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바꾼 지도
사이먼 윈체스터 지음, 임지원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3년 5월
평점 :
절판


‘세계를 바꾼 지도’는 지질학을 전공하고 지질학자로 활동한 저널리스트 작가 사이먼 윈체스터가 쓴 윌리엄 스미스(1769 - 1839) 전기다. 1815년 세계 최초의 지질도를 만든 스미스는 지질학이라는 새로운 학문이 태어난 시대를 산 인물이다. 그가 타계한 지 20년이 지나서 다윈의 진화론이 나왔다. 다윈을 언급하는 것은 다윈이 지질학에 공헌한 사람에게 수여되는 울러스턴 메달의 주인공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스미스는 울러스턴 메달의 첫 수상자였다. 그 상의 수상자는 노벨상 수상자와 같은 정도의 영예를 누린다.


스미스가 살았던 시대는 또한 영국 경제가 아주 빠른 속도로 변화해 가던 산업혁명의 시대이기도 했다. 책은 에필로그와 연관되는 프롤로그로 시작된다. 두 부분(프롤로그, 에필로그)은 커튼에 가려진 잉글랜드와 웨일스의 지질도에 의해 연결된다. 지질도는 당연히 스미스가 만든 것이다. 책의 중요 키워드는 실용성 및 상상(想像)의 힘이다. 현장 감각이 탁월했던 기술자 스미스는 홀로 계획하고 착수해 눈에 보이지 않는 영국 국토의 지하 세계를 상상력에 의거해 지도에 그린 인물이다.


그랬던 그도 처음에는 지질학회의 논외의 인물이었다. 시골 출신의 가난한 사람이기 때문이었고 배수(排水)와 측량(測量), 제방(堤防) 건설 같은 지질학의 실용적 기술로 먹고 사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그뿐 아니라 스미스는 지나친 낭비벽 때문에 떠안은 부채를 갚지 못해 사설 교도소에 수감되기도 한 인물이기도 했다. 스미스가 지질학회(1807년 결성)에 받아들여진 것은 현대 지질학의 창시자 중 한 사람이자 데본기라는 명칭을 제안한 애덤 세지윅이 회장에 오르고나서였다. 세지윅은 4반세기 동안 학회가 스미스에게 저지른 잘못을 바로잡은 인물이다.


처음 지질학회는 이론에 치우쳤고 스미스가 암석의 역사를 밝히는 데 유용한 단서로 여겼던 화석도 아름다움의 관점으로 보는데 그쳤다. 스미스는 화석 수집의 세계에서 누구보다 큰 족적을 남긴 사람이었다.(149 페이지) 아이러니한 점은 성직자들이 화석을 꾸준히 연구하는 사람들 중 상당 부분을 차지했다는 점이다. 화석을 연구하다 보면 가장 굳건한 종교적 믿음의 대상인 창조론과 홍수론을 공격하게 되기 때문이다.(155 페이지) 성스러운 신의 섭리로 창조된 우주에서는 멸종이란 개념은 생각할 수조차 없는 불가능한 것이었다.(65 페이지) 어떻든 스미스의 발견은 동물의 멸종 및 진화에 관한 논의로 이어졌다.


스미스는 결점에도 불구하고 성공한 사람이었다. 그는 수많은 오류를 범했지만 주의 깊은 관찰과 대범한 사고로 새로운 이론을 이끌어내었다. 지하 세계의 공간 기하학적 특성을 인지하는 데 뛰어난 능력을 지녔던 그는 지면 위에서 그가 관찰한 것을 바탕으로 지면 아래의 세계를 유추해냈다.(127 페이지) 그는 암석들에 대한 추론을 통해 논리적이며 놀랄 만큼 아름다운 결론을 이끌어낸 인물이었다.(129 페이지)


그는 두 층의 경계에서 나타나는 부정합(不整合)에 대해서도 인지했다. 즉 위층에는 동물 화석만이 존재하고 아래층에는 식물 화석만이 존재하는 등의 현격한 격차를 보고 그것이 중요한 지질학적 경계인 부정합임을 알았던 것이다. 그는 지하 세계의 역사를 극적으로 드러내는 것이 암석의 경사라는 사실도 알았다.(227 페이지)


스미스는 노년에 이르러서야 울러스턴 메달 수상, 지질학회 가입 등의 복을 누렸다. 여기에 더해 정부로부터는 남은 생애 동안 연금을 받게 되는 가시의 성과도 얻어냈다. 아이러니한 점이 하나 있다면 그것은 영국 지질학의 아버지인 그가 영국 본토의 대학이 아닌 아일랜드의 대학(트리니티칼리지)으로부터 명예 박사 학위를 받았다는 사실이다.


