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모든 것의 물질 - 보이지 않는 세계를 발견하다
수지 시히 지음, 노승영 옮김 / 까치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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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지 시히(Suzie Sheehy; 1984-)는 물리학을, 공학으로 나아가기 위한 징검다리 정도로 생각하다가 천문학 캠프에서 관측한 밤하늘에 매료되어 실험 물리학자가 된 인물이다. 시히는 이론물리학자는 수학적 가능성에 탐닉할 수 있지만 실험은 우리를 무시무시한 취약함의 최전선인 현실 세계로 데려간다고 말한다. 지구과학 문제를 해결하고 질문을 던지기 위해 물리학을 참고하고자 하는 나에게 단서가 되는 이야기다. 본문에 이런 구절이 있다. "우리가 지구의 지질과 고대사를 상세히 알고 있는 것은 입자물리학 연구 덕분이다." 이를 감안하면 내가 물리학에 관심을 갖는 것은 지구 지질의 앎을 가능하게 하는 학문에 대해 관심을 갖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세상 모든 것의 물질'은 물리학의 주요 12가지 실험과 미래의 실험을 다룬 책이다. 나무에서 금속까지, 물에서 털까지 주변의 온갖 복잡한 원자들이 강도, 색깔, 질감 면에서 제각각인 것은 저마다 다른 원자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첫 번째 실험인 '음극선관; X선과 전자'에서는 X선을 발견한 뢴트겐과 음극선의 신비한 빛을 파고들다가 전자를 발견한 존 톰슨 이야기가 나온다. 전자는 아원자 입자다. 원자핵 안의 입자라는 말이다.


높은 전압이 음극을 가로지르면 전자가 빠른 속도로 방출된다. 양전하를 띤 양극이 전자를 끌어당긴다. 일부 전하는 양극을 때리지 않고 빠른 속도로 스쳐지나가 기체와 유리벽에 부딪힌다. 이 과정에서 전달되는 에너지가 빛을 발생시킨다. 전자가 충분한 에너지를 잃으면 X선이 발생할 수 있다. 두 번째 실험인 '금박 실험; 원자의 구조'에 존 톰슨의 제자인 어니스트 러더퍼드 이야기가 나온다. 저자는 방사성 원소의 붕괴에 대해 논하며 납을 금으로 바꾼다는 연금술사의 꿈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원자가 변화하고 있다는 설명을 했다. 자연이 자진해서 연금술을 부리는 것이라는 의미다.


러더퍼드는 방사성 연대 측정 개념을 제시했다. 켈빈(윌리엄 톰슨)경은 원자가 붕괴한다는 개념에 반발했다. 러더퍼드는 돈이 없으니 생각을 해야 한다는 말을 했다. 실험 장비를 만들 돈이 없으니라는 말이다. 러더퍼드는 원자의 구조가 방사성 붕괴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느낌을 가지고 있었다. 러더퍼드는 알파 입자(헬륨 원자핵)가 금속관을 통과할 때 만드는 뿌연 이미지에 흥미를 느꼈다. 원자는 대부분 빈 공간으로 이루어져 있고 가운데에 작고 조밀한 핵이 있는 것이 발견되었다. 전자는 원자의 일부이기는 했으나 핵으로부터 어마어마하게 멀리 떨어진 채 공전하고 있다.


아서 에딩턴은 원자의 대부분이 빈 공간이라는 사실이 원자 안이 허공이라는 천문학의 선언보다 더욱 심란하다는 말을 했다. 방사능이 발생하는 것은 원자에 구조가 있기 때문이며 이 구조를 발견함에 따라 우리는 물질의 본성을 더 깊이, 더 근본적으로 이해하게 되었다. 방사능에 의한 물질의 붕괴는 때로 지독히 느려서 일부 원자는 안정하다는 평을 받는다. 방사원을 깊은 구멍에 집어넣어 지하 암석의 구성을 파악하는 검층(檢層) 기법이 있다. 이는 암석 속 원자들의 감마선 방출을 자극해 땅을 최소한으로 시추하고도 땅속 깊숙이 매장된 귀금속 광물, 석유, 가스 등 귀중한 자원을 탐사할 수 있게 해주는 기법이다.(57 페이지) 기록이 없는 역사 유물의 연대를 객관적으로 알 수 있게 된 것은 무엇보다 방사능에 대한 우리의 지식 덕분이다.


간섭(干涉)은 파동의 독특한 성질이다. 빛은 언제나 파동처럼 행동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빛은 때로는 입자처럼 행동한다. 파동 이론에 따르면 빛은 진폭의 제곱(파동의 크기 또는 빛의 밝기)이 비례하는 일정 양의 에너지를 가진다. 광전 효과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금속 안의 전자가 원자에 묶여 있기 때문에 조금이나마 에너지를 얻어야 원자 밖으로 튕겨나갈 수 있다고 추측했다. 에너지가 덩어리로만 흡수되거나 방출될 수 있다면 즉 에너지에 일정한 최소 크기가 있다면 공유될 수 있는 경우의 수는 무한이 되지 않는다. 사람 10명을 두 그룹으로 나눌 수 있는 경우의 수가 제한된 것과 마찬가지다. 5명과 5명, 10명과 0명, 4명과 6명으로 나눌 수는 있지만 2.32명과 7.68명으로 나눌 수는 없다. 이는 사람이 연속적 물체가 아니라 이산(離散)적 물체이기 때문이다.


플랑크는 전달될 수 있는 에너지의 최소 꾸러미를 양자(量子)라 칭했다. 여기에 더해 그의 수학이 들어맞으려면 에너지가 기본 양의 정수 배(倍)로만 존재할 수 있다고 규정해야 한다. 이 에너지 양의 크기는 미세했으며 그가 발명한 새로운 물리 상수 h를 통해 빛의 진동수와 연관되었다. 아인슈타인은 빛 자체가 작은 에너지 꾸러미인 양자로 이루어졌다고 제안했다. 에너지는 빛의 진동수에만 좌우된다. 온도는 잊고 진동수를 주목하라는 것이다. 로버트 밀리컨은 일정 탈락 진동수 이하에서는 전자가 하나도 측정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는 빛이 양자로 이루어졌을 때 예상되는 결과였다.


밀리컨은 1916년 논문 말미에서 자신이 실험 결과를 받아들이기는 했지만 여전히 결과의 함의를 도무지 믿을 수 없음을 분명히 했다. 어떤 상황에서는 파동 이론 A를 쓸 수 있고 다른 상황에서는 입자 이론 B를 쓸 수 있다. 어느 쪽도 틀리지 않았으며 어느 쪽을 적용할 것인가는 실험을 어떻게 하기로 정하느냐에 달렸다. 양자전기역학(QED)는 양자역학과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 이론을 통합한 학문이다. 이 이론을 이용하여 자연의 양을 10억 분의 1보다 더 정밀하게 계산할 수 있다. 전자는 일정한 값의 에너지를 가짐에 따라 핵으로부터 일정 거리만큼 떨어져 공전한다. 전자는 빛(광자)의 형태로 방사선을 흡수하거나 방출함으로써 에너지 준위들을 오르락내리락 할 수 있지만 준위들 사이에 있을 수는 없다.


전자가 가질 수 있는 에너지의 최소값이 있다. 이는 전자가 핵에 가장 가까이 있을 때의 에너지 준위다. 루이 드 브로이는 물질 입자가 파동처럼 행동할 수 없을까?란 의문을 가졌다. 답은 그렇다이다. 양성자처럼 질량이 있든 빛처럼 질량이 없든 모든 입자 즉 물질의 조각에는 파동의 성질이 있다. 물질은 확실하지도 않고 결정론적이지도 않고 확률과 파동에 얽혀 있다. 물질의 실체성은 파동 비슷한 실체들의 상호작용으로 인한 결과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가 일상적 물체의 파동성을 보지 못하는 것은 파장이 너무 짧아서 측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금속의 니켈 결정체로부터 전자를 튕겨나오게 하는 실험에서 전자가 광파와 같이 간섭 무늬를 그린다는 사실이 입증되었다. 이중 슬릿 실험에서의 단일 광자처럼 단일 전자가 혼자 간섭을 나타낼 것인가가 관건이다. 답은 그렇다이다. 물체의 크기가 현미경에 쓰이는 빛의 파장과 같거나 커야만 볼 수 있다. 전자현미경을 이용하는 것은 입자에도 파장이 있다는 사실과 전자 에너지가 클수록 파장이 작다는 사실을 활용하는 셈이다. 저자는 불현듯 떠오르는 영감의 순간 같은 것은 없으며 우리는 어둠 속을 조금씩 헤치며 나아간다고 말한다.(88 페이지)


검진기(electroscope)라는 장비에 방사원을 쏠 경우 나올 수 있는 방사선 이상의 방사선(여분의 방사선)이 나오는 경우가 있다. 우주에서 오는 방사선 즉 우주선(宇宙線; cosmic ray)이다.(지구의 모든 광물과 암석에서도 미량이지만 방사선이 나온다.) 저자가 말하는 방사선은 이온화 방사선으로 원자에서 전자를 해방시킬 만큼 충분한 에너지를 가진 것들이다. 알파선(헬륨핵), 베타선(전자), 감마선(고 에너지 빛) 등이 포함된다.


본문에 X선이 이온을 만들고 이 이온이 응결핵을 만드는 이야기가 나온다.(101 페이지) 디랙은 수학적 통찰만으로 양전자의 존재들 예측했다. 양전자는 전자의 반물질이다. 안개 상자 이야기가 흥미를 끈다. 이온화한 방사선의 움직임을 시각화하기 위해 쓰이는 입자 검출기를 말한다. 이온화란 중성 상태의 원자나 분자가 에너지 또는 전자를 얻거나 잃음으로써 전하를 띤 상태를 말한다. 반물질과 물질이 접촉하면 질량이 에너지로 바뀌어 빛을 방출하면서 소멸한다. 질량은 에너지로 전환될 수 있고 에너지는 질량으로 전환될 수 있다.


양전자의 발견은 우주선 연구가 흥미로운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음을 암시했다. 뮤온 이야기도 나온다. 전자와 성질이 똑같지만 질량이 많이 나가는 입자다. 수명은 220만 분의 1초다. 붕괴하여 전자가 된다. 고 에너지 우주선이 대기를 때리면 충돌로 인해 새로운 입자들이 소나기처럼 생겨난다. 그 중 대부분이 뮤온이다. 헝가리계 미국의 물리학자 이지도어 아이작 라비(Isidor Isaac Rabi)는 뮤온이 발견된 것을 보고 “누가 주문했지?“란 말을 했다. 우주선은 원자가 물질의 유일한 존재 형태라는 생각을 산산조각 내기 시작했다. 뮤온은 시작에 지나지 않았다. 뮤온과 양전자는 2차 입자다.


