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학자 쯔데 히로시(つで ひろし: 1942 - )는 ‘왕릉의 고고학’에서 기념물적 성격이 강한 거대 왕릉은 국가 형성기 초기에 왕의 신격화가 필요한 시점에 축조되며 고대국가의 기틀이 완성되고 관료제가 확립되면 거대 왕묘(王墓)의 중요성은 상실된다는 말을 했다.

우리나라의 능에 대해서도 언급한 것도 흥미롭고 피라미드에 대해 이야기해 관심을 끈다.

이집트의 경우 대 피라미드 시대에 들어서며 비로소 문법을 갖춘 문장이 쓰이기 시작했다.

이 사실을 언급하며 저자는 대 피라미드를 축조한 시기가 이집트 문화가 고도의 성숙기에 접어든 시기였다고 보는 편이 맞다고 덧붙인다.(양정무 지음 ‘난생 처음 한번 공부하는 미술 이야기 1’ 249 페이지)

나로서는 ‘고대 국가의 기틀이 완성되고 관료제가 확립되면 거대 왕묘의 중요성은 상실되었다‘는 말이 ‘이집트의 경우 대 피라미드 시대에 들어서며 비로소 문법을 갖춘 문장이 쓰이기 시작했다(이집트 문화가 고도의 성숙기에 접어들었다)‘는 말의 반증 사례가 아닌지 궁금하다.

아울러 우리 나라가 이집트나 다른 왕조처럼 거대 능을 조성했다면 천능(遷陵)은 어려웠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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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 문학의 이해와 감상 47
김혜순 / 건국대학교출판부 / 1995년 10월
평점 :
품절


김수영론을 많이 읽지는 못했지만 김혜순 시인의 김수영론은 다른 김수영론들과는 차별적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김혜순 시인의 '김수영 - 세계의 개진과 자유의 여행'(건국대학교 출판부)은 단호한 문체가 눈에 띈다.

 

'윤동주 - 신념의 길과 수난의 인간상'을 읽으며 느낀 바이지만 건국대학교 출판부의 문학의 이해와 감상 시리즈는 꽤 알차다. 우리 나라 문인들과 외국 문인들이, 시인과 소설가가 함께 포함된 것이 이 시리즈의 특징이다.

 

도스토예프스키로부터 괴테에 이르기까지 100 권 이상으로 이루어져 있다. 110 페이지 내외의 분량으로 이루어진 이 시리즈물들은 얇은 지면에 많은 내용을 담은 까닭에 글자 크기가 작다.

 

하지만 다르게 생각할 수도 있다. 즉 출간 당시인 1990년대의 시대적 조류를 그대로 따른 것이라고. 글자 크기를 작게 한 것이 당시의 대세였다. '윤동주 - 신념의 길과 수난의 인간상'도 그렇지만 생애와 작품, 문학세계, 작품 해설, 문학적 평가, 참고문헌, 작가 및 작품 연보 등의 구성이 기본 틀인 듯 하다.

 

저자인 김혜순 시인은 김수영에 관한 논문을 많이 썼다. 박사 논문에서는 김수영의 시들이 어떻게 서로 기대고 교통하고 있는지에 대해, 그리고 텍스트는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에 대해 썼다.

 

저자는 김수영의 시를 읽을 때마다 그의 새로운 사상을 발견하는 기쁨을 느낀다는 말을, 김수영 만큼 자신의 시업에 영향을 끼친 시인은 없었다는 말을 한다.

 

생애와 작품편에서 흥미로운 부분은 김수영이 신문사를 그만 두고 택한 양계가 출판사나 신문사, 통역 등의 일보다 "아주 크나큰 일이었는지" 그 시기에 '', '폭포', '', '봄밤', '초봄의 뜰 안에', '', '사치(奢侈)', '', '동맥(冬麥)' 등의 많은 시를 발표했고 시인협회가 주는 제1회 시협상을 받았다는 사실이다.