저자는 지질학은 근본적으로 실용적인 학문이라고 설명한다.(359 페이지) 스미스는 너무나 많은 시골 사람들이 탄광 찾기에서 실패를 맛보는 것을 보며 지표면 아래에 무엇이 있는지를 알려주는 지도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기에 이른다. 호기심과 관찰력이 뛰어났던 스미스는 스스로 질문을 던졌다. 어떻게 바다 생물이 하나의 특이한 형상으로 암석의 일부가 된 것일까? 어떻게 한 고체가 다른 종류의 고체에 그토록 단단히 들어가 박힐 수 있는가? 바닷가에나 있을 법한 것이 옥스퍼드셔 지방의 깊은 암석층 속에서 발견될 수 있는가?


관찰력이 뛰어났던 스미스는 각각의 석탄층이 미묘하게 다르다는 사실은 물론 어느 탄광에서든 같은 패턴이 발견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어느 탄광에서든, 어느 채석장에서든 변함없이 특정 석탄층 간의 상대적 위치가 언제나 동일하다는 점이 관건이었다. 가령 던지드리포트는 언제나 페링크 위에 존재하고, 러지는 언제나 템플 클라우드 위에 있는 식이었다.(106 페이지)


스미스를 통해 우리는 화석의 아름다움보다 자연이 화석을 생성하고 특정 화석을 특정 지층에 배치하는 데 보여준 놀라운 질서와 규칙성이 훨씬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165 페이지) 화석은 지층의 순서를 밝힐 때 핵심적인 요소였다. 즉 화석을 이용해서 지하 지층의 계열을 추적할 수 있는 것이다. 지층의 순서가 예측 가능하다면 지도 위에 표시되는 것 역시 가능하다는 의미다.(109 페이지)


점토 - 실트 -  사암  - 석회암, 그리고 또다시 점토 - 실트 - 사암 - 석회암의 순서로 쌓이는 층에 대해 알아보자. 그것은 바다 가장자리의 밀물과 썰물에 의해 불가피하게 생기는 순서였다.(235 페이지) 보이지 않는 지하 세계의 복잡성을 나타나는 데에는 여러 가지 색깔이 필수적인 요소라고 생각했던 스미스는 엄격한 교회법과 교리의 단단한 껍질을 깨고 새로운 과학이 날개를 퍼덕이게 했다. 스미스는 미천한 신분 때문에 귀족들을 미워했지만 그의 이론이 열매를 맺을 수 있었던 것은 영국의 상류층과 대귀족의 후원 덕이었음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스미스는 정신병을 앓는 아내의 남편이었고 부모를 잃은 조카 존 필립스의 양육자이기도 했다. 스미스는 일생을 따라다닌 실망감이라는 감정에 눌려 살았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지질학회 가입 수락 연설에서 스미스가 한 말은 아주 인상적이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그 말은 아이작 뉴턴 경이 울라이트 지층 위에서 태어났는데 만일 그가 땅 위의 사과 대신 그 아래의 땅에 관심을 가졌다면 지질학이 지금 얼마나 달라졌을까란 말이다.


혹자는 스미스를 비슷한 시기를 살았던 우리의 고산자 김정호와 비교하며 김정호는 지표를 보았을 뿐이지만 스미스는 지하 세계를 상상했다고 말한다. 그것은 스미스가 본질적인 것에 관심을 가진 결과라는 의미다. 하지만 그것은 당시 영국의 산업적, 상업적 관심이 땅 아래로 향한 결과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살아서 고단하고 힘들었던 스미스는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았다. 감기가 폐로 침입한 탓이었다. 책은 그가 조용히 숨을 거두었다고 표현했다.


지질 해설을 하는 사람으로서 스미스로부터 배운 바가 있다면 언제나 땅을 파고, 물을 빼고, 물레방아를 건설하고, 물을 끌어올리는 작업에 대해 기술자들과 서신을 교환하고 탄광 깊은 깊은 곳까지 몸소 내려간 그의 부지런함, 그리고 역경 속에서도 여행을 하고, 샘플을 모으고 ,기록하고, 지하 세계에 관한 정보를 머리 속에 집어넣고 밀어넣은 그의 노력이라 하고 싶다.


