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균렬 교수의 인문핵 - 인문학으로 본 원자핵 철수와영희 생각의 근육 3
서균렬 지음 / 철수와영희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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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아(露兒)라는 호를 쓰는 서균렬(徐鈞烈) 교수의 [인문핵]이란 책이다. 서울대학교 원자핵공학과를 졸업한 후 대우 원자력과 한국원자력연구소를 거쳐 국비 유학시험에 단독 합격해 MIT에서 핵 기계공학 석사와 박사학위를 취득한 분이다. '인문학으로 본 원자핵'이라는 부제답게 이제는 원자핵을 인문의 시선으로 보자고 주장하는 책이다. 가난했지만 교육자였던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인문적 성향의 공학자가 된 저자는 보통은 사람들이 공학이나 과학 등이 건조하고 딱딱한 학문이라고 생각하지만 공부를 할수록 그렇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한다. 굳이 인문 핵이라는 말을 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고 말한다.

 

이 책은 인문학이라는 책임감 있는 이야기와 함께 어린 시절부터 대학 시절을 거쳐 교수 시절 등 여러 과정을 담백하게 고백한 책이어서 진솔하고 무게감 있게 느껴진다. 개인적으로는 책을 통해 전자와 중성자에 대해 새로운 사실들을 많이 알았다. 맨해튼 사업의 총지휘자인 오펜하이머가 즐겨 읽던 책이 산스크리트 성전인 [바가바드 기타]였다. 이 책에 등장하는 전쟁의 신의 이름이 트리니티이다. 당시 코드명이 트리니티였다. 기독교의 삼위일체가 아니다.

 

MIT로 유학을 가면서 "내가 핵을 만들겠다. 그 전에는 어떤 일이 있어도 우리 땅을 밟지 않겠다"고 독하게 마음 먹었던 저자는 웨스팅하우스에서 일하면서 핵발전소야말로 위험한 물건이라는 사실을 깨닫았다고 말한다. "핵은 내 안에 있구나. 바로 나구나"라는 깨달음도 얻었다고 한다. 이 책을 원활하게 읽으려면 원자, 원자핵(양성자+중성자), 전자 등에 대해 알아야 한다.

 

길지만 상술해본다. 원자 한가운데에는 양전하를 띠는 양성자와, 양전하와 음전하를 모두 가진 중성인 중성자가 강력하게 결합되어 있다. 양성자와 중성자를 핵자(核子)라고 부른다. 양성자가 전자보다 많으면 양이온, 전자가 양성자보다 많으면 음이온이라고 한다. 내파(內破; implosion) 공학이란 플루토늄을 압축하는 기술이다. 핵무기 개발은 핵물리를 넘어선 핵공학의 영역이다. 이론만으로는 생산물을 얻기가 어렵다.

 

천연 우라늄 1000개 중 오직 7개만이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우라늄 235. 993개는 연료로 쓰기 힘든 우라늄 238이다. 하지만 원자로에서 플루토늄 239로 바뀌면 연료로 쓸 수 있다. 우라늄이 쪼개지면 세슘이나 스트론튬 같은 물질이 새로 생긴다. 전리(電離)란 전자를 떼어낸 것이라는 뜻이다. 원자의 바깥을 돌고 있던 음전하의 전자가 떨어져 나오면 원자는 음양의 균형을 잃고 양전하를 띠게 된다. 우라늄이 원자로에서 핵분열할 때 전자가 매우 많이 튀어나온다.

 

원자로는 물로 가득 차 있다. 열을 식히기 위해서이다. 물은 방사선을 막아주는 역할도 한다. 전자는 진공이나 수중이나 상관없이 광속으로 움직인다. 정작 빛은 물속에서 속도가 조금 느려진다. 전자가 수중에서는 빛보다 더 빠르다. 이때 전자기파가 나온다. 이때 수중에 푸른빛이 보인다. 이를 체렌코프 현상이라 한다. 핵무기 기술은 굉장히 오래되었다. 원료가 되는 물질만 구하면 만드는 일은 어렵지 않다. 심지어 요즘은 핵물질을 인터넷으로 거래한다. 물론 핵탄두를 만들 정도의 양은 아니다. 이론적으로는 4KG 가량의 핵물질을 확보하면 핵무기를 만들 수 있다.

 

원리는 간단하다. 유체역학이란 핵폭탄을 초강력의 무기로 만들기 위해서 필요한 학문이다. 원자탄에서 내폭이 일어나면 자몽 만한 플루토늄 덩어리가 압력을 받아 자두 만큼 작아진다. 이때 핵분열을 시작할 수 있도록 중성자를 쏘면 된다. 플루토늄 덩어리의 형태와 구조에 대한 분석 결과 30만 기압 정도의 압력을 가하면 자두만한 크기로 줄어든다. 이때의 질량이 바로 임계 질량 즉 핵분열을 할 수 있는 최소 질량이다. 30만 기압이란 6톤의 무게를 가진 코끼리 50만 마리가 1000분의 1초 동안 한치의 오차도 없이 입체각 360°로 위에서 동시에 누를 경우에 만들어지는 기압이다.

 

핵무기와 원자로는 원리가 같다. 핵분열로 에너지를 얻는 것이기 때문이다. 원자는 원자핵과 전자로 나뉜다. 원자는 핵과 전자로 이루어진 구름 상태다. 특히 원자 가운데에 아주 작은 핵은 모든 물질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원자의 표피를 이루는 전자는 바깥 물질을 밀어내는 힘을 가진다. 만일 그런 것이 없으면 물질과 물질이 겹친다. 우리가 신체를 통해 외부 세계를 감각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이런 밀어내는 힘 덕분이다.

 

우리가 일상에서 쓰는 핵이라는 말은 원자력이라고도 한다. 핵발전소 원자로나 핵무기를 만드는 물질을 가리킨다. 우라늄, 플루토늄, 토륨이 해당한다. 이들을 핵연료 물질이라고 한다. 이들이 핵분열을 하며 막대한 에너지를 생성한다. 그러면서 인체에 치명적인 해를 끼치는 방사성 물질을 뿜어낸다. 리제 마이트너가 핵분열 현상을 발견했다. 우라늄이나 플루토늄처럼 질량이 큰 물질의 원자핵에 중성자가 충돌하면서 둘로 쪼개지는 현상을 말한다. 이 과정에서 엄청난 에너지가 발생한다.

 

탄소나 수소처럼 안정된 물질의 핵은 중성자를 쏴 충돌 시켜도 쪼개지지 않는다. 모두 핵을 가지고 있지만 핵개발의 원료가 되지는 않는다. 단 여기에는 이를 조절할 장치가 필요하다. 무기라면 폭발력을 최대치로 만들 장치가 필요하고 발전기라면 안정성을 담보할 장치가 필요하다. 원자력 발전은 필연적으로 폐기물을 남긴다. 현재 기술로는 이 핵폐기물을 안전하게 저장할 수 없다. 저자는 바로 이런 이유로 연구 개발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동안 핵발전소를 짓는 데 돈을 쓰고 인력을 썼다면 이제는 안전을 위해 그만한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핵분열이 아닌 핵융합으로 에너지를 얻는다. 핵분열이 원자핵이 쪼개지는 것이라면 핵융합은 두 개의 원자핵이 합쳐지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에너지를 이용하는 것이 핵융합 발전이다. 태양이 열을 내는 방식과 유사해서 인공 태양이라 불린다. 중수소는 양성자 하나와 중성자 한 개로 이루어졌고, 3중수소는 양성자 하나와 중성자 두 개로 이루어졌다. 핵이 만들어지면서 우리가 원소라고 부르는 '세상을 이루는 물질들'이 만들어졌다. 그 첫 번째가 수소다. 수소의 구조는 매우 간단하다.

 

수소 원자는 양성자 1개로 이루어진 원자핵과 전자 1개가 결합한 상태다. 원자의 빈 공간은 매우 크다. 원자핵과 전자 사이에 어마어마한 공간이 있다. 잠실구장 한가운데 떨어뜨린 공이 원자핵이라면 그 주위를 빙 둘러싼 관중들이 전자에 해당한다. 왜 관중이 아니라 관중들일까? 그 이유는 위치를 특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고정되어 있는 게 아니기에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다. 전자는 확률로 존재한다. 위치를 특정할 수 없고 다만 그 흔적을 구름처럼 모호하게 표시할 수 있다고 해서 전자 구름이라 한다.

 

핵은 물성을 유지하는 최소 단위다. 핵을 쪼개면 고유성질이 사라진다. 핵분열이라는 용어는 생물학에서 먼저 나왔다. 생물학에서의 분열은 세포핵 분열이고 핵공학에서의 분열은 원자핵분열이다. 생물학의 분열은 division이라 하고 핵공학에서의 분열은 fission이라 한다. 원자 주위의 전자는 도무지 어디에서 어떻게 존재하는지 알 수 없다. 위치를 알려면 빛을 쏘아야 하는데 빛 입자가 전자를 때리는 순간 그 충격으로 전자는 어디론가 가버린다. 그렇기 때문에 전자는 확률적으로만 존재한다.

 

세슘이나 스트론튬처럼 인체와 자연계에 치명적인 물질들은 모두 인위적인 핵분열을 통해 만들어진 것들이다. 인간은 인위적으로 핵분열을 일으킬 수는 있지만 그 부산물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는 모른다. 천연 우라늄에는 우라늄 234, 235, 238의 세 종류가 있다. 이들을 동위 원소라 부른다. 양성자수는 같고 중성자 수가 다르다. 핵분열 과정은 연속적이다. 하나의 원자핵 안에 양성자와 중성자가 강하게 결합되어 있다가 인위적 힘에 의해 깨지면서 중성자가 흘러나온다. 그 중성자는 또 다른 핵을 건드린다. 핵은 또 깨진다... 이런 식이다.

 

이때 세슘, 스트론튬, 제논, 크립톤 같은 방사성 물질이 나온다. 최초의 분열에 이르는 시간이 1억분의 1초에 불과하다. 이 찰나의 순간에 엄청난 에너지가 발생한다. 우라늄 1g이 핵분열할 때 나오는 에너지는 석탄 3톤이 내는 에너지외 맞먹는다. 핵분열을 조절하면서 그 열로 물을 끓이면 하나의 도시가 사용할 전기를 생산할 수 있고 한꺼번에 터뜨리면 그 도시를 파괴하게 되는 것이다. 플루토늄은 자연 상태에서는 존재하지 않고 원자로에서 사용하고 남은 연료봉을 추출해서 만든다.

 

히로시마에 떨어진 폭탄은 농축 우라늄 폭탄이었고 나가사키에 떨어진 폭탄은 플루토늄 폭탄이었다. 우라늄과 플루토늄은 화학적 성질이 다르다. 플루토늄은 질산 등을 이용해서 빼낸다. 농축 우라늄은 물리적으로 추려낸 것이고 플루토늄은 화학적으로 추려낸 것이다. 다만 플루토늄에는 유효기간이 있다. 핵분열이 잘 되는 플루토늄은 239. 이것이 중성자에 노출되면 금세 240이 되어버린다. 짝수가 되면 안정성이 높아져서 잘 안 쪼개진다. 그래서 플루토늄은 만든 후 짧게는 6개월, 길게는 1년을 넘기지 않아야 한다.

 

플루토늄이든 우라늄이든 핵발전의 연료로 쓰인다. 이론상으로는 핵발전소에서 핵폭탄을 만들 수 있다. 그래서 세계 핵 강대국들이 자신들 이외의 나라들이 플루토늄을 어떻게 처리하는지에 민감하다. 플루토늄을 함부로 처리하지 못하게 한다. 핵 확산을 막는다는 취지로 맺은 핵 비확산 조약(NPT)이 바로 그것이다. 쓰고 남은 우라늄을 재처리하면 핵무기를 만드는 플루토늄이 된다. 핵폐기물을 땅에 묻는 데에 엄청난 돈이 들어간다. 분열을 하면 우라늄 235의 원자핵이 중성자와 충돌하면서 두 개로 쪼개진다.

