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를 보는 두 개의 시선, 우아함과 저속함
박진경 지음 / 새라의숲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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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를 보는 두 개의 시선, 우아함과 저속함’은 밀도 높은 책이다. 저자 박진경은 국어국문학을 전공하고 동양미학을 전공한 철학박사다. 우아함은 아(雅), 저속함은 속(俗)의 다른 이름이다. 동아시아에서는 상아폄속(尙雅貶俗)의 아속관을 가지고 있었다. 상(尙)은 높이다, 숭상하다 등을 의미하고 폄(貶)은 떨어뜨리다, 낮추다 등을 의미한다.

 

아는 피지배층을 폄하하고 계도하려는 지배층의 배타적 용어다. 아문화는 지배문화, 속문화는 대중문화를 의미한다. 아는 정(正)으로 통했다. 속은 원래 부정적인 개념이 아니었다. 애초 지방이나 주변 이민족을 뜻하는 개념이었으나 중심인 아에 의해 주변부로 부정되기 시작되었다. 아속은 상반되는 개념이 아니었으나 선진(先秦)시기 이후 가치적으로 갈라서게 되었다. 아속은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며 발전했다.

 

잠시 공자 이야기를 하자면 그는 집례와 같은 중요한 일이나 강론은 모두 아언(雅言)을 사용해 했다. 정치적으로 불우했지만 당시로서는 귀족에게만 전수되었던 육예(六藝; 禮, 樂, 射, 御, 書, 數)의 과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고 그것을 제자에게 가르침으로써 3천 명에 이르는 제자를 양성(전호근 지음 ‘고전함께읽기’ 참고)한 공자다.

 

공자는 속을 비하하지 않았고 아와 속을 중요한 미학적, 도덕적 개념으로 대별하지도 않았다. 다만 그는 속인 대신 소인과 군자를 대별하거나 아악과 정성(鄭聲)을 대별하여 정성으로 대표되는 속악인 신악(新樂)에 대한 불편함 심경을 드러냈다. 공자가 자색[紫]이 붉은색[朱]을 빼앗는 것을 미워하고 정(鄭)나라 음악이 아악(雅樂)을 어지럽히는 것을 미워하며 말만 잘하는 입이 나라를 뒤집는 것을 미워한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정성은 정나라 음악이다.

 

‘시경’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다. 이 텍스트는 민간의 노래를 지배층의 문화로 이끌어낸 대표적인 아속겸비(雅俗兼備)의 산물이다. 공자가 언급한 문질빈빈(文質彬彬)은 고정된 개념이 아니라 상황에 맞게 최적을 찾아 시중(時中)을 구현하는 것이다. 물론 현실에서 문과 질을 동시에 추구하는 것은 어렵다. 그래서 공자는 형식보다 내용을 더욱 중요하게 생각하기도 했다.

 

형식은 문이고 내용은 질이다. 인(仁)한 마음의 본질이 예(禮)라는 형식을 통해 조화롭게 드러나는 것이 문질빈빈이다. 문질빈빈은 공자가 군자의 도덕 수양에 관해 거론한 것이었으나 후에 문예에까지 개념이 확산되었다. 문이 질을 이기면 번드레하고 질이 문을 이기면 투박하다.

 

이속위아(以俗爲雅)는 아속관의 놀라운 전환이다. 이속위아는 속을 통해 아를 완성하는 것이다. 아속겸비의 회화는 감상과 실용을 목적으로 하는 회화를 의미한다. 양명학의 등장과 초기 자본주의의 발현은 예악과 정교사상을 무너뜨렸으며 양명학의 인간 본연에 대한 관심은 자기의지와 체험을 존중하는 개성적 문예풍에 주목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청대에는 문예 전반에서 자득(自得)이 새로운 심미표준이 되었다. 법고(法古)도 결국 창신(昌新)을 위한 기반이며 창신은 자득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라는 문예인식이 팽배했다. 양명의 심즉리(心卽理)는 철학적 관심이 물(物)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나의 의식이 지향하는 사물에 있으며 리(理)란 객관적이고 형식적인 도덕법칙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주관적 준칙인 양지(良知)의 창조적 도덕 판단 및 작용에 의해 디양한 사물의 이치가 시의적절하게 구현되는 것이다.

 

심즉리는 모든 가치가 나의 마음에서 출발하므로 천(天)에 대한 관심보다는 인(人)에 대한 관심으로 전환하였으며 이것은 인간의 개성과 몸에 대한 긍정으로 이어졌다.(108 페이지)

 

조선 후기가 중요하다. 이 시기는 정치, 사회, 경제의 변화로 인해 새로운 사상이 요구되는 시대였다.(121 페이지) 이 시기는 한양에서 대대로 권세를 누리던 경화사족(京華士族)이 상업의 발달과 함께 물질의 풍요로움을 경험하며 성리학적 이념만으로 변화해가는 세계질서를 해명하기 어렵다는 것을 깨달은 시기이기도 했다.(123 페이지)

 

앞에서 자득 이야기를 했거니와 목은 이색(李穡)은 무엇을 스승으로 삼아야 하는가란 질문을 받고 스승은 사람에게 있지 않고 책에도 있지 않으니 자득해야 할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득은 요순 이래로 바뀐 적이 없다고 말했다. 조선후기 문예사조의 아속겸비적 심미의식은 자득과 중화(中和)적 사유로 문예현실을 개혁하고자 한 심미의식이었다.

 

조선 후기 인식의 변화에 미수 허목(許穆; 1595 - 1682)이 미친 영향이 아주 컸다. 그는 선진(先秦)유학 정신으로 조선 유학을 쇄신하고자 했다. 허목은 천문, 지리, 노장 등 박학을 추구했다. 실학의 대두는 문예인식의 저변을 숭고(崇古)적 전아(典雅) 지향의 문예풍토에서 즉물적이며 시대의식이 담긴 개성적 문예의 흐름으로 바꾸었다.

 

성리학의 발전적 접근을 통해 리(理) 위주의 조선주자학의 보편주의에서 기(氣) 위주의 상황주의적 지향으로 나아간 실학의 현실인식에 대한 관심은 필연적인 것이었다.(170, 171 페이지) 박지원은 당시 학자들이 학문의 본질을 망각하고 이기(理氣)와 성명(性命)으로 명분을 추구하는 것을 비판하고 학문의 본질은 실용에 있음을 천명했다.

 

그는 시경과 서경은 매화를 말하며 실(實)만 논했지 꽃은 논하지 않았다고 강조하고 비근한 것으로 참신함을 추구하여 문학의 새로운 경지를 넓혀나갈 것을 제안했다. 박지원이 깨달은 것은 청나라의 제도에도 명나라의 전통이 섞여 있으며 명의 유제와 이적의 문화는 양단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당시 이상적으로 생각했던 명의 문화조차 원의 문화가 섞여 있어 순수한 중화가 아니었던 것처럼 관념에 있는 고상한 이상은 존재하지 않으며 실제 존재하는 것은 혼종 문화라는 것이다.(173 페이지)

 

나종면은 조선 후기 문예의 지향성이 고(古)에서 금(今)으로, 아(雅)에서 속(俗)으로, 법(法)에서 아(我)로 전환하였다고 보았다. 동계(東谿) 조귀명(趙龜命; 1693 - 1737)은 문(文)과 도(道)를 분리했다. 그는 문장의 묘란 샘물의 따뜻함과 같고 불의 차가움과 같으며 돌의 결록과 같고 쇠의 지남철과 같다고 보았다.(197 페이지)

 

그는 "...그러므로 함께 물(物)을 보더라도 나는 다른 사람의 시각을 빌려온 적이 없고 함께 소리를 듣더라도 나는 다른 사람의 청각을 빌려온 적이 없다. 그런즉 유독 식견과 깨달음에 있어서 머리 숙여 고인의 노예가 되라고 한다면 도리어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겠는가!"(211 페이지)란 말도 했다.

 

하늘은 “형체로 말하여서는 천(天)이라 하고 성정(性情)으로 말해서는 건(乾)이라 하고 주재(主宰)로 말하야서는 제(帝)라 하고 묘용(妙用)에 대해서는 신(神)이라 한다.”는 말을 한 박지원도 주목할 만하다.(206 페이지) 박지원은 주자학이 일구어낸 우주론을 거부했다. 그가 진정 거부한 것은 주자학이 아니라 인간의 자유정신을 규제하는 이념과 고정관념이었다.

 

창신(昌新)대한 열망은 기(奇)의 추구로 이어졌다. 담헌(澹憲) 이하곤(李夏坤; 1677 - 1724)은 일원 이병연과 겸재 정선이 기이한 곳을 찾아다니며 창작을 했고 이병연의 시는 실제 경치보다 더욱 기이함을 자아냈다고 칭송했다.(홍대용도 담헌이라는 호를 썼다. 홍대용의 담헌은 湛軒이다...澹은 담백할 담이고 湛은 즐길 담, 탐닉할 담이다.)

 

이가환의 아버지이자 성호 이익의 조카인 이용휴는 기를 추구하면서도 기의 절제도 강조했다. 그는 시는 진실로 기해야 뛰어난 것이지만 기에만 힘쓴다면 그 폐단은 두묵처럼 될 것이라 말했다. 진(眞)과 기(奇)는 당대 고법에서 생산하지 못한 참신성을 의미했다. 고금통변(古今通變)은 아속겸비적 심미의식이다.

 

농암(農巖) 김창협(金昌協)이 문학의 혁신을 주도하였다면 공재(恭齋) 윤두서(尹斗緖)는 회화의 혁신을 주도했다.(234 페이지) 속화(俗畵)는 문인화의 상대개념이기도 했고 풍속을 그린 그림이기도 했다.(237 페이지) 동계 조귀명은 윤두서의 풍속화에 대해 속된 그림을 그렸는데 속된 필치가 없으니 이것은 썩은 것을 변화시켜 신묘한 것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평했다.

 

윤두서가 초기 풍속화로서 과도기적 흔적을 남겼다면 관아재(觀我齋) 조영석(趙榮祏)은 풍속화의 난만함을 보여주었다. 그는 어진 제작에 참여하라는 어명을 받았으나 사대부가 기예로써 임금을 섬길 수 없다며 거부했다. 1748년 영조가 숙종의 어용을 그리는 일에 참여를 명했을 때 영조의 노기 어린 질책에도 불구하고 거부한 것이다.

