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으로 읽는 옛집’(함성호 시인/ 건축가), ‘풍경의 감각’(티에리 베제쿠르, 이나라 공저), ‘미술관에 간 붓다’(명법 스님), ‘뮤지엄 스토리’(송한나), ‘미술관의 입구’(신승수, 신은기, 최태산).. 흔히 말하듯 영감도 주고 열등감도 자극하는 책들을 읽는다.

 

이 책들을 통해 일본의 수학자 오카 기요시의 지론을 생각한다. 기요시는 수학 문제는 머릿속에서 충분히 정리한 후 답을 한 번에 써내려가는 것이 좋다고, 일단 연필을 들면 주저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수학자의 공부’ 77 페이지)

 

머릿속으로 문제를 충분히 생각해 대략의 과정을 헤아려 답을 파악한 뒤 연필을 들어야 하고 든 뒤에는 답을 한 번에 써내려가야 한다는 의미이다. 기요시의 지론은 글쓰기보다 책쓰기에 더 적용된다. 큰 틀에서 아이디어가 충분히 정리되어야 길을 잃지 않고 목적지까지 잘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요즘 내 관심은 주로 글쓰기와 책쓰기의 차이에 가 닿아 있다. 그러나 지금 현안(懸案)은 도서관 관련 글 작성이다. 희귀본 연구자이자 출판 역사가인 스튜어트 켈스의 더 라이브러리’(2017년 원서 출간, 2018830일 번역 출간)에서 내가 읽은 내용이 있다.

 

바티칸 도서관의 장서 목록이 최근에야 완성되어 학자와 사서는 이곳에서 언제나 무언가를 발견한다는 글이다.(173 페이지) 바티칸 시티의 문서 수장고에서 교황 요한 22세가 고려왕에게 보낸 것으로 추정되는 편지(1,333)를 발견한다는 우리 영화 직지코드의 설정도 이런 배경 하에 나왔으리라.

 

의지가 있다면 어디에서나 발견의 기쁨을 누릴 수 있다. 수학적 발견은 어떤가? 앞서 말한 오카 기요시는 수학적 발견의 기쁨을, 너무도 간절하게 잡고 싶어 온 들판을 헤매게 한 아름다운 나비를 포착한 것에 비유한다.

 

이런 수학적 발견은 아무나 쉽게 얻을 수 없으리라. 물론 그렇다면 수학이 아닌 다른 분야에서 발견의 기쁨을 누리면 된다. 내게는 도서관이란 주제가 바로 그런 발견의 기쁨을 주는 매개가 되리라 기대한다. 이런 생각으로 스스로를 다독거리는 폭풍 전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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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크리스마스 오라토리오 Bereite dich, Zion, mit zärtlichen Trieben

2. 칸타타 198Doch Königin Du stribst nicht

3. b 단조 미사 Qui sedes ad dextram patris

4. 마태수난곡 Erbarne dich, mein Gott

5. 칸타타 78번 소프라노, 알토 아리아 Wir eilen mit schwachen, doch emsigen Schritten

6. 칸타타 12번 알토 아리아 Kreuz und kronen sund verbunden.

7. 칸타타 80번 소프라노 아리아 Komm in mein Herzenshaus

8. 칸타타 147Bereite dir, Jesu, noch itzo die Bahn

9. 칸타타 180번 소프라노 아리아 Lebens Sonne, Licht der Sinnen

10. 칸타타106번 베이스 아리아 Bestelle dein Haus

11. 칸타타 127번 소프라노 아리아 Die Seele ruht in

12. 부활절 오라토리오 Seele deine spezereien

13. 칸타타 33번 알토 아리아 Wie furchtsam wankten meine Schritte ...

14. 칸타타 58번 소프라노 아리아 Ich bin vergnügt in meinem Leid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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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장면 전 총리 가옥 앞의 빈빈책방에 이르자 우리 답사팀원들보다 많은 분들로 구성된 다른 답사팀원들이 도열해 있는 모습이 보였다. 우리 팀원들에게 문질빈빈(文質彬彬)의 의미를 설명했다. 문질빈빈의 줄임 말로 내면과 외양이 조화를 이룸을 뜻하는 빈빈은 공자의 말에서 비롯되었다.

