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의 역사 - 우주에서 우리로 이어지는 138억 년의 거대사
팀 콜슨 지음, 이진구 옮김 / 오픈도어북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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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 전공에서 생물학 전공으로 길을 바꾼 팀 콜슨의 ‘ 존재의 역사‘는 리처드 도킨스, 데이비드 크리스천 등의 외국의 유명 과학자들, 박문호, 궤도 등의 우리 나라의 유명 과학자들의 추천사가 달린 책이다. 과학과 비과학 등이 포함된 1장 거대한 역사의 전제에서부터 반물질, 그리고 화학 반응 등이 포함된 3장 화학적 이끌림, 추측과 의문 등이 포함된 마지막 10장 존재의 이유를 찾아서까지 읽을 만한 내용들이 빼곡히 들어선 책이다. 560여 페이지의 책에서 어디에 초점을 두면 좋을까? 그간 과학책을 많이 접하였지만 채 만나지 못한 부분들에 초점을 두면 좋을 듯 하다. 


원소 또는 소립자 부분이 그 범주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내게는 우주의 크기처럼 광대무변한 부분보다 소립자 부분이 훨씬 신비롭게 여겨진다. 가령 저자에 의하면 우주를 횡단하는 데 7조 광년 이상이 걸릴 것으로 추정된다.(95 페이지) 그러면 수소 원자는 어떤가. 이를 알기 위해 다음의 구절을 숙고할 필요가 있다. “쿼크끼리 상호 반응하면 양성자와 전자라는 더 복잡한 입자로 바뀌며, 두 입자 또한 상호 반응으로 원자핵이라는 더욱 복잡한 형태를 만든다. 원자핵은 전자와 상호 반응하여 원자를 만들고 원자끼리 상호 반응하면 분자가 된다.”(21 페이지)


수소 원자핵은 양성자다. 원자번호=양성자 수=전자 수라는 사실도 알 필요가 있다. 흥미로운 부분은 여기에 있다. 즉 수소 원자는 항상 양성자와 전자를 하나씩 지니지만 자연 상태의 수소 핵에는 중성자가 아예 없거나 1개이거나 2개다.(99 페이지) 중성자가 없는 것을 프로튬(protium), 하나인 것을 듀테륨(deuterium), 두 개인 것을 트리튬(tritum)이라 한다. 이를 수소의 동위원소라 한다. 양성자 수는 같고 중성자 수가 다른 것을 말한다. 


중성자와 양성자는 쿼크로 만들어진다. 쿼크는 강한 상호작용으로 서로 뭉쳐 있다. 강한 상호작용이 있기에 양성자와 중성자, 쿼크가 서로 결합할 수 있다. 그렇지 않았다면 원자핵도, 생명도 존재하지 않았다. 당연히 우주도 존재하지 않았다. 약한 상호작용은 어떤가. 이 또한 원자핵에 작용하는 힘으로 일부 원소가 방사성 동위원소로 존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원자핵은 대부분 안정적이어서 중성자가 갑자기 양성자로 바뀌거나 양성자가 중성자로 바뀌어 다른 원소의 원자가 되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일부 원소의 특정 동위 원소는 양성자와 중성자의 배치가 불안정하여 양성자가 중성자로 변하거나 그 반대의 일이 일어난다. 이 과정에서 방사선이 방출된다. 차이가 중요하다는 말을 할 수 있다. 모든 방사성 원소가 위의 원리로 붕괴하지 않는다. 하지만 트리튬은 상기 과정을 거쳐 헬륨으로 붕괴하며 이때 관여하는 힘이 약한 상호작용이다. 이 작용이 없었다면 태양 에너지의 원천인 핵융합도 일어나지 않는다.(100 페이지) 강한 상호작용이 없었다면 생명이 존재하지 않았듯 약한 상호작용이 없었어도 생명은 존재하지 않았다. 


전자들이 오비탈이라는 흐릿한 궤도 형태로 핵 주위를 빠른 속도로 이동하는 것은 즉 전자가 제 자리를 지키는 것은 전자기력 덕분이다. 전자기력은 양성자, 중성자, 전자의 개수에 따라 원자의 종류를 결정하기도 한다. 중력도 중요하다. 중력이 없었다면 생명체는 물론이고 태양, 지구, 달 등이 모두 존재하지 않았다. 우주에서 최초로 생성된 원자핵은 수소, 헬륨이다. 수소와 헬륨은 원자핵만 있는 뜨거운 플라즈마 상태로 존재하다가 우주의 온도가 충분히 내려간 후에야 마이너스 1 전하를 가진 전자와 결합해 최초의 원자를 형성했다.(109 페이지) 


과학에서 말하는 무(無)는 에너지도 역장(力場)도 없음을 의미한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우리 우주는 무에서 태어났고 그 원리는 과학자도 모른다. 3장 화학적 이끌림이 내게는 가장 유용한 챕터다. 화학은 지구과학 특히 지질에 대해 알 필요가 있을 때 의미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앞에서 강한 상호작용, 약한 상호작용, 전자기력, 중력이 없었다면 생명, 지구, 우주 등이 존재할 수 없었을 것이란 말을 했다. 마찬가지로 물질과 반물질이 동일한 양만큼 생성되었다면 우리는 존재할 수 없었다.(140 페이지) 원소끼리 결합하여 분자를 만들지 않았다면 우주는 훨씬 더 따분한 곳이 되었을 것이다. 우리 또한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146 페이지) 


주기율표에서는 리튬과 나트륨 등의 금속을 왼쪽에, 염소와 산소를 비롯한 비금속을 오른쪽에 배치하여 금속과 비금속을 구분한다. 각 열(列)은 다른 원소와의 반응 방식 등 원소의 특징에 따라 집단을 이룬다. 주기율표에서 금속은 다른 원자와 반응시 전자를 내주려는 반면 우측에 위치한 비금속 원소는 전자를 받으려고 한다. 그런가 하면 주기율표 중앙에 있는 원소의 경우 전자를 공유하려는 경향이 있다.(148 페이지) 그 자체로 화학의 복합체인 우리와 같은 생명체는 만일 모든 원소가 헬륨이나 네온처럼 반응성이 없다면 절대 탄생하지 못했을 것이다.(153 페이지) 


저자의 설명은 새롭다. 파동 입자 이중성과 양자(量子) 현상을 설명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결빙선(結氷線; front line)이란 말이 있다. 태양에서 일정 거리 이상 떨어졌을 때 물이 얼음이 되고 가스 화합물이 고체로 응축되어 거대 가스 행성이 되는 경계선을 말한다. 경계선 안쪽으로는 무거운 화합물만 응축될 수 있으므로 암석 행성(수성, 금성, 지구, 화성)이 형성된다. 태양에 가까울수록 암석 행성이 형성되는 이유는 바깥쪽에서 생성된 행성들보다 무거운 원소가 차지하는 비중이 더 높기 때문이다.


저자는 지구 외핵은 왜 용융 상태일까?란 질문을 던진다. 외핵은 철, 규산염, 황화물, 방사성 금속 등으로 구성되었다. 핵이 지닌 열의 일부는 지구를 형성하던 때부터 남아 있는 것이다. 초기 태양계에서 지구는 물질 응축 및 테이아와의 충돌 결과 많은 열이 발생했다. 용융 상태인 외핵의 바깥쪽은 맨틀이며 주성분은 산화마그네슘과 규산염으로 이루어진 조암광물로 감람석, 석류석, 휘석이 있다. 맨틀은 고체이지만 수백만년이라는 시간의 관점에서 매우 느린 속도로 움직인다. 맨틀은 지구 부피의 약 85%를 차지한다. 두께는 최소 2,800km이상이며 핵만큼은 아니지만 온도가 높다. 


맨틀 상부와 하부의 온도 차로  인해 더 아래쪽에 있는 고온의 광물과 암석이 매우 천천히 표면으로 올라온다. 맨틀에서 외핵과 접하는 가장 깊은 부분의 온도는 4,000~5,000°C에 이르지만 상층부는 200~600°C로 훨씬 낮다. 대륙 지각이 천천히 닳는 현상을 지질학 용어로 풍화와 침식이라고 한다. 바위 틈새의 물이 얼고 녹기를 반복하면 바위가 쪼개지고 오랜 세월에 설쳐 비와 바람에 마모되기도 한다. 수분에 포함된 산(酸) 성분도 풍화 작용에 한몫을 한다. 이뿐 아니라 식물의 뿌리, 진균, 세균, 심지어 몇몇 동물 등 생명체도 두 현상에 힘을 보태어 바위를 조각내기도 한다. 