 

그의 화집인 사제첩(麝臍帖)의 사제는 사향노루 배꼽 향기를 의미한다. 귀하고 비밀스러운 것을 의미하는 말이다. 이는 자신의 그림에 대한 자부심과 세상에 마음 놓고 드러낼 수 없는 기예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의미한다. 조영석은 아속겸비적 심미의식을 가진 대표적 문인화가다.

 

심노숭(沈魯崇; 1762 -1837)은 물 하나 그리는데 열흘, 바위 하나 그리는데 닷새가 걸리는 산수화에 담긴 허위의식을 꼬집고 이용후생적 관점에서 풍속화를 긍정했다. 그는 리(理)가 지배하는 정태적 세계관으로 예술을 바라본 것이 아니라 실용의 세계, 동태적 세계관으로 예술을 바라보았다.

 

흥미로운 것은 정조의 경우다. 정조는 풍속화를 폭넓게 수용하고 장려했다.(252 페이지) 잘 알려진 것처럼 정조는 고동(古銅)의 취미를 속학의 영역으로 보고 질타했다.(276 페이지) 풍속화의 속(俗)과 속학의 속(俗)은 같은 것인데 풍속화는 장려했고 속학은 질타한 것이다.

 

표암(豹菴) 강세황(姜世晃; 1713 - 1791)이 眞境, 眞景으로 말한 진경산수화는 이상적 산수관과 현실 산수가 잘 융합되어 있는, 아속겸비적 산수화관의 미의식을 보여준다.(256 페이지) 단원 김홍도의 스승 강세황은 60세가 넘어 영조에 의해 영릉 참봉에 제수되면서 관직 생활을 시작했다. 진경산수화는 전통산수화의 관념성을 극복하고 실존하는 산수를 재창조했다.

 

겸재 정선이 물려받은 것은 김창협 문단의 천기론적 개성주의이고 아속겸비적 문예관이다. 기질지성의 긍정과 천기의 강조는 기를 더 이상 국한성과 한계성의 부정적 요소로 본 것이 아니라 개별성과 경험의 특수성, 실증적 현실성, 개체의 실존을 담보하고 긍정했음을 의미한다.(279 페이지)

 

조선 전기의 천기는 성정지정(性情之正)을 의미했고 후기의 천기는 성정지진(性情之眞)을 의미했다. 조선 후기의 천기론은 문학, 회화, 서예, 더 나아가 문예전반의 예술 창작론으로 발전했다. 천기는 자연성, 자발성과 연관되므로 의고(擬古; 옛것을 본뜸)풍의 전아한 문예와는 지향하는 바가 다른 것이다. 인위적이지 않은 자발성을 의미하는 천기는 자유를 추구한다.(287 페이지)

 

진(眞)의 추구는 문예를 아와 속으로 나누는 이분법적 사고를 초월한다.(288 페이지) 정조는 속학의 핵심을 소품문으로 지목하여 신문체는 사람의 마음을 해치는 폐단이라고 규정했다.(310 페이지) 정조의 문체반정은 북학과 서학 사이에서 정치적 고민을 전환하기 위한 방편이자 남인을 서학이자 사학(邪學)의 원흉으로 몰아가려는 노론에 대응하고자 한 수단이었다.

 

송대 이후 심즉리를 주장하는 양명학은 즉물하는 모든 대상을 학문과 예술의 세계로 인도했고 도덕적 세계 너머의 인간을 발견하게 했다.(321 페이지) 실(實)은 양명학과 실학의 핵심어다. 윤두서는 이런 실의 정신을 문예의 핵심으로 삼고 실득의 문화의지로 풍속화와 진경산수화를 개척하였고 우리나라 최초로 자화상을 남긴 사람으로 기록되었다. 자득은 창작의 근원이 자신에게 있음을 말한다. 이상과 현실의 조화는 명확한 자기인식 없이는 불가능하고 자기인식은 현실인식을 기반으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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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만 모르는 인생을 바꾸는 대화법 - 말 잘하는 사람들의 여덟 가지 공통점
스쿤 지음, 박진희 옮김 / 미디어숲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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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개의 말하기 법칙을 제시한 책이다. Language라는 단어의 철자를 언어능력과 관계되는 단어들로 설명하는 것이다. l은 logic(논리), a는 analogy(유추), n은 narrate a picture(장면 묘사), g는 good story(좋은 사례), u는 unexpected(예측 불가), a는 ask(질문), g는 gain(이득), e는 empathy(공감)이다. 논리 있게, 그리고 간결하게 이야기해야 한다.

 

학생들은 예를 들어 설명하거나 유추를 자주 하는 선생님을 좋아한다. 듣기만 해도 실감 나는 말을 들으면 우리는 머리로 그려보게 된다. 상투적인 말을 늘어놓는 데서 벗어나 같은 내용이라도 포장을 색다르게 해본다거나 이야기에 살을 덧붙이자. 제대로 된 질문을 하면 절반은 성공이라는 말을 기억하자. 좋은 질문은 상대방의 불명확한 표현을 명확하게 만들어 줄 수 있다.

 

상대방이 대화를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을 이해하고 그것을 충족시키는 법을 알아야 한다, 완벽한 표현은 이성과 감성이 어우러진 합작품이다. 너무 이성적인 말은 듣는 이가 반박할 수 없게 만들어 그 사람의 기분을 망칠 수 있고 너무 감성적인 말은 듣기엔 화려해 보일지 몰라도 속 빈 강정에 불과해 듣는 사람은 화자가 무슨 말을 하는지 간파할 수 없다.

 

이성적인 사고를 감성적으로 표현해야 한다. 말을 꺼낼 때 미리 요약하고 정리해 두지 않으면 바람 부는 대로 흘러가는 배 같은 말이 되기 쉽다. 주제를 명확하게 설정한 후 말해야 한다. 아이에게 밥 한 번, 반찬 한 번 번갈아 가며 떠먹이는 것처럼 차근차근 관점을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주제를 정하고 북마크를 지정하면 하고자 하는 말의 전체적 윤곽이 잡히고 필요만 말한 할 수 있다.

 

정보의 개수가 3개일 때 가장 안정적인 상태로 깔끔한 전달이 가능하다. 수미상관(首尾相觀)법을 활용하자. 첫 연에서 말한 바를 마지막 부분에 반복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스티브 잡스가 한 말을 돌아보자. 서두에서 그는 “여러분! 오늘 제가 보여드릴 노트북을 한 마디로 정리해드리겠습니다. 바로 세상에서 가장 얇은 노트북입니다.”란 말을 했고 마지막 부분에서는 “맥북 에어는 세상에서 제일 얇은 노트북입니다.”라고 했다.

 

저자는 PPT에 너무 의존하면 발표 효율도 떨어지고 영감과 창의력도 잃는다고 말한다. 발표 연습이 중요하다. 마지막 부분이 중요하다. 사람들은 가장 마지막에 들은 내용을 기억하기 때문이다. 서두르지 않고 차근차근 말해야 한다. 이 부분을 염두에 두고 충분히 연습해야 한다. 일상의 대부분의 소통은 정보의 비대칭이라는 조건하에서 이루어진다. 한쪽은 알고 있고 다른 한쪽은 전혀 모르는 상태가 우리가 소통을 잘하기 위해 넘어야 할 산이다.

 

지식의 저주란 어떤 사람이 다른 사람들도 이해할 수 있는 배경을 가지고 있다고 자신도 모르게 추측하여 말하는 것을 말한다. 일종의 편견이다. 지식의 저주에 빠지지 말아야 한다. 저자는 영감은 떠오르는 것이 아니라 수집하는 것이라 말한다. 어떤 일에 관해 계속 생각해야 떠오르는 것이다. 영감(靈感)은 사라지기 쉬워서 아침 이슬 같다고 말할 수 있다. 이것이 유추다.

 

상대가 유추하게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좋은 발표는 단순한 내용의 반복이다. 말을 잘 하려고 대단하고 화려한 수사법을 억지로 끌어올 필요는 없다. 그저 상대가 가지고 있는 5가지 감각 체계를 활용하기만 하면 된다. “혀를 통해 떠나는 프랑스 여행”이라는 와인 광고 멘트는 어떤가. “이 케이크를 먹으면 봄날 철길을 달리는 녹색 기차를 탄 기분을 느낄 수 있어”는 또 어떤가. “지금 두 손에 어떤 것들을 올릴 수 있을까요? 사과 한 알? 어쩌면 지갑일 수도 있겠네요. 이제 눈을 떠 보세요. 만약 손 위에 올라가 있는 것이 심장이 콩닥대는 작은 생명이라면 어떤 기분이 들 것 같나요?”도 훌륭하다.

 

부정적인 장면 묘사도 효과적이고 문제가 개선되었을 때를 상상하게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논리가 골격이라면 유추와 장면 묘사는 피와 살에 비유할 수 있다. 저자는 집중력을 의미하는 영어 단어 Attention은 지불하다를 의미하는 pay와 함께 쓰인다고 말한다. 집중력이 사유재산 같은 것이라면 우리는 함부로 지불하지 않는다. 우리가 청중을 만족시켜야만 그들은 비로소 자신의 집중력을 지불할 용의를 내비친다.

 

이런 특수한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신중하게 말을 꺼내 상대의 집중력을 최대한 오래 유지하게 해야 한다. 상대의 관심을 사로잡으려면 1) 목소리에 변화를 주어야 하고, 2) 상대를 움직이게(동작을 취하게) 해야 하고, 3) 기존 틀을 부수어야 하고, 4) A를 말하기 위해 B를 먼저 말해야 하고(복선을 깔아야 하고), 5) 웃음 포인트를 갖추고, 6) 시한폭탄을 던지고, 7) 자신 있게 질문을 많이 던져야 한다.

 

저자는 난처한 질문에는 반문하라고 말한다. “여기 브랜드 제품은 뭐 이리 비싸요?”란 질문에 하는 “고객님, 왜 그런 생각을 하셨는지 궁금하네요. 혹시 저희 제품 중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있으신지 말씀해 주실 수 있나요?” 같은 것이 적절한 반문이다. 난처한 질문을 받았을 때 급하게 답변하려고 하지 말자. 당신이 생각하는 답변은 질문한 상대가 원하는 답변이 아닐 수 있다. 떠오르는 답변을 주머니에 잘 넣어놓고 반격 혹은 해명하고 싶은 본능을 억누르고 이렇게 반문하자. “왜 그런 생각을 하셨는지 궁금한데 이유를 들어볼 수 있을까요?”