 

바륨, 크립톤, 스트론튬, 제논, 플루토늄 등의 물질로 변한다. 시간이 흐르면서 납이나 철처럼 더 이상 핵이 깨지지 않는 상태로 변한다. 그 기간이 엄청나게 오래 걸려서 플루토늄 239는 반감기가 24000년쯤 된다. 계산해보니 24만 년이 지나야 붕괴를 멈춘다. 저자는 독일이 유대인(과학자들)을 박해 했기 때문에 그들이 미국으로 망명해 핵을 미국에서 먼저 만들게 되었다고 말한다. 인종주의가 결국 자신들의 목을 조른 셈이 된 것이다. 줄리어스 로버트 오펜하이머, 레오 실라르드, 한스 베테, 에드워드 텔러, 존 폰 노이만, 오토 프리슈, 유진 위그너, 제임스 프랑크 등이다.

 

맨해튼 사업에는 대학, 연구소, 군대를 비롯하여 연인원 13만 명과 20억 달러가 투입됐다. 28개월의 노력을 거쳐 미국은 세계 최초로 핵폭탄 개발에 성공했다. 맨해튼 사업을 주도한 오펜하이머는 전쟁을 끝낸 위대한 과학자라는 칭송과 함께 인류를 절멸시킬 위협적인 무기를 만든 사람이라는 비난을 한 몸에 받았다. 스스로도 후회를 많이 했다. 루스벨트 사후에 대통령직을 이어받은 트루만에게 자기 손에 피를 묻혔다며 핵개발을 그만두자고 했다. 하지만 승리에 도취된 미국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트루먼은 그를 미국 원자력위원회에서 물러나게 한다. 오펜하이머는 소련의 첩자라는 누명을 쓰고 청문회에서 심문까지 당하는 수고를 겪는다.

 

지금은 원자폭탄을 만드는 방식이 다양해졌다. 맨해튼 사업 당시 미국 전체 수요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전기를 썼다. 자연에는 거의 없는 우라늄 235를 만들기 위해 전기가 많이 들어간다. 우라늄은 농축기와 전기가 필요하고 플루토늄은 원자로가 필요하다. 지금은 거의 플루토늄으로 핵무기를 만든다. 그동안 원전에서 확보한 것이 많기 때문이다. 요즘은 여기에 수소 등을 넣어 폭발력을 늘리고 있다. 크기는 작아지고 파괴력은 더 커지는 추세다. 

 

방사선은 방사성 물질이 뿜어내는 에너지이다. 불완전한 상태의 원자핵이 안정화되는 과정에서 나오는 입자와 빛을 말한다. 원자핵이 쪼개지는 핵분열이 일어나면서 방출되는 물질들이 바로 방사선이다. 알파선은 양성자와 중성자가 쌍으로 묶여 있는 구조 즉 헬륨이다. 베타선은 방출된 전자다. 중성자선은 파괴력이 훨씬 세다. 우주가 생긴 이래 방사성 물질은 계속 있었다. 그런데 인간이 핵을 이용하면서부터 양이 급증했다. 자연 상태의 방사선은 핵발전소나 핵무기에 비할 바가 못 된다. 인간 스스로 자기는 물론 지구 생태계를 위협하는 물질을 대책 없이 쌓아두고 있는 셈이다.

 

삼중수소는 양성자 하나와 중성자 두 개로 이루어진 물질이다. 중성자 하나가 전자를 방출(베타선) 하면서 양성자로 바뀐다. 그러면서 헬륨(양성자 2+중성자 2)이라는 안정적인 물질로 바뀐다. 지구의 위성인 달에 풍부한 물질이다. 지구에서 3중수소는 물의 형태로 존재한다. 온실 기체는 화석연료를 태울 때 발생한다. 물질이 타는 것은 산화 작용이다. 산소와 결합하면서 전자를 잃는 현상이다. 이 과정에서 열이 발생한다.

 

그 열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탄소와 산소의 외곽을 돌고 있는 전자들이 서로 합치면서 자리를 바꾼다. 그러면서 질량이 달라지고 여기서 에너지가 발생한다. 탄소화합물에 묶여 있던 전자들이 더 안정적인 이산화탄소와 물을 구성하기 위해 위치를 바꾼다. 산소는 전자를 강하게 끌어당긴다. 탄소와 산소가 결합할 때 탄소의 전자들이 공유 결합을 형성하며 더 낮은 에너지 상태로 이동한다. 이때 공유 결합 에너지의 차이만큼 열과 빛의 형태로 방출된다. 핵분열 자체는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지 않는다.

 

다만 핵발전이라고 해서 이산화탄소와 무관한 것은 아니다. 우라늄 235의 비율을 높이는 농축과정처럼 핵연료를 만들 때 전기가 엄청나게 들어간다. 화석연료를 이용한 발전시설로 만든 전기를 써야 하기 때문이다. 핵폐기물을 관리하는 데도 전기가 소모된다. 핵폭탄과 핵발전소 중 핵폭탄이 먼저다. 어찌 보면 핵발전소는 핵폭탄으로 대량살상의 문을 연 것에 대한 속죄라고도 할 수 있다.

 

엔리코 페르미는 우라늄 핵이 쪼개질 때 탄소를 두면 중성자 속도가 적당하게 낮아진다는 것을 알아냈다. 자동차로 치면 제동장치인 셈이다. 그래서 핵발전소 원자료에 탄소로 만든 제어봉을 집어넣는다. 폭탄에는 이런 장치가 없다. 조절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중성자 속도를 늦추는데 물을 쓰는 경수로와 달리 흑연을 쓰는 곳도 있다. 물은 고온에서 끓어버린다. 흑연 감속로는 그럴 염려가 없다.

 

전기는 인류에게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문명을 선사했다. 전기는 어디에서 왔는가? 광물에서 왔다. 석탄, 석유가 그렇고 우라늄도 돌에서 온 것이다. 우라늄은 자연에 존재하는 돌에서 채굴한다. 광물은 돌을 구성하는 기본 단위다. 제어봉은 핵분열에서 불쏘시개 역할을 하는 중성자를 흡수하는 역할을 한다. 핵폭탄은 우라늄이나 플루토늄을 원료로 만든다. 구체적으로는 우라늄 235, 플루토늄 239. 우라늄의 원자번호는 92, 플루토늄의 원자번호는 94번이다.

 

핵폭탄을 만들 때 플루토늄을 쓰는 이유는 우라늄 235를 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235만 얻는 유일한 방법은 기체로 만들어서 원심분리기에서 마구 돌리는 방법뿐이다. 그러면 무거운 238은 바깥으로 뛰쳐나가고 상대적으로 가벼운 235가 남는다. 이를 수천 번 반복해서 235의 비율을 높인 것이 농축 우라늄이다. 우라늄 235의 핵은 양성자 92개와 중성자 143개가 묶여 있다.

 

중성자가 홀수여서 두 개씩 짝을 지어보면 하나가 남는다. 이런 핵은 불안정해서 쉽게 쪼개진다. 수소 폭탄의 원리는 핵융합이다. 두 개의 수소 핵이 붙어서 헬륨이 되면서 엄청난 에너지가 발생한다. 수소 원자를 융합시키려면 1억도의 온도가 필요하다. 지금 태양 중심부 온도가 1500만 도이니 6배가 넘는 어마어마한 고온이 필요한 것이다. 그래도 방법을 찾는 데 성공했다. 원자폭탄을 터뜨려서 열을 생성한 것이다. 그렇게 해서 수소 원자끼리 결합하면서 질량이 바뀌고 바로 여기서 또 한번 E=mc²이 등장한다.

 

방사성 물질은 인체에만 치명적인 것이 아니다. 사고 수습 당시 투입된 로봇이 몇 초 만에 작동을 멈췄다. 전자회로가 전부 망가져버린다. 방사선은 전하를 띠고 있다. 당연히 합선이 된다. 저자는 스리마일(1979), 체르노빌(1986), 후쿠시마(2011) 핵발전소 사고에 대해 상세히 설명한다. 핵폐수 이야기를 해보자. 저자에 의하면 핵폐수는 세계 바다 생태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이다. 오염 농도가 묽어지니까, 희석되니까 괜찮을 것이라고 말한다. 정말 무책임한 말이다.

 

바다가 아무리 넓다고 해도 지구 안에 있다. 서로 돌고 돈다. 해류를 타고 오염물질이 세계 바다로 퍼진다. 그러는 동안 완전히 걸러지지 않은 핵 오염물질들이 해저로 가라앉을 것이다. 바다 생태계가 오염된다. 먹이사슬을 타고 우리 인간의 식탁 위로 올라온다. 그럴 일이 없다고 누가 단정할 수 있을까. 저자는 현재 진행중인 심각한 사안도 마치 오래전에 지나간 일처럼 인식하는 것을 우려한다. 후쿠시마 원전 이야기를 하면 아직도 후쿠시마야, 그만 하지 등의 반응이 나온다고 한다. 사람들이 지겨워 한다.

 

저자가 말하는 인문핵이란 핵을 인문학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핵을 이용하되 목적과 맥락을 생각하자는 것이다. 일단 핵 폐수가 발생했을 때 가장 좋은 방법은 가두는 것이다.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일본은 그 반대로 한다. 예전 스리마일 섬 원전 사고 때 미국도 강에 다 쏟아 버리려고 했다. 사고 후 2천 톤 정도 되는 핵 폐수가 발생했는데 주민 반대로 방류는 못했다. 그래서 증발시키고 남은 물질을 보관하는 방법을 썼다. 이 방식이 대기중 방사선 농도를 크게 높이지 않을 수 있어 한때 후쿠시마 쪽에서 검토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왜 굳이 바다에 버렸는지 아직도 의문이다.

 

한국, 중국, 일본은 적어도 핵에 관해서는 하나로 묶여 있다. 지리적으로 그렇다. 그래서 삼국이 지속적으로 협력해야 한다. 그동안은 한국이나 중국이 환태평양 조산대에 자리한 일본 쪽보다는 지진이나 지진 해일 위험이 덜하다고 여겨져 왔다. 그런데 최근 아시아 각 지역에서 이상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중국, 한국, 일본이 속한 유라시아 판이 꿈틀거리고 있다. 우리나라만 해도 경주, 포항 등지에서 계속 지진이 발생한다. 202411일 발생한 일본 이시카와현 노토반도 지진으로 해서 지반이 올라와 육지가 됐다. 해안선이 200m나 밀려났다.

 

저자는 비용 생각하느라 안전은 뒷전인 현실을 안타까워 한다. 경수로, 중수로는 가압경수로, 가압 중수로란 말이다. 가압이라는 압력을 가한다는 뜻이다. 물의 끓는 점을 높이기 위해 가압한다. 가압기로 150 기압을 가해 370도까지 물이 끊지 않게 조절한다. 중수에 있는 수소는 이미 중수소 상태라 중성자가 붙지 않는다. 자연 상태의 물에서 중수는 5만 개 중 하나밖에 없다. 그러나 이것도 농축을 해야 한다. 그럼에도 굳이 중수로를 선택하는 데는 천연 우라늄을 농축과정 없이 그대로 쓴다는 장점 때문이다.

 

핵분열 과정에서 얻어지는 플루토늄이 중수로에서 더 많이 나온다. 중수는 감속재다. 정전 사고는 가장 위험하다. 냉각수 등을 공급할 펌프가 멈추면 최악의 경우 후쿠시마 핵발전소처럼 원자로가 녹아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지금 우리가 북한의 위협을 걱정하지만 우리 내부적으로 쌓인 핵물질도 만만치 않다고 말한다. 안전성 확보가 시급하다는 것이다. 지금 보관중인 핵물질에 문제가 생기면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

 

저자는 언론에서 최첨단 기술인 것으로 포장하는 사안에 대해 역으로 말하면 그것은 아직 검증이 되지 않았다는 뜻이라고 말한다. 북한의 핵 개발은 일찌감치 시작되었다. 한동안 지지부진했다. 그러다 1991년 소련이 해체되면서 망명 과학자들이 북한에 오면서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핵개발에는 돈이 많이 든다. 우라늄 농축, 플루토늄 처리가 필수 과정이고 고강도 알루미늄 제작이나 원심분리기 제작에도 돈이 무척 많이 든다.

