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 머신 - 바다는 어떻게 세계를 만들고 생명과 에너지를 지배하는가
헬렌 체르스키 저자, 김주희 역자, 남성현 감수 / 쌤앤파커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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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 과학자 헬렌 체르스키의 ‘블루 머신’은 원제와 번역본의 제목이 같은 드문 책 가운데 하나다. 사물의 작동 원리에 관심이 있어 물리학을 공부했고, 지구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해 가끔 지질학도 공부했지만 결국 해양과학에 안착하게 되었다는 저자는 바다를 엔진으로 묘사하는 것은 비유적 표현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는 인류는 우주로 나간 뒤에야 지구의 가장 큰 특징이 육지가 아닌 물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말한다. 저자는 윌리엄 터너 같은 화가를 예로 들며 화가들이 고요한 바다와 목가적인 해안선을 그린 것은 바다를 ‘보면서 즐기는 대상’으로 보았을뿐 안으로 들어가는 대상으로 여기지 않은 결과라 말한다. 


해양학 발전에도 전쟁이 연관된다. 이는 2차 세계대전 발발과 함께 잠수함 전쟁이 대세를 이루었고 군대가 느닷없이 바다라는 새로운 전투 공간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 결과다. 저자는 인류는 광활한 바다가 인류의 영향에서 벗어날 만큼 충분히 크지 않다는 사실을 배우는 중이라고 말한다.(30 페이지) 저자는 지구에 도착했던 햇빛이 다시 우주로 떠나는 것에 대해 말한다. 즉 우주로 다시 여행을 시작하는 빛에는 보이지 않는 자외선, 숲의 녹색, 바위의 갈색, 구름과 빙하에서 반사되는 하얀빛, 물의 푸른색 등 역동적인 지구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는 것이다.(31 페이지) 


저자에 의하면 바다에서 해류는 수십 수백 가지 요소와 연결된다.(33 페이지) 습윤성, 염분, 수온은 해양 엔진이 일으키는 모든 현상의 토대다. 세 요소는 하나로 연결된다. 물리법칙은 태양에너지를 지구의 필수 화폐로 정하고 지구에서 발생하는 모든 현상마다 고정 수치를 편성한다. 빛은 사라질 수 있지만 에너지는 사라질 수 없다. 가시광선은 바다의 열로 전환된다. 사진작가의 손실은 바다 수온계의 이득인 셈이다. 햇빛은 산호초 물고기를 두 번 감싼다. 처음에는 빛으로 감싸고 물이 빛을 흡수한 뒤에는 열로 감싼다. 바다는 태양에 의해 가열된다.(45 페이지) 


우리 눈에 보이는 바다 즉 인간이 편안하게 걸어 들어갈 수 있고 햇빛이 비치며 각양각색의 생물과 식량이 가득한 바다는 전체 바다에서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어두운 심해의 차가운 바닷물에서 일어나는 현상은 바다 표면만큼 흥미롭고 영향이 크다.(50 페이지) 해양과학자는 성질이 거의 똑같은 해수가 모인 층을 수괴(水塊)라 부른다. 기억해야 할 점은 바다는 해수가 층층이 쌓인 구조이며 해수층은 외부 요인이 없으면 대부분 서로 섞이지 않는다는 점이다.(51 페이지) 


차가운 심해수에는 수백년간 햇빛이 닿지 않기도 한다. 바다는 열에너지를 효과적으로 저장하지만 그것을 원활히 이동시키지는 못한다. 반면 대기는 열 저장 능력이 떨어지지만 에너지를 아주 빠르게 이동시킨다.(61 페이지) 초기 지구는 화산활동이 매우 활발히 일어난 끝에 내부가 안정되었다. 화산은 수소 이온과 염화 이온의 결합체로 반응성이 강한 황 화합물을 다량 분출했다. 이 과정에서 음전하를 띤 염화 이온과 황산 이온이 바다에 유입되었다. 이온들은 각각 양전하 또는 음전하를 띤 상태로 바다의 물 분자 사이에 침투했다.(73 페이지) 


지구의 해양 전체는 하나로 연결되어 있지만 다른 해양과 거의 닿지 않아 고립된 몇몇 반폐쇄 바다가 있다. 가장 유명한 반폐쇄 바다는 유럽 남쪽 경계를 이루는 지중해로 웅장한 지브롤터 해협을 통해 대서양과 맞닿아 있다. 지브롤터 해협은 폭이 14km에 지나지 않지만 지중해는 스페인부터 시리아까지 동쪽으로 거의 4,000km를 뻗어나가며 21개국의 해안선과 접한다.(76 페이지) 바다는 형태가 고정되지 않는다. 바다의 가장자리는 밀물과 썰물이 반복되고 계절이 바뀌는 동안 끝없이 변화한다. 쉴 새 없이 출렁이는 파도를 제거해도 바다 표면은 완벽하게 매끄러워지지 않는다.(107 페이지) 


데보라 켈리(Deborah Kelley)는 잠수정을 타고 심해로 내려가는 상황을 별을 헤치며 내려가는 기분이라 표현했다. 그는 시애틀 인근 해안은 물이 정말 맑아 바닷속이라는 사실조차 잊을 정도라고, 꼭 하늘을 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119, 120 페이지) 켈리는 바다 화산과 열수구(熱水口) 전문가다. 켈리에 의하면 심해 열수구는 색이 아주 놀라울 정도로 다양하다. 밝은 보라색, 파란색, 흰색을 띠고 굴뚝은 동물로 덮여 암석이 보이지 않을 정도다.(120, 121 페이지) 


그에 의하면 화산 지역의 변화 속도는 아주 빠르다. 수개월 뒤에 돌아가면 아주 다른 장소처럼 보일 정도라고 한다. 저자는 정량 증거를 제시해 이해를 발전시키는 일은 과학이 담당하지만 심해에 관한 통념을 바꾸는 것은 그런 경험이라 말한다. 인류의 호기심은 1960년대 해저에 구멍을 뚫는 대담한 시도로 이어졌다. NASA가 미국인을 최초로 우주에 보내려는 동안 지질학자는 지구의 중심을 관찰하는 방대한 과학적 실험 ‘모홀(Mohole)’을 계획했다. 그것은 미국의 물리 해양학자 월터 뭉크(Walter Heinrich Munk; 1917-2019)의 아이디어였다. 


모홀의 목표는 맨틀로 들어가 다른 종류의 암석에 접근하는 것이었다. 모홀은 모호로비치치 불연속면(지구 지각과 맨틀의 경계)과 hole의 결합어다. 지각 두께는 평균 35km다. 화강암 같은 암석으로 이루어진 대륙지각, 두께가 5~10km에 불과하고 현무암 같은 고밀도 암석으로 이루어진 해양지각으로 나뉜다. 해양지각은 맨틀 표면에 정교하게 자리 잡고 있으며 대륙지각에 비해 눈에 띄지 않는다. 이는 해양지각 표면이 얇고 꽤나 평평하고 대륙지각 표면보다 대개는 몇 킬로미터 낮은 지점에 있어 물이 표면 위 공간을 먼저 채우기 때문이다.(125 페이지) 심해의 광활한 평야를 대양 분지라고 부르는 것은 세면대처럼 깊이가 있어 물이 고이는 지역이기 때문이다. 


