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개념 따라잡기 : 주기율표의 핵심 - 지식 제로에서 시작하는 지식 제로에서 시작하는 개념 따라잡기 시리즈
Newton Press 지음, 전화윤 옮김, 사쿠라이 히로무 감수 / 청어람e(청어람미디어)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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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화학자 드미트리 멘델레예프(1834-1907)가 주기율표를 만든 해는 1869년이다. 주기율표에는 규칙성이 들어 있다. '지식 제로에서 시작하는 과학 개념 따라잡기' 시리즈의 한 권인 '주기율표의 핵심'은 2019년 6월 1일을 기준으로 만들어진 118개의 원소를 다룬 책이다. 주기율표를 이해하는 것은 자연계를 이해하는 일이다. 주기율표는 150년간 진화를 거듭했다. 멘델레예프가 주기율표를 작성한 당시 원소의 총 개수는 63개였다. 


원자는 그 종류와 관계없이 기본적으로 원자핵과 전자라는 같은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원자의 종류는 원자핵을 이루는 양성자의 수로 결정된다. 원자핵의 주변에는 양성자의 수와 같은 전자가 운동하고 있다. 전자는 원자핵 주변을 자유롭게 운동하는 것이 아니라 정해진 궤도를 따라 움직인다. 전자의 궤도는 몇몇 개를 합쳐서 전자껍질이라는 구면(球面) 구조를 이룬다. 


전자껍질은 안쪽부터 K, L, M 등의 순서로 부른다. 각각의 전자껍질에는 전자가 들어갈 수 있는 수가 K껍질에 2개, L껍질에 8개, M껍질에 18개로 정해져 있다. 바깥쪽일수록 수가 늘어난다. 전자는 기본적으로 안쪽의 전자껍질에 먼저 들어간다. 어느 전자껍질까지 전자가 들어갈지는 원소에 따라 다르다. 가장 바깥쪽(최외곽)의 전자 정원이 꽉 차면 원자는 가장 안정적이다. 같은 주기의 원소는 최외곽이 같다. 


1주기 원소의 최외곽은 K껍질이고 2주기 원소의 최외곽은 L껍질이고 3주기 원소의 최외곽은 M껍질이다. 화학 반응은 전자를 주고받는 것에 따라 일어난다. 전자를 다른 원자에 주려는 것은 반응이 잘 일어난다는 의미다. 탄소는 생명에 꼭 필요한 물질의 주성분이다. 탄소가 만드는 물질은 7000만 종 이상으로 알려져 있다. 인간의 몸을 만드는 단백질도 탄소를 주성분으로 하는 아미노산으로 이루어져 있다. 탄소는 산소와 결합하여 이산화탄소가 되고 수소와 결합하여 메테인이 되고 질소, 산소 등과 결합하여 아미노산이 된다. 아미노산끼리는 직선으로 연결되어 단백질이 되기도 한다. 


주기율표의 가장 오른쪽에 있는 원소인 희(稀) 가스는 비활성기체다. 희가스는 최외곽의 전자 정원이 다 차 있어서 전자를 주고 받을 필요가 없는 안정적인 원소다. 희가스는 타지 않고 안전하다. 희가스는 우리 몸에 들어와도 체내 물질과 결합하지 않고 인체에 해를 끼치지 않는다. 헬륨 가스는 공기보다 가벼워 열기구, 비행선, 풍선 등에 사용된다. 전이 원소는 원자 번호가 커지고 전자 수가 늘어나도 최외곽 전자 수에 변화가 없다. 전이 원소의 전자는 안쪽 전자껍질이 채워지기 전에 최외곽으로 들어가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철, 구리, 금 등이 전이 원소들이다.


금속은 특유의 광택이 있고 전기와 열을 잘 전달하며 늘릴 수 있다. 금속은 저온일수록 전기를 잘 전달하는 데 비해 저마늄은 고온일수록 전기를 잘 전달한다. 수소는 예전 열기구와 비행선에 사용되었으나 잘 타는 성질 때문에 지금은 사용되지 않는다. 헬륨은 수소와 함께 우주가 탄생할 때 최초로 만들어진 원소다. 원소 중 가장 끓는 점이 낮은 것이 헬륨이다. 리튬은 수소, 헬륨과 함께 우주가 탄생하며 최초로 만들어진 원소다. 


