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만나는 천문학 수업 - 블랙홀부터 암흑 물질까지, 코페르니쿠스부터 허블까지, 인류 최대의 질문에 답하는 교양 천문학 드디어 시리즈 8
캐럴린 콜린스 피터슨 지음, 이강환 옮김 / 현대지성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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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학은 가장 오래된 과학이자 기술의 최전선에 위치하는 놀라운 학문이라는 저자의 말이 눈길을 끈다. 과거에는 양치기, 농부, 선원 등이 하늘을 관찰하며 시간을 보내거나 계절을 예측하고 방향을 잡았지만 오늘날에는 비슷한 일을 천문학자들이 한다. 우주와 우리의 DNA는 연결되어 있다. 우리를 비롯해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은 빅뱅의 순간을 거쳐 넓은 우주가 형성되고 별이 서로 충돌하고 생성되고 파괴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원소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즉 우리는 모두 별에서 온 존재들이다


국제천문연맹이 정한 행성의 조건은 다음과 같다.

1. 태양 주위를 공전하는 궤도를 지닌다

2. 충분한 질량을 가져 자체 중력으로 구 형태를 유지한다

3. 궤도 주위의 천체들을 쓸어내 주변 영역을 정리한다


수성과 금성은 위성을 가지고 있지 않다. 그 이유는 태양과 너무 가깝고 질량이 작기 때문이다. 태양은 실제로는 매우 밝은 흰색이지만 지구 대기를 통과하며 들어오는 빛에서 파란색과 빨간색 파장이 일부 제거되기 때문에 노랗게 보인다. 태양의 열과 에너지는 태양계 전체로 퍼져나간다가장 바깥쪽에 위치한 해왕성은 태양의 온기를 일부만 받는 반면 가장 안쪽의 수성은 거의 태양빛에 구워진다고 할 수 있다. 수성은 대기가 거의 없기 때문에 낮과 밤의 온도차가 극단적으로 크다. 가장 더울 때는 표면 온도가 430도에 이르고 추울 때는 영하 180도까지 떨어진다. 수성은 목성의 위성 가니메대와 토성의 위성 타이탄보다 작다. 수성 표면에는 다른 어떤 행성보다 크레이터와 균열이 많다


일반적으로 표면의 크레이터가 많을수록 행성이나 위성이 오래 되었다는 뜻이다. 이 기준으로 보았을 때 수성은 상당히 오래된 행성이다. 수성은 지구형 행성 중 가장 밀도가 높다. 65%의 철과 35%의 기타 광물로 구성되어 있다. 많은 행성학자들이 수성에 철이 많은 이유를 알아내기 위해 끊임없이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금성은 태양과 두 번째로 가까운 행성이자 지구형 행성이다. 이는 수성, 지구, 화성과 마찬가지로 주로 규산염 암석과 금속 원소로 이루어져 있다는 뜻이다. 다른 지구형 행성과 마찬가지로 금성에서도 화산활동, 지진 활동, 침식, 풍화작용이 일어났으며 표면이 단단한 암석으로 덮여있다. 금성 탄생 초기에는 표면에 물이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알 수 없는 이유로 금성의 물은 모두 사라졌고 현재 모습과 같은 두꺼운 이산화탄소 대기로 뒤덮였다. 과학자들은 종종 지구 대기에 이산화탄소가 누적되어 산소 농도가 떨어진다면 지구도 금성처럼 변할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한다. 산업화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에 대해 경고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지구가 단기간에 갑자기 금성처럼 변할 확률은 매우 낮다. 금성은 지구가 먼 미래에 맞이할지도 모를 아주 극단적인 예시 중 하나에 불과하다


태양계는 약 46억 년 전 원시 성운이 중력 붕괴를 일으키며 형성되었다. 태양을 비롯해 모든 행성이 비슷한 시기에 함께 형성되었다. 지구도 이때 원시 성운의 한가운데에서 작은 암석 행성으로 탄생했다. 다른 내행성계 행성과 마찬가지로 지구도 파편과 잔해가 서로 충돌하고 뭉쳐지는 과정을 거쳐 오늘날의 크기로 성장했다. 초기 지구는 용융된 땅이었고 신생 태양을 둘러싼 먼지 구름에 지속적으로 노출되었다. 그뿐 아니라 화산이 끊임없이 폭발해 그 연기와 분출물이 지구 대기에 뒤섞여 매캐하고 어두운, 생명체가 살기 적합하지 않은 상태였다


38억 년 전 후기 대폭격의 잦은 충돌이 끝나고 지구의 지각이 식으며 바다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최초의 생명체인 원핵 생물이 등장했다. 뒤이어 등장한 특이한 박테리아 종 등이 주변 공기를 산소로 채우기 시작했고 시간이 흐르며 다른 생명체가 숨쉴 수 있는 맑고 깨끗한 기체 덮개 즉 대기가 형성되었다. 해양은 여전히 인류에게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 있는 지구의 마지막 개척지이다. 해양학자들에 따르면 지금까지 탐사된 해저는 전체 약 5%에 불과하다고 한다


많은 과학자들은 해양과 수권에 생명의 기원을 밝힐 단서가 숨어 있을 것으로 보고 다른 행성에서는 찾기 어려운 이 독특한 환경을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지구 형성 초기에는 바다가 없었다. 생명의 원천이기도 한 물은 도대체 어떻게 생겨난 것일까? 한 학설에 따르면 바다는 혜성 핵이라고 불리는 거대한 얼음 덩어리 폭격으로 지구에 전해졌다고 한다. 태양계에서 행성이 형성되는 동안 주변을 떠돌던 많은 혜성이 지구와 충돌했던 것이다. 그러나 지구에 자체적인 물 공급원이 있었을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지구가 탄생 초기에 다양한 원시성운 파편과 부딪혔을 때 물과 얼음이 포함된 잔해와 부딪혔을 수도 있다. 즉 바다는 지구가 생성될 때 이미 지구를 구성하고 있던 초기 암석이나 파편에서 나온 물로 형성되었을 수도 있다.


시력이 좋은 사람은 맨눈으로도 달의 어둡고 밝은 부분을 구분한다. 어두운 영역은 고도가 낮은 달의 바다이다. 물론 달의 바다는 평원이나 분지이다. 화성의 토양에는 산화철 성분이 풍부해 우리가 흔히 녹슨 상태라고 부르는 색이 지표 전체에 퍼져 있어 행성 전체가 붉은빛을 띠고 있다. 하나의 위성만을 가진 지구와 달리 화성에는 포브스와 데이모스라는 두 개의 위성이 있다. 이들은 먼 과거에 태양계를 떠돌다가 화성 궤도에 진입한 소행성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인류가 화성에 계속해서 탐사선을 보내는 가장 큰 이유는 외계 생명체가 존재했다는 증거를 찾기 위해서다. 과연 태양계에 우리 지구인 외에 다른 생명이 존재할까? 현재까지 밝혀진 바에 따르면 화성은 과거에 온습했을 가능성이 있고 이는 생명의 탄생 조건과 맞아떨어진다. 과연 과거에 화성의 생명체가 있었을까? 그렇다면 그 생명체는 어떻게 되었을까? 어쩌면 오늘날까지 화성 또는 우주 어딘가를 떠돌고 있지 않을까? 화성 탐사는 이런 모든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한 길고 오랜 여정이다


목성은 태양계에서 가장 큰 거대 행성이다. 지름은 지구의 약 11 배이고 부피는 1300배이고 질량은 300배에 달한다. 태양계의 다섯 번째 행성이자 외행성계의 첫 번째 행성인 이 거대 기체 행성은 내부도 굉장히 기묘하다


토성은 망원경으로 관측하기에 가장 좋아 인기가 많은 행성이다. 목성에 이어 두 번째로 큰 행성이자 아주 아름답고 눈에 잘 띄는 고리를 가지고 있다. 청록색 안개로 덮인 천왕성은 독특하게도 옆으로 누운 채 태양 둘레를 공전하고 있다. 다른 행성들은 가로 방향으로 공전하는데 천왕성 기준에서는 세로 방향으로 공전하는 것이다. 천왕성은 과연 처음부터 기울어져 있었을까? 천문학자들은 그렇지 않다고 본다. 무언가가 천왕성을 뒤집은 것이다. 과연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지금까지 가장 유력한 가설은 초기 천왕성이 지구와 비슷한 크기의 천체와 강하게 충돌해 옆으로 기울었다는 것이다


태양계의 마지막 행성인 해왕성은 놀라운 기록들을 가지고 있다. 태양까지의 평균 거리가 45억km나 된다. 이 때문에 태양 주변을 한 바퀴 공존하는 데 약 165년이라는 어마어마한 시간이 걸린다. 천문학자들은 천왕성과 해왕성을 묶어 거대 얼음 행성이라 부른다. 두 행성의 얼음 함량이 압도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명왕성은 더 이상 행성이 아니라 왜소행성이다. 명왕성은 1930년 미국 천문학자 클라이드 톰보에 의해 발견된 이후 지금까지 아직 한 번도 공전궤도를 완전히 돌지 못했다. 태양과의 거리가 너무 멀어 한 바퀴를 도는데 무려 248년이 걸리기 때문이다기껏해야 100년 정도를 사는 우리가 명왕성이 궤도를 한 바퀴 완주하는 모습을 직접 보기란 불가능하다


혜성은 주기가 200년 이상인 장주기 혜성과 200년 이하인 단주기 혜성으로 나뉜다. 우리가 알고 있는 혜성 중 가장 유명한 것은 아마 핼리혜성일 것이다. 유성의 일부가 대기권에서 모두 타버리지 않고 남아 지상에 떨어진 파편을 운석이라 한다. 운석은 밀도가 몹시 높아 상당히 무겁다. 보통 자성을 띠고 콘드률(condrule)이라는 둥근 알갱이가 박혀 있다. 운석 표면에는 지구 대기권을 통과하며 군데군데 떨어져 나가거나 손가락으로 누른 것 같은 함몰 흔적과 녹았던 부분이 빠르게 식으며 생긴 용융각이 있어 어두운 색을 띤다. 운석은 대부분 철과 니켈로 이루어져 있다.


