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과학 - 지구 메커니즘의 상세 도해 뉴턴 하이라이트 Newton Highlight 30
일본 뉴턴프레스 엮음 / 아이뉴턴(뉴턴코리아)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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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맹독성 화합물인 시안화수소(HCN) 일명 청산(靑酸)이 지구 생명체 탄생에 기여했을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저온에서도 반응성이 높은 시안화수소 결정이 생명체 구성에 필요한 유기물을 만드는 연쇄 반응을 촉발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시된 것이다. 이는 마르틴 람 스웨덴 찰머스공대 화학 및 화학공학과 교수팀에 의해 발표된 내용이다.(2026년 1월 15일 동아사이언스) 이를 보면 지구가 미스테리한 것인지 생명이 미스테리한 것인지 헷갈린다. 


Newton Highlight 시리즈의 하나인 ‘지구의 과학‘을 읽는다. 1부 움직이는 지구를 포착했다, 2부 지구를 에워싼 대기와 자기마당, 3부 대류가 지구를 지배한다, 4부 생명체를 길러 온 지구의 역사로 이루어진 책이다. 지구는 아직까지 유일하게 생명을 간직한 행성이다. 지구 대기는 주로 지소와 산소로 이루어졌고 핵은 90%가 녹은 철로 이루어졌다. 이 녹은 철은 대류를 통해 자기장을 만들어낸다, 지구에서 중요한 것은 해양과 대기를 갖는다는 점이다. 


현재 지구는 온난화로 빙산이 사라져 가고 있다. 이는 지구가 점점 어두워져 가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는 다른 말로 빛을 잘 반사하는 하얀색이 감소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른 다른 말로 지구가 태양빛을 더 많이 흡수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식물 플랑크톤이 바다의 식물 연쇄를 지탱하고 있다. 식물 플랑크톤이 바다에 쌓인 영양분을 이용해 광합성을 하면 동물 플랑크톤이 모이고 이어 물고기들이 찾아온다. 맹그로브는 민물과 바닷물이 섞이는 하구 부근에서 퇴적한 진흙에 나는 식물들을 가리킨다. 


지구는 여러 개의 층으로 이루어졌다. 양파에 비유할 수 있다. 대기권, 생명권, 수권, 지각, 맨틀, 중심핵과 각각의 층은 서로 작용하면서 지구라는 하나의 교묘한 시스템을 만들어 내고 있다. 지구상에는 자석이 언제나 남북을 가리킨다. 지구 자신이 거대한 자석이다. 태양은 초속 수백 km나 되는 속도로 태양풍이라 불리는 플라스마를뿜어낸다. 플라스마란 온도가 높아서 원자가 양의 전하를 가진 이온과 음의 전하를 가진 전자로 분리된 상태를 말한다. 


지구 대기의 고도 15~45km에 오존층이 있다. 대기 중 오존량은 대기 총량의 100만분의 1로 극히 미량이다. 하지만 우주에서 내리쬐는 유해한 자외선을 흡수해 지표의 생물을 지키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오존은 산소 분자가 자외선에 의해 분해되어 만들어지는 산소 원자가 산소 분자와 반응해 생긴다. 구름 양의 미세한 변화가 지구 환경을 격변시킨다. 지구 표면의 온도는 기본적으로는 태양광(태양 복사)의 흡수와 우주 공간으로 빠져나가는 적외선 복사의 균형으로 결정된다. 


흰 구름이 많아지면 알베도(반사율)가 올라간다. 알베도가 올라가면 기온은 내려간다. 지구의 알베도는 변하지 않고 30%를 유지한다. 이유는 모른다. 움직이지 않는 것은 대지와 같다고 하지만 고체 지구도 실은 유체 지구인 대기나 해양 변동에 의해 흔들리며 움직이고 있다. 대기의 흐름과 해류는 기후를 변동시킨다. 오로라는 기상 현상이 아니라 태양에서 날아오는 태양풍이라 불리는 전기를 띤 입자가 지구의 자기장에 포착, 가속되어 초고층 대기에 충돌함으로써 빛나는 우주의 물리 현상이다. 지구 자기장은 해마다 변한다. 다시 말해 지구 자기극의 위치가 변한다. 


지구 자기는 계속 감소한다. 대기 현상, 지진과 화산, 대륙 이동 등 전 지구적 규모의 현상에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대류다. 베게너는 현재의 대륙 분포는 찢어진 신문지와 같으나 옛날에는 한 장의 신문지였으므로 현재 사방으로 흩어져 있는 신문지 조각들을 직소 퍼즐처럼 이어 맞추면 거기에 쓰여 있는 글자를 읽을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베게너는 북아메리카 동해안과 독일, 영국에 이르는 유럽 지역에 정원달팽이가 있는 것을 보고 달팽이가 바다를 헤엄쳐 건넜다고 생각할 수 없는 바 옛날 두 대륙이 이어져 있었다는 증거라 생각했다. 


베게너의 대륙이동설은 판구조론으로 발전했다. 높은 산과 바다도 판의 상호작용의 결과다. 마리아나 해구가 히말라야 산맥과 다른 점은 접근하는 두 판의 한쪽에 대륙이 실려있지 않다는 것이다. 판이 서로 접근하는 곳에서는 판이 땅 속으로 침강해 들어간다. 그 위에 대륙이 실려 있으면 더 이상 침강할 수 없다. 지진파가 전해지는 모습으로 지구의 내부를 본다. 맨틀의 뜨거운 부분을 지나는 지진파는 예상 시간보다 늦게 관측된다. 판을 움직이는 원동력은 맨틀 대류임이 실증되었다. 맨틀을 구성하는 암석이 액체처럼 움직인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물질의 밀도 차이로 대류가 일어난다. 지구 내부의 맨틀 대류는 찻잔의 뜨거운 물 속에서 일어나는 대류 현상과 아주 비슷하다. 맨틀 대류의 근원은 열에너지다. 두 가지 원인이 있다. 1) 지구가 형성되었을 때 미행성의 충돌 에너지, 2) 지구 내부의 우라늄이나 토륨 같은 방사성 원소의 붕괴열이다. 지구가 식으면 맨틀의 점성이 급격히 커진다. 그러면 대류의 속도가 느려지고 열은 밖으로 나가지 못한다. 자동 온도 조절 메커니즘인 셈이다. 대륙과 대륙 사이에 판이 침강하는 해구가 있으면 차츰 대륙간 거리가 좁혀지며 충돌, 합체한다. 


그러면 더 이상 판이 침강할 수 없으므로 대륙과 대륙 사이에 있던 원래의 침강대가 없어진다. 그 결과 합체된 대륙 인근의 바다 쪽에 새로운 침강대가 생기고 다시 다른 대륙들이 모인다. 이 과정이 반복됨에 따라 초대륙이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초대륙이 형성되면 데워진 스튜나 우유 표면에 생기는 막이 그러는 것처럼 열을 가두는 역할을 한다. 그러면 대륙 밑의 맨틀이 데워진다. 뜨거워진 맨틀은 상승하기 시작해 지구대(地溝帶)가 생긴다. 마지막에는 해령(海嶺)으로 발전한다. 이를 모포효과라 한다.


초대륙의 형성, 분열이 되풀이되는 것을 윌슨 사이클이라 한다. 대기와 해양의 대류가 없으면 적도와 극의 온도차는 80도씨가 된다. 지구에서는 지하의 맨틀에서 대기와 해양에 이르기까지 대류 현상이 일어난다. 지구의 활동을 결정하는 것은 모두 대류다. 지구에 자기장이 없었을 때 생물은 우주에서 내려쬐는 유해한 방사선이 닿지 않는 깊은 바닷속에서 살았다. 오존층이 없었을 때는 태양에서 오는 자외선 때문에 지상으로 진출할 수 없었다. 생물을 지키는 메커니즘은 지구가 진화하는 가운데 형성되었다. 산소가 대기의 주성분이 되자 오존층이 생겼다. 


현재 지구에서 살고 있는 생물의 대부분은 6억년 전에 오존층이 형성된 이후 탄생했다. 오존층은 자외선을 차단한다. 만일 지구에 대기가 없었다면 이론적 계산으로는 지구 표면 온도는 마이너스 18도씨가 되어 모든 것이 얼어붙었을 것이다. 석유의 60%는 중생대에 만들어졌다. 지구 역사상 최대의 대량 멸절이 일어나려 하고 있다. 다섯 차례의 대멸종(오르도비스기, 데본기, 페름기, 트라이아스기, 백악기)을 견뎌 내고 생물은 다양화했다. 해양에서는 산호초에서 가장 높은 생물의 다양성을 볼 수 있다. 생물이 지구에서 살아갈 수 있을지는 앞으로의 인류 활동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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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식인종이다
클로드 레비-스트로스 지음, 강주헌 옮김 / arte(아르테)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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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드 레비스트로스(1908-2009)는 구조주의 인류학자다. 그의 ‘우리는 모두 식인종이다‘를 읽는다. 원제도 우리 말 번역본 제목과 뜻이 같다. 레비스트로스는 프랑스에서 크리스마스 행사가 미국의 영향만으로 크게 확대되었다고 설명한다면 지나치게 단순한 설명일 수 있다고 말한다.(16 페이지) 레비스트로스는 자극에 의한 확산을 말한다. 외국에서 전래된 풍습은 동화되는 것이 아니라 촉매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잠재적 상태로 이미 존재하던 유사한 풍습의 출현을 자극한다는 의미다. 레비스트로스는 아이들에게 선물을 나눠주는 역할을 하는 사람의 이름도 여럿인 것을 예로 들어 동일한 형태를 지니던 원형이 아니라 수렴 과정의 결과물로 보인다고 말한다. 레비스트로스는 산타클로스는 통과의례와 입문의례의 총체와 관계가 있다고 말한다. 