계속해서 움직이는 지각판은 맨틀 아래로 들어가면서 소실되는 양과 새로운 지각이 형성되는 속도에 따라 크기와 모양이 끊임없이 바뀐다. 최초의 생명체가 진화했을 당시 지구의 대기는 화산 폭발이 뿜어낸 가스로 만들어졌다. 이때는 황화수소, 메테인, 일산화탄소, 이산화탄소가 풍부했다. 만약 생명체가 진화하지 않았다면 오늘날 지구 대기는 금성과 유사하게 이산화탄소가 95%를 차지하고 1~2%의 질소 및 산소와 기타 분자로 이루어졌을 것이다. 


오늘날 대기 중 질소 비중이 큰 것은 질소는 다른 원소와 쉽게 결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특징으로 질소는 우리가 서 있는 땅속의 암석이나 결정을 잘 형성하지 않는다. 따라서 질소는 대기 중에 흔하지만 지상에서는 상대적으로 드문 편이다. 반면 산소는 여러 원소와 산화 작용을 일으킨다. 이는 암석에서도 발견되고 물도 만들어낸다. 진화란 자기 복제에 가장 효율적인 DNA를 선택하는 자연스러운 과정이다.(239 페이지) 진화는 생존과 번식에 최적화된 개체를 이끌어내는 과정(295 페이지)이라고도 할 수 있다. 


DNA가 먼저 존재해야 당신도 있다. 우리의 DNA는 진화의 선택을 받아야 한다. 저자는 개인적으로 생물과 무생물의 차이를 정의하자면 크게 자연발생, 복제, 그리고 외부 에너지원을 활용하여 막(membrane) 내에서 조절 가능한 화학 반응으로 나눌 것이라 말한다. 진화는 중력과 전자기력, 약한 상호작용, 강한 상호작용처럼 실재하는 개념이다. 진화가 없었다면 우리는 존재할 수 없었다고 말하는 저자는 물리학자가 강한 상호작용과 약한 상호작용을, 화학자가 전자기력을 이해하듯 생물학자가 이해하는 진화의 깊이도 그와 다르지 않다고 덧붙인다. 


저자는 생물학자인 만큼 생물에 대한 서술 비중을 가장 높게 설정했다. 저자는 자신이 접근법이 다른 네 분에게서 조금씩 영향을 받으며 한 가지 과학적 연구 방법만 깊이 파고든 달인이 아닌 만능 과학자로 성장했다고 말한다. 저자는 네 분의 지도 속에서 다음과 같이 좋은 과학자의 덕목을 배웠다고 한다. 첫째 상상력이 풍부하되 멋진 아이디어도 기존의 지식에 반한다면 과감히 버릴 수 있어야 한다. 둘째 신봉하던 가설이 틀렸다는 사례가 제시되었을 때는 기꺼이 주장을 수정한다. 셋째 근거에 기반하고 건설적인 비판이 가능해야 한다 등이다.


대량 멸절이 일어나면 대부분 우점종이 완전히 힘을 잃고 새로운 종들이 번성하는 무대가 마련된다. 포유류가 지배적인 종이 된 것은 6600만년전이다. 백악기 멸종 이후를 말한다. 저자는 의식은 인간의 전유물인가?란 글에서 사람들이 정신을 특별히 여기는 이유는 심장이나 비장처럼 위치를 특정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저자의 글을 읽으며 나는 무분별함(?)을 반성하기도 했다. 신경과학자들이 의식을 뇌의 전기적 활성이라고 주장하지만 사실 그것이 의식의 본질까지 설명해주지 못한다는 말이 그것이다. 


뇌에 대한 이야기 중 글리아 세포(glia cell)에 대한 이야기가 눈에 띈다. 19세기에 과학자들은 교세포(膠細胞)가 없다면 신경계가 서로 분리될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스어로 풀(쌀이나 밀가루 따위의 전분질에서 빼낸 끈끈한 물질. 무엇을 붙이거나 피륙 따위를 빳빳하게 만드는 데 쓴다.)을 뜻하는 글리아를 따서 명명하였지만 실제 역할은 엄연히 다르다. 뉴런에게 세포란 경주용 자동차가 잘 작동하도록 보장하는 정비팀 같은 존재다. 해마가 뇌에서 만들어낸 세상의 시뮬레이션과 과거의 경험이 합쳐지는 부위라는 말도 신선(?)하다. 


의식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우리가 감각으로 외부 세계에서 무언가를 인지한 후 반응하기까지의 과정을 지각, 주의, 평가, 통합, 의사 결정, 행동과 같이 단계적으로 구분한다.(384 페이지) 동물은 짝, 물, 보금자리, 온기, 안전한 곳을 찾아다닌다. 경쟁자의 유무 등 주변 상황을 확인하려고 이동하기도 한다. 결과적으로 동물은 여러 상황에서 최선의 결정을 내리는 것으로 추정된다. 동물은 좋은 결정을 많이 내린다. 인간이 다른 동물과 다른 점이 있다면 장기적 관점에서 생각하는 능력이다. 


이따금 진화를 통해 지구를 바꾸는 종이 등장한다. 인간은 지구를 바꾼 최초의 종도, 최후의 종도 아니다. 수십억년전 남세균은 대기에 산소를 공급하며 지구를 바꾸었다. 복잡한 구조를 가진 생물의 시대가 도래했음을 알린 존재는 최초의 진핵생물이었다. 최초의 포식자는 생명체가 살아가는 방식을 송두리째 바꾸었다. 최초의 육상 식물은 생명체가 대륙을 점령할 가능성을 열었다. 인간은 지구를 바꾼 속도가 매우 빨랐던 종이긴 하지만 결국 자연의 결과물일 뿐이다.


인류의 조상인 호모 에렉투스는 매우 성공적으로 번성한 결과 아프리카를 벗어나 유럽과 아시아까지 퍼져 나갔다. 이 집단은 인도네시아의 플로레스, 자바 등의 섬에 자리를 잡았는데 이들 지역은 바다를 건너지 않으면 정착할 수 없는 곳이었다. 일부 과학자는 그 사실을 두고 어떤 형태로든 언어적 소통을 요구하는 항해 능력이 있었다는 증거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와 달리 고대에 발생한 지진 해일에 의해 초목 더미에 탄 사람들이 바다로 떠밀려 나간 뒤 바람에 밀려 우연히 섬에 도착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흥미로운 논쟁 중 하나로 호모 에렉투스가 플로레스 섬에 자리를 잡은 후 몸집이 왜소한 호모 플로레시안시스 일명 호빗족으로 진화했다는 주장이 있다. 플로레스 섬은 과거에도 섬이었으므로 이곳에 자리를 잡으려면 호모 에렉투스가 바다를 건너야 한다. 소수의 무리가 통나무나 풀숲 더미에 매달려 우연히 섬에 도달했는지 아니면 쪽배나 다른 형태의 배를 특별히 설계했는지 여부는 논란의 대상이다. 


저자는 우주가 탄생한 시점에 우리의 존재는 필연적이었을까, 아니면 그저 운이 좋았던 것일까?란 질문에 답을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쉽게 답할 수 없는 문제라는 것이 저자의 견해다. 책에는 뉴턴과 로버트 훅의 이야기가 나온다. 거인의 어깨 운운이 아닌 다른 이야기다. 물론 뉴턴의 이상 성격에 기인한 잘못된 행동에 대한 이야기다. 저자는 책을 쓰기 위해 자료를 조사하면서 인간이 이룩한 지식의 폭과 다양성에 놀랐다고 말한다. 과학적 연구 방법이란 매우 유연하며 서로 다른 분야의 과학자들이 그 방법을 다양한 측면에서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활용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고 이뿐 아니라 인류의 가장 위대한 성과인 과학적 연구 방법도 완벽하지는 않음을 깨달았다고 말한다. 


저자는 개인적으로 무언가를 설명할 때 그 내용이 최대한 간단해야 한다는 오컴의 면도날은 확률론적 우주를 가리키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주장 역시 의견일뿐 과학이 아니다. 감정적 인식도 중요하지만 과학적이지는 않다.(510 페이지) 저자에 의하면 우주가 흔한지 단 하나만 존재하는지도 알 수 없다. 우주가 흔한 존재라면 우리 우주가 전형적인지 특이한지도 알 수 없다. 달리 표현하면 우리는 애초에 우주가 무(無)가 아니라 유(有)인 이유조차도 알지 못한다. 중력과 전자기력, 강한 상호작용, 약한 상호작용이 지금과 같은 세기를 가지게 되는 것이 필연적인 결과인지 우연에 의한 것인지 알지 못한다. 


만약 우주를 만드는 실험을 다시 하게 된다면 다른 형태의 힘이 등장할지도 모르며 현재 우주에서 관찰되는 네 가지 기본 상호작용보다 그 종류가 줄어들거나 늘어날 수도 있다. 결과적으로 우리는 네 가지 힘이 왜 존재하는지도 알지 못한다. 다만 생명체에게는 네 가지 힘이 모두 필요하며 컴퓨터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각 팀의 세기에 아주 조금의 변화라도 생길 때 우주의 원자나 분자, 별과 행성이 모두 사라져버릴 수 있다는 것만큼은 확실하다. 


