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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적분의 쓸모 - 미래를 예측하는 새로운 언어 ㅣ 쓸모 시리즈 2
한화택 지음 / 더퀘스트 / 2021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은 연이은 몇 권의 인상적인 공학 관련 책을 쓴 한화택 교수의 책이다. 계산이 너무 복잡해 컴퓨터에 맡길 수밖에 없는 전문 수학인 미적분에 대한 책이 아닌 그 기본 개념을 설명한 책이다. 컴퓨터 전공자가 아니라도 컴퓨터를 사용하고 스마트폰 구조를 몰라도 스마트폰을 능숙하게 다루는 것처럼 미적분도 공학자들의 전유물이 아니라 현대인이 기본 상식처럼 대할 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입장이다.
주제와 관련해 말하자면 이 책은 경제학, 금융공학, 기하학, 의료공학, 항공우주공학, 천체물리학 등의 다양한 분야에서 구체적으로 활용되는 미적분의 사례를 제시한 책이다. 아닌게 아니라 책은 첫 장부터 2006년 서해안 고속도로의 29중 추돌사고를 예시하며 미적분에 대한 이야기로 자연스럽게 넘어가는 구조를 취했다.
움직이지 않거나 변하지 않는 상태만을 수학 연구 대상으로 삼았던 상황에서 움직임을 설명하고 예측하려한 뉴턴으로부터 미적분이 시작되었다. 미분을 통해 세상의 순간적인 변화와 움직임을 포착하고 적분을 통해 작은 변화들이 누적되어 나타나는 상태를 이해할 수 있다. 뉴턴으로부터 미적분이 시작되었다고 했지만 라이프니츠도 독자적으로 미분을 만들었다. 뉴턴은 시간에 따른 자연현상의 변화를 수학적으로 기술하기 위해 미분을 고안했고 라이프니츠는 미분의 체계를 우선시했다.
이 책은 수식을 쓰지 않고 그래프와 다양한 그림 자료를 통해 미분을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배려한 책이다. 책에는 흥미로운 말이 많다. 어떤 등산로를 택하더라도 정상에 오르는 것은 매한가지인 것처럼 상태량은 현재의 상태에만 의존하며 과거에 어떤 경로를 지나왔는지와는 무관하게 결정된다는 말이 그것이다. 따뜻한 물이라면 얼음이 녹아서 된 따뜻한 물인지 뜨거운 물이 식어서 된 따뜻한 물인지(과거)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직선운동보다 어려운 것이 회전운동이다. 모든 과정을 미분적으로 파악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수개월 동안 망망한 우주 공간을 운행하는 것보다 화성 대기권에 진입하는 7분 동안의 짧은 시간이 기술적으로 훨씬 어렵다고 한다. 최적화 문제에도 등산의 비유가 등장한다. 최적화 문제는 함수의 극대값 또는 극소값을 구하는 문제다. 현실에서 함수의 극대점을 찾는 것은 정상에 올라가는 등산과 같다. 하지만 정상에 오르는 것은 변수가 하나가 아니라 동서방향, 남북 방향의 두 개다.
흥미로운 이야기가 많은 것이 이 책의 특징이다. 공부를 너무 과하게 하면 주어진 유형의 문제는 거의 완벽하게 풀지만 새로운 형태의 문제가 나오면 당황하는 경우가 생긴다는 이야기다. 주어진 문제 유형에 지나치게 적응하고 이에 의존하여 풀이 방식 등을 일반화시키는 오류를 범하는 것이라고 한다. 공부를 너무 과하게 한다는 말은 다양한 문제를 풀지 못하고 제한된 특정 유형의 문제만을 푼다는 의미다. 참고할 점이 많은 말이다.
미분은 기하학적으로는 곡선에 접하는 기울기를 나타내고 대수학적으로는 변화율을 나타나는 데 비해 적분은 나누어진 조각들을 모아서 합친 면적을 나타내고 함수값의 변화에 따른 누적량을 나타낸다. 미분이 쓸모가 많은 것처럼 적분도 쓸모가 많다. 변화량을 누적하는 개념을 써서 면적이나 부피를 구하는 것은 물론 컴퓨터 단층촬영이나 전기영상법 등 첨단기기의 핵심 원리로 이용되는 것이다.
이 책에는 우리 상식의 허점을 반성하게 하는 구절들이 많다. 가령 직선과 달리 곡선은 부드럽다고 생각하지만 곡선이라 해서 모두 부드러운 것은 아니어서 연속적이면서 자연스럽게 휘어져야 부드럽다고 말할 수 있다는 구절이 대표적이다. 비근한다는 말을 하게 된다. 저자는 엔트로피를 무질서라는 의미 외에 유용한 에너지로도 볼 수 있다며 가장 차가운 취약계층에 지원금을 집중하는 것이 전체적인 엔트로피의 증가 즉 한계효용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모든 학문은 미래를 예측하기 위한 수단이라 말한다. 경제학을 알려면 미분을 알아야 하지만 경제학뿐 아니라 인생 자체를 아는 데도 미분이 필요한 것이란 생각이 든다. 물론 인문학과 함께여야 하리라. 저자의 다른 책들을 읽으며 개념을 익히고 수학을 풀고 공학을 이해하는 기본을 얻어야 할 것이다. 저자는 미분과 적분은 나눌 수 없지만 설명을 위해 나누었다고 말한다. 필요한 수단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