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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수록 궁금한 과학 이야기 - 세상에 뭐 이런 과학이 다 있어?
콜린 바라스 지음, 이다윤 옮김 / 타임북스 / 2018년 12월
평점 :
절판
지질학 학사, 고생물학 석사, 과학 커뮤니케이션 전공 등의 이력을 가진 콜린 바라스(Colin Barras)의 책 ‘알수록 궁금한 과학 이야기’. 160여 페이지에 미래과학, 지구과학, 물리과학, 우주과학 등 네 챕터로 이루어진 간결한 책이다.
저자는 케빈 베이컨(Kevin Bacon)의 6단계 법칙을 말한다. 우리 모두 여섯 단계 이전의 사회적 단계로 연결되어 있다는 법칙이다. 여섯 단계만 건너면 미국 대통령과도 연결된다고 할 수 있다. 과학을 논할 때 개별 사실들의 관계를 생각해야 한다는 의미에서 한 말이다. 과학적 태도는 과학 지식을 많이 아는 것이 아니라 체계적인 생각을 갖추는 것이란 말을 할 수 있다.
흥미로운 부분이 있다. 공룡의 후손인 새란 내용이다. 새는 공룡의 후예가 아니라 대멸종을 이겨낸 공룡이란 말도 있다. 공룡은 지금부터 2억 4000만 년 전 지구상에 처음 등장할 때부터 깃털을 갖고 있었다고 한다.(새를 새이게 하는 특징은 깃털이 있다는 점이다.)
저자 역시 새가 재난을 이겨내고 살아남은 공룡이라 말한다. 물론 닭으로 공룡을 부활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 DNA의 유통기한은 수만년이다. 공룡 멸종은 6600만년전의 일이다. 악어와 공룡이 공통조상으로부터 갈라져 나왔다. 새의 유전자를 조작하니 악어와 비슷해졌다.
새의 발가락을 마주보지 못하게 배아 발달을 조작하니 공룡 발과 닮은 모습이 되었다. 하버드대학교의 유전학자 조지 처치는 자신의 저서 ‘재생; 어떻게 합성생물학은 자연과 우리를 새롭게 만들었는가’를 미생물의 DNA에 저장하는 완전히 새로운 인쇄 방법을 선보였다. 이는 ‘DNA를 USB처럼 메모리로 쓸 수 있을까?’란 챕터에서 나온 말이다.
책을 디지털 형태로 변환한다. 53,400개의 단어와 11장의 사진으로 이뤄진 책을 디지털로 변환하면 용량이 5 메가바이트에 불과하다. 그리고 디지털의 표현 형식인 0과 1을 DNA의 염기와 상응시킨다. DNA는 아데닌(A), 티민(T), 구아닌(G), 시토신(C)이라는 4개의 염기로 이루어졌다.
처치 연구단은 0은 DNA의 염기 A 또는 C로, 1은 G 또는 T로 바꾸어 디지털 정보를 DNA 분자 구조로 만들었다. 자기복제는 DNA가 가장 잘 하는 일이다. DNA 정보를 저장매체로 활용하는 것이 DNA 메모리다. IT 기업들이 이를 흥미롭게 지켜보았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정보를 저장할 메모리에 주목한 것이다.
DNA는 쉽게 변하지 않는다. 유전학자들은 43만년전 살았던 원시인의 뼈에서 DNA를 추출해 유전정보를 읽어내기까지 했다. ‘알수록 궁금한 과학 이야기’는 모두 물음 형식의 챕터들로 이루어졌다. 내 마음대로 날씨를 맑아지고 흐려지게 할 수 있다고? 운전대 없는 자동차가 더 안전하다고? 화산 폭발로 지구 온난화를 벗어날 수 있다고? 시간이 장소별로 다르게 흐른다고? 별들의 조상님이 아직도 우주에 살아 있다고?처럼.