질소는 우리 체중의 약 3%를 차지한다. 질소는 공기의 약 80%를 차지하지만 호흡으로는 섭취할 수 없고 음식물을 통해 섭취해야 한다. 산소는 부피로 보면 대기 중에 약 21% 비율로 존재한다. 원시 지구의 대기에는 산소가 거의 없었다. 현재 대기 중의 산소는 식물이 이산화탄소와 물로 광합성을 해서 만든 것이다. 광합성은 식물 잎의 세포 안에 있는 엽록체에서 이루어진다. 광합성을 통해 생성된 산소는 잎의 기공을 통해 대기 중으로 방출된다. 소리가 지나는 길에 헬륨 가스가 섞이면 기체 밀도가 공기보다 낮아져 공기 중보다 소리의 속도가 빨라져서 진동수가 증가하여 높은 소리가 난다. 


마그네슘은 식물의 광합성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식물의 엽록체에 들어 있는 마그네슘이 빛을 전자로 변환한다. 이 전자가 유기물 합성에 사용된다. 알루미늄은 지각 내에서 산소, 규소에 이어 금속 원소로서 가장 많이 존재한다. 인은 생명체 내의 다양한 화합물을 구성하는 원소로 생물에 꼭 필요한 원소다. 인은 DNA 등 유전물질을 생성하는 데 관여하며 인산칼슘은 뼈와 치아를 만든다. 생체의 메커니즘인 ATP도 인 화합물이다. 근육은 ATP의 에너지를 사용하여 움직인다. 


칼륨은 질소, 인과 함께 식물에 가장 많은 원소다. 식물에 주는 비료에 이 세 원소를 함유한 화합물이 들어 있다. 식물의 기공은 산소와 이산화탄소가 들고나는 중요 기관이다. 칼륨은 기공의 개폐에 중요 역할을 한다. 기공 내에 칼륨 이온이 흡수되면 세포 안팎의 이온 농도에 차이가 생겨 기공의 개폐가 일어난다. 칼슘은 근육이 수축할 때 필요하다. 칼슘은 척추동물의 체내에서 뼈와 치아를 만드는 인산칼슘에 들어 있다. 칼슘이 부족하면 불안감이 생긴다. 칼슘은 시멘트에도 사용된다. 


망가니즈는 매우 무른 성질이 있어서 철에 첨가해 망가니즈 강으로 제조해 충격과 마모에 강하게 만든다. 철은 우리 생활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금속 원소다. 철은 우리 혈액 내 헤모글로빈에 들어 있다. 철은 산소가 풍부한 곳(폐 등)으로 이동하면 산소와 결합하고 산소가 적은 곳에서는 운반 중이던 산소를 떼어놓는다. 철의 이런 성질은 폐로 마신 산소를 체내 각 부분으로 옮겨주는 짐꾼 역할을 한다. 


아연은 우리 몸에도 필수적인 미네랄로 부족하면 음식 맛을 잘 느끼지 못한다. 저마늄은 지각에 넓고 얕게 분포하는 원소다. 텅스텐은 금속 중에서 녹는 점이 가장 높고 증기압은 낮다. 이리듐은 존재량이 매우 적은 금속이다. 가공이 어려워 단독으로 쓰이고 용도가 거의 없다. 공룡이 멸종한 약 6550만년전의 지층인 백악기-팔레오기 경계에서 발견되었다. 이리듐이 운석에 다량 함유되어 있어서 공룡은 우주에서 운석이 떨어져 멸종했다는 추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금은 홑원소로 자연계에서 산출되는 금속 중 유일하게 황금색으로 빛난다. 우라늄의 동위원소는 몇 가지가 알려져 있다. 모두 방사성이다. 우라늄의 원자핵에 중성자를 충돌시키면 핵분열이 일어나 에너지가 발생한다. 이 핵분열의 연쇄반응을 지속시켜 단번에 엄청난 에너지를 얻는 것이 원자력발전의 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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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문학과 우주생물학을 연구하는 크리스 임피(Chris Impey; 1956 - )세상은 어떻게 끝나는가를 읽는다. 크리스 임피는 20096월 출간된 우주 생명 오디세이에서 "우리는 40억년 전에 지구에 씨앗을 뿌린 더 우월한 종족의 장난감일지도 모른다."는 말을 했다.