레비스트로스는 로마의 사투르누스 축제와 중세 크리스마스의 구조적 유사성을 논한다. 그것은 이원적 대립의 관점으로 설명할 수 있는 부문이다. 연대성의 확대와 적대감의 고조가 그것이다. 레비스트로스는 밀 때 힘을 주지 않고 당길 때 힘을 주는 방식으로 톱을 사용하는 일본의 예를 들며 이는 철광석이 부족한 일본의 특징에서 비롯된 일이라 추론한다. 즉 당길 때 나무를 자르는 톱은 밀어낼 때 나무를 자르는 톱보다 금속의 무게가 더 얇아도 된다는 것이다. 이런 예는 일본의 사상과도 통하는 바가 있다. 즉 일본 사상은 주체를 원인으로 삼지 않고 주체에서 결과를 찾는 것이다.


책의 전체에서 가장 흥미롭게 읽은 장(章)은 ’발전에는 하나의 유형만이 존재하는 것일까?’다. 레비스트로스는 마야 제국을 비롯해 남아메리카의 여러 지역에는 과거에 무척 조악한 농촌사회들이 존재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놀라울 정도로 복잡한 농경 시스템이 있었다는 흔적이 항공사진에서 확인되었다고 말한다. 콜롬비아에서 확인된 수천 개의 배수로, 수백 미터 길이의 경사지 등이다. 이런 땅에서 그들은 농사를 지음으로써 항구적으로 물을 공급받고 범람에서 자유로웠다. 레비스트로스는 고대 사회와 그 밖의 사회를 엄격하게 구분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한다. 레비스트로스는 변화는 간헐적이고 불연속적이었다고 말한다. 도약과 오랜 침체가 번갈아 반복되었다고 한다. 


제한된 공간에서 순간적으로 테크놀로지 혁명이 일어났다. 우리가 원시적이고 후진적이라고 생각하는 민족들도 석기와 요업 및 농업과 같은 다양한 분야에서 대량생산을 해낼 수 있었고 때로는 우리를 능가하는 결과를 얻어내기도 했다. 급속한 혁신의 단계와 정체의 단계가 차례로 반복되었고 때로 두 단계가 공존했다. 하나의 유형으로만 발전한 것도 아니었다. 다양한 형태로 발달했다. 식물종이나 동물종은 수십만 년, 심지어 수백만 년 동안 변하지 않을 수 있다. 개체군 내에서 개별적인 변이들은 상쇄되어 결국 없어지기 때문에 이런 안정성에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않는다. 반면 종에게 유리한 변화가 돌발적으로 나타나면 (지질학적 시간에서 보면) 무척 빠른 속도로 진행된다. 종이 적응해야 하는 새로운 환경에서 일부 개체가 대대수로부터 분리되어 있을 때 그런 변화가 일어나 가능성이 크다. 


테크놀로지의 혁신적 변화처럼 생물학적 진화도 불규칙적으로 이따금씩 일어난다. 오랜 정체기 사이사이에 대대적인 변화가 일어나는 짧은 기간이 끼어든다. 레비스트로스는 이를 단속평형이론이라 말한다. 단속평형이론은 스티븐 제이 굴드와 닐스 엘드리지가 제안한 이론이다. 레비스트로스는 지질학, 마르크시즘, 프로이트 정신분석학으로부터 영향을 받았다. 세 학문 모두 보이지 않는 구조, 심층으로 보이는 부분을 설명하는 학문이다. 레비스트로스는 진화는 동일한 성격을 띠지 않고 어떤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무척 다양한 모습을 띤다고 말한다. 가령 하나의 개체군에서는 진화가 느릿하고 점진적인 변이로 나타나지만 종의 관점에서는 적응도가 확실하지 않은 변화로 나타날 수 있고 개별적인 종은 오랫동안 어떤 변화도 겪지 않을 수 있지만 속(屬)의 차원에서는 대진화가 일어나기도 한다. 


“단속적(斷續的) 변화라는 가정을 인간 사회에 적응하는 것이 합당하다면 인간의 생산능력과 미학적 표현이 인간 사회와 환경의 관계를 반영하듯 그 관계가 항상 똑같지는 않다는 점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49 페이지) 수렵인들이 땅을 경작할 능력이 충분히 있었지만 경작하지 않았던 것은 옳건 그르건 땅을 경작하지 않아도 더 잘 살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농사를 짓는 이웃 부족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알았을 것이다. 그런데도 이웃 부족의 삶을 모방하지 않은 것은 농업이 과도한 노동을 요구해 여가가 턱없이 부족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땅을 경작하는 농업은 초보적인 수준에서도 수렵과 채취보다 노동 시간이 길고 노동 강도도 세고 수확량이 많은 것도 아니다. 


레비스트로스는 다양한 방식으로 진행된 사회 발전을 하나의 모델로 설명하려고 애쓸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농업으로 인해 발전과 풍요가 있었지만 퇴행도 있었다. 레비스트로스는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신세계의 발견이 아니라 신세계 사람들과 가치들을 야만적으로 파괴한 신세계 침략으로 불러야 마땅했던 정복 500주년(1991년 쓴 글)을 앞두고 아메리카 원주민의 이분법을 올바로 인식할 때 진실한 참회의 기도가 완성될 수 있을 것이란 말을 한다. 레비스트로스는 반 세기 전에 처음 알았던 브라질 보로로족 이야기를 한다. 그들이 자연스레 터득한 철학적 원리는 생명은 활동과 단단함을 의미하고 죽음은 부드러움과 무기력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인간이든 짐승이든 시체에서 그들은 두 부분을 구분한다. 하나는 물렁물렁하고 부패하는 살이고, 다른 하나는 짐승의 경우에 발톱과 부리, 인간의 경우에는 뼈와 목걸이와 장신구 같은 썩지 않는 부분이다. 보로로족의 한 신화에 의하면 문명을 전하려는 주인공은 가치 없는 것 즉 몸에서 물렁물렁한 부분에 구멍을 뚫는다. 주인공은 귀와 콧구멍과 입술에 구멍을 뚫어 그 부분들이 딱딱한 것들로 대체되었다는 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딱딱한 것은 장신구로 나타나며 그 재료는 주로 손톱과 발톱, 송곳니를 비롯한 이빨, 조개껍질과 식물성 섬유 등이다. 이런 상징적 대체는 장신구가 물렁물렁한 것을 딱딱한 것으로 바꾸며 몸에서 죽음을 미리 예시하는 부분들을 대신한다는 의미로 이해된다. 엄밀하게 말하면 장신구는 생명을 주는 것이다. 


레비스트로스는 시간이 흐른다고 인간이 경험한 사랑과 증오, 인간들 간의 약속, 인간의 투쟁과 욕망 등에 덧붙여지는 것은 없고 제외되는 것도 없다고 말한다. 예나 지금이나 인간의 열정은 똑같다. 역사에서 1,000년, 심지어 2,000년이란 시간을 아무렇게나 지워버리더라도 인간의 본성에 대한 우리의 지식은 눈에 띄게 영향을 받지 않는다. 레비스트로스는 천체물리학과 양자역학을 이야기한다. 무한히 작은 것으로 넘어가면 천체물리학자들은 미립자와 원자가 이곳과 저곳에 동시에 있을 수 있으며 모든 곳에 있는 동시에 어디에도 없을 수 있다고도 설명한다. 미립자와 원자가 때로는 파동처럼, 때로는 개체성을 보존한 알갱이처럼 움직인다고도 설명한다. 


레비스트로스는 양자물리학이 미시적 관점에서 묘사한 현상을 거시적 관점으로 옮겨놓은 듯한 멋진 예를 든다. 한 처녀와 그녀의 남편이 된 여자 마법사의 아들 간의 이야기다. 남자를 따라 시어머니에게 가던 중 둘로 갈라지는 길에서 남자가 둘로 나뉘어 각자 하나의 길을 따라 걷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오른쪽 길을 택한 여자는 남편의 두 몸이 하나로 합해지는 것을 목격한다. 레비스트로스는 양자물리학의 설명은 모든 수학적 계산과 천체물리학자만이 해석할 수 있는 복잡한 실험의 결과여서 그들에게만 의미 있는 설명일뿐이라 말한다. 레비스트로스에 의하면 양자물리학의 아버지격인 닐스 보어는 동료 학자들에게 양자물리학의 표면적인 모순을 극복하려면 민족학자와 시인에게 도움을 요청하라고 촉구했다. 보어는 인간 문화들 간의 전통적인 차이는 물리적 실험이 서술될 수 있는 많은 방법 즉 다르지만 등가에 있는 방법들과 유사하다는 말을 했다. 


