 최종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에 넘어야 할 지평선이 하나 있었다. 별과 초신성과 은하가 처음으로 빛을 발하는 시대, 언젠가 우리를 만든 원소들이 막 태어나던 그 새벽의 순간이 그것이다. 허블과 르메트르가 발견한 팽창하는 우주 덕분에 이젠 뉴턴의 신도, 아인슈타인의 람다도 필요 없게 되었다.


존재하지 않는다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우주가 붕괴하지 않는 이유를 설명하는 데는 필요 없어진 것이다. 하지만 당연한 질문이 바로 떠올랐다. 대체 무엇으로부터 팽창한다는 말인가?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 이론에 따르면 질량을 가진 물체는 우주의 4차원 시공간을 휘어지게 만든다. 질량이 클수록 더 많이 휜다. 앞쪽에 있는 은하가 충분히 무거우면 우리가 보는 시선에서 은하 뒤에 있는 천체의 빛을 휘어지게 만든다. 빛이 휘어져서 우리 눈에 보이게 되는 것이다. 게다가 빛을 확대시키기도 하고 하나의 광원을 여러 개의 이미지로 만들기도 한다.(223 페이지)


우주에는 수소, 수소, 온통 수소 뿐이다. 정확하게는 단일 양성자를 말한다. 무엇인가를 원소라 부르기 위한 최소 조건을 말한다. 빅뱅 직후에는 전자도 존재했었다. 광자가 전자와 계속 부딪히지만 않았다면 양성자와 결합했을 것이다. 그래서 수소 원자는 이온화 상태로 남아 있었다. 양성자와 전자의 수가 불균형해서 전하를 띤 상태가 바로 이온화 상태다. 하지만 우주 나이가 37만 9천만 년쯤 되자 상황이 바뀌었다. 공간이 팽창하면서 더는 전자를 방해할 수 없을 정도로 광자의 에너지가 약해진 것이다.


그 순간 전자들이 양성자에 달라붙기 시작했다. 불균형이 해소되고 중성이 됐다. 광자들은 시공간을 마음껏 날아 다녔다. 지금도 날아 다니고 있다. 그때의 흔적을 간직한 채로. 1960년대에 벨 연구소의 천문학자들이 검출한 우주 마이크로파 배경복사가 바로 이때 만들어진 광자의 흔적이다.(227 페이지) 그 후 우주는 우주론자들이 암흑의 시대라고 부르는 시기로 접어들었다.


사실 광자는 넘쳐났지만 비출 것이 없었다. 그래서 계속 어두울 수밖에 없었다. 빅뱅 후 1억 년에서 2억 년 정도가 지나서야 중성 수소가 뭉쳐 최초의 별과 은하를 만들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새로 태어난 별들의 강렬한 빛이 주변 수소를 다시 이온화시켰다. 중성이었던 수소가 다시 전하를 띠게 된 것이다. 그렇게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의 네 번째이자 마지막 목표의 공식 명칭이 다음과 같이 정해졌다. "암흑 시대의 종말 그리고 최초의 빛과 재이온화."


빅뱅 후 겨우 4억 4000만 년 뒤 은하에서 질소가 발견되었다. 이것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229 페이지) 우리가 볼 수 있는 물질, 보이지 않는 암흑 물질, 그리고 새로 발견된 암흑 에너지까지 모두 더하자 마침내 우주의 총질량 에너지 밀도가 붕괴를 막는 데 필요한 임계 밀도와 정확히 같아졌다.(235 페이지) 이렇게 아인슈타인의 람다는 화려하게 부활했고 그 귀환과 함께 우주론의 표준 모형은 마침내 완성되었다. 하지만 동시에 이 표준 모형은 의문투성이였다. 암흑 물질이란 무엇인가? 암흑에너지는 또 무엇인가?