초고에너지 양성자로 이루어진 우주선은 지구 대기를 뚫고 내려와 공기 중 원자와 충돌하여 다른 입자들을 산사태처럼 쏟아낸다. 이를 2차 입자라 한다. 거의 모든 양성자와 2차 입자들은 땅에 도달하기 전에 공기와 상호접촉하거나 붕괴한다. 우주선이 대기 중 질소와 접촉하면 탄소 14라는 방사성 탄소 동위원소가 만들어진다. 이는 산소와 결합하여 이산화탄소가 되어 광합성을 통해 식물에 흡수된다. 1940년대에 월러드 리비는 나무, 뼈 등의 유기물에서 탄소 14와 탄소 12의 양을 비교하면 동식물이 죽은 지 얼마나 오래되었는지 계산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탄소 14는 5730년의 반감기로 붕괴한다. 유기체는 살아있는 동안 탄소(C-12, C-14 등)를 지속적으로 흡수해 C-12와 C-14의 비율이 일정하다. 사망하면 C-14 흡수가 멈추고 남아있던 C-14가 약 5,730년의 반감기로 서서히 붕괴하여 사라진다. 안정한 탄소-12는 양이 변하지 않는다. 이 비율 변화를 측정해 유기체의 사망 시기를 추정한다. 탄소 14가 붕괴하면 중성자 하나가 양성자로 바뀌어 질소 14가 된다.


우주선 양성자가 대기 중 산소를 때리면 베릴륨의 두 동위원소인 베릴륨 7과 베릴륨 10이 생긴다. 이들은 지구에 퇴적된다. 베릴륨 10은 반감기가 140만년이며 붕괴하여 보론 10이 된다. 베릴륨 7은 53일만에 붕괴하여 리튬 7이 된다. 이 동위원소들은 남극과 그린란드의 얼음 층에 쌓인다. 이 얼음에 구멍을 뚫어 빙하 코어를 채취하면 시간을 거슬러 변화를 추적할 수 있다. 층마다 두 동위원소의 비율을 통해서 해당 층이 대기 중에서 얼마나 오래 전에 형성되었는지 알 수 있으며 베릴륨 10의 양을 통해서는 태양권이 따라서 태양이 얼마나 활동적이었는지 알 수 있다.


뮤온은 수백 미터 두께의 암석도 뚫는다. 거대한 물체를 통과하기에 X선으로는 할 수 없는 일을 할 수 있다. 1960년대에 루이스 앨버레즈는 뮤온을 이용해 피라미드 내부의 영상을 촬영했다. 뮤온은 전자나 X선과 달리 물질을 통과하면서 상호작용을 거의 일으키지 않기 때문에 산란이 덜 일어나며 대부분 물체를 뚫고 직진한다. 2006년 도쿄 대학교의 다나카 히로유키 교수가 이끄는 일본 연구진이 처음으로 뮤온을 이용하여 일본 아사마 산의 화산 내부 구조를 촬영했다. 뮤온을 이용한 촬영을 뮤오그래피(muography), 뮤온 단층촬영(muon tomography)이라 한다. 지질학자들은 뮤오그래피를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받아들였으며 에트나산, 베수비오산 등의 용암 통로를 파악하고 분화를 예측하기 위한 촬영을 실시했다. 이제는 시간 민감성 촬영술(time sensitive imaging)을 이용해 마그마의 움직임도 볼 수 있다.


입자 가속기를 향한 여정은 ”원자핵 안에 무엇이 있는가?”라는 물질의 본성에 대한 가장 거대한 질문에서 시작되었다. 양자역학에서는 모든 입자가 파동의 성질을 가지고 있어서 공간에 퍼져나갈 수 있다. 어떤 장벽도 100퍼센트 탄탄하지는 않다는 의미다. 파동은 고전적으로 말하자면 전혀 침투할 수 없는 영역에서도 스며들 수 있다. 중성자의 존재가 입증되었지만 원자핵을 인공적으로 둘로 쪼갤 수 있다는 사실이 훨씬 흥미로웠다. 양성자 방사원이란 말이 있다. 영어로 proton source라고 하는 양성자 방사원은 양성자를 생산하는 장치를 말한다. 양성자 방사원을 만들고 기기를 망가뜨리지 않은 채 고전압을 발생시키고 모든 것을 성공적으로 제어하는 과제가 부여되었다. 고전압에 통과시켜 고에너지를 만들어야 했기 때문이었다. 이는 원자핵을 쪼갤 생각에 따른 결과다.


제임스 채드윅은 베릴륨 충돌에서 방출된 입자가 감마선이 아니라 질량이 양성자와 대략 비슷한 중성 입자임을 입증했다. 러더퍼드와 그의 연구진은 획기적인 새로운 발견을 둘씩이나 동시에 해냈다. 중성자의 존재가 마침내 입증되었지만 원자핵을 인공적으로 둘로 쪼갤 수 있다는 사실이 훨씬 흥미로웠다. 러더퍼드는 핵 안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알아내겠다는 목표를 이루었다. 양성자와 중성자가 들어 있었다. 이 실험은 핵에서 양자역학이 중요하다는 사실과 아인슈타인의 E=mc² 방정식이 원자를 쪼갤 때 실제로 적용된다는 사실도 입증했다. 사상 최초로 핵을 마음대로 쪼개어 더 깊이 연구할 수 있게 되었다.


어떤 시료를 충돌시켜 효과를 확인하고 싶든 우주선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가속하는 입자의 종류, 개수, 에너지를 변화시킴으로써 실험을 통제할 수 있게 되었다. 원하는 때마다 충돌을 멈췄다가 시작할 수 있었다. 이는 핵이 그들의 수중에 들어갔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가속기 기술은 역사학, 고고학, 지질학 등의 여러 분야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었다. 전기적 또는 광학적 특성과 같은 물리적 특성을 변경하기 위해 재료에 첨가되는 소량의 물질을 의미하는 도펀트(dopant)를 정확하게 첨가하는 유일한 방법은 입자가속기를 이용하여 낱낱의 이온을 제어하고 주입하는 것이다. 이것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digital 카메라, 세탁기, 텔레비전, 자동차, 기차, 전기밥솥에 들어가는 반도체 기반 전자 부품을 만들 수 없다. 


루브르 박물관의 유리 피라미드 아래로 15미터 내려가면 오직 예술품만을 위한 입자 가속기를 볼 수 있다. 러더퍼드의 탐구는 핵을 붙들어두는 힘을 이해하는 쪽으로 옮겨갔다. 천문학과 핵물리학이라는 두 분야는 언뜻 보기에 서로 관계가 없을 것 같지만 입자 가속기를 이용한 행운의 발견으로 둘 사이에 지식의 연결이 이루어졌다. 그 결과 천체물리학에 대한 이해가 확대되었을뿐 아니라 과학의 거의 모든 영역에서 쓰이고 있는 막강한 도구가 탄생했다. 이 도구를 통해 발견된 것들은 우리의 삶 전반에 영향을 미쳤다.


우주선을 통해 새 입자를 온전히 이해하는 것은 어림 없는 일이었다. 고에너지에 도달하는 가속기를 제작하는 일은 단지 핵 안의 중성자와 양성자를 탐구하기 위한 것만이 아니라 진공에서 에너지로부터 새 입자를 창조하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기본 원리는 양성자를 표적에 충돌시키는 것이다. 그러면 원래의 입자는 사라지고 새 입자, 새 물질이 생겨난다. 원래의 입자는 존재하기를 멈추는 것이다. 고전적 관점에서는 직관에 어긋나지만 양자역학에서는 허용된다. 여기에도 법칙이 있다. 충돌 전과 후의 입자의 총 에너지가 같아야 하는 것이다.


입자 빔을 표적에 충돌시키면 에너지의 상당 부분이 새 입자를 만드는 데 들어가지 않고 잔해들의 운동 에너지로 흩어진다. 약한 핵력은 방사성 베타 붕괴를 일으키는 힘이다. 강한 핵력은 핵 안에서 양성자와 중성자를 묶어 두는 힘이다. 가속기가 더 많은 기묘(strange) 입자를 만든다 해도 그것을 검출하여 측정하지 못한다면 소용 없는 일이다. 우리가 질량을 얼마나 정확히 아는가는 입자가 얼마나 오래 생존하느냐에 달려 있다. 이는 측정 오류의 결과가 아니라 양자역학의 핵심 원리인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원리에 모셔진 물질의 성질로 인한 현상이다. 입자의 수명이 짧을수록 에너지를 즉 질량을 확실히 알 수 없다는 의미다.


일본의 과학 역량이 파괴된 것은 전쟁으로 인한 빈곤 때문일뿐 아니라 1945년 미국이 취한 조치 때문이기도 했다. 미군 점령 당국은 사이클로트론이 핵무기 개발에 이용될 것을 우려해 일본의 대형 사이클로트론 4기를 해체했다. 새 입자가 전부 소립자는 아니어서 일부는 쿼크라는 성분으로 이루어졌지만 쿼크 자체는 여전히 관찰되지 않았다. 베타 붕괴는 핵 안에서 전자를 생성한다. 베타 붕괴는 매우 작은 에너지에서 일정한 최대 에너지에 이르는 연속 스펙트럼 위에서 언뜻 무작위로 보이는 에너지를 가질 수 있었다.


중성미자는 몇 광년 두께의 납을 통과할 수 있다. 중성미자는 방사성 붕괴를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될뿐 아니라 태양, 초신성, 물질의 기원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우리에게 가져다주었다. 중성미자는 시간과 거리에 따라 종류가 달라진다. 중성미자의 종류는 셋이다. 전자 중성미자, 타우 중성미자, 뮤온 중성미자다. 어느 중성미자가 가장 무거운지, 각각의 질량이 정확히 얼마인지 모른다. 셋의 질량을 모두 더하더라도 전자의 100만 분의 1에 지나지 않는다. 강력이나 전자기력을 느끼지 않으며 약력과 중력만 느낀다.


