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진화 - 아프리카에서 한반도까지, 우리가 우리가 되어 온 여정
이상희 지음 / 동아시아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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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진화‘는 고인류학자 이상희 교수가 전작인 ’인류의 기원‘ 이후 8년만인 2023년 국내외의 수많은 문헌들을 참고해 완성한 유의미한 성과물이다. 저자는 호모 사피엔스를 외둥이라 부른다. 외둥이란 말이 알려주듯 현생 인류는 호모 사피엔스 하나다. 그러나 인류 계통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다양했다. 저자에 의하면 인류의 진화란 한 줄로 나란히 서서 앞으로 행진하는 모습도 아니고 곁가지와 본가지로 갈라져서 울창한 아름드리 나무가 되어 가는 모습도 아닌 갈라졌다가 만난 뒤 다시 갈라지는 강줄기와 같다.

 

인류와 고릴라가 갈라진 것은 800만년전 이전이다.(54 페이지) 침팬지 계통이 인류 계통과 갈라진 것은 500 - 800만년전이다.(115 페이지)(54 페이지의 말은 인류 계통이라 해야 더 자연스러울 것이다.) 인류는 500만년전 아프리카에서 기원해 300만년 동안 그곳에서 살았다.(52 페이지) 200만년전 호모속이 등장해 아프리카에서 확산해 유라시아로 진출했다.(55 페이지) 기후 변화로 몸집이 큰 짐승들이 아프리카를 떠나 유라시아로 옮겨갔기 때문이다.(77 페이지) 이때 고인류 호모 에렉투스의 사냥 도구는 아슐리안 주먹도끼였다.

 

200만년전은 전기 구석기 시대가 시작된 시기이고, 20만년전은 중기 구석기 시대가 시작된 시기이고, 3만년전은 후기 구석기 시대가 시작된 시기다.(96, 97 페이지) 올도완 문화, 아슐리안 문화, 무스테리안 문화는 전기 구석기 시대와 중기 구석기 시대에 나타난 문화다.(98 페이지) 호모속의 고인류가 추위를 견딘 것은 현재 호모속의 유일한 후손인 호모 사피엔스가 추위를 견딘 방식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몸으로 견뎌내고 문화로 견뎌낸 것이다.(55 페이지)

 

인류가 털옷을 입고 불을 이용해 추위를 견뎠다는 가설이 있다. 이는 그들이 그러지 않고서는 살 수 없었을 것이라는 논리에만 근거한 것은 아니다. 털에 사는 몸니의 존재가 방증하는 바가 있다. 그것은 털이 없는 인류가 사냥한 짐승의 털을 옷으로 입었다는 데에 근거한 이야기다.(인류가 사냥을 한 것은 고기 때문만이 아니라 털, 가죽 등을 얻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최초로 불을 사용한 흔적을 남긴 고인류는 호모 에렉투스다.(59 페이지)

 

고인류를 수식하는 이름은 사어(死語)인 라틴어로 쓰인다. 하지만 화석을 통해 드러나는 그들의 삶은 역동적이다. 가령 하나의 종이 생식이 가능했던 관계에서 생식이 불가능한 다른 종으로 갈라지는 과정이 그렇다. 물론 갈라짐이란 어느 순간 무가 칼에 의해 갈라지는 것과 같은 방식이 아니라 차츰 유전자를 섞지 않는 방식이 이어지며 다른 점이 쌓여간 결과다. ’인류의 진화‘는 고인류들의 그런 역동적인 면모를 만날 수 있는 좋은 책이다. 저자에 의하면 고인류학의 역사는 인간이 다른 동물에 비해 얼마나 특별하지 않은지를 밝혀온 역사이기도 하다.(24 페이지)

 

영어 단어 가운데 opposable이란 단어가 있다. ’마주 볼 수 있는’이란 의미의 단어다. 반대어는 nonopposable이다. 엄지 손/ 발가락이 나머지 손/ 발가락들과 마주 볼 수 있는가가 중요하다. 알다시피 인간의 발은 엄지가 나머지 발가락들과 마주 볼 수 없을뿐 아니라 다른 발가락들 끝과 닿지 못한다. 손은 가능하다. 엄지 손가락이 다른 손가락들과 맞닿지 못한다는 것은 나무를 움켜쥐고 나무 타기를 할 수 없다는 의미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중 가장 유명한 루시(아파렌시스) 화석의 어깨뼈 관절은 사람처럼 옆을 향하지 않고 위쪽으로 향하고 손가락뼈는 굽었다. 이를 보고 루시가 나무 타기에 최적화된 존재였다고 할 수 없다는 것이 저자의 진단이다. 조각만 남은 루시의 어깨뼈로는 방향을 정확하게 측정할 수 없고 손가락뼈가 굽었다고 꼭 나뭇가지를 휘감은 동작에 최적화된 것이었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루시는 직립했지만 두뇌는 침팬지 정도였고 몸집은 유치원생 정도였으며 치아는 컸다.

 

직립하면 손이 자유로워짐에 따라 도구를 만들 수 있게 된다. 도구를 만들었다면 치아를 덜 사용함에 따라 치아가 작아졌을 것이다. 다윈은 다른 동물과 차별화되는 인류의 특징을 큰 머리, 두 발 걷기, 도구 사용, 작은 치아로 보았다.(39 페이지) 이 네 가지 특징은 서로 어우러져 밀접한 연관 관계를 맺는다. 직립함에 따라 자유로워진 두 손으로 도구를 만들었고 도구를 만들기 위해 큰 머리가 주는 지능이 필요했고 도구를 쓰게 됨에 따라 큰 치아가 필요 없어진 것이다. 도구를 쓰지 않았다면 치아가 컸다는 의미다.