우주 마이크로파 배경이란 우주 나이가 고작 37.9만 살이었을 때 온 하늘에 남겨진 태초의 빛 즉 고대 유물과 같은 복사선이다. 저자는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이라는 전례 없는 망원경과 함께 탐험하는 시대야말로 일생 일대의 행운이라 말한다. 2027년 5월 낸시 그레이스 로만(Nancy Grace Roman) 우주 망원경이 발사를 앞두고 있고, 2040년대 초 거주 가능 행성 관측선(habitable worlds observatory)이 발사를 앞두고 있다. 내년에 어떤 선물이 주어질지, 2040년대 초에는 어떤 놀라운 결과물이 우리에게 알려질지? 꾸준히 공부하며 건강에도 주의해야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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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탄강 세계지질공원으로 떠나는 여행 - 유네스코가 인증한 한탄강 지질명소 톺아보기
권홍진 외 지음 / 동아시아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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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7월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강을 중심으로 형성된 화산 지형인 한탄강 일대가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공식 인증받았다. 약 50만 년 전 화산 활동으로 형성된 주상절리와 현무암 절벽 등 독특한 지질학적 가치를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결과다. 영역은 철원, 포천, 연천 등 세 지자체에 걸쳐 있는 한탄강 일대다. 강 주변에서 형성된 화산 지형은 전 세계적으로 드문 편이다. 일반적으로 독특한 형태로 분류되는 ‘용암과 강물이 만나 급격히 식어 만들어진 지형’은 독특한 경관을 제공하지만 자연적인 침식 작용과 인위적인 요인으로 인해 훼손되기 쉬워 보존이 어렵다고 알려져 있다. 


한탄강은 용암으로 물줄기가 바뀐 강이다. 물줄기가 바뀌는 것을 유로변경이라 한다. 오늘날의 지구 표면은 해양 지각이 전체의 약 3분의 2를 차지한다. 해양 지각은 중생대 이후 분출한 용암이 식어 만들어진 현무암으로 구성 되어 있다. 대륙 위에도 중생대 이후에 분출한 현무암질 용암이 여러 곳에 넓게 분포하고 있다. 따라서 지구 표면에서 가장 넓은 면적을 차지하는 암석은 중생대 이후에 생겨난 현무암이다. 한탄강 유역에는 신생대 제 4기에 북한 강원도의 평강 부근 화산을 통해 맨틀에서 나온 마그마가 식은 현무암이 넓게 분포한다. 한탄강 유역의 현무암은 지구 내부의 깊은 곳인 맨틀의 물질이다. 일본 열도 아래로 태평양판이 밀려 들어감에 따라 일본 열도 아래에서 마그마가 생성되어 일본에서 많은 화산활동과 지진이 일어나고 있다. 


백두산을 만든 용암이나 한탄강 대지(臺地)를 만든 용암은 맨틀 깊은 곳에 남아 있는 태평양판 조각이 부분적으로 녹아 위로 올라와 지구 내부 약 100km 깊이에 큰 마그마 방을 만든 후 지표로 분출하는 것으로 설명할 수 있다. 일본 열도에서 화산활동이 많은 것은 태평양판이 열도 아래로 섭입할 때 이 해양판에서 공급된 물이 섭입대 위에서 마그마를 만드는 데 작용했기 때문이다. 물은 암석의 녹는점을 낮춘다. 


한탄강 용암을 분출한 활동은 현무암질 용암이 지각 틈 사이로 나오는 열하분출로 시작하여 후반부에는 중심분출 양식으로 바뀐 특징을 보인다.(36 페이지) 지하 깊은 곳에서 상승한 마그마가 지각의 약한 틈(열극)을 따라 올라오면 긴 선을 따라 분출하는 '열하분출'이 발생하다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지속적으로 마그마가 공급되면 틈 전체에서 고르게 나오기보다는 마그마 공급이 더 원활하고 구조적으로 약한 특정 지점으로 마그마 흐름이 집중되고 이에 따라 마그마 흐름은 주변 지반을 녹이거나 틈을 넓혀 파이프 형태의 '관상 통로'를 형성하여 중심분출로 바뀐다.


