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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쓰는 법 - 내가 보고 듣고 맡고 먹고 느낀 것의 가치를 전하는 비평의 기본기
가와사키 쇼헤이 지음, 박숙경 옮김 / 유유 / 2018년 3월
평점 :
절판
지난 5월 11일 마포평생학습관에서 진행된 서평 강의에 다녀왔다. 저자(가와사키 쇼헤이) 가 아닌 번역자(박숙경)가 맡은 강의였다. ‘리뷰 쓰는 법’의 리뷰를 하게 된 것은 그때 책을 구입했기 때문이고 책을 읽으면 가능한 한 리뷰를 쓰는 원칙 때문이다.
몇 번의 서평 또는 리뷰 강의를 들었지만 아직 만족스러운 경험을 하지는 못했다. 나는 리뷰를 1500편 가까이 썼는데 그런 점은 스스로도 믿어지지 않는다. 번역자가 말했듯 서평이든 비평이든 리뷰든 쓰는 일은 “귀찮은 일“(역자 후기 참고: 222 페이지)이다.
리뷰와 서평, 비평 등의 차이를 말하는 사람이 있지만 그런 차이를 말하는 데 이 글의 목적이 있지는 않다. 강의 후 아무도 질문을 하지 않아 내가 두 가지 질문(또는 요청)을 했다.(다른 사람들이 질문을 했어도 질문했을 것이다.)
1) 리뷰 작성시 가장 중점을 두어야 하는 것은 무엇인가?, 2) 일본 문학 전공자로서 저자가 디테일이 강한 일본 저술가들 사이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는지 말해 달라는 것(우치다 다츠루, 다치바나 다카시, 우에노 치즈코, 가라타니 고진 등 글 잘 쓰는 일본 저술가들 사이에서 저자는 성향으로 치면 어떤 스펙트럼에 위치하는가?)이다.
1)에 대해 박숙경 님은 애정을 꼽았고 2)에 대해 평범한 저자와 1급 저자들 사이에 위치한다는 말로 답을 대신했다. 평범한 답 같지만 책을 다 읽으면 저자도 나름으로 꽤 디테일이 강하고 생각을 많이 하는 저술가란 사실을 알 수 있다.
저자는 가치를 전달해 읽는 자로 하여금 생각의 변화를 일으키게 하는 것을 리뷰(작성)의 목적으로 꼽는다. 단 리뷰 역시 공적인 글이기에 비판하든 동의하든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그리고 자기 생각을 덧붙여야 한다. 근거 제시가 자기 생각이라 할 수 있다.
물론 나는 책이 수없이 많이 쏟아져 나오는 현실에서 리뷰를 함으로써 독자들에게 알리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한번 읽고 그냥 흘려버리면 남는 것이 없기에 지식을 정리하고 자기 생각을 덧붙이는 것이 내가 리뷰를 써온 동기라 할 수 있다.
정리하면 리뷰의 목적은 1) 책 자체를 알리는 것(읽히지 않고 사장되는 것을 막는 효과), 2) 지식 정리, 3) 가치관 변화 유도 등이다. 정리에 대해 말하자면 그냥 메모식으로 할 수도 있지만 생각을 정리하고 문장을 다듬어 완성된 형태로 쓰면 기억도 잘 되고 언제든 전후 맥락이 갖추어진 완성된 형태의 문장을 검색할 수 있기에 그렇게 한다고 할 수 있다.
나는 리뷰를 많이 썼지만 잘 고치지 못하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 정리는 잘 하지만 자기 생각을 잘 덧붙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않는다기보다 못한다고 해야 맞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이는 수위 조절에 실패하는 것이라 해도 좋다. 비판은 너무 공격적이고 동의는 너무 일방적인 것이다.
책의 내용을 리뷰하는 것이니 당연히 저자가 말하는 것인데 나는 ‘저자는 ~ 말한다’식의 글을 자주 쓴다. 고쳐야 할 것이다. ‘저자에 의하면‘이란 표현도 마찬가지다. 리뷰는 내게 양가감정의 대상이기도 하다. 리뷰 수에 연연해 하는 것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들기 때문이다.
