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몇 분들이 내가 무슨 일을 한 사람이었는지 궁금해 한다는 말을 들었다.

내 정체성을 묻는 것이 아닌데 나는 ˝나는 누구일까?˝란 생각을 한다.

나는 요즘 머릿 속이 뒤죽박죽인 채 돌아다니고 무딘 칼로 무언가를 베려 허공을 가르느라 헛 힘을 쓰고 있다.

나는 무심한 편인 사람에게서 안도감을 느끼고 허무함 때문에 꽃 시를 자주 읊고 있다.

나는 오늘 내가 글을 쉽게 쓰지 못하는 것은 능력 부족 때문이기도 하지만 겉멋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기도 하다는 말을 하지 못했다.

아쉽지는 않다. 글이 많이 유연하고 편안해졌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은 아니다.

헛헛한 느낌이 든다. 말도 많이 했고 책도 읽지 못했고 지쳤기 때문이다. 추위에 시달리고 아프면서도 씩씩했던 지난 겨울이 먼 과거 같다.

오늘 하루를 아프게 반성한다. 내일은 다를 것이다.(성북구청에서 진행되는 한옥아카데미 강의를 들으러 와 시작 전 잠시 글을 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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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가을(9, 10) 해설 때문에 바쁘고 행복했다. 당시 세 차례에 걸쳐 정동(貞洞)을 소재로 삼아 해설했고 올 1월에서 4월 초 사이에 경복궁 서쪽 마을, 도봉, 혜화, 성북동 등을 돌며 새롭게 배우고 느끼는 시간을 보냈다.

 

해설 때마다 시를 외웠는데 특별히 나무가 나오는 시를 의식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나무보다 꽃을 의식한 시를 외웠다고 해야 옳다. 해설에 적극 반영하지는 않았지만 경복궁 서쪽 마을도 나무를 주제로 해설하기에 좋은 곳이다. 특히 소나무가 intensive하게 나와 기이한 느낌마저 든다.

 

청송당(聽松堂)과 간송(澗松), 송강(宋江), 송석원(松石園), 세한도(歲寒圖)의 화가인 '추사'의 집이었던 창의궁(彰義宮)터와 통의동 백송(白松) 등에서 공통으로 관계된 나무가 소나무이다.

 

세한도는 날이 추워진 후에야 소나무와 잣나무가 늦게 시든다는 것을 안다는 세한연후지송백지후조야(歲寒然後知松栢之後彫也)라는 논어의 구절을 통해 잣나무와 소나무를 만날 수 있는 그림이다.

 

덧붙여 청운초등학교 앞의 송강 정철의 시비(詩碑) 중 하나인 산사야음(山寺夜吟)에 대해 이야기하는 자리에서는 낙엽 지는 소리를 비 내리는 소리로 오인했다는 부분에서 송풍회우(松風檜雨)를 이야기할 수 있다.

 

찻물 끓이는 소리가 소나무에 바람이 스치고 전나무에 비가 내리는 소리 같다는 의미이다. 그리고 천자(天子)의 소나무, 제후(諸侯)의 측백(側柏), 선비의 회화나무를 이야기하며 그렇게 정치(권력)적 의미를 갖는 나무와, 딸이 태어나면 가구를 짜주기 위해 심었다는 오동나무는 다른가 물을 수 있다.

 

오동(梧桐)은 봉황이 깃든다고 알려진 나무이다. 그러니 최고 권력을 염원하며 심은 것이라는 점에서 역시 권력과 깊은 연관이 있다. 지난 해에는 나무가 나오는 시들을 정리해 보내달라는 부탁을 받았으나 게을러 하지 않았다. 나는 사실 나무를 잘 모른다.

 

페터 볼레벤의 나무 수업이란 책이 화제이다. 나무에 대한 미시(微示)적 앎과 거시(巨視)적 앎이 잘 조화를 이루는 책이라 생각된다.(최근 주위에서 들을 수 있는 숲 해설은 너무 미시적인 내용들이 주종을 이루는 것 같다.)

 

박연준 시인의 증발 후에 남은 것이란 시를 읽는다. “봄의 식물들은 기다리는 게 일이다/ 자기 순서를// 날아가는 새의 힘 뺀 발들/ 그 작게 뻗은 만세,/ 아래로/날들이 미끄러진다// 소복이 쌓이는 새봄”.. 이 시를 통해 기다릴 줄 아는 여유를 배운다. 나무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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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신 장군은 충분히 미륜(彌綸)의 역할을 한 존재였을까?(미륜이란 두루 잇고 꿴다는 의미이다.)

이런 말을 하는 것은 그의 순(舜)이란 이름이 선양(禪讓)의 대상이기도 했고 주체이기도 했던 순(舜) 임금으로부터 비롯된 이름이기 때문이다.

잘 알듯 중국 역사에서 몇 차례 선양(禪讓: 왕의 자리를 평화적으로 물려줌)의 기록이 있다.(신화인지 아닌지 모르지만.. 신화라 해도 그런 인식을 중국 사람들이 공유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요(堯)는 순(舜)에게, 순(舜)은 우(禹)에게 선양(禪讓)했다.

이를 순(舜)을 기준으로 말하면 ‘순(舜)은 요(堯)임금으로부터 왕위를 물려받았고 우(禹)에게 왕위를 물려주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순이 요로부터 받은 왕위를 우에게 물려주었다고도 할 수 있지만 이 경우 순은 단지 전달자 역할을 한 것으로 느껴진다.

