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끼는 책을 빌려가 벽지로 쓰고 있는 친구 이야기가 문득 내 눈에 들어왔다. 최근 출간된 한 승려의 산문집에 나오는 이야기다. 그에게는 책도, 유교도, 불교도 깨달음을 얻는 데 필요한 통발이었을 뿐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가 있지 않은가? 너무 상식적인 이야기지만 그 책이 책도, 유교도, 불교도 깨달음을 얻는 데 필요한 통발로 여기는 사람의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극적이고 멋지지만 그에게 친구의 책은 깨달음의 수단 이상은 아닌가?란 말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책을 빌려간 그 사람은 책을 찢어 벽지로 쓸 만큼 빈한한가?

 

문제는 더 있다. 깨닫고 나면 다시는 책을 들춰볼 필요가 없는가? 최근 연천 지질공원에 대한 책이 출간된 것을 보고 심정이 복잡했었다. 동료들에게 알릴 것인가, 말 것인가? 알린다면 알라딘의 신간 링크를 보내줄 것인가, 내가 산 책 사진을 찍어 보내줄 것인가? 등등으로 복잡했었다는 의미다. 결국 링크를 보내는 방식으로 일부 동료들에게 사실을 알렸다. 내 책도 아니면서 왠 고민인가? 하겠지만 평소 공부 안 하는 사람들을 어이없어 하던 주제 넘은 입장으로 좋은 교재가 나온 것을 알리지 않는다면 그 사람들을 불편하게만 보고 그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방식을 알려주지 않는 모순된 행동을 하는 것이 될 수밖에 없다는 생각에 알린 것이다.

 

알라딘의 신간 링크를 보내줄 것인가, 내가 산 책 사진을 찍어 보내줄 것인가?를 놓고 고민한 이유는 어디든 책 사기를 아까워 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형편이 좋으면서도 책 사기를 아까워 하는 사람들은 이기적이다. 그들에게 그렇게 해야 할 필요는 없지만 그들이 해설을 하는 데 도움을 준 저자들에게 빚을 진 것이 분명하다면 저자가 꼭 일치하지는 않지만 책을 사 경제적 도움을 주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리고 그런 선행이 쌓여 출판계가 좋은 책을 계속 낼 수 있도록 하는 선순환을 도모해야 하지 않겠는가? 

 

어떻든 링크를 보낸 것은 내가 산 책을 찍어 보낼 경우 빌려달라는 말이 나올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책은 곁에 두고 읽고 익혀야 하는 것인데 빌려 읽겠다고 하면 제의를 받은 나는 나대로 불편할뿐더러 공백이 생기고 빌려서 읽는 사람은 공부를 제대로 할 수 없지 않겠는가?

 

간략하게 한 번 말한 바 있지만 연천 지질해설사가 된 이래 늘 지식에 대한 목마름을 느껴 매일 과학 책들 특히 지질 신간을 검색했다. 내게서 신간 출간 소식을 들은 한 분은 내게 거듭 감사함을 표했다. 감사한 일이지만 내 책도 아닌데 과한 감사함을 들어 송구하다. 내가 알린 분들이 비슷한 처지나 마음이 맞는 동료들에게 책 소식을 전하리라 생각한다.(내가 책 소식을 전한 분들은 마음 맞는 분들이다.) 책 내용을 획일적으로 전하는 해설을 하지는 않을지 우려된다. 책을 읽는 사람이 누구든 자신의 문제의식으로 내용을 익혀 새롭게 구성하고 해설을 구상하는 노고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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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의 발자국 - 소설가와 고생물학자의 유쾌하고 지적인 인간 진화 탐구 여행
후안 호세 미야스. 후안 루이스 아르수아가 지음, 남진희 옮김, 김준홍 감수 / 틈새책방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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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의 두 저자(후안 호세 미야스와 후안 루이스 아르수아)가 쓴 ‘루시의 발자국’은 소설 형식의 독특한 고생물학/ 진화 책이다. ‘소설가와 고생물학자의 유쾌하고 지적인 인간 진화 탐구 여행’이란 부제를 통해 알 수 있듯 후안 호세 미야스란 소설가와 후안 루이스 아르수아가라는 고생물학자가 만나 대화를 나눈 내용을 담은 책이다. 고생물학이라 했지만 인간에 관한 책이기에 인접 학문들의 성과가 무수히 반영되었다. 인류학, 고고학, 역사학, 철학, 유전학, 생리학 등등이 그것이다.

