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삶과 죽음 - 지구와 인류의 미래로 떠나는 흥미진진한 탐험
피터 워드.도널드 브라운리 지음, 이창희 옮김 / 지식의숲(넥서스) / 2006년 3월
평점 :
절판


‘희귀한 지구’의 속편격인 ‘지구의 삶과 죽음’은 흥미로운 책이다. 저자는 고생물학과 지구과학, 우주과학 학자인 피터 워드와 천문학자인 드널드 브라운 리이다. 과학자들이 자신감을 갖게 되고 행성들의 생애를 제대로 알 수 있게 된 것은 최근의 일이라며 두 저자는 이러한 지식을 바탕으로 과학자들이 이제 지구의 삶과 죽음을 추측하고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천문학, 지질학, 고생물학은 모두 과거를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말한다. 바위, 화석, 망원경을 통해 우리 눈에 들어오는 빛은 모두 과거의 파편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미래를 알려면 오늘날의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먼저 알아야 하고 이 세계의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이 모델은 진흙이나 나무로 만든 것이 아니라 숫자, 물리학, 화학에 기초를 둔 것이어야 한다.


저자는 자신들은 지구의 종말을 과학적이고 물리적으로 예측하기 위해 책을 썼다고 말한다. 잘 알려진 이야기이지만 저자에 의하면 지구의 나이는 45억 년 정도 되었고 생명은 적어도 34억 년 전에 나타났다. 저자에 의하면 생명의 역사는 지구가 점점 서늘해지고 바다가 생기고 대기가 산소로 가득 차고 육지가 서식 가능해지는 등의 변화에 대한 적응의 역사이기도 하다. 인체 조직을 구성하는 원소들은 우주 창조의 초기부터 존재했던 것이 아니라 최초의 별들이 생겨나 핵융합을 하다가 폭발한 뒤에야 생겨났다. 인체를 구성하는 기본 원소들은 이 거대한 불꽃놀이 속에서 한순간에 태어났다. 그러니까 이 불꽃놀이 속에서 우주의 새벽에 태어난 수소와 헬륨 같은 단순한 원자들이 모여 탄소나 철 같이 더욱 복잡한 원소들이 태어난 것이다.


우리의 고향인 지구는 인간의 몸만큼이나 복잡하고 신비롭다.(44 페이지) 지구 탄생부터 6억 년까지의 초기 역사는 알려진 바가 거의 없다. 그렇게 오래된 바위가 지구 표면에 남아 있지 않기 때문이다.(49 페이지) 지르콘이라는 광물의 조그만 입자를 통해 초기 지구의 모습을 어렴풋이 짐작해 볼 수는 있다. 물론 이 지르콘이 들어 있는 바위는 까마득한 옛날에 변해 버려서 연대 측정도 할 수 없지만 말이다. 방사성 원소인 토륨과 우라늄이 붕괴할 때 나오는 결과물을 이용해서 과학자들은 지르콘의 나이를 오차 1 퍼센트 범위 내에서 측정할 수 있다. 초기 지구의 역사를 품고 기적적으로 살아남은 이 조그만 입자들은 일찍이 42억 년 전부터 지구에 바다와 대륙이 존재했음을 증언한다.


그러나 지르콘 알갱이 하나로부터 얻은 결과와 달이라는 위성 전체를 연구한 결과 사이에는 차이가 있다. 표면을 침식하는 공기도 없고 바다도 없는 달은 잘 보존된 지구 역사의 복사본 역할을 한다. 운석의 충돌은 후에 지구가 생명을 잉태하기 위해 필요한 조건을 만드는 데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 지구가 좀 더 조용한 방법 즉 궤도에 조그마한 돌들이 모이는 방식으로만 형성되었다면 지구는 차갑고 생명이 없는 곳이 되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런 환경에서는 충돌이 있었다고 해도 소규모였을 것이고 따라서 충돌 에너지가 곧 우주 공간으로 날아가 버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초기에 지구는 거의 행성 크기 운석과 얼음덩이에 얻어맞았고 이들이 워낙 지구 깊숙이 박혀 버렸기 때문에 열, 물 그리고 나중에 대기를 만들 기체 성분들이 그대로 보존될 수 있었다.


지구의 크기가 더 이상 변하지 않게 되자 이 외부 천체들이 가지고 들어온 에너지가 표면을 녹여 깊이 수백 km에 이르는 마그마의 바다가 지구를 뒤덮었다. 원시 지구의 표면은 녹은 바위였으며 대기는 수증기를 비롯한 이런저런 기체가 뒤섞인 채 무지막지하게 뜨거웠을 것이다. 문자 그대로 생지옥이었을 지구의 표면은 폭격이 뜸해지면서 식었고 결국 따뜻한 물이 바위로 된 지각을 덮은 모습이 되었을 것이다. 그 후로도 수 억년에 걸쳐 거대 운석이 지구를 가끔 때렸다. 갓 생겨난 바다는 몽땅 증발했다가 다시 응축하는 과정을 반복했다. 그 당시에는 충돌로부터 겨우 수천 년 이내에 바다가 다시 형성되곤 했다.


오늘날 지구로 들어오는 물질의 대부분은 거의 먼지다. 바다가 끓어오르는 끔찍한 사건은 약 39억년 전에 끝났고 이때 앞으로 수십억 년간 생명이 존재할 수 있는 안정적 바탕이 생겨났다. 그러나 완전히 안정적인 것은 아니었다. 내부의 열로 인해 지구는 대기와 바다를 갖게 되었지만 그 열은 또한 대륙판들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생명이 존재하지 않던 약 3,000미터 깊이의 바다를 마른 땅덩이들이 갈라놓기 시작했다. 지구 내부의 열과 압력으로 인해 대양 바닥을 구성하는 바위보다 더 가벼운 바위들이 생겨났고 이들은 결국 둥둥 떠다니는 대륙을 만들어냈다. 초기 지구에는 대륙이 없었거나 있었어도 매우 적었을 것이다.


대륙은 지구 내부의 지질학적 과정이 진행되면서 성장해 갔다. 오늘날의 대륙 면적은 20억 년 전의 두 배에 달한다. 어떤 행성에 고등 생물이 존재하려면 표면에 물이 있고 물 위로 육지가 머리를 내민 구조가 반드시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지구는 태양으로부터 적당한 거리에 떨어져 있고 물로 된 바다가 있었다. 수소 원자 두 개와 산소 원자 한 개로 이루어진 단순한 물 분자는 생명이 존재할 수 있는 온도 범위와 같은 범위에서 액체 상태로 존재할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물은 뛰어난 용매로 바위를 풍화시켜 흙을 만들기도 하고 대기를 정화하고 생명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여러 가지 화학 변화를 매개한다.


얼음이 물 위에 뜨는 것도 중요하다. 얼음이 바다나 호수 바닥으로 가라앉았다면 결코 녹지 않았을 것이다. 그 결과 결국 지구의 모든 물이 얼어붙었을 것이다. 물 위에 뜨는 얼음은 위의 차가운 대기와 아래의 물 사이에서 단열재 역할을 해서 물속에서 생물이 살 수 있게 해준다. 지구의 대기와 물이 땅속의 바위에서 나왔다는 이야기는 기괴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사실이다.(56 페이지) 지구 탄생 초기에 우주 공간으로부터 지구와 충돌한 덩어리에 들어있던 기체와 수분은 끊임없는 화산활동을 통해 밖으로 분출되어 얇은 공기와 물의 막을 형성했고 이 막 속에 생명이 살고 있었던 것이다. 지구 전체의 무게와 비교해볼 때 물의 양은 하찮은 정도다.


지구의 경우 물은 지구 전체 무게의 1 퍼센트 십분의 일도 안 된다. 그렇다면 이 물은 어디서 왔을까? 바깥 공간 특히 화성 궤도 바깥의 멀리 떨어진 곳으로부터 왔다. 작은 혜성이나 소행성부터 달이나 화성 크기의 바위 덩어리에 이르기까지 여러 가지 크기의 덩어리가 지구와 충돌하면서 물을 가져왔다. 한쪽에서는 화산 폭발과 함께 마그마가 지상으로 뿜어져 나오고 다른 한편에서는 오래된 지각이 다시 뜨거운 내부로 끌려 들어가 녹는 과정이 진행된다. 이렇게 지각이 끊임없이 순환하는 과정은 지구 대기의 조성을 유지하고 생명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역할을 해왔다. 생명이 지구에 언제, 어떻게, 왜 태어났는지는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다. 어쩌면 생명은 바다 표면에서 수천 미터 깊이의 해저 화산 분화구 근처에서 태어났는지도 모른다.