감탄스러운 점은 스미스가 스승도 없고 참고할 책도 없는 가운데 길을 개척했다는 점이다. 스미스가 아브라함 베르너의 수성론(모든 암석은 바닷 속 물질의 침전에 의해 만들어진다는 이론)을 신봉하지 않았다는 사실 등의 관련 지질 정보도 유용하게 읽히는 책이 세계를 바꾼 지도다. 축융토(縮絨土; Fuller’s earth), 라놀린(lanolin), 윤회층(輪回層; 235 페이지) 같은 생소한 단어를 알게 된 것도 수확이라면 수확이다.


처음으로 쥐라기의 암모나이트 화석을 발견했던 순간에 대해 이야기를 꺼낸 저자는 15년간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며 탐사하고 위대한 지도를 만들기 위해 세부적인 사항을 수집할 무렵 남부 도싯 지방에서 요크셔까지, 해안에서 해안으로 스미스가 다녔던 길을 다시 걸었다는 사실을 언급했다. 그것은 저자가 단순히 잉글랜드 중부 지방의 지형이나 쥐라기의 암석학 또는 고지리학에 대한 지식이 아니라 윌리엄 스미스라는 사람에 대해 더 잘 알기를 희망한 결과 나타난 노정(路程)이었다.(224 페이지)


일본의 생물학자 후쿠오카 신이치가 다윈 진화론의 산실인 에콰도르령 갈라파고스 제도(諸島)를 탐험하고 쓴 생명해류라는 책을 생각하게 하는 대목이다. 언급했듯 다윈과 윌리엄 스미스가 지질로 연결되었다면 후쿠오카 신이치와 다윈은 생태로 연결된 것이 흥미롭다. 이 사실을 통해 우리는 지질과 생태의 연결점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흥미와 숙제를 동시에 주는 사이먼 윈체스터의 ‘세계를 바꾼 지도’를 적극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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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유학에 빠지다 - 퇴계와 바흐‘란 제목의 음악 프로그램을 보았다. 재작년 10월 방송된 프로그램이다. 마지막 곡이 바흐의 관현악 모음곡 2번 중 7번째 곡인 농담이란 의미의 바디네리인 것이 흥미로웠다.  연천(수레울아트홀)에서도 참고가 될 만한 프로그램이 준비되었다. ’바흐, 한국사를 만나다! 바흐학개론‘(12월 18일)이란 프로그램이다. 바흐(1685 - 1750)가 활동했던 시기에 해당하는 조선시대에 있었던 일을 조명한다고 한다. 두 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 등이 연주된다.


바흐 시대에 우리나라에서는 숙종 재위 중 기사환국(1689년), 갑술환국(1694년) 등이 있었고 영조가 오래 집권했다. 1746년 동지(同知) 김응호가 신라 경순왕(敬順王)의 지석과 석물이 장단에서 나와 이를 정비하는 일로 아뢰다란 기록이 눈에 띤다.  영조는 이듬해(1748년) 경순왕의 묘(墓)를 수치(修治)하도록 명했고 다시 이듬해(1749년) 경순왕의 능에 수총군 5인을 두도록 명했다. 영조는 1757년 숙종의 계비 인원왕후(경주 김씨)의 행록(行錄)에서 경주 김씨의 시조는 김알지이고 27대손 김부(金傅)는 고려조에서 경순왕으로 봉해졌다는 말을 했다.



바흐학 개론은 들을 여유가 없다. 바흐의 시대에 경순왕 이야기를 한 것은 그 인물이 내 관심을 끄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스산한 계절에 마음을 추스르도록 하자. ‘클래식, 유학에 빠지다 - 퇴계와 바흐‘란 제목의 음악 프로그램을 보았다. 재작년 10월 방송된 프로그램이다. 마지막 곡이 바흐의 관현악 모음곡 2번 중 7번째 곡인 농담이란 의미의 바디네리인 것이 흥미로웠다. 연천(수레울아트홀)에서도 참고가 될 만한 프로그램이 준비되었다. ’바흐, 한국사를 만나다! 바흐학개론‘(12월 18일)이란 프로그램이다. 바흐(1685 - 1750)가 활동했던 시기의 조선시대에 있었던 일을 조명한다고 한다. 두 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 등이 연주된다.