     

    나는 영국의 진화 생화학자인 닉 레인의 말이 설득력 있다고 생각한다. 20억년 전에 일어난 한 세포가 다른 세포를 집어삼키면서 미토콘드리아를 품은 진핵 세포의 합체 사건이 지구 외의 다른 곳에서 되풀이 되었을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기에 외계 지적 생명체의 존재 가능성 역시 매우 희박하다는 말이다. 이 내용은 20091월 출간된 미토콘드리아의 주요 내용이다.

     

    영국의 천체물리학자 마커스 초운은 200912월 출간된 마법의 용광로에서 "우리가 그렇게 찾았음에도 아직 외계 지적 생명체를 발견하지 못한 것은 아마도 우리가 우주 최초의 존재여서가 아니라 우리가 우주의 황혼기에 태어난 마지막 생명체이기 때문일 것."이란 말을 했다. ‘마법의 용광로는 원서와 번역본의 제목이 같은 드문 사례의 책이다. 원제는 ‘The Magic Furnace : The Search for the Origins of Atoms’이다.

     

    용광로를 의미하는 furnace는 장례식을 의미하는 funebre와 어떤 관계가 있을까? 두 개념은 불을 매개로 관계된다. 용광로도 장례식(화장)도 모두 불과 관계된다. '우주 생명 오디세이는 우주 생물학의 교과서라는 부제를 가진 책이다. 임피의 책 목록에서 흥미로운 점은 세상은 어떻게 끝나는가세상은 어떻게 시작되었는가가 나란히 있다는 점이다.

     

    내가 가지고 있는 크리스 임피의 책은 스페이스 미션한 권이다. ’별의 무덤을 본 사람들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시작에도 관심이 있지만 끝에도 관심이 있다. ’세상은 어떻게 끝나는가는 인문학과 자연과학을 넘나드는 압도적인 지식과 통찰을 선보인 책이라고 한다.

     

    끝에 대한 관심은 최근 나온 세상의 끝은 어떻게 만들어졌는가?‘란 글을 보고 더 커졌다. 이 글은 안데스 산맥을 주요 소재로 다룬 글이다. 로맹 가리의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란 소설이 있다. 안데스 산맥의 주요 지점이 페루다. 세상의 끝이라 할 만하다.

     

    여기서 한 사람의 저자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그는 크리스 임피도 아니고 닉 레인도 아니고 마커스 초운이다. 내가 읽은 그의 유일한 책은 마법의 용광로. 읽은 시기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출간 연도(2009)보다 몇 년 늦게 접했을 가능성이 있다. 연천도서관에서 빌려 읽었다.

     

    당시 완독을 했지만 이해하지 못한 부분이 많았을 것이다. 지구과학을 비롯 물리학, 천체물리학 등의 자연과학에 관심을 많이 기울이고 있는 요즘에 그 책을 읽었다면 좋았을 것이다. 물론 후회 거리는 아니다. 제목부터 내용까지 상당히 기발하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중요한 내용은 전() 3부 중 3부에 집중되어 있다. 9장 신의 대장간, 10장 태초의 불지옥, 11장 별을 여는 열쇠, 12장 원초적인 핵무기, 13장 베릴륨 장벽을 넘어서, 14장 별이라는 도가니, 15장 창조는 두 곳에서 이루어졌다, 16장 창조의 엔진 등으로 이루어진 부(). 베릴륨은 원자 번호 4번이다.

