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너에게 필요한 말들 - 막막한 10대들에게 건네는 위로·공감·용기백배
정동완 외 지음 / 미디어숲 / 2021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꼰대와 멘토의 차이는 무엇일까? 사실 잘 생각하지 않는 궁금증이다. 꼰대는 자신이 경험한 세계만을 강요하는 사람, 멘토는 자신이 경험하지 못한 세계까지 안내해줄 수 있는 사람..이것은 ‘지금 너에게 필요한 말들’에 나오는 말이다. 책의 저자는 다섯 명. 누구든 경험은 제한적이기에 혼자만으로는 좋은 멘토가 될 수 없다는 것이 저자들의 말이다.

 

진로상담교사, 인성 및 생활 교육 담당자, 학습 코칭 강의자. 진로상담전문위원, 생물 교사 등으로 이루어진 저자들이 함께 쓴 이 책 ‘지금 너에게 필요한 말들’은 막막한 10대들에게 건네는 위로. 공감, 용기백배라는 부제를 가진 책이다. 책 가운데 “행복하니?”란 말이 나온다. 사실 잘 쓰지 않는 말이 아닌가.

 

위로. 공감, 용기백배라는 말에 걸맞게 보석보다 원석이라는 말도 나온다. 삶 자체는 선택의 연속이고 그 과정에 고민이 수반될 수밖에 없다. 그 고민을 해결하는 데 멘토의 조언이 필요하다. 지금의 10대는 앞으로 올 1인 3~4개의 직장 시대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걱정이 클 것이다. 그에 맞춰 공부도 해야 할 것이고.

 

본문에는 “사회라는 낯선 세계에 진출하게 되는데 여기에는 정답이 없어.”란 말이 나온다. 이 말과 어울리는 말이 “꼭 현장에서 맞닥뜨리는 것만이 경험치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은 아니”라는 말이다. 한 저자는 방황과 탐색의 차이를 설명한다. 탐색하는 사람은 이리저리 많은 것들을 해 보고 생각하지만 방황하는 사람은 본능적으로 하고 싶은 것만 반복하면서 생각의 필요를 굳이 느끼지 않는다.

 

책은 하나의 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정답이 아니라 각자의 답이 있는데 그것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이런 말이 있는 것이다. “자신만의 기준점을 찾을 수 있기를 응원해!”...

 

본문에는 진지함과 투머치(토크)가 같은 선상에 놓인다는 말이 있다. 삶을 진지하게 고민해 보면 결국 난 무엇을 사랑하는가로 귀결된다. 어떻게 사랑할 것인가를 생각하다 보면 투머치하게 살아가고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가장 반가운 글은 ‘쓸모없는 지식은 없다’는 말이다. 이 제목의 글에는 아인슈타인의 말이 인용되어 있다.

 

상상력이 지식보다 중요하다는 말이다. 지식은 지금 알고 이해하는 모든 것에 한정되어 있지만 상상력은 온 세상을 포용하고 그 모든 것은 우리가 앞으로 알고 이해하는 무언가가 될 것이라는 말이다. 지금은 평생 학습시대다. 책은 저자들의 실제 경험이 친근하게,

 

그리고 일상적으로 반영되어 있다. 글이라기보다 대화를 하듯 설명하는 책이다. 한 저자는 누군가에게서 열심히 하는 활동이 자신의 보잘것없음을 감추려고 안간힘을 쓰는 것 같다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그냥 열심히 사는 것인데.. 그럴 수도 있겠지만 핵심은 자신의 길을 가는 것이다.

 

한 저자는 초조한 마음으로 진로를 결정하지 말라는 말과 진로는 다양하게 가져도 좋다는 말을 한다. 지금은 개성 있는 사람을 존중하는 시대다.(170 페이지) 그렇기에 자신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가장 인상적인 말은 네 안의 열등감을 내려놓으면 자존감이 생긴다는 말이다.

 

이해가 된다. 강하게 공감하게 되는 말은 스스로 건네는 위로에는 강한 힘이 있다는 말이다. 이 제목의 글에는 이상하게 우리는 자신을 인정하는 일에 몹시 인색하다는 말이 나온다. 맞다. 자기를 인정하는 것은 곧 자기를 사랑하는 것이고 세상을 잘 살아가는 길이 되리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책의 소중함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책을 보고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면 희열이 느껴지기까지 한다. 지난 해 지질공원(철원 지역 한탄강)에서 평화에 대해 말하라는 미션(세상에 지질공원에서 평화에 대해 이야기 하라고 하다니..)을 부여받았을 때도 책으로부터 결정적 도움을 받았고 최근 산 평화 관련 책으로부터도 향후 일정에 큰 도움을 받을 것 같다. 그러나 이 책은 잘못된 정보도 포함하고 있어 주의를 요한다.