바흐가 시대에 우리나라에서는 숙종 재위 중 기사환국(1689년), 갑술환국(1694년) 등이 있었고 영조가 오래 집권했다. 1746년 동지(同知) 김응호가 신라 경순왕(敬順王)의 지석과 석물이 장단에서 나와 이를 정비하는 일로 아뢰다란 기록이 눈에 띤다. 


영조는 이듬해(1748년) 경순왕의 묘(墓)를 수치(修治)하도록 명했고 다시 이듬해(1749년) 경순왕의 능에 수총군 5인을 두도록 명했다. 영조는 1757년 숙종의 계비 인원왕후(경주 김씨)의 행록(行錄)에서 경주 김씨의 시조는 김알지이고 27대손 김부(金傅)는 고려조에서 경순왕으로 봉해졌다는 말을 했다. 바흐학 개론은 들을 여유가 없다. 바흐의 시대에 경순왕 이야기를 한 것은 그 인물이 내 관심을 끄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스산한 계절에 마음을 추스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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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팔라고나이트(palagonite)를 친견했다. 그것도 연천에서. 지금껏 흑요석(obsidian)을 친견하지 못한 아쉬운 마음을 조금이나마 위로받았다. 아우라지와 은대리가 아닌 곳에서는 베개용암도 보았다.(연천은 대단한 지질 수업장이다.) 흑요석이 비결정형 고체인 화산 유리인 것처럼 팔라고나이트도 화산 유리다. 흑요석은 검은색, 회색, 암록색, 붉은색, 노란색, 분홍색 등으로 다양하고 팔라고나이트는 갈색, 황색이 주류다.


베개용암의 바깥층에 유리질이나 미세한 결정질 껍질이 있는 경우가 있으니 흑요석, 팔라고나이트, 베개용암은 유리질이라는 공통 요소를 가졌다. 진화론의 찰스 다윈이 에콰도르의 갈라파고스(Galapagos) 제도의 화산쇄설류에서 발견한 것이 팔라고나이트다.(아나그램 사이 같은 갈라파와 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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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덕적도, 충남 태안 등을 공부하면서 인상파(仁上派)란 말을 생각한다. 고생대 데본기 퇴적, 페름기 대충돌 등과 연결되는 이 공부는 당연히 연천 지질 이해에 도움이 되는 공부다. 인상파(仁上派)란 인천상륙작전(仁川上陸作戰) 하듯 기초부(基礎部)부터가 아닌 중간부터 공부를 하는 사람들을 의미한다. 문제는 인상(仁上)이 아니다. 공부 시작 시점에 처음부터 순서를 밟아 차례로 공부할 수 없었다 해도 건너 뛰거나 생략한 부분들을 찾아 꾸준히 공부하면 어느 순간 바른 궤도로 진입할 수 있다. 중요한 전기(轉機)를 잡아 전체를 염두에 두는 공부를 해 하나로 연결하는 비상 대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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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랜드캐니언, 오래된 지구의 기념비 - 노아 홍수가 그랜드캐니언을 설명할 수 있을까?
    캐럴 힐 외 지음, 노동래 옮김 / 새물결플러스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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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애리조나주에는 세계적 지질공원이 하나 있다. 미국의 국립공원들 중 가장 규모가 크고 웅장한 국립공원인 이 지질공원의 이름은 그랜드 캐니언 국립공원이다. 신비로운 대협곡으로 유명한 이 지질공원에 대해 정확한 학문적 분석을 하는 것은 지구 시스템을 바로 이해하는 한 방편이 될 것이다. 그것은 축복인 한편 과제다. 나는 이 과제 해결에서 더 나아가 내가 사는 곳의 지질에 대해 시사점을 얻을 수 있기를 바란다. 내가 사는 곳의 지질이란 한탄강 세계 지질공원을 말한다.