     

    그간 파평, 문산, 적성, 덕정 등 다른 도서관들을 찾다가 오랜만에 전곡 도서관에 와서 글을 쓰다가 끝에 관한 내용에 이르러 격렬하고 장엄하고 신비한 시작에 관한 주제로 회귀해 마법의 용광로까지 찾게 된 것이다. 즉석에서 책을 빌렸는데 절판된 이런 책은 중고 코너를 통해 구입하는 것이 순리다. 책을 다 읽고 반납한 뒤 중고로 구입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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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사는 연천군 전곡읍에서 갈 수 있는 외지(外地) 도서관으로 덕정(양주시), 적성, 파평, 문산(이상 파주시) 등을 들 수 있다. 덕정 도서관은 식사가 가능한 휴게실이 있어 좋고, 적성도서관은 가까워서 좋고, 파평도서관은 아늑하고 작아서 좋고, 문산도서관은 1시간 이상 소요되지만 시설이 현대식이고 소장 도서가 많아 좋다.

     

    오늘 다시 파평도서관에 다녀왔다. 가지고 간 책은 그제 문산도서관에서 빌린 '주기율표의 핵심', 이론물리학자 매트 스트래슬러가 쓴 '불가능한 바다의 파도'. 500 페이지 정도 되는 '불가능한 바다의 파도'를 하루에 다 읽을 수는 없겠지만 부지런히 읽다 보면 의외의 결과를 만들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책이 두꺼우면 전체를 다 정리하려 하기보다 주요 내용들로부터 영감을 얻는 방법도 생각해볼 만하다. '불가능한 바다의 파도'의 부제는 '일상적 삶은 어떻게 우주의 바다와 연결되는가?'. 서문에 이런 구절이 있다. 우리가 단단한 암석을 통과하려면 강력하고 파괴적인 저항에 부딪히지만 지진파는 저항을 받지 않는다는 말이다.

     

    저자는 암석의 입장에서 우리는 이방인과 같은 존재이지만 지진파는 암석 그 자체의 진동이라는 말을 했다. 저자는 지진파가 암석의 한 측면이고 음파가 공기의 한 측면이듯 우리는 우주의 한 측면이라 말한다. 이는 아인슈타인이 말한 바대로 우리가 휘어지고 늘어지고 파동을 일으키는 빈 공간을 아무 것도 없는 것처럼 거리낌 없이 이동할 수 있기 때문에 나온 말이다.

     

    '불가능한 바다의 파도'는 카를로 로벨리의 '보이는 세상은 실재가 아니다',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 만큼 흥미로울 것으로 보인다. 이런 류의 책이 좋다. 저자는 가급적 간결하게 풀어내려 했지만 아인슈타인이 한 것으로 잘못 알려진 문구를 빌려 "필요 이상으로 단순하게 설명하지는 않았다."고 말한다.

     

    저자는 자신이 난해한 개념들을 새롭게 풀어내는 데 소질이 있어서 나름으로 물리학자로서 성공적인 경력을 쌓았다고 말한다. 저자는 항상 자신보다 훨씬 뛰어난 사람들에 둘러싸여 지냈기에 그들의 복잡한 사유를 빠르게 정리하고 풀어내는 방법을 찾지 못했다면 자신의 분야를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을 것이라 말한다.

     

    저자는 오랜 시간 물리학자로서 살아오면서 우리의 몸과 마음이 세상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명확하게 이해할 때 비로소 진정한 자기 이해의 길을 찾을 수 있고, 살아있다는 것의 의미를 온전히 깨달을 수 있다고 말한다. 도서관, 하면 카를 마르크스와 버지니아 울프가 생각난다. 두 사람 모두 대영박물관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집필을 한 대표 인물이다. 특히 마르크스는 가난과 병마 속에서도 40년 가까이 대영박물관 도서관을 거의 매일 찾았다.

     

    나는 물론 그렇게 할 수는 없다. 출근을 비롯 이런저런 일들로 얽혀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제한적 출입도 좋다. 감사한 일이다.