 

이 책에 신뢰할 만한 정보는 서울 관련 정보고 상식에 반하는 정보는 내가 사는 연천에 대한 정보다.(물론 서울 정보는 더 찾아보고 연구해야 한다.) 지난 달 종로도서관에서 책을 빌린 뒤 타고나온 마을 버스에서 바라본 서대문역까지의 마을과 거리는 풍경이기보다 해설해야 할 자료로 다가왔다. 


상기한 책 내용과 종로도서관에서 나올 때 버스에서 본 대상을 하나로 수렴하는 읽기, 그리고 해설을 해야겠다.해설에도 낯설게 하기란 말이 가능할지 모르지만 그런 심정으로 하고 싶다. 익숙한 풍경을 새롭게 설명하는 것도 흥미를 끌 수 있지만 그 이상으로 흥미를 끄는 것은 기존 코스에서 숨겨지듯 있었던 곳을 이야기하거나 알려지지 않은 곳을 포함시키는 것이다. 이제 움직여야 하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과학 글쓰기를 잘하려면 기승전결을 버려라 - 실험보고서에서 「네이처」논문까지
강호정 지음 / 이음 / 2007년 12월
평점 :
품절



과학 글쓰기에 대한 바른 생각을 제시한 책이다. 저자는 환경공학자 강호정 교수다. 과학 글쓰기는 글의 형식이나 전개 방식에 있어서 다른 글쓰기와 일정 정도 거리를 두고 있다. 인문학적 글쓰기 방식으로 과학 글쓰기를 하면 안 되는 것이다. 우리는 흔히 과학자, 하면 실험하는 모습을 먼저 떠올리지만 과학자가 가장 많이 하고 있고 중요한 것은 글쓰기다.

 

“과학자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은 항시적으로 과학 글쓰기에 대한 요구와 압박 속에서 살아가야 한다.”(20 페이지) 글을 씀으로써 논리적으로 사고하고 개별 사실에서 개념을 도출하거나 추상화하는 작업 등 과학에서 요구하는 일반적인 활동들이 가능해진다. “과학 글쓰기는 문학 작품과 달리 창의적인 문체와 같은 필력에 의존하는 글이 아니”라 “ 정해진 원칙과 규칙에 맞추어 쓰는 글이다.”(24 페이지)

 

저자는 과학 글쓰기의 다섯 가지 원칙을 제시한다. 1) 누가 읽을 것인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2) 글의 내용은 전문성을 살리되 읽는 이가 이해하기 쉽게 써야 한다. 3) 과학적 양식에 맞춰 글을 써야 한다. 4) 과학적으로 흥미로운 내용의 글을 써야 한다. 5) 과학 글쓰기라 하더라도 수사학적인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

 

1)은 일반 독자들도 읽도록 해야 한다는 의미다. 2)는 물론 무조건 글의 모든 내용을 쉬운 말로 써야 하는 것은 아님을 의미한다. 전문성을 살리되 읽는 이가 이해하기 쉽게 쓰려면 a) 문장 구조를 단순하게 유지하고, b) 논리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구조가 균형이 잡히도록 해야 하고 c) 용어 사용은 명확하고 통일성 있게 해야 한다는 점 등을 고려해야 한다.

 

3)은 IMRAD(Introduction, Materials and method, And Discussion)을 의미한다. 과학적 양식에 익숙해지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는 관련 분야의 좋은 글을 많이 읽는 것이다. 4)는 과학적으로 흥미로운 글이라는 의미다. 그러려면 글의 내용이 독창적, 창의적이며 이전에 보고된 바 없는 새로운 정보를 포함해야 하고, 글 속에 풍부한 정보가 들어 있어야 하고, 글의 각 구성 요소들이 엄밀한 논리적 연결성을 가져야 하고, 다루는 내용의 세세한 부분까지 근거가 명확하고 오류가 없어야 한다.