 

"아주 크나큰 일이었는지"란 표현이 흥미로운 것이다. 김혜순 시인의 김수영론 특히 생애와 작품론의 특징은 상당히 구체적이고 체계적이다. 눈여겨볼 사항은 김수영이 48세의 나이로 교통사고사를 당한 안타까움에 '북간도'의 안수길(1911 - 1977) 작가가 애도사를 썼다는 점이다. 우연의 일치이겠지만 안수길 작가에게 '동맥(冬麥)'이라는 미완성 소설이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애도사 가운데서는 "수영은 아직 더 살았어야 할 시인이다. 그것은 수영의 일은 이제부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쓴다고 해서 그의 지금까지의 업적을 과소평가하는 뜻이 결코 아니다. 그것은 그것대로 높이 평가될 것임에 틀림이 없다. 그러기를 바란다."는 글과 "이제 울적하면 전화라도 걸어 보고 싶은 친구 하나가 없어진 것이 나로선 더욱 슬프다."는 글이 생각거리를 제공한다.

 

무엇보다 '그것은 그것대로'란 표현이 인상적이다. 그리고 그것은 그것대로에 이어 그러기를(높이 평가되기를) 바란다는 말이 생각을 유도한다. 바람이 실현되지 못하는 불투명하고 불확실한 세상에 대처하는, 그런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눈에 선하다.

 

이를 두고 김혜순은 안수길이 김수영의 삶 속에서 귀족적인 풍모와 시 속에서의 전위적 자세에 대해 애도했다고 말한다. 이와 관련지어 말할 부분이 김수영의 주위에 있었던 두 명의 박씨에 대한 이야기이다.

 

김수영은 화가 박일영을 존경한 반면 시인 박인환을 가장 경멸했다. 김수영은 '박인환'이란 글에서 그처럼 재주가 없고 그처럼 시인으로서의 소양이 없고 그처럼 경박하고 그처럼 값싼 유행의 숭배자가 없다는 말을 했다. 그 때문에 김수영은 박인환을 가장 경멸했다.

 

김현경 여사도 박인환을 철저하게 무시했다는 말을 했다. 일본 시인 무라노 시로의 시를 박인환이 일본어로 낭송한 적이 있었는데 그 음독이 너무 많이 틀려서였다고 한다.('김수영의 연인' 158 페이지.)

 

지난 2005년 계간 '시인세계'에서 조사된 바 김수영 시인은 과대평가된 시인 가운데 한 명으로, 박인환은 과소평가된 시인 가운데 한 명으로 선정되었다는 사실이 떠오른다.

 

이 밖에 과대평가된 시인은 기형도, 서정주, 윤동주 등이고 과소평가된 시인은 박목월, 김종삼, 전봉건 등이다. 김수영이 박인환을 경멸한 것은 시샘의 왜곡된 표현이다. 그런 한편 김수영은 '마리서사(茉莉書舍)'란 글에서 박인환이 자신이 가장 좋아한 박일영에게서 시를 얻지 못하고 코스츔만 얻었다고 말했다.(말리茉莉는 목서과의 늘푸른 떨기나무이다.)

 

그런데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김수영은 자신이 박인환처럼 철저한 은자(隱者)가 되지 못한 점에서는 인환과 마찬가지로 박일영의 부실한 제자에 불과하다고 말한 부분이다.

 

김수영의 시는 세 시기로 나뉜다. 모더니즘적 세계관으로 출발하여 6.25를 거치며 인간의 삶의 문제와 그에 대응하는 개인적 정서에 초점을 맞춘 시기, 4.19 기간의 감격과 좌절을 표현한 시기, 소시민적 삶의 비애와 존재의 문제를 탐구하면서 사회적 삶의 조건을 내면화한 시기..(31 페이지)

 

김수영 뿐 아니겠지만 관념적, 추상적 세계 인식이 물질적, 구체적 인식으로 전이할 때 난해함 또는 생경함의 시어들이 많이 완화된다는 점이 지적되어야 하겠다. 김수영은 모더니즘의 시세계를 보였는데 모더니즘의 시세계에 대해서 우리는 도시인, 소시민 등의 삶의 자리를 지키는 태도라 말할 수 있다. 김수영의 설움은 귀족적, 우월적 태도의 산물이다.(38 페이지)

 

김수영이 일상어와 비속어 등으로 시를 쓴 것은 혁명적인 일이었다. 김수영의 시에서 말해진 자유는 4.19 직후의 시를 빼면 모두 정신적 지향에 관한 것이다.(50 페이지) 김수영이 생각한 자유는 진보적, 낭만적, 정치적 자유이기보다 실존적 의미의 자유이다.(56 페이지)

김수영에게 자유는 환희어(歡喜語)가 아닌 피가 묻어 있는 공포어(恐怖語)로 체험되는 것이다.

