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해전쟁
사라 치룰 지음, 박미화 옮김 / 엘도라도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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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해의 천연자원은 지구의 마지막 천연자원으로 여겨진다.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메탄 하이드레이트와 망간 단괴다. 메탄 하이드레이트는 미생물의 분해로 생긴 메탄의 가스 분자가 기온이 낮은 심해에서 강한 압력을 받아 얼음과 같은 고체 상태로 변한 것을 의미한다. 로스트 시티와 같은 열수구 주변의 심해저 퇴적층에는 메탄을 포함한 가스가 풍부하게 존재하는 경우가 많다. 열수구는 지구 내부의 메탄을 심해로 공급하는 통로 역할을 한다. 로스트 시티는 일반적인 화산 열수구와 달리 탄산염암으로 이루어져 있다. 불타는 얼음으로 알려져 있는 메탄 하이드레이트는 섭씨 4°C까지만 고체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4°C가 넘으면 메탄 하이드레이트는 녹는다. 그렇게 되면 엄청난 양의 메탄가스가 분출되어 바닷물의 화학적 균형이 파괴될 것이고 대기 중으로 대량의 메탄가스가 방출될 것이다. 그러면 지구온난화가 몇 배로 가속화될 것이다. 물이 4°C에서 가장 무거운 것과 메탄 하이드레이트가 4°C까지에서 고체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것 사이에는 묘한 관계가 있다. 물이 온도가 낮아질수록 육각형의 구조가 많이 생겨 메탄 분자를 가둘 수 있는 공간이 생기는 것이다. 고체 상태인 하이드레이트는 퇴적물 입자 사이를 채워 해저 지반을 단단하게 한다.

 

물 분자가 다른 물질의 분자와 결합한 수화물(水化物)을 의미하는 하이드레이트란 흔히 저온, 고압 상태에서 가스와 물이 결합한 고체 형태의 가스 하이드레이트를 의미한다. 국제법 전문가들은 미래의 해저 전쟁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심해라는 낯선 세계를 연구하는 사람들과 새로운 산업을 개발하려는 사람들 사이에서 다툼이 일어나고 있다.

 

사라 치룰(Sarah Zierul: 1978-)[심해전쟁]은 이런 문제를 다룬 책이다. 심해는 왜 깊은가? 지구의 지각판이 서로 충돌하거나 한판이 다른 판 아래로 들어가는 곳에서 땅이 꺾이며 끔찍한 깊이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통일된 정의는 없지만 해양학자 대다수가 수심 1000m부터를 심해로 규정하고 있다. 미국 해양대기관리국은 대기 밖의 우주 공간인 outer space에 견주어 심해를 innee space라고 칭했다. 연구원들은 잠수 로봇을 ROV라고 부른다. 원격조정 이동장치를 뜻하는 remotely operated vehicle의 약자다.

 

Bathyal은 수심 200m 이상의 심해를 일컫는다. 수심 200m 지점부터는 바람과 날씨의 영향을 받지 않고 광합성 작용에 필요한 햇빛이 도달하지 못하기 때문에 해양 식물이 자랄 수 없다. 따라서 수심 200m 이상의 바다에서는 동물과 박테리아, 바이러스, 단세포 동물들만 산다. 해양학자들은 수심 1000m 지역을 abyss 즉 심해라고 부른다. 어비스는 심해 또는 바닥이 없다는 의미의 그리스어 아비소스에서 유래했다. 1000m 부근까지의 바다는 보라빛이 감도는 짙푸른 색이었다면 1000m 이하부터는 칠흑 같이 까맣다.

 

수심 6m 이상의 바다는 hadal 즉 초심해 대라고 부른다. 지하 세계를 의미하는 hades에서 유래했다. 1934년 윌리엄 비브는 구형(球形) 잠수함을 타고 수심 923m까지 잠수했다. [반 마일 아래에서]라는 책에서 비브는 "이 세계를 직접 본다면 영원히 기억 속에 남을 것이다. 추위와 외로움, 영원한 어둠, 무엇보다 그곳에 사는 생명체의 형용할 수 없는 아름다움 때문에"라는 말을 했다. 사람들은 오랫동안 비브의 기록을 과장된 상상력의 결과라고 폄하했지만 그의 말이 옳다는 것이 입증되었다.

 

비브는 해가 비치지 않아 어둡지만 발광 생물로 인해 드문드문 빛이 나는 심해를 어둡지만 드문드문 별이 빛나는 밤하늘에 비유했다. 1977Alvin호에 의해 블랙 스모커가 발견된 이래 해양학은 변혁에 변혁을 거듭했다. 심해저에는 식물이 자랄 수 없기 때문에 그곳에 사는 동물들은 먹잇감을 찾아 사냥을 나서거나 표면에서 가라앉는 것(marine snow; 바다의 눈)을 먹고 살 수밖에 없다. 바다의 눈이란 바다 표층에서 살다가 죽은 플랑크톤, 물고기, 동물의 사체, 배설물, 점액들이 뭉쳐 심해로 떨어지는 찌꺼기를 의미한다.

 

블랙 스모커 주변의 박테리아는 황화수소를 에너지원으로 이용해 탄소 물질로부터 유기적인 결합물을 생성한다. 학자들은 이런 과정을 화학합성이라고 부른다. 화학합성의 발견으로 지구 생명체에 대한 새로운 지식의 장이 열렸다. 대륙판이 갈라진 화산지대는 블랙 스모커가 형성되기에 좋은 곳이다. 학자들은 환태평양 조산대에 블랙 스모커가 많이 존재할 것이라 추정한다. 이 책에는 오류도 있다. 대서양 중앙해령의 열수구를 로스트 시티가 아닌 블랙 스모커라고 부른다고 하는 것도 그 중 하나다.

 

블랙 스모커가 화산활동에 의해 가열된 고온(400°C)의 검은 유체를 뿜어내는 곳이라면 로스트 시티는 하얀 탄산염 구조로 사문석화 작용으로 만들어지는 곳으로 70~90°C에 이르는 맑은 알칼리성의 물을 뿜어낸다. 사문석화 작용이란 맨틀에서 올라온 초염기성 암석인 감람암이 저온에서 물과 만나 사문석 광물로 변하는 현상을 말한다. 이 과정에서 대량의 수소와 메탄, 수산화이온이 발생한다. 수산화이온이 물을 강알칼리성으로 만든다.

 

오피올라이트에도 감람암이 있다. 원래 상부 맨틀 즉 지하 깊은 곳에 위치하여 물과 거의 만나지 않으나 지질학적 변동을 통해 물과 만난다. 지각 하부의 맨틀(감람암)이 상승하여 해수와 만나거나 지각의 균열을 통해 해수가 스며들어 물과 만난다. 2007년 러시아가 4000m 깊이의 북극점 심해에 자국 국기를 꽂은 일이 있다. 미국이 달에 자국 국기를 꽂은 것에 비유되는 사건으로 북극권 자원 경쟁에서 우위를 과시하려는 의미를 지닌 행동이다.