 

어떤 것이든 상대와 연관짓는 방법은 정보의 홍수 시대에 사는 우리에게, 우리가 가진 정보를 특별하게 만드는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다. 이익에 호소하고 이성을 배제하라. 제 아무리 논리적인 말이라도 감성적으로 접근한 말을 이길 수는 없다. 공감은 내려놓을 줄 알고 상대방의 시각으로 세상을 볼 줄 아는 일종의 대화 기술이다. 판단은 공감을 죽이는 살인이다. 효과적인 충고는 격려로 시작하는 충고, 상대가 개선할 수 있는 것을 예로 드는 충고, 구체적 해결 방안을 제시하는 충고, 독창적 조언, 상대에게 용기를 북돋아 주는 행복한 충고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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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교양책 만드는 법 - 세계와 삶을 공부하는 유연한 협력자로 일하기 위하여 땅콩문고
이진 지음 / 유유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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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의 '인문교양책 만드는 법'은 16년 경력의 인문교양책 편집자가 쓴 책 만드는 것에 관한 "자기 이야기"다. 자기 이야기란 말은 "내가 예전에 이렇게 해 봤는데..."라며 말할 수 있는 나만의 이야기가 많아질수록 일이 즐거워지고 자신감도 생긴다는 저자의 말에서 나온 이야기다. 저자는 자신의 책을 잘 팔리는 인문교양책 만드는 법을 말하는 책이 아니라 설명한다.

 

저자는 자신을 소심한 편집자라 말한다. 그것은 아무에게나 적극적으로 집필 제안을 하지 못하는 편집자란 의미다. 저자는 자신을 생면부지의 필자보다 옷깃이라도 스쳐본 사람에게 연락(집필 제안)을 하는 사람이라 소개한다. 관건은 책을 쓰는 이가 남다른 아이디어를 생각해낼 수 있는가이고 다른 사람은 하기 어려운 이야기를 할 수 있는가다.

 

저자는 책이 책을 낳는 영화 같은 일은 당연히 더 오래 일한 사람, 더 많은 책을 만들어 본 사람에게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책에는 편집자와 저자의 인연이 리얼하게 그려져 있다. 저자는 필자의 경험과 생각이라는 넓은 틀 안에서 이런저런 대화를 시도하며 필자 스스로 가장 쓰고 싶은 것을 찾을 수 있도록, 마침내 쓸 결심을 할 수 있도록 약간의 자극이나 환기를 할뿐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서둘러 책을 많이 내서 성공의 경험을 나눠 갖는 것도 좋은 일이지만 긴 시간 함께 성장해 간다는 마음을 갖는다면 초조나 서운함에 관계를 망치지 않고 오래도록 좋은 파트너로 남을 수 있을 것이라 말한다. 저자의 책을 통해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편집자의 나이, 성별, 경험, 관심사 등이 책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저자는 편집자에게, 특히나 인문교양 편집자에게 일과 사적인 삶을 분리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라 말한다. 저자는 어떤 분야에서든 실패를 돌아보는 것만큼 큰 배움은 없을 것이지만 실패의 예로 어떤 책을 든다는 것은 부담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고 말한다. 책은 편집자 혼자 만드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를 보며 생각하게 되는 이야기가 있다. 공자는 사람을 평가할 때 이름을 직접 거론하는 경우는 드물었고 사람의 행동을 평가했다는 이야기다. 저자가 말하는 실패란 당연히 시장에서의 실패이고 거론한 세 책은 "뒷담화를 하기에 덜 부담스러운 번역서"다. 저자는 아무리 성실하고 꼼꼼한 책도, 심지어 완성도가 대단히 뛰어나도 상품으로서는 실패할 수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진짜 실패의 원인은 내가 미처 발견하지 못한 다른 곳에 있을지도 모르지만 누구도 정답을 말해 주지 않기에 스스로 정답에 가까운 말을 찾고 그것을 믿고 앞으로 나가는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저자의 책을 통해 좋은 책은 주제의식, 구성, 문장 등이 두루 좋아야 한다는 점을 느끼게 된다. 그러기 위해 편집자는 세상에 대해 저자가 기울이는 것에 못지 않은 관심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저자의 어법으로는 주요 분야의 깨알 같은 지식과 정보를 다 알 필요는 없고 이상한 것을 이상하다고 알아채고 포스트잇을 붙이는 정도의 소양 정도는 쌓아 나가는 것이 좋다. 저자는 편집자가 놓이는 상황도 몇 가지 유형으로 정리해 해답을 제시할 만큼 단순하지 않다고 말한다.

 

”서두에 책을 쓰기로 한 계기, 문제의식이 잘 드러났는가, 본문에서는 그것에 답하기 위한 탐구, 조사, 경험, 만남 등이 설득력 있게 구성되고 배치되었는가, 마지막에는 이 과정을 통해 얻은 자기만의 생각, 관점, 혹은 한 걸음 나아간 문제 제기가 분명하게 담겼는가, 이런 것이 어느 정도 갖춰져 한 편의 이야기로 잘 짜여 있다면 문장이 다소 거칠거나 사례가 부족하거나 약간 중언부언하더라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88, 89 페이지)

 

저자가 말한 것처럼 오탈자보다 더 문제는 문장이 잘 안 읽힌다, 편집자가 컨셉을 완전히 잘못 잡았다, 팩트 체크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 등의 평을 받는 것이다. 저자는 제목을 여덟 유형으로 나눈다. 1) 구체적 효용(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 2) 생각 비틀기/ 호기심 유발(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 3) 문학적, 함축적, 간접적(아픔이 길이 되려면), 4) 이름 붙이기(피로사회), 5) 문제 제기(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6) 저자의 의지, 책의 주장(나쁜 사람에게 지지 않으려고 쓴다), 7) 저자가 누구인가(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 8) 이 저자라면 어떤 제목이라도(열두 발자국) 등이다.

 

저자의 책을 읽다 보면 편집에 대한 내용 외에 주요 책들에 대한 정보도 알게 된다. 저자는 번역서는 얼핏 보면 이미 다 만들어진 책을 언어만 바꿔서 내는 수동적이고 닫힌 일 같지만 알고 보면 편집자의 더 섬세하고 세련된 감각이 필요한 작업이라 말한다.(141 페이지) ”나는 경력이 많은 사람이 반드시 책을 잘 만드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146 페이지)

 

저자는 인문교양책은 생각보다 꽤 많이 트렌디한 분야라 말한다.(146, 147 페이지) 이 말을 접하니 김백철 교수의 ‘왕정의 조건’에서 읽은 구절을 생각하게 된다. 우리에게 익숙한 탕평군주 정조는 198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홍국영에게 조정당하는 우둔하고 바보 같은 허수아비 군주 내지 아버지를 잃은 가련한 임금에 지나지 않았다(36 페이지)는 구절이다. 이는 트렌디의 변화라기보다 우리사회가 민주화된 결과라 생각할 수 있다.

 

저자의 책은 재미 있다. 내가 잘 모르는 편집 또는 출판의 세계에서 벌어지는 구체적인 갈등 또는 어려움 등이 리얼하게 담겨 있기 때문이다. ”편집자와 디자이너는 서로에게 도통 이해할 수 없는 뇌 구조를 가진 사람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그렇기에 더욱 서로가 볼 수 없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파트너가 될 수 있다.“(162 페이지)

 

저자는 혹시라도 내가 아끼고 사랑하는 책과 저자가 나의 부족한 설명으로 인해 소홀히 여겨지지는 않을까 불안한 마음이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내용을 자꾸 덧대게 되는데 시간이 지나고 그 책과 어느 정도 거리를 두게 되면 쓸데없이 구구절절 늘어놓았구나, 하는 후회가 들기도 한다고 한다.(169 페이지) 공감가는 이야기다.

 

책에는 보도 자료, 추천사 등과 관련해 많은 고민을 한다는 내용이 자세히 언급되어 있다. 그런데 사실 보도자료나 추천사를 거의 읽지 않고 책을 사는 나에게는 의미 없는 이야기다. 편집자로서의 고민이나 어려움은 충분히 상상이 간다.(나는 어느 정도 본문을 읽고 책을 산다. 인터넷에서는 목차나 저자의 말 등을 읽고 산다.)

 

저자는 편집자란 완고한 장인보다 유연한 협력자에 가깝다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그간 얇은 책을 은근히 얕잡아 보던 지난 날을 깊이 반성한다는 저자의 말을 들으며 아무리 매끈하게 보이는 글이라도 상당히 긴 노고와 분투의 결과라는 생각을 한다. 무엇이든 직접 부딪혀 보아야 어려움도 알게 되고 발전도 이루는 것이리라. 편집자가 아니라도 읽을 만한 유익한 책을 쓴 저자에게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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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함께 읽기 (워크북 포함)
전호근 지음 / 한국방송통신대학교출판문화원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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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부의 논어로 천하를 다스렸다(반부논어치천하半部論語治天下)고 말한 사람이 송나라 재상 조보다논어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처럼 공자는 사람보다 말이 비쌌던 시대에 마구간에 불이 나자 사람의 안부를 먼저 물었다전호근의 고전 함께 읽기(‘논어’)에 나오는 이야기다저자는 공자를 멍청이의 원조라 말한 슬라보예 지젝을 보며 어떤 책도 멍청하게 읽으면 멍청한 책이 되기 마련이라는 말을 했다.

 

 

공자는 배우기만 하고 생각하지 않으면 고루해지고 생각만 하고 배우지 않으면 독단에 빠진다는 말을 했다공자는 중국 고대의 봉건제 국가인 주나라가 막 쇠퇴하는 춘추시대에 주나라의 제후국이었던 노나라에서 몰락한 귀족 가문의 후손으로 태어났다공자는 덕치의 이상을 품고 14년간 여러 나라를 돌아다녔다공자의 나라 노나라는 주나라의 예악을 정비했던 주공의 맏아들 백금이 봉해진 곳으로 주나라 문화의 정수를 잘 보존하고 있었기에 공자가 고대의 문물을 익히기에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공자는 노나라에서 건설부 장관 격인 사공법무부 장관 격인 대사구를 역임했다반고는 공자를 무관의 제왕이라는 의미에서 소왕(素王)이라 불렀다공자는 가장 뛰어난 제자로 안회를 꼽았다공자는 춘추의 집필자로 알려져 있다사실이라면 공자 유일의 저술은 춘추다공자는 정치적으로 불우했지만 당시로서는 귀족에게만 전수되었던 육예(六藝)의 과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고 그것을 제자에게 가르침으로써 3천 명에 이르는 제자를 양성했다.