모든 항성은 중심부의 핵이 주변 플라스마와 반응해 빛나는 구형 발광체로 자체 중력으로 뭉쳐 있다. 항성은 핵 원소를 융합해 다른 원소로 바꾼다. 이런 핵융합 과정이 어마어마한 열과 빛을 방출하는 것이다. 핵융합 작용과 자체 중력이 결합해 항성을 굉장히 뜨겁지만 안정적인 구체로 만들어낸다. 항성은 일생 대부분의 시간을 수소를 융합시켜 헬륨을 만들며 보낸다. 오래된 항성일수록 수소가 부족해지고 일부는 헬륨을 탄소로 융합하며 가장 오래되고 무거운 항성의 경우 심지어 철로 융합하기까지 한다


원소를 융합해 새로운 원소를 만드는 이 과정을 핵합성이라고 부른다. 오래된 항성이 소멸할 때 그 구성물질은 온 우주로 흩어져 새로운 항성이나 행성, 기타 천체에 재활용된다. 천문학자 칼 세이건은 [코스모스]에서 우리는 별의 잔해로 이루어져 있다고 썼다. 우리가 숨 쉬는 산소부터 혈액 속 철분, 뼈의 칼슘, 세포 분자의 탄소는 모두 오래전 소멸한 별에서 나온 것이다. 항성은 광구(항성의 표면) 색을 기준으로 분류된다. 천문학자들은 별에서 방출된 빛을 분광기에 통과시켜 스펙트럼을 분석한다. 항성에 존재하는 각 원소는 흡수선이라는 어두운 선 형태의 흔적을 남긴다


항성 빛의 스펙트럼은 항성이 얼마나 빠르게 자전하고 공전하는지어떤 화학원소를 포함하는지, 자기장이 얼마나 강한지, 대략적인 탄생 시기는 언제인지 등을 알려준다. 대부분의 항성은 주계열성이라고 불리는 좁고 구부러진 띠를 따라 존재한다. 주계열성이란 항성의 일생 중 대부분을 차지하는, 핵융합이 안정적으로 일어나는 단계를 뜻한다. 항성의 질량은 주계열성에 얼마나 오래 머무를지를 결정한다. 핵융합을 멈춘 항성은 색과 밝기가 변한다. 그때부터 주계열성 군단에서 벗어나 그래프의 다른 부분으로 이동한다


태양 질량의 25%가 되지 않는 작은 별은 주로 백색왜성이 되고 태양을 포함한 거대한 별들은 팽창하여 적색 거성이 되었다가 나중에 백색왜성이 된다. 가장 큰 별은 적색초거성이 될 확률이 높다. 질량이 클수록 항성의 수명은 짧다. 태양보다 질량이 큰 항성은 초신성으로 폭발하기 전까지 기껏해야 수백만 년 정도 살게 된다. 질량이 매우 작은 항성은 핵융합에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지 않아 아주 오랜 시간 밤하늘에 떠 있다. 어쩌면 영원히 존재하는 것처럼 보인다. 지금까지 밝혀진 바에 따르면 우주가 시작된 이래 수명을 다해 소멸한 적색왜성(온도가 낮고 질량이 가벼운 항성)은 하나도 없다


중심 온도가 400만 도가 넘어가면 핵융합이 시작되어 항성이 탄생한다. 태양과 태양계 행성들은 단독으로 만들어지지 않았다. 별들도 지구 생태계와 마찬가지로 돌고 돌며 존재한다. 우주에서 최초로 탄생한 항성은 수소와 헬륨으로 이루어졌다. 최초의 항성들은 우주가 탄생한 지 불과 수억 년 만에 뭉치기 시작한 무거운 별이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은 최초의 별 또는 성간 구름에서 시작되었다


천문학에서는 태양 질량의 8배 이상 되는 항성을 고질량 항성이라 한다. 이들은 태양과 마찬가지로 핵융합 단계를 지나지만 태양이 수소에서 핵융합을 시작해 탄소까지 방출하는 반면 이들은 탄소를 네온으로, 네온을 산소로, 산소를 규소로 융합하며 궁극적으로 철로 이루어진 핵을 만든다. 철이 핵융합을 하기 위해서는 항성이 공급할 수 있는 것보다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기에 이 지점에서 핵융합 반응이 멈춘다. 이 단계에서 고질량 항성은 매우 밀도 높은 중성자별로 변한다


은하는 항성과 행성 등 여러 천체 기체, 먼지, 암흑 물질들이 중력에 의해 하나로 묶인 거대 집합체다. 빅뱅이 일어난 지 약 4억 년 뒤 빛나는 조각에 지나지 않았던 초기 은하에서 최초의 별이 탄생했다. 이후 은하들은 서로 충돌하고 결합하며 더 큰 별들의 집단을 형성했다. 별들이 끊임없이 핵융합을 하듯 은하도 끊임없이 진화한다. 강한 핵력은 원자핵을 구성하는 양성자, 중성자에 작용한다. 양성자와 중성자는 쿼크라는 더 작은 입자로 이루어져 있다. 강한 핵력은 쿼크가 결합해 핵을 유지하게 하는 힘이다. 약한 핵력은 한 유형의 쿼크를 다른 유형으로 바꾸어 우라늄과 같은 방사성 원소를 붕괴시키는 힘이다


중력은 한 물체의 질량이 다른 물체를 끌어당기는 힘으로 우주에서 보편적으로 작용한다. 전자기력은 전하를 띤 물체들 사이에서 작용하는 힘이다. 지금까지 밝혀진 바에 따르면 우주는 5퍼센트의 바리온 물질, 27퍼센트의 암흑 물질, 68퍼센트의 암흑 에너지로 이루어졌다. 물리학에서 바리온은 쿼크 3개로 이루어진 물질을 의미하고 천문학에서는 우리가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모든 물질을 의미한다


암흑물질에도 중력이 있다. 암흑에너지는 중력에 대항해 우주 시공간을 빠르게 팽창시키는, 미지의 에너지라 할 수 있다. 우주 팽창현상이 밝혀진 이후 성립된 고전적 우주론에 따르면 팽창하는 우주에서 은하단의 거리가 서로 멀어짐에 따라 중력이 감소해 속도가 줄어드는 것이 논리적으로 옳다. 즉 우주의 팽창 속도가 점차 줄어들어야 한다. 그러나 학자들의 관측 결과 우주의 팽창 속도는 줄어들기는커녕 점차 가속화되고 있다. 우주의 팽창을 가속시키는 이 알 수 없는 미지의 에너지가 바로 암흑에너지이다. 모든 천체는 태어난 직후부터 계속해서 회전하며 팽창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빅뱅으로 시작된 우주가 자신의 나이인 130억 광년 가량의 공간을 차지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작은 점에서 시작한 우주는 초기에 가속 팽창을 계속해 이제 관측 가능한 영역이 약 930억 광년에 이르는 광대한 공간이 되었다. 한 천체의 중력으로 인해 다른 천체가 실제와 다르게 보이는 현상을 중력 렌즈 효과라고 한다. 우주에 분포하는 중력을 지닌 모든 천체는 렌즈가 될 수 있다. 질량이 클수록 더 많은 왜곡을 일으킨다. 중력이 클수록 더 볼록하거나 오목한 렌즈처럼 천체를 왜곡되어 보이게 만든다. 이 현상은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 이론에 의해 예측되었고 일부 천문학자들은 은하단이 중력 렌즈 효과를 일으킨다고 보았다


중력 렌즈를 활용하면 우주배경복사라 불리는 빅뱅 이후 남은 아주 오래된 희미한 빛을 연구할 수 있다. 이 빛은 우주가 탄생하고 약 38만 년 후에 발생한 태초 우주의 잔재와 같다. 한때 우주배경복사는 매우 강렬하고 뜨거우며 항성의 표면만큼 밝았을 것이다. 그러나 우주가 팽창하며 빛의 파장이 길어져 오늘날에는 마이크로파로 남아 있다. 이 빛에는 우주 탄생에 대한 정보가 담겨 있지만 너무 희미해 연구하기 어렵다. 중력 렌즈는 빅뱅의 마지막 메아리인 우주배경복사의 변화를 관찰할 좋은 관측 도구가 되어준다


우주를 더 멀리 들여다볼수록 시간을 더 거슬러 올라가 먼 과거를 알 수 있다. 중력 렌즈를 이용하면 암흑 물질도 연구할 수 있다. 암흑 물질은 거대한 은하단 곳곳에 두루 분포하는데 은하단은 자체의 중력에 묶여 있을 뿐만 아니라 암흑 물질의 영향도 받는다. 어떤 은하단이 중력 렌즈 효과를 일으킨다면 여기에는 암흑 물질의 질량도 일부 반영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중력 렌즈는 우주 전체에 골고루 분포한 암흑 물질의 존재를 증명하고 규모를 파악하는 데에도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


빅뱅 이후 38년까지 우주는 팽창을 거듭했다. 하지만 이때까지도 우주는 너무 뜨겁고 빛이 보이지 않는 암흑 세계였다. 밀도 높은 플라스마만 존재해 마치 빛을 산란시키는 불투명한 뜨거운 수프와 비슷했다. 어둡고 스산한 안개와도 비슷했다. 다음으로 재결합 시대가 찾아왔다. 충분히 냉각된 물질 원소들이 원자를 형성한 것이다. 마침내 원초적인 빛이 통과할 수 있는 투명한 기체가 등장했다. 이때 등장한 빛을 우주 마이크로파 배경복사라고 부른다. 마이크로파 복사는 우주를 빛으로 채웠다. 비슷한 시기에 기체 구름이 수축되며 최초의 별을 형성했다


