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역사학자들은 흑사병으로 인해 유럽에서는 석탄을 사용하지 않은 적이 있었다고 말한다. 석탄의 검은 색이 환자들의 피부가 검게 변해 죽는 치명적인 페스트를 연상시켰기 때문이라고 한다. 에도 시대 말기에 일본 근해에 출몰한 배를 가리키는 역사 용어인 흑선(黑船)은 어떤가. 흑선이란 배의 내수성(耐水性)을 높이기 위해 검은색 타르를 바른 데서 비롯된 용어다.

 

암흑물질은 어떤가. 눈에 보이지 않는 물질로 검다는 표현은 상징적이다. 현(玄)은 어떤가. 검다기보다 아득하거나 현묘하다는 의미다. 그러함은 현무암을 볼 때마다 느끼는 바이다. 현무암이 제주에만 있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아득하고도 현묘하다고 느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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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5 ~ 6회 정도 고양 풍산(楓山)역 인근에 간다. 설문 IC를 통해 시로 들어간다. 설문이 무엇일까 검색해보니 이런 결과가 나왔다. 1) 설(卨)씨 문중이 많이 살았기에 설문(卨門)이라 부르다가 일제가 실시한 행정지명 개칭사업에 따라 설문(雪門)으로 바뀌었다, 2) 조선시대에 정려문(旌閭門)이 있는 마을이라 하여 설문이라 부르게 되었다 등 두 가지 설이 있다. 설문은 雪門일까? 그렇다면 왜 눈 설자를 쓰는 것일까? 설에 고결하다, 표명하다(태도나 의사를 분명히 하다) 등의 의미가 있는데 그것 때문일까?

 

다시 말해 나타내다, 밝히다 등의 의미가 있는 정(旌)을 표명하다란 의미가 있는 설(雪)로 바꾼 것일까? 파주와 맞닿아 있는 동이자 법정동인 설문동은 고봉동(행정동)에 속해 있다. 연천에서 고양에 진입하려면 일산 동구 고봉동을 가장 먼저 만나게 된다. 지난 1월부터 고양 풍산역 인근에 가게 되었으니 나의 고양 여행은 10개월째다. 그러니 이제 설문에 대해 서툰 생각이나마 갖는 것은 많이 늦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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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세 교유서가 첫단추 시리즈 44
얼 C. 엘리스 지음, 김용진.박범순 옮김 / 교유서가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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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세(人類世; Anthropocene)란 너무나 강력해진 나머지 자기 자신을 포함한 지구 전체의 운명을 좌지우지하는 힘을 갖게 된 인간종이 지배하는 시대를 말한다. 다른 말로 인간의 활동이 지구의 생태계와 지구에 영향을 미치는 시대다. 1922년 구소련 지질학자 알렉세이 파블로프가 인류세란 말을 처음 사용했지만 그것은 구소련을 벗어나지 못했다.

 

1980년대 미국 출신의 생물학자 유진 스토머(1934 - 2012)도 사용했다. 2000년 이후 네덜란드 출신 대기화학자로 오존층 파괴 원인을 밝혀 노벨화학상을 수상(1995년)한 파울 크뤼천(Paul J. Crutzen; 1933 - 2021)에 의해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파울 크뤼천은 ‘핵겨울'이라는 개념도 처음 쓴 분이다.

 

핵전쟁이 불러올 기후재앙을 경고했다. 핵전쟁이 일어나면 도시와 산림, 농경지, 석유 및 가스전으로 불이 번지면서 엄청난 연기가 대기로 날아가 햇빛을 차단하는데 이로써 지구 표면이 냉각되어 전 세계 농업생산이 위험에 빠지게 된다는 것이다.

 

지구 전체 역사(46억년)를 하루로 환산할 경우 인류의 등장은 12월 31일 자정을 몇 시간 남겨둔 시각에 이루어졌다. 지질시대는 선캄브리아대, 고생대, 중생대, 신생대로 이루어졌다. 인류세는 신생대 제3기(팔레오세, 에오세, 올리고세, 마이오세, 플라이오세)와 신생대 제4기(플라이스토세, 홀로세)에 이은 시대다. 현재는 지질시대 중 가장 최근에 해당하는 시기인 260만년전에 시작된 제4기로 그 가운데 홀로세(완전히 최근이란 의미)다.