가장 흥미로운 제목은 투명 망토가 지진을 막아줄 거라고?다. 투명 망토는 ‘해리 포터‘ 시리즈에서 나온 이야기다. 물리학의 힘으로 투명 망토를 만들 수 있다고 한다. 투명 망토를 이해하려면 우리가 어떻게 보는가를 알아야 한다. 빛은 직진하다가 물체에 부딪히면 튕겨 나온다. 이렇게 튕겨 나온 빛이 눈에 들어오면 우리가 물체를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면 빛을 물체와 만나지 못하게 하면 어떻게 될까? 물체쪽으로 직진하는 빛을 붙잡아 빙 돌아가게 한다면? 물체와 마주치지 않은 빛을 움직이던 방향으로 놓아주면 빛은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천연덕스럽게 다시 쭉쭉 뻗어나간다. 이렇게 투명 망토가 빛과 물체의 만남을 방해하면 물체를 맞고 튕긴 빛이 우리 눈으로 돌아올 수 없다.
우리가 투명 망토 안에 든 물체를 볼 수 없다는 뜻이다. 바꿔 말하면 우리가 투명 망토 안에 들어가면 상대가 우리를 보지 못하게 할 수 있다는 말이 된다. 저자는 지진파가 우리가 살고 있는 건물을 보지 못하게 하면 지진으로부터 무사할 수 있다고 말한다.
투명 망토는 실제 만들어졌다. 2006년 미국 듀크 대학교의 데이비드 스미스 연구단이 만들었다. 마이크로파로부터 작은 원통을 거의 완벽하게 숨긴 것이다. 물론 후에 가시광선으로부터 물체를 숨기는 투명 망토도 만들어졌다. 제한적이고 불완전하고 불편한 것이기는 하지만. 투명 망토를 통해 지진으로부터 안전한 환경을 만드는 것은 꿈일까?
저자는 지진이 특정 건물을 보지 못하게 하면 지진으로부터 안전한 환경이 조성된다고 말한다. 과학자들은 지구 전체를 숨기는 투명 망토를 구상한다. 과학자들이 의도하는 것은 혹시 모를 외계 지적 생명체의 무시무시한 위협으로부터 지구 전체를 숨겨버리는 것이다. 지진은 지구 속에서 발생하는 것이니 외계 지적 생명체의 위협으로부터 지구를 지키는 것과 망토의 형태나 크기 등에서 다를 것이다.
망토 이야기가 나왔으니 잠시 맨틀 이야기를 하자. 지구 내부는 지각, 맨틀, 고체인 외핵, 액체인 내핵 등의 4개의 층으로 이루어졌다. 두꺼운 암석층인 맨틀은 지각 아래의 층들 가운데 가장 바깥쪽에 있는 것이기에 망토(외투)를 연상하면 좋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데 망토에 더 깊은 의미가 있다니...
유튜브에는 투명 망토를 홀로그램에 사용되는 메타물질이라고 규정한 콘텐츠도 있다. 메타물질이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물질로 화학적 성질이 아닌 물질 구조를 통해 물질의 성질을 바꿀 수 있는 것을 말한다. 비이커에 담긴 물에 비스듬하게 레이저를 쏘면 빛(레이저도 빛이다.)은 바닥쪽으로 꺾인다.
그런데 빛이 반대 방향(윗쪽)으로 꺾일 경우 음(陰)의 굴절이라 하고 이런 물질을 메타 물질이라 한다. 빛을 마음대로(원하는 방향으로 자유자재로) 굴절시킬 수 있다면 투명 망토를 만들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저자는 외계 지적 생명체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했다. 소개하기 전에 우선 다른 유명 전문가들의 시각을 알아보자.
1) 일본의 물리학자 미치오 가쿠는 "외계 지적 생명체와의 만남은 지금 당장은 불가능하지만 물리학의 법칙에 위배되지는 않는 것들 가운데 하나이다. 이는 100 ~ 200년 안에 실현될 것."이란 말을 했다.(2010년 4월 출간 ‘불가능은 없다’)
2) 영국의 진화생화학자 닉 레인은 약 20억년 전에 일어난 한 세포가 다른 세포를 집어삼키면서 미토콘드리아를 품은 진핵 세포의 합체 사건이 지구 외의 다른 곳에서 되풀이 되었을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기에 외계 지적 생명체의 존재 가능성 역시 매우 희박하는 말을 했다.(2009년 1월 출간 ‘미토콘드리아’)
3) 영국의 천체물리학자 마커스 초운은 "우리가 그렇게 찾았음에도 아직 외계 지적 생명체를 발견하지 못한 것은 아마도 우리가 우주 최초의 존재여서가 아니라 우리가 우주의 황혼기에 태어난 마지막 생명체이기 때문일 것."이란 말을 했다.(2009년 12월 출간 ‘마법의 용광로’)
4) 미국의 천문학자 크리스 임피는 "우리는 40억년 전에 지구에 씨앗을 뿌린 더 우월한 종족의 장난감일지도 모른다."는 말을 했다.(2009년 6월 출간 ‘우주 생명 오디세이’) 이제 저자의 말을 소개하자.
