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왕의 책
윤희진 지음 / 황소자리 / 2007년 11월
평점 :
절판


세자가 공부하는 교재는 소학, 효경, 논어, 맹자, 중용, 대학, 대학연의, 상서(尙書), 주역, 예기, 춘추좌전, 통감강목 등이었다.(신명호 지음 조선의 왕’ 37 페이지) 국왕이 공부한 교재들은 어떤 것들이었을까? 세종대에 사서, 삼경, 춘추, 통감강목, 대학연의, 송감(宋鑑), 사기, 통감속편, 성리대전 등이었다. 성종은 예기, 근사록, 정관정요, 한서, 고려사, 국조보감 등을 추가했다.

 

그 후 교재는 국왕의 취향에 따라 더 추가하기도 하고 빼기도 했다. 영조 대에는 소학, 심경, 대학연의보, 동국통감, 성학집요, 절작통편 등이 중시되었다.(심재우, 한형주, 임민혁, 신명호, 박용만, 이순구 등 지음 조선의 왕으로 살아가기’ 131 페이지)

 

윤희진의 제왕의 책에서 구체적 내용을 살펴보자. 이 책에는 10 명의 군주가 즐겨 읽은 책이 나온다. 한 사람의 고려 왕과 아홉 사람의 조선 왕이 즐겨 읽은 책이다. 고려 왕 광종의 정관정요, 조선 왕 태종의 대학연의, 세종의 자치통감, 성종의 소학, 연산군의 춘추, 선조의 주역, 효종의 심경, 영조의 예기, 정조의 서경, 고종의 효경, 조선책략 등이다.

 

광종은 정관정요를 읽은 뒤 연호를 선포하고 스스로 황제를 칭해 강력한 군주가 되겠다는 뜻을 간접적으로 드러냈다. 당나라의 역사가 오긍이 지은 정관정요에는 당 태종이 신하들의 간언을 잘 받아들이는 명군으로 그려져 있다.(‘정관: 貞觀은 당 태종 이세민의 연호다.) 그런 까닭에 고려의 신하들은 광종이 이 책을 애독하며 집권 초기 신중한 모습을 보이는 것을 보며 광종이 자신들의 말을 잘 듣는 현명한 군주가 되리라 생각했을 것이다.(27 페이지)

 

광종은 후주 태조의 왕권강화 작업에 깊숙이 관여했던 쌍기를 데려와 과거제를 도입, 집권 세력의 물갈이를 시도했다. 이는 무인 출신 호족들과 그 자제들의 정계 진출을 제도적으로 막는 장치였다.(28 페이지)

 

대학의 의미를 풀어쓴 대학연의는 독서를 즐기지 않았던 무장 태조가 밤중에 이르도록 자지 않고 읽은 책이자 조준이 이복동생 방석에게 세자 자리를 빼앗기고 울분을 참지 못하던 이방원에게 권하며 이것을 읽으면 나라를 다스릴 수 있습니다.”라고 말한 책이고 세종이 100번도 더 읽었다는 책이다.

 

대학은 정호, 정이 형제가 예기에서 중요 구절을 발췌해 편찬한 책이다. 대학연의는 진덕수가 대학과 자치통감강목을 종합해 지은 책이다. 경제통 조준은 정조전과 함께 조선 개국공신의 하나였으나 정도전과 다른 길을 걸었다. 정도전이 방석을 지지한 것과 달리 이방원을 지지한 것이다.

 

태조는 세자로 방번을 주장했고, 신하들은 방번은 절대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방석이 타협안으로 선택되었다. 저자는 대학연의를 임금이 되는 과정에서 많은 무리수를 두어 아버지를 비롯 여러 신하들의 외면을 받은 태종이 성리학으로 무장한 신하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열심히 읽은 책으로 풀이한다.(55 페이지)

 

세종이 즐겨 읽은 책은 자치통감이다. 세종은 제왕이 뒤기 위한 체계적인 교육을 받지 못한 채 왕이 되었다. 즉위 두 달이 채 안 된 시절에 경연을 연 세종은 첫 책으로 선택한 대학연의 공부를 4개월만에 마쳤다. 양녕대군이 6년이 걸렸으니 4개월은 그 1/18의 시간에 불과한 짧은 시간이다. 대학연의 이후 세종이 선택한 책은 북송의 사마광이 19년에 걸쳐 완성한 총 291권의 역사서인 자치통감이다. 당시 조정 신하들은 대학, 중용 등 경서를 금과옥조로 삼고 연구할 뿐 역사서는 소홀히 다루었다. 세종은 누구보다 자치통감의 역사적 가치와 정치교재로서의 가치를 높이 평가했다.