별들은 주변에 남아 있던 기체 에너지를 공급해 우주를 더욱 밝게 비추었다. 이를 재이온화 시대라고 한다. 우주는 계속해서 팽창했지만 이후 수십억 년간 별과 은하의 질량이 만들어내는 중력의 영향으로 팽창 속도가 점차 느려졌다. 그러다가 약 50억 년 전부터 갑자기 흥미로운 일이 일어났다. 암흑에너지가 우주의 팽창을 가속시키기 시작한 것이다


천문학은 크게 둘로 나누면 관측천문학과 세분화된 천체물리학으로 나눌 수 있다. 관측 천문학이란 우주와 천체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는 데 중점을 두는 학문이다. 천체물리학은 관측 자료에 물리학을 적용해 행성과 항성, 가스와 기체, 성간 물질과 성운, 더 나아가 은하와 은하단의 탄생과 기원, 발전과 진화를 설명하는 학문이다


빛은 입자와 파동의 성질을 모두 지니고 있다. 이러한 이중적 특성으로 인해 우리는 카메라를 활용해 광자의 집합을 촬영할 수도 있지만 분광기 등으로 빛의 파장을 분리해 관찰할 수도 있다. 한마디로 빛은 우주를 탐구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존재다. 적외선, 가시광선, 자외선 등을 모두 아울러 열복사선이라고 한다. 조금이라도 가열된 물체는 모두 적외선을 방출한다. 적외선 감지기는 눈에 보이지 않는 빛을 관측하게 도와준다


현재까지 가장 유명한 적외선 망원경은 지구 궤도를 도는 스피처 우주망원경과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이다. 행성과학은 기본적으로 지구의 환경을 연구하는 지구과학과 유사하다. 태양계의 8개의 행성은 암석 행(지구형 행성), 거대 가스행성(목성형 행성)으로 나뉜다. 행성과학은 이들 행성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특히 그 지표면을 분석해 탐구한다. 행성과학자들은 각 행성에서 과거에 일어났던 지질 운동, 외부 파편과의 충돌, 풍화작용, 화산활동 등을 연구한다


지표면에 사는 우리는 화산, 하면 산의 분화구에서 뜨거운 용암과 유독가스, 화산재를 분출하는 모습을 먼저 떠올린다. 그러나 화산은 지표면과 대륙뿐만 아니라 깊은 바다에도 존재한다. 화산활동이란 땅속 깊은 곳에 있는 마그마가 지표 또는 지표 가까이에서 일으키는 여러 작용을 두루 가리킨다. 그 과정에서 흔히 떠올리는 화산 폭발뿐만 아니라 분출물의 퇴적, 화산성 지진의 발생, 지각변동 등을 일으킬 수 있다


수성과 금성 같은 내행성계 그리고 해왕성을 비롯한 외행성계의 얼음 행성과 위성에 화산이 있다. 내행성계 행성에서 화산은 대부분 현무암질 용암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는 마그마로 녹은 암석이 지표면으로 빠르게 퍼져나간다는 뜻이다. 그러나 외행성계의 화산은 주로 얼음 화산이다. 내부의 열이 지표면에 얼음을 녹여 슬러시 같은 형태로 분출한다. 천문학자들이 망원경을 사용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먼 천체에서 나오는 희미한 가시광선을 가능한 한 많이 모아 정확히 분석하기 위해서이다


별들은 두꺼운 기체와 먼지 구름의 소용돌이에서 탄생하므로 관측하기 어렵다. 스피처 우주망원경을 비롯한 적외선 탐지 망원경들은 먼지를 뚫는 적외선의 성질을 활용해 미래 별의 배아를 관측할 수 있다. 많은 경우 어린 별의 씨앗은 오래되고 거대한 항성에 강한 복사열의 먼지 구름을 깎아내고 파괴할 때 생성되는 거대한 기둥 모양 구조에 숨어 있다


광학망원경으로는 별빛의 윤곽이 드러난 어두운 형태가 보일 뿐이지만 적외선 망원경으로는 별의 탄생을 지켜볼 수 있다. 우주에 관해 모든 겻이 밝혀지는 일은 결코 있을 수 없다. 탐구하고 관찰해야 할 것은 우리가 우주를 알아내는 속도보다 더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천문학은 곳곳에 보석이 숨겨진 보물 창고와 비슷하다.


어느 날 우연히 어떤 자료를 통해 새롭고 경이로운, 아름다운 사실을 발견할 수도 있다. 현존하는 광학 망원경 중 규모가 가장 큰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은 최첨단 장비를 탑재해 가시광선과 적외선을 두루 감지하고 분석할 수 있다. 허블 우주망원경의 후계자로 여겨지는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은 별의 탄생과 소멸 과정을 추적하고, 외계 행성 사진을 촬영하며 초기 우주의 빛을 수집하는 등 천문학의 오랜 과제를 수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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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에 남은 지문 - 과거로부터 온 미래 기후의 증거
데이비드 아처 지음, 좌용주 외 옮김 / 성림원북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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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물리학자 데이비드 아처의 [얼음에 남은 지문]1. 이산화탄소 배출은 국제적으로 경제적, 군사적 패권과 밀접하다. 2. 화석연료 사용에 따른 비용과 이익은 공정하게 공유되지 않는다. 3. 지구 온난화의 영향을 받는 사람은 대부분 미래의 사람들이다 외에 4. 미래 기후는 결국 석탄 처리에 달려 있다는 말을 하는 책이다. 저자는 상세하게 설명하기보다 자신의 페이스를 유지한다. [얼음에 남은 지문]의 원제는 The Long Thaw. 장기간의 해빙(解氷)을 의미하는 말이다. 번역본 제목을 보면 [얼음에 남은 지문]은 빙하에 관한 책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해빙과 그로 인한 기후 위기를 다룬 책이다.

 

원서가 나온 해는 2009년이고 번역서가 나온 해는 2022년이다. 저자는 서문에서 아직 기회는 있다고 말한다. 100만 년 넘게 지구 기후는 이산화탄소를 들이마시고 내뿜는 땅에 의해 결정되었다. 즉 에오세의 온실 기후와 현재의 서늘한 기후의 차이는 대륙 분포, 거대한 습곡 산맥의 형성, 식물 진화 등 탄소의 배출과 흡수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에서 비롯된다. 화산은 매년 인간보다 훨씬 적은 양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따라서 가까운 미래는 인간이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저자가 예로 드는 지역은 북극이다. 북극은 열대 지역보다 기온이 크게 상승하고 있다. 얼음이 녹으면서 드러난 맨땅이 얼음보다 햇빛을 더 많이 흡수하기 때문이다. 남극에서는 불가사의하게도 이런 현상을 확인할 수 없다. 이는 오존 구멍과 관련 있는지도 모르겠다. 저자는 두 개의 알베도 피드백을 이야기한다.(알베도는 가시광선에 대한 행성의 반사율을 의미한다.) 얼음 알베도 피드백과 수증기 피드백이다. 얼음 알베도 피드백과 마찬가지로 수증기 피드백도 지구온난화를 증폭한다. 고위도에서만 적용되는 얼음 알베도 피드백과 달리 수증기 피드백은 지구 전체에 일정하게 영향을 끼친다. 수증기 피드백은 이산화탄소 증가만 고려했을 때보다 온도를 약 두 배 높인다. 얼음 알베도 피드백은 얼음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서든 일어나지만 눈과 얼음의 면적이 가장 넓은 고위도에서 그 효과가 훨씬 더 지배적으로 나타난다고 할 수 있다.

 

북극의 경우 얼음 피드백은 흰색 얼음이 태양 빛을 반사하는 대신 어두운 바다가 열을 흡수하여 온난화를 가속하는 알베도 효과가 빚어지고 있다. 세계기상기구, 유네스코 등이 킬리만자로의 눈이 2040년에 사라질 것으로 전망했다. 2040년이란 숫자에 눈길이 가는 것은 북극도 2040년 여름이 얼음이 없는 계절이 될 것으로 전망하는 연구자가 있기 때문이다. 그는 미국 국립대기연구센터(NCAR)의 마리카 홀랜드(Marika Holland). 지구 표면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북극해는 그린란드 빙산과 북대서양 심층수의 생성 지역에 인접해 있다.

 

해빙은 지구상에서 햇빛을 가장 잘 반사한다. 바다는 가장 적게 반사한다. 휜색을 띠는 눈 덮인 해빙은 가시광선과 태양 복사 에너지를 우주로 반사하는 거울 역할을 한다. 바다는 어둡게 보여 태양 에너지를 흡수하는 스펀지와 같다. 바다 표면은 파란색 계열의 빛만 산란되어 파랗게 보이지만 수심이 깊어지면 파란빛마저 물에 흡수되어 반사되는 빛이 줄어들기 때문에 바닥은 짙은 파란색을 지나 결국 어둡게(검게) 보이게 된다.