 

책의 서두에 아타푸에르카란 지명이 나온다. 이곳은 연천과도 관련이 있는 스페인의 구석기 명소다. 두 도시의 인연은 지난 2012년 아타푸에르카 주민들이 연천전곡리구석기축제를 벤치마킹하기 위해 연천을 방문한 것에서 비롯되었다.

 

아타푸에르카는 전기 구석기 시대를 대표하는 유적지이다. 감수자의 말처럼 아타푸에르카 유적지는 스페인의 어떤 유적지보다도 인류 진화사에 대한 지식을 많이 던져준 유적지다. 스페인은 네안데르탈인, 호모 사피엔스, 호모 하이델베르겐시스 등의 유적들이 발견된 곳이다.

 

두 주인공은 프라도 박물관, 어린이놀이터, 장난감 가게, 마드리드 근교의 계곡, 성인용품점, 공동묘지, 원시인들의 동굴 벽화 등을 방문해 대화를 이어나간다. 대화의 주도권은 고생물학자가 쥐었다. 제목에 나오는 루시는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의 별칭인 루시를 말한다.

 

루시는 한 때 최초의 인류로 여겨졌던 존재다. 이 화석에 루시라는 이름이 붙은 것은 1974년 미국의 인류학자 도널드 조핸슨(Donald Johanson)이 아프리카 에티오피아에서 화석을 발굴할 당시 라디오에서 비틀즈의 ‘루시 인 더 스카이 위드 다이아몬드’가 흘러나왔기 때문이다.

 

아르수아가는 대자연을 사원이라 하지 않는다면 달리 뭐라고 하겠습니까란 말을 한다. 후안 호세 미야스는 자신이 네안데르탈인의 후손이라 생각한다. 현생 인류인 호모 사피엔스의 유전자 중 2%가 네안데르탈인에게서 유래했으나 그의 생각은 자신이 어릴 적 상징 능력이 부족해 연애를 잘 하지 못했기 때문이라 생각하고 그것을 네안데르탈인의 속성과 연관지은 것이다.

 

소설가는 돈을 보고 여자 아이들을 좋아한 것이 아니라 여아 아이들이 내뿜는 광채에 빠져들어 여자 아이들을 좋아했으나 여자 아이들은 상징 능력을 소유한 남자 아이들을 좋아했다. 책에는 저자의 가설이 섞여 있다. 가령 농업을 여성이 발명했다는 말이 대표적이다. 고생물학자에 의하면 남성이 들소, 말, 매머드를 사냥하기 위해 온종일 돌아다닌 사이 여성이 농업을 발명한 것이다.

 

고생물학자는 진화는 사건의 발단, 절정, 결말이 없는 카오스의 세계라 말한다. 고생물학자는 조각상을 보며 이것들은 한때는 타는 듯 뜨거운 액체였다는 말을 한다. 고생물학자는 신은, 자신이 모습을 드러낸 사회의 주류와 가깝다는 소설가의 말에 동의한다. 어떤 사회 구조냐에 따라 신의 성향이 결정된다는 말이다. 친사회적인 신은 사회가 수 세기에 걸쳐 충분히 복잡해지면 나타나지만 시차(時差)가 존재한다.

 

고생물학자의 말에는 냉정하고 예리한 면이 있다. 가령 소설가가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점에서 개인의 삶이 우연의 산물이라 말하자 선생님은 모르지만 보험회사는 안다, 개인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개별 개미가 어떻게 될지 잘 모르지만 개미집이 어떻게 진화할지는 이야기할 수 있다, 역사는 단순히 나열된 사건들의 연속이라 할 수 없다는 말을 한 것이 그렇다.

 

역사에는 의미나 방향보다 패턴이 있다. 마크 트웨인은 역사는 반복되지 않지만 운율(韻律)을 맞춘다는 말을 했다. 소설가는 학문적으로 어렵고 딱딱한 주제를 재미있게 풀어내는 고생물학자의 능력에 놀란다. 책에는 리처드 랭엄 이야기도 나온다. ‘요리 본능 - 불, 요리, 그리고 진화’라는 책을 쓴 동물학자다. 그는 이 책에서 인류가 불을 이용해 음식을 익혀 먹음으로써 두뇌 크기가 커졌고 그로 인해 진화가 가속화되었다는 주장을 했다.

