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 보관함에 넣은 구입 희망 도서 수가 8000권을 넘었다. 처음으로 담은 책의 일시는 2016년 3월 24일이다. 이 책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관심 분야가 이어지는 책도 있는가 하면 지금은 거의 사라진 분야도 있다. 

2021년 것은 어떤가? 모 신문에서 2021년 11월 12일 출간된 ‘물이 몰려온다’란 책을 접하고 보관함에 넣는 버튼을 누르자 2021년 11월 15일(출간 3일 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에 이미 넣은 책이라는 문구가 뜬다. 역시 기억나지 않는다. 
보관함을 처음부터 다시 돌아보다가 처음으로 담은 책과 비슷한 시기에 담은 ‘교토대 과학수업’을 알게 되었다. 과학에서 아이디어를 어떻게 얻고 다루고 결실로 연결짓는지에 대해 논한 책이다. 
일본 기초과학 노벨상 수상자 19명 중 6명을 배출한 교토대에서 한 과학 수업의 비결을 전해주는 책이다. 
<쉽게 떠오르는 아이디어는 누구나 생각해낼 만한 아이디어일 확률이 높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디어가 고갈되어 억지로라도 새로운 아이디어를 쥐어짤 때가 바로 기회가 된다. 모자라거나 원래의 방향과 다르거나 당장에 도움이 안 되더라도 그 지점에서 생각의 출발을 다시 하다 보면 다른 사람들이 내지 못하는 참신한 아이디어로 정리될 것>이라 말하는 책이다. 

도움이 많이 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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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책에서 다음 책으로 넘어가는 과정이 원활하지 않아 완독하기 어려운 책을 찾아 읽는다. 이정우 교수의 세계철학사 3‘이 그 책으로 여기서 인식론적 단절이란 개념을 다시 들여다 본다. 이미지의 차원에서 태양을 보면 그것은 200 피트 정도 떨어진 곳에서 빛나는 노란 쟁반 같은 것으로 보이지만 천문학에 의하면 태양은 엄청나게 멀리 떨어져 있는 거대한 불덩어리다. 이 양자 사이에는 인식론적 단절이 존재한다. 물론 천문학을 통해 태양을 인식했다고 해서 태양이 다르게 보이는 것은 아니다


구글에서 검색하니 이런 제목의 글이 있다. ’지질학자가 되는 것은 어떤 것인가? 지질학의 현상학과 그 인식론적 의미(What is it like to be a geologist? A phenomenology of geology and its epistemological implications)‘. 이 글은 임의로 epistemological break between sense and geology를 제목으로 설정해 검색한 결과 만난 글이다. 이 부분이 인식론적 단절과 관계 있는 것일까


지질학에도 인식론적 단절이 있을 수 있겠다. 편광 현미경으로 본 암석과 육안으로 본 암석의 차이는 어떨까? 바슐라르에 입각할 때 현대과학 그가 특히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은 양자역학이다 - 은 고전적인 인식론으로 해명할 수 있는 사유가 아니며 근대 과학의 범주들과는 전혀 다른 범주들을 통해 해명되어야 한다. 현대 물리학이 다루는 것은 더 이상 우리가 직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사물이 아니다.(이정우 지음 세계철학사 4’ 213 페이지) 이 설명에 근거하여 보면 지질학은 물리학은 물론 천문학과 비교해도 상당히 소박해 보인다. 물론 소박한(?) 학문마저도 적어도 나에게는 결코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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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도전 - 백성을 위한 나라 만들기 창비 한국사상선 1
정도전 지음, 이익주 편저 / 창비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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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익주(李益柱) 교수의 정도전에서 한자를 많이 배운다. 추대(推戴), 산직(散職), 총재(冢宰) ...추대의 대는 받들다, 머리에 인다 등의 의미를 지닌 대(). 대관식(戴冠式)의 그 대다. 한직(閑職)은 들어보았지만 산직(散職)은 처음이다. 한산(閑散)하다는 말의 한과 산이 모두 높지 않거나 한가한 직()을 뜻하는 것으로 쓰이는 것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총재는 이조판서를 이르는 말이다. 무덤 총자를 쓴다는 점이 흥미롭다. 세계(世系)는 조상으로부터 대대로 이어지는 계통을 말한다. ()은 찌지, 덧붙이는 쪽지, 주석(註釋)을 의미한다. 찌지는 간단한 쪽지를 말한다


