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희 시인의 생인손을 읽는다. 시인은 기본적으로 아픔에 민감한 사람들이지만 김승희 시인은 유독 아픔에 민감하다.

 

시계풀의 편지 4’에서 시인은 이렇게 말했다. “사랑이여, 나는 그대의 하얀 손발에 박힌/ 못을 빼주고 싶다/ 그러나// 못박힌 사람은 못박힌 사람에게로/ 갈 수가 없다”. 그런데 가만히 보면 시인의 의도가 가닿는 곳은 아픔을 통해 사랑을 이야기하는 지점임을 알 수 있다.

 

찬바람 속에서 고독에 닿아 있는 쓸쓸한 힘을 나는 아직 사랑이라 부르고 싶다.“(‘너를 만나고 싶다’ 127 페이지)는 분이기에... ‘생인손에서도 아픔을 통해 사랑을 이야기하는 구조가 감지된다.

 

시인은 손가락 하나를 앓으면서부터/ 다른 것들은 다 배경으로 물러선다./ 시퍼렇게 파도를 몰고 달려오는/ 한 고통의 기세등등, 의기양양 아래/ 세상에는 당신밖에 보이지 않고/ 다른 생의 가치들은, 뼈들이 녹는 비누의 시간이란 말을 한다.

 

배경으로 물러선다는 말은 게슈탈트 심리학에서 말하는 전경(前景)과 배경(背景)의 관계를 염두에 둔 표현이리라. 시인은 생인손도 아프지만/ 하나의 고통이/ 세상의 모든 고통을 지배하는 것은 더 무섭다며 당신을 자신의 생인손으로 규정한다.

 

생인손도 아프지만/ 하나의 고통이/ 세상의 모든 고통을 지배하는 것은 더 무서워,// 그렇게 당신은 나의 생인손이다마음에 동병상련의 누군가를 담아두는 일, 그것 역시 사랑이리라. 생인손의 다른 말, 동병상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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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명상 태극권 사범, 심신수련 단전호흡 사범과 각각 짧은 10분씩의 통화를 했다. 인상적이었던 분은 심신수련 단전호흡 강사이다. 이 분은 초면(첫 통화)인 나에게 선생님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선생님께는 단전호흡이 딱 맞는 것 같다는 말을 했다.

 

그리고 자신과 내가인지 프로그램과 내가인지 모르겠지만 인연이란 단어까지 사용했다. 이 사범은 건강과 명상과 심리상담, 치유명상, 위빠사나, 사마타 등의 다양한 분야의 강사 자격증을 가진 분이어서 허튼 말을 하지는 않았으리라.

 

나는 인연이란 말에 현혹되었는지도 모르겠다. 비슷한 시기에 시작되는 명상 태극권과 심신수련 단전호흡 가운데 인연이란 말이 나온 심신수련 단전호흡을 선택했으니 말이다.

 

그것이 아니라면 어쩌면 나는 건강과 명상 등 다양한 자격증을 가진 사범으로부터 영적(靈的)인 기대를 갖고 그 프로그램을 선택한 것일지도 모른다. 명상 태극권 사범과 심신수련 단전호흡 사범의 반응에는 차이가 하나 더 있었다.

 

내가 '선생님, 이번 시즌 후 계속 같은 장소에서 사람들을 지도하시는 거죠?' 라 물었을 때 전자는 '' 정도의 말을 했고 후자는 '그럼요, 걱정하지 마세요.'란 말을 했다.

 

무언가 해야 한다는 위기감이 나를 지배한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자는 상투적인 다짐을 또 하지는 않겠다. 프로그램 시작일인 711일이 기다려진다. 장장 6개월의 시간을 거친 뒤 나는 어떤 식으로든 변화를 맞을 것이다. 시작일까지 몸을 잘 만들어 놓는 것이 필요하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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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가나 계기가 되면 하는 질문들이 몇 가지 있다.

‘능소화(凌霄花)의 소는 하늘 소인데 하늘 천(天) 대신 하늘 소를 쓰는 이유는 무엇인가요?‘도 그 가운데 하나다.

사실 이렇게 묻기보다 ‘하늘 천 대신 하늘 소를 쓰는 사연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식으로 묻는 경우가 더 많다.

지난 주에 이 질문을 연이어 두 번 했다. 숲 해설사께 한 번, 역사학 전공의 미술사학자께 한 번.

두 전문가로부터 어떤 답도 듣지 못했다. 질문 장소로 말하자면 북촌에서 한 번, 강릉 허균 생가에서 한 번 했다.

북촌의 능소화는 활짝 피었고 강릉 허균 생가의 능소화는 추위 때문인지 아직 피지 않았다.

강릉 허균 생가에서는 아쉬움에, 그리고 계기가 되어 또 다른 질문을 했다.

‘신사임당께서 5만원권 지폐의 인물로 선정된 것은 그 분이 갖춘 시서화에서의 고른 능력이 아닌 현모성(賢母性) 때문이라는 말이 있는데 설득력 있는가요?‘란 질문이다.

그런데 내가 들은 답은 그 분은 시서화에서 대단히 뛰어난 재능을 보이셨다는 것이다.