일부 과학자와 철학자들은 우리 우주에 있는 힘이 생명체가 존재하기 알맞은 세기라는 점에 경이로워한다. 이를 두고 학자에 따라서는 우주가 우연히 탄생했을 리 없다는 증거로 해석하기도 한다. 만약 우리 우주에서 생명체에 알맞은 세기를 가진 힘이 없었다면 생명체는 진화할 수도 없었거니와 생명체를 목격한 이도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가 지금처럼 우주를 관찰할 수 있는 것도 생명체의 진화에 적절한 환경 속에 탄생했기 때문이다. 


생명체의 등장 과정에는 에너지가 필요하다. 이와 관련하여 당시 지구에서 생명체의 등장에 필요한 에너지원은 화산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화산은 지구 고유의 지형은 아니다. 사화산이 일부 섞여 있긴 하지만 수성과 금성, 달, 화성 그리고 목성의 위성인 이오에도 화산이 관측된 바 있다. 화산 에너지와 유기화합물의 결합으로 생명체가 탄생한 원리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저자는 존재의 이유를 구하는 물음에 목적이 없다는 취지의 답은 우리가 인생을 의미 없이 살아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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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해양·기후
현상민.강정원 지음 / 에이퍼브프레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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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소의 왕이라는 탄소에 대한 이야기다.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과 인류의 발전 과정에는 항상 기후변화가 있었다. 기후변화의 핵심은 온실가스와 탄소다. 다른 것과 화학적 결합을 하거나 다른 곳으로 이동하거나 저장되는 과정을 반복하는 탄소는 암석 속, 지층 속, 동식물 속 등에 스며들어 우주의 여러 원소 중 네 번째로 많은 원소라는 위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산화탄소, 메탄, 이산화질소, 육불화황, 수소불화탄소, 과불화탄소 등이 주요 온실 가스다. 이 가운데 이산화탄소가 전체 온실 가스의 91%를 차지한다. 온실 가스의 정체가 바로 탄소다. 


처음 지구가 만들어질 때 밀도의 법칙이 작용했다. 가장 가벼운 물질은 대기에, 그것보다 가벼운 물질은 지각에, 무거운 물질은 내핵에 자리하게 된 것을 말한다. 지각 물질은 다양한 원소로 이루어진 암석이다. 그 가운데 퇴적암에는 많은 양의 탄산염이 들어 있다. 탄산이 들어 있는 바위라는 의미다. 지구 진화와 함께 만들어진 탄소는 진화가 이어지면서 이곳저곳으로 이동하고 저장되었다. 지구에서 탄소 또는 탄소를 포함하는 물질이 가장 많이 존재하는 곳은 지표다. 탄소에 대해 잘 알려면 전자와 원자를 둘러싼 전자궤도에 대해 알 필요가 있다. 


탄소는 현존 118개의 화학원소 중 하나이지만 인류에게 엄청난 영향을 주었다. 탄소는 우주가 생성될 때 만들어진 행성 기원 원소다. 수소와 헬륨 등 가벼운 원소는 빅뱅 후 비교적 짧은 시간에 만들어졌다. 약 4억년전의 이산화탄소 농도는 산업혁명 이전의 그것에 비해 20배 이상이다. 3억년전에는 현재와 비슷했다. 이 때의 플랑크톤 양도 현재와 같이 상당히 많았다. 긴밀한 연관관계가 있는 것이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 증감과 플랑크톤 증감이 관련된다는 의미다. 지구상의 탄소 절대량은 거의 비슷한데 이것은 하늘이나 땅(퇴적물 속), 그리고 해양에 머물다가 다른 곳으로 이동한다. 


산업혁명 이후 인간이 배출하는 탄소나 이산화탄소는 자연적인 변화의 속도를 훨씬 뛰어넘는다. 탄소 원자 하나에 수소 원자 네 개가 붙은 메테인(메탄; CH₄)은 이산화탄소와 더불어 강력한 온실 가스이자 자원이다. 메탄은 가스 상태에서는 태워서 바로 에너지를 얻을 수 있지만 지충 중에서는 온도, 압력 조건이 맞으면 얼음 덩어리 형태로 존재한다. 메탄 가스가 낮은 온도와 높은 압력 조건에서는 물과 반응하여 얼음 형태가 되는데 이를 메탄 하이드레이트 또는 가스 하이드레이트라 한다. 메탄은 화석연료 사용에 의한 발생보다 대기중 발생 비율이 높다. 


습지에서 발생하는 메탄의 양은 대기로 방출되는 이산화탄소의 양과 밀접하게 관련된다. 압력이 높고 온도가 낮은 곳이 해저면이다. 이곳에 메탄이 하이드레이트 형태로 보존된다. 압력 형태가 변하면(낮아지면) 메탄 가스가 되고 대기로까지 방출되어 온실효과를 일으킨다.(따뜻한 해수가 유입되면 밀도가 낮아져 압력이 하강한다.) 메탄 가스는 광화학반응을 통해 메탄올이나 포름알데히드로 전환된다. 이 둘이 화학 반응을 일으키면 이산화탄소가 된다. 이 일련의 과정은 순식간에 일어난다. 


학술적으로 석탄은 중량으로 50% 이상 탄소 함유와 용적으로 70% 이상 탄소분을 함유한 물질이다. 석탄은 탄소 함량에 따라 구분한다. 탄소 성분이 60% 정도이면 이탄(泥炭), 70%는 아탄(亞炭), 80~90%는 역청탄(瀝靑炭), 95%는 무연탄(無煙炭)이다. 석탄은 고생대 석탄기에 형성되었지만 석유는 이보다 늦은 중생대 동안 대부분 형성되었다. 현재 존재하는 석유광상의 약 70%는 중생대에, 20%는 6500만 년전인 신생대에, 나머지 10%는 고생대에 형성되었다. 고생대에 번성했던 식목이 석탄을 만들었던 환경이었다면 뒤이어 등장한 동물은 석유가 만들어지는 환경을 제공한 셈이다. 흥미롭게도 꽃도 예쁘고 약으로도 쓰이는 양귀비 꽃나무가 화학적으로 탄소화합물이라고 한다. 


플라스틱은 탄소의 또 다른 형태이며 이 책의 중심 단어이기도 하다. 현대를 플라스틱 시대라고 일컫는다. 탄소는 다양한 결합 형태를 갖는다. 고분자는 분자량이 많다는 뜻이다 다른 용어로는 중합체라고 한다. 저자는 해양과 우주는 인류가 극복하고 개척해야 할 마지막 남은 프론티어라고 말한다. 저자는 얼음에 대해 이야기한다 얼음은 반사율이 높기 때문에 확대되면 지구가 받는 일사 총량이 떨어진다. 그 결과 지구는 더욱 한랭해지고 빙상은 발달한다. 지구 전체에 화산활동이 뜸해져 대기 중으로 이산화탄소가 공급되지 않게 되면 수십만 년 정도 걸려서 지구는 한랭화되고 그 결과 전 지구 동결 상태에 이르게 된다.


스노우볼 어스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는 비결은 탄소순환에 있었다. 일반적으로 대기 중 이산화탄소는 보통 대륙에서 일어나는 화학적 풍화나 생물의 광합성에 의해 소비된다. 그러나 지표의 물이 모두 동결되면 대륙에서 마땅히 있어야 할 소비 프로세스가 정지된다. 반면 화산활동으로 인해 대기로 방출되는 이산화탄소는 소비되지 않고 그대로 대기 중에 계속 축적된다. 지구 환경이 크게 변동하면 생물의 대멸종이 초래되지만 한편으로는 생물의 극적인 진화가 촉진되기도 한다. 기후변화의 방아쇠를 당긴 것은 이산화탄소이지만 이산화탄소 변화를 일으키는 도화선은 태양 방사이다. 


저자는 고생대 데본기에 출현한 실러캔스에 대해 이야기한다. 본래 한 종류였던 실러캔스가 두 종으로 분리되었다는 사실을 이야기한다. 중생대에 있었다는 대륙이동설이 힌트이다. 화산분출로 인해 화산재가 침적하면 대기 중 이산화탄소가 감소된다는 이야기가 있다.(119 페이지) 이 이야기는 화산활동으로 인해 대기로 방출되는 이산화탄소는 소비되지 않고 그대로 대기 중에 계속 축적된다는 이야기(96 페이지)와 함께 흥미롭게 지켜봐야 할 부분이다. 다섯 번의 대멸종 중 3차 대멸종인 페름기의 대멸종은 판게아라는 초대륙이 분리되기 시작한 시기다. 


