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어야 할 독서 목록 작성이 내 마음 조절 방편이 된 듯 하다. 조선 건국을 상징계, 실재계 등의 라캉 용어로 푼 강의가 있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관련 책을 검색하다가 읽어야 것들이 너무 많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상상계는 허상과 비현실적 인식에 의해 지배되는 단계라 할 수 있다.(정신과 의사 김종주는 상상계란 나와 너의 양자관계로 구성된 계라는 설명을 한다; '이청준과 라깡' 126 페이지)

 

상징계는 마음이 세상의 균열을 받아들이고 그것을 견디며 자신의 욕망을 이야기할 수 있게 되는 지점이다.(김서영 지음 '영화로 읽는 정신분석' 58 페이지) 중요한 점은 라깡 이야기가 아니다.(이 내용들은 오래 정교화해야 할 부분이다.)

 

세상에 숨은 실력자들이 너무 많다. 문효라는 이름의 역사 저술가의 책들이 눈에 띄고 그 가운데 '조선의 글쟁이들'이 특히 관심을 끈다.

 

평범한 제목이 걸리지만 이 책에는 "조선 최고의 이야기꾼 어우당 유몽인", "언어의 연금술사 손곡 이달", "조선의 아나키스트 교산 허균", "조선의 페미니스트 허난설헌" 등 읽을 만한 내용들이 가득하다.

 

옛글의 정취와 아름다움에 반해 고전을 탐닉중인 숨어있는 실력자, 춘천에 살면서 자연을 벗삼아 삶을 즐기는 가운데 새로운 글쓰기에 힘쓰고 있다는 저자 소개가 묘한 감동과 부러움을 동시에 자극한다.

 

'치심, 마음 다스리기'에서 저자는 이덕무에 대해 이렇게 논한다. "반쪽짜리 양반이라는 따뜻한 눈초리와 손가락질을 받으면서도 이덕무는 꿋꿋이 책 곁을 떠나지 않았다. 책만이 그의 안식처였고 희망이었기 때문이다."

 

몇해 전 나는 내 읽기가 카프카의 '()'을 닮아가고 있다는 글을 썼다. '()'은 이룰 수 없는 목표를 추구하는 K의 무모(無謀)와 무망(無望)을 그린 작품이다. 그러나 무모와 무망으로 나를 설명할 것이 아니라 "()에 이르는 길은 여러 개"이며 "모든 것이 싸움이며 투쟁"이라는 카프카의 말로 나를 추스르는 것이 필요하다. 다시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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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존감 없는 사랑에 대하여 - 더 이상 사랑에 휘둘리고 싶지 않은 여자들을 위한 자아성장의 심리학
비벌리 엔젤 지음, 김희정 옮김 / 생각속의집 / 2016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더이상 사랑에 휘둘리고 싶지 않은 여자들을 위한 자아성장의 심리학'이란 부제를 가진 비벌리 엔젤의 '자존감 없는 사랑에 대하여'는 부적절한 부모 역할, 부적절한 애착 경험, 부모의 상실이나 부재로 인한 문제에서 왜 여성의 반응은 남성의 그것과 다르며 왜 이성과의 관계에서 자기를 잃는 양상으로 나타나는지 규명한 책이다.

 

이 책은 여성문제와 인간관계 분야의 심리치료사인 저자의 임상경험이 반영된 책이다. 저자는 자기 삶을 파트너의 삶 속에 흡수시켜버림으로써 관계가 끝나고 나면 되돌아갈 자기 삶이 없게 된 여자를 자기를 잃어버린 여자로 정의한다.

 

이들은 급속하게 사랑에 빠지는 경향이 있고 애인에 대한 감정만큼은 통제를 잘 하지 못하고, 애인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 자신의 관심사를 포기하고 애인의 관심사를 택하며, 잠시라도 애인과 함께 있지 못하면 불안해하거나 우울해 하며, 애인이 자신을 사랑한다는 확신을 갖지 못하며, 사귄 기간이 길어도 관계에서 안정감을 느끼지 못하며, 둘의 관계를 지속하기 위해서라면 어떤 일도 하려고 하며, 자신이 먼저 관계를 끝내는 것은 상대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것을 뜻하기에 대체로 상대로부터 관계의 단절을 받게 되고, 애인과 헤어진 뒤 외로워서 친밀한 관계를 간절히 바라면서도 감정적 황폐 때문에 상당 기간 관계 자체를 완전히 회피하는 경우가 있다.