정도전은 조선경국전에서 왕건을 가리켜 궁예를 대신하면서 고려라는 이름을 그대로 사용했다고 말했다. 왕건 외의 박석김(朴昔金), 온조, 견훤, 주몽, 궁예 등이 한 지역을 몰래 차지하여 중국의 명을 받지 않고 스스로 국호를 세우고 서로 침탈했다고 썼다. 오직 기자만이 주() 무왕의 명을 받고 조선후(朝鮮侯)에 봉해졌다고 전제한 정도전은 지금 조선이라는 아름다운 이름을 계승했으므로 마땅히 기자의 선정을 강구할 것이라 썼다. 정도전은 재상(宰相)의 재()는 다스린다는 의미이고 상은 돕는다는 의미라고 했다. 


정도전은 임금은 오직 사람이 어진지 그렇지 못한지를 알아서 등용하거나 물리치면 백관이 다스려질 것이며 일이 온당한지 그렇지 않은지를 살펴서 구분해 치리하면 만물이 제자리를 찾고 만민이 편안해질 것이라 썼다. 임금의 직책은 재상 한 사람만을 택하는 데 있고 그 밖에 아래의 여러 일에 관여하지 않는 것이 순리라 썼다. 지인(知人)은 사람의 됨됨이를 알아보는 것을 의미한다. (), ()는 모두 찬성하는 의미의 감탄사다. (), ()은 반대하는 의미의 말이다.(144 페이지 참고


정도전은 임금은 좋은 신하를, 신하는 좋은 임금을 만나기 어렵거니와 바야흐로 지금은 밝은 임금과 좋은 신하가 만나 성의로써 서로 믿으며 유신(維新)의 정치를 함께 도모하니 천년, 백년 만의 융성한 시기라 썼다. 정도전은 과거에 대해서도 논한다. 문장으로 시험을 보면 겉만 화려하고 실속이 없는 무리가 그 사이에 끼어들게 되고 경사(經史)로써 시험하면 실정에 어둡고 편벽되며 고루한 선비들이 간혹 나오게 된다고 했다. 경학과 부논(賻論)으로 평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농상(農桑)은 농사와 뽕나무를 가꾸는 일을 말한다. 친경(親耕), 친잠(親蠶)과 함께 생각해볼 만하다


정도전은 농상 즉 농사와 양잠은 먹는 것과 입는 것의 근본이니 왕도정치에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라 말했다. 정도전은 나주(羅州) 지역에 대해 이야기하며 그곳이 상마(桑麻)가 풍부하다고 했다. 상마는 뽕나무와 삼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옷감의 재료를 뜻한다.(230 페이지) 정도전은 백성은 국가의 근본이며 임금의 하늘이라고 했다. 본실(本實)은 농업을, 말업(末業)은 수공업이나 상업을 의미한다. 천조(天朝)는 천자의 조정을 제후국에서 이르는 말이다. 정도전은 구리와 철은 그릇, 농기구뿐 아니라 무기를 만드는 소재이니 필수품이라 칭했다. 철장(鐵場)은 쇠를 단련하는 곳을 이른다


연경(燕京)은 북경(北京)을 말하는 것으로 원래 연나라의 수도였던 데에서 유래한 말이다. 본문에는 원나라의 수도인 대도(大都)라고 설명되어 있다. 정도전은 수공업자, 상인, 무당, 재인, 화척 등은 농사를 짓지 않고 남들이 생산한 것을 먹는 사람(생산하지 않는 사람)으로 분류했다. 견면(蠲免)은 세금이나 부역을 감해주는 것을 의미한다. 관헌(祼獻)은 술을 땅에 뿌리고 음식을 올리는 제사 의식(儀式)을 말한다. 선마(宣麻)의 선은 임금의 말, 하교(下敎) 등을 이르는 말이다. 마는 조서(詔書)를 의미한다.


