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질시대 - 황금못, 지구 역사 편찬의 이정표
최덕근 지음 /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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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엽충 전문가 최덕근 교수의 책이다. 저자의 지질학 정의를 보며 지구를 이루고 있는 물질, 그리고 원소에 대한 관심이 더해져야 하리란 생각을 했다. 저자에 의하면 지질학은 연구과정에서 항상 시간을 고려한다는 점에서 다른 자연과학 분야들과 차별적이다. 역사시대와 선사시대는 역사학 용어이고, 지질학에서는 지질시대란 말을 쓴다. 지층의 상대적 생성 순서를 알아내는 데 화석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처음 알아낸 사람은 윌리엄 스미스다. 지층에 따라 산출되는 화석이 다르며 시간이 흐름에 따라 화석군의 내용이 조금씩 바뀌어 간다고 하는 원리를 동물군 천이(遷移)의 원칙이라 한다. 


윌리엄 스미스와 조르즈 퀴비에가 활동했던 19세기 초는 진화론이 등장하기 전이었다. 그럼에도 그 두 학자는 화석을 이용해 상대적 시대를 알 수 있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보여 주었다. 한 번 멸종된 생물이 먼 훗날 다시 나타나는 경우는 없다. 이런 생물 진화의 비가역성을 바탕으로 화석을 연구하면 암석 속에 들어 있는 상대적 시간을 알아낼 수 있다. 예전 쓰이던 제3기는 현재 고진기(paleogene)와 신진기(neogene)로 나뉘었다. 현재 지구에서 일어나는 자연현상을 이해하면 과거에 지구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났는지 알 수 있다는 이론은 제임스 허턴에 의해 제안된 동일과정설이다. 

이 설을 바탕으로 지구를 연구했던 찰스 라이엘 같은 학자들은 지구가 무한히 오래전에 탄생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중력 에너지 외에 지구 내부에서 방사성 물질의 붕괴로 열이 발생한다. 방사성 물질의 붕괴(에 의한 열 발생)는 캘빈의 지구냉각설을 강력하게 부정한다. 러더퍼드는 방사성 원소는 외부의 온도와 압력 변화와 관계 없이 일정 속도로 붕괴하며 그 붕괴속도는 원래 존재했던 방사성 원소의 원자 수에 비례한다는 사실을 발표했다. 납은 변성작용을 받으면 쉽게 다른 곳으로 옮겨간다. 납은 우라늄의 최종 붕괴 산물이다. 현재 우리가 쓰고 있는 지질시대 이름은 모두 유럽에서 명명되었다. 19세기의 지질학자들은 각 지질시대의 암석은 전 지구적 조산운동 또는 지각변동에 의해 구분될 수 있다고 믿었다. 이는 당시 학계의 천변지이적 사고관의 반영이었다. 


연구가 진행됨에 따라 전 지구적 조산운동은 없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따라서 조산운동에 의한 시대 구분은 의미가 없음을 알게 되었다. 한 곳에서 조산운동이 일어나면 지구상 어딘가에서는 퇴적작용이 일어난다는 점이 중요하다. 지질학의 중요 분야인 층서학은 퇴적암에 기록되어 있는 환경과 생물의 공간적 분포와 시간적 관계를 다루는 분야로 지구 역사 편찬의 이론적 바탕을 제공해 준다. 멀리 떨어져 있는 지층들의 동시성을 비교하는 일을 대비(對比; corelation)라고 한다. 퇴적암의 층서를 대비할 때는 비교하는 특성에 따라 다음 세 가지 층서단위로 나눌 수 있다. 암석, 생물, 시간이다. 


암석층서 단위의 기본은 층(層)이다. 한 종류 또는 두 종류 이상의 암석의 조합으로 이루어지며 구성 암석의 특징에 의해 상하위의 층과 구별되고, 두께가 지질도에 표시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두꺼워야 한다. 2004년 에디아카라기가 새로운 지질시대로 공인받았다. 에디아카라기는 선캄브리아기의 마지막 기이며 캄브리아기 직전 시대다. 지구상에 맨 처음 출현한 생물이 삼엽충처럼 복잡한 생물이라는 사실에 진화론의 주창자 다윈은 무척 곤혹스러워 했다. 다윈은 1859년 발간된 종의 기원에서 캄브리아기 지층에서 삼엽충처럼 형태적으로 복잡한 동물이 갑자기 출현한 것은 캄브리아기 이전 암석이 보존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20세기 초 미국의 생물학자 찰스 월코트는 캄브리아기 이전의 암석이 없는 시간을 리팔리안 시대로 부르자고 제안했다. 그 배경에는 캄브리아기 직전의 지층들이 침식작용에 의해 모두 없어졌다는 생각이 자리한다. 우리나라에도 캄브리아기 지층 아래에 뚜렷한 부정합이 있는데 이 부정합면을 경계로 위아래 지층이 무려 15억년 차이가 난다. 에디아카라 동물군은 골격이 없는 생물로 생물 자체가 화석으로 보존된 것이 아니라 생물의 인상(印象)이 남겨진 것이다. 크기가 크고 기묘하고 복잡한 모습을 하고 있다. “골격이 없고 부드러운 육질로만 이루어진 생물이 어떻게 그처럼 정교하게 화석으로 남겨졌을까?”