레비스트로스는 입을 통해 소화기관으로 타인의 뇌물질을 받아들이는 것(식인 풍습)과 주사기로 혈관을 통해 타인의 뇌물질을 받아들이는 것 사이에 무슨 근본적인 차이가 있느냐 묻는다.(125 페이지) 레비스트로스에 의하면 미신적 풍습과 과학적 지식에 기반을 둔 행위 간의 경계는 생각만큼 명확하지 않다. 식인 풍습이 만연한 곳에 쿠루병이 있었다. 쿠루병은 사람에게서 나타나는 전염성해면상뇌병증을 말한다. 쿠루란 공포에 떨다라는 뜻이다. 1976년 노벨 의학상 수상자인 미국의 생물학자 대니얼 칼턴 가이듀섹은 크로이츠펠트야코브병이 쿠루병과 똑같다는 점을 입증했다. 크로이츠펠트야코브병은 머리에 구멍이 생겨 뇌기능을 잃고 죽는 병을 말한다. 레비스트로스는 인간의 몸에서 추출한 물질의 잦은 사용이 과거의 의학에 비해 과학적으로 보이겠지만 우리에게는 여전히 미신이고 맹신이라 말한다. 


레비스트로스는 식인 풍습은 기근 시대에 식량을 보충하는 수단, 인간의 살에 대한 욕구, 죄인의 징벌, 적에 대한 복수, 종교의식, 장례와 제사, 성년식, 풍년 기원 등의 의미와 관련된다고 말하며 뇌하수체 주입, 뇌물질 이식, 장기 이식 등은 치유적 성격을 띤 식인 풍습의 범주에 속한다고 말한다.(127 페이지) 책의 제목과 같은 이 부분은 레비스트로스의 단호함이 드러나는 부분이다. 레비스트로스에 의하면 생명의 단일성을 믿는 불교에서 모든 살은 어디에서 왔건 식인종의 먹을거리다. 레비스트로스는 신화의 추론 방식은 19세기 인류학자들이 진화론에 매료되어 세상에 존재하는 제도와 관습을 단선적으로 분류하고 정리하려던 방식과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한다.


레비스트로스의 말 가운데 특히 인상적인 것은 증명이 가능하지 않으면 마음껏 상상력을 펼쳐야 한다는 것이다.(155 페이지) 참고할 바가 충분하다 하겠다. 레비스트로스는 ‘구약성경’은 인간의 육식을 타락의 간접적 결과로 해석한다고 말한다. 에덴동산에서 아담과 하와는 채소와 열매만을 먹었다. 노아 이후에야 인간은 육식동물이 되었다. 레비스트로스는 앞으로 한 세기 내에 인구가 두 배로 증가할 세계에서 가축들은 인간의 무서운 경쟁자가 될 것이라 말한다. 미국에서 곡물의 2/3가 가축을 먹이는 데 사용된다. 가축이 생존 기간에 소비하는 칼로리 양이 살코기의 형태로 우리에게 돌아오는 칼로리 양보다 훨씬 많다. 


레비스트로스의 논리는 대체로 긍정할 만하다. 책의 끝부분에서 구조주의에 대해 언급한 그의 논지는 구조주의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한다. 오래 전에 읽던 구조주의를 다시 생각하는 것은 쉽지 않다. 시간이 되면 ‘슬픈 열대’를 다시 읽고 싶다. 나온 지 10년이 지난 ‘우리는 모두 식인종이다’를 읽은 것은 이 책에서 단속평형론이 언급되었기 때문이다. 굴드는 진화를 충분한 시간 속에서 점진적으로 일어나는 과정으로 생각한 다윈의 견해를 벗어났다. 종은 점진적으로 진화해서 새로운 종이 되지는 않으며 새로운 종은 전형적으로 국소 개체군들 중 하나 혹은 둘의 빠른 종분화에 의해서 부모 종으로부터 갈라지면서 생겨난다는 것이 단속평형설의 핵심이다.(2002년 8월 28일 포항공대 신문 수록 김우재 글 ‘인간은 조금 더 겸손해져야 한다‘ 참고) 


물론 굴드, 그리고 단속평형설은 ’우리는 모두 식인종이다‘의 중심이 아니다. 레비스트로스의 책을 통해 철학책을 다시 가까이 하고 싶은 마음을 확인했다. 그리고 부지런해야 한다는 점도 확인했다. 어느 곳에서 레비스트로스가 지질학에 대해 이야기 한 부분을 만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으로 책을 펼쳤지만 만난 것은 양자물리학, 천체물리학 등에 대한 서술이었다. 최근 지구과학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 물리학을 읽고 있는 입장에서 반갑게 만난 글이었다. 세상의 많은 분야가 통한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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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우행 2026-01-17 20: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좋은글입니다. 오래 전에 읽었던 도서를 다시 소환해 주셨네요. 부족했던 독서가 느껴져서 도서관으로 향해야 할 것 같아요.

벤투의스케치북 2026-01-18 07: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좋은 인연의 글이 된 듯 해 반갑습니다 감사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쉬운 과학 수업 : 기후물리학 노벨상 수상자들의 오리지널 논문으로 배우는 과학 18
정완상 지음 / 성림원북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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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우스 하셀만 박사는 기후 속에 숨어 있는 이산화탄소 발자국, 화산분출 흔적, 태양 복사량의 미세한 변동을 지문처럼 분리해내는 이론적 도구를 만들었다. 1976년 이전에는 기후는 너무 복잡해서 알 수 없다는 말이 흔했지만 그 이후에는 기온은 무작위적이지만 예측 가능한 방식으로 흔들린다 라는 생각이 나왔다. 지층이란 암석이나 토양의 층으로 이웃한 다른 곳들과 구분되는 특성을 갖는다. 각 층은 일반적으로 서로 평행하게 놓여 있다. 자연적인 힘으로 쌓인다. 지층은 보통 서로 색이나 구조가 다른 암석들이 쌓여 있는 줄무늬로 보이며 절벽, 도로의 절개면 등지에서 볼 수 있다. 각 줄무늬의 두께는 얇게는 몇 밀리미터에서 두껍게는 수 킬로미터 이상에 이른다. 지층의 법칙을 발견한 사람은 덴마크의 지질학자 니콜라스 스테노다. 

뉴턴은 '프린키피아'에서 지구와 똑같은 크기의 쇳덩이를 뜨겁게 달구면 5만 년 이상이 흐른 뒤에도 식지 않을 거라 주장했다. 여기서 힌트를 얻은 르크레르 뷔풍은 크기가 다른 철 구슬을 빨갛게 달아오를 때까지 가열한 후 손이 데지 않을 정도까지 식는 데 걸리는 시간을 측정하는 실험을 고안했다. 그런 후 그는 지구와 크기와 비슷한 공이 식는 데 걸리는 시간을 계산해 지구의 나이가 적어도 75, 000년 이상은 되어야 한다는 것을 알아냈다. 지구의 정확한 나이는 뢴트겐이 X선을 발견한 1895년 이후에 이루어졌다. 뢴트겐 이후 베크렐이 우라늄의 방사선을, 퀴리 부인이 라듐과 폴로늄의 방사선을 발견한다. 

1907년 캐나다 맥길 대학의 러더퍼드와 소디는 방사성 붕괴와 반감기에 대한 법칙을 발표했다. 이 이론을 통해 여러 가지 방사능 원소의 반감기가 계산되었고 이를 이용해 여러 가지 암석의 나이를 알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해서 지구의 나이는 약 45억 년 정도가 되었다. 수성론은 지구가 물로부터 기원했다고 주장하는 이론이다. 그들에 의하면 모든 암석은 바다에서의 결정 작용이나 침전에 의해 만들어졌다. 아브라함 베르너는 바닷속에서 먼저 화강암이 결정 작용에 의해 만들어진다는 말을 했다. 그리고 화강암 속에는 화석이 없다. 그 이후 침전으로 점판암이 생겨난다. 점판암 속에는 약간의 화석이 발견된다. 그 후 석탄 암처럼 화석이 많이 들어 있는 퇴적암이 생기고 마지막으로 풍화에 의해 모래와 점토가 생겨난다. 물론 점판암은 변성암이다. 

수성론과 반대되는 이론으로 모든 암석의 생성 원인이 물이 아니라 열이라는 이론을 화성론이라 부른다. 제임스 허턴은 대표적인 화성론자다. 지구에서 일어나는 현상은 엄청나게 긴 시간에 걸쳐 기본적으로 동일하게 진행되어 왔다는 주장이 허턴의 동일과정설이다. 허턴은 지구 내부는 녹은 용암으로 이루어져 있고 단단한 지표가 그것을 에워싸고 있다고 보았다. 이어 용암의 운동이 지표를 굴곡시켜 산맥을 만들고 산맥 아래쪽에는 화강암과 같은 결정성의 암석이 생기고 위쪽에는 퇴적암이 생긴다고 말했다. 알프레드 베게너는 블라디미르 쾨펜의 딸 엘제 쾨펜과 결혼했다. 베게너의 스승은 천문학자 빌헬름 푀르스터, 열역학자 막스 플랑크였다. 

