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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패킹 980g - 전국 백패킹 성지 가이드
고요한 지음 / 성안당 / 2018년 4월
평점 :
백패킹이란 짊어지고 나르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반드시 장비를 챙기고 다녀야만 백패킹은 아니다.(79 페이지) 여행가 고요한의 ‘백패킹 980g’은 백패킹의 모든 것을 담은 책이다. 주로 걷기에 해당하는 백패킹은 산을 걸을 수도, 바닷가를 걸을 수도 있는 것으로 이동 중 어딘가에 텐트를 치고 밤을 보냄으로써 완성되는 것이다.
백패킹은 얼마나 짐을 적게 하는가, 그리고 얼마나 흔적을 남기지 않는가가 관건이다. 중요한 사실은 짐을 줄이자는 것은 자연을 즐기는 것에 초점을 둔다는 말이다. “여행에 중독된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저자의 조언은 예산부터 신과 기타 장비 등에 이르기까지 세세하다.
등산화 끈을 묶는 방법까지 귀띔할 정도인 저자에 의하면 백패킹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배낭(의 무게)이다. 그런가 하면 침낭과 매트는 생존과 직결된 아이템이다. 책은 세세한 온갖 사진들을 담았다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저자는 텐트에 큰 욕심이 없다면 중저가를 고르라고 말한다. 히말라야에서 야영할 것이 아닌 이상 텐트는 절대적인 존재가 아니고 소비는 합리적일수록 좋다는 것이다.
당연히 취사장비도 필요하고 등산 장비도 필요하다. 등산 스틱, 의자, 테이블, 실타프, 의류도 주의해 골라야 한다. 헤드 랜턴, 물통, 보조 배터리, 다용도 칼, 상비약 등도 챙겨야 한다. 중요하게 알게 된 사실은 현행법상 야산에서의 취사는 지정된 야영장을 제외하면 전국 어디서든 불법이라는 점이다. 이런 사실 때문에 많은 백패커들이 아슬아슬하게 취사한다.
국가가 지정하고 관리하는 국립공원, 도립공원, 군립공원, 자연휴식년제 지정장소, 생태계 보존 지역 등에서 텐트를 칠 수 없다. 저자는 지난 2010년 10월 중순 배낭 하나 둘러메고 한 달간 강원도 도보 일주를 하던 중 만난 한 백패커로부터 이런 저런 정보를 얻었다. 그로부터 깊은 인상을 받은 저자는 2013년부터 본격 백패킹을 결심한다.
그런데 여행 시작점인 천년 고찰 월정사에 도착해 난처한 지경에 이른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월정사는 지금도 내 감성을 자극한다. 어쩔 수 없이 도둑 야영을 한 이야기를 저자는 전한다. 저자는 백패킹에 관심을 갖는 많은 사람들이 결행하기까지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은 체력 부담, 야생의 무서움, 행동의 불편함 때문이라 말한다.
체력적인 고단함보다 떠나기까지의 결정이 더 힘든 것이라는 저자는 그러나 일단 무모하게 떠나보면 새 여행이 열릴 것이라고 말한다.(87 페이지) 평창 오대산, 인천 덕적도, 대부도, 하동 섬진강, 제천 청풍호와 비봉산, 파주 파평산, 여주 강천섬, 고창 선운산, 영남 알프스, 정선 연포마을, 인천 자월도, 인천 대이작도, 인천 굴업도, 울진 전곡리, 삼척 덕풍계곡, 정선 만항재에서 동해 무릉계곡, 정선 방장산, 평창 장암산, 강릉 괘방산, 정선 민둥산, 고흥 마복산, 영동 민주지산, 홍성 오서산, 태백 태백산, 횡성 태기산, 강릉 안반데기, 김녕 성세기 해변, 높은 오름, 한라산 둘레길, 우도 비양도, 돈내코 계곡 등을 추천한다.
주제별로 나뉘어 있는 것이 특색인데 가령 백패킹과 어울리는 섬, 최고의 풍경, 환상적인 겨울 풍경, 제주도라는 특별한 이름 등이다. 저자의 책에는 사계절이 담겨 있다. 우리 나라의 자연적 조건이 반영된 편집이다.
물론 우리는 뚜렷한 사계절이 우울증과 연관이 깊다는 사실을 안다. 점점 여름과 겨울이 길고 봄과 가을은 짧아지는 듯 해 아쉽다. 이번 책에서 나는 많은 명소를 처음 접했다. 우리가 찬사를 보내는 자연에 꽃과 나무, 풀들이 포함되어 있고 산과 바다를 빼놓을 수 없다. 나라면 어땠을까?
꽃과 바다를 노래한 시들을 읊으며 백패킹을 실행할 수 있을까? 체력 걱정을 가장 많이 할 수 밖에 없다. 할까 말까, 하는 고민의 주된 요지가 체력에 있다. 월정사(月精寺)가 있는 오대산도 좋고 남해 물건리에서 미조항으로 가는 삼십 리 물미해안도 내 로망이다.
고두현 시인의 ‘물미해안에서 보내는 편지’를 생각하게 된다. “저 바다 단풍 드는 거 보세요./ 낮은 파도에도 멀미하는 노을/ 해안선이 돌아앉아 머리 풀고/ 흰 목덜미 말리는 동안/ 미풍에 말려 올라가는 다홍 치맛단 좀 보세요./ 남해 물건리에서 미조항으로 가는/ 삼십 리 물미해안, 허리에 낭창낭창/ 감기는 바람을 밀어내며/ 길은 잘 익은 햇살 따라 부드럽게 휘어지고/ 섬들은 수평선 끝을 잡아/ 그대 처음 만난 날처럼 팽팽하게 당기는데/ 지난 여름 푸른 상처/ 온 몸으로 막아주던 방풍림이 얼굴 붉히며/ 바알갛게 옷을 벗는 풍경/ 은점 지나 노구 지나 단감 빛으로 물드는 노을/ 남도에서 가장 빨리 가을이 닿는/ 삼십 리 해안 길, 그대에게 먼저 보여주려고/ 저토록 몸이 달아 뒤채는 파도/ 그렇게 돌아앉아 있지만 말고/ 속 타는 저 바다 단풍 드는 거 좀 보아요.”
나는 체력을 잘 유지해 시를 외우는 백패킹을 할 수 있을까? 각 명소를 가는 데 필요한 체크 포인트, 여행지 정보, 교통편 등을 상세하게 전하는 저자의 꼼꼼함이 돋보이는 책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