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 K는 가장 깊고 어둔 곳에 울음방 하나를 만드는 것을 명심하고 집을 짓는다고 한다.(한이나 시인의 ‘울음방‘ 참고)

이전 같았으면 K가 누구인지 궁금해 했겠지만 나이 드니 누구나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굳이 특정인만의 사연이 아니란 생각이 든다. 몇년 전 일본 도쿄 신주쿠 지역의 한 호텔에 하룻 밤 내내 마음껏 울 수 있는 울음방이 생겼다.

다만 이곳은 20대에서 40대까지의 여성들을 위한 전용 공간이다.

며칠 문 걸어 잠그고 숨어 개화를 감상하고 싶다고 했던 한 문인이 생각난다.

이 역시 울음방처럼 굳이 고유 명사가 필요하지 않은 것일지도 모른다.

나는 지금 예상하지 못한 독감으로 앓아 누워 있다. 아, 왜 하필 지금인가?

˝뒤척임과 뒤척임 사이/ 목마름과 목마름 사이˝(염명순 시인의 ‘감기‘ 중에서) 나는 그저 침대 하나만 있는 방을 만들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아프든 울든 오로지 그것 하나만 할 수 있는 방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할 만큼 나는 스스로 산만한 시간들을 만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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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를 읽는 새로운 시선
최재정 지음 / 홍시 / 2015년 4월
평점 :
절판


 

도시(都市)의 도()는 모든 것을 갖추었다는 의미이고 시()는 교환이 일어나는 장소를 의미한다. 우리에게 도시는 무엇인가? 릴케는 사람들은 죽기 위해 도시로 몰려온다는 말을 했고 프랑스의 신학자 자크 엘륄은 카인이 도시를 세웠다는 말을 했다. 하나님의 에덴을 자신의 도시로 대체했다는 의미이다.

 

도시 역사 문화 전문가이자 지리학자인 조엘 코트킨은 도시는 인류의 예술, 종교, 문화, 통상(通商), 기술의 대부분이 태어난 것이라 말한다.(‘도시, 역시를 바꾸다’ 16 페이지)

 

최재정은 도시를 읽는 새로운 시선에서 도시가 지속가능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을지 여전히 많은 의문이 남지만 다행스럽게도 지금까지는 도시가 인류에게 준 혜택이 훨씬 크고 강렬하게 보인다고 말한다.(21 페이지) 도시에 대해 다시 관심을 갖는 것은 미국의 건축 비평가, 문명 비평가, 역사가 루이스 멈퍼드(1895 1990)의 도시론을 접하고서부터이다.

 

멈퍼드는 고대 도시에는 종교로 사람들을 통합하는 구심점인 신전을 중심으로 군영(軍營), 창고(倉庫), 시장(市場), 사제들의 재생산 기관인 학교와 문서고, 병원과 목욕탕, 신과 인간의 교류를 매개하는 극장과 경기장 등이 있었다고 말했다.(‘역사 속의 도시’ 12, 13 페이지)

 

물론 이 이전인 지난 해 9월 소 논문격의 글을 쓰기 위해 서울시립 미술관에서 열린 자율진화도시전을 감상한 것부터 거론해야 옳겠다. 최재정은 러시아 태생의 프랑스 철학자 알렉산더 코제브가 반지를 반지이게 하는 것은 반지의 빈 공간이라는 말을 한 것을 상기시키며 도시를, 아직 구현되지 않은 영원한 여백을 품은 공간으로 정의한다.(24 페이지)

 

도시를 읽는 새로운 시선3부로 이루어진 책이다. 1부 현대 도시 여행, 2부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를 넘어서, 3부 내일의 도시, 도시의 내일 등이다.

 

저자는 첫 삽을 뜬 지 100년도 더 지난 지금도 공사가 진행중인 바르셀로나의 성가족 성당(안토니오 가우디 설계)을 예로 들며 아름다운 건축물에 의해, 그리고 정책적 비전 또는 자연환경이나 역사, 음식, 미술, 때로는 도시민의 생활문화에 의해서도 도시의 운명은 새롭게 재창조된다고 말한다.