 

인류세가 인정된다면 홀로세 다음의 인류세가 되는 것이다. 호모 사피엔스가 등장한 시기는 20만년전(’전곡선사박물관‘ 자료)이다. 지질시대를 다루는 전문가들은 우리 행성을 형성하는 지질학적 과정에 의해 암석에 물리적인 흔적이 남아야만 지질학적 연대표를 직접 구성해낸다고 밝힌다. 지질학자 중 층서(層序) 기록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사람들을 층서학자라고 한다.

 

그들이 지질학적 시간을 뚜렷하게 구분되는 단위로 나누는 것은 지구의 역학이 불연속적이라고 믿어서가 아니라 그런 방식이 실용적이기 때문이다.(243 페이지) 층서학(stratigraphy)은 지층의 기원, 구성, 분포를 다루는 학문이다. 지층의 수직면은 시간 차원, 수평면은 공간 차원을 나타낸다. 지질시대 구분은 층서학자들의 소관이다.

 

지질시대로 등록되려면 지구 시스템의 변화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적절한 종류의 층서학적 증거가 있어야 한다. 층서학자들이 연구하는 물질적 기록의 특징은 복잡하고 혼합적이며 통시적이다. 한 사회, 한 가구가 흔적을 남긴다고 해도 다음 세대 샤람들은 같은 곳에 도랑을 치고 터를 닦고 무덤을 파며 건물을 짓고 쓰레기를 버리고 잔해를 남기면서 퇴적물을 변화시킨다.

 

이후에 홍수를 비롯한 자연현상 때문에 흙이 덮이기도 하고 새로운 공사를 위해 퇴적층의 상당 부분이 제거되기도 한다. 지층의 어떤 부분은 지하 묘지, 깊은 우물, 지하터널 등으로 뚫려 있을 수도 있다. 어떤 부분은 경작한 토양, 인공 습지, 매립지, 수천년 동안 여러 겹의 정착지의 흔적이 만들어진 언덕(중동에서 흔히 발견되는 ’텔; tel’이라 부르는 고고학적 지층)으로 덮여 있을 수 있다.(163 페이지)

 

17세기 후반 덴마크의 해부학자 니콜라스 스테노(니콜라우스 스테노; 1638 - 1686)에 의해 층서학이 시작되었다. 층서학에 의하면 상대적으로 새로운 층은 오래된 층 위에 형성된다. 이를 누중법칙(law of superposition)이라 한다. 또한 퇴적암은 원래 수평으로 형성된다. 그리고 연속적인 층으로 형성된다.

 

스테노는 후원자인 메디치가의 페르디난도 2세의 부탁을 받고 ’글로소페트라(Glossopetrae; 혀 돌; 설석; 舌石)’라는 1,270kg의 화석화된 상어 이빨을 절개하게 되었다. 그것은 마법의 힘이 있는 것으로 믿어진 물질이다. 당시 그 물질은 하늘에서 떨어진 것이라 생각되기도 했고 몰타 섬에서 독사에 물리고도 해를 입지 않은 사도 바울의 기적(사도행전 28장 3, 4, 5절)으로 인해 독사 이빨 모양으로 자라게 되었다고 생각되기도 했다.

 

스테노는 글로소페트라와 상어 이빨을 나란히 놓고 비교해 둘이 같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특정 층위 안의 물리적 특성(광물 구성, 질감, 색상)과 화석 내용물을 통해 층위를 변별할 수 있으며 심지어 다른 지역의 다양한 암석 형성물과도 그 층위의 상관 관계를 규명할 수 있다.

 

스테노 이후 한 세기가 지나 광산 측량사 윌리엄 스미스(William Smith; 1769 ? 1839)에 의해 층서학이 획기적으로 발전했다. 윌리엄 스미스는 화석 천이(遷移) 법칙을 밝혀냈다. 최근에 생성된 지층일수록 진화된 화석이 나옴을 의미하는 법칙이다. 전 지구적 변화를 인지할 수 있는 지질 기록이 보존된 곳을 표준층서구역(GSSP, Global Boundary Stratotype Section and Point)이라 표시한다.