    ‘노아 홍수가 그랜드 캐니언을 설명할 수 있을까?‘란 부제를 가진  ’그랜드 캐니언, 오래된 지구의 기념비‘는 열 명의 지질학자와 한 명의 생물학자가 함께 쓴 기념비적 저서다. 저자들 중 한 명인 웨인 래니는 자신들은 텔레비전, 전자 오븐, 휴대전화기를 우리에게 가져다준 것과 동일한 수많은 과학적 방법과 기술을 사용한다고 말한다. 래니에 의하면 그들은 성경의 영감과 권위를 받아들이는 현대의 지질학자들이다. 물론 래니가 말했듯 지구의 지질학적 이야기를 탐구하고 발견하는 것은 종교적 신념에 대한 도전이 아니다.


    이 책에는 두 개의 틈(chasm)이란 단어가 나온다. 하나는 자연이 만든 틈이고, 다른 하나는 설명 모델 사이의 틈이다. 전자는 이 책이 다루는 콜로라도강과 그 지류들이 콜로라도 고원의 남서쪽 가장자리까지 깊게 깎아 만든 1.6km 깊이의 틈이고, 후자는 홍수 지질학과 전통적 지질학의 설명 모델 사이의 틈이다. 핵심적 진술은 지표면의 거대한 균열이 콜로라도강으로 덮인 것이 아니라 거대 협곡 자체가 콜로라도강에 의해 만들어졌다(17 페이지)는 말이다. 두 개의 틈(chasm)을 이야기했거니와 두 개의 다른 설명 체계 역시 필요하다. 하나는 하천학(fluvialism)이고, 다른 하나는 홍수 지질학(diluvialism)이다. 전자는 하천의 활동이 어떻게 지구 표면을 형성하는지를 연구하는 학문이고, 후자는 성경 그대로 4,500여 년 전에 일어난 1년 미만의 노아 홍수가 그랜드 캐니언을 만들었다고 주장하는 학문이다. 


    이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이 있다. 전통적 지질학의 견해와 젊은 지구론자의 견해 모두 그랜드 캐니언의 지층과 깊은 협곡 틈들이 자연적 과정에 의해 형성되었으며 과학적 조사의 대상이라는 데에 동의한다는 사실이다. 젊은 지구론자들의 논리적 귀결인 홍수지질학은 노아의 홍수가 인간만을 덮친 것이 아니라 전 세계를 덮쳐 지구의 암석, 화석, 지형에 보존된 방대한 기록을 남겼다는 믿음으로 이어진다. 


    홍수지질학 vs 전통지질학의 구도는 격변론 vs 동일과정론의 구도이기도 하다. 격변론은 지구가 젊다고 반드시 믿은 것은 아니지만 지구의 역사가 한 번 이상의 격렬한 사건들에 의해 형성되었으며 노아 홍수는 그 중 가장 최근의 사건이었으리라는 견해를 유지했다. 동일과정론은 자연법칙과 힘에는 일관성이 있어 현재 자연에서 일어나는 과정과 환경을 관찰함으로써 고대 암석을 형성한 자연의 과정과 환경을 파악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오랜 관찰 결과 지구의 역사는 하나의 격변적 사건으로 설명하기에는 너무 복잡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물론 이는 노아 홍수를 부인하는 것도 아니고 하나님의 섭리를 부인하는 것도 아니다. 


    동일과정론은, 홍수 후의 큰 호수들이 격변적으로 비워짐으로써 그랜드 캐니언과 콜로라도 강이 급속하게 형성되었다는 격변론을 부정하며 그 협곡이 침식되는 데 수백만년이 소요되었다는 입장을 제시한다. 그랜드 캐니언의 모든 퇴적암 아래에는 여러 화성암이 관입된 변성암 기반(基盤)이 있다.(46 페이지) 홍수 지질학자들은 그랜드 캐니언에서 발견되는 넓은 변성암 지대의 기원에 대해서는 특별히 언급하지 않는다.(47 페이지) 그랜드 캐니언은 신생대 동안 콜로라도 고원이 융기되어 이 지역에서 바다가 물러갔을 때 그때까지 쌓인 지층들 안으로 깎여 들어가 형성되었다. 


    콜로라도강에 의한 이 지역의 침식 중 대부분은 약 6백만년전부터 현재에 걸쳐 일어났다.(62 페이지) 느슨한 퇴적물이 암석이 되려면 압축(compaction) 및 교결(cimentation) 작용이 일어나야 한다. 방해석(方解石) 모래 같은 일부 유형의 퇴적물은 깊이 묻히지 않고서도 몇 년 안에 암석으로 굳을 수 있는 반면 대부분의 퇴적물이 압축 및 교결되려면 오랫동안 깊이 묻혀여 한다.(68 페이지) 탄산칼슘 입자로 구성된 암석을 석회암이라 하고 탄산칼슘의 가장 안정적인 동질이상(同質異像)을 방해석이라 한다. 방해석은 뜨거운 물보다 찬 물에서 더 잘 녹는 소수의 광물 중 하나다. 