 

핵실험을 하는데도 돈이 든다. 회당 1000억원 쯤 된다. 저자는 물리학적 관점으로 보면 이제는 핵이 아니라 쿼크의 시대라고 한다. 인류가 핵을 발견하고 양성자와 중성자를 알게 되면서 이들이 만들어내는 엄청난 에너지를 사용했다. 저자는 오늘 우리가 숨 쉬는 대기에는 체르노빌의 세슘, 후쿠시마의 플루토늄이 섞여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인문학이 없는 과학은 언제든 괴물을 만들어낼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80년 전 마법의 항아리에서 빠져나온 원자핵을 인문 핵의 이름으로 다스려야 할 때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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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화학으로 세상을 읽는다 나는 세상을 읽는다
크리스 우드포드 지음, 이재경 옮김 / 반니출판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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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과학에 대한 생각을 1 초도 하지 않고 수십 년을 보낼 수 있다. 하지만 어떤 방식으로든 과학을 이용하지 않고서는 단 1 나노 초도 살아남을 수 없다. 이렇게 말하는 저자 크리스 우드포드의 [나는 화학으로 세상을 읽는다]비전문가들도 쉽게 읽도록쓴 화학책이다. 물질의 거동은 물질 내부에서 원자들과 분자들이 요동하고 뭉치는 방식에 달려 있다. 물질과 물질을 다르게 만드는 것은 안에 있는 원자들만이 아니다. 원자들의 결합 방식에 따라서도 물질이 갈린다. 대표적인 예가 지구에서 가장 풍부하고 가장 필수적인 물질인 물이다.

 

원자가 금과은 같은 화학 원소의 기본단위인 것처럼 분자는 더 복잡한 물질의 기본 구성 요소다. 둘 이상의 원자를 붙이면 분자가 된다. 수소 원자 두 개와 산소 원자 하나가 결합하면 물 분자 한 개가 얻어진다. 수십억조 개의 물 분자를 손가락 끝에 담아 올리면 그것이 작은 물방울 하나다. 수증기는 같은 질량의 물보다 공간을 1600배 더 차지한다. 이것이 전기 포트의 물을 몇 초만 오래 끓여도 주방이 세탁소처럼 수증기로 자욱해지는 이유다.

 

수백 가지 화학반응을 관찰하다 보면 결국 기본 원소들이 언제나 간단한 정수비로 결합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1;1, 2;1, 3;2 등등. 1803년 영국 화학자 존 돌턴이 그 일을 해냈다. 화학 원소들을 체계적으로 배열하면 2차원의 격자형 재료표가 만들어진다. 이를 주기율표라고 한다. 주기율표는 우리가 마음대로 쓸 수 있는 화학 성분의 전체 목록이다. 저자는 동위원소를 불안정한 흥분 형태로 존재하는 원소로 설명한다. 이들은 어떻게든 더 안정된 상태가 되려고 난리를 치고 그러기 위해 원치 않거나 필요치 않은 소립자들을 밖으로 내던진다.(21 페이지)

 

원자 내부는 대부분 비어 있고 원자의 질량은 대부분 원자핵에 몰려 있다. 상대적으로 너무도 가벼운 전자들은 원자핵 주위를 빙빙 돌며 흐릿한 공허의 구름을 형성한다. 철은 원자들이 위치 이동을 꺼리지 않기 때문에 모양을 잡을 때 구부러진다. 반면 유리는 원자들이 전체 구조를 허물지 않고는 새 장소로 이동하지 못해 산산이 부서진다. 철은 전기를 잘 유도한다. 원자들이 밀집한 구조에서는 각 원자의 외곽을 도는 전자들이 서로 맞물려 전체 구조를 아우르며 앞뒤로 출렁이는 일종의 흐릿한 바다를 형성해서 전기를 이편에서 저편으로 운반하기 때문이다. 철을 충분히 가열하면 벌겋게 달아오른다. 원자들이 열에너지를 흡수해서 붉은 빛의 형태로 내놓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물은 접착력보다 응집력이 훨씬 강하다. 이것이 빗방울이 퍼지거나 흩어지지 않고 잎사귀 위에 진주처럼 영롱하게 맺힐 수 있는 이유다. 비 오는 날 창문을 두들기는 비를 바라본 적이 있는가? 마치 유리에 보이지 않는 수로들이 있는 것처럼 물방울들이 창에 또렷한 줄무늬를 그리며 흘러내린다. 이것도 물의 응집력 때문이다. 새로 떨어지는 방울은 유리의 아직 젖지 않은 부분보다 이미 떨어져 있는 방울들과 합체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물은 끼리끼리 뭉치는데 명수지만 다른 곳에 달라붙는데는 영 무능하다. 그래서 물을 제대로 퍼지게 하고 물건을 완전히 적시게 하기 위해서는 세제(계면활성제)를 사용해야 한다.

 

물은 상대적으로 밀도가 높고 무거운 물질이라 금방 비키거나 물러서지 않는다. 물은 비압축성이다. 즉 더 작은 공간에 욱여넣을 수 없다. 이론상 눈과 얼음은 전혀 미끄럽지 않아야 한다. 얼음도 고체이고 발바닥도 고체다. 타이어와 아스팔트처럼 두 가지 고체가 접촉하면 대개는 더 이상의 운동을 막기에 충분한 마찰이 발생한다. 그런데 왜 얼음은 미끄러울까? 일반적인 설명은 이렇다.

 

물체를 쥐어짜면 물체의 온도가 올라가는 것이 과학의 통칙이다. 자동차 타이어에 바람을 열심히 넣다 보면 에어 펌프가 뜨거워지는 것은 그런 이유다. 따라서 이론적으로는 사람이 얼음 위에 서면 얼음 표층에 짓눌려 온도가 올라가서 녹는다. 즉 고체 발과 그 아래의 고체 얼음 사이에 윤활유로 작용하는 수층이 생긴다. 얼음을 지친다는 건 사실 얼음을 지치는 게 아니다. 얼음이 아니라 얼음 표면에 얇게 깔린 해빙수를 타고 미끄러지는 것이다. 이 이론을 강도 높게 적용한 것이 스케이팅과 컬링 같은 겨울 스포츠다. 스케이트는 몸의 압력을 날카로운 블레이드에 집중시켜 발 아래의 얼음을 매우 효과적으로 녹이고 그걸 타고 고속으로 미끄러진다. 하지만 이때 미량의 물만 살짝 녹았다가 바로 다시 얼어붙는다. 아이스링크 전체가 호수로 변할 일은 없다.

 

이것이 과거에 과학자들이 설명하던 방식이다. 노벨물리학상 수상자 리처드 파인만 같은 유명 학자들도 예외가 아니었다. 하지만 과학이란 현재진행형이다. 이제 우리는 얼음이 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복잡한 물체임을 알게 된다. 얼음이 미끄러운 진짜 이유는 스케이트가 빙판을 짓누르는 압력과 하등 관계가 없다. 스케이트의 압력 따위는 얼음을 녹여 윤활 수층을 만들 만큼 크지 않다. 완벽한 설명은 아직 없지만 현재 가장 설득력 있는 이론은 얼음에는 액체와 유사한 코팅이 내장되어 있으며 이 코팅은 온도가 올라갈수록 크기가 커진다는 것이다. 얼음은 미끄럽다. 왜냐하면 얼음을 미끄러우니까. 이것이 물의 기본 성질이다. 우리가 그 위에서 스케이트를 타든 말든.

 

저자는 유리는 훨씬 교활하다고 말한다. 유리의 용도는 보이지 않는다. 우리는 비결정형 고체, 반고체, 냉동 액체다. 혼돈스러운 액체와 질서 있는 고체의 중간쯤에 해당되는 일종의 무작위적이고 임시방편적인 구조를 가졌기 때문이다. 고체가 되려는 거친 시도는 있었으나 고체처럼 원자들이 규칙적으로 배열된 결정 구조에는 이르지 못했다는 뜻이다. 물을 극도로 빨리 냉각시키면 비결정질 얼음이 생긴다. 일상에서는 접하기 어렵지만 대 우주에는 흔하다. 일종의 우주 서리다. 혜성이 대부분 이것으로 이루어져 있다. 우주에 비결정질 얼음이 많은 이유는 별 사이 공간의 극한 환경 때문이다. 우주는 매우 밀도가 낮아 분자들이 규칙적으로 배열될 에너지를 갖지 못한다.

 

엄밀히 말해 유리가 고체와 액체의 중간쯤에 해당하는 물질인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유리가 고체가 되는 과정에 있거나 언젠가는 완전히 굳어질 물질이라는 뜻은 아니다. 유리는 이미 굳을 만큼 굳은 상태다. 유리를 깨면 파편이 불규칙한 모양임을 알 수 있다. 유리가 비결정형 고체라는 의미이다. 유리는 투명하다. 그것은 빛이 유리를 통과한다는 사실로 증명된다. 그럼 빛은 어째서 금속 같은 다른 고체는 통과하지 못하면서 유리는 통과할까? 물질의 투명성과 불투명성은 빛이 그것을 통과하려 할 때 그것이 빛에 어떻게 반응하는지에 달려 있다.

 

금속은 광자라고 부르는 입자 뿐만 아니라 X선처럼 빛과 비슷한 것까지 모두 흡수한다. 금속의 원자들은 자유전자들의 바다로 둘러싸여 있고 이것이 광자를 쉽게 흡수했다가 쉽게 분출하는 요인이 된다. 광자를 공처럼 잡아서 왔던 방향으로 다시 던져버린다. 알루미늄과 은처럼 반짝이는 금속은 모든 종류의 광자들을 몽땅 잡아서 다시 던진다. 그들이 거울의 훌륭한 대용이 될 수 있는 것은 그 때문이다.

 

구리나 금처럼 유색 금속은 일부 광자는 흡수하고 나머지는 반사하거나 전송한다. 유리는 어떻게 다를까? 모든 것은 내부의 문제다. 유리의 전자들은 괴상한 비정형 구조의 원자들을 흐트러지지 않게 붙들고 있느라 바빠서 가시광선의 광자들을 금속처럼 착착 포착하지 못한다. 그래서 광자들 대부분 유리의 한편으로 들어와 반대편으로 빠져나가고 유리 원자들은 그걸 알아채지 못한다.

 

하지만 자외선은 이야기가 다르다. 빛의 반사, 산란, 투과, 흡수 등은 원자 안의 전자가 담당한다. 빛을 산란 시키는 것과 반사 시키는 것은 다르다. 빛을 모두 흡수하는 물체는 검게 보인다. 어떤 물체가 빛을 반사하면 흡수하지 않고 반사해내는 파장의 빛이 우리 눈에 보인다. 모든 빛을 산란시키는 물체는 하얗게 보인다. 어떤 물체가 빛을 산란시키면 산란되는 파장에 따라 다양한 색으로 나타난다.

 

광변색 유리는 누가 발명했을까? 1962년 코닝사의 화학자 윌리엄 아미스테드와 도널드 스투키가 특허를 낸 초창기 제품은 실제 유리를 사용했다. 오늘날의 광변색 렌즈는 은이나 유리를 사용하지 않는다. 대신 나프토피란(naphthopyrans)이라는 복잡한 플라스틱에 기반한다. 이 플라스틱은 자외선을 받으면 가역적으로 자신의 구조를 바꾼다. 즉 실내에서는 상대적으로 빛을 적게 흡수하는 형태를 취하고 실외에서는 가시광선을 많이 흡수하는 형태를 취해 렌즈를 어둡게 만든다. 많은 분자가 한꺼번에 빛을 많이 흡수해서 창문에 블라인드를 치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빛을 차단한다. 자외선이 없어지면 이 분자들은 곧 원래 형태로 돌아와 우리 눈앞에 블라인드를 활짝 연다.