 

참고할 거리는 치아는 태어날 때부터 선천적으로 클 수 있는 한계가 정해져 많이 씹는다고 더 커지지도 않고 덜 씹는다고 작아지지도 않는다는 말(89, 90 페이지)이다. 고인류 역사에 몸집이 큰 거인족이 있었다는 증거는 없다. 다만 현생인류의 어금니보다 더 큰 어금니를 가졌던 화석종은 있다. 이 경우 큰 몸집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먹거리의 질이 낮은 척박한 환경을 나타낸다.(73 페이지)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는 의무적 직립보행(오직 두 발 걷기만 가능한 상태)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메리 리키가 탄자니아의 라에톨리(책에는 래톨리라 나옴)에서 발자국 화석을 발견했다는 이야기가 책에 나온다.(30 페이지) 이어 라에톨리 발자국은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가 두 발 걷기를 했다는 확실한 증거였다는 말이 나온다.(36 페이지) 혼란스러운 것은 라에톨리는 탄자니아이고 아파르(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의 화석이 발견된)는 에티오피아란 점이다. 검색을 해보니 366만 년 전에 생긴 발자국 화석 다섯 개가 발견된 곳이 라에톨리 A 지역이고 2년 후 A 지역에서 1km 정도 떨어진 G 지역에서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일명 루시)의 발자국 화석이 발견되었다. 에티오피아 아파르에서 아파렌시스의 무릎뼈 화석이 발견되었고(29 페이지) 탄자니아 라에톨리에서 아파렌시스의 발자국 화석이 발견된 것이다.

 

라에톨리에 발자국 화석이 남은 것은 기적 같은 일이 연속으로 일어난 결과다. 1) 화산이 폭발해 화산재가 두껍게 온 세상을 덮었다. 2) 비가 와 화산재가 뻘 같은 진흙이 되었다. 3) 그 위에 발자국이 남았다. 4) 햇빛이 진흙을 시멘트처럼 단단하게 만들었다. 5) 여진(餘震)이 발생해 화산재가 발자국을 덮었다. 석기는 최초의 도구다. 최초의 도구는 나무, 가죽, 뼈 등으로 만들어졌을 것이라 보이지만 돌 만큼 단단하지 않아 대부분 썩어 사라졌을 것이다.(42 페이지) 고고학자들에 의하면 고인류가 의도를 가지고 돌을 깨서 모양을 만들면 깨진 면에 특별한 자국이 남는다.(43 페이지)

 

호모속이 아닌 오스트랄로피테쿠스속과 함께 올도완 찍개가 발견되었다. 올도완은 응고롱고로 분화구 주변의 화산에서 분출한 화산재가 쏟아지곤 했던 탄자니아의 올두바이에서 유래한 문화 이름이다. 저자는 석기와 함께 발견된 오스트랄로피테쿠스가 석기를 만들어 사용한 주체인지 동물처럼 도축된 것인지 쉽게 알 수 없다고 말한다.(44 페이지)(학자들은 오스트랄로피테쿠스가 찍개를, 에렉투스가 주먹도끼를, 네안데르탈인이 창을, 사피엔스가 활을 사용한 것으로 본다.)

 

1996년 약 250만년전에 살았던 고인류 화석종인 오스트랄로피테쿠스 가르히가, 칼자국이 난 동물 뼈와 함께 발견되었다. 그들이 석기를 만들었는지는 불분명하지만 사용한 것은 분명하고 나아가 (사용했기에) 제작했을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놀라운 일이다. 석기를 만드는 것은 알맞은 원석을 고르는 일부터 시작해 단계를 상상하고 가상의 세계인 완성품을 상상하는 일까지 고도의 인지 능력이 필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동물들의 이빨 자국 위에 석기 자국이 난 것은 동물들이 한 차례 먹고 뼈만 남은 사체를 돌로 만든 도구로 쳐 뼈 안의 골수를 빼먹은 결과로 추정된다.(45 페이지)

 

에렉투스가 사용한 아슐리안 주먹도끼 (칼) 자국 위에 다른 동물의 이빨이 난 것은 에렉투스가 도구를 이용해 사냥하고 도축하는 포식자의 위치에 섰음을 의미한다.(45 페이지) 사냥은 두 발 걷기, 도구의 제작과 사용, 어머어마한 두뇌 용량이라는 인류의 특성을 하나로 아우를 수 있는 적응이다. 사냥으로 얻은 동물성 단백질과 지방 덕분에 두뇌가 커질 수 있었다.(75 페이지) 그렇다면 인류사에 사냥과 육식이 등장한 시기는 언제인가? 오스트랄로피테쿠스 가르히 화석종과 함께 동물 뼈에 남은 칼자국이 발견된 260만넌전으로 비정한다.

 

물론 당시 쓰인 도구는 찍개로 이는 살아 있는 짐승을 잡는 도구라기보다 사체 처리에 쓰인 도구였다. 고인류학자 앨랜 워커는 고인류 화석 뼈의 염증의 원인이 그들이 비타민 A가 축적된 육식동물의 간을 너무 많이 섭취하여 생긴 비타민 A 과다증이라 발표했다.(78 페이지) 화석 자료에 의하면 호모 에렉투스가 등장하는 시기와 맞물려 돌날 흔적이 새겨진 동물 뼈가 증가(79 페이지)했지만 호모 에렉투스 이후 돌날 흔적이 남겨진 동물 뼈가 계속 증가하지도 않았다.