암석에 남아 있는 흔적을 보면 일찍이 36억 년 전쯤 원시적인 박테리아가 존재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때는 아마 온 지구를 불덩이로 만들었던 맹폭격이 끝난 직후였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때 이미 진화가 시작되었다는 이야기다. 박테리아는 뜨거운 온천부터 깊은 땅속 바위 속까지 별별 장소에 다 있으며 이들은 공룡과 포유류가 지상에 군림한 기간을 합친 것보다 훨씬 더 오랫동안 지구를 지배해왔다. 지구에 존재한 총 기간으로 따지면 박테리아는 생명체의 왕이다. 약 30억 년 전 무핵 세포로 이루어진 박테리아들은 무리를 지어 스트로마톨라이트라는 깔개 모양의 널찍한 집단을 이루기 시작했다.


스트로마톨라이트는 원시적이고 기이한 구조로 먼 미래를 이야기할 때 다시 등장한다. 스트로마톨라이트는 오늘날에도 존재하지만 이제는 아주 짠물인 늪이나 아주 뜨거운 호수 같은 변방으로 밀려났다. 처음의 산소는 육지와 물속의 철과 모두 반응했다. 따라서 대기 중에 산소와 바닷물의 철은 계속 줄어들었다. 그리고 마침내 22억 년 전쯤 반응이 끝나고 평형이 이루어졌다. 그러자 대기에 산소가 축적되기 시작했고 그 결과 대기권 꼭대기에 오존층이 생겨 파괴적인 자외선으로부터 생명체를 보호할 수 있는 조건이 갖추어졌다. 지구에는 대기의 조성과 압력, 기온, 생명이 없는 행성과는 매우 다른 육지의 모습 등을 지탱하는 고도로 복잡한 생명 유지 시스템이 존재한다.


대륙판의 이동은 대륙의 표이(漂移)라는 땅덩이의 움직임을 일으키는 과정이다. 지구의 균형을 유지하는 데 이보다 더 중요한 일은 없다. 왜냐하면 대륙판의 이동은 바위, 바다, 대기의 균형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희귀한 지구에서 저자들은 대륙판 이동은 워낙 중요해서 어떤 행성에서든 복잡한 생물이 진화하려면 반드시 있어야 하는 현상인지도 모른다고 말한 바 있다. 지구에서는 육지를 이루는 판과 대양의 밑바닥을 이루는 판들이 마치 끓는 죽 위에 떠 있는 가죽 조각들처럼 떠다니며 서로 마찰하기도 한다. 이 현상 때문에 지구 표면의 온도가 물을 액체 상태로 유지하기에 적합해진다.(84, 85 페이지)


지각이 움직이는 것은 지구의 내부가 뜨겁기 때문이다. 이 열은 지구 속에 있는 방사성 원소들이 천천히 붕괴 할 때 나온다 표면을 향해 올라가는 이 열로 인해 맨틀 속에 녹은 바위들이 거대한 대류를 만들어낸다. 끈적끈적한 맨틀도 위로 올라와 지구 표면에 평행하게 이동하면서 식어 다시 밑으로 가라앉는다. 이렇게 움직이면서 녹은 바위는 깨지기 쉬운 지각을 끌고 이동한다. 이 지각은 어떤 경우에는 대양의 밑바닥이기도 하고 어떤 경우에는 대륙이기도 하다. 끊임없는 대류 과정에서 새로운 지각이 계속 생겨난다. 대양의 파도 밑에는 지구에서 가장 긴 산맥이 자리 잡고 있다. 중앙 해령이라고 불리는 이 산맥은 마치 야구공의 실밥처럼 지구를 둘러싸고 있다.


산맥의 가운데에는 금이 나 있으며 이 균열 부분에서 새로운 현무암질 지각이 마그마의 형태로 솟아오른다. 이렇게 솟아오른 마그마는 깊은 바다 속의 차가운 물과 닿아 금방 굳어버린다. 새로운 마그마가 밀고 올라오면서 먼저 굳은 지각은 바깥쪽으로 계속 밀려나간다. 수백~ 수천만 년의 시간이 지나면서 지각은 대류하는 맨틀의 등을 타고 출생지인 균열 부분에서 점점 멀어져 간다. 그러나 모든 여행이 그렇듯 이 지각의 여행에도 종점이 있다. 보통 대륙과의 경계 지점에 도달하면 이제까지 흘러온 대양저는 중력의 힘에 의해 밑으로 가라 앉아 대류하는 뜨거운 맨틀 속으로 천천히 돌아간다. 대륙의 산맥이 형성되는 곳은 바로 이렇게 대양저가 아래로 가라앉는 지점이다.


이곳에서 산맥이 형성되는 이유는 대양판이 대륙 판의 가장자리와 충돌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뜨거운 마그마가 솟아올라 화강암 같은 화성암 형태로 굳기 때문이기도 하다. 태양계의 다른 행성이나 위성에도 화산은 있지만 지구 같은 산맥은 없다. 이는 오직 지구에서만 대륙 판이 이동한다는 분명한 증거다.(87, 88 페이지) 대양저보다 가벼운 대륙은 거대한 뗏목처럼 떠 있다. 생명의 진화에서 그토록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이 뗏목들은 물로 인해 생겨났다. 앞에서 이야기한 균열 부분에서 태어난 깊은 바다 속의 현무암이 균열부에서 점점 멀어지면서 주요 광물의 결정 구조 속에 물을 받아들여 화학 조성이 변한다. 이러한 과정은 수화(水化)라고 한다. 현무함을 이루는 광물의 결정 격자 안에 물 분자가 들어 앉는다는 이야기다. 후에 현무암이 다시 지각 밑으로 들어가는 과정에서 수화된 바위가 먼저 녹고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녹은 바위는 표면으로 떠올라 식으면서 화강암이나 안산암이 된다.


이들은 가볍기 때문에 대양저 위로 떠오른다. 그 결과물이 대륙이다. 대륙은 상대적으로 가볍기 때문에 맨틀 속으로 다시 들어가지도 않고 파괴되지도 않는다. 대륙은 쪼개지기도 하고 조각이 나기도 하고 이리저리 자리를 바꾸기도 하지만 기본 부피는 결코 줄지 않는다. 오히려 대륙은 지구가 탄생한 이래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88 페이지) 이 이야기는 새로운 마그마가 균열 부분에서 계속 올라오면서 대양저가 끊임없이 확장되고 있다는 앞의 이야기와 모순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앞에서 본 것처럼 대양저는 대륙 언저리에서 다시 가라앉아 마그마가 되지만 대륙은 그렇지 않다. 오히려 수화된 광물질들은 화산을 통해서 용암의 형태로 올라오기도 하고 화강암이나 안산암의 형태로 계속 새로 생겨나기도 한다.


이렇게 대륙은 매년 650~ 1300 세제곱킬로미터씩 늘어나는 것으로 추정된다. 대륙 언저리의 화산대에서 새로운 지각이 솟아오르고 오래된 대양저의 지각이 맨틀 속으로 들어감에 따라 새로운 광물의 형성, 열, 가스, 수증기의 분출 등으로 인해 화학 변화가 생긴다. 이러한 과정은 일부 원소를 제거하고(가라앉는 지각과 함께) 일부 원소를 대기로 들여보내고(화산 폭발을 통해) 지구 대기가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는 데 한몫 한다. 대륙판의 움직임은 포유류나 조류가 일정한 체온을 유지하도록 해주는 일련의 생리 과정에 비유될 수 있다. 저자는 자신들이 수집한 데이터와 수집한 모델에 따르면 2억 5000만년 전 지구의 모든 대륙이 곤드와나 대륙이라는 형태로 한데 붙어 있었던 것처럼 2억 5천만년 후에는 지금의 대륙들이 서로 가까워져 결국 제2의 곤드와나 대륙이 생겨날 것이라고 말한다.(132 페이지)


까마득한 옛날에도 대량 멸종이 있을 때에는 스트로마톨라이트가 꼭 모습을 드러내곤 했다. 이제 2억 5000만 년 후인 지금 스트로마톨라이트가 다시 나타난 것은 이들을 잡아먹는 동물이 다 죽어버렸기 때문이다. 작은 대륙이 모여 초대륙이 되었다가 다시 흩어지는 식의 순환을 윌슨 사이클이라고 한다. 윌슨은 J. 투조 윌슨을 말한다. 모이고 흩어지는 주기가 완전히 끝나려면 5억 년이 걸리는데 대륙판의 움직임이 이러한 경향을 바꾸리라는 증거는 현재 보이지 않는다. 초대륙의 내부는 오늘날보다 훨씬 혹독한 기후에 시달리게 된다.