 

5)는 문장 자체도 수려해야 한다는 의미다. 통일성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부정적 평가를 받는 글의 대부분은 통일성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응집성이 있어야 한다. 응집성은 글의 덩어리들이 논리적, 시간적, 공간적으로 적절한 순서를 이루고 결합되어야 확보될 수 있다. 때로는 관계사도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한다.

 

강조는 저자의 중심적 논지를 분명하게 드러내보이는 것이다. 글의 서두나 마지막에 위치시키고 분량도 상대적으로 길게 써야 한다. 정의(定義)는 사전적 의미, 문장에서의 의미, 확장된 의미, 역사적으로 변천해온 의미들을 제시하는 것도 포함된다. 과학 글쓰기에서 기승전결 구조는 잘못이다.

 

전(轉)은 기(起)나 승(承)에서 언급된 적이 없는 새로운 내용이 갑자기 나타남으로써 독자의 흥미와 감동을 일으키는 부분이지만 과학 글쓰기에서는 글 전체에서 동일한 메커니즘과 논리적 주장을 반복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기에 맞지 않는다. 기승전결 구조는 결론이나 핵심 부분을 의도적으로 글의 뒤쪽에 배치하는 글 구조다. 과학 글쓰기에 반전이나 극적 결말은 부적절하다는 의미다.

 

과학 글쓰기에서는 저자가 논리적으로 주장하고자 하는 내용에 대한 언급이 서론부터 시작하여 방법론, 결과의 의미 해석 등이 논문의 부분 부분에 적절하게 나타나야 한다. 서론에서 다루어지지 않은 주제가 결과나 토의 부분에서 언급되면 안 되고 반대로 서론에서 언급한 문제에 대해서는 결과나 토의 부분에서 자세하게 논증해야 한다.

 

과학 글쓰기가 제대로 안 되는 대표적 이유는 시간에 쫓겨 글을 쓰기 때문이다. 글을 쓰는 데 있어서 충분한 시간을 갖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일찍 시작하는 것이다.(61 페이지) 미국 대학 교수들은 학생들이 시험지 답안지에 교과서 내용을 그대로 옮겨 적는 것을 넓은 의미의 표절로 보거나 좋은 연구 활동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한다. 글을 쓰는 데 있어서도 획득된 정보를 자신의 머리에서 가공하여 새로운 정보로 재생산하는 연습이 필요하다.(70 페이지)

 

한 번 발표한 논문을 다른 언어로 다시 발표하는 경우도 표절이다. 기존 논문을 새롭게 해석하거나 보충 자료를 추가하여 논문을 작성하는 경우에는 표절로 간주하지 않는다. 자신이 작성한 회색 문헌(grey literature)이라 불리는 준학술적이고 비공식적 성격의 글을 학술지에 다시 투고하는 것은 표절이 아니다. 표절 시비를 없애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인용 부분의 출처를 정확하게 밝히는 것이다.

 

과학이라는 학문의 출발점은 선행연구들에서 제시된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평가하고 반추하여 기존 연구에서 검토되지 않은 질문이나 부족한 연구가 무엇인지 밝히는 것이다.(77 페이지) 저작권은 글이나 창작물에 대한 상업적 소유권과 관련된 것이다. 저자권은 누가 저자에 참여하고 복수 저자의 경우 순서는 어떻게 정할 것이며 누가 이것을 결정할 것인가와 관련된 문제다.

 

자연과학 분야의 학문이 합리적이고 객관적이어서 전 과정이 합리적이고 객관적으로 진행될 것이라 생각하겠지만 초기에 마련한 가설에 따라 실험디자인이 결정되며 그 실험디자인과 가설에 따라 연구자가 의도한 방향으로 실험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또한 실험 결과를 어떻게 해석하는가에 따라 전혀 다른 이론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86 페이지)

 

이런 연구자의 주관적 사고의 개입이 과학 발전에 필수적이기는 하지만 지나치거나 순수하지 않은 의도와 연결될 때는 자료 조작이라는 형태로 변질하기도 한다. 자료 조작은 크게 위조와 변조로 나뉜다. 위조는 없는 연구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이고 변조는 얻어진 결과를 임의로 변형시키는 것이다. 변조는 윤리적인 판단이 쉽지 않다.