사람은 토지가 아니면 설 수 없고 곡식이 없으면 살 수 없다. 적전(籍田)은 임금이 몸소 경작하는 밭을 의미한다. 온 천하가 다 같이 제사를 지내는 것은 오직 문묘(文廟)뿐이다. ()은 성정(性情)의 바름에서 나오는 것을 성문(聲文; 소리)을 빌려 표현하는 것이다. 상제(喪製)편에는 참최복(斬衰服)과 재최복(齊衰服) 이야기가 나온다. 참최복을 재최복으로 갈아 입는 이야기다. 주나라 제도에서는 병(), ()이 일치했다. 정도전은 평소 무사한 때에 군사훈련은 반드시 전렵(田獵)을 통해서 하게 된다는 말을 했다


정도전은 사마양저(司馬穰苴)의 병법을 가감해 강무도(講武圖)를 지어 바쳤다고 말했다. (((()4계의 사냥을 지칭하는 말이다. 조선 성종은 1489"나라의 큰일은 사사(祀事)와 융사(戎事)에 있는바....···(蒐苗獮狩) 하는 것을 중하게 여겼다...우리 나라의 강무(講武)하는 법은 곧 이 수···수의 뜻이라 조종 때에는 오래 거행하지 않은 적이 없었는데, 기해년(1479년 성종 10) 이후 일이 많아서 여기에 미칠 겨를이 없다가, 전에 두 해 동안 외방(外方)의 군사를 징발하여 근교(近郊)에 벌였으나, 또한 사고 때문에 문득 다 파하여 보냈다...이제 다행히 일이 없고 곡식도 익어 가는데 이 큰 일을 강습하는 것을 그만둘 수 있겠는가? 928일에 교외에서 열병(閱兵)하고 102일에 경기와 강원도에서 사냥하고자 한다.“고 하교했다.


정도전은 사냥은 한가한 놀이에 가깝고 잡은 짐승을 자기가 갖는다는 의심을 살만하므로 성인은 이런 점을 염려해서 사냥의 법도를 만들었다고 썼다. 하나는 백성의 곡식을 해치는 짐승만을 사냥하는 것, 다른 하나는 잡은 짐승을 제사에 바치는 것으로 이는 종묘사직과 생명을 위한 계책이라고 풀이했다. ()은 교통 요지에 설치한 관문, ()은 교통 요지에 설치한 나루를 말한다. 정도전은 임진도(臨津渡)와 벽란도(碧瀾渡)는 서울에서 매우 가까우므로 특별히 별감을 파견해서 검문을 더 하게 했으니 이는 또한 서울을 존중하고 나라의 근본을 소중히 여긴 까닭이라 썼다.(120 페이지


매이(罵詈)는 말로 욕하는 것, 소송(訴訟)은 관청에서 싸우는 것을 말한다. 악독(嶽瀆)은 산과 강을 말한다. 정도전은 경제문감에서 재상의 업무는 임금을 바로잡는 것보다 더 큰 일이 없다고 말한다. 정도전은 마땅히 임금을 바르게 해야 할 사람이 옳은 것을 건의하고 그른 것을 고치도록 하지 않고 부화뇌동해서 임금의 뜻을 따르는 것을 능사로 삼으며 세상을 경륜하고 만물을 주재하는 일에 마음을 두지 않고 자신을 보전하고 은총을 굳히려는 술수를 부린다면 재상의 직분을 잃은 것이라 말한다.(156 페이지) 정도전은 어찌하여 붕당이 없는 것을 옳다고 하고 붕당이 있는 것을 그르다고 하는가라고 말했다.(159 페이지


