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학 특히 지구과학 또는 지질에 집중하다가 잠시 쉴 기회를 얻은 것 같다. 某 출판사로부터 내 주요 관심사와 전혀 다른 분야의 책이 도착했다. 서평을 써야 하는 책이다. '심리학이 조조에게 말하다'. 중국 역사와 심리학의 만남이랄 수 있는 책이다. 심리학으로 삼국지를 재해석한 첫 시도의 책이라고 한다. 심리(心理)라는 말이 오늘의 주제어다.

 

마음의 결이라는 의미의 이 말에서 내가 할 말은 심리학이란 마음의 무늬를 다루는 분야가 아니라 갈라진 마음을 논하는 학문이란 말이다. 갈라졌다는 말은 아프고 상처 입었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쉴 사이 없이 요동하고 분열한다는 뜻이다. 본문에 의하면 유비는 울컥하는 심정을 잘 다스린 사람이다. 울이 鬱은 아니지만 내게는 그늘 즉 얼룩으로 보인다. 얼룩은 마음의 아픈 결이다. 이 책으로 일전(一轉)의 기회를 얻을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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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停年) 후 명예교수로 있는 분께 지질 질문을 하게 되었습니다. 메일 주소는 그 분의 책을 출간한 출판사에 문의해 알았습니다. 지구과학을 전공하신 이 분은 제 질문에 친절히 답해주고 계십니다. 며칠 전 두 번째 질문에 답하시면서는 연천의 은대리 판상절리와 임진강 주상절리를 연필 스케치한 그림을 보내주셨습니다.

 

그림을 잘 그리지는 못하지만 노두를 직접 탐방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론 공부도 중요하고 관찰도 중요하고 상상력 함양도 중요하지요. 그래야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단계에 이를 것입니다. 한 교육학자가 자신만의 컬러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창의성이라 정의한 것이 생각납니다. 보리스 카스텔과 세르지오 시스몬드의 '과학은 예술이다'란 책을 다시 읽고 싶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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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을 뒤져) 지질공부를 하다 보니 연대측정법에 대해서까지 관심을 두게 되었어요. 방사성 탄소 연대측정법의 대안인 OSL(optically stimulate luminescence) 연대측정법이 눈에 띄네요. 문화재는 물론 지층의 나이를 아는데 요긴한 방법이라 들었어요. 요즘 문화, 역사보다 지질, 지형 재미에 빠진 듯 해요. 물론 본령(本領)이던 문화, 역사보다 지질, 지형에 더 재미를 붙이고 있으니 잘못된 것이 아니라 OSL 연대측정법을 통해 양자의 접점을 찾은 듯해 마음이 놓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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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각산에 대해 이야기 할 때 거의 "가노라 삼각산아~"로 시작하는 김상헌의 시조만 예시했다. 이 작품에서 삼각산은 이름만 나올 뿐 구체적 위상은 언급되지 않았다. 다른 산으로 대체해도 좋을 이름이라는 의미다. 매월당 김시습의 삼각산을 언급하지 않은 잘못을 반성한다.

 

"세 봉우리 한데 합쳐 하늘을 찌르고 있으니~"란 첫 구절만으로도 산의 위상을 알게 한다. 이어지는 "꼭대기에 오르면 북두칠성과 견우성을 딸 수 있겠네"란 구절도 의미 있다. 높기에 올라가면 은하수라도 잡을 수 있을 정도라는 한라산의 의미까지 헤아릴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고산 윤선도도 삼각산에 대해 언급했다.

 

"한양의 북쪽이요 고양의 동쪽"이라는 말로 삼각산의 위치를 언급한 고산은 우뚝한 세 송이 푸른 부용(芙蓉) 봉우리란 말로 인수봉, 백운대, 만경봉의 삼각(三角)을 이야기함과 함께 불교적 은유를 마음껏 구사하는 다차원의 시재(詩才)를 선보였다. 김시습이 북두칠성과 견우성을 딸 수 있겠네라 말한 것처럼 윤선도도 삼각산이 북두까지 솟구쳤다고 표현했다. 부지런해야겠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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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형의 빅히스토리 Fe연대기
김서형 지음 / 동아시아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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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빅히스토리 유라시아센터 연구교수 김서형이 말하는 <Fe> 연대기를 보며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 , 를 생각하게 된다. 저자는 인간만을 역사적 분석 대상으로 삼았던 시각과 관점을 넘어 생명과 우주로까지 대상을 확대하려는 시도를 빅 히스토리라 정의한다. 다양한 생명체들과의 공존을 위한 논의 확대는 인류세 논의와도 공명하는 바다


주제는 자기장에서부터 식물의 광합성에 이르기까지 관련되는 것이 철이다. 자기장은 행성이 자전하는 과정에서 외핵의 철 성분이 회전함에 따라 발생한다. 지구 자기장은 시속 1600만 킬로미터 속도로 날아오는 태양풍을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철은 과거 시기의 산소 농도 측정 도구로도 작용한다


호주 필바라에는 검붉은 부분과 흰 부분으로 구성된 산화철 퇴적층이 빈번하게 발견되는 산화철 퇴적층이 있다. 대기 중 산소가 풍부해 철이 산화되면 검붉은 부분이 형성되었고 반대 경우 흰 부분이 형성된 데 따른 것이다. 대기 중 산소 농도는 생명체의 진화와 멸종에 큰 영향을 미쳤던 요소들 가운데 하나다. 철은 포도당을 만드는 데 있어 중요 역할을 한다. 부족하면 광합성을 하지 못하는 것이 철이다


대륙 빙상(氷床; ice sheet)의 철이 온난화로 녹아 바다로 유입되면 식물성 플랑크톤이 증가한다. 이들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온난화를 막는다. 이상한 관계다. 철은 농경이 시작된 이후 잉여 생산물을 얻기 위해 발생했던 일련의 기술 발전 속에서 도시와 국가가 탄생하는 데 필요한 도구와 무기를 만드는 데 매우 중요했던 원료다.