내가 신사임당이 그런 능력이 없다고 말한 것이 아니기에 다소 난감했다.

그러나 이는 내 의사 전달이 명확하지 않은 결과 빚어진 해프닝일 수도 있다.

해설을 듣는 다른 분들이 있어 ‘제 의사는 그런 것이 아닌데요‘나 ‘신사임당이 어진 어머니이기에 5만원권 지폐의 모델이 되었다는 말이 있던데요‘ 등의 말을 하지는 않았다.

오해(誤解)든 오인(誤認)이든 오독(誤讀)이든 내 의사가 잘못 받아들여지는 것을 특별히 난감해 하는 나는 가능하면 명확히 표현하고 관련 자료나 배경까지 상세하게 언급한다.

이 바람에 글이든 말이든 장황해지는 경우가 많다.
어떻든 생각과 표현을 더 간결하게 하고 명확하게 가다듬어야 한다고 나 스스로에게 다짐하는 것으로 해프닝을 종료했다.

자현 스님의 ‘스님의 논문법‘에서 나와 같은 생각을 확인했다.

상대가 곡해한 것이라도 그것은 내 표현에도 일정 부분 미숙함이 있다는 내용이다.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는 책이 ‘스님의 논문법‘이다.

이 책에 이런 내용이 있다. 스님이 한 일간지 기자에게서 들은 말로 ˝글을 쓰는 사람이 중간에 쉬었다가 쓰게 되면 읽는 사람도 그 지점에서 쉰다.˝는 것이다.

이 글의 요지는 한 방에 글을 끝내라는 말이다.

물이 채 고이지 않은 상태에서 억지로 끌어올리려 하지 말고 물이 가득 차도록 기다린 뒤에 경계를 터버리면 저절로 유창하게 흘러간다는 의미이다.

물론 이러기 위해서는 평소에 고도의 훈련이 되어 있어야 한다.

한 방에 쓰라는 말은 일필휘지하라는 말의 다른 표현이다.

이 말을 나는 머뭇거리지 말라는 말로도 읽는다.

쓸까 말까 망설이게 되는 구절이 있으면 특별한 문제가 없는 한 쓰고 나중에 고치거나 다듬거나 줄이면 된다.

그래야 양을 확보할 수 있다. 짧게 쓸 시간이 없어 길게 썼다는 파스칼의 말이 아니어도 길게 쓰기보다 짧게 쓰기가 어렵다는 사실을 우리는 안다.

물론 이 경우 짧게 쓰는 것은 길게(충분히) 쓴 이후 하는 작업이다.

일본의 대표적 다독가이자 저술가인 사이토 다카시는 독서는 머리로 하는 것이 아니라 축적된 독서력으로 하는 것이라는 말을 했다.

논문 뿐 아니라 많은 글이 여기에 해당하리라.

내공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된다면 무엇이든 읽고 싶은 게 나다.

이제 달마, 혜가, 승찬, 도신, 홍인, 혜능 등으로 이어진 선불교 계보를 읽어볼까 싶다.

강인하고 유연한 정신력과 체력을 가졌던 그들에게서 어떤 점을 배울 수 있을까? 특히 글에 대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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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듬을, 특정 시간 동안 짧은 음과 긴 음이 서로 어우러지는 유형으로 정의한 존 파웰 (물리학/ 음악학자)은 다른 무엇이 아닌 춤에서는 리듬보다 박자와 템포가 훨씬 중요하다는 말을 한다. 파웰에 의하면 템포는 얼마나 빨리 춤을 추어야 하는지 알려주고 박자는 어떤 유형의 춤을 추어야 하는지 알려준다.(‘과학으로 풀어보는 음악의 비밀‘ 244, 262 페이지)

 

요즘 나는 춤 일반(의 특징)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몸치도 몸 고수도 아닌 내가 춤에 관심을 갖는 것은 춤을 삶의 메타포로 읽기 때문이다. 춤추듯 삶을 살 수 있다면 좋으리란 바람이 내 안에 있다.

 

당신이 걷는 동안 떠오른 생각만이 가치 있다고 말한 니체는 뜻 밖으로 즐거운 지식이란 책에서 춤을 철학자의 이상, 예술, 궁극적으로는 유일한 신앙이자 신에 대한 봉사로 정의했다.

 

니체가 말한 춤이 무엇에 대한 은유인지 아니면 말 그대로 춤 그것인지 알지 못하지만 나는 걸그룹 '오로라'의 드라마틱한 춤(엄정화의 포이즌) 동작을 유심히 지켜 보며 어떻게 저 춤을 따라 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다.