4차 대멸종은 화산 분출이 계기가 되어 이산화탄소 농도가 급증한 것이 중요 원인으로 간주된다.(125 페이지) 화산재와 이산화탄소 간의 관계를 보아야 할 것이다. 대멸종의 주요 원인으로 화산폭발, 해수면 변화(해퇴; 海退), 소행성 충돌 등이 꼽힌다. 대형 운석이 충돌하거나 대규모 지진활동이 일어나면 장기간에 걸쳐 지구온난화나 지구한랭화가 일어난다. 메탄하이드레이트의 대량 방출도 한 원인이다. 해양 무산소 사건도 한 원인이다. 현재 진행되는 여섯 번째 대멸종은 과거의 그 어떤 대멸종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저자는 시간, 흐름, 변화를 모두 포용하는 과학적 현상을 기술한 용어를 찾는다면 해양대순환일 것이라 말한다. 해양대순환을 통해 지구의 탄소순환이 조정되며 기후도 조절된다. 과학자들은 지구 탄생 이후 약 5~6억년이 지나서 해양이 만들어졌으리라 추정한다. 육지에서 바다로 유입된 퇴적물이 2억년 후에 해구로 소멸하는 것처럼 원소들도 퇴적물 층으로 소멸(퇴적)한다. 해양대순환은 그 자체로 중요하지만 지구환경변화나 기후변화에도 중심 역할을 한다. 퇴적물은 해양 내부에서 일어난 환경변화를 반영한다. 


해양대순환 편에서 흥미로운 점은 멸종이 일어난 백악기가 지구가 가장 뜨거웠던 시기라는 점이다. 백악기는 대륙 이동이 활발했던 시기이기도 하다. 해저확장도 급격하게 빨라졌고 해수면 상승에 의한 해수의 재배치도 일어났다. 백악기는 해양의 많은 부분에서 무산소 환경이 진행된 시기이기도 하다. 해양대순환은 현재의 지구환경, 기후변화, 탄소 거동 등과 깊이 관련된 문제다. 해양대순환은 지구상에 불균질하게 퍼져 있는 열을 전 세계로 재분배해서 지구의 기후를 조절한다. 주위의 물과 수온과 염분에서 완전히 특성이 다른 물이 집합되어 있을 때는 수괴(水塊; water mass)라 하고 표층에서 심층까지 물 전체는 수계(水系; water column)라 한다. 


수괴는 주변 물과 구별되는 물리적 특성이 있는 공통된 형성 역사가 있는 식별 가능한 수역을 말한다. 바닷물의 순환을 열염순환(熱鹽循環; thermohaline circulation)이라 한다. 열과 염도가 주요 결정 요인이기 때문이다. 열염순환을 일으키는 주 요인은 바람이다. 저자는 왠만한 곳에서 듣기 어려운 말을 한다. 단순한 과학적 사실을 알아내는 것과 그 원인과 결과를 논리적으로 사실에 맞게 설명하는 것은 많이 다르다는 것이다. 조사를 통해 연구된 사실이라도 모두 맞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세계 유수의 과학 저널에 실린 논문도 그렇다. 


게재가 되었어도 절차적 문제나 다른 문제로 인해 철회되기도 하고 후에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지기도 한다. 해양 대순환의 메커니즘을 밝힌 사람은 미국의 지구화학자 월레스 스미스 브로커(Wallace Smith Broecker; 1931 ? 2019)다. 누적된 과학적 사실은 기존의 사실 관계를 완전히 바꾸어 놓기도 한다.(202 페이지) 기후과학자들은 인류문명 발전이 시작된 과거 1만년(산업혁명 이전까지)을 그 이전까지와 다른 ‘기후변화가 거의 없는 상당히 안정된 시기’로 여긴다. 


해양 퇴적물의 기원은 넷이다. 암석 기원, 생물 기원, 수성 기원, 우주 기원 등이다. 풍화 과정을 거친 작은 입자 암편(巖片), 화산쇄설물 등이 암석 기원 퇴적물이다. 유공충(有孔蟲)이 생물 기원 퇴적물의 대표격이다. 수성 기원은 해수로부터 굳은 퇴적물이다. 증발암, 암염 등이 해당한다. 우주 먼지는 우주 기원 퇴적물이다. 탄산염 각질로 된 유공충은 칼륨, 산소, 탄소의 합성물이다. 퇴적물은 기후변화나 탄소의 거동을 이해하기 위해 꼭 필요한 재료다. 동위원소 기법을 발견한 해롤드 클레이튼 뉴레이는 제자 에밀리아니에게 기술을 전수하였다. 


에밀리아니는 산소 동위원소 값이 일정한 규칙성을 갖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빙기에는 동위원소값이 무거워지고 간빙기에는 가벼워지는 것이다. 지질학자이면서 미고생물학자인 에밀리아니는 고해양학의 창시자다. 책에 두 개의 주요 단어가 나온다. 플랑크토닉(planktonic)과 벤틱(benthic)이다. 전자는 부유성(浮遊性)을 의미하고 후자는 저서성(底棲性)을 의미한다. 부유성 유공충은 해수의 동위원소와 온도 변화라는 두 가지 요인을 모두 반영하고 저서성 유공충은 수온 변화를 반영하지 않고 해수의 동위원소비 변화만을 반영한다.(212, 213 페이지) 


산소동위원소 분석에 의한 값이 변화하는 것 중 60%는 빙하 성쇠에 관한 결과이고, 40%는 수온 변화에 따른 결과이다. 유공충의 골격은 탄산칼슘으로 구성되었다. 주성분은 산소와 칼슘이다. 유공충 각질 속의 산소동위원소를 분석해 과거 표층 해수 온도를 복원할 수 있으며 결과적으로 당시의 해수 온도 즉 기후변화에 대한 중요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그러나 모든 퇴적물에 유공충이 있는 것이 아니어서 어려움이 따른다. 책에는 평소 궁금해 하던 내용이 하나 있다. 유공충은 성장할 때 용존되어 있는 탄산칼슘 이온을 활용해 각질을 만든다는 내용이다.(221 페이지) 


유공충은 칼슘이 부족하면 다른 원소를 이용해 각질을 만든다. 유공충의 산소동위원소 연구는 동위원소 분석이 정착된 이래 많은 발전을 거듭하며 지구환경을 이해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알케논은 산소동위원소 분석 기법의 결점을 보완할 유기화합물로 꼽힌다. 이 화합물은 코코리스가 생장하는 과정에서 만들어내는 것이다. 유기물은 유기물이 생성될 당시의 해수 특성을 반영한다. 우리가 겨울이 되면 옷을 한 겹 더 입고 추위를 견디는 것처럼 그들은 생장 당시의 수온 변화에 따라 이중결합을 만든다.(226 페이지)


알케논은 탄산칼슘이 보존되지 않는 지역에서 얻은 퇴적물에도 적용할 수 있다. 단 단점도 있다. 수온이 5도씨 이하인 저온 영역과 28도씨 이상의 고온 영역에서는 알케논 불포화 지수와 생육 수온의 관계가 비례관계에 있지 않다는 점이다. 퇴적물 중에는 미화석(微化石)이나 이보다 더 작은 나노화석에 해당하는 코코리스 등 다양한 종류의 미화석이 포함되어 있다. 기후변화는 해양 표층에 서식하는 생물의 탄소순환과 깊은 관계에 있다. 식물 플랑크톤은 광합성을 통해 대기 해양 간 탄소 교환이 일어나도록 한다. 바다가 탄소를 흡수하는 능력 또한 기후변화와 과년이 높다. 차가운 해수는 용해도를 높여 더 많은 탄소가 녹아들도록 해준다. 


수온이 오르면 용해도가 떨어지고 해양의 탄소 흡수 능력은 떨어진다.(229 페이지) 역동적인 지구는 대기 해양 작용이라는 큰 프레임 내에서 조절된다고 볼 수 있다. 대기는 순환이 빨라 한 지역에서 다른 지역으로 여분의 에너지를 전달하고, 해양은 막대한 용량으로 수증기나 열에너지를 담아두는 저장소 역할을 한다. 당연한 일이지만 지구과학에는 지질 외에 대기, 해양, 천문 등이 포함된다. 