 

표식의 모양과 형태가 황금색 못을 박은 것과 비슷해 '황금못'(Golden Spike)이라 부른다. 그곳을 조사하면 특정 지질연대의 경계를 가늠할 수 있다. 고고학자 메슈 에지워스 등은 고고학과 지질학은 연결되어 있고 동일한 층서학적 원리를 사용한다고 주장했다. 고고학적 시대 체계는 일반적으로 구석기 시대부터 시작된다.

 

플라이스토세와 함께 구석기 시대가 끝나고 홀로세와 함께 중석기와 신석기 시대가 시작되었다. 에디아카라기는 6억3000만~5억4200만 년 전 신원생대 시기다. 생물이 대거 나타난 고생대 캄브리아기 직전에 해당한다. 오스트레일리아의 에디아카라다. 생물체가 대거 출현한 ‘캄브리아 폭발’ 이전에 완벽한 상태의 다세포 생물이 나타났다는 점에서 에디아카라군이 주목된다.

 

인류세 시작점은 18세기 중반 시작된 산업혁명으로 보기도 한다. 이산화탄소 배출이 증가하기 시작한 시기다. 1769년 제임스 와트가 증기기관을 개량했다. 그는“산업혁명의 아버지“다. 세계 첫 증기기관차는 1804년 트레비딕의 페니다렌호다. 선로 궤도가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주저앉아 버렸다.

 

1740년 이후 유럽은 소빙하기를 겪었다. 아일랜드에 7주간 서리가 내렸다. 아일랜드 인구의 20퍼센트 이상 굶어죽었다. 추위를 피하려고 목재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사용량이 급증했다. 가격이 급등하자 사람들은 새로운 연료를 찾아나섰다. 석탄은 지질시대에 식물이 퇴적되어 매몰된 후 열과 압력에 의해 만들어진 광물이다. 고생대 석탄기는 3억 6700만년전 - 2억 8900만년전에 이르는 시기다.

 

수요 급증에 따라 노천 탄광뿐 아니라 땅속 탄광에서도 석탄을 채굴하게 되었다. 광산으로 스며드는 지하수를 퍼올리는 과정에서 개발된 기술이 증기기관이다. 20세기 중반(1950년 이후) 인간활동 및 환경변화의 속도가 극적으로 증가한 것을 인류세의 시작으로 보며 그것을 거대한 가속으로 정의하는 사람들도 있다.

 

“의심할 바 없이 지난 50년 동안 자연과 인간의 관계는 인류 역사상 가장 빠른 속도로 바뀌었다. 인간이 촉발한 변화의 규모, 공간적 변화, 속도는 인류 역사에서 전례가 없었으며 아마 지구 역사의 차원에서 보아도 그럴 것이다. 지구 시스템은 이제 기존 자연계에서 나타나던 변이 범위를 넘어섰다는 의미에서 유사체 없는 상태로 작동하고 있다.”(미국 기후학자 윌 스테판)는 말을 새길 필요가 있다.

 

육지 생물권의 3/ 4이 직간접적으로 인간의 토지 사용 때문에 변화했다. 직접적인 인간의 영향으로부터 자유로운 곳은 육지 생물권의 1/ 4도 되지 않는다. 대부분 춥고 건조하며 척박한 곳들이다. 인간이 땅을 사용해서 환경에 미치는 결과는 온실가스 배출, 환경오염, 토양침식, 자연 서식지 소실, 생물 멸종, 외래종 도입 등 다양하다.

 

인류세 실무단은 인간 활동이 남긴 층서적 증거를 찾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1945년에 시작해 1963년, 1964년에 정점을 찍은 핵무기 실험 과정의 부산물(방사능 낙진 퇴적층), 플라스틱 퇴적층, 화석 연료의 불완전한 연소 때문에 생기는 블랙 카본 등이 유력 증거다. 인간의 시대를 인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고고학계 내부에서 먼저 나왔을 법도 하다.

 

불을 이용해서 땅을 정리하는 능력에서부터 다른 생물종을 길들이고 땅을 경작하는 능력에 이르기까지 그 어떤 생물도 인간만큼 다양한 방식으로 강력하게 환경을 바꾸지는 못한다. 인류세는 멸종과 관련된다. 지금껏 11번의 멸종이 있었다. 그 가운데 5번은 대멸종이었다. 오르도비스기, 데본기, 페름기(이상 고생대), 트라이아스기, 백악기(이상 중생대) 등에 있었던 일이다.