 

저우카우텐에서 호모 에렉투스 화석과 함께 발견된 동물 뼈에는 짐승 이빨이 난 후에 고인류의 돌날 흔적이 새겨져 있었다. 뛰어난 사냥꾼이 되었지만 여전히 다른 짐승이 먹고 지나간 찌꺼기도 먹었다는 의미다.(79 페이지) 앨랜 워커와 다르게 비타민 A 과다증이 벌집을 너무 많이 먹은 결과라는 말도 있다.(81 페이지) 최근에는 동물성 먹거리를 얻기 위한 행동으로서 사냥이 남성의 전유물이었고 여성은 채집을 통해 식물성 먹거리를 확보했다는 경제 분업 가설이 무너지기 시작하고 있다. 육식만이 아니라 곤충 등 다양한 동물성 먹거리와 씨앗, 구근류, 해산물 등도 두뇌 용량 증가의 원인으로 지목된다.(83 페이지)

 

화식(火食)은 영양학적으로 대혁명이었다. 소화흡수력이 높기 때문이다. 인류는 농경이 자리잡으면서 인구 폭발을 겪었다. 곡물로 만든 이유식 덕이다. 이유식 덕에 모유 수유 기간이 줄어 수유 기간 정지되었던 배란이 다시 시작되어 임신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89 페이지) 인류가 확실히 화식을 한 것은 후기 구석기 때로 추정된다.(90 페이지) 호모 사피엔스 이전의 호모 에렉투스도 화식에 의존했을까? 비싼 장기 가설에 의하면 아니다. 비싼 장기 가설은 에너지가 많이 드는 두뇌와 소화 장기를 모두 크게 만들 수 없었다는 설이다. 한쪽을 크게 하면 다른 한쪽은 작게 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는 두뇌 대신 소화 장기를 택했다. 호모 에렉투스의 사냥법은 사냥감이 지쳐 쓰러질 때까지 몇날 며칠을 뒤쫓는 것이다. 사냥에도 오랜 시간이 필요한데 고기를 씹고 소화하는 일에까지 너무 많은 시간을 쓸 수 없었다는 의미다. 그런데 불을 이용하여 음식을 익혔다면 시간을 적게 들여 먹을 수 있었을 것이다. 호모 에렉투스의 몸집과 두뇌가 커지는 데에 화식이 중요하게 작용했을 것이다. 인도네시아 곳곳에서 살던 호모 에렉투스 중 일부가 플로레스섬에 고립되어 섬 왜소화로 머리와 몸집이 작아진 새로운 화석종 호모 플로레시안스가 되었다면 그 시기는 공교롭게도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섬의 토바 화산이 폭발한 75000년전과 맞물린다.(131 페이지)

 

4-5만년전 인도네시아에서 벽화를 그린 고인류는 누구였을까요? 호모 플로레시안스일 가능성도 있다.(103, 104 페이지) 1미터 내외의 작은 키, 호모 사피엔스의 1/4에 불과한 400cc의 두뇌 용량을 가진 그들이 벽화를 그렸다면 추상적인 예술에도 큰 머리가 꼭 필요한 것은 아니었다는 충격적인 결론이 나온다.(104 페이지) 저자는 21세기에 주목해야 할 것은 호모속이 보여주는 두뇌 용량의 증가가 아니라 다양성의 증가라 말한다.(140 페이지) 21세기에 밝혀진 팩트는 우리 안에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가 남아 있다는 것이다.(147 페이지)

 

네안데르탈인의 두뇌 용량은 호모 사피엔스의 그것에 비해 크다. 하지만 두뇌 세포가 현생인류처럼 촘촘하게(빼곡하게) 배열되지 않아서 인지 능력이 현생인류보다 못하다는 해석이 대두되었다. 그들의 큰 두뇌 용량은 추운 지방에서 살아남기 위한 적응이었다는 해석도 나왔다.(151 페이지) 네안테르탈인에 대한 연구가 점점 진행되면서 우리가 바라보는 네안데르탈인의 모습도 변했다. 물론 이는 단순히 이랬다 저랬다 하는 것이 아니라 단편적으로 해석할 수 없는 다양하고 입체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153 페이지)

 

저자는 현생인류가 복수(複數)의 기원점과 복수의 조상 집단을 가지고 있다는 가설이 의외로 많은 자료에 의해 뒷받침되고 있다고 말한다.(173 페이지) 20만년전 남아프리카 오카방고에 살던 고인류도 30만년전 서아프리카에 살던 고인류도 40만년전 유럽에서 살던 네안데르탈인도 우리의 조상이라는 것이다. 지금은 아프리카 기원설이 정설로 굳게 자리잡았지만 고인류학 역사에서 손꼽히는 중요한 화석인 자바인 화석과 베이징인 화석으로 인해 아시아 기원론이 대두되었었다.(179 페이지)

 

한반도에서 발견된 구석기는 주로 석영으로 만들어졌다. 석영은 사람이 의도를 가지고 때리거나 떼어낸 자국과 자연적으로 생긴 자국을 구분하기 어렵다. 인류가 만든 석기라는 증거가 분명하지 않다는 의미다.(203 페이지)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 화석종 중 가장 유명한 루시 화석은 머리뼈가 거의 남아 있지 않았다. 하지만 몸뼈에서 얻은 두 발 걷기에 대한 정보는 두 발 걷기가 인류 진화 역사에서 가장 먼저 등장했다는 가설이 정설로 받아들여지는 데 중요 역할을 했다.(232 페이지) 새로운 자료가 새로운 문제의 답을 찾는 데 기여하지만 기존 자료가 새로운 문제를 제시하기도 한다.(233 페이지) 저자의 책에서 핵심적인 것들은 무엇일까? 네안데르탈인에 대한 언급에서 나온 단편적으로 해석할 수 없는 다양하고 입체적인 모습의 필요성, 그리고 갈라졌다가 만난 뒤 다시 갈라지는 강줄기와 같은 인류 진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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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여전히 공룡시대에 산다 - 가장 거대하고 매혹적인 진화와 멸종의 역사 서가명강 시리즈 31
이융남 지음 / 21세기북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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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여전히 공룡시대에 산다’. ‘공룡학자 이융남 박사의 공룡대탐험’ 이후 23년만에 나온 책이다. “오랫동안 나의 책을 기다려준 독자들에게 조금이나마 빚을 갚는 것 같아 기쁘다.”고 말하는 저자. 내가 공룡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지질해설이 계기가 되었다. 늦은 입문(?)인 셈이다. 물론 내가 맡고 있는 한탄강 영역은 공룡과 직접 연관이 없다. 하지만 중생대가 하나의 연결점이 되었다.