캄브리아기 지층에 화석이 많은 배경에는 캄브리아기 시작 직전에 생물들이 골격을 가지게 되면서 생물들의 유해가 화석으로 많이 남겨졌기 때문이다. 캄브리아기는 삼엽충의 시대라 불린다. 캄브리아기란 명칭을 처음 쓴 사람은 아담 세지윅이다. 세지윅은 신학과 수학을 공부한 사람인데 19세기 초는 지질학이 하나의 독립된 분야로 자리 잡기 이전이어서 케임브리지 대학의 우드워드 지질학 석좌교수로 임명될 수 있었다. 세지윅은 교수로 임명된 후 열심히 노력해 지질학의 중요성을 알리는 데 크게 기여했다. 당시 우드워드 지질학 교수직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미혼이어야 했다. 세지윅은 1873년 타계할 때까지 55년간 그 자리를 지켰다. 일생 결혼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우드워드 지질학과는 영국의 지질학자 존 우드워드 (John Woodward)가 설립한 학과다. 다윈이 세지윅으로부터 야외조사 방법과 표본 채집 기법을 배워 비글호 항해에 도움을 받은 것은 유명하다. 


지질시대의 경계는 화석 기록으로 남겨진 동물계의 내용이 크게 바뀌는 층준(層準)에서 결정된다. 고생대와 중생대 경계, 중생대와 신생대 경계에서 동물계의 내용이 바뀌는 양상은 매우 뚜렷하다. 고생대가 끝날 무렵 삼엽충과 방추층 등이 멸종했고 중생대 말에는 공룡과 암모나이트가 지구상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삼엽충은 캄브리아기의 얕은 바다에 살면서 크게 번성했지만 오르도비스기 이후 급격히 쇠퇴했다. 책의 표지에 GSSP란 개념이 나온다. Global Boundary Stratotype Section and Point의 약자로 국제표준층서구역을 의미한다. 황금 못(nail)이라 불리기도 한다. 


모든 생물은 지구 탄생 이후 40억년 동안 바다에서 살았다. 육상 식물 화석이 흔하게 발견된 시기가 실루리아기다. 실루리아란 웨일즈의 부족 이름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데본기는 어류의 시대로 불린다. 어류가 지구상에 처음 출현한 것은 캄브리아기이지만 데본기에 이르러 다양해졌기 때문이다. 데본기에 척추동물의 육상 진출이 일어났다. 석탄기 퇴적층에는 석탄이 많이 들어 있다. 현재 지구에 매장되어 있는 석탄의 대부분은 석탄 - 페름기에 생성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석탄은 옛날의 울창한 수풀을 의미한다. 식물이 차지하는 비중은 무게 50 퍼센트 이상, 부피 70 퍼센트 이상이다. 나무의 주성분은 리그닌과 셀룰로스다. 석탄기는 리그닌이나 셀룰로스를 분해할 세균이 출현하기 이전이었다.