지구 중성미자(geoneutrino)를 찾는 작업도 진행중이다. 중성미자 지구물리학(Neutrino Geophysics)이란 분야도 있다. 칼륨 40, 토륨, 232, 우라늄 238의 방사성 붕괴로 인해 생기는 지열의 크기를 알고자 하는 것이다. 중성미자는 지구 중심을 직선으로 통과할 수 있다. 저자는 지금까지 도출된 결과로 보건대 생명은 낮은 수치의 방사선이 필요한 듯 하다고 말한다. 중성미자는 유령, 전령, 우주선(宇宙線), 무(無)의 가닥으로 불렸다. 중성미자는 김제완 교수에 의해 '겨우 존재하는 것들'로 명명되었다. 너무나 미미해서 우리 몸을 수조 개가 뚫고 지나가도 전혀 느끼지 못하는 극소립자이지만 태양이 빛을 내는 수소 핵융합 반응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유령 같은 입자이기 때문이다.


마이크로파는 직관과 어긋나게 파장이 작다는 의미가 아니다. 가시광선보다 약 20만배 길지만 전자보다 짧기 때문에 그렇게 불린다. 전자는 전자기력과는 상호작용하지 않고 강력과 상호작용한다. 전자기력은 전하를 띤 입자들 사이에서 작용하는 힘으로 광자(狂子)에 의해 매개된다. 강력은 고무줄이 쿼크들을 당기고 있는 것과 약간 비슷해서 가까운 거리에서는 비교적 약하지만 먼 거리에서는 극도로 강하다. 쿼크들은 가까이 있을 때에는 비교적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지만 떼어내려먼 강력이 반발한다. 이를 가둠(confinemant)이라 한다. 이 때문에 쿼크는 양성자 안에 단단히 갇혀 있어서 떼어내려고 에너지를 투입하면 새로운 쿼크-반쿼크 쌍이 생긴다. 그 결과 쿼크는 자연에서 홀로 관찰될 수 없다.


저자는 대형강입자 충돌기(LHC)로 인해 뛰어난 사람들을 훈련시킬 수 있게 되었다고 말한다.(332 페이지) LHC와 검출기들은 국제적이고 유망한 초거대 과학이다. 전 세계에서 가장 뛰어나고 총명한 젊은이들이 대거 물리학에 투신하는 것은 LHC로 인한 대규모 프로젝트 덕분이며 수천 명이 이 분야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하지만 그 다음은 어떤가? 물리학의 일부 분야에서는 박사후 연구원 자리 하나에 100여명이 지원한다. 학계에 자리를 잡거나 대형 연구소에서 종신직을 얻기는 더더욱 힘들다.


저자는 박사 과정을 마치고 몇 년 뒤에 남을 것인가, 떠날 것인가의 순간이 찾아왔을 때 물리학에 남을 유일한 길은 자신이 주도하는 연구뿐이라고 결론내렸다고 말한다. 저자는 이온트랩을 이용하여 입자 가속기를 흉내내는 소규모 실험 장비를 백지 상태에서 만들어내기 위해 동료들과 연구소를 설립했다고 말한다. 저자는 자신이 그토록 사랑하는 물리학(호기심에 이끌려큰 그림을 그리는)을 뒤로 하고 떠나는 것은 엄청난 정서적 고통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자신이 데이터 과학, 문제 해결, 대중 연설, 글쓰기에 재능이 있다고 말한다. 우리는 틈새를 들여다 보아야 한다고 말하는 저자는 힉스 보손은 시작에 지나지 않는다고 결론짓는다. 글쓰기에 능한 저자 덕분에 물리학의 새로운 지식을 많이 얻었고 지구과학과의 연결점도 찾았다. 중성미자지구과학에 관심이 많이 간다. 지구 핵의 열의 크기를 측정하는 학문이다. 지구 핵은 방사성 붕괴로 열을 발산한다. 지구는 식어가지만 속도는 매우 느리다.


2001년 고중숙 교수의 ‘내 머리로 이해하는 E=mc²’을 통해 뮤온에 대해 안 이래 25년만에 다시 업그레이드 버전의 뮤온 이야기를 접했고 중성미자와 지구과학의 연결점도 만났다. 업그레이드 버전이란 역시 지구과학과의 접점을 의미한다. 우리를 인도하는 것은 실험 데이터다.(342 페이지) 우주 질량의 95퍼센트가 아직 검출되지 않은 상황에서 발견의 과실은 어느 때보다 크다. 저자는 입자물리학처럼 난해해 보이는 학문이 우리 세상을 이토록 송두리째 바꿨다면 우리가 간과한 다른 연구 분야(과학에서뿐 아니라 모든 탐구 영역에서)가 틀림없이 많이 있을 것이라 말한다. 좋은 질문을 던지는 능력, 호기심의 문화, 끈질기게 매달릴 자유가 필요하다.(348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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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어떻게 지구를 먹어치우는가 - 초가공식품과 식품산업이 만들어낸 게걸스러운 인류의 탄생
    헨리 딤블비.제미마 루이스 지음, 김선영 옮김 / 어크로스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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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토덱스트린이란 성분에 대해 최근 알았다. 지난 해 11월부터 하루에 한 팩씩 먹던 그릭요거트에도 그 성분이 포함된 것을 확인하고 某 마트에 들르던 발길을 끊었다. 이웃 마트에 가서 확인한 다른 그릭요거트에는 말토덱스트린 대신 변성 전분이 들어갔다는 표시가 되어 있었다. 덱스트린(dextrin)은 수분과 산(酸)이 있는 조건에서 전분을 가열하여 얻는 생성물을 총칭하는 말이다. 종이 제품의 접착제로 사용되다가 식품에도 쓰이고 있다. 무늬만 저당(低糖)인 식품에 속지 말라는 기사 제목이 눈에 띈다. 혈당을 급격히 올려 혈관이나 호르몬 대사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고 한다. 과일을 적당량 먹는 습관을 들여야겠다. 가공식품을 잘 먹지 않지만 제로에 가까워지도록 습관을 들일 필요가 있다. 


    물리학과 철학을 전공한 헨리 딤블비와 언론인인 그의 아내 제미마 루이스가 쓴 '우리는 어떻게 지구를 먹어치우는가'가 최근 나왔다. '초가공식품과 식품산업이 만들어낸 게걸스러운 인류의 탄생'이란 부제가 달린 이 책에서 초가공식품, 비만, 기후위기의 연결고리를 만날 수 있다. 책의 원제는 'Ravenous'다. 엄청난, 배가 고파 죽을 지경인 등을 뜻하는 단어다. 물론 식욕(Appeite)을 수식한다. 책은 "수제" 계란 샌드위치에 32개의 재료가 들어간다는 말을 한다. 책은 초가공식품(UPF; ultra processed food) 섭취 비율이 10% 늘 때마다 암 발병률이 12%, 우울증 증상이 21%, 심혈관질환 위험이 12% 증가한다고 말한다. 초가공식품은 색소, 유화제, 향료 등 각종 첨가물을 더해 맛과 식감을 인위적으로 만든 음식을 뜻한다. 문제는 중독성이 있다는 점이다. 


    저자는 정크 푸드 광고를 막기 위한 정부의 개입 부족에 대해 성토한다. 식품 회사들이 기후 변화로 식량과 물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자 설탕 음료와 포장된 쿠키, 크래커 같은 초가공식품에 대한 마케팅 캠페인을 강화하고 있는 현실을 보라. 저자에 의하면 사람들이 음식의 늪이라 불리는 정크 푸드 세상에 지쳐 변화를 갈망하고 있다. 현재의 식량 시스템은 토양 악화, 수질 오염, 산업 파괴의 주인(主因)으로 화석 연료 산업 다음으로 기후 위기의 책임이 있다. 영국의 경우 대중교통으로 15분 이내 거리에 신선한 식재료를 파는 가게가 없는 지역에 330만명이 산다고 한다.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4년 넘게 환경식품농촌부 비상임 이사직을 수행했고 건강하고 지구환경에도 이로운 음식을 제공하고자 하는 레스토랑 체인인 레온(Leon)의 창시자인 저자는 우리의 농업 시스템의 악순환을 언급한다. 토양의 질이 저하되자 비료와 살충제를 더 많이 써서 그 감소분을 만회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물론 비료와 살충제는 화석 연료로 생산된 것이다. 이 결과 이산화탄소가 많이 배출될뿐 아니라 토양의 질은 더욱 악화된다. 저자는 인류가 맞이하고 있는 식량 불안정의 책임을 단지 인구과잉으로 돌린다. 주목해야 할 점은 전세계 가난한 나라 인구 7억 5천만명이 굶주리는 반면 부자 나라는 엄청난 음식 쓰레기를 배출하고 있는 현실이다. 


    현재의 식량 생산 방식을 유지하더라도 시스템을 더 공정하고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바꾼다면 전세계 100억 명의 인구를 충분히 먹여 살릴 수 있다는 영국 기계공학회의 보고서를 볼 필요가 있다. 양식 있는 논자들은 인류의 불평등을 덮고 전세계가 책임이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인류세란 말 대신 자본세라는 말을 사용하고 있다. 인류세는 인류가 지구에 영향을 미치는 시대를 의미하는 말이고 자본세는 자본주의가 발달한 나라의 책임을 일깨우는 말이다. 풀이하면 자본세란 자본주의가 발달한 나라들이 지구에 영향을 미치는 시대를 말한다. 


    저자는 가축 사육 방식에 대해서도 논한다. 즉 150년 후에는 사람들이 현재 진행되는 것과 같은 유제품 생산을 비롯한 거의 모든 형태의 육류 생산 방식을 혐오스럽게 여길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고 식단을 바꿀 수 있는 대안 가운데 하나가 콩 소비다. 콩은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육류와는 정반대다. 콩은 소고기와 닭고기를 생산하는 데 사용되는 엄청난 양의 물을 소비하는 축산 방식보다 단백질 1g당 물 소비량이 훨씬 적고, 토양의 질을 개선하여 질소를 흡수하고 비료 사용량을 줄여준다. 


    책의 핵심은 기후 변화가 전 세계 식량 시스템에 미치는 파괴적 결과를 논한 대목이다. 기후변화로 인해 가뭄이 들면 전 세계 식량 안보에 가장 큰 위협이 된다. 기온이 상승하면 작물 재배 지역과 재배 가능한 작물의 분포에 큰 변화가 발생한다. 


