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스가 들려주는 산, 염기 이야기 과학자가 들려주는 과학 이야기 39
전화영 지음 / 자음과모음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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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제목은 [루이스가 들려주는 산, 염기 이야기]다. 루이스는 길버트 뉴턴 루이스(Gilbert Newton Lewis; 1875 – 1946)를 말한다. 산(酸)에 대해 처음으로 연구한 사람은 라부아지에다. 질량보존의 법칙을 발견하여 연금술을 근대 화학으로 바꾸어 놓은 근대 화학의 아버지다. 그는 신맛이 나는 산들의 근본을 산소로 보았다. 그는 모든 산에는 반드시 산소 성분이 포함되어 있다고 보았다. 그런데 사실 산에서 산성을 드러내는 것은 산소가 아니라 수소다. 


루이스는 수소 중심 이론을 벗어나 더 넓은 범위에서 산과 염기를 정의했다. 본문에는 아레니우스라는 이름이 등장한다. 설탕물은 전기가 통하지 않고 소금물은 전기가 통한다는 사실을 설명한 인물이다. 아레니우스는 원자도 더 이상 쪼갤 수 없는 최후의 알갱이가 아니라는 주장을 했다. 1897년 톰슨에 의해 전자가 발견되었다. 원자 내부에 전하를 띠는 알갱이가 있다는 사실로 인해 이온이 만들어질 수 있는 중요한 기초가 되었다. 


이온이란 말은 간다는 의미의 그리스어 ionai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전기분해로 유명한 패러데이가 전기분해를 할 때 +극과 –극으로 이동하는 입자가 있음을 알고 양이온, 음이온이라는 이름을 지었다. 이온은 자신의 전하에 따라 두 극 중 한 곳으로 이동한다. 원자나 분자, 원자단이 전자를 잃거나 얻어서 전하를 띠는 상태를 이온이라 한다. 양이온은 전자를 잃어버린 상태의 알갱이이다. 음이온은 전자를 얻은 상태의 알갱이이다. 물에 녹아 이온이 생기면 전기가 통하고 그렇지 않으면 전기가 통하지 않는다. 


물에 녹았을 때 이온이 생겨서 전기를 통하는 소금과 같은 물질은 전해질, 그렇지 않은 설탕과 같은 물질은 비전해질이라 한다. 산과 염기는 물에 녹으면 이온이 나온다. 아레니우스는 산은 물에 녹아 수소이온을 내놓는 물질, 염기는 수산화이온을 내놓는 물질로 정의했다. 산의 세기는 이온화 정도에 따라 나뉜다. 이온화가 잘 되어서 이온이 많이 생기는 것은 강한산, 강한 염기이고 그렇지 않으면 약한산, 약한 염기라고 한다. 영어로 산은 acid, 염기는 base라 한다. 


석회암, 대리암 등은 주성분이 탄산칼슘이기 때문에 산성 물질에 닿으면 녹는다. 탄산은 물에 이산화탄소 기체가 녹을 때 만들어진다. 염기의 대표 주자가 수산화나트륨이다. 일명 양잿물이다. 알칼리 금속 3총사인 리튬, 나트륨, 칼륨의 이온들이 수산화이온과 결합해서 만들어진 수산화리튬, 수산화나트륨, 수산화칼륨은 이산화탄소를 매우 효과적으로 흡수한다. 알칼리와 염기는 비슷하지만 완전히 같은 말이 아니다. 


알칼리는 물에 잘 녹는 염기를 가리킨다. 수산화나트륨, 수산화칼륨은 알칼리이고 수산화칼슘은 물에 잘 안 녹기 때문에 알칼리가 아니고 염기다. 알칼리(alkali)의 알은 물질, 칼리는 재를 의미한다. 재로부터 추출된 물질과 비슷한 성질을 나타내는 물질을 모두 알칼리라 한다. 수소이온을 포함하는 산과 수산화이온을 포함하는 염기가 만나면 어떻게 될까? 물이 만들어진다. 이런 반응을 중화반응이라 한다. 브뢴스테드와 로우리의 이론에 의하면 산은 다른 물질에게 양성자를 주는 물질이고 염기는 양성자를 받아들이는 물질이다. 


루이스는 이 이론이 양성자가 없는 물질의 반응에 대해사는 적용할 수 없다고 생각하고 전자쌍을 주고 받는 사례에 대해 연구했다. 루이스가 만든 이론에 의하면 산은 전자쌍을 받고 염기는 전자쌍을 준다. 암모니아와 메탄 분자에 있는 전자쌍은 각각 4개다. 루이스가 연구한 바에 따르면 원자 주위의 전자는 8개일 때 가장 안정되다. 이를 옥텟 규칙(octet rule)이라 한다. 대부분의 원자들은 이 규칙에 따라 중심 원자 주변의 전자가 여덟 개가 되도록 결합한다. 따라서 질소 원자 주변에 여덟 개의 전자가 있으려면 세 개의 수소 원자만 결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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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를 깨우다 -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은 어떻게 창조의 순간을 보았나
리처드 파넥 지음, 강성주 옮김 / 워터베어프레스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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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파넥의 [우주를 깨우다]는 허블 우주망원경의 뒤를 잇는 최신 우주망원경인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에 대한 책이다.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은 2026년 초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이정은 교수팀이 혜성 속 규산염 결정을 규명한 도구로 알려진 망원경으로 유명하다. 이 책의 원제는 [창조의 기둥(Pillars of Creation)]이고 부제는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은 어떻게 우주의 비밀을 풀었는가’다. 창조의 기둥이란 1995년 허블 우주 망원경이 촬영한 사진을 2022년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이 새롭게 찍은 버전을 의미한다.(21 페이지)


처음 이 망원경은 차세대 망원경이라 불리다가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이라 불리게 되었다.(73 페이지) 제임스 웹은 과학자가 아니라 우주 경쟁의 전성기인 1961년부터 1968년까지 NASA 국장을 지낸 행정관이다.(74 페이지) 망원경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갈릴레오 갈릴레이다. 그는 망원경을 만든 사람은 아니지만 망원경으로 하늘을 관측한 첫 인물이다. 갈릴레오가 하늘을 관측한 이후 천문학에서 본다는 것은 눈으로 볼 수 있는 것뿐 아니라 망원경을 통해 볼 수 있는 것까지 포함되었다.


허블의 후속 망원경은 1) 우주가 태어난 직후 등장한 초기 은하들, 2) 우리 은하 안의 외계 행성들을 겨냥해야 했다. 이 두 가지를 이루려면 적외선 영역으로 나아가야 한다. 팽창하는 우주에서는 은하간의 거리나 물체가 아니라 공간 자체가 팽창한다. 이 때문에 은하에서 출발한 빛이 우주를 가로질러 오면서 파장이 점점 더 길어진다. 가시광선을 넘어 적외선 영역까지 파장이 늘어난다는 의미다. 이를 적색이동이라 한다.


우리 은하 안에서 별이 태어나는 지역 즉 별 탄생 지역은 두꺼운 먼지층으로 둘러싸여 있어 가시광선으로는 그 먼지를 뚫고 안쪽을 들여다볼 수 없다. 우주에서 적외선 망원경을 쓰려면 여러 기술적 난제가 따른다. 적외선은 열에 민감하기 때문에 검출기를 극도로 차갑게 유지해야 한다. 절대 영도에 가까울수록 좋다. 이를 위해서는 지구의 열기가 닿지 않는 곳에 있으면서 동시에 태양 직사광선도 완전히 차단해야 한다. 기내 냉각 시스템은 아예 불가능하다.


연료를 너무 많이 써서 임무 수명이 짧아지기 때문이다. 그러니 망원경은 스스로 냉각될 수 있어야 한다. 기계 전문가들이 자연 냉각(passive cooling)이라고 부르는 방식으로 우주 공간 자체를 냉각제로 써야 한다.(67 페이지) 차세대 우주망원경의 문제는 다르다. 태양 차폐막 한쪽에서는 영상 수백 도에서 작동하고 다른 쪽에서는 영하 수백 도에서 작동해야 하는 망원경을 어떻게 테스트할까? 항공기 격납고 만한 시험 시설에서 몇 미터 안에 수백 도씩 온도 차이가 나는 환경을 어떻게 만들까?


분석은 실제 성능 테스트와 완전히 달랐다. 분석도 물리적 테스트가 필요하긴 하지만 핵심은 수학이다. 망원경의 각 부분이 각자의 극한 조건에서 어떻게 작동할지 수학적 모델을 세우고 각 부분을 따로따로 해당 조건에서 테스트 한다. 프로젝트 한쪽 절반의 수학적 모델이 한 시험실 결과가 맞아떨어지고 다른 절반의 수학적 모델이 또 다른 시험실 결과와 맞아 떨어지면 두 절반을 합친 전체 모델이 최종 시험 무대인 우주에서도 제대로 작동하길 바라는 수밖에 없다.


예산초과, 관료주의의 무능함, 의회 감시, 검토 위원회 심사, 우주망원경을 밑바닥부터 다시 테스트하는 과정까지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은 이 모든 시련을 버텨냈다.(85 페이지) 하지만 2010년대 내내 예산과 발사 일정을 계속 망쳐놓은 또 다른 요인이 있었다. 한 전문가가 말도 안 되는 실수들이라고 한 문제들이었다. 그런 실수 중 하나가 잘못된 배선 연결로 시제품의 전자 부품들을 태워먹은 사건이었다. 말도 안 되는 실수라는 말은 모르는 것도 모르는 것들이라는 말에서 나온 말이다. 이는 미국 국방장관 도널드 럼스펠드가 한 말(There are unknown unknowns.)이다.