석탄기는 빙하시기이기도 했다. 고생대에 두 번의 빙하시대가 있었다. 오르도비스 말엽과 석탄 - 페름기다. 석탄기의 원어인 carboniferous는 '석탄을 포함한'이란 의미다. 오르도비스기 말, 데본기 후기, 페름기 말, 트라이아스기 말, 백악기 말 등 다섯 번의 생물 대멸종 중 가장 규모가 컸던 것이 페름기 말 멸종이다. 생물종의 96 퍼센트가 사라진 멸종이었다. 바다나리, 완족동물, 암모나이트 등이 살아 남았다. 트라이아스기 초기의 지층에서 조간대(潮間帶) 환경에서 형성되는 스트로마톨라이트가 많아졌다. 밀물 때 잠기고 썰물 때 노출되는 지역이 조간대다. 스트로마톨라이트를 만드는 생물이 남세균인데 페름기 말 대멸종기에 남세균을 먹어치우는 동물들이 멸종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트라이아스기는 붉은색 퇴적암이 넓게 분포하는 독일 남부 지역의 아래쪽이 붉은색 사암/ 이암층, 가운데는 석회암층, 위는 회색 사암/ 이암/ 돌로스톤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공룡은 생물 분류 체계에 없는 용어다. 공룡은 중생대에 살았던 곧추선 다리를 가진 파충류를 의미한다. 익룡, 어룡, 수장룡은 공룡이 아니다. 중생대, 육상, 곧추선 다리, 파충류라는 네 조건을 모두 만족시켜야 공룡이다. 공룡은 트라이아스기에 번성했고 쥐라기에 다양해졌고 백악기에 크게 번성했다가 백악기가 끝날 무렵 지구상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최근 중국에서 털이 달린 다양한 모습의 공룡 화석이 발견된 이래 새가 공룡으로부터 진화했다는 이론이 확립되었다. 엄밀하게 말하면 공룡은 멸종한 것이 아니라 새의 모습으로 탈바꿈해 더욱 번성한 것이다. 백악기는 중생대를 마감하는 시대로 진화생물학적 관점에서는 전형적으로 중생대 생물군에서 현대적 생물군으로 옮겨가는 중간 과정에 해당한다. 


중생대에 번성했던 식물은 대부분 소철, 은행, 구과류 등 겉씨식물이었기 때문에 당시 수풀은 지금의 수풀에 비하면 무척 단조로웠다. 이처럼 단조로웠던 중생대 육상식물계에 일어났던 큰 변혁은 속씨식물의 등장이었다. 속씨식물은 꽃을 피우는 식물이다. 백악기 말의 대멸종 사건은 공룡 멸종으로 유명하다. 더욱 유명한 것은 소행성 충돌로 인한 멸종이라는 배경이다. 고진기(paleogene)는 신생대의 첫 번째 지질시대다. 중생대의 바다를 지배했던 암모나이트와 파충류들이 사라지고 연체동물과 어류들이 번성하면서 고진기의 바다는 오늘날과 비슷한 모습이 되었다. 신생대를 고진기, 신진기(neogene)가 아니라 제3기와 제4기로 구분하자는 주장도 있다. 


신진기는 신생대의 두 번째 지질시대로 지구 생태계가 오늘날의 모습을 갖추게 된 시대다. 고진기에서 신진기로 넘어갈 때 생물의 대량멸종은 일어나지 않았으나 전 지구적으로 기온이 하강하면서 육지는 춥고 건조해졌다. 이에 따라 식생에 큰 변화가 일어나 이전에는 없었던 초원 환경이 생겨났다. 오늘날 지구에는 사바나, 스텝, 툰드라 같은 초원이 넓게 분포하지만 신진기 이전에는 초원 환경이 드물었다. 제4기(quaternary) 하면 생각나는 단어가 빙하시대다. 이 기는 지구 역사에서 마지막 기로 258만년 전 이후 지금까지의 기간을 말한다. 제4기는 플라이스토세와 홀로세로 나뉜다. 홀로세는 1만 1700년 전 이후 지금까지의 기간이다. 


플라이스토세에 빙기와 간빙기가 수십번 반복되었으며 홀로세는 플라이스토세의 마지막 빙기가 끝난 후에 시작된 간빙기에 해당한다. 지금 우리는 따뜻한 홀로세에 살고 있기 때문에 빙하시대를 우리와 전혀 상관없는 시대라고 생각하겠지만 우리는 빙하시대의 끝자락에 살고 있다. 플라이스토세를 빙하시대라고 하니까 플라이스토세가 시작하면서 지구에 빙하가 생겨났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중생대 이후 지구에 빙하가 처음 생성된 때는 3000만년전 무렵이었다. 그 배경에 약 4000만년전 일어난 남극대륙과 오스트레일리아 대륙의 분리가 있다. 남극대륙이 남극지방에 고립되면서 대륙을 감싸며 도는 남극 순환대류가 생겨났고 이것이 저위도에서 올라오는 따뜻한 해류를 차단해 남극대륙이 냉각되어 빙하가 생겨났다. 45억년 지구 역사에서 빙하가 있었던 기간은 모두 합해도 5억년이 안 된다.


캄브리아기; 5억 3880만년전 ~ 4억 8685만년전. 

오르도비스기; 4억 8685만년전 ~ 4억 4307만년전. 

실루리아기; 4억 4307만년전 ~ 4억 1900만년전. 

데본기; 4억 1900만년전 ~ 3억 5930만년전.