680 고지를 만든 용암은 분출형 화산 활동을 보이다가 중심분출로 바뀌어 순상화산을 만들었지만 점성이 높지 않아 높은 화산체를 만들지는 못했다. 한탄강 용암은 현무암질이며 온도가 1000℃ 이상으로 점성이 매우 낮아 유동성이 컸다. 한탄강 용암은 현무암에서 볼 수 있는 감람석, 휘석, 사장석 등의 반정(斑晶)이 거의 없는 것이 특징이다. 이는 용암이 빠르게 식었기 때문에 생긴 현상이다.(용암의 두께가 매우 두꺼우면 표면은 빨리 식지만 내부 용암은 단열 효과로 인해 천천히 식는다.) 반정 광물은 점성을 높게 해 용암의 흐름을 방해한다. 한탄강 유역은 평균 0.15° 정도의 기울기로 경사져 용암이 잘 흘렀다.


두꺼운 용암층이 지표에 흐를 때 열이 전도되면서 식는 까닭에 공기와 접하는 표면과 내부는 각각 식는 속도가 다르다. 그래서 용암층에서 등온선이 그리는 폭은 표면에서 내부로 가면서 매우 달라진다. 용암이 식을 때 부피가 줄어드는 정도는 온도에 따라 다르다. 하나의 용암층 내에서는 각 수축점을 중심으로 부피가 줄어들며 대체로 수직 방향으로 틈이 생긴다. 용암층 전체가 완전히 식은 후에 용암층은 기둥 모양으로 분리되는데 이를 주상절리라 한다.(49 페이지) 기반암 위를 덮은 용암층의 두께는 기반암의 지형에 따라 달랐다. 기반암의 높이가 낮은 곳을 덮은 용암층은 두께가 상대적으로 두꺼웠을 것이다. 즉 한탄강 유역에서 수십 미터의 두꺼운 현무암 절벽을 보이는 곳은 기반암의 원래 지형이 상대적으로 낮은 곳이었다.(59 페이지) 


기반암의 지형에 따라 다양한 두께로 덮고 있는 현무암층 위에는 새로운 하천이 흐르기 시작했다. 현무암층의 절리를 따라 침식작용이 활발하게 일어나면서 한탄강은 더 넓어지고 깊어졌다. 새로 태어난 한탄강의 물줄기는 흐르는 지면의 지질에 따라 크게 두 곳으로 나뉜다. 하나는 용암대지 위를 흐르는 곳이다. 다른 하나는 현무암층과 기반암이 만나는 지질 경계를 따라 흐르는 곳이다.(60 페이지) 이때 넓은 용암대지 위를 흐르는 물줄기가 있는 곳에서는 현무암층이 절리를 따라 큰 덩어리로 떨어져 나가면서 수직 절벽의 계곡이 형성된다. 현무암층과 기반암이 접하는 곳에서는 지하수가 현무암층의 절리를 따라 더 잘 스며들어 현무암층이 먼저 떨어져 나가면서 다른 형태의 계곡을 만들게 된다.


기반암의 원래 지형으로 인하여 현무암층이 두껍게 형성되었던 곳과 그렇지 않고 얇게 형성되어 있던 곳에는 서로 다른 계곡 지형이 만들어진다. 한탄강의 계곡 지형을 바라볼 때 현무암층이 두꺼웠던 지역에서는 양쪽 벽이 수직인 현무암 절벽이 형성된다. 기반암의 지형이 높아 용암이 얇게 덮인 곳에서는 기반암이 하상에 노출되어 한쪽 벽만 수직인 현무암 절벽을 이루거나 계곡 전체가 기반암으로 이루어진 지형을 만든다. 


주상절리가 발달한 한탄강 계곡에서는 하식동굴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이들 대부분은 수직으로 된 현무암 절벽이 강물과 접하는 곳에 발달해 있다. 이러한 하식 동굴은 강물의 침식작용으로 형성된 것이며 특히 물줄기의 흐름 방향이 심하게 바뀌는 곳에서 잘 만들어진다. 폭포에서 만들어지는 포트홀을 폭호(瀑湖)라 한다. 