태양이 지금보다 어두웠을 때 지구가 얼어붙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 대기 중에 이산화탄소 같은 온실 기체가 많아 약한 열을 붙잡아 보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태양이 밝아지면서 금성처럼 찜통이 되었어야 하는데 그렇게 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 흙, 바다, 바위 등의 창고에 대량의 이산화탄소가 저장되어 생명이 살 수 있는 적절한 온도가 유지되었기 때문이다.(153, 154 페이지) 그러나 여기에도 한계가 있다. 이산화탄소는 이제 대기에 아주 미량 밖에 남아 있지 않다. 지금처럼 탄소를 가두는 자연적 과정(주로 규산염의 풍화)이 계속되면 결국 식물의 광합성에 필요한 수준 이하로 이산화탄소 농도가 떨어질 것이고 이렇게 되면 거의 모든 생물의 에너지원이자 호흡에 필요한 산소의 생산자인 식물이 사라질 것이다.


수십억 년 동안 지구는 절묘한 생물학적 균형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지금부터 5억에서 7억년 후면 지구는 갈색이 되어 버릴 것이다. 규산염 암석이 풍화하면 이산화탄소를 대기에서 제거할 수 있다. 이는 규산염 암석이 탄산(물에 녹은 이산화탄소)과 반응해 이산화탄소를 고정하기 때문이다. 인간을 포함한 모든 동물은 산소를 필요로 한다. 어떤 과학자들은 식물이 없어져도 대기의 산소량은 별로 변하지 않으리라고 생각했지만 새로운 연구 결과는 그 반대임을 보여준다. 식물이 사라지면 산소를 만들어내는 광합성은 더 이상 일어나지 않는 반면 죽은 동식물이나 화산이 뿜어낸 가스처럼 산소를 붙잡아두는 중요한 과정은 멈추지 않는다.(167 페이지)


박테리아나 세균이 산소를 이용해 죽은 동식물을 분해함으로써 산소가 소비된다. 박테리아는 작은 데다가 골격도 없고 껍질도 없기 때문에 화석을 남기는 일이 거의 없다.(172 페이지) 어떤 과학자들은 박테리아의 시대는 결국 끝나지 않았으며 오늘날까지 계속되고 있고 동물들이 박테리아가 지배하는 행성의 표면을 잠시 어슬렁거리고 있을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기도 하다.(175 페이지) 지구에 생존할 수 있는 물리 조건이 갖춰지자마자 생물이 생겨났음은 화석 기록을 통해 알 수 있다. 이 최초의 생물은 박테리아였다. 박테리아는 버제스 엽암층이 증언하는 대로 동물이 쏟아져 나오기까지 세계를 지배했다.


주도권은 신속하게 동물로 넘어왔고 박테리아의 시대의 종말은 참혹했다. 스트로마톨라이트는 얕은 바다의 지배권을 빼앗기고 새로 등장한 동물들에게 먹히는 신세가 되었다. 대기에 산소가 풍부해져서 고등 동, 식물이 살 수 있게 된 것이 이러한 변화의 바탕이 되었다. 35억년이나 지속된 저산소 세계가 마침내 종말을 고한 것이다.(175 페이지) 판구조론과 대륙판의 움직임이라는 현상이 우주 생물학자에게도 주목을 받게 되었다. 왜냐하면 지구는 태양계에서 유일하게 고등한 생물체가 존재하는 곳이며 유일하게 대륙판의 움직임이 있는 행성이기 때문이다. 저자들은 대륙판의 움직임이 지구 역사에서 상당히 이른 시기에 끝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럴 경우 그로부터 얼마 되지 않아 지구의 모든 생명이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바다가 사라지면 대륙판의 움직임도 함께 종말을 맞게 될 것이다. 바다의 소멸과 지구 내부에서 나오는 열이 줄어드는 것, 이 두 가지가 대륙 판의 움직임을 정지시킬 수 있다. 바다의 소멸은 아주 미묘한 이유로 판의 움직임을 멈춘다. 해저에서 솟아 나오는 용암이 바닷물과 접촉하면 바위의 조성이 변하고 이에 따라 바위가 대양의 밑바닥에서 맨틀 속으로 끌려 들어가는 것으로 생각된다. 물이 없으면 판은 너무 뻣뻣하고 딱딱해서 밑으로 내려갈 수 없다. 물이 들어가면 판에 탄력성이 생겨 구부러지면서 맨틀로 다시 내려갈 수 있다.(207 페이지)


물이 없는 상태에서도 뜨거운 마그마는 표면으로 올라올 수 있지만 그냥 뻣뻣하고 평평한 면을 이루며 굳어버릴 것이다. 금성과 화성에는 판이 밑으로 내려가는 지역이 없고 따라서 대륙판의 움직임도 없다. 물론 금성이나 화성에도 표면에 판을 이동시키는 데 필요한 맨틀 대류가 존재할 수도 있지만 표면 자체는 움직일 수 없는 단단한 바위 층이다. 판의 움직임이 멈추면 그 결과는 영원히 지속된다. 산맥의 형성이 멈추고 바다 밑바닥에는 육지에서 흘러들어온 퇴적물이 계속 쌓인다. 지구는 더 평평해질 것이다. 금성과 화성의 지각처럼 지구의 지각도 두꺼워지고 이에 따라 지각 밑에 열이 축적된다.


그래서 금성처럼 지구에서도 내부의 열이 한꺼번에 분출하여 지각이 다 녹아버릴 수도 있다. 대륙 판은 움직이는 것은 태양 에너지가 아니라 지구 내부의 에너지며 갈수록 점점 뜨거워지는 태양과 달리 지구 내부의 에너지는 연료가 줄어들고 있다. 지구 내부에서 열을 내는 핵 붕괴는 시간이 가면서 줄어든다. 판의 움직임이 멈추면 대양의 주변부에서 판이 맨틀 속으로 내려가는 일도 정지할 것이다. 그러면 산맥이 융기하는 일도 없어진다. 산이 침식으로 윗 부분이 깎여나가 가벼워지면 그만큼 솟아오르지만 긴 세월이 지나면서 이 힘도 사라지고 결국 침식이 이길 것이다. 동시에 침식된 산의 입자들은 강물과 바람을 타고 바다로 흘러 들어가 가라앉으면서 물을 밀어내 해수면을 상승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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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과학 분야의 좋은 신간들(흔들림 없이 이해하는 지진의 과학, 다가올 초대륙)보다 새물결 플러스의 신간인 루이스 마코스의 플라톤과 예수 그리스도를 먼저 읽어야겠다. 부제는 플라톤 사상이 기독교 신앙에 미친 영향이다. 플라톤 철학이 단순한 이교도적 사상이 아니라 기독교 진리를 준비하는 예비적 복음의 역할을 했다고 주장하는 책이다. 한 신학 교수는 위의 책이 기독교 이전의 그리스도인인 플라톤에 대한 눈부신 해설서라고 말한다. 저자는 철학 박사이자 영문학 교수이다. 선입견 없이 겸허하게 읽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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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만큼 보이는 세상 : 지구과학 편 - 읽다 보면 원리가 이해되는 일상 속 지구과학 안내서 아는 만큼 보이는 세상
양은혜 지음 / 유노책주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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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형성 초기 마그마의 바다 상태에서 철, 니켈 등의 무거운 금속 성분들은 중심 쪽으로 가라앉아 핵이 되었고, 규소, 산소 등의 밀도가 작은 원소들은 표면쪽으로 이동하여 맨틀이 되었다. 지구는 지각, 맨틀, 핵으로 이루어졌다. 미행성체의 충돌이 줄어들면서 지구가 서서히 식어감에 따라 표면이 단단히 굳었다. 대기의 수증기가 물방울이 되어 구름을 만들었다. 구름에서 내린 비가 땅에 고여 최초의 바다가 되었다. 땅, 대기, 바다가 갖추어진 것이다. 선(先) 캄브리아 시대의 지층에서는 화석이 거의 발견되지 않아 당시 환경이나 생물을 알기 어렵다. 긴 시간 동안 여러 차례 지각 변동을 받아 화석이 변형되거나 사라졌기 때문이다. 


