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택 교수의 ‘미적분의 쓸모’에 ‘어떤 등산로를 택하더라도 정상에 오르는 것은 매한가지인 것처럼 상태량은 현재의 상태에만 의존하며 과거에 어떤 경로를 지나왔는지와는 무관하게 결정된다. 얼음이 녹아서 된 따뜻한 물인지 뜨거운 물이 식어서 된 따뜻한 물인지(과거)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말이 나온다. 사라 알란의 말이 생각난다.

 

그녀는 ‘공자와 노자 그들은 물에서 무엇을 보았는가’에서 “자연 현상을 지배하는 원리들에 대한 올바른 이해는 인간의 본성을 지배하는 원리들을 이해하는 것과 같다.”는 말을 했다. 사라 알란이 세운 가설은 고대 중국 철학자들이 자연과 인간 현상에 같은 원리를 적용할 수 있다고 가정했다는 것이다. 맹자는 물이 아래로 흐르듯 인간의 본성도 선을 향한다고 말했다. 물이 아래로 흐르는 것이 순리이듯 선을 향하는 인간의 마음도 자연스럽다는 말이다.

 

그러나 선을 지향하지 않는 경우가 많기에 우리는 당위를 말하는 것이리라. 선하게 살아야 한다는 식으로. 나는 물이 아래로 흐르듯 인간의 본성도 선을 향한다는 말보다 물이 움직이듯 사람의 마음도 늘 무엇인가를 지향한다는 말이 더 자연스럽다고 생각한다. 정희성 시인은 ‘저문 강에 삽을 씻고‘에서 흐르는 것이 물뿐이랴는 말을 했다. 그렇다. 흐르는 것은 또는 움직이는 것은 물만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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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적분의 쓸모 - 미래를 예측하는 새로운 언어 쓸모 시리즈 2
한화택 지음 / 더퀘스트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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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연이은 몇 권의 인상적인 공학 관련 책을 쓴 한화택 교수의 책이다. 계산이 너무 복잡해 컴퓨터에 맡길 수밖에 없는 전문 수학인 미적분에 대한 책이 아닌 그 기본 개념을 설명한 책이다. 컴퓨터 전공자가 아니라도 컴퓨터를 사용하고 스마트폰 구조를 몰라도 스마트폰을 능숙하게 다루는 것처럼 미적분도 공학자들의 전유물이 아니라 현대인이 기본 상식처럼 대할 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입장이다.

 

주제와 관련해 말하자면 이 책은 경제학, 금융공학, 기하학, 의료공학, 항공우주공학, 천체물리학 등의 다양한 분야에서 구체적으로 활용되는 미적분의 사례를 제시한 책이다. 아닌게 아니라 책은 첫 장부터 2006년 서해안 고속도로의 29중 추돌사고를 예시하며 미적분에 대한 이야기로 자연스럽게 넘어가는 구조를 취했다.

 

움직이지 않거나 변하지 않는 상태만을 수학 연구 대상으로 삼았던 상황에서 움직임을 설명하고 예측하려한 뉴턴으로부터 미적분이 시작되었다. 미분을 통해 세상의 순간적인 변화와 움직임을 포착하고 적분을 통해 작은 변화들이 누적되어 나타나는 상태를 이해할 수 있다. 뉴턴으로부터 미적분이 시작되었다고 했지만 라이프니츠도 독자적으로 미분을 만들었다. 뉴턴은 시간에 따른 자연현상의 변화를 수학적으로 기술하기 위해 미분을 고안했고 라이프니츠는 미분의 체계를 우선시했다.

 

이 책은 수식을 쓰지 않고 그래프와 다양한 그림 자료를 통해 미분을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배려한 책이다. 책에는 흥미로운 말이 많다. 어떤 등산로를 택하더라도 정상에 오르는 것은 매한가지인 것처럼 상태량은 현재의 상태에만 의존하며 과거에 어떤 경로를 지나왔는지와는 무관하게 결정된다는 말이 그것이다. 따뜻한 물이라면 얼음이 녹아서 된 따뜻한 물인지 뜨거운 물이 식어서 된 따뜻한 물인지(과거)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직선운동보다 어려운 것이 회전운동이다. 모든 과정을 미분적으로 파악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수개월 동안 망망한 우주 공간을 운행하는 것보다 화성 대기권에 진입하는 7분 동안의 짧은 시간이 기술적으로 훨씬 어렵다고 한다. 최적화 문제에도 등산의 비유가 등장한다. 최적화 문제는 함수의 극대값 또는 극소값을 구하는 문제다. 현실에서 함수의 극대점을 찾는 것은 정상에 올라가는 등산과 같다. 하지만 정상에 오르는 것은 변수가 하나가 아니라 동서방향, 남북 방향의 두 개다.

