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땅 돌 이야기
이승배 지음 / 나무나무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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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2020년 당시 지질 박물관장이던 이승배 씨의 '우리 땅 돌 이야기'. 저자의 전공은 고생물학이다. 화석 외의 돌에 대해서는 지식과 경험이 충분하지 않다고 한다. 그래서 최대한 오류를 범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학술적인 내용을 과장 또는 비약하거나 반대로 단순화하여 쉽게 전달하고자 했다고 한다. 아직 저술 목록에 없는 고생물학 책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책은 4부로 구성되었다. 수도권, 충청권, 덕적군도 일대, 강원권 등이다.

 

원래 자기 자리를 지키고 있으며 지하 깊은 곳에서부터 연장되어 지표로 노출된 암반을 노두라 한다. 노두가 아닌 암석은 현재 그 위치가 겪어온 지질 역사에 대해 말해주지 못한다. 그래서 지질학자들은 예쁜 바위가 아닌 노두를 찾아다닌다. 저자는 변성암의 일종인 호상 편마암에 대해 말한다. 얼룩줄무늬 편마암이다. 기존 암석이 높은 열과 압력을 받아 광물들의 성질이 변해 흰색 광물 띠와 어두운 색 또는 검은색 광물 띠로 분리된 암석이다. '분리된'이라고 하기보다 '서로 다른 색으로 결정화된'이라고 하면 더 이해가 쉽지 않을까 싶다.

 

흰 띠는 굵은 모래 성분이 변해서 된 것, 어두운 띠는 고운 진흙 성분이 변해서 된 것이다. 지리산은 편마암으로 이루어진 산이다. 편마암으로 이루어진 산은 지형이 비교적 완만하다. 편마암의 어두운 색 띠 부분에는 흑운모라는 광물이 많다. 흑운모가 많이 들어 있는 호상 편마암에는 화강암에 비해 다량의 수분이 들어갔다 나갈 수 있다. 이러면 돌은 쉽게 풍화된다. 충남 아산시의 온양채석장은 대표적인 호상 편마암 채석장이다. 원래 암석이 무엇이었는지 알기는 어렵다. 같은 암석이라도 어디에서 어느 정도의 열과 압력을 받느냐에 따라 서로 다른 변성암이 된다.

 

편암은 신선한 암석을 보기 힘들고 대부분 땅을 파내야 그 실체와 만나게 되며 노두가 드러나 있다 해도 쉽게 부스러진다. 운모와 같은 판상광물들은 점토광물이라 한다. 물을 잘 머금는다. 편암 지역에도 비교적 높고 가파른 산들이 있다. 석영편암은 장석이나 운모가 상대적으로 적고 석영의 비율이 높은 암석이다. 거의 대부분 석영으로만 이루어진 변성암을 규암이라 한다. 채석장은 지질조사를 하는 이들에게는 매우 반가운 곳이다. 풀과 나무가 많은 우리나라에서 명백한 지하 암석의 증거, 정말 싱싱한 노두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화강암을 구성하는 알갱이들 중 비교적 투명한 것들은 석영이고, 분홍빛이나 주황빛을 띠는 흰색 또는 밝은 회색 알갱이들은 장석이다. 점점이 박힌 검은 알갱이들은 흑운모다. 마그마 속에서는 광물 입자들이 조금씩 자란다. 그 입자들이 조금씩 맞물려 치밀한 암석이 된다. 마그마가 솟아오르는 지점이 점점 동쪽으로 밀려났다는 증거는 쥐라기 다음 지질시대인 백악기의 화강암이나 화산 분포를 보면 알 수 있다. 쥐라기의 화강암들은 강원도 삼척에서 전라남도 목포를 가상의 선으로 이었을 때 대체로 그 선의 서쪽에 분포하고 백악기의 화강암이나 화산암들은 그 선의 동쪽인 경상도 지방에 주로 분포한다.

 

전 지구적으로 보면 지각에는 가장 가벼운 암석들만 모여 있다. 지각은 그보다 더 무거운 맨틀 위에, 맨틀은 더 무거운 핵 위에 떠 있다. 지각을 맨틀의 거품이라 하는 사람도 있다. 김포 문수산층은 원래 문주산층으로 기록되었다. 문주산은 문수산의 오기(誤記). 일본이 그랬다. 지층의 이름은 최초에 붙은 이름을 계속 쓰는 것이 규칙이지만 처음 실수가 인정되면 고쳐서 쓸 수 있다.

 

붉은색을 띠는 퇴적층은 적색층이라 불린다. 대체로 바다가 아닌 육상 환경에서 만들어졌다고 한다. 철분을 포함하는 모래나 진흙 입자들이 공기에 노출되어 산화될 때 전반적으로 붉은 빛을 띠는 퇴적층이 생긴다. 우리나라에서 두꺼운 적색층을 볼 수 있는 곳들은 대부분 중생대 동안 쌓인 지층이 분포하는 곳이다. 김포, 연천, 보령, 문경, 영월-단양 등지에서는 트라이아스기 말에서 쥐라기에 걸쳐 쌓인 퇴적암들을 볼 수 있다. 경상도 전역, 전남 해안, 공주, 음성, 영동, 화순, 진안, 태백-삼척, 경기 탄도(안산), 고정리(화성) 등지에서는 백악기의 퇴적암들을 볼 수 있다.

 

트라이아스기-쥐라기의 지층 중에는 당시 숲을 이루었던 거대한 나무줄기와 잎들이 매몰되어 암석화한 석탄이 곳곳에 존재한다. 백악기 지층은 식물, 조개, 고둥, 물고기, 공룡과 익룡의 뼈화석과 발자국 등 다양한 파충류 화석으로 유명하다. 이 지층들의 특징은 모두 육상환경(하천, 호수)에서 쌓인 것이다. 오목한 지형인 퇴적분지가 만들어지는 과정 중 대륙끼리 충돌해 지각이 두꺼워지면서 무거워져 가라앉아 주변의 얇은 지각도 함께 가라앉는 경우도 있다.

 

한 부분의 지각이 산을 만들 정도로 두꺼워지면 계속 솟아오르기만 하지는 않는다. 무게 때문에 가라앉기도 한다. 물에 뜬 얇은 나뭇가지와 두꺼운 통나무릍 비교해보자. 통나무는 무거운 만큼 물에 잠긴 부분도 두꺼움을 알 수 있다. 단단한 암석이 가라앉으면 그와 연결되었던 얇은 지각도 휘어지거나 끊어지면서 아래로 조금씩 꺼진다. 김포의 경우 통진층 위에 문수산층이 자리한다. 저자는 두 층간의 관계(연대)가 불분명하다고 말한다. 두 층이 연속적으로 쌓였다면 중생대에 하나의 분지가 있었다는 뜻이고 두 층간에 수천만년의 시간 차이가 있다면 어떤 분지가 먼저 만들어진 후 그 안에 진흙과 석탄 위주의 지층이 쌓이고 이들이 매몰되어 암석 즉 통진층이 된다. 그 위의 정체 모를 지층은 다 침식되어 사라진 후 문수산층을 쌓은 새 분지가 생겼다고 이해할 수 있다.

 

수정(水晶)은 석영이라는 광물 중 결정형이 뚜렷하며 투명한 상태의 광물을 말한다. 순수한 석영은 무색투명하지만 철, 티타늄 등 불순물이 얼마나 함유되어 있는지에 따라 또는 결정 격자구조의 불완전함 등으로 인해 여러 색을 띠기도 한다. 자수정은 석영 내에 철이 포함되어 있어 자주색을 띠는 광물이다. 마그마는 암석이 녹은 반() 액체의 광물질로서 상당량의 물도 들어 있다.

 

마그마 속에서 단단한 광물들이 생겨나는 와중에 무거운 원소들이 먼저 사용되고 뜨거운 물이 분리된다. 이 물을 열수라 한다. 가벼운 원소인 규소가 여전히 많이 포함되어 있다. 보통 화강암은 석영, 장석, 흑운모로 구성되는데 이 광물들을 만드는 데 규소가 소모되고 나서도 열수 안에 규소가 많이 남아 있다. 마그마가 암석이 될 때 부피가 줄어들어 금이 생긴다. 이 공간을 따라 열수가 침투하면서 마지막으로 규소와 산소로 이루어진 석영을 침전하게 된다. 암석에 방향성이 있게 난 띠들은 화강암 틈으로 열수가 침투하여 석영을 침전시킨 석영맥이다. 빈 공간에서 자라는 광물에 비해 마그마 속에서 다른 광물들과 자리 싸움을 하며 자라는 광물들은 크기와 모양이 제각각이어서 보석으로서의 가치가 낮다.

 

대전 옥녀봉을 이루는 석영반암은 석영 입자가 얼룩덜룩 박혀 있는 암석이다. 심성암이라기에 입자가 작고 곱고 화산암이라기에 밝고 입자 조성이 단순하다. 반심성암이다. 셰일은 지름이 0. 0625 mm보다 작은 알갱이들 즉 진흙이 쌓여 다져진 퇴적암인 이암(泥巖) 중 층리(쌓인 알갱이들의 입자 크기가 달라 차곡차곡 쌓은 줄무늬 흔적)를 따라 쪼개짐이 발달한 암석이다. 짙은 회색에서 검은색을 띤다. 검은색을 띠는 이유는 생물의 구성 성분이 유기질 탄소가 많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석탄이나 석유가 검은 이유와 같다.

 

흑색 셰일은 산소가 부족한 수중 환경을 지시한다. 철이 녹슬면 갈색이 되듯 퇴적물도 그 안에 포함된 다양한 광물들이 산화하면 비슷한 색을 띤다. 대이작도의 한반도 최고령 암석의 학술적 명칭은 토날라이트질 편마암이다. 토날라이트는 화강암처럼 석영이 20-60%를 차지하지만 나머지 성분 대부분이 사장석 특히 알칼리 장석이 10% 미만을 차지하는 암석을 말한다. 토날라이트에는 화강암류보다 각섬석, 휘석 같은 어두운 색 광물이 많아 전체적으로 어둡다. 이 최고령 암석은 촘촘한 얼룩말 무늬처럼 밝은 부분과 어두운 부분이 번갈아가며 띠를 이루고 있다. 밝은 띠에는 석영, 장석이 많고 어두운 띠에는 각섬석이 많이 몰려 있기 때문이다.

 

한반도의 최고령 암석은 왜 이작도에 드러나 있을까? 답은 모른다. 다만 이작도가 내륙과는 다른 지질작용을 겪었기 때문일 것이다. 분명 한반도의 지하 어딘가에 같은 암석이 자리할 것이다. 모래와 진흙이 쌓이는 도중에 여러 번 자갈들이 와르르 몰려와 쌓일 수 있는 조건을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천 중상류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자갈 많은 풍경은 가끔씩 생기는 급류에 의해 자갈들이 서로 부딪혀 미래의 퇴적물인 모래를 만들고 있는 것을 보는 길고 긴 지질학적 시간의 한 순간일 뿐이다.

 

선상지는 경사가 급한 산지의 계곡을 흐르던 하천이 완만한 지대로 접어들 때 유속이 느려지면서 모래나 자갈 등을 부채 모양으로 부려놓은 지형이다. 퇴적암이 겪은 오랜 지각변동을 단편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증거는 가파르게 서 있는 층리다. 흐르는 물에 의해 모래나 진흙이 쌓일 당시에는 표면 경사가 아주 완만하다. 가파른 선상지도 경사가 고작 몇 도다. 최초로 퇴적암이 되었을 때 층리 역시 거의 수평이었을 것이다. 그런 층리가 지금은 수십 도 아니 거의 수직에 가까운 것은 퇴적암이 크게 휘었다는 뜻이다. 암석이 엿가락처럼 휘려면 열과 압력이 높아야 한다. 이런 곳은 지하 깊은 곳이다. 퇴적암체가 깊은 곳에서 수평적으로 미는 힘을 받으면 지층이 휜다. 이때 지표면에서는 산이 만들어진다.

 

우리가 해변에서 보는 진흙, 모래, 자갈은 어떤 바위였을 것이다. 이암도, 사암도 암석 순환의 한 순간일 뿐이다. 마그마의 점성이 커서 폭발력이 강한 경우도 있다.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미세 돌가루인 화산재가 굳어 생성된 암석이 응회암이다. 화산재는 세립의 마그마 물질이 공기에 노출되어 빠르게 식기 때문에 미세 유리 광물질로 이루어져 있다. 유리질이란 결정질의 반대다. 투명하지는 않다. 화산재는 하늘에서 눈처럼 곱게 내려앉기도 하지만 암석 조각들이 화산가스와 반죽이 되어 산사태가 난 것처럼 흘러내리기도 한다. 이를 화산쇄설류라 한다. 화산은 한 번 분화한 곳에서 거듭 분화하기에 화쇄류는 이전 분화 때 만들어진 암석을 부수어 자갈처럼 포함되기도 한다. 또는 마그마 자체가 지각을 뚫고 올라오는 과정에서 지하를 구성하는 다른 종류의 암석을 뜯어 올라와 굳기도 한다. 그래서 응회암에는 여러 자갈이 들어 있곤 한다. 암석 파편을 많이 함유한 응회암을 화산력 응회암이라 한다.