18세기 영국은 증기기관을 원동력으로 하는 새로운 산업을 일으켰다. 대표적인 것이 제철공업이다. 당시 철 제련의 중요 재료로 쓰인 것은 석탄이었다. 증기기관은 소빙기에 나무 대신 석탄을 채굴하는 과정에서 지하 갱도로 흘러드는 물을 퍼올리기 위해 개발한 것이다. 영국은 풍부한 철과 석탄을 이용해 가장 먼저 산업혁명을 이루었다


미국과 구 소련의 우주 경쟁에서도 철은 매우 중요했다. 우주선을 만드는 재료였기 때문이다. 우주선은 초합금으로 만들어지는데 이는 철 함량을 50 퍼센트 아래로 낮추고 니켈과 크로뮴의 함량을 증가시킨 것이다. 별은 수소를 이용해 빛을 낸다. 수소 원자들은 융합해 헬륨을 만든다. 태양은 중심 온도가 1500만도 이상이다


이 온도에서는 수소 원자들이 융합해 헬륨을 만들 수는 있지만 헬륨 원자들이 융합해 다른 원소를 만들기에는 부족하다. 그러나 별이 헬륨을 모두 사용하면 새로운 원소를 만들기 위한 과정이 시작된다. 우주의 온도가 10억도가 되면 헬륨 양성자들이 융합해 점점 더 빠른 붕괴, 융합 과정을 통해 내온, 산소, 규소 등을 만든다. 그리고 우주의 온도가 30억도 정도 되면 규소를 철로 만드는 융합이 시작된다


철을 만들 수 있을 정도로 온도가 높은 별 안에는 수소에서부터 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원소들이 가득 찬다. 그리고 별의 중심이 철로 가득해지면 더 이상 융합은 일어나지 않고 초신성 폭발이 일어난다. 별이 폭발하면서 다양한 원소들이 별의 주변과 우주 전체로 퍼진다. 물론 우주에서 가장 많이 존재하는 원소는 수소, 헬륨으로 98퍼센트에 달한다


헬륨 이후의 원소들은 2퍼센트 정도이지만 이것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결합해 생명체, 인간, 세상의 모든 것들을 만든다. 초기 지구는 오늘날과는 아주 다른 모습이었다. 매우 뜨거워서 모든 것이 녹은 상태였다. , 니켈, 마그네슘 같은 무거운 물질들은 지구 중심으로 가라앉아 지구 핵을 형성했다. 가벼운 물질들은 핵 위를 떠다니게 되었다. 이것이 맨틀이다


아주 가벼운 물질들은 지각을 구성했고 가장 가벼운 물질들은 대기를 형성했다. 이후 오래도록 비가 내려 지구 온도가 내려갔고 바다가 형성되면서 다른 행성들과 달리 생명체가 등장할 수 있는 조건들이 만들어졌다. 138억년 전 아무것도 없었던 우주에서 빅뱅이 나타났고 이후 별과 원소가 등장하면서 우주는 점차 변화했다


온도나 중력 차이에 따라 원소나 물질들이 결합하면서 태양계 형성처럼 이전 우주에는 없던 새 현상이 나타났다. 45억년 전에 발생했던 초신성 폭발로 태양, 지구 등의 여러 행성들이 만들어졌고 달이 만들어졌다. 지구는 탄소, 산소, 질소 등 다양한 원소들로 구성되어 있고 물이 있다


35억년 전에 최초의 생명체가 탄생했고 25억년전에 세포막으로 둘러싸인 핵을 가진 진핵생물이 등장했다. 10억년전쯤 다세포 생명체가 탄생했다. 47500만년전 다세포 생명체들이 바다에서 육상으로 이동했다. 폐로 호흡하게 되었고 다리가 출현했다. 6500만년전 소행성 충돌과 그로 인한 기후 변화로 당시 지구를 지배했던 거대 파충류 공룡이 멸종하고 포유류가 나타났다.


1만년전 농경의 출현은 빙하기가 끝난 것, 급속한 인구 증가 등과 관련이 있다. 저자는 우주 탄생 이후 별과 행성이 만들어지고 다양한 생명체들이 탄생하고 진화하는 빅히스토리의 관점에서 인간은 끊임 없이 주변 환경과 상호작용했다고 말한다.(283 페이지) ‘Fe 연대기는 흥미진진한 책이다. 우주, 지질, 기후, 생태에 이어 인류세 논의까지 아우른 책이면서 흥미 있게 읽힌다. 우리가 빅히스토리를 읽는 이유는 인류세를 논해야 하는 위기상황을 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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