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울 수 없는 흔적 - 진화는 왜 사실인가
제리 코인 지음, 김명남 옮김 / 을유문화사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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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꽤 진지하면서도 흥미롭고 유익한 진화생물학 책이다. 저자 제리 코인은 초파리를 주된 연구 대상으로 하는 진화생물학자다. 리처드 르원틴의 제자다. 부제는 ‘진화는 왜 사실인가‘다. 저자는 자신의 책에서 유전학, 고생물학, 지질학, 분자 생물학, 해부학, 발생학 등 현대의 여러 연구를 하나로 짜깁기할 것이라 말한다. 개인적인 이야기이지만 이 책은 10년전부터 서재에 꽂아두고서도 읽지 않았던 또는 못했던 책이다. 읽지 못했다는 편이 맞을 것이다. 이 책을 읽게 된 것은 한 기독교인이 쓴 창조론과 지적설계론 등 반진화론 진영의 주장을 가차 없이 공격한 책에 소개된 책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인상적이게도 진화론을 인정한다고 해서 자포자기하는 허무주의자가 될 필요도 없고 삶의 목적과 의미를 빼앗길 필요도 없다고 말한다. 진화가 반드시 무신론을 진작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이런 점에서 저자의 책은 무신론, 하면 생각나는 리처드 도킨스 등과 생각의 결을 달리 한다.

 

대륙 이동설의 메커니즘이 판구조론이듯 진화의 메커니즘은 자연선택이다. 저자에 의하면 진화의 특성인 점진주의가 종이 늘 일정한 속도로 진화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한 종도 진화적 압력이 강해졌다 약해졌다 함에 따라 진화 속도가 빨라졌다 느려졌다 한다. 종은 유전자를 교환하는 집단을 말한다. 따라서 종이 분화한다는 것은 유전자를 교환하지 못하는 집단이 생겨나는 것을 말한다. 진화, 하면 다윈을 빼놓을 수 없다. 다윈 이전에도 진화는 있었다. 다윈에게는 유전적 지식이 없었다. 다윈과 알프레드 러셀 월리스는 자연선택 이론을 같은 시기에 생각했다. 다윈은 선택의 개념을 상술하고 증거를 대고 여러 의미를 탐구했다. 월리스는 찰스 라이엘과 같이 진화 개념은 승인하면서도 자연 선택이 인간의 고차원적인 정신적 재능을 설명할 수 있다는 주장은 믿지 않았다.(273 페이지)

 

인간의 고환 발생 프로그램은 어류와 가까웠던 선조로부터 물려받은 것이다. 자연선택은 이처럼 완벽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이전 것을 개량한다. 같은 차원에서 저자는 진화적 변화는 거의 언제나 옛것을 새것으로 개조하는 과정이라 말한다.(89 페이지) 생물학자들은 진화를 인정했으면서도 그것의 원인이 다른 데 있을 것이라 생각하다가 한참 후 자연선택을 인정했다. 저자는 과학에서 이론은 사물의 방식에 대한 하나의 추론 그 이상이라 말한다.(41 페이지) 그것은 수많은 엄밀한 진술들의 집합이다.

 

생물학 진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화석이라 할 수 있다. 화석 생성 과정은 단순 명쾌하지만 굉장히 특수한 조건들이 갖추어져야 한다. 동식물의 유해가 물에 빠져 바닥으로 가라앉아야 하고 금세 침전물에 덮여야 한다. 유해가 묻히면 골격의 단단한 부분에 용해 미네랄이 침투한다. 또는 아예 미네랄이 그 자리를 대치한다. 결국 생물체의 주형(鑄型)만이 남고 계속 그 위에 쌓이는 침전물의 무게에 짓눌려 주형은 돌로 굳는다. 생명 역사에서 80 퍼센트가 넘는 기간은 모든 종이 부드러운 몸을 가지고 있던 시기였다. 화석은 끊임없는 지각 이동, 접힘, 열기 압력을 견디고 살아 남아야 하고 사람에게 발견되어야 한다. 대부분의 화석은 땅 속 깊숙이 있어 우리 손이 닿지 않는다.

 

아이러니하게도 최초에 화석 기록을 순서대로 정렬한 사람은 진화론자가 아닌 창조론자인 지질학자들이었다. 어려운 점은 화석은 보존되지만 환경은 보존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저자는 어떤 두 집단이 공통 선조에서 유래했음을 보여 주기 위해 반드시 그 공통 선조의 화석을 찾아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말을 한다.(67 페이지) 중요한 점은 그 화석이 지질학적으로 올바른 연대에 등장했음을 말해주는 증거가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저자는 같은 차원에서 우리와 유인원 사이의 잃어버린 고리가 발견되기를 기대하는 것은 비합리적이라 말한다.(275 페이지)

 

저자는 많은 종들의 불완전한 설계는 전능한 설계자의 표시가 아니라 진화의 표시라 말한다.(93 페이지) 진화 이론은 흔적 기관의 속성에 아무런 기능이 없다고 말하지 않는다. 기능이 없어서 흔적 기관이 아니라 원래 진화의 목적이었던 그 기능을 더는 수행하지 않아서 흔적 기관이다. 인간의 꼬리뼈는 대표적 흔적 기관이다. 기능하지 않는 유전자를 유사 유전자라 한다. 인간의 유사 유전자 중 가장 유명한 것은 GLO다. 거의 모든 포유류는 비타민 C 합성 경로를 가지고 있다. 모든 영장류의 선조가 비타민 C 생성 능력을 망가뜨리는 돌연변이를 가지고 있었고 그것이 자손들에게 전달되었다. 침팬지, 고릴라, 오랑우탄, 기니피그, 과일 박쥐 등이 비타민 C를 체내 합성하지 못한다. 인간도 그렇다.

 

인간의 GLO 유전자 서열은 침팬지와 굉장히 비슷하고 오랑우탄과는 차이가 있다. 기니피그의 서열은 영장류와는 전혀 다르다. 먼 친척끼리보다 가까운 친척끼리 DNA 서열이 더 비슷하다. 인간은 다른 종의 죽은 유전자도 품고 있다. 바이러스가 그것이다. 내생성 레트로 바이러스는 자신의 게놈을 복사한 뒤 숙주종의 DNA에 끼워넣는다. 바이러스가 정자나 난자를 만드는 세포를 감염시키면 미래 세대에게 전달될 수 있다. 인간의 게놈에는 그런 바이러스가 수천 개 존재한다. 대부분 돌연변이로 무해하게 변했다. 이는 고대에 우리 선조가 바이러스에 감염된 흔적이다. 일부는 인간과 침팬지의 염색체에서 정확하게 같은 위치에 존재한다. 만일 바이러스가 두 종에 독자적으로 삽입되었다면 정확히 같은 위치에 끼어들 확률은 거의 없었을 것이다. 공통 선조를 강하게 암시하는 증거다.

 

우연성과 법칙성의 독특한 상호 작용을 파악하지 않고는 진화를 이해할 수 없다.(161 페이지) 우연성은 중요하다. 동식물의 확산은 바람, 해류, 이주 기회 같은 예측불허의 변덕스러움에 달렸다. 하지만 법칙성도 있다. 진화 이론이 예측하는 바 새롭고 텅 빈 서식지에 도착한 동식물은 그곳에서 진화하며 번성할 것이고 새로운 종을 형성할 것이고 빈 생태 지위(Niche)를 메울 것이다. 자연 선택에 의한 적응이 이루어지려면 조건이 필요하다. 첫째, 시작 집단에 변이가 존재하기. 둘째, 변이의 일부는 유전자 변이에서 기인하기. 셋째, 유전적 변이 때문에 개체의 후손을 남길 확률이 바뀌기 등이다.

 

유전적 변이는 돌연변이에 의해 생긴다. 이는 DNA 서열이 우연히 바뀌는 것으로 보통 세포 분열 도중 DNA 복사에서 실수가 생겨 일어난다. 돌연변이는 무작위적이다. 무작위적이란 개체에게 주는 유용성과 무관하다는 의미다. 진화에서 모든 것은 우연히 벌어진다는 생각은 틀렸다. 진화가 무작위적인 돌연변이만으로 굴러간다면 종들은 금세 퇴화하여 멸종할 것이다.(174 페이지) 우연만으로 개체의 경이로운 적응 현상을 설명할 수 없다. 자연선택은 명백히 무작위적이지 않다. 자연선택은 강력한 형성력이다. 다른 유전자에 비해 전수될 가능성이 높은 유전자만을 축적함으로써 개체가 환경에 더 잘 대응하도록 만들어준다.