 

연천에 중생대 지질공원인 동막리 응회암이 있고 좌상바위가 있다. 그리고 재인폭포 주변에 8000년전 생성된 응회암이 있다. 공룡 화석 중 가장 오래된 것은 2억 3000만년전인 중생대 트라이아스기 후기의 것이다.(234 페이지) 공룡은 6600만년전인 백악기 소행성 충돌 등이 원인이 되어 멸종했다. 공룡이 처음 출현한 당시 지구의 산소 농도는 오늘날보다 훨씬 낮았다. 고생대 말 페름기의 시베리아에서의 화산 대폭발로 인한 결과다.

 

공룡은 산소를 더 효과적으로 흡입하기 위해 목뼈와 앞쪽 등척추 속에 기공을 발달시켰다. 이런 특징은 후에 조류로 진화하며 기낭이라는 매우 독특한 호흡 시스템으로 발전했다. 기낭은 뼈의 무게를 줄여 몸무게를 가볍게 했다.(255 페이지) 기낭은 새의 가슴과 배에 있는 폐와 통하는 주머니다. 새나 공룡은 숨을 들이 쉴 때 산소가 폐뿐 아니라 기낭에도 채워진다. 숨을 내쉴 때 폐에서 공기가 나가면 기낭의 산소가 폐로 흘러든다. 숨을 내쉴 때도 폐로 산소가 들어가는 구조다. 공룡은 처음 출현했을 때부터 새의 특성을 가지고 있었다.(254 페이지)

 

악어와 같은 원시적 파충류와 달리 공룡은 다리가 곧게 뻗어 직립을 했고 앞발을 사용할 수 있었다. 인류는 직립함에 따라 앞발이 손이 되었고 공룡은 직립함에 따라 앞발이 날개가 되었다. 새는 깃털이 있고 날개가 있고 두 발로 걸어다니고 항온동물이며 알을 낳는 척추동물이다.(222 페이지) 새에게서 강조되는 것은 깃털이다. 그것은 깃털이 오직 새에게만 있는 특징이었기 때문이다.(224 페이지)

 

그러나 공룡에게도 깃털이 있었다. 지금까지 중생대 공룡으로부터 확인된 깃털 종류는 아홉 가지다. 공룡은 새보다 더 다양한 깃털을 실험적으로 발달시켰다. 공룡의 초기 깃털은 체온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 비행과 무관한 것이었다. 공룡은 하늘을 날면서 비행 깃털을 완성시킨 것이 아니라 하늘을 날기 전에 이미 활공을 더 잘하기 위해 비행 깃털을 발달시켰다.(262, 263 페이지)

 

새에게는 차골(叉骨; furcula; little fork)도 중요하다. 이것이 있어야 날갯짓을 잘 할 수 있기 때문이다.(237 페이지) 양쪽으로 떨어져 있는 사람의 쇄골과 달리 V자 형태로 가운데가 붙어 있는 새의 뼈가 차골이다. 공룡과 새의 관계에 결정적으로 다시 불을 지핀 사람이 예일대학교의 존 오스트롬 교수다. 그는 조류와 공룡의 골격 공통점이 100가지가 넘고 조류의 골격학적 특징이 공룡의 진화와 함께 오랜 시간에 걸쳐 단계적으로 진화했음을 밝혔다.(240, 241 페이지)

 

공룡에게는 어떤 감각이 발달했을까? 티라노사우루스의 경우 후구(olfactory)라 하는 냄새를 맡는 기관이다. 이 때문에 어떤 학자들은 티라노사우르스가 사냥 대신 시체를 먹는 청소부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물론 설득력이 낮은 말이다. 티라노사우르스의 다른 골격학적 특징은 활동적으로 사냥하는 포식자의 특징을 매우 많이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209 페이지) 티라노사우루스처럼 육지에서 주로 서식할 때는 후각이 매우 발달해야 한다.

 

하늘을 날기 시작하면서부터는 후각보다 더 필요한 감각이 시각이다. 먹잇감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새의 머리뼈 중 가장 큰 부분이 눈구멍이고 시력도 인간에 비해 열 배는 좋다. 공룡에서 새로 갈수록 전뇌 부분이 점점 커지고 뼈의 숫자도 줄어든다.(253, 254 페이지) 맨 처음 하늘을 날았던 동물은 새도 아니고 박쥐도 아닌, 공룡과 엄연히 다른 파충류 그룹인 익룡이었다.(223 페이지)

 

중생대에 번성했던 다양한 원시조류들은 공룡과 함께 번성하다가 백악기 말 현대적인 새로 진화했다. 이 현대 새들은 신생대에 들어와 수와 종의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275 페이지) 공룡은 변온동물인 파충류에서 항온동물인 새로 전이되는 과정에 있던 동물이다.(274 페이지)

 

공룡을 다루는 학문은 지질학과 생물학이 합쳐진 분야인 고생물학이다. 공룡을 포함한 모든 화석은 지질시대의 지층속에서 발견되기에 고생물학이 담당하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서점가의 공룡 책들의 대다수는 유아용 그림책이 차지한다. 교양서적으로서 청소년들이나 일반인들이 읽을 수 있는 공룡 책은 극히 드물다.(13 페이지)

 

고생물학은 공룡이 망치고 천문학은 블랙홀이 망친다는 말이 있다. 대중의 관심을 많이 받는 분야이기에 생겨난 역설적 표현이라고 저자는 말한다.(284 페이지) 하지만 이는 제대로 된 경로를 통해 공룡에 대해 알아야 하고 공룡만이 아닌 고생물학의 다른 부분을 두루 익히는 것이 필요하다는 말로 들린다.