 

성종은 소학을 즐겨 읽었다. 훈구세력들을 압박했으나 이른 죽음을 당한 예종의 뒤를 이어 열세 살의 잘산군이 왕이 된 것은 훈구세력들 입장에서 이미 성장한 월산대군보다 어린 잘산군이 수월해 보였기 때문일 것이다.(선왕 예종의 아들 제안대군은 네 살의 어린 나이였다.) 성종은 경연에서 소학을 공부하겠다고 한 첫 임금이었다. 성종이 소학을 읽겠다고 한 지 20여일만에 폐비 사건이 일어났다.

 

폐비 논의가 시작되던 무렵 승정원에서 다음 경연에 읽을 책으로 사서와 대학연의를 추천했다. 성종은 소학을 주장했다. 대학연의에 따르면 부부 불화의 일차 책임은 성종에게 있다. 수신이 이루어지지 않아 제가에 실패한 것이기 때문이다. 소학에 따르면 문제의 원인은 교화가 이루어지지 않은 중궁 탓이다. 성종이 소학을 강조한 해가 재위 7, 8년 무렵인 것도 흥미롭다.

 

김종직으로 대표되는 사림파를 본격적으로 받아들이겠다는 신호탄으로 해석할 수 있다. 김종직의 제자인 김굉필이 심히 아낀 조광조에 이르러 소학은 개인의 실천을 위한 책에서 사회적 실천을 위한 책으로 의미가 확대되었다. 연산군은 춘추를 즐겨 읽었다. 건국 이래 궁궐에서 원자의 자격으로 태어난 왕은 단종 이후 연산군이 처음이다.

 

세종까지는 조선 건국 이전에 태어난 왕들이었고 문종은 아버지가 충녕대군이던 때에 태어났으니 궁 밖에서 태어났고, 예종은 아버지가 수양대군이던 시절 태어났으니 역시 궁 밖에서 태어났다.(109 페이지) 연산군이 태어난 것은 생모 윤씨가 후궁에서 왕비로 발탁된 지 3개월 후다. 춘추는 노나라의 역사서다.

 

선조가 즐겨 읽은 책은 주역(周易)이다. 선조는 이황, 기대승, 이이 등 최고의 성리학자들로부터 대학, 소학, 논어, 맹자, 시경, 서경 등 유학의 기본서들을 착실하게 배워나갔다. 난세 때문이었는지 선조는 임진왜란 이후 주역에 몰두했다. 다른 책은 거의 읽지 않고 오직 주역만 읽은 것이다. 선조가 주역만 읽자 이를 비난하며 다른 책을 권하는 신하들도 있었다. 선조는 주역을 마음 다스리는 용도로보다 사물에 접응(接應)하는 역학용으로 보았다.

 

효종은 심경을 주목했다. 남송시대의 진덕수가 마음 수양을 목적으로 쓴 심경의 핵심 내용은 경()이다. 효종이 심경을 선택한 것은 산림(山林)에게 손을 내미는 정치적 제스처였다. 효종은 10만의 정예군만 있으면 북벌이 가능하다고 보았다. 그러나 전란으로 황폐해진 조선에서 10만의 군사를 기르는 것은 쉽지 않았다.

 

효종이 북벌에만 올인해 민생을 돌보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김육(金堉)의 제안을 받아들여 충청도와 전라도 지역에 대동법을 실시해 경제를 살리기 위해 애썼다. 효종이 심경을 선택한 것은 북벌을 위해서였다. 물론 효종의 북벌과 송시열의 북벌은 달랐다. 효종의 북벌은 군사적인 것이었고 송시열의 북벌은 명나라의 은혜를 잊지 말고 우리의 힘을 길러 국교를 단절하자는 명분론적인 것이었다.