 

폭발적으로 분출하는 화산에는 흔히 부석이라는 유리질 암석이 만들어진다. 백악기에 분출한 화산은 그렇게 큰 지각변동을 겪지 않았다. 덕적도의 응회암은 열과 압력이 높은 지하 세계를 경험하지 못한 바위들일 가능성이 있다. 지표에 쌓인 화산 물질이 겹겹이 쌓인 후 비교적 빨리 식어가면서 수축할 때 지표와 거의 평행한 방향, 지표에 거의 수직인 방향의 절리들이 생겨 암석이 깍둑썰기로 존재한다. 단층과 달리 절리는 그 자리를 벗어나지 않은 것이다. 화강암은 높은 압력을 받다가 압력이 낮은 곳으로 올라와 사방팔방으로 팽창하려 한다. 이 과정에서 여러 방향으로 쪼개져 금이 간다. 현무암은 빨리 식으며 부피가 줄어드는 만큼 틈이 생긴다.

 

지표에서 볼 수 있는 거의 모든 암석에는 절리가 있다.(162 페이지) 암석의 종류에 따라 각도나 간격이 다를뿐이다.(170 페이지) 대륙이동은 인공위성 관측으로 입증되고 있다. 우리가 사는 동안 보는 자연의 모습은 아주 긴 자연 다큐멘터리의 극히 일부분, 정지 화면과 같다.(177 페이지) 암석의 풍화는 두 가지다. 물리적 풍화와 화학적 풍화다. 전자는 물과 바람의 작용, 온도 변화로 인한 수축과 팽창, 스며든 물이 얼고 녹아 암석이 점점 작은 덩어리로 부서지는 현상을 말한다. 후자는 암석이 공기나 물과 반응하여 새로운 물질로 변하는 과정에서 부스러지거나 녹아 나가는 현상을 말한다.

 

석회암은 산성 용액에 약하다. 석회암은 약산성 빗물이나 지하수(탄산)와 만나도 칼슘이 분리되는 '화학적 풍화'를 겪는다. 이 때문에 석회암 지대에는 동굴이 많다. 탄산칼슘 뼈대를 만드는 생물이 많은 얕고 맑은 바다에서 석회암이 만들어진다. 지층은 어디든가 연장된다.(201 페이지) 퇴적암은 수평적으로 연장성이 좋다.(203, 204 페이지) 인류가 쌓은 지질학적 지식은 18세기 영국인들로 하여금 석탄층을 추적하면서 최초의 과학적인 지질도를 완성하게 했다. 지표면에서 바위가 물, 바람, 식물에 의해 풍화되어 어디론가 제거되면 그만큼 육지가 가벼워진다. 이 때문에 우리가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천천히 위로 떠오른다. 그렇게 수백만 년이 지나면 지하 수 킬로미터 아래에 있던 지층이 드러난다.(208 페이지)

 

조산운동 중에는 암석들이 미는 힘을 크게 받기 때문에 단층이 많이 생긴다. 지층이 좌우에서 밀리다가 끊어질 겅우 한쪽 암반이 끊어지면서 반대편 암반 위로 솟아오르기도 한다. 이를 역단층이라 한다. 역단층 중에서도 단층면의 각도가 낮아서 가령 왼쪽의 지층들이 오른쪽의 지층 위로 올라타서 중첩(重疊)되는 경우를 충상(衝上) 단층이라 한다. 이런 단층이 많이 발견되는 것에서 관찰이 쉬운 구조가 습곡(褶曲)이다. 단단한 돌이 다른 돌 위를 타고 오르기 위해서는 유연함도 필요하다. 바위에 힘이 가해졌을 때 마냥 단단하기만 해서는 부서지기만 할뿐이다. 충상 단층은 둘이 어느 정도 유연한 상태에서 생길 수 있다. 엿을 예로 들 수 있다. 차가울 때 힘을 주면 뚝 부러지지만 어느 정도 따뜻한 상태에서 힘을 주면 구부러진다.(216 페이지) 충상 단층을 따라 암석이 이동할 때 마찰이 발생하는 단층면을 따라 습곡이 발생한다.

 

퇴적암과 퇴적암 사이에 아주 긴 시간이 사라져 있는 경우 그 사이의 경계를 부정합(unconformity) 또는 비정합(disconformity)이라 한다. 퇴적암과 변성암 또는 화성암 사이에 긴 시간이 사라져 있는 경우에는 난정합(nonconformity)이라 한다.

 

암석 속에 사라진 엄청난 시간이 있다는 사실, 지구의 나이가 46억년이라는 사실을 요즘 세상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납득할 수 있을 만큼 현대과학이 대중화되었다. 지질학을 선도했다는 유럽조차 1700년대에는 지구 역사가 그리 오래되지 않았으며 지층에 기록된 지구 시간은 연속적이라 생각했다. 시간에 대한 지구인의 인식을 송두리째 바꾼 계기가 있었다.

 

스코틀랜드의 지질학자 제임스 허턴이 스코틀랜드 해안을 조사하다가 시카 포인트(Siccar Point)에서 급경사를 이룬 실루리아기 사암층과 완경사를 이룬 데본기 사암층이 맞닿아 있는 부정합을 발견했다. 실루리아기에 먼저 쌓인 지층이 지각변동을 겪으면서 습곡된 후 침식되어 깎이는 과정을 설명한 것이다. 그는 결국 지구 나이와 지질학적인 과정이 어마어마한 시간 동안 진행되어 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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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으로 말하는 현대물리학 - 광속도 C의 수수께끼를 추적 전파과학사 Blue Backs 블루백스 78
고야마 게이타 지음, 손영수 옮김 / 전파과학사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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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윈은 윌리엄 톰슨이 지구 나이를 수천만년이라고 주장한 것을 보며 그렇다면 도저히 원시 생물이 인간으로까지 진화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지구 나이 문제에 돌파구가 된 것은 19세기에 방사성 원소가 발견되면서부터다. 이에 대해 런던의 한 대중지는 최후 심판의 날이 연기되었다고 말했다. 방사성 원소의 붕괴는 열원일뿐 아니라 지구 나이를 측정하는 시계로서 주목을 받았다. 갓 태어난 우주는 물질을 구성하는 원자는커녕 전자, 양성자, 중성자 등도 아직 형성되지 않은 채 빛 에너지만 충만한 상태였다. 우주배경복사는 빅뱅 후 38만년이 지난 시점 직진을 시작한 빛의 흔적이다. 이를 빛의 화석 또는 빅뱅의 잔광(殘光)이라 한다. 절대온도 3K까지 내려간 찬 빛(전파)이 우주의 모든 방향으로부터 균일하게 오고 있다. 


온도가 내려가는 과정에서 전자와 양성자 등의 입자가 형성되고 그것을 바탕으로 가벼운 원소가 생성되었다. 최초로 연주시차(年周視差)를 측정한 사람은 독일의 천문학자 프리드리히 베셀이다. 영국의 물리학자 토머스 영은 빛의 파장설을 주장했다. 뉴턴은 빛은 입자라고 보았다. 뉴턴의 학설과 다른 주장을 했다는 이유로 여론의 질타를 받은 환멸감을 느끼고 원래 직업인 의사 일을 하는 한편 고고학 연구로 진로를 바꾸어 로제타석을 해독했다. 로제타석은 나폴레옹이 거느린 프랑스군이 이집트 나일강 하구의 로제타에서 발굴한 현무암 석판(石板)을 말한다. 물론 완전한 해독에 성공한 사람은 프랑스 언어학자 샹폴리옹이다. 물론 뉴턴은 명확하게 빛은 입자라 말하지 않았다. 


뉴턴은 미소(微小)한 물질, 직선적으로 진행한다 같은 표현을 했다. 질량보존의 법칙, 산소 등을 발견한 라부아지에는 빛도 자연계의 물질을 구성하는 원소(입자)라고 보았다. 이는 라부아지에가 뉴턴의 영향하에 있었음을 의미한다. 프레넬은 영의 간섭 이론의 불충분함을 보완하고 회절 현상을 일반적으로 기술하는 파동 이론을 제창했다. 회절은 빛이 장애물 뒤로 돌아가는 현상을 말한다. 마이클 패러데이가 19세기를 대표하는 실험가였다면 제임스 맥스웰은 19세기를 대표하는 이론가였다. 전자기파의 속도는 광속과 같다는 것이 밝혀졌다. 맥스웰은 빛은 전자기파라는 결론을 도출했다. 질량이 큰 물질이 맹렬하게 운동하면 거기서부터 중력의 파동이 광속도로 전파해 간다는 것이 상대성이론으로부터 도출되었다. 


전자기력에 비해 중력의 효과는 너무 미약해서 그것을 실험으로 포착하는 것은 너무 어려운 일이다. 초신성 폭발 같은 거대 질량이 관계하는 천체 현상을 볼 필요가 있다. 2015년 9월 14일 우주의 중력파가 사상 최초로 관측되었다. 중력파는 아인슈타인이 예측한 파로 블랙홀 두 개의 충돌에서 비롯되었다. 이 중력파가 미국에 있는 라이고 검출기까지 도달하는 데 걸린 시간은 13억년이었다. 비스마르크는 제철(製鐵)에 주력했다. 문제는 높은 온도를 어떻게 정확하게 측정하는가, 였다. 열복사(熱輻射)가 필요하다. 가열된 물체가 빛을 즉 전자기파를 복사하는 현상이다. 물체의 온도에 따라 빛의 스펙트럼이 변화한다. 


검은 철도 가열하면 빨갛게 되고 더욱 온도가 올라가면 오렌지색, 백색으로 바뀌어간다. 색깔을 보면 온도를 알 수 있다. 측정과 일치하지 않았다. 막스 플랑크가 스펙트럼을 나타내는 수식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당시까지 물리학계에 없었던 기묘한 가설이 포함되어 있었다. 열복사로부터 나오는 진동수의 빛(전자기파) 에너지는 hv를 단위로 하여 정수배의 값만 가질 수 있었다. 불연속적으로 점프하며 변화하는 것이다. 소수점은 허락되지 않는 것이다. 이렇게 띄엄띄엄한 에너지를 양자(量子)라 한다. 아인슈타인은 진동수 v(뉴)는 hv라는 에너지를 갖는 입자로서의 성질도 갖는다고 생각했다. 빛은 파동인 동시에 입자라는 의미다. 


빛 입자를 광양자(光量子) 또는 광자(光子)라고 한다. 자극을 주는 방식에 따라, 실험의 종류에 따라 파동으로 나타나기도 하고 입자로 나타나기도 하는 것이 빛이다. 금속에 빛을 충돌시키면 전자가 튀어나온다. 이것이 광전효과다, 물론 언제라도 전자가 튀어나오는 것은 아니다. 파장이 긴 빛을 아무리 강하게 충돌시켜도 금속으로부터 전자는 튀어나오지 않는다. 빛이 광자라고 하는 에너지 덩어리(탄환)가 되어 전자에 충돌해야 하는 것이다. 레이저는 단색성(單色性)과 지향성(指向性)이 뛰어난 빛이다. 루이 드 브로이는 파동이라고 생각되던 빛에서 입자성을 볼 수 있다면 입자(물질), 이를테면 전자가 파동성을 나타낸다는 것도 생각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파동과 입자의 관계는 양방향성이다. 파동과 입자의 이중성은 빛뿐 아니라 일반 입자에도 적용되는 보편 현상이었다. 러더퍼드는 원자의 중심에는 양전하가 응집한 핵이 있고 그 주위를 음전하의 전자가 회전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전자가 회전 운동을 하면 빛(전자기파)을 방출하면서 에너지를 잃어가야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닐스 보어는 핵 주위를 회전하는 전자는 특정 궤도 밖에 취할 수 없다고 가정했다. 즉 인공위성처럼 궤도를 임의로 선택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 것이다. 이렇게 특정 궤도를 도는 것을 정상상태(定常狀態)라 한다. 보어는 전자는 빛을 방출하지도 않고 에너지를 잃지도 않는 것이라고 가정했다. 