    기후가 변화하면 생산지에서 시장으로 식량을 운송하는 능력이 떨어져 양질의 다양한 식단을 맞이할 기회가 줄어들게 된다. 영양가가 풍부한 식품에 대한 접근성이 줄어들면 저소득층 지역사회에 파괴적 결과가 빚어질 것이다. 영양 상태 악화, 회복력 저하 등이 그것이다.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어떻게 패스트 푸드에 길들어 헤어나오지 못하는 악순환을 끊고 기후위기로 인해 가속되는 일신의 위기, 식량 위기의 늪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현명한 소비, 정부의 적극 개입 등 획기적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는 어떻게 지구를 먹어치우는가’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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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경, 바위, 시간 - 지질학적 증거에 기반한 지구 연대 논쟁
    데이비스 영.랠프 스티얼리 지음, 김의식 옮김 / IVP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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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질학자 데이비스 영, 랠프 스티얼리의 책이다. 부제는 ‘지질학적 증거에 기반한 지구 연대 논쟁’이다. 랠프 스티얼리는 ‘그랜드 캐니언, 오래된 지구의 기념비’의 공저자 중 한 명이다. 이 책은 “주로 기독교 목사, 신학자, 성서학자, 학생, 과학적 문제에 관심 있는 평신도를 대상으로 하지만 비그리스도인도 환영”하는 책이다. 저자는 표준적인 주류 과학적 지질학의 관점에 비해 지구사를 근본적으로 잘못 보는 관점을 홍수지질학으로 명명한다. 본문에 흥미로운 개념이 나온다. 루수스 나투라이(lusus naturae)란 개념이다. 자연의 장난이란 의미다. 많은 유능한 학자들에 의해 화석은 1) 루수스 나투라이, 2) 헤아릴 수 없는 여러 목적에서 암석 안에 자리 잡도록 창조된 하나님의 작품, 3) 하나님이 생물계를 창조하실 때 마침내 결과에 만족하여 현재의 동물과 식물의 창조가 아주 좋다고 선포하시기 전에 있었던 예행 연습의 폐기물, 4) 천상의 영향의 산물, 5) 암석 내부의 끓어오르는 증기나 가소성 요소의 산물, 6) 동물과 식물의 싸앗 원리로 충전된 지하 유체의 산물들 중 하나로 여겨졌다.(62 페이지) 


    로버트 후크(1635-1703)는 화석을 유기물로 보았지만 그것이 노아 홍수의 잔존물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66 페이지) 물리학과 천문학에 폭넓은 관심을 가졌던 후크는 지질학적 주제에도 매료되어 지질학에 아주 중요한 공헌 몇 가지를 했다. 그는 당시에 발명된 현미경을 지질학적 자료 연구에 최초로 적용했다. 후크는 세포라는 말을 고안해낸 사람이다. 덴마크의 과학자 니콜라스 스테노(1638-1686)는 지층들은 한꺼번에 퇴적되지 않고 개별 층들이 연속적으로 퇴적되고, 각각의 층은 그 위의 층들이 퇴적되기 전에 굳는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화석이 멸종과 무관할 수 있다는 사실도 중요하다. 처음에 화석 기록으로만 알려졌던 생물들 중 일부가 오늘날에도 살아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지구가 6천년보다 훨씬 오래되었다는 결론이 나온 것은 19세기 초였다. 크리스티안 퓌히젤(1722-1773)은 누층(formation)을 동일한 시기에, 동일한 재료로, 동일한 방식으로 형성된 지층들로 정의했다.(98 페이지) 걸출한 광물학자이자 작센의 지질 전문가인 아브라함 베르너(1749-1817)와 물리학을 오늘의 형태로 정립시킨 윌리엄 톰슨(1824-1907)의 사례를 보며 우리는 그들보다 적어도 한 가지 면에서는 더 안다고 말할 수 있다. 베르너는 화강암, 편마암, 편암, 현무암 등이 초기의 바다에서 화학적으로 침전되었다고 주장했다.(100 페이지) 이를 수성론이라 한다. 톰슨은 지구의 연대를 계산할 때 필요한 방사능이라는 열의 원천을 몰랐다.(183 페이지) 물론 이는 시대의 한계였다. 윌리엄 톰슨은 일명 켈빈(Kelvin) 남작이라 불렸다. 절대 영도를 의미하는 K는 바로 켈빈의 이니셜이다. 


    스코틀랜드의 제임스 허턴(1726-1797)과 제임스 홀(1761-1832)의 관계도 흥미롭다. 두 사람 모두 화성론자다. 홀은 스승격인 허턴이 타계하고 나서 실험을 거행했다. 홀은 암석을 도가니에 넣어 녹이고 화성(火成) 현상을 실험적으로 모형화한 최초의 지질학자였다.(118 페이지) 허턴은 생전에 홀의 실험을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찰스 라이엘(1797-1875)은 균일론의 최고 해설자였다. 균일론은 지금은 작용을 멈춘 초자연적 원인에 의지하지 않고 현재 작동중인 것으로 관측되는 원인들의 측면에서 지구의 과거사를 충분히 설명할 수 있다는 학설이다. 라이엘은 찰스 다윈(1809-1882)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다윈에게 라이엘의 ‘지질학 원리‘를 소개해 준 사람이 비글호 선장 로버트 피츠로이(1805-1865)다. 피츠로이는 자신의 그런 행동이 다윈에게 진화론을 정립하게 했다는 자책감에 시달렸다. 


    균일론의 반대가 격변론이다. 격변론 이론을 무너뜨리고 균일론적 사고를 심화시키는 데 크게 기여한 인물이 빙하 연구로 유명한 루이 아가시(1807-1873)다. 아가시는 다윈 진화론을 반대한 수수께끼 같은 존재로 여겨진다.(133 페이지) 다윈은 자연선택에 의한 진화이론을 제창하기 이전부터 일류 지질학자였다. 그는 지질학적 경험을 통해 침식이 매우 느리게 일어난다는 인상을 받고 지구의 태고성 문제를 숙고하게 되었다.(150 페이지) 윌리엄 스미스(1769-1839)의 조카인 존 필립스(1800-1874)는 커다란 석탄 광산 내에서 깊이의 함수로 온도의 증가를 측정하여 지구가 오랜 기간 냉각되어 왔다는 결론을 내렸다.(151 페이지) 19세기가 다하면서 다년간의 현장 답사 경험이 있는 전문지질학자들은 지구가 단지 수쳔 년밖에 되지 않았다고는 꿈에서도 생각하지 않았다. 


    지구 역사가 6천년 되었다는 말은 베드로후서 3장 8절(사랑하는 자들아 주께는 하루가 천 년 같고 천 년이 하루 같다는 이 한 가지를 잊지 말라)에서 기원했다. 하나님의 천지 창조일인 6일에 기계적으로 1000을 곱한 결과다.(41 페이지) 이 사실을 접하며 영묘한 하나님의 하루가 어찌 천년 같기만 할까란 의문이 든다. 많은 사람들이 하루가 천 년 같고 천 년이 하루 같다는 말을 신비롭다고만 여길뿐 하루가 천년에, 천년이 하루에 고정된다는 것이 너무 기계적이고 오히려 하나님의 섭리를 제한하는 것이라는 데까지는 이르지 못하는 것 같다. 베드로 후서의 핵심은 주님의 날은 우리가 헤아릴 수 없다는 의미이지 ’하루; 천년’이 아니다. 저자는 성경에 나오는 족보들을 더한 숫자는 인간의 연대이지 우주나 지구의 연대가 아니라는 말을 한다,(229 페이지) 


    저자는 성령이 성경해석이라는 교회의 작업을 인도하신다는 사실에도 불구하고 성경의 해석은 오류 가능한 인간들에 의해 수행된다는 말을 한다.(234 페이지) 성령의 인도를 받는 성경 해석이 무류(無謬)한 결과를 생산하는 절대적으로 확실한 절차였다면 분명히 교회는 광범위한 본문들에 대해 수많은 경건한 사람이 내놓은 매우 많은 다양한 해석을 가지지 않았을 것이다. 분명히 교회는 자신의 믿음이 성경에 가장 충실하다고 전적으로 확신하는 수많은 교파로 나뉘지 않았을 것이다. 성경 주석가들이 무류했다면 모든 본문의 해석에서 일치를 보였을 것이다.(234, 235 페이지) 저자가 말했듯 하나님은 자연 안에서도 자신을 계시하시기에 주석가들이나 그리스도인들이 자신이 배격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과학적 발견을 배제함으로써 하나님의 작품에 대한 과학적 연구의 열매를 경시하는 것은 지혜롭지 못하다. 


    과학은 개방성과 변화 가능성을 핵심으로 한다.(236 페이지) 지구의 장대한 태고성은 굳게 확립된 기본 원리다. 문화적 진공 상태에서 성경을 주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238 페이지) 과거의 주석가들은 과학 발견들의 영향을 받지 않았지만 그들은 다른 과학적 개념들에 의해 형성된 문화 속에 거했다. 과거의 주석가들은 문화적 배경과 무관하게 성경을 해석한 것이 아니다. 저자는 현대 과학이 반성경적이라는 말은 잘못되었다고 지적한다. 성경이 역사적 책이라는 말은 성경의 모든 구절이 동일한 방식으로 역사적이라거나 심지어 성경의 모든 구절이 역사적 정보를 전달하려는 의도를 갖는다는 의미가 아니다. 시편의 시들, 예언자들의 신탁적 언설, 사도들의 편지 일부, 요한계시록의 묵시적 환상의 일부는 비유와 상상이 풍부하다. 이 편(編)들은 분명히 역사서가 아니다. 이 작품들은 모두 일정한 역사적 맥락 안에서 쓰였고 그것들이 쓰인 시기의 상황에 대해 말했다.(241 페이지) 성경은 특별히 자연세계에 대한 자잘한 세부 사항을 가르치기 위해 주어진 책이 아니다.(250 페이지) 


    음파와 유사한 방식으로 반응하는 지진파는 암석층을 통과하지만 그 에너지의 일부는 서로 다른 두 층 사이의 경계면에서 반사된다. 이런 암석 불연속면을 지진 반사면(seismic reflection)이라 부른다.(308 페이지) 젊은 지구 창조론자들의 지질학 논의는 대부분 사암, 석회암, 셰일, 석탄, 증발암 등의 퇴적암에 초점을 둔다. 그들은 이 암석들이 창세기 홍수 동안 지구 전체에 걸쳐 지극히 급속하게 퇴적되었음을 강조한다. 하지만 그들은 지구가 수천년보다 훨씬 오래되었음을 증거하는 화성암과 변성암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거의 논하지 않는다.(433 페이지) 많은 경우 관입 마그마의 거대한 암석체는 냉각대(chill zone)를 보여준다. 냉각대는 냉각 중인 화성암체가 관입당한 모암(母巖)과 접촉한 곳에서 형성된다. 냉각대는 이 화성암체 내부에 비해 대단히 세립질인 암석으로 구성되어 있다. 지질학자들은 이 암석의 세립질적 성격의 원인을 이 암석이 마그마보다 훨씬 더 차가운 모암과 접할 때 일어나는 마그마의 메우 급속한 냉각과 결정화로 돌린다. 