 

기해독대(己亥獨對)1659년 효종이 송시열과 단 둘이 마주앉아 북벌에 대해 논한 일을 말한다. 이 독대 이후 두 달만에 효종은 급서(急逝)했다. 효종은 심경을 마음을 다스리는 책이 아닌 정치적 목적으로 대했다.

 

영조는 예기를 즐겨 읽었다. 영조는 임인옥사(壬寅獄事)와 깊이 관련된 인물이다. 임인옥사는 1722(경종 2) 노론 측에서 세 가지 방법을 이용해 경종을 시해하려고 했다는 목호룡의 고변을 계기로 일어난 사건을 말한다. 임인옥사는 삼수옥(三手獄)이라고도 한다. 자객을 시켜 살해하는 대급수, 독약으로 죽이려 한 소급수, 숙종의 유언을 빙자해 폐출시키는 평지수를 말한다.

 

숙종의 유언이란 숙종이 노론 대신 이이명과 가진 독대에서 연령군(명빈 박씨 소생으로 숙종의 3)과 연잉군(영조)을 부탁한다는 말이었다. 이 음모에 연잉군이 가담했다. 연잉군은 역적의 수괴였다. 그러나 경종은 그를 죽이지 않았다. 고립된 연잉군을 구한 것은 영의정 조태구를 비롯한 소론 온건파였다.

 

경종 재위시 왕위를 세제(世弟)인 연잉군에게 넘기라는 주장을 한 노론 4대신을 법으로 처단하라고 한 김일경을 연잉군이 왕이 되어 국문할 때 김일경은 스스로를 신()이 아닌 나<:>라 칭해 영조를 국왕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영조가 사도세자에게 애써 대리청정을 시킨 것은 대리청정이 임금이 아플 때 통상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노론이 주청하고 자신이 받아들인 대리청정이 결코 역모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주려 한 것이다.

 

예기는 영조가 읽다가 눈물을 흘린 책이다. 영조가 예기를 논하다가 임금이 죽고 세자가 탄생했다는 대목에 이르러 경종을 생각하며 흘린 눈물은 그리움과 죄책감의 눈물이라기보다 자신을 변호하기 위한 정치적 눈물 즉 악어의 눈물이라 할 수 있다. 자신들의 힘으로 영조를 왕위에 앉혔다고 생각한 노론은 영조를 압박해 소론에게 정치 보복을 가하려고 했다.(소론 강경파는 경종 독살설을 확신하며 영조를 왕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영조에게 소론은 경종 처단 역모 연루로 고립된 자신을 구해준 사람들이었다. 영조는 노론 대신 소론 온건파의 손을 들어준 정미환국을 단행했다.

 

정조는 서경을 즐겨 읽었다. 영조 31년 강경 소론들이 벌인 나주벽서 사건을 계기로 영조는 노론으로 돌아섰다. 노론을 이를 계기로 소론을 역적으로 몰아붙였다. 사도세자는 영조와 노론의 생각이 동의하지 않았다, 피비린내 나는 정치보복을 막으려 한 것이다. 정조는 강력한 국왕 중심의 정치의 실마리를 서경에서 찾았다. 서경은 요, , 탕왕, 문왕, 무왕의 말을 기록한 고전이다.

 

노론은 늘 임금에게 요순시대를 본받으라는 말을 했다. 정치는 신하들에게 맡기고 임금은 유학 공부에 전념하라는 말이다. 정조는 서경을 재해석했다. 정조와 남인은 서경 해석에서 뜻을 같이 했다. 가장 훌륭한 임금으로 평가받는 요순도 흉작에 분발하여 천하 사람을 바쁘고 시끄럽게 노역시켰고 정밀하고 엄혹하여 천하 사람들을 공손하게 움츠리고 떨게 하여 일찍이 털끝만큼도 감히 거짓을 꾸미지 못하게 한 정치가였다는 것이다. 정조는 서경을 근거로 노론과 다르게 요순을 도덕적 모범자로서의 국왕이 아니라 정치의 한복판에서 권력의 중심을 잡았던 적극적인 정치가로 본 것이다.