 

24시간 동안 평균을 내면 밤에도 태양이 지지 않는 북극의 여름철 햇빛이 지구에서 가장 강하다. 녹아내리는 북극 해빙은 지구온난화가 분수령으로 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가장 확실한 사례다. 해수면은 점점 상승하고 있다. 오늘날 해수면 상승 요인의 3분의 2는 데워진 해양의 열적 팽창이다. 나머지 요인은 녹아내리는 빙하다. 저자는 히말라야의 빙하를 이야기한다. 저자에 의하면 히말라야의 빙하 녹은 물은 갠지스강, 인더스강, 브라마푸트라강, 살원강, 메콩강, 양쯔강, 황하 주변에 사는 수십억 명의 사람에게 담수를 공급해준다. 겨우내 산지에 쌓인 눈은 봄 여름에 물을 흘려보내고 농사에 요긴하게 쓰인다. 페루의 안데스 산맥, 미국 북서부의 태평양 산지에서도 빙하는 여름에 물을 공급한다. 빙하가 줄어들면 이 지역의 물 공급 또한 심각하게 감소할 것이다.

 

빙하를 시추하여 얻은 빙하 코어에는 수십만 전의 얼음에 녹아 들어갔거나 공기방울에 갇힌 과거 대기의 실제 시료들이 포함되어 있다. 이 시료들로부터 과거의 이산화탄소, 메테인, 다른 온실 기체의 농도를 구할 수 있다. 빙하(glacier)는 눈이 굳어 자체 무게로 움직이는 얼음 덩어리다. 빙상(ice sheet)은 극지방을 덮고 있는 50,000 km² 이상의 광활한 빙하 덩어리로 대륙 빙하라고도 불린다. 빙산(iceberg)은 빙하에서 떨어져 나온 부유 얼음이다. 해빙(sea ice)은 바닷물이 언 것을 말한다. 빙퇴석(moraine)은 움직이는 빙하가 골짜기를 깎아내며 운반해 온 암석, 자갈, 토사 등이 빙하가 녹으면서 가장자리나 말단에 쌓여 만들어진 지형을 의미한다.

 

빙하가 자체 무게로 움직인다는 의미는 표면이 조금 녹아 미끄러지는 현상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핵심은 거대한 얼음 덩어리가 엄청난 압력으로 인해 고체 상태에서도 끈적한 액체처럼 낮은 곳으로 서서히 흐르거나 밑바닥이 녹아 미끄러진다는 의미다. 대륙지각은 녹은 쇳물이 담긴 도가니의 맨 위에 둥둥 떠 있는 불순물 즉 슬래그와 유사하다. 해양 지각은 대륙 지각과 달리 화학적으로 맨틀과 좀 더 유사하며 판이 수렴하고 충돌하는 곳에서 지구 내부로 들어간다. 해양지각과 맨틀은 철, 마그네슘 등이 많은 고철질 또는 초고철질이다. 해양 지각의 평균 수명은 약 15천만 년에 불과하다. 반면 대륙지각은 지구 내부로 들어가지 않는 대신 침식된다. 즉 풍화되거나 갈려 으깨진다.

 

두 지각은 모두 물에 떠 있는 빙산처럼 맨틀이라는 유체에 떠 있다. 해양지각은 대륙지각보다 얇고 밀도가 크기 때문에 대륙지각보다 낮게 떠 있다. 바닷물은 바다 깊이 채워져 있어서 해양지각 또한 물로 덮여 있다. 빙상이 녹으면 그 아래의 지표면은 발자국에 눌렸다가 튀어나오는 잔디처럼 올라온다. 지각이 떠오르거나 가라앉는 데는 수만 년이 걸리므로 이전에 로렌타이드 빙상 아래에 있었던 캐나다의 허드슨만 지역은 얼음이 녹은 지 1만년이 지난 지금도 계속 상승하고 있다.(101 페이지)

 

해수면 변화의 요인은 셋이다. 1) 빙상에서 바다로 유입되는 물, 2) 해수의 열팽창, 3) 천천히 변화하는 판의 고도 등이다. 탄소 동위원소 및 산소 동위원소의 급증은 심해에 극적인 온난화가 있었음을 증거한다.(103, 104 페이지) 무거운 산소는 증발하는 데 있어서 가벼운 산소보다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해 적게 증발하지만 기온이 올라가면 수온도 올라가고 물 분자들이 더 빠르게 움직여 표면장력을 뚫고 증발할 수 있는 충분한 에너지를 얻어 무거운 산소도 많이 증발하는 것이다.

 

빙하 코어, 퇴적물, 화석 등에서 가벼운 산소와 무거운 산소의 비율을 알 수 있다. 많은 사람이 가장 궁금해 히는 것은 인간이 유발한 기후 변화에 대한 예측을 기후의 자연적 변동 및 주기와 어떻게 비교할 수 있느냐다. 현재의 온난화 현상은 거의 모든 곳에서 한꺼번에 일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현상이다.(108 페이지) 새로운 기후의 문제는 예측할 수 없다는 점에 있다. 미래는 수백만 년 동안 존재하지 않았던 온실 기후로 인해 따뜻해지면서 과거와는 달라질 것이다. 급속한 온난화에 대한 가장 가까운 사례는 5500만 년 전의 팔레오세-에오세 최대 온난기이지만 너무 동떨어져 있어서 자세히 알 수는 없다. 이 때문에 미래를 예측하고 준비하기가 매우 어렵다.

 

지구의 탄소 중 생물계 순환에 참여하는 유기 탄소는 극히 일부분이다. 이 유기 탄소로 지구 표면을 칠한다면 불과 몇 mm 두께에 지나지 않는다. 얇고 끈적해 보이는 이 층은 지구에서의 화학 반응을 수천 배 가속할 수 있다. 생명체는 탄소라는 원소의 화학적 성질에 기초한다. 지구의 어떤 원소도 그 복잡성에 있어서 탄소를 따라올 수 없다. 주기율표에서 탄소와 가장 가까운 규소 역시 복잡한 화학적 성질을 가진 원소다. 규소의 화학적 성질은 판구조 운동의 단계와 해양지각, 대륙지각의 특성을 공유한다. 풍화작용의 산물인 토양은 규소의 화학적 성질에 따라 형성된 결과다. 규소는 지구 내부를 제어하지만 탄소는 표면을 차지하고 있다.

 

탄소 순환은 해양과 지구의 고체 부분으로 확장된다. 퇴적암은 해수면이 높은 시기에 퇴적되었거나 느린 판구조 운동으로 해양지각에서 대륙지각 쪽으로 부가되어 올라간 것들이다.(118 페이지) 궁극적으로 이산화탄소가 얼마나 많이 배출되는가가 중요하다. 이산화탄소가 많아져 해양이 더욱 산성화되면 이산화탄소 저장 능력이 줄어든다.(129 페이지) 인류는 이산화탄소로 바다를 산성화한다. 이에 대응하여 염기(鹽基)인 탄산칼슘은 바다와 육지에서 융해되어 수소이온지수 균형을 회복시킨다. 이 과정은 수천 년이 걸린다.

 

산성은 바닷물이나 빗물과 같은 물을 기본으로 하는 혼합물의 특성이다. 산성 용액에는 높은 농도의 수소 이온이 들어 있다. 수소 이온은 금속, 암석, 생물학적 탄소 화합물을 비롯한 여러 종류의 화학 결합과 빠르고 거칠게 반응한다. 물 분자에서 수소 이온이 빠져나가면 수산화이온이라는 잔여물이 남는다. 메테인은 분자 단위에서는 이산화탄소보다 30배나 더 강력한 온실 기체다. 일단 대기로 방출된 메테인은 약 10년 안에 또 다른 온실 기체인 이산화탄소로 분해된다. 이때 분해되어 나온 이산화탄소는 화석연료의 이산화탄소와 마찬가지로 대기 중에 축적된다. 겉보기에 메테인 하이드레이트 침전물은 상당히 불안정한 상태다.

 

메테인 하이드레이트는 온도가 너무 높으면 녹고, 물이 얼음 상태를 유지할 만큼 온도가 낮더라도 대기압에서 방출된다. 해양 퇴적물의 하이드레이트는 진흙 속에 묻히지만 않았다면 녹아서 바다 표면으로 떠오를 것이다. 해수면 상승은 부분적으로 해수의 열팽창으로 발생한다. 해수면 변화의 주요인은 육지 빙하의 해빙(解氷)이다. 버지니아 대학교의 고기후 학자인 윌리엄 러더먼은 [인류는 어떻게 기후에 영향을 미치게 되었는가]라는 흥미로운 책에서 수천 년 전부터 농지 개간이라는 인간의 활동이 대기 중 이산화탄소와 메테인 농도를 바꾸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만약 이산화탄소 농도가 인간 활동의 영향 없이 자연적으로만 변화했다면 다음 빙하기가 이미 시작되었을 것이라고 말한다.(174, 175 페이지)

 

산업 문명은 이미 지난 몇백 년 동안 에너지원을 18세기의 나무에서 19세기의 석탄으로, 20세기의 석유와 가스로 여러 차례 바꿨다. 장기적으로는 다시 바꾸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만약 인류 문명이 화석연료가 이미 고갈된 세계에 뿌리 내렸더라면 어땠을까? 그런 상황이라면 인류는 쓸 만한 대체 에너지원을 개발했을 것이다. 이산화탄소 배출은 국제적으로 경제적, 군사적 패권과 밀접하다. 1990년 온실가스 배출량의 6% 감축을 의무화한 교토의정서가 채택되었으나 미국과 호주 정부는 막대한 예산이 든다는 이유로 거부했다. 궁극적으로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안정화하려면 훨씬 더 크게 감축해야 한다.

