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인(才人) 폭포 해설을 하고 나면 아쉬움이 들곤 한다. 하나의 주제로 재인폭포와 폭포 주변 지형들을 해설하겠다는 다짐을 실천하지 못하는 까닭이다. 오늘 비교적 그에 접근한 해설을 했다. 대상자분들이 지리(地理) 교사들이기에 어느 정도는 가능했다. 동료 해설사로부터 많은 장면 전환을 지양(止揚)하라는 피드백을 받았다. 감사하다. 물론 이에는 현실적 어려움이 있다. 어떤 주제로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지질시대에 대해 공부해야 할 것이다. 오늘 한 이야기를 더 촘촘하게, 덜 어렵게 연결할 필요가 있다. 아직 내 재인폭포 해설은 실험(實驗) 단계다. 재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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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을 전문적으로 논한 책이 아닌 산소(酸素) 관련 책에서 버키볼에 대한 이야기를 읽게 되었다. 버키볼은 탄소 원자 60개가 육각형 20개와 오각형 12개로 이루어진 축구공 모양의 풀러렌이다.(지난 7월 3일 풀러렌을 발견한 노벨상 수상자인 화학자 로버트 컬이 사망했다.) 멸종을 전문적으로 다룬 책이 아니어서인지 decisive하지 않다. 멸종 책을 읽어야겠다. 나는 형태에 약한지도 모른다. ‘이(理); 자연의 역동적 형태’ 같은 책을 읽어야겠다.

 

오늘 재인폭포 근무를 하며 현무암 절리를 그리는 화가를 보았다. 이(理)란 내가 오늘 그 화가에게 이야기한 리다. ‘뭉침/ 구불구불함/ 모남/ 잔가지/ 부서짐/ 동심원/ 윤곽선/ 잔금/ 고사리 잎/ 균열/ 미로/ 지의류/ 모호함/ 잎차례/ 다각형/ 망상/ 하천/ 물결과 모래언덕/ 세모꼴/ 얼룩덜룩함/ 잎맥/ 꾸불꾸불함/ 끈적끈적한 반점‘ 등의 목차로 구성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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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연천 만큼은 아니지만 비교적 자세히 아는 곳이 서울, 파주, 철원, 고양, 남양주 등이다. 서울은 여러 차례 해설을 한 곳이어서 연천 외의 지역들 중 비교적 잘 아는 곳이고 파주, 고양 등은 가까운 곳인 한편 해설 경험이 있어 어느 정도 안다. 최근 폭포에서 고양, 남양주, 파주, 제주 분들을 만났다. 고양 분들에게는 연천, 강화, 고양의 공통점이 무엇인지 아시는지 물었다.(정답은 말라리아 위험지역이다.) 남양주 분들에게는 이석영도서관에 대해 언급했다.(모른다는 답이 돌아왔다.)

 

파주분들에게는 흥선대원군의 운현궁 내 사랑방인 아재당(我在堂)이 파주에 복원된다는 사실을 언급하며 부럽다고 했다.(모른다, 그게 뭐냐? 거기가 어디냐? 등의 반응이 돌아왔다.) 제주분들에게는 한라산이 무지개를 잡을 수 있을 정도로 높은 산이라는 답(알고 물었다)을 듣고 한라산은 몽골어로 검다, 위대하다 등의 의미를 가진 하라에서 유래했다는 말도 있다는 사실을 언급했다. 타 지역에 대한 지식은 연천 해설에 직접적으로 필요한 부분은 아니고 잠시나마 방문자분들과 친밀감을 형성하기 위해 알아야 할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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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의 작가 박경리 선생은 길가에 구르는 돌 하나를 두고도 장편 소설을 지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선생의 한 지인은 선생께서는 글을 쓰다 막히면 개천에서 밤새 돌을 주워 마당에 까는데 어떤 정원사도 그렇게 아름답게 돌을 깔 수는 없을 것이라는 말을 했습니다. 선생은 돌에서 다이아몬드를 찾으려 하기에 글거리를 찾지 못하는 것이고 그 때문에 글을 쓰지 못하는 것이라는 말을 했습니다. 선생은 작가란 돌을 가지고 다이아몬드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선생은 글이 안 써지면 정원에 나가 땅을 파거나 축대를 쌓거나 녹을 제거하거나 하는 식으로 땀을 흘리고 나야 글을 쓸 수 있다고 했습니다. 선생은 그런 노동을 거치며 자연스럽게 돌에 대해 생각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지리 전공 교사들에게 재인폭포, 백의리층, 베개용암 해설을 해야 해서 자료를 찾다가 페미니스트 지리학자 제인 다크의 말을 만났습니다. "우리의 도시는 돌, 벽돌, 유리, 콘크리트로 쓴 가부장제다." 도시의 돌과 자연의 돌의 차이가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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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03 01: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벤투의스케치북 2022-08-03 06:47   좋아요 1 | URL
아네.. 침구 베개 맞습니다...베개 모양으로 굳은 용암(옛날 쓰던 베개의 옆 모습처럼 생긴)을 말하지요. 감사합니다..
 