 

저자는 자신의 책을 읽으면 내면으로 깊이 들어가 진정한 자기 내부의 목소리를 듣게 될 것이고 그러면 당신 안에 잠자고 있던 지혜, 고귀함, 균형감 등을 발견할 것이고 내면의 지혜를 발견하면 사랑을 주기보다 받아야 할 때가 언제인지, 남에게 돌봄을 요구하지 않고 스스로 자신을 돌보아야 할 때가 언제인지 알게 될 것이며 자신의 고귀함을 발견하면 당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지 않는 남자를 거부할 수 있는 용기가 생기고 내면에 균형감이 생기면 누구라도 완벽하게 좋거나 나쁠 수 없기에 사람에게는 수많은 회색지대가 있음을 이해하게 되며 건강한 관계에도 오르막과 내리막이 있고 그 바탕에는 주고받는 마음과 친밀감과 자율성이 있음을 알게 된다고 말한다.

 

여성의 자기상실에는 여러 문화적 요인이 작용한다. 몇몇 논자에 의해 자기상실의 심리적 요인들이 규명되었다. 약한 경계 개념이 그 중 하나이다. 즉 개인과 개인 사이의 경계가 약하면 남과의 관계에 빨리 그리고 깊숙하게 들어가게 되며 관계 속에서 자의식이 완전히 사라지기도 하는 것이다.

 

여성이 관계에서 자기를 상실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분리 개별화의 단계가 남성보다 어렵기 때문이다. 이는 여성과 주() 양육자의 성이 같은 까닭에 생기는 현상이다. 저자는 어릴 적 겪은 부분적 실제 경험보다 당시 겪은 사건의 전체 맥락을 더 중시한다.

 

중요한 것은 어릴 적 양육자와의 충분한 애착 경험이다. 그래야 자존감을 갖출 수 있다. 저자는 자신을 지킬 수 있는 일곱 가지 지침을 제시한다. 관계에서는 무엇보다 천천히 다가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자기 중심을 잃지 않고 상대도 부담스러워 하지 않는다.(71 페이지)

 

첫눈에 반하는 사랑은 환상에 불과하다. 그 남자는 여자의 생각 속 남자일 뿐 현실의 남자가 아니다.(72 페이지) 로맨틱한 관계로 진전되기 전에 상대 남성을 알아갈 시간을 갖는 것은 선택이 아닌 의무이다.(73 페이지) 자기 상실에 빠진 여성은 상대에 대해 전적으로 좋거나 나쁘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편안함이나 강렬한 매력을 사랑으로 착각하는 것은 과거를 다시 반복하려는 무의식적 욕구 때문이다.(77 페이지)

 

아버지와의 관계에서 풀지 못한 문제를 아버지를 닮은 남자에게서 해결하고 싶어하는 여자(63 페이지)를 언급한 저자는 지나간 과거를 극복하고 변화시키려는 헛된 시도로 인해 첫눈에 반하는 환상의 사랑을 하게 된다고 말한다.(78 페이지)

 

저자는 친밀감은 갑자기 생기지 않으니 만남/ 관계를 서두르지 말라고 조언한다. 관계의 진전 속도를 늦춘다고 해도 이후 관계에서 자기를 상실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열려 있지만 스스로 관계의 방향과 내용을 조절함으로써 상대에게 매달리지 않고 당신의 가치대로 만족한 삶을 살아가는 태도를 갖게 되면 상대가 당신의 개별성을 존중할 것이다.(89, 90 페이지)

 

착한 딸이 되지 않으면 어머니에게 사랑 받을 수 없다고 생각해 착한 딸이었다는 저자는 남자를 만날 때 두려움에 떨고 질투하면서 끊임없이 사랑을 확인하고 절박할 만큼 애정에 굶주려 사랑 받기만을 바라는 본래 모습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94 페이지)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 관계에서 추구하는 것, 매순간 느낀 것을 눈치 보지 말고 솔직히 말하라는 것이 저자의 주된 주문 중 하나이다.(99 페이지)

 

진실한 친밀감은 한 번에 하나씩 위기를 극복해가는 과정에서 쌓인다고 말하는 저자는 남자도 마찬가지여서 당신이 약점과 잘못을 허심탄회하게 말할 때 남자는 당신이 이성의 호감을 얻기에 급급한 여자가 아니라 내부의 어두운 면을 용기 있게 바라보고 성찰할 줄 아는 깊이 있는 여성임을 발견하게 된다고 덧붙인다.(100, 101 페이지)

