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체유심조란 말을 페북에서 찾으니 만 송이 꽃은 아니고 백 송이 꽃이 피었다고 할 수는 있겠다 싶다.

마음이 모든 것을 만든다는 주장은 다행히(?) 보이지 않고 마음 먹기에 따라 세상이나 현실이 달라진다는 주장, 마음이 모든 것의 근원이라는 주장 등이 보인다.

사람마다 가진 성향과 이해도에 따라 그 이론에 대한 정의가 미세한 차이들로 나타나고 있다고 해야겠다.

이와 관련해 몇 해 전 읽은 서광 스님의 ‘치유하는 유식 읽기‘란 책을 펴보았다.

책에는 유식(唯識) 불교는 일체유심조를 주장하지 않는다는 글, 유식무경(唯識無境)이란 말은 오직 자신의 그릇된 생각으로 파악한 그런 세계(경지)는 없다는 의미라는 말, 오직 (인)식만 있다는 말로 받아들이기 쉬운 유식이란 말은 결국 서로 다른 주관과 견해로 세상을 보는 사람들 사이에서 문제로 지적해야 할 것은 인식이라는 말 등이 있다.
저자는 파도가 치려면 바닷물이 있어야 하고 바람도 불어야 한다는 말씀을 하셨다.

나는 이 책의 주장이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오래 전 읽은 ‘내 안의 우주에 이르는 길‘에서 저자(곽내혁)는 아픈 사람에게 마음을 바로 쓰라는 말은 옥상옥(屋上屋)이란 말을 했다.

마음은 이미 현실 또는 객관세계가 반영된 것이라는 의미이다. 마음이 잘못 되어 몸이 아픈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물론 이 말은 해명이 필요하다. 마음이 몸에 영향을 미치는 현실도 고려해야 한다는 점이다.

관건은 현실과 마음 가운데 어느 것 하나만 두드러지거나 절대화되지 않는 것이리라. 불교도도 아니고 그 이론이 어떻게 받아들여지든 상관 없지만 굳이 말하는 것은 나이가 들면 일체유심조가 아닌 유물론을 생각해야 한다는 댓글을 읽고 조화와 여실지견(있는 그대로 보는 것)을 생각했기 때문이다.

댓글을 단 그는 일체유심조를 어떻게 이해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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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스토리 - 장소와 시간으로 엮다
양희경 외 지음 / 청어람미디어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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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대한 책이 많은데 다시 한 권의 서울 책을 낸 서울 스토리란 팀이 있다. 출간 동기는 자신들의 방식으로 정리한 서울 이야기로 서울을 이해하기 위한 것이다. 책 제목과 같은 서울 스토리란 팀 이름은 2000년 이후 서울 답사를 시작한 지리 연구자와 지리 교사들의 모임이다.

 

전 다섯 장으로 구성된 서울 스토리1장 수도 서울의 기초, 2장 왕조의 공간에서 근대 도시로, 3장 거대해지는 서울, 4장 변신하는 서울, 5장 서울이 꾸는 꿈 등의 장별 제목이 많은 것을 알게 한다.

 

서울은 거대한 인드라망이다. 각각의 그물코마다 보석이 달려 있는 무한히 큰 그물인 인드라망은 각각의 보석들이 서로 빛을 받아 다시 서로를 비춘다. , 하천, 이름 모를 나무 한 그루도 하찮게 여겨서는 안 된다는 의미이다.(21 페이지) 서울의 바람은 길을 잃었다. 우후죽순 들어선 빌딩들이 곳곳에서 바람을 막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의 열대야(야간 최저 기온이 25도 이상인 날의 밤)는 한낮에 강한 열을 받은 콘크리트 빌딩이나 아스팔트 도로에서 밤에도 열이 뿜어져 나오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기도 하고 바람 길이 막혀서 생기는 것이기도 하다. 한강이 동에서 서로 흐르는 외수(外水)라면 청계천은 서에서 동으로 흐르는 내수(內水)이다.(27 페이지)

 