임진강 유역은 중국 대륙의 남중 지괴와 한중 지괴가 충돌한 다비 - 칠링 - 수루 충돌대가 지나는 곳으로 한반도 북부와 남부 사이의 두 판이 충돌한 증거가 되는 지층이 분포하는 소위 임진강 충돌대가 있는 곳이다. 임진강 유역 연천층군의 하부층인 미산층은 이곳이 대륙 충돌대였음을 지시하는 특징을 보이는 지층이다. 연천층군은 고생대 중기 ~ 후기 데본기 지층으로 각섬암이 관입하기도 했다. 미산층(대리암 협재), 대광리층 등 임진강 및 한탄강 유역에 넓게 분포한다. 그 중 미산층은 고생대 데본기에 임진강 충돌대 사이의 분지에 형성되었던 퇴적암이, 한반도 북부와 남부의 두 판이 충돌하면서 생긴 변성 작용에 의하여 만들어진 변성암이다. 


따라서 미산층은 퇴적 기원의 변성암이다. 미산층은 연천군 신서면 와초리, 미산면 동이리, 군남면 황지리, 연천읍 통현리, 연천읍 고문리, 청산면 장탄리, 청산면 궁평리, 청산면 백의리, 포천시 창수면 신흥리, 운산리, 관인면 중리 등에 넓게 분포하고 퇴적 시기도 적어도 약 3억 9천만 년 전 이후인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미산층은 암상에 따라 크게 석회암질 규산염암, 석회질 사암 및 변성이질암으로 분류된다. 이들의 지층대 내에는 각섬암, 대리암, 규암, 천매암, 흑운모 편암 등이 협재하며 각 층의 두께와 반복되는 빈도는 일정하지 않다. 미산층에 변성암인 각섬암과 변성광물인 석류석이 분포하는 것은 한탄강 유역이 두 판이 충돌할 때 생긴 큰 압력을 받았던 지역임을 암시하는 매우 중요한 지질학적 증거가 된다. 


지구 내부는 깊은 곳으로 들어갈수록 온도와 압력이 증가하며 지하 10km 정도에서는 온도가 약 300°C 이며 3000에서 4000기압이 된다. 그런데 미산층이 분포하는 각섬암과 석류석은 훨씬 더 높은 온도와 압력이 작용하는 환경에서 만들어질 수 있다. 즉 각섬암과 석류석의 존재는 미산층이 매우 높은 온도와 압력이 작용하는 환경에서 만들어진 지층임을 알려준다. 연천층군을 이루는 미산층은 남과 북이 충돌한 증거가 되는 지층임이 밝혀졌다.(73 페이지) 


한탄강과 임진강은 도감포에서 만나 서남쪽으로 흘러 한강과 합류하여 서해로 흘러간다.(125 페이지) 아우라지 베개용암은 천연기념물 542호다. 아우라지는 한탄강과 영평천이 만나는 곳이다. 이곳에는 15미터 정도 두께의 현무암 절벽이 있다. 하부에 고생대 미산층이 있고 그 위를 두꺼운 현무암층이 부정합으로 덮고 있다. 베개용암은 아우라지에서 한탄강 상류 방향으로 약 100미터 정도 연장되며 영평천에도 노두가 있다. 두꺼운 현무암층과 기반암인 미산층이 접하는 부위에는 얇은 클링커층과 약 2~3미터 정도의 베개용암이 있다. 


베개용암이 끝나면서 절벽의 중앙 부위에는 가는 수직기둥형 주상절리가 보이는 엔터블러쳐이고 상부는 콜로네이드 층이다. 가장 위에는 기공이 많은 현무암층이 있다. 아우라지 베개용암은 지름이 약 30~100미터이며 방사상의 균열을 보인다. 표면은 용암이 급랭할 때 만들어지는 두께 수 센티미터의 유리질 껍질로 둘러싸여 있다.(127 페이지) 이런 검은 유리질을 사이드로멜레인(Sideromelane)이라 한다. 이곳 현무암 절벽에서 베개용암이 분포하는 위치는 이 용암이 한탄강을 메우며 흐르던 당시의 한탄강 수위를 짐작하게 한다. 베개용암의 표면이 붉은 색인 것은 용암을 이루는 철 성분이 물과 만나 산화되었기 때문이다.