적도에 가까울수록 지구 자전에 의해 로켓의 추진력이 더해지는 효과가 크다. 프랑스령 기아나 크루의 유럽 우주기지 발사대는 적도에서 480km 떨어진 곳이다.(88 페이지)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은 반사 망원경이다. 반사 망원경은 천체에서 들어온 빛이 망원경의 주경(主鏡)에 닿은 다음 더 작은 부경(副鏡)으로 반사된다. 그러면 부경이 그 빛을 모아 다시 반사시켜 관측장비로 보낸다. 부경을 펼쳤다고 해서 모든 것이 다 준비된 것은 아니다. 주경까지 펼쳐져야 비로소 진짜 망원경이 완성되는 것이다.


반사망원경의 원리는 간단하다. 같은 지름이라면 거울이 렌즈보다 빛을 더 많이 모은다. 그리고 거울이 클수록 모이는 빛이 많아진다. 빛이 많이 모일수록 당연히 우주 저 멀리 깊은 곳까지 볼 수 있다. 거울이 커질수록 연마 과정이 훨씬 어려워지고 비용도 치솟는다. 거울을 떠받치는 구조물도 점점 더 무거워지고 비싸진다. 주경의 직경이 6~8m 정도가 되자 기술적으로 막다른 길에 다다랐다. 설령 기술적으로 만들 수 있어도 비용이 천문학적으로 증가했다.


그래서 나온 해결책이 분할 거울이다. 작은 육각형 거울들을 별집 모양으로 배치해서 모자이크처럼 만드는 방식이다.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의 주경을 모두 합치면 지름이 6.5m나 된다. 허블 우주망원경 거울의 지름인 2.4m의 거의 세 배에 가까운 크기다. 이는 로켓의 페어링 즉 탑재물을 담는 앞쪽 덮개에 들어가기엔 너무 컸다. 그래서 엔지니어들이 기발한 해결책을 생각해 냈다. 벌집 구조를 여러 부분으로 나누어서 지구에서는 접어 넣고 우주에서는 종이접기처럼 펼치는 방식이었다.


마지막 궤도 수정을 마친 후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은 최종 목적지에 도착했다. 천문학자들이라 라그랑주점이라고 부르는 우주 공간이었다. 라그랑주점은 태양과 지구처럼 두 천체 사이에서 중력과 관성력이 균형을 이루는 지점으로 이곳에 우주선이나 물체를 배치하면 연료를 거의 쓰지 않고도 안정적인 위치를 유지하며 지구와 함께 태양을 공전할 수 있다. 즉 라그랑주점은 인공위성이나 우주망원경이 적은 에너지로 안정적인 위치를 유지할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다.

적외선 망원경에는 특별한 장점이 하나 더 있다. 항상 지구 그림자 속에 있어서 언제나 일식 상태라는 점이다. 게다가 태양 반대편 지구 뒤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빛과 열 모두에 노출되지 않는다. 열은 적외선 관측에 치명적이다. 저자는 허블이 천문학을 ‘물러서는 지평선의 역사’라고 말한 순간 이미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이 들여다보게 될 우주의 여러 영역들을 미리 내다보고 있었는지도 모른다고 말한다.(111 페이지)


우주는 텅 빈 공간이라고 하지만 사실은 전혀 비어 있지 않다. 지구에서 150만 광년 떨어진 은하 NGC 6822를 찍은 사진을 보면 우주 곳곳이 먼지와 온갖 찌꺼기들로 빽빽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런 물질들이 언젠가는 별이 되고 행성이 되고 심지어 생명체까지 될 수 있는 재료들이다. 허블 우주망원경은 그냥 뭐가 보이나 싶어서 보던 단계에서 가설을 세우고 분석하고 의미를 찾는 단계로 넘어갔다.


명왕성 이야기가 흥미롭다. 행성에서 왜소행성으로 조정된 천체다. 수성, 금성, 지구, 화성은 바위 행성이고 목성, 토성은 가스 행성이고 천왕성, 해왕성은 얼음 행성이다. 그런데 그 너머 명왕성은 작은 돌이다. 이상한 일이었다. 처음에는 왜소행성, 다음에는 카이퍼 벨트 천체, 지금은 해왕성 바깥 천체로 분류된다.


애초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의 핵심 기능은 분광분석이다. 전자기파를 잘게 쪼개서 분석하는 분광학 덕분에 이제는 연구실에 앉아서도 수천, 수백만 아니 수십억 광년 떨어진 천체가 무엇으로 만들어졌는지 알 수 있게 되었다.(138 페이지) 혜성에 꼬리가 생기는 이유는 태양에 가까워질수록 표면 얼음이 기체로 바뀌기 때문이다. 이를 승화라 한다. 소행성은 행성이 되다 만 잔해들이다. 양옆의 중력 때문에 하나로 뭉치지 못한 것들이다.


안쪽엔 화성, 바깥쪽엔 중력이 훨씬 강력한 목성이 버티고 있었다. 천문학에서는 얼음은 우리가 아는 물의 얼음과는 개념이 다르다. 물론 물이 언 것도 얼음이지만 천문학자들은 더 넓은 의미로 사용한다. 수소, 산소, 탄소, 질소, 황 같은 원소들이 고체 상태가 되면 모두 얼음이라고 부른다. 이들이 결합해서 만든 화합물이 굳은 것도 마찬가지다. 우주에서는 이 모든 것 즉 얼어서 고체 형태로 된 모든 것이 얼음이다.


생명체가 생겨나려면 물이 필요하다는 생각 자체가 가정일 뿐이다. 타당한 가정이긴 하지만 어쨌든 추측은 추측이다. 정확히 말하면 우리가 아는 생명에는 물이 필요하다. 문제는 우리가 아는 생명체가 생명체의 전부라는 점이다.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으로 천문학자들이 별 하나만 있을 때 분광 관측을 한다. 그리고 외계행성이 별 앞을 지나갈 때 다시 분광 관측을 한다. 두 관측 결과를 비교한다. 행성이 없을 때, 별의 화학 성분과 별과 행성이 겹쳤을 때의 화학 성분의 차이를 분석하면 통과하는 행성의 대기가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지 알 수 있다.(174 페이지)


우리는 0.4~0.7 마이크론의 파장만 감지하지만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은 27.9 마이크론까지 본다. 사람 눈의 90배가 넘는 범위다.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은 적외선으로 본다. 천문학계에는 색상 표준이 없다. 어떤 사람은 온도가 높을수록 빨간색을 진하게 칠한다. 어떤 사람은 똑같은 온도를 파란색으로 진하게 칠한다.(180, 181 페이지) 우주에는 먼지가 너무 많다. 제임스 웹으로 태양계와 우리은하를 연구하는 천문학자들이 물의 흔적을 좇았듯 은하 진화를 연구하는 전문가들은 먼지를 좇았다. 물이 별과 행성 탄생의 비밀을, 그리고 생명의 가능성을 알려준다면 먼지는 은하 진화의 열쇠를 알려준다.


먼지가 충분히 모이면 어떻게 될까? 중력의 작용에 덩어리가 만들어진다. 시간이 흐르면 이 덩어리들끼리 또 중력으로 끌어당긴다. 점점 커지고 점점 빽빽해진다. 마침내 단단한 천체로 압축된다. 아주 작은 미소(微小) 운석부터 거대한 은하까지 모든 규모에서 이런 일이 일어난다. 천체를 다 만들고 남은 먼지는 어떻게 될까? 우주 공간을 떠돈다. 은하 안에서 별들 사이를 떠돌기도 하고 은하와 은하 사이의 텅 빈 공간을 떠돌기도 한다.(197, 198 페이지)


이렇게 엄청나게 많은 먼지는 초신성에서부터 비롯되었다. 별의 핵이 자체 중력을 이기지 못하고 안으로 무너져 내리면서 극도의 핵반응을 일으킴에 따라 그 충격이 바깥으로 폭발하는 현상을 말한다. 문제는 증거를 잡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제임스 웹이 등장하기 전까지는 그 어떤 망원경도 초신성의 먼지를 제대로 볼 수 없었다. 관측에 필요한 적외선 파장을 포착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성간 물질에서 분자 구름으로, 구름의 충돌에서 별의 탄생으로, 별의 죽음에서 다시 성간 물질로, 그리고 별 중 일부는 죽음의 최후를 초신성으로 맞이하며 우주에 새로운 씨앗을 뿌린다.(204 페이지)


분리법칙에 따르면 초신성 폭발의 결과 반드시 중성자 별이 남는다. 물과 먼지를 찾는 것은 결국 우리의 기원을 찾는 일이기도 하다. 최종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에 넘어야 할 지평선이 하나 있었다. 별과 초신성과 은하가 처음으로 빛을 발하는 시대, 언젠가 우리를 만든 원소들이 막 태어나던 그 새벽의 순간이 그것이다. 허블과 르메트르가 발견한 팽창하는 우주 덕분에 이젠 뉴턴의 신도, 아인슈타인의 람다도 필요 없게 되었다.


존재하지 않는다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우주가 붕괴하지 않는 이유를 설명하는 데는 필요 없어진 것이다. 하지만 당연한 질문이 바로 떠올랐다. 대체 무엇으로부터 팽창한다는 말인가?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 이론에 따르면 질량을 가진 물체는 우주의 4차원 시공간을 휘어지게 만든다. 질량이 클수록 더 많이 휜다. 앞쪽에 있는 은하가 충분히 무거우면 우리가 보는 시선에서 은하 뒤에 있는 천체의 빛을 휘어지게 만든다. 빛이 휘어져서 우리 눈에 보이게 되는 것이다. 게다가 빛을 확대시키기도 하고 하나의 광원을 여러 개의 이미지로 만들기도 한다.(223 페이지)


우주에는 수소, 수소, 온통 수소 뿐이다. 정확하게는 단일 양성자를 말한다. 무엇인가를 원소라 부르기 위한 최소 조건을 말한다. 빅뱅 직후에는 전자도 존재했었다. 광자가 전자와 계속 부딪히지만 않았다면 양성자와 결합했을 것이다. 그래서 수소 원자는 이온화 상태로 남아 있었다. 양성자와 전자의 수가 불균형해서 전하를 띤 상태가 바로 이온화 상태다. 하지만 우주 나이가 37만 9천만 년쯤 되자 상황이 바뀌었다. 공간이 팽창하면서 더는 전자를 방해할 수 없을 정도로 광자의 에너지가 약해진 것이다.