기상학자인 베게너가 대륙 이동설을 발표하자 많은 지질학자들이 과학적 근거가 희박하다며 베게너를 비웃었다. 대륙이 이동했다고 생각한 최초의 과학자는 네덜란드의 지도 제작자 오르텔리우스다. 그는 아메리카 해안선과 유럽 아프리카 해안 사이의 유사성을 확인하고 아메리카 대륙이 유럽과 아프리카 대륙에서 분리되었다고 주장했다. 1858년 프랑스의 지질학자 스나이 더 펠레그리니는 '창조와 그 신비의 베일'이라는 책에서 유럽과 미국에서 동일한 식물 화석을 발견하고 대륙이동설을 주장했다. 베게너는 고생대 후기에 오늘날의 모든 대륙이 하나의 큰 덩어리 또는 초대륙을 형성했고 이후 그 덩어리가 분열되었다고 생각했다. 베게너는 이 고대 대륙을 판게아 라고 불렀다. 베게너는 판게아의 구성 부분들이 오랜 지질학적 시간에 걸쳐 수천 마일 떨어진 것으로 천천히 이동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이동을 대륙 이동이라고 불렀다. 

3억년 전에 대륙이 뭉쳐 판게아 대륙이 만들어지면서 애팔래치아 산맥, 아틀라스 산맥, 우랄산맥 등이 생겨났다. 판게아 대륙을 둘러싼  넓은 바다를 판탈라사해라 부른다. 1억 8000만년 전인 쥐라기 때 판게아는 남쪽의 곤드와나, 북쪽의 로라시아로 나뉘었다. 두 대륙 사이의 바다를 테티스해라 부른다. 그 후 판게아는 오랜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분리되어 현재와 같은 일곱 개의 대륙으로 나뉘게 되었다. 지진이 파동 현상이라는 사실을 처음 알아낸 사람은 영국의 존 미셸이다. 지진이 발생하면 두 종류의 지진파가 발생한다는 사실을 알아낸 사람은 영국의 딕슨 올덤이다. 지진학에 대한 올덤의 가장 중요한 공헌은 지진 발생시 두 개의 지진파가 동시에 발생한다는 것이다. 

올덤은 속도가 빨라 지표에 먼저 도착하는 지진파를 P파라 불렀다. 속도가 느려 나중에 도착하는 지진파를 S파라 불렀다. 그는 두 파동이 지진계에 도착한 시간의 차이를 통해 지진이 발생한 지점인 진원까지의 거리를 결정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또한 P 파는 액체를 통과할 수 있지만 S 파는 액체를 통과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는 지구 내부에서에 S파가 진행할 수 없는 곳이 있음을 알아냈고 이를 통해 지구 내부에 액체 상태인 부분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아냈다. 안드리아 모호로비치치는 지각과 맨틀 사이의 경계면을 발견했다. 이 불연속면을 모호로비치치 불연속면이라 한다. 모호면은 대륙에서 평균 지하35km에, 해양에서 평균 지하 5km 위치에 있음이 밝혀졌다. 

지표로부터 깊이 2,890km 지점에서 물리적 변화가 일어난다. 이 지점에서에 S파(전단파)는 완전히 사라지고 P파(종파)는 갑자기 속도가 떨어지며 굴절된다. 맨틀 아래를 핵이라 부르는데 이 부분이 액체 상태라는 것이 밝혀졌다. 과학자들은 맨틀과 핵의 경계면을 구텐베르크 불연속면이라 한다. 잉게 레만은 핵이 두 부분으로 나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두 부분이란 내핵과 외핵을 말한다. 그 경계면은 지표로부터 깊이 5,150km 지점이다. 공기들은 끊임없이 움직인다. 그런데 공기 알갱이들이 조금 모여 있는 곳은 공기가 누르는 압력이 작아서 다른 지역보다 기압이 낮다. 그러면 주위에 수증기를 포함한 공기들이 그 지역으로 몰려들게 되고 결국 위로 솟아오를 수밖에 없다. 높이 올라갈수록 온도가 낮아지니까 공기 속에 수증기가 물방울로 응결되면서 구름이 만들어진다. 

그러므로 기압이 낮은 곳에는 구름이 많이 생겨 날씨가 흐리고 비가 올 확률이 높아진다. 고기압의 중심은 주위로 공기가 빠져나가니까 위로 올라갈 공기가 없어 구름이 안 생기고 날씨가 맑다. 물방울이 비가 되어 내리려면 적어도 1mm 이상은 되어야 한다. 그 말은 곧 수많은 물 분자가 서로 달라붙어야 한다는 뜻이다. 문제는 그것이 쉽게 일어나지 않는다는 데에 있다. 구름은 그냥 떠 있는 물방울이고, 비는 커진 물방울이 땅으로 떨어지는 것이고, 눈은 얼음이 녹지 않고 그대로 떨어지는 것이다. 지구의 대기권은 4개의 권역으로 나뉜다. 지표에서 가까운 곳부터 대류권, 성층권, 중간권, 열권이다. 대두 권은 대기권의 가장 아래층으로 모든 날씨가 일어나는 공간이다.

기온은 2층에서 고도로 높아질수록 점점 떨어진다. 이런 온도 감소는 공기를 불안정하게 만들고 결국 뜨거운 공기는 위로 차가운 공기는 아래로 움직이게 된다. 이것이 바로 대류이다. 대류 권이란 이름도 여기서 비롯된다. 이 층에서는 공기의 대류가 활발히 일어나며 수증기, 먼지, 기체들이 뒤섞이고 순환한다. 공기의 움직임은 저기압과 고기압을 만들고 바람을 불게 하며 구름을 만들고 비와 눈을 내리게 한다.  우리에게 익숙한 모든 기상 현상은 이 대류 권에서 벌어진다. 성층권은 우리가 아는 날씨와는 전혀 다른 세계이다. 대류권과 뚜렷하게 구분되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성층권에선 대류가 일어나지 않는다. 대류권에선 따뜻한 공기가 위로 오르고 차가운 공기는 아래로 내려가는 대류 현상이 활발하게 일어난다. 그러나 성층권은 다르다. 

이곳에서는 고도가 높아질수록 오히려 기온이 상승한다. 이는 일반적인 공기 덩어리의 대류를 막는 조건이다. 성층이 더 따뜻하므로 공기가 순환하지 않는다. 그래서 성층권은 조용하고 안정된 층이다. 성 층권에서는 고도 약 20km 이상부터 기온이 다시 상승한다. 이 현상을 온도 역전이라 한다. 그 원인은 바로 이 층에 존재하는 오존층 때문이다. 오존은 태양의 자외선을 흡수하며 열을 발생시키고 이로 인해 성층권 상층은 대기 중에서 드물게 온도가 증가하는 영역이 된다. 성층권에서는 기상 현상이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계류가 없고 수증기 농도가 매우 낮아서 이곳에서는 비 눈구름이 거의 생기지 않는다. 성층권 아래쪽에서 발생하는 강한 적운형 구름이 일시적으로 진입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이 층은 정적이며 건조한 공기로 채워져 있다. 

그렇기에 상공을 비행하는 여객기나 정찰기 기상 관측 기구들은 성층권 하단을 선호한다. 기상이 안정되고 공기저항이 적기 때문이다. 성층권은 제트기류의 경계 지대이다. 성층권 하단 즉 대류경계면 부근에는 제트기류가 빠르게 흐른다. 이 강한 고속 바람은 전 지구적인 기후 순환에 영향을 주며 항공기의 비행시간과 연료효율에도 깊은 연관이 있다. 성층권 자체는 바람이 거의 없지만 그 경계선에서는 바람이 급변하는 기후 전환 지대가 형성된다. 중간권은 대기권 중에서도 기온이 가장 낮은 영역이다. 고도 약 80-85km 부근에서는 영하 90° 이하로 떨어지기도 한다. 중간권에서는 유성이 자주 발생한다. 이 권역에서 지구로 들어오는 유성체가 마찰에 의해 불에 타기 때문이다. 

중간권은 성층권과 달리 대류 현상이 다시 일어난다. 공기밀도가 낮아 기상관측이 어렵다. 열권은 지구 대기의 최상층이자 우주로 향하는 마지막 하늘이다. 여기서는 기온 이 수백 도까지 오르지만 분자 밀도가 너무 낮아 피부로 느껴지는 열기는 거의 없다. 과학으로서의 예측의 탄생에 기여한 두 사람은 영국 해군 장교 프랜시스 보퍼트와 그의 제자 로버트 피츠로이다. 두 사람의 연구는 오늘날 모든 일기예보 지식의 기초를 형성했다. 18세기 후반 인간의 시선은 성경을 넘어 지질학적 지층으로 향했다. 지질학자들은 지층 속에 새겨진 연속적인 기후변화와 지질 시대의 흔적들을 읽기 시작했다. 이들은 선사시대라는 개념을 받아들이고 지구의 나이는 훨씬 오래되었으며 기후는 지속적인 변화의 역사를 가졌다고 추정했다. 

1815년 스위스의 장 피에로 페로뎅은 알프스 고산계곡에서 거대한 바위들이 흩어져 있는 모습을 보고 이들을 이동시킨 힘은 빙하일 것이란 가설을 세웠다. 이 가설은 처음에는 비웃음과 무시를 당했지만 루이 아가시는 이를 과학적으로 정제하고 체계화했다. 그는 알프스를 답사하고 바위의 이동 흔적과 지형의 증거를 수집하여 지구가 과거 광범위한 빙하로 덮여 있었음을 주장했다. 1837년 아가시는 공식적으로 빙하기 이론을 발표한다. 이는 단순한 기후변화 이론이 아니라 지구의 역사를 바라보는 관점을 송두리째 바꾸는 선언이었다. 당시까지 많은 지질학자는 지형의 형성을 성경적 홍수나 격변의 결과로 보았으나 아가시는 점진적이고 물리적인 원인을 제시함으로써 지질학을 더 과학적인 학문으로 전환시켰다.