()은 조화롭게 한다는 의미다. 정도전에 의하면 지엽적인 일에 얽매이는 것도 아니고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서 저절로 다스려지기를 바라는 것도 아니다. 경제문감에는 중국의 여러 재상에 대해 논한 부분이 나온다. 주공(周公)은 성왕의 재상이 되어 예악을 정하고 천하의 모범이 되어 후세에 전할 만하다고 정도전은 평했다. 미단숙영(微旦孰營)이란 말이 있다. 주공(周公) ()이 아니면 그 누가 경영하겠는가?란 의미다. 한나라의 장량(張良)은 고제(高帝)의 재상이 되어 진나라를 멸망시키고 항우를 핍박해서 공()이 역시 극에 달했다. 정도전은 임금은 지극히 존엄하고 재상과 장수는 지극히 귀하지만 또한 간언하고 문책하며 규찰하고 탄핵할 수 있으니 나머지는 가히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정도전은 허물은 원래 임금이 피하지 못하고 간언은 신하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 말했다. 다음의 글을 보자. ”조선은 탄핵의 나라였다. 조선왕조실록에 탄핵(彈劾)463번 언급되고, 유의어인 대론(臺論), 거핵(擧劾), 탄론(彈論), 대탄(臺彈) 등을 합치면 1852건에 이른다. 이해관계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신진 관료들을 대간(臺諫)으로 임명하고 면책 특권을 부여함으로써 거침없는 직언의 길을 보장해 주었다. 이마저도 당쟁의 수단으로 전락한 면이 있지만, 적어도 왕이나 권세가의 폭주를 막는 제도적 기능은 이어졌다.“(송혁기 교수 글


정도전은 무릇 사물의 이치에는 하나의 옳고 그름이 있을뿐인데 오늘날 조정에서는 옳고 그름을 과감하게 말하려 하지 않아서 재상이라면 굳이 임금의 뜻을 거역하려 하지 않고 대간 역시 재상의 뜻을 거스르려 하지 않는다는 말을 했다. 옛날부터 나라를 다스리는 사람은 문()으로써 태평을 이루고 무()로써 난리를 평정했다.(190 페이지) 정도전은 책임을 지지 않는 수령에 대해 개탄하며 관리는 백성의 유모요 목자라고 결론짓는다. 책임이란 남이 주는 음식을 먹는 자가 지는 책임을 말하며 남이 주는 옷을 입는 자가 지는 근심을 풀어주는 책임이다


경제문감별집은 주역에 근거한 서술이 전개되는 글이다. 몽괘(蒙卦)의 육오 효사(爻辭)에 동몽(童蒙)이니 길하다란 주역 구절을 예로 들며 임금이 된 자가 지성으로 어진 이에게 맡겨서 그 공을 이룬다면 자기에게서 나온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란 결론을 내린 글이 대표적이다. 정도전은 임괘(臨卦)의 육오 효사에 지혜로 임함이니 대군의 마땅함이니 길하다는 구절을 예로 들며 오직 천하의 선()을 취하고 천하의 총명한 사람에게 맡기면 두루 미치지 않음이 없으니 자신의 지혜만을 스스로 믿지 않으면 그 지혜가 큰 것이라 말한다. 26괘인 산천대축(山川大畜)괘의 육오 효사에는 멧돼지를 거세하여 어금니를 쓰지 못하게 함이니 길()하다란 구절이 있다.(분시지아 길; 獖豕之牙 吉


정도전은 임금은 마음을 비우고 스스로 덜어내어 아래 있는 어진 이에게 순종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주나라 문왕이 위수(渭水) 북쪽에서 낚시질을 하던 강태공을 만난 것도 새길 만하다. 본문에 덕은 크고<; > 길고<; > 곧다<; >란 말이 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정도전은 절개가 돌과 같아서 결단하기를 하루가 다할 때까지 기다리지 않으니 바르고 길하다는 주역 예괘(豫卦)의 육이 효사를 언급한다.(232 페이지) 정도전은 돌이 단정하고 단단하며 수려하고 의젓한 것이 덕 있는 군자의 모습 같다고 말하는가 하면 기기괴괴하게 생긴 돌은 고요한 산속의 선비와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런 연고로 사람들이 돌을 즐기는 것이라 풀었다.