뭉크는 지구 지각을 통과하는 구멍을 파면 맨틀 아래에 도달해 샘플을 채취할 수 있으리라고 설명했다. 두꺼운 대륙지각이 아닌 얇은 해앙지각을 뚫는 일이었다. 1961년의 일이었다. 베트남 전쟁 비용이 눈앞으로 다가오자 미국 의회는 결국 1966년 모홀 프로젝트를 중단시켰다. 대륙지각은 위쪽으로 산맥이 솟아오르고 아래쪽으로 기저면이 맨틀을 침투하여 위아래가 불룩한 대칭을 이룬다. 대륙이 이동하는 동안 대륙의 대략적 형태는 변하지 않지만 바다의 형태는 끊임없이 변한다. 심해저 형태는 심해저에서 일어나는 현상에 따라 변한다. 


지각판 사이의 경계는 막대한 지질학적 힘이 변화하는 장소다. 지각판 가장자리가 서로 부딪히거나 멀어지는 동안 수중 화산으로 이루어진 산맥은 꿀렁거리다가 틈새로 용암을 토한다. 오래된 해저는 맨틀 속으로 밀려 내려가면서 두꺼운 대륙판과의 마지막 대결에서 패한다.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소설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에서 한 등장인물이 파산하는 과정을 "서서히, 그러다가 갑자기"라고 묘사했다. 심해에서 일어나는 끊임없는 지각변동도 마찬가지다. 


점진적 변화는 지구의 판 전체가 1년에 수 센티미터씩 천천히 이동하는 것이다. 그러면 갑작스러운 변화는 어떤 모습일까? 축방향 해산은 매년 6센티미터씩 멀어지는 두 지각판 사이의 틈을 메우는 새로운 암석을 생성한다. 열수구는 검은 굴뚝 또는 하얀 굴뚝이라는 이름으로도 유명하다. 바닷물에 용해된 금속 화합물이 차가운 환경과 만나 주위에 수십 미터 높이로 우뚝 솟은 굴뚝을 형성하기 때문이다.(134 페이지) 데보라 켈리는 열수를 거꾸로 흐르는 폭포 같다고 말한다. 뜨거운 물은 차가운 물보다 밀도가 낮아 위쪽으로 계속 빠르게 흐른다. 


지각판은 저마다 대부분 역동적으로 활동하고 분화하지만 대부분 바다에 완벽히 가려져 있다. 넓디넓은 심해저 평원의 형태는 수백만년 동안 거의 변화하지 않았다. 정적인 영원의 안정을 느끼기에 제격이다. 하지만 그것이 이곳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의미는 아니다.(137 페이지) 저자는 달과 심해는 서로 비교할 수 없다고 말한다. 바다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복잡하고 역동적인 시스템이다. 달은 수십억년 동안 거의 변하지 않은 죽은 암석이다. 


바다의 형태는 중요한 문제다. 거대한 대륙에 막히거나 좁은 해협을 흐르면서 병목 현상 같은 제약을 겪어도 푸른 기계는 작동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구를 둘러싸는 지각판의 느린 이동은 거대한 대양 분지를 생성한다. 해령과 해구로 둘러싸인 밑바닥은 광활하지만 바다를 다 가두지는 못한다. 대륙으로 넘쳐흐르는 바다는 얕은 해안을 형성한다. 지도에는 바다의 가장자리가 깔끔하고 정돈된 공간으로 표현되지만 사실은 정반대다. 육지와 만나는 바다의 가장자리는 변덕스럽고 모호한 경계다. 확장과 수축을 반복하며 끊임없이 변화한다. 이는 명확한 선으로 표시될 수 없는 넓은 전환 구역이다. 


바다의 불규칙한 형태 탓에 바다에서 일어나는 과정은 다양한 방식으로 드러난다. 그 덕분에 지구 전체 바다는 지역마다 고유의 특성을 갖는다. 따라서 바다에서 일어나는 과정을 관찰하면 바다에 아름다운 내부 구조 즉 바다의 해부학을 이해하게 된다. 지구의 심해 바닷물이 수백 년에 걸쳐 천천히 수평으로 이동하는 현상은 푸른 기계를 이루는 느리고 장엄한 토대다. 북대서양 심해의 차가운 바닷물은 남극해에 도달한 다음 남극대륙을 돌아 인도양과 태평양 바닷물에 섞이며 태양 분지를 순환한 끝에 해수면으로 다시 올라온다. 이 깊고 느린 순환이 전 세계 바다를 하나로 연결한다. 그리고 해수면을 떠난 바닷물은 심해로 천천히 이동하며 대기 및 인간 세계와 단절되었다가 수백 년 뒤 다시 해수면에 도달해 인간과 인간이 만든 세계에 노출된다. 


이 느린 컨베이어 벨트는 지구의 열을 분산시키고 벨트의 속도와 복잡한 작동 방식은 기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지구와 달의 시스템은 하루에 밀물과 썰물을 각각 두 번씩 일으킨다. 이는 바다가 중력과 자전의 물리학에 반응하는 까닭이다. 우리는 밀물과 썰물의 결과로 해안선 근처에서 수위가 오르내리는 현상만 떠올린다. 넓은 바다에서 해수면이 몇 시간 동안 대략 1m 상승하려면 어딘가에 있던 엄청난 양의 물이 다른 곳으로 이동해야 한다는 사실을 간과하기 쉽다. 게다가 6시간 뒤에는 반대 방향으로 바닷물이 다시 이동한다. 


바다는 깊고 넓어서 전체 깊이에 걸쳐 조금만 움직여도 막대한 바닷물이 이동하게 된다. 그런데 하와이 해령처럼 바다 수심의 절반에 해당하는 높이까지 솟아오른 해령이 조수가 이동하는 경로의 한가운데에 자리 잡고 있으면 대단히 큰 장애물이 된다. 물에 잠긴 하와이 해령 부근과 그 위에서는 바닷물이 좁은 틈으로 밀려들며 내부파가 생성된다.(203, 204 페이지) 내부파는 밀도 및 유속이 다른 두 유체가 상접하여 흐르는 경우 그 불연속 경계면에 발생하는 파를 말한다. 바다를 혼합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 대부분이 내부파로부터 공급된다. 