 

지구 온난화를 피하는 간단한 개념은 석유와 가스는 계속 태우지만 석탄 연소는 멈추는 것이다. 석탄 연소는 현재 탄소 배출량의 3분의 1을 차지하며 석유와 천연가스가 각각 3분의 1이다. 장기적으로 볼 때 사용 가능한 석탄의 양은 석유와 가스의 10배가 넘는다. 궁극적으로 지구 기후의 미래는 석탄에 대해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에 달려 있다.(184 페이지) 흥미로운 점은 북한의 경우다. 그들은 석탄을 석유화하는 기술(coal liquefaction)을 보유하고 있다. 지구에는 석탄이 너무 많다. 미래 기후는 결국 석탄 처리에 달려 있다. 석탄을 통해 전기를 생산하는 새로운 기술이 있다. 석탄가스화 복합 발전이라고 불리는 이 기술은 석탄을 고온고압에서 가스화하여 전기를 생산하는 친환경 발전 기술이지만 석탄 화력발전보다는 비용이 많이 들어서 아직 산업 표준으로 자리 잡지 못했다. 규제 상태에 놓인 에너지 시장에서 전력 공급 회사들이 가장 저렴한 방식 외에 다른 방식을 택하기는 쉽지 않다.

 

석탄가스화 복합 발전(IGCC; integrated gasification combined cycle)의 장점은 이산화탄소를 거의 순수한 형태로 생산한다는 것이다. 반면 전형적인 석탄 화력발전소 배출물의 약 10%는 이산화탄소로 공기 중 질소에 의해 희석된다. 배출된 이산화탄소는 탄소 포집 및 격리(CCS; carbon capture and sequestration)라고 불리는 방법으로 포집되어 땅속으로 다시 주입될 수 있다. 이 방법이 공정의 일부로 포함되면 석탄 연소 후 배출물에서 질소와 이산화탄소를 분리하는 것보다 석탄가스화 복합 발전을 통해 석탄에서 에너지를 추출하는 것이 전반적으로 더 저렴할 것이다. 석탄가스와 복합 발전은 수은과 유황 배출 역시 제거한다.

 

화석연료 사용에 따른 비용과 이익은 공정하게 공유되지 않는다. 오늘날 화석연료 경제의 혜택은 대부분 온대 지역에 있는 산업화된 선진국에 돌아가고 있다. 기후변화의 비용은 열대 지역에서 치르게 될 것이다. 어떤 자연재해가 발생했을 때 응급 서비스가 잘 갖춰진 선진국보다 개발도상국에서 더 많은 희생자가 나온다. 저위도 지역의 국가들은 자급자족하는 농민의 비율이 높은 편으로 날씨 변화에 매우 취약하다. 선진국에서는 에너지 집약적 농업법으로 말미암아 소비량보다 더 많은 식량을 생산하고 있다. 선진국에서는 식량 생산은 세계화가 이루어져 지역적인 농업 환경으로부터 탈피하고 있다. 지구 온난화의 영향을 받는 사람은 대부분 미래의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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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완전한 지도 - 지구의 71%, 해저 지도를 향한 도전
로라 트레더웨이 지음, 박희원 옮김 / 눌와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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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해양 분야 전문 기자 로라 트레더웨이의 [지구의 완전한 지도]는 해저(海底) 지도(sea bed map) 작성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현황과 미래 전망 등이 흥미진진하고 유의미하게 짜인 책이다. “우리는 바다 밑바닥보다 달 표면을 더 많이 안다는 말이 인용된 이 책에서 저자는 바다를 우주에 빗대는 것은 강력하고 진실되게 느껴지지만 바다를 지도화하는 문제에서 해저를 달과 비교하는 것은 사실 당면한 과제를 과소평가하는 것이 된다고 말한다.(43 페이지) 저자에 의하면 전 세계 해저의 대부분은 어둠에 덮여 있다. 이렇듯 해저는 세계의 마지막 거대수수께끼다.

 

본문에 나오는 five deeps란 말은 태평양, 대서양, 인도양, 북극해, 남극해 등의 5대양을 말한다. 해저는 수중화산이 폭발하고 온천이 부글거리며 지각판이 갈라지거나 찢어지고 지각이 흔들리며 지진이 일어나는 등 지질 활동이 육지보다 더 활발한 곳이다. 그 한 예로 들 수 있는 것이 그린란드와 아이슬란드 사이의 해저에 있는 폭포다. 이 폭포는 세계에서 가장 웅대한 폭포로 알려진 약 979m 높이의 베네주엘라의 앙헬 폭포보다 더 크고 장대하다. 이 폭포에서 북유럽 바다의 차갑고 밀도 높은 해수가 비교적 가볍고 따뜻한 이르밍거해의 바닷물과 충돌하여 약 3,500m 아래 해저로 낙하한다.

 

해저의 모든 것은 우리가 알고 있는 상대적으로 조용한 육지의 지형과 비교하면 더 크고 대단하며 극단적이다.(33 페이지) 해구(海溝; trench)는 바다 밑에서 좁고 긴 형태로 움푹 들어간 급사면의 골짜기 지형 즉 바다에서 가장 깊은 곳을 말한다. 해구는 해저에 있는 기다란 균열로 가장자리에 급경사가 있고 바닥은 대체로 평평하다.(75 페이지) 태평양의 마리아나 해구, 대서양의 푸에르토리코 해구, 인도양의 자바 해구, 북극해의 몰로이 해연(海淵; deep), 남극해의 사우스샌드위치 해구 등이 그것이다. 해구가 긴 골짜기 형태의 지형이라면 해연은 해구 내에서도 가장 깊게 팬 특정 지점을 뜻한다. 한편 바닷속 염수호(鹽水湖)는 브라인 풀(brine pool)이라 한다. saline이 식염수 또는 염수를 의미한다면 brine은 고염수(진한 소금물)를 의미한다.

 

저자는 해저 지도화의 문제를 논하기도 한다. 지도는 중립적인 도구가 아니며, 언제나 어떤 형태의 착취를 예고한다.(13 페이지) 해저 지도화는 작업 성격상 이미 시끄러운 바다에 소리를 늘리는 일이 된다. 인간이 만든 소음은 각양각색의 해양 동물에게 다양한 악영향을 미친다. 고래들의 경우 먹이 활동과 음파 탐지를 중단하고 음원을 피해 비정상적으로 급한 각도로 헤엄쳐간다. 이 과정에서 질환을 앓는다. 잠수병이라고도 하는 감압병이 그것이다. 스쿠버 다이버가 수면으로 너무 급하게 올라오다가 혈액 내에 유독한 질소 기포가 생겨 겪는 병과 유사하다.

 

1960년대에 중주파 해군 소나(SONAR; SOund Navigation And Ranging)가 도입된 이후 해군 훈련장소나 해군기지 및 군함 근처에서 부리고래 집단자살이 수십 건 발생했다.(60 페이지) 소나는 수중에서 음파를 발사하거나 수신하여 반사되는 소리를 통해 물체의 방향, 거리, 종류를 탐지하는 수중 음향 탐지 장비를 말한다. 무광층(無光層)은 수심 1000~3000미터까지의 햇빛이 없는 곳을 말한다. 먹이는 희박하고 수압은 높으며 수온은 차갑지만 섭씨 약 4도로 안정적이다. 초심해대(超深海帶)를 의미하는 하달존(hadal zone)은 지하세계인 저승을 다스리는 그리스신 하데스의 이름을 따 지은 이름이다. 전 세계 해저에서 하달존에 속하는 곳은 3%도 안 된다. 지질학적으로 하달존은 해저가 죽음에 이르는 곳이다.

 

일부 중요한 예외를 제외하면 해구는 지진 활동이 활발한 섭입대에 위치한다. 여기서 오래된 무거운 해양 지각이 지구의 맨틀로 가라앉아 재순환된다. 해구는 쓰나미를 유발할 수 있는 지진으로 흔들리면서 죽음과 파괴도 불러온다. 푸에르토리코 해구에서는 북아메리카 판이 카리브 판과 맞닿아 위아래로 아주 느리게 미끄러지고 있다. 두 판 사이의 섭입대는 해저에 칼날 조각처럼 생긴 깊은 해구를 만든다. 해구들이 태평양을 둘러싸고 있어 아메리카 서부 해안과 아시아 동부 해안을 따라 이어지는 불의 고리에서는 지진이 비일비재하다.(81 페이지)

 

해저 지도화 사업 함대인 노틸러스호에는 다양한 종류의 소나가 있고 각 소나는 특유의 방식으로 해저를 듣는다’. 함교(艦橋)에 있는 단원들은 해저면 아래로 직선의 핑(ping) 신호 하나를 보내 돌아오게 하는 단일 빔 소나를 작동한다.(56 페이지) GEBCO란 말이 있다. General Bathymetric Chart of the Oceans의 약자로 세계 대양 수심도(일반 수심도)를 의미하는 말이다. 이는 전 세계 해저 지형의 수심 데이터를 제공하는 국제적인 프로젝트다. bathymetric은 측심학(測深學)을 의미한다.