고생대 석탄기에는 양치식물이 거대한 삼림을 이루었고 이로 인해 대기 중 산소 함량이 약 35%로 급격히 증가했다. 현재의 21%에 비하면 아주 높은 함량이다. 인류가 수직으로 가장 깊게 뚫은 구멍의 깊이는 12km에 지나지 않는다. 이 길이는 지구 반지름(6400km)을 감안하면 사과 표면을 살짝 긁어낸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지진파는 통과하는 물질의 성질에 따라 전파 속도가 변한다. 과학자들은 지진파의 전파 속도가 특정 깊이에서 불연속적으로 변하는 지점을 분석하여 지구 내부 구조를 밝혔다. 


암석을 이루는 다양한 알갱이들을 광물이라 한다. 지금까지 알려진 광물의 종류는 4,000여종이고 매년 새 것들이 발견된다. 실제로 암석을 구성하는 주요 광물은 30여종이다. 이들을 조암(造巖) 광물이라 한다. 석영(quartz)은 전기 에너지를 받으면 일정하고 정확하게 초당 32, 768번 진동한다. 각 광물은 저마다 특정한 정출(晶出) 온도와 고유의 결정형을 갖는다. 암석들에는 수억년 동안 지구가 겪어온 변화와 사건의 흔적이 고스란히 새겨져 있다. 동굴은 형성 과정에 따라 석회동굴과 용암동굴로 나뉜다. 우리나라 용암동굴은 제주도에서만 존재한다. 용암동굴은 용암이 흘러가는 동안 표면은 차가운 공기와 만나 빠르게 굳고 내부의 용암은 빠져나가면서 형성된다. 


지구 표면(판)은 여러 조각으로 이루어진 축구공 같으나 축구공과 달리 끊임없이 움직인다. 속도는 느리지만 거대한 판들의 움직임은 판의 경계에서 엄청난 사건을 만든다. 태평양 불의 고리에서 나타나는 판 경계는 대부분 섭입형 경계다. 이곳에서는 밀도가 큰 판이 밀도가 작은 판 아래로 들어가면서 지진과 화산 활동이 자주 일어난다. 현재 태평양은 좁아지고 있고 대서양은 넓어지고 있다. 이는 판구조론으로 설명할 수 있다. 태평양 가장자리에 수렴형 경계가 있고 대서양 한가운데 발산형 경계가 있다. 대서양을 이루는 판들이 서로 멀어짐에 따라 생긴 빈 공간으로 마그마가 올라와 새로운 해양 지각을 형성한다. 


일상에서 우리에게 가해지는 대기압은 약 1기압이다. 대기압은 높은 곳으로 갈수록 낮아진다. 지구는 대기로 둘러싸여 있다. 대기의 무게로 인해 우리가 받는 힘을 대기압이라 한다. 1기압이란 해수면에서의 대기압이다. 높은 산에 올라가면 우리를 누르는 공기 무게가 줄어들어 1기압보다 낮아지고 깊은 물속에 들어가면 공기의 무게에 물의 무게가 더해져 1기압보다 높아진다. 높은 산에 오르면 과자 봉지 속 압력은 1기압이지만 대기압은 기압보다 낮아 기압 차이가 없어질 때까지 과자 봉지의 부피가 점점 부풀어 오른다. 


하늘의 구름은 기체가 아닌 액체 상태다. 물방울의 반지름이 약 0.02mm로 매우 작기 때문에 하늘에 떠 있을 수 있다. 외부와 열 교환 없이 공기의 부피가 팽창하면 온도가 낮아진다. 이를 단열팽창이라 한다. 스프레이(에어로졸)를 뿌릴 경우가 예이다. 지구도 자외선 차단제를 바른다. 최초의 지구에는 자외선을 막아주는 오존층이 없었다. 바닷속 남세균의 광합성으로 대기 중 산소가 축적되면서 오존층이 생겨났다. 지구 최초의 생명체는 육지가 아닌 바다에서 생겨났을 것이다. 자외선으로부터 안전한 곳이기 때문이리라. 현재 지구 대기의 주성분은 질소와 산소다. 지구 탄생 초기 원시 대기에는 질소는 있었지만 산소는 거의 없었다. 


산소는 바닷속 남세균의 광합성으로 만들어졌고 대기로 방출되어 산소가 쌓이기 시작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대기 중 산소 분자는 태양으로부터 온 자외선과 반응하여 산소 원자 두 개로 분리된다. 산소 원자와 아직 분리되지 않은 산소 분자가 오존층을 형성하였다. 오존의 90% 이상은 고도 약 20~30km 사이에 모여 있다. 이를 오존층이라 한다. 


해양 지각의 평균 두께는 5km이고 대륙 지각의 평균 두께는 35km이다. 그 아래 2900km까지가 맨틀이다. 핵은 그 아래에서 지구 중심까지로 암석이 아닌 금속으로 이루어져 있다. 바다의 평균 수심은 약 3,5km다. 해수는 깊이에 따라 수온이 달라지는 세 개의 층으로 나뉜다. 지구 표면의 70% 이상이 푸른 바다로 덮여 있다. 심해(深海)는 태양 복사 에너지가 도달하지 않아 차갑고 어둡다. 해수면에 도달한 태양 복사 에너지는 약 200미터 이내에서 모두 흡수되기에 그보다 깊은 바다에는 태양 복사에너지가 닿지 않는다. 


해수 온도는 깊이가 깊어질수록 낮아질까? 대체로 그렇지만 해수는 깊이에 따라 수온이 일정하거나 낮아지는 세 개의 층으로 나뉜다. 가장 얕은 곳에는 깊이에 따라 수온이 일정한 혼합층이 나타난다. 혼합층은 대기와 가장 가까운 곳이므로 바람의 영향을 받는다. 바람이 불면 표층의 물이 고르게 섞이기에 수온 차이가 없어진다. 혼합층 아래에는 수온 약층이 있다. 깊어지수록 수온이 급격히 낮아지는 곳이다. 수온 약층 아래에는 심해층이 있다. 태양 복사에너지가 거의 도달하지 못하기에 깊이에 관계 없이 수온이 일정하다. 심해층의 수온은 대체로 0~4°C로 일정하다. 


바다 속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거대한 컨베이어 벨트가 존재한다. 이 벨트는 전 세계 바닷물을 끊임없이 순환시키며 지구의 기후를 조절한다. 바닷물이 흐르지 않는다면 지구의 기후는 심각하게 불균형해지고 우리의 일상도 크게 달라질 것이다. 이 거대한 순환의 이름은 해양 컨베이어 벨트다. 해수의 순환은 표층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해류는 깊이에 따라 표층 해류와 심층 해류로 나뉜다. 이 두 해류가 연결되어 이루는 해수 순환은 사람의 혈액 순환과 같다. 표층 해류의 원인이 바람과 수육 분포라면 심층 해류는 해수의 밀도 차이로 인해 발생한다. 해수의 밀도는 수온이 낮고 염분이 높을수록 증가한다. 