    마그마의 온도는 H₂O의 양에 따라 다르지만 현무암질 마그마는 보통 섭씨 1,100~1,200도 정도이고 화강암질 마그마는 대개 섭씨 750~1,000도 정도다. 그에 비해 마그마가 관입해 들어간 암석은 섭씨 200~300도 정도로 상대적으로 차갑다. 화성암체 내부의 마그마는 주변부의 마그마보다 훨씬 천천히 열이 손실된다. 결과적으로 화성암체 내부의 암석을 구성하는 결정들은 접촉면 근처 냉각대의 광물들보다 크기가 더 자랄 시간을 갖는다.(437, 438 페이지) 관입 화성암은 석회암, 사암, 셰일의 두꺼운 연속층에 의해 둘러싸인 경우가 많다. 이 퇴적암들은 화성암체와의 접촉면 가까운 곳에서 흔히 입자 크기, 결정의 성격, 광물 종류 면에서 분명한 변질을 겪는다.(438 페이지) 


    지구의 태고성을 가장 설득력 있게 보여주는 경우는 심성암체다. 캘리포니아주의 시에라네바다 저반(底盤; batholith) 또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부슈벨트 화성암 복합체 등이 지구의 태고성을 가장 설득력 있게 보여주는 저반들이다. 저반은 지구 깊은 곳의 마그마가 지각 속으로 침입하여 천천히 식으며 굳은 거대한 심성암체다. 이들은 길이 480km, 폭 240km, 두께 7.2km의 매우 거대한 화성암체다.(442 페이지) 이런 초거대 화성암체가 만들어지는 데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1) 지각 또는 상부 맨틀 내의 깊은 곳에 있는 암석들이 녹는 시간, 2) 녹은 물질이 대량으로 쌓이는 시간, 3) 마그마가 지각을 거쳐 지표 또는 그것이 정지될 때까지 이동하는 시간, 4) 마그마가 결정화되는 시간, 5) 새로 결정화한 화성암체가 주변 암석의 배경 온도까지 식는 시간, 6) 화성암체가 결정화한 지표 아래에서 표면에 이르는 시간, 7) 화성암체가 침식으로 지구 표면에 드러나는 시간(442 페이지) 등을 보라. 얼마나 장구한 시간이 걸릴지 감이 잡힌다. 더 고려해야 할 중요 요인 중 하나는 마그마가 들어갈 커다란 공동(空洞)이 처음부터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마그마가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이 만들어지는 데 걸리는 시간은 마그마가 상승하는 시간보다 훨씬 느리다. 이는 마그마가 시간을 두고 발생하는 파동의 형태로 상승함을 나타낸다.(447 페이지) 


    이미 정치(定置)되어 굳은 암체를 다른 암체가 가로지르기도 한다. 개별 화성암체들의 화학적 조성이 모두 같지는 않다. 이는 마그마 원천 지역의 화학 조성이 변했거나, 심성암체들이 서로 다른 시기에 서로 다른 원천으로부터 나왔음을 암시한다.(448 페이지) 가장 많이 걸리는 것은 마그마가 결정이 되어 굳는 시간이다. 화성암체의 냉각의 증거가 불과 수천 년 된 지구와 양립할 수 없다면 홍수 지질학의 이론과는 더욱 양립하기 어렵다.(463 페이지) 많은 화성암체가 이전에 존재하던 퇴적암 안에 자리잡고 있다는 점도 헤아릴 필요가 있다. 커다란 관입암체들은 결코 빨리 열을 잃을 수 없다. 젊은 지구 가설의 문제는 심각해진다. 그 옹호자들은 지표면에 퇴적된 일반적 퇴적암들이 어떻게 112km 또는 그보다 더 깊은 지하에 묻히고 그곳에서 완전히 재결정화되고 그 후 극히 짧은 시간에 지표로 솟아 노출되었는지 설명해야 하기 때문이다.(471 페이지) 그 어디에도 그렇게 빠른 과정이 기록되어 있지 않음이 물론이다. 


    각력암을 의미하는 breccia는 이탈리아어에서 온 단어로 ‘부서진’을 의미한다. 각이 지고 부서진 파편들로 구성된 역암을 말한다.(490 페이지) 지난 한 세기 동안 퇴적 지질학자들은 퇴적물과 퇴적암을 이해하는 원리들을 규명했다. 주어진 퇴적체를 움직이는 물 에너지나 바람 에너지의 강도를 결정하는 기본 역학, 어떤 종류의 조건에서 소금이나 석고나 탄산염이 침전될 수 있는지를 설명하는 수화학(水化學), 산호초나 숲이 번창할 수 있는 온도와 빛 조건을 제한하는 생태학적 또는 생물학적 원리들이 여기에 포함된다.(503 페이지) 요세미티 국립공원의 화강암들은 지질학자들이 시에라네바다 저반이라 명명한 대략 560km×96km의 거대한 화강암체의 매우 작은 부분을 이룰뿐이다.(507, 508 페이지) 저반이란 102제곱 km 이상의 면적이 드러난 관입 화성암체를 말한다. 


    저자는 인상적인 표현을 한다. 시에라네바다 산맥으로부터의 증거는 하나님이 세계의 이 부분을 어마어마하게 긴 기간이 걸리는 놀라울 정도로 복잡한 지질학적 과정을 통해 형성하기로 결정하셨음을 분명히 보여준다는 말이 그것이다. 저자가 말했듯 지구의 어떤 지역의 지질이든 면밀하고 주의 깊게 들여다본다면 우리는 모두 하나님이 자신의 세계를 만드시는 데 수많은 시간을 들이셨음을 이해할 수 있다.(534 페이지) 방사성 연대측정은 절대 연령 측정을 위한 수단이다. 방사성 연대측정이 지구가 오래되었다는 개념의 유일한 증거는 아니다.(536 페이지) 전자의 수는 핵 내의 양성자 수와 거의 비슷하다. 전자의 질량은 양성자 질량의 1/ 1,836이다. 양성자와 전자가 상호작용하면 중성자를 형성할 수 있다. 중성자는 양성자보다 약간 더 무겁다. 핵 내의 양성자와 중성자의 합이 원자질량이다. 양성자 2개, 중성자 2개의 방출 조합을 알파붕괴라 한다. 헬륨 원자핵(알파 입자)을 방출하는 현상이다. 


    베타붕괴는 양의 베타붕괴와 음의 베타붕괴로 나뉜다. 양의 베타붕괴는 양성자가 중성자로 변하면서 양전자와 전자 중성미자를 방출하는 현상을 말한다. 음의 베타붕괴는 중성자가 양성자로 변환되면서 전자(베타 입자)와 반중성미자를 방출하는 현상을 말한다. 우라늄 238로부터 시작하여 알파붕괴 8회, 베타붕괴 6회를 수반하는 여러 차례의 붕괴를 거쳐 양성자 82개와 중성자 124개로 이루어진 안정한 동위원소인 납 206(82+124)이 만들어진다.(541 페이지) 방사성 붕괴는 통계학적으로 모형화되어야 한다. 언제 어떤 원자가 자동적으로 붕괴할지 아무도 예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원자는 10분만에 붕괴할 수도 있고 10억년만에 붕괴할 수도 있다. 반면 우리는 어떤 표본의 특정 동위 원소의 방사성 원소의 지극히 많은 수가 붕괴하게 될 속도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 이는 반감기를 염두에 둔 말이다. 


    어떤 원자들이 붕괴할지 정확하게 예상할 수 없다. 수백 또는 수천년에 지나지 않는 물질들의 연대측정을 원한다면 반감기가 5,730년인 탄소 14를 이용하면 된다. 수백만-수천만년 된 광물과 암석의 연대측정을 위해서는 반감기가 12억 5천만년인 칼륨 40을 이용하면 된다. 암석의 연대가 수백만-수십억년인 경우 반감기가 44억 6,800년인 우라늄 238이나 반감기가 1,060억년인 사마륨 147을 이용하면 된다. 지질학적으로 중요한 방사성 동위원소의 붕괴상수의 섭동(攝動; pertubation)에 대한 증거는 오늘날까지 발견되지 않았다.(548 페이지) 창조과학연구소의 러셀 험플리스는 창세기 홍수 동안에 방사성 붕괴가 100만배 증가했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그렇다면 즉 짧은 기간에 방사성 붕괴가 일어났다면 엄청난 양의 열이 발생해 생명을 전멸시킬 정도의 광범위한 암석의 용융과 바닷물의 비등(沸登), 대기의 가열을 초래했을 것이다. 


    험프리스는 공간 자체가 늘어나고 복사선의 파장이 길어지는 적색편이(파장이 '붉은; 긴' 쪽으로 변화)의 우주 안에서 공간을 통해 나아가는 복사선 에너지의 손실에 의해 막대한 양의 열에너지가 상쇄되었다고 말했지만 우주의 팽창 속도가 왜 갑자기 창조 기간과 노아의 홍수 기간에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증가했는지 답하지 못했다. 만일 방사성 연대측정에서 심각한 오류가 발견되었다면 그것은 지질학의 요인 때문에 발생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방사성 연대 측정이 합당하고 식견 있는 비판을 견뎌낼 수 없다면 지질학자들은 그 방법을 포기할 것이다. 그들은 과학계 회원들의 강력한 비판에 따라 결함이 있는 방법을 포기할 것이다. 하지만 몇몇 다른 방법은 비판적 분석을 오랫동안 견뎌왔고 따라서 지질학적 조사에 유익한 도구로 여겨진다. 넓은 범위의 방사성 연대 측정법으로부터 얻은 증거는 지구가 수십억 년임을 압도적으로 지시한다. 