 

저자는 통일이 되면 모두 판상으로 쪼개지는 셰일에 골격과 함께 깃털 자국이 난 중요 새 화석지인 신의주를 가장 먼저 가보고 싶다고 말한다. 나는 이 부분을 읽으며 어디를 골라야 하는가?란 생각을 했다. 한탄강지질공원(용암대지)의 시발점인 오리산이 있는 평강군(지질학)일까? 비경을 간직한 DMZ(생태학)일까? 새 화석지인 신의주(고생물학)일까? 숭의전과 연관이 있는 고려의 수도 개성(역사학)일까? 가까운 곳부터 가야 할 것이다.

 

저자는 매년 몽골로 공룡 탐사를 갈 때마다 테리지노사우르스를 발견하는 행운이 오기를 기원하기에 탐사를 준비하는 순간부터 즐겁고 설렌다고 말한다. 저자는 자신이 자연을 좋아하는 사람인지? 고생스럽더라도 야외에 나가는 것을 좋아하는지? 자연 현상과 물체의 특징을 빠르게 간파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 여러 역경을 이겨낼 끈기가 있는지? 관찰한 것을 글로 잘 표현할 수 있는지? 등을 묻는다.

 

공룡학자는 겉으로 보기에는 화려한 것 같지만 굉장히 힘든 직업이라며 저자는 좋아할 뿐 아니라 잘 할 자신이 있을 때 공룡학자를 직업으로 선택하라고 말한다. 책에는 중요한 화석 이야기가 나온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고생대, 중생대, 신생대라는 말은 화석에 기초해 만들어진 시대 구분이다. 화석이란 생물 화석이란 말이니 생물의 생과 고/ 중/ 신생대의 생은 같은 것이다. 우리가 고생대와 중생대를 따로 구분하는 이유는 화석 기록이 너무도 다르기 때문이다.

 

화석이 퇴적암과 관련이 있다면 방사성동위원소는 퇴적암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방사성 동위원소는 마그마에서 광물이 만들어질 때 방사성 원소가 생성되고 마그마가 식어 암석이 되기 시작하면서 붕괴되기 시작한다. 화석은 그 자체로 자연의 귀한 선물이다. 단단한 부분이 있는 생명체가 죽은 후 최대한 빠르게 땅에 묻혀야 한다.

 

뼈를 추스르는 일도 힘든 과정이다. 단단한 지층 속 뼈는 떼어내기 어렵고 너무 부드러운 지층 속 뼈는 훼손되기 쉽다. 삶이란 이런 것이리라. 공룡 알의 생존조건은 자연의 오묘함과 관계되지만 삶의 어려운 조건과도 관계되는 이야기다. 책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밀도와 다양성 면에서 공룡 발자국 산출지수가 세계 최고다. 이는 발자국이 잘 찍히는 호숫가 퇴적층이 많고 발자국이 만들어진 후 지각변동에 의해 암석이 단단해져 발자국이 원 형태를 유지한 채 잘 보존되었기 때문이다.

 

책을 통해 한반도의 형성 상황을 알 수 있었던 것이 내게는 공룡에 대한 지식 증가 만큼 의미 있었다. 중생대가 시작된 2억 5천만년전 경기도, 충청도, 전라도가 붙어있던 남중국과 북한, 강원도, 경상도가 붙어 있던 북중국이 충돌해 하나의 땅덩어리가 되는 과정에서 한반도가 형성되었다는 것이다.(90 페이지)

 

큰 지각 변동과 같은 이런 사례는 또 있다. 2300만년 전부터 일본이 우리나라에서 서서히 떨어져 나가기 시작하면서 동해가 생기고 일본 열도가 분리되었다는 것이다.(135 페이지) IT 업계처럼 매우 빠르게 진화한다는 공룡 연구(285 페이지) 사례는 무엇일까? 고속스캐닝 엑스선 형광법을 이용해 비파괴로 화석 성분을 분석하면 시조새의 깃털과 뼈가 어떤 광물로 치환되었는지 등을 정확하게 볼 수 있고(202 페이지) 주로 광물학에서 사용하는 후방산란 전자회절 패턴 분석기는 주사전자현미경에 부착해 사용하는 기기다.

 

이는 각 광물 입자의 결정 방향을 색깔로 표시해주는 것으로 방해석으로 이루어진 공룡 알 껍데기가 어떻게 배열되었는지 알 수 있다. 붉은 색이 많으면 성장 축으로 곧게 자란다는 것을, 알록달록하면 결정이 곧게 자라지 않고 비스듬히 자란다는 것을 의미한다.(203 페이지)

 

공룡 화석은 발자국에 비해 뼈 화석이 그렇게 많이 발견되지 않았다.(111 페이지)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발견된 공룡 뼈 화석은 머리에서 꼬리 끝까지 완벽하게 보존된 것이 하나도 없었다. 2008년 6월 경기 화성에서 발견된 공룡 골격 화석은 그런 선입견을 뒤집기에 충분했다.(115 페이지)

 

드넓은 백악기층이 분포하는 경상도와 전라남도, 충청남도 지역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이 작은 경기도의 백악기 분지에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가장 큰 공룡알 화석지와 새로운 공룡 화석을 발견한 것이다.(117 페이지) 최근 우리나라의 다섯 번째 세계지질공원이 된 전북서해안 지질공원은 위도의 공룡알 화석지가 포함되었다.(133 페이지)

 

탐사의 극한 어려움을 이야기한 저자의 책을 읽으며 갈라파고스를 다녀온 후쿠오카 신이치의 ‘생명해류’를 떠올렸다. 사막 및 육지의 오지 VS 태평양 한복판이라는 구도가 선명하다. 다윈이 공통으로 중요하게 다루어졌다는 점까지 두루 흥미로운 이야기를 자연과학 책들로부터 얻는 즐거움이 크다. 오랜 연구와 탐사, 글쓰기의 내공이 어우러진 귀한 책을 편안하게 앉아 읽을 수 있게 해준 저자에게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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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서 8가지 일에만 집중하라 - 꿈을 현실로 만드는 실전 인생 법칙
양창정.왕샤오단 지음, 하은지 옮김 / 미디어숲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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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창정의 ‘인생에서 8가지 일에만 집중하라’는 괴테의 말로 포문(?)을 여는 책이다. 인생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삶 그 자체라는 말이다. 결과는 결코 중요한 것이 아니다. 8가지는 무엇일까? 저자는 왜 하필 8가지야?란 의문을 가지는 사람들 이야기를 한다. 저자는 꼭 8가지여야 한다는 말은 아니라고 말한다. 저자가 제시하는 개념은 4분면이다.