물은 소량일 경우 파란색을 띠지 않는다. 물의 양이 아주 많을 때만 파란색이 분명하게 드러난다.(252, 253 페이지) 먼 바다가 파랗게 보이는 것은 두 단계 과정을 거치기 때문이다. 청색광을 제외한 빛이 빠르게 물에 흡수된다. 남은 청색광이 직선 경로를 따르지 않고 바닷속을 지그재그로 돌아다니다가 일부가 우리 눈으로 들어온다. 해수면에서는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던 것들이 해저에서는 감지된다. 소리의 속도 변화도 그 중 하나다. 따뜻한 물에서 소리가 더 빠르게 이동하기 때문이다.(291 페이지) 기후변화로 바다가 뜨거워지면 해가 갈수록 소리 신호는 빠르게 이동하고 이동 시간은 단축될 것이다. 어쩌면 지구의 기후 변화는 소리 변화로 측정할 수 있을지 모른다.(293 페이지) 


인간이 일으킨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지구에 축적된 남는 에너지의 90% 이상이 열 형태로 바다에 흡수된다. 저자는 지구는 인류가 힘을 모아 나아가는 카누, 수많은 사람을 태우고 우주의 텅 빈 공간을 항해하는 연약한 오아시스라고 말한다.(427 페이지) 


아폴로 9호에 탑승한 우주비행사 러스티 슈바이카트(Rusty Schweickart)는 “우리는 우주선 지구호의 승객이 아닙니다. 승무원입니다.”란 말을 했다. 저자는 인류는 유한한 행성에 살고 있는 현실을 외면하고 자신을 생존하게 하는 지구의 생명유지시스템에 대한 별다른 고민 없이 성장과 소비에 기반한 문화를 구축했다고 말한다. 이뿐 아니라 자연 세계와의 관계를 상실하면서 자연이라는 거대한 존재의 구성요소가 되는 기쁨과 경이로움을 잃었다고 말한다.(435 페이지) 


이 책을 읽으며 얼마전 알게 된 GPGP란 개념을 떠올렸다. GPGP란 great pacific garbage patch란 말의 머리말로 태평양의 거대한 쓰레기 섬을 뜻한다. 이는 편리성과 일회성에 길들여진 인간이 초래한 거대한 무책임을 일깨우는 장치가 아닐 수 없다. 헬렌 체르스키의 책은 지구 구조에 대한 관심으로 읽은 책이다. 해령, 섭입대, 맨틀, 해양지각 등에 대한 관심의 일환이었다. 그러니 환경과 미래에 초점을 두고 바다라는 거대한 엔진 시스템을 규명한 저자의 문제의식과 어느 정도 거리가 있음이 분명하다. 물론 그럼에도 우리가 왜 바다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지 알게 하는 책이 아닐 수 없다. 감사하고 다행이다. 전작인 찻잔 속 물리학을 통해 다른 지적 즐거움을 만끽할 필요를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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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단(長湍)에 깊은 관심을 갖게 되었다. 금, 토, 일요일 DMZ(1, 21 침투로에서 비룡전망대까지) 해설 근무를 위해 모이는 고랑포(高浪浦) 지역이 옛 장단군(현재 이 이름의 군은 사라졌다. 옛 장단군의 장단면, 진동면, 군내면이 파주에 속하고 장남면은 연천에 속한다.)의 한 지역이다. 사무실 주변에 고랑포구, 호로고루, 경순왕릉, 고랑포구 역사공원, 괘암(卦巖) 등이 자리한다. 
관계된 인물은 목은(牧隱) 이색(李穡), 미수(眉叟) 허목(許穆), 풍석(風石) 서유구(徐有榘) 등이다. 고랑포구 역사공원에서 나오면 보이는 임진강이 너무도 근사하게 드리워진 곳이다. 동국여지지, 기언(記言), 목은 이색의 학문과 학맥, 상택지; 임원경제지 등을 주문해 놓았다.(남산도서관 택배대출) 여지도서(輿地圖書)는 다음 번에 빌리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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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에 관한 작은책 - GEO 시리즈 6
롤프 마이스너 지음, 민동주.이기화 옮김 / 시그마프레스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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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에 관한 작은 책(The little book of planet earth)의 번역자(이기화, 민동주)는 "지구과학의 분야가 매우 넓으므로 각 분야를 깊이 이해하는 것은 쉽지 않다. 우리는 이 책을 번역하는 과정에서 실로 배운 바가 많았다"고 말했다. 책의 저자는 지각과 암석권 연구의 권위자인 독일의 지구과학자 롤프 마이스너(Rolf Meissner; 1925-2014)다. 판은 1년에 몇 cm 정도 움직이지만 수백만 년이 지나면 수천 km를 이동하기에 차원이 달라진다. 이 사실만으로도 지구과정이 오랜 기다림(?)의 과정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런 점을 결정하는 것은 판 운동이다. 오리진의 저자 루이스 다트넬처럼 롤프 마이스너도 생명체의 기원과 진화도 급격한 기후변화를 수반한 지구의 지질학적 진화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고 말한다. 지질학적 진화의 핵심이 판구조 운동이다. 오늘날 화성과 수성은 너무 차고, 금성은 너무 뜨거워 판구조운동은 지구만의 현상일 것이다.(34 페이지) 흥미로운 점은 독일의 수학자 가우스가 지구 자기장을 관측한 결과와 수학적 도구를 결합해 지구 자기장이 지구 심부(深部)에서 기원한다는 사실을 밝혔다는 사실이다.(6 페이지) 그는 자기장의 거의 대부분이 지구 내부에서 생성되며 단지 변화하는 작은 부분만이 외부(전리층)에서 생성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63 페이지) 


지구 자기장은 지구 내부의 작은 영구 자석에 의해 생성되는 것으로 보이지만 모든 물질은 어떤 온도 이상(퀴리 온도)이 되면 자성을 잃기 때문에 이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63 페이지) 지질학적 지식은 대체로 물리학적인 발전과 평행하게 발전했다. 필요한 것은 물리학과 지질학적 추론의 결합이었다. 둘의 결합으로 지구과학의 큰 틀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철과 같은 금속은 우리 은하계의 중심으로 갈수록 그 양이 증가하고 바깥으로 갈수록 감소한다.(14 페이지) 그 결과 바깥쪽에서는 철이 부족해 고체 행성이 생성되는 데 방해가 되었을 것이다.(20 페이지) 우리 혈액 속 철분과 뼈와 치아 속의 칼슘은 거대한 초신성 폭발에서 기원을 찾을 수 있다.(26 페이지) 


철은 지구와 달을 가르는 기준점이기도 하다. 즉 달은 지구보다 훨씬 적은 철을 가지고 있다.(28 페이지) 달에는 물과 대기도 없다. 중력이 너무 작기 때문이다. 지구 내부 깊은 곳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경계와 층들은 20세기에 지진학에 의해 발견되었다.(38 페이지) 파선에 수직 방향으로 움직이는 S파(派)는 전단계수가 있어야 존재할 수 있다. 그래서 전단계수가 0인 유체핵을 통과할 수 없다. 전단계수는 재료가 전단력(수평 방향 힘)에 저항하는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 즉 재료의 강성이나 단단함을 나타내는 척도다. 