 

광탄성(光彈性)은 물체에 외력을 가한 뒤 편광을 통과시키면 그 물체가 어떻게 힘을 받았는지 말해주는 줄무늬가 형성되는 현상이다. 소성(塑性) 재료는 탄성(彈性) 재료와 달리 제자리로 돌아오지 않는다. 소성 재료에 계속 힘을 가하면 변형되다가 결국은 뚝 부러지고 만다. 흥미롭게도 금속도 엘라스틱하다. 물론 심하게 힘을 받으면 금속에도 영구적 변형 소성 변형이 일어난다. 진동이 있다는 것은 탄성이 있다는 것이다. 유리에도 탄성이 있다.

 

북극해의 얼음 바다를 항해하는 데 오히려 목선이 더 적합했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광퇴화는 플라스틱을 환경에서 분해하는 유용한 방법이다. 부식(腐蝕)도 녹과 비슷하다. 다만 금속이 아니라 나무를 갉아먹는 생물학적 골칫거리다. 물은 비열이 높다. 물이 열을 흡수하는 힘의 원천은 압도적인 분자수에 있다. 물 분자는 매우 가벼운 원자들로 이루어져 있다. 따라서 물 1kg에는 같은 양의 다른 물질보다 더 많은 분자가 있다. 물에 빽빽이 들어찬 분자들 덕분에 물은 놀라운 열 유지 능력을 가진다. 철의 비열 용량은 물의 약 9분의 1이다. 철이나 강철 1kg의 온도가 10°C 내려갈 때 내놓는 열에너지는 물 1리터가 같은 정도로 식을 때 발생하는 열에너지의 9분의 1에 불과하다.

 

 

파이프 안을 쉽게 흘러 다니는 물의 특성도 열을 붙들고 늘어지는 특성만큼이나 중요하다. 만일 물이 더 걸쭉한 즉 점성이 더 강한 액체여서 줄줄 흐르지 않고 진득하게 흐른다면 우리가 지금처럼 물을 많이 사용하지 못했을 것이다. 물이 시럽의 속도로 움직이면 샤워하고 변기 물을 내리고 설거지하고 옷을 세탁하는데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릴지 상상해보라. 이를 보며 생각하는 것은 용암과의 대비다. 용암이 흘러 강을 채울 때 온도, 유속, 색상 등에서 다양한 대비(contrasts)를 만들어 낸다는 사실이다.

 

우리의 청소는 보이지 않는 먼지를 재배치하는 것에 불과할 때가 많다. 더구나 깨끗한 집안 너머 더러운 지구가 있다. 집안을 청소하는 것이 결과적으로 강력 표백제와 세제를 강과 바다에 뿌리고 물고기를 떼죽음으로 몰고 해양생태계를 파괴하고 수십년 지속될 오염물질을 야기한다면 우리 주방과 욕심만 깨끗하게 유지하는 것이 크게 의미가 있을까? 지구가 더러운데 우리 집이 깨끗하면 얼마나 깨끗할까?(132 페이지)

 

왜 옷은 때가 탈까? 우리가 입고 신고 걸치는 것들이 우리의 체온 유지를 위해 설계했기 때문이다. 수많은 미세 섬유가 너무 빡빡하게 엉켜 있으면 먼지를 빨아들이는 부작용이 난다. 뭔가가 달라붙을 표면적이 어마어마하게 늘어난다. 섬유가 워낙 작아서 때와 땀이 원자 단위로 자연스럽게 달라붙는다.

 

물 분자는 비대칭이다. 물 분자는 수소 분자 두 개가 산소 원자 하나에 붙어서 삼각형을 이룬다. 수소 끝은 약한 양전하를 띄고 산소 끝은 약한 음전하를 띈다. 물 분자는 이렇게 자석처럼 두 개의 상반된 극을 가진 까닭에 극성 분자라 불린다. 자석처럼 때 같은 곳에 달라붙어서 때를 있던 곳에서 떼어낸다.

물은 사실 만능 용매와 거리가 멀다. 모든 곳에 달라붙지는 않기 때문이다. 즉 모든 종류의 때를 빼주지는 않는다. 물 분자는 다른 것들보다 자기들끼리 잘 달라붙는다. 이것이 물이 방울 지고 유리창에 줄무늬를 만들고 연못 수면에 소금쟁이가 떠 있을 막을 형성하는 이유다. 물이 뭔가를 제대로 적시려면 물의 이 표면장력부터 깨져야 한다.

 

 

세제가 옷은 깨끗하게 빨아 주지만 지구에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도움은커녕 세탁 세제에 거의 모든 성분에 환경 파괴물질이 있다. 이는 검증된 사실이다. 계면활성제는 수생 생물에게 직접적 독이 되고 인산염은 담수의 산소 수준을 감소시켜 생물을 질식시키고 용해제는 인간과 수생생물 모두에게 유해하다. 세제는 내분비 결합물질 다시 말해 강에 서식하는 물고기의 최대 80%의 성분을 바꿀 수 있는 성전환 화학물질이다. 수생 생물은 곤충, 조류, 인간을 포함하는 거대 생태계의 일부라는 것을 생각하면 강과 바다가 오염될 경우 문제가 거기서 그치지 않을 게 분명하다. 우리가 물에 푼 독은 조만간 우리에게 다시 돌아오게 돼 있다. 그렇다면 해법은 용기의 성분표를 보는 것을 생활화하는 것이다. 화학에 대해 생각하자 되도록 순하고 환경친화적인 세제를 골라 쓰는 습관이 필요하다.

 

아무리 연료탱크에 휘발유가 넘쳐나도 주위에 공기가 없으면 자동차는 아무 데도 가지 못한다. 그럼 자동차는 정확히 얼마만큼의 공기를 필요로 할까? 스포츠카의 경우 1분에 약 6,000리터의 공기를 흡입한다. 만약 자동차를 쉬지 않고 8시간 동안 운전한다면 자동차는 올림픽 규격에 수영장을 채우고도 남을 공기를 마시는 셈이다. 우리는 공기를 심하게 당연시하는 경향이 있다. 지구상 어디를 가든 공기가 넘쳐나기 때문이다.

 

자동차의 근본적인 문제는 휘발유에 갇혀 있는 에너지의 단 15%만이 실제로 도로를 달리는 데 쓰인다는 것이다. 나머지는 실린더의 열 손실, 기어의 마찰, 엔진이 내는 소리, 차의 전기설비로 가는 동력 등 다양한 정도로 낭비된다. 만약 자동차가 100% 효율적이라서 휘발유에 내장된 에너지가 남김없이 도로를 내달리는 운동에너지로 전환된다면 같은 양의 연료로 적어도 5배에서 10배는 더 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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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물고기]의 저자 닐 슈빈은 동료들과 함께 북극에서 탐사를 하던 중 37,500만년 전에 물고기가 뭍으로 진출한 과정을 강력하게 보여주는 화석 하나를 발견했다. 저자에 의하면 [내 안의 물고기]는 고생물학자로서 주로 물고기 연구로 경력을 쌓은 닐 슈빈이 시카고 대학 의대에서 인간 해부학 강의를 맡게 됨에 따라 인간과 물고기 사이의 심오한 연결고리를 탐구하게 된 결과 나온 책이다


저자는 매년 여름이면 북극권에서도 북쪽인 지역을 찾아가 눈과 진눈깨비 속에서 절벽의 암석들을 깨트리며 시간을 보냈다. 저자 일행이 틱타알릭 화석을 발견한 곳은 북위 80도 정도 되는 캐나다 엘스미어섬이다. 닐 슈빈 일행이 찾아다닌 곳은 펜실베니아주, 그린란드, 앨스미어섬이다. 이 책은 2009년 출간과 거의 동시에 읽었으나 서평을 작성하지는 못한 책이다. 17년이 지난 시점에 책을 다시 읽는 것은 북극에 대한 관심 때문이다


넓은 영역인 북극권 안에 북극해가 있고 북극해의 중심에 북극점이 존재한다고 보면 된다. 북극점은 북위 90도이고 북극해는 북위 70~60도 사이에 있고 북극권은 북위 6633분 이상 지역을 말한다. 북극권은 지구의 자전축 및 기하학적 특성에 따라 정의된 지리적 경계이다. 북극해에 접해 있어 북극 5개국으로 불리는 연안국은 캐나다, 덴마크령 그린란드, 노르웨이, 러시아, 미국 등이고 북극해에 접해 있지 않은 북극권 국가는 스웨덴, 핀란드, 아이슬란드 등 세 나라다


닐 슈빈이 캐나다 북극권에서 틱타알릭 화석을 발견한 것은 고생대 데본기의 북극권이 기후가 온화했음을 증거한다. 당시 북극 기후가 온화하고 따뜻했던 이유는 주로 높은 이산화탄소 농도로 인해 온실 효과가 강력했고 따뜻한 해류가 북극해로 유입되었기 때문이다. 겨울이면 영하 40도까지 떨어지곤 하는 북극의 어느 지역 암석들에는 아마존 열대 삼각지와 비슷한 고대 삼각주의 잔재가 남아 있다. 따뜻하고 습한 지방에서만 번성하는 식물과 물고기 화석들이 발견된 것이다


온도에 적응한 생물들의 화석이 지금은 극한의 고도나 위도에서 발견된다는 사실을 보면 우리 지구가 얼마나 큰 변화를 겪어왔는지 알 수 있다. 산맥은 솟아났다 꺼지고 기온은 더워졌다가 추워지고 대륙은 마구 돌아다녔다. 지구 변화에 방대한 시간표와 독특한 방식을 이해하면 우리는 그 정보를 활용하여 앞으로의 화석 발굴 활동을 잘 설계할 수 있다.(30 페이지


화석 보존에 이상적인 암석은 석회암, 사암, 실트암, 셰일 같은 퇴적암이다. 화석은 적절한 연대의, 적절한 종류(퇴적암)의, 노출이 잘된 암석을 찾으면 발견할 수 있다. 이상적인 발굴 장소는 표토나 식생이 거의 없어야 하고 인간의 활동으로 인한 교란도 적어야 한다. 그러니 중요한 발견들의 상당수가 사막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은 그리 놀랄 만한 사실이 아니다. 고비사막, 사하라 사막, 유타주의 사막지대, 그린란드 같은 북극 사막지대가 그런 장소들이다.(31 페이지)


그린란드는 이름과 달리 사막으로 분류된다. 사막은 모래가 많은 지역이 아니라 강수량이 매우 적은 지역을 의미한다. 그린란드는 강수량이 아주 적고 전체 영토의 약 80% 이상이 거대한 빙상으로 덮여 있어 식물이 자랄 수 없으며, 얼음이 없는 해안 지대도 대부분 영구동토층(Permafrost)이기에 사막으로 분류된다. 캐나다 엘스미어 섬은 북극 사막이자 극지 사막으로 분류된다. 저자에 의하면 북극에는 나무도, 먼지도, 도시도 없다. 이는 시간이 많이 지났기에 다시 생각할 필요가 있는 부분이다. 다만 전혀 없지 않고 거리를 판별할 나무, 집이 없다는 의미이고 그렇기에 원근감을 잃게 된다는 말이 가능할 것이다


어떻든 그랬기에 적절한 연대와 유형의 암석들이 잘 노출되어 있을 가능성이 충분했다.(35 페이지) 닐 슈빈 일행은 6년 동안 네 차례에 걸쳐 엘스미어어 섬을 탐사한 후에야 바늘을 발견했다. 바늘이란 북극에서 새 화석을 찾는 것은 건초더미에서 바늘을 찾아낼 확률보다 낮다는 말에서 나온 말이다