 

1사분면은 나, 2사분면은 가정, 3사분면은 일/ 사업, 4사분면은 사회다. 중요한 것은 네 개의 분면 안에서 균형을 잡는 것이다. 그렇기에 나의 8가지와 당신의 8가지는 다를 수 있다. 사분면은 균형을 맞추는 기준이다. 8가지 일과 경제력은 무관하다. 저자는 사람의 인생에는 중요한 경지가 세 가지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말한다.

 

승승장구하다가 한 번의 잘못된 선택으로 10년간 징역형을 살아야 했던 친구에게서 이야기를 들은 것이 계기가 되었다. 세 가지란 생존, 생활, 생명이다. 모두 생(生)으로 시작하는 단어다. 생존은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경지다. 생활은 생존이라는 기본적 요소 위에서 조금 더 많은 것을 추구하는 상태다. 가장 높은 삶의 경지인 생명은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 내게 주어진 사명과 내가 이 세상에 존재하는 진정한 가치를 분명히 아는 것, 자신이 가장 좋아하고 잘하며 의미 있는 일을 해나가는 상태다.

 

저자는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생명의 상태를 실현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자신은 다르게 생각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물질적으로 풍요롭지 않아도 부단히 자신을 수련하고 수양하며 성장을 거듭하면 세 번째 삶의 경지인 생명에 누구라도 들어갈 수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지금 이것이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인가?, 궁극적인 나의 목표는 무엇인가?, 지금 나는 내가 원하는 최종 목표는 무엇인가?, 지금 내가 원하는 목적지를 향해 잘 가고 있는가? 등의 질문을 제시한다.

 

많은 사람이 이 질문들에 대한 확신이 없어서 방황 속에서 시간을 허비한다. 최종적인 꿈을 단번에, 아주 쉽게 찾아내는 사람은 거의 없다. 다만 지금 현재를, 매 순간을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면 언젠가는 반드시 최종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다. 아직 꿈을 발견하지 못했어도, 정말로 원하는 일을 하고 있지 못하고 있어도 낙담하지 말라. 매 순간 다하는 최선이 밑거름이 될 것이다.

 

저자가 책에서 제시하는 스텝은 8개다. 1) 꿈을 찾아 나서는 여행, 2) 새롭게 마주하는 나의 모습, 3) 인생에서 집중해야 할 8가지, 4) 당신의 꿈에 날개를 달아주어라, 5) 궁색한 변명에서 벗어나라, 6) 열린 마인드로 살아가라, 7) 거대한 바다에서 유영하라, 8) 성장의 시간을 쌓아라 등이다.

 

저자는 어느 항구로 향하는지 모르는 선장에게는 어떤 바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세네카의 말을 전한다. 새로운 삶은 방향을 바로잡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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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받지 않는 관계의 비밀 - 웹툰으로 알려주는 인간관계 심리 처방전
최리나 지음, 연은미 그림, 천윤미 일러스트 / 미디어숲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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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인간은 하나가 아닌 몇 가지 다채로운 인격의 조합으로 이루어진다. 그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인격이 제1 인격이다. 이는 작가이자 심리상담사, 글로성장연구소 대표인 저자의 책 ‘상처 받지 않는 관계의 비밀’이 말하는 주요 구절이다. 저자는 날 그대로 수용해주는 사람이 나를 아껴주는 사람이라 말한다. 말하지 않으면 그 누구도 내 속 마음을 알지 못한다.

 

건전한 남녀관계란 나와 상대의 만족이 서로 적절히 채워지는 관계다. 저자는 회피성 인격의 한 발 진보를 칭찬하는 쓰담쓰담 사랑법에서 회피성 인격의 사람에게 매일 거울을 보며 “난 사랑받아 마땅해”란 말을 되뇔 것을 주문한다. 편집성 인격이 사랑하기 위해서는 모든 의심과 불안은 나로부터 시작되는 것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가장 필요하다.

 

책에는 여러 문제를 가진 유형들이 나온다. 관계 중독이란 유형도 있다. 사랑중독, 사람중독 등이다. 관계 중독에서 벗어나려면 자아를 독립시킬 필요가 있다. 자신의 사랑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관계가 깨질 것을 염려해 눈치만 보지 말고 자기 의사를 분명히 밝힐 줄 알아야 한다. 자신의 내면 치유에 집중하고 혼자만의 시간을 독서, 명상, 다양한 취미나 모임 등으로 유익하게 보내야 한다.

 

두 번째 챕터는 가족이라는 아프고도 아련한 이름이란 제목의 챕터다. 누구보다 가깝지만 가장 큰 상처를 주는 애증의 족쇄가 가족관계다. 저자는 우리라는 이름을 가졌지만 나만 존재하는 가족을 가짜 가족이라 말한다. 경계선이 사라진 아슬아슬한 부모 ? 자녀 관계라는 글이 관심을 부른다. 저자에 의하면 가족일수록 넘지 말아야 할 적정선이 있다.