 

러시아 탐사대는 국기만 꽂은 것이 아니라 해저에서 지질학적 표본을 채취하기까지했다. 북극 해저가 러시아 영토에 속한다는 사실을 국제법상으로 증명하기 위해서였다. 2015년 러시아는 유엔에 북극해에 대한 영유권 신청을 제출했다. 결과는 기각이었다. 블랙 스모커가 금과 은 산업에 대한 새로운 희망이라면 망간 단괴는 전자와 철강 산업의 새로운 희망이다.(120 페이지) 지금은 예전과는 달리 마음대로 망간 단계를 조사하거나 채취할 수 없다. 1994년부터 발효된 국제해양 법 협약은 공해 해저에 대한 지금까지의 인식을 확 바꿔놓았다.

 

해저 문제를 전문적으로 담당할 기관도 창설되었다. 바로 국제 해저기구다. 상업적 채굴 규칙이 최종 완료되지 않아 상업 채굴은 아직 시작되지 않았지만 2026년경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망간 단괴에 붙어 있는 미세하고 고운 입자의 슬러지(강이나 바다 물 밑에 퇴적되어 있는 부드러운 흙)는 잘 떨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진공 장치로 빨아들인 뒤 깨끗이 씻어 다시 바닷물에 집어넣는다. 이 고운 흙은 물속에서 거대한 흙먼지를 일으킨다. 심지어 100km 떨어진 곳에서도 해저 흙먼지를 볼 수 있다고 한다.

 

심각한 문제는 이런 흙먼지 무리가 햇빛을 가려 플랑크톤의 성장을 방해한다는 점이다. 바닥에 가라앉는 속도가 아주 느린 해저 슬러지가 물고기의 아가미나 위에 흡착될 가능성도 높다. 이러한 슬러지는 바다 전체에 확산될 위험이 크기 때문에 해양생물이 떼로 죽을 수도 있다. 망간 단괴를 채취하기 위해 포착 장치와 흡입 펌프가 움직일 때마다 넓은 지역에서 흙먼지가 일어난다. 그 결과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 대형 해양 슬러지가 생긴다.

 

해양학자들은 단지 망간 단괴 아래의 해저 토양을 갈아엎었을 뿐이었지만 본격적으로 망간 단괴 개발이 진행되면 해저 토양이 파괴될 뿐 아니라 망간 단괴도 사라진다. 그렇게 되면 망간 단괴에 붙어 사는 동물들은 모두 자취를 감추고 만다. 그 결과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많은 생물들이 멸종할 것이다. 심해에서 학자들은 설명할 수 없는 신기한 현상을 경험하게 된다. 그들은 수천 m 아래 암흑 속에서 깜빡이는 불빛을 발견하곤 한다.

 

불빛에 가까이 다가가 보니 동물이 빛을 발산하고 있었다는 말이 잇따른다. 1930년대에 심해를 잠수했던 윌리엄 비브는 어둠에서 빛을 발하는 횃불을 보았다고 묘사했다. 현대적 실험 장비의 도움으로 수수께끼 같은 현상의 비밀이 풀렸다. 우리는 이 현상을 생물 발광이라 부른다. 생물 발광은 동물의 몸 속에서 발생하는 화학적 반응에서 생긴다. 빛을 발산해 에너지를 소비하는 것이다. 공생하는 박테리아의 작용에 의해 빛을 발산하는 동물도 있다. 육지에서 나타나는 반딧불이의 생물 발광 현상보다 심해의 생물 발광 현상은 더 다양하고 강하다.

 

심해 동물의 발광 현상은 생존 수단이자 의사소통 수단이다. 심해 동물의 80 ~ 90%가 빛을 발산하지만 발견된 것은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심해 생물 대부분이 앞을 볼 수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앞을 못 본다면 어둠 속에서 빛을 발사할 필요도 없지 않을까? 해양생물의 종류가 수억 아니 수천만이라고 해도 그 수는 육지 생물의 여덟배나 된다. 육지는 160만 종의 생물이 살고 있다. 그 중 50만 종은 생물이고 동물의 80%는 곤충이다.(185 페이지)

 

해양학자들은 환경 오염은 물론 기후변화가 바다에 미치는 영향도 대략적으로 파악했다. 수온과 해저 온도의 상승으로 산호초가 죽고 따뜻한 지역에 서식하는 물고기가 수온이 낮은 지역으로 영역을 넓혀 생태계의 균형이 무너질 것이며 메탄 하이드레이트도 용해될 것이다. 이산화탄소가 함유된 공기를 다량으로 흡수하여 바다의 수소 이온 농도가 산성으로 바뀌었다. 그 결과 껍질과 뼈를 만들기 위해 약알칼리성의 물이 필요한 패류와 갑각류가 생존의 위협을 받고 있다.

 

대기 중에 이산화탄소 증가로 바닷물이 탄산수처럼 변했다. 바닷물이 산성으로 변한 탓에 바다 동물들은 뼈를 만들 수 없게 되었고 바다 동물의 먹이사슬 전체가 위험에 빠졌다. 저자는 지금까지 경계선을 둘러싼 분쟁은 대부분 육지에서 발생했으나 이젠 바다로 무대로 옮겼다고 한다. 접근할 수 없던 바다 속 깊은 곳에서 새롭게 유전이 발견될 때마다 해안 경계선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다고 한다.

 

21세기 초반부터 누가 바다 속 보물을 차지하느냐를 두고 천연자원에 굶주린 국가들끼리 다툼을 벌이고 있다. 망간 단괴가 집중 분포하는 지역의 해류의 움직임은 1초당 4cm 정도로 걷는 속도보다 훨씬 느리다. 해저 퇴적층이 쌓이는 속도보다 망간 단괴의 성장 속도가 훨씬 느린데도 망간 단괴가 해저 퇴적층 위에 있다. 그 이유는 해저 면에서 사는 작은 생물들이 퇴적물을 파헤치거나 섭식 활동을 하기 때문이고, 심해의 느린 해류가 단괴 주변의 퇴적물을 쓸어가 버리거나 단괴를 가볍게 뒤집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해저에는 육지와 완전히 다른 종류의 세균과 바이러스가 살고 있다. 해저 미생물은 완전히 다른 환경에 적응한 것이다. 그들은 얼음 같이 차가운 북극에서도, 뜨거운 블랙 스모커의 열광에서도 살고 있다. 넓은 심해저와 산호초에서도 산다. 한 마디로 어디서나 미생물을 발견할 수 있다. 미생물은 토양을 비옥하게 하여 생물체가 살 수 있게 만들어준다. 해양 미생물학자들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미생물의 유전자를 밝혀내는 것이다. 유전자 코드를 알면 효소와 유효 성분을 쉽게 구분할 수 있으며 언젠가는 실험실에서 유효 성분을 재생산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심해에 피해를 주지 않고도 실험실에서 심해의 생물학적 원료를 키울 수 있다. 자연을 파괴하지 않고 심해의 생물학적 원료를 이용할 수 있다는 것, 바로 이것이 심해개발이 광물 및 석유산업과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다. 해저 열수 유체 및 광물화 분야의 세계적인 전문가 코넬 드 롱드는 우리 아이들의 미래는 해저에 있다고 말했다. 전 세계 영해 면적의 1.6%만이 자연보호구역으로 설정되어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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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뤼삭이 들려주는 물 이야기 과학자가 들려주는 과학 이야기 88
임수현 지음 / 자음과모음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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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은 스스로 깨끗해질 수 있다. 오염되었다 해도 흐르면서 호기성 미생물들의 도움을 받아 스스로 정화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땅과 대기로 순환하면서도 정화된다. 지구는 커다란 정수기인 셈이다. 게이뤼삭(1778-1850)은 프랑스의 화학자이자 물리학자이다. 수소와 산소가 물을 생성할 때 반응 부피 비가 21이라는 사실을 찾아낸 과학자다. 증발은 바다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지표면 어디에서나 일어난다. 물은 새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 생활 속에서 계속 순환한다. , , 우박 등을 모두 합해 하늘에서 내리는 물의 양을 강수량이라 하고 지구 표면에서 증발이 일어난 물의 양은 증발량이라 한다.