공양왕에게 올리는 상소문이 눈길을 끈다. 정도전은 덕()이란 득()이니 마음에서 얻는 것이고, ()이란 정()이니 몸을 바로잡는 것이라 한 뒤 덕이란 것이 처음에 타고나기도 하고 수양해서 얻기도 하는데 전하께서는 평소에 책을 읽어 성현의 모범을 깊이 헤아려본 적이 없고 일을 해서 지금 세상에 통용되는 사무를 안 적이 없으니 어찌 덕을 꼭 닦았다고 할 것이며 다스림에 결함이 없다고 하겠습니까 말했다. ”전하께서는 타고난 천성의 선함을 스스로 믿지 마시고 아직 수양에 이르지 못한 것을 경계하십시오. 그리하면 덕이 닦아지고 정치가 잘 행해질 것입니다.”(245 페이지


정도전은 임금은 하늘을 대신해 공을 세운 자에게 상을 주고 죄를 지은 자에게 벌을 내리는 것이라 말했다. 정도전은 공양왕에게 우왕(禑王)과 창왕(昌王)은 신돈의 아들이라 말한다. 그러나 이는 개혁세력이 자신들의 입지(立地)를 위해 내세운 설득력이 떨어지는 명분이다.(박종기 지음 조선이 본 고려참고) 공양왕은 고려의 마지막 임금이다. 정도전은 삼봉집에서 천자의 문을 단문(端門)이라 한다며 단이란 바로 정()이라 풀이했다. 경복궁의 정문을 오문(午門)이라 한다는 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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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봉(三峰) 정도전(鄭道傳)에 관한 책은 조유식의 ‘정도전을 위한 변명‘ 한 권을 읽었을 뿐이다. 오늘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이익주 교수의 ’정도전’을 우연히 보고 합정 알라딘에 가서 중고로 그 책 외에 같은 시리즈(창비 한국사상선)로 나온 ‘세종 정조‘, 김재원의 ’세상에서 가장 짧은 한국사‘, 오타 히로미치의 ’오늘도 화학‘ 등도 사서 귀가했다. 

그간 과학책을 많이 사서 오늘은 역사책들만을 사려 했는데 합정 알라딘 직원이 40,000원 이상 구입하면 4,000원을 할인해 드리니 더 구입하시라고 말해 ’오늘도 화학‘까지 구입했다. 한국사상선 가운데 ’이황‘, ’김시습 서경덕’도 있었는대 한번에 너무 많은 책을 사는 것 같아 포기했다. 물론 오늘 산 책을 다 읽고 나서 온라인에 나온 것이 있으면 살 생각이다. 

이익주 교수가 편저(編著)한 ’정도전’은 조선 경국전, 경제문감, 경제문감별집 등 정도전의 저작물에 대한 해설이 주를 이루는 책이어서 기대가 크다. 고려의 태조, 현종, 문종, 원종 및 신숭겸, 복지겸, 홍유, 유금필, 배현경, 서희, 강감찬, 윤관, 김부식, 조충, 김취려, 김방경, 안우, 이방실, 김득배, 정몽주 등 16공신을 모신 연천 숭의전을 해명하는데 유용하리라 생각한다. 

정도전은 경제문감별집에서 올바른 군주상을 제시했다. 교보문고에서 본 김두규의 신간 ‘그들은 왜 주술에 빠졌나?’는 사고 싶었으나 그러지 않았다. 이 책에는 고려 8대 임금 현종과 『훈요십조』의 진위, 풍수술의 탈을 쓴 비보술, 술수에 빠진 왕과 술사의 운명, 무능한 왕의 불안을 파고든 운명적 만남, 비보술과 성리학의 충돌 등 읽을 만한 챕터가 있다. 