    그랜드 캐니언의 측면 벽에서는 다수의 석회암 지층이 나타난다. 석회암이 해양 환경에서만 형성되는 것은 아니다. 일부 호수, 특히 건조한 환경에서도 석회암은 발견된다.(72 페이지) 실험실에서건 현장 관측을 통해서건 홍수 물로부터 석회암이 형성된 사례는 보고된 적이 없다. 석회암이 형성되는 데는 퇴적 작용이 일어나는 오랜 시간 즉 홍수기간보다 훨씬 더 긴 시간이 필요하다. 


    그랜드 캐니언은 여러 차례 해수면이 전진했다 물러가고 간헐적으로 암석이 침식되어 소실된 증거를 포함하고 있다. 현대의 석회암 퇴적물은 조개껍데기들이 형성된 장소에서 가까운 곳에 퇴적된 탄산칼슘 껍데기들이 쌓인 결과이지 먼 곳에서 침식된 석회암이나 조개껍데기 및 석회 진흙 무더기가 옮겨온 결과가 아니다.(76 페이지) 캐런 힐, 스티븐 모시어는 그랜드 캐니언의 퇴적 구조물이 왜 오늘날 현대의 환경에서 형성되는 것과 똑같이 생겼는지 묻는다. 발톱 자국 같은 정교한 형태가 격렬한 홍수 속에서 보존될 수 있었는지 묻는다. 


    홍수 지질학자들은 동일과정론을 유물론 또는 진화론과 동의어로 취급해 악마화 하면서도 자신들이 젊은 지구론을 지지하는 증거를 발견하고자 할 때에는 사실상 동일과정론의 원칙을 적용한다. 가령 유명한 홍수 지질학자들 중 일부는 1980년 세인트헬렌스 화산 폭발이 그랜드 캐니언의 급격한 형성에 단서를 제공한다고 믿는다. 그랜드 캐니언의 암석은 화산재와는 완전히 다른 물질로 이루어졌다. 이 협곡의 수직 절벽의 거대한 규모는 이 절벽이 콜로라도 강에 의해 깎이기 전에 이미 암석으로 굳어졌음을 입증한다.(87 페이지) 


    홍수 지질학자들은 물리적 과정과 화학적 과정을 묘사하는 자연법칙이 창조주간, 에덴동산에서의 타락 이전 또는 노아 홍수의 다양한 시점마다 달랐다고 가정한다. 이는 동일과정의 원칙에서 벗어나는 가정이다. 그랜드 캐니언에 노출된 대부분의 지층은 퇴적암이다. 대개 퇴적암은 방사성 측정법에 의해 직접 연대를 측정할 수 없다.(104 페이지) 방사성 측정법으로 알 수 있는 것은 광물이 생성된 연대이지 그것들이 굳어 암석이 된 연대가 아니다. 그랜드 캐니언 같은 곳의 퇴적암의 경우 기본적으로 해당 지역의 화석 기록과 전 세계의 화석 기록 사이의 비교에 기초해 연대 추정을 한다.(117 페이지) 


    이 협곡에서 가장 젊은 암석 중 일부는 테두리를 넘어 강 아래로 흘러내려 용암댐들을 형성한 용암으로 구성되어 있다. 대부분의 용암댐은 고작 수백만년 내에 형성되었다.(112 페이지) 방사성 연대 측정법은 신뢰할 수 있는 물리법칙(가장 중요하게는 방사성 붕괴의 예측 가능성)에 기초하고 있다. 우리는 이 예측 가능성을 이용해서 원자로를 건설하고 의료장치를 개선하며 수백만 킬로미터 떨어진 행성 탐사선에 동력을 공급하기도 한다. 방사성 연대 측정법은 베수비오산 폭발과 같은 고대의 역사적 사건의 연대를 정확히 측정한다고 입증되었다.(114 페이지) 