 

너무 오염이 많이 된 물은 죽은 물이 되어 증발하지 않고 순환도 못하게 된다. 사용한 물을 자연으로 돌려주고 다시 사용하려면 순환이 잘 일어나도록 오염시키지 말아야 한다. 우리가 사는 지구의 대기권은 크게 네 개의 층상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지표에서 가까운 곳에서부터 대류권, 성층권, 중간권, 열권으로 구분된다. 우리가 주로 생활하는 곳은 대류권이다. 대류권에서는 지표에서 위로 올라갈수록 기온이 낮아져서 대류 현상이 일어난다. 찬 공기와 뜨거운 공기가 만나면 찬 공기는 하강하고 더운 공기는 상승한다. 차가운 공기가 아래층에 있고 더운 공기가 위층에 있는 것이 정상적이어서 안정층이라고 한다.

 

위층의 기온이 더 낮고 아래층의 기온이 더 높은 곳을 불안정 층이라고 한다. 불안정층은 안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계속해서 더운 공기와 찬 공기가 자신들의 정상적인 위치로 가기 위해 위아래로 순환을 하게 된다. 이를 대류 현상이라고 한다. 대류 권에서는 대류 현상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 , 우박이 하늘에서 내리는 것을 우리는 기상 현상이라고 한다. 기상 현상도 대류권의 특징이다. 대류권보다 더 높은 성층권 이상에서는 구름이 없다. 구름이 만들어지지 않으니 눈이나 비가 내리지 않는다. 성층권, 중간권, 열 권에서는 구름이 없어 비나 눈도 내리지 않는다.

 

기상 현상은 대류권에서만 일어난다. 기상 현상이 일어나는 원인은 무엇일까? 바로 물이다. 물이 구름을 만들고 비도 내리게 한다. 지구에 물이 없다면 기상 현상은 없는 것이다. 구름과 비와 눈은 모두 물인데 서로 어떻게 다른지 생각해볼까? 증발과 끓음은 어떻게 다를까? 증발은 물의 표면에서 수증기가 되는 것이고 끓음은 물의 내부에서 끓는 온도가 되어 수증기로 변하는 현상이다. 빨래가 마른다든가 마당에 뿌린 물이 없어지는 것을 증발이라고 하고 차를 마시기 위해 물을 끓이는 경우를 끓음이라고 한다.

 

지구 곳곳에서는 증발이 일어난다. 물론 지구의 70%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바다에서 가장 많은 양의 물이 증발한다. 물은 증발하면 공기 중으로, 하늘로 여행을 간다. 지표면에서 증발로 인해 수증기가 된 물은 공기를 타고 하늘을 향해 올라간다. 하늘을 향해 올라가면서 조금씩 기온이 낮아지게 된다. 기온이 낮아져서 찬 공기와 만나게 되면 수증기는 다시 물이 된다. 하늘에서 수증기가 다시 물이 되는 현상을 수증기 응결이라고 한다. 수증기들이 올라가다가 어느 높이에서 응결이 되면 다시 물이 된다는 것이다. 작은 물방울이 된 수증기들은 서로 뭉쳐서 구름을 이루게 된다.

 

구름은 하늘에 떠 있는 물방울들인 셈이다. 구름을 이루고 있는 물방울들이 서로 뭉쳐서 무거워지면 지표로 떨어지게 된다. 이것을 비라 한다. 지역에 따라 구름의 상층부는 물일 수도 있고 얼음 알갱이로 되어 있을 수도 있다. 기온이 급격히 낮아져서 하늘로 여행을 하던 수증기가 물이 되는 경우도 있지만 기온이 영하일 경우에는 작은 얼음 알갱이들이 된다. 구름이 물방울로 이루어진 경우도 있지만 작은 얼음 알갱이들인 빙정으로 이루어질 수도 있다. 빙정이 내리게 되면 눈이 되는 것이다. 빙정은 내리다가 녹을 수도 있다. 하늘에서 빙정이 떨어지다가 녹게 되면 다시 비가 되어 내리는 것이다.

 

얼음이 떠 있는 찬 얼음물을 생각해 보자. 공기 중의 수증기가 차가운 컵 표면을 지나가면서 물방울이 된다. 안개가 생긴 새벽은 전날과 비교하여 일교차가 큰 편이다. 전날 증발이 활발하여 수증기를 많이 머금은 공기는 새벽이 되면서 온도가 급격히 하강하면 수증기를 다시 공기 중으로 돌려줘야 한다. 공기는 기온이 높으면 수증기를 많이 머금을 수 있지만 기온이 낮아지면 수증기를 조금만 가져야 한다. 새벽에 기온이 낮아져서 공기 중에 수증기가 응결하여 생긴 물방울이 이슬이다.

 

해가 떠오르게 되면 기온이 다시 올라가게 되고 이슬과 안개는 공기 중으로 다시 돌아간다. 수증기는 기체이다. 물이 얼면 부피가 커지듯 바위 틈에 고인 물도 얼게 되면 부피가 커져 바위를 조금씩 부서지게 한다. 바위 틈 사이에서 자라는 식물의 뿌리도 바위에 작은 균열을 생기게 한다. 너무 거대하고 단단해서 언제나 그 자리에 그대로 있을 것 같은 바위도 물, 식물 뿌리 등에 의해 부서진다. 지역에 따라 지하수에는 이산화탄소가 많이 녹아 있을 수 있다. 이산화탄소가 녹아 있는 지하수는 바위를 조금씩 녹일 수 있다. 비가 와서 한 곳에 똑똑 떨어지는 빗물이 바위를 파이게 할 수도 있다.

 

모래알이나 흙 먼지를 일으키는 바람도 바위를 가만 두지 않는다. 자꾸 자꾸 바위를 작은 돌멩이가 되도록 부서뜨리려고 한다. 물론 오랜 세월이 흐르면서 조금씩 일어나는 작용이다. 바위가 모래알이 되어가는 과정을 풍화라고 한다. 풍화는 바람 때문만에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풍화의 원인은 물과 공기이다. 비가 내리면 물은 산 위에서부터 아래로 흐르게 된다. 구름에서부터 지표면으로 떨어진 물들의 바다를 향한 여행이 시작되는 것이다. 물들은 조용히 흐를 때도 있고 무섭도록 빠르게 흐를 때도 있다. 돌멩이들을 움직인다. 사람들이 옮겨주지 않아도 돌들은 그 자리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물은 운반작용도 하는 것이다. 물의 운반작용으로 인해 아래로 내려가던 돌들은 이리저리 부딪히면서 더 작아지고 매끈해진다. 처음에는 모가 난 돌이었지만 모가 난 부분이 먼저 부딪히고 부서지면서 매끈한 돌이 되는 것이다. 물은 돌이나 흙을 조금씩 움직여서 어디로 데려다 놓으려고 하는 것일까? 산 위에서 출발한 물의 목적지는 바다이니 바다에 데려다 놓는 것이다. 산 위에서 바다로 갈수록 돌멩이들이 이리저리 물과 함께 부딪히고 부서지면서 입자가 작아지니까 바다에는 모래와 같은 흙이 많은 것이다.