외핵은 지구 자기장의 근원지이다. 외핵에서 S파가 사라지는 것은 이 영역이 유체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외핵과 내핵의 경계에서 P파가 S파로 전환되는 것은 그 중심이 고체임을 시사한다. 화산활동과 온천은 오늘날에도 지구가 여전히 따뜻하며 활동하고 있다는 증거가 된다.(49 페이지) 지구는 초창기에 훨씬 더 뜨거웠고 역동적이었다. 초창기 맨틀에서의 유체의 대류는 고체 상태의 대류(creep 운동)로 바뀌었으며 오늘날 지구는 주로 전도(conduction)에 의하여 열을 잃는다. 지구는 판구조 운동에 의해 열을 잃는다. 그럼에도 지구는 핵의 중심에서 5000℃, 핵과 맨틀의 경계에서 3000~4000℃를 보인다.(50 페이지) 


초기 시생대에 지구는 오늘날보다 훨씬 더 뜨거웠다. 과학자들은 오늘날보다 더 얇았던 암석권의 온도가 적어도 200℃ 이상이었으리라 추정한다.(96 페이지) 지구는 자전 속도를 지속적으로 늦추는 조석 마찰력의 견인력 하에서 자전한다.(58 페이지) 지구로부터 달의 거리는 매년 4cm 정도 늘어난다.(59 페이지) 탄소 연대 측정법은 연대가 10만년 이하의 물질들을 연구하기 위해 개발되었다.(113 페이지) 판구조론에서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것은 확장하는 해양 암석권이 어떻게든 맨틀 속으로 사라져야 한다는 점이다.(123 페이지) 이를 섭입작용이라 한다. 


온도를 계산해 보면 해양 암석권은 섭입될 때 낮은 온도를 유지하며 그 주위보다 더 차고 천천히 따뜻해진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섭입이 빠를수록 낮은 온도를 더 깊은 곳까지 운반하며, 온도가 낮을수록 물질은 더 딱딱하고 깨지기 쉽다. 판이 깨지기 쉬울수록 응력을 받으면 더 많은 지진들이 일어날 것이다.(125 페이지) 해양판은 해령의 높은 고도와 섭입하는 암석권으로부터 힘을 얻는다. 암석권의 찬 물질은 판의 끌어당김(slab pull)이라 불리는 음의 부력을 일으켜 암석권을 끌어당긴다.(129 페이지) 대륙들은 움직이는 판들에 끼어 있어서 오직 수동적으로만 운반된다. 


지진은 화산을 일으키지 않는다. 그러나 지진, 화산 모두 섭입과정과 연관된다.(130 페이지) 섭입하는 판은 600km 깊이까지 이른다. 더 빠르게 움직이는 판은 3000km 깊이에 있는 맨틀과 핵의 경계선까지 이른다.(131 페이지) 판구조 운동은 원생대 중기에 시작되었다고 볼 만하다. 최초의 청색 편암상이 나타났기 때문이다.(133 페이지) 지각과 맨틀은 성분이 매우 다르다. 해양 지각은 5~7km에 이르고 대륙지각은 20~70km에 이른다.(137 페이지) 지각의 물질은 상승하는 마그마나 플룸에 의하여 가열되거나 압력 감소만으로도 녹을 수 있다.(141 페이지) 


대륙지각을 유동학적 관점에서 살펴보면 우리는 분명히 유연한 연약권 위에 단단한 암석권이 있다는 오래된 관점을 수정해야 한다. 해양환경으로부터 유래한 그 개념은 대륙지각에 대해서는 맞지 않는다. 일부 지질학자들은 하부 지각을 지각 내의 연약권이라 부른다.(155, 156 페이지) 암석권 판들이 수렴하고 충돌할 때 산맥들이 생성된다. 판들이 발산하면 열곡(裂谷; rift), 지구(地溝; graben), 분지 등이 생성될 수 있다.(169 페이지) 해양판과 대륙판의 충돌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빈번히 일어나는 충돌 유형이다.(170 페이지) 대륙과 대륙의 충돌은 가장 극적인 조산(造山)과정이다.(171 페이지)


열곡의 골을 지구라 하며 그런 골에서 암석은 일반적으로 단층을 따라 다른 한쪽의 암석에 대하여 상대적으로 아래로 떨어진다.(172 페이지) 습곡산맥의 형성은 조산운동(orogeny)이라 불린다.(173 페이지) 테레인은 다수의 해양 미소판(微少板) 또는 대륙 미소판들이다.(186 페이지) 딜래미네이션은 음의 부력이 발달하는 해양판의 침강과 유사한 효과를 보여주는, 지각 아래, 주로 대륙 암석권에서의 불안정성을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191, 192 페이지)


플룸의 개념은 판구조운동과 무관하며 지표면에서 화산활동 양상(열점이라 부르기도 한다.)의 관측과 지진파 토모그래피에 의한 지구 맨틀의 상세한 조사에 근거를 둔다.(194 페이지) 대부분의 과학자들은 플룸이 약 660km 깊이의 상부맨틀과 하부맨틀의 경계나 3000km 깊이에 있는 핵 - 맨틀의 경계와 같은 열적 경계층에서 기원했을 것이라 본다.(197 페이지) 


생물의 진화이론은 지질학, 고생물학, 생물학의 공동 연구에 의해 탄생했다. 이 공동 연구를 통해 과학자들은 생물의 진화가 순조롭게 연속적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멸종에 의해 종종 끊어진다는 사실을 알았다.(203 페이지) 저자는 지구의 진화에서 생물학적 과정과 지질학적 과정은 복잡하고 상호 의존적인 영향을 주고 받았다고 말한다.(217 페이지) 만일 지구가 지금보다 작은 크기였다면 중간의 원자량을 갖는 가스들을 붙들 수 없었을 것이다. 질소와 산소가 없는 상태는 화성과 다를 바 없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내부의 열이 빠져나가 판구조운동과 연관된 활동을 지속하는 데 제약을 받았을 것이다. 


적절한 대기의 온도가 기체 상태의 물이 액체 상태의 물로 액화하는 것을 가능하게 했고 일찍이 비를 만들어 이산화탄소를 씻어내어 연못이나 바다에 쌓이게 하였다.(219 페이지) 대미(大尾)에서 저자는 우리는 제한된 자원을 더욱 효율적으로 사용해야 하며 더욱 청정한 에너지를 개발해야 한다고 말한다. 기술이 항상 발전한다는 믿음으로 우리 생존의 궁극적인 근원인 자연에 대한 공경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다소 어려운 부분도 있지만 진지하게 바라보고 음미한다면 어렵사리 이해할 수 있는 책이 지구에 관한 작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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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괴혈병이라고만 알았지 그 단어가 壞血病으로 표기된다는 사실은 알지 못했다. 괴는 무너질 괴(壞)다. 혈은 피 혈(血)이니 피가 무너진다는 의미인가? 이 병이 가장 맹위를 떨친 시기는 15~16세기 중반에서 19세기 중반까지의 범선(帆船)시대였다.(아시아에서도 비슷한 시기에 범선시대가 전개되었다. 역시 괴혈병이 문제였다. 우리나라는 범선 시대에서 예외였다. 만일 그랬다면 어땠을까?)