 

 

논어는 학이시습지 불역열호로 시작한다논어가 말하는 배움은 인()이라는 가치를 추구하는 반성하는 이성실천하는 이성이다주희는 학()을 효()로 해석했다학이시습(學而時習)이란 새가 날갯짓하는 것처럼 날마다 사람된 도리를 배우고 익혀야 한다는 의미다군자의 배움은 자신을 지키기 위한 것이기에 남이 알아주지 않더라도 서운해할 일이 아니다불온(不慍)은 노여움을 품지 않는다는 의미다온견(慍見)은 노여움이 얼굴에 나타난다는 의미다공자는 말 잘하는 것을 경계했다.

 

 

양화편에도 말을 교묘하게 꾸미고 얼굴색을 착한 체하는 자 치고 어진 사람이 없다는 말이 나온다()은 드물다는 의미다하루에 게 가지를 반성한다고 말한 사람이 증자다다른 사람을 위할 때 내 일처럼 정성을 다하지 않음이 있었던가벗들과 사귈 때 진실하지 않음이 있었던가전해 받은 것을 익히지 않음이 있었던가 등이다.

 

 

공자는 나라를 다스릴 때에는 일을 신중히 처리하되 백성의 믿음을 얻어야 하고 국가의 재용을 절약하되 백성을 사랑해야 하고 백성을 부릴 때에는 때를 가려야 한다고 말했다()은 수레 한 대(말 네 필)를 의미한다만승은 천자의 나라천승은 제후의 나라백승은 대부의 가()를 의미한다.

 

 

공자는 군자가 신중하게 행동하지 않으면 위엄이 서지 않을 것이니 배움 또한 탄탄하지 못하게 된다충과 신을 준칙으로 삼아야 하며 나만 못한 이를 사귀지 말며 과실이 있으면 고치기를 꺼리지 말아야 한다.”고 가르쳤다나만 못한 이란 충과 신에 뜻을 두지 않은 사람을 가리킨다과오를 고치지 않는 것이야말로 과오다증자는 돌아가신 이를 삼가 전송하고 가신 지 오래된 조상을 추모한다면 백성들의 인심이 후해질 것이라 말했다.

 

 

공자는 어버이가 살아 계실 때에는 어버이의 뜻을 살펴보고 돌아가신 뒤에는 행적을 살펴보아야 한다고 가르쳤다삼 년 동안 어버이의 방식을 고치지 않아야 효도라고 일컬을 만하다고 가르쳤다범조우(范祖禹)는 자식이 어버이의 뜻과 행적을 살핀다는 의미다()는 나아가 가르침을 청하는 것이다자공이 스스로 가난하면서도 아첨하지 않았고 부유해져서는 교만하지 않았다고 하자 공자는 그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가난하면서도 도를 즐기고 부유하면서도 예를 좋아함만 못하다고 가르쳤다.

 

 

자공은 시경에 끊은 듯간 듯쪼은 듯갈아낸 듯 하다(如切如磋 如琢如磨)는 말을 했다부지기(不知己)는 나를 알아주지 않음을부지인(不知人)은 내가 남을 알아보지 못함을 의미한다위정편은 별 이야기로 시작한다공자는 북극성을 선택했다북극성은 밤새 한 곳에 머물러 움직이지 않는다인자(仁者)는 천하게 거칠 것이 없다는 말은 맹자의 말이다북극성처럼 한 자리에 머물러 있어도 뭇별들이 바라보는 이상적인 정치가 무위(無爲)의 정치다공자는 그것을 덕치(德治)라 했고 맹자는 인정(仁政)이라 말했다.

 

 

공자는 덕치(德治)를 이상으로 여겼다공자는 시경 삼백 편의 뜻을 한마디 말로 생각에 부정함이 없는 것으로 설명했다시는 말이 끝나는 지점에서말이 멈추는 곳에서 시작하는 것이다시경에는 모두 311편의 시가 실렸다공자는 덕으로 인도하고 예로 가지런히 하면 백성이 부끄러워 함이 있게 되고 스스로 올바르게 될 것이라 말했다공자는 15세 지학(志學), 서른 살 이립(而立), 마흔 살 불혹(不惑), 쉰 살 지천명(知天命), 예순 살 이순(耳順), 칠십 종심소욕불유구(從心所欲不踰矩등을 이야기했다.

 

 

공자는 옛 것을 익혀 새롭게 하면 스승이 될 만하다고 가르쳤다()은 나를 새롭게 하는 것이다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에서 온은 익힘을 의미한다공자는 군자는 채울 수 없는 그릇(군자불기)이라 말했다큰 포용력을 말한다공자는 말하기 전에 실행하고 말은 그 뒤에 따르는 것이라 말했다군자는 두루 사랑하되 편 가르지 않으며 소인은 편 가르되 두루 사랑하지 않는다()와 비()는 사랑하는 것을 말한다.

 

 

군자 주이불비(周而不比소인 비이부주(比而不周). 는 편을 가른다는 말이다에는 온전히 다 한다는 의미가 있다학이불사즉망 사이불학즉태도 논어의 주요 구절이다()은 구불구불 휘어진 나무판을 의미한다저자는 공자는 아마도 목수에게 배웠을 것이라 말한다()의 반대어는 직()이다는 어긋날 착둘 조다팔일(八佾)편에는 대체로 예에 관한 내용이 나온다팔일편에서 중요한 점은 예를 이차적인 것으로 여기는 것이다사람이 인()하지 않으면 예악이 모두 무용하다논어에 인()이란 글자는 108회 나오지만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쉽지 않다.

 

 

공자는 가장 높이 평가하던 안연이 인이 무엇인가 묻자 극기복례라 말했다맹자는 유자입정(孺子入井)과 함께 측은지심을 이야기했다측은(惻隱)의 측은 상대와 나를 동일하게 보고 불쌍히 여기는 것이다()은 고통을 느끼는 마음이다인은 통각(痛覺)에 가깝다계씨(季氏)는 제후국 노나라의 대부였다. 3가는 맹손계손숙손씨다목목(穆穆)은 장엄한 모습 즉 천자의 용모를 표현한 말이다()에는 돕는다는 의미가 있다.

 

 

인은 내용이고 예와 악은 형식이다()는 사치하기보다 차라리 검소하여야 하고 상()은 형식적으로 잘 다스리기보다 차라리 슬퍼하여야 한다사안에 따라 예를 꼭 맞추어 시행하는 것이 중용이다() ~ () ~ ()은 ~하기보다 하는 것이 낫다는 의미다논어에는 중국을 문명의 중심으로 여기는 대목이 한두 곳 나온다이적(夷狄)은 사방의 이민족을 가리킨다동이서융남만북적이 있다제하(諸夏)는 중국 민족 전체를 가리키는 말이다태산은 노나라 경내에 있다.

 

공자는 군자는 다투는 일이 없지만 있다면 필경 활쏘기일 것이라는 말을 했다()은 배()와 다르다둘 다 절이지만 앞은 서서뒤는 엎드려서 하는 것이다두 손을 맞잡고 머리를 숙여 상대에게 공경을 표시하는 동작이 읍이다회사후소(繪事後素)는 논란이 분분한 말이다예보다 아름다운 자질을 강조하는 말이다繪事는 수놓는 일이다팔일무와 마찬가지로 체()제사도 천자국에서만 지냈다.

 

 

노나라에서는 팔일무와 체제사를 모두 지냈다공자는 절차를 잘 아는 것이 예가 아니라 상대를 공경하는 마음이 예의 근본임을 밝혔다공자는 활을 쏠 때 가죽 뚫는 것을 기준으로 삼지 않는 것은 힘이 동등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애례존양(愛禮存羊)이란 말이 있다곡삭례에서 나온 말이다매월 초하루에 태묘에서 양을 희생으로 하며 지내는 제사다새문(塞門)은 병풍이다순임금의 덕을 노래한 옛 음악이 소악이다이 음악을 듣고 공자는 석달 간 고기 맛을 알지 못했다소악(韶樂)이다.

 

 

이인(里仁)편에는 조문도 석사가의란 말이 나온다저자는 어떤 이는 논어를 읽고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치고 어떤 자는 논어를 읽고 나라를 팔아먹는다는 말을 한다논어는 읽는 사람의 그릇에 따라 커지기도 하고 작아지기도 한다인자는 인을 편안히 여기고 지자는 인을 이롭게 여긴다지자의 이로움은 인자의 편안함만 못하다오직 인자라야 사람을 좋아할 수도 있고 미워할 수도 있다.

 

 

마땅히 좋아할 사람을 좋아하고 미워할 사람을 미워하는 것이 인이다공자는 부()가 구할 수 있는 것이라면 말채찍 잡는 일도 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겠다고 말했다조차(造次)는 다급할 때를 의미한다전패(顚沛)는 위태로울 때다군자의 허물은 지나치게 너그러운 데에서소인의 허물은 지나치게 인색(吝嗇)한 데서 생긴다선비가 도에 뜻을 두고서 나쁜 옷과 나쁜 음식을 부끄러워 한다면 함께 이야기를 나누기에 부족하다군자는 세상을 살면서 꼭 해야 하는 일도 없고 절대 하지 말아야 할 일도 없어서 오직 의()를 따른다의리에 부합하면 행하고 그렇지 않으면 행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의지여비(義之與比)에서 비는 따른다는 의미다오직 이익을 따라 행동하면 원망이 따른다지위가 없을까 근심하지 말고 지위에 설 만한 덕을 걱정하며 알아주는 이가 없을까 근심하지 말고 알아줄 만한 사람이 되기를 바라야 한다공자의 도는 일이관지(一以貫之)공자의 도는 충()과 서(뿐이다충은 자신에게 충실한 것서는 남에게 충실한 것이다군자는 의()에 밝고 소인은 이()에 밝다.

 

견득사의(見得思義)를 명심하자군자도 이익을 추구하지만 이익 앞에서 의를 생각한다어진 사람을 보면 그와 같아지기를 생각하며 어질지 못한 사람을 보면 안으로 스스로 살펴야 한다덕불고(德不孤필유린(必有隣)도 유의할 말이다사마천은 일년을 잘 살려면 농사를 짓고 십년을 잘 살려면 나무를 심고 백년을 잘 살려면 덕을 심으라고 했다공야장은 공자의 사위다공자는 자공을 호()와 연()이란 그릇에 비유했다.