 

고생물학자는 뇌 크기가 어느 정도 커진 후 화식(火食)을 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말한다.(리처드 랭엄은 우리는 네안데르탈인의 보노보라 말했다.) 요리해서 먹은 것 때문이 아니라 에너지가 풍부한 음식을 먹음으로써 머리가 커졌다는 것이다.

 

"이 그림들이 예술을 위한 예술을 표방했는지, 사냥과 연결된 속죄의 행동에서 비롯됐는지, 그것도 아니면 다산(多産)과 관련이 있는지 잘 모르겠어요. 이런 것은 전체에서 아주 작은 부분일 거예요. 그렇지만 우리가 그것을 밝힐 수 없다는 것 자체가 더 위대한 거예요. 미스터리로 남아 있을 수 있으니까요." 이는 구석기 시대인들이 남긴 동굴벽화에 대한 말이다.

 

전편을 통틀어 가장 흥미 있는 말은 지금은 조리용 용기(남비, 솥)가 일상적이지만 석기시대의 그 물건들의 출현은 혁명이었다는 말이다. 요리를 위해 필요한 것은 그릇이고 그로 인해 저장이 가능해졌고 그래서 잉여, 재산의 개념이 생겼다.(325 페이지) 화폐 이전에 그런 시스템이 생겼으니 상당히 중요한 개념이다.

 

신석기 시대의 유골들을 살펴보면 삶의 질이 개선되었다고 볼 생물학적 지표가 없다. 사냥과 채집을 하던 구석기인에 비해 키와 뇌가 작아졌고 농사 짓고 곡식 빻고 가축을 돌보는 등의 일을 하느라 온갖 질병을 앓았고 수명도 짧아졌다. 그럼에도 신석기인들이 살아 남아 승리한 것은 경작용 토지나 가축용 목초지가 된 땅이 자연 생태계보다 더 많은 인간을 먹여 살렸기 때문이다. 더 잘 살지는 못했지만 더 많은 자식을 낳았고 더 지속적이었다.(330 페이지)

 

인상적인 부분은 뇌가 커지게 된 메커니즘에 대한 논쟁(화식 때문이냐 에너지가 풍부한 음식 때문이냐)에 대해 소설가가 뉘앙스의 문제인 것 같다고 말하자 고생물학자가 우리는 그 뉘앙스에 매어 살고 있다고 말한 대목이다. 불이 호모 사피엔스를 만들었다는 사람과, 진화에서 마지막 스퍼트를 할 때 불이 나타났다고 주장하는 사람의 논쟁이란 말도 인상적이다.

 

우리는 불의 자식일지도 모르겠다. 고생물학자가 이런 말을 했다. “몸에 가장 좋은 것은 바닥에 있어요. 나무는 땅에서 영양분을 얻어요. 미네랄도, 물도, 땅에서 뽑아 올려 빛이 주는 에너지를 이용하여 무기물을 유기물로 바꾸지요.”(322 페이지) 처음 어떤 유형의 책인지 모르고 구입해 읽다가 소설 형식이어서 다소 실망했는데 참 인상적인 대목이 많아 만족스럽다. 소설 형식인 것을 알았다면 사지 않았을 책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때로 헤아리지 않고 어떤 결정을 하는 것도 좋은 결과를 낳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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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 주식사전 - 2030 유망 업종과 종목을 단어로 이해하는
장지웅 지음 / 여의도책방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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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장지웅의 ‘2030 유망 업종과 종목을 단어로 이해하는 빅데이터 주식사전’은 투자에 어려움을 느끼는 투자자들을 위한 책이다. 저자 장지웅은 15년간 다수의 상장사와 자산운용사, 창업투자회사, 벤처캐피털 등 기업의 인수합병(M&A)을 주도하며 실무와 운영을 모두 거친 장지웅 미래용역 대표다.

 

제목에 나오는 2030(년)은 우리나라 증시뿐 아니라 전 세계주식시장에서 앞으로 10년간을 의미한다. 책은 한 챕터당 하나의 섹터가 배정된 형태로 구성되었다. 1. 바이오, 2. 그린뉴딜, 3. 미래차, 4. 언택트, 5. 미디어, 6. 소비재, 7. 4차산업, 8. 소부장, 9. 5G 등이다.