 

물론 정직한 것도 좋지만 모든 것을 다 말할 필요는 없다고 말하며 저자는 본래 모습을 드러낼 때 자아는 강해진다고 조언한다.(102 페이지) "일 중독자나 운동 마니아인 남성은 관계에 더 신경 써야 하겠지만 자기 상실에 빠진 여성이라면 자기 생활에 집중해 정체성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110 페이지)

 

저자에 의하면 자기 상실에 빠진 여성은 연인에게 맞춰 자신의 생활 전체를 재배치하고 상대 남성 역시 똑같이 해주기를 기대하고 그것이 어긋나면 불 같이 화를 낸다.(111 페이지) 저자는 당신의 스케줄이나 일상적인 활동이 생활에 안정적인 구조를 부여하는 토대라 말한다.(110 페이지)

 

저자는 자기 자신을 위해 시간을 갖는 것은 자기 상실의 위기에서 스스로를 지키는 확실한 방법이라 지적한다.(115 페이지) 자기상실에 빠진 여성들은 남자를 만나자마자 사랑에 빠져드는 경향이 있다.(127 페이지) 자기 상실에 빠진 여성에게 가장 전형적인 환상은 구원 환상이다. 언젠가는 한 남자가 외로움과 불행에서 나를 구원하러 올 것이라는 희망, 신념을 갖는 것이다.(129 페이지)

 

여성들이 잘 빠지는 또 하나의 구원 환상은 자신의 사랑으로 남자를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130 페이지) 환상은 강박적 사랑을 낳는다.(135 페이지) 강박적 사랑은 자신의 필요를 채우기 위한 갈망일 뿐이다.(136 페이지) 강박적 사랑은 누군가를 소유하지 않으면 죽을 것 같다고 생각하는 것이고 그 사람 없이는 살 수 없다고 느끼는 것이다.(137 페이지)

 

부모의 부적절한 면을 그대로 닮은 사람보다 상쇄해줄 사람을 선택하기보다 같은 유형의 사람을 선택하는 것을 반복강박(repetition compulsion)으로 설명할 수 있다. 성장한 환경 조건을 다시 만들어내어 그 조건을 고쳐놓으려는 것이다.(145 페이지)

 

저자는 과거에서 배울 뿐 머물지 말 것을 주문한다.(147 페이지) 과거에 머물지 않아야 반복 강박의 유혹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에 머무는 데에도 연습과 관심이 필요하다. 미래에 대한 환상에 빠지거나 과거를 반복하는 자신을 발견하면 심호흡을 하면서 초점을 현재로 가져오라. 마음을 가다듬는 연습을 하는 것도 필요하다.(149 페이지)

 

저자는 남자를 위해 자신을 포기하고 내면의 진짜 모습을 버려야 한다면 그런 관계는 끊어버리라 말한다. 누군가 당신을 진정으로 사랑한다면 그는 지금 있는 그대로의 당신을 사랑하는 것이다. 진정 사랑한다면 장점은 물론 단점까지 당신의 전부를 받아들이고 감싸 안아야 한다.(163 페이지)

 

글로리아 스타이넘은 과도한 감정이입(empathy sick)이란 말을 했다. 남을 돌보는 데 많은 시간을 빼앗겨 자기 발견의 여정에서 길을 잃어버린 여성에게 쓸 수 있는 말이다.(191 페이지) 저자는 우리 각자는 인생이라는 여정을 오직 한 명의 동반자와 함께 여행하는데 그는 바로 나 자신이라 말한다.(194 페이지)

 

저자는 자기 발견의 도구로서 일기 쓰기를 권한다.(205 페이지) 일기를 쓰면 자기감정을 발견하고 그 감정과 지속적으로 교감하는 데 도움이 된다.(209 페이지) 자기 감정에 집중하는 것도 자신을 발견하는 중요한 방법이다. 자기 감정을 통해 자신을 알아야 자기 자신을 믿을 수 있다.

 

매순간 자기 감정을 아는 것이야말로 본래 모습과 교감하고 자신의 중심에 뿌리내릴 수 있는 최상의 방법이다.(212 페이지) 여성이 자기를 상실하는 주요 원인 중 하나는 자기 감정과의 단절이다. 자기 감정을 모르면 자신에게 이롭게 행동할 수 없다. 스스로 의식하지도 못한 채 건전하지 못한 행동을 저지를 수 있고 상대에게 결정권을 넘겨버리기 쉽다.(212, 213 페이지)

 

인간의 정체성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순간마다 느끼는 감정이다. 따라서 자기 감정을 부정하는 것은 자아의 일부를 부정하는 것이자 자아를 압박시키고 질식시키는 것과 같다.(217 페이지) 분노나 슬픔의 감정을 억누르면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에너지가 엄청나게 소모된다.

