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세기 조선 지식인 지도'에 미수 허목 선생이 포함되지 않아 아쉽다. 유형원, 김창협, 김창흡 등은 관심을 끈다. '17세기 군주와 신하의 소통 방식'에 예송논쟁 챕터가 있다. '다시는 신을 부르지 마옵소서'에 미수 허목 선생의 장령(掌令; 사헌부 정 4품) 사직 상소가 들어 있다. '역사 문해력 수업'을 읽어야겠다. '역사적 시간의 세 층위; 파도의 시간, 해류의 시간, 해구의 시간'을 비롯 흥미로운 내용들이 많다.

 

"모든 역사서술이 진실이 되지는 못한다. 사실관계의 조합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고, 확인된 사실들 사이에도 빈틈이 존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역사가는 이 공백지대를 경험에 의거한 추측, 상상, 해석으로 메워가면서 역사를 서술한다. 그러므로 최고의 역사가가 최선을 다해 쓴 역사도 실체적 진실이 아닌 부분적 진실만을 드러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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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개용암의 다른 이름인 베개 현무암이란 이름을 처음 만난 것은 지질학자 윌리엄 글래슬리의 '근원의 시간 속으로'란 책에서다. 베개용암과 베개 현무암은 같은 말이지만 근원인 용암과 그 결과물인 현무암을 같은 차원으로 보는 것은 흥미롭다. 표면이 유리질인 베개 현무암(이 용어가 베개 용암보다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을 보며 돌베개란 말을 생각한다.

 

구약성경에 나오는 야곱의 돌베개를 생각했었고 나아가 독립운동가 김준엽 님이 쓴 항일 투쟁기인 '돌베개'란 작품도 생각했었다. 김준엽 님의 돌베개란 제목은 역경(逆境)을 이긴 독실한 신앙인 저자의 의지와 역정(歷程)이 반영된 제목이다.

 

그 이후 일본 작가 나쓰메 소세키를 통해 흐르는 물로 베개 삼고 돌로 양치질을 한다는 이야기도 생각하게 되었다. 흐르는 물로 양치질을 하고 돌로 베개를 삼겠다는 수류침석(漱流枕石)을 잘못 들은 한 사람이 돌로 양치질을 하고 흐르는 물로 베개를 삼겠다는 말을 한 데서 수석침류(漱石枕流)란 말이 생겼다. 나쓰메 소세키 즉 夏目漱石은 그로부터 비롯된 나쓰메 긴노스케(夏目金之助)의 필명이다.

 

'포천의 농촌유산과 에코뮤지엄'은 베개용암을 한탄강 8경의 마지막으로 꼽았다. 이 책에 의하면 조선시대 사대부에게 산수(山水)는 단순한 자연경관이 아니라 정신수양과 학문정진의 기반이 되는 곳이다. 물과 용암이 만나 만들어진 베개용암 역시 산(山), 수(水)가 어우러진 공간이다.

 

그간 돌에만 초점을 맞추어온 점이 안타깝다. 포천 고모리 호수공원에 시비(詩碑)가 있는 김종삼 시인의 데뷔작은 '돌각담'이다. 이 시에 돌담이 무너졌다 다시 쌓았다 쌓았다 쌓았다 쌓았다.. 란 구절이 있다. 이경돈은 언어의 돌각담을 쌓고 또 쌓으며 십자가에 꽂히고 또 꽂으며 시로서 약속의 땅이 있다는 광야를 헤매는 존재로 김종삼 시인을 풀었다.

 

지어야 할 언어의 집이 있어 이런 시와 평론이 눈에 들어 왔을 것이다. 주상절리 현무암, 주상절리 하식절벽, 베개 현무암, 클링커, 백의리층 등 돌의 다채(多彩)를 보고도 건성건성 보아넘겼던 불성실을 반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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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 고고학
김선 지음 / 홍림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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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굴도 하고 보고서도 쓰고 논문도 발표하는 고고학자의 책이다. 석사 논문은 신석기를 썼고 사찰이나 폐사지를 중심으로 발굴을 하는 저자다. 본문에 나오는 원주 부론면의 법천사지 이야기를 접하고 페이스북에 내가 월 1회 다녀오는 원주 문막의 한 기도원 이야기를 했더니 “남한강 따라 폐사지 답사 코스가 참 좋습니다~”란 댓글을 달아주신 분이다.