 

인류에 의해 여섯 번째 대멸종이 시작되었다고 한다. 인류세의 시작 시기로 볼 곳들이 많다. 거대동물이 멸종한 플라이스토세(홀로세가 가장 최근을 의미한다면 플라이스토세는 대부분 새로운이란 의미다.) 후기, 농업이 시작되고 퍼져나가면서 특히 쌀 생산으로 인해 대기 중 메탄이 증가한 5000년전, 인위적 토양이 확산된 2000년전, 글로벌 체계가 확립된 약 500년전, 산업혁명이 시작된 약 200년전...

 

굳이 새로운 GSSP를 제정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는 학자들도 있다. 단지 이름을 바꾸어 부르면 된다는 것이다. 고고학적 관점에서 보면 인간이 지구환경을 변화시키는 일은 결코 최근의 현상도 아니고 특별한 현상도 아니다. 인간 세계는 언제나 인간 스스로가 만들고 변화시켰다.

 

지구 역사에 존재했던 거의 모든 인간 사회는 자신의 선조들이 이미 변화시켜놓은 환경 속에서 살아갔다. 과거의 인간이 토양에 남긴 흔적은 수백년, 심지어 수백만년이 지나도 남아 종의 구성이나 식물의 생산성에 영향을 미친다.

 

오늘날 인간이 거주하지 않는 지역은 인류의 영향이 미치기 이전의 생태라는 믿음이 현재의 생태 패턴이나 생태 과정을 이해하는 데 심각한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179 페이지) 호수에서 추출된 오래된 퇴적물 코어는 장기간의 생태 변화를 확실하게 보여준다. 이 기록들은 인류가 생태계에 일으킨 교란이 얼마나 복합적인지를 말해준다.

 

저자는 멸종은 새로운 일이 아니라고 말한다. 지구상에 존재했던 생물종의 99퍼센트는 멸종했다. 현재 척추동물의 멸종률은 기본 멸종률보다 적어도 열 배, 많게는 천 배 정도 높다. 멸종을 확인하는 일은 특정 종의 존재를 확인하는 일보다 어렵다. 존재 확인은 한 번에도 가능할 수 있지만 멸종 확인은 마지막 개체까지 해야 한다. 물론 멸종을 확인하기 위해 마지막까지 하지 않고 다른 방법이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존재 확인보다 멸종 확인은 어렵다.

 

동질세란 개념도 있다. 지구의 생물종이 섞이는 현상을 말한다. 인간 사회는 자연계를 교란하는 수준에 머무르지 않는다. 인간의 사회시스템은 지구 시스템 내에서 이미 행성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힘으로 부상하였다.(203 페이지) 인구 증가 속도가 더뎌지고는 있지만 부유한 인구 집단이 더 많은 자원을 요구함에 따라 식량, 물, 에너지 등 자연 자원에 대한 수요는 계속 늘고 있다.

 

사회학자 아일린 크리스트를 비롯한 여러 학자들은 인간 지배의 시대를 인정하면 자연에 대한 인간의 소유권과 파괴를 정당화하게 되고 자연을 더욱 변형시키고자 하는 미래의 거대한 프로젝트에 터를 닦아줄 뿐이라고 주장했다.(213, 214 페이지) 인간은 무엇이든 시도해도 괜찮다, 인간에 의한 지구 변형을 제한하려는 노력은 구시대적이다 등의 말이 있을 수 있다.

 

자연보전주의자들은 인류세 개념에 반대한다. 지구 생태계가 인간에 의해 전적으로 변형되었다고 선언하는 일은 과장이고 자연보전에 헌신하는 사람들에게 무력감을 조장한다는 주장도 있다. 저자는 호모 사피엔스 전체가 급격한 지구적 기후변화를 일으키고 있다고 말하는 것은 절대 타당하지 않다고 말한다.(222 페이지)

 

저자는 2005년부터 미국을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이산화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중국이 산업 발전을 위해 대규모로 화석연료를 태우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 이후로 미국은 이미 한 세기 이전에, 영국은 미국보다 수십 년전에 현재의 중국과 비슷한 수준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에 도달해 있었다고 말한다.