 

공자는 바탕인 질()이 표현인 문()을 능가하면 촌스럽고 그 반대는 공허하다고 말했다. 공자는 또한 자신에게 시간이 더 주어진다면 역()에 있어서야 문질(文質)을 겸비하리라는 말을 했다.

 

빈빈책방은 출판사라는 말까지 했다. 우리 팀원들보다 먼저 도열해 있던 그들은 내 말에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지난번 연산군 묘에서는 다른 팀원들이 내게 질문을 하기도 했다.

 

시간이 주어진다면 역에 있어서야 문질을 겸비하리라는 말은 가죽으로 묶은 책이 세번 끊어질 정도로 주역을 애독했다는 공자의 위편삼절(韋編三絶)의 일화에서 위()가 가로로 묶은 끈을 의미하는 위()라는 주장을 한 도미야 이타루의 '목간과 죽간으로 보는 중국 고대 문화사'에서 덤(?)으로 읽은 내용이다.

 

위편삼절을 전통대로 가죽으로 묶은 책이 세번 끊어진 것으로 설명하고 싶다. 내 설명을 들은 누군가가 위편삼절은 가죽이 아니라 가로로 묶은 일반 끈이 세번 끊어진 것이라 보아야 타당하지 않은가요 묻는다면 좋겠다.

 

그러면 네, 중국의 임소안(林小安)이란 학자가 그런 주장을 했고 일본의 도미야 이타루가 임소안의 설을 수용하면 가죽을 생각할 필요 없이 깔끔한 해석이 가능해진다는 말을 했다고 말할 것이다.

 

이 위()란 글자는 날줄, 씨줄에서의 씨줄을 의미하고 경도, 위도에서 위도를 의미한다. ()에 대한 진술은 백소영 교수의 '페미니즘과 기독교의 맥락들'에서 읽은 경()에 대한 진술과 함께 최근 접한 흥미로운 내용 가운데 하나이다.

 

백소영 교수에 의하면 경전의 경()은 실을 세로로 고정해놓고 하는 베짜기 작업을 의미한다. 즉 성경이란 초월적이고 보편적인 신의 말씀을 경줄(날줄; 세로줄; 중심축) 삼아 자신들의 삶과 언어로 위줄(씨줄; 가로줄) 짜기를 해놓은 텍스트라는 것이다.

 

베짜기의 은유가 마음에 든다. 구약의 전투하는 만군의 하나님이 아니라 신약의 베짜는 평화의 하나님을 수용하는 홍정수 교수의 '베짜는 하나님'도 그렇고 백소영 교수가 언급한 경줄과 날줄의 교직(交織)도 그렇다.

 

이 이야기들을 통해 말하고 싶은 것은 글쓰기에서도 책쓰기에서도 선행하는 자료들은 경줄(날줄)이고 자신의 새로운 관점이나 자신만의 이야기는 씨줄이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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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가 아니라면 인생은 미지수란 말을 책에 대해서도 쓰고 싶다.

다시 알라딘 중고 서점에 들러 긴 탐색의 시간과 단 두 권만을 구입하고 만 소심(小心)의 시간을 보냈다.

그 과정에서 드러난 내 문제는 1) 전혀 예상하지 못한 책들에 정신이 팔려 신중하게 결정한 구입 필수 목록들을 몰라라 한다는 점이고,

2) 있는지 모르지만 기본에서 벗어난 구입을 한다는 점이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책들을 구입하는 것이 미지수라는 의미이다.

그럼 기본에서 벗어난 구입이란 무엇일까? 오늘 내가 ‘이산 정조대왕‘과 ‘정조와 홍대용 생각을 겨루다‘를 두고 장고(長考)한 끝에 산 책은 역사서인 전자가 아닌 철학서 성격이 강한 후자였다.