그런데 전자가 어떤 궤도로부터 다른 궤도로 옮겨갈 때 그 에너지차 E에 대응하는 진동수의 빛이 방출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원자로부터 나오는 빛의 스펙트럼은 연속적이지 않고 파장은 띄엄띄엄한 값만 갖는 것이다. 원자에 속박되어 있는 전자도 파동으로서의 측면에 주목하면 기타의 현(絃)과 마찬가지로 정재파(定在波)를 형성하는 것이다. 폴 디랙이 전자의 파동성을 기술하는 앙자 역학의 방정식을 상대성 이론에 합치하도록 고쳐 썼다. 이때 방정식의 답으로서 전자의 에너지에 플러스만이 아니라 마이너스 값이 쌍을 이루며 나타났다. 디랙은 현실에 맞는 플러스 값만 취하고 그렇지 않은 것은 버리는 안일한 방식을 취하지 않았다. 


디랙은 마이너스의 에너지 상태는 다른 전자에 의해서 꽉 채워져 있다고 보았다. 전자는 낯가림이 심한지 하나의 에너지 상태에는 절대로 한 개의 전자밖에 들어가지 않는다. 광자는 같은 에너지 상태에 여러 개의 것이 수용된다. 모든 자리가 만원이 되어 있다면 플러스의 에너지 상태의 전자가 아래로 떨어져 내릴 걱정은 없어진다. 디랙의 가설에 의하면 진공이란 공허한 공간이 아니라 마이너스의 에너지인 전자가 충만해 있는 상태라는 이야기가 된다. 마이너스 에너지의 전자는 그대로는 관측에 걸리지 않지만 어떤 방법으로 그것을 플러스의 에너지 상태로까지 끌어올려주면 보통의 전자로서 포착할 수 있다. 


진공을 무대로 감마선(에너지)이 소멸되면 대신 입자(질량)가 생성된다. 전자와 양전자는 반드시 쌍으로 나타난다. 전자와 양전자가 충돌하면 쌍소멸이 일어나며 감마선이 발생한다. 디랙이 예언한 양전자가 관측된 것은 1932년이다. 반양성자가 발견된 것은 1955년이다. 모든 입자가 반입자를 갖는다. 광자는 자기 자신이 반입자다. 물질과 반물질의 비대칭이 생긴 것은 어째서일까? 10억 개 당 하나꼴의 비대칭이다. 붕괴 방식에 미세한 차이가 생긴 결과다. 상대를 찾지(만나지) 못한 입자만이 살아남았다. 반입자가 거의 없어졌을 때 우주에는 입자만이 남았다. 우주가 탄생했을 때 모든 힘은 서로 구별이 되지 않았다. 


팽창과 더불어 중력, 강한 핵력, 약한 핵력, 전자기력이 분화한 것으로 보고 있다. 아무리 물질의 근원이 되는 기본 입자(우주의 부품)가 마련되어 있더라도 그것에 힘이 작용하지 않으면 우주에 별이나 생명은커녕 원자조차도 탄생할 수 없었을 것이다. 빛이 힘이다. 별의 형성에 있어서 중력 상수 G의 역할을 생각해 보자. 별은 우주 공간에 떠돌아 다니는 가스가 중력의 작용으로 서로 끌어당겨져서 수축하는 데서부터 태어난다. 수축이 진행되면 가스 덩어리의 밀도가 충분히 높아지면서 중심부에서 수소 핵융합이 일어나고 이때 헬륨이 생성된다. 이때 막대한 에너지가 광자(감마선)로서 방출된다. 마하자면 태양(항성)이 되기 위한 점화 스위치가 눌려지는 것이다. 


발생한 감마선은 별의 내부에서 가스와 충돌하여 조금씩 에너지를 잃어간다. 상실된 에너지는 열로 전환한다. 이로써 별의 중심부에서 온도와 압력이 높아진다. 그 결과 중력에 의한 가스의 수축에 제동이 걸린다. 중력에 의한 수축과 핵융합의 균형이 잡혀 태양은 수 십억년에 걸쳐 안정 상태로 정착한다. 에너지를 잃은 감마선은 서서히 파장이 길어져서 별의 바깥층 부분에 도달할 무렵에는 가시 광선으로 모습을 바꾸어 우주로 복사된다. 중력 상수가 현재 값보다 컸다면 가스 수축은 멎지 않고 진행되어 감으로써 태양은 짧은 기간에 연소되고 만다. 우주에는 짧은 수명으로 빛을 잃어버리는 별이 연달아 태어났다가 사라져 가게 된다. 중력 상수가 현재 값보다 작았다면 가스 수축이 뜻대로 되지 않으며 우주에 반짝이는 별들이 태어날 가능성은 없어진다. 인간과 같은 생명체가 태어난 것은 기적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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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계시록 바르게 읽기 - 시민 종교를 거부하는 참된 예배와 증언, 어린 양을 따라 새 창조로 나아가다
마이클 J. 고맨, 박규태 / 새물결플러스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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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 마지막 권인 요한계시록은 읽기 어렵고 위험한 책으로 알려졌다. 계시록의 내용을 근거로 말세, 종말, 대환난, 심판, 666, 적그리스도 등의 말이 유포되고 있다. 유사 이래 늘 그랬지만 요즘 들어 특히 본격화하고 있다. 신약 신학자 마이클 고먼(Michael J. Gorman; 1953 - )의 ‘요한계시록 바르게 읽기’는 시민 종교를 거부하는 참된 예배와 증언을 부제로 하는 책이다. 시민 종교란 세상 권력을 섬기는 종교를 말한다.(29 페이지) 저자에 의하면 시민 종교는 이전의 제국, 초강대국 행사를 하는 나라, 보통 국가 심지어 가난한 개발도상국에서도 발견된다.(114 페이지) 저자는 자신의 책이 적그리스도의 정체 또는 주님이 재림하실 날을 놓고 쓸데없는 걱정을 하는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라 말한다. 아울러 휴거 때 뒤에 남겨질질 모른다는 두려움을 조장하거나 자기 도취적인 종말 대비를 강화하는 식으로 요한계시록을 읽어내는 태도에 맞설 대안을 찾는 이들을 위한 책이기도 하다고 말한다.(30 페이지) 


Reading Revelation Responsibly라는 수식어가 눈에 띈다. 요한계시록 책임감 있게 읽기라는 의미다. Re로 시작하는 세 단어가 나란히 들어선 것이 경쾌하게 여겨진다. 요한계시록을 책임감 있게 읽는다는 말은 요한계시록을 미래를 위한 극본이 아니라 교회를 위한 극본으로 읽는다는 의미다.(351 페이지) 저자는 성경은 하나님으로부터 나온 살아 있는 말씀으로서 시대 정황이 달라져도 늘 신선한 메시지를 사람들에게 전해줄 수 있으나 요한계시록의 경우에 어떤 해석들은 다른 해석에 미치지 못할 뿐 아니라 기독교에 부합하지도 않고 건강하지도 않다고 지적한다.(26 페이지) 요한계시록은 요한이 로마의 아시아 속주(屬州)에 자리한 일곱 교회에 보낸 편지 형식의 경전이다. 일곱 교회란 에베소, 서머나, 버가모, 두아디라, 사데, 빌라델비아, 라오디게아 등이다. 


저자는 에베소가 출발점인 이유는 그곳이 요한이 유배당하기 전 그의 사역 거점이었기 때문이요/ 이거나 그곳이 유배지인 밧모섬과 가장 가깝기 때문일 것이라 말한다. 저자는 요한계시록의 제목 후보들 가운데 ‘어린 양을 따라 새 창조로 나아가다‘란 부제를 가장 선호한다고 말한다.(53 페이지) 저자가 말했듯 요한계시록의 장르를 결정하기는 쉽지 않다. 여러 다른 문학 양식의 특징을 모두 가진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저자에 의하면 묵시(默示)는 저항 언어이자 저항 문학이다. 미국의 신약 학자인 리처드 호슬리는 유대 묵시 문헌 저자들은 세상 종말이 아닌 제국의 종말을 고대했다고 말한다. 호슬리에 의하면 그들은 사람들이 예상한 우주 용해(溶解; 우주가 녹아 없어짐)라는 그늘에 살지 않고 이 땅이 새롭게 되어 인간 사회의 삶이 새로워지기를 고대했다.(58 페이지) 


신학자 미첼 레디쉬(Mitchell Glenn Reddish)는 요한계시록 언어가 살아 움직이는 것은 정보를 전달해주기 때문이 아니라 독자로 하여금 요한이 체험한 것을 체험하게 해주기 때문이라는 말을 했다. 중요한 점은 ’상징 언어를 어떻게 볼까?‘이다. 상징 언어는 뭔가를 일깨워주며 풍부한 의미를 표현한다. 상징 언어는 산문이 쓰는 언어가 아닌 시가 쓰는 언어다. 상징은  비록 초월성을 지녔더라도 실제로 존재하는 대상을 가리킨다. 즉 상징들이 만들어내는 세계는 허구가 아니며 상징이 지시하는 언어는 문자와 딱 들어맞지 않아도 실존하는 세계다. 저자는 요한계시록을 문자 그대로 해석한다는 사람들조차 요한계시록의 상징을 상징으로 여기면서도 메뚜기는 헬리콥터요, 뿔이 열 개 달린 짐승은 다시 뭉친 로마 제국인 유럽 연합을 가리킨다는 식으로 해석한다고 지적한다.(67 페이지)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예언에 대해 바르게 아는 것이다. 저자는 성경의 전통을 살펴보면 예언은 오로지 미래에 있을 일만을 천명하거나 미리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설명한다. 저자에 의하면 예언은 그런 것을 천명하고 미리 이야기하는 것을 아예 주된 내용으로 삼지도 않는다. 오히려 예언은 하나님을 대신하여 구체적 역사 상황 속에서 살아가는 하나님의 백성을 위로하거나 그들에게 도전을 던지는 말을 이야기한다. 선지자들은 위기 때 하나님의 백성을 위로한다.(72 페이지) 이사야 6장, 에스겔 1장처럼 구약 선지자들은 때로 환상을 체험하는 상황 가운데 하나님께로부터 부르심을 받았다. 하나님이 이들을 부르신 목적은 하나님이 그들에게 주신 메시지를 선포하게 하시는 것이었다. 요한도 주의 날에 체험한 환상(요한계시록 1장 9 – 20절) 중에 그가 본 것을 기록하라는 사명을 받았다. 


새 바벨론(로마) 관원들은 분명 요한의 신실한 증언을 문제삼아 그를 밧모섬에 유배했다.(71 페이지) 종교 업무와 정부 업무를 맡은 관원들은 요한의 증언은 신을 모독함으로써 정치 질서와 사회 체제에 위협을 가하는 것으로 보았다.(78 페이지) 저자에 의하면 요한계시록에서 중요한 점은 예배 문학이요 예전(禮典) 문헌이고 저항 문학의 성격은 한 단계 아래다.(75 페이지) 요한도 골로새 사람들과 에베소 사람들에게 서신을 보낸 다른 사도처럼 순수하게 서신 형식만을 따를 수는 없었던 것 같다. 저자는 요한계시록이 도미티아누스 치세기 말에 기록된 것으로 보는 것이 가장 타당할 것이라 말한다. 3장에서 저자는 요한계시록이 가진 예전(禮典)과 신정(神政) 차원에 대해 논한다. 이 두 차원은 고대의 초강대국을 비판하는 고전 텍스트의 구성 요소이자 하나님이 오늘 우리에게 특히 이 시대 세계 초강대국인 나라 안에 또는 그 나라 가까이 사는 이들에게 전하시는 살아 있고 운동력이 있는 말씀이다.(85 페이지) 


이교도 불신자들은 예수를 주라 고백하면서 그리스 – 로마에서 이루어지던 종교, 사회 정치 활동과 담을 쌓고 지내는 사람들을 애국심이 없고 신을 섬기지 않는 행위로 보았다. 이 때문에 어떤 사람들은 동업자에게 따돌림 당했고 정부 관원에게 조사를 받기도 했다. 요한계시록 2장에는 버가모의 안디바가 폭도 손에 또는 공권력에 의해 죽임을 당한 기록이 있다. 요한계시록의 예언이 비판하는 대상은 제국의 우상 숭배(시민 종교)와 불의(군사와 경제와 정치와 종교 쪽의 억압), 특히 로마의 우상 숭배와 불의다. 그러나 십중팔구 요한계시록은 국가의 조직적 핍박이나 대중이 그리스도인에게 광범위하게 자행하고 있는 부당한 대우에 대한 반응이 아니다. 때문에 요한계시록은 일상적인 제국 즉 매일 우리가 씨름하는 여러 악, 불의 그리고 그릇된 충성에 대한 반응으로 읽어내는 것이 더 낫다. 


