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마밭이란 말은 어떤가? 채소밭이라 하지 않고 왜 채마밭이라 하는가? 라고 의아해할 수 있겠으나 채마(菜麻)는 나물 채(菜), 삼 마(麻)가 만난 말로 전자는 음식 거리, 후자는 옷 재료를 의미한다. 임금이 직접 농사를 지어 보이던 친경(親耕), 왕비가 직접 양잠을 해 보이던 친잠(親蠶)을 아우르는 차원의 말이 다 들어 있다. 농사는 먹을 거리를 위해, 양잠은 옷 재료를 위해 한 것이었다.
채마란 말이 의미있게 사용된 예는 목은(牧隱) 이색(李穡)의 아버지 가정(稼亭) 이곡(李穀)의 예이다. 그는 자신이 돌보는 채마밭에서 소출이 적게 나오자 천하의 작황을 근심했다. 풍석(楓石) 서유구의 할아버지 서명응(徐命膺)은 동쪽에 작은 채마밭을 둔 지치헌(知恥軒)이란 건물을 가지고 있었다.
서명응 일가는 “조선후기 소론계열의 명문가로 노론과 남인의 당쟁에 가려 존재감 없던 소론과 소북 중에서 양명학, 수리학, 천문학, 지리학 등 출세에 도움이 되지 못하는 개방적이고 실증적인 학문을 추구한 가문 중의 하나“(김규섭)였다. 서유구의 천문, 지리에 대한 글이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