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리아 크리스테바의 ‘사무라이’란 소설을 가지고 있던 때가 있었다. ‘사무라이’는 27년 전 나온 책이다. 알기로 ‘사무라이’라는 제목으로 나왔던 책이 몇 해 뒤 ‘무사(武士)들’이란 이름으로 나왔고 지금 두 버전 모두 절판되었다.
이제 와서 ‘사무라이’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작품에 수많은 지식인들이 나오기 때문이다. 크리스테바, 솔레르스, 골드만, 바르트, 라캉, 방브니스트, 야콥슨, 데리다, 푸코, 사르트르 등... 물론 이들은 작품 속에 다른 이름으로 나온다.
비슷한 시기에 나온 고종석의 ‘기자들’에서 나는 ‘사무라이’와 비슷한 분위기를 느꼈다. 전기한 ‘사무라이’의 지식인들은 프랑스인들인데 ‘기자들’에는 이런 인물들이 나온다. 마르크스, 엥겔스, 베른슈타인, 카우츠키, 로자 룩셈부르크 등... 독일 지식인들이다.
물론 ‘기자들’에는 프랑스 지식인들도 나온다. 바슐라르, 사르트르, 부르디외, 뒤르켕...고종석은 사르트르가 죽었을 때 “사르트르가 갔다. 아, 이제는 프랑스 문화계도 약간은 쓸쓸하겠다”고 쓴 김현의 죽음에 대해 “그런데 이제 김현이 갔다. 한국 비평계에 적지 않은 쓸쓸함을 남기고”란 말을 했다.
나는 특정인에 대한 애도(哀悼)를 말하고 싶지 않다. 다만 ‘사무라이’가, 그리고 ‘기자들’이 많은 지식인들을 논한 것처럼 나도 지성과 인격면에서 훌륭한 해설사 동기들을 논하고 싶다.
그제 동작(銅雀) 도서관에서 정조(正祖) 전문가인 김준혁 교수가 동기에게 혜람(惠覽)이란 말과 함께 이문회우(以文會友)란 말을 써준 것을 보았다. 그렇다. 이문회우란 글 또는 인문(人文)으로 친구들을 모은다는 의미이니 우리들에게 더 없이 타당한 말이 아닐 수 없다.
한편 크리스테바를 언급한 것은 도서관 관련 자료를 찾다가 읽게 된 ‘장미의 이름’의 작가가 기호학자라는 데서 같은 기호학자인 ‘사무라이’의 작가에 생각이 미친 결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