    앞에서 틈(chasm)이란 말을 했지만 부정합은 시간의 틈을 대표한다. 부정합은 침식을 함축하지만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117 페이지) 부정합이란 연속적으로 나타나지 않고 오랜 단절을 겪은 후 퇴적된 지질 구조를 말한다. 더 낮은 지층에 깎임이 생겨 만들어진 수로에 위쪽 지층에서 보이는 것과 같은 물질이나 독특한 퇴적물이 채워져 있다면 부정합의 증거다.(121 페이지) 홍수지질학자들은 지각의 틈들이 창세기의 큰 깊음의 샘들이라고 믿는다.(131 페이지) 


    홍수 지질학자들은 격변을 주장하는 사람들이다. 즉 몇 일만에 산이 밀어 올려진다고 믿는다. 그렇다면 문제가 생긴다. 마찰 저항이 열을 발생시키는 것처럼 구부리는 것도 열을 발생시킨다. 엄청나게 많은 양의 암석이 급속히 구부러지면 모든 것이 부서지고 녹을 것이다.(134 페이지) 그랜드 캐니언의 지층들은 위아래로 관통해 이어지는 파쇄대(crack)로 가득 차 있다. 파쇄대는 단순히 갈라진 균열을 의미한다. 일단 파쇄대가 형성되기 시작하면 진흙 건열처럼 이후의 비로 다시 메워지지 않으며 시간이 지나거나 응력(stress)이 증가함에 따라 더 커질 수 있다. 


    다수의 지층에 걸쳐 펼쳐져 있는 긴 파쇄대는 이 균열이 형성되기 전에 모든 지층이 이미 암석으로 굳어져 있었음을 증거하는 명확한 표시다.(138 페이지) 홍수 지질학 모델이 옳다면 그랜드 캐니언에는 한 종류의 단층만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실제로 그랜드 캐니언에는 역단층과 정단층이 모두 존재한다. 이는 서로 다른 기간에 압축력(한곳으로 밀어붙임)과 장력(잡아당겨 뜯어냄)이 작용했음을 암시한다. 암석이 가소성 변형을 일으키려면 고온, 느린 이동속도, 구속압력이 결합되어야 한다. 암석이 떨어져 나갈 때는 넓은 펼쳐짐이, 한곳으로 밀릴 때는 물결 모양의 접힘이, 불규칙하게 융기하거나 침강할 때는 넓은 구부러짐이 발생한다.(143, 144 페이지)


    암석층에서 구부러짐이 발생하면 각 층에 치유되지 않는(다시 메워지지 않는) 많은 균열이 만들어진다.(145 페이지) 퇴적물이 잡히면 부드러운 물질이 쉽게 바스러져 틈을 채워서 치유되지 않는 파쇄가 거의 생기지 않는다.(146 페이지) 화석을 가지고서도 홍수지질학자들의 모순을 제시할 수 있다. 즉 여러 범주의 유기체들은 함께 발견되지 않는다. 이는 전 지구적 차원에서 화석은 노아의 홍수 때 파묻힌 동물들을 나타내지 않는다는 의미다.(151 페이지) 저자는 거대한 물의 벽이 모든 대륙에서 밀려들었다면 왜 해양생물과 육지생물이 뒤섞여 있지 않는가?란 질문을 한다.(151 페이지) 


    가장 낮은(오래된) 지층에서 가장 높은(젊은) 지층으로 갈수록 복잡성과 다양성이 증가한다. 거대한 쓰나미가 모든 대륙에 충돌했다는 홍수 지질학자들의 말을 따르면 모든 육상생물의 형태가 해양 퇴적물과 섞여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한 그룹의 유기체가 다른 그룹을 대체하는 전 지구적 차원의 동물적 대체(代替)는 이 모든 현상이 최근에 일어난 단 한 번의 격변적인 홍수의 결과라고 믿는 사람들에게는 극도로 당혹스러운 사태일 것이다. 