    하나님이 암석에 방사성 동위 원소와 그것의 딸 생성물의 형태로 남겨 두신 단서는 대단히 명료하다.(612 페이지) 젊은 지구 창조론자들은 현대 지질학이 주장하는 지구사의 모습이 무신론과 반지성주의로 채색된 균일론의 원리라는 토대 위에 지어졌다고 주장해왔다.(615 페이지) 젊은 지구 창조론자들은 균일론이 성경에 제시된 기독교적-유신론적 세계관을 향한 적대감, 특히 신적 창조의 개념과 죄 많은 인류를 멸하기 위한 격변적인 전 지구적 홍수 개념을 향한 적대감으로부터 나오는 진화론적 우주관에 대한 헌신과 짝을 이룬다고 종종 주장한다.(625 페이지)


    동일과정설을 주창한 초기 지질학자 찰스 라이엘은 국지적 격변 사건을 거부하지 않았다. 동일과정설은 과거의 자연환경에 작용했던 과정이 현재의 자연현상과 같을 것이라는 가정이다. 하지만 그는 동료 지질학자들이 호소하는, 현대인들이 경험하지 못한 대규모의 격변에 대해서는 냉담했다. 화산 활동의 강도가 특정 지역에서는 시간에 따라 다양할 수 있더라도 전 지구적 규모에서 거의 동일한 강도를 유지했다. 고생물학자 스티븐 제이 굴드는 방법론적 균일론과 실질적 균일론을 구별했다. 전자는 자연법칙의 균일성과 관련된다. 실질적 균일론은 지질학적 결과를 낳는 종류의 과정들이 지질학적 시간을 통해 지속되었는지 그리고 그 과정들의 속도가 격변적이지 않고 다소 일정했는지 즉 점진적이었는지 같은 문제와 관련된다.(632, 633 페이지) 


    균일한 입자 크기를 가진 순수한 석영 모래가 95 퍼센트를 넘는 두꺼운 축적물은 격변적 과정의 산물로 생기지 않으며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643 페이지) 층서 기록에 넓게 자리 잡은 구조체들이 발달하는 데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지질학적 과거에 격변적 사건이 일어난 점을 받아들이더라도 우리는 젊은 지구나 완전히 격변적인 지구사 해석을 수용하기 어렵다. 라이엘은 지구가 식고 있다는 주장에도 회의적이었다. 저자는 우리도 대다수 지질학자들이 그랬던 것처럼 라이엘의 지구사의 일정 상태 개념을 거부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자신이 라이엘이 그토록 강력하게 지지했던 의미에서의 균일론자들이 아니라고 말한다. 지구 과거의 어떤 측면에서는 방향적 특성이 많이 있기 때문이다.


    요약하면 현대의 지질학자들은 장기간에 걸친 지질학적 진행 속도나 지질학적 조건의 균일성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저자는 느린 속도를 선호하는 선험적 편견이 아니라 암석 내의 경험적 증거가 그랜드 캐니언의 암석 대부분이 느린 속도로 퇴적되었음을 수용하라고 강력히 요구한다고 말한다.(648 페이지) 저자는 젊은 지구 창조론자들에게 균일론과 격변론의 무익한 이분법을 폐기할 것을 요구한다.(649 페이지) 저자는 자신들은 두 가지 면에서 균일론자라 말한다. 1) 지질학이 물질의 기본 특성과 자연법칙이 계속 일정했다는 점, 2) 우리가 종류 측면에서 현재의 지질학적 과정 및 원인과 동일하거나 유사한 과정과 원인의 측면에서 과거의 지질학적 지형을 설명하려고 먼저 시도한 후에 생소한 미지의 원인에 호소하려 한다는 현실론적 절차를 일반적으로 받아들인다는 점 등이다. 


    저자는 암석들이 해석되어야 한다는 말에 즈음해 결국 해석 체계는 암석 안에 있는 것에 부합해야 한다고 말한다.(651 페이지) 비록 퇴적암 기록의 일부 현상이 노아의 대홍수 측면에서 해석될 수 있다 하더라도 그들이 호소하는 현상 대부분은 전 지구적인 격변적 노아의 홍수보다 훨씬 작은 규모의 과정의 측면에서 훨씬 더 만족스럽게 설명될 수 있다. 어떤 젊은 지구 창조론자들은 현재로서는 증거가 자신들의 견해를 지지하지 않는다는 점을 인정한다. 젊은 지구 창조론자들은 지질학적 관심이 아닌 종교적 관심에 의해 동기를 부여받는다고 할 수 있다.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은 젊은 지구의 수용을 요구하지 않는다. 사람의 영원한 구원은 젊은 지구를 받아들이는 데가 아닌 예수 그리스도의 희생에 있다.


    저자는 목사들과 주일학교 교사들에게 젊은 지구 창조론과 홍수 지질학을 설교와 분반 공부에 놓지 말 것을 요구한다. 또한 미래의 교회 목사들을 훈련시키는 신학교 교수들에게 몸소 지질학을 배우고, 신학생들에게 지질학 공부를 권하고, 신학생들을 위해 성경의 가르침을 타당한 과학과 연관시키는 방법의 모형을 만들고, 학생들이 목회를 시작할 때 젊은 지구 창조론을 옹호하지 말라고 권할 것을 요구한다.(660 페이지) 저자는 젊은 지구 창조론을 교육받은 그리스도인이 대학이나 박물관에 가서 정식 지질학을 접하고 새로이 알게 된 과학적 지식과 어린 시절 배운 종교적 견해 사이에 놓인 그랜드 캐니언보다 훨씬 더 넓은 엄청난 지적, 영적 간격을 몸소 대면함으로써 성경을 오류의 책으로 받아들이고 교회의 종교적 양육에 대해 확신을 잃게 된다는 말로 젊은 지구 창조론 교육의 문제를 짚는다.(659 페이지) 


    저자는 젊은 지구 창조론은 복음 전도의 장애물이라 말한다. 현대의 젊은 지구 창조론을 일반 대중에게 강요하려는 노력은 많은 지성적 지도자가 이미 품고 있는, 기독교가 순전히 반지성적인 현대판 몽매주의라는 생각에 신빙성을 더할뿐이다. 저자는 오래된 지구에 대한 믿음을 자신들의 성경관과 기독교 신앙관에 어떻게 통합할지 잘 모르기 때문에 젊은 지구 창조론을 계속 고수하는 것일 수도 있다고 말한다. 허위적인 과학적 가설을 통해 성경이나 기독교를 증명하는 것은 하나님을 영예롭게 하지 못하며 그리스도의 대의에 상처만 입힐뿐이다. 성경은 과학적 증거에 의해 뒷받침된다고 권위가 올라가지 않고, 과학적 증거에 의해 뒷받침되지 않는다고 신뢰성을 잃지 않고 그 자체의 자기 입증적 권위 위에 선다.(666 페이지) 


    지질학적 사실은 기독교 복음의 핵심적 사실보다 훨씬 덜 중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실이다. 성경과 자연 안에서 인간은 서로 다른 종류의 사실들을 만나지만 두 사실 모두 원천은 하나님이다. 성경과 피조 세계는 모두 하나님이 주신 것이기 때문에 불일치할 수 없다. 불일치와 갈등과 부조화에 이르는 것은 하나님이 주신 자료에 대한 인간의 해석이다. 그리스도인들은 자연과 성경 사이의 외관상 갈등 때문에 낙담하지 말아야 한다. 저자는 창조와 성경의 관계를 잘 나타내는 것은 화성보다 대위법이라 말한다. 대위법이란 두 개 이상의 독립적인 선율을 조화롭게 배치하는 작곡 기술을 말한다. 저자는 성경의 난점들이 성경의 권위, 무류성을 거부하는 충분한 근거가 되지 못한다고 말한다. 긴장과 난점이 없는 과학은 전혀 재미가 없을 것이다. 우리는 당혹스러운 문제가 없는 과학을 매우 의심해야 한다. 저자는 창조된 질서와 성경 안에 그리고 그것들 사이에 난점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이 두 계시에 대한 우리들의 이론적 재구성들 안에 그리고 그 사이에 난점이 존재한다고 말한다.(670 페이지)


    책의 마지막 장인 17장 ‘창조론; 복음 전도, 변증학‘은 저자의 전문이 자연과학을 잘 아는 균형 잡힌 신학자가 아닌가 싶은 생각을 하게 하는 장이다. 인상적인 말은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자신의 해석과 현대 지질학을 비롯한 과학적 결과와의 불일치를 보고 자신들의 주해(註解)를 재평가해야 한다고 말한 것이다. 지질학, 물리학 부분에는 전적으로 동의하고 신학적 상세 서술 부분에는 전체적으로 동의하지만 너무 유려해 약간 비현실적으로 느껴지기도 했다. 책에서 많이 배웠다. 저자가 말했듯 11장, 14장, 15장은 어렵다. 11장은 비교적 따라갈 만한데 방사성 연대측정을 다룬 14, 15장은 상당히 어렵다. 기본적으로 물리학 지식에 근거한 것이기 때문이고 저자의 설명이 상세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이는 분명 나의 역량 부족에 기인하는 부분이다.


    성경의 내용들이 서로 모순되게 보이는 것을 대위법으로 설명하는 것에 감탄했다. 알리스터 맥그래스의 ’정교하게 조율된 우주‘, 데보라 하스마, 로렌 하스마의 ’오리진‘, 로렌 하스마의 ’죄의 기원‘을 읽어야겠다고 생각한다. 로렌 하스마의 ’죄의 기원‘의 챕터 중 ’신학과 과학의 조화와 대위법‘이란 챕터가 있는 것이 눈에 띈다. ’성경, 바위, 시간‘의 저자가 말한 부분이기도 하다. 예레미야 33장에 이런 구절이 있다. ’여호와께서 이와 같이 말씀하시니라 내가 주야와 맺은 언약이 없다든지 천지의 법칙을 내가 정하지 아니하였다면..‘(25절) 


    천지의 법칙을 지으신 것이니 이는 ’성경, 바위. 시간‘에서 저자가 말한 부분과 공명한다고 볼 수 있을까? 저자는 성경과 자연 안에서 인간은 서로 다른 종류의 사실들을 만나지만 두 사실 모두 원천은 하나님이라고 말했다. 기독교인들이 현대 과학의 성과를 다 누리고 수용하면서 지구, 우주, 인간의 연대에 대한 과학의 성과에 대해서만은 극구 인정하지 않는다는 말을 들었다. 이 부분도 ’성경, 바위, 시간‘을 정독했다면 문제로 인식하고 고치지 않을까 생각한다. 모두(冒頭)에서 말한 것처럼 저자가 말했듯 ’성경, 바위, 시간‘은 “주로 기독교 목사, 신학자, 성서학자, 학생, 과학적 문제에 관심 있는 평신도를 대상으로 하지만 비그리스도인도 환영”하는 책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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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주의 중심으로 사는 법 - 이론물리학자가 말하는 마음껏 실패할 자유
    김현철 지음 / 갈매나무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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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현철 교수의 ‘우주의 중심으로 사는 법’은 마음껏 실패할 자유를 논한 책이다. 새로운 사실들을 아는 재미가 있는 책이다. 저자에 의하면 에드워드 퍼셀의 '전기와 자기'는 전자기 현상을 깔끔하고 쉽게 설명한 책이다. 저자는 핵자기공명으로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한 물리학자의 '전기와 자기' 만큼 상대성이론과 전자기이론을 깔끔하고 쉽게 설명한 책은 없다고 말한다. 모름지기 깔끔하고 쉽게 설명하는 것의 중요성, 어려움을 알기에 에드워드 퍼셀의 능력이 부럽다. 저자는 전공과목 공부는 결국 혼자 할 일이라 말한다. 강의는 공부할 방향을 일러주는 지침일뿐 스스로 공부하지 않으면 배움이 내 것이 될 수 없다고 말한다. 