    이 시대 선원들의 식사에서 부족한 필수 영양소는 비타민 c였다. 지구상의 거의 모든 동물은 대개 간에서 스스로 비타민 c를 합성할 수 있지만 사람은 다른 유인원과 함께 그 생화학적 능력을 잃었다. 나무에서 살던 우리 조상에게 우연히 일어난 대사 돌연변이 때문이었다. 그 원인은 진화의 역사를 통해 우리가 광범위한 서식지에서 사냥한 고기를 포함한 아주 다양한 음식들을 먹었기 때문이다. 19세기 나폴레옹 전쟁이 일어날 무렵 모든 함선에 매일 레몬 주스를 제공한 영국은 승리를 구가할 수 있었다. 

    이상은 오리진의 저자 루이스 다트넬의 다른 책 인간이 되다에서 읽은 내용이다. 오리진 만큼 흥미로운 내용들로 가득한 책이 인간이 되다다. 다양한 이야기들이 나오는 인간이 되다의 이야기들 가운데 매몰 비용 오류 이야기가 특히 눈길을 끈다. 매몰 비용 오류는 일단 투자가 일어나면 불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을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이 명백해진 뒤에도 계획을 계속 밀고 나가는 경향을 의미한다. 

    전쟁이야말로 대표적인 매몰 비용 오류에 해당한다. 미국의 베트남전 참전은 1975년 사이공이 함락될 때까지 20년 동안 연장되었고 아이젠하워에서부터, 케네디, 존슨, 닉슨, 포드에 이르는 다섯 대통령의 행정부를 거쳤다. 한국전쟁 종전을 공약으로 내걸고 당선된 아이젠하워부터라는 사실이 흥미를 유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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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스트레일리아가 우리나라 가까이 오고 있다고? 질문하는 과학 4
    좌용주 지음, 김소희 그림 / 나무를심는사람들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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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스트레일리아가 우리나라 가까이 오고 있다고?‘는 간략한 에피소드 중심의 지질 책이다. 다윈은 여러 화산이 동시에 폭발하는 것에 의문을 품은 지질학자였다. 빙하가 남긴 흔적은 어떻게 찾을까? 원래 장소로부터 먼 거리를 이동해 온 돌을 미아석(迷兒石) 또는 표이석(漂移石)이라 한다. 이 돌들에는 두 가지 정도 뚜렷한 특징이 있다. 하나는 크기가 아주 크다는 것, 다른 하나는 주변에 유사한 성분의 암석이 없다는 점이다. 아름다운 알프스산의 정상은 마치 칼로 도려낸 듯 날카로운 모습을 하고 있다. 암석 표면의 깊게 파인 할퀸 자국과 미아석이 빙하의 흔적이다. 


    미아석은 빙하가 운반한 돌이다. 빙하의 면적이 넓어지고 두꺼워지면 빙하가 전진한다고 하고 좁아지면 후퇴한다고 한다. 보통 빙하는 경사진 땅 위에 덮여 있기 때문에 상당히 먼 거리까지 전진할 수 있다. 빙하는 전진하며 경사의 아래쪽으로 흐른다. 빙하는 아래에 놓인 땅의 암석을 쓸면서 내려간다. 할퀸 자국이 남고 부서진 암석들은 빙하의 아래로 쓸려간다. 빙하가 녹으면 미아석은 그 자리에 남는다. 


    밀란코비치가 밝힌 바에 따르면 빙하기는 1) 태양을 도는 지구 공전 궤도의 변화, 2) 지구 자전축의 경사 효과, 3) 세차 운동 때문에 발생한다. 여름이 덥지 않으면 빙하기가 찾아온다. 여름이 서늘하면 지난 겨울 쌓인 눈과 얼음이 다 녹지 못한다. 눈과 얼음은 열을 적게 흡수하고 햇빛을 모두 반사해 주변을 더욱 차게 한다. 바다로부터 불어오는 습기를 잔뜩 품은 따뜻한 기단이 대륙의 찬 기단을 만나 상승한다. 그러다가 무거워진 구름이 눈이 되어 내린다. 계속 내리는 눈은 주위를 더욱 차게 하고 그 결과 기온이 떨어져 구름이 아래로 내려오면서 눈이 더 많이 온다. 내린 눈이 점점 쌓이면서 그 무게와 압력 때문에 얼음으로 변하고 점차 빙하로 성장한다. 빙하는 점점 커지면서 무거워지고 빙하 바닥이 무게 때문에 녹으면서 지구 표면을 따라 미끄러진다. 이제 빙하는 서서히 이동한다. 이렇게 지구 북반구의 반 이상을 덮어 버리는 빙하기가 시작되는 것이다. 


    지구의 정확한 절대 나이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물질 속에 있는 방사성 동위 원소를 이용한다. 지구의 암석을 대상으로 방사성 동위원소를 이용해 찾아낸 가장 많은 나이는 약 43억 년이다. 그런데 과학자들은 왜 지구의 나이를 46억 년이라 이야기하는 것일까? 지구의 표면은 지구 탄생 이후 끊임없이 변화해 지금은 지구가 태어날 당시의 물질이 남아있지 않기 때문이다. 운석들의 나이를 방사성 동위원소를 이용해 구해 보면 대부분 46억 년이다.(방사성 원소는 물질을 이루는 원소들 가운데 불안정해서 시간이 지나면서 스스로 붕괴하는 원소를 말한다.) 이것을 지구의 나이로 추정하는 것이다. 


    지구에 떨어지는 운석들은 주로 태양 주위를 도는 화성과 목성 사이의 우주 공간에 행성으로 자라지 못한 파편들이 늘어서 있는 소행성대에서 온다. 이 조각들이 태양 주위를 도는데 때로는 서로 충돌해 궤도에서 벗어나는 일이 있다. 궤도에서 튕겨져나온 조각들이 우주 공간을 떠돌다 지구에 접근하면 지구가 잡아당겨 지구를 향해 떨어진다. 원시 지구의 대기를 80% 이상 차지하던 수증기는 언제부터 만들어졌을까? 아마 원시 지구의 반지름이 지금 지구의 1/5 정도 크기였을 때부터 수증기 대기가 만들어졌다고 생각된다. 대기의 양은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증가했다. 그러다가 원시 지구의 반지름이 지금 지구의 1/3 정도로 커지면서 지구의 온도가 점점 높아졌다. 