 

각 챕터(섹터)마다 스무 개 내외의 업종이 포함되었다. 소부장은 소재, 부품, 장비의 머리말이다. 책 뒷부분에 기본 용어가 정리되어 있다. 환율, 금리, 코스피, 코스닥, 다우존스, 나스닥, 증권 등 쉽게 접하는 단어부터 캔들, EPS, IPO, PBR, K - OTC, ROA, 일봉, 주봉, 월봉, 턴어라운드 등 생소한 단어까지 모두 66개의 주식 용어를 망라했다.

 

각 세부 내용마다 단어 정리가 되어 있다. 가령 백신은 인공적으로 면역을 주기 위해 몸에 투여하는 항원의 하나로 정리했다. 더구나 2020년 세계를 공포에 떨게 한 COVID - 19 팬데믹이 발생하고 난 뒤 사람들은 백신의 등장을 기다렸다는 말처럼 현 흐름에 대해서까지 서술했다.

 

그리고 관련 종목으로 SK 케미컬, 대한과학, 에스티팜, 녹십자, 일양약품, 삼성바이오로직스 등을 뽑았다. 중요한 점은 각 챕터마다 마인드맵을 실었다는 점이다. 각 업체의 현황이 간략하게 브리핑되었는데 SK 케미컬은 SK 케미컬의 자회사 SK 바이오사이언스는 아스트라제네카와 코로나 백신에 대해 CMO 계약을 체결했다고 설명해 놓았다.

 

CMO는 위탁 생산업체로 COVID - 19의 집단 면역을 위한 다량 백신 확보를 위해 백신 개발업체들은 CMO 계약을 맺는다고 풀이했다. 이와 함께 항원, 병원체, 항체, 콜드체인 등 연관 단어도 함께 뜻 풀이 형식으로 수록한 것이 이 책의 장점 중 하나다. 가령 콜드체인은 저온 유통체계로 - 70도 이하에서 보관되어야 하는, 백신 유통에 있어 필수 시스템으로 설명되었다.

 

전문가의 한 마디도 만날 수 있다. 예컨대 “백신 판매가 승인받은 지금 수혜를 추가로 받을 수 있는 기업을 알아보세요.” 같은 조언을 들을 수 있는 것이다. CMO는 Contract Manufacturing Organization의 이니셜로 위탁생산을 뜻한다. 이 아이템은 바이오의 아홉 번째 순서로 등재되었다.

 

바이오의 주요 아이템인 미국식품의약국(FDA)에 대해 전문가는 바이오 기업 투자를 한다면 반드시 알아야 하는 존재라 설명했다. 임상시험이나 판매 승인이 FDA의 판단에 따라 진행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바이오의 12번째 아이템은 파이프라인이다. 내 경우 이는 ‘플랫폼 경제와 공짜 점심‘이란 책에서 처음 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만난 개념이어서 흥미로웠다. 단 원래 의미는 석유/ 천연가스 등 유체(流體)의 수송을 위해 만든 관로(管路)를 의미하지만 바이오분야에서는 연구개발 중인 프로젝트를 말한다.

 

미래 가치를 보고 투자하는 분야이기에 파이프라인 구축은 매우 중요하다.(‘플랫폼 경제와 공짜 점심‘이란 책에서는 파이프라인을 전통 기업을 플랫폼 기업과 대비하여 말하는 것으로 설명했다.)

 

바이오의 17번째 아이템인 사이토카인 폭풍이란 말은 태풍 같은 자연현상(으로 보)이지만 면역에서는 인체에 바이러스가 침입할 경우 백혈구가 만드는 물질을 의미한다. 이처럼 저자의 책은 시사용어사전이라 해도 좋다. 기본 용어 중 환율에 대해 말하면 뜻은 기축통화인 달러와 원화의 교환 비율을 표시한 것으로 기록되었다.

 

환율이 오를 경우 해외 매출 비중이 높은 기업(삼성전자, LG 등)은 해외에서 번 달러를 국내에서 더 많은 돈으로 바꿀 수 있어 좋다. 어닝 서프라이즈는 시장 예상치를 훨씬 뛰어넘는 깜짝 실적을 발표한 경우를, 어닝 쇼크는 시장 예상치보다 저조한 실적을 발표한 경우를 의미한다.