    핵심을 정리하면 오늘날 우리는 지구 중심을 향하는 중력이 우리를 튕겨 나가게 하는 힘보다 훨씬 크다는 것을 안다.(53 페이지) 지구의 자전은 4분마다 1도씩 휘어지는 거의 직선에 가까운 등속운동이다. 상대성 원리 때문에 우리는 이와 같은 직선에 가까운 등속운동을 감지할 수 없으며 이 때문에 우리는 지구 자전을 느끼지 못한다.(54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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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 - 우리의 직관 너머 물리학의 눈으로 본 우주의 시간
    카를로 로벨리 지음, 이중원 옮김 / 쌤앤파커스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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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2017년 출간(원서 기준), 양자중력을 연구하는 이탈리아의 이론물리학자 카를로 로벨리의 책이다. 로벨리는 이 책보다 3년 먼저 나온(원서 기준) ‘보이는 세상은 실재가 아니다에서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는 말을 한 바 있다. 저자에 의하면 공간의 양자들의 극도로 작은 규모에서 볼 때 자연은 보편적인 시간을 지휘하는 단 한 명의 오케스트라 지휘자의 지휘봉 리듬에 따라 춤을 추는 것이 아니라 이웃과는 독립적으로 그 자신의 리듬에 따라 춤을 추는 각각(各各)이 있을뿐이다.

     

    저자는 양자중력을 연구하는 물리학은 극단적이지만 너무 아름다운 풍경 즉 시간이 없는 세상을 파악하고 의미를 부여하려는 노력을 담고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자신의 책이 때로는 번뜩이지만 때로는 혼란스러운 아이디어들이 펄펄 끓는 용암이 될 것이라 말한다. 물체가 떨어지는 것은 시간 지연 때문이다. 시간이 동일하게 흐르는 곳, 가령 행성 사이의 공간에서는 물체가 추락하지 않고 떠 있다. 그러나 우리가 사는 지구의 표면에서는 사물이 자연스럽게 시간이 더 느리게 흐르는 쪽으로 향한다.

     

    세상은 사령관의 구령에 맞춰 움직이는 군부대의 대형처럼 균일한 것이 아니다. 서로에게 영향을 끼치는 사건들이 그물처럼 얽혀 있는 것이다. 과거와 미래 사이에 차이가 나타날 때마다 열()이 관여한다는 글을 보자. 이 글이 가장 핵심일 수 있다. 공이 이동 속도가 느려지거나 멈추는 것은 마찰 때문이고 이 마찰이 열을 생산한다.(34 페이지) 그리고 열이 있는 곳에서만 과거와 미래가 구분된다. 시간에 대한 책답게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에는 클라우지우스, 볼츠만 이야기가 나온다. 엔트로피가 매개가 된 결과다.

     

    루돌프 클라우지우스가 말한 바는 열은 차가운 물체에서 뜨거운 물체로 이동할 수 없다는 것이다. 열은 분자들이 일으키는 미세한 동요(動搖). 자연의 무질서가 증가한다는 것은 엔트로피가 증가한다는 의미로 언제 어디서나 친숙하게 일어난다. 궁금한 것은 과거에는 왜 엔트로피가 낮았을까?‘. 저자는 우주 곳곳에 잘 정의된 지금이 존재한다는 생각은 환상이자 우리 경험의 부적절한 외삽(外揷)이라 말한다.(53 페이지)

     

    아리스토텔레스는 고요 속에서 아무런 신체적 경험이 없지만 우리 마음속에 어떤 변화가 생긴다면 우리는 즉시 어떤 시간이 흘렀다고 가정한다고 말했다.(73 페이지) 뉴턴은 사물이나 사물의 변화와 상관없이 진짜 시간은 흐르고, 모든 사물이 멈추고 우리 영혼의 움직임마저 얼어붙어버려도 진짜 시간은 냉정하게 그리고 동일하게 계속 흐른다고 보았다.(74 페이지) 라이프니츠는 시간은 사건이 발생한 순서일뿐 자율적인 시간 같은 것은 없다고 보았다.

     

    뉴턴 이전에는 누구도 사물과 상관없는 시간이 존재할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뉴턴은 아리스토텔레스가 주위에 있는 것들을 나열하는 방식으로 정의한 공간이 상대적이고 겉보기이며 통속적이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공간 그 자체,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도 존재하는 공간이 절대적이고 참되며 수학적이라 생각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시간과 뉴턴의 시간은 아인슈타인의 보석 같은 연구로 통합되었다. 갑자기 머리에 섬광이 번쩍이듯 아인슈타인은 아리스토텔레스와 뉴턴의 생각이 모두 옳았음을 알게 된다.