    지구가 지금의 절반 정도로 커지게 되었을 때 대기 중 수증기 양은 최대에 이른다. 바로 이때 원시 지구의 표면이 녹으면서 지구가 마그마로 덮이게 된 것이다. 원시 대기는 대부분 수증기였다. 그 다음으로 이산화탄소가 많았다. 질소와 산소가 대부분인 지금 지구 대기와는 성분이 전혀 달랐다. 그럼 원시 대기 속에 있던 어마어마한 양의 수증기는 어디로 간 것일까? 수증기가 많은 원시 대기와 시뻘건 마그마로 덮인 지구의 표면 사이에는 묘한 관계가 있었다. 


    마그마가 대기 속의 수증기를 빨아 들인다. 그러면 대기는 얇아지고 마그마의 바다는 온도가 내려가면서 표면이 굳는다. 그러다 미행성이, 굳은 지표와 충돌하면 수증기를 포함한 가스가 지표와 미행성에서 빠져나와 다시 대기 속으로 들어간다. 그러면 다시 대기의 양이 늘어나고 온도가 높아지면서 살짝 굳었던 지표가 녹아 마그마의 바다로 돌아간다. 원시 대기 속의 수증기 양은 마그마의 바다와 시소 놀이를 하면서 늘었다 줄었다를 반복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전체 대기의 양은 거의 증가하지 않는다.


    원시 지구의 미행성 충돌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원시 지구와 충돌할 미행성들이 태양계에 거의 남아 있지 않아서였다. 원시 대기 중의 수증기 양은 일정하게 유지된다. 대기의 양이 일정해지자 마그마의 바다 즉 지표 온도도 거의 변하지 않게 되었다. 원시 지구의 반지름이 지금의 지구에 가까워지면서 더 이상 크기가 커지지 않았다. 미행성들과의 충돌도 눈에 띄게 줄어들어 충돌 에너지도 당연히 줄어들었다. 열에너지가 줄어들어 결국 지표 온도도 내려가면서 마그마의 바다도 점점 식어 조금씩 딱딱하게 굳었다. 


    원시 지구의 대기를 계산하는 모델을 사용해 알아보면 원시 대기 속 수증기의 양과 현재 지구 표면의 물의 양이 거의 같다. 이는 원시 대기 속 수증기가 땅으로 내려왔다는 뜻이다. 46억 년 전 태양계가 만들어지던 시절로 돌아가 보면 태양으로부터 그리 멀지 않은 위치에서 두꺼운 수증기 대기 속에 파묻혀 무럭무럭 자라던 원시 지구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두꺼운 구름의 표면에 있는 수증기가 태양에서 오는 강한 자외선에 노출되어 점차 수소와 산소로 분해된다. 이를 수증기의 광분해라 한다. 분해된 수소는 가벼워서 우주 공간으로 도망갔다. 


    이런 상태가 계속 되었다면 수증기는 시간이 지나면서 완전히 분해되어 지구에 비가 내리는 일은 영원히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때 기적이 일어난다. 광분해로 수증기가 사라지기 전에 지구가 식기 시작한 것이다. 지표가 식으면서 약 400km 상공의 구름도 식어 무거워지고 그러면서 점점 지표 가까이 내려오기 시작했다. 서서히 내려오던 구름 아래에서 갑자기 비구름이 생겨나고 소나기가 내렸다. 지구 최초의 비가 내린 것이다. 물론 300도에 가까운 비였다. 지구에 바다가 언제 생겼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다. 하지만 적어도 38억년 전 이전에는 지금과 비슷한 바다가 있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린란드에서 발견된 암석 중 38억년 전에 이미 자갈을 포함한 퇴적암이 있었기 때문이다. 마그마의 바다가 식어가면서 지구 지표에는 딱딱한 암석질의 땅이 만들어진다. 땅이 생기던 약 40억 년 전에는 여러 가지 사건들이 거의 동시에 일어났다. 원시 대기가 생기고 원시 바다가 생기고 최초의 생명 역시 탄생하게 되었다. 지구 지표의 땅은 지구 가까이 있는 두 행성인 금성이나 화성과 아주 다르다. 그 차이를 만든 중요한 물질이 바로 물이다. 마그마의 바다가 식으면서 지구 표면에는 마그마가 식어서 암석이 된 현무암 지각이 생긴다. 그런데 이 현무암이 땅속 깊은 곳에 남아 있는 물과 반응하면서 현무암이 아니라 화강암 같은 암석을 만드는 마그마가 된다. 


    그러니까 지구 탄생 초기에 지표에서는 마그마의 바다로부터 현무암 지각이 만들어졌다가 다시 이것들이 땅속에서 물과 반응하여 엄청난 양의 화강암을 만들었다. 어마어마한 양의 화강암이 지각을 이루게 됐는데 이것이 대륙 지각의 시작이다. 다른 행성에는 이런 화강암 지각이 없다. 화강암은 지구만의 특징이다. 지구 표면이 아주 빠르게 식은 이유는 원시 바다가 많은 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해버렸기 때문이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가 급격하게 줄어들면서 대기의 두께가 얇아지는 바람에 지구의 열이 우주 공간으로 쉽게 도망가 버렸다. 원시 바닷물의 양이 늘어나면서 대기 중에 이산화탄소가 줄어드는 과정은 점점 빨라졌고 그 덕분에 거의 섭씨 1000도를 넘던 고온 상태의 지구 표면은 천년 정도만에 갑자기 약 130도까지 내려갔다. 


    이렇게 되면서 지각의 암석들은 더 단단해지고 나중에는 지표의 편편한 조각을 이루는 플레이트 즉 판이 되었다. 여기서부터 판 운동이 시작되었다. 지금까지 지구에서 가장 오래된 화강암은 40억 년 된 아카스타 편마암이다. 그린란드 이수아 지역에서는 38억년 전에 지금 지구와 거의 같은 판 운동이 일어났던 것으로 생각된다. 거기에는 용암이 물속에서 흐르면서 만들어진 베개용암도 나타냈는데 이는 당시에 이미 물이 존재했다는 직접적인 증거다. 영국의 지구 물리학자 아서 홈스는 지구 내부의 불안정한 원소들이 분열할 때 생기는 엄청난 열이 대륙을 움직이게 하는 충분히 강력한 엔진이라고 믿었다. 지각 아래의 맨틀은 고체이지만 수백만 년의 시간이라면 마치 두꺼운 액체처럼 움직일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홈스는 열의 순환은 지구가 열을 소비하는 수단으로 지표 가까이 있던 차가운 물질이 가라앉으면서 더 뜨겁고 가벼운 물질들이 올라와 그 빈자리를 채우는 것이라 주장했다. 홈즈는 1928년 글래스코 지질학회에서 대류 순환이 바로 대륙이동의 원인이라고 제시했다. 지각 운동의 추진력을 맨틀에서 일어나는 열대류 운동으로 설명한 것이다. 맨틀에는 대류 운동이 일어나는데 대류가 올라오는 쪽에서는 대륙이 분리되고 내려가는 쪽에서는 대륙 아래로 지각이 침강한다. 홈스는 이런 상승류와 하강류 사이의 흐름을 따라 대륙은 이동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물론 홈스의 맨틀 대류에 대한 생각이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맨틀 대류의 모습과 완전히 같지는 않다. 