 

반면 이런 감정을 자유롭게 풀어놓으면 대부분의 사람은 생기를 느끼고 훨씬 자유롭게 자신이 원하는 삶을 꾸려나갈 수 있다.(219 페이지) 저자는 분노와 고통을 말로 표현할 방법을 제시한다. 상처를 주고 화나게 한 사람에게 어떻게 그럴 수 있나요? 식의 질문 형식이 아닌 나 내가 화나는 점은 식의 나 화법으로 편지를 쓰는 것, 분노의 대상과 상상의 대화 나누기, 분노의 감정을 녹음기에 담아두기 등이다.(226, 227 페이지)

 

그림자를 인정할 때 그것을 통제할 수 있다. 나는 내가 모르는 것 때문에 다친다는 속담이 있다. 자신의 어두운 측면을 인지하게 되면 실제로 그것을 잘 통제할 수 있다. 그것을 억압하지 않고 존중할 때 건설적인 배출구를 발견할 수 있고 한계를 설정할 수 있다.(234 페이지)

 

자기를 상실한 여성과 달리 주체적인 여성은 어떤가. 그들은 자기 자신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 차 있다. 경멸적인 의미에서가 아니라 자신의 감정과 생각, 신념, 가치로 충만하다는 의미이다.(250 페이지)

 

그들은 남자의 인정이 있어야만 행복감을 느끼는 사람이 아니기에 남자에게 매달리지 않는다. 저자는 탄탄한 자아를 키워나가는 데 도움이 될 방법을 제시한다. 1) 고독을 마주하고 받아들이는 작업을 계속한다, 2) 내면의 삶을 강화시킨다.(내적 성찰, , 일기 쓰기), 3)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인식하고 자기 감정을 관찰한다, 4) 자신의 감정과 몸 상태를 지속적으로 관찰한다, 5) 자기 욕구와 의견을 타인과 계속 교감한다, 6) 투사(投射)를 거둬들인다.

 

저자는 분노를 인식하고 그 감정을 해소하지 않은 채 용서하는 것은 진정한 용서가 아니라 지적인 행위에 불과하다고 말한다.(258 페이지) 또한 자부심에 연연하지 말고 기꺼이 자신의 약점을 노출하라고 말한다. 입지가 약해지거나 타격을 받는 게 아니라 도리어 성숙해질 수 있음을 깨닫게 된다는 것이다.

 

개별화 과정이 진행되려면 타인으로부터 과감히 한걸음 걸어 나와 분리된 존재로서의 자신을 드러내야 한다. 이를 위해 창조적 행위보다 더 좋은 것은 없다. 자신을 창조하는 행위는 미지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는 것이다. 그것은 남들이 보거나 듣지 못한 것을 보고 들으려는 의지의 표명이다. 또한 타인의 생각과 신념에서 빠져나와 자기만의 비전이 지닌 고유한 가능성으로 현실을 새롭게 바라보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259 페이지)

 

창조성은 어떤 것과 하나 되는 경험이다. 이것은 물론 타인과 역기능적으로 융합해 자신이 작아지는 경험과 다르다. 그것은 자신의 더 깊은 측면과 소통하게 해주고 억압되고 억눌린 감정과 기억에 카타르시스를 가져다준다.(260 페이지)

 

자기 상실에 빠진 여성들은 극단으로 치닫기 쉽다. 서둘러 사랑에 빠지고 사랑에 빠지면 자기 욕구나 생활의 다른 면들을 모두 내팽개친다, 누군가를 엄청나게 좋아하든가 지독하게 싫어하든가 둘 중 하나다. 주체적인 여성이 되기 위해서는 극단적 태도를 벗어나 삶의 균형감을 찾아야 한다. 그것은 천천히 사귀면서 관계 속에서 자기를 잃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이다.(270 페이지)

 

누구에게나 있는 신체적, 정서적, 정신적, 영적 욕구들이 채워지지 않으면 삶의 균형이 깨진다.(270 페이지) 주체적인 여성은 자신이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극복하기 전까지는 자신의 약점을 보완해줄 것 같은 남자에게만 매력을 느낀다는 것을 안다. 주체적인 여성은 사랑하고 공감하고 베풀고 배려하는 일에 능숙하다.(274 페이지)