 

이 부분에서 카우퍼(J. M 카우퍼)가 한 신은 인간을 만들었고 인간은 도시를 만들었다.”는 말을 거론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도시를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보아야 하는 이유는 지표면의 2%를 차지하고 있는 도시가 세계 자원의 75% 이상을 소비하며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을 수용하고 있기 때문이다.(43 페이지)

 

저자는 현 시대를 창의성이 부의 원천이 되는 시대로 진단한다.(67 페이지) 비록 부패, 무능한 정권에 의해 그 의미가 왜곡, 변질되었지만 창의성은 중요한 덕목이다. 지금은 다학제적(multidisciplinary) 사고를 통해 창의성을 발휘하는 인재가 주목받는 시대이다.

 

창의 도시는 보헤미안 지수가 높다. 보헤미안 지수는 화가, 무용가, 작가, 배우 등 예술가들이 얼마나 사는지를 나타내는 지수이다.(71 페이지) 보헤미안 지수가 낮은 곳은 인재 지수도 낮게 나타난다.

 

창의성은 도시의 생존이 걸린 제1 명제가 되었다. 현대의 많은 건축가가 자연과 문화, 예술, 더 나아가 산업이 자연스럽게 융합된 창의도시 건설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세계의 도시들은 창의도시 개발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74 페이지)

 

오늘날 도시를 디스토피아로 만든 것은 산업화에 따른 인구 집중이다. 주택, 교통, 인프라, , 오염, 쓰레기, 녹지 공간 감소, 슬럼 등이 주요 문제들로 대두되고 있는 현실이다.

 

필연적으로 도시인들은 고향 없는 세대이다.(102 페이지) 프랑스 작가 아나톨 프랑스는 처음으로 도시를 설계한 사람들은 유토피안이라는 말을 했다. 그에 의하면 유토피아는 모든 진보의 원리이고 더욱 좋은 미래를 위한 시도이다.(112 페이지)

 

물론 유토피아 추구의 바탕에는 현실 문명 비판이 있다. 로버트 오웬은 산업 도시에 대한 대안적 구상을 실험한 최초의 유토피아 사회주의자이다.(120 페이지) 유토피아 사회주의는 20세기 현실사회주의의 붕괴와 더불어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122 페이지)

 

21세기 도시 경쟁력에서 가증 중요한 요소로 주목받고 있는 것이 어메니티(amenity) 개념이다.(129 페이지) 쾌적한, 기쁜 등의 감정을 표현하는 라틴어 아모에니타스에서 유래한 이 말은 단순한 미적 개념이 아니라 환경적 개념으로서 종합적인 삶의 쾌적함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저자는 지속가능한 도시 만들기는 지역 특성에 바탕을 둔 창조적인 아이디어와 주민 참여, 행정과의 협력의 산물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다양성이 중시되는 21세기에는 환경, 정보, 복지, 문화, 교육, 여성의 시대이자 생명 존중의 시대이다.(129 페이지)

 

루크 리트너는 도시의 르네상스란 책에서 예술은 도시 재생과 재활에 결정적인 기여를 한다는 말을 했다.(131 페이지) 미래 사회에서는 국민총생산(GNP) 대신 국민총매력지수(GNC: gross national cool)가 부를 측정하는 기준이 된다고 한다.

 

저자는 도시의 매력을 측정하는 지수로 네 가지를 든다. 재미, 정체성(identity), 이야기(narrative), 품위(elegant) 등이다. 인간은 호모 사피엔스인 한편 호모 루덴스이다. 브랜드화를 통한 도시 가치 향상이 필요하다. 특히 지방 도시에서. 우리는 우주 공간이나 다른 행성에 도시를 건설하는 미래를 그릴 수 있다.

 

저자는 도시는 현대인의 요람이자 무덤, 인간의 손으로 창조한 우주라고 말한다.(210 페이지) 스페이스(space), 유니버스(universe), 코스모스(cosmos) 모두 우주로 번역된다.

 

그러나 저자가 말하는 우주란 코스모스라 해야 옳다. 스페이스는 인간이 갈 수 있는공간을 말하고 유니버스는 별과 은하로 채워진 거대한 우주를 말한다. 코스모스는 유니버스+알파이다.(‘알파는 인간의 주관적 요구사항이다.: 2014121일 세계일보 기사. 박석재 교수 글 ‘space, universe, cosmos’ 참고)

 

도시는 이미 지난 시간들(과거)과 현재와 아직 실현되지 않은 미완의 여백(미래)을 모두 품고 있다고 말하는 저자는 우리가 공간을 창조하는 순간 우리의 삶은 그 공간의 지배를 받는다고 덧붙인다.(214 페이지) 장소는 고정된 것이지만 공간은 창조하는 것이라는 강남순 교수의 글(‘배움에 관하여참고)이 생각난다.