 

흥미로운 이야기가 많은 것이 이 책의 특징이다. 공부를 너무 과하게 하면 주어진 유형의 문제는 거의 완벽하게 풀지만 새로운 형태의 문제가 나오면 당황하는 경우가 생긴다는 이야기다. 주어진 문제 유형에 지나치게 적응하고 이에 의존하여 풀이 방식 등을 일반화시키는 오류를 범하는 것이라고 한다. 공부를 너무 과하게 한다는 말은 다양한 문제를 풀지 못하고 제한된 특정 유형의 문제만을 푼다는 의미다. 참고할 점이 많은 말이다.

 

미분은 기하학적으로는 곡선에 접하는 기울기를 나타내고 대수학적으로는 변화율을 나타나는 데 비해 적분은 나누어진 조각들을 모아서 합친 면적을 나타내고 함수값의 변화에 따른 누적량을 나타낸다. 미분이 쓸모가 많은 것처럼 적분도 쓸모가 많다. 변화량을 누적하는 개념을 써서 면적이나 부피를 구하는 것은 물론 컴퓨터 단층촬영이나 전기영상법 등 첨단기기의 핵심 원리로 이용되는 것이다.

 

이 책에는 우리 상식의 허점을 반성하게 하는 구절들이 많다. 가령 직선과 달리 곡선은 부드럽다고 생각하지만 곡선이라 해서 모두 부드러운 것은 아니어서 연속적이면서 자연스럽게 휘어져야 부드럽다고 말할 수 있다는 구절이 대표적이다. 비근한다는 말을 하게 된다. 저자는 엔트로피를 무질서라는 의미 외에 유용한 에너지로도 볼 수 있다며 가장 차가운 취약계층에 지원금을 집중하는 것이 전체적인 엔트로피의 증가 즉 한계효용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모든 학문은 미래를 예측하기 위한 수단이라 말한다. 경제학을 알려면 미분을 알아야 하지만 경제학뿐 아니라 인생 자체를 아는 데도 미분이 필요한 것이란 생각이 든다. 물론 인문학과 함께여야 하리라. 저자의 다른 책들을 읽으며 개념을 익히고 수학을 풀고 공학을 이해하는 기본을 얻어야 할 것이다. 저자는 미분과 적분은 나눌 수 없지만 설명을 위해 나누었다고 말한다. 필요한 수단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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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욱 교수의 '스피노자 vs 라이프니츠'에 의하면 라이프니츠는 성(姓)을 라이프뉘츠에서 라이프니츠로 바꾸었다. 뉘 대신 니를 택한 그는 뉘른베르크 대학의 교수 자리를 거절하고 뉘른베르크 연금술사 협회에 가입해 미래를 개척하는 길을 택했다. 라이프니츠로서는 뉘른베르크에서 나름의 전환점에 선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미적분을 두고 다투었던 뉴턴처럼 라이프니츠도 연금술에 큰 관심을 보였다는 점이다. 라이프니츠 인생에 큰 전환점이 된 인물은 토마지우스였다. 그는 아리스토텔레스 전공자로 플라톤의 이데아론을 따르는 대부분의 종교와 달리 창조자와 피조물, 신과 자연의 분리를 주장하며 아리스토텔레스 철학이 그리스도교에 적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한 인물이다. '스피노자 vs 라이프니츠', 참 유익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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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노자와 라이프니츠를 프레너미로 분류한 책을 읽고 있다. 스피노자의 할머니는 가톨릭으로 허위 개종했다는 이유로 마녀로 몰려 화형당했다. 스피노자의 여동생은 스피노자를 상대로 파문(破門)당한 사람은 재산 상속자가 될 수 없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이 스피노자의 손을 들어주었지만 그는 아버지의 가업에 관심이 없었기에 상속을 포기하고 모든 재산을 여동생에게 넘겼다.