요한계시록에서 중심이자 중핵을 이루는 환상은 요한이 하나님과 어린 양을 본 환상 특히 하나님과 어린 양을 예배하는 환상이다.(90 페이지) 요한계시록은 첫 번째 계명을 신실히 지키라는 예언자의 요구로서 참되신 하나님을 예배하라는 요구이자 거짓인 모든 신을 버리라는 요구다. 요한계시록 본문에는 수많은 찬미와 예배 노래들을 표현해놓은, 신학시(神學詩)가 지닌 에너지가 힘차게 고동친다.(91 페이지) 송영(찬양) 본문들과 환호라 불리는 것들도 있다. 요한계시록은 예전을 따라 축도와 마지막 아멘으로 끝을 맺는다. 요한계시록은 환상과 기도의 융합체다. 요한계시록은 하늘에서 지금도 이어지는 하나님께 드리는 예배에 동참하라는 요구인 동시에 예배로 드려지는 거룩한 드라마를 펼쳐 보인 텍스트다. 그러므로 요한계시록은 하나님의 이야기, 하나님의 선교를 시작하라는 소환장이기도 하다. 


요한계시록은 단순히 일직선으로 이어지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그래도 어떤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 사실을 모르면 어느 누구도 요한계시록을 읽을 수 없다. 요한계시록은 겹치고 동시성을 띠고, 서로 뒤엉켜 연결되어 있는 몇몇 이야기들로 이루어져 있다. 요한계시록의 내러티브는 다섯 가지다. 창조와 재창조, 구속(救贖), 심판, 증언, 승리 등이다. 요한계시록은 로마라는 말을 쓰지 않았지만 로마를 하나님 백성을 대적하는 큰 원수인 도시 바벨론으로 비유하여 묘사한다. 황제 숭배는 도시 종교 또는 시민 종교의 핵심이었다. 로마의 평화 즉 팍스 로마나는 무력을 앞세운 정복, 노예 삼기, 다른 형태의 폭력에 의존한 로마의 통치권 확립과 밀접한 관계를 갖는다. 황제 숭배는 소아시아와 요한계시록에 나오는 교회들이 자리한 도시들에 널리 퍼져 있었다.(105 페이지) 


에베소와 서머나에는 황제를 숭배하는 중요 신전이 있었다. 요한계시록의 일곱 교회는 어떤 식으로든 황제를 숭배했다. 요한계시록은 신정적인 텍스트다. 이 책은 누가 참 하나님이신지, 그리고 하나님과 사회 정치질서 사이에 존재하는 옳고 그른 관계들을 놓고 여러 가지 주장을 제시한다. 요한계시록은 제국의 정치 신학과 이 정치 신학의 바탕이 되는 종교적 이데올로기에 도전한다. 아울러 요한계시록은 하나님과 어린 양만이 참 주권자며 모든 복의 근원이시며 예배를 받으시기에 합당한 분이심을 분명히 밝힌다. 더욱이 요한계시록은 우리에게 진정 누가 주권자이신지뿐만 아니라 참 하나님이 행사하시는 주권이 어떤 종류인가 일러준다. 그 주권은 많은 이들이 폭력 및 강압과 거리가 먼 어린 양의 권세라고 불러온 것이었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요한계시록을 어디에서나 또 어떤 식으로든 폭압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세상 권력을 비판하는 책으로, 특히 사람들이 신성하다고 여기고 섬기며 충성하는 세상 권력을 비판하는 책으로 읽는 것이다.(111 페이지) 저자는 최근 미국이 베네수엘라, 그린란드를 대하는 방식에도 참고가 되는 이야기를 한다.(’요한계시록 바르게 읽기’가 나온 것은 2014년이다.) 저자는 미국의 체제를 세속 칼뱅주의로 규정하며 이런 이야기를 들려준다. 세속 칼뱅주의는 부지런한 노동과 다른 사람들에게 베푸는 적절한 너그러움이 결합하면 반드시 훨씬 더 큰 자유와 번영을 얻으며 이 자유와 번영을 하나님이 복을 베푸시는 표지로 간주하지만 이면에 군사력 만능주의와 신성한 폭력이라는 신화가 존재한다고 말한다.(117 페이지) 


이런 신화는 곧 미국이 역사 속에서 예외적 존재이자 메시아 역할을 할 위치에 있다 보니 평화로운 수단이 바람직하지 않거나 소용없을 때는 미국이 폭력을 사용해도 좋다고(원주민들을 죽이거나 어떤 나라를 침공하거나 전쟁을 벌이거나 다른 식으로 무력을 사용해도 좋다고) 하나님이 허락하셨다는 확신, 심지어 폭력을 사용하라고 명령하셨다는 확신을 말한다. 신성하다고까지 말하는 이런 폭력은 다양한 세력 팽창의 정당성을 제공해 주었고 요 근래에는 자유와 정의를 보호하고 증진한다는 메시아적 사명의 정당성을 부여해 주었다. 저자는 요한계시록을 예전(禮典) 텍스트이면서 신정(神政) 텍스트로 규정한다. 한 분이신 참 하나님, 죽임 당하신 어린 양이 대안(代案)이기에 필연적으로 세상 권력에 중점을 둔 정치적 믿음에서 벗어나야 하기 때문이다.(126 페이지) 전통적인 우상이 아프로디테, 아스클레피오스, 디오니소스, 마르스, 카이사르 등이라면 오늘날의 그것은 성(性), 건강, 건강하고 단단한 몸, 쾌락, 전쟁, 힘, 안녕을 비롯한 것들이다. 


저자에 의하면 슬프게도 이런 우상을 따르는 이들 대부분이 교회에 속해 있다. 요한계시록은 우상 숭배를 회개하고 그로부터 돌아서기를 요구한다. 저자는 요한계시록에는 그리스도의 재림이 없는 게 아니라 그리스도가 실제로 재림하시기 전에 그 예비 조치로서 은밀히 교회를 하늘로 들어 올리시리라는 말이 없다고 말한다.(133 페이지) 요한계시록은 현실에 순응하는 교회에는 도전을 던지고 핍박 받는 교회에게는 위로를 전한다. 요한계시록은 신학시적이고 신정적인 텍스트로서 현재는 물론 미래에도 이루어질 하나님과 죽임 당하신 어린 양의 통치, 제국과 시민 종교를 겨눈 강력한 비판, 그리고 신실하게 저항하고 삶으로 예전을 표현하며 복음을 전할 소망을 가진 공동체 안에서 어린 양을 따르라는 도전을 던지는 권면을 '영감이 넘치는 환상'에 담아 우리에게 전해준다.(134 페이지) 


저자는 자신의 책이 과거나 미래를 무시하지 않으면서 요한계시록이 현재 교회에 주시는 말씀이라는 데 초점을 맞춘 책이라 말한다.(150 페이지) 저자에 의하면 '요한계시록 바르게 읽기'는 세부사항보다 큰 그림에 초점을 맞춘 책이다. 저자는 요한계시록의 의도는 시험의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소망을 주어 이들이 하나님과 맺은 언약에 끝까지 신실함을 지키면서 헌신하게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160 페이지) 저자는 자신이 요한계시록의 환상을 드러내는 구절을 인용하지 않은 것은 여기 저기서 한 구절씩 인용한다 해도 요한계시록의 환상이 기진 힘이나 그 환상들이 제시하는 신학적 주장의 완전한 의미는 물론 그런 환상들이 통합하여 한 책을 이루었다는 사실이 미치는 효과를 파악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161 페이지) 


저자가 제시하는 요한계시록의 주제는 일곱 가지다. 1) 보좌. 2) 현실로 존재하는 악과 제국. 3) 우상 숭배와 부도덕으로 유혹함. 4) 언약에 신실할 것과 저항을 요구함. 5) 예배와 다른 시각. 6) 신실한 증인; 그리스도가 보여주신 모범. 7) 임박한 심판과 구원/ 하나님의 새 창조 등이다. 저자는 요한계시록은 1세기 그리스도인이 1세기 그리스도인들을 염두에 두고 1세기의 문화 도구와 이미지를 사용하여 기록한 경전임을 기억하라고 말하며 그렇기에 21세기에 실제로 존재할 것들을 특별히 이미 알려주지는 않으나 우리 시대와 연관이 있다고 설명한다. 이는 요한계시록이 우리 시대에도 중요한 거울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의미로 읽히는 대목이다. 저자는 요한계시록에 나오는 죽음과 파괴는 하나님이 행하시는 심판과 정화를 상징한다고 말한다.(168 페이지) 


일곱 교회에 주는 메시지에는 패턴이 있다. 1) 교회의 사자에게 하시는 말씀. 2) 대부분 여는 환상으로부터 가져온 ‘그리스도를 묘사한 말’. 3) 칭찬. 4) 꾸지람. 5) 도전; 권면/ 경고. 6) 이기는 이들에게 주시는 종말의 약속. 7) 성령에 귀를 기울이라는 권면 등이다. 이를 줄이면 1) 인정. 2) 바로잡음. 3) 동기를 불어넣는 약속이다. 교회는 두 가지 당면한 과제 앞에 있었다. 여러 종류의 협박, 현실에 순응하라는 강력한 유혹이다. 요한은 여러 잡신에게 바친 희생제물을 먹은 교회 사람들에게 영적 음행, 간음을 했다고 말한다. 흥미로운 경우는 차지도 뜨겁지도 않다는 책망을 받은 라오디게아 교회이다. 라오디게아 근처에는 히에라폴리스 온천이 있었다. 뜨거운 물과 차가운 물은 사람을 즐겁게 하고 이롭게 한다. 미지근한 물은 맛도 역겹고 건강에도 좋지 않다. 본문은 두 극(예수를 따르는 뜨거움과 예수를 거부하는 차가움)의 중간 입장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이 교회는 중용을 따른 교회가 아니라 현실에 철저히 순응하고 타협하는 교회로서 살아남는 데 필요하다면 현실에 순응하는 것도 모자라 아예 그 시대 지배층과 권력자들이 따르는 삶의 방식과 가치관을 모조리 받아들인 교회다. 


나는 차지도 뜨겁지도 않으니라는 말을 들으며 차다는 것은 그리스도에 대한 무관심 또는 떠남을 의미하는데 그리스도께서 그런 의미의 말을 하셨으리라 생각하기 어려웠었다. 일곱 교회를 아우르는 과제는 타협하느냐 마느냐였다. 이런 점에서 요한계시록 18장 4절을 보자. “또 내가 들으니 하늘로부터 다른 음성이 나서 이르되 내 백성아, 거기서 나와 그의 죄에 참여하지 말고 그가 받을 재앙들을 받지 말라.” 거기서 나오라는 말씀이 있다. 요한계시록이 무책임하게 순교를 칭송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1세기에 순교자란 말은 증인을 의미했다. 순교자가 신앙을 지키다가 죽은 증인을 가리키는 말이 된 것은 그 후다. 부활하신 그리스도가 주신 일곱 메시지는 죽음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신자를 더럽히는 모든 것을 멀리하는 일을 포함하여 제자의 갈 길을 가라는 것이다.(194 페이지) 


저자는 요한계시록 4장 8절에 나오는 우주의 중심에 앉으신 하나님과 그 주위에서 하나님을 찬양하는 사람들을 언급한다. 네 생물, 24명의 장로다. 중요한 것은 그들의 정체가 아니라 그들이 찬송과 예배로 하나님을 찬양한다는 사실이다. 하나님의 인(印)을 떼기에 합당하신 분 그리고 그 뒤에 그 두루마리를 열어 마지막 심판과 구원을 시작하실 분은 바로 신실함을 지키다 십자가에 못 박히셨지만 부활, 승천하셔서 승리하신 주님이다.(216 페이지) 이 부분을 읽지 못하는 요한계시록 읽기는 문제적이고 위험하기까지 하다. 십자가에서 죽임을 당한 어린 양은 필요하면 무력도 불사하는 신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경책이 된다. 죽임 당하신 어린 양이 하나님을 드러내고 하나님께 신실하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가를 나타낸다는 것은 역설이다.(219 페이지)


요한은 “내가 또 보니 보좌와 네 생물과 장로들 사이에 어린 양이 섰는데 일찍 죽임을 당한것 같더라 일곱 뿔과 일곱 눈이 있으니 이 눈은 온 땅에 보내심을 입은 하나님의 일곱 영이더라”란 말을 한다.(요한계시록 5장 6절) 요한은 우상을 숭배하는 죽음의 문화인 강력한 바벨론은 하나님께 심판을 받아 멸망할 것이라 말한다.(요한계시록 17, 18장) 억압과 죽음뿐인 바벨론이 무너지고 새 예루살렘, 새 하늘과 새 땅, 온전함과 생명이 어우러진 새 문화가 대신 들어선다.(요한계시록 21, 22장) 요한계시록의 세 주인공 중 첫 번째는 하나님이다. 알파와 오메가, 보좌에 앉아 계신 분이다. 두 번째는 어린 양이요 신실한 증인이신 그리스도다. 인상적인 말은 요한은 밧모섬에 있지만 성령 안에 있다는 표현이다.(요한계시록 1장 10절, 4장 2절, 17장 3절, 21장 10절) 


요한계시록이 펼쳐보이는 우주 차원의 묵시극에서는 삼위일체 하나님이 주연이시고 이 삼위일체 하나님과 엇비슷하게 하나님 - 그리스도- 성령을 패러디하여 거룩하지 않은 삼위일체를 이룬 사탄과 두 짐승이 주연에 맞서는 상대역으로 등장한다.(238 페이지) 짐승은 666이라는 특별한 숫자를 가졌다. 사람들은 통상 이 짐승을 적그리스도라 부르지만 요한계시록에 적그리스도라는 말은 없다. 짐승은 지배계급이냐 아니냐를 막론하고 모든 이에게 짐승의 표를 받고 경제 활동에 참여하라고 요구한다. 짐승의 표는 제국을 나타내는 슬로건이나 인장, 이미지일 수 있다.(241 페이지) 666은 완전함을 상징하는 777의 패러디일 것이다. 요한계시록에서 교회가 하나님의 백성으로서 가지는 가장 중요한 특징은 신실한 증인으로 부르심을 받은 것이다. 