 

물의 속력이 빨라지면 주변의 작은 돌이나 흙과 부딪히는 힘이 커지게 된다. 그러면 물이 흐르면서 주변을 깎는 작용을 하게 된다. 이를 침식작용이라고 한다. 침식작용은 흐르는 물이나 빗물, 바닷물, 빙하에 의한 것일 수도 있고 바람에 의한 것일 수도 있다. 물의 흐름이 느려지면 에너지가 작아지기 때문에 운반하기에 힘이 들어 운반하던 것들을 내려놓는다. 물은 상류를 지나 중류와 하류로 가면서 평지를 지나가게 된다. 평지에서는 하천의 기울기가 급하지 않으므로 물의 속력은 느려진다. 하류 쪽으로 가면서 운반하던 알갱이들을 어느 한 곳에 내려놓게 된다. 이를 퇴적이라 한다.

 

한곳에 모인 알갱이들은 서로서로 엉겨 붙고 다져지면서 새로운 지형을 만들 수 있다. 침식작용에 의한 지표의 변화는 주로 상류지역에서 발견될 수 있다. 폭포와 V자 계곡이 그것이다. 이들은 물이 아래쪽으로 급하게 흐르면서 깊게 패인 것이다. 퇴적 작용에 의한 지표의 변화는 하류 지역에서 주로 많이 발견된다. 삼각주가 그 한 예다. 삼각주는 지류에 있던 물이 해양으로 유입되면서 토사가 삼각형 모양으로 퇴적되는 지형을 말한다. 중류지역에서 침식과 퇴적이 함께 일어나는 예도 있다. 곡류의 안쪽은 물의 흐름이 느려지고 바깥쪽은 빨라진다. 느린 곳은 퇴적이 일어나고 빠른 곳은 침식이 일어난다.

 

지하수도 동굴을 만들 수 있다. 석회암 지대에 이산화탄소가 녹은 지하수가 흐르게 되면 석회암이 용해되어 석회암동굴이 생긴다. 지하수뿐 아니라 빙하, 해수, 바람도 침식과 퇴적 작용을 통해 지표를 변화시킨다. 지표의 변화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흐르는 물이다. 식물이 물을 너무 많이 마셨을 경우에는 잎의 뒷면에 있는 기공을 통해 물을 밖으로 내보낼 수 있다. 물은 하늘, 대기, 지표, 지하에 존재하며 세상을 감싸고 있을 뿐 아니라 기상 현상을 일으키기도 하고 지형을 바꾸기도 한다.

 

세포의 주성분이어서 생물체의 몸을 이루기도 하고 체온 유지와 같은 생명 유지에 필요한 기능을 하기도 한다. 벌써부터 물에 대한 고마운 마음이 생기기 시작한다. 들을 수 있는 상태와 딱딱하게 굳은 상태의 다른 점은 무엇일까? 흐를 수 있는 상태는 모양이 일정하지 않다. 굳어진 상태는 모양이 일정하다. 물이 수증기로 변할 때 부피는 거의 1700배 증가한다고 한다. 물은 얼음이 될 때, 수증기가 될 때 모두 부피가 증가한다. 분자끼리의 거리가 멀어진다는 것은 분자 운동이 활발해진다는 것이다.

 

고체 상태의 물질을 가열하면 물질은 에너지를 흡수한다. 분자 사이의 거리가 점점 멀어지면서 분자끼리 서로 당기는 인력은 약해지고 분자 운동은 활발해진다. 기체를 냉각시키면 물질은 에너지를 방출한다. 에너지를 방출함에 따라 분자 운동이 둔화된다. 분자끼리의 인력이 강해지고 분자와 분자 사이의 거리도 가까워진다. 주전자에서 나오는 김은 액체 상태다. 그 액체 상태의 물방울들이 공기 중으로 흩어지면서 수증기가 되는 것이다. 고체가 액체의 과정을 거치지 않고 기체가 되는 것을 승화라고 하고 기체가 액체 과정을 거치지 않고 고체가 되는 것도 승화라고 한다.

 

나프탈렌은 승화성 물질이다. 고체에서 바로 기체가 되어 옷 구석구석에 스며들어 방충제 역할을 한다. 만일 나프탈렌이 고체에서 액체가 되는 과정을 거친다면 흘러 옷을 망가뜨리게 될 것이다. 냉동실의 성에는 기체가 바로 고체가 되는 것이다. 어떠한 상태 변화든지 반드시 동반되는 과정이 있다. 열의 출입이다. 우리가 마당에 뿌리는 물은 우리를 시원하게 해주지만 이글루 위에 뿌리는 물은 이누이트들을 훈훈하게 해준다. 더운 여름에 뿌린 물은 곧 증발한다. 하지만 이글루에 뿌린 물은 얼게 된다. 기온이 영하일테니까. 여름에 마당에 뿌리는 물은 기화하는 것이니까 열을 흡수한다. 이글루에 물을 뿌리면 물이 언다. 물이 얼면서 열을 방출한다. 이글루 안은 방출된 열 때문에 훈훈해진다.

 

겨울철의 서리는 승화에 해당한다. 공기 중의 수증기가 액체를 거치지 않고 바로 언 것이기 때문이다. 물이 끓기 시작하면 온도가 상승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분자들은 수증기가 되면서 훨씬 자유로운 분자 운동을 하게 된다. 분자 운동이 활발해진다는 것은 분자끼리 서로 잡고 있던 손을 놓아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물이 수증기가 되려면 분자 간의 인력이 끊어져야 한다는 말이다. 분자 간의 인력이 끊어지려면 에너지가 필요하다. 가해진 열에너지를 다른 일에 사용하니까 온도가 상승하지 않는 것이다. 다른 일이라는 것은 상태 변화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녹는점에서도 얼음이 분자끼리의 인력을 끊고 물이 되어야 하므로 녹는점에서의 온도는 일정 하고 변화가 없다. 어는 점 역시 일정하다. 물을 많이 끓여야 할 경우 끓는 온도가 높아져야 하는 것이 아니라 가열 시간이 길어져야 한다. 압력에 따라 끓는점은 변화한다. 일반적으로 물의 끓는점을 100°C라 하고 녹는점을 0°C라고 할 때 기압은 1기압이 기준이다. 얼음의 녹는 점도 압력에 따라 달라진다. 압력과 온도에 따라 세 가지 물질의 상태가 모두 존재하는 경우도 있다. 물의 경우 세 가지 상태가 모두 존재할 수 있는 온도와 압력이 있다. 얼음, , 수증기가 모두 한 곳에 함께 있을 수 있다는 뜻이다.