1774년 스위스의 자연 철학자 소쉬르는 온실 효과를 직접 검증해 보기로 했다. 그는 투명한 유리판으로 덮인 상자를 여러 겹으로 만들어 태양 아래에 놓고 내부 온도를 측정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내부 온도는 외부 온도보다 훨씬 높았고 상자 내부는 마치 작은 태양로처럼 작동했다. 이 실험은 다음과 같은 사실을 명백히 보여줬다. "빛은 들어오되 열은 갇힌다." 1824년 조제프 푸리에는 물리학자의 눈으로 지구라는 행성의 온기를 바라보았다. 그에게 지구는 단지 태양빛을 받는 돌덩이가 아니었다. 오히려 스스로 따뜻함을 품고 있는 하나의 정교한 에너지 시스템이었다. 푸리에는 단순한 질문에서 출발했다. 왜 지구는 진공상태보다 더 따뜻할까? 태양빛이 닿는 우주의 물체가 단순히 복사 평형에 따라 차가워져야 한다면 지구의 평균기온은 지금보다 훨씬 낮아야 했다. 

푸리에는 이 문제를 물리학의 언어로 풀었다. 그는 태양에서 오는 가시광선은 대기를 통과해 지표에 도달하지만 지구가 그 에너지를 흡수하고 다시 적외선 형태로 재 방출할 때는 그 빛이 대기 중에 머무르게 되는 현상을 예측했다. 오늘날 우리가 온실 효과라고 부르는 개념의 기원이다. 그는 이렇게 썼다. "지표의 상태, 물의 분포, 공기의 큰 움직임은 수세기에 걸쳐 평균 질량을 변화시킬 수 있다." 클로드 푸이예는 태양 복사 에너지가 지구에 도달한 뒤 그 에너지 가지 표면에서 적외선 형태의 열 복사로 뒤 돌아간다고 보았다. 그런데 그는 수증기와 이산화탄소 같은 특정 기체들이 이 열 복사를 흡수하고 다시 지구를 향해 방출함으로써 지구의 온도를 높일 수 있다는 가설을 세웠다. 푸이예의 이론에는 한계가 있었다. 

그의 아이디어는 이론적 추정에 불과했고 수증기나 이산화탄소가 실제로 열 복사를 흡수한다는 실험적 증거는 아직 존재하지 않았다. 당시의 과학기술로는 자외선의 스펙트럼을 정밀하게 측정하거나 기체에 따른 흡수율을 수측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의 가설은 흥미로웠지만 검증되지 않은 주장으로 분류되었다. 이산화탄소가 온실 효과를 일으킨다는 사실을 처음 알아낸 사람은 미국의 여성과학자 유니스 푸트다. 마나베 슈쿠로는 일본계 미국인이다. 1958년 박사학위를 마친 마나베는 미국으로 건너갔다. 미국 기상청 산하의 일반 순환 연구소(GFDL)에서 일하며 그는 하나의 질문에 매달렸다. "이산화탄소가 지구의 온도를 어떻게 변화시킬까?" 

그는 1967년 리처드 웨더 럴드와 함께 이산화탄소 농도를 두 배로 증가시키면 지표면 온도는 약 2.3° 상승한다는 결과를 얻었다. 이 수치는 단순한 시뮬레이션 결과가 아니었다. 그것은 기후 민감도라는 개념의 출발점이 되었다. 클라우드 하셀만은 기후를 수십년간 바라본 과학자였다. 그는 날씨가 기후를 흔들 수 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매일 매일 변덕스러운 날씨가 쌓이고 쌓여 결국 느리고 무거운 기후를 움직이게 만든다는 것이다. 그는 이 과정을 확률과 수학의 언어로 표현하였다. 하셀만은 날씨는 빠르게 변하고 무작위적이라고 생각했고 기온은 느리게 변하며 날씨의 평균적 결과라고 생각했다. 하셀만은 방정식을 통해 완벽한 예측이 아닌 확률적 예측을 추구했다. 정확히 내일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몰라도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 가능성은 알 수 있다 것이다.

그는 기후 민감도 자연 변동성 지문 분석과 같은 현대 기후 과학의 개념들을 한 줄기 수식에서 끌어냈다. 하셀만은 여기에 하나를 더했다. 세상이 점점 더 이산화탄소를 뿜어내고 있다는 사실. 그는 방정식에 새로운 항을 추가했다. 하셀만은 자신의 방정식을 통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기온은 예측 불가능한 것이 아니라 확률적으로 예측 가능한 것이다. 이 단순한 문장은 과학의 본질을 꿰뚫는다. 우리는 세상을 완벽히 알 수 없지만 충분히 잘 알 수는 있다. 하셀만은 기후의 불확실성 안에서 질서를 찾아낸 사람이다. 그는 2021년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하며 이렇게 말했다. "기후 문제는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의지의 문제다.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이제 행동한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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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26-01-15 22: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내용도 좋아보이지만 리뷰가 너무 훌륭하셔서 저절로 책을 읽게 만들것 같습니다.

벤투의스케치북 2026-01-16 04: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네~^^ 감사합니다 기분 좋은 글 남겨주셔서..정완상 교수님의 시리즈(20권)가 다 훌륭하게 보입니다. 꼭 필요한 부분을 쉽고 간결하게 잘 정리했다는 느낌입니다
 
세상 모든 것의 물질 - 보이지 않는 세계를 발견하다
수지 시히 지음, 노승영 옮김 / 까치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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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지 시히(Suzie Sheehy; 1984-)는 물리학을, 공학으로 나아가기 위한 징검다리 정도로 생각하다가 천문학 캠프에서 관측한 밤하늘에 매료되어 실험 물리학자가 된 인물이다. 시히는 이론물리학자는 수학적 가능성에 탐닉할 수 있지만 실험은 우리를 무시무시한 취약함의 최전선인 현실 세계로 데려간다고 말한다. 지구과학 문제를 해결하고 질문을 던지기 위해 물리학을 참고하고자 하는 나에게 단서가 되는 이야기다. 본문에 이런 구절이 있다. "우리가 지구의 지질과 고대사를 상세히 알고 있는 것은 입자물리학 연구 덕분이다." 이를 감안하면 내가 물리학에 관심을 갖는 것은 지구 지질의 앎을 가능하게 하는 학문에 대해 관심을 갖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세상 모든 것의 물질'은 물리학의 주요 12가지 실험과 미래의 실험을 다룬 책이다. 나무에서 금속까지, 물에서 털까지 주변의 온갖 복잡한 원자들이 강도, 색깔, 질감 면에서 제각각인 것은 저마다 다른 원자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첫 번째 실험인 '음극선관; X선과 전자'에서는 X선을 발견한 뢴트겐과 음극선의 신비한 빛을 파고들다가 전자를 발견한 존 톰슨 이야기가 나온다. 전자는 아원자 입자다. 원자핵 안의 입자라는 말이다.


높은 전압이 음극을 가로지르면 전자가 빠른 속도로 방출된다. 양전하를 띤 양극이 전자를 끌어당긴다. 일부 전하는 양극을 때리지 않고 빠른 속도로 스쳐지나가 기체와 유리벽에 부딪힌다. 이 과정에서 전달되는 에너지가 빛을 발생시킨다. 전자가 충분한 에너지를 잃으면 X선이 발생할 수 있다. 두 번째 실험인 '금박 실험; 원자의 구조'에 존 톰슨의 제자인 어니스트 러더퍼드 이야기가 나온다. 저자는 방사성 원소의 붕괴에 대해 논하며 납을 금으로 바꾼다는 연금술사의 꿈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원자가 변화하고 있다는 설명을 했다. 자연이 자진해서 연금술을 부리는 것이라는 의미다.


러더퍼드는 방사성 연대 측정 개념을 제시했다. 켈빈(윌리엄 톰슨)경은 원자가 붕괴한다는 개념에 반발했다. 러더퍼드는 돈이 없으니 생각을 해야 한다는 말을 했다. 실험 장비를 만들 돈이 없으니라는 말이다. 러더퍼드는 원자의 구조가 방사성 붕괴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느낌을 가지고 있었다. 러더퍼드는 알파 입자(헬륨 원자핵)가 금속관을 통과할 때 만드는 뿌연 이미지에 흥미를 느꼈다. 원자는 대부분 빈 공간으로 이루어져 있고 가운데에 작고 조밀한 핵이 있는 것이 발견되었다. 전자는 원자의 일부이기는 했으나 핵으로부터 어마어마하게 멀리 떨어진 채 공전하고 있다.


아서 에딩턴은 원자의 대부분이 빈 공간이라는 사실이 원자 안이 허공이라는 천문학의 선언보다 더욱 심란하다는 말을 했다. 방사능이 발생하는 것은 원자에 구조가 있기 때문이며 이 구조를 발견함에 따라 우리는 물질의 본성을 더 깊이, 더 근본적으로 이해하게 되었다. 방사능에 의한 물질의 붕괴는 때로 지독히 느려서 일부 원자는 안정하다는 평을 받는다. 방사원을 깊은 구멍에 집어넣어 지하 암석의 구성을 파악하는 검층(檢層) 기법이 있다. 이는 암석 속 원자들의 감마선 방출을 자극해 땅을 최소한으로 시추하고도 땅속 깊숙이 매장된 귀금속 광물, 석유, 가스 등 귀중한 자원을 탐사할 수 있게 해주는 기법이다.(57 페이지) 기록이 없는 역사 유물의 연대를 객관적으로 알 수 있게 된 것은 무엇보다 방사능에 대한 우리의 지식 덕분이다.