북극의 여름철에는 태양이 24시간 동안 지평선 아래로 지지 않는다. 이 현상을 백야 또는 한밤중의 태양이라고 부른다. 북극에서는 매년 기온이 영하 40° 아래로 떨어지지만 여름이면 태양이 거의 지지 않아 영상 12도까지 올라간다. 이처럼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면 암석과 화석 표면이 부스러진다. 겨울이면 차가워져서 수축했다가 여름이면 데워져서 팽창하기 때문이다. 북극의 여름에 해가 지지 않고 겨울에 해가 거의 뜨지 않는(극야) 이유는 여름(북반구 기준)에는 북극이 태양 쪽으로 기울어지고 겨울(북반구 기준)에는 북극이 태양 반대 방향으로 기울어지기 때문이다


고생물학자들에게 틱타알릭은 한층 심오한 수확을 안겨주는 존재다. 이 물고기는 어류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데 그치지 않는다. 틱타알릭에는 우리 인간의 일부가 포함되어 있다. 애초에 닐 슈빈이 북극으로 간 이유도 그런 관련성을 찾기 위해서였다. 틱타알릭 화석을 통해 내 몸을 이해할 수 있다는 확신은 어디서 오는 걸까? 틱타알릭의 목을 생각해 보자. 틱타알릭 이전의 모든 물고기들은 두개골과 어깨가 일련의 뼈들로 연결되어 있어서 몸통을 돌리면 반드시 목도 함께 돌아갔다


그러나 틱타알릭은 다르다. 틱타알릭의 머리는 어깨와 떨어져 자유롭게 움직인다. 이런 구조는 양서류, 파충류, 조류, 인간이 공유하는 특징이다. 틱타알릭 같은 물고기가 작은 뼈 몇 개를 잃음으로써 이런 전체적인 변화가 시작되었다. 저자는 말한다. 우리는 37500만년 전 물고기 속에서 인체 일부의 기원을 목격했다. 우리는 손목을 가진 물고기를 찾아냈다


저자는 우리의 과거 역사를 알게 되면 인류가 현생 생물들 중에서 특별하고 독특한 존재라는 사실이 무효가 될까?라고 묻는다. 답은 물론 아니다이다. 오히려 인류의 먼 기원을 알면 알수록 우리 존재가 얼마나 놀라운지 감탄하게 된다. 인류의 특별한 재능은 고대 물고기나 여타 생물들이 진화시켰던 기본 부품들로부터 솟아났다. 흔한 부속들을 가지고서 너무나 독특한 구성을 만들어낸 셈이다. 인간은 다른 생명체와 분리된 존재가 아니다. 뼈 속속들이 다른 모든 생명체의 일부이다. 인간의 유전자 또한 마찬가지다


물고기 지느러미가 육상 동물의 팔다리로 전이한 현상을 어떻게 말해야 할까? 답은 이렇다. 그 위대한 진화의 전환은 새로운 DNA의 탄생에서 비롯된 게 아니었다. 상어 지느러미의 발생에 관여했던 오래된 유전자들이 새로운 방식으로 사용됨으로써 손, 발가락을 지닌 팔다리를 만들어낸 것이다. 그것이 전환의 핵심이다. 오늘날 북극에서는 어마어마하게 많은 사업들이 벌어지고 있다. 석유, 가스, 광물 등의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르면서 북극 탐사 사업이 발굴을 시작했을 때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정신없이 진행되고 있다


틱타알릭 채굴장 주변은 전형적인 극지방 풍경이다. 강이 거대한 빙하를 6.5km 상류로부터 실어 나르고 계곡에는 북극여우와 늑대와 사향소가 살고 한여름에도 눈 덮인 땅이 여기저기 남아 있다. 그리고 춥다. 하지만 슈빈과 동료들이 드러내고 있는 세계는 열대의 세계이다. 따뜻한 물에 사는 물고기와 식물의 세상이다. 북극의 바위 속에 열대의 화석이 들어 있다는 사실은 두 가지로 해석할 수 있다. 전 지구적 기후변화와 대륙 이동이다. 물론 답은 둘 모두다


현재의 기후는 375백만 년 전과 완전히 다르고 엘스미어섬의 바위들은 한때 적도에 아주 가깝게 있었다.(311, 312 페이지) 37500만 년 전 데본기에 캐나다 엘즈미어섬이 열대 환경이었다는 사실은 전 지구적인 온화한 기후 증거일 뿐 대륙 이동과는 무관하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데본기 전체가 현재보다 훨씬 따뜻했던 온실(Greenhouse) 시기였으며, 당시 북극 지역조차 열대 기후를 유지할 정도로 따뜻했다면, 굳이 대륙이 적도 부근에 있었음을 가정하지 않아도 열대 생물 화석이 발견될 수 있다는 의미다


다시 말해 고지자기학적 위치(위도)보다 대기 중 CO농도나 해류 변화가 기후를 더 지배했다는 가설을 세운다면 대륙 이동의 필요성을 낮출 수 있다. 하지만 지질학적 주류 학계에서는 이를 대륙 이동의 강력한 증거로 간주한다. 그 근거는 1) 데본기 당시 암석에서 측정된 자성을 분석하면 엘스미어섬을 포함한 로렌시아 대륙(Laurentia)의 위치가 적도 또는 저위도에 있었음이 지질학적으로 확정되었다. 산호, 타부라테 등 엘스미어섬에서 발견되는 데본기 화석은 전형적인 적도 근처의 얕은 바다인 열대-아열대 탄산염 플랫폼(Tropical-Subtropical Carbonate Platform) 환경에서만 생존 가능한 종들이다


열대-아열대 탄산염 플랫폼은 따뜻하고 맑은 바다에서 산호나 미생물 같은 생물들이 만들어낸 거대한 석회암 덩어리 지형을 말한다이들이 극지방에서 산출되었다는 것은 당시 이 땅이 저위도에 있었음을 시사한다. 2) 데본기는 판게아 초대륙이 형성되기 전 로라시아 대륙과 다른 대륙들이 이동하여 결합하던 시기다. 37,500만 년 전 엘스미어섬은 열대 환경인 유라메리카 대륙(Euramerica)의 일부였다.


데본기 후기인 37,500만 년 전에 현재의 북극 지역(: 노르웨이 스발바르)에 최초의 숲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이는 당시 북극 지역에 나무가 자랄 수 있는 따뜻하고 습한 환경이었음을 시사한다. 당시에도 극지방은 6개월간의 낮, 6개월간의 밤의 주기를 가졌기 때문에 여름에는 매우 따뜻하고 습했으나 겨울에는 식물이 성장을 멈추거나 휴면하는 온대 환경이었다. 북극 지방이 당시 기준으로 상당히 따뜻하고 습한 기후였던 것은 사실이나 완전한 열대 기후라기보다는 온대 또는 따뜻한 온대 기후에 가까웠을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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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학은 가장 오래된 과학이자 기술의 최전선에 위치하는 놀라운 학문이라는 저자의 말이 눈길을 끈다. 과거에는 양치기, 농부, 선원 등이 하늘을 관찰하며 시간을 보내거나 계절을 예측하고 방향을 잡았지만 오늘날에는 비슷한 일을 천문학자들이 한다. 우주와 우리의 DNA는 연결되어 있다. 우리를 비롯해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은 빅뱅의 순간을 거쳐 넓은 우주가 형성되고 별이 서로 충돌하고 생성되고 파괴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원소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즉 우리는 모두 별에서 온 존재들이다


국제천문연맹이 정한 행성의 조건은 다음과 같다.

1. 태양 주위를 공전하는 궤도를 지닌다

2. 충분한 질량을 가져 자체 중력으로 구 형태를 유지한다

3. 궤도 주위의 천체들을 쓸어내 주변 영역을 정리한다


수성과 금성은 위성을 가지고 있지 않다. 그 이유는 태양과 너무 가깝고 질량이 작기 때문이다. 태양은 실제로는 매우 밝은 흰색이지만 지구 대기를 통과하며 들어오는 빛에서 파란색과 빨간색 파장이 일부 제거되기 때문에 노랗게 보인다. 태양의 열과 에너지는 태양계 전체로 퍼져나간다가장 바깥쪽에 위치한 해왕성은 태양의 온기를 일부만 받는 반면 가장 안쪽의 수성은 거의 태양빛에 구워진다고 할 수 있다. 수성은 대기가 거의 없기 때문에 낮과 밤의 온도차가 극단적으로 크다. 가장 더울 때는 표면 온도가 430도에 이르고 추울 때는 영하 180도까지 떨어진다. 수성은 목성의 위성 가니메대와 토성의 위성 타이탄보다 작다. 수성 표면에는 다른 어떤 행성보다 크레이터와 균열이 많다


일반적으로 표면의 크레이터가 많을수록 행성이나 위성이 오래 되었다는 뜻이다. 이 기준으로 보았을 때 수성은 상당히 오래된 행성이다. 수성은 지구형 행성 중 가장 밀도가 높다. 65%의 철과 35%의 기타 광물로 구성되어 있다. 많은 행성학자들이 수성에 철이 많은 이유를 알아내기 위해 끊임없이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금성은 태양과 두 번째로 가까운 행성이자 지구형 행성이다. 이는 수성, 지구, 화성과 마찬가지로 주로 규산염 암석과 금속 원소로 이루어져 있다는 뜻이다. 다른 지구형 행성과 마찬가지로 금성에서도 화산활동, 지진 활동, 침식, 풍화작용이 일어났으며 표면이 단단한 암석으로 덮여있다. 금성 탄생 초기에는 표면에 물이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알 수 없는 이유로 금성의 물은 모두 사라졌고 현재 모습과 같은 두꺼운 이산화탄소 대기로 뒤덮였다. 과학자들은 종종 지구 대기에 이산화탄소가 누적되어 산소 농도가 떨어진다면 지구도 금성처럼 변할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한다. 산업화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에 대해 경고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지구가 단기간에 갑자기 금성처럼 변할 확률은 매우 낮다. 금성은 지구가 먼 미래에 맞이할지도 모를 아주 극단적인 예시 중 하나에 불과하다


태양계는 약 46억 년 전 원시 성운이 중력 붕괴를 일으키며 형성되었다. 태양을 비롯해 모든 행성이 비슷한 시기에 함께 형성되었다. 지구도 이때 원시 성운의 한가운데에서 작은 암석 행성으로 탄생했다. 다른 내행성계 행성과 마찬가지로 지구도 파편과 잔해가 서로 충돌하고 뭉쳐지는 과정을 거쳐 오늘날의 크기로 성장했다. 초기 지구는 용융된 땅이었고 신생 태양을 둘러싼 먼지 구름에 지속적으로 노출되었다. 그뿐 아니라 화산이 끊임없이 폭발해 그 연기와 분출물이 지구 대기에 뒤섞여 매캐하고 어두운, 생명체가 살기 적합하지 않은 상태였다


38억 년 전 후기 대폭격의 잦은 충돌이 끝나고 지구의 지각이 식으며 바다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최초의 생명체인 원핵 생물이 등장했다. 뒤이어 등장한 특이한 박테리아 종 등이 주변 공기를 산소로 채우기 시작했고 시간이 흐르며 다른 생명체가 숨쉴 수 있는 맑고 깨끗한 기체 덮개 즉 대기가 형성되었다. 해양은 여전히 인류에게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 있는 지구의 마지막 개척지이다. 해양학자들에 따르면 지금까지 탐사된 해저는 전체 약 5%에 불과하다고 한다


많은 과학자들은 해양과 수권에 생명의 기원을 밝힐 단서가 숨어 있을 것으로 보고 다른 행성에서는 찾기 어려운 이 독특한 환경을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지구 형성 초기에는 바다가 없었다. 생명의 원천이기도 한 물은 도대체 어떻게 생겨난 것일까? 한 학설에 따르면 바다는 혜성 핵이라고 불리는 거대한 얼음 덩어리 폭격으로 지구에 전해졌다고 한다. 태양계에서 행성이 형성되는 동안 주변을 떠돌던 많은 혜성이 지구와 충돌했던 것이다. 그러나 지구에 자체적인 물 공급원이 있었을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지구가 탄생 초기에 다양한 원시성운 파편과 부딪혔을 때 물과 얼음이 포함된 잔해와 부딪혔을 수도 있다. 즉 바다는 지구가 생성될 때 이미 지구를 구성하고 있던 초기 암석이나 파편에서 나온 물로 형성되었을 수도 있다.