 

물의 삼중점이라고 하는 것이 있는데 온도는 0.01°C이고 압력은 0.006 기압일 경우이다. 게이뤼삭은 물을 전기분해하면 플러스 극에서는 산소가 발생하고 마이너스 극에서는 수소가 발생한다는 것을 알아냈다. 물 분자는 수소 원자 두 개와 산소 원자 한 개로 이루어진 분자다. 수소와 산소가 이루는 각도가 104.5도가 되는 굽은 구조이다. 한 물질을 구성하는 원자들은 물질을 이룬 상태에서 서로 쉽게 떨어지지 않도록 특별한 결합이 필요하다. 원자는 원자핵과 전자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리저리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는 것은 원자핵이 아니라 전자다.

 

그러므로 원자와 원자 사이를 전자들이 연결하여 주는 것이다. 원자가 가지고 있는 전자들 중 결합에 관여할 수 있는 전자들은 원자핵과 가까운 전자들일까? 아니면 원자핵과 가장 멀리 떨어진 전자들일까? 원자핵과 가까운 전자들은 원자핵과의 인력 때문에 멀리까지 움직이기가 쉽지 않다. 멀리 떨어져 있는 전자들을 최외각 전자, 원자가 전자라고 한다. 수소 원자는 원자가 전자가 한 개이고 산소 원자는 원자가 전자가 여섯 개이다. 루이스라는 과학자는 원자를 둘러싼 원자가 전자가 8개를 이룰 때 안정된다고 주장했다.

 

원자가 전자를 여덟 개 이루려는 것을 옥테트 규칙이라고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안정된 생활을 원하는 것처럼 물질들도 마찬가지다. 자연계에서 존재할 때 물질들도 안정된 상태로 존재하고자 한다. 그러므로 원자를 둘러싼 원자가전자가 여덟 개가 되어 안정을 이루려고 한다. 수소는 원자가 전자가 한 개이고 산소는 원자가 전자가 여섯 개이다. 여덟 개가 되려면 각각 가지고 있는 전자들이 부족한 상태이다. 그래서 수소와 산소는 결합을 이루면서 서로를 충족시켜주기로 했다. 서로 부족한 대로 전자들을 공유하기로 한 것이다.

 

산소 원자에 수소 원자 두 개가 다가온다. 수소 원자는 원자가 전자를 한 개 가지고 있다. 원자가전자가 한 개인 수소 원자가 두 방향에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산소 입장에서 보면 산소 원자에 수소 원자가 두 방향에서 다가오면서 각각 전자를 한 개씩 내밀면서 온다. 산소 원자는 여섯 개의 원자가 전자를 가지고 있는데 수소 원자 둘이서 원자가전자를 한 개씩 내밀면서 다가오니까 산소 원자의 중심에는 모두 8개의 원자가 전자가 생긴 것이다. 수소 원자의 원자가 전자를 공유함으로써 중심에 있던 산소 원자의 전자는 8개가 되었고 안정을 이루게 된 것이다.

 

수소 원자는 전자가 없어진 것이 아니라 산소와 공유된 상태다. 수소 원자는 가질 수 있는 전자의 수가 적다. 수소 원자의 원자가 전자는 두 개일 때 안정되다. 수소 원자는 산소 원자와 전자를 공유하여 모두 두 개의 전자를 갖게 되었다. 산소나 수소 입장에서 모두 만족스러운 결합이 이루어진 것이다. 산소 원자는 전자를 끌어당기는 힘이 매우 강하고 수소 원자는 전자를 끌어당기는 힘이 약하다. 그래서 수소와 산소가 공유한 전자는 산소 쪽으로 더 치우치게 된다. 산소 원자 쪽에 마이너스 전하의 세기가 더 세진 것이다.

 

수소 원자는 플러스 전하를 띠게 돼 있다. 분자 내의 결합을 넘어서 물 분자끼리의 결합 즉 분자 간 결합에 대해 알아보자. 물 분자를 이루는 두 개의 수소 원자는 부분적으로 플러스 하나를 띠고 산소 원자는 마이너스 전하를 띠는 구조다. 이러한 물 분자들이 서로 모여 있게 되면 어떤 물 분자의 수소 원자는 다른 물 분자의 산소 원자에 접근할 수 있다. 그래야 이웃하는 물 분자의 산소와 수소 원자는 강한 정전기적 인력에 의해 결합이 형성되는데 이를 수소 결합이라 한다.

 

물이 얼음이 될 때에도 얼음을 이루는 분자들이 수소 결합을 하며 육각형 구조를 만든다. 이때 육각형 안쪽으로 빈 공간이 생기므로 얼음의 부피는 물보다 커지게 되는 것이다. 물 분자가 이루는 결합은 공유 결합과 수소 결합이다. 공유 결합은 하나의 분자 안에 있는 원자들 간의 결합을 의미한다. 수소 결합은 분자들끼리의 결합으로 분자 간 인력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결합을 의미한다. 물에 얼음이 잘 뜨는 것은 무게 때문이 아니라 밀도 때문이다. 밀도는 단위 부피에 해당하는 질량을 의미한다.

 

여러 가지 물질이 있을 경우 같은 부피가 갖게 되는 질량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단순히 무게가 가볍고 무거운 것과는 다른 것이다. 아무리 철을 가루 내어 조금만 물에 넣어본다고 해도 철의 단위 부피당 차지하는 질량 값은 일정하므로 물에 가라앉을 수밖에 없다. 스티로폼으로 만든 얼굴만큼 큰 자동차와 금속으로 만든 엄지손가락만큼 작고 가벼운 자동차를 물에 넣어보면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스티로폼 자동차가 아무리 크다고 해도 물에 가라앉는 것은 아니며 금속 자동차가 아무리 작다고 해도 가라앉지 않는 것은 아니다.

 

단위 부피에 해당하는 질량은 어떤 물질이든 간에 일정한 값을 갖는다. 물질의 특성이다. 물의 밀도는 1g/ cm³. 1cm³를 취해 질량을 재어 보면 1g이 되는 것이다. 얼음의 밀도가 물보다 커서 호수의 바닥부터 언다고 한다면 호수의 물고기들은 겨울을 나지 못하게 될 것이다. 호수가 윗부분부터 얼게 되니까 오히려 얼음이 찬 대기로부터 물속의 생태계를 보호해주는 것이다. 물질 1g1°C 상승시키기 위해 필요한 열량을 비열이라고 한다. 비열이 큰 물질 일수록 가열하거나 냉각하여도 온도 변화가 쉽게 일어나지 않는다. 천천히 냉각되고 천천히 가열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물은 비열이 큰 편에 속한다.

 

겨울이 되어서 기온이 하강하여도 지표 만큼 빠르게 냉각되지 않는 이유가 물의 비열이 크기 때문이다. 물은 온도 변화가 크지 않으므로 물속 생물들이 겨울을 잘 지낼 수 있게 해준다. 수소 결합을 하여 분자끼리 강하게 끌어당긴다. 이 분자 간의 강한 인력 때문에 물은 표면적을 최소화하려는 힘을 작용시킨다. 이를 표면장력이라고 한다. 물 분자가 서로 강하게 끌어당겨 표면적이 최소화가 되려면 둥근 구 형태가 되어야 한다. 같은 부피에 해당하는 여러 가지 기하 구조 중에서 둥근 구가 가장 표면적이 작다.