 

Introduction은 서론, Materials and method는 재료와 방법, Discussion은 토의다. References는 참고문헌이다. 서론에서는 독자의 흥미를 자극하고 배경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자신의 논문과 연관되어 있는 배경 정보를 얼마나 밝힐 것인가를 한정지어야 한다. 본 연구와 관련된 선행연구에 대해 소개한다. 서론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연구의 목적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이를 달성하기 위해 채택한 방법론은 무엇인지 간략하게 언급한다.

 

토의 부분은 얻어진 결과를 해석 및 분석하고 그것에서 파생하는 여러 가지 것들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해야 하는, 창의성과 논리성이 필요한 부분이다. 초록(抄錄; abstract)과 결론(結論; conclusion)에서는 최대한 많은 정보를 균형 있게 파악해야 한다. 학위논문은.. 정해진 시간 안에 써야 한다. 저자는 단 한 명이다. 학술지 논문이나 실험 보고서 등에 비해 양이 많고 내용이 자세한 편이다. 제한된 독자에게만 이용된다. 학위 논문은 일반적으로 매우 긴 글이기에 몇 가지 장치가 필요하다.

 

1) 각 부문마다 제목, 부제목 등을 적절하게 붙여서 논문의 논리적 구성, 내용의 중요도 순서 등을 표현해야 한다. 2) 어떤 양식이든 각 장의 마지막에 독자의 이해를 돕는 요약을 첨부한다. 3) 몇 가지 간단한 편집디자인 효과를 주면 좋다. 각 페이지 옆에는 꼬리말이나 머리말 형식으로 각 장에 대한 제목을 달고 쪽 번호는 오른쪽 상부에 둔다. 좋은 연구 계획서는 잘 조직되어서 읽는 사람이 쉽게 따라갈 수 있어야 한다.

 

자신이 내세우는 바를 잘 강조해야 하고 상대적으로 중요하지 않은 내용은 부각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논의 전개는 깔때기를 통과하듯, 즉 개괄적인 연구 배경으로부터 점점 구체화해 다루고자 하는 핵심 내용으로 좁혀간다. 연구계획서의 주요 내용에 논지의 초점을 맞추어 그것에 대해 자세히 논의한다. 연구 제목과 내용은 구체적이면서 학문적 조류(潮流)에 부응하는 연구임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선행연구와의 연계성을 강조하는 것, 적정한 수의 가설과 목적을 제시하는 것, 다년간에 걸쳐 진행할 연구과제의 경우 그 필요성에 대해 설득력 있게 자세히 언급하는 것, 공동연구의 경우 각 연구자의 임무와 책임을 설정해 명시화해야 한다. 과학자가 대중을 위해 쓰는 글은 과학자들간의 의사소통과는 다른 글쓰기 방법이 필요하다. 저자는 publish or perish 대신 publish and prosper이라는 말을 새롭게 제시한다.

 

미국 대학 교수들이 학생들이 시험지 답안지에 교과서 내용을 그대로 옮겨 적는 것을 넓은 의미의 표절로 보거나 좋은 연구 활동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구절을 보고 생각하게 된 것이 있다. 지금껏 서평을 거의 요약, 정리 차원에서 내용을 대부분 그대로 옮겼다. 하지만 요약은 짧게 하고 내 문제의식으로 정리하고 변형해 풀어쓰고 내 생각을 많이 담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돈은 다리미다.“. 영화 기생충의 대사라고 한다. 내가 스스로 깨달은 내용도 아니고 영화를 직접 보고 알게 된 정보도 아니다. 강수돌 교수의 책에서 읽은 저 내용은 돈은 인생의 주름을 펴주는 다리미 같은 것이라는 의미다. 딴지를 거는 것 같아 저어되지만 잘못되는 다림질도 많다는 말을 하고 싶다. 인생이 아니라 다림질에서 주름을 잡아야 할 때도 있다. 4각의 단조로운 손수건 같은 것은 그저 펴기만 하면 되지만 바지는 줄을 잡아야 한다. 몇 줄씩 주름을 가게 만들기도 하고 잘못해 옷을 태우기도 하는 것이 다림질이다. 삶도 그럴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공자와 노자, 그들은 물에서 무엇을 보았는가 동양문화산책 4
사라 알란 지음, 오만종 옮김 / 예문서원 / 1999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지은이 사라 알만은 동양언어학 박사다. 저자의 책은 뿌리 은유에 대한 탐구서다. 저자에 의하면 뿌리 은유란 추상적인 생각을 개념화하는 데 내재하는 구체적 모델이다.(38 페이지) 저자의 의도는 “물이나 식물 같은 자연 현상을 연구함으로써 인간 세계에 적용할 수 있는 열쇠들을 끌어“(53 페이지)내는 데에 있다.