 

생물체의 적응 메커니즘은 돌연변이와 선택 - 우연성과 법칙성 - 의 독특한 조합에서 읽어낼 수 있다.(174 페이지) 자연선택이 진화의 유일한 과정은 아니다.(178 페이지) 진화의 한 종류인 유전자 부동(浮動)은 유전자 빈도가 무작위로 변하는 현상을 말한다. 유전자 부동은 어떤 속성이 보유자에게 유용한지 아닌지와 무관하게 대립 유전자의 빈도를 바꾼다. 선택은 늘 해로운 대립 유전자를 없애고 이로운 대립 유전자의 빈도를 높인다.(179 페이지)

 

종 분화가 없다면 생물 다양성도 없다. 스티븐 핑커는 '언어 본능'에서 언어와 종(種) 분화의 놀라운 유사성과 차이에 대해 논했다. 지리적 종 분화 이론은 지리적 격리가 종의 기원의 첫 단계라는 생각을 말한다. 격리된 상황이 아닐 경우 집단들을 다른 방향으로 몰아가려는 선택의 힘이 그와는 달리 개체들을 계속 만나게 하여 유전자를 섞는 상호 교배의 힘과 맞서야 한다. 격리를 추동하는 힘과, 만남을 계속 하게 하는 힘은 중력과, 별의 복사압의 대결을 떠올리게 한다. 제리 코인에 의하면 지리적 격리는 흔하다. 산맥이 솟고 빙하가 확산하고 사막이 생기고 대륙이 움직이고 한 덩어리였던 숲이 가뭄 때문에 둘로 나뉘고 그 사이에 초원이 생긴다.

 

저자는 생물학자들이 종의 형성 과정을 발견하는 방법은 천문학자들이 별의 진화 과정을 발견하는 방법과 비슷하다고 말한다. 두 과정은 너무도 느리다. 창조론자들은 우리가 생애 내에 종이 진화하는 장면을 목격하지 못한다면 종 분화는 일어나지 않은 것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이는 잘못이다. 우리가 하나의 벌이 완전한 생애 주기를 다 겪는 것을 목격하지 못했으니 별은 진화하지 않는다는 주장 또는 우리가 새로운 언어가 생겨나는 것을 목격하지 못했으니 언어는 진화하지 않는다는 주장과 다름 없다.(259 페이지)

 

저자가 말했듯 인간은 다른 유인원들에서 유래한 유인원이고 우리의 가장 가까운 사촌은 침팬지이고 우리의 선조와 침팬지의 선조는 수백만년전(7백만년전)에 아프리카에서 갈라졌다는 사실은 반박할 수 없는 사실이고 이는 우리의 인간성을 훼손하기는커녕 만족과 감탄을 안겨주어야 마땅하다.(270 페이지)

 

인간을 호모 사피엔스라 명명한 뒤 해부학적 유사성에 근거해 원숭이 유인원과 한데 묶은 사람이 스웨덴의 생물학자 칼 린네다. 인간은 현대 유인원의 진화에서 홀로 튀어나온 외톨이다.(276 페이지) 다른 유인원들은 사람을 닮기보다 자기들끼리 더 닮았다. 최근의 화석으로 넘어올수록 사람의 속성을 조금 가지고 있던 선조는 뇌는 상대적으로 더 커지고 송곳니는 더 작아지고 치열은 직사각형에서 자세는 점점 직립해야 한다. 화석은 실제로 그런 패턴을 보여준다.

 

인간 선조가 침팬지와 갈라져 나온 뒤 사람쪽 계통수에 존재했던 모든 종을 호미닌이라 한다.(278 페이지) 호미닌 중 가장 유명한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일명 루시)는 20에서 30세 사이의 키 1미터, 몸무게 27kg 정도의 여성이다. 라에톨리 발자국은 오스트랄로 피테쿠스 아파렌시스의 발자국으로 루시의 친족이 낸 발자국이다.(283 페이지) 루시의 발자국은 320만년전 것, 루시의 친족이 낸 라에톨리 발자국은 360만년전 것이다. 루시는 반(半) 포물선 치열과 작아진 송곳니로 유명하다. 루시는 목 위로는 유인원이고, 몸통 중간은 유인원과 호미닌의 특성이 섞여 있고 허리 아래로는 거의 현대 인류다.

 

큰 뇌가 진화한 후 직립한 것이 아니라 직립한 후 큰 뇌가 진화했다. 허리 아래가 현대 인류와 거의 같다는 말은 넙다리뼈가 골반에서 내려오다가 서로를 향해 굽어 있는 데서 나온 말이다.(282 페이지) 화석을 이 이름으로 부르느냐 저 이름으로 부르느냐는 뇌 크기에 따라 나뉜다. 600 세제곱 센티미터가 기준으로 크면 호모, 작으면 오스트랄로피테쿠스로 부른다.(286 페이지) 오스트랄로피테쿠스 루돌펜시스는 뇌 크기가 중간이어서 과학자들 사이에서 호모라고 불러야 할지 오스트랄로피테쿠스로 불러야 할지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도구를 쓴 첫 인간은 호모 하빌리스였다. 호모 하빌리스란 손재주가 있는 사람이란 의미다. 이들 가운데 어떤 뇌 주형에서는 브로카 영역과 베르니케 영역에 해당하는 부위가 부풀어 오른 것이 확인되어 이들이 말을 한 첫 인류가 아닌가 하는 가설이 제기되었다. 호모 하빌리스의 하나인 파란트로푸스 보이세이는 별명이 호두까기 사람이고 110만년전에 멸종했고 자손을 남기지 않았다. 파란트로푸스 로보스투스, 파란트로푸스 아이티오피쿠스도 호모 하빌리스에 속한다. 호모 하빌리스는 호모 에르가스터, 호모 루돌펜시스, 호모 에렉투스 등 다른 호모속 종들과 공존했을지도 모른다.

 

호모 에렉투스는 150만년전쯤 생존했고 30만년전부터 화석기록에서 사라졌다. 아종(亞種)은 서로 구별되지만 교배가 가능한 집단을 말한다. 약 6만년전에 모든 호모 에렉투스 개체군이 갑자기 사라졌고 해부학적으로 현대 호모 사피엔스 화석들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호모 사피엔스는 지상의 모든 호미닌을 떼밀어 냈다.(289 페이지)

 

저자는 인간의 진화 방식에 수수께끼가 있다고 해서 인간이 진화했다는 엄연한 사실까지 의심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설령 화석이 없더라도 우리에게는 비교 해부학. 발생학, 흔적 기관, 생물 지리학이 제공하는 인류 진화의 증거들이 있다. 저자는 사람 게놈에는 단백질 생산 유전자가 25,000개쯤 있으나 그 중 20,000개 이상이 침팬지와 서열이 다르다는 말을 한다. 사람과 침팬지는 해부 구조는 물론 생리작용, 행동, 언어, 뇌 크기와 구조도 다르다, 우리가 영장류 사촌들과 유전적으로 닮긴 했지만 그래도 유인원을 닮은 선조에서 사람으로 진화하는 과정은 상당한 유전적 변화가 필요했을 것이다.(296 페이지)

 

어느 한 유전자로 좁혀서 그 유전자의 돌연변이가 사람/ 침팬지의 차이를 생성했다고 증명하는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다. 어떤 유전자가 사람/ 침팬지 차이를 일으킨다는 것을 확실히 증명하려면 그 유전자를 한 종에서 다른 종으로 옮겨 어떤 차이가 빚어지는지 관찰해야 하는데 누구도 그런 실험은 시도하지 않을 것이다. 이 부분에서 제리 코인의 스승인 리처드 르원틴의 생각을 읽게 된다. 같은 차원에서 저자는 우리 스스로를 진화의 끈에 묶여 춤추는 꼭두각시 인형으로 볼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321 페이지)

 

저자는 유전자는 운명이 아니라고 말한다. 지금도 새상에는 이기주의, 부도덕, 부정이 판을 친다. 그러나 친절하고 이타적인 행동도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양쪽 모두에 진화적 유산에 해당하는 요소가 담겨 있겠으나 이런 행동들은 대체로 선택의 문제이지 유전자의 문제가 아니다.(322 페이지) 저자는 우리가 어떤 유전적 유산을 물려받았든 그것은 우리를 짐승다운 선조의 방식에 영원히 가둬두는 구속복이 아니라 말한다. 진화는 우리가 어디에서 왔는지를 말해줄뿐 우리가 어디로 갈 수 있는지는 말해주지 않는다.(323 페이지)

 

저자는 우리는 진화의 최종 산물이 아니라 진행형의 작품이란 말을 한다. 진화는 과학적 사실이다.(311 페이지) 진화의 허위성을 입증할 가능성이 있는 관찰도 무수히 떠올릴 수 있지만 그런 것은 실제로 하나도 발견되지 않았다.(312 페이지) 선캄브리아 암석에서 포유류가 발견된 일은 없고 사람과 공룡이 같은 지층에서 발견된 일은 없으며 진화적 순서에서 어긋난 화석이 하나라도 발견된 일은 없다. 물론 진화생물학에는 의문과 논쟁이 북적거린다. 진지한 생물학자들은 진화 이론의 주요 요점들에 대해 전혀 이견이 없다. 진화의 세부 방식이나 다양한 진화 메커니즘들의 상대적 역할에 대해 의견 차이가 있을뿐이다.(313 페이지)

 

저자는 요즘은 심리학자, 생물학자, 철학자 사이에 인간의 모든 행동을 다윈주의로 설명하려는 심란한 경향이 심해지고 있다고 말한다.(317 페이지) 다른 동물들의 상황을 확장하여 우리에게 적용할 때는 무척 조심해야 한다. 남성은 여성을 두고 경쟁하기 때문에 몸집이 커진 것이 아니라 노동 분업 때문에 그렇게 진화했을지도 모른다. 저자는 진화적 적응 환경에서 아마도 남자들은 사냥을 했을 것이고 여자들은 아이를 돌보며 식량을 채집했을 것이라 말한다. 이는 여성도 남성 못지 않게 적극적으로 사냥에 참여했을 것이라는 가설과 다른 방향의 진술이다.