 

물보다 밀도가 큰 바늘도 물 위에 잘 떨어뜨리면 뜰 수 있다. 물에는 바늘이 가라앉으려는 밀도를 이겨내려는 힘인 표면장력이 있다. 물은 다른 물질에 비해 녹는점이나 끓는점도 높은 편이고 비열도 큰 편이며 표면장력도 가지고 있다. 이는 물 분자가 극성을 지니고 있으면서 수소 결합을 하고 있어서 분자들끼리 서로 강하게 끌어당기고 있기 때문이다. 오염된 물의 양이 적으면 물은 스스로 깨끗한 상태로 돌아갈 수 있다. 물 속에 사는 미생물들의 도움을 받으면 되는 것이다. 미생물들은 물에 유입된 오염물질들을 분해해 준다.

 

그런데 너무 많은 오염물질들이 강으로 흘러 들 경우는 사정이 다르다. 분해시킬 물질들이 많아졌으므로 미생물들은 빠르게 번식하며 오염물질을 분해할 것이다. 하지만 미생물도 생물체이므로 호흡을 하여야 하고 호흡에는 산소가 필요하다. 한꺼번에 너무 많은 미생물이 모여 있게 되면 물 속에 산소는 부족하게 된다. 미생물들은 오염물질을 분해시키는 일을 끝마치기 전에 호흡을 하지 못하여 죽게 된다. 깨끗한 물은 용존 산소량은 높고 생물학적 산소요구량은 낮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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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사박물관이 세계를 구하는 법 - 대멸종의 시대, 자연의 기억보관소가 들려주는 전시실 너머의 이야기
잭 애슈비 지음, 제효영 옮김 / 김영사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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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사박물관을 지구 전체의 생물 다양성이 얼마나 경이롭고 중요한지 알리는 곳으로 생각하는 동물학자, 케임브리지대학교 동물학박물관 부관장인 잭 애슈비의 책이다. 설득력 있고 균형 잡힌 시각을 가진 저자는 자연사박물관과 미술관을 구별한다. 자연사박물관은 소장품 규모에서 미술관보다 훨씬 방대하고 전시에서 끝없이 다양한 주제와 엄청나게 긴 역사를 다루는 데도 보편적인 관람 코스를 짤 수 있을 정도로 비슷비슷하다. 저자는 말한다. 박물관은 중립적이지 않으며 자연과 닮지도 않았다고. 공룡에 쏠리는 관심이 과도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공룡에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하는 저자는 공룡만 부각하느라 자연계의 다른 모든 생물이 구석으로 밀려나는 현실을 안타까워한다.

 

자연사박물관에 전시되는 목록은 방대한 자연의 극히 일부일 뿐이다. 선별이 필요하다. 선별은 편향이 드러나는 계기인지도 모른다. 편향 가운데 하나는 서양의 비중이 꽤 크다는 점이다. 자연사박물관이 예부터 항상 과학을 증진하는 곳이었다고 주장하기 힘들다는 말이 충격으로 다가온다. 무참한 자의식과 탐욕, 식민주의까지 집약된 곳이 자연사박물관이다. 저자는 자연사박물관이 관리하는 동물, 식물, 균류를 비롯한 생물 표본은 현재 우리 지구가 맞닥뜨린 심각한 문제를 연구하고 해결하는 귀중한 근거 자료라고 말한다.

 

저자에 의하면 지식을 공유하고 영감을 주는 것은 박물관의 핵심 기능이지만 지구 생물에 관한 최상의 기록, 가장 확실한 자료를 잘 관리하는 것 또한 박물관의 핵심이다. 자연사박물관은 자연을 보여주기 위해 자연의 순리를 거스르기도 한다. 죽음은 자연 현상이지만 죽은 동물의 표본은 자연과 거리가 멀다는 말이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엄청나게 수고스러운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는 표본은 사실상 인공물에 가깝다. 생각할 법한 이야기이지만 박제사가 있다는 이야기를 처음 알았다.

 

박제동물 제작은 엄청난 수준의 예술적 비전과 기술, 해부학적 지식을 요하는 일, 결과적으로 돈이 많이 드는 일이다. 저자에 의하면 박제는 동물을 가장 생생하게 보존하는 기술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진짜 동물과 가장 거리가 멀다.(64 페이지) 흑곰의 털 가죽을 표백해 대왕판다의 박제 모형을 제작한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인공(人工), 연출, 타협의 산물이 자연사박물관이라는 생각이 든다. 인간의 손에 잔혹하게 살해 당해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낸 무서운 얼굴을 하고 있는 동물 박제 모습은 참으로 아이러니다.

 

새의 암수가 함께 전시된 경우 대체로 암컷은 더 낮은 선반에 있거나 아예 수컷을 향해 고개를 숙이고 있는 모습으로 만들고 수컷은 몸을 잔뜩 부풀린 지배적 모습을 만드는 것은 동물의 실제 행동 특성은 전혀 반영하지 않고 오로지 위계서열만 중시한 연출이다. 이런 정보를 바탕으로 나와 관계되는 지질박물관은 어떤가 생각해 보게 된다. 연출이나 편견과 가장 거리가 먼 곳이 지질박물관이 아닐까? 어떻든 새로운 사실을 많이 배우게 된다. 몸집이 워낙 어마어마하게 큰 고래의 경우 골격표본을 만들 때 뼈만 깨끗이 남기는 단계에서 보통 자연의 힘을 빌린다. 사체를 흙이나 분뇨, 모래에 묻어두고 미생물, 균류, 무척추 동물이 연조직을 다 먹어 치우게 놔두는 것이다.

 

자연사박물관의 표본에는 오류도 많다. 직접 본 적이 없는 공룡의 경우가 특히 그렇다. 박물관에 전시된 공룡이나 다른 동물의 골격표본에 오류가 발견되더라도 박물관이 곧바로 수정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한다. 화석 뼈나 복제 모형은 망가지기 쉽고 표본을 다시 제작하는 데 드는 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액침(液浸) 표본이 가장 진짜에 가깝다는 이야기도 새롭다. 동물이 전시를 위해 죽임을 당했다는 사실을 깨닫게 만드는 전시는 관람객의 기분을 망친다. 부가된 것도 없고 사람이 조작하지도 않았고 어떠한 해석도 개입되지 않아 정확성에 문제가 생길 여지가 없는 진짜 생물들이 지루하게 여겨지는 것도 아이러니다.

 

저자는 이를 실제 생물과 한 단계씩 멀어질수록 더 파격적이고 관람객의 관심과 흥미는 커진다는 말로 설명한다. 저자는 자연사박물관은 진짜 생물과의 일치성과 관람객이 느끼는 따분함 사이에서 끊임없이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자연사 표본에는 성비(性比) 차이가 꽤 난다. 동물을 잡고 수집하는 사람의 편향성 때문이다. 자연사박물관에서 표본은 유전학부터 기후변화, 분류학, 해부학, 독성학 기생충학, 진화학, 생물 다양성 감소, 생태학 등 방대한 과학탐구에 두루 활용된다. 박물관에 연구할 표본이 아무리 많아도 수컷의 비중이 훨씬 크면 수컷의 행동이 그 생물의 일반적인 행동으로 왜곡되어 관람객들은 제대로 된 지식을 얻지 못하게 된다.