     

    저자의 전공은 시간의 양자적 특징을 연구하는 학문을 양자중력이다. 아직까지 과학 사회의 승인을 얻고 실험을 통해 확인된 양자중력 이론은 없다. 양자중력의 주요 세 관점은 물리적 변수의 입자성, 미결정성, 관계적 양상이다. 입자성은 자연에 언제 어디서나 존재한다. 빛은 광자로 이루어져 있다. 원자 속 전자들의 에너지는 특정 값 외에 다른 값은 취할 수 없다. 밀도가 아주 높은 물질처럼 아주 깨끗한 공기도 입자로 이루어져 있다.

     

    양자역학의 두 번째 발견은 불확정성이다. 전자는 한 번 나타났다 곧이어 다시 나타나는 동안에 정확한 위치를 가지지 않는다. 확률 구름 속으로 사라지는 듯 하다. 이를 위치의 중첩이라 한다. 시공간도 파동처럼 흔들리며 다양한 형태로 중첩될 수 있다. 시공간이 중첩되면 한 입자가 공간에서 널리 퍼질 수 있듯 과거와 미래의 차이도 흔들릴 수 있다. 한 사건이 다른 사건의 전과 후 모두에서 발생할 수도 있다.

     

    요동이 아무것도 결코 결정되지 않는다는 의미는 아니다. 단지 특정한 순간에 예측할 수 없는 방식으로 결정된다는 의미다. 이러한 미결정성은 하나의 양이 다른 양과 상호작용할 때는 해소된다. 상호작용 중에 전자는 어떤 한 지점에서 구현돼 나타난다. 예를 들어 전자는 스크린에 충돌해 특정 지점에 놓여 있던 입자 검출기에 잡히거나 광자와 충돌한다. 이럴 경우 전자는 그 특정 지점에 놓임으로써 구체적인 위치를 얻는다.

     

    그러나 이런 전자의 구체화에는 묘한 측면이 있다. 전자는 그것과 상호작용하는 다른 물리적인 물체와의 관계하에서만 구체화된다. 물리적인 물체가 아닌 다른 모든 것들과의 상호작용은 미결정성을 확산시킬 뿐이다. 전자가 특별한 형태로 구체화되는 것을 확률구름이 붕괴한다고 말한다. 시간은 더 이상 일관성 있는 하나의 캔버스가 아니라 관계들의 느슨한 망이 된다. 현재라는 개념은 효력이 없다. 광활한 우주에 우리가 합리적으로 현재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세상은 사물들이 아닌 사건들의 총체다. 실제로 잘 살펴보면 매우 사물다운 사물들은 장기간의 사건일 수밖에 없다. 아주 단단한 돌의 경우 우리가 화학과 물리학, 광물학, 지질학, 심리학에서 배운 바로는 양자장의 복잡한 진동이고 힘들의 순간적인 상호작용이다.

     

    돌은 짧은 순간 동안 자신의 형상을 유지하고 다시 먼지로 분해되기 전 자체적으로 균형 상태를 유지하는 과정이다. 저자는 사물이 아닌 변화를 연구하면 세상을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한다. 프톨레마이오스에서 갈릴레오, 뉴턴, 슈뢰딩거에 이르기까지 물리학과 천문학에서 작동하고 있는 것은 사물이 어떻게 존재하는지가 아니라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수학적으로 설명하는 것이다. 사물이 아니라 사건을 다루고 있다.

     

    저자는 헨리 넬슨 굿맨(1906-1998)의 말을 인용한다. "사물 자체도 잠깐 동안 변함이 없는 사건일 뿐이다." 시간이 그저 사건을 뜻하는 것뿐이라면 모든 사물은 시간이다. 시간 속에 있는 것만 존재한다. 우리가 이 우주를 통일된 단 하나의 시간 순으로 정리할 수 없다고 해서 아무 변화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저 여러 변화들이 단일한 시간 순서에 따라 정리되지 않을뿐이다. 과거와 현재, 미래의 구분은 허상이 아니다. 이 세상의 일시적 시간 구조다. 하나의 세계적인 질서에 따라 사건이 발생하지는 않는다.