5) “우리가 그렇게 열심히 외계인을 찾아다녀도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한 것은 투명 망토 때문일지도 모른다.”
새로운 시각이다. 나는 마커스 초운의 말에 한 표를 던진다. 물론 닉 레인의 말에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두 견해는 대립한다. 그나저나 지진이 건물을 볼 수 없게 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본다는 것이 무엇인지 충분히 더 생각해 보아아야겠다,(존 버거의 ‘본다는 것의 의미’를 읽어야 할까?)
‘화산 폭발로 지구 온난화를 벗어날 수 있다고?‘를 보자. 지구 온난화는 심각한 문제다. “플랜 B로 지구공학적인 방법은 어떨까?”(62 페이지) 플랜 A는 세계 정상들이 내놓는 대안이다. 지구공학은 인위적으로 환경을 변화시켜서라도 지구 온난화와 기후 변화 속도를 늦추려는 노력의 하나다. 화산재와 비슷한 성분의 먼지를 뿌리는 것이다.
인공 화산재가 지구 온도를 상당히 낮춰줄 것이다. 부작용도 있다. 언제 비가 올지 몰라 농사를 망쳐 식량이 부족해질 수 있다. ’새로운 지질 시대가 시작된다고?‘를 보자. 지구의 시간을 덩어리로 뭉텅뭉텅 나누어 이름을 붙인 지질시대 덕에 우리는 공룡이 언제 살았는지란 질문에 쥐라기 시대라고 답할 수 있다.
멸종, 빙하시대 등 지구에 생긴 큰 변화를 기준으로 지질시대를 정의한다. 인류세란 개념이 제안되었다. 인류가 지구에 초래한 커다란 변화를 근거로 한 말이다. 지구 변화가 일시적이라는 이유로 반대하는 사람들도 있다. 지질학자들은 방사성 물질 수치가 높아진 시점을 새로운 지질시대인 인류세의 시작점으로 보아야 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핵폭탄이 코끼리의 멸종을 막았다고?‘란 챕터를 보자. 핵폭탄이 직접 코끼리의 멸종을 막았다는 의미가 아니다. 부분적 핵실험 금지 조약 이후 탄소 - 14의 수치가 차츰 낮아졌고 1950년대 이후 매년 공기 중 탄소 - 14의 수치가 특정 값을 갖게 되었다. 과학자들은 DNA 표본의 탄소 수치를 측정해 어떤 연도의 탄소 수치와 같은지 맞춰보기만 하면 표본이 만들어진 연도를 알 수 있다.
신원을 알 수 없는 시신의 나이를 알아내 과학 수사에 도움을 준다. 과학 수사뿐 아니라 코끼리 밀렵꾼 수사에 도움을 준다. 우리 몸에 탄소가 있게 되는 것은 우리가 탄소를 흡수해 광합성을 하는 식물을 먹거나, 식물을 먹는 동물을 먹기 때문이다. 공기를 떠도는 탄소가 우리 몸속으로 들어오기 때문에 대기중 탄소 - 14의 양은 우리 몸속 DNA 사슬 속의 탄소 - 14의 양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저자는 상대성이론을 근거로 장소별로 다르게 흐르는 시간에 대해 말하고 시간의 틈 사이로 숨길 수 있는 정보에 대해 말한다. ’알수록 궁금한 과학 이야기‘에서 다루어진 내용들은 그렇게 쉽지 않다. 압축적인 글 자체 때문이기도 하지만 과학이 쉬운 분야는 아니기 때문이다. 더구나 최신 과학의 흐름을 다루었기 때문이다.(내용 자체와 직접 관계가 있지는 않지만 글자가 작고 제목이 세로로 되어 있어서이기도 하다. 본문 글자 크기도 작지만 앞부분에 실린 핵심 요약 내용 글자 크기는 더 작다.)