 

고종은 효경과 조선책략을 즐겨 읽었다. 신정왕후의 뜻을 따라 고종은 효경을 첫 교재로 받아들였다. 신정왕후는 고종의 양모다. 조선책략은 1881년 수신사로 일본에 갔던 김홍집이 귀국할 때 가지고 와 고종에게 직접 바친 책이다. 저자는 황준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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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주의에 관심을 기울이던 오래 전 박옥줄 교수가 번역한 레비스토르스의 슬픈 열대’(삼성출판사)를 읽었다. 지금은 기억하는 것이 거의 없다. 어제 모 방송에서 슬픈 열대에 대한 해설을 접했다. 자신을 공간을 여행하는 고고학자라고 설명한 레비스트로스는 자신의 학문적 출발을 가능하게 한 세 학문으로 지질학, 정신분석학, 마르크스주의를 지목했다.

 

이 학문들은 표층이 아닌 심층을 주목하는 학문이라는 특징을 갖는다. 어제 방송을 보았기 때문인지 아주 오랜만에 꿈을 꾸었다. 어딘지 분주하게 옮겨다니며 무언가를 먹고 마시고 싸움 구경을 하다가 일행 중 한 명에게 날카로운 말을 던진 꿈이었다.

 

꿈 속에서도 무언가를 움켜 쥐고 놓지(지지) 않으려고 애쓰는 내 모습이라니.. 아무튼 정신분석학 이야기를 듣자마자 꿈을 꾸었다는 것이 기이하다. 정신분석학에서 분석 대상으로 삼는 것이 꿈이 아닌가.

 

그런데 정녕 꿈이라 할 것은 우리의 시원(始元) 자체가 아닌지? 35억 년 전 미스테리하게 출현한 최초의 생명체 시아노박테리아가 햇빛, 바다 속 이산화산소, 물 등을 이용해 만든 에너지를 쓰고 난 뒤 생긴 찌꺼기를 배출한 것이 바로 산소(酸素)라는 것이 나는 꿈만 같다.

 

허수경 시인이 “..살아온 길이 일테면 자궁 하나/ 어느 범벅한 무덤 하나 찾는 거라면/ 이게 꿈 아닌가..”란 말을 했으니 그에 비하면 나는 너무 거창한 것인가? 물론 시원은 꿈 같아도 현실은 현실이리라. 내가 딛고 선 터전인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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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에 한()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공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제한된 때로 왜곡된 팩트 사이에서 어떻게 의미를 찾아내는지다. 나는 과연 역사를 냉철히 공부하는 것인지, 하는 반성을 하곤 한다. 냉철하지 못함은 선입관을 가지고 인물이나 사건을 대하기 때문에 빚어지는 일일 것이다.

 

나는 가끔 내가 좋아하는 정조(正租)를 무조건 좋게 바라보고 그에 대한 비판이나 단점 지적은 외면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반성을 할 때가 있다. 마찬가지로 고종은 무조건 무책임한 군주 또는 망국의 책임을 져야 하는 군주로 보는 것은 아닌지, 하는 반성을 한다.

 

지난 해 문소영의 조선의 못난 개항과 이상각의 이경 고종황제를 읽었다. 문소영의 책은 똑똑한 아버지로부터 권력을 회수한 스물한 살의 고종이 과연 국정을 잘 운영했는가? 그렇지 못했다는 증거는 여러 곳에서 드러난다는 말을 한다.

 

책에는 이런 말도 있다. “큰 나라에 기대어 사는 사대주의에 익숙한 고종은 외세에 의존한다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일인지 인식 자체가 떨어졌다.” 반면 이상각의 책에서 고종은 조선의 근대화를 위해 심혈을 기울인 영민한 군왕, 이이제이의 외교 전략으로 열강의 노림수를 피하면서 국체를 보존한 노련한 승부사로 그려졌다.

 

오늘 강효백 님의 페북에서 이런 글을 읽었다. “내가 여력이 있다면 고종황제를 재조명하여 역사적 사면 복권해드리고 싶다. 고종은 세종 못지 않은 성군이었다. 일제와 종일매국 식민사관에 오도 주입된 텍스트를 맹신한 나의 고정관념을 뉘우친다. 처절히.”..

 

그럴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나는 고종에 대한 비판적 관점을 유지할 것이되 그런 가운데서도 다시 보아야 할 부분, 다르게 보아야 할 부분을 적극적으로 찾을 것이다. 자기 생각이 중요하다. 다만 지지하든 비판하든 명확하게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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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일 예정된 경복궁 해설 시간에는 박석(薄石)에 대해 좀 다르게 설명하려 한다. 지금까지는 박석이 의도적으로 거칠게 시설(施設)된 것이라는 설명 정도를 했지만 이번에는 지질 이야기를 할 생각이다. 강화 석모도에서 가져온 화강암(花崗巖)이라는 이야기가 그것이다.