그 순간 전자들이 양성자에 달라붙기 시작했다. 불균형이 해소되고 중성이 됐다. 광자들은 시공간을 마음껏 날아 다녔다. 지금도 날아 다니고 있다. 그때의 흔적을 간직한 채로. 1960년대에 벨 연구소의 천문학자들이 검출한 우주 마이크로파 배경복사가 바로 이때 만들어진 광자의 흔적이다.(227 페이지) 그 후 우주는 우주론자들이 암흑의 시대라고 부르는 시기로 접어들었다.


사실 광자는 넘쳐났지만 비출 것이 없었다. 그래서 계속 어두울 수밖에 없었다. 빅뱅 후 1억 년에서 2억 년 정도가 지나서야 중성 수소가 뭉쳐 최초의 별과 은하를 만들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새로 태어난 별들의 강렬한 빛이 주변 수소를 다시 이온화시켰다. 중성이었던 수소가 다시 전하를 띠게 된 것이다. 그렇게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의 네 번째이자 마지막 목표의 공식 명칭이 다음과 같이 정해졌다. "암흑 시대의 종말 그리고 최초의 빛과 재이온화."


빅뱅 후 겨우 4억 4000만 년 뒤 은하에서 질소가 발견되었다. 이것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229 페이지) 우리가 볼 수 있는 물질, 보이지 않는 암흑 물질, 그리고 새로 발견된 암흑 에너지까지 모두 더하자 마침내 우주의 총질량 에너지 밀도가 붕괴를 막는 데 필요한 임계 밀도와 정확히 같아졌다.(235 페이지) 이렇게 아인슈타인의 람다는 화려하게 부활했고 그 귀환과 함께 우주론의 표준 모형은 마침내 완성되었다. 하지만 동시에 이 표준 모형은 의문투성이였다. 암흑 물질이란 무엇인가? 암흑에너지는 또 무엇인가?


우주 마이크로파 배경이란 우주 나이가 고작 37.9만 살이었을 때 온 하늘에 남겨진 태초의 빛 즉 고대 유물과 같은 복사선이다. 저자는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이라는 전례 없는 망원경과 함께 탐험하는 시대야말로 일생 일대의 행운이라 말한다. 2027년 5월 낸시 그레이스 로만(Nancy Grace Roman) 우주 망원경이 발사를 앞두고 있고, 2040년대 초 거주 가능 행성 관측선(habitable worlds observatory)이 발사를 앞두고 있다. 내년에 어떤 선물이 주어질지, 2040년대 초에는 어떤 놀라운 결과물이 우리에게 알려질지? 꾸준히 공부하며 건강에도 주의해야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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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탄강 세계지질공원으로 떠나는 여행 - 유네스코가 인증한 한탄강 지질명소 톺아보기
권홍진 외 지음 / 동아시아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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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7월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강을 중심으로 형성된 화산 지형인 한탄강 일대가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공식 인증받았다. 약 50만 년 전 화산 활동으로 형성된 주상절리와 현무암 절벽 등 독특한 지질학적 가치를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결과다. 영역은 철원, 포천, 연천 등 세 지자체에 걸쳐 있는 한탄강 일대다. 강 주변에서 형성된 화산 지형은 전 세계적으로 드문 편이다. 일반적으로 독특한 형태로 분류되는 ‘용암과 강물이 만나 급격히 식어 만들어진 지형’은 독특한 경관을 제공하지만 자연적인 침식 작용과 인위적인 요인으로 인해 훼손되기 쉬워 보존이 어렵다고 알려져 있다. 


한탄강은 용암으로 물줄기가 바뀐 강이다. 물줄기가 바뀌는 것을 유로변경이라 한다. 오늘날의 지구 표면은 해양 지각이 전체의 약 3분의 2를 차지한다. 해양 지각은 중생대 이후 분출한 용암이 식어 만들어진 현무암으로 구성 되어 있다. 대륙 위에도 중생대 이후에 분출한 현무암질 용암이 여러 곳에 넓게 분포하고 있다. 따라서 지구 표면에서 가장 넓은 면적을 차지하는 암석은 중생대 이후에 생겨난 현무암이다. 한탄강 유역에는 신생대 제 4기에 북한 강원도의 평강 부근 화산을 통해 맨틀에서 나온 마그마가 식은 현무암이 넓게 분포한다. 한탄강 유역의 현무암은 지구 내부의 깊은 곳인 맨틀의 물질이다. 일본 열도 아래로 태평양판이 밀려 들어감에 따라 일본 열도 아래에서 마그마가 생성되어 일본에서 많은 화산활동과 지진이 일어나고 있다. 


백두산을 만든 용암이나 한탄강 대지(臺地)를 만든 용암은 맨틀 깊은 곳에 남아 있는 태평양판 조각이 부분적으로 녹아 위로 올라와 지구 내부 약 100km 깊이에 큰 마그마 방을 만든 후 지표로 분출하는 것으로 설명할 수 있다. 일본 열도에서 화산활동이 많은 것은 태평양판이 열도 아래로 섭입할 때 이 해양판에서 공급된 물이 섭입대 위에서 마그마를 만드는 데 작용했기 때문이다. 물은 암석의 녹는점을 낮춘다. 


한탄강 용암을 분출한 활동은 현무암질 용암이 지각 틈 사이로 나오는 열하분출로 시작하여 후반부에는 중심분출 양식으로 바뀐 특징을 보인다.(36 페이지) 지하 깊은 곳에서 상승한 마그마가 지각의 약한 틈(열극)을 따라 올라오면 긴 선을 따라 분출하는 '열하분출'이 발생하다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지속적으로 마그마가 공급되면 틈 전체에서 고르게 나오기보다는 마그마 공급이 더 원활하고 구조적으로 약한 특정 지점으로 마그마 흐름이 집중되고 이에 따라 마그마 흐름은 주변 지반을 녹이거나 틈을 넓혀 파이프 형태의 '관상 통로'를 형성하여 중심분출로 바뀐다.


680 고지를 만든 용암은 분출형 화산 활동을 보이다가 중심분출로 바뀌어 순상화산을 만들었지만 점성이 높지 않아 높은 화산체를 만들지는 못했다. 한탄강 용암은 현무암질이며 온도가 1000℃ 이상으로 점성이 매우 낮아 유동성이 컸다. 한탄강 용암은 현무암에서 볼 수 있는 감람석, 휘석, 사장석 등의 반정(斑晶)이 거의 없는 것이 특징이다. 이는 용암이 빠르게 식었기 때문에 생긴 현상이다.(용암의 두께가 매우 두꺼우면 표면은 빨리 식지만 내부 용암은 단열 효과로 인해 천천히 식는다.) 반정 광물은 점성을 높게 해 용암의 흐름을 방해한다. 한탄강 유역은 평균 0.15° 정도의 기울기로 경사져 용암이 잘 흘렀다.


두꺼운 용암층이 지표에 흐를 때 열이 전도되면서 식는 까닭에 공기와 접하는 표면과 내부는 각각 식는 속도가 다르다. 그래서 용암층에서 등온선이 그리는 폭은 표면에서 내부로 가면서 매우 달라진다. 용암이 식을 때 부피가 줄어드는 정도는 온도에 따라 다르다. 하나의 용암층 내에서는 각 수축점을 중심으로 부피가 줄어들며 대체로 수직 방향으로 틈이 생긴다. 용암층 전체가 완전히 식은 후에 용암층은 기둥 모양으로 분리되는데 이를 주상절리라 한다.(49 페이지) 기반암 위를 덮은 용암층의 두께는 기반암의 지형에 따라 달랐다. 기반암의 높이가 낮은 곳을 덮은 용암층은 두께가 상대적으로 두꺼웠을 것이다. 즉 한탄강 유역에서 수십 미터의 두꺼운 현무암 절벽을 보이는 곳은 기반암의 원래 지형이 상대적으로 낮은 곳이었다.(59 페이지) 


기반암의 지형에 따라 다양한 두께로 덮고 있는 현무암층 위에는 새로운 하천이 흐르기 시작했다. 현무암층의 절리를 따라 침식작용이 활발하게 일어나면서 한탄강은 더 넓어지고 깊어졌다. 새로 태어난 한탄강의 물줄기는 흐르는 지면의 지질에 따라 크게 두 곳으로 나뉜다. 하나는 용암대지 위를 흐르는 곳이다. 다른 하나는 현무암층과 기반암이 만나는 지질 경계를 따라 흐르는 곳이다.(60 페이지) 이때 넓은 용암대지 위를 흐르는 물줄기가 있는 곳에서는 현무암층이 절리를 따라 큰 덩어리로 떨어져 나가면서 수직 절벽의 계곡이 형성된다. 현무암층과 기반암이 접하는 곳에서는 지하수가 현무암층의 절리를 따라 더 잘 스며들어 현무암층이 먼저 떨어져 나가면서 다른 형태의 계곡을 만들게 된다.


기반암의 원래 지형으로 인하여 현무암층이 두껍게 형성되었던 곳과 그렇지 않고 얇게 형성되어 있던 곳에는 서로 다른 계곡 지형이 만들어진다. 한탄강의 계곡 지형을 바라볼 때 현무암층이 두꺼웠던 지역에서는 양쪽 벽이 수직인 현무암 절벽이 형성된다. 기반암의 지형이 높아 용암이 얇게 덮인 곳에서는 기반암이 하상에 노출되어 한쪽 벽만 수직인 현무암 절벽을 이루거나 계곡 전체가 기반암으로 이루어진 지형을 만든다. 