베개용암 내부는 절리가 방사상으로 발달해서 사람의 어금니 같은 모양을 하고 있다. 용암층 높이가 한탄강 수위를 넘게 되자 베개용암의 생성은 멈췄다. 지장산 주변에는 동막골 응회암, 지장봉 응회암 등 여러 종류의 화산암과 신서 각력암이 분포한다. 첫 번째 화산 폭발에 의해 동막골 응회암이 화구 주변에 넓게 쌓였다. 그 후 동막골 응회암이 화구로 무너져 내리며 굳어 신서각력암이 만들어졌다. 칼데라호가 만들어졌다. 칼데라호 주변의 응회암 일부분이 무너져 칼데라호에 쌓이게 되었다. 이렇게 만들어진 암석이 신서각력암이다. 다시 화산폭발이 일어나 마지막으로 지장봉 응회암이 만들어졌다.(135 페이지) 


지장산은 약 8000만년 전 중생대 백악기에 연천-철원 분지 내에서 활동한 화산 때문에 만들어졌다. 지하 깊은 곳 마그마에서 광물이 결정(結晶)화할 때 유색광물은 감람석(고온)-휘석-각섬석-흑운모(저온) 순으로, 무색광물은 사장석(고온)-정장석-백운모-석영(저온) 순서를 보인다.(149 페이지) 대체로 고온에서 만들어진 광물은 저온에서 만들어진 광물에 비해 상대적으로 풍화에 약한 경향이 있다. 화강암은 조암 광물 중 장석이 60% 이상으로 가장 많고 그 다음은 석영이다. 화강암이 풍화된 토양을 보면 석영(굵은 모래)이 남아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것은 화강암을 이루는 광물 중 흑운모나 장석류가 석영보다 풍화에 약하기 때문이다. 


이같이 석영은 조암 광물 중에서 풍화에 가장 강하다. 반면 장석류는 자연 상태에서 탄산수 등에 녹으면서 화학적 풍화가 잘 일어난다. 그 결과 도자기의 원료인 순백색의 고령토가 만들어진다. 고령토는 물 분자와 화합하는 수화 작용을 거쳐 알루미늄의 원료 광석인 보크 사이트로 바뀐다. 고온에서 형성된 광물(예: 감람석, 휘석)이 저온에서 형성된 광물(예: 석영, 백운모)보다 풍화에 더 취약한 이유는 이들이 지표 환경과 구조적, 화학적으로 가장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암석은 풍화 과정을 거치면서 토양으로 변하고 이 과정에서 여러 가지 원료 물질로 쓰이는 새로운 광물도 만들어진다. 암석이 풍화되어 토양으로 변하는 과정에서 알루미늄은 칼륨, 나트륨, 칼슘 등과 같은 원소에 비해 광물에서 잘 빠져나가지 않는다. 따라서 오래된 토양에는 알루미늄 성분이 상대적으로 많아지고 이러한 토양으로 구성된 퇴적암이 지각변동을 받아 지하 깊은 곳으로 내려가 녹아서 마그마가 된다면 그 마그마는 알루미늄 성분을 많이 포함하게 된다. 


화강암을 만든 마그마는 기원에 따라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된다. 하나는 맨틀에서 만들어진 현무암질 마그마가 정출, 분화하면서 최종 단계에서 화강암질 마그마가 생성되는 것이다. 이런 과정으로 만들어진 화강암을 I(Igneous)형 화강암이라고 부른다. 다른 하나는 퇴적암이 지각변동을 받아 지각 내로 깊게 들어가 변성암이 되고 끝내는 지각 내에서 화강암질 마그마가 되는 경우다. 이런 과정으로 만들어진 화강암을 S(Sedimentary)형 화강암이라 부른다. 


한편 현무암은 석영 입자가 거의 없기 때문에 풍화되면 주로 진흙을 이루고 비가 오면 물이 토양 내에 스며들지 못하여 표층은 완전히 젖어 질퍽거린다. 반면 가문 날씨가 되면 지하수가 올라오지 못하므로 표층이 딱딱하게 굳는다. 따라서 농업에 불리한 지형이어서 오랫동안 많은 이용이 이루어지지 않았다.([추가령 구조곡의 지형] 7 페이지) 찰흙(점토)이 물을 만나면 진흙이 된다. 