요한은 (입에는) 달콤하지만 (배에는) 쓴 두루마리를 먹는 환상을 본다. 유배당한 요한은 하나님이 다른 이들도 증인으로 부르셨음을 깨닫는다. 증인이 되라는 소명은 어렵고 위험하지만 이 소명에는 지금도 하나님이 보호해주신다는 약속과 장차 하나님이 보상해주시리라는 약속이 함께 따른다.(254 페이지) 요한계시록은 이런 보호를 고대 관습인 인(印)을 찍음이라는 상징으로 표현한다. 이 인과 대립하는 것이 짐승의 표다. 하나님이 교회를 보호하신다는 것은 교회가 시험과 고난을 모면하다는 의미가 아니라 이런 시험과 고난이 불가피한 현실이 되어도 이에 굴하지 않고 보호해준신다는 의미다. 저자는 하나님의 선교에 동참하는 것은 과거나 지금이나 카페테리아 스타일의 기독교와 그리 어울리지 않는다고 말한다.(257 페이지) 


요한계시록은 6장부터 20장까지 줄기차게 전쟁, 기근, 역병, 죽음, 불공정한 시장 행태, 반역을 묘사한다. 이는 모두 우주적 차원에서 일어나는 사건이라기보다 인간이 저지르는 악이다.(265 페이지) 미국의 성서학자 브루스 메츠거는 우리는 흰 말, 정복자의 입에서 나오는 칼, 죽은 천사들의 살을 포식하는 새들을 보지 않을 것이라 말했다. 이들은 철저하게 상징이다. 이 환상들의 1차 목적은 두려움을 불어넣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생명뿐 아니라 제국을 동원하여 잠자는 자들을 깨우려는 데 있다. 요한계시록의 말 탄 네 사람, 어린 양이 연 두루마리의 일곱 인 중 첫 네 인은 인류 역사에서 아주 잘 알려진 사건들을 상징한다. 정복, 평화의 붕괴, 전쟁과 죽음, 불공정한 경제 체제, 기근과 질병 등이다. 이는 하나님이 허락한 것이지만 근원은 결국 죄가 낳은 결과다.(269 페이지) 물론 그것은 하나님이 내리신 벌이기도 하다. 


저자는 요한계시록 19장 13절에 대해 이야기한다. “또 그가 피 뿌린 옷을 입었는데 그 이름은 하나님의 말씀이라 칭하더라.” 저자는 그의 적들과 싸우기 전에 이미 옷이 피에 젖었으니 이는 그리스도가 흘린 피라고 말한다.(272 페이지) 오늘 서구 세계에서 우리 개인, 우리 가정, 우리 교회를 형성하는 것은 복음의 본질에 어긋나는 소비만능주의, 하나님과 인간을 거스르는 가치들이다. 저자는 요한계시록에 폭력이 많음을 지적하며 그러나 폭력을 완화시키는 일곱 가지 중요한 요소가 있다고 말한다. 1) 제국이 몰락을 자초하는 것은 정의가 작동함을 뜻한다. 2) 자비가 파멸을 누그러뜨린다. 이는 회개에 목적이 있음을 말한다. 3) 죽임을 당하셨다가 하나님이 일으키신(다시 살리신) 어린 양의 모습에서 생명을 주고 폭력을 쓰지 않고 로마에 맞섬으로써 승리를 얻으신 하나님의 방법을 본다. 4) 어린 양이 거둔 최종 승리는 군사적인 행동이 아니라 다른 이를 죽이기는커녕 도리어 다른 이들을 위하여 죽은 이로부터 나온 계시와 설득과 심판의 말씀의 형태로 다가온다. 5) 하나님의 심판은 사람들이 회개를 거부할 때에 비로소 다가온다. 6) 요한계시록을 아우르는 강령은 구원이지 복수심에 불탄 파괴가 아니다. 7) 하나님의 백성은 제국을 폭력으로 뒤엎는 것이 아니라 비폭력과 신실한 삶으로 제국에 맞서라는 소명을 받는다. 


저자는 특정한 재해를 하나님이 일부러 쏟아내신 진노요 심판으로 해석하는 것은 결국 하나님의 마음을 속속들이 안다는 주장과 다를 바 없는 오만이라 말한다. 하나님의 심판은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다. 하나님의 목적은 사람들을 회개하게 하는 것이다. 요한계시록은 하나님을 통제가 불가능할 정도로 진노하시는 분이 아니라 냉혹하다 할 만큼 정의로우신 분으로 묘사한다.(299 페이지) 저자는 요한이 새 예루살렘을 사각형으로 묘사하다가 육각형으로 묘사했다고 말한다. 당시 사람들이 사각형이라 생각했기 때문이고 지성소가 육각형이기 때문이다. 요한계시록은 여러 나라에서 모인 사람들을 보여주는 환상에서 출발해 모든 나라가 와서 예배하리라는 약속을 거쳐 구속(救贖)받은 인류를 보여주는 환상을 향해 나아간다. 그곳에서는 혼돈과 악을 상징하는 바다가 없어졌고 죽음이 없다. 눈물, 애통함, 곡함이 없다. 악하거나 부정하거나 저주받은 것들/ 사람들이 없다. 성전이 없다. 전능하신 하나님과 어린 양이 새 예루살렘의 성전이기 때문이다. 해나 달이나 다른 발광체가 없으며 별도 없다. 닫힌 문이 없다. 새 하늘과 새 땅은 물리적 세계에 변형이 일어난다는 의미다. 


요한계시록 21, 22장이 제시하는 각본을 하나님과 상관없는 사회 정의, 개인 구원과 상관없는 사회 정의를 일러주는 환상 정도로 축소하여 읽으면 안 된다. 요한계시록은 도피주의 종말론도 허용하지 않지만 하나님이나 개인 구원과 상관없이 사회정의나 이야기하는 본문으로 보는 흔한 실수도 허용하지 않는다.(325 페이지) 우리는 짐승과 어린 양, 제국의 힘과 어린 양의 권세를 동시에 섬길 수 없다. 하나님과 어린 양을 예배하면서 동시에 시민 종교를 섬길 수 없다.(335 페이지) 저자는 정치권력, 경제력, 군사력을 삼위일체 거짓 신이라 부른다.(338 페이지) 우리는 깨어 있어야 하고(요한계시록 3장 3절) 입은 옷을 늘 깨끗하게 지키려고 노력해야 한다.(요한계시록 22장 4절) 


성경의 어느 한 책이 말하는 영성이 성경 전체가 들려주는 증언을 대신할 수 없듯 요한계시록도 분명 성경에서 유일한 책이 아니다. 요한계시록의 영성도 홀로 존재할 수 없다. 요한계시록은 정경의 나머지 부분들과 대화를 나누는 동반자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요한계시록이 들려주는 묵시 – 예언의 음성에 귀를 기울이지 않으면, 오직 요한계시록만이 일으킬 수 있는 어렵고도 아주 예리한 질문을 던지지 못할 수 있으며 요한계시록만이 아주 분명하게 계시하는 것들을 깨닫지 못할 수 있다.(348 페이지) 저자는 요한계시록을 보고 들으라고 말한다. 그리고 예배하고 증언하라고 말한다. 이어 나와서 저항하라고 말한다. 이어서 따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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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워 메탈 - 미래를 결정할 치열한 금속 전쟁
    빈스 베이저 지음, 배상규 옮김 / 까치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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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기 디지털 시대의 세 가지 축(디지털 기술 및 인터넷, 재생 에너지, 전기차)은 지구촌 곳곳에서 환경 파괴, 아동 노동, 강제 노역, 강도, 살인처럼 매우 심각하지만 흔히 간과되는 피해를 낳는다. 스마트폰에는 수십 가지의 금속을 비롯하여 주기율표에 있는 원소의 2/3가 들어간다. 전기차는 주행 중에는 탄소를 배출하지 않지만 전기차에 공급하는 전력을 생산할 때는 대체로 탄소가 배출된다. 지금도 전 세계에서 전기에너지를 가장 많이 생산하는 곳은 석탄 발전소이다. 이 모든 기계장치, 전선, 코일, 배터리는 전부 금속으로 만든다. 금속은 하늘에서 저절로 떨어지지 않는다. 지구에서 캐내야 한다. 일반적으로 금속 채굴에는 지구를 파괴하는 행위가 포함된다. 숲, 초원, 사막을 헤짚어 폭약으로 땅 밑의 암석과 토지를 폭파하고 잔해를 캐내야 한다. 수소는 언젠가는 주요 에너지원이 될 수도 있겠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국제 제재로 러시아의 수출 길이 대부분 막혔지만 세계는 러시아의 니켈, 구리, 팔라듐, 기타 광물이 수출 제한을 걸기에는 너무나 중요한 품목이라는 결정을 슬그머니 내렸다. 전쟁 발발 이후 2년이 넘는 기간 동안 러시아는 서방 세계에 니켈 수십억 달러어치를 수출했다. 달리 말해서 전기차로의 전환 기조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재정적으로 뒷받침해준 셈이다. 환경과 인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현상에도 단점은 있다. 핵심 금속의 새로운 공급원을 찾는 속도가 느려진다는 것이다. 재활용으로 에너지를 절약하고 원자재 사용량을 줄일 수는 있지만 그 역시 막대한 비용이 든다. 특히 개발도상국에서 이루어지는 금속 재활용 공정의 일부는 독성 부산물과 치명적인 오염이 발생하는 위험한 환경 속에서 몹시 가난한 사람들의 손을 거친다. 


    재사용은 재활용보다 훨씬 더 유용한 대안이다. 희토류는 사실 희귀하지도 않고 흙도 아니다. 희토류에 속하는 대다수 원소는 매장량이 꽤 풍부하지만 순수한 형태로 발견되는 경우가 거의 없다. 미트볼에 들어간 후추 알갱이처럼 다른 광물 속에 매우 낮은 농도로 흩어져 있다. 그러다 보니 추출하기가 어렵고 비용이 많이 든다. 주요 희토류는 17가지다. 국제 금융, 인터넷, 위성 감시 체계, 석유 운송 체계, 제트엔진, 텔레비전, GPS, 응급실은 희토류가 없으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스마트폰에는 희토류가 가득하다. 화면에는 유로퓸과 가돌리늄이, 회로에는 란타넘과 프라세오디뮴이, 스피커에는 티븀과 디스프로슘이 들어 있다. 


    레이저, 레이더, 야간투시경, 미사일 유도 시스템, 제트엔진, 장갑차 합금 등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군대가 사용하는 여러 군사 기술도 희토류에 의존하고 있다. 희토류로 가장 많이 만드는 제품은 영구자석이다. 영구 자석은 움직임을 전기로 바꿔주고, 전기를 움직임으로 바꿔주는 부품이다. 1980년대 들어 영구자석을 개발하기 시작한 과학자들은 철이나 붕소와 같은 일반 금속에 네오디뮴이나 디스프로슘과 같은 희토류 금속을 조금만 첨가해도 자력이 매우 강해진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희토류는 우라늄이나 토륨 같은 방사성 물질과 섞인 채 발견되는 경우가 많아서 이를 분리하여 어떻게든 폐기 처리해야 한다. 귀중한 희토류를 모암(母巖)에서 분리하려면 강력한 힘뿐 아니라 정교한 기술도 필요하다. 