고위도 지역은 태양 복사 에너지가 적게 들어와 해수의 수온이 낮아진다. 해수가 얼 때는 순수한 물만 얼기에 남은 해수의 염분이 높아진다. 이로 인해 밀도가 높아진 해수는 표층에서 심층으로 침강하며 해류를 형성한다. 침강이 일어나는 대표적 장소는 그린란드와 남극 주변의 웨델해다. 그린란드 해역에서 침강한 해수는 남쪽으로 흘러 북대서양 심층수가 되고 웨델해에서 침강한 해수는 북쪽으로 흘러 남극 저층수가 된다. 이 두 해류는 대서양 심층 순환의 핵심을 이루며 단순히 지역적인 현상이 아니라 전 지구적인 해양 순환과 기후 시스템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심층 해류와 표층 해류는 서로 연결되어 저위도와 고위도간 에너지를 수송한다. 저위도는 태양 복사 에너지가 남아돌지만 고위도는 태양 복사에너지가 부족하여 에너지가 필요하다. 해류는 이 잉여 에너지를 고위도로 수송하며 지구의 에너지 균형을 유지하게 한다. 해류 순환이 멈추면 일부 지역에서는 폭염과 한파가 극단적으로 나타나고 해양 생태계에도 큰 변화가 생길 것이다. 


한류와 난류가 만나는 동해는 황금어장이다. 한류와 난류가 만나는 곳을 조경수역(潮境水域)이라 한다. 세포막을 경계로 농도가 다른 두 용액이 있을 때 저농도 용액에서 고농도 용액쪽으로 물이 이동하는 현상을 삼투(滲透)라 한다. 바닷물을 마시면 사람 세포 내 물이 바닷물보다 농도가 낮기 때문에 삼투 작용으로 세포 내부의 물이 세포 밖으로 빠져나간다. 갈증이 해소되기는커녕 탈수 증상이 생긴다. 바다에 사는 물고기는 아가미의 특별한 세포 때문에 필요한 정도의 염류만 흡수하고 나머지는 물 밖으로 배출할 수 있다.


염류란 바닷물에 녹아 있는 물질로 바닷물에서 짠맛이나 쓴맛이 나는 원인이 된다. 염류란 암석을 이루는 물질이 강물이나 빗물에 녹아 바다로 흘러가거나 해저 화산 활동이 일어날 때 공급된다. 염류에는 소금으로 알려진 염화나트륨 외에도 염화 마그네슘, 황산 마그네슘, 황산 칼슘 등이 있다. 갯벌은 지구의 콩팥에 해당한다. 인간의 콩팥이 몸속 노폐물을 걸러내는 것처럼 바다와 육지 사이에서 각종 오염 물질을 흡수하고 정화하는 필터 역할을 한다. 갯벌의 진흙 사이에 오염 물질이 달라붙으면서 이루어지는 물리적 정화뿐 아니라 갯벌에 사는 생물들이 오염 물질을 흡수하거나 분해하는 생물학적 정화도 이루어진다. 


보통 우리나라 해안에서는 하루에 만조(滿潮) 두 번, 간조(干潮) 두 번이 일어난다. 만조, 간조, 만조, 간조 순서다. 주기적으로 해수면이 낮아지는 현상을 조석(潮汐)이라 한다. 만조시와 간조시의 해수면 차이를 조차(潮差)라 한다. 조차가 가장 크게 나타나는 시기를 사리, 가장 작게 나타나는 시기를 조금이라 한다. 명왕성은 행성이 지나는 길에 공전을 막는 방해물이 없어야 한다는 조항을 만족시키지 못해서 행성의 지위에서 내려왔다. 명왕성을 처음으로 발견한 사람은 미국의 천문학자 클라이드 톰보다. 발견 장소는 로웰 천문대다. 퍼시벌 로웰이 세운 곳으로 로웰은 명왕성의 존재를 이론적으로 예측했다. 


별이 죽으면서 남긴 잔여물은 별과 별 사이를 채우는 성간 물질이 된다. 이때 생긴 성간 물질은 또 다른 별을 만드는 재료로 쓰인다. 질량을 가진 모든 물체는 서로 당기는 중력이 있다. 성운 안의 성간 물질들도 중력에 의해 한곳으로 모인다. 이렇게 성운이 수축하면서 그 중심부는 밀도와 온도가 높아진다. 수축이 계속되어 중심부 온도가 1,000만K에 도달하면 별의 중심부에서 수소 핵융합 반응이 일어난다. 주계열성 단계에 이른 것이다. 청년기에 해당한다. 태양도 주계열성 단계다. 별은 일생의 대부분을 주계열성으로 보낸 뒤 죽음을 맞이한다. 별은 죽으면서 자신을 구성하고 있던 물질들을 우주 공간으로 방출한다. 이 성간 물질은 과거의 별이 남긴 흔적이자 미래의 별이 될 가능성이다. 


별은 표면 온도가 높을수록 푸른색을, 낮을수록 붉은색을 띤다. 휜색 별은 표면 온도가 10,000K 정도로 푸를 만큼은 아니지만 꽤 높은 편이다. 백색왜성의 크기는 지구 정도이지만 질량은 태양과 비슷하므로 밀도가 큰 편이다. 백색왜성은 태양의 미래다. 태양은 주계열성 단계에서 중심핵의 수소가 소진되면 적색거성 단계로 들어간다. 주계열성 단계보다 표면 온도가 낮아지고 크기는 내행성들을 삼킬 정도로 커진다. 적색 거성 이후 태양은 주기적으로 수축과 팽창을 반복하며 밝기가 변한다. 맥동 변광성 단계에 이른 것이다. 이 정도면 태양은 거의 죽음 단계에 이른 것이다. 태양도 외곽부 물질을 우주 공간으로 방출한다. 행성상 성운이 되는 것이다. 중심부 물질은 쪼그라들어 크기가 작고 밀도가 커진다. 백색왜성으로 최후를 맞는 것이다.


지구의 인공위성은 수천 개이지만 자연위성은 달 하나다. 우리는 언제나 달의 같은 면만 볼 수 있다. 달이 동주기(同週期) 자전을 하기 때문이다. 오로라는 모두 고위도 지역에서만 볼 수 있다. 지구 자기장이 태양풍을 막아 준다. 자기장이 태양풍의 대전(帶電)입자를 붙잡아 지구로 들어오지 못하게 한다. 붙잡힌 대전입자들은 극지방으로 간다. 지구 자기장이 극지방 쪽에서 열려 있기 때문에 대전입자들은 그곳으로 끌려가 극지방 대기의 상층부까지 들어간다. 이곳에서 태양으로부터 온 대전입자와 지구 대기의 질소, 산소 분자들이 충돌하며 아름다운 빛을 낸다. 


어떤 대기 분자가 어느 높이에서 충돌하느냐에 따라 오로라의 색이 결정된다. 태양 활동이 강해지면 우리나라에서도 오로라를 볼 수 있다. 조선왕조실록에 우리나라 밤하늘에 붉은 기운이 나타났다는 기록이 200여회나 등장한다. 태양 활동이 활발할수록 태양풍이 강해지는데 이때 오로라가 더 낮은 위도까지 확대되어 나타난다. 오로라를 볼 수 있다는 점 말고 태양 활동이 활발해져서 좋은 것은 없다. 흑점 수가 많을수록 태양 활동이 활발하고 태양풍도 강해진다. 저자는 지구과학이 좋아서 교사가 된 것이 아니라 교사가 되고 나서 지구과학이 좋아졌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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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이비드 디머의 최초의 생명꼴, 세포’, 닉 레인의 생명의 도약’, 린 마굴리스와 도리언 세이건의 마이크로 코스모스등 생물학 책들을 빌렸다. ‘마이크로 코스모스의 부제인 ‘40억년에 걸친 미생물의 진화사는 미생물이 수행한 암석의 풍화에 대한 아이디어를 줄 것으로 보인다. 책의 첫 장은 지구의 탄생이고 두 번째 장은 생명의 기원이다. 지구가 태어났고 생명이 생겨났다.


    마이크로 코스모스는 페리스 제이버의 비커밍 어스에 이어 읽으려는 책이다. 오래 전 알았던 책인데 이제서야 읽게 된 것은 늦게(?) 그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이다. ‘창백한 푸른 점의 저자인 칼 세이건의 아내와 아들이 함께 쓴 책이다. 미생물이 리그닌과 암석을 대하는 차이에 대해 알고 싶어 읽으려는 책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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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극지과학자가 들려주는 판구조론 이야기 그림으로 보는 극지과학 15
    박숭현 지음 / 지식노마드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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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구과학의 판구조론은 물리학의 상대성이론, 양자역학, 생물학의 진화론, 분자생물학에 대비될 수 있는 지구과학계의 포괄적 이론이다. 다른 말로 판구론으로 인해 지구과학은 엄격한 과학이 되었다. 이론과 법칙은 어떻게 다른가? 법칙은 엄격하고 권위가 있는 것으로 들리고 이론은 정설이 아닌 느슨한 것으로 들리는가? 그러나 법칙은 한 가지 양상에 대한 설명이고 이론은 추론, 검증된 가설 및 법칙 등 다양한 명제들을 포함한 더욱 포괄적인 설명 체계다. 판구조론은 지진, 화산활동, 산맥 형성뿐 아니라 지구환경이 어떤 과정을 통해 형성되었고, 유지되고 있으며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 등을 알게 해주는 기초적 설명이다. 