시력이 좋은 사람은 맨눈으로도 달의 어둡고 밝은 부분을 구분한다. 어두운 영역은 고도가 낮은 달의 바다이다. 물론 달의 바다는 평원이나 분지이다. 화성의 토양에는 산화철 성분이 풍부해 우리가 흔히 녹슨 상태라고 부르는 색이 지표 전체에 퍼져 있어 행성 전체가 붉은빛을 띠고 있다. 하나의 위성만을 가진 지구와 달리 화성에는 포브스와 데이모스라는 두 개의 위성이 있다. 이들은 먼 과거에 태양계를 떠돌다가 화성 궤도에 진입한 소행성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인류가 화성에 계속해서 탐사선을 보내는 가장 큰 이유는 외계 생명체가 존재했다는 증거를 찾기 위해서다. 과연 태양계에 우리 지구인 외에 다른 생명이 존재할까? 현재까지 밝혀진 바에 따르면 화성은 과거에 온습했을 가능성이 있고 이는 생명의 탄생 조건과 맞아떨어진다. 과연 과거에 화성의 생명체가 있었을까? 그렇다면 그 생명체는 어떻게 되었을까? 어쩌면 오늘날까지 화성 또는 우주 어딘가를 떠돌고 있지 않을까? 화성 탐사는 이런 모든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한 길고 오랜 여정이다


목성은 태양계에서 가장 큰 거대 행성이다. 지름은 지구의 약 11 배이고 부피는 1300배이고 질량은 300배에 달한다. 태양계의 다섯 번째 행성이자 외행성계의 첫 번째 행성인 이 거대 기체 행성은 내부도 굉장히 기묘하다


토성은 망원경으로 관측하기에 가장 좋아 인기가 많은 행성이다. 목성에 이어 두 번째로 큰 행성이자 아주 아름답고 눈에 잘 띄는 고리를 가지고 있다. 청록색 안개로 덮인 천왕성은 독특하게도 옆으로 누운 채 태양 둘레를 공전하고 있다. 다른 행성들은 가로 방향으로 공전하는데 천왕성 기준에서는 세로 방향으로 공전하는 것이다. 천왕성은 과연 처음부터 기울어져 있었을까? 천문학자들은 그렇지 않다고 본다. 무언가가 천왕성을 뒤집은 것이다. 과연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지금까지 가장 유력한 가설은 초기 천왕성이 지구와 비슷한 크기의 천체와 강하게 충돌해 옆으로 기울었다는 것이다


태양계의 마지막 행성인 해왕성은 놀라운 기록들을 가지고 있다. 태양까지의 평균 거리가 45억km나 된다. 이 때문에 태양 주변을 한 바퀴 공존하는 데 약 165년이라는 어마어마한 시간이 걸린다. 천문학자들은 천왕성과 해왕성을 묶어 거대 얼음 행성이라 부른다. 두 행성의 얼음 함량이 압도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명왕성은 더 이상 행성이 아니라 왜소행성이다. 명왕성은 1930년 미국 천문학자 클라이드 톰보에 의해 발견된 이후 지금까지 아직 한 번도 공전궤도를 완전히 돌지 못했다. 태양과의 거리가 너무 멀어 한 바퀴를 도는데 무려 248년이 걸리기 때문이다기껏해야 100년 정도를 사는 우리가 명왕성이 궤도를 한 바퀴 완주하는 모습을 직접 보기란 불가능하다


혜성은 주기가 200년 이상인 장주기 혜성과 200년 이하인 단주기 혜성으로 나뉜다. 우리가 알고 있는 혜성 중 가장 유명한 것은 아마 핼리혜성일 것이다. 유성의 일부가 대기권에서 모두 타버리지 않고 남아 지상에 떨어진 파편을 운석이라 한다. 운석은 밀도가 몹시 높아 상당히 무겁다. 보통 자성을 띠고 콘드률(condrule)이라는 둥근 알갱이가 박혀 있다. 운석 표면에는 지구 대기권을 통과하며 군데군데 떨어져 나가거나 손가락으로 누른 것 같은 함몰 흔적과 녹았던 부분이 빠르게 식으며 생긴 용융각이 있어 어두운 색을 띤다. 운석은 대부분 철과 니켈로 이루어져 있다.


모든 항성은 중심부의 핵이 주변 플라스마와 반응해 빛나는 구형 발광체로 자체 중력으로 뭉쳐 있다. 항성은 핵 원소를 융합해 다른 원소로 바꾼다. 이런 핵융합 과정이 어마어마한 열과 빛을 방출하는 것이다. 핵융합 작용과 자체 중력이 결합해 항성을 굉장히 뜨겁지만 안정적인 구체로 만들어낸다. 항성은 일생 대부분의 시간을 수소를 융합시켜 헬륨을 만들며 보낸다. 오래된 항성일수록 수소가 부족해지고 일부는 헬륨을 탄소로 융합하며 가장 오래되고 무거운 항성의 경우 심지어 철로 융합하기까지 한다


원소를 융합해 새로운 원소를 만드는 이 과정을 핵합성이라고 부른다. 오래된 항성이 소멸할 때 그 구성물질은 온 우주로 흩어져 새로운 항성이나 행성, 기타 천체에 재활용된다. 천문학자 칼 세이건은 [코스모스]에서 우리는 별의 잔해로 이루어져 있다고 썼다. 우리가 숨 쉬는 산소부터 혈액 속 철분, 뼈의 칼슘, 세포 분자의 탄소는 모두 오래전 소멸한 별에서 나온 것이다. 항성은 광구(항성의 표면) 색을 기준으로 분류된다. 천문학자들은 별에서 방출된 빛을 분광기에 통과시켜 스펙트럼을 분석한다. 항성에 존재하는 각 원소는 흡수선이라는 어두운 선 형태의 흔적을 남긴다


항성 빛의 스펙트럼은 항성이 얼마나 빠르게 자전하고 공전하는지어떤 화학원소를 포함하는지, 자기장이 얼마나 강한지, 대략적인 탄생 시기는 언제인지 등을 알려준다. 대부분의 항성은 주계열성이라고 불리는 좁고 구부러진 띠를 따라 존재한다. 주계열성이란 항성의 일생 중 대부분을 차지하는, 핵융합이 안정적으로 일어나는 단계를 뜻한다. 항성의 질량은 주계열성에 얼마나 오래 머무를지를 결정한다. 핵융합을 멈춘 항성은 색과 밝기가 변한다. 그때부터 주계열성 군단에서 벗어나 그래프의 다른 부분으로 이동한다


태양 질량의 25%가 되지 않는 작은 별은 주로 백색왜성이 되고 태양을 포함한 거대한 별들은 팽창하여 적색 거성이 되었다가 나중에 백색왜성이 된다. 가장 큰 별은 적색초거성이 될 확률이 높다. 질량이 클수록 항성의 수명은 짧다. 태양보다 질량이 큰 항성은 초신성으로 폭발하기 전까지 기껏해야 수백만 년 정도 살게 된다. 질량이 매우 작은 항성은 핵융합에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지 않아 아주 오랜 시간 밤하늘에 떠 있다. 어쩌면 영원히 존재하는 것처럼 보인다. 지금까지 밝혀진 바에 따르면 우주가 시작된 이래 수명을 다해 소멸한 적색왜성(온도가 낮고 질량이 가벼운 항성)은 하나도 없다


중심 온도가 400만 도가 넘어가면 핵융합이 시작되어 항성이 탄생한다. 태양과 태양계 행성들은 단독으로 만들어지지 않았다. 별들도 지구 생태계와 마찬가지로 돌고 돌며 존재한다. 우주에서 최초로 탄생한 항성은 수소와 헬륨으로 이루어졌다. 최초의 항성들은 우주가 탄생한 지 불과 수억 년 만에 뭉치기 시작한 무거운 별이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은 최초의 별 또는 성간 구름에서 시작되었다


천문학에서는 태양 질량의 8배 이상 되는 항성을 고질량 항성이라 한다. 이들은 태양과 마찬가지로 핵융합 단계를 지나지만 태양이 수소에서 핵융합을 시작해 탄소까지 방출하는 반면 이들은 탄소를 네온으로, 네온을 산소로, 산소를 규소로 융합하며 궁극적으로 철로 이루어진 핵을 만든다. 철이 핵융합을 하기 위해서는 항성이 공급할 수 있는 것보다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기에 이 지점에서 핵융합 반응이 멈춘다. 이 단계에서 고질량 항성은 매우 밀도 높은 중성자별로 변한다


은하는 항성과 행성 등 여러 천체 기체, 먼지, 암흑 물질들이 중력에 의해 하나로 묶인 거대 집합체다. 빅뱅이 일어난 지 약 4억 년 뒤 빛나는 조각에 지나지 않았던 초기 은하에서 최초의 별이 탄생했다. 이후 은하들은 서로 충돌하고 결합하며 더 큰 별들의 집단을 형성했다. 별들이 끊임없이 핵융합을 하듯 은하도 끊임없이 진화한다. 강한 핵력은 원자핵을 구성하는 양성자, 중성자에 작용한다. 양성자와 중성자는 쿼크라는 더 작은 입자로 이루어져 있다. 강한 핵력은 쿼크가 결합해 핵을 유지하게 하는 힘이다. 약한 핵력은 한 유형의 쿼크를 다른 유형으로 바꾸어 우라늄과 같은 방사성 원소를 붕괴시키는 힘이다


중력은 한 물체의 질량이 다른 물체를 끌어당기는 힘으로 우주에서 보편적으로 작용한다. 전자기력은 전하를 띤 물체들 사이에서 작용하는 힘이다. 지금까지 밝혀진 바에 따르면 우주는 5퍼센트의 바리온 물질, 27퍼센트의 암흑 물질, 68퍼센트의 암흑 에너지로 이루어졌다. 물리학에서 바리온은 쿼크 3개로 이루어진 물질을 의미하고 천문학에서는 우리가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모든 물질을 의미한다


암흑물질에도 중력이 있다. 암흑에너지는 중력에 대항해 우주 시공간을 빠르게 팽창시키는, 미지의 에너지라 할 수 있다. 우주 팽창현상이 밝혀진 이후 성립된 고전적 우주론에 따르면 팽창하는 우주에서 은하단의 거리가 서로 멀어짐에 따라 중력이 감소해 속도가 줄어드는 것이 논리적으로 옳다. 즉 우주의 팽창 속도가 점차 줄어들어야 한다. 그러나 학자들의 관측 결과 우주의 팽창 속도는 줄어들기는커녕 점차 가속화되고 있다. 우주의 팽창을 가속시키는 이 알 수 없는 미지의 에너지가 바로 암흑에너지이다. 모든 천체는 태어난 직후부터 계속해서 회전하며 팽창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빅뱅으로 시작된 우주가 자신의 나이인 130억 광년 가량의 공간을 차지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작은 점에서 시작한 우주는 초기에 가속 팽창을 계속해 이제 관측 가능한 영역이 약 930억 광년에 이르는 광대한 공간이 되었다. 한 천체의 중력으로 인해 다른 천체가 실제와 다르게 보이는 현상을 중력 렌즈 효과라고 한다. 우주에 분포하는 중력을 지닌 모든 천체는 렌즈가 될 수 있다. 질량이 클수록 더 많은 왜곡을 일으킨다. 중력이 클수록 더 볼록하거나 오목한 렌즈처럼 천체를 왜곡되어 보이게 만든다. 이 현상은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 이론에 의해 예측되었고 일부 천문학자들은 은하단이 중력 렌즈 효과를 일으킨다고 보았다