이 책도 중고로 나오면 구입해 본격적으로 읽을 생각이다. 책을 읽으려는 것은 비보나 풍수 차원을 넘어 역사 자료 차원으로 접근하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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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하나의 철학이다 - 리(理)와 기(氣)로 해석한 한국 사회
오구라 기조 지음, 조성환 옮김 / 모시는사람들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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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구라 기조는 새로 읽는 논어의 저자로 알게 된 일본 철학자다. 한국은 하나의 철학이다는 리(理)와 기(氣)로 한국을 분석한 책이다. 리(理)는 보편 원리를 의미한다. 기(氣)는 구체적 현상을 의미한다. 저자에 의하면 한국 민족에게는 리(理) 신앙이 존재한다. 하나의 보편 개념이나 원리 또는 도덕 이념으로 세계를 설명하려는 욕구를 가졌다는 말이다. 성리학은 인간의 마음에서 사회와 우주에 이르는 모든 영역을 리와 기의 관계로 설명하는 학문이다. 조선은 성(性)을 심(心)으로 바꾸는 것도 이단으로 낙인을 찍은 사회였다. 성즉리(性卽理)를 심즉리(心卽理)로 바꾼 것을 말한다. 


전자는 우리가 갈 길은 사물이 가진 고유한 가치에 따라 결정된다는 말이고, 후자는 우리가 갈 길은 나의 마음에 따라 결정된다는 말이다. 한국인은 강력한 도덕 지향적인 사람들이다. 이는 한국인은 강력한 리(理) 지향적인 사람들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리(理)는 보편이고 기(氣)는 특수다. 리(理)란 오늘 말로 진리, 원리, 윤리, 논리, 심리, 생리, 물리 등의 총칭이다. 근대 이전에는 하나의 리(理)가 있었다. 기(氣)는 물질성을 뜻한다. 기는 하나이지만 음, 양으로 나뉘기도 하고 금목수화토의 오행으로 나뉘기도 한다. 성리학을 다른 말로 주자학이라 한다. 이 학문은 성선설의 학문이다. 


주자학은 인간이 악한 것은 기(氣) 때문이라고 본다. 기에는 좋은 기와 좋지 않은 기가 있다. 밝은 기는 원래의 리를 있는 그대로 드러내지만 탁한 기는 리를 흐리게 한다. 상승형 성선설을 사회제도적으로 뒷받침한 것이 과거(過擧)라는 장치다. 주자학적 사회는 체현(體現)된 리의 많고 적음이라는 위계질서로 인간을 측정한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인간을 수직적인 잣대로 점수 매기는 것과 같다. 우리나라는 대학, 학군, 연봉, 주거(住居) 공간의 평수 등 숱한 서열화에 열심인 나라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저자는 한국인의 깊고 깊은 정(情)의 세계는 주로 기의 세계에서의 일로 그 배후에 지극히 준엄한 리의 세계가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정치의 세계, 역사의 세계, 학문의 세계, 혈통이나 학통의 세계 등 여행자가 들어갈 수 없는 리의 세계에는 엄격하고 굳건한 질서 의식이 존재한다. 리의 공간과 기의 공간이 있다. 가령 선생님과 식사를 하는 자리는 리의 공간, 친구들끼리 술을 마시는 자리는 기의 공간이다. 전자는 흐트러져서는 안 되는 자리이고 후자는 감정이 자유로운 자리다. 리(理)만의 사람도, 기(氣)만의 사람도 없다. 지식인이기만 한 사람도 없고 대중이기만 한 사람도 없다는 말이 생각난다. 


리의 공간과 기의 공간의 총체가 한국 사회다. 리의 공간에도 기가 있고 기의 공간에도 리가 있다. 한국은 하나의 철학(제목)이라 규정한 저자는 한국은 복수(複數)이지만 유일한 리에 귀의한다는 점에서 한국은 하나의 리이고 하나의 극장이라 말한다. 한국에서 기를 소리 높여 주장하는 사람들도 실은 모두 그 기를 지배하는 리를 주장하는 것이다. 민족 정기, 풍수지리 같은 기의 논리는 사실 기의 구조, 질서, 원리, 도덕성 즉 리를 말하는 것이다. 풍수지리는 기 자체가 아니라 기의 흐름과 힘의 질서 즉 리를 논하는 것이다. 지기(地氣)가 아닌 지리(地理)인 것이다.