 

자본세는 인류세의 대안으로 많이 거론되는 개념이다. 툴루세란 개념도 있다. 인간이 지구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는지에 대한 설명이 단 한 가지만 존재할 수 없다. 기술화석이라는 말이 있다. 강철 대들보, 전기 전선, 플라스틱 등의 인공 물질이 호수나 해양 침전물, 매립지 등 층서 퇴적층에 남아 화석화될 가능성이 있다. 이를 기술화석이라 한다.

 

이미 인류의 온실가스 배출로 인해 지구의 다음 빙하기가 10만년 정도 늦춰졌다는 증거가 있다. 지구 기온이 올라가면 식량 체계 파괴, 가뭄 증가, 극심한 폭염, 해수면 상승, 혹독한 폭풍, 각종 사회적 피해가 나타나고 그에 대처하는 사회적 비용도 증가할 것이다.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구공학적 전략들이 필요하다. 이산화탄소를 직접 포집하고 저장하기, 나무 심기, 토지 경작 줄이기, 토양에 숯 묻기, 해양 비옥화하기, 여타 생물학적 탄소 흡수량 및 저장량 증대시키기 등이다.

 

파울 크뤼천은 성층권에 빛을 반사하는 미세한 황산염 에어로졸 입자를 주입하자는 제안을 했다. 이 방법은 부작용 우려도 크다. 인류세란 단어는 2014년 옥스퍼드 영어사전에 등재되었다. 브뤼노 라투르는 프랑켄슈타인 박사가 저지른 잘못은 그가 오만하게도 첨단 기술을 사용하여 새로운 존재(괴물)를 창조한 데에 있지 않고 그 피조물을 방치한 데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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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북천 보문3교 다음의 용문교 가까운 곳에 마련된 박완서 작가님, 이쾌대 화가님의 벽화 초상화 및 설명 글을 보고 읽었다. 진행 방향으로 계속 가니 돈암동 성당이 보이고 성북구청이 보였다. 안암 5거리에서 선농단 가는 길에 본 제기동 성당에 이어 다시 성당을 만난 것이다. 이 성당은 박완서 작가가 쓴 2004년 소설 ‘그 남자네 집’에 등장하는 성당이다.

 

“안감내만 찾으면 그 집을 쉽게 찾을 줄 알았다. 성북동 골짜기에서 발원하여 삼선교, 돈암교를 거쳐 우리 동네 앞을 흐르던 개천을 우리는 그때 안감내라 불렀다.”..돈암동 성당의 본당은 혜화동 성당이고 혜화동 성당의 본당은 종현(鍾峴) 성당이다.(종현 성당은 지금의 명동 성당이다.) 성북 보문, 안암 지역이 아늑하게 느껴지는 것은 성당, 그리고 성북천의 수더분함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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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은 미래로 흐른다 - 빅뱅부터 현재까지, 인류가 탐구한 지식의 모든 것
에른스트 페터 피셔 지음, 이승희 옮김 / 다산사이언스(다산북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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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사학자 에른스트 페터 피셔는 독일 출신의 대표적인 박학(博學)입니다. 수학과 물리학을 공부한 데 이어 생물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현재 과학사 교수역을 맡고 있습니다. 물리학에 관심이 제법 있던 때 피셔의 책을 몇 권 읽은 뒤 한동안 잠잠하다가 만난 책이 ‘과학은 미래로 흐른다’입니다. 피셔는 과학사학자여서 과학 일반에 대해 관심을 기울였을 것입니다.

 

이 책은 이미 읽은 아인슈타인이란 이름이 들어 있는 물리학 중심의 책들에 비해 더 폭넓고 다양한 이야기들을 다룬 책이어서 흥미를 자극합니다. 인류세 이야기가 우선 제 눈길을 끌었습니다. 인류학 관련 이야기이고 제가 최근 관심을 두고 있는 지질과도 상관 있는 분야이기 때문입니다.

 

인류세는 지질시대 이후의 시대 구분에 따라 제안된 개념입니다. 그것은 인류가 지구에 무서울 정도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시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호모 사피엔스라는 개념을 비틀어 ‘약탈적 존재; 인류‘라는 의미의 호모 라피엔스라는 밀을 하는 사람도 있지만 당연히 초기 호모 사피엔스는 지구에 부정적 또는 파괴적 영향을 미치는 존재들이 아니었습니다.