석탄기; 3억 5930만년전 ~  2억 9889만년전.

페름기; 2억 9889만년전 ~ 2억 5190만년전. 

트라이아스기; 2억 5190만년전 ~ 2억 136만년전. 

쥐라기; 2억 136만년전 ~ 1억 4310만년전. 

백악기; 1억 4310만년전 ~ 6600만년전. 

고진기; 6600만년전 ~ 2304만년전. 

신진기; 2304만년전 ~ 258만년전. 

제4기; 258만년전 ~ 현재.


한반도의 암석은 화성암, 퇴적암, 변성암이 대략 1/3을 차지하며 고루 분포한다. 중생대 이전에 북부지괴와 남부지괴는 중한랜드에 속했으며 중부지괴는 남중랜드에 속했다. 세 지괴는 중생대 초에 중한랜드와 남중랜드가 충돌하면서 합쳐져 오늘날 한반도의 모태를 이루었다. 오랜 암석이 분포하는 지역을 육괴(陸塊)라 한다. 얕은 바다에서 쌓인 탄산염암 ~ 규질쇄설암 혼합층인 하부 고생대(캄브리아~오르도비스기)층은 조선누층군이라 불린다. 중부 고생대층에는 상서리층군(오르도비스기), 곡산층군(실루리아기), 임진층군(데본기), 태안층(데본기) 등이 있다. 이들은 강, 호수, 얕은 바다, 깊은 바다 등 다양한 환경에서 쌓인 것으로 알려졌다. 


평안누층군은 조선누층군 위에 거의 평행부정합 관계로 놓여 있다. 이 부정합은 약 1억 4000만년의 기간에 해당하는 고생대 대결층(大缺層)에 해당한다. 중생대에 격렬한 조산운동이 일어난 것은 중한랜드와 남중랜드의 충돌 때문이었다. 첫 번째 조산운동은 트라이아스기 송림조산운동으로 변형작용과 함께 화강암이 관입했고 소규모 퇴적분지들이 곳곳에 만들어져 대동누층군이 쌓였다. 대동누층군은 육성퇴적층으로 평안남도와 황해도, 경기도, 충청남도, 강원도 일대에 분포한다. 쥐라기에 대보조산운동이 일어났으며 이때 한반도 곳곳에 화강암이 생성되었다. 이 두 번의 조산운동으로 중생대 이전의 암석들은 강한 변형과 변성작용을 겪었다. 쥐라기 후반과 백악기에 한반도 곳곳에 크고 작은 육성 퇴적분지들이 형성되었고 이 퇴적분지에 묘곡층, 경상누층군이 쌓였다.


백악기에는 쇄설성 퇴적암, 화산쇄설암, 화산암으로 이루어진 육성퇴적층이 두껍게 쌓였다. 백악기에 남부 중심으로 활발했던 화성활동은 고진기로 이어졌다. 신진기에 접어들어 일본열도가 아시아 대륙으로부터 떨어져 나간 자리에 동해가 탄생했고 이때 바다 주변에 쌓인 신진기 퇴적층이 동해 연안을 따라 소규모로 드러나 있다. 동아시아가 트라이아스기에 일어났던 중한랜드와 남중랜드의 충돌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사실은 학계에서 잘 받아들여지고 있다. 하지만 한반도 형성과정과 관련해 세 가지 지체구조 모델이 경쟁하고 있다. 저자는 만입쐐기 모델을 기본으로 해 임진강대(황해도와 강원도 북부)를 따라 기본적으로 남중랜드가 중한랜드 아래로 섭입했다는 가설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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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프로세로의 화석은 말한다에 흥미로운 사례가 소개되어 있다. 프로세로는 지구 격동의 이력서 암석 25 등을 쓴 고생물학자, 지질학자다. 진정한 과학자들은 자신이 소중히 여기는 믿음에 반대되는 증거가 충분히 있다면 그 믿음을 거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프로세로는 마셜 케이(Marshall Kay; 1904 - 1975)라는 지질학자를 예시한다


대륙은 이동하지 않는다는 가정을 기초로 하여 지질의 복잡성을 설명하는 일로 평생을 보낸 마셜 케이는 판구조론과 대륙이동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압도적으로 쌓이자 온 마음을 다해 판구조론을 품에 받아들였다. 정년(停年)이 가까운 나이에도 마셜 케이는 평생 해왔던 일을 새로운 개념에 근거해 다시 짜기 시작했다. 저자 도널드 프로세로는 마셜 케이의 지성적 솔직함과 용기에 찬탄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치적 파탄(破綻)을 자초하고 정국을 무한 혼란에 빠트린 사람을 계속 지지하는 사람을 둘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정말 옳다고 생각하고 지지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잘못 되었다고 생각하지만 이제 와서 전향하면 자신의 존재가 부정 당한다고 생각하고 그러는 것이다.