 

전자의 경우는 다음 분기 실적에도 반영될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인해 주가가 상승하고 후자의 경우 기대를 벗어났다는 이유로 아무리 실적이 좋아도 주가가 떨어지기도 한다. 이를 보면 주식은 사람들의 심적 기대나 좌절, 편향 등이 반영되는 상대적인 게임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자연현상에는 사람의 기대가 반영되지 않는다.(장기적으로 보면 사람의 행동은 자연에 영향을 미친다.)

 

이 책은 전체 주식시장을 조망함과 동시에 투자에 신중을 기하기를 바라는 저자의 마음이 담긴 책이다. 초보 투자자는 기업에 대한 정보를 제한적으로 지닐 수밖에 없고 증권사 리포트를 참고하기에도 어려움이 크다. 용어부터 만만하지 않기 때문이다. 주식은 예금이나 적금과 달리 늘 위험이 상존하는 분야기에 용어 숙지부터 이루어져야 한다. 그럼 점에서 저자의 책은 시의적절하고 실용적인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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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의 건축 - 건축으로 사람과 삶을 보다
최동규 지음 / 넥서스BOOKS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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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의 건축’은 새문안교회를 설계한 서인건축 대표 최동규 건축사가 설계한 21 개의 건축물에 대한 설명서이다.(서인이라는 이름이 어떤 한자를 쓰는지 궁금하다. 한자어로 이름을 정해놓고 상세 내용은 전하지 않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저자는 좋은 건물이란 용(用), 체(體), 미(美)를 충족시키는 건축, 한 번쯤 들어가보고 싶게 하는 건축이라 설명한다. 용, 체, 미를 충족시키는 건물이란 필요(用)에 맞도록 몸체(體)를 아름답게(美) 구현한 건물이다. 저자는 실용성과 미학의 차이를 크게 두지 않는다고 한다. 실용성은 단순한 욕심만이 아니라 주어진 대지에서 자신의 목소리와 몸짓을 표현하는 중요한 윤리의식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영화 '쇼생크 탈출'의 주인공이 감옥에서 지내는 것과 우리가 각자 자신의 집에서 사는 것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문 하나가 철창처럼 현대인을 구속한다는 것이다. 그러니 자연히 저자의 프로젝트는 사람들을 예의 그 구속감에서 벗어나게 하는 방향으로 수렴되리라.

 

저자는 이렇게 영화로부터 단서를 얻는 건축사다. 새문안교회는 스토리가 제법 알차다. 7개의 회사가 응모한 현상 설계의 전문가 심사에서 최동규씨는 2등으로 수상자가 되지 못했지만 1등과 2등의 모형을 가져다 놓고 신도들의 선호도 투표와 장로들의 투표를 실시한 결과 최종 案으로 선정되었다.

 

당회장 목사께서 "나는 전문가들이 1등으로 뽑은 안으로 짓고 싶지 않아요. 2등 案은 내용은 모자랄 수 있어도 보충하면 좋은 설계가 될 것 같습니다."란 폭탄선언(?)을 한 것이 큰 영향력을 행사한 것이다. 이 건축물은 준공 당해인 2019년 가을 스페인 구겐하임 빌바오에서 열린 아키텍처 마스터스 프라이즈에서 수상작 중 하나로 선정되었다. 당시 1등을 한 건축물이 그대로 최종 안으로 결정되어 아키텍처 마스터스 프라이즈에 나갔다면 어떤 결과를 받았을까? 궁금하다.

 

저자는 최악의 상황을 생각하며 설계한다고 한다. 가령 의정부 영아원 및 경기북부 아동일시보호소의 경우 처음으로 아기를 발견한 사람이 아기를 안고 올 때 비가 온다면? 그 아이의 얼굴에 빗방울이 떨어진다면? 등을 생각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상세한 설명을 시도한다. 상세함은 층(層)을 위로 높이 포개어 짓는 건물에서 같은 높이를 이루는 부분을 의미하는 것으로 설명하는 데에서 드러난다. 직관적으로 알 수 있지만 설명하려면 까다로운 것이 층이라는 단어다. 아니 어디 층뿐이겠는가?