     

    에너지와 시간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엔트로피는 임의의 주관적인 양이 아니라 속도처럼 상대적인 양이다. 물체의 속도는 물체 자체의 성질이 아니라 다른 물체와의 관계 속에서 맺어진 물체의 성질이다. 저자는 흥미로운 말을 한다. 달리는 기차 위에서 뛰어다니는 아이에게 엄마가 "가만히 있어"라고 말하는 것은 아이에게 기차 창문으로 뛰어내려 지상과의 관계 속에서 그곳에 멈추어야 한다는 뜻이 아니라 기차와의 관계 속에서 아이가 멈추어야 한다는 뜻이라 말한다.(153 페이지)

     

    저자는 아주 먼 과거에 엔트로피가 낮은 것은 우리가 세상과 상호작용하면서 세상을 설명할 때 기술하는 거시적 변수들의 수가 너무 적은 관계로 극적인 희미함이 발생하기 때문이라 설명한다. 저자는 우주 초기의 낮은 엔트로피 즉 시간의 화살은 우주보다는 우리로 인한 것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우주의 수많은 변수들 가운데 극히 일부분과 상호작용을 하며 그 안에서 우주를 관측한다. 우리가 본 것은 희미한 이미지다. 이 희미함은 우리와 상호작용하는 우주의 동역학이 희미함의 양을 측정하는 엔트로피에 의해 좌우된다는 것을 암시한다.

     

    저자는 에너지가 보존된다면 굳이 에너지를 더 만들 필요가 있을까?라고 묻는다. 답은 세상을 움직이는 데 필요한 것은 에너지가 아니라 낮은 엔트로피라는 것이다. 에너지는 열에너지 즉 열로 전환되어 차가운 사물로 이동하는데 여기서부터는 특별한 조치 없이는 에너지를 이전 단계로 되돌릴 수 없고 식물을 자라게 하거나 모터를 돌리기 위해 재사용할 수도 없다. 이 과정에서 에너지는 동일하게 유지되지만 엔트로피는 상승하는데 이 역시 이전으로 되돌릴 수 없다.

     

    저자에 의하면 불은 나무가 높은 엔트로피 상태로 건너갈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과정이다. 나무 더미는 엔트로피가 높은 상태가 아니다. 탄소나 수소 같은 구성 성분들이 아주 특별한(질서 있는) 방식으로 결합하여 나무를 형성하기 때문이다. 엔트로피는 이 특별한 조합이 깨져야 성장한다. 나무가 불에 타면 이 결합이 깨진다. 나무를 형성한 특별한 구조에서 나무의 구성요소들이 분열하고 엔트로피가 맹렬하게 증가한다. 저자는 간혹 생명이 특별히 질서화된 구조들을 만들어낸다거나 국소적인 영역에서 엔트로피를 감소시킨다고 말하는 것은 오류라고 말한다. 그저 낮은 엔트로피의 음식을 분해하고 소비하는 과정이다. 나머지 우주에 존재하는 스스로 구조화된 무질서 그 자체다.(171 페이지)

     

    우주적 존재가 되는 것은 점진적으로 무질서해지는 과정이다. 우주를 섞는 거대한 손은 따로 없고 열렸다 닫혔다를 반복하는 우주의 각 부분들 사이의 상호작용 속에서 스스로 조금씩 섞일뿐이다.(172 페이지) 우리는 과정이자 사건들이며 구성물이고 공간과 시간 안에서 제한적이다.(180 페이지) 저자는 내면적 성찰이 아닌 타인과의 상호작용에서 자아에 대한 개념이 형성된다고 생각한다.