재인 폭포가 위치한 계곡이 한탄강 본류와 만나는 부근에는 바닥에 고생대의 변성암이 노출되어 있고 응회암, 화강 반암 등의 전석(轉石)이 쌓여 있다. 전석이란 암반(巖盤)에서 떨어져 물 등의 작용에 따라 원위치에서 밀려 나간 돌을 말한다. 멀리 떨어져 나갈수록 마모에 의하여 모가 없이 둥그런 상태가 된다. 이러한 암석 덩어리는 폭포 주변을 이루는 중생대 지층의 암석이 떨어져 나온 것이다. 이들 중 중생대 백악기 화산에서 분출한 동막골 응회암도 있다.(207, 208 페이지) 좌상 바위 주변에는 고생대 미산층, 중생대 궁평층 및 신생대 현무암 등 여러 시대의 지층이 접해서 분포하고 있다. 좌상 바위는 중생대 백악기에 연천 - 철원 분지에 있던 화산의 흔적이다. 


한탄강 옆에 60m 높이로 우뚝 솟아 있는 좌상바위는 당시 화산의 분화구였으며 이곳을 찾는데 좋은 길잡이가 되기도 한다. 이 화산에서 분출한 현무암질 용암이 한탄강 하상에 분포하며 이 현무암의 표면에서는 기공이 방해석으로 채워진 행인상 구조를 볼 수 있다. 좌상바위 표면에는 세로 방향의 검은색 띠가 보인다. 이는 빗물에 녹은 물질이 침전한 흔적이다. 좌상바위 주변에 한탄강 하상에서는 고생대 미산층, 중생대 화산암 및 신생대 제4기 현무암, 하안 단구 등 여러 지질 시대의 지층과 암석을 한탄강 계곡의 한쪽 벽에서 관찰할 수 있다. 좌상바위는 여러 화산의 분화구 중 하나로 분출물로 메워진 암경(巖頸)으로 추정된다. 암경이란 화산 활동이 멈춘 후 화도 내의 마그마가 식어 굳은 다음 오랜 기간 차별 침식을 받아 주변 암석은 깎여나가고 단단한 중심부만 남은 것을 말한다. 


왕림교 부근과 풍천관광농원 앞쪽에 있는 두꺼운 절벽은 하부부터 고생대 미산층, 미고결 퇴적층인 백의리층, 그 위를 부정합으로 덮은 한탄강 현무암층이 지질 단면까지 관찰할 수 있는 중요한 장소다. 미산층은 한탄강 유역이 임진강 유역과 함께 남과 북의 두 지괴가 충돌한 지대임을 뒷받침하는 주요한 지층이다. 이 지층의 표면에는 규질 성분이 많은 곳이 석회질이 있는 부분보다 풍화에 강해서 돌출된 것을 볼 수 있다. 규질 성분은 석회질이나 점토질 성분에 비해 물리적으로 단단하다. 그렇기 때문에 석회질 또는 점토질 성분은 외부 힘을 받게 되면 심하게 휜 습곡 구조를 보이나 규질 성분이 많은 부분은 휘지 않고 끊어지면서 마치 작은 소시지 모양의 부딘 구조가 만들어진다.


은대리 고생대 미산층에는 고압변성 광물인 석류석이 들어 있다. 이것은 이곳 한탄강 유역에서 임진강 충돌대를 형성했던 당시 두 개의 판 즉 한반도의 남부와 북부판이 충돌하면서 큰 압력이 작용했음을 알려주는 증거이기도 하다. 한탄강 현무암층을 덮고 있는 두꺼운 충적층은 빙하기와 간빙기가 반복되는 동안 주변의 하천이 범람하면서 운반된 모래, 자갈, 진흙 등이 쌓인 것이다. 이 충적층에서 전곡리인의 생활상을 보여주는 여러 종류의 유물과 유적이 발달되어 이 층을 전국민 문화층 또는 전곡리 유적토층이라 부른다. 전곡리 문화층이 분포하는 지역은 한탄강 용암이 만든 대지와 강 양편으로 거의 수직에 가까운 현무암 절벽을 이루는 곳이다. 이곳은 한탄강이 현무암 절벽을 휘돌면서 흐르고 있다. 