 

 

귀한 그릇이지만 군자불기에는 미치지 못한다인이불영(仁而不侫)에서 영은 아첨한다는 의미다공자는 자로를 일러 뗏목 없이 바다를 헤엄쳐 갈 사람이라 농담했다공자가 자공에게 안회와 너 가운데 누가 나으냐고 묻자 자공은 안회는 하나를 들으면 열을 알고 자신은 하나를 들으면 둘을 안다고 답했다공자는 이에 너와 나는 그만 못하지란 말을 했다자공은 평소 자신과 타인을 자주 비교했다.

 

 

이에 공자가 자공보다 아홉 살이 어린 안회를 비교하게 한 것이다공자는 자공뿐 아니라 스스로 안회만 못하다고 함으로써 안회를 칭찬하고 자공을 위로한 것이다공자는 위령공편에서 허물이 있는데 고치지 않는 것을 허물이라 말했다자로는 성질이 급한 제자다배운 것을 행동으로 옮기는 데도 그랬던 것 같다불치하문(不恥下問)이란 말도 있다공문자 이야기다공자는 안평중은 다른 사람과 잘 사귀고 오래 되어도 공경한다고 말했다공자는 진나라와 채 나라 사이에서 곤경을 겪고 고국인 노나라로 돌아가려 했다.

 

 

백이숙제는 서로 임금 자리를 양보하여 나라(고죽국)를 떠났다주나라 무왕의 은나라 정벌에 반대했다공자는 늙은이와 벗들과 어린이들이 모두 편안한 세상을 꿈꾸었다안연은 안회다안회를 제외하면 공자가 가장 높이 생각한 인물이 영옴이다옹야편은 그의 이름에서 나온 이름이다공자는 염옹은 남면할 만하다고 말했다덕치를 이상으로 하는임금에게 맞는 말이다영옹은 천민이었다.

 

 

공자가 살았던 고대 주나라에서는 붉은 색을 숭상했다그래서 희생도 순적색만이 쓰였다공자의 문하에서는 출신이 덕행을 가리지 못했다북면(北面)은 신하가 임금을 모시거나 자식이 어버이를 모시는 것이다공자의 수많은 제자들 중 배움을 좋아하는 사람으로 평가받은 이는 안연뿐이다블천노(不遷怒)는 노여움을 옮기지 않는다는 말엉뚱한 곳에 화풀이를 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불이과(不貳過)는 잘못을 반복하지 않는다는 말이다주급(周急)은 급한 사람을 돕는다는 말이다.(에는 구재하다는 의미가 있다.) 공자의 문하에는 벼슬에 뜻을 둔 제자들이 많았지만 민자건은 그렇지 않은 몇 안 되는 제자 중 하나였다는 감탄의 말이다일단사 일표음은 공자가 제자 안연의 안빈낙도를 칭찬한 말이다공자는 질()이 문()을 이기면 촌스럽고 문이 질을 이기면 번드레할 뿐이니 문과 질이 고르게 빛나야 군자가 된다고 말했다.

 

 

문질빈빈이 중요하다()는 문장으로 번드레(실속 없이 겉만 번드르르함)하게 꾸미는 것을 말한다.(꾸밈이 있어 아름답다화사하다는 의미아는 것은 좋아하는 것만 못하고 좋아하는 것은 즐기는 것만 못하다지혜로운 자는 사람이 해야 할 일을 귀신에게 바라지 않는다군자가 귀신을 멀리하는 까닭이다그럼에도 공경을 버리지 않는 것은 아직 알지 못하는 일을 함부로 대하지 않는 신중함이다.

 

 

인자요산 지자요수 인자정 지자동 인자수 지자락인자가 오래 사는 것은 육체적 수명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죽은 뒤에도 살아 있는 사람들의 가옥 속에 오래 살아서 잊혀지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재여의 삐딱한 질문에 공자는 군자를 속일 수는 있어도 위험에 빠지게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기망(欺罔)은 모두 속이는 것이지만 전자는 있을 수 있는 일로 속이는 것이고 후자는 터무니 없이 속이는 것이다.

 

 

술이부작은 기술만 할뿐 개작하지 않는 것이다절비(竊比)는 외람되지만 견주어 본다는 의미다공자는 덕을 닦지 않는 것배움을 익히지 않는 것의로운 일을 듣고도 옮겨가지 않는 것불선을 고치지 못하는 것이 근심거리라 말했다공자는 심하구나 나의 노쇠함이여오래되었구나내 다시 꿈에서 주공을 뵙지 못한 지가.”라 말했다주공은 주나라의 예악을 제정한 희단(姬旦)을 가리킨다.

 

공자는 도에 뜻을 두고 덕을 지키며 인에 의지하고 예에 노닌다는 말을 했다내면의 아름다움을 가리키는 덕()은 외형을 의미하는 형()과 상반된다인은 인의예지의 으뜸이다공자는 말린 포 한 꾸러미를 가지고 온 사람부터는 내 가르치지 않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공자는 이해하려고 애쓰지 않거나 말하고 싶어서 답답해하지 않으면 가르쳐주지 않았고 이미 배운 것을 가지고 직 배우지 않은 것을 알려고 애쓰지 않으면 또다시 가르쳐주지 않았다부도(不圖)는 생각하지(헤아리지못했다는 의미다.

 

 

시는 문학사는 역사집례(執禮)는 배운 것을 실천하는 것이다공자는 자신은 나면서부터 아는 자가 아니라 옛것을 좋아해 재빠르게 구하는 자라고 말했다공자는 괴력난신(怪力亂神)에 대해서는 답하지 않았다선악개오사(善惡皆吾師)는 선악이 모두 스승이라는 말이다조이불강(釣而不綱)은 낚시는 했지만 그물질은 하지 않았다는 뜻이다공자는 다른 사람과 함께 노래할 때 잘 부르면 반드시 다시 부르게 한 뒤 따라 불렀다.

 

 

공자는 글이야 다른 사람 못지 않지만 군자의 도리를 몸소 행하는 것은 아직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군자의 도리를 글로 쓰는 것은 남 못지않지만 그 도리를 실천하는 것은 아직 멀었다는 의미다덕은 아무리 감추어도 드러난다공손하되 예가 없으면 수고롭고 삼가되 예가 없으면 두렵고 용맹스럽되 예가 없으면 난을 일으키고 정직하되 예가 없으면 다급해진다힘을 꼭 맞게 조절하는 것이 예다.

 

 

전전긍긍(戰戰兢兢)은 시경에 나오는 말이다증자는 부모가 돌아가신 뒤에도 늘 부모를 생각하며 죽을 때까지 몸가짐을 조심한 사람이다저자는 옛 사람들은 부모 때문에 전전긍긍했지만 요즘 사람들은 자식 때문에 전전긍긍한다고 말한다.(125 페이지능숙한 사람이 능숙해진 것은 그가 늘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 물어보았기 때문이고 많이 아는 사람이 많이 알게 된 것은 그가 늘 많이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 물어보았기 때문이다.

 

 

침범당해도 따지지 않는 것은 애초에 남을 이기려는 마음이 없기 때문에 상대를 너그럽게 용서하기 때문이다()을 짐으로 삼았기에 무겁고 죽을 때까지 그 짐을 내려놓을 수 없기에 멀다 한 것이다흥어시 입어예 성어락백성은 도리를 따르게 할 수는 있어도 도리를 알게 할 수는 없다는 말은 봉건적 사유로 비판받은 대목이다삼년을 배우고서도 녹봉에 뜻을 두지 않는 자는 쉽게 만날 수 없다.

 

 

()에는 선()이라는 의미도 있다나라에 도가 있는데 가난하고 천한 것은 부끄럽고 나라가 무도한데 부하고 귀한 것은 부끄럽다배움은 미치지 못할 듯이 하고도 오히려 잃어버릴까 두려워 해야 한다추사는 소나무는 똑같은 소나무와 잣나무인데 공자는 왜 날이 추워지고 난 후의 소나무와 잣나무를 칭찬했는가물었다한언(罕言)은 드물게 말하는 것을 이른다사사로운 뜻기필함집착아집을 끊어 없앴다불시(不試)는 나라에 등용되지 못했다는 뜻이다.

 

 

공자는 자신은 미천한 신분이어서 이 일 저 일 하다 보니 재능이 많아진 것일 뿐 성인과는 무관하다고 말했다공자는 자신은 아는 것이 달리 없다비천한 사람이 자신에게 물을 때 그가 어리석어 보여도 두 가지를 다 헤아려 정성을 다해 일러준다고 말했다공자는 자신은 여색을 좋아하는 것처럼 덕을 좋아하는 사람을 못 보았다고 말했다애석하구나나는 그가 나아가는 것만 보았고 중지하는 것은 보지 못했다..

 

 

이는 공자가 안연을 두고 논평한 것이다이른 죽음을 보고 그의 호학을 애석히 여긴 말이다공자는 싹을 틔웠으나 꽃을 피우지 못한 경우도 있고 꽃을 피웠으나 열매를 얻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선비가 수양을 하는 까닭은 세상에 쓰이기 위해서도 아니며 사람들과 사귀기 위해서도 아니고 이름을 얻기 위해서도 아니다그렇게 하지 않으면 자신을 지킬 수 없기 때문이다()에는 꽃이 피다는 의미가 있다.

 

 

세상에서 벌어지는 모든 사안에 같은 견해를 가질 수 있는 사람은 없다중요한 것은 어떤 동행인도 없는 것보다는 낫다는 점을 잊지 않는 것이다강직온화분명함이 공자의 어투였다유주무량(唯酒無量)이 공자의 모습이었다불철강식(不撤薑食)했다康子饋藥은 강자가 약을 보내왔다는 말이다()는 음식을 먹이다권하다먹이다 등의 의미를 갖는다구분(廐焚)은 마굿간에 불이 났다는 말이다.

 

 

는 보로도 읽힌다()를 의미한다사성(賜腥)은 날고기를 내린다는 의미다성은 비릴 성자다공자 제자 중 죽음에 대해 질문한 사람은 자로뿐이었다논어에는 세 번의 죽음이 나온다염백우안연 등 두 제자의 죽음이 포함되었다공자는 안연의 죽음에 감정적으로 무너졌다공자는 상을 당한 사람 곁에서는 배불리 먹지 않았고 곡()한 날에는 노래도 부르지 않았다공자는 예는 사치스럽기보다 촌스러운 것이 낫다고 생각했다공자가 가장 높이 평가한 제자들이 안연민자건염백우중궁 등이다.