전자라면 정말 정신이 이상한 사람이고 후자라면 마셜 케이 같은 과학자로부터 배우 필요가 있는 사람이다. 특히 기독교인이라면 바울의 전격적 회심으로부터 배워야 할 필요가 있다. 바울은 예수를 믿는 사람들을 잡아죽인 유대교 신자였다. 그런 그가 돌아선 사건을 통해 기본인 하나님의 섭리 외에 바울이란 인간의 회심에도 주목해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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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목한 시선집 - 망향에 서정을 노래하다
연규석 지음 / 고글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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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천 향토문학 발굴위원회에서 펴낸 허목 한시 전집이다. ‘망향에 서정을 노래하다란 부제를 가졌다. 1부 한시(漢詩), 2부 잡학(雜學), 3부 평설(評說)로 구성되었다. 미수 허목 선생은 1595년에 서울(한양 창선방)에서 태어나 1682년 연천에서 타계한 연천의 인물이다. 이 책을 번역, 출판하는 데 시인, 국문학자(교수), 소설가, 평론가, 수필가, 시조시인 등 전문가들이 감수위원으로 참여했다


남쪽 사비수(泗沘水)를 유람한 시가 먼저 등장한다. 사비(泗沘)는 부여이고, 사비수(泗沘水)는 부여의 강이다. 선생은 바윗돌을 불변하는 것으로 보았다. 천승(千乘)이란 말이 나온다. 전시(戰時)에 천() ()의 병거(兵車)를 동원할 수 있다는 뜻으로 제후(諸侯)를 이르는 말이다. 만승(萬乘)은 천자(天子)를 의미한다. 선생은 넓고 큰 성인 교훈 너무도 좋아하여 평생토록 공자의 글을 읽었다고 말한다.(설독개공자; 說讀皆孔子


억편(抑篇)에서 경계한 것 밤낮으로 되뇌었다고 한다. 억편은 위나라의 무공이 90세에 지어 자계(自戒)란 작품이라 한다. 그래서였는지 87세의 선생은 지금의 나는 구십 된 늙은이란 말을 했다.(금아구십로; 今我九十老). 선생은 인정은 본래가 먼 가지로 변하는 것 세상일 날이 갈수록 복잡해진다 친숙한 교분도 때로는 호월처럼 멀어지니 한결같이 보기가 매우 어렵네란 말을 했다. 호월이란 중국 대륙 북쪽의 호족과 남쪽의 월족을 이르는 말이다


선생은 산 밖의 일이야 알 까닭 없고 갈필에 먹 찍어 과두체를 쓰노라란 말을 했다. 갈필(葛筆)은 칡뿌리를 잘라 끝을 두드리어 붓 대신 쓰는 물건이다. 과두(蝌蚪)는 올챙이를 의미한다. 올챙이 모양의 허목 특유의 과두체(蝌蚪體)인 미수전(眉叟篆)은 후학들에 의해 은나라 솥과 주나라 그릇의 명문과 같은 기이한 옛 글이라는 평을 받았다. 선생은 고요한 가운데서 물리(物理)를 관찰하니 자신이 거하는 방도 하나의 건곤(乾坤)일세란 말을 했다. 건곤이란 하늘과 땅을 이르는 말이다


본문에 통천(通川)이란 지명이 나온다. 북(北) 강원도 통천으로 주상절리인 총석정(叢石亭)이 유명한 곳이다. 통천은 정축년(丁丑年) 1637년 정월 병자호란을 피해 강원도 동해로 피난하면 쓴 시에 나오는 지명이다.(병자호란은 병자년에 일어나 이듬해인 정축년에 끝난 전쟁이다.) 선생은 난리가 있은 이후부터는 일마다 괴로움이 생겨난다 슬프다 오랑캐의 난리 때문에 애처롭게 가시 숲을 숨어 다녔네라고 말한다


선생은 행실을 닦음은 수관에서 비롯된다는 말을 한다.(수행자수관; 修行自漱盥) ()는 양치질 할 수이고 관()은 씻을 관이다. 선생은 묵매(墨梅)를 이야기한다. 묵매는 사군자의 하나인 매화를 소재로 수묵으로 그린 그림을 말한다. 웅연(熊淵)에서 뱃놀이하고 영숙(永叔)에게 보여주다란 글이 있다. 웅연은 연천 사람들에게 잘 알려진 곳으로 웅연(熊淵) 계람(繫纜)의 그 웅연이다. 범주(泛舟)는 배를 띄우는 것을 말한다. 영숙은 권수(權修)의 자()미수의 종형인 허후(許厚)의 문하에서 배운 사람이다