간섭(干涉)은 파동의 독특한 성질이다. 빛은 언제나 파동처럼 행동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빛은 때로는 입자처럼 행동한다. 파동 이론에 따르면 빛은 진폭의 제곱(파동의 크기 또는 빛의 밝기)이 비례하는 일정 양의 에너지를 가진다. 광전 효과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금속 안의 전자가 원자에 묶여 있기 때문에 조금이나마 에너지를 얻어야 원자 밖으로 튕겨나갈 수 있다고 추측했다. 에너지가 덩어리로만 흡수되거나 방출될 수 있다면 즉 에너지에 일정한 최소 크기가 있다면 공유될 수 있는 경우의 수는 무한이 되지 않는다. 사람 10명을 두 그룹으로 나눌 수 있는 경우의 수가 제한된 것과 마찬가지다. 5명과 5명, 10명과 0명, 4명과 6명으로 나눌 수는 있지만 2.32명과 7.68명으로 나눌 수는 없다. 이는 사람이 연속적 물체가 아니라 이산(離散)적 물체이기 때문이다.


플랑크는 전달될 수 있는 에너지의 최소 꾸러미를 양자(量子)라 칭했다. 여기에 더해 그의 수학이 들어맞으려면 에너지가 기본 양의 정수 배(倍)로만 존재할 수 있다고 규정해야 한다. 이 에너지 양의 크기는 미세했으며 그가 발명한 새로운 물리 상수 h를 통해 빛의 진동수와 연관되었다. 아인슈타인은 빛 자체가 작은 에너지 꾸러미인 양자로 이루어졌다고 제안했다. 에너지는 빛의 진동수에만 좌우된다. 온도는 잊고 진동수를 주목하라는 것이다. 로버트 밀리컨은 일정 탈락 진동수 이하에서는 전자가 하나도 측정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는 빛이 양자로 이루어졌을 때 예상되는 결과였다.


밀리컨은 1916년 논문 말미에서 자신이 실험 결과를 받아들이기는 했지만 여전히 결과의 함의를 도무지 믿을 수 없음을 분명히 했다. 어떤 상황에서는 파동 이론 A를 쓸 수 있고 다른 상황에서는 입자 이론 B를 쓸 수 있다. 어느 쪽도 틀리지 않았으며 어느 쪽을 적용할 것인가는 실험을 어떻게 하기로 정하느냐에 달렸다. 양자전기역학(QED)는 양자역학과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 이론을 통합한 학문이다. 이 이론을 이용하여 자연의 양을 10억 분의 1보다 더 정밀하게 계산할 수 있다. 전자는 일정한 값의 에너지를 가짐에 따라 핵으로부터 일정 거리만큼 떨어져 공전한다. 전자는 빛(광자)의 형태로 방사선을 흡수하거나 방출함으로써 에너지 준위들을 오르락내리락 할 수 있지만 준위들 사이에 있을 수는 없다.


전자가 가질 수 있는 에너지의 최소값이 있다. 이는 전자가 핵에 가장 가까이 있을 때의 에너지 준위다. 루이 드 브로이는 물질 입자가 파동처럼 행동할 수 없을까?란 의문을 가졌다. 답은 그렇다이다. 양성자처럼 질량이 있든 빛처럼 질량이 없든 모든 입자 즉 물질의 조각에는 파동의 성질이 있다. 물질은 확실하지도 않고 결정론적이지도 않고 확률과 파동에 얽혀 있다. 물질의 실체성은 파동 비슷한 실체들의 상호작용으로 인한 결과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가 일상적 물체의 파동성을 보지 못하는 것은 파장이 너무 짧아서 측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금속의 니켈 결정체로부터 전자를 튕겨나오게 하는 실험에서 전자가 광파와 같이 간섭 무늬를 그린다는 사실이 입증되었다. 이중 슬릿 실험에서의 단일 광자처럼 단일 전자가 혼자 간섭을 나타낼 것인가가 관건이다. 답은 그렇다이다. 물체의 크기가 현미경에 쓰이는 빛의 파장과 같거나 커야만 볼 수 있다. 전자현미경을 이용하는 것은 입자에도 파장이 있다는 사실과 전자 에너지가 클수록 파장이 작다는 사실을 활용하는 셈이다. 저자는 불현듯 떠오르는 영감의 순간 같은 것은 없으며 우리는 어둠 속을 조금씩 헤치며 나아간다고 말한다.(88 페이지)


검진기(electroscope)라는 장비에 방사원을 쏠 경우 나올 수 있는 방사선 이상의 방사선(여분의 방사선)이 나오는 경우가 있다. 우주에서 오는 방사선 즉 우주선(宇宙線; cosmic ray)이다.(지구의 모든 광물과 암석에서도 미량이지만 방사선이 나온다.) 저자가 말하는 방사선은 이온화 방사선으로 원자에서 전자를 해방시킬 만큼 충분한 에너지를 가진 것들이다. 알파선(헬륨핵), 베타선(전자), 감마선(고 에너지 빛) 등이 포함된다.


본문에 X선이 이온을 만들고 이 이온이 응결핵을 만드는 이야기가 나온다.(101 페이지) 디랙은 수학적 통찰만으로 양전자의 존재들 예측했다. 양전자는 전자의 반물질이다. 안개 상자 이야기가 흥미를 끈다. 이온화한 방사선의 움직임을 시각화하기 위해 쓰이는 입자 검출기를 말한다. 이온화란 중성 상태의 원자나 분자가 에너지 또는 전자를 얻거나 잃음으로써 전하를 띤 상태를 말한다. 반물질과 물질이 접촉하면 질량이 에너지로 바뀌어 빛을 방출하면서 소멸한다. 질량은 에너지로 전환될 수 있고 에너지는 질량으로 전환될 수 있다.


양전자의 발견은 우주선 연구가 흥미로운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음을 암시했다. 뮤온 이야기도 나온다. 전자와 성질이 똑같지만 질량이 많이 나가는 입자다. 수명은 220만 분의 1초다. 붕괴하여 전자가 된다. 고 에너지 우주선이 대기를 때리면 충돌로 인해 새로운 입자들이 소나기처럼 생겨난다. 그 중 대부분이 뮤온이다. 헝가리계 미국의 물리학자 이지도어 아이작 라비(Isidor Isaac Rabi)는 뮤온이 발견된 것을 보고 “누가 주문했지?“란 말을 했다. 우주선은 원자가 물질의 유일한 존재 형태라는 생각을 산산조각 내기 시작했다. 뮤온은 시작에 지나지 않았다. 뮤온과 양전자는 2차 입자다.


초고에너지 양성자로 이루어진 우주선은 지구 대기를 뚫고 내려와 공기 중 원자와 충돌하여 다른 입자들을 산사태처럼 쏟아낸다. 이를 2차 입자라 한다. 거의 모든 양성자와 2차 입자들은 땅에 도달하기 전에 공기와 상호접촉하거나 붕괴한다. 우주선이 대기 중 질소와 접촉하면 탄소 14라는 방사성 탄소 동위원소가 만들어진다. 이는 산소와 결합하여 이산화탄소가 되어 광합성을 통해 식물에 흡수된다. 1940년대에 월러드 리비는 나무, 뼈 등의 유기물에서 탄소 14와 탄소 12의 양을 비교하면 동식물이 죽은 지 얼마나 오래되었는지 계산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탄소 14는 5730년의 반감기로 붕괴한다. 유기체는 살아있는 동안 탄소(C-12, C-14 등)를 지속적으로 흡수해 C-12와 C-14의 비율이 일정하다. 사망하면 C-14 흡수가 멈추고 남아있던 C-14가 약 5,730년의 반감기로 서서히 붕괴하여 사라진다. 안정한 탄소-12는 양이 변하지 않는다. 이 비율 변화를 측정해 유기체의 사망 시기를 추정한다. 탄소 14가 붕괴하면 중성자 하나가 양성자로 바뀌어 질소 14가 된다.


우주선 양성자가 대기 중 산소를 때리면 베릴륨의 두 동위원소인 베릴륨 7과 베릴륨 10이 생긴다. 이들은 지구에 퇴적된다. 베릴륨 10은 반감기가 140만년이며 붕괴하여 보론 10이 된다. 베릴륨 7은 53일만에 붕괴하여 리튬 7이 된다. 이 동위원소들은 남극과 그린란드의 얼음 층에 쌓인다. 이 얼음에 구멍을 뚫어 빙하 코어를 채취하면 시간을 거슬러 변화를 추적할 수 있다. 층마다 두 동위원소의 비율을 통해서 해당 층이 대기 중에서 얼마나 오래 전에 형성되었는지 알 수 있으며 베릴륨 10의 양을 통해서는 태양권이 따라서 태양이 얼마나 활동적이었는지 알 수 있다.