    같은 깊이라도 해양 지각 아래에서는 온도가 높고 대륙 지각 아래에서는 온도가 낮다. 그 이유는 지각과 더 높은 온도의 맨틀이 만나는 깊이의 차이 때문이다. 대륙 지각은 두꺼워서 한참 아래에서 맨틀과 만나고 해양 지각은 얇기 때문에 대륙 지각보다 얕은 곳에서 뜨거운 맨틀과 만나게 된다. 대류는 기본적으로 온도 차이에 의한 열대류이기 때문에 대륙 지각과 해양 지각 아래의 온도 차이가 대류를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 상승류는 해령에서 나타나고 하강류는 해구에서 나타난다. 해령은 4000~6,000m 깊이의 바다 밑의 좁은 산맥처럼 솟은 지형이고 해구는 깊은 바다 아래 6,000m 이상 되는 좁고 긴 도랑 모양의 움푹 들어간 지형이다. 


    해령으로 상승한 흐름은 해구를 향해 수평으로 흐르면서 식어간다. 이렇게 차가워진 맨틀은 해구에서 아래로 내려가고 완전히 하강한 흐름은 해령을 향해 수평 이동하면서 다시 데워진다. 데워진 맨틀이 해령에 이르러 다시 상승함으로써 하나의 순환이 완성되는 것이다. 맨틀 대류의 순환 주기는 1억 년에서 2억 년 정도로 알려져 있다. 이런 맨틀의 대류가 대륙을 모으기도 하고 갈라지게도 한다. 그런 사이에 화산이 생기고 지진이 발생하고 산맥이 만들어진다. 이 대류의 흐름을 타고 해양 지각이 확장되어 가는 것이기도 하고 대륙이 이동하는 것이다. 


    지구 내부의 녹은 부분이 외핵뿐이라는 것은 지구가 46억 년 동안 적절히 내부 에너지를 소비시켜왔다는 뜻이다. 지구가 내부 에너지를 소비시키는 방법은 무엇이었을까? 화산 폭발 때 뜨거운 열을 지표로 내보내는 것이다. 그러나 그 정도로는 지구 내부에서 만들어진 에너지를 충분히 소비시킬 수 없다. 가장 좋은 방법은 내부의 열에너지를 다른 형태 에너지로 바꿔 소비하는 것이다. 맨틀이 대류를 하면서 지구 내부의 열에너지를 운동에너지로 바꿔 많이 소비해온 것이다. 하나의 판에서 대륙 지각의 분포가 더 넓으면 대륙판, 해양 지각이 더 넓으면 해양판으로 구별한다.


    지각과 그 아래의 100km 두께의 상부 맨틀을 암석권이라 하고 판이라 한다. 확장 경계(판이 서로 멀어지는 경계)는 주로 바다속에 있지만 가끔 대륙 내에서 발견되기도 한다. 바닷 속 확장 경계를 해령이라 한다. 이곳에서 해양지각이 만들어진다. 해령은 거대한 해저 산맥으로 나타난다. 육지의 산맥은 그 규모에 있어서 해저 산맥과 비교되지 않는다. 해령의 정상부에는 움푹 팬 지형이 나타난다. 이를 열곡이라 부른다. 열곡이 길게 이어진 곳을 열곡대라 한다. 대륙 내에 분포하는 확장 경계의 대표적 예는 동아프리카 열곡대다. 


    드물게 육지에 나타나는 변환단층이 산안드레아스 단층이다. 두 대륙판이 충돌할 경우 판의 상부에 놓인 지각들은 서로 충돌하여 솟아오른다. 이때 거대한 육지의 산맥이 만들어진다. 히말라야 산맥은 인도판과 유라시아판이 충돌하여 만들어진 것이다. 수렴 경계 중 침강 경계는 해양판과 대륙판 또는 해양판과 해양판 사이의 경계에서 나타난다. 해양판이 대륙판이나 다른 해양판 아래로 들어가는 것이다. 침강 경계의 지형적 특징은 경계부에 깊은 골짜기가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이를 해구라 한다. 판은 쉼없이 움직인다. 비록 그 움직임이 1년에 수 cm에 불과하지만 말이다. 


    지구 표면에는 움직이지 않는 고정된 점이 없다. 지구상의 어떤 점을 선택하더라도 판이 움직이면 그 점도 움직인다. 하와이 아래에서 올라오는 마그마는 해저의 해령에서 올라오는 마그마와는 성질이 전혀 다르다. 하와이 섬을 만드는 마그마는 맨틀의 아주 깊은 곳에서 올라오고 마그마가 분출하는 것도 판의 운동과 전혀 무관한 화산 활동이다. 이것이야말로 지구의 고정된, 그것도 무척 뜨거운 점이다. 이를 열점(hot spot)이라 한다. 하와이 섬이 바로 열점이다. 하와이 외에 대서양 북쪽의 아이슬란드와 대서양 중앙의 아조레스, 동태평양의 갈라파고스 등이 열점이다. 


    아시아의 넓은 땅 중국이 지금 크기가 된 것은 약 2억 3천만년전이다. 그때 중국의 남쪽과 북쪽 땅이 달라붙었다. 임진강을 경계로 한반도의 남쪽과 북쪽도 그때 붙었다. 한반도에서 땅의 통일은 이미 2억년전에 일어난 것이다. 1억년전 쯤 남아메리카와 아프리카가 떨어지면서 대서양이 만들어졌다. 예전에 있던 지각이 맨틀 아래로 가라앉아 녹기도 하고 맨틀에 있던 물질이 지표로 올라와 새로운 지각이 되기도 한다. 지구에서 가장 먼저 생긴 암석은 현무암이다. 얼마 후 땅속에서 대륙 지각을 만드는 화강암이 만들어졌다. 대기가 있고 바다가 있고 땅이 생겼다. 