 

본문에 과학적 목적과 군사적 목적이 겹치는 사례가 나온다.(67, 68 페이지) 해저 측량은 30년간 이어진 세계대전기에 미군의 아낌없는 지원 덕분에 부흥기를 맞았다(107 페이지)는 말은 그런 예에 속한다. 저자는 과학은 정치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말한다. 그 옛날 영국 챌린저호가 원정에 나선 1870년대부터 우주 경쟁이 펼쳐진 냉전기에 이르기까지 과학은 오래도록 국제사회에 한 나라의 위세와 군사적 우위를 과시하는 도구였다.(185 페이지)

 

미국의 지질학자이자 지도 제작자인 마리 타프(Marie Tharp; 1920-2006)1953년 북대서양에 거대한 해저산맥과 깊은 열곡(裂谷)이 있음을 발견했다. 그의 발견은 그때까지 비주류였던 대륙이동설과 판구조론의 기반이 되었다. 캐나다의 지구 물리학자 투조 윌슨은 지각판이 모두 똑같이 움직이지 않는 이유를 설명했다. 판은 미끄러져 내려가거나 올라가거나 엇갈리거나 멀어진다. 육지에 있는 우리는 지각판의 드문 접점에서 이 운동을 극히 일부만 경험한다.(125 페이지)

 

저자는 지도는 사회에서 권위를 누리고 또 거짓된 매력을 뽐낸다고 말한다. 지도는 어떤 장소를 실제보다 더 잘 안다고 생각하도록 우리를 속인다는 것이다. 멀리 떨어진 곳이라면 더욱 그렇다. 해령(海嶺)과 열곡(裂谷)을 구별할 필요가 있다. 둘 다 발산형 판 경계에서 지각이 서로 멀어지며 형성되는 지형이지만 주요 위치, 지형적 특징, 형성 단계에서 차이가 있다. 해령은 바다(해양 지각) 아래에 위치하고 열곡은 주로 대륙(대륙 지각) 위에 위치한다. 해령은 바다 중앙에 솟아오른 거대한 산맥(해저 산맥)인 반면 열곡은 지각이 찢어져 내려앉은 길쭉한 계곡(오목한 지형)이다. 해령 정상부에도 작은 규모의 열곡이 존재할 수 있으나 보통 열곡이라 하면 아프리카 열곡처럼 대륙이 찢어지는 초기 단계를 의미한다.

 

해안선과 바다 측량이 예전처럼 은밀한 작업이 아닌 지금도 바다의 깊이는 수수께끼에 둘러싸여 있다. 해저의 4분의 1 정도만 정확히 지도화된 세상이니 지도화되지 않은 지형을 다른 나라보다 더 많이 알면 여전히 군사적으로 유리하다. 오늘날 많은 국가에서는 한 나라의 영해 안을 측량하는 것을 그 나라의 영유권을 침해하는 행위로 보는 사고가 지배적이다. 이것이 해양지도화의 핵심 난관이다.(158, 159 페이지)

 

저자는 탐험가가 자신의 발견 대상에 이름을 붙이고 그 과정에서 토착민이 이미 사용하던 이름을 대체하는 일의 문제성에 대해 언급한다.(173 페이지) 본문에 해저지명 소위원회(SCUFN; Sub Committee on Undersea Feature Names)란 조직이 나온다. 해저 지형의 이름을 승인하는 위원회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의 지구물리학자 한병철씨가 위원장으로 선출되었다.(185 페이지)

 

오대양 중 가장 작고 얕은 바다는 북극해다. 북극은 지구에서 온난화가 유독 급속도로 진행되는 곳이다. 기온이 지구 평균보다 3~4배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2040년이면 북극은 얼음이 거의 없는 여름을 맞이할 것으로 전망된다.(199 페이지) 사실상 소멸(100km² 미만)할 것이라는 의미다. 북극해의 온난화가 유독 급속히 진행되는 얼음이 급속도로 녹는 것과 관련이 있다. 얼음이 녹으면 태양 빛을 반사하는 알베도 효과가 감소한다.

 

전 세계의 해저는 70% 이상이 아직 지도화되지 않았다. 본문에는 균형을 의미하는 isostatic이란 단어와 관련한 의미 있는 지식이 나온다. 빙하가 녹으면 그 쿠게에 눌려 있던 지각이 반등하는 등압반등(等壓反騰)이 한 예다. 바다가 지질 활동의 대부분을 감추고 있기에 우리는 대개 지구를 형성하는 데 있어 해저의 역할을 간과한다. 화산 분화는 80% 이상이 해저에서 일어나지만 쓰나미가 유발되거나 새로운 섬이 형성되지 않는 한 우리가 그 소식을 들을 일은 거의 없다. 후빙기 반등을 비롯해 미묘한 조정은 감지하기가 한층 더 어렵다.(208 페이지)

 

극지의 빙판이 녹고 북극해의 항해가 점차 가능해지면서 북방 국가들은 북극점이라는 새로운 목표를 향해 시야를 좁혀가고 있다.(218 페이지) 유엔의 보수적인 추산에 따르면 난파선 300만 척이 발견되지 않은 채 해저에 남아 있다.(254 페이지) 저자는 지구상 어느 곳보다도 탐사의 지도화가 이루어지지 않은 심해에서 우리가 무엇을 파괴할지 우리는 알지 못한다고 말한다.(284 페이지)

 

심해 채굴(deep sea mining)로 얻고자 하는 것은 코발트, 니켈, 희토류 등이다. 전 세계의 열수분출공은 600곳 정도에 이른다. 이들은 풍요롭고 자족적인 생태계다. 심해 채굴은 큰 손실로 귀결될 것이라는 이유로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다와 우주는 탐사의 두 이념적 종착점인 만큼 자연스레 목표와 기술을 일부 공유한다. 심해의 잠수정은 차가운 온도와 높은 압력, 염수로 인한 부식을 견디도록 설계되었다. 일단 여정에 나서면 정해진 작업을 반복하느라 주의해야 할 기회는 드물거나 아예 없다.

 

우주탐사용 로버와 우주선도 비슷하게 극한 환경을 견뎌내며 다시는 인간의 눈에 띄지 않고 수명을 다할 때까지 우주의 끝으로 떠나는 여정에 투입된다. 본문에 나오는 바다 속으로 잠수하고 있었지만 우주 공간을 거니는 듯 보였다는 구절은 바다와 우주 탐사의 심정적 친근성을 나타낸다. 저자는 외적 탐험에는 내면의 영혼 탐색이 반드시 수반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렇지 않으면 끝없는 쇼핑 목록처럼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 함정에 빠지게 된다는 것이다.(339 페이지) 참 인상적인 말이다. 해저 지도는 바다를 알아가는 첫 단계일 뿐이고 어찌 보면 해답보다 질문이 더 많이 나올 것이다.

 

풀어야 할 수수께끼가, 결론지어야 할 논쟁이, 명명하고 기술해야 할 생물과 지형이, 조사해야 할 난파선이, 밝혀야 할 인류 역사가 뒤이어 폭포처럼 끝없이 쏟아진다. 해저를 탐험함으로써 우리는 어디에서 왔으며 어떻게 여기에까지 이르렀는지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바다를 다룬 몇 권의 책을 읽은 입장에서 [지구의 완전한 지도]는 해양지도화를 주제로 다른 어떤 책보다 더 종합적이고 심층적인 접근을 취한 책이다. 그것은 [지구의 완전한 지도]가 캐시 본지어바니(Cassie Bongiovanni)를 비롯한 실제 탐사 참여 과학자들과의 긴밀한 인터뷰에 근거한 책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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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스가 들려주는 산, 염기 이야기 과학자가 들려주는 과학 이야기 39
전화영 지음 / 자음과모음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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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제목은 [루이스가 들려주는 산, 염기 이야기]다. 루이스는 길버트 뉴턴 루이스(Gilbert Newton Lewis; 1875 – 1946)를 말한다. 산(酸)에 대해 처음으로 연구한 사람은 라부아지에다. 질량보존의 법칙을 발견하여 연금술을 근대 화학으로 바꾸어 놓은 근대 화학의 아버지다. 그는 신맛이 나는 산들의 근본을 산소로 보았다. 그는 모든 산에는 반드시 산소 성분이 포함되어 있다고 보았다. 그런데 사실 산에서 산성을 드러내는 것은 산소가 아니라 수소다. 


루이스는 수소 중심 이론을 벗어나 더 넓은 범위에서 산과 염기를 정의했다. 본문에는 아레니우스라는 이름이 등장한다. 설탕물은 전기가 통하지 않고 소금물은 전기가 통한다는 사실을 설명한 인물이다. 아레니우스는 원자도 더 이상 쪼갤 수 없는 최후의 알갱이가 아니라는 주장을 했다. 1897년 톰슨에 의해 전자가 발견되었다. 원자 내부에 전하를 띠는 알갱이가 있다는 사실로 인해 이온이 만들어질 수 있는 중요한 기초가 되었다. 


이온이란 말은 간다는 의미의 그리스어 ionai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전기분해로 유명한 패러데이가 전기분해를 할 때 +극과 –극으로 이동하는 입자가 있음을 알고 양이온, 음이온이라는 이름을 지었다. 이온은 자신의 전하에 따라 두 극 중 한 곳으로 이동한다. 원자나 분자, 원자단이 전자를 잃거나 얻어서 전하를 띠는 상태를 이온이라 한다. 양이온은 전자를 잃어버린 상태의 알갱이이다. 음이온은 전자를 얻은 상태의 알갱이이다. 물에 녹아 이온이 생기면 전기가 통하고 그렇지 않으면 전기가 통하지 않는다. 


물에 녹았을 때 이온이 생겨서 전기를 통하는 소금과 같은 물질은 전해질, 그렇지 않은 설탕과 같은 물질은 비전해질이라 한다. 산과 염기는 물에 녹으면 이온이 나온다. 아레니우스는 산은 물에 녹아 수소이온을 내놓는 물질, 염기는 수산화이온을 내놓는 물질로 정의했다. 산의 세기는 이온화 정도에 따라 나뉜다. 이온화가 잘 되어서 이온이 많이 생기는 것은 강한산, 강한 염기이고 그렇지 않으면 약한산, 약한 염기라고 한다. 영어로 산은 acid, 염기는 base라 한다. 


석회암, 대리암 등은 주성분이 탄산칼슘이기 때문에 산성 물질에 닿으면 녹는다. 탄산은 물에 이산화탄소 기체가 녹을 때 만들어진다. 염기의 대표 주자가 수산화나트륨이다. 일명 양잿물이다. 알칼리 금속 3총사인 리튬, 나트륨, 칼륨의 이온들이 수산화이온과 결합해서 만들어진 수산화리튬, 수산화나트륨, 수산화칼륨은 이산화탄소를 매우 효과적으로 흡수한다. 알칼리와 염기는 비슷하지만 완전히 같은 말이 아니다. 