뮤온은 수백 미터 두께의 암석도 뚫는다. 거대한 물체를 통과하기에 X선으로는 할 수 없는 일을 할 수 있다. 1960년대에 루이스 앨버레즈는 뮤온을 이용해 피라미드 내부의 영상을 촬영했다. 뮤온은 전자나 X선과 달리 물질을 통과하면서 상호작용을 거의 일으키지 않기 때문에 산란이 덜 일어나며 대부분 물체를 뚫고 직진한다. 2006년 도쿄 대학교의 다나카 히로유키 교수가 이끄는 일본 연구진이 처음으로 뮤온을 이용하여 일본 아사마 산의 화산 내부 구조를 촬영했다. 뮤온을 이용한 촬영을 뮤오그래피(muography), 뮤온 단층촬영(muon tomography)이라 한다. 지질학자들은 뮤오그래피를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받아들였으며 에트나산, 베수비오산 등의 용암 통로를 파악하고 분화를 예측하기 위한 촬영을 실시했다. 이제는 시간 민감성 촬영술(time sensitive imaging)을 이용해 마그마의 움직임도 볼 수 있다.


입자 가속기를 향한 여정은 ”원자핵 안에 무엇이 있는가?”라는 물질의 본성에 대한 가장 거대한 질문에서 시작되었다. 양자역학에서는 모든 입자가 파동의 성질을 가지고 있어서 공간에 퍼져나갈 수 있다. 어떤 장벽도 100퍼센트 탄탄하지는 않다는 의미다. 파동은 고전적으로 말하자면 전혀 침투할 수 없는 영역에서도 스며들 수 있다. 중성자의 존재가 입증되었지만 원자핵을 인공적으로 둘로 쪼갤 수 있다는 사실이 훨씬 흥미로웠다. 양성자 방사원이란 말이 있다. 영어로 proton source라고 하는 양성자 방사원은 양성자를 생산하는 장치를 말한다. 양성자 방사원을 만들고 기기를 망가뜨리지 않은 채 고전압을 발생시키고 모든 것을 성공적으로 제어하는 과제가 부여되었다. 고전압에 통과시켜 고에너지를 만들어야 했기 때문이었다. 이는 원자핵을 쪼갤 생각에 따른 결과다.


제임스 채드윅은 베릴륨 충돌에서 방출된 입자가 감마선이 아니라 질량이 양성자와 대략 비슷한 중성 입자임을 입증했다. 러더퍼드와 그의 연구진은 획기적인 새로운 발견을 둘씩이나 동시에 해냈다. 중성자의 존재가 마침내 입증되었지만 원자핵을 인공적으로 둘로 쪼갤 수 있다는 사실이 훨씬 흥미로웠다. 러더퍼드는 핵 안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알아내겠다는 목표를 이루었다. 양성자와 중성자가 들어 있었다. 이 실험은 핵에서 양자역학이 중요하다는 사실과 아인슈타인의 E=mc² 방정식이 원자를 쪼갤 때 실제로 적용된다는 사실도 입증했다. 사상 최초로 핵을 마음대로 쪼개어 더 깊이 연구할 수 있게 되었다.


어떤 시료를 충돌시켜 효과를 확인하고 싶든 우주선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가속하는 입자의 종류, 개수, 에너지를 변화시킴으로써 실험을 통제할 수 있게 되었다. 원하는 때마다 충돌을 멈췄다가 시작할 수 있었다. 이는 핵이 그들의 수중에 들어갔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가속기 기술은 역사학, 고고학, 지질학 등의 여러 분야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었다. 전기적 또는 광학적 특성과 같은 물리적 특성을 변경하기 위해 재료에 첨가되는 소량의 물질을 의미하는 도펀트(dopant)를 정확하게 첨가하는 유일한 방법은 입자가속기를 이용하여 낱낱의 이온을 제어하고 주입하는 것이다. 이것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digital 카메라, 세탁기, 텔레비전, 자동차, 기차, 전기밥솥에 들어가는 반도체 기반 전자 부품을 만들 수 없다. 


루브르 박물관의 유리 피라미드 아래로 15미터 내려가면 오직 예술품만을 위한 입자 가속기를 볼 수 있다. 러더퍼드의 탐구는 핵을 붙들어두는 힘을 이해하는 쪽으로 옮겨갔다. 천문학과 핵물리학이라는 두 분야는 언뜻 보기에 서로 관계가 없을 것 같지만 입자 가속기를 이용한 행운의 발견으로 둘 사이에 지식의 연결이 이루어졌다. 그 결과 천체물리학에 대한 이해가 확대되었을뿐 아니라 과학의 거의 모든 영역에서 쓰이고 있는 막강한 도구가 탄생했다. 이 도구를 통해 발견된 것들은 우리의 삶 전반에 영향을 미쳤다.


우주선을 통해 새 입자를 온전히 이해하는 것은 어림 없는 일이었다. 고에너지에 도달하는 가속기를 제작하는 일은 단지 핵 안의 중성자와 양성자를 탐구하기 위한 것만이 아니라 진공에서 에너지로부터 새 입자를 창조하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기본 원리는 양성자를 표적에 충돌시키는 것이다. 그러면 원래의 입자는 사라지고 새 입자, 새 물질이 생겨난다. 원래의 입자는 존재하기를 멈추는 것이다. 고전적 관점에서는 직관에 어긋나지만 양자역학에서는 허용된다. 여기에도 법칙이 있다. 충돌 전과 후의 입자의 총 에너지가 같아야 하는 것이다.


입자 빔을 표적에 충돌시키면 에너지의 상당 부분이 새 입자를 만드는 데 들어가지 않고 잔해들의 운동 에너지로 흩어진다. 약한 핵력은 방사성 베타 붕괴를 일으키는 힘이다. 강한 핵력은 핵 안에서 양성자와 중성자를 묶어 두는 힘이다. 가속기가 더 많은 기묘(strange) 입자를 만든다 해도 그것을 검출하여 측정하지 못한다면 소용 없는 일이다. 우리가 질량을 얼마나 정확히 아는가는 입자가 얼마나 오래 생존하느냐에 달려 있다. 이는 측정 오류의 결과가 아니라 양자역학의 핵심 원리인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원리에 모셔진 물질의 성질로 인한 현상이다. 입자의 수명이 짧을수록 에너지를 즉 질량을 확실히 알 수 없다는 의미다.


일본의 과학 역량이 파괴된 것은 전쟁으로 인한 빈곤 때문일뿐 아니라 1945년 미국이 취한 조치 때문이기도 했다. 미군 점령 당국은 사이클로트론이 핵무기 개발에 이용될 것을 우려해 일본의 대형 사이클로트론 4기를 해체했다. 새 입자가 전부 소립자는 아니어서 일부는 쿼크라는 성분으로 이루어졌지만 쿼크 자체는 여전히 관찰되지 않았다. 베타 붕괴는 핵 안에서 전자를 생성한다. 베타 붕괴는 매우 작은 에너지에서 일정한 최대 에너지에 이르는 연속 스펙트럼 위에서 언뜻 무작위로 보이는 에너지를 가질 수 있었다.


중성미자는 몇 광년 두께의 납을 통과할 수 있다. 중성미자는 방사성 붕괴를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될뿐 아니라 태양, 초신성, 물질의 기원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우리에게 가져다주었다. 중성미자는 시간과 거리에 따라 종류가 달라진다. 중성미자의 종류는 셋이다. 전자 중성미자, 타우 중성미자, 뮤온 중성미자다. 어느 중성미자가 가장 무거운지, 각각의 질량이 정확히 얼마인지 모른다. 셋의 질량을 모두 더하더라도 전자의 100만 분의 1에 지나지 않는다. 강력이나 전자기력을 느끼지 않으며 약력과 중력만 느낀다.


지구 중성미자(geoneutrino)를 찾는 작업도 진행중이다. 중성미자 지구물리학(Neutrino Geophysics)이란 분야도 있다. 칼륨 40, 토륨, 232, 우라늄 238의 방사성 붕괴로 인해 생기는 지열의 크기를 알고자 하는 것이다. 중성미자는 지구 중심을 직선으로 통과할 수 있다. 저자는 지금까지 도출된 결과로 보건대 생명은 낮은 수치의 방사선이 필요한 듯 하다고 말한다. 중성미자는 유령, 전령, 우주선(宇宙線), 무(無)의 가닥으로 불렸다. 중성미자는 김제완 교수에 의해 '겨우 존재하는 것들'로 명명되었다. 너무나 미미해서 우리 몸을 수조 개가 뚫고 지나가도 전혀 느끼지 못하는 극소립자이지만 태양이 빛을 내는 수소 핵융합 반응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유령 같은 입자이기 때문이다.


마이크로파는 직관과 어긋나게 파장이 작다는 의미가 아니다. 가시광선보다 약 20만배 길지만 전자보다 짧기 때문에 그렇게 불린다. 전자는 전자기력과는 상호작용하지 않고 강력과 상호작용한다. 전자기력은 전하를 띤 입자들 사이에서 작용하는 힘으로 광자(狂子)에 의해 매개된다. 강력은 고무줄이 쿼크들을 당기고 있는 것과 약간 비슷해서 가까운 거리에서는 비교적 약하지만 먼 거리에서는 극도로 강하다. 쿼크들은 가까이 있을 때에는 비교적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지만 떼어내려먼 강력이 반발한다. 이를 가둠(confinemant)이라 한다. 이 때문에 쿼크는 양성자 안에 단단히 갇혀 있어서 떼어내려고 에너지를 투입하면 새로운 쿼크-반쿼크 쌍이 생긴다. 그 결과 쿼크는 자연에서 홀로 관찰될 수 없다.