’외계 건축물이 별들과 지구 사이를 가로막고 있다고?‘를 보자. 다 아는 비밀 하나를 말해보자. 별들은 규칙적으로 깜빡인다. 그런데 우리 은하 깊숙한 곳에 굉장히 이상한 별이 있다. 반짝이다 멈추다 들쯕날쭉 완전히 자기 마음대로인 별이다. 변광성은 아니다. 주기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방식으로 밝아졌다가 어두워진다. 발견자의 이름을 따 태비(Tabby)의 별이라 불리는 이 별은 KIC 8462852가 정식 명칭이다.
과학자들은 이에 외계 지적 생명체가 건설한 무엇인가가 별빛에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닌가 의심하기 시작했다. 저자는 솔직히 우주의 일을 설명할 때 외계문명은 마지막까지 아껴두어야 할 비장의 카드라 말한다. 잘 모르겠다고 걸핏하면 외계문명을 꺼내 들면 곤란하다. 감마선 폭발 정도의 재앙이 아니고서야 외계 지적 생명체가 뭐 하러 거대한 구조물을 짓겠는가? 커다란 별을 감쌀 구조물을 만들 만큼 발전한 외계 문명의 존재도 상상하기 어렵다.(146 페이지)
2017년 10월 NASA가 태비의 별빛은 자외선이 적외선보다 더 흐릿하다고 밝혔다. 먼지로 인해 별빛이 흐려졌을 때 쉽게 나타나는 현상이다. 외계 건축물로 인해 별빛이 흐려진 것이라 보기 어렵다는 의미다. ’손바닥만한 우주선으로 외계인을 찾을 거라고?‘에 호킹의 말이 인용되었다.
“우주에서 지구에만 생명체가 존재한다고 생각할 수는 없다. 천억 개 이상의 은하가 존재하는 우주에 외계 지적 생명체가 존재할 것이라는 생각은 지극히 이성적이다.”(147 페이지) 항성인 프록시마 켄타우리 주위를 도는 프록시마 b가 발견되었다. 태양계에서 가장 가까운 알파 센타우리 항성계에 있는 3개의 항성 가운데 하나다.(지구에서 4.3억 광년 떨어짐)
우주선이 작은 이유는 속도를 내기 위해서다. 화성에 가는 데 8개월이 걸린다. 알파 센타우리까지는 화성까지보다 50만배 멀다.(가는 데 어마어마한 시간이 걸린다는 의미다.) 프록시마 b까지 빛으로 4년 조금 더 걸린다.(손바닥만한 우주선으로는 20에서 30년 걸린다.)
크고 무겁고 느린 우주선으로 성간 우주 여행은 어림도 없다. 손바닥만한 우주선은 거침 없이 쭉쭉 달려갈 수 있다.(그래서 사람이 탈 수 없다.) 프록시마 b는 11일 정도로 공전 주기가 너무 짧다. 대기 흐름도 적도 주변에 집중되어 있다. 이 경우 오존 검출은 매우 어렵다.(오존 검출은 외계 생명체의 존재를 증거하는 지표다.) 외계 지적 생명체를 찾는 일은 멀게만 느껴진다는 의미다.
중력파는 아인슈타인이 예언한 것이다. 중력파는 시공간의 파동이다. 중력파의 존재가 입증된 것은 2015년 9월 14일이다. 지구에서 14억 광년 떨어진 곳에서 블랙홀이 서로 충돌하며 생겨난 중력파를 감지해낸 것이다. 물론 이는 원자보다 더 작은 물결이었다.
우주과학의 마지막 순서이자 전체의 마지막 순서이기도 한 ’또 다른 우주가 있다고?’는 의미심장하다. 가장 나중에 논할 수 있는, 저 먼 곳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또 다른 우주는 다중우주론으로 이어진다. 과학 소설에 가까운 이야기이다. 또 다른 과학 책으로 여행을 떠나야 하리라. 하나 하나를 한 권으로 다룬 책이 타당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