본문에 폐소(弊梳)라는 말이 나온다. 낡은 얼레빗을 말한다. 선생은 피난 길에 만권 서적 읽었건만 나라에 도움 없고 외딴 지역 몸 피하니 부끄러움 많구려,...주머니 속 한 빗을 오히려 간직했네 아침에 헝클어진 머리 감아 빗고서 창해에 다다르니 두 눈이 밝았어라.’란 말을 한다. 본문에 기려(羈旅)란 말이 나온다. 기려란 객지에 머무는 것, 또는 그런 나그네를 말한다


1627년 정묘호란을 피해 북 강원도 평강으로 피난했던 선생은 1636년 병자호란이 일어나자 영동을 거쳐 의령까지 내려가 의령, 창원 등에서 시간을 보냈다. 선생은 이 시기를 기려(羈旅)10년이라 표현한 바 있다.(; 굴레 기) 본문에 의춘(宜春)이란 말이 나온다. 의령의 옛 이름이다. 선생은 문장은 애초부터 궁할수록 기이했나니 두보 이백 멀리 좇아 광염을 펼치리라란 말을 한다.(문장고래궁역기; 文章古來窮亦奇 원추보백양광염; 遠追甫白揚光焰


선생은 늙은 것이 예만 배우고 세상일 몰라 예 말할 때마다 많은 사람 기롱하네란 말을 했다.(노인학례불학무; 老人學禮不學務 담례매피다인휴; 談禮每被多人 咻..; 떠들 휴) 선생은 일식(日蝕)을 재앙이라 판단한다. 선생은 감악곡(紺岳谷)을 이야기한다. 감악산 골짜기를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본문에 늙은 이는 연협(漣峽)에 살고 있다는 말을 한다. 연협은 연천 골짜기를 말한다


선생은 내가 그대와 65년간 인간의 객이 되었더니 베갯머리에 잠깐 봄 꿈을 꾼 것과 어떠하던가란 말을 한다. 정끝별 시인의 늦도록 봄이란 시를 연상하게 한다. “앉았다 일어섰을 뿐인데/ 두근거리며 몸을 섞던 꽃들/ 맘껏 벌어져 사태 지고/ 잠결에 잠시 돌아누웠을 뿐인데소금 베개에 묻어둔 봄 마음을 훔친/ 저 희디흰 꽃들 다 져버리겠네// 가다가 뒤돌아보았을 뿐인데// 흘러가는 꽃잎이라/ 제 그늘 만큼 봄날을 떼어가네// 늦도록 새하얀 저 꽃잎이/ 이리 물에 떠서 


선생은 자신의 가난을 부귀와 바꾸지 않겠다고 말한다.(부귀불이오기한; 富貴不易吾飢寒) 선생은 은거시(恩居詩)를 남겼다. 숙종으로부터 집을 하사받고 임금의 은혜 안에 거한다는 의미에서 시를 남긴 것이다. 선생은 공부하는 데에 있어서 큰 병통은 망녕되이 엽등(躐等)하고 조장(助長)하여 빨리하려 함에 있으니 이는 사적인 뜻이 벌써 승()한 것인데 사가 앞서고서 학()을 이룰 수 있는 자는 없다고 말했다. 엽등은 등급을 걸러 뛰어오르는 것을 의미한다


선생은 근세 학자의 폐단은 실천함은 부족하고 의견부터 내세우며 지나치게 과격하기까지 하여 경박하다고 말했다. 선생은 기()는 이()에서 나오고 이는 기에서 행하여진다고 말했다. 근본은 소리도 없고 냄새도 없고 쉬지도 않고 어그러지지도 않아 갔다가 다시 온다고 말했다. 드러난 것은 천지의 조화와 육성(育成)이요 사시(四時)가 차례로 교대하는 것이며 만물의 시작과 끝이요 인사(人事)의 성쇠인지라 심은 것을 북돋고 기울어진 것을 넘어뜨리기까지 흥하고 멸함이 모두 여기에 매여 있다. 이것은 한 번 가고 한 번은 오는 소장(消長)의 일정한 원칙이다.(236 페이지