 

 

이들은 중대한 결함을 가진 사람들이었다안연은 가난했고 민자건은 절름발이였고 염백우는 문둥병 환자였고 중궁은 천민 출신이었다다른 제자들은 질문을 했지만 안연은 기뻐하기만 하고 질문을 하지 않았다안연은 공자가 무슨 말을 하든 대번에 알아듣고 빙그레 웃었다민손은 민자건이다()은 절름발이란 의미다(). 민손은 남다른 효행으로 유명한 사람이다불간(不間)은 틈을 내지 못한다는 의미로 여기서는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의미다()는 옮길 사다.

 

 

저자는 악을 행한 사람에게도 은혜로 갚겠다고 말한 안연을 숭고한 바보라고 말한다악인은 은혜를 원수로 갚는다안연은 공자를 아버지처럼 따랐다계로가 귀신을 섬기는 일에 대해 물었다과유불급은 논어에 나오는 말이다자공은 비교하기 좋아했다공자는 사람을 평가할 때 이름을 직접 거론하는 경우는 드물었다사람의 행동을 평가할 뿐 인신을 공격하는 과오를 피하기 위해서다()은 속되고 거칠고 세련되지 못하다는 의미다.

 

 

누공(屢空)은 자주 비었다는 뜻이다안연은 가장 가난했고 자공은 운명을 거부하고 치부하여 가장 부유했다공자는 상대에게 필요한 말을 했다성질이 급한 자로에게는 억눌러 다스리게 하고 소심한 염구에게는 앞으로 나아가게 했다겸인(兼人)은 다른 사람보다 낫다는 의미다공자는 어찌 꼭 글을 읽은 뒤라야 배웠다 하시겠습니까라고 한 자로를 질책했다일리가 있지만 변명하는 말이기 때문이다.

 

 

공자학당의 수업은 지루한 강의의 연속이 아니라 제자들과 토론하고 음악과 시가 어우러진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었다()에는 평소라는 뜻이 있다()에는 가볍다는 뜻이 있다()에는 드러낸다는 뜻이 있다사무송(使無訟)은 애초에 송사가 일어나지 않게 함으로써 백성들이 서로 사랑하게 하는 것을 말한다비례물시 비례물청 비례물언 비례물동이 있다()에는 강요하다는 뜻도 있다.

 

 

공자는 나라를 다스리는 데 식량무비(武備), 신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공자는 군자는 근심하지 않고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신뢰가 가장 중요하고 그 다음 식량그리고 무비 순으로 중요하다유약(有若)은 공자 사후 한동안 공자가 앉았던 자리에 앉아 남은 제자들의 스승 역할을 했을 만큼 뛰어난 제자였다맹자의 혁명론은 공자의 명분론을 계승확장한 것이다절옥(折獄)은 옥사를 판결하는 것을 의미한다.

 

 

절은 꺾을 절이다남의 아름다움을 이루어주면 성인이고 악을 이루어주면 소인이다공자는 정치란 바로잡는 것이라 말했다는 장수 수거느릴 솔이다공자는 "군자의 덕은 바람이고 소인의 덕은 풀이다풀 위로 바람이 불면 반드시 눕는다."고 말했다윗사람이 하는 대로 백성이 따라간다는 말이다민초(民草)라는 말이 역서 비롯되었다증자는 이문회우 이우보인(以文會友 以友輔仁)이란 말을 했다.

 

 

공자는 위나라 임금이 선생님을 기다려 정치를 하려 하는데 선생님께서는 무엇을 먼저 하시려느냐는 자로의 질문에 반드시 명분을 바로잡을 것이라 답했다자로는 공자를 우활(迂闊)하다고 평했다사리에 어둡고 세상 물정을 잘 모른다는 말이다공자는 번지가 농사일 배우기를 청하자 자신은 늙은 농부만 못하다고 답했다.

 

 

공자는 섭공이 정치에 대해 묻자 근자열 원자래(近者說 遠者來)라 답했다양양(攘羊)은 양을 훔친다는 뜻이다은 물리친다는 뜻 외에 훔친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使는 사신으로 가는 것을 의미할 때는 시로 읽는다.

 

 

군자는 중도를 행하는 선비를 얻어 함께 할 수 없다면 반드시 광자(狂者)와 견자(狷者)를 얻을 것이라 말했다광자는 뜻이 높고 견자는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하지 않는 자다군자는 화이부동하고 소인은 동이불화한다군자는 섬기기는 쉬워도 기쁘게 하기는 어렵다소인은 기쁘게 하기는 쉬워도 섬기기는 어렵다강하고 굳세고 질박하고 어눌한 것이 인에 가깝다.

 

 

에는 녹(祿)의 의미가 있다()은 이기기를 좋아하는 호승심()은 자랑하고 싶은 과시욕()은 원망()은 욕심이다나라에 도가 있을 때는 말과 행실을 높게없을 때는 행실은 높게 하되 말은 공손하게 해야 한다()에는 높다는 뜻이 있다저자는 "노자 주변에는 아는 체하는 사람이 많았고 공자 주변에는 선한 체하는 사람이 많았던 모양이다둘 다 힘들었을 것이다."라고 말한다.

 

 

노자는 아는 자는 말하지 않고 말하는 자는 참으로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공자는 인()한 사람은 반드시 용맹하지만 용맹한 사람이 반드시 인한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용맹은 의()와 부합해야만 사나움으로 흐르지 않는다공자는 군자이면서 인하지 못한 경우는 있어도 소인이면서 인한 경우는 아직 없다는 말을 했다인하면 군자고 불인하면 소인이다가난하면서 원망이 없기는 어렵고 부유하면서 교만이 없기는 어렵다.

 

 

()은 바로잡는다는 뜻이다()은 부끄러워할 작이다는 윗사람에게 아뢴다는 뜻일 때는 곡으로 읽는다()는 간다는 의미의 동사다위기지학은 참된 나를 위한 공부위인지학은 남에게 보이기 위한 공부를 의미한다극기복례의 기는 사욕을 지닌 나위기지학의 기는 참된 나를 의미한다군자는 말을 부끄러워 하고 행실은 넉넉하게 한다인자는 근심하지 않고 지자는 의심하지 않고 용자는 두려워하지 않는다.

 

 

남이 나를 알아주지 못할까 걱정하지 말고 내가 잘하지 못할까 걱정해야 한다에는 미리란 뜻이 있다원한은 정직으로 갚고 은혜는 은혜로 갚아야 한다는 책망하다는 뜻도 가지고 있다논어에 나오는 공자의 유일한 친구는 원양이다자로는 성질이 급했다공자는 군자는 본디 곤궁한 법이라고 말했다.

 

 

군자는 도가 통하는 것을 통한다고 하고 도가 막히는 것을 곤궁이라 한다이 말 이후에 세한연후송백지후조야란 말이 나온다온현(慍見)은 성난 얼굴을 드러낸다는 뜻이다곤궁하면 넘친다는 뜻은 곤궁하다고 해서 노여움을 얼굴에 드러낸 자로를 두고 이른 말이다공자는 자신은 많이 배우고 기억하는 자가 아니라 일이관지(一以貫之)한 사람이라 표현했다무위로 다스린 자는 순임금일 것이다.

 

 

그는 자신을 공손히 하고 남쪽만 바라보았다무위는 덕치다무력을 사용하지 않았다는 뜻이다죽어 주검으로 간한 사람이 사어(史魚)지사(志士)와 인인(仁人목숨을 구하기 위해 인을 해치는 일이 없고 자신을 죽여 인을 이루는 경우는 있다군자는 세상에서 사라진 뒤 이름이 일컬어지지 않는 것을 싫어한다.

 

 

군자는 자기에게 구하고 소인은 남에게 구한다나에게서 구하는 것은 과실의 책임아름다운 행위다군자는 씩씩하지만 다투지 않고 어울리지만 편을 짓지 않는다군자는 말 때문에 사람을 등용하지 않고 사람 때문에 말을 버리지 않는다한마디로 종신토록 행할 만한 일은 서()내가 바라지 않는 것을 강요하지 말라는 말이다.

 

 

서는 인을 실천하는 가장 구체적 방법이다많은 사람들이 미워하더라도 반드시 살펴보아야 하고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더라도 반드시 살펴보아야 한다잘못을 저지르고 고치지 않는 것이 잘못이다공자는 일찍이 종일토록 밥도 먹지 않고 밤새도록 잠도 안 자며 생각만 해본 적이 있었지만 이로움이 없었다며 배우느니만 못했다고 말했다순자는 배움은 높은 곳에 올라 멀리 볼 수 있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물과 불을 만나 죽은 경우는 보았지만 을 만나 죽은 경우는 없었다을 만나서는 스승에게도 양보하지 않는다가르침이 없으면 부류가 없게 된다도가 같지 않으면 일을 함께 꾀하지 않는다말은 뜻만 전달하면 그만이다가난을 근심하지 않고 고르지 못함을 근심한다공동체 운영의 원칙은 적은 것을 걱정하지 않고 고르지 못한 것을 걱정하며가난을 걱정하지 않고 편안하지 못한 것을 걱정하는 데 있다.

 

 

전유(顓臾)는 나라 이름으로 노나라의 부용국이다공자가 말한 이로운 친구는 정직한 친구진실한 친구견문이 많은 친구다해로운 친구는 치우친 자아첨 잘 하는 자말 잘하는 자 등이다물론 유익함과 손해를 따지며 벗을 사귀는 것은 좋은 도리가 아니다애초에 벗을 사귀는 것은 유익함을 목적으로 사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젊을 때는 여색을장성해서는 싸움을늙어서는 탐욕을 경계해야 한다.

 

 

()에는 탐한다는 의미가 있다군자는 천명대인성인의 말씀을 두려워 한다()은 대인을 함부로 대하는 것을 의미한다원래 짐승을 사랑하는 것을 의미했다나면서 아는 자는 상등배워서 아는 자는 그 다음막혀서 배우는 자는 그 다음막히는데도 배우지 않으면 어리석은 백성으로 하등이다.

 

 

시를 들었고 예를 들었으며 군자는 자기 아들을 멀리한다는 것을 들었다본성은 서로 비슷하지만 습관에 따라 서로 멀어진다성상근야(性相近也)은 본성은 서로 비슷하다는 말이다습상원야(習相遠也)는 습관에 따라 서로 멀어진다는 의미다우도할계(牛刀割鷄)란 말이 있다공자는 부귀를 뜬구름처럼 여겼지만 벼슬에 연연하는 모습도 보였다후인의 위작이라는 말이 있다佛肹은 필힐이다은 도울 필일어날 발로도 쓰인다.