 

신증동국여지승람 등의 문헌에 강화부의 서쪽 매도(煤島)는 박석이 많이 나 국용으로 공급한다는 기록이 있다. 박석은 현재 수도권 지역의 궁궐과 왕릉에 약 16만장 이상 깔려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문화유산 채널 참고) 박석을 薄石이 아닌 礡石으로도 썼다.(은 엷을 박이고 은 널리 덮힐 박이다.)

 

많은 사람들이 대리석이라 생각하는 암석은 실제로는 화성암(火成巖)의 꽃인 화강암이다. 한국의 화강암은 1, 2억년 전 중생대 때 전국 규모의 화산활동을 통해 생성되었기 때문에 전국 각지에 매우 넓게 분포되어 있다.(신규진 지음 너무 재밌어서 잠 못 드는 지구의 과학’ 146 페이지)

 

화성암의 색깔은 이산화 규소의 함량에 따라 결정된다. 50% 이하의 현무암과 반려암은 검은 색에 가깝고 60% 정도인 안산암이나 섬록암은 중간 회색이며 70% 이상인 유문암과 화강암은 밝은 회색이다.(신규진 지음 너무 재밌어서 잠 못 드는 지구의 과학’ 150 페이지)

 

마그마가 냉각된 화성암 가운데 가장 널리 쓰이는 것이 화강암이다. 건물 외벽재, 바닥재, 축대, 도로경계석, 비석, 주춧돌, 건물 광고판, 조각상, 부도 등에 두루 쓰인다.(신규진 지음 너무 재밌어서 잠 못 드는 지구의 과학’ 151 페이지) 화강암은 아주 단단하지만 원하는 모양 대로 다듬을 수 있어 오래 전부터 건축이나 조각 재료로 많이 쓰여 왔다.

 

화강암은 표면이 거칠고 알갱이가 커서 맨눈으로도 관찰할 수 있다. 화강암은 일정한 결이 없어 쉽게 쪼개지지 않아서 원하는 모든 방향으로 쪼아낼 수 있다.(프랑소와 미셸 지음 초등학생이 읽는 지질학의 첫 걸음’ 62, 63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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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천적 수포자를 위한 수학 선천적 수포자를 위한 수학
니시나리 카츠히로 지음, 이진경 옮김 / 일센치페이퍼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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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을 생각하면 고개를 절로 젓게 된다. 학생 시절 내게 수학은 블랙홀 같은 과목이었다. 학교를 마치고 철이 든(?) 어느 날 철학을 공부하다가 얼핏 자연과학의 필요성을 알게 되었고 자연과학의 언어가 수학이라는 사실을 더불어 알았다.

 

문화 해설을 하게 된 뒤 수학을 이용해 경복궁, 한옥, 백제의 미, 수원 화성 등을 설명한 책을 읽고 지식 위주가 아닌 일상에서 살아 있는 수학을 어렴풋하게나마 느낄 수 있었다. 그 뒤 같은 류의 책을 많이 접했지만 선천적 수포자를 위한 수학 책은 처음 접했다.

 

여기서 수포란 수학을 포기했다는 뜻이니 수포(數抛)가 된다. 니시나리 가쓰히로의 이 책은 일본인 특유의 디테일함이 빛을 발하는 책이다. 이 책은 인생에 필요한 수학은 중학교 수학이면 충분하다는 주장을 하는 책이다. 저자는 자신의 책을 6일만에 중학교 수학을 정복하(게 하)는 금단의 책으로 소개한다.

 

그림이 전편에 고루 그려진 이 책은 일반 경로가 아닌 지름길을 걷게 구성한 책이고 가르치는 사람, 배우는 사람, 담당 편집자의 대화 형식으로 마련된 책이다. 제목대로 엿새의 시간이 주어졌다. 1일째는 우리는 왜 수학을 공부할까? 2일째는 중학교 수학을 가장 빠르고 가장 짧게 배우자!