 

우리 섹슈얼리티의 모든 측면을 진화로 설명하려는 것은 상당한 정신적 곡해를 낳는다. 책의 끝부분에 중요한 철학적 통찰이 제기된다. 즉 진화가 목적 없고 물질적인 방식으로 작동하는 것이 사실이라도 그렇다고 해서 우리 인생에 아무런 목적이 없다는 뜻은 아니라는 말이다.(323 페이지) 우리는 종교를 통해서든 세속적 철학을 통해서든 삶의 목적, 의미, 도덕을 만들어 간다. 진화는 도덕적이지도 비도덕적이지도 않다. 진화는 존재할뿐이다. 우리는 방대한 진화 계통수에서 하나의 잔가지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그렇다고는 해도 아주 특별한 동물이다.

 

우리는 우주를 지배하는 법칙을 헤아릴 만큼 복잡한 뇌를 자연 선택에 의해 갖게 된 유일한 생물이다.(325 페이지) 이 구절이 책의 대단원(大團圓)이다. 이 책은 프랑스의 분자생물학자 자크 모노가 ’우연과 필연‘의 결말에서 선보인 글과 결이 아주 다른 듯 공명하는 글이다. “옛날의 결속은 깨어졌다. 인간은 마침내 그가 우주의 광대한 무관심 속에 홀로 내버려져 있음을, 그가 이 우주 속에서 순전히 우연에 의해서 생겨나게 되었음을 알게 되었다. 이 우주의 그 어디에도 그의 운명이나 의무는 쓰여 있지 않다. 왕국을 선택하느냐 아니면 어둠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을 선택하느냐 하는 것은 전적으로 인간 자신에게 달려 있다.”(궁리 출판사 출간 자크 모노 지음 ’우연과 필연‘ 257 페이지)

 

자크 모노의 결론은 차갑지 않다. ’지울 수 없는 흔적‘의 저자 제리 코인은 “진화에서 모든 것은 우연히 벌어진다는 생각은 틀린 것이다. 진화가 무작위적인 돌연변이만으로 굴러간다면 종들은 금세 퇴화하여 멸종할 것이다. 우연만으로 개체의 경이로운 적응 현상을 설명할 수 없다.”는 말을 했다.

 

’지울 수 없는 흔적‘은 저자 제리 코인의 스승인 리처드 르원틴의 ’DNA 독트린‘을 읽은 지 10여년만에 읽은 책이다. 2008년 출간된 장대익의 ’다윈의 식탁‘에서 접하고도 기억하지 못한 코인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기까지 한다. 2008년은 우리나라에 ’지울 수 없는 흔적이 번역되기 전이다. 그래서인지 ‘다윈의 식탁’에 나오는 다른 대화자들의 책들은 원서까지 소개되었지만 제리 코인의 ‘Why Evolution is True’(‘지울 수 없는 흔적’의 원서)은 소개되지 않았다.

 

코인이 비중 있게 다뤄지지 않은 탓인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면서 출간 연도를 보니 ‘다윈의 식탁‘이 나왔을 때 코인의 '지울 수 없는 흔적'은 출간되지 않은 상태였다. ‘다윈의 식탁’을 읽은 후 어떤 경로로 ‘지울 수 없는 흔적’을 구입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연도를 보니 코인은 1949년생으로 올해 75세다. 우리나라에는 ‘Why Evolution is True’가 ‘지울 수 없는 흔적’이란 제목으로 번역 출간되었다. 이 책 이전에 ‘Speciation’(2004년), 이후에 ‘Faith Versus Fact’(2015년)가 출간되었다. 이제 두 책 가운데 한 권이라도 번역되기를 바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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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놓친 역사, 공간으로 읽는다 금요일엔 역사책 3
여호규 지음, 한국역사연구회 기획 / 푸른역사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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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사학과를 졸업한 저자가 다양한 공간이론을 접하고 쓴 책이다. 종래 역사 연구가 인간과 시간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는 것이 저자의 진단이다. 이에 공간 중심으로 역사를 보겠다는 것이 저자의 복안이다. 전근대와 근대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 전근대 시기는 공간의 제약을 크게 받았기 때문에 공간적 구분과 차별의 형태로 세계관이나 천하관이 표출되었다. 시간 우위의 역사 인식은 근대사회로의 전환과 더불어 형성되었다.

 

다윈의 진화론은 시간 우위의 역사관의 토대 역할을 했다. 진화론적 사유방식은 지구상에 같은 시기에 공시적으로 존재하는 다양한 사회형태를 시간적 선후를 달리하며 서로 다른 시기에 존재했던 것처럼 재배열했다. 일제도 시간 우위의 역사관을 활용하여 조선에 대한 식민지배의 정당성을 강변했다. 중요한 사실은 인류 초창기에 단순히 자연적으로 주어진 것이던 공간이 역사의 전개와 더불어 끊임없이 새롭게 재생산되며 사회적 산물로 거듭났다는 점이다.

 

저자는 역사에서도 위치뿐 아니라 장소와 공간 등 다양한 개념을 받아들여 역사의 무대인 공간을 여러 각도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고구려의 예는 흥미롭다. 그들은 기본적으로 농경사회였다. 그렇기에 농사에 필수적인 물을 중시할 수밖에 없었다. 이로 인해 고구려인들은 강물이 풍부하게 흐르는 압록강을 신성시하는 정소 정체성을 형성했을 것이다. 장소, 장소 정체성은 그간 주목받지 못한 많은 사료를 새롭게 읽기 위한 중요한 개념 장치다.(50 페이지)

 

장소와 공간은 지리적으로 다른 개념이다. 장소(場所)의 장(場)은 떠오르는 태양<양; ?; 볕 양>을 제사지내던 곳이고 소(所)는 도끼<근; 斤>를 든 지위 높은 자가 있던 곳을 뜻한다. 공간(空間)의 공은 끌 따위의 공구로 꿰뚫은<공; 工> 구멍<혈; 穴>처럼 비어 있는 곳을 의미하고 간은 달빛<월; 月>이 새어드는 문의 빈틈과 같은 어떤 사물의 사이를 지칭한다. 장소가 어떤 행위가 이루어지는 한정된 지점을 지칭한다면 공간은 텅 비어 있는 무한한 공간을 의미한다.

 

공간은 특정 개인이나 집단에게가 아닌 불특정 다수의 모든 사람에게 제공되는 보편적 요소나 의미를 찾고자 할 때 맞는 개념이다. 삼국의 특이함은 주목할 만하다. 삼국은 대체로 6세기 중반을 전후해 격자형 가로구획을 조영(造營)하기 시작했다. 삼국 모두 중앙집권체제를 정비한 후 격자형 가로구획을 조영했다. 대규모 가로구획의 조성과 더불어 기존의 장소감이 거의 소멸되었기 때문에 각 가로구획과 택지의 특성이나 장소감은 각급 사용 주체에게 지급한 이후 새롭게 형성되었을 것이다.

 

새로운 주거지에 대한 도성민의 장소감은 주로 택지 면적의 규모에 의해 형성되고 이는 도성민에게 자신의 신분을 각인시키는 매개 역할을 했을 것이다. 도성의 공간 재배치를 통해 도성민에게 택지 면적을 차등 지급함으로써 자신의 신분적 위상을 자각하여 신분제에 순응하도록 만들고 고대적 신분제를 더욱 견고하게 구축한 것이다. 격자형 가로구획은 왕궁을 정점으로 하는 도성 체제의 위계적 공간구조를 창출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홍순민에 의하면 경복궁 내부에 국왕의 거처뿐 아니라 오늘날의 국회의사당(근정전)과 대통령실(사정전)이 모두 존재했다. 경복궁이 논의된 것은 우리가 타임머신을 타고 삼국 초기의 도성으로 가더라도 경복궁과 같은 왕궁을 만나기 힘들 것이란 말을 하는 과정에서다. 고구려 초기에 가장 중요한 국가제의는 왕궁 좌우의 큰 집에서 거행된 종묘 제례나 사직 제사가 아니라 동맹이라는 제천행사였다.

 

가장 중요한 국가제의는 왕궁 주변이 아닌 압록강이라는 천연의 자연공간에서 거행되었다. 삼국 초기에 왕궁 남쪽의 남당(南堂)은 정치적으로 가장 중요한 중추 공간의 역할을 수행했고 왕궁은 왕이 소속된 부의 정치 중심지라는 위상을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왕궁 역시 사회적 생산 공간이었다. 공간은 인류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존재이지만 근대 역사학에서는 상당히 오랫동안 제대로 대접받지 못했다. 근대사회로의 전환과 함께 각종 교통과 통신 수단의 발달로 공간의 압축과 절멸 현상이 일어났다.