어떻든 순(舜) 임금은 여러 신하 가운데 우(禹)를 지적하며 오직 너라야 세상을 화평케 할 수 있다고 말하며 왕위를 물려주었다.

이 사실로부터 너로 인해서라야 세상이 화평케 된다는 의미의 여해(汝諧)란 말이 생겼다.

이순신은 순(舜)과 우(禹)의 사례에 맞게 자(字)를 여해로 지었다. 문득 삶과 이름의 관계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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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스터[633]번째 책이야기

감성 수묵 일러스트 수업 / 김희영

내가 몰랐던 책 책이야기 텍스터(www.texter.co.kr)
감성 수묵 일러스트 수업 / 김희영
먹과 붓으로 쓴 캘리그래피가 ‘감성 글씨’라면 수묵 일러스트는 ‘감성 그림’이다. 먹물 하나로 진하게 또는 여리게 농도를 조절하며 먹과 물감이 화선지에 번져가는 수묵 일러스트가 주는 따스한 감성과 특별한 노하우를 담았다. 여러 번 덧칠하기보다 한 번의 우연함으로 깊이를 더하는 수묵 일러스트만의 그윽하고 활달한 필선과 색채로 내 안의 감성을 깨워준다.

처음 수묵을 접하는 분들과 그림을 처음 그리는 분들, 또 캘리그래피만 쓰셨던 분들 모두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선 긋기에서부터 붓을 다루는 방법, 먹과 물감을 어떻게 담아서 그리는지 등을 세세하고 친절하게 담았다. 기본기를 익힌 후 상큼한 과일, 아름다운 꽃과 우직한 나무, 일상의 작은 소품, 귀엽고 사랑스러운 동물, 사계절의 풍경 등 아름다운 수묵 일러스트를 하나하나 따라 하다 보면 어느새 먹과 붓 그리고 내가 서로 교감하여 몰입한 순간의 행복을 맛볼 수 있다.
◆ 참가방법
  1. 텍스터홈페이지에 회원가입을 먼저 해주세요.
  2. 서평단 가입 게시판에 " 감성 수묵 일러스트 수업 서평단 신청합니다"라고 써주시고 간단한 서평단 가입의도를 적어주시면 됩니다.
  3. 자신의 블로그에 서평단 모집 이벤트(복사, 붙여넣기)로 본 모집글을 올려주세요.
  4. 자세한 사항은 텍스터 서평단 선정 가이드를 참고하십시오.
※ 문의 : 궁금하신 점은 lovebook@texter.co.kr 메일로 주시거나 텍스터에 북스토리와 대화하기에 문의사항을 적어주시면 빠르게 답변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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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 듣기 위해 탄 만원 전철. 나는 1호선 최북단 역인 소요산에서 탑승하기에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늘 앉아 간다.

한 역 지나 한 여성 분이 내 옆에 앉았다. 샴푸 향인지 향수 향인지를 나누어 주며 그녀는 화장을 하기 시작했다. 이십분 넘게 그리고 바르고 두드리는 정성스러움이 묻어나는 전철을 그녀는 만들고 있다.

옆에서 밑줄을 치며 책을 읽는 나는 순간 나도 화장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붉은 색, 검정 색, 파랑 색 등의 펜으로. 때로 메모도 하는 내 읽기는 아니 밑줄 치기는 책을 다시 볼 때 긴밀한 힘을 발휘한다.

중요한 부분만 다시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나는 너무 많은 곳에 밑줄을 치기 시작했다.

중요한 곳이 그 만큼 많아서이기도 하지만 습관적으로 치는 것이 아닌가도 싶다.

모르는 부분에는 다시 읽기 위해 붉은 색 줄을 치고 알고 있는 부분은 반가워 검정색 줄을 치고 감동한 부분에는 파랑 색 줄을 친다.

잘못된 주장이다 싶은 곳에는 체크를 하고 글쓰기에 활용할 부분에는 동그라미를 친다.

그러니 내 책은 낙서장 같다. 화장에서 눈, 볼, 입술, 이마, 턱 등 어디 하나 중요하지 않은 곳이 없듯 밑줄치기인 내 독서에서 중요하지 않은 곳은 없다.

내가 펜을 바꿔가며 책을 읽듯 옆의 그녀는 거울, 펜슬, 립스틱, 화운데이션 등을 바꿔가며 화장을 한다.

우리(!)는 랩탑 컴퓨터처럼 백팩을 활용하는 것도 닮았다. 내 백팩 위에는 책, 펜, 폰 등이 놓여 있고 그녀의 백팩에는 화장품과 도구들이 놓여 있다.

그러나 우리 사이에는 차이가 있다. 나는 그녀의 몰입을 따라가지 못할 것 같다. 드디어 화장을 마친 그녀가 스마트폰을 들었다.

나와의 차이는 여기서도 드러난다. 나는 메모를 하기 위해 스마트폰을 쥐었다 놓았다 하며 책을 읽지만 그녀는 화장 후 스마트폰을 찾는 것이다.

그녀는 화장을 마친 뒤 곧바로 전철에서 내렸다. 화장하기 위해 전철을 탄 것이 아닐까?

책이 손에 잡히지 않아 순전히 전철을 탔던 내 과거가 생각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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