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조의 ‘라이엘이 들려주는 지질조사 이야기’는 지질을 어떻게 학생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게 할까를 고민한 저자의 문제의식이 담긴 정수(精髓) 같은 책이다. “지질조사는 전문가만이 할 수 있는 어렵고 복잡한 일이 아니다.”
영국의 지질학자 찰스 라이엘(Charles Lyell: 1797- 1875)은 ‘지질학 원리’의 저자로 지질학을 근대 과학의 한 분야로 편입시키는 데 크게 기여한 사람이다. 다윈이 진화론을 저술하는 데 ‘지질학 원리’를 참고한 것은 유명하다.
지질이란 지각(地殼)을 이루고 있는 암석의 종류와 분포, 구조, 변화된 역사를 아우르는 말이다. 화석을 발견하면 주로 퇴적암으로 이루어진 곳을 조사해야 한다. 지질 조사는 생활의 안전을 위해 꼭 필요한 일이다. 등고선들의 간격이 좁으면 경사가 급한 지역이고 넓으면 완만한 지역이다.
원래 지층은 물밑에서 퇴적될 때 수평으로 쌓인다. 그런데 퇴적 후 오랜 시간이 지나며 지각변동을 받으면 지층이 기울어지거나 휘어진다. 이를 지층이 습곡을 받았다고 말한다. 암석의 종류를 구분하는 방법 중 한 가지는 암석의 색깔을 보는 것이다. 암석이 오랫동안 바깥에 노출되면 원래의 색깔을 잃는다. 이를 암석이 풍화되었다고 말한다.
이 경우 암석을 지질조사용 망치로 깨트려 풍화되지 않은 안쪽을 보아야 한다. 암석은 광물들의 집합체고 광물은 일정한 성질을 가진 자연 상태의 물질이다. 화강암은 석영, 장석, 운모로 이루어져 있다. 퇴적물이 암석이 되는 과정을 속성작용이라 한다. 입자 크기가 2mm 이상이면 자갈, 2 – 1/16 mm면 모래, 1/16 mm이하면 진흙이라 한다.
자갈로 이루어진 암석을 역암이라 한다. 역암 가운데 자갈 표면이 각지고 모나 있거나 입자가 거칠면 각력암이라 부른다. 물속에 녹아 있던 소금이 침전되어 암석으로 변하면 암염이라 부른다. 조개껍데기 등을 이루는 탄산칼슘이 침전되어 만들어진 암석을 석회암이라 부른다.
땅속 깊은 곳에서 천천히 식는 암석은 마그마가 광물을 만들 수 있는 시간이 충분해 크기가 큰 입자를 만든다. 규산이 많이 모여 이루어진 암석은 대체로 밝은 색을 띤다. 조금 들어 있으면 어두운 색을 띤다. 화강암은 규산이 많이 함유되어 있어 밝은 색을 띠고 현무암은 조금 들어 있어 어두운 색을 띤다.
규산 함유 정도, 식은 장소가 지하인가 지표인가 여부 등이 중요하다. 암석을 변하게 하는 것은 열과 압력이다. 700도가 넘어가면 암석이 녹는다. 열에 의해 변성작용이 일어나는 경우(열변성작용)와 마그마의 화학성분에 의해 변성작용이 일어나는 경우(접촉변성작용)가 있다.
진흙을 구워 도자기로 만들면 입자가 단단해지듯 혼펠스는 이암(泥巖)일 때보다 훨씬 단단하고 치밀해진다. 암석이 광역변성작용을 받으면 높은 압력에 의해 알갱이들이 눌려서 압력 방향에 직각으로 평행하게 배열된 편리(片理)라는 이름의 줄무늬가 만들어진다.
고무풍선에 동그란 점들을 그린 후 위에서 누르면 점들이 납작하게 눌려서 줄무늬로 나타나는 것을 연상하면 좋다.(片에는 조각, 한쪽, 납작한 조각 등의 의미가 있다.) 편암은 다른 광물의 색깔이 교대로 나타나며 평행한 단속(斷續)의 줄무늬를 이룬다. 편마암 역시 단속(斷續)의 줄무늬를 이루는데 편암보다 결정이 크다.
지각 운동으로 인해 지층이 끊어져 서로 다른 위치로 이동하는 현상을 단층(斷層)이라 한다. 지층이 끊어졌지만 위치가 서로 이동하지 않는 것을 절리(節理)라 한다. 역단층은 양옆에서 미는 횡압력이 작용할 경우 만들어진다. 지질구조 중 지층이 구불구불하게 주름진 것을 습곡(褶曲)이라 한다.(褶: 주름 습)
암맥(dike)이란 지하의 마그마 웅덩이로부터 마그마가 지표로 올라온 길이다. 암맥과 달리 지하 깊은 곳까지 연결되지 않은 줄무늬를 맥(vein)이라 한다. 점이층리(漸移層理)는 하나의 층 안에서 아래에서 위쪽으로 갈수록 퇴적 입자의 크기가 굵은 것에서부터 가는 것으로 점진적으로 변하는 구조를 말한다.