 

시간 우위 역사관의 기준은 서구가 이해한 근대문명이었다. 인류의 역사는 시간과 공간을 두 축으로 삼아 전개되었다. 시간은 매 순간 변화의 흐름을 느낄 수 있지만 공간은 별 다른 변화 없이 언제나 같은 모습으로 존재하는 것처럼 생각하기 쉽다. 거의 모든 역사서는 시간의 변화를 기준으로 서술되었다. 공간을 별도로 다룬 경우는 많지 않다. 저자는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다양한 공간이론을 다소 장황하게 서술했고 공간이론을 한국 고대사에 접목하는 과정에서 다소 성급한 결론을 내린 부분도 없지 않을 것인 바 이는 공간을 통한 역사 연구를 더욱 체계적으로 진행하기 위한 몸부림으로 널리 이해해주실 것을 바란다는 말을 했다.

 

처음 책을 접하면서 어떤 역사의 인물을 시간 흐름에 따라 이해하던 방식을 공간을 중심으로 이해하는 것을 떠올렸다. 그러나 책을 읽고 나니 다소 또는 꽤 다르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서구의 공간 이론을 읽어야 할 필요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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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삶은 서서히 진화해왔다 - 찰스다윈 자서전
찰스 다윈 지음, 이한중 옮김 / 갈라파고스 / 200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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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란 한 개체의 성장 과정이 아닌 여러 대에 걸쳐 일어나는 집단 내의 변화를 일컫는 말이다. 구체적으로는 오랜 세월이 흐른 뒤 집단 내에서 특정 형질의 비율이 크게 달라지는 현상을 말한다. 그런 의미에서 찰스 다윈 자서전인 ‘나의 삶은 서서히 진화해왔다‘(2008년 4쇄)는 적당한 표현은 아니다. 원제는 ’The autobiography of Charles Darwin’이다. 내 개인적으로 다윈에 대해 이전보다 큰 관심을 기울이게 된 것은 후쿠오카 신이치의 ‘생명해류’(2022년 9월 출간)를 읽은 것이 계기가 되었다. 이 책의 부제는 ‘진화의 최전선 갈라파고스에서 발견한 생명의 경이‘다.

 

신이치는 단순히 관광객으로서 갈라파고스를 보러 가는 게 아니라 지금으로부터 약 200년전 어느 가을 멀고 먼 항해 끝에 이 군도에 도달하고 탐험한 비글호의 자취를 따라, 그 경로를 거쳐 섬을 보고 싶었다고 썼다. 다윈 자서전은 손에 넣은 지 10년이 훨씬 넘은 책이다. 이제서야 이 책을 읽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다윈은 선원들을 잘 통제하고 지휘하기 위해 선원들과 식사를 같이 하지 않는 대신 동등한 지위에서 함께 지낼 말 상대를 구한 비글호 함장 로버트 피츠로이로 인해 비글호를 타게 되었다(장수철, 이재성 지음 ’아주 명쾌한 진화론 수업‘ 20 페이지)는 글을 읽은 것이 계기가 되었다.

 

다윈은 신학 및 의학을 공부했는가 하면 오랜 세월 지렁이 연구를 했고 딱정벌레 애호가였고 지질학에도 정통했다. 다윈은 전 생애를 통틀어 외국어 하나도 변변하게 익히지 못했다고 말했다.(26 페이지) 이를 보며 칸트 생각을 하게 된다. 백종현 교수는 ’인간이란 무엇인가‘에서 ”만약 칸트가 라틴어 외에 그리스어도 하고 프랑스어도 하고 영어도 했어야 한다면 칸트 철학은 생겨나지 않았을지 모른다.“(40 페이지)는 말을 했다.

 

다윈은 대학 입시에 필요한 라틴어 및 고전 공부에 서툴렀다고 한다. 다윈은 (내과) 의사인 아버지처럼 피 흘리는 모습을 못 보았다. 다윈은 강제로라도 해부학을 익히지 못한 것을 큰 실수라 말한다. 다윈에게 그것은 그림을 못 그린다는 사실만큼이나 치유 불가능한 약점이었다.(41 페이지) 다윈은 묘한 말을 한다. 아버지의 결정에 따라 의학 공부를 위해 간 에든버러 대학에서의 지질학 강의가 말할 수 없이 지루해 살아 있는 한 결코 지질학 공부를 하지 않겠다고 결심했지만 당시 지질학을 철학적 입장에서 대하려는 준비는 되어 있었다는 것이다.(48 페이지)

 

아들이 의사가 되기를 원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안 아버지는 아들에게 성직자의 길을 가라고 권했다. 다윈은 성경에 나오는 모든 표현의 문자적 의미를 추호도 의심하지 않았기 때문에 신앙을 전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스스로를 설득했다.(55 페이지) 다윈에게 있던 성직에 대한 희망이 사라진 것은 비글호 승선으로 인해서였다. 다윈은 과학의 모든 분야에 박식했던 헨즐로 교수를 존경했다. 다윈에게 큰 영향을 준 두 책은 훔볼트의 ’사적인 이야기‘, 허셜의 ’자연철학 연구 입문’이다.

 

다윈은 헨즐로 교수의 권유로 세지윅을 따라 다니며 지질학을 공부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다윈은 여러 방면의 과학책을 읽었지만 과학이란 것이 사실을 묶어 일반 법칙이나 결론을 끌어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는 점을 전혀 깨닫지 못했다.(71 페이지) 다윈은 헨즐로 교수에게서 온 편지를 받게 된다. 피츠로이 선장이 자신과 함께 무료로 비글호 항해를 따날 젊은 자연과학자에게 기꺼이 선장실의 일부를 내어주겠다고 한 소식을 담은 편지였다. 피츠로이는 후에 다윈이 ‘종의 기원’ 같은 불경스러운 책을 냈다며 매우 화를 냈다.(피츠로이는 자살로 삶을 마감했다.)

 

다윈은 비글호가 가는 곳마다 행한 지질학 탐사로 지질학에 대한 눈을 떴다. 다윈은 라이엘의 ‘지질학 원리‘를 탐독했다. 다윈에게 이 책을 공부할 것을 권한 사람은 헨즐로다.(118 페이지) 흥미롭게도 헨즐로는 다윈에게 그 책에서 주장하고 있는 견해는 절대 받아들이지 말라는 말을 했다. 다윈은 지질구조를 파악하는 일에 방해가 된다며 사냥 습관마저 버렸다. 관찰과 추론을 하며 얻는 기쁨이 사냥에서 얻는 기쁨보다 훨씬 크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다윈은 지질학회에서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다윈은 결혼을 함으로써 얻는 좋은 점과 나쁜 점을 곰곰이 따져보기도 했다. 이는 칸트를 연상하게 하는 부분이다. 다윈은 기독교를 신의 계시로 믿는 일을 그만두었다. 다윈은 모든 생물종의 모든 개체가 으레 극심한 고통만 겪어왔다면 더 이상 자기 종족을 번식하려고 애쓰지 않을 것이고 지금까지 그런 고통만을 느껴왔다거나 대개 그래왔다고 믿을 만한 근거가 없다고 결론내렸다.(104 페이지) 다윈은 한편 고통은 그 작용이 완벽하지는 않은 자연선택과 마찬가지로 대개 각 생물종이 다른 종과의 생존투쟁에서 가능하면 이길 수 있는 종이 되도록 만드는 역할을 한다는 말도 했다.

 

다윈에 의하면 고통이 많다는 사실은 모든 유기체가 변이와 자연선택을 거쳐서 발전해왔다는 견해와도 일치한다.(106 페이지) 다윈은 만물의 시초에 대한 신비는 우리로서는 풀 수 없는 문제이기에 자신으로서는 영원한 미스터리로 남겨두는 것에 만족할뿐이라고 썼다.(109 페이지) 다윈은 자신이 주로 즐거웠고 일생 동안 유일하게 해온 일은 과학 연구 작업이라고 말한다.(143 페이지) 다윈은 갈라파고스 제도의 생물 대부분이 가지고 있는 남미적 특성 특히 제도의 각 섬마다 생물종이 조금씩 다르다는 사실을 종이 서서히 변화해왔다는 전제에서만 설명이 가능하다고 결론지었다.(146 페이지)

 

다윈은 베이컨의 귀납원리에 따라 아무런 이론 없이 방대한 사실들을 수집했다.(146 페이지) 다윈은 맬서스의 ’인구론’을 읽고 유리한 변이는 제대로 보존될 것이고 불리한 변이는 사라질 것이라 결론지었다. 1858년 여름 다윈은 알프레드 월리스에게서 편지를 받았다. 다윈이 월리스의 글을 옳다고 생각한다면 라이엘에게 보내어 읽어보게 해달라는 부탁의 소논문이었다. 다윈은 자신의 이론과 정확하게 같은 내용을 담은 월리스의 소논문을 보고 '종의 기원’출간을 서둘렀다. 1859년 11월‘종의 기원’이 출간되었다.