주상절리가 발달한 한탄강 계곡에서는 하식동굴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이들 대부분은 수직으로 된 현무암 절벽이 강물과 접하는 곳에 발달해 있다. 이러한 하식 동굴은 강물의 침식작용으로 형성된 것이며 특히 물줄기의 흐름 방향이 심하게 바뀌는 곳에서 잘 만들어진다. 폭포에서 만들어지는 포트홀을 폭호(瀑湖)라 한다. 


임진강 유역은 중국 대륙의 남중 지괴와 한중 지괴가 충돌한 다비 - 칠링 - 수루 충돌대가 지나는 곳으로 한반도 북부와 남부 사이의 두 판이 충돌한 증거가 되는 지층이 분포하는 소위 임진강 충돌대가 있는 곳이다. 임진강 유역 연천층군의 하부층인 미산층은 이곳이 대륙 충돌대였음을 지시하는 특징을 보이는 지층이다. 연천층군은 고생대 중기 ~ 후기 데본기 지층으로 각섬암이 관입하기도 했다. 미산층(대리암 협재), 대광리층 등 임진강 및 한탄강 유역에 넓게 분포한다. 그 중 미산층은 고생대 데본기에 임진강 충돌대 사이의 분지에 형성되었던 퇴적암이, 한반도 북부와 남부의 두 판이 충돌하면서 생긴 변성 작용에 의하여 만들어진 변성암이다. 


따라서 미산층은 퇴적 기원의 변성암이다. 미산층은 연천군 신서면 와초리, 미산면 동이리, 군남면 황지리, 연천읍 통현리, 연천읍 고문리, 청산면 장탄리, 청산면 궁평리, 청산면 백의리, 포천시 창수면 신흥리, 운산리, 관인면 중리 등에 넓게 분포하고 퇴적 시기도 적어도 약 3억 9천만 년 전 이후인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미산층은 암상에 따라 크게 석회암질 규산염암, 석회질 사암 및 변성이질암으로 분류된다. 이들의 지층대 내에는 각섬암, 대리암, 규암, 천매암, 흑운모 편암 등이 협재하며 각 층의 두께와 반복되는 빈도는 일정하지 않다. 미산층에 변성암인 각섬암과 변성광물인 석류석이 분포하는 것은 한탄강 유역이 두 판이 충돌할 때 생긴 큰 압력을 받았던 지역임을 암시하는 매우 중요한 지질학적 증거가 된다. 


지구 내부는 깊은 곳으로 들어갈수록 온도와 압력이 증가하며 지하 10km 정도에서는 온도가 약 300°C 이며 3000에서 4000기압이 된다. 그런데 미산층이 분포하는 각섬암과 석류석은 훨씬 더 높은 온도와 압력이 작용하는 환경에서 만들어질 수 있다. 즉 각섬암과 석류석의 존재는 미산층이 매우 높은 온도와 압력이 작용하는 환경에서 만들어진 지층임을 알려준다. 연천층군을 이루는 미산층은 남과 북이 충돌한 증거가 되는 지층임이 밝혀졌다.(73 페이지) 


한탄강과 임진강은 도감포에서 만나 서남쪽으로 흘러 한강과 합류하여 서해로 흘러간다.(125 페이지) 아우라지 베개용암은 천연기념물 542호다. 아우라지는 한탄강과 영평천이 만나는 곳이다. 이곳에는 15미터 정도 두께의 현무암 절벽이 있다. 하부에 고생대 미산층이 있고 그 위를 두꺼운 현무암층이 부정합으로 덮고 있다. 베개용암은 아우라지에서 한탄강 상류 방향으로 약 100미터 정도 연장되며 영평천에도 노두가 있다. 두꺼운 현무암층과 기반암인 미산층이 접하는 부위에는 얇은 클링커층과 약 2~3미터 정도의 베개용암이 있다. 


베개용암이 끝나면서 절벽의 중앙 부위에는 가는 수직기둥형 주상절리가 보이는 엔터블러쳐이고 상부는 콜로네이드 층이다. 가장 위에는 기공이 많은 현무암층이 있다. 아우라지 베개용암은 지름이 약 30~100미터이며 방사상의 균열을 보인다. 표면은 용암이 급랭할 때 만들어지는 두께 수 센티미터의 유리질 껍질로 둘러싸여 있다.(127 페이지) 이런 검은 유리질을 사이드로멜레인(Sideromelane)이라 한다. 이곳 현무암 절벽에서 베개용암이 분포하는 위치는 이 용암이 한탄강을 메우며 흐르던 당시의 한탄강 수위를 짐작하게 한다. 베개용암의 표면이 붉은 색인 것은 용암을 이루는 철 성분이 물과 만나 산화되었기 때문이다.


베개용암 내부는 절리가 방사상으로 발달해서 사람의 어금니 같은 모양을 하고 있다. 용암층 높이가 한탄강 수위를 넘게 되자 베개용암의 생성은 멈췄다. 지장산 주변에는 동막골 응회암, 지장봉 응회암 등 여러 종류의 화산암과 신서 각력암이 분포한다. 첫 번째 화산 폭발에 의해 동막골 응회암이 화구 주변에 넓게 쌓였다. 그 후 동막골 응회암이 화구로 무너져 내리며 굳어 신서각력암이 만들어졌다. 칼데라호가 만들어졌다. 칼데라호 주변의 응회암 일부분이 무너져 칼데라호에 쌓이게 되었다. 이렇게 만들어진 암석이 신서각력암이다. 다시 화산폭발이 일어나 마지막으로 지장봉 응회암이 만들어졌다.(135 페이지) 


지장산은 약 8000만년 전 중생대 백악기에 연천-철원 분지 내에서 활동한 화산 때문에 만들어졌다. 지하 깊은 곳 마그마에서 광물이 결정(結晶)화할 때 유색광물은 감람석(고온)-휘석-각섬석-흑운모(저온) 순으로, 무색광물은 사장석(고온)-정장석-백운모-석영(저온) 순서를 보인다.(149 페이지) 대체로 고온에서 만들어진 광물은 저온에서 만들어진 광물에 비해 상대적으로 풍화에 약한 경향이 있다. 화강암은 조암 광물 중 장석이 60% 이상으로 가장 많고 그 다음은 석영이다. 화강암이 풍화된 토양을 보면 석영(굵은 모래)이 남아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것은 화강암을 이루는 광물 중 흑운모나 장석류가 석영보다 풍화에 약하기 때문이다. 


이같이 석영은 조암 광물 중에서 풍화에 가장 강하다. 반면 장석류는 자연 상태에서 탄산수 등에 녹으면서 화학적 풍화가 잘 일어난다. 그 결과 도자기의 원료인 순백색의 고령토가 만들어진다. 고령토는 물 분자와 화합하는 수화 작용을 거쳐 알루미늄의 원료 광석인 보크 사이트로 바뀐다. 고온에서 형성된 광물(예: 감람석, 휘석)이 저온에서 형성된 광물(예: 석영, 백운모)보다 풍화에 더 취약한 이유는 이들이 지표 환경과 구조적, 화학적으로 가장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암석은 풍화 과정을 거치면서 토양으로 변하고 이 과정에서 여러 가지 원료 물질로 쓰이는 새로운 광물도 만들어진다. 암석이 풍화되어 토양으로 변하는 과정에서 알루미늄은 칼륨, 나트륨, 칼슘 등과 같은 원소에 비해 광물에서 잘 빠져나가지 않는다. 따라서 오래된 토양에는 알루미늄 성분이 상대적으로 많아지고 이러한 토양으로 구성된 퇴적암이 지각변동을 받아 지하 깊은 곳으로 내려가 녹아서 마그마가 된다면 그 마그마는 알루미늄 성분을 많이 포함하게 된다. 


화강암을 만든 마그마는 기원에 따라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된다. 하나는 맨틀에서 만들어진 현무암질 마그마가 정출, 분화하면서 최종 단계에서 화강암질 마그마가 생성되는 것이다. 이런 과정으로 만들어진 화강암을 I(Igneous)형 화강암이라고 부른다. 다른 하나는 퇴적암이 지각변동을 받아 지각 내로 깊게 들어가 변성암이 되고 끝내는 지각 내에서 화강암질 마그마가 되는 경우다. 이런 과정으로 만들어진 화강암을 S(Sedimentary)형 화강암이라 부른다. 


한편 현무암은 석영 입자가 거의 없기 때문에 풍화되면 주로 진흙을 이루고 비가 오면 물이 토양 내에 스며들지 못하여 표층은 완전히 젖어 질퍽거린다. 반면 가문 날씨가 되면 지하수가 올라오지 못하므로 표층이 딱딱하게 굳는다. 따라서 농업에 불리한 지형이어서 오랫동안 많은 이용이 이루어지지 않았다.([추가령 구조곡의 지형] 7 페이지) 찰흙(점토)이 물을 만나면 진흙이 된다. 


재인 폭포가 위치한 계곡이 한탄강 본류와 만나는 부근에는 바닥에 고생대의 변성암이 노출되어 있고 응회암, 화강 반암 등의 전석(轉石)이 쌓여 있다. 전석이란 암반(巖盤)에서 떨어져 물 등의 작용에 따라 원위치에서 밀려 나간 돌을 말한다. 멀리 떨어져 나갈수록 마모에 의하여 모가 없이 둥그런 상태가 된다. 이러한 암석 덩어리는 폭포 주변을 이루는 중생대 지층의 암석이 떨어져 나온 것이다. 이들 중 중생대 백악기 화산에서 분출한 동막골 응회암도 있다.(207, 208 페이지) 좌상 바위 주변에는 고생대 미산층, 중생대 궁평층 및 신생대 현무암 등 여러 시대의 지층이 접해서 분포하고 있다. 좌상 바위는 중생대 백악기에 연천 - 철원 분지에 있던 화산의 흔적이다. 