중력 렌즈를 활용하면 우주배경복사라 불리는 빅뱅 이후 남은 아주 오래된 희미한 빛을 연구할 수 있다. 이 빛은 우주가 탄생하고 약 38만 년 후에 발생한 태초 우주의 잔재와 같다. 한때 우주배경복사는 매우 강렬하고 뜨거우며 항성의 표면만큼 밝았을 것이다. 그러나 우주가 팽창하며 빛의 파장이 길어져 오늘날에는 마이크로파로 남아 있다. 이 빛에는 우주 탄생에 대한 정보가 담겨 있지만 너무 희미해 연구하기 어렵다. 중력 렌즈는 빅뱅의 마지막 메아리인 우주배경복사의 변화를 관찰할 좋은 관측 도구가 되어준다


우주를 더 멀리 들여다볼수록 시간을 더 거슬러 올라가 먼 과거를 알 수 있다. 중력 렌즈를 이용하면 암흑 물질도 연구할 수 있다. 암흑 물질은 거대한 은하단 곳곳에 두루 분포하는데 은하단은 자체의 중력에 묶여 있을 뿐만 아니라 암흑 물질의 영향도 받는다. 어떤 은하단이 중력 렌즈 효과를 일으킨다면 여기에는 암흑 물질의 질량도 일부 반영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중력 렌즈는 우주 전체에 골고루 분포한 암흑 물질의 존재를 증명하고 규모를 파악하는 데에도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


빅뱅 이후 38년까지 우주는 팽창을 거듭했다. 하지만 이때까지도 우주는 너무 뜨겁고 빛이 보이지 않는 암흑 세계였다. 밀도 높은 플라스마만 존재해 마치 빛을 산란시키는 불투명한 뜨거운 수프와 비슷했다. 어둡고 스산한 안개와도 비슷했다. 다음으로 재결합 시대가 찾아왔다. 충분히 냉각된 물질 원소들이 원자를 형성한 것이다. 마침내 원초적인 빛이 통과할 수 있는 투명한 기체가 등장했다. 이때 등장한 빛을 우주 마이크로파 배경복사라고 부른다. 마이크로파 복사는 우주를 빛으로 채웠다. 비슷한 시기에 기체 구름이 수축되며 최초의 별을 형성했다


별들은 주변에 남아 있던 기체 에너지를 공급해 우주를 더욱 밝게 비추었다. 이를 재이온화 시대라고 한다. 우주는 계속해서 팽창했지만 이후 수십억 년간 별과 은하의 질량이 만들어내는 중력의 영향으로 팽창 속도가 점차 느려졌다. 그러다가 약 50억 년 전부터 갑자기 흥미로운 일이 일어났다. 암흑에너지가 우주의 팽창을 가속시키기 시작한 것이다


천문학은 크게 둘로 나누면 관측천문학과 세분화된 천체물리학으로 나눌 수 있다. 관측 천문학이란 우주와 천체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는 데 중점을 두는 학문이다. 천체물리학은 관측 자료에 물리학을 적용해 행성과 항성, 가스와 기체, 성간 물질과 성운, 더 나아가 은하와 은하단의 탄생과 기원, 발전과 진화를 설명하는 학문이다


빛은 입자와 파동의 성질을 모두 지니고 있다. 이러한 이중적 특성으로 인해 우리는 카메라를 활용해 광자의 집합을 촬영할 수도 있지만 분광기 등으로 빛의 파장을 분리해 관찰할 수도 있다. 한마디로 빛은 우주를 탐구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존재다. 적외선, 가시광선, 자외선 등을 모두 아울러 열복사선이라고 한다. 조금이라도 가열된 물체는 모두 적외선을 방출한다. 적외선 감지기는 눈에 보이지 않는 빛을 관측하게 도와준다


현재까지 가장 유명한 적외선 망원경은 지구 궤도를 도는 스피처 우주망원경과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이다. 행성과학은 기본적으로 지구의 환경을 연구하는 지구과학과 유사하다. 태양계의 8개의 행성은 암석 행(지구형 행성), 거대 가스행성(목성형 행성)으로 나뉜다. 행성과학은 이들 행성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특히 그 지표면을 분석해 탐구한다. 행성과학자들은 각 행성에서 과거에 일어났던 지질 운동, 외부 파편과의 충돌, 풍화작용, 화산활동 등을 연구한다


지표면에 사는 우리는 화산, 하면 산의 분화구에서 뜨거운 용암과 유독가스, 화산재를 분출하는 모습을 먼저 떠올린다. 그러나 화산은 지표면과 대륙뿐만 아니라 깊은 바다에도 존재한다. 화산활동이란 땅속 깊은 곳에 있는 마그마가 지표 또는 지표 가까이에서 일으키는 여러 작용을 두루 가리킨다. 그 과정에서 흔히 떠올리는 화산 폭발뿐만 아니라 분출물의 퇴적, 화산성 지진의 발생, 지각변동 등을 일으킬 수 있다


수성과 금성 같은 내행성계 그리고 해왕성을 비롯한 외행성계의 얼음 행성과 위성에 화산이 있다. 내행성계 행성에서 화산은 대부분 현무암질 용암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는 마그마로 녹은 암석이 지표면으로 빠르게 퍼져나간다는 뜻이다. 그러나 외행성계의 화산은 주로 얼음 화산이다. 내부의 열이 지표면에 얼음을 녹여 슬러시 같은 형태로 분출한다. 천문학자들이 망원경을 사용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먼 천체에서 나오는 희미한 가시광선을 가능한 한 많이 모아 정확히 분석하기 위해서이다


별들은 두꺼운 기체와 먼지 구름의 소용돌이에서 탄생하므로 관측하기 어렵다. 스피처 우주망원경을 비롯한 적외선 탐지 망원경들은 먼지를 뚫는 적외선의 성질을 활용해 미래 별의 배아를 관측할 수 있다. 많은 경우 어린 별의 씨앗은 오래되고 거대한 항성에 강한 복사열의 먼지 구름을 깎아내고 파괴할 때 생성되는 거대한 기둥 모양 구조에 숨어 있다


광학망원경으로는 별빛의 윤곽이 드러난 어두운 형태가 보일 뿐이지만 적외선 망원경으로는 별의 탄생을 지켜볼 수 있다. 우주에 관해 모든 겻이 밝혀지는 일은 결코 있을 수 없다. 탐구하고 관찰해야 할 것은 우리가 우주를 알아내는 속도보다 더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천문학은 곳곳에 보석이 숨겨진 보물 창고와 비슷하다.


어느 날 우연히 어떤 자료를 통해 새롭고 경이로운, 아름다운 사실을 발견할 수도 있다. 현존하는 광학 망원경 중 규모가 가장 큰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은 최첨단 장비를 탑재해 가시광선과 적외선을 두루 감지하고 분석할 수 있다. 허블 우주망원경의 후계자로 여겨지는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은 별의 탄생과 소멸 과정을 추적하고, 외계 행성 사진을 촬영하며 초기 우주의 빛을 수집하는 등 천문학의 오랜 과제를 수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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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에 남은 지문 - 과거로부터 온 미래 기후의 증거
데이비드 아처 지음, 좌용주 외 옮김 / 성림원북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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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물리학자 데이비드 아처의 [얼음에 남은 지문]1. 이산화탄소 배출은 국제적으로 경제적, 군사적 패권과 밀접하다. 2. 화석연료 사용에 따른 비용과 이익은 공정하게 공유되지 않는다. 3. 지구 온난화의 영향을 받는 사람은 대부분 미래의 사람들이다 외에 4. 미래 기후는 결국 석탄 처리에 달려 있다는 말을 하는 책이다. 저자는 상세하게 설명하기보다 자신의 페이스를 유지한다. [얼음에 남은 지문]의 원제는 The Long Thaw. 장기간의 해빙(解氷)을 의미하는 말이다. 번역본 제목을 보면 [얼음에 남은 지문]은 빙하에 관한 책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해빙과 그로 인한 기후 위기를 다룬 책이다.

 

원서가 나온 해는 2009년이고 번역서가 나온 해는 2022년이다. 저자는 서문에서 아직 기회는 있다고 말한다. 100만 년 넘게 지구 기후는 이산화탄소를 들이마시고 내뿜는 땅에 의해 결정되었다. 즉 에오세의 온실 기후와 현재의 서늘한 기후의 차이는 대륙 분포, 거대한 습곡 산맥의 형성, 식물 진화 등 탄소의 배출과 흡수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에서 비롯된다. 화산은 매년 인간보다 훨씬 적은 양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따라서 가까운 미래는 인간이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저자가 예로 드는 지역은 북극이다. 북극은 열대 지역보다 기온이 크게 상승하고 있다. 얼음이 녹으면서 드러난 맨땅이 얼음보다 햇빛을 더 많이 흡수하기 때문이다. 남극에서는 불가사의하게도 이런 현상을 확인할 수 없다. 이는 오존 구멍과 관련 있는지도 모르겠다. 저자는 두 개의 알베도 피드백을 이야기한다.(알베도는 가시광선에 대한 행성의 반사율을 의미한다.) 얼음 알베도 피드백과 수증기 피드백이다. 얼음 알베도 피드백과 마찬가지로 수증기 피드백도 지구온난화를 증폭한다. 고위도에서만 적용되는 얼음 알베도 피드백과 달리 수증기 피드백은 지구 전체에 일정하게 영향을 끼친다. 수증기 피드백은 이산화탄소 증가만 고려했을 때보다 온도를 약 두 배 높인다. 얼음 알베도 피드백은 얼음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서든 일어나지만 눈과 얼음의 면적이 가장 넓은 고위도에서 그 효과가 훨씬 더 지배적으로 나타난다고 할 수 있다.

 

북극의 경우 얼음 피드백은 흰색 얼음이 태양 빛을 반사하는 대신 어두운 바다가 열을 흡수하여 온난화를 가속하는 알베도 효과가 빚어지고 있다. 세계기상기구, 유네스코 등이 킬리만자로의 눈이 2040년에 사라질 것으로 전망했다. 2040년이란 숫자에 눈길이 가는 것은 북극도 2040년 여름이 얼음이 없는 계절이 될 것으로 전망하는 연구자가 있기 때문이다. 그는 미국 국립대기연구센터(NCAR)의 마리카 홀랜드(Marika Holland). 지구 표면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북극해는 그린란드 빙산과 북대서양 심층수의 생성 지역에 인접해 있다.

 

해빙은 지구상에서 햇빛을 가장 잘 반사한다. 바다는 가장 적게 반사한다. 휜색을 띠는 눈 덮인 해빙은 가시광선과 태양 복사 에너지를 우주로 반사하는 거울 역할을 한다. 바다는 어둡게 보여 태양 에너지를 흡수하는 스펀지와 같다. 바다 표면은 파란색 계열의 빛만 산란되어 파랗게 보이지만 수심이 깊어지면 파란빛마저 물에 흡수되어 반사되는 빛이 줄어들기 때문에 바닥은 짙은 파란색을 지나 결국 어둡게(검게) 보이게 된다.

 

24시간 동안 평균을 내면 밤에도 태양이 지지 않는 북극의 여름철 햇빛이 지구에서 가장 강하다. 녹아내리는 북극 해빙은 지구온난화가 분수령으로 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가장 확실한 사례다. 해수면은 점점 상승하고 있다. 오늘날 해수면 상승 요인의 3분의 2는 데워진 해양의 열적 팽창이다. 나머지 요인은 녹아내리는 빙하다. 저자는 히말라야의 빙하를 이야기한다. 저자에 의하면 히말라야의 빙하 녹은 물은 갠지스강, 인더스강, 브라마푸트라강, 살원강, 메콩강, 양쯔강, 황하 주변에 사는 수십억 명의 사람에게 담수를 공급해준다. 겨우내 산지에 쌓인 눈은 봄 여름에 물을 흘려보내고 농사에 요긴하게 쓰인다. 페루의 안데스 산맥, 미국 북서부의 태평양 산지에서도 빙하는 여름에 물을 공급한다. 빙하가 줄어들면 이 지역의 물 공급 또한 심각하게 감소할 것이다.