 

3일째는 중학교 수학의 정상, 이차 방정식을 한방에 정복하자!! 4일째는 머리에 쏙쏙! 중학교 수학의 함수를 정복하자!! 5일째는 중학교 수학의 도형을 여유롭게 정복하자!! 6일째는 특별 수업 수학의 최고봉, 미분 적분을 체험해보자!로 구성되었다. 가르치는 사람은 배우는 사람에게 수학과 암산은 전혀 관계 없다는 말을 한다.

 

배우는 사람은 수학에서 중요한 것은 계산의 신속함이 아닌 치밀함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가르치는 사람은 논리를 말로 쓴 것이 국어이고 기호로 쓴 것이 수학일 뿐이라고 말한다. 가르치는 사람은 수학을 대수(代數), 기하(幾何), 해석(解析)으로 나눈 뒤 대수의 목적지는 이차방정식, 해석의 목적지는 미분, 적분, 기하의 목적지는 벡터라고 말한다.

 

고등학교 때 미분, 적분에서 헤맸다는 것은 결국 중학교 이차함수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는 말이라 설명한다.(대수는 수와 식을 다루고, 해석은 그래프의 세계를 다루고, 기하는 도형을 다룬다.) 인상적인 대목은 음수 곱하기 음수는 플러스에 대한 설명이다. 가르치는 사람에 의하면 그것은 약속(에 따른 것)이다.

 

가르치는 사람은 마이너스 곱하기 마이너스는 플러스임을 증명한다. 전편이 이런 구조로 이루어졌다. 대화를 통해 차근차근 설명하는 식이다. 가르치는 사람이 이차함수 그래프에서 매끄럽게 연결하려면 선이 왜 굽는지 묻자 배우는 사람은 속도가 일정하지 않아서라고 답한다.

 

기하는 재(측정하)고 싶다는 염원에서 출발한, 가장 오래된 개념이다. 가르치는 사람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정리 중 하나인 피타고라스 정리를 직각삼각형 조합을 이용해 증명한다. ‘선천적 수포자를 위한 수학은 기본적인 개념을 이용해 엄청난(?) 수학을 증명해 보이는, 마법 같은 책이다.(도형, 수식 등을 옮겨 적을 수 없어 아쉽다.)

 

기본을 착실히 배우지 못한 우리는 지난 시절을 안타깝게 바라본다. 마치 기본기는 도외시하고 이기는 기술을 익혀 실전에 뛰어든 선수를 보는 듯 하지 않은가. 하이라이트는 머리카락을 이용해 미분, 적분을 설명하는 방식이다. 설명에 의하면 초등학교 3학년도 알 수 있는 방식이다.

 

이렇게 저렇게 구부러진 머리를 머리카락 끝에서 구부러지기 전까지 재고 조금 재고 식으로 재고... 잘게 나누어 계측하는 작업이 미분(微分)이고 그것을 다시 더해 가는 작업이 적분(積分)이다. 미적분은 복잡한 것도 잘게 나누면 계산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것이 수학의 매력이 아닐지?

 

단순해진 것은 계측하기 쉽고 불필요한 것도 눈에 잘 띈다. 저자는 이 책은 위험하다며 착실하게 공부하는 중학생은 절대 보지 말라고 말한다. 가장 빠르고 가장 짧게 중학교 수학을 정복해 버리기 때문이라고 한다. 중학생이 3년은커녕 5, 6 시간도 안 걸려서 중학교 수학을 정복해 버리면 교과서를 차근차근 공부할 마음이 사라질 것을 우려하는 것이다.

 

저자는 대학생 시절 아인슈타인을 동경해서 일반상대성 이론을 공부했지만 너무 어려워 한 번 좌절한 뒤 우연히 서점에서 영국 물리학자 폴 디랙의 일반상대성 이론 강의 관련 책을 읽었다. 서문에는 이 책으로 여러분은 최소한의 시간과 노력으로 일반상대성 이론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을 이해할 것이다.”란 글이 쓰여 있었다.

 

폴 디랙에게는 미치지 못하지만 저자는 자신이 중학교 수학에서 달인이라는 말을 한다. 이 책은 중학교 수학의 중요성과 가치를 다시금 깨닫게 하는 한편 수학으로 어려운 물리 등의 개념을 이해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다시 갖게 하는 책이다. 특별한 인연이란 말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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