역사서를 읽은 후에 철학서를 읽어야 한다는 지침이 있지는 않지만 내가 문제가 있기라도 하듯 기본이란 말을 하는 것은 나의 경우 많은 책을 읽지는 않았지만 역사서에서 별 감흥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나는 역사 지식의 많은 부분을 철학서나 문학서에서 얻었다. 역사에 대해 메타 서술한 책들에서 얻었다는 말도 가능하다.

주역 책에서 얻었다는 말도 가능하다.

나는 이렇게 내가 정통이 아니라는 점을 잘 안다. 오래 전 읽은 이정우 교수의 ‘인간의 얼굴‘은 내게 깊이 있는 역사 지식을 준 철학서이고 지금 읽고 있는 ‘이순신의 승리 비결 주역으로 풀다‘는 내게 역사 지식을 주고 있는 주역 책이다.

그렇다고 내가 순수(?) 역사책을 읽지 않았다는 의미는 아니다. 다만 언젠가 나도 역사책으로부터 역사책을 읽는 순리를 충분히 수행해야 하리라 생각한다.

장석원 교수의 김수영 시인 강의(2018년 8월 25일 김수영 문학관)에서 나온 말(철학자들이 국문학자인 자신들이 헤아리지 못한 김수영 시인에 대한 진실을 파악하고 있어 뒤통수를 한 대 맞은 것 같다는...)이 오래 내 기억을 지배할 것 같다.

나도 그 경우처럼 역사 전공자들이 미처 헤아리지 못한 부분을 파악하는 역사 비전공자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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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열한시쯤 버스 회사 사무실에 들러 어제 53번 버스(선사 박물관이 있는 경기도 연천군 전곡읍에서 양주시 덕정까지 운행하는...)에 놓고 내린 책을 찾아왔다. 오고 가고 삼십 분 정도가 걸렸다.

소요산에서 서울로 가는 전철을 타기 위해, 그리고 가까이 있는 미용실과 세탁소를 찾기 위해 집을 나서는 것 말고 이렇게 오래 그것도 낮 시간에 전곡 거리를 걸은 것은 참 오랜만이다.

나로서는 낯선 감정이 들지 않을 수 없는 사건이었다.

그렇게나 자주 찾던 도서관에도 이제 가지 않는 내가 이곳 전곡에서 전기한 두 곳(미용실, 세탁소)에 갈 때 말고 집 밖을 나서게 될 일은 급히 병원이나 약국에 가야할 때일 수밖에 없겠다.

이제 내게 이곳 전곡은 자고 먹고 서울행을 준비하는 곳처럼 되었다.

오전 10시부터 12시까지 노원에, 14시부터 15시 30분까지 마포 망원역 인근에, 그 이후 16시까지 마포 광흥창역 인근에, 그 이후 19시까지 양재에, 그 이후 22시까지 혜화에 있었던 어제의 내 행적이 요즘 나의 일반적 모습이다.

어제 나는 늘 그렇듯 배낭을 멘 데다가 아홉 권의 책을 에코백에 담아 든 채 양재에서 140번 버스를 타고 안국동에서 내려 저녁 식사를 하고 이틀 후 예정된 탐방 코스(윤선도 시비, 학림다방, 동양서림, 장면 전 총리 가옥, 빈빈책방, 한무숙문학관, 송시열 옛 집터, 한양도성 혜화 전시센터 등)를 사전 답사했다.

짐을 메고 들어야 했기에 무릎이 아팠지만 탐사 하루 전에 서울에 다시 나오는 것은 무리이기 때문이다.

그제 내 잠실 동기는 자기 집 방 하나를 나에게 세줄까보다란 말을 했다. 나를 잘 아는 사람들은 (종로 기준) 오고 가고 네 시간 이상 소요되는 서울에 자주 드나드니 피곤하지 않냐고 묻는다.

그러나 특별히 그런 생각이 들지 않고 차를 타는 시간이 힘들게 느껴지지도 않는다.

피곤하면 자고 말짱하면 책을 읽으니 시간이 참 빨리 간다. 운전을 하지 않기에 가능한 일이다. 이렇게 세월이 간다. 오늘은 2018년의 2/3가 지나는 8월의 마지막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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