한탄강 현무암 절벽 지형은 한탄강 유수에 의한 퇴적 및 침식 작용으로 형성되었는데 한탄강은 마치 성벽을 둘러싸고 있는 해자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러한 지형적인 특징은 임진강 한탄강 유역의 구석기 유적을 형성하고 보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전곡리 토층의 하부층은 하천에 퇴적된 세립질 모래층과 실트 퇴적물이다. 상부층은 바람에 의해 퇴적된 점토 입자로 이루어진 풍성 퇴적층이다. 특히 이 토양층에서는 토양쐐기라고 불리는 토양 균열면의 구조 및 배열 등을 볼 수 있다. 이러한 구조는 주로 빙하기 동안에 만들어진 것으로 플라이스토세의 후반에 계속해서 쌓인 토층 단면에서 볼 수 있다. 이는 신생대 제 4기 동아시아 지역의 기후 변동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전곡리인들은 어떤 돌로 주먹도끼를 만들었을까? 전곡리 선사유적지를 감고 도는 한탄강 바닥에는 여러 종류의 자갈이 수도 없이 널려 있다. 이 자갈들은 암석의 종류에 따라 그 굳기나 쪼개짐, 깨짐 등의 형태나 강도가 다르다. 이 암석 중에서 전곡리인들이 도구로 이용한 암석은 주로 규암 자갈이다. 규암은 퇴적암인 사암(주로 석영 성분의 모래자갈)이 지각 깊은 곳에서 오랜 세월 열과 압력을 받으면서 변성되어 만들어진 암석으로 매우 단단하다. 이 암석은 물리적인 힘을 가하여 타격하면 날카로운 면으로 깨진다. 전곡리인들은 이러한 암석의 특성을 잘 찾아 물건을 찌르거나 자르는 데 필요한 도구를 만들었다. 임진강과 한탄강 주변에는 규암이 넓게 분포하는데 이곳에 규암이 풍화 침식 운반되어 한탄강으로 유입된 것이다.


차탄천은 지질학적으로 매우 흥미롭다. 이는 한탄강 용암이 전곡리 은대리 왕림교 부근에서 북쪽으로 약 5km 정도 떨어진 연천읍 차탄리에도 분포하기 때문이다. 한탄강 용암은 차탄천을 따라 북쪽으로 연천읍 차탄리까지 역류했다. 3회 정도 분출한 한탄강 용암 중에서 이곳 상부층에 분포하는 가장 젊은 용암을 가리켜 차탄리 현무암이라고 한다. 


동이리 임진강 주상절리 지점은 선곡리로 역류한 용암의 일부로서 그 길이가 1km 정도 된다.병풍처럼 펼쳐진 현무암 절벽에는 여러 형태의 절리가 발달해 있어 주상절리의 전시장이라 할 수 있다. 특히 가을에는 검은색 현무암 절벽과 빨갛게 단풍든 담쟁이 덩굴이 이르는 아름다운 풍광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그래서 이곳을 임진 적벽이라 부르기도 한다. 또한 [세종실록지리지]에는 송도팔경 중 장단석벽이라 기록되어 있다. 


연천읍내에서 동북쪽으로 아미천을 따라 올라가면 바로 동막골이다. 이곳은 조선초부터 요업(窯業)이 번창했던 곳이다. 도기(독)를 만드는 곳이라는 의미로 도막 또는 독막 등으로 불려오다 동막으로 굳어졌다는 이야기가 있다. 왜 이곳에서 도기(옹기)를 만들었을까? 연천 지역의 충적층에는 황토가 널리 분포하여 질그릇의 재료인 점토질 흙을 구하기 쉽다. 한편 지장산 자락에 있는 동막골은 땔감과 물이 풍부해 옹기나 벽돌을 만들고 구워내는 장소로 최적의 조건을 갖춘 곳이다. 지금도 전곡리, 궁평리, 장탄리 일대에서는 구운 벽돌을 생산하고 있다. 