‘탄소 해양 기후’는 대기, 해양 등에 대해 흥미롭고 의미있게 공부할 수 있는 책이다. 저자에 의하면 대기는 순환이 빨라 한 지역에서 다른 지역으로 여분의 에너지를 전달하고, 해양은 막대한 용량으로 수증기나 열에너지를 담아두는 저장소 역할을 한다. 좋은 지구과학 책들이 계속 나온다. 해양과 대기를 알면 지질을 알 수 있다. 그 좋은 지구과학 신간들을 제치고 나온 지 2년 정도 된 해양 관련 책을 읽는 것은 이 때문이다. 지질과 연관이 되는 부분이 많지 않아도 언젠가는 유의미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알케논을 만드는 에밀리아니아 헉슬레이는 탄산칼슘을 주성분으로 하기에 크기가 작을뿐이지 결국 탄소를 고정한 결과물이다.(243 페이지) 해수 속에 용존되어 있는 탄산이온이 고정된 것이다. 생물생산 과정을 통해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효과를 내는 것이다. 해양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역할을 하지만 어떤 해양은 방출도 한다. 세계적으로 흡수지역과 방출지역이 뚜렷하게 구분되고 있다. 문제는 흡수 능력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기후변화나 지구환경변화와 관련해서 해양은 중심적 역할을 한다. 저자는 미세먼지는 기후변화 문제이기도 하다고 말한다. 


블루 카본, 그린 카본은 흡수되는 탄소를 말한다. 전자는 바다와 습지 등 해양 생태계가 광합성을 통해 흡수하는 이산화탄소이고 후자는 육상 생태계가 흡수하여 저장하는 이산화탄소다. 그린 카본은 생태계가 악화되면 빠르게 이산화탄소를 대기 중으로 배출한다. 반면 블루 카본은 퇴적물에 의해 재흡수될 수 있다.(276 페이지) 저자는 온실 가스 감축, 탄소 중립에 대해 충분하게 강조하고 결단을 촉구한다. 탄소 해양 기구는 구체적 자료 및 과학적 연구에 기반한 책이다.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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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대학교 이학박사, 서울대학교 이학박사가 함께 쓴 책에 오류가 너무 많아 의아하다. 쿼크를 쿼트로, 미행성(微行星)을 미행성(未行星)으로, 행성(行星)을 혹성(惑星)으로 쓰는 등....연도를 보니 나온 지 1년 5개월 밖에 되지 않은 책이다. 물론 전체적으로 지식과 영감을 주는 좋은 책이다. “지구 표면을 덮은 나무나 숲을 걷어내면 바로 암석이나 지각이 나오게 됩니다.” 같은 구절이 특히 그렇다. 일본의 생물학자 후쿠오카 신이치가 생명해류란 책에서 지구의 판이 거북 등처럼 갈라졌다고 말한 것을 기억한다. 


앞에서 언급한 두 저자의 말을 참고하면 지구 판은 나무와 숲, 다른 건물 등으로 덮여 보이지 않지만 신이치는 현무암에 대한 지식에 근거해 그렇게 말한 것이리라 생각했었다. 이집트 고고학자 곽민수 씨가 인류가 농사를 짓게 된 것은 지구 온난화 때문이라고 말한 건축학자 유현준 씨에게 인류가 농사를 짓게 되어 지구 온난화가 비롯되었다는 것이 인류학적 연구라고 지적한 것을 계기로 심도 깊은 원서 공부를 바탕으로 하는 엄밀한 팩트 체크가 기본이라는 말들이 줄을 이었다. 


완전 공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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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커밍 어스 - 지구는 어떻게 우리가 되었을까
페리스 제이버 지음, 김승진 옮김 / 생각의힘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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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는 어떻게 우리가 되었을까'란 부제를 가진 '비커밍 어스'의 원제는 'Becoming Earth'다. 저자 페리스 제이버는 뉴욕 타임즈 객원기자다. 환경이 생명을 변화시키듯 생명도 환경을 변화시킨다(19 페이지)는 것이 책의 주요 메시지다. 오랜 통념과 반대로 지구의 역사 내내 생명은 그 위력이 빙하, 지진, 화산에 맞먹거나 오히려 능가하기도 하는 거대한 지질학적 요인(21 페이지)이라고 말하는 저자는 소련의 생물학자들이 깊은 지하의 미생물들을 염두에 두고 지질학적 미생물학이란 말을 사용했음을 언급한다.(48 페이지) 저자의 생각을 풀어서 비커밍 어스란 제목을 풀어 쓰면 지구와 생명의 상호의존성에 대한 분석서라고 할 수 있다. 


논쟁적이지만 지구 자체가 살아 있는 실체라는 개념은 점점 더 많은 과학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저자에 의하면 생명은 스스로를 지탱하는 시스템으로 완전한 해체를 의미하는 최대치의 엔트로피를 향해 가차 없이 나아가는 우주 안에서도 자유에너지를 사용해 불가능할 정도로 높은 수준의 조직화를 유지한다.(29 페이지) 지구의 원소들로부터 생겨난 바위와 물, 대기를 쉼 없이 먹어치우고 변모시키고 다시 채우는 수많은 생물학적 실체들은 단순히 지구 위에서 살아가는 존재들이 아니라 그 자체로 지구의 연장선이다.(30 페이지) 책의 목차는 지구의 세 가지 구성 요소인 암석, 물, 대기의 세 가지 주요 권역인 암석권, 수권, 대기권으로 구성되었다. 


저자에 의하면 지하 미생물들은 지표 위의 미생물들과 다르게 산소가 아니라 암석을 호흡한다.(44 페이지) 당연히 환경을 변모시키는 존재들이다. 저자에 의하면 처음 형성되었을 때 지구는 끓고 있는 액체 암석 덩어리였다.(44 페이지) 이 뜨거운 액체가 식어 지각이 되었다. 그리고 수증기, 이산화탄소, 질소, 메탄, 암모니아 등의 기체를 내뿜었을 것이다. 1990년대 들어 코넬의 천체물리학자 토머스 골드는 지각 전체에 걸쳐 그 아래 물기가 스며든 구멍에 빛과 산소가 아니라 메탄, 수소, 금속으로 양분을 얻는 미생물 유기체가 있다는 도발적인 주장을 했다.(49 페이지) 프린스턴 대학의 지질학자 툴리스 온스토트(Tullis Onstott)는 생명의 기원지에 대해 다윈의 따뜻한 작은 연못 대신(?) 따뜻한 작은 틈새일 가능성이 있다는 말을 했다.(52 페이지) 


저자는 빗물이 땅속으로 스며들어 석회암을 녹여서 만든 동굴이 아닌 미생물이 조각한 동굴에 대해 이야기한다.(59 페이지) 박테리아가 땅속에 매장된 기름을 먹고 내놓은 황화수소 기체가 지하수 속의 산소와 반응하는 과정에서 생긴 황산이 석회암을 부식시킨다.(59 페이지) 1장 지하의 존재론에는 암석을 분해해 그 안의 금속을 풀어놓는 미생물, 황화수소를 내놓아 자유롭게 떠다니는 금속과 결합해 새로운 고체 화합물을 형성하는 미생물, 분자들을 만들어 용해되는 금속들을 붙잡아 서로 결합시키는 미생물, 세포 안에 금속을 저장하는 미생물, 금속의 얇은 막을 형성해 점점 더 많은 금속을 끌어당기는 미생물 등 기이한 생명 이야기가 가득하다. 


한 마디로 지구의 다양한 광물질을 벼려내는 생명에 대한 이야기라 할 수 있다. 바위를 분해해 원소들을 재순환시키는 현상을 광화작용(mineralization)이라 한다.(61 페이지) 지구는 광물 다양성의 행성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대륙 자체도 부분적으로는 미생물이 수행하는 테라포밍으로 만들어졌을 수 있다.(62 페이지) 흥미로운 것은 대륙지각을 구성하는 화강암은 우주의 다른 곳에서는 거의 발견되지 않는 반면 해양지각을 구성하는 현무암은 우주에 흔한 암석이라는 점이다. 저자는 생명이 진화하지 않았다면 대륙의 확장은 훨씬 느렸을 것이라 말한다. 즉 지구는 지(地) 없는 구(球)였을 것이다.(64, 65 페이지) 과학은 있었을 법한 일들의 윤곽을 재정의한다.(67 페이지) 


일반적으로 공진화는 종들 간의 상호작용이지만 다른 실체들 사이에서도 공진화가 일어날 수 있으며 살아 있는 생명체는 진화해나가면서 주변의 환경을 방대하게 변화시킨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80 페이지) 생명과 환경은 지속적으로 서로의, 그리고 지구 전체의 모양을 잡아간다.(81 페이지) 저자가 생명이 지구의 주요 지질학적 요인임을 인식한 최초의 과학자 중 한 명으로 파악한 블라디미르 베르나츠키는 정통 지질학은 지구의 구조가 나뉠 수 없는 하나의 메커니즘으로 파악되어야 할 부분들 사이의 조화로운 통합이라는 개념을 잃어버렸다고 말했다. 저자에 의하면 “오랫동안 사람들이 늑대를 박멸하려 하면서 엘크 등 초식동물의 개체 수가 급증했고 물을 좋아하는 버드나무, 사시나무, 미루나무 등 천연 식생의 풍부함이 극적으로 줄었다. 안정적으로 토양을 지탱해주던 이 식물들의 뿌리가 없어지면서 강둑이 무너지고 토양이 침식되었다....“(91 페이지) 