 ‘플라톤과 다르게 형상을 구현하고 있는 세상을 이야기한 아리스토텔레스‘(이정우 지음 ’가로지르기‘ 191 페이지)란 말이 생각난다. 저자는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리는 보편적 도덕성인데 왜 수직적 질서(차별적 계층성)를 만들며 기는 청탁(淸濁)이라는 차별적 성질을 지니는데 왜 관용이라는 수평적 세계를 형성하는가?란 물음이다.(81 페이지) 관용과 관련하여 기의 공간에 들어서자마자 사람들은 표정을 풀고 틈을 보이며 서로 용서하는 얼굴이 된다(71 페이지)란 글을 참고하면 좋다. 리는 모든 존재에 보편적으로 동등하게 부여되어 있지만 원래 그것은 계층적, 차별적인 구조물로서 있는 것이다. 이일분수(理一分殊)란 말이 생각난다. 이치는 하나이지만 그 나뉨은 다양하다란 의미의 말이다. 


저자는 주자학이 한국인으로 하여금 리를 선호하게 한 것이 아니라 한국인의 성향이 주자학에 열광하게 만든 것이라 말한다. 균열(전쟁, 위기 등) 상황이 리 즉 질서를 추구하게 한 것이란 말이 저자의 지론이다. 성리학은 성선설의 입장으로 성(性) 즉 본성을 강(江)에 비유하곤 한다. 성은 본래 물처럼 맑았는데 탁한 곳을 흐르면 더러워진다.(95 페이지) 한국 요리는 궁정, 양반의 리의 요리와 서민의 기의 음식으로 나뉜다. 리의 요리는 모두 소재 = 기의 논리로 이루어져 있다. 리의 요리는 우주, 자연의 대질서와 인간 몸의 소질서를 우주, 인간, 요리의 동형성에 근거하여 매개한다. 그렇기에 리의 요리는 리의 태도로 먹어야 한다. 리의 태도란 곧 예(禮)를 말한다. 


주자는 예를 천리의 절문(節文; 하늘의 질서가 분절된 질서의 무늬)으로 보았다. 기의 음식은 정념(情念)의 밥이다. 삶을 향한 서민의 에너지가 응축된 음식물이다. 리의 요리가 결코 맵지 않은 것과 대조적으로 기의 음식에는 거친 기가 용솟음쳐서 맛이 맵고 짜고 뜨겁고 진하다.(108 페이지) 기의 음식은 기의 태도로 먹어야 한다. 기의 태도란 곧 자유분방함을 말한다. 리의 음식은 리의 태도로, 기의 음식은 기의 태도로 먹어야 한다. 조선 시대에는 신분에 의해 요리의 가짓수가 정해져 있었다. 왕의 수라상은 5즙, 12채, 그 내용도 엄격하게 정해져 있고 오행의 오색을 조화시키는 등 소재에도 정연한 우주적 질서를 반영시켰다.


한국에서 이판승은 좋은 승려, 사판승은 나쁜 승려라는 이미지는 뿌리 깊다. 저자는 기독교도 리의 기독교와 기의 기독교로 나눈다. 전래 당시 지식인들이 믿었던 기독교를 리의 기독교, 서민들이 믿었던 기독교를 기의 기독교로 본 것이다. 저자에 의하면 1) 양반 = 도덕 + 권력 + 부, 2) 사대부 = 도덕 + 권력, 3) 선비 = 도덕으로 구분한다. 3위 일체인 1)은 어렵다. 도덕은 권력 + 부와 결합하는 순간 부도덕(비리; 非理)으로 쉽게 전락하기 때문이다. 


사대부나 선비는 항상 과거 시험에 대해 비판을 했다. 과거가 응시자의 현실 타파를 지향하는 도덕적 잠재력 내지 도덕적 달성을 테스트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 추종만을 양산해내는 사장지학(詞章之學)을 일삼는다고 하는, 과거의 공리주의적 성격에 대한 비판이다. 선비는 학문이 있으면서 벼슬하지 않은 사람을 말한다. 양반, 사대부, 선비는 모두 주자학의 틀 안에 있었지만 주자학에 대한 해석을 달리 했다. 야당인 사대부는 여당인 양반의 도덕을 공격했다. 핵심 권력과 손을 잡은 사대부는 쉽게 귀족화, 보수화했다. 선비는 이 소용돌이 속에서 항상 핵심 권력의 밖에 몸을 두고 양반과 사대부의 도덕을 싸잡아 공격했다.