한탄강 옆에 60m 높이로 우뚝 솟아 있는 좌상바위는 당시 화산의 분화구였으며 이곳을 찾는데 좋은 길잡이가 되기도 한다. 이 화산에서 분출한 현무암질 용암이 한탄강 하상에 분포하며 이 현무암의 표면에서는 기공이 방해석으로 채워진 행인상 구조를 볼 수 있다. 좌상바위 표면에는 세로 방향의 검은색 띠가 보인다. 이는 빗물에 녹은 물질이 침전한 흔적이다. 좌상바위 주변에 한탄강 하상에서는 고생대 미산층, 중생대 화산암 및 신생대 제4기 현무암, 하안 단구 등 여러 지질 시대의 지층과 암석을 한탄강 계곡의 한쪽 벽에서 관찰할 수 있다. 좌상바위는 여러 화산의 분화구 중 하나로 분출물로 메워진 암경(巖頸)으로 추정된다. 암경이란 화산 활동이 멈춘 후 화도 내의 마그마가 식어 굳은 다음 오랜 기간 차별 침식을 받아 주변 암석은 깎여나가고 단단한 중심부만 남은 것을 말한다. 


왕림교 부근과 풍천관광농원 앞쪽에 있는 두꺼운 절벽은 하부부터 고생대 미산층, 미고결 퇴적층인 백의리층, 그 위를 부정합으로 덮은 한탄강 현무암층이 지질 단면까지 관찰할 수 있는 중요한 장소다. 미산층은 한탄강 유역이 임진강 유역과 함께 남과 북의 두 지괴가 충돌한 지대임을 뒷받침하는 주요한 지층이다. 이 지층의 표면에는 규질 성분이 많은 곳이 석회질이 있는 부분보다 풍화에 강해서 돌출된 것을 볼 수 있다. 규질 성분은 석회질이나 점토질 성분에 비해 물리적으로 단단하다. 그렇기 때문에 석회질 또는 점토질 성분은 외부 힘을 받게 되면 심하게 휜 습곡 구조를 보이나 규질 성분이 많은 부분은 휘지 않고 끊어지면서 마치 작은 소시지 모양의 부딘 구조가 만들어진다.


은대리 고생대 미산층에는 고압변성 광물인 석류석이 들어 있다. 이것은 이곳 한탄강 유역에서 임진강 충돌대를 형성했던 당시 두 개의 판 즉 한반도의 남부와 북부판이 충돌하면서 큰 압력이 작용했음을 알려주는 증거이기도 하다. 한탄강 현무암층을 덮고 있는 두꺼운 충적층은 빙하기와 간빙기가 반복되는 동안 주변의 하천이 범람하면서 운반된 모래, 자갈, 진흙 등이 쌓인 것이다. 이 충적층에서 전곡리인의 생활상을 보여주는 여러 종류의 유물과 유적이 발달되어 이 층을 전국민 문화층 또는 전곡리 유적토층이라 부른다. 전곡리 문화층이 분포하는 지역은 한탄강 용암이 만든 대지와 강 양편으로 거의 수직에 가까운 현무암 절벽을 이루는 곳이다. 이곳은 한탄강이 현무암 절벽을 휘돌면서 흐르고 있다. 


한탄강 현무암 절벽 지형은 한탄강 유수에 의한 퇴적 및 침식 작용으로 형성되었는데 한탄강은 마치 성벽을 둘러싸고 있는 해자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러한 지형적인 특징은 임진강 한탄강 유역의 구석기 유적을 형성하고 보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전곡리 토층의 하부층은 하천에 퇴적된 세립질 모래층과 실트 퇴적물이다. 상부층은 바람에 의해 퇴적된 점토 입자로 이루어진 풍성 퇴적층이다. 특히 이 토양층에서는 토양쐐기라고 불리는 토양 균열면의 구조 및 배열 등을 볼 수 있다. 이러한 구조는 주로 빙하기 동안에 만들어진 것으로 플라이스토세의 후반에 계속해서 쌓인 토층 단면에서 볼 수 있다. 이는 신생대 제 4기 동아시아 지역의 기후 변동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전곡리인들은 어떤 돌로 주먹도끼를 만들었을까? 전곡리 선사유적지를 감고 도는 한탄강 바닥에는 여러 종류의 자갈이 수도 없이 널려 있다. 이 자갈들은 암석의 종류에 따라 그 굳기나 쪼개짐, 깨짐 등의 형태나 강도가 다르다. 이 암석 중에서 전곡리인들이 도구로 이용한 암석은 주로 규암 자갈이다. 규암은 퇴적암인 사암(주로 석영 성분의 모래자갈)이 지각 깊은 곳에서 오랜 세월 열과 압력을 받으면서 변성되어 만들어진 암석으로 매우 단단하다. 이 암석은 물리적인 힘을 가하여 타격하면 날카로운 면으로 깨진다. 전곡리인들은 이러한 암석의 특성을 잘 찾아 물건을 찌르거나 자르는 데 필요한 도구를 만들었다. 임진강과 한탄강 주변에는 규암이 넓게 분포하는데 이곳에 규암이 풍화 침식 운반되어 한탄강으로 유입된 것이다.


차탄천은 지질학적으로 매우 흥미롭다. 이는 한탄강 용암이 전곡리 은대리 왕림교 부근에서 북쪽으로 약 5km 정도 떨어진 연천읍 차탄리에도 분포하기 때문이다. 한탄강 용암은 차탄천을 따라 북쪽으로 연천읍 차탄리까지 역류했다. 3회 정도 분출한 한탄강 용암 중에서 이곳 상부층에 분포하는 가장 젊은 용암을 가리켜 차탄리 현무암이라고 한다. 


동이리 임진강 주상절리 지점은 선곡리로 역류한 용암의 일부로서 그 길이가 1km 정도 된다.병풍처럼 펼쳐진 현무암 절벽에는 여러 형태의 절리가 발달해 있어 주상절리의 전시장이라 할 수 있다. 특히 가을에는 검은색 현무암 절벽과 빨갛게 단풍든 담쟁이 덩굴이 이르는 아름다운 풍광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그래서 이곳을 임진 적벽이라 부르기도 한다. 또한 [세종실록지리지]에는 송도팔경 중 장단석벽이라 기록되어 있다. 


연천읍내에서 동북쪽으로 아미천을 따라 올라가면 바로 동막골이다. 이곳은 조선초부터 요업(窯業)이 번창했던 곳이다. 도기(독)를 만드는 곳이라는 의미로 도막 또는 독막 등으로 불려오다 동막으로 굳어졌다는 이야기가 있다. 왜 이곳에서 도기(옹기)를 만들었을까? 연천 지역의 충적층에는 황토가 널리 분포하여 질그릇의 재료인 점토질 흙을 구하기 쉽다. 한편 지장산 자락에 있는 동막골은 땔감과 물이 풍부해 옹기나 벽돌을 만들고 구워내는 장소로 최적의 조건을 갖춘 곳이다. 지금도 전곡리, 궁평리, 장탄리 일대에서는 구운 벽돌을 생산하고 있다. 


동막골 하천 주위에서는 밝은색의 화산재와 눈썹처럼 휘어진 줄무늬가 발달한 응회암이 분포한다. 응회암의 줄무늬는 마치 용암이 흐르면서 만들어진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런 구조는 뜨거운 화산재와 화산력이 섞여 두껍게 쌓일 때 위에서 누르는 압력과 높은 열로 인해 화산력이 납작하게 눌리면서 길쭉하게 늘어나 만들어진 것이다. 이런 구조를 피아메라 하며 이런 줄무늬를 보이는 응회암을 용결 응회암이라 한다. 폭발형 화산에서 분출하는 화산재가 화산체의 경사를 따라 흐르다가 굳으면 회류 응회암이 된다. 화산재가 하늘로 올라간 후 떨어져 쌓이면 강하 응회암이 된다. 


이곳 동막골 응회암층 노두에서는 강화 응회암과 회류 응회암을 모두 볼 수 있다. 이러한 사실은 이곳에서 화산 폭발이 여러 번 반복해서 있었음을 말해준다. 주상절리는 한탄강 유역에 넓게 분포하는 현무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지질 구조다. 그런데 동막골 유원지 하천 주변에 응회암은 중생대 지층이며 산성암류로 분류된 암석이다. 그러나 이곳 응회암에서도 수직으로 발달한 주상절리를 관찰할 수 있다. 수 백도 이상의 높은 온도인 화산재가 두껍게 쌓여 식을 때 마치 현무암질 용암층에서처럼 그 부피가 줄어들면서 응회암의 주상절리가 만들어진 것이다.


일반적으로 폭포는 물줄기도 많지 않고 폭이 좁다. 그런데 직탕폭포는 넓은 용암 대지 위에 발달한 것으로 물이 80m가 넘는 강폭을 가득 메운 채로 마치 넓은 물 커튼을 친 듯 일직선으로 떨어지고 있다. 이런 광경은 세계적으로 드물다. 이러한 폭포가 형성될 수 있는 지질조건은 용암 대지에 강이 흐를 때 뿐이다. 그래서 직탕폭포는 자랑할 만한 가치가 있는 명소다. 한탄강 용암이 넓은 철원 용암대지를 만들 수 있었던 것은 한탄강 용암의 물성 때문이다. 즉 용암의 점성이 낮아 유동성이 크기 때문에 용암이 넓게 그리고 멀리까지 흐르면서 평평한 대지를 만들 수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 한탄강이 흐르면서 현무암의 절리를 따라 침식작용이 활발하게 일어나 직탕폭포와 같은 수직 폭포가 만들어졌다.