 

다윈은 자신의 책이 성공한 또 다른 요인은 분량이 적절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다윈은 인류의 기원에 대해 아무런 증거도 제시하지 않고 넘어갔다면 ‘종의 기원‘의 성공에 도움이 되지 않았거나 피해를 입었을 것이라 말한다.(160 페이지) 다윈은 ’종의 기원‘을, 출간이 늦어져 유리한 결과가 된 사례라 말한다. 다윈은 식물학 책을 여러 권 낸 식물학자이기도 하다. 자신이 죽는 날은 관찰과 실험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날이 될 것이라 말하는 다윈은 자신을 분명하고 간단하게 표현하는 일은 그 어느 때보다 더 어렵다고 말한다. 이런 어려움 때문에 엄청나게 많은 시간을 낭비했으나 모든 문장을 오랫동안 충분히 생각해볼 수 있는 이점이 있기는 하다는 것이다.(166 페이지)

 

휘갈겨 쓴 글이 공들여 쓴 글보다 더 나은 경우가 많았다고 말하는 다윈은 다독가였다. 논문이나 책을 읽으면 처음에는 그저 감탄하기만 한다고 말하는 다윈은 순수하게 추상적인 사고의 고리를 따라가는 능력이 아주 부족하다고 자신을 설명한다. 기억력이 방대하지만 흐릿한 편이라 말하는 다윈은 기억이 자신에게 해주는 역할은 자신이 내린 결론과 반대되거나 지지하는 무언가를 목격했거나 읽어보았다고 막연히 말해주는 것뿐이라고 말한다.(169 페이지) 다윈은 자연과학에 대한 자신의 사랑은 꾸준하면서도 열렬했다고 말한다.(170 페이지)

 

책 부록으로 비글호 항해기가 실려 있다. 1831년 12월 27일부터 1836년 10월 2일까지의 기록이다. 다윈의 나이 22세부터 27세까지의 기록이다. 여행지는 세인트 야고섬과 갈라파고스 제도다. 이 여행은 해당 지역의 지질, 기후, 식생 등에 대한 관찰 및 보고로 이루어진 여행이다. 다윈은 눈길을 끄는 수많은 풍경 중에서도 전체적인 초목의 무성함이야말로 압권이었다고 말하며 풀들의 전아함, 기생식물들의 신기로움, 꽃들의 아름다움, 나뭇잎들의 윤택한 초록빛에 넋을 잃었다고 덧붙였다.(바이하)

 

다윈은 자신을 자연사에 매료된 사람으로 표현했다. 다윈은 섬장암(閃長巖)에 대해 논한다. 석영이 없거나 상대적으로 소량(5% 이하)인 관입 화강암이다. 다윈은 갈라파고스 제도에 적어도 2천개의 분화구들이 있다고 썼다. 다윈은 갈라파고스의 자연사는 의미심장하다고 썼다. 제도(諸島) 전체가 또 하나의 작은 세계를 이루고 있다는 것이 다윈의 설명이다. 다른 곳에서는 발견할 수 없는 수많은 동식물들이 서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윈은 갈라파고스 제도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파충류라고 말한다. 바다거북, 육지거북, 도마뱀, 뱀 등이다.

 

육지거북은 풀 없이 1년에 몇 차례의 비만 내리는 섬에서도 살 수 있는 종이다. 다윈은 넓은 세상 가운데 이렇게 제한된 지역 안에 바다에 사는 종과 육지에 사는 종을 모두 가지는 뚜렷한 특징을 지닌 도마뱀의 한 속이 있다는 사실이 흥미롭다고 썼다.(229 페이지) 다윈은 몇몇 떠돌아다니는 종들을 제외하면 갈라파고스 제도에서 발견되는 유기체들은 고유 토착 종들이기는 하지만 아메리카 종의 성질을 강하게 띤다고 말한다. 서로 동떨어진 섬과 대륙에 이토록 유사한 형태를 보이는 생물이 있다는 사실은 아직 이렇다 할 주목을 받지 못했다.(231 페이지) 이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창조의 힘이 넓은 지역에 동일한 법칙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윈은 어느 한 섬에서만 채집을 했다면 이렇게 완벽한 단계적 변화를 발견하지 못했을 것이라 말한다.(233 페이지) 다윈은 영국의 새들과 갈라파고스 제도의 새들을 비교한다. 영국에서는 인간에 의해 상처를 입는 어린 새들이 거의 없지만 모든 새들이 사람을 무서워 하는 반면 갈라파고스 제도와 포클랜드 군도에서는 인간에 의해 많은 새들이 다쳤음에도 자신들을 보호할 두려움을 배우지 못했다는 것이다.(236, 237 페이지)

 

다윈은 "기억은 믿을 만한 것이 못된다, 나쁜 상태의 표본을 많이 보내는 것보다 좋은 상태의 표본을 조금 보내는 것이 낫다." 등의 조언을 채집자들에게 한다. 채집자들은 오랜 시간을 혼자서 고생하더라도 낙담하지 말고 이국에서의 매순간을 소중히 여겨 아침부터 밤까지 열심히 일해야 한다고 말한다. 다윈은 여행하는 사람은 식물들의 형태나 모양을 모두 보는 식물학자가 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맨 바위 덩어리들은 아무리 야생적인 형태라도 잠시 동안만 멋진 장관으로 보일뿐 곧 단조롭게 느껴지는데 거기에 밝고 다양한 색으로 채색을 하면 바위가 곧 환상적으로 변하듯 식물들로 뒤덮인 풍경은 아주 아름다운 그림이거나 적어도 매력적인 그림이 될 것이라 말한다.(244 페이지)

 

다윈은 거주민도 없고 물도 없고 나무나 산도 없는 파타고니아 고원이 마음에 든다고 말한다. 파타고니아 고원은 아르헨티나와 칠레에 걸쳐 있는 고원이다. 항해가 너무나 즐거운 여행이었다는 다윈은 교훈적인 면에서 보면 여행은 뿌듯한 참을성을 길러주고 이기심으로부터 자유롭게 해주고 자신을 위해 행동하는 습관을 길러줄뿐 아니라 모든 것을 최상으로 만드는 능력까지 가르쳐줄 것이라 결론짓는다.(249 페이지)

 

다윈의 책은 다윈에게 큰 도움이 되었다는 훔볼트의 ’남아메리카 여행기‘를 읽을 필요를 느끼게 한다는 점에서도 특별하다. 꼼꼼하고 열정적인 다윈이 5년여의 여행을 하고 쓴 비글호 항해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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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론의 송아지 - 젊은 지구론에 대한 합리적 비판
임택규 지음 / 새물결플러스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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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약 성경 출애굽기 32장에 나오는 아론의 송아지는 시내산 정상으로 십계명을 받으러 올라간 모세가 사십일이 지나도록 내려오지 않자 그를 기다리던 이스라엘 백성들이 더는 참지 못하고 아론(이스라엘의 초대 대제사장이자 모세의 형)을 부추겨 만든 금송아지 우상을 말한다. 저자 임택규는 우주와 지구의 기원과 관련해 성경의 문자적 표현과는 다른 설명을 제공하는 현대 과학에 대해 위기의식과 불안감을 가진 사람들이 만든 창조과학을 현대판 아론의 송아지로 규정한다.(28, 29 페이지)

 

엔지니어(토목공학 석사)이자 기독교인인 저자 임택규는 중부 캘리포니아에서 남부 캘리포니아까지의 13만 평방 km에 이르는 곳에 전력을 공급하는 전기회사에 근무한다.(103 페이지) 이런 특성이 반영된 까닭이겠지만 저자는 현장 상황에 밝다. 가령 저자가 언급한 '세계에서 지질학 연구를 가장 많이 진행하는 곳이 석유회사다'(198 페이지)란 말은 저자의 현장 상황에 대한 해박함을 알 수 있게 해주는 말이다.

 

닐 슈빈이 틱타알릭 화석을 발견한 데에 석유 회사의 도움이 작용했다는 사실도 그렇다.(198 페이지) 닐 슈빈은 3억 8천 5백만년전에는 육상 척추 동물들은 존재하지 않았고 양서류 같은 육상 척추 동물들의 화석은 2천만년이 지난 3억 6천 5백만년전 지층부터 발견된다는 점에 착안해 석유 회사의 도움을 받아 두 연대의 중간인 3억 7천 5백만년전 지층을 상대로 조사를 시작했다. 육상 동물로 전이되는 변이를 지니고 있는 물고기 화석을 찾으려면 지층 생성 연대도 중요하지만 위치가 더욱 중요하다.

 

만일 실제 이런 동물이 살았다면 심해 대신 얕은 물가에 살면서 육지로 기어나오기 시작했을 것이다. 닐 슈빈은 북극점에서 950km 떨어진 춥고 황량한 캐나다의 엘즈미어섬(북극해에 위치한 섬의 한 지층)을 5년간에 걸쳐 철저히 조사해 틱타알릭 화석을 발견했다. 저자는 만일 창조과학회에서 주장하는 홍수 지질학에 기반한 이론들이 타당하고 현재 지질학보다 더 정확한 석유 매장지 및 매장량에 대해 예측한다면 석유 업계에서 가만 두지 않았을 것이라 말한다. 채산성 있는 석유 매장지를 찾으려고 전 세계의 창조과학 전문가를 영입하려고 혈안이 되었을 것이라는 것이다.(203 페이지) 중요한 사실은 닐 슈빈의 발견은 우연한 발견(serendipity)이 아니라 바른 안목에 기반한 치밀한 계획과 탐구 정신의 결실이라는 것이다.