식물들의 뿌리가 토양을 지탱해준다는 점이 눈에 띈다. 뿌리가 토양을 지탱해준다는 말은 무슨 의미일까? 식물의 뿌리가 땅속으로 깊이 파고들어 단단했던 토양이 느슨해지면서 미생물과 균류가 서식하기 좋은 천국이 되는 것(127 페이지)을 의미하는 것일까? 저자는 이상적인 정원 토양은 부드럽고 색이 짙고 잘 바스러지는 것이라 말한다.(109 페이지) 지각의 암석은 물, 공기, 생명과 접하면 무언가 새로운 것, 무언가 다른 종류의 살아 있는 토양이 된다. 토양은 다양한 일원들과 함께 자기조절적이고 영속적인 방식으로 기능하는 살아 있는 시스템이다.(125 페이지) 이 말들을 생각하면 ‘화학 산업이 대지에서 돌을 빵으로 바꾸는 농민들을 도울 수 있다면 충분할 것‘(118 페이지)이란 표현이 와닿는다. 이는 질소 비료 만드는 법을 개발해 대기근의 위기에서 인류를 구원했지만 질소를 이용한 폭탄 제조를 주도하기까지 해 전범이 된 과학자 프리츠 하버의 말이다. 


흥미로운 점은 많은 이들이 하버(와 카를 보슈)를 공기로 빵을 만든 과학자로 표현했는 데 비해 돌을 빵으로 바꾸는이란 표현이 말해진 것이다. 질소는 지구 대기의 78퍼센트를 차지하는 풍부한 기체이지만 생명체 대부분은 기체 형태의 질소를 활용하지 못한다. 대기 중의 질소 원자 두 개는 거의 가장 강력한 분자 결합을 하고 있어서 번개가 처야 그 결합을 깨뜨릴 수 있다. 박테리아 같은 미생물은 대기 중의 질소를 깨뜨려 암모니아, 질산염, 아질산염 등 생물이 사용할 수 있는 분자로 바꿀 수 있는 효소를 진화시킨 유일한 존재다.(115 페이지) 저자는 전통적 지질학 이론은 동물을 영양의 소비자로서 수동적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 여기지만 동물은 생물량(바이오매스)으로는 식물에 턱없이 못 미치지만 전체적으로 이동성과 역동성은 동물이 훨씬 더 크다고 설명한다.(93 페이지) 


저자는 스텐포드대학교 지구과학자 조나단 페인의 말을 소개한다. 페인은 환경 변화에 직면해 생존에 더 유리한 특질을 가진 생물이 자연선택되는 과정을 이야기했는데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과정에 포함되는 지구 시스템 안에서 안정화에 기여하는 상호작용을 강화하는 생명체가 자연선택되는 과정과 더 큰 안정성과 복잡성을 가진 생태계가 자연선택되는 과정이라는 것이다.(94 페이지) 1부의 마지막 장인 우주 속의 정원에 바위 이야기가 나온다. 40억년 전 지구에 초창기 대륙이 형성되었을 때부터 바람과 열과 얼음이 천천히, 하지만 가차 없이 노출된 모든 바위를 해체하기 시작했다. 미생물들도 바위를 먹고 광물 원소를 추출하고 그 원소들을 새로운 화합물로 바꾸었으며 신진대사의 부산물과 분해된 세포의 형태로 토양에 탄소를 보탰다.(121 페이지) 


절지류들이 산(酸)과 효소로 바위를 분해하고 굴을 파고 배설물과 죽은 잔해로 광물층을 풍부하게 함으로써 비옥하고 공기가 잘 통하는 토양의 형성을 촉진했다는 내용도 있다.(122 페이지) 플랑크톤은 떠돌아다니다/ 부유하다를 의미하는 그리스어 플랑크토스에서 유래했다. 바다, 강, 호수, 습지, 간헐 온천, 연못, 웅덩이, 심지어는 빗물에도 사는 존재가 플랑크톤이다. 지구가 생기고 첫 5억년 정도 동안 막대한 폭우가 이제 막 생겨난 육지를 뒤덮었다. 지구는 소수의 화산섬을 제외하고는 초기 대양에 완전히 덮인, 진정으로 워터월드였다.(151 페이지) 짠 맛이 나지 않았으리라는 점 외에 원시 대양은 수많은 점에서 우리가 알고 있는 바다와 매우 달랐다. 


대륙과 대기가 어느 정도는 생물학적 구성물이듯 대양의 결정적인 특질들도 그 안의 생명이 만들어낸 결과다. 전 지구적 전환에서 가장 중요한 참여자가 플랑크톤이다. 플랑크톤이 이상증식하면 적조(赤潮)가 발생하지만 적당량의 플랑크톤은 무해할뿐 아니라 중요한 조절자 역할을 한다. 죽은 플랑크톤이 깊은 바다에 가라앉으면 박테리아에 의해 분해되어 각각의 화학 원소들로 분리된다. 식물성 플랑크톤의 세포내 질소와 인의 비율은 16대 1인데 대양 깊은 곳에 정확히 같은 비율의 질소 대 인의 분포가 형성되는 것이다. 화산에서 분출된 이산화탄소는 대기의 수증기와 결합해 탄산을 형성하고 비가 되어 땅으로 떨어진다. 약산성의 이 비는 지각을 녹인다. 


이런 화학적 풍화작용으로 다양한 광물질, 염분, 그 외의 분자들이 생겨나 강물을 타고 바다로 흘러가 해양 생물의 양분이 된다. 어떤 시아노박테리아, 플랑크톤, 산호, 연체동물은 풍화작용에서 나온 칼슘, 중탄산이온을 사용해 껍데기, 방패, 골격, 암초를 만들고 퇴적되어 스트로마톨라이트라는 미생물 암석을 형성한다. 이러한 생명체들이 죽으면 탄소가 풍부한 잔해가 바닥에서 지층을 이루고 점점 짓눌려서 석회 퇴적층이 된다. 오랜 시간이 지나면 지각 작용이 새로 융기하는 산맥과 분출하는 화산의 형태로 탄소를 다시 지표로 올려보낸다. 이렇게 해서 사이클이 완성된다.(162 페이지) 자연의 아이러니를 생명이란 키워드로 풀 수 있는 대목이 있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가 해양의 표면에서 지속적으로 물에 녹는데 그러면 태양을 좋아하는 식물성 플랑크톤이 수면에서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광합성을 하면서 세포에 탄소를 저장한다. 동물성 플랑크톤과 미생물이 식물성 플랑크톤을 먹어서 분해할 때 탄소의 상당 부분이 물의 얕은 곳으로 배출된다. 먹히지 않은 식물성 플랑크톤은 며칠이나 몇주 후 죽어 서로 부딪혀서, 그리고 동물성 플랑크톤의 배설물과 합쳐져서 작은 덩어리가 되어 가라앉는다. 심해에 이렇게 눈처럼 내린 탄소는 차갑고 밀도 높은 깊은 바다에 수천 년간 머문다. 이 영구적인 바다눈의 일부는 심해 생물의 먹이가 되지만 일부는 계속 가라앉아 대양저에서 배설물의 퇴적층을 형성해 수백만년 동안 단단한 돌의 형태로 탄소를 가둔다.(162 페이지) 


얼핏 생각하면 얼음이 바다와 대륙 대부분을 덮으면 지구가 차가워질 것이라 생각할 법하지만 책에는 반대 이야기가 나온다. 얼음이 바다와 대륙 대부분을 덮으면 물의 순환이 사실상 멈추고 플랑크톤 등 바다 생물의 생산성이 떨어져 이산화탄소가 대기 중에 쌓이면서(이산화탄소를 가두지 못하여) 점점 지구가 더워진다.(163 페이지) 장기간에 걸쳐 일어나는 현상이겠지만 아이러니는 아이러니다. 저자는 이 전체적 과정이 대체로 생명에 의해 조절되고 동시에 적극적으로 지구에 생명에 존재할 수 있게 해준다는 말을 인용한다.


대양저(大洋底; ocean floor)의 60 퍼센트는 플랑크톤을 포함해 바다의 다양한 생명체들이 바다눈이 되어 침전된 것이다. 퇴적층의 맨 위층은 고체와 액체가 섞여 있고 거품 같은 질감이다. 그보다 약 30~60센티미터 아래는 압력이 증가해 그 안의 물이 눌려서 빠져나오고 치약 같은 질감이 되어 더 압축되어 만들어진 단단한 돌이다. 그러다 지구 내부에서 녹거나 대륙판이 충돌하거나 바다가 낮아지면 지표로 다시 올라온다.(164 페이지) 본문에는 플랑크톤의 가치와 위상을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이 있다. 기자의 피라미드, 콜로세움, 노트르담 성당,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등 석회암으로 만든 인간의 장엄한 건축물은 해양 고생물의 비밀스러운 기념물이다. 돌로 변신하는 플랑크톤은 석회비늘편모류만이 아니다. 수백만 년 전 도구를 사용한 초창기 인류는 플린트암과 규질암의 장점을 발견했다. 