 

김수영 시의 핵심 어휘소는 자유이다.(66 페이지) ''은 여러 논자들에 의해 김수영 문학의 극점으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그런 평가를 내린 이유는 제각각이다.(70 페이지) 사회적으로 버림받은 인간 군상의 생명력, 존재의 자유(김종철), 어둠 속에 자신을 열어 놓고 흔들리고 있는 풀잎의 부드러운 힘, 마음의 기운, 내적 자유에 이른 공간(정현종), 행복한 시간의 우연(유종호), 시인 자신을 표현한 것(김주연), 정신 편력의 한 극점(김현), 민중을 감춘 실존적 성장의 의미(김준오), 김수영 생애의 한 귀결이었으며 새로운 삶을 위한 절대적 긴장(정과리)...

 

김수영은 을 쓰기 전 해동(解凍)’이란 수필을 썼다. 이 수필 안에 이런 구절이 있다. “이 봄의 과제 앞에서 나는 나를 잊어버린다. 제일 먼저 녹는 얼음이고 싶고 제일 마지막까지 남아 있는 철이고 싶다. 제일 먼저 녹는 철이고 싶고 제일 마지막까지 남아 있는 얼음이고 싶다.”(73 페이지)

 

저자는 해동(解凍)’에 의거해 을 시간 변화에 기대지 않는(“바람보다 먼저”, “바람보다 늦게”) 자의적 존재로서의 자신의 모습을 구현한 것이라 풀이한다. 즉 스스로의 변화성(울고, 일어나고, 울고, 웃는)으로 타물(他物: ‘이란 시에서는 바람)에 의존하지 않고 존재성을 발현한 존재자의 모습이라는 것이다.(‘바람보다 먼저‘, ‘바람보다 늦게는 시적 언어이고 바람과 상관 없이는 일상어이다.)

 

저자는 을 장자(莊子)에 기대어 자화(自化)하는 존재, 독화(獨化)하는 존재로 풀이한다. 설득력 높은 해석이다. 선입관을 배제한 채 이뤄낸 성과라 할 수 있다. 저자는 폭포(瀑布)’는 다른 시를 통해 해석하는데 이를 보면 여러 시를 충분히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다만 해동(解凍)’이란 산문을 통해 이란 시를 풀이한 것을 통해 알 수 있듯 시인의 다른 장르의 글들을 다양하게 읽을 필요가 있다.

 

저자는 김수영 시가 사후 몇 십년간 독자를 잃지 않는 것을, 그의 시적 담론 구조가 남달리 열린 구조를 가지고 독자와의 대화를 가능하게 하기 때문으로 풀이한다.(106 페이지) 저자는 많은 평자들이 김수영 시 세계의 핵심적 주제를 자유로 파악하고 있는 것은 맞지만 그것은 김수영 시의 텍스트 연구 안에서 이끌어낸 결론이기보다 자유의 이행(현실 참여) 문제에 초점이 맞추어진 결과라고 지적한다.(107 페이지)

 

김수영 연구에서 눈에 띄는 글은 서우석 교수가 시와 리듬에서 개진한 김수영 시의 규칙적 운율 구조 분석이다. 이 책에서 서우석 교수는 김수영 뿐 아니라 김소월, 김영랑, 윤동주, 한용운, 이상, 유치환, 서정주, 김춘수, 박재삼, 김종삼, 황동규, 정현종 등의 시를 리듬에 초점을 두고 분석했다.