    저자는 학부 과정에서 어려운 것은 사실 어려운 것이 아니라 낯선 것일뿐이라 말한다. 반복해서 들여다 보아서 익숙해지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저자의 책에는 물리학자들이 많이 등장한다. 전공자이기 때문이지만 인생의 문제를 물리학자들의 사례를 들어 해결하려는 진정성이 돋보인다 할 수 있겠다. 저자는 이론물리학자다. 이론물리학자들은 제자를 받는 것을 선뜻 내켜 하지 않는다고 한다.(74 페이지)


    “파이스 씨, 만약 물리학을 좋아한다면 실험물리학자가 되는 것을 생각해보는 게 어때요? 아니면 이론물리학의 수학적인 부분에 끌린다면 차라리 수학자가 되는 건 어때요? 네덜란드에서 이론물리학자가 갈 수 있는 자리는 극히 드물어요. 지금도 네덜란드 전체 물리학과 교수 중에 이론물리학자는 다섯 명밖에 없어요. 그러니 실험을 전공하거나 수학을 전공하면 대학에 자리 잡기도 수월하고 회사에 취직한다고 해도 크게 도움이 될 겁니다.” 헤오르허 윌렌벅 교수가 이론물리학을 전공하겠다고 한 아브라함 파이스에게 한 말이다. 


    파이스는 “그러나 저는 이론물리학이 정말 좋습니다.”라고 답했다. 윌렌벅도 유명한 이론물리학자 파울 에렌페스트에게서 같은 말을 들었고 파울 에렌페스트도 위대한 물리학자 루드비히 볼츠만에게서 같은 말을 들었다. 저자도 차동우 교수에게서 같은 말을 들었다. 물론 저자는 끝까지 신념을 피력해 이론물리학자가 되었다. 저자는 대학원에 이르러서야 물리학에 눈을 떴다고 말한다. 저자는 물리학은 자연의 속살을 깊숙이 들여다보는 창이라 말한다. 저자는 실험 없이 특수상대성이론에서 맥스웰 방정식을 연역적으로 유도할 수 있다는 사실은 이론물리학의 탐미적인 면을 드러낸다고 말한다. 


    저자에 의하면 물리학은 책이나 논문을 읽으면서 공부하기도 하지만 궁극적으로 말로 배운다. 저자는 박사 학위 과정은 홀로 서는 기간이고 박사학위는 비로소 혼자서 연구할 수 있다고 인정해주는 자격증과 비슷하다고 말한다. 저자는 어떤 이들은 적당한 열등감이 있으면 열심히 하려는 동기를 부여하므로 나쁘지 않다고 말하지만 굳이 속을 갉아먹는 열등감에 휘둘릴 필요가 있을까란 말을 한다. 저자는 어떤 사람들은 고등학교 때 성적이 좋아 명문대에 들어가서 졸업한 것만으로 평생을 기득권처럼 여기며 살아가는데 그것은 평생 과거의 한 시점에 매여 사는 것과 같다고 말한다. 


    저자는 세상에 완벽한 교과서는 없고 가르치는 사람마다 물리학을 이해하는 방식이 다르다고 말한다. 무릇 교수란 자기가 이해한 것을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사람이다.(147 페이지) 무언가 제대로 배우려면 반드시 연습하는 시간이 있어야 한다.(151 페이지) 아무리 강의가 훌륭해도 학생 스스로 공부하지 않는다면 제대로 배울 수 없다.(152 페이지) 저자는 대학원생을 잘 가르치기 위해 자신부터 열심히 연구해야 했고 연구의 지평도 계속 넓혀가야 했다고 말한다. 저자는 교수가 된 지 27년이 흐른 지금까지의 시간을 되돌아본다. 한 학생이 찾아와 학생으로 받아달라고 청할 때 그들의 학점이나 성취를 보고 학생을 선택한 적이 없었다고 한다. 


    과거(중학교, 고등학교 시절)가 어땠는지 모르지만 대개는 어느 순간부터 놀라울 정도로 자기 속에 숨겨진 잠재력을 발휘했다고 한다. 그들은 온전히 자기 능력을 보여주었다고 한다. 저자는 나태는 자살의 일종이라는 말을 인용한다. 저자는 교만을 경계한다. 학문에 첫발을 디딜 때 끊임없이 경계해야 할 것은 교만함이라 말한다. 박사학위란 자기 분야에서 혼자서 연구할 수 있는 자격을 갖췄음을 입증하는 면허증 같은 것이지 무언가 통달하거나 남들보다 낫다는 것을 증명하는 증서가 아니라 말한다. 


    C. S 루이스가 교만한 사람은 항상 아래를 바라보기에 결국 자기보다 위에 있는 것을 볼 수 없다고 말했다고 말하며 저자는 “한 분야를 깊이 알아갈수록 자신이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의 경계를 점점 더 분명하게 깨닫는다. 전문가는 모든 것을 아는 사람이 아니라 자기의 경계를 분명하게 아는 사람이다. 그러므로 진정한 전문가라면 교만에 빠질 수 없다.”고 말한다.(161 페이지) 저자는 동료 연구자로부터 “발표할 때는 내가 연구한 것을 사람들에게 이해하기 쉬운 말로 전하는 게 가장 중요해. 오늘 발표에서 넌 네가 얼마나 많이 아는지 드러내고 싶어 안달 난 사람처럼 보였어.”란 말을 들은 적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한다. 저자는 자신의 제자를 결코 연구 수단으로 삼지 않을 것이고, 학생이 먼저 포기하지 않는 한 먼저 포기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점을 제자에게 약속했다고 말한다. 


    저자는 나무들이 처음부터 뿌리를 깊게 내린 것은 아니었다고 말한다. 데본기에서 페름기로 넘어가는 3억년 전 이산화탄소가 넘쳐 기온은 무척 높았고 본격적인 빙하기가 시작되기 전이라 바다는 지금보다 훨씬 넓었고, 대기의 습기도 높아 나무가 자라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아 나무들은 뿌리를 깊이 내릴 필요가 없었고 수십 미터 높이까지 쑥쑥 자랐고 둘레는 2미터에 이르렀다. 대기의 온도가 높고 수증기가 많았던 터라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강한 태풍이 자주 발생했다. 한 번씩 태풍이 불면 뿌리가 얕았던 나무들은 바람에 휩쓸려 쓰러졌다. 당시는 나무의 세포벽인 셀루로우스나 리그닌 같은 물질을 분해하는 미생물이 없어 썩지 않고 쌓이고 쌓여 압축되어 갔다. 지구의 화산 활동이 잦아 들어 지열도 뜨거웠다. 결국 그 나무는 모두 석탄이 되었다. 석탄기가 끝날 즈음 빙하기가 밀어닥쳤다. 환경이 척박해지자 나무들은 뿌리를 깊이 내리도록 진화했다. “거센 바람을 견디며 뿌리를 깊이 내린 나무처럼 학생들도 나도 그렇게 성장해갔다.“(166 페이지) 


    저자는 교과서의 문제와는 달리 연구에는 해답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연구란 셀 수 없이 앞을 가로막는 벽을 넘어가는 과정이어서 그렇게 몇 개월을 분투하다 보면 희미하게나마 자신이 해야 할 연구가 무엇인지 윤곽이 그려진다고 말한다. 힘들게 박사과정을 마무리할 때가 되면 자신이 아는 것과 모르는 것 사이의 경계를 분명히 깨닫는다. 그리고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은 정말 한 줌의 지식밖에 되지 않음을 자각하고 동시에 남들도 자기와 비슷하다는 사실도 체득하고 도저히 따라갈 수 없을 만큼 높아 보이던 지도교수도 자기와 비슷하게 느껴진다.(178, 179 페이지) 


    저자는 이론물리학자 하워드 조자이 이야기를 한다. 그는 성적이 주는 1차원적 순위는 그보다 훨씬 높은 차원에서 묘사하는 한 사람의 다양한 능력을 1차원적으로 투영한 결과일뿐이라 말했다. 닐스 보어는 전문가란 매우 좁은 분야에서 고통스러운 경험을 하며 저지를 수 있는 모든 실패를 겪어본 사람이라는 말을 했다. 저자는 이를 성공은 셀 수 없이 많이 범한 시행착오의 더미속에 숨겨진 보석이라 풀이한다. 1911년 러더퍼드가 세운 고전적 원자 모형에서는 내재된 모순이 있었다. 전자가 핵 주위를 돈다고 가정하면 고전 전자기학 이론에 따라 핵 주위를 돌던 전자는 전자기파를 방출하며 에너지를 잃는다. 전자는 더는 핵 주위를 돌지 못하고 핵으로 추락하게 된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보어는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1년 가까이 고민했다. 


    리처드 파인만은 깔끔하게 쓰인 교과서나 논문을 보면 마치 물리학자들이 처음부터 그런 이론을 만들어낸 것처럼 보이지만 그 이론에 도달하기까지 지난한 고통의 시간을 보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199 페이지) 저자는 연구를 성실하게 하다 보면 논문도 많이 출판하게 되는 것이지 논문을 많이 쓰겠다고 목표를 세우고 연구하면 결국 허접쓰레기 같은 논문, 술을 짜내고 남은 술지게미보다 못한 논문을 출판하는 결말에 이른다고 말한다. 오직 스스로 공부할 때만이 배운 내용을 마음에 새길 수 있다.(209 페이지) 


    저자는 때로는 교과서조차 믿어서는 안 된다고, 하물며 논문은 더더욱 믿을 수 없다고 말한다. 저자는 물리학을 공부하면서 익히는 것은 물리학의 내용이 아니라 비판적으로 생각하는 태도라고 말한다. 남들이 옳다고 말한다고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우선은 의심하고 그 내용을 온전히 이해한 후에 옳고 그름을 스스로 판단한다. 


