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 내부에 대한 충격적(?) 소식을 들은 것은 오래 전이다. 반지름이 70만 km인 태양 중심에서 생성된 광자(光子)가 아무런 방해를 받지 않을 경우 표면으로 직진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2.3초(700,000km/진공상태에서 빛의 초속 300,000km)이지만 태양 내부의 광자는 평균 1cm를 진행할 때마다 전자 또는 원자와 충돌하는 까닭에 중심에서 표면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무려 100만년이다.('타이슨이 연주하는 우주교향곡 1' 84, 85 페이지)
이는 아마도 천문학에서 어떤 항성 또는 행성의 내부에 대해 언급된 유일한 경우가 아닌가 싶다. 그간 교양 천문학의 경우이지만 지구에 대해서든 태양에 대해서든 문제 삼은 것은 외부였다는 의미이다.
바른 적용 또는 비유인지 모르겠으나 운동에 대한 아리스토텔레스와 뉴턴의 차이를 생각하게 된다. 아리스토텔레스에게 모든 운동은 질적 변화, 양적 증감, 위치 이동으로 설명된다. 반면 뉴턴에게 모든 운동은 위치 이동으로 환원되기에 운동하는 사물이 무엇인지가 문제되지 않는다. 정확히 말하면 위치와 질량이 문제된다.(이정우 지음 '접힘과 펼쳐짐' 2장 참고)
지질학을 배우면 지구의 내부를 논하게 된다. 지구 내부는 핵과 맨틀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지구에는 자기장이 있는데 이는 철질(鐵質)로 되어 있는 지구 내부 외핵의 열대류 운동에 의해 유도 전류가 생겨 발생하는 것으로 생각된다.(신규진 지음 '너무 재밌어서 잠 못 드는 지구의 과학' 21 페이지)
태양도 다량의 하전입자를 바깥으로 뿜어낸다.('타이슨이 연주하는 우주교향곡 2' 97 페이지) 하전입자는 자기적 상호작용도 한다. 전기는 자기다. 제임스 맥스웰이 전통적으로 완전히 별도의 현상으로 여겨졌던 전기와 자기를 본질적으로 같은 것으로 규정했다.(로빈 애리앤로드 지음 '물리의 언어로 세상을 읽다' 30 페이지)
태양이 매초 수백만톤씩 뿜어내는 전자, 양성자, 헬륨원자핵 등이 태양풍이다. 혜성의 꼬리가 항상 태양의 반대쪽을 향하는 것도 플라즈마 상태로 불어오는 태양풍 때문이다. 지구의 남극이나 북극지방으로 날아온 태양풍이 대기 속 분자와 충돌하면 하늘에 오로라가 나타나는데 이는 지구 뿐 아니라 강한 자기장과 대기를 갖고 있는 모든 행성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타이슨이 연주하는 우주교향곡 1' 213, 214 페이지)
철새의 이동과 관련하여 새들이 지구 자기장을 읽고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 초점을 맞춘 실험들은 매우 성공적이었다. 관련된 가장 흥미로운 성과는 비둘기의 두개골과 뇌 사이에서 자성을 띤 미세한 결정체가 발견된 것이다.(존 말론 지음 '21세기에 풀어야 할 과학의 의문' 91 페이지)
지질학은 돌에 관한 학문이지만 내게는 지구 내부의 맨틀과 핵, 마그마 등이 더 흥미롭게 여겨진다. 철질로 되어 있는 지구 내부 외핵의 열대류에 의해 생기는 자기장 때문이라 해도 좋다.(외핵은 섭씨 약 4000도의 액체, 내핵은 압력이 큰 5000도가 넘는 고체다.; 프랑소와 미셸 지음 '초등학생이 읽는 지질학의 첫 걸음' 9 페이지) 암석의 근원인 마그마에 대한 관심이기도 하다.
새와 자기장의 연관성을 이야기했으니 인간과 자기장의 연관성을 이야기할 법하다. 멀리 갈 것 없이 자기(磁氣) 부족이 만병의 근원이라는 글에 관심을 갖는 내 이야기다. 흥미보다 현기증이라는 당면한 관심사 때문이다. 무리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