고석정 주위에서 한탄강은 화강암과 현무암이 접하는 지질 경계를 따라 흐르며 물줄기가 심하게 곡류한다. 이곳의 한탄강 계곡에서는 강 양쪽 벽이 모두 현무암이고 바닥도 현무암인 곳, 하천 바닥은 화강암이고 계곡 양쪽 벽이 현무암인 곳, 강의 한쪽 벽만 현무암이고 바작과 다른 벽은 화강암인 곳, 강의 양쪽 벽과 바닥이 모두 화강암인 곳 등 네 가지 유형의 계곡 단면을 볼 수 있다. 고석정 유원지가 있는 계곡에서는 한쪽 벽은 현무암이 화강암을 덮고 있고 건너편 계곡 벽은 화강암만 분포한다. 고석정 아래 하상에서는 이 현무암에서 떨어져 나온 전석들을 볼 수 있다. 


삼부연 폭포는 중생대 화강암으로 이루어진 명성산 중턱에 있으며 계곡물의 침식 작용으로 만들어진 폭포다. 높이는 약 20m이고 계곡물은 가마솥 모양의 세 개의 돌개구멍을 지나 아래로 떨어진다. 폭포의 벽에는 폭포수가 오랜 시간 암석 벽을 깎아낸 흔적들이 남아 있다.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 암벽에는 마치 조각가가 예리한 칼로 깎아낸 것 같이 매끈한 면, 움푹 파인 면이 여러 군데 보인다. 또한 폭포 아래 암벽에서는 오랜 시간 물이 휘돌면서 웅덩이의 모양이 변화한 흔적도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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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이해하기 위한 최소한의 화학 - 100개의 물질로 읽는 생명과 우주, 인류의 미래 최소한의 지식 2
김성수 지음 / 지상의책(갈매나무)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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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수의 [세상을 이해하기 위한 최소한의 화학]은 '100개의 물질로 읽는 생명과 우주, 인류의 미래'라는 부제를 가진 책이다. 이 책에는 두 사람의 인상적인 말이 인용되어 있다. 하나는 영국의 화학자 피터 앳킨스(Peter Atkins)가 한 "화학은 별에서 시작된다"란 말이다. 다른 하나는 미국 시인 랠프 왈도 에머슨(Ralph Waldo Emerson)이 한 "지질학이라는 것은 화학에 시간이라는 요소를 더한 것일 뿐이다." 라는 말이다. 이 책을 통해 피터 앳킨스와 랠프 왈도 에머슨이 말한 삼자(별, 별에서 시작된 화학, 화학에 시간이라는 요소가 더해진 지질학) 간 관계를 깊이 헤아릴 수 있다. 


저자가 말했듯 다른 물질과 아무런 소통과 연결 없이 홀로 존재하는 물질은 없다. 이 책은 그런 점을 음미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책이다. 관심을 갖게 되는 물질은 철 ,석영, 백운모, 현무암, 황동석, 자철석, 석회암, 물, 리그닌, 엽록소, 탄산, 강철, 고령토, 시멘트, 석탄, 메테인, 폴리에틸렌, 우라늄 235, 이산화황, 오존, 규소, 리튬 등이다. 빅뱅 때 생성된 쿼크와 이들을 강력하게 묶어준 글루온이 서로 뭉치면서 원자를 구성하는 주요 입자 중 하나인 양성자를 형성하였다. 전자는 이미 빅뱅 이후 세상에 태어나 갓 태어난 우주 속을 활발히 떠돌고 있었다.


빅뱅으로 생성된 기본 입자들이 모이면서 화학물질을 구성하는 기본 단위인 원자가 만들어졌다. 초기 우주의 온도는 무지막지하게 뜨거웠기 때문에 양성자와 전자는 정신없이 개별 활동을 하기에 여념이 없었으나 대략 38만 년이 지난 이후 우주가 충분히 식고 나자 더 이상 홀로 돌아다닐 수 없을 만큼 불안정해진 양성자의 양전하와 전자의 음전하 사이에 정전기적 인력이 적용하면서 양성자 하나와 전자 하나가 함께 어우러지게 되었다. 이러한 재결합 반응의 결과 전기적 중성의 원자가 만들어졌으니 곧 수소 원자의 탄생이었다. 


빅뱅 이후 우주에 흩뿌려진 중수소들도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아직 우주가 차갑게 식기 전이었으니 중수소는 더 안정해지기 위해 강한 핵력을 통해서 또 다른 양성자 혹은 중성자를 더부살이 회원으로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 상태였다. 중수소 핵이 고른 동반자는 양성자였다. 이로써 양성자 두 개를 가진 원자핵이 우주 최초로 만들어졌다. 두 개의 가벼운 원자핵이 반응하여 더 무거운 원자핵 하나가 만들어지는 현상을 핵융합이라고 한다. 질량 수만 늘어났던 중수소 핵의 융합과는 달리 원자번호까지 늘어나는 핵융합이 빅뱅 직후에 일어난 것이다.


빅뱅이 일어난 지 20분 정도 후에 팽창하던 우주의 온도는 급격히 내려갔고 핵융합이 수월히 이루어지던 초고온 환경은 사라지고 말았다. 결국 헬륨보다 무거운 원자핵은 미량의 리튬과 베릴륨을 제외하면 별로 만들어지지도 못한 채 빅뱅을 통한 핵합성 무대는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물론 우리 몸은 주로 탄소로 구성되어 있고 지구 핵에는 철과 니켈이 존재하고 광산에서는 금과 은이 산출된다는 사실을 생각해보면 핵융합 이야기가 여기서 끝나지 않았을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우주에 충만하게 퍼져 있던 수소 기체와 헬륨 기체는 특정 지역에 두텁게 모여 구름을 형성했다.모종의 이유로 인해 구름의 중심에서 중력이 발생했고 이 힘 때문에 구름이 수축했다. 구름의 수축은 구름 중심의 온도를 서서히 끌어올렸고 중심부의 온도는 천천히 핵융합을 일으킬 수 있는 정도로 높아졌다. 중심부에서 핵융합을 안정적으로 진행할 수 있게 된 구름을 별 또는 항성이라고 한다. 빅뱅 당시 초고온의 우주 공간에서 무작위적으로 일어나던 핵융합은 이제 충분히 온도가 높아진 별 중심부에서 일어났다.


동위원소의 원자핵은 태생적으로 불안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이런 원자핵들은 불안정성을 해소하기 위해 에너지를 가진 입자를 방출함으로써 핵을 구성하는 양성자와 중성자 개수의 변화를 꾀했다. 이를 방사성 붕괴라고 부른다. 태양이 자신의 수소를 전부 헬륨으로 바꿔버리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학자들은 약 50억 년 뒤 태양이 모든 수소를 소모하고 적색 거성으로 전환되어 지구를 위협할 정도로 크게 부풀 것이라고 예상한다. 이는 지구의 종말이다. 그런데 그 와중에 태양의 중심 핵은 스스로의 중력에 의해 붕괴하고 이 수축으로 인해 온도는 급상승하여 평소 수소를 핵융합 하던 시절인 1500만 도보다 훨씬 높은 온도인 1억도를 달성한다. 


이 조건에서는 수소가 아닌 헬륨이 핵융합한다. 학자들은 외부에 존재하던 중성자들이 고온고압의 환경 아래 핵으로 끌려 들어간 뒤 양성자로 전환되는 과정에 주목한다. 소위 중성자 포획이라고 불리는 과정이 진행된 덕분에 철보다 무거운 원소들이 만들어질 수 있었다. 국제천문연맹의 정의에 따르면 태양계를 도는 행성은 총 8개다. 이중 수성, 금성, 지구, 화성은 금속과 암석으로, 목성과 토성은 수소 기체와 헬륨으로, 천왕성과 해왕성은 물과 암모니아, 메테인이 얼어붙은 얼음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렇게 구성물질에 차이가 생기는 가장 큰 원인은 태양과 행성 간 거리가 다르기 때문이다. 태양 가까이 있는 행성에서는 끓는점이 낮은 물질들이 행성의 중력을 극복하고 외부로 이탈한다. 그래서 수성부터 화성까지의 행성을 구성하는 주요 물질들은 그 정도 온도에서는 기화하지 않는 금속과 암석이다. 한편 밀도가 높은 금속은 중심부에 더 가까이 가라앉아 핵을 형성하고 금속보다 밀도가 낮은 암석은 핵 주변에서 맨틀을 형성한다. 이때 지구의 핵을 구성하는 주요 금속 원소는 철과 니켈이다. 우주에서 가장 많이 찾아볼 수 있는 안정적인 금속이 중심부를 선점한 탓이다. 


지구는 태양을 중심으로 돌고 있지만 자신도 중심축을 따라 자전한다. 모든 자전하는 물체에는 전향력이라는 일종의 관성이 작용한다. 이 힘에 따라 액체 상태의 철, 니켈은 지구 내부의 외핵에서 대류한다. 석영은 지각에서 가장 풍부한 광물이다. 미국의 화학자 라이너스 폴링은 공유 결합을 이룬 원소들이 전자를 자기 쪽으로 끌어당기는 정도를 전기 음성도라고 정의했다. 지구를 구성하는 주요 원소들 중 전기 음성도가 높은 것은 산소였다. 그래서 다른 지구 구성원소들은 산소와 결합하는 것을 피할 수 없었고 그 결과 다양한 산화물이 만들어졌다. 


이들은 핵으로부터 분리되어 맨틀과 지각을 구성하는 암석의 주요 구성물로 자리매김했다. 핵과 분리되었다는 사실을 달리 말하자면 암석을 구성하는 원소들은 철, 니켈과는 잘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스위스 광물학자 빅토르 골트슈미트는 산소와 잘 화합하여 암석을 만드는 원소를 친석(親石) 원소라고 분류했다. 이들 중에서 지구의 가장자리인 지각에 많이 분포하는 원소를 질량 비율 순서로 나열하면 다음과 같다. 산소, 규소, 알루미늄, 철, 칼슘, 나트륨, 칼륨, 마그네슘 등이다. 