 

빙하를 시추하여 얻은 빙하 코어에는 수십만 전의 얼음에 녹아 들어갔거나 공기방울에 갇힌 과거 대기의 실제 시료들이 포함되어 있다. 이 시료들로부터 과거의 이산화탄소, 메테인, 다른 온실 기체의 농도를 구할 수 있다. 빙하(glacier)는 눈이 굳어 자체 무게로 움직이는 얼음 덩어리다. 빙상(ice sheet)은 극지방을 덮고 있는 50,000 km² 이상의 광활한 빙하 덩어리로 대륙 빙하라고도 불린다. 빙산(iceberg)은 빙하에서 떨어져 나온 부유 얼음이다. 해빙(sea ice)은 바닷물이 언 것을 말한다. 빙퇴석(moraine)은 움직이는 빙하가 골짜기를 깎아내며 운반해 온 암석, 자갈, 토사 등이 빙하가 녹으면서 가장자리나 말단에 쌓여 만들어진 지형을 의미한다.

 

빙하가 자체 무게로 움직인다는 의미는 표면이 조금 녹아 미끄러지는 현상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핵심은 거대한 얼음 덩어리가 엄청난 압력으로 인해 고체 상태에서도 끈적한 액체처럼 낮은 곳으로 서서히 흐르거나 밑바닥이 녹아 미끄러진다는 의미다. 대륙지각은 녹은 쇳물이 담긴 도가니의 맨 위에 둥둥 떠 있는 불순물 즉 슬래그와 유사하다. 해양 지각은 대륙 지각과 달리 화학적으로 맨틀과 좀 더 유사하며 판이 수렴하고 충돌하는 곳에서 지구 내부로 들어간다. 해양지각과 맨틀은 철, 마그네슘 등이 많은 고철질 또는 초고철질이다. 해양 지각의 평균 수명은 약 15천만 년에 불과하다. 반면 대륙지각은 지구 내부로 들어가지 않는 대신 침식된다. 즉 풍화되거나 갈려 으깨진다.

 

두 지각은 모두 물에 떠 있는 빙산처럼 맨틀이라는 유체에 떠 있다. 해양지각은 대륙지각보다 얇고 밀도가 크기 때문에 대륙지각보다 낮게 떠 있다. 바닷물은 바다 깊이 채워져 있어서 해양지각 또한 물로 덮여 있다. 빙상이 녹으면 그 아래의 지표면은 발자국에 눌렸다가 튀어나오는 잔디처럼 올라온다. 지각이 떠오르거나 가라앉는 데는 수만 년이 걸리므로 이전에 로렌타이드 빙상 아래에 있었던 캐나다의 허드슨만 지역은 얼음이 녹은 지 1만년이 지난 지금도 계속 상승하고 있다.(101 페이지)

 

해수면 변화의 요인은 셋이다. 1) 빙상에서 바다로 유입되는 물, 2) 해수의 열팽창, 3) 천천히 변화하는 판의 고도 등이다. 탄소 동위원소 및 산소 동위원소의 급증은 심해에 극적인 온난화가 있었음을 증거한다.(103, 104 페이지) 무거운 산소는 증발하는 데 있어서 가벼운 산소보다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해 적게 증발하지만 기온이 올라가면 수온도 올라가고 물 분자들이 더 빠르게 움직여 표면장력을 뚫고 증발할 수 있는 충분한 에너지를 얻어 무거운 산소도 많이 증발하는 것이다.

 

빙하 코어, 퇴적물, 화석 등에서 가벼운 산소와 무거운 산소의 비율을 알 수 있다. 많은 사람이 가장 궁금해 히는 것은 인간이 유발한 기후 변화에 대한 예측을 기후의 자연적 변동 및 주기와 어떻게 비교할 수 있느냐다. 현재의 온난화 현상은 거의 모든 곳에서 한꺼번에 일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현상이다.(108 페이지) 새로운 기후의 문제는 예측할 수 없다는 점에 있다. 미래는 수백만 년 동안 존재하지 않았던 온실 기후로 인해 따뜻해지면서 과거와는 달라질 것이다. 급속한 온난화에 대한 가장 가까운 사례는 5500만 년 전의 팔레오세-에오세 최대 온난기이지만 너무 동떨어져 있어서 자세히 알 수는 없다. 이 때문에 미래를 예측하고 준비하기가 매우 어렵다.

 

지구의 탄소 중 생물계 순환에 참여하는 유기 탄소는 극히 일부분이다. 이 유기 탄소로 지구 표면을 칠한다면 불과 몇 mm 두께에 지나지 않는다. 얇고 끈적해 보이는 이 층은 지구에서의 화학 반응을 수천 배 가속할 수 있다. 생명체는 탄소라는 원소의 화학적 성질에 기초한다. 지구의 어떤 원소도 그 복잡성에 있어서 탄소를 따라올 수 없다. 주기율표에서 탄소와 가장 가까운 규소 역시 복잡한 화학적 성질을 가진 원소다. 규소의 화학적 성질은 판구조 운동의 단계와 해양지각, 대륙지각의 특성을 공유한다. 풍화작용의 산물인 토양은 규소의 화학적 성질에 따라 형성된 결과다. 규소는 지구 내부를 제어하지만 탄소는 표면을 차지하고 있다.

 

탄소 순환은 해양과 지구의 고체 부분으로 확장된다. 퇴적암은 해수면이 높은 시기에 퇴적되었거나 느린 판구조 운동으로 해양지각에서 대륙지각 쪽으로 부가되어 올라간 것들이다.(118 페이지) 궁극적으로 이산화탄소가 얼마나 많이 배출되는가가 중요하다. 이산화탄소가 많아져 해양이 더욱 산성화되면 이산화탄소 저장 능력이 줄어든다.(129 페이지) 인류는 이산화탄소로 바다를 산성화한다. 이에 대응하여 염기(鹽基)인 탄산칼슘은 바다와 육지에서 융해되어 수소이온지수 균형을 회복시킨다. 이 과정은 수천 년이 걸린다.

 

산성은 바닷물이나 빗물과 같은 물을 기본으로 하는 혼합물의 특성이다. 산성 용액에는 높은 농도의 수소 이온이 들어 있다. 수소 이온은 금속, 암석, 생물학적 탄소 화합물을 비롯한 여러 종류의 화학 결합과 빠르고 거칠게 반응한다. 물 분자에서 수소 이온이 빠져나가면 수산화이온이라는 잔여물이 남는다. 메테인은 분자 단위에서는 이산화탄소보다 30배나 더 강력한 온실 기체다. 일단 대기로 방출된 메테인은 약 10년 안에 또 다른 온실 기체인 이산화탄소로 분해된다. 이때 분해되어 나온 이산화탄소는 화석연료의 이산화탄소와 마찬가지로 대기 중에 축적된다. 겉보기에 메테인 하이드레이트 침전물은 상당히 불안정한 상태다.

 

메테인 하이드레이트는 온도가 너무 높으면 녹고, 물이 얼음 상태를 유지할 만큼 온도가 낮더라도 대기압에서 방출된다. 해양 퇴적물의 하이드레이트는 진흙 속에 묻히지만 않았다면 녹아서 바다 표면으로 떠오를 것이다. 해수면 상승은 부분적으로 해수의 열팽창으로 발생한다. 해수면 변화의 주요인은 육지 빙하의 해빙(解氷)이다. 버지니아 대학교의 고기후 학자인 윌리엄 러더먼은 [인류는 어떻게 기후에 영향을 미치게 되었는가]라는 흥미로운 책에서 수천 년 전부터 농지 개간이라는 인간의 활동이 대기 중 이산화탄소와 메테인 농도를 바꾸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만약 이산화탄소 농도가 인간 활동의 영향 없이 자연적으로만 변화했다면 다음 빙하기가 이미 시작되었을 것이라고 말한다.(174, 175 페이지)

 

산업 문명은 이미 지난 몇백 년 동안 에너지원을 18세기의 나무에서 19세기의 석탄으로, 20세기의 석유와 가스로 여러 차례 바꿨다. 장기적으로는 다시 바꾸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만약 인류 문명이 화석연료가 이미 고갈된 세계에 뿌리 내렸더라면 어땠을까? 그런 상황이라면 인류는 쓸 만한 대체 에너지원을 개발했을 것이다. 이산화탄소 배출은 국제적으로 경제적, 군사적 패권과 밀접하다. 1990년 온실가스 배출량의 6% 감축을 의무화한 교토의정서가 채택되었으나 미국과 호주 정부는 막대한 예산이 든다는 이유로 거부했다. 궁극적으로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안정화하려면 훨씬 더 크게 감축해야 한다.

 

지구 온난화를 피하는 간단한 개념은 석유와 가스는 계속 태우지만 석탄 연소는 멈추는 것이다. 석탄 연소는 현재 탄소 배출량의 3분의 1을 차지하며 석유와 천연가스가 각각 3분의 1이다. 장기적으로 볼 때 사용 가능한 석탄의 양은 석유와 가스의 10배가 넘는다. 궁극적으로 지구 기후의 미래는 석탄에 대해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에 달려 있다.(184 페이지) 흥미로운 점은 북한의 경우다. 그들은 석탄을 석유화하는 기술(coal liquefaction)을 보유하고 있다. 지구에는 석탄이 너무 많다. 미래 기후는 결국 석탄 처리에 달려 있다. 석탄을 통해 전기를 생산하는 새로운 기술이 있다. 석탄가스화 복합 발전이라고 불리는 이 기술은 석탄을 고온고압에서 가스화하여 전기를 생산하는 친환경 발전 기술이지만 석탄 화력발전보다는 비용이 많이 들어서 아직 산업 표준으로 자리 잡지 못했다. 규제 상태에 놓인 에너지 시장에서 전력 공급 회사들이 가장 저렴한 방식 외에 다른 방식을 택하기는 쉽지 않다.

 

석탄가스화 복합 발전(IGCC; integrated gasification combined cycle)의 장점은 이산화탄소를 거의 순수한 형태로 생산한다는 것이다. 반면 전형적인 석탄 화력발전소 배출물의 약 10%는 이산화탄소로 공기 중 질소에 의해 희석된다. 배출된 이산화탄소는 탄소 포집 및 격리(CCS; carbon capture and sequestration)라고 불리는 방법으로 포집되어 땅속으로 다시 주입될 수 있다. 이 방법이 공정의 일부로 포함되면 석탄 연소 후 배출물에서 질소와 이산화탄소를 분리하는 것보다 석탄가스화 복합 발전을 통해 석탄에서 에너지를 추출하는 것이 전반적으로 더 저렴할 것이다. 석탄가스와 복합 발전은 수은과 유황 배출 역시 제거한다.

 

화석연료 사용에 따른 비용과 이익은 공정하게 공유되지 않는다. 오늘날 화석연료 경제의 혜택은 대부분 온대 지역에 있는 산업화된 선진국에 돌아가고 있다. 기후변화의 비용은 열대 지역에서 치르게 될 것이다. 어떤 자연재해가 발생했을 때 응급 서비스가 잘 갖춰진 선진국보다 개발도상국에서 더 많은 희생자가 나온다. 저위도 지역의 국가들은 자급자족하는 농민의 비율이 높은 편으로 날씨 변화에 매우 취약하다. 선진국에서는 에너지 집약적 농업법으로 말미암아 소비량보다 더 많은 식량을 생산하고 있다. 선진국에서는 식량 생산은 세계화가 이루어져 지역적인 농업 환경으로부터 탈피하고 있다. 지구 온난화의 영향을 받는 사람은 대부분 미래의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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