    물론 지구환경이 판구조론 하나로 다 설명될 수는 없다. 지구환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지질학, 해양과학, 대기과학, 생명과학의 협동 연구가 필요하지만 판구조론은 이 모든 연구에 통합적 기반을 제공한다. 지구를 다른 행성과 구별 짓는 특성으로 무엇을 들 수 있을까? 다양한 생물들이 살아가는 행성이라는 점, 그리고 판구조론을 들 수 있다. 태양계 내의 어떤 행성도 지구와 같은 판구조를 가지고 있지 않다. 판구조론에 의하면 지구의 표면은 마치 곤충이 탈피를 하듯 계속 새롭게 변하고, 지구의 안과 밖은 꾸준히 섞이며 순환한다. 판구조론은 고체 지구의 순환이론이다. 대기나 해양의 순환은 익숙할지 모르나 딱딱한 지구가 순환한다는 말은 낯설게 들린다. 


    판구조론에 따르면 바다 아래 놓인 긴 활화산 산맥인 중앙해령을 통해 지표로 분출된 지구 내부 물질이 기나긴 이동을 거쳐 섭입대라 불리는 깊은 바다 아래에서 다시 지구로 돌아간다. 이 과정에서 지진과 화산 활동이 일어나고 대륙이 이동해 충돌하고 변형되고 성장하며 해수와 대기의 조성과 순환도 변한다. 판구조와 지각 – 맨틀 – 핵의 삼중구조는 서로 다른 관점으로 대하는 지구의 구조이다. 판구조는 물리적 관점의 구조이고, 지각 – 핵 – 맨틀은 화학적 관점의 구조다. 이 두 구조는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지각과 맨틀의 경계는 모호로비치치 불연속면, 맨틀과 핵의 경계는 구텐베르크 불연속면이라 한다. 외핵과 내핵의 불연속면은 레만 불연속면이라 한다.


    대륙을 구성하는 물질의 평균적 특성은 화강암과 유사하다. 해양지각을 구성하는 물질은 현무암질이다. 맨틀 상부를 구성하는 대표 암석은 감람암이다. 감람암의 70%에 해당하는 감람석이 형태가 동글동글하고 색은 녹색이어서 올리브 열매와 유사하다. 핵에 상대적으로 가까운 맨틀 하부는 대체로 감람암과 화학조성은 비숫하되 물리적 특성은 다른 암석으로 구성되었을 것이다. 맨틀은 부피면에서 지구의 84%, 질량면에서 지구의 60%를 차지한다. 핵은 부피로는 약 15%, 질량으로는 39%를 차지한다. 맨틀보다 훨씬 무겁다. 대륙 이동의 원동력은 맨틀 대류(對流)다. 대류는 온도차에 의한 물질의 흐름이다. 베개너가 대륙이 맨틀 위를 미끄러지듯 이동하는 모습을 상상한 반면 아더 홈즈는 움직이는 것은 맨틀이고 대륙은 그 위에 붙어서 수동적으로 움직일뿐이라는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 


    맨틀은 고체 상태이지만 고온, 고압에서는 액체처럼 흐를 수 있다는 것이 맨틀 대류설의 주요 근거다. 홈즈의 맨틀대류설은 대륙이동설의 난점을 극복하고 판구조론으로 나아갈 수 있는 돌파구를 마련했다. 홈즈가 제시한 모델은 식어가는 지구가 아닌 자체 열원을 가지고 활발하게 움직이는 역동적 지구 모델이다. 맨틀의 특성은 감람암과 유사하다고 보면 된다. 초록색의 감람암은 검은색의 현무암, 하얀색의 화강암 등과 매우 다르다. 감람암은 비중이 두 암석보다 매우 크다. 지각 – 맨틀 구조는 비중이 큰 감람암 위에 상대적으로 가벼운 화강암과 현무암이 놓여 있는 것이다. 맨틀이 일정 깊이에 다다르면 진흙과도 같이 흐를 수 있는 상태가 된다. 즉 맨틀은 기본적으로 고체이지만 특정 깊이부터는 아주 높은 온도와 압력 때문에 고체이기는 하지만 흐를 수 있는 상태가 된다. 


    유리를 보자. 유리는 비정형의 고체 또는 흐르지 않는 액체다. 현대 물리학에서 고체와 액체를 나누는 기준은 구성 원자가 규칙성을 가지고 배열되어 있느냐의 여부이다. 유리는 경험상 고체이지만 원자 레벨에서는 장기적으로는 흐른다. 너무 느려 감지하기 어렵지만 말이다. 맨틀 외각의 흐르지 못하는 딱딱한 부분과 그 위에 놓인 지각을 통칭해 암석권이라 한다. 암석권 아래의 흐를 수 있는 맨틀은 연약권이라 한다. 지구는 암석권이 연약권 위에 떠 있는 형상을 하고 있다. 연약권 맨틀도 흐르기는 하지만 매우 느리게 흐른다. 맨틀의 이동 속도는 연간 1~20cm이고 평균 5cm 정도 움직인다. 지구의 암석권은 여러 조각으로 나뉘어 있다. 이것이 지판(plate)이다. 


    지진은 암석권의 조각 즉 지판이 상호작용하면서 나타나는 흔들림이다. 판구조론의 핵심은 맨틀의 순환이다. 맨틀의 순환 즉 고체의 순환과 대기의 순환, 해양의 순환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맨틀이 하부에서 대규모로 상승하는 현상을 맨틀 플룸이라 한다. 맨틀이 하강하는 현상을 섭입이라 한다. 플룸에는 깃털이라는 의미도 있다. 상승하기에 즉 가볍기에 깃털이라 한 것이 아닐까? 맨틀 플룸과 섭입은 비대칭이다. 섭입은 일정 범위의 각도를 가지고 진행되는 반면 섭입에 의해 수동적으로 발생하는 플룸은 대체로 수직방향이다. 맨틀의 상승은 주변과의 밀도 차이에 의한 양성 부력 때문에 일어나고 맨틀의 하강은 중력 때문에 일어난다. 


    맨틀 대류는 지구 내부의 불균질한 에너지 분포를 해소하기 위해 발생한다. 지판은 생성되는 곳에서는 얇고, 소멸하는 곳에서는 두껍다. 지판이 생성되는 곳과 소멸하는 곳이 지판들의 경계에 해당한다. 지구과학에서는 지판들이 생성되는 경계를 중앙해령, 소멸하는 경계를 섭입대, 스쳐 지나가는 경계를 변환단층이라 한다. 판구조론에서는 수직 구조보다 수평 구조에 대한 이론이 중심을 이룬다. 중앙해령에서 지판이 형성되어 이동해가는 과정을 가래떡이 뽑아져 나오는 과정에 비유할 수 있다. 먼저 나온 부분이 이동하면서 새로운 떡들이 연속적으로 나오기 때문이다. 다만 중앙해령에서 나오는 지판은 오래되면 두꺼워진다는 차이가 있다. 


    지판이 너무 두꺼워서 그 아래 연약권이 받치고 있는 부력이 지탱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면 지판은 연약권 속으로 서서히 가라앉으면서 파고든다. 이 과정이 섭입이다. 섭입이 일어나는 곳을 섭입대라 한다. 해구(海溝)가 바로 섭입대다. 해구가 깊어진 것은 이 지역에서 지판이 연약권 속으로 파고들어 가고 있기 때문이다. 중앙해령에서 형성되어 아주 젊고 얇고 뜨거웠던 지판은 점차 이동하면서 나이를 먹고 식어가고 두꺼워지다가 연약권이 무게를 감당할 수 없으면 해구를 통해 지구 속으로 침강하면서 소멸한다. 변환단층은 중앙해령과 중앙해령의 경계에 위치한다. 변환단층에서는 소멸은 없고 마찰이 있을뿐이다. 