 

낭만 고고학이란 제목과 달리 낭만 고고학은 없다는 챕터가 있는 책이다. ‘연천 전곡리 유원지를 아시나요?‘란 챕터가 포함(첫 번째 챕터)된 책이어서 기대를 했으나 전문 고고학자가 아니어도 알 수 있는 내용이란 점에 적당량의 아쉬움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물론 다른 챕터들은 전문적인 내용을 꽤 담고 있어서 좋다.

 

전문적인 내용이란 “땅을 파는 고고학자에게 도시의 땅은 오염된 현장이다. 어느 지층이든 시대를 품고 있지만 한 나라의 수도는 그것에 더해 더 많은 시간과 역사가 쌓이고 덮이면서 오염된 채로 발굴자에게 노출된다.”(33 페이지) 같은 구절이다. 저자는 자신을 답사로 다져진 인생(70 페이지)이라고 설명한다.

 

저자에 의하면 고고학 즉 발굴이란 나라에서 자격을 부여한 사람들이 허가된 장소에서 진행하는 조사다.(92 페이지) 저자에 의하면 무덤 주변에 막걸리를 뿌리는 것은 땅을 파기 전에 지신에게 “우리가 땅을 열겠습니다.”라고 인사드리는 것과 같다. 저자가 답사를 다닐 때 주로 주의 깊게 보는 것 중 하나는 배수 체계와 우물이다.

 

저자는 예술성이 뛰어난 자료만이 아니라 깨진 토기 조각이나 자기에도 큰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고고학이라고 말한다. 저자에 의하면 고고학으로 뜬 인디아나 존스는 문화재계 사람들에게는 보물 사냥꾼으로 불리는 사람들이다. 둥근 크라운에 챙이 아래로 처진 토피(topee) 모자는 유럽 식민주의의 물리적 또는 문화적 첨병이었던 군대나 탐험가 등이 아프리카나 동남아 등지에서 활동할 때 썼던 모자다.

 

2018년 트럼프 부인이 케냐, 이집트 등의 아프리카를 방문할 때 이 모자를 썼다. 당시 영국 가디언지가 이를 비판하는 글을 실어 세계적으로 화제가 되었다. 저자는 AI 세상이 와도 고고학은 살아남을 것이라 말한다. 그렇게 말하는 근거는 고고학은 육체노동과 정신노동이 50대 50을 차지하는 학문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2005년 국립중앙박물관이 용산으로 이전하는 현장에 있었다. 당시 엄청난 규모의 유물을 포장, 해포(포장 풀기), 이동하는 일련의 과정을 본 덕에 어느 박물관을 가든 그곳의 큰 그림을 보는 안목 또는 사물을 보는 자신만의 시선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저자는 자신의 신체 사이클은 도시 및 발굴 현장에 맞게 시스템화된 지 오래다.(발굴 현장은 화장실이 없는 경우가 많다.) 저자는 고고학은 극한 직업이라 말한다. 저자는 공리(공유와 이해)라는 소규모 공부 모임에도 참여한다. 미술사, 건축사, 조경학, 과학사 사진학을 전공한 분들과 함께 하는 모임이다.

 

저자는 고고학자들이 고단한 가운데서도 일련의 작업을 이어가는 이유는 스트레스가 주는 긴장을 즐기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사찰 고고학, 건물지 고고학 개설서는 아무래도 자신이 써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한다. 책을 통해 저자가 열심히 연구하고 발굴하고 공부하고 글 쓰는 분이라는 사실을 충분히 감지할 수 있었다.

 

책을 통해 배운 것이 많다. 저자가 관계하는 고고학에 대해 쓴 것처럼 해설사로서 그런 글을 써야 한다면 어떤 글을 쓸 수 있을까 고민하게 하여준 책이기도 하다. 다른 고고학 책들을 읽어야겠다. 아니 저자의 다음 책이 벌써 기다려진다. 일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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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nk Floyd의 The great gig in the sky란 곡을 기억한다. gig는 마차(馬車) 정도의 단어다. 챗 GPT에 관한 책에서 긱이란 단어를 만났다. gig라고 쓰는 이 단어는 임시로 하는 일, 전통적 개념의 임금 체계가 무너지고 소득을 바로 현금으로 지급하는 인스턴트 급여 방식의 경제를 말한다. 괴짜를 의미하는 geek라는 단어를 연상하게 하지만 뜻에서는 거리가 멀다. 챗 GPT, 어떻게 보아야 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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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 질문이 돈이 되는 세상 - 이미 시작된 AI의 미래와 생존 전략
전상훈.최서연 지음 / 미디어숲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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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 GPT 시대가 열린 것일까? 2022년 12월 이후. 생성 인공 지능(AI)의 시대라 할 만한가. Generative Pre-trained Transformer의 이니셜인 GPT는 자가학습'하여 답변을 '생성'하고 대량의 데이터와 맥락을 처리할 수 있는 트랜스포머(변환기) 기술을 의미한다. 책은 말을 주고받을 수(대화할 수) 있다는 의미다.