 

 

은 소리 울릴 힐이다마이불린(磨而不磷)은 갈아도 닳지 않음을 뜻한다은 얇아진다는 의미다날이불치(涅而不緇)는 물들여도 검어지지 않는다는 의미다시는 공자학당의 중심 과목이었다공자는 사람으로써 주남과 소남을 배우지 않으면 담장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서 있는 것과 같을 것이라 말했다.

 

 

주남(周南)과 소남(召南)은 시경의 한 부분이다향원(鄕原)은 덕을 해치는 자다선을 위협하는 것은 악이 아니라 유사선이다공자는 길에서 듣고 길에서 말해버리면 덕을 버리는 것이라고 말했다도청도설(道聽塗說)을 말한다()는 방자할 사란 글자다공자는 자()색이 주()색을 빼앗는 것을 미워하며 정()나라 음악이 아악을 어지럽히는 것을 미워하며 말 잘하는 자가 나라를 전복시키는 것을 미워한다고 말했다.

 

 

저자는 색깔에 정통과 비정통이 있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한다공자는 하늘이 무슨 말을 하던가사계절이 갈마들고 만물이 자라나는데 하늘이 무슨 말을 하던가?라고 말했다유비(孺悲)는 공자의 제자였으나 잘못을 저질러 공자가 만나주지 않은 사람이다공자가 제자를 불인(不仁)하다고 질책한 곳은 단 한 곳이다.

 

 

그 제자가 재아(宰我)맹자는 측은지심을 인의 시작이라 했다군자가 용()만 있고 의()가 없으면 난을 일으키고 소인이 용만 있고 의가 없으면 도둑질을 한다공자는 남의 악을 들추어 말하는 자를 미워하고 누군가의 아래에 있으면서 윗사람을 헐뜯는 자를 미워하고 용맹하기만 하고 무례한 자를 미워하고 과감하기만 하고 꽉 막힌 자를 미워한다고 말했다공자는 여자와 소인은 상대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가까이하면 불손해지고 멀리하면 원망하기 때문이다저자는 공자도 시대의 한계를 넘어서지 못했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말한다저자는 여자든 남자든 모든 인간은 가까이하면 무례해지고 멀리하면 원망한다는 의미라고 말한다삶은 모순이고 관계는 상처를 수반하기 마련이다공자가 천하를 돌아다닐 때 냉소적인 지식인들은 그를 두고 안 되는 줄 알면서도 하는 사람이라 말하며 조롱했다.

 

 

어떤 사람은 나라를 떠났고 어떤 사람은 노예가 되었으며 어떤 사람은 간하다 죽었고 어떤 사람은 숨어 살았지만 끝까지 세상을 바꾸기 위해 천하를 돌아다닌 공자였다그들의 비웃음에 공자는 새나 짐승과는 함께 무리 지어 살 수 없으니 내가 이 사람의 무리와 함께 하지 않으면 누구와 함께하겠는가천하에 도가 있으면 내 바꾸려 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사기에 의하면 이웃 제나라가 공자를 두려워한 나머지 군신간을 이간하기 위해 미녀 악대를 보냈다이 일로 공자는 노나라를 떠났다천하가 어지러우면 어떤 사람은 떠나고 어떤 사람은 떠나지 못하는 것이다나라에서 곡식 한 톨 얻어먹은 적 없는 황현이 나라가 망했다고 죽어야 할 이유는 없다.

 

 

그럼에도 그는 글 읽은 자의 책임을 추궁하여 자결했다마지막 파트는 공자의 제자들이 한 말이 나온다자장은 선비가 위태로움을 보면 목숨을 바치고 이득을 보면 의리를 생각하며 제사 지낼 때 공경을 생각하고 상을 치를 때 슬픔을 생각한다면 괜찮다고 말했다견위치명(見危致命), 견득사의(見得思義)..

 

 

안중근 의사는 평소 이 대목을 좋아하여 글씨를 남길 정도로 논어를 애독했다자하는 널리 배우고 뜻을 돈독히 하며 절실하게 묻고 가까이 생각하면 인()이 그 가운데 있다고 말했다박학이독지(博學而篤志). 절문이근사(切問而近思).. 자하는 군자에게는 세 번의 변화가 있다고 말했다멀리서 바라보면 엄숙하고 가까이 다가가서 보면 온화하고 말씀을 들어보면 분명하다는 것이다.

 

 

공자무상사(公子無常師)란 말이 있다공자에게는 일정한 스승이 없었다는 의미다글자를 기준으로 하면 성()은 다른 사람의 말을 잘 들어주는 사람이다.(362 페이지공자는 육십세에 이르러 이순(耳順)해졌다고 했다. “옳은 말훌륭한 말아름다운 말자신과 견해가 같은 말만 듣는 것이 아니라 그른 말지루한 말듣기 괴로운 말자신과 견해가 다른 말을 잘 들어야 성인이다그저 잘 들어주기만 하면 되는데 그게 참으로 어렵다.”(363 페이지)

 

 

자장이 어떠하여야 정치에 종사할 수 있냐고 묻자 공자는 은혜를 베풀되 허비하지 않고수고롭게 하되 원망하지 않으며바라기는 하면서도 탐내지는 않고태연하면서도 교만하지 않으며위엄이 있으면서도 사납지 않아야 한다고 답했다가르치지 않고 죽이는 것은 학()이라 하고먼저 경계하지 않고 성공을 요구하는 것은 포()라 하고 명령을 태만히 하고서 기일을 각박하게 독촉하는 것을 적()이라 하고 똑같이 남에게 줄 것이면서도 출납에 인색한 것을 유사(有司)라 한다.

 

 

천명을 알지 못하면 군자가 될 수 없고 예를 알지 못하면 설 수 없고말을 알지 못하면 사람을 알 수 없다사람을 아는 것이 논어의 궁극의 목적이다논어는 인간에 대한 사랑이다논어는 군자의 삼역(불역열호불역낙호불역군자호)에서 시작해 삼지(지명지예지언)에 이르러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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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자 읽기 세창명저산책 81
김철운 지음 / 세창출판사(세창미디어)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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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자는 공자나 맹자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많이 알려진 인물이다. 성악설의 주창자인 순자에 대해 그 이상의 관심을 갖게 된 것은 김백철 교수의 ‘왕정의 조건’을 읽고나서였다. 이 책에 의하면 순자는 인간은 악의 성향을 타고 태어났다는 성악설을 폈지만 교육에 의해 얼마든지 선해질 수 있다고 가르친 인물이다.

 

‘왕정의 조건’의 저자는 우리는 ‘순자(荀子)’를 읽지 않은 상태에서는 순자의 성악설이 사람을 악하게 본다고만 이해하는 우를 범하기 십상이라는 말을 했다.(20 페이지) 세창미디어에서 나온 <‘순자’ 읽기>(2021년 6월 3일 초판 1쇄)는 상기한 순자관(觀)에 깃든 오류를 극복할 여지를 제공하는 책이다.

 

출판사로부터 집필을 의뢰받은 지 5년이 다 되어 책을 썼다는 저자는 “자신만의 오만함으로 가득 찬 세상에서 박차고 나와 사상의 깊고도 드넓은 세계를 향하여 작으나마 온 힘을 다해 기지개를 펴보려고 한다.”는 말을 했다. 책은 모두 8장으로 구성되었다.

 

1장 순자와 『순자』, 2장 하늘을 제어하고 이용하다, 3장 후천적인 인위적 노력을 중시하다, 4장 예禮로 사회의 혼란을 막다, 5장 경제로 백성을 부유하게 하다, 6장 사람의 용모에 집착하는 행위를 비판하다, 7장 아름다움과 선함을 함께 말하다, 8장 천하 통일의 원칙과 근본을 구상하다 등이다.

 

50세 이전까지 순자가 어디서 무엇을 하면서 살았고 어떻게 공부를 했는지는 거의 알려진 바가 없고 50세 이후의 삶만이 ‘사기(史記)’에 기록되어 있다. 직하학궁(稷下學宮)이 있다. 제나라 수도 임치(臨淄)의 서쪽 성문인 직문(稷門) 아래에 있었던 교육 기관이다. 그 교육 기관에 속해 공부한 사람들을 직하학파라 했다. 순자가 속했던 학파다. 

 

성선설을 주창한 맹자와 성악설을 주창한 순자 사이에는 안을 지향하느냐 밖을 지향햐느냐의 차이 외에는 없다. 맹자는 도덕적 근거를 본성 안에 두었고 순자는 밖에 두었으나 궁극적으로 사람의 도덕적 선함을 발현하는 데 집중했다는 점에서 일치한다. 순자는 덕에 의한 통일을 주창했다.

 

한대(漢代)에 이르러 순자는 공자 사상을 계승한 사상가로 어느 정도 인정받았지만 다만 공자의 직계(直系)가 아닌 방계(傍系)로 분류되었다. 순자는 형식적인 면에서 공자의 사상을 이어받았으나 내용적인 면에서는 공자의 사상과는 다른 길로 갔다는 평을 받았다. 한유(韓愈)가 순자는 대체로 순수하기는 하지만 약간의 흠이 있다고 말한 것은 유명하다.

 

한유가 말한 흠이란 성악설을 가리킨다. 하지만 현대적 관점에서 보면 성악설이 더 설득력이 있다. 소동파(蘇東坡; 소식; 蘇軾)도 순자를 공자 사상을 완전히 벗어나 이설(異說)만을 좋아한 사람으로 규정했다. 송, 명대에 이르러서 순자가 공자를 계승한 사람이 아닌 것으로 취급되었지만 청대에 이르러 순자 사상은 새로운 시각으로 인식되었다. 당시 순자 사상을 무기로 정이, 주희 등을 공격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기도 했다.

 

현재 순자는 공자 사상의 계승자라는 틀 안에서 순자학이란 독립된 철학 체계를 가진 사상가로 평가받는다. 맹자와 순자는 동일 선상에서 다루어져야 할 사상가들이다. 이 부분에서 새길 말은 ‘두 사상가는 인간 본성 가운데 상이한 측면을 강조함으로써 서로 다른 입장에 섰으나 인간에 관한 근본적인 생각은 많은 곳에서 일치하는 유학자였다.’(김교빈, 전호근, 김시천, 김경희 등 지음 ’동양철학 산책’ 참고)는 말이다.

 

‘순자’는 세 가지 핵심 주장을 담은 책이다. 1) 하늘의 직분과 사람의 직분은 아무 관계가 없고, 2) 사람은 분별력이 있고 의리가 있고 공동체를 형성한다는 점에서 뛰어나고, 3) 사람의 본성은 악하기에 인위적 배움과 노력으로 선한 쪽으로 이끌어야 한다 등이다.