이들이 만든 산화물 중에서 양도 제일 많고 밀도는 낮아 지각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물질은 단연 질량 비율이 가장 높은 원소와 두 번째로 높은 원소가 결합된 이산화규소다. 이산화규소로 조성된 결정 광물을 석영이라고 한다. 석영은 중심에 규소 원자를 두고 네 개의 정사면체 꼭지점 위에 위치해 산소 원자가 존재하는 결합이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구조를 가지며 외부 충격을 잘 견딜 수 있는 단단한 광물에 속한다. 석영은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는데 사막에서 한가득 퍼 담을 수 있는 모래, 부싯돌로 사용되는 차돌, 독특한 무늬로 유명한 마노, 투명한 수정 등이 모두 석영이 주성분이다. 


간혹 수정의 이선화규소 결정 구조에 철이온이 불순물로 포함되어 있으면 매력적인 보라색을 띠는 자수정이 된다. 광물은 아니지만 인류가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이산화규소 물질도 있으니 바로 유리다. 지각에서 발견되는 광물들의 90% 이상은 지각에 흔히 존재하는 산소 및 규소가 결합해 있는데 이런 광물들을 규산염광물이라고 한다. 지각에서 세 번째로 많이 찾아볼 수 있는 원소인 알루미늄이 포함된 규산염광물 중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것은 다름 아닌 운모다. 


같은 규산염 광물임에도 불구하고 현무암의 색깔은 석영, 백운모에 비해 한참 어둡다. 이는 현무암을 이루는 조암 광물 중 어두운 색을 띠는 휘석과 감람석의 비율이 높기 때문이다. 이들 광물은 마그네슘과 철함량이 높은 고철질 광물이다. 규산염 광물은 규소-산소 사면체를 기본 구조로 한다. 현무암을 이루는 주요 광물인 사장석, 감람석, 휘석이 모두 실리콘 원자 하나를 네 개의 산소 원자가 사면체 형태로 둘러싼 구조를 갖기 때문이다. 


가장 대표적인 철광석은 자철석과 적철석이다. 석회암을 구성하는 탄산칼슘은 물과 이산화탄소와 함께 있으면 아래와 같은 화학반응을 일으킨다. 위 반응을 통해 만들어지는 탄산수소 칼슘은 물에 잘 녹는다. 그래서 석회암 지대는 오랜 시간이 지나면 공기 중의 물과 이산화탄소에 의해 빠르게 풍화되어 카르스트 지형이 된다. 우리나라 강원도 남부 및 충청북도 북부에 넓게 분포해 있다. 강이 석회암 지대를 뚫어 만든 석회동굴도 카르스트 지형에 포함된다. 영월의 고씨동굴, 단양의 고수동굴이 유명하다. 


양방향을 가리키는 화살표는 오른쪽으로 향하는 정 반응과 왼쪽으로 향하는 역반응이 모두 일어나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화학 평형이라고 부른다. 밖에서 봤을 때는 전혀 반응이 일어나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끊임없이 정반응과 역반응이 같은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바다 생물들도 목숨을 다하면 해저에 쌓인다. 유기물이 아닌 탄산칼슘 껍질은 부패되지 않은 채 그대로 차곡차곡 쌓이고 오랜 시간 동안 쌓인 껍질은 높은 압력 아래 하나의 암석이 된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퇴적암이 석회암이다.


셀룰로스는 식물 세포벽을 구성하는 주요 고분자이다. 리그닌은 식물을 지탱하는 단단한 고분자이다. 엽록소는 광합성의 필수 색소이다. 엽록소는 어떻게 해서 붉은 빛을 흡수하는 것일까? 그 비밀은 엽록소 분자의 전자 에너지 구조에 숨어 있다. 각 집마다 아파트 층수로 표현되는 높이 차이가 있는 것처럼 전자들이 자리잡는 분자 오비탈에는 에너지 높이 차이가 존재한다. 한편 우리가 전망대가 위치한 높은 빌딩 위로 올라가기 위해 입장료를 내고 엘리베이터를 타듯 전자가 A라는 오비탈에서 그보다 에너지 수준이 높은 B라는 오비탈로 이동하기 위해서는 A와 B 사이 간격만큼의 에너지를 지불해야만 한다. 세상에는 공짜가 없으니 그 에너지는 외부로부터 벌어와야 하는데 가시광선이 바로 좋은 지불 수단이 된다. 


전자가 외부의 가시광선을 흡수함으로써 더 높은 오비탈로 이사하는 비용을 마련하는 것이다. 그러니 우리 주변에서 스스로 빛나는 물질이 아닌 이상 색깔을 띠고 있는 모든 물질은 외부의 가시광선을 흡수한다. 검은색은 파장 영역대의 모든 가시광선을 흡수하고 흰색은 반대로 모든 영역대의 가시광선을 반사한다. 분자가 특정한 색깔의 빛만 흡수하면 그 색깔이 아닌 빛들은 반사되어 사람의 눈으로 들어오게 된다. 시신경을 통해 시각 정보를 전달받은 대뇌는 이 분자를 흡수한 색깔의 보색으로 인식한다. 식물은 가장 높은 광합성 효율을 확보하기 위해 그저 붉은 빛을 잘 흡수하는 분자를 나뭇잎에 도입했을 따름이지만 그 결과 인간에게는 나뭇잎이 붉은색의 보색의 녹색으로 보이는 것이다. 


마찬가지 이유로 노란색 분자는 남색을, 빨간색 분자는 초록색을 주로 흡수한다. 미술관에서 볼 수 있는 형형색색의 물감들이 사실은 정확하게 그 색깔의 보색을 흡수하기 때문에 그와 같은 아름다운 색깔을 내고 있었던 것이다. 엽록소가 지상에 도달하는 붉은 빛을 잘 흡수하기 때문에 광합성에 유리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식물이 광합성 효율을 더 끌어올리려면 다른 가시광선 영역의 빛도 흡수할 수 있는 보조 색소들도 함께 가지고 있는 편이 좋다. 바로 카로틴 계열의 분자들이 대표적인 보조 색소다. 


세로토닌은 도파민과 같은 신경전달물질이다. 도파민이 중독을 불러일으킬 것만 같은 강렬한 행복감과 연관되어 있다면 세로토닌은 그보다는 좀 부드러운 행복감 이를테면 소소한 일상이나 정서적 공감에서 비롯되는 긍정적인 감정과 연결되어 있다. 세로토닌 부족 역시 우울증과 관계가 깊다. 몸속 세로토닌의 대부분은 뇌가 아닌 소화기관에서 생성된다. 생성된 세로토닌은 소화기관의 운동을 촉진시켜 섭취한 음식물 덩어리가 위장을 통과하는 데 도움을 준다. 또한 소화효소와 위장액의 분비에도 관여하여 장에서 감지한 소화와 관련한 다양한 신호를 뇌까지 전달하는 역할도 한다. 이처럼 세로토닌이 장내 소화에 깊이 관여하다 보니 과민성 대장증후군과 같은 소화기관 질환을 치료하기 위해 세로토닌의 분비와 관련된 처방이 고려되곤 한다.


철의 녹는점은 구리나 주석의 녹는점보다 높다. 따라서 철을 제련하는 데에는 진보한 기술이 필요했다. 철은 지각을 구성하는 8대 원소 중 하나다. 철은 마그마가 식을 때 빨리 결정화되고 녹는점도 높다. 지구상의 철광석은 대부분 산화철 형태로 존재한다. 철광석으로부터 철을 얻어내려면 산소를 제거하는 환원 과정이 필수다. 고대로부터 지금까지 애용되는 환원제는 일산화탄소이다. 현대에는 코크스와 같은 탄소 소재를 뜨거운 바람을 통해 산화하여 얻을 수 있다. 


탄소는 고체 상태의 원소이고 이산화탄소가 물에 녹아 만들어진 탄산은 액체이다. 모래알은 계속 풍화되어 진흙이 되고 진흙은 더 잘게 부서져 점토가 된다. 점토에 대한 사전적 정의는 작은 알갱이로 이루어진 부드럽고 차진 흙이다. 지구과학적으로 점토는 직경이 대략 4 마이크로미터보다 작은 알루미늄 규산염 광물을 의미한다. 입자 크기가 작은 광물들은 물이 일정량 포함되면 끈끈해지면서 압력을 가한 대로 모양이 변하는 소성(塑性)을 갖는다. 그래서 끈끈할 점(粘)자를 써서 점토라 불렀고 사람들은 이런 성질을 이용해 점토 반죽을 다양한 형태로 빚어냈다.


화강암을 구성하는 장석이 분해되어 고령석이 만들어진다. 고령석은 순수 광물이고 고령토는 고령석을 주성분으로 하는 흙이다. 탄산칼슘이 주성분인 석회암을 가열하면 이산화탄소가 빠져나가면서 산화칼슘으로 구성된 생석회가 만들어진다. 생석회를 물에 개면 수산화 칼슘이 주성분인 소석회(消石灰)가 만들어진다. 소석회는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와 결합한 뒤 건조되면 석회가 된다. 소석회가 완전히 굳기 전에 그 위에 그림을 그리는 것을 프레스코화라고 한다.


기원전 800년경 페니키아 사람들이 생석회와 화산재를 섞은 뒤 물에 개어 굳히면 굉장히 단단해지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것이 바로 물에 의해 경화(硬化)되는 규산칼슘 화합물 즉 수경성(水硬性) 시멘트의 발견이었다. 로마 사람들은 시멘트에 잘 부순 돌조각을 적절히 섞으면 더 뛰어난 건축재료가 되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거대한 건축물들을 세웠는데 이것이 바로 콘크리트의 시작이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널리 사용되는 포틀랜드 시멘트는 대개 생석회에 이산화규소, 산화알루미늄, 산화철 등을 잘게 분쇄한 뒤 고온에서 구워 만든다. 시멘트 1톤을 생산하는 데 0.8~1톤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 이는 전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7-8%를 차지한다.