 

저자는 남자를 사랑한다고 해서 자신에 대한 사랑이 약해져서는 안 되고 오히려 자신을 더 사랑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275 페이지) 저자는 자율적 사고, 명쾌한 결정 능력, 책임 있는 행동 같은 남성적 특성이나 가치를 키워나갈 것에 대한 강조가 남성적 특성이나 가치가 더 소중하다는 의미로 전달되지 않았기를 바란다며 베푸는 마음, 공감, 취약함, 관계 욕구, 조화로움 등의 여성적 특성이나 가치를 부끄러워 하거나 거부해야 한다는 취지로 듣지 않았기를 바란다고 말한다.(277 페이지)

 

진정 건강하게 사랑하는 관계에서는 두 사람 모두 관계나 상대방을 위해 자신의 개별성을 포기하지 않고도 친밀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동등한 연인 관계에서는 서로 상대에게서 무엇인가를 배운다.(281 페이지)

 

자존감 없는 사랑에 대하여는 당당한 여성, 자존감 있는 여성, 통합적인 여성이 되는 방법을 제시한 책이다. 심리치료사의 전문적 역량이 총동원된 책이다. 적극 추천한다. 여성에게 도움이 되는 맞춤용 책이지만 남성이 읽어도 좋은 책이다.

 

나는 이 책을 통해 대부분의 심리적 문제가 어린 시절 부모와의 관계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창조성을 설명한 부분이 나에게는 가장 인상적으로 여겨진다. 전체가 좋지만 그 부분만을 집중적으로 다시 읽을 필요가 있고 창조성을 전문적으로 다른 책들을 찾아 심층적인 사유를 전개할 만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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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지니아 울프는 여성이 픽션을 쓰려면 연 500파운드의 돈(지금 기준으로 이 정도 돈이 어느 정도인지 모르지만 울프가 이 말을 한 것은 이미 70년 전의 일이다.)과 자기만의 방, 그리고 자신의 생각을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는 용기와 자유가 필요하다는 말을 했다.

울프가 말한 매년 500파운드의 돈은 그가 상속받은 연 500파운드의 돈으로부터 도출된 결과다.

우리는 ‘자기만의 방‘의 새로운 용례를 비벌리 엔젤의 ‘자존감 없는 사랑에 대하여‘에서 보게 된다.

심리상담사인 엔젤은 남성이 여성보다 적절한 거리와 자기만의 공간을 더 필요로 한다고 말한다.
엔젤은 자기만의 방이 필요했던 남성의 마음이 충족되면 두 사람이 함께하는 시간이 훨씬 가치 있어진다고 말한다.

여성도 자기를 위한 시간을 잘 즐긴다면 상대에게도 그런 시간과 공간을 허용할 수 있다는 엔젠의 말을 종합하면 남성이 필요로 하는 공간은 여성의 글쓰기를 위한 공간 만큼 중요한 것이 된다.
‘더이상 사랑에 휘둘리고 싶지 않은 여자들을 위한 자아성장의 심리학‘을 부제로 하는 엔젤의 책은 이런 것들을 여성에게 주문한다.

1) 첫눈에 반했더라도 천천히 사귀고, 2) 꾸민 모습보다 본래의 자기를 보이고, 3) 자기만의 일상생활을 유지하고, 4) 환상에서 빠져나와 현실에 집중하고,

5) 남자를 위해 자신을 바꾸지 말고, 6) 동등한 관계로 만나고 참지 말고, 7) 속마음을 표현하라 등의 말이다.

여성들의 아름답고 당당한 만남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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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 북촌 이야기 최준식 교수의 서울문화지 2
최준식 지음 / 주류성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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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식 교수(이화여대 한국학과)()북촌 이야기는 수업 시간에 행한 서울 시내 답사를 기초로 한 책이다. 저자는 북촌을 동과 서로 나누었다. 북촌의 광활함을 생각한 결과이다. 동북촌은 북촌을 가로지르는 북촌로를 중심으로 그 길에서 창덕궁까지의 지역을 말하고 서북촌은 북촌 한옥길이 있는 곳이다.

 

저자는 북촌에 많았던 고관대작의 집들은 거의 사라지고 없는데 지금 대부분 그 집들이 존재하는 것으로 설명되는 현실을 지적한다. 지금 북촌 가옥들 중 고관대작이 살았던 집은 윤보선 고택, 백인제 가옥 정도이다. 북촌의 집들은 대부분 작다. 북촌의 작은 집들은 대개 정세권 선생이 지었다.