 

암컷에게 드러낸 것과 같은 편견이 최초로 발견된 생물의 이름을 붙일 때 여성 전체를 향한 편견으로 확장되어 나타난다는 저자의 지적은 예리하다. 현존하는 모든 조류의 90% 이상이 새끼 돌보는 일을 수컷이 담당한다. 그런 사실은 조류(鳥類)가 키티파티, 오비랍토르와 생물학적으로 매우 가까운 공룡으로부터 진화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조류 역시 먼 옛날 조상들처럼 수컷이 새끼의 양육을 담당하는 게 당연한 결과라는 말이다. 저자는 자연에서는 동성간 짝짓기가 매우 흔하지만 과학자들이 오랫동안 그런 사실을 아예 알리지 않거나 객관적으로 기록하기를 주저했다는 사실도 언급한다.

 

저자는 인간의 편향된 고정관념을 잣대로 동물의 행동을 해석한다면 동물의 자연사는 물론 더 넓게는 인간의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저자는 성소수자의 성 정체성이 동물계에서 또는 다른 어디에서든 근거가 발견되어야 정답이 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저자는 중생대는 파충류의 시대, 신생대는 포유류의 시대라는 말은 엉터리라고 말한다. 나도 한 지질학자의 글에서 이런 구분을 보았다. 저자에 의하면 150만 종 가운데 7천 종도 되지 않는 포유동물은 비중은 약 0.4%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어느 자연사 박물관을 가든 전시실에는 포유동물이 가득하다.

 

다양성에서 진정한 최강자는 현재까지 90만 종이 알려진 곤충이다. 이런 내용을 담은 챕터의 제목이 '곤충한테 왜 그래'란 사실이 신선하게 다가온다. 박제 동물은 피부가 유연한 동물로만 제작할 수 있으며, 골격표본은 뼈가 있는 동물로만 만들 수 있다. 동물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곤충은 이 두 가지 조건에 모두 부합하지 않는다. 무척추동물은 액침 표본으로 보존하기도 하지만 곤충은 표본 상자에 핀으로 고정하는 방식으로 가장 많이 보존된다.(159 페이지) 저자는 박물관은 사람들에게 무엇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지 알려줌으로써 사회에 영향을 미치고, 이는 우리가 자연을 보호하는 방식을 정하는 데 중대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한다.

 

새끼 제비 한 마리가 부화한 뒤 성체가 되기 위해 20만 마리의 곤충을 먹어야 한다는 사실도 만나기 어려운 지식이다. 곤충이 없으면 지구의 삶은 무너진다. 생물 수백만 종이 멸종하고 동물의 사체가 우리 주변에 가득할 것이라고 한다. 곤충은 지구 역사에 지금까지 총 다섯 번(오르도비스기, 데본기, 페름기, 트라이아스기, 백악기) 찾아온 대규모 멸종 사태마다 비교적 큰 영향을 받지 않고 살아남은 듯 했지만 현재 곤충 개체수가 감소하는 속도와 규모를 볼 때 지구의 한계를 거듭 위반한 인류가 빚어낸 여섯 번째 멸종에서는 곤충도 무사하지 못할 수 있다.(175 페이지)

 

저자는 고생물학자이자 유명 저술가 리처드 포티의 책에서 곤충의 부정적이거나 기괴한 모습이 중요하게 다루어진 것에 대해서도 비판한다. 리처드 포티는 나도 읽은 [살아 있는 지구의 역사]의 저자이다. 그의 고생물학 저서인 [삼엽충]은 어떤지 읽어보고 싶다. 저자는 건강한 지구 생태계에 막대한 역할을 하는 식물과 균류가 자연사박물관 전시에서 비중 있게 다루어지지 않는 현실에 대해서도 비판한다. 식물맹(植物盲)이란 말이 있다. 새보다 훨씬 중요한 식물에 대해 눈을 주지 않는 것이다. 어쩌면 무의식적으로 소홀한 것이라 해야 할지도 모른다. 이런 점에서 보면 조류 관찰은 엄청난 규모의 거대 산업(130 페이지)이라는 저자의 말이 예사롭지 않게 들린다.

 

식물은 자연사박물관에서도 홀대 당한다. 동물들의 소품 정도로 취급되는 것이다. 식물에 대해 우리는 참 무심하고 마치 없는 존재인 것처럼 대해왔다는 생각을, 저자의 지적을 통해 반성하듯 하게 된다. 식물과 조류(藻類)는 공기를 만들어내는 존재들이다. 저자는 인상적인 말을 한다. 표본으로 남아 있는 모든 최후 개체는 하나하나가 영원히 돌이킬 수 없는 멸종을 선명하게 보여준다는 말(246, 247 페이지)이다. 자연사박물관의 소장품에는 권력과 계층 구조, 값어치의 영향이 깊게 배어 있다. 과학도 문화의 한 부분이다. 과학계가 던지는 질문은 특정 시대와 지역의 사회적 규범, 정치, 우선순위, 금기시되는 것의 영향을 받는다.

 

인류학 전시회에 자주 활용되는 디오라마에는 박제된 야생동물과 원주민을 대놓고 동일시하는 시선이 깔려 있다. 저자는 박물관의 탈식민지화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것은 박물관의 모든 소장품이 한곳에 모일 수 있었던 힘은 제국주의 시대의 불균등한 권력이었다는 사실을 아는 것을 의미한다. 탈식민지화가 필요한 대표적 예가 도도새이다. 과학은 협력으로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분명히 밝히고 협력이라 불러도 힘의 구도는 불균형하다는 사실을 솔직히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저자의 말은 참으로 인상적이다.

 

저자를 통해 알게 되는 사실 가운데 하나는 탐험대가 박물관에 전시할 만한 것으로 무엇을 찾아오느냐에 따라 그 나라를 침략해 식민지로 삼을지 말지가 결정되기도 했다는 점이다. 자연사박물관이 발전한 시기는 식민지 사업이 성장한 시기와 겹친다. 이는 우연이 아니었다. 박물관은 제국이 거둬들인 전리품의 보관소이자 식민지에서 추출, 착취할 천연자원이 있는지 판단할 만한 표본들을 보유하다가 필요할 때 언제든 연구할 수 있는 곳이었다. 저자는 자연사박물관의 표본이 획득된 과정이 사회사의 측면에서 부적절한 사건과 엮여 있다면 그 이야기까지 관람객들에게 들려줄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인간이 다른 인간에게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끔찍한 고통을 가하며 벌어들인 돈이 자신이 속한 박물관(케임브리지대학교 동물학박물관)의 소장품 수집에 쓰인 셈이라는 사실을 말할 정도로 진지하다. 저자는 진실을 이야기하는 것이 논란 거리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저자는 또 다른 시간과 공간에 존재하는 생물을 비교하는 것은 자연사의 거의 모든 세부 분야에서 필수적인 연구 방식이지만 다양한 표본이 한곳에 모여 있을 때 생기는 이러한 가치를 인정하는 것과 세계 각지에서 나온 표본들이 전 세계 자연사박물관에 어떻게 분포되어 있는지 따져보는 것은 별개의 일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식민지배를 받은 나라의 이중고를 이야기한다. 하나는 식민 지배를 받은 것 자체이고 다른 하나는 그들 나라에서 유래한 표본들이 식민지를 건설한 국가들에 있는 현실이다. 물론 그 국가들이 표본이나 문화재를 가져가 보관하지 않았다면 남아 있는 것이 하나도 없었을 것이라는 점도 중요하다. 저자는 많은 생각거리를 안겨준다. 고고학, 예술, 자연사, 그 밖의 어떤 분야든 소속을 둘러싼 논의는 결국 바로 그것이 어디에 있을 때 가장 큰 의미가 있는가라는 한 줄기로 모이는 듯하다고 말한다.