 

만들되 대안적인 지속가능한 공간을 창조해야 덜 고생한다는 비근한 말로 이해해도 될지 모르겠다. 오독이 아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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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새로운 문화중심지로 떠오르고 있는 암스테르담의 베스터가스파브릭은 가스 공장을 폐하고 만든 공원이다. 윤동주 문학관이 수도 가압장과 그에 부속된 기계실을 개조해 만들어진 것처럼.

 

윤동주 문학관은 기계실이었던 곳을 영상실로 활용하고 있지만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경우 가스공장의 보일러실이었던 곳을 영화관과 에스프레소란 이름의 커피숍으로 활용하고 있다.

 

내가 접한 여러 도시론 가운데 루이스 멈퍼드의 것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고대 도시에는 종교로 사람들을 통합하는 구심점인 신전을 중심으로 군영(軍營), 창고(倉庫), 시장(市場), 사제들의 재생산 기관인 학교와 문서고, 병원과 목욕탕, 신과 인간의 교류를 매개하는 극장과 경기장 등이 있었다는 말을 했다.

 

도시, 하면 카페를 빼놓을 수 없다. 궁금한 것은 지금의 우리가 누리는 카페문화는 언제 시작되었는지이다. 요즘 나는 서울에 가 식사를 한 뒤에는 반드시라 해도 좋을 만큼 커피숍을 들르고 있다.

 

그때마다 빠지지 않고 연출되는 장면이 있다. 노트북으로 문서 작업을 하는 사람들의 모습이다. 나는 이런 모습을 보며 매번은 아니지만 노동의 의미를 음미하곤 한다. 작년에 타계한 박이문 시인/ 철학자가 이런 말을 했다.

 

이 까페가 생긴 것도, 저 비어홀이 생긴 것도 노동의 결실이고 저 분수, 저 쇼윈도, 이 십자로 전체가 아름답게 보이는 본질적인 이유는 그것들이 모두 노동의 열매이기 때문이다..(1997년 출간 '다시 찾은 빠리 수첩' 237 페이지)

 

그런가 하면 박홍규 교수는 사르트르가 주로 부르주아 가정이 아닌 거리의 카페에서 먹고 일하며 행복을 추구했고 누구에게나 공개된 카페에서 아무런 비밀이나 벽도 없이 함께 나누는 삶을 예찬하고 평화를 파괴하는 침략 전쟁을 거부했으며 거리의 사상과 문학을 추구했다는 사실 등에 근거해 그를 아나키즘 사상가로 정의했다.(2008년 출간 '카페의 아나키스트, 사르트르' 참고)

 

이런 환경을 꿈꾸기에 현대는 그로부터 너무 멀리 떨어져 있는가? 나는 그 허와 실을 헤아리기 위해 정수복 교수의 '파리일기'(201826일 출간)를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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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남부에 남은 세종(世宗)의 발자취를 조사, 정리하는 숙제를 해야 한다.

마음이 언제 움직일지 장담할 수 없다. 안산, 광명, 수원, 화성, 평택, 용인, 성남, 광주(廣州), 이천, 여주, 안양 등 경기 남부의 여러 지역들 가운데 하나를 골라야 한다.

세종의 능인 영릉(英陵)이 있는 여주는 너무 많이 알려져 하기 싫고 내가 살고 싶었으나 이주에 실패한, 퇴촌(退村)이 있는 광주는 우울해 하기 싫고...

동기들의 숙제를 열람하지 않아 장담할 수 없지만 나는 아픔이나 기쁨 등 인간 이도(李祹)의 인간적 면모에 초점을 두고 숙제를 할 생각이다.

세종은 재위시 다섯 차례 왕릉을 조성했다. 그가 아버지 태종(太宗)의 승하(昇遐)에 대해 어떻게 반응했는지 특별히 알려진 것이 없어 그의 정감을 아는 데 한계가 있지만 그는 총애해마지 않았던 맏딸 정소공주가 열세 살에 죽자 염(殮)을 못할 정도로 시신을 오래도록 끌어안고 있었다고 알려져 있다.