알칼리는 물에 잘 녹는 염기를 가리킨다. 수산화나트륨, 수산화칼륨은 알칼리이고 수산화칼슘은 물에 잘 안 녹기 때문에 알칼리가 아니고 염기다. 알칼리(alkali)의 알은 물질, 칼리는 재를 의미한다. 재로부터 추출된 물질과 비슷한 성질을 나타내는 물질을 모두 알칼리라 한다. 수소이온을 포함하는 산과 수산화이온을 포함하는 염기가 만나면 어떻게 될까? 물이 만들어진다. 이런 반응을 중화반응이라 한다. 브뢴스테드와 로우리의 이론에 의하면 산은 다른 물질에게 양성자를 주는 물질이고 염기는 양성자를 받아들이는 물질이다. 


루이스는 이 이론이 양성자가 없는 물질의 반응에 대해사는 적용할 수 없다고 생각하고 전자쌍을 주고 받는 사례에 대해 연구했다. 루이스가 만든 이론에 의하면 산은 전자쌍을 받고 염기는 전자쌍을 준다. 암모니아와 메탄 분자에 있는 전자쌍은 각각 4개다. 루이스가 연구한 바에 따르면 원자 주위의 전자는 8개일 때 가장 안정되다. 이를 옥텟 규칙(octet rule)이라 한다. 대부분의 원자들은 이 규칙에 따라 중심 원자 주변의 전자가 여덟 개가 되도록 결합한다. 따라서 질소 원자 주변에 여덟 개의 전자가 있으려면 세 개의 수소 원자만 결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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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를 깨우다 -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은 어떻게 창조의 순간을 보았나
리처드 파넥 지음, 강성주 옮김 / 워터베어프레스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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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파넥의 [우주를 깨우다]는 허블 우주망원경의 뒤를 잇는 최신 우주망원경인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에 대한 책이다.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은 2026년 초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이정은 교수팀이 혜성 속 규산염 결정을 규명한 도구로 알려진 망원경으로 유명하다. 이 책의 원제는 [창조의 기둥(Pillars of Creation)]이고 부제는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은 어떻게 우주의 비밀을 풀었는가’다. 창조의 기둥이란 1995년 허블 우주 망원경이 촬영한 사진을 2022년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이 새롭게 찍은 버전을 의미한다.(21 페이지)


처음 이 망원경은 차세대 망원경이라 불리다가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이라 불리게 되었다.(73 페이지) 제임스 웹은 과학자가 아니라 우주 경쟁의 전성기인 1961년부터 1968년까지 NASA 국장을 지낸 행정관이다.(74 페이지) 망원경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갈릴레오 갈릴레이다. 그는 망원경을 만든 사람은 아니지만 망원경으로 하늘을 관측한 첫 인물이다. 갈릴레오가 하늘을 관측한 이후 천문학에서 본다는 것은 눈으로 볼 수 있는 것뿐 아니라 망원경을 통해 볼 수 있는 것까지 포함되었다.


허블의 후속 망원경은 1) 우주가 태어난 직후 등장한 초기 은하들, 2) 우리 은하 안의 외계 행성들을 겨냥해야 했다. 이 두 가지를 이루려면 적외선 영역으로 나아가야 한다. 팽창하는 우주에서는 은하간의 거리나 물체가 아니라 공간 자체가 팽창한다. 이 때문에 은하에서 출발한 빛이 우주를 가로질러 오면서 파장이 점점 더 길어진다. 가시광선을 넘어 적외선 영역까지 파장이 늘어난다는 의미다. 이를 적색이동이라 한다.


우리 은하 안에서 별이 태어나는 지역 즉 별 탄생 지역은 두꺼운 먼지층으로 둘러싸여 있어 가시광선으로는 그 먼지를 뚫고 안쪽을 들여다볼 수 없다. 우주에서 적외선 망원경을 쓰려면 여러 기술적 난제가 따른다. 적외선은 열에 민감하기 때문에 검출기를 극도로 차갑게 유지해야 한다. 절대 영도에 가까울수록 좋다. 이를 위해서는 지구의 열기가 닿지 않는 곳에 있으면서 동시에 태양 직사광선도 완전히 차단해야 한다. 기내 냉각 시스템은 아예 불가능하다.


연료를 너무 많이 써서 임무 수명이 짧아지기 때문이다. 그러니 망원경은 스스로 냉각될 수 있어야 한다. 기계 전문가들이 자연 냉각(passive cooling)이라고 부르는 방식으로 우주 공간 자체를 냉각제로 써야 한다.(67 페이지) 차세대 우주망원경의 문제는 다르다. 태양 차폐막 한쪽에서는 영상 수백 도에서 작동하고 다른 쪽에서는 영하 수백 도에서 작동해야 하는 망원경을 어떻게 테스트할까? 항공기 격납고 만한 시험 시설에서 몇 미터 안에 수백 도씩 온도 차이가 나는 환경을 어떻게 만들까?


분석은 실제 성능 테스트와 완전히 달랐다. 분석도 물리적 테스트가 필요하긴 하지만 핵심은 수학이다. 망원경의 각 부분이 각자의 극한 조건에서 어떻게 작동할지 수학적 모델을 세우고 각 부분을 따로따로 해당 조건에서 테스트 한다. 프로젝트 한쪽 절반의 수학적 모델이 한 시험실 결과가 맞아떨어지고 다른 절반의 수학적 모델이 또 다른 시험실 결과와 맞아 떨어지면 두 절반을 합친 전체 모델이 최종 시험 무대인 우주에서도 제대로 작동하길 바라는 수밖에 없다.


예산초과, 관료주의의 무능함, 의회 감시, 검토 위원회 심사, 우주망원경을 밑바닥부터 다시 테스트하는 과정까지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은 이 모든 시련을 버텨냈다.(85 페이지) 하지만 2010년대 내내 예산과 발사 일정을 계속 망쳐놓은 또 다른 요인이 있었다. 한 전문가가 말도 안 되는 실수들이라고 한 문제들이었다. 그런 실수 중 하나가 잘못된 배선 연결로 시제품의 전자 부품들을 태워먹은 사건이었다. 말도 안 되는 실수라는 말은 모르는 것도 모르는 것들이라는 말에서 나온 말이다. 이는 미국 국방장관 도널드 럼스펠드가 한 말(There are unknown unknowns.)이다.


적도에 가까울수록 지구 자전에 의해 로켓의 추진력이 더해지는 효과가 크다. 프랑스령 기아나 크루의 유럽 우주기지 발사대는 적도에서 480km 떨어진 곳이다.(88 페이지)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은 반사 망원경이다. 반사 망원경은 천체에서 들어온 빛이 망원경의 주경(主鏡)에 닿은 다음 더 작은 부경(副鏡)으로 반사된다. 그러면 부경이 그 빛을 모아 다시 반사시켜 관측장비로 보낸다. 부경을 펼쳤다고 해서 모든 것이 다 준비된 것은 아니다. 주경까지 펼쳐져야 비로소 진짜 망원경이 완성되는 것이다.


반사망원경의 원리는 간단하다. 같은 지름이라면 거울이 렌즈보다 빛을 더 많이 모은다. 그리고 거울이 클수록 모이는 빛이 많아진다. 빛이 많이 모일수록 당연히 우주 저 멀리 깊은 곳까지 볼 수 있다. 거울이 커질수록 연마 과정이 훨씬 어려워지고 비용도 치솟는다. 거울을 떠받치는 구조물도 점점 더 무거워지고 비싸진다. 주경의 직경이 6~8m 정도가 되자 기술적으로 막다른 길에 다다랐다. 설령 기술적으로 만들 수 있어도 비용이 천문학적으로 증가했다.


그래서 나온 해결책이 분할 거울이다. 작은 육각형 거울들을 별집 모양으로 배치해서 모자이크처럼 만드는 방식이다.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의 주경을 모두 합치면 지름이 6.5m나 된다. 허블 우주망원경 거울의 지름인 2.4m의 거의 세 배에 가까운 크기다. 이는 로켓의 페어링 즉 탑재물을 담는 앞쪽 덮개에 들어가기엔 너무 컸다. 그래서 엔지니어들이 기발한 해결책을 생각해 냈다. 벌집 구조를 여러 부분으로 나누어서 지구에서는 접어 넣고 우주에서는 종이접기처럼 펼치는 방식이었다.


마지막 궤도 수정을 마친 후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은 최종 목적지에 도착했다. 천문학자들이라 라그랑주점이라고 부르는 우주 공간이었다. 라그랑주점은 태양과 지구처럼 두 천체 사이에서 중력과 관성력이 균형을 이루는 지점으로 이곳에 우주선이나 물체를 배치하면 연료를 거의 쓰지 않고도 안정적인 위치를 유지하며 지구와 함께 태양을 공전할 수 있다. 즉 라그랑주점은 인공위성이나 우주망원경이 적은 에너지로 안정적인 위치를 유지할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다.

적외선 망원경에는 특별한 장점이 하나 더 있다. 항상 지구 그림자 속에 있어서 언제나 일식 상태라는 점이다. 게다가 태양 반대편 지구 뒤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빛과 열 모두에 노출되지 않는다. 열은 적외선 관측에 치명적이다. 저자는 허블이 천문학을 ‘물러서는 지평선의 역사’라고 말한 순간 이미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이 들여다보게 될 우주의 여러 영역들을 미리 내다보고 있었는지도 모른다고 말한다.(111 페이지)


우주는 텅 빈 공간이라고 하지만 사실은 전혀 비어 있지 않다. 지구에서 150만 광년 떨어진 은하 NGC 6822를 찍은 사진을 보면 우주 곳곳이 먼지와 온갖 찌꺼기들로 빽빽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런 물질들이 언젠가는 별이 되고 행성이 되고 심지어 생명체까지 될 수 있는 재료들이다. 허블 우주망원경은 그냥 뭐가 보이나 싶어서 보던 단계에서 가설을 세우고 분석하고 의미를 찾는 단계로 넘어갔다.