 

저자는 일단 형성된 개념들은 다른 층차의 의미나 외연을 갖는 추상적 생각들로 발전하기에 개념과 이미지 사이에 단일한 일대일 관계만 있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55 페이지) 또한 어떤 개념들이 함축한 이미지를 이해하게 되면 그 개념들의 관계에 내재한 논리도 드러내 보일 수 있다고 말한다.(106 페이지)

 

이끄는 말, 물, 물의 도, 물의 덕, 물의 철학자들, 맺는 말 등으로 구성된 책에서 저자는 공자, 맹자, 노자, 장자를 물의 철학자라 명명한다. 개인적으로 이 책은 물, 하면 거의 노자의 상선약수(上善若水)라는 말만을 사용하는 사람들을 보며 답답함을 느껴 읽게 된 책이다.

 

저자는 자연 현상을 지배하는 원리들에 대한 올바른 이해는 인간의 본성을 지배하는 원리들을 이해하는 것과 같다는 말을 한다. 이끄는 말의 첫 부분에 맹자의 제자 서자(徐子)가 맹자에게 공자가 물에서 무엇을 보았는가 묻는 장면에 대한 글이 나온다.

 

맹자는 깊은 샘에서 솟아나온 물은 밤낮없이 흘러내려 낮은 곳을 다 채우고 난 다음에야 비로소 앞으로 흘러가다가 마침내 바다로 빠져나간다. 근원을 갖고 있지 않은 것은 7. 8월에 쏟아져내려 고인 빗물과 같다. 이 빗물은 도랑을 채울 수는 있지만 금세 말라버린다고 답했다.(68 페이지)

 

맹자가 말한 낮은 곳이란 웅덩이를 뜻한다. 한문으로 과(科)라 한다. 과는 과학의 과, 과거 시험의 과로 많이 알려진 글자다. 찰 영자를 써서 영과이후진(盈科以後進)이라고 쓰는 곳도 있고 영과이복진(盈科以復進)이라 쓰는 곳도 있다. 불영과불행(不盈科不行)이라 쓰는 곳도 있다. '채운 후에 간다'나 '채우고 나서 다시 간다'보다 '채우지 않고서는 가지 않는다'는 말이 더 인상적이다.

 

공자는 큰 강물을 바라볼 때마다 항상 관조하는 이유가 무엇인가란 제자 자공의 질문에 물이 모든 곳으로 퍼져나가고 모든 것에 생명을 주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덕(德)과 같고, 아래로 흐르면서 꾸불꾸불 돌지만 항상 같은 원리를 따르는 흐름을 보이는 것은 의(義)와 같고, 솟아올라 결코 마르지 않고 흐르는 것은 도(道)와 같고, 수로가 있어 인도하는 곳에서 내는 소리는 반항하는 울음소리 같고, 백 길의 계곡을 두려움 없이 나아가는 것은 용(勇)과 같고, 수평을 재는 자로 사용할 때는 법(法)과 같고, 가득해서 덮개가 필요 없는 것은 정(正)과 같고, 유순해고 탐색적이어서 가장 작은 틈으로도 들어가기에 찰(察)과 같고, 거치거나 들어가 선명해지고 정화되는 것은 선하게 되는 것(善化) 같고, 만 번이나 꺾여 흐르지만 항상 동쪽으로 흘러가는 것은 지(志)와 같다고 말했다.(53 페이지)

 

저자는 원천에서 솟아나온 물은 함부로 아무 방향으로나 흐르지 않고 일정한 수로를 따라 흐른다고 말한다.(72 페이지) 고대 중국인들은 살아 있는 어떤 것이 스스로 흘러갈 수 있다는 점을 물의 가장 매혹적인 특성 중 하나로 보았다. 맹자는 인간 본성이 선함은 물이 아래로 흐르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76 페이지)

 

이 말을 전하며 저자는 자연 현상을 지배하는 원리들에 대한 올바른 이해는 인간의 본성을 지배하는 원리들을 이해하는 것과 같다고 말한다.(77 페이지) ‘묵자(墨子)’에서 훌륭한 통치자는 인자한 통치자가 아니라 차별이나 상호 이익에 관계 없이 사랑을 베푸는 통치자로 나온다.(79 페이지)

 

노자가 물이 선하고 만물을 이롭게 하고 다투지 않는다는 말을 한 것처럼 공자는 논어 위령편에서 군자는 긍지를 지니나 다투지 않고 여럿이 어울려도 편파적으로 굴지 않는다(君子矜而不爭 而不黨)는 말을 했다.(84 페이지) 흥미로운 점은 도가에서는 통치자가 압박에 양보하고 요구되는 어떤 형태라도 취하는 물처럼 행동해야 한다고 말한 반면 순자는 통치자를 그릇에 비유했다는 점이다.