 

’아론의 송아지‘는 우연히 알게 된 책이다. ’진화는 어떻게 내 생각을 바꾸었나?‘를 읽고 서평을 쓴 이후 좀더 상세한 내용의 책을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차에 페이스북에서 발견한 책이 ’아론의 송아지‘다. 저자는 성경이 무오하다는 것은 문자 하나 하나가 무오하다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시는 메시지로서의 성경이 무오하고 완전하다는 것이라고 설명한다.(28 페이지) 하나님의 메시지는 완전하나 인간의 언어나 문자는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저자의 책을 읽는 데뿐 아니라 기독교의 창조와 진화를 조화시키는데 필요한 것은 문자적 성경 무오설에 입각해 성경에서 과학적 사실성을 찾으려는 노력을 버리는 것이다. 성경과 현대 과학을 문자적으로 일치시키려는 태도를 일치주의라 한다.(33 페이지) 지구 나이를 6천년으로 규정하는 1) 젊은 지구론, 지구와 우주가 6천년전에 창조되었지만 하나님이 지구와 우주를 오래된 것처럼 만드셨다고 주장하는 2) 성숙한 지구론, 창세기 1장 1절이 지시하는 우주와 지구의 태동은 까마득한 과거에 일어났지만 큰 시간적 간격 이후 알 수 없는 대파국이 일어나 창세기 1장 2절의 표현대로 혼돈스럽고 공허한 지구에 하나님께서 새로운 창조의 역사를 일으켰다는 3) 간격이론, 창조 기사를 설명하는 최초의 7일이란 말에 쓰인 욤이라는 히브리어가 물리적인 24시간이 아니라 굉장히 긴 시간대를 의미한다는 4) 날(day) 시대(age) 이론 등은 일치주의적 해석이다.

 

하나님의 반복되는 생명 창조 사역을 주장하는 1’) 점진적 창조론, 과학이 설명하지 못하는 틈새에 하나님이란 존재를 놓아두는 2‘) 지적 설계론, 진화적 창조론이라고도 하는 3 ’) 유신 진화론 등은 비일치주의적 해석이다. 1)은 과학과 너무 거리가 멀다. 2)는 하나님을 기만하는 존재로 만드는 것이다. 3)은 오래된 지구와 오래된 우주라는 과학 이론들을 상당히 제한적으로 받아들이는 창조과학의 한 형태다. 4)는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라 할 만하다.(셋째 날 지구상의 식물들이 창조되었는데 태양은 넷째 날 창조된, 이해하기 어려운 구절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지?)

 

1‘)은 화석 기록이 지구상에서 전개된 생명현상의 변화를 잘 보여준다는 고생물학의 설명을 받아들이면서도 생명의 진화라는 생물학적 설명은 수용하지 않는다. 이는 과학적 일관성과 거리가 먼 설명이다. 2’)는 틈새가 좁아질수록 하나님의 입지를 축소시키는 설명이다. 3‘)은 자연선택에 의한 우연을 하나님의 선하신 계획과 목적을 위한 의도된 우연으로 본다. 진화가 우리에게 함의하는 것은 창조주 하나님이 이신론(理神論)적인 신이 아니라는 것이다. 진화는 기계적으로만 작동하는 자연법칙에만 의존하지 않는다.(64 페이지)

 

저자는 창발(創發) 또는 창발성(emergence)을 설명한다. 전체의 성질이 전체를 구성하는 요소들의 성질을 뛰어넘어 전혀 다르게 발현하는 것이 창발이다. 공히 연소(燃燒)라는 속성으로 설명할 수 있는 산소, 수소가 만남으로써 연소를 막는 작용을 하는 물이 만들어지는 현상을 우리는 창발의 예로 들 수 있다. 진화에는 창발적 성질이 담겨 있다.(66 페이지) 중요한 것은 진화론과 진화주의를 구별하는 것이다. 진화론은 과학 이론이고 진화주의는 진화론을 이용해 무신론적인 신념이나 세계관을 확증하려는 시도를 의미한다. 과학은 그저 설명일뿐이다. 저자의 설명을 듣다 보면 자연히 과학과 신앙은 갈등 관계도 아니고 독립적인 관계도 아닌 대화해야 하는 관계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아론의 송아지‘를 통해 접할 수 있는 것은 기독교와 과학 또는 창조론과 진화론의 바른 관계만이 아니다. 의미 있는 여러 과학 지식들을 얻을 수 있다. 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은 창조과학 진영에서 일상적으로 과학과 거리가 먼 주장을 한다는 것이다. 이는 성경을 문자 그대로 믿기에 일어나는 일이다. 저자는 미토콘드리아 이브는 최초의 여성이 아닌 추적이 가능한 모계 유전 경로를 보여준다는 말도 그 중 하나라고 설명한다.(105 페이지)

 

’아론의 송아지‘를 읽는 데 필요한 또 하나의 상식은 진화의 구별이다. 진화는 종 내에서 다양한 형태로 변화하는 것을 의미하는 소진화, 종의 한계를 뛰어넘어 다른 종으로 분화하는 것을 의미하는 대진화로 나뉜다.(133 페이지) 창조과학회에서는 대진화를 반대한다. 종 분화란 서로 교배하지 못하는(유전자를 교환하지 못하는) 집단들이 진화하는 현상을 말한다.(제리 코엔 지음 ’지울 수 없는 흔적‘ 30 페이지)

 

저자가 노아 홍수 기사를 사실 그대로 믿는 창조과학 진영의 논리를 깨는 방식은 인상적이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동물의 종수는 150만종에 이른다. 창세기 1장에는 하나님께서 모든 생물을 그 종류대로 만드셨다는 기사가 나온다. 길이가 135미터이고 흘수(吃水)가 7미터인 작은 선박(노아 방주)에 150만종의 지구상의 동물을 암수 한 쌍씩 태우는 것은 불가능하다.(노아 방주는 길이 300 규빗, 넓이 50 규빗, 높이 30 규빗이다. 규빗은 45cm다.) 그래서 그들은 성경에 나오는 종류대로가 종의 상위 단계인 속을 넘고, 속의 상위 단계인 과 또는 그 이상의 분류 기준에 해당한다고 말한다.

 

저자에 의하면 창조과학 진영의 설명을 풀이하면 개과에 해당하는 모든 동물 즉 35종의 현생종과 147종의 멸종한 동물들을 합한 182종의 개과 동물들이 암수 한 쌍씩 총 364 마리가 승선할 필요 없이 노아 홍수 이전에 존재했던 개과의 대표 동물 중 한 쌍만이 승선했으며 이후 이 한 쌍으로부터 총 182종의 개과 동물들이 분화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노아 홍수 이후 4000년의 세월이 지났음을 알 필요가 있다. 이 시간은 여러 개과의 동물들(여우, 늑대, 너구리, 코요테, 승냥이 등)이 분화할 수 없는 너무도 짧은 시간이다. 종 분화는 수십만년에서 수백만년에 걸쳐 일어나는 사건이다. 단속평형 이론에 의하더라도 수만년이 걸리는 사건이다.

 

단속평형 이론은 급격한 종 분화를 주장한다. 이는 수십만년 내지는 수백만년에 걸쳐 서서히 분화가 일어난다는 점진주의 이론을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점진적인 과정으로 진화가 일어나기도 하지만 때로는 급속한 종 분화가 몇만년 안팎에서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243, 244 페이지) 창조과학 진영은 노아 홍수 때 격변적으로 대륙들이 움직여 현재의 모습을 갖추었다고 말한다.(272 페이지) 2016년 9월 12일 경주에서 일어난 리히터 규모 5.8의 강진은 단층대가 1미터나 2미터 정도 떨어져나간 것이 아니라 단지 지각 속의 탄성 에너지가 단층대를 통해서 방출되었기에 일어났다. 당시 지붕 파손 2,333건, 건물 균열 1,494건, 담장 파손 848건, 도로 실금 21건 등의 피해가 발생했다.