 

저자는 김수영 시인을 시어의 혁명성을 이룬 시인으로 파악한다. 이는 김수영 시인이 일상어투와 비속어를 시에 포함시킨 것을 두고 이르는 말이다. 한편 저자는 김수영 시인을 산문을 통하여 시의 이론과 시의 실천이 하나임을 개진한 시인으로 파악한다. 김수영은 시의 사상성과 예술성을 하나로 결합한 시인이기도 하다. 얇지만 포스가 강한 책, ‘김수영 세계의 개진과 자유의 이행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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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은 계절이라는 시간을 마음대로 불러온다. 그러나 화가는 화폭에 그렇게 그릴 수 없다.

화가는 대신 공간을 뛰어넘을 수 있다. 구만리 머나먼 하늘을 날아 장강가에 꿈속에서나 볼 수 있는 복숭아 언덕 초가를 마음대로 그릴 수 있다.

시인은 계절을 수시로 넘나들 수 있고, 화가는 장소를 자유롭게 드나든다.˝ 박은영 교수가 지은 ‘풍경으로 본 동아시아 정원의 미‘의 한 구절이다.

나는 이 글이 얼핏 직관에 어긋난다고 생각하지만 정확히 시시비비를 가리지 못하겠다.

이 책은 흥미로운 글들을 꽤 담고 있다. ˝연못에 비치는 그림자는 마치 산수화를 땅에 눕힌 것과 같다˝(107 페이지)는 구절,

˝선비가 관직에서 물러나 칩거하면 은둔(隱遁)이고, 세속을 멀리해 별서(別墅)를 짓고 살면 복거(卜居)라고 한다.

사대부가 벼슬을 할 때는 서울에 머물고 퇴관 시에는 별서로 돌아가는 것이 당시 상례였다.˝(203 페이지)는 구절 등이 그렇다.

그러면 출처(出處)는 어떤가? 최승호 교수는 유가(儒家)들의 자연 서정시를 설명하며 ˝꽃이 지기로서니/ 바람을 탓하랴˝란 구절로 시작하는 조지훈 시인의 ‘낙화(落花)‘를 인용한다.

설명에 의하면 출은 상황이 좋아 공적 활동을 하는 것이고 처는 상황이 나빠 자연으로 돌아와 은둔생활을 하는 것이다.

출은 함께 즐기는 동락(同樂)과 자신 뿐 아니라 다른 사람도 감화시켜 착하게 하는 겸선(兼善)을 지향하고 처는 혼자 즐기는 독락(獨樂)과 남을 돌보지 않고 자신만의 처신을 바르게 하는 독선(獨善)을 지향한다.

조지훈 시인의 ‘낙화‘는 ˝묻혀서 사는 이의/ 고운 마음을˝이란 구절이 말해주듯 처(處)의 시이다. 그런데 앞 부분과 뒷 부분이 대조적인 것이 눈에 띈다.

˝꽃이 지기로서니/ 바람을 탓하랴˝라는 첫 연과 ˝묻혀서 사는 이의/ 고운 마음을// 아는 이 있을까/ 저허하노니// 꽃이 지는 아침은/ 울고 싶어라˝라는 마지막 몇 연이 대조적임을 알 수 있다.

하기야 ˝꽃이 지기로서니/ 바람을 탓하랴˝란 말은 바람을 탓하고 싶은 마음을 달래는 심사가 반영된 것이 아닐지?

간접의 카타르시스를 경험하게 하는 시가 ‘낙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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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석 시인의 자료를 찾다가 백석의 연인이었던 김영한 여사(1916 – 1999)가 법정 스님에게 시주한 길상사(吉祥寺)가 백석 시인이 유학한 동경의 한 사찰 이름에서 유래한 이름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나는 길상초(吉祥草)에서 유래한 이름으로 알았었다. 부처께서 보리수 아래에서 지나가는 농부에게 풀을 얻어 깔고 앉았는데 그 풀의 끝이 卍자 모양의 길상초(吉祥草)였다고 한다.

물론 일본의 그 사찰 이름이 이 일화로부터 유래한 것이라면 성북동의 길상사가 부처의 길상초와 관계가 없다고 할 수 없겠다.