 

선생은 북촌 뿐 아니라 서촌, 익선동, 왕십리, 휘경동, 충정로, 창신동 등지에도 작은 개량 한옥들을 지었다. 조선 사람들에게 위생적이고 살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해서였다. 정세권 선생이 한 것은 큰 집들을 부순 뒤 대지를 잘게 나누어 작은 한옥을 지은 것이다. 구입자들의 경제 형편을 고려한 결과이다. 더구나 선생은 집 값을 연 단위나 월 단위로 분할해 받았다. 중요한 것은 선생이 옛 한옥을 그대로 베껴 짓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지금 북촌의 한옥들은 거의 선생이 만든 한옥의 원형을 유지하고 있지 않다. 서 북촌은 집을 소유한 외지인들 비율이 높다. 서울시나 시민단체가 한옥을 지키기 위한 정책을 편 것이 한옥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기에 외지인들이 한옥을 투자 수단으로 산 것이다. 물론 이런 부작용을 탓할 수 없다. 어떻든 한옥을 많이 지켰기 때문이다.

 

현대 사옥 앞의 관상감을 조선의 지구과학 연구소라 불러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저자는 이 관상감 관천대의 높이가 지상에서는 의미 있겠지만 하늘 차원에서는 의미가 없다는 점을 지적하며 높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자리가 중요한 것이 아닌가란 의문에 따라 그 옆에 텐트를 치고 1년 동안 별을 관측해보면 그 의미를 알 수 있을 것이라 말한 한 전문가를 언급한다.

 

현대 사옥으로 들어가면 관천대로 올라갈 수 있는 계단이 있는데 실제 올라가 본 책의 저자에 의하면 그렇게 올라가 보는 관천대는 밖에서 볼 때와는 영 딴판이다. 언제 한번 그리 올라가 보아야겠다. 저자는 현대 사옥 자리에 있었던 휘문(徽文)고등학교가 민영휘(閔泳徽)의 휘()에 문()을 합한 것이 아닐까 추측한다. 휘문고등학교는 민영휘가 고종으로부터 하사받으면서 개교한 학교이다. 휘문고등학교는 휘문 의숙(義塾)의 후신이다.

 

저자는 공간(空間)사옥(社屋)을 언급한다. 설계자 김수근 건축가 이야기인데 김수근은 사옥과 함께 문화 예술 공연장을 만들었다. 돈만 들어가고 신경은 많이 쓰이는 시설이다. 이런 점에서 김수근은 존경을 받을 만하고 이는 경위가 다소 다르지만 앞서 말한 정세권을 연상하게 한다.

 

공간 사옥은 겉에서 보기에는 4층짜리 건물로 보이지만 안은 작은 공간들이 중첩되어 있어 10층처럼 보인다.(72 페이지) 저자는 공간 사옥의 입체적인 면모를 한옥과 연결짓는다. 한옥은 입체적이라는 특징을 갖는다. 기단 섬돌 마루 누의 중층성이 그것이다. 공간 사옥 내부는 한국의 골목길을 재현했다.

 

저자는 창덕궁 서문인 금호문(金虎門)을 이야기한다. 일제 시기에 송학선이란 분이 일본 총독을 죽이려고 시도한 문이다. 안중근을 존경하던 그는 안중근과 같은 일을 하고 싶어 했다. 저자는 민재무관댁(민형기 가옥 또는 계동마님댁)에서 변한 북촌문화센터를 언급한다. 높은 지위에 있던 사람의 집 치고는 작다. 복원할 때 다소 줄어들었다. 솟을 대문이 없어진 것이다.

 

이 집은 양반이 짓고 그 양반이 살았던 집이 아니라 양반 부인이 혼자가 된 뒤 짓고 아들 부부와 함께 살던 집이다. 이 건물은 3개월만에 완공되었다. 양반의 부인이 지은 것이기에 규모와 위용을 갖추려 하지 않았을 것이다.(91 페이지)

 

민형기 가옥이라 했지만 민형기가 이 집에 산 적은 없다. 민형기가 일찍 죽고 그의 부인 유진경이 아들과 함께 1921년 이 집을 지었다. 계동 마님 이규숙이 유진경의 며느리이다. 이 집은 창덕궁 연경당을 모델로 삼아 지은 건물이다.