    해령이란 이름을 보면 중앙해령 전체가 육상의 산맥과 비슷한 형태일 것이라 추측하기 쉽지만 산맥, 계곡, 평지 등을 나타낸다. 중앙해령의 기능은 해양지각의 생성이다. 지각은 지구 최상층의 상대적으로 밀도가 낮은 암석층이고, 지판은 연약권 위에 놓인 딱딱한 부분이다. 해양지각은 연약권이 지표 가까이 상승하면서 맨틀에 용융이 일어나 분출되면서 형성된 것이다. 중앙해령에서는 상부 맨틀에서 녹아 올라온 마그마가 분출되고 고화되면서 지표의 2/3 이상을 덮고 있는 해양 지각을 만든다. 중앙해령에서 막 분출된 용암이 굳어 만들어진 해양 지각의 나이를 영(零) 살이라 하면 중앙해령에서 멀어질수록 해양지각은 점점 나이를 먹어간다. 


    해양지각에서 관찰되는 이런 나이테의 발견은 해저확장설 나아가 판구조론의 확고한 기초가 되었다. 암석권에 적당한 온도와 압력이 가해지면 연약권이 되고 연약권의 온도와 압력이 낮아지면 암석권이 된다. 중앙해령 아래에서는 연약권 맨틀이 꾸준히 상승한다. 연약권 맨틀이 중앙해령 아래에서 상승하는 이유는 지판이 양쪽으로 멀어지기 때문이다. 지판이 양쪽으로 멀어지면 빈 공간이 생긴다. 그곳을 메우기 위해 연약권 맨틀이 상승한다. 수동적이다. 지판을 멀어지게 하는 힘은 여러 가지이지만 가장 큰 것은 섭입대에서 지판이 침강하면서 당기는 힘이다. 역설적이지만 지판을 소멸시키는 힘이 지판을 탄생시키는 것이다. 


    해령 아래에서 연약권 맨틀이 상승하면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맨틀이 상승한다는 것은 압력이 낮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과정에 열이 새롭게 공급되거나 제거되지는 않는다. 맨틀이 상승해 압력이 낮아지면 팽창하게 되고 온도는 약간 떨어진다. 이 과정에서 맨틀은 어떤 변화를 겪게 될까? 물질은 열을 가해 온도를 증가시켜도 녹지만 압력이 떨어져 녹는점이 낮아져도 녹는다. 맨틀이 상승하여 압력이 낮아져 녹는점이 낮아지면 맨틀은 녹을 수 있다. 감람암처럼 여러 혼합물로 이루어진 암석은 녹는 점이 한 포인트가 아니라 녹기 시작하는 온도(고상선; 固相線; solidus line)에서 완전히 녹는 온도(액상선; 液相線; liquidus line)까지로 스펙트럼이 넓다.


    얼음은 1기압의 경우 0도라는 한 포인트에서 완전히 녹지만 감람암은 놓인 압력에 따라 녹기 시작하는 온도와 완전히 녹는 온도가 다르다. 감람암은 고상선에서 녹기 시작해 부분 용융 정도가 증가하다가 액상선에 다다르면 완전히 녹는다. 감람암은 완전히 녹기 전에는 아직 녹지 않은 잔류 감람암의 조성이 계속 변해간다. 감람암이 부분 용융되어 나온 액체 즉 마그마는 대체로 현무암의 조성에 가깝다. 현무암은 바로 감람암이 부분 용융되어 나온 암석이다. 중앙해령의 중심축 가까이에서 상승하는 맨틀이 가장 큰 압력 변화를 겪고 중심축에서 멀어질수록 압력변화를 덜 겪는다. 상승하는 맨틀이 특정 깊이 이상 상승하면 낮아진 압력 때문에 고상선을 통과한다. 맨틀이 상승하면서 고상선을 통과하면 부분적으로 용융하다가 더 이상 상승하지 못하고 지판과 평행하게 옆으로 흐르면서 부분 용융을 멈춘다. 


    중앙해령 아래에서 상승하는 맨틀은 액상선에 도달할 정도의 압력까지 충분히 상승하지 못한다. 감람암에서 부분 용융되어 나온 마그마는 현무암의 조성을 나타낸다. 해양지각이 현무암 조성인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해양지각은 다양한 부분 용융 마그마들이 혼합되어 만들어진 것이란 사실이다. 중앙해령 아래에서 마그마들이 섞이고 분출되는 과정에서 상당한 분화를 거친다. 마그마는 녹아 나온 순간부터 식기 시작한다. 온도가 떨어지면 광물들이 정출되고 이 광물들은 중력의 힘으로 마그마에서부터 분리되어 가라앉는다. 감람석과 사장석 같은 광물은 쉬지 않고 정출되면서 가라앉거나 떠올라 마그마의 조성을 변화시킨다. 감람석에는 마그네슘 성분이 많기 때문에 감람석이 계속 정출되면 마그네슘 성분은 낮아진다. 


    마그네슘이 줄어드는 방향은 온도가 낮아지는 방향이기도 하다. 즉 마그네슘의 함량이 높은 마그마가 상대적으로 낮은 마그마에 비해 온도가 높다. 감람석과 사장석에는 나트륨과 철의 함량이 낮기 때문에 마그마의 온도가 계속 낮아지면 나트륨과 철의 함량은 높아진다. 중앙해령 구간에 온도차가 있다. 온도가 높아질수록 맨틀이 부풀어올라 수심이 얕아진다. 수심이 깊으면 그 아래 차가운 맨틀이 분포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수심이 얕으면 뜨거운 맨틀이 분포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중앙해령에서 형성되는 해양지각은 어떤 구조를 가지고 있을까? 바다가 지구 표면의 70%를 덮고 있다는 의미는 해양지각이 지구 표면의 70%를 차지한다는 의미다.(71 페이지) 지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해양지각에 대한 이해가 매우 중요하다. 


    해양지각의 평균 두께는 5km 정도이며 두꺼운 곳도 10km를 넘기지 않는다. 해양지각의 두께 변이는 생성 당시 맨틀의 온도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 해양 지각을 형성한 맨틀의 온도가 높아질수록 녹는 양이 많아지고 녹는 양이 많을 때 두꺼운 지각을 형성하기 때문이다. 대륙 지각의 두께가 100km인 것을 감안하면 해양 지각의 두께는 전체적으로 얇은 편이다. 해양지각은 지구 표면을 아주 넓고 얇게 덮고 있는 셈이다. 해양지각은 대개 3개 층으로 구성될 정도로 단순하다. 분출 현무암, 판상의 암맥층, 반려암의 층으로 구성된다. 해양지각이 3개 층으로 구성되어 있는 것은 지진파 탐사 결과 알게 된 사실이다. 구체적으로 각 층이 분출암, 암맥층, 반려암으로 되어 있다는 것은 육상에 노출된 해양지각의 조각인 오피올라이트를 통해서다. 


    지구의 역사에서 있었던 수많은 지각 변동 과정에서 해양지각의 일부가 육상으로 올라온 결과물이 오피올라이트다. 오피올라이트를 통해 밝혀진 사실은 과거의 해양지각 조각과 현재의 해양 지각이 유사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중앙해령에서 해양지각 형성이 매우 장구한 시간 지속되고 있다는 의미다. 분출 현무암은 급격해 냉각되어 표면이 유리질이며 유리질 안의 결정도 입자가 매우 작다. 현무암 아래의 암맥층은 여러 개의 판을 평행하게 붙여놓은 형세다. 이 암맥층은 분출암과 달리 지표로 분출된 암석이 아니고 올라가는 도중 천천히 냉각된 것이어서 광물들의 크기가 분출암에 비해 크다. 심도가 깊을수록 천천히 식기 때문에 아래로 내려갈수록 입자의 크기가 커진다. 암맥층이 암석판을 켜켜이 세워 붙여놓은 형태를 보이는 것은 중앙해령의 확장 때문이다.