 

제국 로마의 박해를 받아 예루살렘을 떠나야 했던 유대인들 가운데 가톨릭으로 강제 개종해야 했던 사람들을 세파르디 유대인이라 한다. 스피노자는 자유인이었다. 그는 파문을 당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유대식 이름인 바루흐를 라틴식 이름인 베네딕투스(벤투)로 바꾸었다.(두 이름 모두 축복받은 사람이라는 의미다.) 스피노자는 조용함과 자유를 사랑하기에 교수직도 거절했다. 나는 무엇에 매료되어 벤투의 스케치북이라는 닉네임을 쓰는가? 내실을 기해야 한다는 의미로 스스로 하는 물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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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의 리셋, 클럽하우스 - 소셜 미디어의 새로운 미래를 만나다
김경헌 외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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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커, 리스너, 오퍼레이터가 활약하는 클럽하우스는 2021년 1월 우리나라에 상륙한 SNS다. 클럽하우스는 다양한 줄임말의 대상이 되고 있다. 클하(클럽하우스), 클생(클럽하우스 생활), 클친(클럽하우스 친구) 등이다. 무엇보다 현생이란 말이 눈길을 끈다. 클럽하우스의 클이란 단어가 들어 있지 않지만 클럽하우스가 그만큼 여러 사람으로 하여금 많은 시간을 쓰게 하는 매체임을 간접적으로 알게 하는 말이어서 주목을 요한다.

 

‘소셜 미디어의 새로운 미래를 만나다’란 부제를 가진 ‘소통의 리셋, 클럽하우스’는 컨설턴트, 북큐레이터, 프로덕트 오너, 심리학 전공의 만화가 등 여러 분야의 전공자인 다양한 저자들이 함께 쓴 클럽하우스 종합 분석서다. 책의 구성은 클럽하우스의 정체성을 논한 1부, 사람들이 클럽하우스에 빠지는 이유를 규명한 2부, 어떻게 진정한 소통을 할 수 있는가 등을 논한 3부 등 세 개의 파트로 구성되었다.

 

클럽하우스는 폴 데이비슨과 로한 세스의 만남으로 시작된 매체다. 딸이 소아 간질중첩증을 안고 태어난 로한 세스가 치료 연구를 위한 비영리단체를 설립하는 과정에서 과거 인연이 있던 폴 데이비슨에게 조언을 구하고자 연락한 것이 계기가 된 것이다. 두 사람은 친밀감의 빠른 확장이라는 새 방향성을 바탕으로 새 앱에 클럽하우스란 이름을 붙였다.

 

클럽하우스는 이전 앱인 토크쇼와 달리 녹음이나 재방송 기능 없이 휘발성 대화를 담는 형태로 출시되었다. 절대 소셜 미디어를 만들지 않으려 했던 두 사람은 본의 아니게 새로운 형태의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를 만들었다. 2020년 3월 17일의 일이었다. 2021년 1월 우리나라에도 클럽하우스가 상륙했다. 클럽하우스의 특별함의 중심에는 실명에 기반한 계정을 만드는 데서 비롯되는 실존성과 음성과 실시간성에서 비롯되는 진정성이라는 두 가지 키워드가 자리한다.

 

특기할 점은 실시간 대화의 희귀함과 소중함, 그리고 18세 이상인 자에 한해 이용가능하다는 점이다. 인간의 뇌는 예측불가능성을 갈구하도록 만둘어졌다. 클럽하우스의 특징은 예측불가능성이다. 클럽하우스는 다섯 가지 원칙을 갖는다. 1) 자기 자신으로 임하세요. 2) 존중하는 태도를 가지세요. 3) 포용적 자세를 보이세요. 4) 공감력과 이해심을 형성하세요. 5) 의미 있고 진정성 있는 인연을 만들어가세요 등이다.

 

클럽하우스는 무대와 객석이라는 두 개의 공간으로 구성되었다. 무대에 있는 사람을 스피커라 하며 그 중 방을 만든 사람을 모더레이터라 한다. 객석에 있는 사람을 액티브 리스너라고 한다. 언제든 우측 하단에 있는 손바닥 버튼을 눌러 모더레이터에게 자신이 말하고 싶다는 의사를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클럽하우스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1) 방 안에서의 경험. 2) 검색과 발견. 3) 신뢰와 안전을 보장하는 구조. 4) 성장과 확장 등이다. 김정원은 워낙 얼리 어답터들이 많아 솔로 어답터로서 자기소개에 부담이 가는 방들이 많았고 이제는 흡사 창세기를 보는 기분이라고 말한다. 김정원은 클럽하우스가 자신의 페르소나를 모두 충족시킨다고 말한다. 페르소나는 사회가 요구하는 자아로 자신의 본성과는 다른 태도나 성격. 사회의 규범과 관습을 내면화한 것을 의미한다.