 

순자 권학(勸學)편에 청출어람이란 말이 나온다. 순자는 관상(觀相)을 비판했다. 외모가 아닌 마음 가짐을 보고 사람을 판단해야 한다고 보았다는 의미다. 순자는 하늘을 신비한 세계가 아닌 스스로 변화하는 자연세계 즉 두려워 할 필요가 없는 존재로 보았고 천인합일(天人合一)이 아닌 천인분이(天人分二)를 주장했다.

 

순자는 묵자의 비악(非樂; 음악 비난)을 비판하며 정악(正樂)과 사음(邪音)의 구별을 강조했다. 순자는 사회 혼란을 명분과 실질이 어긋난 결과로 보았다. 순자는 사람이 외부로의 확장을 꾀하는 본성을 따르면 악해지기 때문에 인위로 새롭게 변화시켜 그 선함을 드러내야 한다고 보았다.(화성기위; 化性起僞)

 

순자의 하늘관은 주나라의 천명미상(天命靡常; 한결 같지 않음) 사상과 통한다. 하늘은 어느 누구도 영원히 임금의 지위에 있도록 미리 정해놓지 않았고 때때로 새로운 명령을 내려 새로운 사람에게 명령하고 그가 덕을 잃으면 이전 임금에게 했듯 지위에서 물러나게 한다는 것이다.

 

순자에 이르러 하늘은 그 이전의 절대적이고 권위적인 존재가 아닌 것이 되었다. 순자의 하늘은 자연과학적 의미의 법칙이고 기계적 운행이다. 천재지이(天災地異)를 하늘의 경고로 받아들였던 조선시대의 가치관과 완전히 대비되는 생각이다. 순자는 하늘에 대한 모든 감정적 요인들을 배제해나갔다.

 

순자는 하늘을 알기를 구하지 않는다는 말과 하늘을 안다는 말을 했다. 전자는 형이상학적 의미의 하늘이고 후자는 자연현상으로서의 하늘을 의미한다. 순자에게 둘은 영역을 달리하는 세계가 아니다. 인간의 지능이 발달하면 형이상학적으로 받아들이던 하늘이 자연현상 또는 개조 대상으로 이해되는 것임을 고려하자.

 

순자는 사람과 하늘을 대립 관계로 놓지 않았다. 그리하여 그는 사람의 우월성을 강조했다. 순자에게 둘은 상호 공존하는 존재들이다. 순자가 말한 성악설은 사람의 본성이 그 자체로 악하다는 의미가 아니라 사람이 외부의 확장을 꾀하는 본성에 이끌려 가면 악해진다는 의미다. 즉 사람은 본성이 후천적으로 악해질 수 있는 가능성의 존재라는 의미다.

 

순자의 성악설을 그가 사람의 본성 자체를 악한 것으로 규정한 것으로 보면 안 된다. 순자가 말한 본성이란 1) 감각 기관의 본능, 2) 생리의 욕망, 3) 심리의 반응이다. 순자의 관점에서 본성, 감정, 욕망은 동일한 것들이다. 본성은 타고난 것이고 감정은 본성의 본래 모습이며 욕망은 감정이 반응한 것이기 때문이다.

 

순자는 “사람의 본성은 악하다. 선한 것은 인위.”라고 주장했다. 순자가 말한 도덕이란 맹자처럼 사덕이라는 선험적인 것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위(인위)라는 경험적인 것에서 나오는 것이다.(‘위; 僞’는 거짓이란 의미 외에 작위라는 의미도 갖는다.) 순자는 성인의 타고난 능력(성인은 배우지 않고도 아는)을 인정하지 않았다.

 

순자의 관점에서 성인과 일반인은 본성에서는 같고 인위 측면에서 엄연하게 다르다. 순자는 본성을 사람됨의 도리를 실천하는 데 있어서 아주 중요한 생명의 원천으로, 인위를 그런 생명의 원천을 하나의 가치 있는 생명으로 구체화하는 핵심 근거로 설명했다.(69 페이지) 그에게 본성은 가공 이전의 재료, 인위는 가공한 완성품에 비유될 수 있다. 순자는 본성과 인위의 관계를 도공이 흙을 빚거나 목공이 나무를 깎아 그릇을 만드는 것에 비유했다.

 

순자는 마음의 인식 능력을 신뢰할 수 있으려면 도로 인도하고 청명(淸明)으로 기르라고 주장했다. 순자에게 욕망은 속성상 가득 채우려고 해도 채워지지 않는 것, 죽을 때까지 짊어지고 갈 운명 같은 것이다.(87 페이지) 그에게 욕망은 성악설의 근본이다. 순자는 사람이 타고 태어난 욕망을 어느 정도까지 길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순자에게 예는 왕은 왕답게, 신하는 신하답게. 부모는 부모답게. 자식은 자식답게 살아가기 위한 근본 원칙이다. 순자는 현재만을 최고의 가치로 여겨 역사의식과 전통의식을 부정한 사상가가 아니라 그것들을 존중하여 과거라는 반석 위에 현재를 올려놓고서 현재의 나아가야 할 지표와 방향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사상가다.(100 페이지)

 

순자는 임금은 배고 백성은 물로 물은 배를 실을 수 있고 배를 전복시킬 수 있다는 말을 했다. 순자는 농업과 상공업을 긴밀하게 협조하는 유기적 관계로 정의하고 농부 수보다 상인과 장인의 수가 더 많으면 수요, 공급 구조에 심각한 불균형을 초래한다고 보았다. 순자의 절용(節用)은 농업의 증진을 위한 보조수단, 즉 임금의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절약한 것을 사회적 생산 발전을 위한 생산량 증대에 투자하는 데까지 나아간다.

 

이럴 때 절용은 그 본래의 기능이 발휘되어 모든 사람의 삶을 향상시키는 사회의 생산 발전에 집중될 수 있다.(113 페이지) 순자가 살던 시대와 그 이전 시대는 춘추전국시대라는 혼란한 시대인 관계로 사람들의 불안 심리가 팽배해 관상술이 크게 유행했다.

 

순자는 관상술을 비판했다. 흥미로운 것은 요임금, 순임금, 공자, 주공 등은 아름답지 않은 용모에 굴하지 않고 훌륭한 인격을 갖춘 인물들이고 주(紂), 걸(桀) 등은 수려한 용모를 가지고 태어났지만 그에 안주하여 후대에 악인으로 낙인 찍힌 인물들이라는 점이다.(123 페이지) 다만 순자는 용모를 아름답게 꾸미는 것을 무조건 반대하지 않았다. 그가 반대한 것은 오직 외형적인 문식(文飾)에만 치중하는 것이다.(126 페이지)

 

순자는 예를 따르면 사람의 용모는 모두 예에 합해서 아름답지만 예를 따르지 않으면 예에 합해지지 않아서 아름답지 않다고 주장했다. 순자는 산유(散儒)를 이렇게 설명했다. 다방면에서 아는 것이 많지만 자신의 생각을 한곳에 집중하지 못하는 유자 즉 아는 것을 하나로 꿰뚫는 능력이 없는 유자라고.

 

부유(腐儒)는 말은 잘하지만 도리에 맞지 않는 간교한 말만 늘어놓는 진부한 유자다. 아유(雅儒)는 후왕의 학문을 본받고 제도를 통일하고 예의를 높여 시경과 서경을 돈독하게 하며 언행이 법도에 거의 맞는 유자다. 물론 이들은 지식을 하나로 꿰뚫는 지혜가 없는 유자들이다.

 

대유(大儒)는 자신의 앞에 고달픈 삶이 펼쳐지더라도 결코 사악한 방법으로 이익을 탐하는 행위를 하지 않고 일을 공정하게 처리하며 국가를 잘 다스리는 재능과 인품이 훌륭한 사람이다. 순자는 사람의 인식 작용을 거치지 않은 아름다움은 결코 없다고 보았다.(141 페이지) 순자적 맥락에서 아름다움이란 징지(徵知) 작용 즉 마음의 판별과 실증을 통한 인식작용을 거쳤다면 아름다운 것이다.

 

물론 마음은 하나에 갇혀서 전체를 인식하지 못하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 여기서 필요한 것이 텅 비우고, 하나로 하고, 고요하게 하는 마음공부다. 사물의 아름다움은 반드시 사람의 인위적 노력을 거쳐야 한다. 순자의 아름다움관은 사물에 대한 감정의 수준을 넘어 사람들의 삶을 향상시키는 데 궁극 목적을 두고 사람의 본질과 사람과 사람의 관계, 그리고 사람과 사회의 관계를 이해하는 데 아주 중요한 근거가 된다.(146, 147 페이지)

 

순자에게 중화(中和)에 바탕을 둔 음악은 자연 중의 조화 이외에 사람 상호 간의 조화와 경제, 사회생활의 조화까지 지향한다. 순자는 사람이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는 욕망을 모두 없애는 것이 아니라 예로 어느 정도는 길러주는 것을 권했다.(152 페이지) 관건은 그런 결과가 오직 예 자체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예의 강박성을 완화해주는 음악과의 상호 조화를 통해 가능하다는 것이다.

 

순자가 내세운 천하통일은 부국강병을 위한 힘의 논리가 아니라 민심의 귀복을 위한 덕행 즉 백성들에 대한 임금의 도덕적 실천 의지로 실현하는 것이다.(158 페이지) 순자가 채택한 천하통일은 힘이나 부에 의한 것이 아니라 덕에 의한 것이다. 순자에게 대형(大形)의 세계란 지극히 공평한 세계로 남으로부터의 구속이나 지배를 받지 않고 사회에서 맡은 직분을 스스로 해 나가거나 남에게 의존하지 않고 사회에서 드러나는 문제들을 스스로 풀어나가면서 전체가 하나로 움직이는 유기적 세계다.

 

이렇듯 순자는 여러 모로 마음에 드는 사상가다. 성악설이 오해받고 있음은 안타까운 사실이다. 후천적 노력을 강조한 그의 면모가 마음에 든다. 하늘에 대한 관점도 참 설득력 있다. 관상을 비판한 것도 그렇다. 자주 읽어야 할 텍스트가 ‘순자(荀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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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딩 2021-07-07 23: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려요~
좋은 밤 되세요.

벤투의스케치북 2021-07-08 09:27   좋아요 0 | URL
아., 네.. 감사합니다...

이하라 2021-07-08 01: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

벤투의스케치북 2021-07-08 09:28   좋아요 0 | URL
네. 감사합니다....좋은 날 맞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