 

순조 아들 효명세자가 1820년대 후반 사대부들의 생활을 이해할 수 있게 하기 위해 지었다는 설이 있고 순조에게 존호를 바치는 행사를 하기 위해 지었다는 설이 있다. 연경(演慶)이란 경사스런 행사를 연행한다는 의미이다. 연경당은 안채와 사랑채를 붙여 놓았다. 계동마님댁은 안채와 사랑채가 담으로 구분되어 있어 흡사 다른 채처럼 보이지만 툇마루로 연결되어 있어 왕래가 가능하다.

 

이 집은 민경휘(유진경의 아들)의 친구에게 팔렸다. 아들을 낳지 못한 친구가 아들 둘을 연달아 낳은 민경휘를 보고 제의한 것이다. 한옥지원센터는 20159월 게스트 하우스에서 바뀐 건물이다. 이곳에 구들 모형이 있다. 저자는 지금 한국인들이 쓰는 난방법은 온돌이 아니라 말한다. 진정한 온돌이라면 아궁이, 구들, 개자리가 있어야 한다. 개자리는 연기가 나가고 역류하지 않게 하는 장치이다.

 

저자는 초가도 복원해야 한다고 말한다. 과거 대부분의 선조들이 살던 집은 기와가 아니라 초가였기 때문이다. 락고재는 호텔 급의 게스트 하우스이다. 이병도가 살던 집이다. 진단학회(震檀學會)가 시작된 곳이기도 하다. 진단(震檀)이란 예전 우리나라를 지칭하는 이름으로 진은 중국의 동쪽이고 단은 단군을 말한다.(106 페이지) 진단학회는 식민사학적 연구를 한 단체이다.

 

저자는 이병도를 비판하려면 그의 책을 다 읽고 해야 하는데 자신은 그런 자격이 없다고 말한다. 저자는 3.1 운동때 천도교 대표와 기독교 대표가 만난 김사용 집을 말하며 3.1 운동의 주체는 천도교라 말한다.(당시 조선에서 천도교가 가장 큰 세력을 가진 종교였다.: 129 페이지) 대동세무학교는 교육 기회를 박탈당한 인력거꾼들의 자식들을 위해 고창한(1873 1945) 선생이 지은 학교이다.(140 페이지)

 

이 학교는 높은 곳의 건물인데 일일이 물장수들과 차부(인력거꾼)들이 보수를 전혀 받지 않고 자재들을 날랐고 건물 옆의 왕모래 산을 파내 운동장을 넓게 만들고 그 흙으로 담을 쌓는 노가다를 해주었다니 감동적이다.(142, 143 페이지) 저자는 배렴(1911 1968) 가옥도 언급한다. 50대 중반에 교수가 된, 실경산수화를 그린 동양화가로 알려진 분이다. 이 집의 특징은 사랑채로 들어가는 문과 안채로 들어가는 문이 따로 있다는 점이다.

 

저자는 수덕사 서울 분원인 격외사(格外寺)를 이야기한다. 매주 금요일 철야 선()을 한다는 소식이다. 지도 법사는 화두선이 아닌 수식관(數息觀) 전공이라고 하니 반갑다. 이 절 인근에 유심사(惟心社)가 있다. 유심 잡지가 폐간된 이후 거의 폐가 상태가 된 이 건물은 조계종이 인수를 거부하고 지금은 게스트하우스로 사용되고 있다.(이 아닌 의 노력으로 그나마 명맥을 유지하는 것이다.)

 

석정(石井) 보름 우물도 저자는 언급한다. 이 물은 한국에서 이루어진 천주교의 첫 미사 때 성수(聖水)로 사용되었다. 이 미사의 주인공은 중국의 주문모(周文謨) 신부이다. 북촌에는 한국 최초의 서양화가인 고희동(1886 1965)의 집도 있다. 그는 유학 가기 전 당시 최고의 동양화가였던 안중식이나 조석진으로부터 동양화를 배웠으나 동양화의 진부함에 서양화로 전공을 바꾸었다.(170 페이지) 물론 그는 1920년대 이후 동양(한국)화로 다시 돌아왔다.

 

저자는 송진우 선생이 암살당한 집()도 이야기한다. 북촌 끝자락에 빨래터가 있다. 신선원전 대문도 이야기된다. 선원전(璿源殿)에 선왕의 초상화가 모셔진다. 이는 왕과 동격으로 인정된다. 선원전은 왕을 따라 움직이는 운명이어서 그때 그때 소재하는 곳이 다르다. 신선원전 자리에는 원래 대보단(大報壇)이 있었다. 창덕궁 서북쪽 끝의 후미진 것이었다. 명나라 신종을 제사지내던 곳이다.