 

그런데 하나였던 지구를 여러 조각으로 갈라지게 해 10, 000km 이상 이동시킨 막대한 에너지가 지질학적으로 찰라에 불과한 노아 홍수 기간(40일)에 집중되었다면 지구는 수십, 수백번 산산조각 났을 것이다.(273 페이지) 물론 하나님이 기적적으로 개입해 지구가 산산조각 나지 않게 붙잡아 주셨다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과학을 벗어난 설명이다. 과학은 자연에 존재하는 인과 관계를 다루는 영역이기에 인과율을 벗어나서는 안 된다.(273 페이지)

 

법칙과 이론을 헤아리는 것도 중요하다. 전미과학교육센터에 의하면 법칙은 한 가지 양상에 대한 설명을 제공하고 이론은 추론, 검증된 가설 및 법칙 등 다양한 면제들을 포함한 더욱 포괄적인 설명 체계다.(181 페이지) 저자의 설명은 균형잡혔다. 모든 과학 이론이나 법칙은 엄청나게 복잡하고 철저한 검증 절차를 거치며 사실상 하나님께서 이 세상을 창조하신 경륜과 섭리에 대한 인류의 지혜와 통찰을 담고 있으나 특정한 과학 이론이나 법칙이 영원히 변치 않는 만고불변의 진리는 아니기에 자연에 대해 더 나은 이해가 나타날 때까지 한시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제한적 성격을 갖는다는 설명이 대표적이다.(182 페이지)

 

기독교 변증에서 엔트로피 증가 법칙 때문에 진화가 불가능하다는 주장을 하기도 한다. 그런데 생물학의 진화론이 물리학의 엔트로피 증가 법칙에 위배된다면 우주 전체에 어떤 별도 은하도 존재하지 못한다. 무수한 별과 은하를 만든 우주의 거시 구조 형성에 가장 결정적 역할을 한 법칙은 중력 법칙이다. (전자기력이 중력보다 강하다.) 중력이라는 실체가 엔트로피 증가 법칙에 의해 중구난방으로 퍼져나가려는 물질들을 끌어모아 천억 개의 별을 거느린 은하를 천억 개 이상 거느린 우주의 거시 구조를 탄생 시킨 주인공이다.

 

’아론의 송아지‘를 통해 접할 수 있는 과학 분야는 천문학, 물리학, 생물학 등이다. 저자는 인간이 생존에 필요한 비타민 C를 체내 합성하지 못하는 사실을 바탕으로 논의를 펼친다. 사람 외에 비타민 C를 합성하지 못하는 동물들로 침팬지, 오랑우탄, 고릴라, 과일(먹는) 박쥐, 기니피그 등을 들 수 있다. 인간이 체내에서 비타민을 합성해내지 못하는 것은 GLO 유전자가 변이를 일으킨 8번 염색체 때문이다. 진화론에서 말하는 진화는 변이를 수반한 유전을 의미한다. 인간과 침팬지에서 GLO 유전자가 고장난 구조는 상당히 흡사하다. 오랑우탄과는 좀 더 차이가 크다. 과일 박쥐나 기니피그와는 현저히 다르다. 이는 공통 조상을 보여주는 강력 증거다.

 

인간 세포 속의 염색체 개수는 23쌍(46개)이다. 23개는 아버지에게서, 23개는 어머니에게서 물려받아 23쌍을 이룬다. 침팬지. 고릴라, 오랑우탄 같은 거대 유인원들은 모두 48개(24쌍)이다. 이는 공통 조상 이론에 대한 강력 도전이었다. 인간 세포 속 두 개의 염색체가 하나로 들러붙어 한 개의 염색체가 되었다는 가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과학자들이 2번 염색체를 발견했다. 이 염색체에는 텔로미어(염색체 양 끝에 존재)가 양 끝단뿐 아니라 한 가운데에도 자리잡고 있다. 센트로미어도 하나가 아니라 두 개다.(정상 염색체는 센트로미어는 하나, 텔로미어는 두 개를 갖는다.)

 

제리 코인의 ’지울 수 없는 흔적‘에 의하면 공통 선조를 강력하게 암시하는 것으로 바이러스를 들 수 있다. 우리는 다른 종의 죽은 유전자인 바이러스도 가지고 있다. 내생성 레트로바이러스는 자신의 게놈을 복사한 뒤 숙주종의 DNA에 끼워넣는다. 바이러스가 정자나 난자를 감염시킨다면 미래세대에게 전달될 수 있다. 사람의 게놈에 그런 바이러스가 수천 개 있다. 대부분 돌연변이로 무해하게 변한 것들이다. 이는 고대에 우리 선조가 바이러스에 감염되었음을 알 수 있는 흔적이다. 일부는 사람과 침팬지의 염색체에서 정확히 같은 위치에 존재한다. 두 종의 공통 조상을 감염시켰던 바이러스가 두 종 모두에게 전달되었기 때문이다.(110 페이지)

 

임택규 저자는 하나님께서는 우리 인류가 출현할 수 있도록 매우 긴 시간에 걸쳐 모든 환경을 조성하시고 관장하셨다고 말한다.(219 페이지) 이를 ’천지의 법칙을 내가 정하지 아니하였다면..’이란 말(예레미야 33장 25절)로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의 책을 통해 정상(定常)우주론을 퇴출시킨 우주배경복사 등 천문학 이론에 대한 설명도 상세하고 인상적으로 만날 수 있다. 우주배경복사는 빅뱅 당시 발생했던, 우리가 도저히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뜨거운 열이 차디차게 식은 화석이 되어 광활한 우주에 십만분의 1도의 편차로 거의 균일하게 분포하는 빛이다.(263 페이지)

 

생명 또는 생물학에 대한 이론이 마음을 많이 끈다. 인간과 침팬지의 공통 조상설을 뒷받침하는 두 개의 이론(2번 염색체, 8번 염색체)이 특히 그렇다. 흥미로운 점은 고대인들이 물이 땅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물을 가두어두는 댐과 같은 역할을 하는, 유럽 성당의 돔형의 거대하고 투명한 하늘 구조물을 궁창이라 불렀다는 점이다.(277, 278 페이지) 수심이 깊어질수록 태양빛이 물입자에 흩어져버려 전달되는 태양빛이 감소하기 때문에 제한된 태양빛으로 광합성을 하기 위해 깊은 곳에 사는 해조류일수록 진한 붉을 빛을 띤다는 사실도 그렇다.(283, 284 페이지) 중세 연금술사들은 모든 금속을 완벽한 금속인 금이 병에 걸린 상태로 보고 그 병을 치료해 완벽한 상태로 되돌리면 어떤 금속이든 금으로 바꿀 수 있다고 생각했다는 것도 그렇다.(289 페이지)

 

방사성 붕괴 현상으로 한 물질이 다른 물질로 변하는 현상(한 물질의 원자핵이 깨져 완전히 다른 물질이 되는 현상)을 보면 옛 사람들의 생각을 아주 이상한 것이라 보기는 어렵지 않을까? 방사성 붕괴의 원인이 되는 힘 가운데 하나가 약한 핵력이다. 저자는 동일과정은 반격변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말한다. 우리 몸의 여러 지체가 한 몸을 이루듯 동일과정과 격변은 인류가 지구의 역사를 파악하는 데 꼭 필요한 중요 방법론이라 말한다.(321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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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서 발굴한 고려사 금요일엔 역사책 2
문경호 지음, 한국역사연구회 기획 / 푸른역사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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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서 발굴한 고려사‘는 고려사에 대한 관심이 고조된 사회 현실과 내 개인적 호감을 반영하는 책이다. 이 책에서 주목할 첫 번째 내용은 바다와 강은 곡물이 화폐 역할을 하던 시기에 사람과 물자가 이동하던 중요 공간이었다는 점이다. 저자는 고선박(古船舶)을 연구하는 역사학자다. 침몰한 배는 화려한 도자기에서 느끼는 감동과 다른 유형의 것이라고 말하는 저자는 보란 듯 곧게 자란 나무들은 목재로 잘려나갔지만 구부러진 나무들은 둥글고 곧게 다듬어져 돛대가 되었다는 말을 한다.

 

본문에는 출수(出水)된이라는 말이 여러 차례 나온다. 홍수를 뜻한다고 사전에 나오지만 저자는 침몰한 배에서 물건이 건져진 것이란 의미로 썼다. 그런데 저자는 출토(出土)라는 말도 몇 번 썼다.(53 페이지, 197 페이지) 국내에서 처음 출수된 고선박은 1323년 원나라에서 고려를 거쳐 일본으로 가다가 침몰한 것으로 알려진 신안선이다. 도자기와 공예품 27, 000점, 동전 약 28만톤(800만개), 불상을 만드는 고급 향나무(자단목) 1, 100여점 등 박물관 한 개 규모의 유물이 쏟아져 나왔다.

 

저자는 출수된 물품들 중 빗<즐; 櫛>과 장기알을 이야기하며 그 가운데 빗을 예로 들어 조선사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가령 임진왜란 당시 조선을 도우러 온 명나라 군대가 얼마나 못되게 굴었는지 왜군이 얼레빗이라면 명군은 참빗이라는 말이 회자되었다는 말을 한다. 얼레빗은 엉킨 머리를 초벌로 빗는 빗이고 참빛은 초벌로 빗은 머리를 곱게 빗거나 이를 훑는 데 쓰던 빗이다. 저자는 거란의 2차 침입 때 강조가 적을 얕보고 장기를 두다가 성이 함락되어 목숨을 잃었다는 이야기도 거론한다. 강조는 서북면 도순검사로 목종을 폐위하고 현종을 옹립한 장군이다.

 

저자는 무신들의 물자 수탈이 증가하면서 의도적인 파선이 늘어났을 수 있다는 추정을 했다. 조선 시대에 출발할 때부터 이미 세곡을 빼돌리고 고의로 조운선(漕運船)을 침몰시킨 예가 종종 있었던 사실에 근거한 추론이다. 조(漕)는 선박을 이용해 서울에 조세를 상납하는 것을 의미한다. 조운(漕運), 조전(漕轉), 조만(漕輓) 등은 같은 의미다. 고려 후기 조운을 가장 힘겹게 한 것은 왜구의 침입이었다. 왜구는 단순히 노략질을 하던 도둑이 아니라 일본 남조(南朝)의 정예군이었다.