조선시대나 일제 강점기에는 지형적 조건이 좋은 산지의 산록대나 낮은 구릉지대가 고급 주택지로 각광받았다. 그러나 지금은 토목기술 및 건축 기술의 발달로 과거에는 거의 버려져 있었던 저습지가 고급주택으로 탈바꿈했다. 현재 서울시에서 미개발지로 남아 있는 지역은 개발제한구역의 자연녹지에 해당하는 곳 뿐이다.(41 페이지)

 

현재의 시() 개념과 유사하게 사용된 단어가 읍()이다. 도읍(都邑)은 읍 중에서 대표적인 곳이다. ()와 읍()은 종묘의 유무에 따라 나뉜다. 종묘가 있는 곳은 도읍, 없는 곳은 읍이다. 도읍에 성이 들어서면 도성이라 한다.(47 페이지)

 

중요한 사실은 행정 구역 측면에서 볼 때 서울은 한강 남쪽까지 포함된 도시인 반면 한양은 한강 이북에 있었던 도시라는 점이다. 한양은 옛 도시이고 서울은 현재의 도시이다. 한양은 서울에서 흔적을 찾을 수 있을 뿐이다.(55 페이지)

 

외국인과 외국문물의 유입이란 글에 유교, 불교, 무속 중심의 종교 활동도 서양 선교사들의 진입으로 변하게 되었다는 내용이 있다. 도성 안 어느 곳에서나 보였던 남산 아래 종현(鍾峴: 명동 성당 앞 고갯길)에 천주당(명동성당)이 들어선 것인데 이는 종묘, 사직, 문묘(성균관), 왕실의 제사 공간만 들어 설 수 있던 조선 시대 도성 안 풍경과 다른 모습이었다. 문화적 충격거리가 아닐 수 없었다.(64 페이지)

 

본문에 1899년 서대문과 청량리 사이를 오간 전차가 개통되고 1900년 종로와 용산을 잇는 전차 궤도가 부설되면서 성곽이 파괴되었다는 내용이 나온다.(68 페이지) 서대문과 청량리 사이라는 말은 정확히 하면 서대문과 홍릉 남쪽인 청량리라는 말이 된다. 홍릉은 명성황후 민씨의 능이다.(1919년 고종이 합장된다.) 서대문과 청량리 사이에 전차가 놓인 것은 고종의 행차를 위해서였다.(‘36 시간의 한국사 여행 3’, ‘조선 왕릉 그 뒤안길을 걷는다참고)

 

두 번째 장의 마지막인 4번째 파트(경성의 핫 플레이스, 진고개)에는 오늘날 근대 서울의 소비 공간을 찾아가는 과정이 누군가에게는 식민지 시기 제국의 유력자와 협력자의 전유물이자 전통적 경관의 파괴를 통해 이룩된 비극적 역사의 장소를 기억하는 일이고 다른 누군가에게는 카페와 극장, 댄스홀과 백화점을 활보하며 근대적 도시의 자유와 문화를 만끽하기 시작한 최초의 근대인들을 현재로 불러내는 일일 것이라는 설명(76 페이지)이 있어 진중한 생각을 유도한다.

 

모래톱이란 말은 손톱, 발톱처럼 모래가 고정되어 있지 않고 조금씩 자라는 것을 의미한다. 강이든 바다든 물이 흐르는 곳에서는 반드시 침식, 운반, 퇴적 작용이 일어난다. 이 과정에서 형성되는 지형 중 하나가 모래톱이다. 모래톱이 성장해 단단해지면 식생(植生)이 자란다. 그러면 식생의 뿌리가 모래알을 단단히 고정시키면서 유동적이던 모래톱이 점차 안정된 섬이 된다. 이를 하중도(河中島)라 한다.(101 페이지)

 

모래톱은 하천이고 섬은 토지이다.(102 페이지) 1960 1980년대 서울은 주택 및 시설 수요를 위해 연탄재를 이용해 한강변의 저습지를 매립해 택지를 조성했다. 청담동, 압구정동, 잠실, 방배동, 장안동, 구의동 등이 그런 과정을 거쳐 택지로 조성된 곳들이다.(119 페이지)

 