 

알바 알토를 사사했다는 저자는 실력을 갖추려면 체면보다 실력자의 작품을 모방하고 공부하고 습작하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강남구 소망교회는 저자가 알바 알토를 사사한 뒤 처음으로 구체화한 건축물이다.

 

저자에 의하면 소망교회는 자신의 스승이자 두 번째 사랑인 알바 알토에 대한 오마주가 되기를 원하고 그의 건축물 특히 볼프스부르크교회를 각도에서부터 상징까지 모방, 인용한 작품이다.(저자가 30대 초에 설립한 서인건축은 고전을 거듭하다가 아내의 권유로 참여하게 된 서울부부합창단 모임에서 소망교회 집사를 금** 사장을 만난 것이 계기가 되었다.)

 

건축은 인간의 욕망을 충족시키며 소비되는 소비재의 핵이다.(100 페이지) 저자는 신이 될 수 없는 인간의 신이 되기 위한 노력이 건축을 발전시키고 있는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저자는 건축은 한 나라의 정신사적 가치를 상징하기에 건축가는 끊임없이 공부해야 한다고 말한다.

 

“알바 알토로부터 그만 빠져나오지?‘ 저자가 한 지인에게서 들었다는 말이다. 당연히 그래야 한다. 저자는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자연스럽게 빠져나오게 되길 바란다고 답했다. 15년이란 세월을 알토를 사사한 저자는 도봉구 방학동의 녹산교회를 설계하면서 알로토부터 벗어나게 되었다고 말한다.

 

녹산교회 건축 과정을 가장 강렬하게 알토에게서 벗어나게 된 시점이라고 느끼는 것은 자신의 한계를 들어 올리고 알에서 부화한 듯한 내적 감흥을 느꼈기 때문이라 설명한 저자는 알 속의 병아리와 밖의 어미 닭이 동시에 알껍데기를 깨는 것을 의미하는 줄탁동시(啐啄同時)란 말을 덧붙인다. 저자는 알바 알토를 자신의 스티그마(흔적)라 말한다.

 

신촌성결교회편에서는 잇스토리란 말이 소개된다. 역사를 의미하는 히스토리에서 파생한, 스토리텔링의 중요성과 유산(遺産)을 강조한 신조어다. 평창동 차경재(借景齋)는 개인 집이다.(경치를 빌려온 건물이라는 의미의 집인데 본문에는 차경제라 설명되어 있다.)

 

저자는 빛이 들어찬 공간이 가장 바람직한 예배당이라 말한다.(220 페이지) 모새골성서연구소는 사방에서 빛이 유입되는 아름답고 따뜻한 공간이다. 저자는 건축물은 삭막한 도심에 핀 그 자체로 아름다운 거대한 꽃 한송이라 말한다.(233 페이지)

 

저자는 서울의 야경은 그 어떤 도시의 그것에도 뒤지지 않는다고 말한다. 만약 당신이 그렇게 느끼지 못한다면 익숙함 때문일 것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김수근 건축가로부터도 배웠다. 샘터 사옥, 아르코예술극장, 아르코미술관 등 김수근 건축가가 설계한 대학로의 건축물들을 열거하며 저자는 김수근 건축가는 우리나라 건축에서 벽돌의 시대를 열고 건축가로서 문화와 예술의 영역과 경계를 허물었다는 평가를 받는 인물이라 말한다.(246 페이지)

 

저자에게 김수근 건축가는 직장(공간社) 내 스승이다. 김수근 건축가가 저자에게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상상력, 관찰력, 판단력은 건축가의 필수 소양이다.“ 저자는 상상은 관찰과 사유를 통해 성장하고 판단 역시 관찰을 통해 쌓아둔 자료를 근거로 삼기에 위의 세 항목은 하나인바 결국 종합적 사유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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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경제와 공짜 점심 - 네트워크 경제 입문자를 위한 가장 친절한 안내서
강성호 지음 / 미디어숲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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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자, 인쇄술에 이어 세 번째 정보 혁명으로 네트워크 경제를 제시한 책이다. 제목은 ‘플랫폼 경제와 공짜 점심‘이다. 플랫폼이란 원래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장소를 의미했다. 오늘날 플랫폼을 대표하는 것은 인터넷 공간이다. 만남은 연결을 의미한다. 플랫폼은 소비자와 판매자를 매개한다. 메신저, 뉴스, 상품, 콘텐츠, 숙박, 신용카드, 결혼 상대 등이다.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이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는 말을 즐겨 했다. 어떤 일에는 그만한 기회비용 즉 대가(代價)가 따른다는 말이다. 양면시장이란 말이 있다. 남성은 낮은 가입비를, 여성은 높은 가입비를 부담하는 결혼정보회사처럼 비용을 지불하는 쪽과 혜택을 받는 쪽이 다른(있는) 시장을 말한다.