     

    중요한 것은 기억이다. 시간의 흐름 속에서 우리를 형성한 프로세스들은 도처에 깔려 있고 기억은 이 프로세스들을 함께 단단히 한다. 이런 의미에서 볼 때 우리는 시간 속에 존재한다. 미래에 대한 예측 가능성은 생존의 기회를 늘린다. 진화는 이를 가능하게 하는 뇌 구조를 선택해 왔다. 우리가 바로 그 선택의 결과물이다. 과거의 사건과 미래의 사건 사이에 존재하는 이 선택이 우리 정신 구조의 핵심이다. 이 선택이 우리에게는 시간의 흐름이다.(186 페이지)

     

    시간의 특성을 다룬 최고의 책 중 한 권으로 꼽히는 시간의 방향에서 한스 라이엔바흐(1891- 1953)가 제시한 것처럼 파르메니데스는 시간이 초래한 불안을 피하기 위해 시간의 존재를 부정하려 했고, 플라톤은 시간의 존재를 초월해 존재하는 이데아의 세계를 상상했으며, 헤겔은 정신의 덧없음을 초월하여 그 충만함 속에서 자신을 아는 순간에 대해 말하고 있다. 이러한 불안에서 탈출하기 위해 우리는 영원의 존재를 상상했고 다수의 신들 또는 하나님 또는 불멸의 영혼들이 거주하기를 바라는 시간을 초월한 이상한 세상을 상상했다.(205, 206 페이지)

     

    저자는 시간에 대한 반대의 태도를 보인 헤라클레이토스나 베르그송과 같이 시간에 찬사를 보내는 태도도 많은 철학을 낳은 데 기여했지만 시간이 무엇인지에 대해 더 많은 이해를 주지는 못했다고 말한다.(206 페이지) 파르메니데스와 헤라클레이토스를 비교하는 것도 좋겠다. 파르메니데스는 있는 것은 있고, 없는 것은 없다는 말을 했다. 이는 동어반복이 아니라 세계에 무엇인가 존재하고 무()는 아니라는 말이다.

     

    헤라클레이토스는 만물은 흐른다라는 명제로 세계의 가장 기본적인 성격으로서의 생성(生成)을 제시했다.(이정우 지음 세계철학사 1‘ 101 페이지) 저자는 우리는 더 많은 의문을 품을 수 있지만 제대로 공식화할 수 없는 질문들에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말을 했다. 저자가 이 책을 쓴 것은 60세가 된 시점이다.

     

    저자는 예순이 된 지금도 두려움이 찾아오지 않았다. 내 삶을 사랑하지만 인생은 피곤하고 힘들고 고통스럽다. 나는 죽음이 포상 휴가 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바흐는 56번 칸타타(나는 기꺼이 십자가를 지겠노라)에서 죽음을 잠의 자매라고 불렀다. 죽음은 내 두 눈을 감겨주고 머리를 쓰다듬어주려 곧 오게 될 친절한 자매다.”라고 말한다. 저자의 책은 물리학적으로, 철학적으로 뛰어난 성과를 보여주는 책이다. 물론 실존적 이야기에도 비중이 실린 책이다.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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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를로 로벨리의 보이는 세상은 실재가 아니다를 읽고 서평을 썼다. 일요일을 틈타 아침 8시부터 읽기 시작해 밤 9시 정도에 서평까지 마무리했다. 무려 16000자나 되는 서평이었다. 출간 당시 구입하려다가 말고 8년이 지난 시점에 빌려 읽었다.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8년이 지나 자신감이 생겨서 읽게 된 것은 아니다. 그제 파평도서관에 있는 것을 보고 어려우면 반납하고 다음 기회를 찾자고 생각하고 빌린 것이다. 8년이 지났지만 물리학 책은 20년전~15년전에 많이 읽었을뿐 그 이후로는 거의 읽지 않았기에 실력이 늘고 말고 할 여지가 없는 상황이다.

     

    요즘 물리학 책을 많이 읽는 것은 지구과학 공부에 도움을 얻기 위해서다. 하지만 별 도움이 되는 것 같지는 않다. 물리학 책은 그 자체로 매력이 있다. 이 점 때문에 계속 붙잡고 있는 것 같다.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모르겠다. 다만 일시적인 호기심의 발로는 아니라 확신한다.

     

    어떻든 보이는 세상은 실재가 아니다는 어렵지만 묘한 매력이 있는 책이다. 그의 다른 책인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는 중고로라도 사서 비치해두고 찬찬히 읽고 싶다. 오늘 읽은 책에 부분적으로 시간이 흐르지 않는다는 의미가 어떤 것인지 설명되어 있어서 읽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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