관련 내용이 다른 부분에 있다. 우리나라가 아파트 공화국이라 불리는 이유에 대한 글이다. 사람은 많고 공간은 부족하니 고층으로 올릴 수밖에 없다고 사람들은 말하지만 경제성장이 근대화였던 시대에 대량의 주택 공급을 단기간에 실현시킬 목적으로 아파트가 선택되었다는 것이 맞다.(145 페이지)

 

수요자 측의 아파트 단지 선호의 사연도 들어볼 만하다. 사람이 많은 쪽에 서야 최소한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다는, 그간의 정치사회적 현실을 학습한 결과이다.(147 페이지) 우리나라에서 초고층 아파트 시대가 열린 것은 1989년 완공된 노원구 상계동의 25층 아파트로 인해서다.(177 페이지)

 

한지은은 초고층 아파트, 주상복합 아파트,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 브랜드 아파트 등의 역사를 짚는다. 1997년 외환위기로 인한 건설 경기 침체 관련 이야기도 포함되었다. 아파트가 최첨단 유행 상품이 됨으로써 수명이 짧아지고 자원은 낭비되고 주거환경은 불안정해지고 주거비용은 상승하는 등의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현실도 거론되었다.

 

젠트리피케이션도 거론되었다.(198 페이지) 젠트리피케이션이란 낡은 주택지나 마을로 중산층 이상의 전입자가 이주하면서 기존 저소득층의 주민들을 대체하고 낙후된 지역을 고급화시키는 과정을 일컫는데 문제는 이 과정에서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면서 기존 저소득층 주민들이 다른 지역으로 밀려나게 되고 갈등이 빚어진다는 점이다. 지역 고유의 독특함도 사라진다.

 

서울의 인구 증가나 주택 부족 문제는 신도시를 여러 개 건설한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서울 안에서의 문제 해결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213 페이지) 서울과 같은 거대 도시의 개발은 지역에 따른 맞춤형 개발 방식이 필요하다. 도심은 도심답게, 전통 공간은 전통 공간 답게 잘 보존될 수 있도록, 주택가는 쾌적하게, 비즈니스 상업공간은 이용하기 편하게 등등..(214, 215 페이지)

 

3000년에 이르는 거주역사를 지니고 있으며 600년간 조선의 왕도였던 서울은 왕조의 유산과 식민지의 흔적뿐 아니라 전쟁과 근대화의 격동기에 수많은 사람들의 기억들을 켜켜이 담고 있는 저장 창고다.(265 페이지)

 

한지은은 북촌의 한옥들이 대부분 조선 초기 명문대가의 집이 아니라 집장사 집 즉 도시형 한옥이란 이유로 실망할 법도 하지만 서울이 박물관이나 유적지처럼 죽어 있는 자들을 위한 곳이 아니라 살아 있는 사람들이 거주하고 일상을 영위하는 공간임을 감안하면 변화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말을 한다.(270, 271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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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잠실에 다녀왔다. 잠실 교보문고에서 지인을 만났는데 나는 잠실에 교보문고가 있는 줄 몰랐다. 지금껏 잠실에는 몇 번 갔었다. 알라딘의 잠실롯데월드타워점이나 잠실새내점에 책을 사러 가기 위해서였다. 1960 1980년대 서울은 주택 및 시설 수요를 위해 연탄재를 이용해 한강변의 저습지를 매립해 택지를 조성했다.

 

청담동, 압구정동, 잠실, 방배동, 장안동, 구의동 등이 그런 과정을 거쳐 택지로 조성된 곳들이다.(‘서울 스토리’ 119 페이지) 나는 구의동이 지난 4월에서 8월 사이 심리상담을 받기 위해 갔던 뚝섬에서 멀리 있지 않다는 사실도 책을 통해 확인했다.

 

잠실(蠶室)을 생각하면 누에를 생각해온 것이 지금까지의 습관이었으나 이제는 연탄재를 생각할 법도 하지만 그런 점을 생각하기에 잠실(만이 아니고 전기한 모든 곳)은 너무 복잡다단하고 화려하다.