    해령의 중심축이 벌어지면서 그 틈으로 마그마가 관입을 하기 때문에 단위가 판상의 형태를 띤다. 해양지각의 최하층인 반려암은 현무암질 마그마가 천천히 굳은 것이다. 반려암층은 전체 해양 지각의 2/3를 차지한다. 중앙해령은 열수(熱水)를 분출한다. 열수는 중앙해령 주변 해양 지각의 쪼개진 틈을 침투해 순환하던 해수가 마그마의 열기에 의해 가열되어 끓어오른 것이다. 열수는 열수 생물들에게 중요한 에너지원이다. 열수 생물을 생명의 기원으로 추정하는 사람들도 있다. 초창기 지구가 열수 환경과 유사했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중앙해령은 기후 변화와 관련된 지구의 온도 조절 기능 역할을 하는 것으로 추정하기도 한다. 중앙해령에서 움직이기 시작한 지판은 기나긴 여행을 마치고 섭입대를 통해 지구 내부로 돌아온다. 


    판구조론은 고체 지구의 거대한 순환에 대한 이론이다. 섭입대에서 지판이 지구 내부로 소멸한다는 증거는 수도 없이 많다. 거시적 증거 중 하나는 섭입대의 중력이 지구의 다른 영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매우 낮다는 것이다. 섭입대에 강력한 하강 기류가 있음을 의미한다. 무언가 이곳에서 가라앉고 있다는 의미다. 지진도 증거 중 하나다. 해구에서 멀어질수록 지진이 일어나는 깊이가 깊어진다. 지판은 중심축에서 멀어질수록 식어가며 점점 두꺼워지고 해양 지각 위의 퇴적층도 두꺼워진다. 해양 지각은 열수작용에 의해 공급된 상당양의 수분을 머금고 있다. 특정 깊이에 다다르면 주변 압력에 의해 이 수분은 주변 맨틀로 뿜어져 나온다. 


    이 수분에 의해 주변 맨틀의 녹는점이 낮아져 마그마가 대량 형성되고 이 마그마가 상승하여 섭입되는 아래 지판 위에 놓인 윗 지판을 뚫고 화산으로 분출된다. 이와 같은 과정으로 형성되는 일련의 화산 활동을 호상열도 화산이라 한다. 수분 함량이 낮은 맨틀에서 형성된 중앙해령 현무암은 수분 함량이 낮은 반면 물의 추가적 공급이 결정적 작용을 하는 호상열도 화산암에는 물이 풍부하다. 이것이 중앙해령 현무암이 조용히 분출되는데 반해 호상열도 화산암은 강력하게 폭발하는 이유이다. 중앙해령 현무암과 호상열도 화산암은 화학 조성에서도 큰 차이를 보인다. 호상열도 화산암은 대륙지각과 유사한 성분을 나타낸다. 


    이는 대륙지각이 호상열도 암석이 형성되는 것과 유사한 메커니즘을 통해 형성되었다는 것을 암시한다. 판구조론에서 다루는 많은 현상들이 지구의 최상부층에 주로 분포한다고 해서 판구조가 지구 내부의 운동과 무관한 것은 아니다. 지판의 상승은 맨틀 상부에서 멈추지 않기 때문이다. 많은 논쟁이 있기는 하지만 대다수의 지구과학자들은 지판은 호상열도 화산활동을 일으킨 후에도 계속 지구 내부로 하강하여 맨틀과 핵의 경계에까지 다다른다고 생각한다. 맨틀 플룸은 중앙해령과 호상열도 – 배호(背弧)분지 화산활동과 독립되어 나타나는, 지판 내부의 화산활동의 원인으로 추정되는 맨틀의 상승 운동이다. 


    맨틀 플룸은 열점(hot spot)이라고도 불린다. 끊임없이 움직이는 지판 아래 맨틀의 어떤 고정점에서 일어나는 지속적인 맨틀 상승을 의미한다. 지판 내부의 화산활동 중 가장 유명한 예가 하와이 섬들이다. 화산섬들이 지판의 이동 방향과 평행하게 배열되어 있다. 지판은 계속 움직이는 데 비해 맨틀 플룸은 상대적으로 고정된 장소에 자리하고 있어서 지판이 이동해도 같은 자리에서 화산활동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맨틀 플룸에 의한 화산활동은 중앙해령에서의 화산활동, 호상열도 화산활동에 이은 세 번째 타입의 화산활동이다.


    1) 중앙해령에서의 화산활동 즉 해양지각의 형성과정에서 일어나는 화산활동은 지판의 이동에 따른 연약권 맨틀의 수동적 상승에 의해 수반되는 압력 강하에 의한 부분 용융 때문에 일어난다. 2) 섭입대의 호상열도 화산활동은 섭입 지판에서 주변 맨틀로 물이 공급되기 때문에 일어나는 부분 용융에 의해 일어난다. 3) 맨틀 플룸에 의한 화산활동 즉 맨틀의 부분 용융과 마그마 생성은 부력에 의한 맨틀의 상승 즉 맨틀의 능동적 상승에 의한 압력 강하로 인해 일어난다. 


    670km 깊이를 경계로 맨틀의 밀도가 불연속적으로 급격히 증가한다. 맨틀도 깊어질수록 밀도가 증가하는 것은 당연하다. 670km가 문제인 것은 맨틀의 주 구성 광물인 감람석 계열의 광물이(이 깊이 직전에는 링우다이트라는 광물로 존재) 페르보스카이트라는 밀도가 매우 높은 광물로 전이되기 때문이다. 이 깊이를 경계로 맨틀의 물리적 성질이 달라진다. 이 깊이를 기준으로 윗부분은 상부 맨틀, 아랫부분은 하부 맨틀이라 한다. 현무암이 변성되어 만들어지는 에클로자이트는 하부 맨틀에서도 계속 하강할 수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섭입 지판이 지구 심부로 내려가 맨틀 플룸과 함께 다시 지상으로 돌아온다는 강력한 증거가 있다. 판 내부에서 분출된 화산암을 분석해보면 지판을 구성하는 부분들에서 기원한 물질이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판구조론은 맨틀 순환을 설명하는 이론이다. 맨틀의 순환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맨틀의 화학적 과정과 물리적 과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맨틀의 순환을 연구하는 전문 분야를 화학동력학(Chemical Geodynamics)이라 한다. 판이 이동하면서 대륙이 이동하고 대륙의 위치가 변하면 해류가 변하고 지구가 태양빛을 반사하는 패턴이 변하며 이에 수반하여 기후가 변하고 생물들이 진화하고 변화한다. 


    대륙은 약 2억 5천만년 전까지만 해도 지금과 같이 여러 개의 대륙이 아닌 판게아라는 하나의 대륙으로 뭉쳐 있었다. 북반구에 로라시아 대륙이 위치 했고 남반구에 곤드와나 대륙이 자리했다. 아직 많은 논란이 있지만 곤드와나 대륙이 쪼개진 것은 맨틀 플룸의 힘이라고 주장한다. 맨틀 플룸이 상승하면서 대륙 하부를 때려 균열을 일으켜 대규모 화산 폭발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판게아가 하나의 대륙이었다면 대양 역시 하나일 수밖에 없다. 그 거대한 바다 이름이 판달랏사였다. 태평양의 전신이다.


    보이지 않는 고체 지구의 거대한 순환이 우리 삶의 조건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흥미롭게도 남북극에 중앙해령이 다수 분포한다. 열수 분출구는 해저의 간헐천 또는 온천과 같다. 지각판이 벌어지는 중앙 해령을 따라 마그마가 상승하고 식어서 새로운 지각과 화산 산맥을 형성한다. 해수는 지각 깊숙이 순환하며 뜨거운 마그마에 의해 과열된다. 압력이 높아지고 해수가 따뜻해지면 미네랄을 용해하고 지각 표면으로 상승하기 시작한다.


    미네랄이 풍부한 뜨거운 물이 해양 지각을 빠져나와 위의 차가운 해수와 섞인다. 분출구 미네랄이 식어서 미네랄 침전물로 굳으면서 다양한 유형의 열수 분출구 구조를 형성한다. 맨틀은 직접 채취가 어렵기 때문에 주로 중앙해령에서 암석을 채취하여 분석하는 간접적인 방식을 통해 연구한다. 저자는 대기나 해양의 순환에 비해 상대적으로 간과되고 있는 고체 지구의 순환에 대한 심도 연구가 없다면 지구 환경 이해의 많은 부분을 놓치게 될 것이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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