 

네트워크 경제를 이해하는 강력한 프레임을 제공하는 양면시장 이론은 플랫폼 서비스의 이용료가 공짜인 이유를 설명한다. 소비자들이 카카오에 아무런 비용을 내지 않는 것은 광고주들이 카카오의 운영비용을 지불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도 카카오에 비용을 지불하는 셈이다. 광고 노출이라는 비금전적 비용이다.

 

광고가 싫다고 해서 다른 메신저를 사용할 수도 없다. 이미 카카오가 메신저 시장을 독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네트워크 경제는 ’더 많은 노동시간‘ = ’더 많은 소득’이라는 공식을 붕괴시키고 있다. 네트워크 경제에서는 놀면서도 돈을 벌 수 있다. 네트워크 경제에서는 돈을 많이 버는 사람들(스포츠 스타, 인기 학원 강사, 연예인)은 최소의 노동력만 투입할 뿐 소득은 TV나 인터넷 등의 네트워크가 창출한다.

 

네트워크 경제에서 공유할 수 있는 재화, 서비스는 상품에서부터 노동력, 컴퓨팅 파워까지 무궁무진하다. 미래에는 인공지능 서비스, 의사결정 지원 서비스, 사랑과 우정 등의 감정도 공유될 수 있다. 경제 권력이 정치 권력을 압도하는 기업사회가 도래한 것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다. 경제 권력은 자본파업의 가능성을 통해 힘을 휘두른다.

 

자본 파업은 자본가가 공장을 짓지 않는 것, 해외로의 공장 이전(오프쇼어링) 등을 말한다. 자본 파업은 정부가 가장 두려워 하는 상황이다. 법과 제도도 사람들에게 적용되면 현상을 유지하려는 관성(제도의 경로의존성)을 지닌다. 플랫폼 기업들은 너무도 손쉽게 개인정보를 얻고 있다. 대부분 별생각 없이 플랫폼 기업에 개인정보를 퍼주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개인정보를 대하는 태도도 이중적이다. 대다수 사람은 개인정보 보호가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그럼에도 개인정보를 너무도 쉽게 제공해버리는 경향이 있다. 이를 프라이버시 역설이라 한다. 연결 그 자체가 권력이다. 연결 그 자체가 권력으로 작용한 사례의 대표는 우리나라의 촛불집회다. 촛불집회의 원동력은 연결 그 자체다.

 

리더도, 별도의 조직도,위계질서도 없이 모인 그들은 누구의 강요나 돈에 의해 그런 자리를 마련한 것이 아니다. 인터넷 공간에는 1대 9대 90의 법칙이 있다. 90퍼센트는 단순 관망자이고 9퍼센트는 재전송이나 댓글로 확산에 기여하고 1퍼센트만이 콘텐츠를 창출한다.

 

수많은 사람이 네트워크에 연결되어 있지만 대부분은 인터넷상의 메시지를 무비판적으로 소비, 확산할 뿐 사실을 검증하지 않는다. 따라서 뉴파워(네트워크에 연결된 대중)는 항상 선한 방향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SNS는 동질적인 정치적 성향을 지닌 사람들을 규합하는 일종의 디지털 정당을 탄생시키는 역할을 한다.

 

플랫폼 경제에서 독점은 일반적이다, 하지만 항상 그런 것은 아니다. 신용카드업은 치열한 경쟁에 노출되어 있다. 신용카드사는 소비자와 가맹점을 이어주는 전형적인 양면시장 플랫폼 기업이다. 사람들이 다양한 플랫폼을 동시에 이용하는 현상을 멀티호밍이라 한다. 여러 채의 집을 두고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다는 의미다.