한국인은 강렬한 상승 지향을 양식으로 삼아서 살아가지만 이 나라에 하강 지향이 없는 것은 아니다. 유학자의 세계에는 재야로 내려간다는 인생철학이 있었고 그것을 자랑스럽게도 생각하였다. 실제로 재야로 내려가서 고상하고 멋있게 산 문인도 많다. 이것들은 모두 상승하는 하강이다. 단순한 하강이 아니라 리가 있는 하강, 리를 향한 하강이다. 아버지는 한국에서 전형적인 리의 존재이고 어머니는 한국에서 전형적인 기의 존재다. 아버지는 수직적 질서의 유지자이고 어머니는 수평적 질서의 유지자이다. 


한국의 가족에는 리의 가족과 기의 가족이 있다. 리의 가족이란 피의 질서와 규정에 근거한 족보상의 가족, 기의 가족이란 피의 질서를 넘은 정으로 결합된 가족이다. 주자학적 전통에서 중심은 왕이나 황제가 아니라 리다. 왕은 리에 합치되는 때만 왕이기에 리를 장악하고 있다고 자부하는 사대부에 비하면 그 힘은 오히려 미약하기까지 했다. 왕은 리에 합치되지 않으면 쫓겨날 수도 있었다. 


화폐가 사물로부터 초월해 있으면서 사물에 가치를 부여하고 사물에 깃드는 것처럼 리도 사물로부터 초월해 있으면서 사물에 가치를 부여하고 사물에 깃들어 있다. 한국에서 페미니즘이란 주자학적 보편 운동 중 하나이다. 그것은 여성이라는 새로운 도덕적 주체 즉 리의 담당자를 사회에 등록 시키고자 하는 움직임이다. 여성을 기 진영의 존재로 폭력적으로 규정하고 리 진영의 존재인 남자에게 지배되어야 한다고 하는 유교적 위계질서에 대해 여성은 기 진영의 존재가 아니며 여성도 리를 드러낼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 한국의 페미니즘이다.


리와 기의 개념으로 한국 사회를 분석한 오구라 기조의 책은 흥미로운 부분이 있다. 그러나 일본이 조선을 병합한 것에 대한 해석은 저자의 문제의식을 비판적으로 보게 한다. 즉 일본을 새로운 리의 담지자로 인정하고 적극적으로 변혁과 개혁에 매진한 조선인들도 많았다며 이들 친일파가 지금 완전히 부정되거나 무시되는 것은 오늘날 한국인을 지배하는 민족주의적 리 때문인 바 언젠가 이 민족주의적 리가 변혁되면 식민지 시대에 대한 시각도 변할 수 있을 것이라 결론지은 것은 아쉽다. 저자는 일본이 조선을 식민지화하고 이전까지의 리에 정면으로 대항하는 새로운 리에 의해 조선 사회를 변혁시키려 했다고 말한다. 


일본은 정말로 새로운 리에 의해 조선 사회를 변혁시키려 했는가? 그들이 조선을 침략, 식민지화한 것은 조선의 많은 자원, 식량, 노동력을 취하고 동원하기 위해서가 아닌가? 일본의 조선 식민지화를 하나의 리를 새로운 리로 대체(代替)하는 차원으로만 보면 역사의 무대를 물들인 조선인들의 고통, 희생, 피억압의 실상은 보이지 않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철학의 한계인지 오구라 기조라는 일본 지식인의 한계인지 잘 모르겠다. 일본이 2차 대전 패전과 함께 자국에 진주한 맥아더 군대를 죽창 들고 때려죽이자고 하다가 맥아더를 칭송하고 납작 엎드린 것처럼 우리도 그랬어야 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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