명왕성 이야기가 흥미롭다. 행성에서 왜소행성으로 조정된 천체다. 수성, 금성, 지구, 화성은 바위 행성이고 목성, 토성은 가스 행성이고 천왕성, 해왕성은 얼음 행성이다. 그런데 그 너머 명왕성은 작은 돌이다. 이상한 일이었다. 처음에는 왜소행성, 다음에는 카이퍼 벨트 천체, 지금은 해왕성 바깥 천체로 분류된다.


애초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의 핵심 기능은 분광분석이다. 전자기파를 잘게 쪼개서 분석하는 분광학 덕분에 이제는 연구실에 앉아서도 수천, 수백만 아니 수십억 광년 떨어진 천체가 무엇으로 만들어졌는지 알 수 있게 되었다.(138 페이지) 혜성에 꼬리가 생기는 이유는 태양에 가까워질수록 표면 얼음이 기체로 바뀌기 때문이다. 이를 승화라 한다. 소행성은 행성이 되다 만 잔해들이다. 양옆의 중력 때문에 하나로 뭉치지 못한 것들이다.


안쪽엔 화성, 바깥쪽엔 중력이 훨씬 강력한 목성이 버티고 있었다. 천문학에서는 얼음은 우리가 아는 물의 얼음과는 개념이 다르다. 물론 물이 언 것도 얼음이지만 천문학자들은 더 넓은 의미로 사용한다. 수소, 산소, 탄소, 질소, 황 같은 원소들이 고체 상태가 되면 모두 얼음이라고 부른다. 이들이 결합해서 만든 화합물이 굳은 것도 마찬가지다. 우주에서는 이 모든 것 즉 얼어서 고체 형태로 된 모든 것이 얼음이다.


생명체가 생겨나려면 물이 필요하다는 생각 자체가 가정일 뿐이다. 타당한 가정이긴 하지만 어쨌든 추측은 추측이다. 정확히 말하면 우리가 아는 생명에는 물이 필요하다. 문제는 우리가 아는 생명체가 생명체의 전부라는 점이다.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으로 천문학자들이 별 하나만 있을 때 분광 관측을 한다. 그리고 외계행성이 별 앞을 지나갈 때 다시 분광 관측을 한다. 두 관측 결과를 비교한다. 행성이 없을 때, 별의 화학 성분과 별과 행성이 겹쳤을 때의 화학 성분의 차이를 분석하면 통과하는 행성의 대기가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지 알 수 있다.(174 페이지)


우리는 0.4~0.7 마이크론의 파장만 감지하지만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은 27.9 마이크론까지 본다. 사람 눈의 90배가 넘는 범위다.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은 적외선으로 본다. 천문학계에는 색상 표준이 없다. 어떤 사람은 온도가 높을수록 빨간색을 진하게 칠한다. 어떤 사람은 똑같은 온도를 파란색으로 진하게 칠한다.(180, 181 페이지) 우주에는 먼지가 너무 많다. 제임스 웹으로 태양계와 우리은하를 연구하는 천문학자들이 물의 흔적을 좇았듯 은하 진화를 연구하는 전문가들은 먼지를 좇았다. 물이 별과 행성 탄생의 비밀을, 그리고 생명의 가능성을 알려준다면 먼지는 은하 진화의 열쇠를 알려준다.


먼지가 충분히 모이면 어떻게 될까? 중력의 작용에 덩어리가 만들어진다. 시간이 흐르면 이 덩어리들끼리 또 중력으로 끌어당긴다. 점점 커지고 점점 빽빽해진다. 마침내 단단한 천체로 압축된다. 아주 작은 미소(微小) 운석부터 거대한 은하까지 모든 규모에서 이런 일이 일어난다. 천체를 다 만들고 남은 먼지는 어떻게 될까? 우주 공간을 떠돈다. 은하 안에서 별들 사이를 떠돌기도 하고 은하와 은하 사이의 텅 빈 공간을 떠돌기도 한다.(197, 198 페이지)


이렇게 엄청나게 많은 먼지는 초신성에서부터 비롯되었다. 별의 핵이 자체 중력을 이기지 못하고 안으로 무너져 내리면서 극도의 핵반응을 일으킴에 따라 그 충격이 바깥으로 폭발하는 현상을 말한다. 문제는 증거를 잡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제임스 웹이 등장하기 전까지는 그 어떤 망원경도 초신성의 먼지를 제대로 볼 수 없었다. 관측에 필요한 적외선 파장을 포착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성간 물질에서 분자 구름으로, 구름의 충돌에서 별의 탄생으로, 별의 죽음에서 다시 성간 물질로, 그리고 별 중 일부는 죽음의 최후를 초신성으로 맞이하며 우주에 새로운 씨앗을 뿌린다.(204 페이지)


분리법칙에 따르면 초신성 폭발의 결과 반드시 중성자 별이 남는다. 물과 먼지를 찾는 것은 결국 우리의 기원을 찾는 일이기도 하다. 최종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에 넘어야 할 지평선이 하나 있었다. 별과 초신성과 은하가 처음으로 빛을 발하는 시대, 언젠가 우리를 만든 원소들이 막 태어나던 그 새벽의 순간이 그것이다. 허블과 르메트르가 발견한 팽창하는 우주 덕분에 이젠 뉴턴의 신도, 아인슈타인의 람다도 필요 없게 되었다.


존재하지 않는다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우주가 붕괴하지 않는 이유를 설명하는 데는 필요 없어진 것이다. 하지만 당연한 질문이 바로 떠올랐다. 대체 무엇으로부터 팽창한다는 말인가?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 이론에 따르면 질량을 가진 물체는 우주의 4차원 시공간을 휘어지게 만든다. 질량이 클수록 더 많이 휜다. 앞쪽에 있는 은하가 충분히 무거우면 우리가 보는 시선에서 은하 뒤에 있는 천체의 빛을 휘어지게 만든다. 빛이 휘어져서 우리 눈에 보이게 되는 것이다. 게다가 빛을 확대시키기도 하고 하나의 광원을 여러 개의 이미지로 만들기도 한다.(223 페이지)


우주에는 수소, 수소, 온통 수소 뿐이다. 정확하게는 단일 양성자를 말한다. 무엇인가를 원소라 부르기 위한 최소 조건을 말한다. 빅뱅 직후에는 전자도 존재했었다. 광자가 전자와 계속 부딪히지만 않았다면 양성자와 결합했을 것이다. 그래서 수소 원자는 이온화 상태로 남아 있었다. 양성자와 전자의 수가 불균형해서 전하를 띤 상태가 바로 이온화 상태다. 하지만 우주 나이가 37만 9천만 년쯤 되자 상황이 바뀌었다. 공간이 팽창하면서 더는 전자를 방해할 수 없을 정도로 광자의 에너지가 약해진 것이다.


그 순간 전자들이 양성자에 달라붙기 시작했다. 불균형이 해소되고 중성이 됐다. 광자들은 시공간을 마음껏 날아 다녔다. 지금도 날아 다니고 있다. 그때의 흔적을 간직한 채로. 1960년대에 벨 연구소의 천문학자들이 검출한 우주 마이크로파 배경복사가 바로 이때 만들어진 광자의 흔적이다.(227 페이지) 그 후 우주는 우주론자들이 암흑의 시대라고 부르는 시기로 접어들었다.


사실 광자는 넘쳐났지만 비출 것이 없었다. 그래서 계속 어두울 수밖에 없었다. 빅뱅 후 1억 년에서 2억 년 정도가 지나서야 중성 수소가 뭉쳐 최초의 별과 은하를 만들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새로 태어난 별들의 강렬한 빛이 주변 수소를 다시 이온화시켰다. 중성이었던 수소가 다시 전하를 띠게 된 것이다. 그렇게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의 네 번째이자 마지막 목표의 공식 명칭이 다음과 같이 정해졌다. "암흑 시대의 종말 그리고 최초의 빛과 재이온화."


빅뱅 후 겨우 4억 4000만 년 뒤 은하에서 질소가 발견되었다. 이것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229 페이지) 우리가 볼 수 있는 물질, 보이지 않는 암흑 물질, 그리고 새로 발견된 암흑 에너지까지 모두 더하자 마침내 우주의 총질량 에너지 밀도가 붕괴를 막는 데 필요한 임계 밀도와 정확히 같아졌다.(235 페이지) 이렇게 아인슈타인의 람다는 화려하게 부활했고 그 귀환과 함께 우주론의 표준 모형은 마침내 완성되었다. 하지만 동시에 이 표준 모형은 의문투성이였다. 암흑 물질이란 무엇인가? 암흑에너지는 또 무엇인가?


우주 마이크로파 배경이란 우주 나이가 고작 37.9만 살이었을 때 온 하늘에 남겨진 태초의 빛 즉 고대 유물과 같은 복사선이다. 저자는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이라는 전례 없는 망원경과 함께 탐험하는 시대야말로 일생 일대의 행운이라 말한다. 2027년 5월 낸시 그레이스 로만(Nancy Grace Roman) 우주 망원경이 발사를 앞두고 있고, 2040년대 초 거주 가능 행성 관측선(habitable worlds observatory)이 발사를 앞두고 있다. 내년에 어떤 선물이 주어질지, 2040년대 초에는 어떤 놀라운 결과물이 우리에게 알려질지? 꾸준히 공부하며 건강에도 주의해야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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