소장은 쇠하여 사라짐과 성하여 자라남을 이르는 말이다. 선생은 이() 밖에 기()가 없고 기 밖에 이도 없다고 말했다. 선생은 육경(六經)의 글은 성인이 하늘의 뜻을 이어받아 표준을 세우며 개물성무(開物成務)한 천지의 지극한 가르침이라 했다. 육경은 시경(詩經), 서경(書經), 역경(易經), 예기(禮記), 악기(樂記), 춘추(春秋)를 이르는 말이다. 개물성무는 사람이 아직 알지 못했던 만물의 이치를 깨달아 세상의 일을 이룬다는 의미다


선생은 예송 논쟁(1659년 기해예송, 1674년 갑인예송)에서 남인의 인물로 참여한 인물이다. 참최(斬衰), 재최(齊衰)란 말이 나온다. 참은 마름질하지 않았다는 의미고 재는 꿰맸다는 의미다. 참최는 3년간, 재최는 1년간 상복을 입는 것이다. 효종 승하시 대비인 자의대비가 몇 년간 상복을 입어야 하는지를 놓고 남인은 3, 서인은 1년을 주장했고(서인 승), 효종 비 인선왕후 장씨 승하시 남인은 1, 서인은 9개월을 주장했다.(남인 승


효종에 대하여 서인은 효종이 왕이지만 장자가 아니라는 점을 어필했고 남인은 효종이 차자이지만 왕이기에 적통을 이었다는 점을 어필했다. 남인의 3년설에 대립해 서인이 내세운 것은 기년설(朞年說)이다. 정권에서 소외된 남인이 군주의 대통을 강조하는 이론을 내세운 것은 왕권 강화를 통해 왕조 질서를 확립하고 벌열 세력을 억제해 일반 사대부의 기회 균등을 회복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선생은 청사열전(淸士列傳)을 저술했다. 청사는 청렴하고 결백한 선비를 이르는 말이다. 선생은 권람의 집 후조당(後凋堂)을 소개하며 자신을 경계하는 집이라고 플이했다. 후조는 세한연후지 송백지후조야에서 나온 말이다. 가장 늦게 시든다는 의미이니 자신을 경계한다는 말이 타당하다 보인다. 비파는 늦게까지 푸름을 유지한다는 의미의 비파만취(枇杷晩翠)와 뜻이 통하는 말이겠다


선생은 허자(許磁)의 증손이며 백호 임제의 외손이다. 선생이 우의정에 대배(大拜; 의정 벼슬을 받음)된 것은 81세 때인 숙종 1년이다. 선생은 같은 해에 정3품 좨주(祭酒)도 역임했다. 선생은 1680년 경신대출척 때 삭탈관직당했다. 선생은 퇴계학파에 속한다. 퇴계학파는 영남학파와 근기학파로 나뉜다. 선생은 근기학파의 성립에 기초 역을 맡은 분이다


번암 채제공은 성호 이익의 묘갈명에서 우리의 학문은 원래 계통이 서 있다. 퇴계는 우리나라의 공자로서 그 도를 한강(寒岡)에게 전해주었고 한강은 그 도를 미수에게 전해주었는데 성호는 미수를 사숙(私淑)한 분으로서 미수를 통하여 퇴계의 학통에 이어졌다는 말을 했다. 선생이 한강을 만난 것은 부친의 임지를 따라 고령, 거창 등 영남 여러 고을을 왕래하면서 23세 때 그의 종형 관설공 허후(許厚)와 함께 성주로 찾아가서다


선생은 한강의 많은 제자 가운데 가장 후배로 한강 학문의 상속인이 되었다. 미강별곡이란 작품이 있다. 선생이 목민관으로서 삼척에서 약 2년간 근무하다가 돌아온 뒤 타계하고 9년이 지난 1691년 선생의 학문과 덕행을 추모하기 위해 경기도 연천군 미산면(嵋山面) 동이리(東梨里)에 미강서원(嵋江書院)이 세워졌다. 지난 2006년경 발견된 미강별곡은 1883년 고종 20년에 윤희배라는 사람이 미강서원 일대를 유람하면서 지은 국한문 혼용 가사문학 작품으로 추정된다


윤희배는 고종 20(1888) 선생을 문묘에 배향해 달라고 상소한 인물이다. 미강별곡은 선생을 '신야에 은거하던 이윤이 은나라 탕왕을 도와 하나라 걸왕을 축출하고, 위수에서 낚시하던 강태공이 주나라 무왕을 도와 은나라 폭군 주왕을 징벌한 공을 세웠듯 신야위수(莘野渭水)급의 혁명적 충신이라 노래하는 작품이다