그것은 대부분의 암석과 달리 단단하고 날카로우면서 깨뜨리기도 좋다는 점이다. 그들은 규조류와 방사충의 압축된 겉껍질로 화살과 도끼를 만들었다. 석기가 우리 조상들의 식단, 문화, 기술에 일대 혁명을 일으켰으므로 플랑크톤의 잔해가 인류 진화의 경로를 규정했다고도 할 수 있다. 한 전문가는 플랑크톤은 지구 환경 변화를 관찰하는 데 가장 유용한 재료이며 자원 활용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유공충, 방산충, 해파리, 코코리쏘포레 등이 모두 플랑크톤이다.) 화산 활동으로 이산화탄소가 분출되어 바다에 용해되면 바다가 산성화되는데 플랑크톤으로 형성된 석회석층이 용해되어 탄산염이온을 내놓으면 산성화가 어느 정도 상쇄된다. 


석회석은 알칼리성인 탄산칼슘을 주성분으로 하는 탄산염 광물의 일종이다. 플랑크톤이 바다와 공기에 산소를 불어넣고 대양의 화학조성을 조율하지 않았다면, 그리고 전 지구적 기후의 핵심적인 조절자가 되지 않았다면, 숲도, 초원도, 야생화도, 공룡도, 매머드도, 고래도 없었을 것이다.(173 페이지) 과학자들은 해양 식생을 수 세기간 연구해 왔지만 최근에서야 해양 식생이 지구 기후의 조절과 해양의 화학조성 조율에서 수행하는 역할의 중요성을 측정할 수 있는 도구를 가지게 되었다.(181 페이지) 육지의 숲이 전 지구적 탄소 순환의 핵심 요소라는 것은 과학자들이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해양 식생의 중요성은 최근까지 잘 알려져 있지 않았다.(183 페이지) 


뿌리가 없고 하늘하늘한 몸체를 가진 맛있는 해초가 탄소를 그렇게 오랫동안 격리할 수 있는지는 명확하지 않았다. 오히려 많은 과학자들이 해초가 대부분 빠르게 분해되거나 먹혀서 탄소를 대양과 대기로 다시 돌려보낸다고 가정했다. 대양과 연안 생태계에 저장되는 탄소를 블루 카본이라 한다. 해초와 인간은 오래전부터 가까운 관계였다. 고고학적 증거들에 따르면 인류는 적어도 1만 4,000년전부터 식용과 의료용으로 해초를 수확했다. 생명과 환경의 공진화가 주제인 바 저자는 우리가 지구적 리듬의 암호를 조금씩 해독할 수 있게 되었으나 지구 생태계를 광범위하게 파괴하고 리듬을 왜곡하고 있다고 말한다. 우리는 붕괴가 시작될 때 자신 있게 개입할 수 있을 정도의 지식은 아직 알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203 페이지) 지질학적 기록이 보여주듯 이 세상의 생태계는 망각의 절벽 앞에 섰을 때조차도 가능성으로 가득하다. 


6장 플라스틱 행성에서 저자는 현재 알 수 있는 한에서 바다로 흘러간 플라스틱의 대부분은 이상하게도 실종 상태라 말한다. 플라스틱이 오염시키는 곳은 바다만이 아니다. 플라스틱이 지구에 가장 오래 흔적을 남길 곳은 바다일 것이고 또한 바다를 통해서일 것이다. 우리 종이 만들어내는 모든 것은 자연이 이미 제공한 것의 변형이다. 플라스틱은 기본 분자를 재배열하는 또 다른 방법이다. 미생물, 균류, 기타 생명체가 이미 플라스틱을 소화하도록 진화했다는 증거들은 우리에게 너무나 유혹적인 사고의 흐름을 촉진한다. 우리의 살아 있는 지구가 플라스틱 오염 문제를 스스로 해결했다고 말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적어도 인간 사회에 유의미한 시간 단위 안에서는 전혀 그렇지 않다. 


플라스틱을 먹는 효소 중 야생에 존재하는 것은 유전자 조작으로 만든 효소에 비해 플라스틱을 분해하는 속도가 훨씬 느리고 미생물이 바다나 땅에서 플라스틱을 분해하면 수백만년간 진화해온 더 익숙한 분해 과정과 달리 생태계에 꼭 득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 오히려 근미래에는 플라스틱을 먹는 미생물이 더 많은 나노 플라스틱을 만들어서 유독한 첨가물을 환경에 내놓을지도 모르고 대기 중에 이산화탄소도 더 많이 내놓게 될지 모른다. 궁극적으로는 플라스틱 위기를 다루려면 일회용 플라스틱 제조를 극적으로 줄여야 하고 피할 수 없는 쓰레기에 대해서는 훨씬 엄격하게 규제해야 한다. 생태학적 관점에서는 한 개체의 죽음이나 해체가 결말이 아니라 전환이고 상실이 아니라 기회다. 


위든 잎이든 고래든 고무 슬리퍼든, 지질학으로 생겼든 진화로 생겼든 공학으로 생겼든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와 물체는 라이프 사이클을 갖는다. 우리의 생이 너무 짧거나 우리의 시야가 너무 좁아서 보지 못할 뿐이다. 우리가 해결해야 할 문제는 이 세계에 우리가 들여온 모든 물질이 현 시스템 안에서 재순환되게 할 방법을 찾거나 모든 물질이 제 위치를 가질 수 있는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어내는 것이다.(252 페이지) 7장 숨의 기포에서 저자는 다시 주제에 대해 논한다. 우리는 환경이 생명의 진화를 관장하며 다양한 형태의 생명을 창조한다고 보는 관점에 너무 익숙해져 있다. 5억년 전에 식물과 균류가 나타나 널리 퍼지면서 지구 육지의 표면을 바꾸어 주지 않았다면 아마존에 존재하는 우리가 아는 수만 종과 아직 알려지지 않는 수많은 종 모두 존재할 수 없었을 것이다.(265, 266 페이지) 


지구의 영아기 시절에 있었던 중요한 사건을 꼽자면 안정적인 대기의 형성을 들 수 있다. 충분한 대기압이 없었다면 지구 표면의 모든 액체는 금세 우주로 날아갔을 것이다. 어린 지구가 표면에 물을 계속 붙잡아두고 있지 못했다면 우리가 아는 대로의 생명은 존재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역으로 생명이 없었다면 지구에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하지 못했으리라는 것 또한 사실이다. 오늘날 우리 행성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특징은 물이 존재한다는 사실만이 아니라 물의 세 가지 가능한 상태(증기, 액체, 얼음)가 모두 동시에 존재하며 물이 대기와 바다와 땅 사이를 계속해서 움직인다는 사실이다. 오랜 시간에 걸쳐 생명은 이 흐름을 가능하게 하는 물리적 작용과 뗄 수 없이 긴밀하게 결합되었다. 


대기 중으로 증발한 물은 0도가 되었다 해서 자동으로 얼지 않는다. 순수한 물은 영하 40도 정도까지 액체 상태로 존재할 수 있다. 이보다 높은 온도에서 얼려면 씨앗, 전문 용어로는 얼음 응결핵이 필요하다. 육지와 바다에 있는 수많은 박테리아, 조류(藻類), 지의류, 플랑크톤 등이 응결핵을 만드는 단백질을 형성한다. 강한 바람, 상승기류, 뇌우, 먼지 폭풍 등이 이 작은 생물들을 대기로 밀어올리면 이들은 몇 주 동안 하늘에 자리를 잡고서 비구름을 만들고 자신이 만들어낸 강우와 함께 지구 표면으로 돌아온다.(271 페이지) 얼음을 만드는 박테리아들 사이의 진화적 관계로 미루어볼 때 얼음 응결핵 단백질은 적어도 17억 5,000만년 전에 진화한 것으로 보인다. 