    구리는 전기를 전달해주는 매개체다. 구리는 연성(延性)이 뛰어나 끊김 없이 길게 늘려 전선 안에 집어넣기 좋다. 구리는 전선에 사용하기에 너무 비싼 은을 제외하면 그 어떤 금속보다 전기 전도성이 좋다. 골드만삭스는 구리 없이는 탈(脫)탄소도 없다며 구리를 새로운 석유로 치켜세웠다. 일반적으로 전기차 한 대에 구리 약 80kg이 들어간다. 광산은 어느 곳이나 환경을 오염시키기 마련이지만 구리 광산에서는 유독 환경오염이 폭력사태로 번지는 경우가 많다. 전기를 생산한 곳이 태양광 발전소든 석탄 발전소든 원자력 발전소든 댐이든 전기를 전달하는 통로는 모두 구리로 만든다. 현재 전기차와 디지털 기기는 주로 리튬-이온 배터리를 사용한다. 리튬-이온 배터리의 한쪽 끝에는 일반적으로 니켈, 코발트, 망가니즈를 조합해서 만든 양극이 있다. 반대편에는 탄소의 한 형태인 흑연으로 만드는 음극이 있다. 


    리튬은 양극과 음극에 저장된다. 인류는 오래전부터 니켈을 사용해왔지만 그 존재를 안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배터리는 니켈이 많이 들어갈수록 에너지를 더 많이 저장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배터리 총 무게의 80% 정도가 니켈이다. 니켈을 가공하는 작업에는 에너지도 막대하게 소비된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전기를 주로 석탄화력발전소에서 생산한다. 탄소중립을 위한 배터리를 만들기 위해 탄소가 가득한 석탄을 엄청나게 많이 태우는 것이다. 리튬은 현존하는 가장 가벼운 금속으로 기기의 무게를 크게 늘리지 않는 상태로 전력을 저장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리튬의 3/4은 배터리에 쓰인다. 리튬 추출 과정도 환경 오염, 갈등으로 인한 분쟁 등 큰 문제를 낳고 있다. 


    리튬은 우주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일지도 모른다. 과학자들은 빅뱅 시점에 리튬이 수소, 헬륨과 함께 생성되었다고 생각한다. 지구 표면은 여러 광산 기업이 새로운 금속 공급처를 찾고자 샅샅이 뒤지는 중이지만 온갖 금속이 풍부하게 매장되어 있을지도 모르는 해저는 아직 손길이 전혀 닿지 않은 곳으로 남아 있다. 미국 지질조사국은 태평양의 한 지역에만 다금속 단괴(polymetallic nodules) 210억톤이 매장되어 있으며 그 안에는 니켈, 코발트 등의 금속이 전 세계 육지에 매장되어 있는 양보다 더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바다는 세상에서 가장 생물 다양성이 풍부한 곳이자 인류가 섭취하는 단백질의 1/5을 공급하는 곳이다. 지구에서 가장 중요한 탄소 공급원이기도 하다. 다금속 단괴는 완전한 어둠과 적막 속에서 수천 년 동안 크기가 커졌다. 단괴는 바다 밑바닥으로 떠내려오는 작은 화석이나 현무암 조각, 상어 이빨 같이 자그마한 조각들로부터 생성된다. 이 작은 조각들에 바다에 녹아 있는 니켈, 구리, 코발트, 망가니즈의 입자가 오랜 세월에 걸쳐 서서히 들러붙는다. 그렇게 해서 지금 다금속 단괴 수조 개가 해저 퇴적물에 반쯤 묻혀 있게 된 것이다. 다금속 단괴는 산호, 해면, 선충을 비롯한 수많은 생명체의 서식처이기도 하다. 다금속 단괴는 수백만년에 걸쳐 생성되었다. 


    다금속 단괴를 추출하면 해저에 매장된 엄청난 양의 이산화탄소가 방출될 것이며 바다가 이산화탄소를 추가로 흡수하고 저장하는 능력마저 나빠질 가능성이 있다. 다금속 단괴를 채취하면 바다 밑바닥을 모조리 헤집어 놓게 될 것이다. 퇴적물에서 먼지 구름이 수 킬로미터에 걸쳐 피어올라 몇 달 동안 해양 생명체들을 질식시킬 것이다. 먼지 구름에는 해양 생명체에 해를 끼칠 수 있는 금속이나 기타 독성물질이 녹아 있다. 단괴를 배 위로 끌어올리고 나서 함께 딸려온 진흙물을 바다에 다시 쏟아야 하기 때문에 유해한 먼지 구름이 다시 한 번 피어오를 우려가 있다. 


    저자는 재활용에도 피할 수 없는 원칙 즉 모든 일에는 대가가 따른다는 원칙이 적용된다고 말한다. 재활용은 생각보다 훨씬 어렵고 더럽고 위험하다. 금속을 재활용하는 과정이 어렵고 비싸서 그냥 버려지는 금속이 수백만 톤이나 된다. 대체로 금속은 이미 땅 위에 올라와 있는 것을 재사용하는 것보다 땅 속에 있는 원재료를 새로 파내는 쪽이 더 비용이 적게 든다. 금속은 광석의 형태로 채굴된다. 광석은 암석과 광물이 섞여 있는 형태이기 때문에 분쇄, 제련, 화학 처리, 야금 과정을 거쳐야 한다. 고철 수거 작업은 엄청나게 위험할 수 있다. 일상이 빈곤과 전쟁으로 얼룩진 곳에서는 고철을 찾아다니는 사람들이 전투 잔해가 있는 곳을 샅샅이 헤집고 다닌다. 


    고철을 갈아내고 자르는 작업을 하다 보면 기본적으로 쇳가루와 같은 자잘한 물질이 떨어져 나온다. 바람을 타고 날아가 인근 주민들의 폐 속으로 들어갈 수 있는 것이다. 고철 가공 과정에서 발생하는 고열은 플라스틱, 페인트, 밀폐재(sealant) 등 고철 속에 들어 있는 불쾌한 물질을 기화시킬 수 있다. 대기 중에 떠다니는 독성 물질이 추가로 발생해 인근 지역의 물과 공기를 오염시킬 수 있다. 고철을 녹이려면 아주 뜨겁고 거대한 용광로가 필요하다. 중국과 여타 국가들은 여기에 필요한 에너지를 주로 탄소를 내뿜는 석탄 발전소나 가스 발전소에서 가져온다. 보통 재활용 금속 1톤은 땅에서 캐낸 금속 1톤보다 탄소 배출량이 적지만 그 양이 제로와는 거리가 멀다. 전선을 태워 구리를 얻는 방식은 싸고 쉽다는 엄청난 장점이 있다. 중장비나 특수 장비를 동원할 필요가 없고 그저 휘발유와 성냥만 있으면 되기에 전 세계 개발도상국 노동자들이 목숨을 담보로 구리 전선을 태우고 회로 기판을 화학 물질에 담가서 콩고민주공화국이나 콜롬비아 사람들이 목숨을 걸고 채굴했던 금속을 회수한다. 


    리튬 - 이온 배터리는 구멍이 나거나 깨지거나 과열되면 합선이 일어나 불이 나거나 폭발할 수 있다. 불은 온도가 500도 이상에 이를 수 있으며 유독 가스를 내뿜는다. 무엇보다 배터리 화재는 물이나 일반 소화용 약품으로는 진압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수명이 다한 리튬 배터리는 일반 쓰레기와 함께 버려서는 안 되고 재활용 업체나 유해 폐기물 처리장에 가져가야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부유한 나라가 가난한 나라에 유해 폐기물을 버리지 못하도록 고안한 국제 규정이 이제는 가난한 나라가 유해 폐기물을 자국 밖으로 내보내고자 할 때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현재 리-사이클과 같은 배터리 업체가 마주하는 난관 중 하나는 재활용을 할 배터리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기계인 영구 자석, 태양광 패널, 풍력 발전기 등은 재활용이 매우 어렵다. 현재 희토류 자석의 재활용률은 5% 미만이다. 


    고축적 식물이라고 불리는 몇몇 종류의 나무, 관목, 기타 식물은 뿌리로 작은 금속 입자를 빨아들이고 수액, 줄기 잎에 농축한다. 식물로 금속을 채취하는 것을 파이토마이닝(phytomining)이라 한다. 이 방법에도 단점이 있다. 그런 식물들로 인해 다른 꽃들이 위태로워질 수 있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사람들의 부가 급증하면서 물건을 고쳐 쓰는 풍조가 약해졌다. 저자는 전자업계가 고의로 제품 수리를 어렵게 만드는 경우가 있음을 지적한다. 


    태양광 발전과 풍력 발전은 해가 뜨고 바람이 부는 시간에 생산한 에너지를 그렇지 못한 시간에 사용할 수 있도록 저장할 방안이 있어야만 대규모로 활용이 가능하다. 저자는 제품을 수리하고 재사용하고 재활용하는 행위는 제품을 그냥 버리는 행위보다 훨씬 좋은 방법이지만 이러한 조치도 에너지와 물질 집약적인 생산과 소비 체계에 얽매어 있다고 말한다. 


    이런 틀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방법은 하나밖에 없다. 암스테르담은 광물과 에너지 소비로 인한 폐해를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 즉 모든 것을 덜 쓰는 사례를 실제로 보여주는 도시다. 그 가운데 특히 자가용을 덜 쓰는 사례가 돋보인다. 80억이 사는 지구에서 가장 필요한 일은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것이다. 저자는 화석 연료를 재생 에너지로 바꾸는 동시에 모든 영역에서 에너지 사용을 줄여야 한다고 말한다. 가장 근본적이면서 어려운 과제다. “우리의 미래는 그야말로 금속에 달려 있다. 기후 번화라는 가장 심각한 위기에서 벗어나자면 금속이 많이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 모두의 삶은 금속 사용량을 줄일수록 더 윤택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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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스믹 쿼리 - 우주와 인간 그리고 모든 탄생의 역사를 이해하기 위한 유쾌한 문답
    닐 디그래스 타이슨.제임스 트레필 지음, 박병철 옮김 / 알레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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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톨레마이오스는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라는 천동설을 주장했지만 지구가 평평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는 만일 지구가 평평하다면 일식은 위치에 상관 없이 일제히 같은 시각에 일어날 것이라 말했다. 월식 때 달에 드리운 지구 그림자가 둥근 것이 지구가 구형이라는 강력한 증거라고도 했다. 기하학(geometry)이란 지구를 측정하다는 의미의 그리스어에서 왔다. 측정은 크기, 둘레 등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리라. 아리스토텔레스는 모든 만물은 흙, 공기, 물, 불이라는 네 가지 원소로 이루어져 있고 이들 중 흙은 우주의 중심 즉 지구의 중심을 찾아가려는 경향이 있다고 말하며 지구는 이미 중심에 있어서 굳이 움직일 필요가 없다고 했다. 뉴턴은 지구의 구성 원소에 별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오직 질량이 중요했다. 기하학이 지구의 크기, 둘레 등을 측정하는 학문이라면 지질학은 지구의 역동성, 움직임, 구성 원소, 광물, 암석, 판 등을 다루는 학문이다. 


    우주에서 거리를 알아내려면 우주 거리 사다리를 순차적으로 올라야 한다. 하늘은 2차원 스크린이 아니라 3차원 입체 공간이다. 각 별들까지의 거리를 알아내기는 쉽지 않다. 많은 사람이 망원경을, 멀리 있는 물체를 확대해서 보여주는 것이라 생각하지만 망원경의 가장 큰 역할은 정확한 각도 측정이었다. 팔을 앞으로 길게 뻗고 엄지손가락을 위로 치켜 올린 채 양쪽 눈을 번갈아 가며 떴다 감으면 손가락과 배경(책꽂이, 벽에 걸린 액자 등)의 상대적 위치가 좌우로 오락가락한다. 보는 눈이 바뀔 때마다 눈과 손가락을 연결한 직선의 방향 즉 시선 각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시차(視差; parallax)는 하나의 물체를 서로 다른 두 지점에서 볼 때 방향이 달라져 겉보기 위치가 달라지는 현상이다. 지구를 포함한 태양계는 은하의 중심이 아니라 중심으로부터 3분의 2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한다. 지구가 특별한 행성이 아니고 인간이 자연의 일부일 뿐이라면 우리가 지구에서 발견한 법칙에도 특별한 구석이 없을 것이다. 이는 곧 우주 반대편에 있는 외계 행성과 그곳에 있을지도 모를 외계 생명체 역시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저자는 자존심에 상처를 입을수록 과학은 발전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천문학자가 인류 역사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직업이라고 우길 생각은 없지만 과학에서 최초로 탄생한 분야는 아마도 천문학일 것이라 말한다. 