 

호모 사피엔스는 지혜 또는 이성을 지닌 존재이기 이전에 살아남은 단일종이라는 말로 수식해야 더 적당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럼 호모 사피엔스는 어떻게 단일종으로 살아남았을까요? 초기 호모 사피엔스의 소뇌가 네안데르탈인의 소뇌의 8배 크기나 된다는 기사(2018년 4월 26일 동아사이언스 기사 '우리가 네안데르탈인이 아니라 호모 사피엔스인 이유, 뇌 구조!')를 보겠습니다.

 

소뇌는 언어 능력, 집중력 등과 연관이 있는 부위입니다. 소뇌가 클수록 언어처리능력, 집중력, 상황에 맞게 지식을 재구성하는 인지유연성이 뛰어나다고 합니다. 약 3만년전 멸종한 네안데르탈인은 전염병이나 기후변화 때문에 멸종한 것이 아니라 사피엔스와의 경쟁에서 뒤처졌기 때문에 멸종했다는 가설이 가능한 것입니다.

 

피셔는 호모 사피엔스는 아프리카를 떠날 당시 특별히 복잡한 언어를 사용한 반면 네안데르탈인들은 단순한 형태로 된 단어들로만 의사 소통을 했다고 말합니다. 피셔는 "언변이 좋은 호모 사피엔스가 데이트에 더 성공적이지 않았을까?"란 말을 합니다.(139, 140 페이지) 피셔는 인간의 언어가 15만년전부터 존재했다는 관점을 여러 언어학자가 조심스럽게 밝히고 있다고 말합니다.(164 페이지)

 

피셔의 책을 읽으면 인간이 언어를 사용함으로써 사회적 소통을 원활히 할 수 있게 되었다고만 보는 것은 단편적임을 알게 됩니다. 즉 인간은 언어를 사용함으로써 보이지 않는 과정과 대상에 대해 상상해 말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실재뿐 아니라 가능성을 발명하고 설명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그러나 이에는 그늘이 따릅니다. 바로 거짓말을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피셔는 이런 그늘에 대해 몇 차례 언급했습니다. 사피엔스라는 뛰어난 영장류가 종종 지혜와는 반대로 행동하여 자신들의 생존이 달린 지상의 조건들을 파괴하는 것 같다(124 페이지) 같은 말을 통해 알 수 있는 바입니다. 이 말을 접하며 저는 호모 라피엔스는 지구뿐 아니라 자신들이 사는 사회, 세상에 대해서도 약탈적 존재는 아닐까, 란 생각을 합니다.

 

피셔에 의하면 지금은 인류세입니다.(124 페이지) 약 30만년전 세상의 빛을 본 호모 사피엔스야말로 지구와 대기의 흐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존재입니다.(64 페이지) 제가 사는 연천에는 전곡리 구석기 유적지가 있습니다. 입구의 방문자센터 복도에 B.C 40000이란 숫자가 있습니다.

 

석기 시대의 조각상인 홀레펠스의 비너스가 35000년전에서 40000년전 작품으로 추정된다(240 페이지)니 단서 거리로 다가옵니다. 홀레펠스의 비너스는 거대한 가슴을 가진 상아(象牙) 조각상입니다. 흥미로운 기사가 있습니다. 우리는 뚱뚱한 비너스 조각상들을 다산(多産)이나 미(美)의 상징으로만 보아왔지만 먹기 힘들어진 절박한 시기에 등장하기 시작한 것이 비너스 조각상이라는 것입니다.(사이언스 타임스 2020년 12월 3일 기사 '뚱뚱한 비너스의 원인이 기후변화 때문이다? - 비너스 조각에 대한 새로운 해석 나와')

 

기사에 말이 인용된 의사이자 인류학자인 존슨 박사는 뚱뚱한 비너스는 젊은 여성들 특히 빙하와 가까운 곳에 사는 여성들에게 이상적인 신체 크기를 만들기 위해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합니다. 기사에 의하면 빙하가 한창일 때 비너스의 비만 비율이 높고 빙하가 후퇴할 때 비너스의 비만도 감소했습니다. '과학은 미래로 흐른다'는 '빅뱅에서 현재까지 인류가 탐구한 지식의 모든 것'이란 부제를 가진 책입니다.