리뷰도 의미 있지만 여러 책을 읽고 한 편의 글을 쓰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을 나는 요즘 한다. 번역자도 이야기했지만 좋은 리뷰를 쓰려면 그 작품이 차지하는 위치를 조명하고 다른 자료들과의 관계를 밝혀야 한다. 저자는 글을 잘 쓰고 싶으면 목적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글로 누군가를 움직이겠다는 미래를 그려보라는 의미이다.(30 페이지)
나의 또 다른 단점은 글이 길다는 점이다. 이는 정리에 비중을 두기 때문에 생기는 일이다, 핵심을 잘 가리지 못하기 때문은 아니다. 주역 이야기이지만 정이천(程伊川)이란 분이 한 말을 생각해 볼 만하다 생각한다.
”한 효(爻) 사이에는 항상 수많은 의미가 함축되어 있지만 성인은 그 가운데서 가장 중요한 것만을 취하여 효사(爻辭)를 삼았다.“(심의용 지음 ’주역과 운명‘ 21 페이지) 출처가 생각나지 않지만 죽간(竹簡)에 글을 쓰다 보니 글이 압축적이고 핵심적인 형태가 되었다는 글이 있다.
죽간을 확보하는 차원이나 글을 쓰는 과정이 어렵기에 핵심을 전하려는 태도가 생긴 것이다. 리뷰도 그런 마음 가짐으로 써야 한다. 쉬운 글이 선호되는 시대에서 저자는 이런 말을 한다. ”글을 읽는 사람에게 알기 쉬운 쪽은 신선함도 없고 감명도 없고 생각을 일깨우지도 못합니다.
알기 어려운 상황이야말로 글을 쓰기 위한 좋은 재료입니다.“(51 페이지) 저자와 나의 공통점과 차이가 선명히 드러나는 대목이 있다. 아는 즐거움이 종종 글 쓰는 기쁨을 이겨낸다는 것이 공통점이라면 차이는 그래서 저자는 아는 행위에 강한 희열을 느껴 자꾸 조사를 계속한다는 점이고 나는 자꾸 조사를 계속하는 경우는 별로 없다는 점이다.
나의 경우 대개 책을 읽으며 리뷰를 써나가는 유형을 선호한다. 그러다 보니 글도 길어지고 전체를 조망한 뒤 내용을 간추려 일목요연하게 제시하지 못하는 폐단을 극복하기 어렵다. 저자는 고명한 비평가의 말에 귀를 기울이기보다 비평을 독자라는 뛰어난 지성과 공뮤하면서 연마하고 새로운 것으로 발전시키는 편이 건설적일뿐더러 비평을 더욱 재미 있게 만든다고 생각한다.(65, 66 페이지)
이 책의 장점은 좋은 글의 예와 나쁜 글의 예를 상세히 설명한다는 데에 있다. 개인적으로는 나쓰메 소세키의 소설을 찾아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한 것이 수확이라면 수확이다. 그의 소설을 읽으면 인상적인 문장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될 것이다. 당연하지만 자신만의 특징을 갖는 글을 쓰는 것이 필요하다.
단어 선정도 신중해야 하고 제목도 핵심을 선택해 골라야 한다. 본문 내용을 잘 요약하되 너무 많은 정보가 들어 가서도 안 되고 낚시가 되어서도 안 된다. 글은 결국 사유 훈련의 결과이다. 요령을 가르치는 것이 필요하지 않다고 볼 수 있지만 글이 잘 안써질 때는 문장론, 서평론 등의 책을 읽을 필요가 있다.
좋은 글을 쓰기 위해 필요한 가장 좋은 훈련은 명문을 읽는 것이다.(191 페이지) 많은 사람들이 인정하는 명문이 있다. 그러나 이 경우 나는 그 문장들을 내 나름으로 비판하는 시각을 가지려 한다. 리뷰는 대부분 인문 교양서들, 소설, 시 등에 국한한다. 인문학 글쓰기 능력은 하루 아침에 갖출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계속 쓰는 용기가 필요하다. 여기에는 반대를 발전의 계기로 삼는 의지도 포함된다. 비평은 대상을 긍정하는 데에서 시작된다(215 페이지)는 말이 인상적이다. 당연히 신중한 쓰기가 필요하다. 너무 생각하는 것도 좋지 않지만.. 가와사키 쇼헤이의 ’리뷰 쓰는 법‘을 좋은 책으로 적극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