세종은 며느리를 얻는 과정에서도 큰 아픔을 겪었다.

세자와의 사이가 아주 좋지 않았던 문종의 첫 번째 빈인 휘빈 김씨는 세자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세자가 사랑하는 여인의 신을 태워 가루를 내 술에 타 마시게 했고 두 번째 빈인 순빈 봉씨는 동성애로 물의를 빚고 쫓겨났다.

세 번째 빈이 바로 단종을 낳은 현덕왕후 권씨이다. 권씨는 출산 후 이틀만에 세상을 떠났다.

세종의 인간적 면모라 했지만 문종이 빈(嬪)과 악연으로 만나지 않았다면 역사는 달라졌을까, 하는 부질 없는 상상을 하게 된다.

권씨는 안산군 치지고읍산(治之古邑山)에 매장되었다가 후에 남편 문종의 현릉(顯陵: 경기도 구리 동구릉 중 하나)으로 이장되었다.(신병주 교수 지음 ‘조선왕실의 왕릉조성’ 66, 67 페이지)

이재영은 현덕왕후 권씨가 묻혔던 곳이 현재의 경기도 시흥 군자봉 자락이라 말한다.(‘조선 왕릉, 그 뒤안길을 걷는다’ 78 페이지)

조선은 왕들이 거의 예외 없이 가족 중의 누군가를 죽인 패륜의 나라(인류학자 김현경의 표현)이거나 세종이나 정조처럼 성격은 다르지만 슬픔으로 얼룩진 나라였다.

자꾸 이렇게 슬픔만 보이는 것은 내가 나이가 들었다는 뜻이겠다. 순응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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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6개월간 알라딘에서 산 책들이다. 새 책 두 권, 중고 24권.

기록을 보니 종로에서만이 아니라 신촌, 잠실신천, 잠실롯데월드타워점, 수유 등에서도 샀다.

갈증 때문에도 샀고 습관적으로도 샀고 그냥 나오기가 미안해서도 샀고 당장 필요하지 않지만 언젠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어서도 샀다.

다른 곳(종로서적, 영풍문고, 교보문고, 혜화동 동양서림 등)에서 산 책들은 계수하지 않았다.

약소한 책 구입 기록일 뿐이다. 이제 다시 책을 사러 서울에 갈 때가 되었다.

집에서 두 시간 정도 걸리는 종로까지의 거리가 멀게 느껴지지 않는 것은 익숙해져서이기도 하고 좋은 사람들을 만난다는 기대감 때문이기도 하지만 결정적으로는 책을 살 기회가 있어서이다.
나는 같은 책을 두 번 산 적이 몇 번 있을 뿐이니 책 중독자는 아니라 생각하면서도 책이 없으면 허전함을 느끼니 그런가 싶기도 하다.

살 책은 많고 읽을 시간과 능력이 부족해 힘들 뿐 나는 나다.

1. 일만 마리 물고기가 산을 날아오르다(2017년 8월 20일. 조용미 시집)
2. 드므(9월 27일. 김해경 소설. 새책)
3. 조선의 9급 관원들
4. 심리학으로 보는 조선왕조실록
5. 서울역사문화탐방(이상 11월 3일)
6. 고려왕릉(11월 8일. 새책)
7. 아빠가 알려주는 문화유적 안내판
8. 역사로 여는 과학문화유산답사기 1(이상 11월 9일)
9. 아큐정전
10. 과학을 읽다(정인경 인문과학서)
11. 왕비로 보는 조선왕조(이상 11월 18일)
12. 동양철학 스케치 2
13. 너는 너를 지나 무엇이든 될 수 있고(이상 11월 22일. 김경수 문학평론집)
14. 사진으로 읽는 하늘과 바람과 별 - 책으로 만나는 윤동주
15. 과학의 불교(이상 12월 8일)
16. 그럼에도 페미니즘
17. 구성주의와 자율성(이상 2018년 1월 12일)
18. 대학은 누구의 것인가(채효정 인문서),
19. 한양도성(이상 2018년 1월 20일. 전우용)
20. 간송 전형필
21. 한용운
22. 밖으로부터의 고백(정은경 문학평론집)
23. 은유의 힘(이상 1월 31일. 장석주 시론집)
24. 답사의 맛
25. 배움에 관하여(강남순 인문서)
26. 심리학의 도(이상 2월 2일. 진 시노다 볼렌 인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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