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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대에게 들려주고 싶은 우리 땅 이야기 - 지리 선생님과 함께 떠나는 통합교과적 국토 여행
마경묵.이강준.박선희 외 지음 / 갈매나무 / 2013년 3월
평점 :
지리(地理)의 힘 또는 가치를 느끼기 시작한 사람이 읽기에 좋은 책이 ‘십대에게 들려주고 싶은 우리 땅 이야기’다. 지질 해설을 하게 된 데서부터 나의 지리 공부가 시작되었다. 단 나는 아직 지리의 지질의 차이를 구체적으로 설명할 능력이 없다. 책은 3부로 구성되었다. 1부 우리 땅과 역사, 2부 우리 땅과 경제, 3부 우리 땅과 환경 등이다.
이 제목들을 보면 우리 땅과 관련된 역사, 경제, 환경을 알 수 있는 책이 ‘십대에게 들려주고 싶은 우리 땅 이야기’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이어도가 중국에 의해 분쟁지역화되고 있는 현실을 알게 되고 명당(明堂)이 무엇인지에 대해 알게 된다.(명당의 명은 ‘명;名‘이 아닌 ’명; 明‘이다.) 잘 알 듯 독도는 일본이 분쟁지역화하려는 섬이다.
독도는 제주도나 울릉도보다 먼저 해저에서 형성된 화산섬이다.(울릉도에서 독도는 육안으로 보인다. 울릉도에서 독도는 87km 정도 떨어져 있다.) 명당에 대한 글에서 우리는 비보풍수에 대해 다시 접하게 된다. 비보(裨補)라고 쓴다. 산이 있어야 할 곳에 산이 없으면 흙을 쌓아 가짜 산을 만드는 것, 나무를 심어 산처럼 보이게 하는 것 등이다.
이 책에서 우리는 ’세종실록지리지‘와 ’신증동국여지승람‘의 차이를 알 수 있다. 성종 재위시 노사신, 양성지 강희맹 등에 의해 편찬된 책이 ’신증동국여지승람‘이다. 특기할 부분은 왕이 편찬을 명해 탄생한 지리지는 세종실록지리지가 유일하다는 점이다. 읍성 부분에서 흥미로운 점은 동헌(東軒)과 서헌(西軒)의 대비다. 동헌은 고을 수령의 집무 시설이고 서헌은 수령의 살림채다.
현재 남아 있는 읍성은 낙안읍성(순천), 해미읍성(서산), 고창읍성(고창) 등이다. 읍성은 일제에게는 식민통치의 걸림돌이었다. 김정호의 대동여지도편에서는 지도학(cartography)이라는 학문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당서(唐書) ‘양관전’에 양관이 출세하기 전 왼쪽에 지도를, 오른쪽에 역사책을 놓고 공부했다는 내용이 나온다. 이로부터 좌도우사(左圖右史)라는 개념이 나왔다.
대동여지도의 높이는 6.6m, 폭은 2.4m다.(참고로 말하면 광개토대왕비는 높이는 6.39m, 폭은 1.35m~2m다. 대동여지도가 높이나 폭에서 조금씩 더 크다.) 대동여지도는 목판 인쇄본이기에 지리 상황을 한 가지 색으로만 표현할 수밖에 없어서 도로는 직선으로, 물길은 곡선으로 표현했다. 물론 김정호는 물길도 둘로 표현했다. 한 줄로 표시된 물길은 강폭이 좁아 배가 다닐 수 없는 물길이고 두 줄로 표현된 물길은 강폭이 넓어 배가 다닐 수 있거나 반드시 배를 타야 건널 수 있는 물길이다.
우리나라는 산이 많고 들이 적어 육로로 물류를 운반하기가 어려웠고 바다는 사고 위험이 높아 내륙의 하천을 이용할 수밖에 없었고 하천 곳곳에 나루터가 있었다. 대동여지도는 처음으로 기호가 쓰인 고지도다. 대동여지도는 한 사람의 노력으로는 만들 수 없는 지도다. 조선은 나름의 경위도망을 가지고 있었다. 또한 수레 바퀴 모양의 기리고차(記里鼓車)를 이용해 거리를 측정했다.
김정호에게 지도 제작에 필요한 재정 지원을 해준 사람이 혜강 최한기다. 흥선대원군이 김정호를 이적행위자(지도를 만들어 기밀 누설)로 몰아 옥사시켰다는 주장은 식민사관을 가진 일본의 엘리트 역사학자들이 흥선대원군을 새로운 문물 흡수를 거부하는 폐쇄적인 인물로 인식시키고, 한민족에게 훌륭한 인물을 스스로 죽였다는 거짓 역사관을 지어내기 위해 일제가 만든 가짜 뉴스라 보아야 한다.
김정호의 죽음은 죄인의 죽음을 의미하는 물고(物故)가 아닌 자연사를 뜻하는 몰(沒)로 표현되어 있다. 김정호의 자서전인 ‘대동지지’에 의하면 조선에는 10개의 대로가 있었다. 그 중 하나가 의주대로다. 한양 숭례문에서 시작해 고양, 파주, 개성, 평양을 지나 의주까지 이어진 길이다.
성서조선에 ‘조와(弔蛙)’라는 글을 실어 폐간되고 옥고(獄苦)를 치른 김교신(1901 – 1945) 선생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1936년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우승자 손기정 선수의 스승(마라톤 코치)이자 무교회주의자였던 선생은 도쿄 고등사범학교 지리박물학과 출신의 지리 교사이기도 했다.