현대 식물의 수생 조상들이 육지로 올라오기 한참 전이다. 모리스와 샌즈는 그때 이 단백질이 해로운 얼음 결정을 세포 밖에 격리함으로써 미생물들이 얼음장 같은 물과 빙하기를 견딜 수 있게 해주었으리라 보고 있다.(273 페이지) 지구 역사의 상당 기간(아마도 20억년에서 35억년간) 지구는 전적으로 미생물만 있는 행성이었다. 서문(19 페이지)에 나오는 하늘의 강이란 표현이 본문(279 페이지)에 나온다. 숲에서 방출되는 모든 습기와 유기물질 부산물과 미생물이 하늘에 만들어놓는 강을 말한다. 당연히 숲이 파괴되면 비를 일으키는 능력도 상실될 것이다. 숲의 탄소 저장 능력도 심각하게 훼손될 것이다.(280 페이지) 지구의 산소화는 오랜 시간에 걸쳐 조각조각 들쭉날쭉 이루어진 과정이었다. 이는 서로 겹치는 수많은 지질학적, 생물학적 과정에 의해 거의 20억년이나 걸려 달성된 긴 혁명이었다.


산소가 풍부한 대기는 살아 있는 지구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진화적 혁신이라 할 만한 광합성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초기의 광합성은 물을 필요로 하지 않았을 것이고 산소를 생성하지도 않았을 것이다.(282 페이지) 생명과 환경은 피드백 고리를 통해 반복적으로 서로를 변화시킨다.(287 페이지) 저자는 지구는 다른 모든 생태계의 합류점으로서 유기체적인 구조와 리듬과 자기조절 과정을 가지고 있는, 우리가 아는 가장 큰 살아 있는 시스템으로 볼 수 있다고 말한다.(289 페이지) 저자는 생명이 곧 지구라 말한다. 우리는 혈액에 바다를 담고 있으며 암석의 골격을 키운다. 지구는 끓어오르고 솟아오르고 꽃을 피우는 암석이다. 


지구는 헤아릴 수 없는 우주의 공허 속을 맥동하고 숨 쉬고 진화하면서 날아가는, 별빛을 먹고 노래를 발산하는 암석이다. 식물은 지구의 표면과 대기를 근본적으로 변모시켰다. 시아노 박테리아가 내놓는 산소가 이미 성층권의 오존층을 형성하기 시작해 유해한 자외선으로부터 생명체들을 보호하고 있었는데 육상 식물은 오존층이 더 두꺼워지게 해서 대대적으로 육지에 올라오고 있던 새로운 생명들을 보호했다. 육지가 초록 식물로 덮이면서 물의 순환이 대폭 가속화되었고 이는 암석의 풍화 속도를 높였다. 식물, 균류, 미생물은 뿌리로 암석을 쪼개고 산성으로 녹이고 유기물로 땅을 비옥하게 하면서 단단한 지각을 유연한 토양으로 만들었다.(302 페이지) 


육상 식물은 지구의 장기적인 탄소 순환과 온도 조절 메커니즘에서도 핵심 요소가 되었다. 육상의 식물, 균류, 미생물이 함께 성장하고 활동하면서 비, 바람, 얼음만 작용할 때보다 적어도 다섯 배는 빠르게 암석을 깨뜨렸고 이 과정은 탄소를 대기 중에서 끌어들였고 땅에 탄소를 파묻는 과정을 가속화 했다.(304 페이지) 지구과학자 클레어 벨처(Claire Belcher)는 대기 중 산소량이 16퍼센트 미만이면 화재가 지속되지 않으며 산소 농도가 23 퍼센트를 초과하면 산불이 걷잡을 수 없이 타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지난 5,500만년 동안 대기의 산소 농도는 안정적으로 21퍼센트 정도를 유지하고 있다.(318 페이지) phosphorus는 어원적으로 별빛을 의미하는 단어로 인(燐)을 지칭한다. 모든 살아 있는 유기체에는 DNA와 세포막의 필수 요소인 인이 필요하지만 자연적으로 인을 얻을 수 있는 원천은 제한적이다. 대부분의 인은 암석에 갇혀 있다가 비, 얼음, 바람에 의해 점차 방출된다. 충분한 시간과 기회가 주어지면 일반적으로 생명과 환경은 서로 지속성을 돕는 방향으로 관계와 리듬을 공진화시키는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목적론적인 과정은 없다. 그러한 지속성은 계획되거나 고안된 것이 아니다. 종의 진화를 규율하는 메커니즘과 별개의, 하지만 관련이 있는 물리적 과정의 불가피한 결과다.(320 페이지) 우리는 지속성이라는 현상을 지구 전체로도 확장해서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서 작동하는 것은 지속성을 갖고자 하는 의도가 아니라 지속성을 향해 가는 경향성이다. 필연이 아니라 경향이 작동하는 것이다. 고생대 석탄기에 양치식물 등이 죽어서 미생물에 완전히 분해되기 전에 바다 아래나 퇴적층에 묻혔다. 강력한 열과 압력을 받아 조성(造成)이 분자 수준에서 재배열된 뒤 토탄을 거쳐 석탄이 되었다. 중생대에 조류(藻類), 플랑크톤 등 해양 생물이 호수와 바다 바닥에서 극단적인 압력과 열을 받아 가스와 원유가 되었다. 랠프 월도 에머슨은 모든 석탄 바구니가 임이고 문명이라는 말을 했다. 그는 석탄은 휴대용 기후라는 말을 했다. 화석연료는 수억 년 동안 햇빛을 흡수한 수많은 죽은 생명체의 집합적 힘을 담은 가연성 있는 물질이다.(331 페이지) 


인간은 현재 매년 화산 활동으로 방출되는 다 합한 것보다 60~120배 많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332 페이지) 지구가 더워지면 대기가 수증기를 품고 있을 수 있는 능력이 커진다. 에너지 인프라의 개혁은 우리가 수행해야 할 가장 긴급하고 중요한 일 중 하나다.(347 페이지) 저자는 현재로서 지구 기온 상승폭을 전(前) 산업 시대 대비 1.5도 이내로 막을 수 있을 가능성은 매우 작아 보인다고 말한다.


저자에 의하면 지구 기온 1.5도 상승은 북극 얼음이 100년마다 한 번씩 녹는 것을 의미하고, 2도 상승은 10년마다 한 번씩 녹는 것을 의미한다. 근본적으로 현재의 기후 위기는 지구 시스템의 한 가지 커다란 불균형에서 나온 결과이고 그 불균형은 전적으로 우리 종(種)이 만든 것이다. 지구는 복사평형을 이루는 경향이 있다. 태양에서 받는 에너지와 우주로 다시 내보내는 에너지가 같은 상태를 말한다. 복사평형이 유지되면 지구 기온이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된다.(353 페이지) 현대 생태학의 창시장 중 한 사람인 유진 오덤은 세포부터 살아 있는 모든 생태계까지 살아 있는 모든 실체는 항상성을 유지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355 페이지) 


저자는 가이아 가설을 조롱했듯 자연의 균형 개념을 전적으로 일축하는 것은 세상에 대한 중요한 진실을 가리는 것이라 말한다. 우리의 살아 있는 지구는 합리적으로 균형이라고 부를 만한 사례들로 가득하다는 것이다. 저자는 자연의 균형은 엄격한 균형점이나 무제한의 회복력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복잡하고 정확하며 고도로 통합적인, 살아 있는 것들 사이의 관계의 시스템이라 말한다.(357 페이지) 이것은 유연하고 계속해서 달라지는, 지속적인 조정의 상태다. 우리가 지구라고 부르는 살아 있는 실체는 생명과 환경 사이의 상호적 진화에 의해 지탱되는, 매우 복잡한 균형을 잡는 행동의 발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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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하지 못하게 어지럽고, 우려대로 어지럽다. 질소비료 만드는 법을 개발한 프리츠 하버가 했다는 돌을 빵으로 만드는 사람들이란 표현이 눈에 띈다. 프리츠 하버와 카를 보슈를 공기로 빵을 만든 사람들이라 표현한 것은 보았어도 돌을 빵으로 만든다는 표현을 접하기는 처음이다


돌을 빵으로 만들어보라는 말은 사탄이 예수님에게 한 말이다. 돌을 빵으로란 표현은 어떻게 나온 것일까? 지각의 암석은 물, 공기, 생명과 접하면 무언가 새로운 것, 무언가 다른 종류의 살아 있는 토양이 된다는 사실과, 그 토양에 질소 비료가 시비(施肥)되어 식량을 만들기 때문에 나온 말일까


질소는 지구 대기의 78퍼센트를 차지하는 풍부한 기체이지만 생명체 대부분은 기체 형태의 질소를 활용하지 못한다. 대기 중의 질소 원자 두 개는 거의 가장 강력한 분자 결합을 하고 있어서 번개가 쳐야 그 결합을 깨뜨릴 수 있다


박테리아 같은 미생물은 대기 중의 질소를 깨뜨려 암모니아, 질산염, 아질산염 등 생물이 사용할 수 있는 분자로 바꿀 수 있는 효소를 진화시킨 유일한 존재다. 암모니아, 질산염, 아질산염을 암모니아, 질산염, 어질산염이라 쳤더니 내가 어지러운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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