미강별곡에는 미강팔경이 선정되어 있다. 십리창벽(十里蒼壁), 세우어정(細雨漁艇), 일대징담(一帶澄潭), 석양풍범(夕陽風帆), 아미반륜(峨嵋半輪), 구포홍금(鷗浦紅錦), 봉암천인(鳳巖千仞), 학정단하(鶴亭丹霞) 등이다. 선생의 집은 구루암에서 은거당으로 바뀌었다.(393 페이지) 은거당 뒤에 150평 가량의 십청원에 소나무, 잣나무, 전나무, 맥문동 등 열가지 사시사철 늘 푸른 나무가 있었다. 백졸장(百拙藏)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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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많은 보웬이란 인물들 가운데 연천 해설을 시작한 2020년 이래 연천 전곡리 한탄강 가에서 주먹도끼를 수습해 구석기 역사를 바꾼 그렉 보웬(1950 - 2009)이란 이름을 많이 언급했다. 지금도 마찬가지이지만 다소 빈도는 줄었다. 새로운 고고학 내용을 더 캐낼 수 있다면 그 분에 대해 말할 거리를 추가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최근에는 지질학의 보웬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온도에 따른 광물의 정출(晶出) 순서인 보웬 반응 시리즈를 고안해낸 노먼 레비 보웬(1887 - 1956)이라는 캐나다의 지구화학자이자 암석학자다. 흥미로운 점은 그 분의 이름을 딴 달의 분화구가 있다는 사실이다. 달이니 천문학의 영역이겠지만 분화(噴火)라는 지질 영역 내의 이슈이기에 그런 명명이 가능했을 것이다. 예전 몰두했던 천문학에 대해서까지 다시 관심을 기울여야 할까? 달의 용암군인 Kreep(칼륨, ‘희토류; rare earth element’, ‘인; 燐‘)이란 말에서도 지질과 천문의 연관성은 주목할 거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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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년 1월 지질공원 해설사 근무를 시작했으니 이번 달 말로 근무 5년이 된다. 코로나 팬데믹, 시스템 문제 등으로 충분한 교육을 받지 못했다. 나름으로 책도 찾아 읽고 유튜브도 보고 기사도 검색하고 지질자원연구원(硏究院)에 질문을 해 답도 받는 등 공부하느라 애썼으나 많이 부족하다. 이번 달 들어 윌리엄 스미스 전기인 세계를 바꾼 지도와 헬렌 고든의 깊은 시간으로부터란 책을 읽었다.(깊은 시간으로부터는 추천할 만한 책이다.) 그랜드 캐니언 오래된 지구의 기념비, 지질학(얀 잘라시에비치), 지구 100 1권, 제주과학 탐험(문경수), 모든 것의 기원(데이비드 버코비치), 자연은 어떻게 발명하는가(닐 슈빈), 근원의 시간 속으로(윌리엄 글래슬리), 지구의 짧은 역사, 지오포이트리(좌용주) 등의 책은 읽은 범위 내에서 말하건대 좋은 책들이다. 읽고 서평을 썼지만 재독해야겠다고 생각한다. 여기에 다른 책들도 포함시켜 개념 중심으로 지구과학 내용을 정리하여 수시로 익혀야 할 필요를 느낀다. 


    션 캐럴의 빅 픽쳐란 책이 있다. 양자와 시공간, 생명의 기원까지 모든 것의 우주적 의미에 관하여란 부제를 가진 책이다. 원제도 빅 픽쳐(The Big Picture)로 번역본과 같은 이 책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물리학 내용을 말하려는 것이 아닌 두 가지 차원이다. 하나는 의식의 부상이란 제목의 글에 틱타알릭 로제가 언급되었기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제목과 연관이 있는 Do you get the picture?란 문장을 말하기 위해서다. 


    틱타알릭은 4억 년쯤 전 물에서 뭍으로 올라온 물고기로 수생동물과 육상동물을 잇는 잃어버린 고리로 여겨진다.  4억년은 연천 지질공원 해설사들과도 연관이 있는 수치다. 연천의 기반암인 미산층이 4억년 정도부터 퇴적되기 시작한 암석이기 때문이다. 헬렌 고든의 책에서 읽은 글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지질학적 규모에서 볼 때 지진은 시계처럼 정확하게 발생한다. 그러나 인간의 시간 규모에서 볼 때는 결정이 거의 불가능할 정도로 아주 불규칙하게 일어난다.”(128 페이지) Do you get the picture?란 그림이 그려져?(이해가 되?)란 의미의 문장이다. 공부란 크게, 그리고 경우에 따라 세밀하게 그림을 그려 이해시키는 것(이미지로 떠오르게 하는 것)이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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