저자는 대형강입자 충돌기(LHC)로 인해 뛰어난 사람들을 훈련시킬 수 있게 되었다고 말한다.(332 페이지) LHC와 검출기들은 국제적이고 유망한 초거대 과학이다. 전 세계에서 가장 뛰어나고 총명한 젊은이들이 대거 물리학에 투신하는 것은 LHC로 인한 대규모 프로젝트 덕분이며 수천 명이 이 분야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하지만 그 다음은 어떤가? 물리학의 일부 분야에서는 박사후 연구원 자리 하나에 100여명이 지원한다. 학계에 자리를 잡거나 대형 연구소에서 종신직을 얻기는 더더욱 힘들다.


저자는 박사 과정을 마치고 몇 년 뒤에 남을 것인가, 떠날 것인가의 순간이 찾아왔을 때 물리학에 남을 유일한 길은 자신이 주도하는 연구뿐이라고 결론내렸다고 말한다. 저자는 이온트랩을 이용하여 입자 가속기를 흉내내는 소규모 실험 장비를 백지 상태에서 만들어내기 위해 동료들과 연구소를 설립했다고 말한다. 저자는 자신이 그토록 사랑하는 물리학(호기심에 이끌려큰 그림을 그리는)을 뒤로 하고 떠나는 것은 엄청난 정서적 고통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자신이 데이터 과학, 문제 해결, 대중 연설, 글쓰기에 재능이 있다고 말한다. 우리는 틈새를 들여다 보아야 한다고 말하는 저자는 힉스 보손은 시작에 지나지 않는다고 결론짓는다. 글쓰기에 능한 저자 덕분에 물리학의 새로운 지식을 많이 얻었고 지구과학과의 연결점도 찾았다. 중성미자지구과학에 관심이 많이 간다. 지구 핵의 열의 크기를 측정하는 학문이다. 지구 핵은 방사성 붕괴로 열을 발산한다. 지구는 식어가지만 속도는 매우 느리다.


2001년 고중숙 교수의 ‘내 머리로 이해하는 E=mc²’을 통해 뮤온에 대해 안 이래 25년만에 다시 업그레이드 버전의 뮤온 이야기를 접했고 중성미자와 지구과학의 연결점도 만났다. 업그레이드 버전이란 역시 지구과학과의 접점을 의미한다. 우리를 인도하는 것은 실험 데이터다.(342 페이지) 우주 질량의 95퍼센트가 아직 검출되지 않은 상황에서 발견의 과실은 어느 때보다 크다. 저자는 입자물리학처럼 난해해 보이는 학문이 우리 세상을 이토록 송두리째 바꿨다면 우리가 간과한 다른 연구 분야(과학에서뿐 아니라 모든 탐구 영역에서)가 틀림없이 많이 있을 것이라 말한다. 좋은 질문을 던지는 능력, 호기심의 문화, 끈질기게 매달릴 자유가 필요하다.(348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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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어떻게 지구를 먹어치우는가 - 초가공식품과 식품산업이 만들어낸 게걸스러운 인류의 탄생
    헨리 딤블비.제미마 루이스 지음, 김선영 옮김 / 어크로스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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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토덱스트린이란 성분에 대해 최근 알았다. 지난 해 11월부터 하루에 한 팩씩 먹던 그릭요거트에도 그 성분이 포함된 것을 확인하고 某 마트에 들르던 발길을 끊었다. 이웃 마트에 가서 확인한 다른 그릭요거트에는 말토덱스트린 대신 변성 전분이 들어갔다는 표시가 되어 있었다. 덱스트린(dextrin)은 수분과 산(酸)이 있는 조건에서 전분을 가열하여 얻는 생성물을 총칭하는 말이다. 종이 제품의 접착제로 사용되다가 식품에도 쓰이고 있다. 무늬만 저당(低糖)인 식품에 속지 말라는 기사 제목이 눈에 띈다. 혈당을 급격히 올려 혈관이나 호르몬 대사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고 한다. 과일을 적당량 먹는 습관을 들여야겠다. 가공식품을 잘 먹지 않지만 제로에 가까워지도록 습관을 들일 필요가 있다. 


    물리학과 철학을 전공한 헨리 딤블비와 언론인인 그의 아내 제미마 루이스가 쓴 '우리는 어떻게 지구를 먹어치우는가'가 최근 나왔다. '초가공식품과 식품산업이 만들어낸 게걸스러운 인류의 탄생'이란 부제가 달린 이 책에서 초가공식품, 비만, 기후위기의 연결고리를 만날 수 있다. 책의 원제는 'Ravenous'다. 엄청난, 배가 고파 죽을 지경인 등을 뜻하는 단어다. 물론 식욕(Appeite)을 수식한다. 책은 "수제" 계란 샌드위치에 32개의 재료가 들어간다는 말을 한다. 책은 초가공식품(UPF; ultra processed food) 섭취 비율이 10% 늘 때마다 암 발병률이 12%, 우울증 증상이 21%, 심혈관질환 위험이 12% 증가한다고 말한다. 초가공식품은 색소, 유화제, 향료 등 각종 첨가물을 더해 맛과 식감을 인위적으로 만든 음식을 뜻한다. 문제는 중독성이 있다는 점이다. 


    저자는 정크 푸드 광고를 막기 위한 정부의 개입 부족에 대해 성토한다. 식품 회사들이 기후 변화로 식량과 물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자 설탕 음료와 포장된 쿠키, 크래커 같은 초가공식품에 대한 마케팅 캠페인을 강화하고 있는 현실을 보라. 저자에 의하면 사람들이 음식의 늪이라 불리는 정크 푸드 세상에 지쳐 변화를 갈망하고 있다. 현재의 식량 시스템은 토양 악화, 수질 오염, 산업 파괴의 주인(主因)으로 화석 연료 산업 다음으로 기후 위기의 책임이 있다. 영국의 경우 대중교통으로 15분 이내 거리에 신선한 식재료를 파는 가게가 없는 지역에 330만명이 산다고 한다.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4년 넘게 환경식품농촌부 비상임 이사직을 수행했고 건강하고 지구환경에도 이로운 음식을 제공하고자 하는 레스토랑 체인인 레온(Leon)의 창시자인 저자는 우리의 농업 시스템의 악순환을 언급한다. 토양의 질이 저하되자 비료와 살충제를 더 많이 써서 그 감소분을 만회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물론 비료와 살충제는 화석 연료로 생산된 것이다. 이 결과 이산화탄소가 많이 배출될뿐 아니라 토양의 질은 더욱 악화된다. 저자는 인류가 맞이하고 있는 식량 불안정의 책임을 단지 인구과잉으로 돌린다. 주목해야 할 점은 전세계 가난한 나라 인구 7억 5천만명이 굶주리는 반면 부자 나라는 엄청난 음식 쓰레기를 배출하고 있는 현실이다. 


    현재의 식량 생산 방식을 유지하더라도 시스템을 더 공정하고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바꾼다면 전세계 100억 명의 인구를 충분히 먹여 살릴 수 있다는 영국 기계공학회의 보고서를 볼 필요가 있다. 양식 있는 논자들은 인류의 불평등을 덮고 전세계가 책임이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인류세란 말 대신 자본세라는 말을 사용하고 있다. 인류세는 인류가 지구에 영향을 미치는 시대를 의미하는 말이고 자본세는 자본주의가 발달한 나라의 책임을 일깨우는 말이다. 풀이하면 자본세란 자본주의가 발달한 나라들이 지구에 영향을 미치는 시대를 말한다. 


    저자는 가축 사육 방식에 대해서도 논한다. 즉 150년 후에는 사람들이 현재 진행되는 것과 같은 유제품 생산을 비롯한 거의 모든 형태의 육류 생산 방식을 혐오스럽게 여길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고 식단을 바꿀 수 있는 대안 가운데 하나가 콩 소비다. 콩은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육류와는 정반대다. 콩은 소고기와 닭고기를 생산하는 데 사용되는 엄청난 양의 물을 소비하는 축산 방식보다 단백질 1g당 물 소비량이 훨씬 적고, 토양의 질을 개선하여 질소를 흡수하고 비료 사용량을 줄여준다. 


    책의 핵심은 기후 변화가 전 세계 식량 시스템에 미치는 파괴적 결과를 논한 대목이다. 기후변화로 인해 가뭄이 들면 전 세계 식량 안보에 가장 큰 위협이 된다. 기온이 상승하면 작물 재배 지역과 재배 가능한 작물의 분포에 큰 변화가 발생한다. 


    기후가 변화하면 생산지에서 시장으로 식량을 운송하는 능력이 떨어져 양질의 다양한 식단을 맞이할 기회가 줄어들게 된다. 영양가가 풍부한 식품에 대한 접근성이 줄어들면 저소득층 지역사회에 파괴적 결과가 빚어질 것이다. 영양 상태 악화, 회복력 저하 등이 그것이다.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어떻게 패스트 푸드에 길들어 헤어나오지 못하는 악순환을 끊고 기후위기로 인해 가속되는 일신의 위기, 식량 위기의 늪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현명한 소비, 정부의 적극 개입 등 획기적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는 어떻게 지구를 먹어치우는가’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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