    저자는 조개와 진주 이야기를 한다. 자신의 속으로 침입하는 이물질로 인해 통증을 느낀 조개는 조직세포로 진주낭을 만들어 이물질을 감싼다. 이어 이물질을 덮기 위해 탄산칼슘, 단백질로 이루어진 콘키올린이라는 물질을 분비한다. 조개는 이물질의 존재가 느껴지지 않을 때까지 반복해서 탄산칼슘과 콘키올린을 내놓는다. 콘키올린은 탄산칼슘이 막을 이루게 하는 접착제 역할을 한다. 진주층은 점점 두꺼워지고 마침내 빛을 받으면 영롱한 무지개빛 광택을 낸다. 포기하지 않는 마음이 중요함을 강조한 말이다. 연구란 그저 실험값에 맞추는 것이 아니라 이론적으로 모든 과정을 꼼꼼히 이해해 가는 과정이라는 말이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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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머릿속에 쏙쏙! 원소 노트 머릿속에 쏙쏙! 시리즈
    도쿄대학교 사이언스커뮤니케이션 동아리 CAST 지음, 곽범신 옮김 / 시그마북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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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소는 홑원소 물질로 지구상에 존재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홑원소란 한 종류의 원소로 이루어진 물질을 의미한다. 하지만 우주에는 수소가 기체 형태로 무수히 존재한다. 지질학적 수소란 지구 표면 아래에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수소 가스를 기체를 이르는 말이다. 산업 공정을 통해 생산되는 수소와 달리 기존의 석유처럼 땅속 암석에 저장되어 있다. 지질학적 수소는 사문암화 및 방사선 분해와 같은 자연적인 반응을 통해 생성된다. 사문암화는 물이 철이 풍부한 감람암 등과 반응하여 물 분자를 분해하고 수소를 부산물로 방출하는 과정이다. 지각 활동이 활발한 지역에서 흔히 발생하며 온도와 압력의 영향을 받는다.


    방사선 분해는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방사성 원소에서 방출되는 방사선이 암석에 갇힌 물 분자를 분해하여 수소를 방출할 때 일어난다. 이 과정은 사문암화 작용보다 느리고 수율(收率)도 낮지만 더 넓은 범위의 지질 환경에서 발생할 수 있다. 미생물 활동이나 유기물 분해와 같은 덜 일반적이지만 다른 과정들도 퇴적 분지에서 수소를 생성할 수 있다. 태양에서는 수소 원자핵이 헬륨 원자핵으로 바뀌는 핵융합만이 일어나지만 태양보다 훨씬 큰 항성의 내부에서는 더 큰 원자핵이 만들어진다. 질소는 지구 대기의 78%를 차지한다. 


    산소는 지각 구성 원소들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산소는 지구 대기의 21%를 차지한다. 공기 중에 산소가 21% 포함되어 있지만 우리 주변에는 그보다 훨씬 많은 산소가 존재한다. 대부분은 다른 원소에 붙어 있는 산화물 형태로서다. 흙이나 돌의 주성분인 이산화규소라는 규소산화물, 철봉 표면의 거무스름한 사산화삼철이라는 철산화물 등이다. 무엇인가 연소하려면 반드시 산소가 필요하다. 산소를 통해 철이 산화되면 붉은 녹이 생긴다. 플루오린은 모든 원소를 통틀어 전기음성도가 가장 높다. 다른 원자의 전자를 강하게 끌어당기기 때문에 반응성이 높다. 형석(螢石; fluorite)은 주성분이 플루오린화 칼슘인 광물로 렌즈에 이용된다. 


    네온은 헬륨과 같은 희유(稀有) 기체로 안정성이 높아 화학 반응을 일으키기 어렵다. 헬륨처럼 홑원소 물질로 이용되는 경우가 많다. 마그네슘은 엽록소에 필요하기 때문에 비료로 사용된다. 불에 태우면 강렬한 백색광을 뿜어낸다. 이산화탄소에서 산소를 빼앗을 정도로 환원력이 강하다. 필수 미네랄 중 하나다. 금속 소재 중에서도 매우 가볍다. 마그네슘을 세게 가열하면 하얀 빛과 함께 연소되며 산화마그네슘으로 변한다. 마그네슘은 지각을 구성하는 12대 원소 중 하나다. 산소, 규소, 알루미늄, 철, 칼슘, 나트륨, 칼륨, 마그네슘, 티타늄, 수소, 인, 망가니즈 순서다. 


    산화알루미늄 결정으로 구성된 광물에 다른 금속 이온이 섞이면 루비, 사파이어 같은 보석이 된다. 알루미늄은 보크사이트 광석에서 만들어진다. 이온화 경향이 강한 알루미늄은 친숙한 금속 중에서 가장 산화되기 쉬운 금속이지만 공기에 산화되어 표면에 생겨나는 Al₂O₃(산화알루미늄)의 산화 피막(녹)이 대단히 치밀하기 때문에 한층 심각한 녹으로부터 내부를 보호해준다. 피막은 매우 얇으며 거의 무색이기 때문에 이 피막에 돞인 줄도 모르고 알루미늄은 녹슬지 않는다고 인식하는 것이다. 이 산화 피막을 인공적으로 입힌 알루미늄 제품을 알루마이트라고 한다. 


    일상에서 사용하는 대부부분의 알루미늄 제품에는 이런 처리가 되어 있다. 이산화규소 결정을 석영이라 한다. 규소 홑원소물질은 금속처럼 광택이 있다. 규소 화합물을 원료로 유리 제품을 만들 수 있다. 암석의 성분 원소인 규소는 지각 내부에 산소 다음으로 많이 존재한다. 자연계에서는 홑원소 물질로 존재하지 않으므로 이산화규소라는 산화물로 얻게 된다. 규소의 홑원소 물질은 산화물을 타소로 환원해 만들어낸다. 이산화규소는 석영 등으로 산출되는 공유결합결정으로 단단하며 녹는점이 높다. 유리 등의 주성분이다. 포타슘(칼륨)은 물 속에서 발화하므로 석유에 넣어 보관한다. 포타슘은 인체의 신경전달에 중요한 작용을 한다. 칼슘은 뼈나 치아를 구성하는 주요 성분이다. 


    체내에 가장 많이 존재하는 미네랄이다. 탄산칼슘은 조개껍질이나 산호 골격의 주요 성분이다. 스칸듐은 희토류 원소의 하나다. 망가니즈는 지각에서 12번째로 풍부한 원소다. 망가니즈는 산소를 흡착하는 성질이 있다. 그래서 동굴에 망가니즈가 있을 경우 산소가 희박해지기도 한다. 철은 혈액 속 적혈구에 있는 헤모글로빈이라는 단백질에 함유되어 있다. 철이 공기 중 산소와 반응하면 매우 무른 빨간 녹이 생긴다. 철의 녹은 두 종류다. 산화철을 포함한 빨간 녹과 사산화삼철이 주성분인 검은 녹이다. 검은 녹은 빨갛게 달궈진 철에 고온의 수증기를 뿌리거나 공기 중에서 철을 세게 가열하면 생긴다. 적철석(hematite)은 비자성(非磁性)이고 자철석(magnetite)은 자성(磁性)이다. 니켈은 지구 핵에 풍부한 원소다. 아연은 효소의 작용 등에 관여하는, 인체에 반드시 필요한 원소다. 


    우주를 떠도는 별 중에서 태양보다 20배 이상 무거운 항성은 마지막에 초신성 폭발을 일으킨다. 항성이 초신성 폭발을 일으키기까지 별 내부에서는 다양한 원소가 만들어진다. 항성 내부에서는 언제나 수소 원자에서 헬륨 원자를 만들어내는 핵융합 반응이 일어난다. 이때 방출되는 에너지를 바탕으로 빛을 낸다. 항성 중에서도 질량이 무거운 별은 수소가 사라진 뒤로도 핵융합 반응이 이어진다. 헬륨에서 탄소, 탄소에서 산소, 산소에서 규소..이런 식으로 원자량이 큰 원소가 계속하여 합성되다가 마지막으로 철로 이루어진 핵이 생겨나면 초신성 폭발을 일으킨다. 


    우주에 존재하는 수소, 헬륨 외의 무거운 원소는 초신성 폭발을 통해 흩뿌려진 것이다. 루비듐-스트론튬 연대측정법이 있다. 이리듐은 지구 지각에서 극히 희박한 원소다. 운석에서 비교적 흔하게 발견된다. 지각에서 이리듐은 화성암 퇴적물(지각에서 융기한 암석), 운석 충돌구, 재형성된 퇴적물 등에서 가장 높은 농도로 발견된다. 금은 전기전도성이 높다, 부식에 강하다. 전성(展性)과 연성(延性)이 높다. 수은은 상온에서 액체인 유일한 금속이다. 고체여야 한다는 원칙에 어긋나기에 수은은 미네랄이 아니다. 암석에 미량으로 분산된 납을 암석 납이라 한다. 암석 납은 원래 암석 물질에 존재했던 일반 납, 지질 시대 동안 우라늄과 토륨의 방사성 붕괴로 인해 동일한 암석 물질에서 생성된 방사성 납으로 구성된다. 


    토륨은 방사성 물질이다. 토륨과 우라늄의 가장 큰 차이점은 산화성 지표 조건에서 토륨의 이동성이 훨씬 낮다는 점이다. 토륨은 화성암 형성 과정에서도 농축(concentrated)된다. 92번 원소인 우라늄보다 원자번호가 큰 원소는 모두 초우라늄 원소라 한다. 수많은 양성자가 필요한(원자번호가 큰) 초우라늄 원소의 원자핵을 만드는 것은 아주 어렵다. 기본적으로 서로 반발하는 양성자를 묶어두는 핵력에도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만들더라도 대부분 금세 방사선을 내뿜으며 붕괴한다. 


    우라늄에 중성자를 충돌시켜 핵분열을 일으켜서 이트륨, 아이오딘으로 나눈다. 이때 발생하는 에너지를 통해 증발된 물에서 생겨난 수증기가 터빈을 돌린다. 전자기 유도 현상에 의해 전기가 생성된다. 순수한 금속으로서 우라늄은 무겁고 금속성을 띤다. 비중이 약 18.7인 천연 우라늄은 금(약 19.3)만큼 무겁다. 전기 전도성이 낮고 연성과 전성이 뛰어나다. 우라늄은 자연적으로 방사성 물질이며 감마선을 방출한다. 자연에는 여러 동위원소 형태로 존재한다. 우라늄 원자핵은 92개의 양성자와 가변적인 수의 중성자를 포함하고 있다. 이들의 합이 원자 질량을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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