나를 내려놓으니 내가 좋아졌다
네모토 히로유키 지음, 최화연 옮김 / 밀리언서재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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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율이나 규칙을 적용하거나 예절을 가르치는 것이 매우 철저하고 바르다. 이 말은 엄하다의 풀이다. 엄하다란 말보다 더 격식 있는 말은 엄격하다란 말이다. 이렇게 말하는 자체가 자신에게 엄격한 것을 방증(傍證)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여하튼 ‘나를 내려놓으니 내가 좋아졌다’는 자신에게 엄격한 사람들에게 조언하는 책이다.

 

자신에게 엄격한 사람들은 그런 점을 잘 알지 못한다. 그들은 다른 사람들의 기준이나 시선에 지나치게 민감하다. 그들을 이상주의자라 할 수 있다. 낭만주의자라고도 할 수 있다. 그들은 하나의 과제를 완수해도 곧장 다음 과제를 스스로 찾아낸다. 늘 이상적인 자기 모습을 추구하지만 그럴수록 삶은 피폐해진다.

 

저자는 다른 사람의 기대에 맞추지 말라고, 누구에게나 칭찬받으려 하지 말라고 권한다. 사실 우리는 모든 사람에게 잘 보일 수 없다. 아무리 노력해도 그럴 수 없다. 완벽주의자라는 말이 있다. 완벽주의의 기준은 없다. 자신이 만들어낸 기준이기에 떨쳐내기가 쉽지 않다. 저자는 책을 스무 권 이상 쓴 전문상담사이지만 원고를 쓸 때는 늘 극심한 압박감에 시달렸다고 말한다.

 

그런 저자는 최근에야 완벽주의적 성향을 거의 떨어버려 정말 재미 있게 글을 쓴다고 말한다. 저자는 말한다. 완벽주의란 도착 지점을 정해두지 않고 끝없이 달리는 마라톤 같다고 말한다. 완벽한지 아닌지를 판단하기보다 최선을 다하는지 아닌지를 체크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신이 이룬 성과가 또는 가진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 필요가 있다. 가끔은 게을러도 괜찮다고 생각하자.

 

약속이 없는 휴일 하루를 뒹굴거리며 보냈을 때 오늘은 제대로 충전했네라고 진심으로 만족하자. 저자는 글이 잘 써지지 않는 날에는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 할 수 없는 일을 구분해 할 수 있는 일에만 에너지를 집중하도록 하자고 말한다. 책을 읽는 나는 완벽주의적인 경향이 있는가? 사실 나는 게으른 편이다.

 

그러나 가끔 완벽주의적이라는 말을 듣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컨디션이 좋아질 때까지 쉴 줄도 알고 주된 관심사와는 다른 분야의 책을 읽으며 마음을 가다듬기도 한다. 물론 마감 직전까지 미루는 습관이야말로 완벽주의라고 말하는 심리학자도 있다. 가장 잘할 수 있을 때까지 시작하지 않는 것이다. 사실 가장 눈에 띄는 충고는 오늘 할 수 있는 만큼만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남과 비교해서 우월감을 느끼기도 하고 누가 더 낫고 누가 더 못하는지를 따지는 것에 집착하면서 상대의 사소한 말과 행동에도 과민 반응을 보인 적이 없는지?”라고 묻는다. 저자는 자신감이 없는데도 승패에 집착하지 말 것을 주문한다. 상대를 이기려는 마음이 어느 정도 자신을 발전시키기는 하지만 오래 못갈 것이다. 차분히 실력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

 

저자는 자신을 칭찬하는 일은 자기긍정감을 높이고 무가치감을 치유하는 데 직접적인 효과를 발휘한다고 말한다. 자신에게 지나치게 엄격한 사람은 죄책감에 사로잡힌 사람이기 쉽다. 도와주고 싶었는데 도와주지 못했다는 마음에 느끼는 무력감도 죄책감이다. 집중력은 느긋함에서 나온다.

 

생각을 멈춰야 생각할 수 있다. 중요한 사실은 자기만의 속도로 달리기다. 꾸준하다면 괜찮다. 몸이 느슨할수록 마음이 강해진다. 하고 싶은 일을 할 때에는 뒤돌아보지 말라. 내 뜻대로 살자. 도움 받아도 괜찮다고 생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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