 

플랫폼 시대에는 경영 전략도 변해야 한다. 플랫폼이 개인의 성향을 분석하고 취향에 맞춘 콘텐츠를 우선 노출시키는 것을 큐레이션이라 한다. 큐레이션은 본래 미술관에서 기획자가 우수한 작품을 뽑아 전시하는 행위를 의미했지만 이제는 플랫폼 기업이 소비자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작업을 의미한다.

 

큐레이션은 오래전부터 기업의 중요 활동 중 하나다. 책을 보기 좋게 편집하는 일, 이마트가 상품을 보기 좋게 진열하는 일 등은 판촉수단이지만 더 좋은 상품을 전달하기 위한 큐레이션 작업의 일종이다. 개인도 큐레이션 작업을 한다. 스마트폰으로 찍은 수많은 사진 중 가장 잘 나온 것을 골라 메신저 프로필로 올리는 것이 그렇다.

 

영어 단어 talent는 무게를 의미하는 그리스어 talanton에서 유래했다. 탈란톤은 성경에서 달란트로 번역된다. 달란트는 그 무게에 해당하는 동전의 가치를 가리키면서 자연스레 화폐단위가 되었다. 돈과 재능은 어원이 같다. 돈이 곧 재능이다. 재능이 있어도 충분한 자본금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성공할 기회를 잡기 어렵다.(성공하지 못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잡기 어렵다는 의미)

 

저자는 카카오도 금융 네트워크가 될 수 있을까란 말을 한다. 저자에 의하면 은행은 판매 플랫폼이 아니라 서비스 플랫이 되는 전략을 택할 수도 있다. 마지막 파트인 네트워크가 만드는 자본주의 이후의 세계는 결론격의 장이고 가장 재미 있는 장이다.

 

플랫폼 기업을 어떻게 규제할 것인가? 금산분리가 있듯 플랫폼과 산업을 분리하는 것을 들 수 있다. 인공지능에 의한 외부 감사제도도 있다. 데이터 공룡들의 독식이 문제다. 노동이 사라지면 우리는 무슨 일을 할까? 저자는 인공지능에 대해 이런 말을 한다. 아니 인공 지능이 할 수 없는 것에 대한 이야기다.

 

J. R 톨킨의 ‘반지의 제왕’, 디즈니의 ‘겨울 왕국’, 미야자키 하야오의 ‘이웃집 토토로’ 등은 과거에는 한 번도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세계관에 기초한 작품들로 기존 데이터를 조합하고 응용하는 것으로는 창작하기 어렵다. 2013년 3월 프란치스코 교황은 과거에는 잔에 물이 차면 넘치는 부분이 가난한 이들의 혜택으로 돌아갔지만 지금은 잔이 차기도 전에 기업들이 가득 찬 잔을 더 키우는 마술을 부린다고 말했다. 신자유주의가 주장하는 낙수(落水) 효과는 제대로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책 뒷 부분에서 저자는 개인적인 이야기를 한다. 자신이 서울 도심의 괜찮은 직장에 다니는 것은 좋은 교육을 받고 나름으로 노력한 덕분이지만 서울에서 내 집을 마련하는 것은 노력만으로는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알았다는 것이다. 부동산 문제는 가장 치명적인 우리나라의 아킬레스건이다.

 

공유가 키워드다. 토지 공개념도 그렇고 카피레프트 운동도 그렇다. 모든 국민이 플랫폼을 조금씩 공유한다면 과거의 생산수단을 소유한 기득권자들의 혁신에 대한 반감은 감소할 수 있다. 오늘날의 자본주의는 사유(私有)와 공유(共有) 사이의 적절한 균형점을 찾는 작업이 필요하다. 승자독식이 아닌 보통 사람들을 대변할 수 있는 새로운 사회 계약이 필요하다.

 

기술이 인간을 위해 일하고, 돈보다 사람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경제의 틀을 만들어야 한다. 네트워크가 촉발하는 변화가 두렵다고 과거로 회귀할 수는 없다. 저자는 누군가에게 자신의 책이 읽을 만한 책일 수도 있고 아무런 영감도 주지 않는 범서(凡書)일 수 있겠지만 자신의 책을 마지막까지 읽어준 것만으로 감사하다고 말한다. 나에게는 꽤 흥미롭고 유익한 책이었다. 상술할 수 없지만 저자의 몇몇 개념과 아이디어로부터 다른 분야에 응용할 단서를 얻었다.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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