 

장자는 물의 본성은 동요하지 않을 때 맑아지고 움직이지 않을 때 수평이 되지만 막혀 흐르지 못하면 맑아지지 못한다고 했다. 저자는 산은 정체(靜體)이고 강은 동체(動體)라 말한다. 원시 시대부터 산과 바다는 제사의 대상이었다. 하(河)라고만 표기하는 황하(黃河)는 갑골문에서 나타난 것 중 가장 영향력 있는 강의 영령이었다.(93 페이지) 저자는 가장 영향력 있는 산은 정(頂)이라고 불렸는데 이는 오악(五嶽)중 중심으로 한대 이후 황제가 매년 제사를 지내던 하남의 숭산(崇山)일 것이라 말한다.(93 페이지)

 

저자는 물은 인간 생명에 필요한 것이고 불은 인간 사회에 필요한 것이라 말한다.(96 페이지) 흥미로운 것은 물은 불을 끄고 불은 물을 증발시킨다는 점이다. 고대의 음양 이론에서 이 원리가 변해 상극 관계의 연속체가 되었다. 음양(陰陽) 이론은 우주의 이원적인 힘이 갖는 상징적인 이름으로 어둠<음; 陰>과 밝음<양; 陽>을 취한다. 어둠과 밝음은 물과 불보다 더 풍경과 연관되어 있다.(99 페이지)

 

이론적 구조 안에서 요소나 힘으로 물과 불을 논의한 최초의 유가 서적은 ‘순자(荀子)’다. 순자는 물과 불이 움직이는 것은 그들이 어떤 기(氣)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순자는 물과 불은 기는 가지고 있지만 생명은 없고, 풀과 나무는 생명은 있으나 인지 능력이 없고, 조류와 짐승은 인식 능력은 있으나 시비를 판단하는 느낌이 없고, 사람은 활기, 생명, 인식 능력, 그리고 시비 판단의 느낌을 모두 가지고 있기에 세상에서 가장 고귀하다고 말했다.(100 페이지)

 

저자의 말 중 가장 중요한 말은 ”물은 생명의 근원이지만 수로를 따라 흘러야 한다. 만약 물이 수로를 넘어 땅으로 범람하면 그 결과는 죽음과 파괴다. 샘을 원천으로 하는 강들은 끊임 없이 흐르지만 짧은 시간에 식물을 회생시키는 빗물은 쉽게 메말라 버려 식물을 지속적으로 키울 수 없다,“(105 페이지)는 말이다.

 

맹자는 ”물을 관조하는 데에도 방법이 있다. 항상 물결을 보라. 해와 달이 빛날 때 그 광채가 항상 물건을 비출 것“이라고 말했다.(115 페이지) 또한 ”흐르는 모든 물은 웅덩이를 채운 후에야 움직인다. 마찬가지로 군자도 도에 뜻을 두면 그 뜻을 이룬 후에야 돌파해나간다.“고 말했다. 물은 의지도 없고 행동하지도 않지만 자발적으로 아래로 흘러 땅의 형세 속으로 스며들며 고요할 때 스스로 맑아진다.(125 페이지)

 

고대 중국어 개념 중에서 가장 이해하기 어렵고 중요한 단어 중 하나가 기(氣)다.(136 페이지) 저자는 물은 다섯 숫자에 근거한 다른 상관 개념 구조에서 오행의 하나였다고 말한다. 물의 의미는 어디에 있을까? 오행으로 물을 보는 것이 유용할 것이다. 관건은 저자가 언급한 텍스트들을 직접 읽는 것이다. 개인적인 이야기이지만 순자(荀子)에 관심이 많이 감을 재확인했다. 다양한 문헌둘을 물의 관점으로 노고를 아끼지 말아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