지금으로부터 3억 5000만년 전부터 2억 8000만년 전까지 지구에는 거대한 양치식물 숲이 있었다. 무성하게 자란 식물들이 광합성을 하면서 막대한 양의 산소를 내뿜은 결과 대기 중 산소 비율은 30%를 넘겼다.(현재 대기 중 산소 비율은 21% 수준이다.) 활발한 광합성 결과 이산화탄소가 대량으로 감소해 온실효과가 사라져 짧고 강력한 빙하기가 도래해 양치식물들이 일거에 모두 쓰러졌다. 식물들의 사체 위로 지층이 쌓였고 지층이 가한 거대한 압력과 열이 양치 식물들을 암석으로 바꿔 놓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식물을 구성하는 원소 중 산소와 수소가 지속적으로 빠져나가 탄소의 함량이 높아졌는데 이 과정을 탄화(carbonization)라 한다. 그 결과 만들어진 검은색의 물질을 석탄이라 부른다. 석탄은 탄화된 정도가 높아질수록 물질 내 탄소 비율이 높아지는데 그 비율이 90% 이상이면 연기를 많이 내지 않아 무연탄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반대로 탄소 비율이 90% 이하인 유연탄은 탈 때 연기를 자욱하게 내는데 이때 발생하는 연기는 온갖 휘발성 탄화 수소류다. 문제는 산업혁명으로 석탄 수요가 높았던 유럽에서 주로 생산한 석탄이 대부분 유연탄이었다는 점이다. 


석탄이 만들어질 수 있었던 데에는 리그닌을 분해할 수 있는 미생물이 없었던 이유가 있다. 리그닌 분해 미생물은 석탄기 이후인 페름기에 나타난 것으로 추정된다. 펄프 공정은 나무로부터 리그닌을 제거하는 과정이다.(113 페이지) 석탄이 고생대 육상 식물들이 남겨놓은 유산이라면 석유는 해양생물들이 남겨놓은 유산이다. 세상에서 가장 간단한 탄화수소는 메테인이다. 메테인을 끓는점 아래로 냉각시켜 액체로 만든 뒤 높은 압력을 견디는 용기에 담아 수송 및 저장에 활용하는데 이것이 바로 액화 천연가스 즉 LNG다. 


우라늄 235에 대해 알려면 중성자에 대해 알 필요가 있다. 중성자는 1932년 영국 물리학자 제임스 채드윅에 의해 발견되었다. 그 이듬해인 1933년 헝가리계 미국인 물리학자 실라르드 레오는 중성자 매개 핵분열 연쇄반응 개념을 제안했다. 중성자가 불안정한 핵종과 충돌할 때 일어나는 핵분열이 더 많은 수의 중성자를 발생시키고 이것이 핵종의 연쇄적 핵분열을 유도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어마어마한 에너지를 폭발적으로 발생시킬 것이라 생각했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우라늄의 대부분은 연쇄 핵분열을 일으키지 못하는 우라늄 238이고 0.72% 정도만이 연쇄 핵분열이 가능한 우라늄 235다. 농축 과정을 통해 순도 높은 우라늄 235를 대량으로 얻어낼 필요가 있다. 


석탄뿐 아니라 석유에도 일정량의 황이 들어 있다. 양치식물이 고온과 고압에 의해 석탄으로 변형되는 석탄의 경우 황철석, 황산소듐, 황산칼슘 등의 광물도 섞여 들어가기 때문이다. 석탄 연소 과정 중 이산화황도 만들어진다. 이산화황은 한 번 더 연소되어 삼산화황이 된다. 이는 대기 중 물방울에 쉽게 녹아 황산이 된다. 석유의 경우 근원인 바다 생물을 구성하는 단백질에 황을 포함하는 아미노산이 존재한다. 규소는 현대 반도체 문명의 기반이다. 저자는 책을 통해 다룬 100 가지 물질을 이해하는 것은 세상을 이해하기 위한 최소한의 화학이라고 했다. 책을 다 읽고 나니 파노라마 같은 세상의 질서와 규칙을 안 느낌이 든다. 화학에 더 친해진 계기가 된 책이 [세상을 이해하기 위한 최소한의 화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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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서재에 어찌 어찌 해서 꽂혀 있는이라고 하면 온당하지 못할 것이다. 김혜순 시인의 [여성이 글을 쓴다는 것은] 이야기다. 필요하기에 산 책이다. 당연히. 2002년 출간작이다. 아마도 알라딘 중고 서점에서 구입했을 것이다. 이 책의 챕터 가운데 여성의 몸이란 챕터가 있다. 거기에 이런 구절이 있다


클라우스 테베라이트는 아우슈비츠의 군인들이 유태인을 표현할 때 더러운, 흐르는, 점액질의, 붉은, 집어삼키는, 몰려드는, 내뱉는 같은 수식어 내지는 동사들을 사용하여 피억압자들의 몸을 여성의 몸처럼 흐르고 물렁물렁한 것으로 밝힌 바 있다는 문장이다


여성의 몸은 물리적 영역, 자연과 동일시되어왔고 남성은 인간적인 정신과 관계되어 왔다. 그래서 정신이 물질을 억압하고 소유하는 것이 정당성을 가졌다....


그 필자(클라우스 테벨라이트)[남성 판타지]가 번역, 출간되었다. 1차 세계대전 직후 독일 민병대 자유군단의 군인 남성들의 목소리와 언어를 분석 대상으로 삼아 애국적 열망과 신념으로 살해, 폭력에 가담했던 극우 남성성을 들여다본 책이라고 한다.


독보적인 최고의 걸작이라고 하는데 1464 페이지나 된다. 저자는 1942년생으로 현존하는 인물이다.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언젠가 읽어야 할이란 단서를 붙여야 할 책이다


오랜만에 [페미니스트 정신분석이론가들]을 펴보게 된다. 필자들을 대신하여 글을 쓴 임옥희는 정상에 자리했던 맑시즘은 낮은 골짜기가 되고 바다에서부터 포스트 프로이트 학파인 라캉의 정신분석학이 융기(隆起)했다. 뿐만 아니라 온갖 종언 이론, 해체론, 유령학, 퀴어 이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이론들이 저지대의 잔주름을 형성하게 되었다.“는 말을 한다


이런 견실한 지질학적 은유의 글은 철학자 김상환의 같은 차원의 지질학적 은유의 글을 떠올리게 한다. 그런데 1차 세계대전 직후 독일 민병대 자유군단의 군인 남성들의 목소리와 언어를 분석 대상으로 삼아..“란 말이 있지만 저자는 다른 말을 한다. ”나는 임상 현장으로부터 괴리된 정신분석학적 문학 및 이론 적용의 관행을 따르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겉으로 그럴싸한 정신분석적 개념을 프로이트학파의 맥락과 역사를 무시한 채 끌어온다. 구체적인 병증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고려하지 않고, 또한 프로이트 이론 전반에서 어떤 기능을 수행하는지 고려하지 않는다. 개념을 이런 식으로 쓰면 독단적 추상성에 빠지기 쉽다.“는 것이다자신의 책이 정신분석의 산물이 아니라는 의미다.


[페미니스트 정신분석이론가들]에서 김남이는 가장 적나라한 가부장제의 반영으로서의 정신분석학은 우리가 그 가부장적 실체를 더욱 잘 이해할 수 있게 할 뿐만 아니라 그것의 전복을 상상할 수 있는 힘을 준다는 말을 한다


어떻든 다음의 평을 읽을 만하다. ”테벨라이트의 이 거대한 저작은 기존의 심리학적 관습을 완전히 무시한다. 그는 독자를 파시스트적 환상의 소용돌이 속으로 밀어넣으며 우리가 정상적이라고 믿었던 남성성이 사실은 얼마나 연약한지 그리고 그 연약함을 감추기 위해 얼마나 잔혹해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는 말이다. 연약한 것은 남성들이란 말이다. 이를 무엇이라 표현해야 할까? 여성에 대해 양가적이라고 해야 할까


테벨라이트의 아버지는 좋은 사람이었으며 무척 훌륭한 파시스트였다. 재단사의 딸이었던 어머니는 자식이 맞아 싸다고 여기시면서도 어쨌든 달래시는 등 양가적이었다. 저자에 의하면 그것이 파시즘 교육의 두 번째 단계였다. 이 책에는 자서전적 삽화들이 끼어들고 부모를 통해 경험한 파시즘의 역사가 서술된다


이 부분을 읽으며 한스 요하임 마즈의 [사이코의 섬]을 생각하게 된다. 테벨라이트와 한 살 차이의 저자는 옛 동독 지역의 신경정신과 의사다. 이 책에서 저자는 나 또한 나의 내면에서 마치 권력 소유자처럼 행동하고 대체보상을 구하려는 경향을 발견했다고 말하는가 하면 자신의 무력함을 권력 행세를 통해 감추고자 하는 유혹을 나는 잘 알고 있다.“는 말을 한다


저술에는 자전(自傳)적 요소가 반영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점은 불편할 수 있다. ‘1000 페이지가 넘는 심연을 응시하면 그 심연도 당신을 응시한다는 소개 글이 눈에 띈다


이런 점 때문에 소설, , 정신분석을 떠나 있었다. 최근 읽은 카밀라 팡의 [궤도 너머]는 나에게 출구를 보여준 책이다. 카밀라 팡에 의하면 과학은 호기심을 자극하고 새로운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하며 유연한 사고를 기르되 규율과 틀을 함께 제시하는 탐구 방법이다. 이런 유연한 시각으로 읽을 책이 [남성 판타지]. 굴곡져 눈쌀을 찌푸리게 하고 절벽 아래로 떨어지는 듯한 감정을 갖게 하는 숱한 장면들을 흔들리지 않고 읽어낼 수 있기를...물론 후련함은 기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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