 

김정원은 혼자가 좋지만 외롭고 싶지도 않다는 말로 자신을 설명한다. 자신의 페르소나를 모두 충족시킨다는 말은 그 만큼 클럽하우스가 다양한 분야로 세분되어 있음을 방증(傍證)한다. 크게 나누면 클럽하우스 방은 정보형, 치유형, 유희형으로 대별된다. 목차 중에는 현생 1년과 맞먹는 클생 한 달이란 말이 있다. 클럽하우스는 원하는 대화를 마음껏 할 수 있는 곳이다. 또한 타인의 관심사로 인해 내가 확장되는 곳이다. 이는 서로 멘토가 되는 곳이라는 말로도 바꿀 수 있는 말이다.

 

궁금한 것은 현생과 클생의 캐릭터가 다를 경우 어떤 결과가 빚어질까, 란 점이다. 부담감이 없다는 말이 반갑(?)다. 심리학 전공의 이종범은 거의 모든 학습은 절대적인 진리라 부르는 것에 대한 깨달음을 제외하면 대부분 편견과 선입견을 체계적인 형태로 쌓아올린 것이라 말한다.(117 페이지) “범주화, 타자화, 편견, 선입견 등의 말은 그 자체로는 부정적인 말이 아니다. 현상과 당위를 굳이 구분하자면 편견은 현상이다.

 

인간의 뇌는 옳고 그름을 따지기 전에 생존을 위해서 이와 같은 방법을 써야만 했다.” 편견은 인지적 절약의 한 방법이다. 트위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의 소셜 미디어를 이용하면서 효율성을 위해 편견을 쌓는 성향은 강화되었다. 그래서 이용자들은 두려움이 느껴지지 않는 대상으로 타임라인과 피드를 구성한다. 소셜 미디어는 현실의 모사(模寫)다. 편견과 소외는 우리의 불편한 자화상이다.

 

소셜 미디어의 시대를 열어젖힌 페이스북과 트위터는 거대한 연결망으로서 각자 서로 다른 방식으로 현실 세계를 재현했다. 그 과정 속에서 현실 세계의 한계와 문제를 함께 재현했다. 그리고 페이스북과 트위터가 서로 다른 방식으로 그 문제에 대처했으나 결과는 비슷했다. 나와 비슷한 사람들만으로 구성된 사회, 소속감과 안락함은 제공하지만 확장이 멈춰버린 네트워크, 초연결의 결과로 초분절이 생겼다.(126 페이지) 초분절이란 말이 인상적이다.

 

“현재의 초연결 사회 속에서 우리가 체험하는 온라인상의 인간관계는 대부분 과맥락(너무 많은 정보)으로 발생한 관계의 언캐니밸리에 위치한다.”(137 페이지) 언캐니밸리는 ‘으스스한 골짜기’라는 의미의 말로 일본의 로봇공학자 마사히로 모리가 1970년에 발표한 이론에서 실마리가 생겼다. 인간과 비슷한 로봇과 인간과 거의 똑같은 로봇 사이에 존재하는 불쾌감의 영역을 말한다.

 

이종범은 인간이 아직 태어나서 움츠러들기 전 호기심과 호의를 가지고 서로를 처음 마주했을 때와 같은 관계의 원형을 추체험하기 위해서는 협소맥락 즉 모두가 충분히 적은 양의 정보 안에서 모여야 한다고 말한다.(138 페이지)

 

알고 만나는 것보다 만나서 알아가는 것을 선호하는 말이다. 이는 관계의 리셋이라 할 수 있다. 클럽하우스가 삶의 모사가 아니라 확장이 되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 각자 생각해 볼 일이다. 인간은 선과 불선함을 두루 갖춘 복합적 존재다. 물론 어느 한쪽 성향이 더 강하다. 대부분 불선한 성향이 강하다고 말하면 편견일까? 이종범은 인간의 근본적 한계를 인정하는 한편 근본적 선의도 인정한다고 말한다. 후편으로 갈수록 더욱 흥미로운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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