    저자는 '홍수 지질학자들의 주장처럼 노아 홍수가 전 세계적이었다면 왜 공룡의 유해가 그랜드 캐니언의 지층 안에 포함되어 있지 않을까? 더구나 발자국은 격렬한 홍수의 어느 단계에서도 보존되지 않을 텐데 왜 더 높은 그랜드 스테어케이스 암석의 여러 지층에서는 공룡 발자국들이 온전하게 남아 있을까?'라고 묻는다.(161 페이지) 


    화석은 특정 순서로 발견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질서 있는 패턴을 보여준다.(164 페이지) 이런 패턴은 생물 공동체가 살았던 유형의 환경, 생태계의 역동성, 한 그룹이 다른 그룹으로 대체되는 변화를 반영하는 특징적 화석으로 구성된다. 동물상 연속의 원칙이 있듯 식물상 연속의 원칙도 있다. 식물 화석의 복잡성이나 다양성은 젊은 지층으로 갈수록 점진적으로 증가한다. 홍수 지질학자들은 다양한 분류 체계를 통해 눈에 보이는 화석 식물의 분포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지만 화석 기록에 있는 눈에 보이지 않는 화석(포자와 꽃가루)의 분포를 설명하려는 노력은 거의 기울이지 않았다. 


    오늘날의 지질학자들은 그랜드 캐니언의 형성에 작은 물과 오랜 시간이 아니라 많은 물과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고 생각한다. 콜로라도강이 언제 어떻게 거대한 카이밥 융기 지대(또는 아치)를 깎고 길을 냈는지, 그리고 이 고지대가 깎이기 전 물은 어디로 흐르고 있었는지가 논쟁의 중심에 있다.(197 페이지) 


    저자는 실제의 과학 연구는 미로를 헤쳐 나가 정확한 길을 이해하는 일과 유사하다고 말한다. 출발점과 끝나는 지점을 볼 수 있는 종이 위에 그려진 미로가 아니라 여러 길을 실험해보아야 출구를 찾을 수 있는 실제 미로 안에 들어와 있는 경우다. 저자는 젊은 지구론자들이 과학계에 존재하는 의견 불일치를 과학적 근거의 빈약함을 의미하는 것으로 간주하는 것에 대해 이런 의견을 제시한다. 즉 의견 불일치는 특정 세부 사항에 관해 논의가 진행중인 어떤 불확실성이 존재한다는 의미이지만 불일치를 해결하고 나면 궁극적으로 더 많은 이해에 도달하고 확실성이 증가한다는 것이다.(201 페이지) 


    우리가 보고 있는 암석을 만들어내기 위해 전대미문의 메커니즘이나 신비한 힘이 필요하지 않다.(215 페이지) 그랜드 캐니언의 많은 지층, 구조물, 단층은 확실히 강력한 힘들이 작용했음을 나타내지만 모두 지구의 정상적인 과정으로 설명될 수 있다. 느린 과정도 있고 빠른 과정도 있지만 모두 정상적인 과정이다. 중요한 점은 각각의 지층이나 특성에 대한 설명들이 해수면 상승과 하강, 서서히 움직이는 지각판들이 지각을 들어올리고 내리는 더 큰 이야기 안에 잘 들어맞는다는 사실이다.(229 페이지) 


    저자는 홍수 지질학자들의 설명은 지속적으로 관찰된 적도 전혀 없고 상호 배타적인 메커니즘에 의존한다고 설명한다. 가령 방대한 화석 기록은 전 세계적인 홍수가 모든 대륙을 휩쓸었다는 증거라고 주장하지만 그 홍수가 어쩐 일인지 그랜드 캐니언의 어떤 지층에도 생쥐, 갈매기, 고래, 개구리, 튤립 또는 가재 화석을 단 하나도 남기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못한다. 


    홍수 지질학자들의 신조와는 달리 홍수 지질학이 다른 세계관들과 구분되는 지점은 성경에서 발견되는 구절들에 대한 집착이 아니다. 오히려 홍수지질학의 뚜렷한 특징은 성경 안이나 밖의 모순되는 증거를 고려하지 않으면서 사실로 받아들여진 성경 안의 특정 구절들에 대한 특정 해석 방식을 고수한다는 점이다.(233, 234 페이지) 


    저자들은 홍수 지질학은 비과학적일뿐 아니라 비성경적이라 말한다. 로마서 1장은 창조주의 신성이 그분의 물리적 피조물인 자연에 드러난다고 선언한다.(234 페이지) 자연이 진실한 이야기를 들려준다고 신뢰받을 수 없다면 이 진술은 홍수 지질학자들의 하나님 이해에 무엇을 말해줄까? 저자들은 홍수 지질학자들은 자신들의 주장에 부합하는 자료나 데이터만을 취한다고 말한다. 인상적인 말은 과학은 자료가 이끄는 곳으로 가도록 허용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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