 

1인 1 AI 시대가 오고 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에 사회 변화에 맞춰 적응해야 하므로 챗 GPT의 혁신과 변화를 나와 상관 없는 이야기로 생각하는 것은 잘못이다. 챗 GPT는 기존의 모든 아날로그 및 디지털 시스템을 송두리째 변화시킬 것이다. 저자들은 7년 뒤인 2030년 모든 것이 변할 것이라 단언한다.

 

2016년에 상상한 일들이 7년 후인 2023년 상당 부분 현실이 되었듯 다시 7년 후인 2030년에 예상하는 모든 일이 눈 앞에 펼쳐질 것이라 말하는 것이다. 글로벌 자산운용사인 슈로더 보고서에 의하면 2030년 은행, 교통, 유틸리티 등을 거의 모두 또는 전적으로 정부가 소유하거나 통제하고, 투자는 불가능하게 될 것이다.

 

플랫폼 기업의 독점적인 부의 편중을 보완하기 위해 기본소득(UBI; universal basic income 또는 unconditional basic income)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챗 GPT가 빠르게 발전하면 그것을 운영할 수 있는 1%의 자본가 및 핵심 기술자와 이를 이용할 수밖에 없는 99%의 사람들로 나뉠 것이다. 대안(代案)이 마련되어야 한다.

 

챗 GPT는 지식 노동자의 일자리까지 침범한다. 그럼에도 가상 공간 디자이너, 윤리 기술 변호사, 디지털 문화해설가, 프리랜서 바이오해커, 사물 인터넷 데이터 크리에이티브, 우주 여행 가이드, 개인 콘텐츠 제작자, 생태복원 전략가, 지속가능한 전력 혁신가, 인체 디자이너 등의 직업이 새로 부상할 것이다. 긱(gig) 경제라는 말이 나온다. 긱은 임시로 하는 일을 의미한다.

 

전통적 개념의 임금 체계가 무너지고 소득을 바로 현금으로 지급하는 인스턴트 급여 방식의 경제를 말한다. 미래가 원하는 인재상은 다르다. 창의성 계발의 핵심은 질문이다. 저자들은 챗 GPT 시대를 살려면 트레일블레이저가 되라고 말한다. 개척자, 선구자 등이 되라는 의미다. 이제 세상은 챗 GPT를 활용하는 자와 그렇지 못한 자로 나뉠 것이다.

 

미래를 위해 교육도 바꾸어야 한다. 지식 기반 교육에서 창의성, 문제해결 능력, 글로벌 역량 강화 중심으로 개편되어야 한다. 물론 영어 실력은 더욱 중요해진다. 챗 GPT 언어 데이터의 92%가 영어다. AI와 차별화되는 인간의 상상력을 키우는 것으로 사색, 토론, 휴식을 들 수 있다.

 

저자들은 챗 GPT가 정보를 찾아 준다고 해서, 우리가 지식을 다 기억하지 못한다고 해서 우리가 바보가 될 것이라 단정하지 말라고 말한다. 우리는 암기력이 아닌 다른 능력으로 인정받는 시대를 맞이했다. 챗 GPT를 이용해 여러 정보를 융합하는 능력이 실용적 지식이자 미래 AI 시대의 유일 생존 전략이다. 중요한 것은 AI 윤리 교육이다.

 

도전하는 자만이 살아남는다. AI 반도체는 국제 관계를 바꾸는 트리거다. 챗 GPT는 양날의 칼이다. 주식 등 투자나 중요 결정 등 개인의 판단력이 많이 필요한 분야에서는 사용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저작권 문제는 챗 GPT의 그늘이다. 저자들에 의하면 챗 GPT 시대는 기회이자 도전이다. 변화의 맨 앞에 서라. 이것이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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