 

저자는 가족 관계 문제를 해결할 책으로 ‘관계를 읽는 시간’ 등을 권한다. 저자는 폭력 편에서 나의 언행이 나의 세상을 바꾼다고 말한다. 폭력이란 언어나 물리적 힘을 행사해 상대에게 정신적, 육체적으로 피해를 주는 일이다. 부부관계에서 나의 문제를 파악해야 행복한 인생을 맞는다. 저자는 이혼 가정이 아닌 새롭게 시작하는 새 가정이란 말을 쓴다.

 

세상에 나쁜 부모는 없다지만 못된 부모는 존재한다고 말한다. 나쁘다는 말은 옳지 않음을 의미하고 못되다는 말은 심성이 고약한 것을 의미한다. 저자는 부모에게 받은 상처를 상식의 영역에서 이해하려 하지 말라고 말한다. 고질적 갈등이 있는 부모와는 적당한 거리를 두는 것이 좋다. 부모를 변화시키려 하지 말고 내 생각과 에너지의 방향을 나 자신과 내 가정을 향해 돌리자.

 

부모를 미워하는 마음 때문에 자신을 자책하지 않는다. 경우에 따라 자식도 부모를 미워할 수 있다. 가족은 물보다 진하다는 이유로 마음에 피명을 들게 하는 관계일 수도 있다. 저자는 이해타산을 따지거나 나를 옳고 그름이라는 잣대로 판단하지 않고 나라는 사람을 그 모습 그대로 사랑해주는 사람이 진정한 가족이라 말한다.

 

저자는 각자의 색이 모여 새로운 조화를 만드는 사회라는 울타리란 챕터에서 나와 똑같은 사람들이 주변에 모여 있다면 행복할까?라 묻는다. 관계의 물꼬를 트는 상호 존중의 언어가 필요하다. 지혜로운 사람은 존중하는 언어로 관계를 얻는다. 뒷담화는 감정의 찌꺼기로 주변을 오염시키는 행동이다.

 

상대를 험담해서 당신이 얻을 수 있는 것은 낙인 하나다. 거절은 균형 잡힌 내 삶과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적절히 행사해야 하는 나의 권리다. 예의를 갖춘 거절은 어디서나 통한다. 시의적절한 침묵에는 힘이 있다. 시의적절한 침묵은 수려한 말솜씨나 강력한 자기주장보다 훨씬 쓸모 있다. 침묵은 내 고유성을 지키며 관계를 유지하는 좋은 대화법이다. 감사 일기는 똑같은 일상을 반짝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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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입종 인간
팻 시프먼 지음, 조은영 옮김, 진주현 감수 / 푸른숲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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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사피엔스는 약 20만년전 아프리카에서 진화하기 시작했다. 날카로운 앞니가 없어 여러 도구를 만들었다. 이어 자신이 창조한 동물을 상대로 계약과 협약을 맺어 그들의 해부적 습성과 능력을 빌렸다. 저자는 네안데르탈인이 멸종한 시기가 유럽에 사피엔스가 등장한 시기와 겹친다고 말한다. 생태계란 협력, 공생, 상호 독립의 망이 교차하고 얽히는 복잡한 실체다.

 

침입종은 생태적 개념이다. 저자는 사피엔스를 침입종으로 규정한다. 네안데르탈인과 호모 사피엔스가 유적지를 번갈아 사용한 흔적도 있다. 네안데르탈인의 전형적 도구 문화는 무스테리안 도구 문화 또는 아슐리안에서 무스테리안으로 넘어가는 시기의 도구 문화다. 전 세계를 향한 초기 사피엔스의 전례 없는 대규모 침입은 약 13만년전에 시작되었다.

 

그 전까지 초기 현생인류는 아프리카 대륙에만 머물렀다. 인간의 가까운 친척인 네안데르탈인은 레반트라고 불리는 중동 지역을 비롯 유라시아에 거주했고 아프리카에는 살지 않았다. 약 3만 9300년전 이탈리아 나폴리 근처에서 캄파니아 이그님브라이트 폭발이라는 대규모 화산 폭발이 있었다. 이 폭발이 환경에 미친 충격으로 네안데르탈인이 일부 유럽 지역에서 쫓겨나 현생인류가 침입할 빌미를 주었거나 현생인류가 네안데르탈인을 대체하는 과정을 가속화했을 것이라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네안데르탈인은 캄파니아 화산 폭발 훨씬 이전에 멸종했다. 저자는 현생인류가 아프리카에서 레반트 지역으로 영역을 확장한 이유가 강수량, 기후변화 때문이었을 수도 있고 살기 좋아진 기후 덕분에 다른 곳을 알고 싶어 낯선 세계를 탐색하기 위해 떠났을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저자는 사피엔스는 아마 자신들이 아프리카 대륙을 떠나고 있는지도 몰랐을 것이라 말한다.

 

스티븐 처칠은 네안데르탈인이 가까이에서 창을 찌르고 맞붙어 격투를 벌이는 방식으로 사냥했다고 주장한다. 매우 위험하고 힘이 많이 드는 방식이다. 현생인류는 자르고 으스러뜨리는 강한 이빨, 턱, 힘센 팔다리 같은 것이 없지만 행동은 포식성 동물들처럼 했다. 현생인류에게 도구는 그런 신체조건을 대신하기 위한 것이었다.

 

어느 종이 동식물을 얼마나 먹었는지는 음식을 구성하는 원자가 몸속으로 들어와 뼈, 치아 등과 결합하는 성질을 이용해 알 수 있다. 현생인류, 네안데르탈인 모두 단백질이 풍부한 밥상을 선호하는 최상위 포식자였다. 늑대는 아름답고 무리 사회는 유쾌하고 가족 생활은 평화롭다. 이는 침입자를 쫓는 그들의 치명적이고 무자비한 추격 습성과 지극히 대조적이다.