    저자는 천문학은 망원경의 도움 없이 스스로 발전한 과학이라 말한다. 고대의 천문학자들은 망원경 없이도 지구가 둥글다는 사실을 알았다. 맨눈 천문학의 챔피언은 튀코 브라헤였다. 1546년 덴마크의 명문가에서 태어난 그는 스물 여섯이라는 나이에 신성(新星; nova)를 발견하여 유럽 천문학의 스타로 떠올랐다. 당시 천문학자들은 하늘의 별은 한 자리에 고정되어 영원히 변하지 않는다는 성경의 가르침을 굳게 믿고 있었기에 아무것도 없던 하늘에 새로운 별이 등장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다. 튀코가 발견한 신성은 1600년경 완성한 셰익스피어의 ‘햄릿’ 제 1막에 대사로 나온다. “저기 북극성 서쪽에 뜬 별이 자기 곁을 따라와 지금 번쩍이는 저곳을 밝혔을 때...” 신성은 갑자기 나타난 별 또는 오랜 새월 희미한 채로 있다가 어느 날 갑자기 밝아진 별을 의미한다.


    갈릴레오는 망원경을 발명한 사람이 아니다. 발명자는 네덜란드의 안경 제작자 한스 리퍼세이였다. 갈릴레오는 망원경을 최초로 위로 치켜든 사람이다. 마당에 서서 밤하늘의 달과 별을 눈으로 확인하는 행위는 대기가 가시광선에 대해 투명하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의미심장한 실험이다. 우리의 주요 광원(光源)인 태양은 표면 온도가 약 5000도 정도여서 방출되는 전자기파(빛) 중 가시광선 영역의 에너지가 가장 크다. 이 때문에 주로 낮에 활동하는 인간의 눈은 가시광선에 민감한 쪽으로 진화해 왔다. 이는 지구인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금성 표면에서 하늘을 바라본다고 상상해보라. 금성의 하늘은 하루 종일 두꺼운 구름에 덮여 있다. 그래서 가시광선이 거의 통과하지 못한다. 물론 이런 곳에 생명체가 산다면 폭주하는 온실효과 때문에 금방 증발해버리겠지만(금성 표면의 평균 온도는 약 460도다.) 이런 악조건을 무시한다 해도 금성의 생명체는 밤하늘을 한 번도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천문학을 발전시키지 못했을 것이고 어쩌면 과학 자체가 탄생하지 못했을 것이다. 


    빛의 정체는 전자기복사 또는 전자기파다. 무지개에 드리운 모든 색상은 전자기파의 각기 다른 파장에 대응된다. 붉은색 빛의 파장은 원자의 8000배 정도이고 보라색 빛은 그 절반쯤 된다. 지구의 대기는 가시광선과 전파를 제외한 모든 전자기파를 차단한다. 수십, 수백년 광년의 거리를 무사히 날아온 빛이 지구의 대기라는 마지막 몇십 킬로미터를 통과하지 못하고 문전 객사하는 꼴이다. 대기는 빛과 전파(마이크로파)만 무사히 통과시키고 다른 전자기파에 대해서는 두꺼운 벽돌담이나 마찬가지다. 그래서 천문학자는 대기에 두 개의 창문이 나 있다고 말한다. 지구에 도달한 전파(라디오파)는 가시광선보다 훨씬 약하다. 그래서 전파 망원경은 원통이 아니라 집채만 하다. 다량의 전파복사를 수집하려면 몸집이 무조건 커야 하기 때문이다. 


    전파망원경이 없었다면 우리는 맥동성(脈動星; pulsar)의 존재를 아직 몰랐을 것이다. 맥동성은 초신성이 폭발하고 남은 고밀도의 잔해다.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자전하면서 규칙적인 전파 펄스를 생성한다. 전파 신호는 맥동성의 한 부분에서 연속적으로 방출되지만 맥동성 자체가 빠르게 회전하고 있기 때문에 특정 지역(지구)에서 바라보면 주기적으로 전파를 방출하는 것처럼 보인다. 지구의 대기는 전파와 가시광선에 투명하지만 모든 가시광선이 100% 통과하는 것은 아니다. 대기는 끊임없이 움직이므로 지상에 도달한 빛으로 재현된 상(像)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 별이 반짝이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태양계 밖에서 인공위성을 가장 쉽게 보낼 수 있는 곳은 지구 근처의 저궤도다. 지상과 가깝기 때문에 적은 에너지로 위성을 띄울 수 있다. 두 천체 사이의 중력이 균형을 이루는 점이 라그랑주점이다. 지구와 태양 그리고 지구와 달 사이에는 두 천체의 중력이 정확하게 상쇄되는 라그랑주 점이 존재한다. 이곳에 놓인 물체는 어느 쪽으로도 떨어지지 않고 평형상태를 유지한다. 우주선(宇宙船) 주차장으로 맞춤한 곳이다. 일반적으로 두 개의 천체에 놓인 계(系)에는 다섯 개의 라그랑주 점이 존재한다. 뉴트리노와 중력파에 대해 알아보자. 뉴트리노는 핵반응이 일어날 때 대량 방출되지만 물질과 상호작용을 거의 하지 않아서 검출하기가 매우 어렵다. 


    남극의 아이스큐브(IceCube)는 뉴트리노 검출기다. 얼음에 뜨거운 물을 부어 구멍을 뚫고 가늘고 긴 케이블을 이용하여 얼음 속에 광검출기를 설치한다. 낮은 기온 때문에 물이 다시 얼어붙으면서 광검출기는 자연스럽게 얼음의 일부가 되고 이곳에 뉴트리노가 도달하여 얼음 속 원자를 조금이라도 건드리면 광검출기가 반응하여 섬광을 방출하는 식이다. 뉴트리노가 남극에 직접 도달하는 것이 아니다. 북극에 먼저 도달한 후 지구를 통째로 관통하여 남극의 얼음층에 도달한다는 점이 놀랍다. 


    질량을 가진 물체가 가속 운동을 하면서 시공간 연속체에 일으킨 파동을 중력파라 한다. 이는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으로부터 예견된 사실이다. 미국의 루이지애나주와 워싱톤주에서는 중력파를 검출하는 초대형 시설인 레이저간섭계중력파관측소가 독자적으로 운용되고 있다. 2015년 9월 14일 중력파가 감지되었다. 아인슈타인이 중력파의 존재를 예언한 지 거의 100년만에 이룬 쾌거였다. 지구로부터 15역 광년 떨어진 곳에서 태양 질량의 39배인 블랙홀과 29배인 블랙홀이 충돌하면서 중력파가 방출된 것이다. 두 곳에 설치한 이유는 연구소 주변의 소음을 중력파로 오인할 수 있어서다. 중력파가 지구에 도달하면 한 곳에서만 검출될 리 없기 때문이다. 


    15세기 로마의 철학자 니콜라우스 쿠자누스는 우주의 중심은 어디에나 존재할 수 있지만 그 끝은 어디에도 없다는 말을 했다. 한번 형성된 원자핵이 안정적으로 존재하려면 입자의 속도가 느려야 하고 속도가 느려지려면 온도가 내려가야 한다. 우주가 팽창함에 따라 입자들 사이의 거리가 멀어지면서 충돌 기회가 줄어들었다. 우주가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진화하게 된 결정적 이유 중 하나였다. 수소 원자핵, 헬륨 원자핵, 드물긴 히지만 리툼 원자핵이 만들어지고 있었던 순간이다. 우주의 역사에서 원자가 주인공으로 등장한 것은 언제쯤일까?


    원자핵과 전자가 분리된 채 존재하는 상태를 플라스마라 한다. 온도가 극도로 높을 때 나타나는 네 번째 상태(고체, 액체, 기체 외의)로서 태양 내부가 대표적이다. 원자는 자유전자가 원자핵의 사정거리 안으로 진입해서 안정적으로 결합해야 비로소 완성된다. 초기 우주는 온도가 너무 높았기 때문에 빅뱅 후 38억년이 지나서야 비로소 안정적인 원자가 만들어질 수 있었다. 전하를 띤 플라스마가 원자로 변환되면서 우주에는 두 가지 큰 변화가 일어났다. 물질이 뭉쳐서 별과 은하가 형성되기 시작했고 복사선이 하전입자의 방해를 받지 않고 곧게 뻗어 나가면서 드디어 공간이 투명해진 것이다. 전하를 띤 플라스마가 중성원자로 변하면 복사선과 더 이상 상호작용을 하지 않기 때문에 중력으로 뭉치면서 몸집을 키워나갈 수 있다. 그리하여 지금과 같은 우주가 만들어졌고 공간을 내달리던 복사선은 우주마이크로파 배경복사가 되어 지금까지 남아 있다. 


    우주가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진화한 것은 암흑물질 덕이다. 우주에 전기적으로 중성인 원자가 등장하기 전에는 별과 은하가 형성될 수 없었다. 별은 중력에 당겨져 산산조각 나지 않기 위해 열핵융합을 대책으로 세웠다. 핵융합 에너지가 별의 중심부에서 바깥쪽으로 압력을 행사하여 안쪽으로 작용하는 중력과 균형을 이룬다. 양성자는 양전하를 띠기 때문에 자기들끼리 서로 밀어내는 경향이 있다. 온도가 어느 정도 올라가면 속도가 빨라진 양성자들이 전기적 척력을 극복하고 하나로 융합하여 더 큰 원자핵이 되고 이 과정에서 상상을 초월하는 막대한 에너지가 외부로 방출된다. 태양 내부에서는 매초 6억톤의 수소가 헬륨으로 변하고 있다. 


    현대 우주론에 의하면 최초의 별은 빅뱅 후 약 3억년만에 탄생했을 것이다. 한번 태어난 별이 그 모습을 유지하려면 내부에서 끊임없이 핵융합 반응을 일으켜 중력에 대항해야 한다. 별이 보유한 핵융합 연료인 수소는 결국 고갈된다. 이때 2차 방어 전략이 시작된다. 별이 수명을 다하면 질량에 따라 백색왜성이 될 수도 있고 직경이 17km에 불과한 초고밀도 중성자별이 될 수도 있다. 초신성이 폭발할 때 사방으로 흩어진 무거운 원소들은 새로 태어날 별의 재료가 되어 후속 핵융합으로 이어진다. 처음부터 수퍼 헤비급으로 태어난 별은 중력과 핵융합의 치열한 경쟁을 온몸으로 겪다가 결국 중력에 굴복하여 블랙홀이 된다. 


    몸집이 큰 별은 작은 별보다 연료를 빠르게 소모한다. 수성, 금성, 지구, 화성은 암석으로 이루어진 지구형 행성이다. 목성, 토성은 가스형 행성이다. 천왕성, 해왕성은 거대얼음행성이다.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은 목성형 행성이다. 태양에서 핵융합 반응이 시작되면 원시행성원반은 구성물질의 온도가 올라가고 강력한 태양풍을 고스란히 맞게 된다. 온도가 높으니 휘발성 물질이 기화되고 이 기체가 태양풍을 맞았으니 먼 곳으로 날아갈 수밖에 없다. 그리하여 태양 가까운 곳에는 웬만한 온도에도 기화되지 않는 광물만 남아서 단단한 지구형 행성이 만들어진 것이다. 멀리 떨어진 행성들은 주로 휘발성 물질로 이루어져 있으며 지구형 행성보다 몸집이 크다. 


    애초부터 온도가 낮아서 휘발성 물질이 기화되지 않은 채 중력으로 뭉쳤기 때문이다. 천문학에서는 지구형 행성과 목성형 행성의 운명을 가르는 경계선을 동결선이라 한다. 태양계의 중요한 특성이 이토록 간단한 물리학 이론으로 설명된다니 신기하면서도 좀 허망하다. 그런데 정말 이게 전부일까? 이제 곧 알게 되겠지만 우주의 진화는 매우 복잡하고도 미묘한 과정이어서 한 두개의 이론만으로는 설명이 불가능하다. 태양계가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진화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주인공은 태양이 아니라 목성이었다. 행성의 자리바꿈이 거의 끝나갈 무렵 목성형 행성이 네개(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로 정리되면서 얼음행성과 파편이 지구형행성 쪽으로 쏟아지기 시작했고 그 바람에 지구는 졸지에 우주 과녁이 되어 집중포화를 온몸으로 받아냈다. 