중요한 것은 김영한 여사가 법정 스님에게 길상사를 시주한 이유이다.(정확하게 말하면 고급 술집이었던 대원각 건물과 터를 법정 스님에게 시주했고 그것이 후에 길상사가 된 것이다.)

한 논자(화가)는 백석의 필명 가운데 하나인 백정(白汀)과 법정이 모두 ㅂ과 ㅈ음을 가지고 있기에 김영한 여사가 법정 스님께 시주했다는 말을 했다.

이 논자는 법정(法頂)의 정(頂)과 백정(白汀)의 정(汀)에 모두 정(丁)이라는 글자가 들어 있다는 말을 더하며 김영한 여사가 발음오행(發音五行)과 수리오행(數理五行), 운명학(運命學)과 한학(漢學) 등에 능통했다는 말을 했다.

만일 ㅂ과 ㅈ음의 일치만을 이야기했다면 설득력 없는 말로 치부되었을지도 모른다.(그래도 크로스체크를 해야 하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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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5대 임금인 문종(文宗)의 현릉(顯陵)을 보좌하는 문석인(文石人)과 무석인(武石人)은 모두 미소를 띄고 있다.

아랫 사람들에게 온화했던 문종의 인품을 반영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를 보며 사자(死者)의 위계질서인 오른쪽을 높은 쪽으로 간주하는 원칙을 유일하게 어기고 소혜왕후 한씨가 오른쪽(보는 우리 기준으로는 왼쪽)에, 남편인 의경세자가 왼쪽(보는 우리 기준으로는 오른쪽)에 위치한 경릉(敬陵)을 생각하게 된다.

의경세자와 소혜왕후의 아들이 성종이다.

이런 파격은 소혜왕후의 정치적 비중을 반영한다. 물론 세조의 큰 아들인 의경세자는 스무 살에 서거(逝去)했기에 영향력을 발휘할 겨를이 없었다.

현릉과 경릉이 생전의 실상을 반영한 것과 달리 단종의 장릉(莊陵)은 그렇지 못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장(莊)이란 글자는 ‘씩씩할 장‘자이다. 단종은 불행과 비운의 임금이었다. 씩씩한 임금이 될 수 없었다.

˝살아서 무더웠던 사람/ 죽어서 시원하라고/ 산 꼭대기에 묻었다..˝는 이생진 시인의 ‘섬 묘지‘처럼 살아서 슬프고 애통했던 단종의 원한을 달래려고 씩씩할 장자를 써서 능호를 정한 것인가?

물론 이런 비현실은 단종 능에만 해당하지 않는다. 대표적인 경우가 중종의 정릉(靖陵)이다.

정(靖)은 ‘편안할 정‘자인데 이름과 달리 정릉은 침수 피해는 물론 왜적에 의해 도굴당하는 겹수난의 능이 되었다.

물론 희망은 어긋날 수도 있다. 아니 어긋나기 마련이다. 그러니 정릉이 편안한 능이 되지 못한 것을 문제삼을 수는 없다. 조선은 정치적 실리를, 풍수지리를 내세워 실현시킨 경우가 많았다.

어긋남은 불가피했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아닌 풍수적 입장만을 고려해 설정한 능도 불운과 횡액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풍수는 당시의 믿음을 반영할 뿐이다.

조선은 전 시기에 걸쳐 천릉(遷陵)이 행해졌다. 이는 조선 이전에는 없었고 중국에서도 거의 없었던 조선만의 현상이다. 조선 이전에는 천릉이란 용어 자체가 없었다.(신병주 지음 ‘조선왕실의 왕릉조성‘ 참고)

조선은 그만큼 정치적 이해관계가 첨예했다고 볼 수 있고 묘자리를 후세의 안녕 및 복과 직결시켰다고도 볼 수 있다.

여담이지만 자식 교육을 위해 위장전입까지 해가며 학교를 옮기는 것은 조선의 천능과 맥이 닿는 것이 아닐까 싶다.

어떻든 단종의 장릉은 단종의 생전의 정보를 반영하는 이름으로 설정한 것인데 삶과 맞지 않는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치자는 것이 아니라 그렇다는 말을 하고 싶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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