 

저자들은 기후변화 가설과 현생인류와의 경쟁가설은 배타적이지 않다고 말한다. 저자들은 기후가 달라져 네안데르탈인이 사냥하기 좋은 서식지가 축소되고 먹잇감이 귀해졌다면 왜 현생인류의 서식지와 먹이 개체군은 줄어들지 않았을까?라 묻는다. 네안데르탈인은 현생인류보다 키가 작은 대신 몸은 단단한 근육질이어서 기초대사율과 활동대사량(실제 몸을 움직일 때 드는 에너지)이 더 높았다.

 

기초대사량과 활동대사량이 낮으면 생존에 유리하다. 현생인류는 혹독한 기후에서 살아남았다. 현생인류는 약 4만 5천년전부터 동물 뼈로 만든 바늘을 사용했다. 현생인류가 더 효율적인 화덕과 은신처를 보유했다는 증거도 발견되었다. 동굴곰은 몸집이 가장 큰 대형 포식자였다.(동굴곰을 Ursus Spelaeus라 한다. 그들의 화석이 주로 동굴에서 발견되어서 동굴곰이라 한다.)

 

현생 사자와 달리 갈기가 없는 동굴사자는 네안데르탈인과 직접적인 경쟁관계를 이루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 부분은 구약성경에서 말하는 돼지 이야기와 비교하게 하는 부분이다. 포식자 길드의 모든 중대형 동물은 네안데르탈인 및 현생인류와 먹이를 두고 경쟁했을 것이다. 매복사냥꾼, 추적사냥꾼 개념은 흥미롭다. 네안데르탈인은 매복사냥꾼이었다.

 

해부학적으로 속도전이나 장거리달리기에 적합하지 않았고 투척용 무기가 아닌 손에 들고 공격하는 무기를 썼기 때문이다. 네안데르탈인은은 몸무게가 어중간했다. 현생인류는 집단으로 행동하는 동시에 원거리 투척 무기를 소유해 대형포식자들 위에 군림했을 것이다. 완전히 초식성인 동굴곰은 현생인류와 먹이경쟁은 하지 않았지만 1차적으로는 식물, 2차적으로는 서식지인 동굴 등 다른 자원을 놓고 경쟁했다.

 

늑대의 주요 경쟁자인 코요테는 늑대의 공격으로 고통받았지만 늑대가 남긴 사체 덕분에 부분적으로는 불이익이 상쇄되었다. 현생인류가 매머드처럼 큰 짐승을 사냥하는 방법을 익혔을뿐 아니라 사체를 관리하는 능력까지 갖춤에 따라 네안데르탈인을 비롯한 다른 토종 포식자들은 남은 사체를 청소하는 즐거움을 누리지 못했을 것이다.

 

네안데르탈인은 체온유지능력이 부족했고 대사율이 높았으며 에너지를 많이 소모하는 활동을 했고 손에 들고 싸우는 무기를 사용했다. 자신들의 사냥방식에 적합한 숲 서식지가 소실되면서 결정적 타격을 입었다. 수많은 매머드를 죽이고 이용했을뿐더러 사체를 관리하는 능력까지 보유했던 현생인류는 이어 늑대를 표적으로 삼기 시작했다. 늑대는 네안데르탈인이 거의 손대지 않았던 종이다.

 

현생인류는 기후가 요동치던 유라시아를 경험한 적이 없다. 그러나 네안데르탈인은 유라시아에 있으면서 기후 변화를 고스란히 겪어냈다. 현생인류는 유라시아에 도착해 크게 번성하여 빠른 시일에 네안데르탈인을 추월했다. 네안데르탈인의 사냥 방식에 적합한 임야지대가 줄어드는 바람에 네안데르탈인 인구는 이미 줄어드는 중이었고 유전적 다양성도 낮아졌다.

 

약 40만년전 이후 그들은 소수만 살아남았거나 거의 남지 않았다. 현생인류를 특별히 강력한 최상위 포식자로 만든 것은 또 다른 최상위 포식자와의 동맹이었다. 다른 어떤 포식자도 이 정도 수준으로 동맹한 적은 없었다. 흥미롭게도 인간과 개는 서로 필요했다. 개들은 인간이 나눠주는 음식 덕분에 식량 부족에 덜 시달렸고 다른 육식동물의 공격과 경쟁으로부터 보호받았다. 무리 지어 사는 동물은 가축화의 훌륭한 후보다.

 

늑대는 서열에 따른 질서가 무리를 지배하는 사회적 동물이다. 그들은 무리 지어 사는 방법을 잘 알고 있으며 함께 사는 것에 잘 적응되어 있다. 늑대는 조직적으로 사냥하고 무리 구성원 간에 우열이 분명하며 새끼를 함께 돌본다. 늑대가 인간을 무리의 우두머리로 받아들이면 종 간 서열도 쉽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네안데르탈인은 왜 늑대를 가축화하지 않았을까? 눈의 흰자위(공막)를 이야기하는 저자에 따르면 가축화된 개는 시선을 통해 의사소통하는 늑대의 유전적 능력을 그대로 이어받았을뿐 아니라 인간을 응시하는 시간이 평균적으로 늑대보다 두 배나 더 길다는 말을 한다.

 

저자는 흰색 공막이 인간 사이에서 보편적으로 확산된 이유는 이 형질이 인간 사이에서뿐 아니라 함께 생활하고 사냥하는 늑대 개와의 소통을 가능하게 했기 때문이라 말한다. 저자는 기후 변화는 네안데르탈인 멸종의 1차 원인으로는 만족스럽지 못하다고 말한다.

 

인간이 동물을 처음으로 가축화한 것은 인간 진화 과정에서 커다란 도약이었다. 기후변화와 새로운 능력을 갖춘 현생인류의 출현이 시너지 효과를 내 네안데르탈인을 멸종으로 몰아갔다.(개가 인간에게 길들여진 시점은 1만 8천년전보다 훨씬 앞선 3만 6천년전이다. 이 시기는 포식자 길드 내 경쟁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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