 

왜구의 침입이 거세지자 우왕은 1376년 조운을 금지했다. 고려의 조운이 재개된 것은 1388년 위화도 회군 이후였다.(82 페이지) 이성계 일파가 조운을 재개한 것은 경제기반 확립을 위한 조치였다.(161 페이지) 고려 정부와 개경의 관리들은 지방에서 나는 생산물을 쉴 새 없이 수도로 실어날랐다. 무신정권이 1232년 강도(江都)로 천도(遷都)한 후 1270년 개경으로 환도(還都)할 때까지 39년이나 몽골에 저항할 수 있었던 것은 삼남에서 강도로 이어지는 뱃길이 보존되었기 때문이다.(91, 92 페이지)

 

고려의 대몽항쟁 기간은 연구자들에 따라 30년에서 40년까지 다양하게 설정되지만 그 기간 내내 전쟁이 지속된 것은 아니었다. 몽골의 고려 침입 목적은 고려를 정복하기 위해서이지만 고려가 남송 및 일본과 연합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이기도 했다. 몽골은 고려를 맹렬히 공격했다가 홀연 군사를 되돌리곤 했다. 고려 농민들은 몽골의 침입을 피해 산성이나 섬으로 집단 이주하여 몽골에 맞서면서도 틈틈이 생업에도 종사해야 했다. 그렇게 농사짓고 물질을 하여 마련한 곡물과 어물이 배에 실려 강도로 보내졌다.

 

고려에는 동강(東江)과 서강(西江)이 있어 조운선이 모두 그곳으로 모였다. 충주 일대에서 남한강을 따라 내려온 곡식은 동강(임진강)으로, 서남해 지역에서 올라온 조운선은 서강(예성강)의 광흥창에 짐을 풀었다. 우리나라 지형은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고, 큰 산과 강이 많아서 이동하거나 물자를 운송할 때 수레보다 선박을 이용하는 것이 편리했다.

 

1279년 남송을 멸망시킨 쿠빌라이가 일본에 사신을 보내 항복을 요구했다. 일본은 두 차례 파견된 원의 사신을 살해했다. 여몽 연합군은 두 차례 일본 원정에 나섰다. 여몽연합군의 일본 원정은 태풍, 그리고 일본의 강력한 저항으로 실패로 끝났다. 일본은 당시 여몽연합군에 타격을 입힌 태풍을 신풍(神風; 가미카제)이라 불렀다. 여몽연합군의 사령관이 김방경이었다. 숭의전에 모셔진 16공신 중 한 분인 김방경은 충렬왕 대의 공신이다. 삼별초를 토벌했고 일본 원정을 위한 고려와 몽골(원나라)연합군의 사령관 역할을 했다.

 

고려, 조선시대에 운하 시공 역사가 있다. 운하는 굴포(堀浦), 하거(河渠) 등으로도 불린다. 고려 시대에는 서산과 태안 경계, 부평에서 김포까지 굴포를 시도했고 조선 시대에는 서산과 태안 경계, 태안의 의항, 안면도 등지에서 굴포를 시도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 제작한 지질도에 따르면 운하 굴착이 시도된 태안과 서산의 경계는 모래와 토지, 자갈 등으로 이루어진 충적층과 석질이 단단한 흑운모 화강암으로 이루어졌다. 흑운모 화강암은 굴착이 어렵다. 당시 사람들은 불을 지펴 돌을 익힌 다음 정으로 깨트리는 방식으로 바위를 제거했다. 구간이 길면 이만저만한 고역이 아니었을 것이다. 시공은 실패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고려와 송은 광종대에 국교를 맺었고 거란 침입 이후 문종 대에 국교를 재개했다. 국교 재개 후 송은 고려 사신을 예우하는 데 매우 극진했다. 1084년 고려 사신을 맞이하기 위해 밀주 판교진에 고려정을 건립했고 1117년 명주에 고려사라는 관청과 영빈관을 설치했다. 1085년 동주 지사로 부임하던 소식(蘇軾)은 화려하게 지어진 고려장을 보며 오랑캐에게 모든 것을 대주어 백성들은 노비가 되었다고 한탄했다.

 

소식이 이렇게 고려정을 못마땅하게 여긴 것에는 이유가 있었다. 송은 당시 3용(冗)의 폐단(弊端)이라는 구조적 문제로 만성 적자에 시달렸다.(冗은 쓸모 없을 용이다.) 3용의 폐단이란 무리한 군대 증강 즉 용병(冗兵)의 폐단, 지속적으로 늘어난 관리로 인한 용관(冗官)의 폐단, 무리한 재정 즉 용비(冗費)의 폐단 등이다. 3용의 폐단으로 인한 만성 적자를 해결하기 위해 신종이 왕안석을 부재상으로 삼아 1069년부터 1076년까지 신법을 추진했으나 사마광, 소식 등 구법당의 반대에 부딪혀 중단되었다. 이때 농민들은 흉년이 지속되면서 기아에 허덕였다.

 

그러나 송 정부는 빈민 구제보다 고려 사신 접대에 더 정성을 기울였다. 송이 고려를 두텁게 대우한 데에는 신법당이 추구한 연려제요(聯麗制遼) 정책이 있었다. 고려와 송이 연합하여 해마다 막대한 세폐(歲幣)를 받아가던 거란을 견제하자는 것이다. 고려 또한 송으로부터 들어오는 문물들이 필요했기에 겉으로는 거란을 상국으로 섬겼지만 송과의 교류를 은밀히 이어갔다. 신법당의 정책이 눈엣사기 같았던 소식의 눈에 고려의 이중 외교가 곱게 비칠 리 없었다. 구법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고려의 요구는 지속되었다.

 

소식은 거란이 송과 고려의 관계를 알고 있다가 훗날 트집을 잡는다면 난처해질 것이라 경고했다. 고려인들은 소식(蘇軾; 소동파)을 크게 사랑했다. 몽골군의 대대적인 침입(제3차)으로 전 국토가 전화에 휩싸인 와중에 소동파의 문집(‘동파문집’)을 발간(경향신문 기사 참고)했을 정도다. 언급한 기사는 소식을 혐한파라 칭했다. 혐고파나 혐려파라 해야 하지 않을지? 어떻든 소동파가 고려를 혐오했다고 말하는 것은 너무 단편적이다. 이중적 정책을 편 고려와 손잡고 거란을 견제하기 위해 송나라 백성들의 희생을 바탕으로 고려 사신들을 과하게 대접한 현실을 비판한 것이라 해야 하지 않을지?

 

저자는 조선이 국제적 고립을 자초한 것은 조선의 중화주의 탓이라 말한다. 조선은 명나라를 무너뜨린 청을 정벌하여 중화의 전통을 되살려야 한다고 주장했고 자신들이 중화의 계승자임을 자처했다. 조선에서는 중국을 통해 전해받는 물자와 문명조차도 배격헤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조선은 명이 멸망한 후 명나라 사람들은 여전히 그 땅에 살았는데 명과 청은 완전히 다른 나라라 인식했다.(192 페이지) 사람이 물건을 나르는 것을 1이라 하면 말은 2, 수레는 10, 선박은 30이라는 주장이 있다.

 

저자는 19세기 말까지 포구마다 빼곡이 정박해 있던 그 많은 배는 모두 어디로 갔을까?라고 묻는다. 개항 후 30년이 되지 않아서 국내 선박들은 일본이 들여온 증기선에 그들의 기능을 빼앗겼다. 외국 자본으로 가설한 철도가 포구와 포구를 잇게 되면서 선박의 기능은 더욱 약화되었다. 경강 상인들을 비롯하여 포구를 거점으로 활동하던 선상들이 몰락한 것도 그 무렵부터다. 저자는 선상의 몰락과 함께 맥이 끊긴 조선 기술을 이야기하며 박물관이나 유명 관광지에 복원된 황포돛배들은 국적 없는 것들이 대부분이라 지적한다. 고려 시대 해양사를 재조명하자는 것이 저자의 결론격의 이야기다. 흥미롭게 읽히는 책, 바다에서 발굴한 고려사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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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모마일 2024-01-17 0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재밌네요. 고려거란전쟁 덕분에 확실히 고려사에 관심이 커진 거 같습니다. 고선박 연구자시라 해서 책 내용이 지엽적이고 딱딱할 줄 알았더니 조운선 침몰같은 국내 문제부터 당시 지정학적 정세까지 종횡무진이네요. 소동파가 고려를 싫어했고 그 이유가 신법당과의 갈등과 지나친 고려 사신 접대와 당시 국제관계 때문이었고...리뷰를 훑다가 처음부터 정독했습니다

벤투의스케치북 2024-01-17 07:02   좋아요 0 | URL
네.. 얇은 책이어서 큰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치밀하고 재미 있어 아주 만족스럽습니다.. 저자의 다른 책도 찾아 읽고 싶어집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