    지구의 드넓은 바다는 이 시기에 형성되었을 것이다. 우주의 나이가 138억년이라는 말은 지금까지 관측된 가장 먼 천체까지의 거리가 138억 광년이라는 의미다. 캠핑장에서 모닥불을 피우면 복사 에너지의 변화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불이 한창 타오를 때 중심부에 쌓아놓은 숯덩이는 모든 가시광선을 방출하면서 흰색을 띠다가 꺼질 무렵이 되면 붉은색으로 변한다. 이 상태에서 숯은 여전히 가시광선을 방출하고 있지만 온도가 낮아져서 스펙트럼이 붉은색 쪽으로 이동한 것이다. 다음날 아침이 되면 숯은 더 이상 타오르지 않는데도 손으로 만지면 여전히 온기가 느껴진다. 빛은 사라졌지만 온기가 남아 있기에 타고 남은 숯에서도 전자기파 적외선이 방출되고 있다.


    처음에 과학자들은 우주배경복사의 온도 분포를 보고 깜짝 놀랐다. 우주 전역에 걸쳐 온도가 1만분의 1 이내로 균일했기 때문이다. 초창기에 우주의 모든 지역이 열적 접촉을 겪지 않는 한 이런 일은 절대 있을 수 없다. 모든 지옥의 온도가 같아지려면 우주는 탄생 초기에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팽창해야 한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 탄생한 것이 바로 그 유명한 인플레이션 이론이다. 앨런 거스는 최신 입자물리학을 적용하여 초기 우주의 특성을 분석한 끝에 빅뱅 후 10의 마이너스 35제곱 초 만에 우주가 순간적으로 얼어붙었음을 알게 되었다. 


    중심부의 수소가 바닥나서 더 이상 에너지를 생산하지 못하면 별은 또다시 자체 중력에 의해 수축되지만 이 단계는 오래 가지 못한다. 수축과 함께 중심부의 온도가 다시 높아져서 핵융합 제2라운드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이때는 양성자 두 개를 보유한 헬륨 원자핵 3개가 융합하여 양성자 6개로 이루어진 탄소 원자핵이 생산된다. 핵융합 제1라운드에서 남은 재인 헬륨이 핵융합 제2라운드의 연료로 재활용되는 셈이다. 즉 우주 초창기에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원소보다 무거운 원소들은 별의 내부에서 핵융합 공정을 통해 생산된 것이다. 태양과 체급이 비슷한 별은 연료 보유량이 적어서 탄소보다 무거운 원자핵을 만들지 못하고 어렵게 만든 원소를 태양풍에 실어 우주로 방출한다. 그러나 태양보다 무거운 별은 탄소를 연료 삼아 후속 핵융합 반응을 강행하여 양성자가 26개인 철까지 만들 수 있다.


    철은 핵융합으로 만들 수 있는 마지막 원소이자 최후의 남은 재로서 커다란 몸집으로 태어나 맡은 바 소임을 다한 별의 중심부에 고스란히 축척된다. 이때가 되면 별은 자체 중력으로 빠르게 수축되다가 거대한 폭발을 일으키면서 장렬한 최후를 맞이한다. 이것이 바로 초신성 폭발이다. 그리고 이 대혼란 속에서 무거운 원소의 막대한 에너지가 뒤엉켜 철보다 무거운 코발트, 우라늄 같은 원소들이 만들어진다. 철의 원자핵이 핵융합 반응을 일으키려면 외부에서 에너지를 공급받아야 한다.(163 페이지) 이전의 핵융합은 에너지를 만들었는데 철은 반대 상황이 되는 것이다. 에너지를 흡수하는 것은 별의 임무가 아니다. 


    우라늄은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마지막 원소이고 그 이후의 원소들은 실험실에서 만든 원소들이다. 무거운 원자핵을 빠르게 가속해서 표적에 충돌시키면 양성자와 중성자가 재배열되면서 새로운 원소가 생성된다. 과학자들은 주기율표가 유용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 이유는 여전히 미스터리였다. 이 문제는 1920년대의 양자 물리학이 등장하면서 단계적으로 풀렸다. 태양에서 핵융합 반응이 시작되면 원시행성원반은 구성물질의 온도가 올라가고 강력한 태양풍을 고스란히 맞게 된다. 온도가 높으니 휘발성 물질이 기화되고 이 기체가 태양풍을 맞았으니 먼 곳으로 날아갈 수밖에 없다. 그리하여 태양 가까운 곳에는 웬만한 온도에도 기화되지 않는 광물만 남아서 단단한 지구형 행성이 만들어진 것이다.


    생명체는 탄소 이외의 다른 원자를 기반으로 만들어질 수도 있다. SF 작가들이 선호하는 재료 중 하나가 바로 실리콘(규소)이다. 실리콘은 전자의 배열 상태가 탄소와 비슷해서 탄소를 대체하기에 적절한 재료이긴 하다. 주기율표에서 탄소 바로 아래에 위치한 실리콘은 최외곽 전자가 4개여서 다른 원자와 쉽게 결합할 수 있으므로 DNA 같은 복잡한 분자를 만들기에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실리콘 결합은 탄소 결합보다 훨씬 강하기 때문에 복잡한 분자로 자라나기가 쉽지 않으며 따라서 실리콘에 기초한 복잡한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도 별로 크지 않다. 


    우리는 물은 없지만 호수가 존재하는 천체 하나를 알고 있다. 바로 토성의 가장 큰 위성인 타이탄이다. 태양계에서 지구 외에 액체가 흐르는 천체는 타이탄이 유일하다. 타이탄의 극지방에는 영하 80°C의 액체 메탄과 액체 에탄이 웅덩이를 이루거나 강처럼 흐르고 있다. 지구에서 측정된 가장 낮은 기온은 남극의 영하 89°C이다. 용암 수프 속에서 생명체가 번성하는 행성이 존재할 수도 있다. 이런 극한의 온도에서는 어떤 화학반응이 얼마나 복잡하게 일어나고 있을까? 우리의 예상을 완전히 벗어난 무언가가 탐험가에게 발견되기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천문학자들의 계산에 의하면 우리은하에는 별에 속박된 행성보다 성간 공간을 부유하는 떠돌이 행성이 훨씬 많다. 그렇다면 생명체가 태양같은 에너지원 없이도 살아갈 수 있을까? 햇빛 대신 내부 방사선에서 에너지를 얻을 수도 있지 않을까? 지구의 다세포 생물이 등장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약 5억 5000만년 전이었다. 이는 그 무렵 빙하가 사라지면서 대기 중 산소 농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빅뱅이 일어나고 38만년쯤 지났을 무렵 우주의 온도가 어느 정도 진정되어 한번 형성된 원자들이 형태를 유지할 수 있게 되면서 빈 공간이 드디어 투명해졌다. 그 전까지만 해도 우주의 물질은 양전하를 띤 원자핵과 음전하를 띤 전자가 따로 분리된 플라스마 상태로 존재했고 이들은 공간을 자유롭게 떠돌면서 전자기파를 흡수하고 방출하기를 반복했다.


    그 후 온도가 내려가면서 원자가 형성되고 공간은 깨끗해졌는데 이 무렵에 방출된 복사는 오늘날에도 우주 마이크로파 배경복사의 형태로 남아 있다. 그리고 전자로 이루어진 일반적인 물질은 암흑물질이 파놓은 중력의 우물로 떨어져서 별과 은하가 되었으며 바로 이곳에서 인간의 지능이 탄생했다. 에너지가 작은 적외선이나 전파가 방출될 때는 복사선이라 하고 에너지가 큰 엑스선이나 감마선이 방출될 때는 방사선으로 표기한다. 양자 세계에서는 없던 입자가 갑자기 나타났다가 사라지기도 한다. 이를 가상 입자라 한다. 우주가 어렸을 때는 지금보다 훨씬 뜨거웠으며 단순했고 더 어렸을 때는 더욱 뜨겁고 단순했다. 세월이 흘러서 우주의 나이가 38만년쯤 되었을 때 원자처럼 질서 정연한 구조가 등장했는데 이 무렵에 우주는 하전 입자들이 무작위로 떠다니던 플라스마 시대보다 훨씬 복잡했다. 


    나이를 먹을수록 복잡해지는 것이 사람과 비슷하다. 이런 현상은 빅뱅 직후에도 똑같이 나타났다. 우주 탄생 후 3분만에 형성된 원자핵은 그 이전에 존재했던 소립자보다 훨씬 복잡했다. 고 에너지 빛(엑스선, 감마선)이 E=mc²에 따라 질량으로 변하면 자발적으로 입자 - 반입자 쌍이 생성된다. 이것은 이론적으로 확실하게 정립되었고 실험을 통해 수도 없이 확인된 사실이다. 그 후에 두 입자가 자신의 반입자 쌍을 만나면 질량은 다시 사라지고 원래의 순수한 에너지만 남는다. 빅뱅이 일어난 후부터 시간이 비로소 흐르기 시작했다면 “그 이전에는 무엇이 있었는가?”라는 질문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우주의 본질은 고정된 물리법칙에 얽매이지 않고 상황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존재할 수도 있다. 양자역학 법칙에 의하면 전자구름은 무한정 압축될 수 없다. 이를 볼프강 파울리의 배타원리라 한다. 흥미로운 내용 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것은 2억 5천만년이 지나면 판게아가 재현된다는 것이다. 앞으로 10억년이 지났을 때 벌어질 일도 그렇다. 태양은 탄생 초기에 지금보다 30 퍼센트쯤 어두웠다. 그 이후 점점 밝아져 현재에 이르렀고 수소가 고갈되는 시점에 이르면 지금보다 65 퍼센트쯤 밝아질 것이다. 10억년 후에는 지구 평균 기온이 사람의 체온보다 높아질 것이다. 기온이 올라가면 증발률도 높아지므로 바다와 호수에서 다량의 수증기가 증발하고 대기에 유입된 물 분자는 태양에서 날아온 자외선에 의해 수소 원자와 산소 원자로 분해된다.


    이런 식으로 바다가 모두 증발하면 가볍고 빠른 수소 원자가 대기권 밖으로 날아가면서 지구는 더욱 건조해질 것이다. 화산 활동도 꾸준히 일어나서 깊은 곳에 저장된 물과 이산화탄소가 대기 중에 방출된다. 이산화탄소를 흡수해줄 바다가 없으므로 온난화는 더욱 빠르게 진행된다. 태양 자외선이 대기 중 물 분자를 파괴하면 물에 의한 윤활 작용도 중단되어 대륙 이동이 멈춘다. 이렇게 30~40억년이 지나면 극심한 온실효과로 지표면 온도가 상승하여 암석 표면이 용암의 바다로 변할 것이다.(288, 289 페이지) 


    우주의 총 질량이 충분히 커서 멀어지는 은하들을 다시 가까워지도록 만들 수 있다면 언젠가 공간은 팽창을 멈추고 수축되기 시작할 것이다. 이를 닫힌 우주라 한다. 우주의 질량이 충분하지 않으면 영원히 팽창할 것이다. 이를 열린 우주라 한다. 질량이 정확하게 이들 사이의 경계값이라면 우리 우주는 평평한 우주가 된다. 


    1920년대에 비약적으로 발전한 양자역학은 기존의 과학 개념을 송두리째 갈아엎었다. 뉴턴의 고전 물리학을 포함하여 원자물리학과 핵물리학, 화학, 생물학 등 거의 모든 과학 교과서가 양자역학에 기초하여 새로 집필되어야 했고 상당수의 개념이 폐기되거나 대대적인 수정이 가해졌다. 물론 진공도 예외가 아니었다.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원리가 등장하면서 판도가 완전히 뒤집혔다. 입자는 무로부터 생겨날 수 있다. 단 충분히 짧은 시간 안에 사라져야 한다. 이 약속만 잘 지키면 어떤 마술도 가능하다. 입자는 불확정성원리에서 정해준 시간 안에 사라진다는 약속 아래 가상 입자로 나타나 힘을 매개하고 재빨리 무로 돌아간다. 이런 현상은 양자요동이라 한다. 


    1973년 미국의 물리학자 에드워드 트라이언은 우주 전체가 양자 진공에서 극히 드물게 일어나는 요동의 산물일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불확정성원리에 의하면 질량이 클수록 수명이 짧다. 전자의 전하는 어떠한가? 지금보다 강했다면 원자끼리 전자를 교환하지 못하여 분자가 형성되지 못했을 것이다. 분자가 없으면 화학작용이 일어날 수 없으므로 이 경우에도 생명체는 존재할 수 없다. 중력이건 전하건 어느 하나라도 지금과 값이 다르면 생명체는 태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이론이 수용되기 전에 예측이 검증될 필요는 없다는 점이다. 윌리엄 오컴은 다중성은 확실히 근거가 있을 때만 도입해야 한다는 말을 했다. 이를 오컴의 면도날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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