아래쪽에 큰 입자가 쌓여 있고 위쪽으로 갈수록 점점 작은 입자가 쌓여 있는 모습으로 나타난다. 점이층리는 퇴적작용이 일어나는 동안 물의 흐름에 변화가 일어나 생긴다. 사층리(斜層理; cross bedding)는 수심이 얕은 물밑이나 사막 같은 환경에서 퇴적물들이 흘러가면서 쌓여 생긴 퇴적구조를 말한다.
화석은 뼈의 종류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과거 생물의 모습, 생활환경 등을 추정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은 모두 화석이다. 아주 작아서 현미경으로 봐야만 보이는 화석을 미화석(微化石)이라 한다. 나무가 퇴적물 속에 묻힌 뒤 오랜 시간 동안 주변에 지하수가 흐르면 나무의 유기질 성분은 서서히 분해되고 그 자리에 지하수에 포함되어 있는 규산 성분이 들어간다.
이런 일이 계속되면 결국 나무 자체는 사라지고 원래 나무와 같은 모양의 규산질 나무 화석이 남는다. 이를 규화목(硅化木)이라 한다. 화석이 될 수 있는 조건은 1) 빨리 묻히고, 2) 단단한 부분이 있고, 3) 화석화 작용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공룡처럼 특정시대(중생대)에만 살았다가 멸종한 화석을 표준화석이라 한다. 삼엽충(고생대), 매머드(신생대)도 표준화석이다. 지질시대의 선후 관계를 비교하는 것을 지층 대비라 한다. 표준화석이 아주 유용하게 쓰인다. 따라서 특정한 한 지역에서만 발견되면 표준화석으로 사용될 수 없다. 지층 대비에 사용될 수 없기 때문이다.
동일과정의 원칙은 현재는 과거의 열쇠라는 말로 정리할 수 있다. 고사리는 고생대 말부터 지구상에 번성하여 지금까지도 살아 있다. 고사리가 사는 환경은 습한 응달이다. 고생대 지층에서 고사리 화석이 발견되면 당시의 퇴적 환경도 지금과 같이 습한 응달이라 추정할 수 있다. 이처럼 옛날의 환경을 알아낼 수 있는 화석을 시상화석(示相化石)이라 한다.
생존 기간이 길고 일정 환경에서만 사는 생명체의 화석을 시상화석이라 한다. 과거의 기록이 지층과 암석에만 남아 있는 시기를 지질시대라 한다. 지질시대는 선캄브리아대(40억년에서 5억7천만년), 고생대(5억7천만년에서 2억4천5백만년), 중생대(2억4천5백만년에서 6천5백만년), 신생대(6천5백만년에서 1만년)로 나뉜다.
선캄브리아대는 거의 모두 변성암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는 우리나라의 기반암을 이룬다. 우리나라 고생대 중기 때의 기록이 없다. 부정합(不整合)이 주인(主因)이다. 부정합은 지층이 위 아래로 붙어있지만 연속적으로 퇴적되지 않고 두 층 사이에 오랜 시간 간격이 있는 것을 말한다. 부정합의 원인은 융기와 침강이다.
신생대 이전까지 우리나라에 동해는 없었다. 1700만년전 일본이 우리나라에서 떨어져 나가면서 동해가 만들어졌다. 1700만년전의 100배인 17억년전에 우리나라는 남극 쪽에 옹기종기 붙어있던 대륙 한 귀퉁이에 붙어 있었다. 대륙 이동은 고지구자기를 측정하면 알 수 있다.
고지구자기는 암석에 보존되어 있는 과거의 지구자기장이다. 머리, 몸체, 꼬리로 이루어진 삼엽충은 몸체가 세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삼엽충은 고생대 바다에서 번성했던 생물이다.
공룡이 지역의 퇴적암이 처음부터 단단하지 않았던 시대에 호숫가의 부드러운 퇴적층을 걸으면 발자국이 찍히고 그렇게 찍힌 발자국 위에 다른 퇴적물이 덮이면 발자국이 퇴적물로 보존된다. 오랜 세월이 지나면서 그 위로 두꺼운 퇴적물이 쌓이고 압력을 받으면 단단한 퇴적암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