 

영문학자 김종갑 교수는 가장 많은 생각의 노력이 요구되는 듯 보이는 대화도 사실은 흐르는 물처럼 저절로 행해진다고 말한다. 그런 그가 드는 비유는 망치의 비유이다. 생각을 하고 망치질을 하면 자연스런 행동의 흐름이 덜컥 끊기면서 못 대신 손가락에 망치질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생각, 의식의 소음’ 133 페이지)

 

자연스럽게 리듬을 타는 것이 중요하다. 삶에서도 만남에서도. 누군가 내게 어려워하지 말고 편하게 하라는, 새로운 시간의 문이 열리는 곳으로 자연스럽게 걸어가라는 조언을 해주셨다. 춤에서 동작들을 자기 의지의 지배 아래 두려고 해서는 안 되듯 만남에서도 그래야 한다는 의미이다. ,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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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으로의 여행 유럽을 걷다 시간으로의 여행
정병호 지음 / 성안당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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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와 아들이 함께 떠난 유럽 여행을 기록한 책이 특이하게 유럽 역사서의 형태로 다가왔다. 유럽 곳곳에 대한 촘촘한 정보 아니 지식을 대화 속에 담았다. 제목이 특이하다. ‘시간으로의 여행 유럽을 걷다

 

이 책에는 우리가 쉽게 접하기 어려운 이야기들이 많다. 가령 저자는 유럽의 어원이 저녁을 뜻하는 에레브(EREB)에서 유래했다는 것, 그래서 유럽이 해가 지는 곳으로 명명된다는 사실 등을 이야기하고 그에 상대되는 태양이 솟아오른다는 의미의 아나톨리아, 레반트 등의 말을 제시한다.

 

대화는 구체적이고 리얼하다. 가령 아들이 이집트는 지명이나 인명이 쉽게 외워지지 않는다는 말을 하며 이집트 통일에 대해 이야기해 달라고 말하자 아빠는 상세하게 이야기한다. 아빠는 아들이 빨리 알아차리자 눈치가 빠른데란 말을 한다. 또한 아빠는 아들이 그리스, 로마 신화에 푹 빠져 있어 신들의 이름을 자신보다 더 많이 알고 있다고 말한다.

 

아빠는 아들이 로마 신화에 대해 묻자 단군 신화를 아는지 묻는다. 저자는 로마의 일곱 개 언덕 가운데 하나인 팔라티노 즉 팰리스의 어원을 이야기한다. 아빠는 유럽사를 간략하게 언급하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 스타일로 상세하고 길게 이야기한다. 물론 지루하지 않다. 더구나 대화 형식으로 이야기를 풀어가기에 자연스럽다.

 

아빠는 생소한 칸나에 전투 이야기, 자마 전투 이야기도 한다. 아빠는 아들의 반응을 보며 이야기를 계속했다는 말을 한다.(95 페이지) 이를 보며 해설을 생각하게 된다. 반응을 살피는 것의 중요성을 배우는 순간이다. 아들은 아빠 곁에 바짝 다가가기도 한다. 우파니샤드 생각을 하게 한다. 힌두의 스승 곁에 앉다란 뜻이다.

 

아들은 흥미진진한데요란 말을 한다.(117 페이지) 추임새이다. 아빠는 훈족이 우리 조상인 한민족과도 연계가 있다는 주장에 근거가 있음을 언급한다.(129 페이지) 아빠는 합스부르크의 이름이 합스부르크 성 또는 매의 성이란 말에서 유래했음을 이야기한다.(145 페이지)

 

저자는 니케아 공의회를 거쳐 가톨릭과 정교회까지 언급한다. 중요한 언급 가운데 하나는 정교회는 삼위일체를 부정하고 가톨릭은 철저히 신봉한다는 이야기이다.(177 페이지) 본문 중 이런 글이 있다. “아들에게 바티칸을 이해시키기 위해서는 15세기 상황을 이야기해줘야만 했다.”(162 페이지)

 

이뿐 아니라 책은 전편에서 긴밀히 얽힌 역사적 배경을 고려하며 쉽게 설명하는 미덕을 보인다. 아빠는 아들이 어느 나라를 좋아하느냐는 물음에 상황에 따라 조금 다르지만 변함없이 좋아하는 나라는 터키라고 말한다.(248 페이지)

 

여행을 좋아하는 저자의 개인적 성향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저자에 의하면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터키 여행을 꿈꾼다. 그런 저자는 터키의 이곳 저곳을 이야기한다. 콘스탄티노플, 보스포러스, 가파도키아 등..

 

이는 책이 여행 안내이기도 하고 인류학 또는 유럽사 안내서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알게 한다. 본문에는 이스탄불이 유럽과 아시아를 이어주는 도시라고 말하는 부분이 있다.(257 페이지) 이는 그리스 자연철학 이야기할 때 나오는 이오니아 이야기를 연상하게 한다. 이오니아는 동방과 서방이 만나는 지점이다.(23 페이지) 연결성을 중시하는 처음과 끝이라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셍겐 조약과 축구 이야기까지 최신 성과까지 담겨 있는 책이 시간으로의 여행 유럽을 걷다이다. 셍겐 조약은 유럽 연합 비가입국인 노르웨이, 스위스 등이 가입했다. 이 조약은 공통 출입국 관리 정책을 사용해 국경 시스템을 최소화하는 것으로 국가간 통행을 제한 없이 하는 내용을 담았다.(288 페이지) 올 컬러에 충실한 내용까지 역작인 시간으로의 여행 유럽을 걷다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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