    빙하도 광물, 소금도 광물이다. 자연에서 만들어지고 고체여야 하고 화학 성분이 뚜렷해야 하고 결정이 뚜렷해야 광물이다. 암석 안으로 스며든 물은 광물 알갱이를 이루는 화학 성분들과 반응한다. 물과 반응하여 성질이 달라진 광물을 변질 광물이라 한다. 이런 변질 광물은 암석을 아주 약하게 한다. 암석에 뿌리 내리는 나무도 암석에 영향을 준다. 나무뿌리는 암석 내의 미세한 틈을 타고 계속 자란다. 특히 뿌리에서 나오는 유기산이라는 화학 성분이 광물 알갱이들과 반응한다. 이 반응으로 광물이 분해되면서 암석이 약해진다. 암석에 틈이 벌어지면 이 틈으로 뿌리는 더욱 성장해 나간다. 결국 암석은 쪼개진다. 풍화 덕분에 토양이 생기고 이로부터 귀중한 음식을 얻을 수 있다. 


    대략 땅속 150km보다 깊은 곳에서 만들어지는 다이아몬드를 지표로 올라오게 하는 것이 마그마다. 마그마가 빠른 속도로 지표로 올라와 암석이 되는데 이를 킴벌라이트라 한다. 지표로 올라온 킴벌라이트는 풍화되면서 쪼개지는데 단단한 다이아몬드는 그대로 남는다. 다이아몬드는 지표에 올라오면 압력이 낮아져 불안정해진다. 지표에서 안정된 흑연으로 변해야 하는데 쉽게 그렇게 되지 않는다.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릴 뿐이다. 변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변하는 데 너무 시간이 오래 걸려 영원한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화석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생물은 유기물질 즉 탄소, 산소,수소로 구성된 화합물로 이루어져 있다. 생물이 죽으면 흙이나 모래에 묻힌다. 시간이 흐르면서 유기물질이 분해되어 이산화탄소와 물로 바뀐다. 그때 분해된 유기물질 자리에 규산이나 탄산칼슘과 같은 물질들이 채워지고 위에 쌓인 퇴적물의 압력으로 단단한 암석으로 변하면 화석이 된다. 흑요석은 산성의 화산암이 많아 분포하는 화산 지대에서 종종 발견된다. 산성의 마그마가 지표로 분출하여 흐를 때 아주 빠른 속도로 식는다. 그러면 여러 가지 광물 알갱이를 만들 시간이 부족해 대부분이 유리 성분인 흑요석이 만들어진다. 흑요석이 까만 이유는 유리 속에 어두운 색을 나타내는 원소가 들어 있고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아주 작은 자철석이라는 검은 광물 알갱이들이 점점이 박혀 있기 때문이다. 


    지각 변동으로 지층이 갈라져 어긋나는 것을 단층이라 한다. 지구의 껍질인 판이 움직일 때 판을 이루는 암석들도 같이 움직인다. 땅속에 액체로 된 층(S파 미관측)과 약하고 무른 층(P파의 속도 일정하지 않음)이 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지구 내부에 상대적으로 뜨거운 장소와 차가운 장소가 있다는 의미다. 맨틀이 대류하는 지점보다 더 깊은 곳에서 출발하는 흐름도 있다. 하와이 열점은 맨틀과 핵이 만나는 아주 깊은 곳으로부터 올라오는 열의 흐름에 의해 만들어진다. 지구 깊은 곳으로부터 올라오는 뜨거운 흐름을 뜨거운 플룸, 지구 내부로 침강하는 상대적으로 차가운 흐름을 차가운 플룸이라 한다. 계속 배출되는 연기의 모습인 플룸과 모양이 비슷하다 해서 부르는 것이다.(plume은 연기, 수증기 등이 피어오르는 기둥, 깃털 등을 의미한다) 


    맨틀의 대류가 판을 이동시켜 지구의 여러 현상을 일으킨다고 설명하는 것을 판구조론이라 한다. 맨틀의 깊은 곳에서 올라오고 내려가는 플룸으로 지구의 현상을 설명하는 이론을 플룸 구조론이라 한다. 플룸 구조론은 판구조론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을 보충해주는 상호 보완적 관계에 있다. 암석은 1) 온도가 높아질 경우, 2) 융기로 인해 압력이 낮아질 경우, 3) 물이 들어갈 경우 (더 쉽게) 녹는다. 이런 조건을 바탕으로 암석이 녹으면 마그마가 조금씩 생겨난다. 처음에는 암석 속에 갇혀 있지만 양이 많아지면 마그마는 서서히 움직인다. 그러다가 땅속 특정 장소에 모이게 된다. 이런 곳을 마그마 챔버라 한다. 


    마그마 챔버는 보통 지름이 수 km 정도 된다. 대개 지표로부터 1~10km 사이에 있다. 주위 암석이 마그마를 단단하게 가둬 둔다. 많은 화산 아래 고온의 액체로 된 공간이 있다는 것은 관측을 통해 알려져 있다. 화산 활동은 마그마가 마그마 챔버에서 빠져 나가는 현상이다. 때로는 지표 위를 천천히 흐르면서 빠져나가기도 하고 속에 있던 기체들이 팽창하면서 폭발적인 분출을 일으켜 분출 기둥을 만들며 빠져나가기도 한다. 마그마를 만드는 운동이 활발한 곳에서 화산이 만들어진다. 해령은 맨틀이 순환하다가 상승하는 곳에 해당한다. 해령에서는 맨틀의 뜨거운 열기가 올라와서 맨틀에 의해 암석이 녹고 그 때문에 현무암질 마그마가 바다 밑바닥에서 분출한다. 


    해령은 지구의 큰 바다 아래 즉 늘어서 있다. 해령은 지구 내부의 맨틀에서 만들어진 현무암질 마그마가 상승해 만들어진, 세계에서 가장 길게 늘어선 화산이다. 우리가 열점이라 부르는 하와이 같은 곳에서 화산이 생긴다. 열점 대부분은 바다 아래에 자리하지만 드물게 대륙 내부에도 존재한다. 해령에서 분출하는 마그마는 맨틀 중에서도 대류하는 상부 맨틀에서 만들어진다. 플룸이 상승하는 열점은 고정된 지점이기 때문에 대류하는 즉 움직이는 맨틀에서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보다 더 깊은 맨틀에서 만들어져 올라온다. 일반적으로 해양판이 대륙판이나 다른 해양판 아래로 침강할 때 그 경계부 주위에서 마그마가 만들어진다. 


    오랜 시간 쌓인 마그마가 분출하면 화산 활동이 생기는 것이다. 현무암질 마그마는 조용히 흐른다. 현무암질 마그마는 뜨거우면서도 무거운 대신 점성이 낮다. 가스 성분이 별로 들어 있지 않다. 화강암질 마그마는 덜 뜨겁고 가볍지만 점성이 아주 높아 잘 흐르지 못한다. 가스 성분도 많다. 아주 끈적인다. 화강암질 마그마는 점성이 높아 가스가 쉽게 빠져나가지 못한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가스가 마그마에서 한꺼번에 터져 나가면서 엄청난 폭발로 이어진다. 온도에 따라 식는 속도도 다르고 점성에 따라 흘러가는 모습도 다르다. 온도가 높은 용암은 더 빨리 식고 낮은 용암은 더디게 식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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