 

관련 내용이 책의 다른 부분에 있다. 우리 나라가 아파트 공화국이라 불리는 이유에 대한 글이다. 사람은 많고 공간은 부족하니 집을 고층으로 올릴 수밖에 없다고 사람들은 말하지만 경제성장이 근대화였던 시대에 대량의 주택 공급을 단기간에 실현시킬 목적으로 아파트가 선택되었다는 것이 맞다.

 

더욱 단기간 대량 건설의 부담과 시장 형성 가격보다 싸게 책정해야 하는 아파트 분양가 상한제 하에서 아파트가 표준화, 획일화될 수밖에 없었다는 것도 주목할 거리이다.(145 페이지)

 

수요자 측의 아파트 단지 선호의 사연도 들어볼 만하다. 사람이 많은 쪽에 서야 최소한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다는, 그간의 정치사회적 현실을 학습한 결과이다.(147 페이지) 서울을 하나 하나 알아가는 것이 재미 있다. 내일은 서촌 순례길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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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서 자료 찾고 찾은 자료들 정리하고 글 구상하느라 정신 없는데 전화가 왔다.

도서관에서 도서관에 관한 글을 쓰는 나에게 혹 딴 도서관에서 전화를 한 걸까, 하는 터무니 없는 생각을 하며 빠른 발걸음으로 로비로 나가 전화를 받으니 중요 정보라며 평택에서 너무 싸게 땅이 나왔으니 사라고 한다.

그제서야 전화의 목소리가 누구이며 그젠가 한 번 같은 번호의 전화를 받은 것이며 등의 사실들이 두루 떠올랐다.

전화 받기 전에 읽고 있던 것은 기원 전 2600년경 수메르에서 쐐기 문자로 기록한 점토판 문서를 보관한 수장고 형태의 건축물이 원시 도서관의 시초였다는 부분이었다.

허수경 시인의 ‘모래 도시를 찾아서‘란 책에 인류 최초의 기록은 금전출납 기록이었다는 글이 있다. 수메르의 그 점토 기록도 금전출납부였을까?

아니 허수경 시인이 바로 그 수메르의 점토판을 말한 것일까? 서재에 가서 정확한 내용을 찾아 봐야겠지만 이런 암중모색 스타일의 상상도 나름의 재미가 있다.

점토를 주무르듯 자료들을 잘 빚어 예쁘고 보기 좋은 글을 써야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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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흐의 음악을 profound & prolific이라 표현한 적이 있다. 깊고(음악성) 다산(多産)(곡수)이라는 의미. 이는 바흐(Bach)란 단어는 시냇물을 뜻하지만 그의 음악성은 바다 같다는 베토벤의 말을, 바흐란 단어는 동유럽 방언으로 순회음악가를 뜻한다는 말로 물리친(?) 폴 뒤 부셰의 말과 함께 의미 있게 보아야 할 규정이다.

 

바흐를 규정할 말은 많다. 그 가운데 하나가 기다리는가 아닌가의 여부이다. 슈베르트나 휴고 볼프, 브람스 등은 영감이 생길 때까지 기다렸지만 바흐는 기다리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삶을 표현했다(강일구 지음 바흐, 신학을 작곡하다’ 29 페이지)

 

이것이 바흐가 1080 곡이 넘는 많은 곡을 지은 작곡가가 된 비결 가운데 하나이다. 무신론자 니체가 바흐에 대해 이런 말을 했다. ‘금주에 바흐의 거룩한 마태수난곡을 세 번째로 들었다. 매번 말할 수 없이 감탄하는 마음으로 그 음악을 듣곤 한다.’

 

바흐의 곡을 기악곡 위주로 듣다가 성악곡들과 함께 듣게 된 지 10년이 넘었다. 그 결과 정서(情緖)를 나타내는 단어들을 자주 만나게 된다. 사랑하는, 아름다운, 즐거운 등..물론 고통스러운 단어들을 만나게 되는 곡들도 듣는다. 눈물, 탄식, 근심, 두려움 등의 단어가 들어 있는 칸타타 12번이 대표적이다.

 

바흐 음악 듣기 좋은 가을이 왔다. 성악곡들에 기악곡들 특히 내가 6일무(佾舞)로 표현하곤 하는 첼로 모음곡 가운데 2(여성적)5(남성적)을 더하면 더 없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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