그는 식민사관에 근거를 둔 조선반도정체론(停滯論)을 논박했다.(한반도가 토끼 형상이라는 일본 지질학자 고토 분지로의 주장이 식민사관의 대표격이다.) 저자들은 창지개명(創地改名)이란 말을 쓴다. 일본에 의해 우리 민족이 창씨개명되었듯 땅 이름이 일본에 의해 강제로 바뀐 것을 두고 이르는 말이다. 넓은 다리라는 의미의 너더리가 청계천의 흐름을 살피는 곳이라는 의미의 관수동(觀水洞)으로 바뀐 것, 잣골이 숭교방 동쪽이란 의미의 동숭동으로 바뀐 것 등이 대표적이다.
우리나라는 국토 면적이 좁지만 남북으로 길어서 다양한 기후가 나타난다.(가옥 구조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이 기후다.) 배산임수(背山臨水)란 말이 있다. 우리 조상들은 농사지을 물을 풍부하게 얻을 수 있는 하천과 그 하천이 만들어 놓은 평야(범람원) 주변에 촌락을 이루고 살았다. 그러나 물은 꼭 얻어야 할 대상이지만 집중호우 등으로 인해 피해야 할 대상이기도 했다.
그래서 평지이면서도 고도가 높아 범람 위험이 적은 곳을 선호했다. 이런 곳이 배산임수 지형이다. 이런 곳은 평지의 완경사와 산지의 급경사가 만나는 곳이다. 겨울의 바람도 막아주고 물과 평야를 얻을 수 있는 곳이다. 책 전체를 일관하는 메시지는 지리의 가치다. 지리가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을 알 수 있다는 의미다.
갯벌은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 갯벌은 생태적 가치 및 경제적 가치의 보고(寶庫)다. 생태(ecology)와 경제(economy)의 어원이 같다는 말이 실감난다.(두 학문에는 eco란 단어가 공통으로 들어 있다.) 우리는 간척 사업을 고수하지만 유럽 선진국들은 역으로 갯벌을 살리고 있다는 점이 시사점이다.
저자들은 한려해상국립공원의 시작점은 한산도가 아닌 지심도(只心島)라 지적한다.(152 페이지) 섬 모양이 마음 심(心)자 모양이어서 지심도라 불리는 이 섬은 대마도와 가장 가까운 섬으로 일제 강점기에 일본 해군 요새로 쓰인 섬이다.(‘지; 只’는 다만 지자이다.) 오랜 기간 일반인의 출입이 제한된 까닭에 동백, 대나무, 해송 군락(群落)이 잘 보존되어 있다.(조선시대부터 우리 조상들의 소중한 삶의 터전이었지만 일본군이 1937년 주민들을 강제로 이주시킨 뒤 군사기지로 사용했다.)
숲의 물 저장 능력의 비밀은 나무 뿌리에 있지 않고 흙에 있다. 빗물이 스며드는 곳은 나무 뿌리가 아니라 토양 속의 작은 구멍 즉 공극(孔隙)이다. 나무는 그런 토양 구조를 만드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다. ‘나무에서 떨어진 잎(낙엽)’들은 미생물에 의해 분해되어 유기물질이 된다. 이 유기물질을 먹이로 삼는 지렁이 같은 작은 동물들이 땅을 헤집고 먹이를 찾거나 집을 만드는 과정을 통해 흙 속에 작은 구멍들이 생기는 것이다.(침엽수보다 활엽수가 녹색댐의 효과가 크다.)
지구 온난화로 녹은 극지방의 얼음이, 적도의 에너지를 극지방으로 운반하는 멕시코 만류의 흐름을 막아 극지방의 기온이 떨어지는 것을 소빙하기의 도래라 한다. 지구 온난화로 극지방 상공의 기온이 상승해 극지방에 갇혀 있어야 할 한랭한 공기가 남하해 추위를 가져온다는 분석도 있다.
지구의 암석은 38억년전부터 형성되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25억년전까지를 시생대, 그 이후 5억 7천만년전까지를 원생대라 한다. 이 두 시기에 만들어진 암석들이 40퍼센트에 이른다. 시생대와 원생대에 만들어진 편마암 속으로 마그마가 끼어들어 천천히 굳어 화강암이 되었고 화강암을 덮고 있던 암석들이 풍화, 침식되어 사라지고 지하의 화강암이 지표로 나오게 되었다.
편마암은 화강암보다 단단해 화강암보다 덜 깎여 산지로 남았고 화강암은 상대적으로 쉽게 깎여 움푹 파였다. 이를 차별침식이라 한다. 한탄강 유역 특히 철원은 제주도처럼 현무암으로 이루어졌지만 보수력(保水力)이 약한 제주도와 달리 벼농사가 활발하다. 현무암층 위에 퇴적층이 넓게 발달했기 때문이고 양수 시설을 이용해 한탄강 물을 끌어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야기들은 원리를 제대로 이해하고 대하면 재미가 크다. ‘십대에게 들려주고 싶은 우리 땅 이야기’는 기후, 지리, 지질 이야기가 두루 잘 조화를 이루는 책이다. 인간사 아니 자연과 어우러지는 인간사의 만화경이 보이는 듯 하다. 우리가 현재를 살아가는 공간은 과거의 삶이 누적된 곳이기에 역사와 지리라는 창으로 공간을 보아야 한다. 이것이 이 책의 주 메시지다. 시간이 나면 때로 읽고 익힐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