 

부제에 걸맞게 책은 물리학, 인류학, 생태학, 역사학, 지질학, 기계공학 등 다양한 분야의 이야기를 넘나들며 인간과 지식, 지질시대, 인류세, 생명 등에 대해 깊게 언급했습니다. 머리말에서 피셔는 지식은, 걸려본 적이 없는 사람은 누구도 이해하지 못하는 마법을 가지고 있다는 라이프니츠의 말을 인용했습니다.

 

피셔는 지식이 늘어날수록 세계의 비밀은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깊어진다는 점을 배우는 것은 고통스럽지만 즐거운 통찰의 과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칼 포퍼의 말이 흥미를 자극합니다. 모든 경험은 단지 가설에 기초한 지식만 전달한다는 것입니다.(37 페이지) 닐스 보어가 물리학에 도입한 상보성(相補性)을 설명할 단서가 눈에 띕니다.

 

모든 자연의 서술에는 첫 번째 요소와 반대되지만 동등한 두 번째 요소가 존재한다는 것이 상보성의 의미입니다. 입자이자 파동인 빛이라는 말을 하지만 하나의 실험 안에 두 가지를 모두 연구하는 방법을 구상할 수는 없다고 합니다.(35 페이지) 아인슈타인은 빛의 본성에 대해서는 상보적 서술이 필요하다고 보았습니다. 피셔는 이런 이중성은 계몽주의 사고보다 낭만주의 정신과 훨씬 잘 어울린다고 말했습니다.(33 페이지)

 

피셔는 예술뿐 아니라 과학에서도 이중성은 잘 드러난다고 말했습니다.(234 페이지) 아인슈타인은 자신이 경험한 과학의 기본 법칙을 인간 정신의 자유로운 창조라고 밝혔습니다. 이론의 기초들이 가진 순수한 허구적 특성이란 말이 인상적입니다. 피셔는 우리가 인간의 생산 활동에서 예술과 과학의 상보적 결속을 발견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237 페이지)

 

피셔의 박식(博識)은 제게 자극을 줍니다. 저는 심괄이라는 중국 송대(宋代)의 박학(博學)의 인물을 소개하는 것에서 그런 점을 느낍니다. 심괄은 천문학, 수학, 물리학, 지리학 등에 뛰어났으며 구양수(具陽脩), 소식(蘇軾) 등과 교류했습니다. 심괄은 자북(磁北)과 진북(眞北)이 약간 다르다는 사실을 알았을 정도로 대단한 인물이었습니다. 아니 심괄과 소식이 교류했다기보다 심괄이 소식을 모함했다고 해야 옳을 것입니다.

 

심괄은 공중누각이란 말을 한 사람이기도 합니다. 과학사를 공부하고 가르치는 피셔이기에 낯선 송나라의 오래전 학자에 대해서도 언급했을 것입니다. 빛의 상보성, 예술과 과학의 상보성이 피셔 책의 핵심어라 해도 될 것입니다. 피셔의 책을 통해 인류 이야기는 예술, 과학 등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피셔에 의하면 시각을 담당하는 대뇌피질 영역은 화가의 작업실 같다고 말합니다.

 

뇌는 세계를 보면 그림을 그린다는 뜻입니다. 책의 말미에서 다시 아인슈타인의 말이 소환되고 그의 이론이 소개됩니다. 그의 말은 자신이 구상하는 이론들은 인간 정신의 자유로운 발명이라는 것이고 이론은 상대성 이론입니다. 피셔에 의해 상대성 이론은 시간과 공간이 독립적 실존을 잃고 시공간으로 통합되어 새 삶을 시작했다는 말로 소개됩니다.(250 페이지)

 

앞 부분에서 피셔는 상대성을 시간과 공간이 서로 종속된다는 말로 설명했습니다.(67 페이지) 18, 19세기 독일의 지리학자, 자연과학자, 박물학자, 탐험가였던 훔볼트도 소개할 만합니다. 그는 공간을 보는 것은 시간을 보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 사람입니다.

 

피셔는 인간이 자연에서 법칙을 발견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에 법칙을 부여한다고 말한 칸트에 대해 말합니다. 하이젠베르크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그는 자연과학은 점점 더 감각으로 직접 느끼는 현상의 생생함을 회피하면서 수학 공식으로 과정의 핵심만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의 ’부분과 전체‘를 다시 읽어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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