 

조선에서 신종이 임란때 군대를 보내 조선을 구했다고 생각해 은혜를 갚고자 숙종대에 돌로 제단을 만들었다. 조선의 위정자들은 이렇게 함으로써 자신들만이 명나라 황제에게 제사를 드릴 수 있는 중화사상의 적자(適者)라는 생각을 했으리라.(184 페이지) 문제는 이를 청나라 몰래 해야 했기에 보안 유지 차원에서 궐내에서도 후미진 곳에 만들었다.

 

자자는 한샘연구소와 백홍범 가옥, 궁중음식연구원도 언급한다. 황혜성 선생이 한희순이라는 상궁으로부터 궁중음식을 전수받았다. 1대 기능 보유자 한희순, 2대 기능 보유자 황혜성, 3대 기능 보유자 한복려(황혜성 선생의 따님)이라는 계보가 만들어진다. 한희순 상궁은 고종 39(1902) 덕수궁 주방 나인으로 입궁했다.

 

저자는 한희순 선생의 수라간에서의 위치를 궁금해 한다. 당시 수라간에서 음식을 만드는 사람들은 남자였기 때문이다. 당시 수라간에서 남자와 여자의 비율은 141이었다고 한다. 여자들은 허드레 일을 했다.(196 페이지) 고종이 헤이그 밀사 사건을 책임지고 강제 퇴위 당했을 때 대궐의 내시들과 남자 요리사들이 대거 해고되었다. 이 이후 궁녀들이 요리를 담당하게 되었다.(197 페이지)

 

중앙고등학교도 이야기 해야 한다. 김성수, 송진우, 현상윤 같은 분들이 이 학교 숙직실에 모여 3.1 운동 거사를 모의했다.(김성수가 이 학교 1회 졸업생이다.) 이 학교는 설계자가 고려대를 설계한 박동진으로 그런 까닭에 고려대와 건물이 닮았다. 중앙고등학교는 신선원전을 볼 수 있는 유일한 곳이다.(학교는 주말에만 외부인들에게 방문을 허락한다.)

 

저자의 설명에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하나는 건축 전문가가 아니기에 어려운 양식 이야기 대신 구조 이야기를 한다는 점이고 역사적 이슈에 대해 말을 아낀다는 점이다.

 

이병도 등의 친일에 대해 자신이 그의 자료를 다 읽은 것이기에 이야기할 수 없다며 그런 것은 개인 문제가 아니라 시대적 분위기로 인한 결과로 처리한 것도 눈에 띈다.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지 않지만 답사 책이기에 문제삼을 여지는 없다. (西) 북촌 책은 언제 나올지 기대된다. 건축 양식 책을 읽고 싶은 마음이 든다. 엉뚱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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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장된 평가로 들뜨게 하여 이미 나이 든 나를 빠리로 유혹하고, 논문 지도교수와 그곳 작가들을 소개해주고, 고통스럽지만 보람있는 지적 방랑의 길로 이끌어주셨던 교수 겸 문학평론가 고() R. M. Alberes 선생님을 생각하면서... ”

 

작년 88세로 타계한 박이문 교수가 다시 찾은 빠리 수첩에 쓴 알베레즈 교수에 대한 헌정사(獻呈辭)이다. 박이문 교수에게 젊음은 파산(破産)에 가까웠던 시기, 누차 자살로 모든 것을 기권/ 청산하려 했던 위기를 겨우 극복하는 데만 낭비했던 시기였다.

 

그러나 박이문 교수는 자신의 삶은 시간적으로, 공간적으로 색다른 자유로서 살아가도록 결정되었다는 말을 했다. 때로 과장된 평가도 필요할 것이다. 버지니아 울프가 자기만의 방에서 환상을 지닌 피조물인 우리에게 다른 무엇보다도 자신에 대한 믿음이 필요하다고 말한 것처럼.(울프는 자신감이 없다면 우리는 요람에 누운 아기와 마찬가지라는 말을 했다.)

 

박이문 교수의 글 가운데 가장 마음을 흔드는 부분은 고통스럽지만 보람있는 지적 방랑의 길이란 말이다. ‘고통스럽지만 보람있는 지적 방랑의 길시간적, 공간적으로 색다른 자유로서 살아가도록 결정된 삶의 조화를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야 하리라. 화두(話頭)로 다가온 명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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