동막골 하천 주위에서는 밝은색의 화산재와 눈썹처럼 휘어진 줄무늬가 발달한 응회암이 분포한다. 응회암의 줄무늬는 마치 용암이 흐르면서 만들어진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런 구조는 뜨거운 화산재와 화산력이 섞여 두껍게 쌓일 때 위에서 누르는 압력과 높은 열로 인해 화산력이 납작하게 눌리면서 길쭉하게 늘어나 만들어진 것이다. 이런 구조를 피아메라 하며 이런 줄무늬를 보이는 응회암을 용결 응회암이라 한다. 폭발형 화산에서 분출하는 화산재가 화산체의 경사를 따라 흐르다가 굳으면 회류 응회암이 된다. 화산재가 하늘로 올라간 후 떨어져 쌓이면 강하 응회암이 된다. 


이곳 동막골 응회암층 노두에서는 강화 응회암과 회류 응회암을 모두 볼 수 있다. 이러한 사실은 이곳에서 화산 폭발이 여러 번 반복해서 있었음을 말해준다. 주상절리는 한탄강 유역에 넓게 분포하는 현무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지질 구조다. 그런데 동막골 유원지 하천 주변에 응회암은 중생대 지층이며 산성암류로 분류된 암석이다. 그러나 이곳 응회암에서도 수직으로 발달한 주상절리를 관찰할 수 있다. 수 백도 이상의 높은 온도인 화산재가 두껍게 쌓여 식을 때 마치 현무암질 용암층에서처럼 그 부피가 줄어들면서 응회암의 주상절리가 만들어진 것이다.


일반적으로 폭포는 물줄기도 많지 않고 폭이 좁다. 그런데 직탕폭포는 넓은 용암 대지 위에 발달한 것으로 물이 80m가 넘는 강폭을 가득 메운 채로 마치 넓은 물 커튼을 친 듯 일직선으로 떨어지고 있다. 이런 광경은 세계적으로 드물다. 이러한 폭포가 형성될 수 있는 지질조건은 용암 대지에 강이 흐를 때 뿐이다. 그래서 직탕폭포는 자랑할 만한 가치가 있는 명소다. 한탄강 용암이 넓은 철원 용암대지를 만들 수 있었던 것은 한탄강 용암의 물성 때문이다. 즉 용암의 점성이 낮아 유동성이 크기 때문에 용암이 넓게 그리고 멀리까지 흐르면서 평평한 대지를 만들 수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 한탄강이 흐르면서 현무암의 절리를 따라 침식작용이 활발하게 일어나 직탕폭포와 같은 수직 폭포가 만들어졌다.


고석정 주위에서 한탄강은 화강암과 현무암이 접하는 지질 경계를 따라 흐르며 물줄기가 심하게 곡류한다. 이곳의 한탄강 계곡에서는 강 양쪽 벽이 모두 현무암이고 바닥도 현무암인 곳, 하천 바닥은 화강암이고 계곡 양쪽 벽이 현무암인 곳, 강의 한쪽 벽만 현무암이고 바작과 다른 벽은 화강암인 곳, 강의 양쪽 벽과 바닥이 모두 화강암인 곳 등 네 가지 유형의 계곡 단면을 볼 수 있다. 고석정 유원지가 있는 계곡에서는 한쪽 벽은 현무암이 화강암을 덮고 있고 건너편 계곡 벽은 화강암만 분포한다. 고석정 아래 하상에서는 이 현무암에서 떨어져 나온 전석들을 볼 수 있다. 


삼부연 폭포는 중생대 화강암으로 이루어진 명성산 중턱에 있으며 계곡물의 침식 작용으로 만들어진 폭포다. 높이는 약 20m이고 계곡물은 가마솥 모양의 세 개의 돌개구멍을 지나 아래로 떨어진다. 폭포의 벽에는 폭포수가 오랜 시간 암석 벽을 깎아낸 흔적들이 남아 있다.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 암벽에는 마치 조각가가 예리한 칼로 깎아낸 것 같이 매끈한 면, 움푹 파인 면이 여러 군데 보인다. 또한 폭포 아래 암벽에서는 오랜 시간 물이 휘돌면서 웅덩이의 모양이 변화한 흔적도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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