 

책을 읽으며 느낀 것 중 하나는 삶이란 참 어려운 것이라는 점이다. 표본이 수집된 후 새로운 종으로 밝혀질 때까지 소요되는 지체 시간이 평균 21년이라는 사실 때문이다. 최근 발견된 새로운 포유류 종의 4분의 3은 자연서식지가 아니라 박물관 수장고에서 표본으로 발견되었다. 새로운 종 여부가 밝혀지지 않은 채 박물관 수장고에 보관되고 있는 생물 중에는 자연서식지에서 더 이상 볼 수 없게 된 것이 있다. 지금 수집되는 표본들은 과학자들이 내리는 결정의 주요한 바탕이 될 것이다.

 

박물관들은 살아 있는 동물을 죽이지 않고 표본을 수집하는 방안을 꾸준히 찾고 있다. 과학자들은 자연사박물관이 자연의 기억 보관소라는 사실을 토대로 박물관의 표본과 그 표본에 관한 데이터를 활용하면 생물을 지키는 중요한 문제의 해답을 찾는 새로운 길이 나타날 수 있음을 끊임없이 깨닫고 있다. 자연사박물관에 남아 있는 오래전 기록은 지역의 멸종 생물을 복원하는 데 활용된다. 자연사박물관의 표본은 생물 보존의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는 수준을 넘어 구체적인 보존 방식을 알려주기도 한다. 박물관 일은 여러 직업 중 하나이지만 이 직업에는 소명 의식이 필요하다.

 

지구에 사는 생물의 다양성을 기록하는 것은 자연사박물관이 처음 생겨났을 때부터 줄곧 핵심 과제다. 전시실에 놓을 표본 하나를 결정하는 것은 수백만점의 다른 표본이 제외되는 것을 뜻한다. 이 부분으로부터 편향성은 불가피하며 박물관 일에 막중한 책임감과 균형감각이 필요함을 알 수 있다. 자연사박물관이 시대에 뒤떨어지는 시설이라는, 부당하고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 오해를 벗으려면 자원이 필요하다. 이 책은 감사의 말을 통해 알 수 있듯 수많은 사람들의 도움으로 나올 수 있었다. 자연사박물관에 대해 알게 해주고 생각하게 해준 저자에게 감사하다. [자연사박물관이 세계를 구하는 법]은 균형잡힌 시각으로 전해진 새로운 정보의 선물상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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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슨이 들려주는 판구조론 이야기 과학자가 들려주는 과학 이야기 48
좌용주 지음 / 자음과모음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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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아의 향기]에서 지구를 일종의 목수로 비유하고, 지구는 판이라는 널빤지로 헌 집의 여기저기를 고쳐 새집으로 단장하듯 끊임없이 움직인다고 설명한 좌용주 교수의 [윌슨이 들려주는 판구조론 이야기]란 책이다. 윌슨이란 캐나다의 저명한 지구물리학자이자 지질학자인 투조 윌슨(1908~1993)을 의미한다. 윌슨은 판구조론 확립에 결정적인 기여를 한 인물이다. 판구조론은 플룸 구조론과 함께 지질학을 과학의 반열에 올려놓은 이론이다. 저자는 지구뿐 아니라 태양계를 이루는 지구형 행성의 진화를 연구하는 데도 판구조론은 분명한 탐구의 방향을 제시한다는 말을 한다. 최근 열수구, 오피올라이트 등을 공부하면서 이들은 모두 판구조론으로 명확히 설명할 수 있고 판구조론을 뒷받침하는 개념임을 알았다. 


저자는 두 지각을 이야기한다. 해양지각, 대륙지각이 그것이다. 해양지각은 대부분 현무암으로 이루어졌다. 두께는 평균 5km다. 반면 대륙지각은 화강암, 섬록암, 반려암, 사암, 이암, 편마암 등 여러 암석으로 이루어졌다. 평균 두께는 약 35km다. 대륙지각이 여러 암석으로 이루어진 것은 40억 년 이상의 오랜 지질 시대 동안 판의 충돌, 마그마 활동, 풍화·퇴적 등 다양한 지질 작용이 복합적으로 일어났기 때문이다. 대륙지각은 해양지각보다 두껍지만 밀도가 낮다. 감람암은 맨틀을 이루는 암석이다. 지각은 맨틀보다 밀도가 낮다. 그래서 맨틀 위에 떠 있는 것이다. 맨틀 아래에는 핵이 자리한다. 핵은 밀도가 가장 높다. 


암석권, 연약권, 중간권은 핵은 논의하지 않고 지각과 맨틀 부분만을 설명한 것이다. 지구 표면의 새로운 층을 암석권이라 한다. 100km에 이른다. 이는 지각과 최상부 맨틀을 함께 부르는 말이다. 연약권은 맨틀 중 비교적 상부에 속한다. 지하는 온도가 녹는 점보다 크게 높지 않기에 맨틀은 일부만 녹는다. 부분적으로 녹고 무른 성질을 보이기에 연약권이라 한다. 연약권의 두께는 100~250km에 이른다. 연약권 아래의 나머지 맨틀을 중간권이라 한다. 중간(지구 표면의 운동 무대인 연약권까지와 핵 사이에 놓인) 부분이라는 말이다. 상부 맨틀은 모호면이라 불리는 지각과 맨틀의 경계에서부터 약 670km까지의 깊이를 말하고 하부 맨틀은 그보다 깊은 부분을 말한다.


어떤 판은 대륙을 짊어지고 있고 어떤 판은 해양지각으로만 이루어져 있다. 대륙을 가지는 판을 대륙판이라 하고 해양 지각을 가지는 판을 해양판이라 부른다. 한국이 위치한 유라시아 판은 대륙판이고 넓은 태평양을 둘러싼 태평양판은 해양판이다. 주의할 것이 하나 있다. 대륙과 해저가 이동하는 것과 판이 이동하는 것을 같은 현상이라고 생각해서 대륙 지각과 해양 지각이 바로 판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두 가지 이유가 있다. 대륙판은 대부분 대륙 지각이지만 해양 지각도 포함되어 있다. 그러니까 대륙판이 곧 대륙 지각인 것만은 아니다. 지각만이 움직이는 것이 아니다. 실제로 움직이는 것은 지각과 가장 상부의 맨틀이 합쳐진 암석권이 움직이는 것이다. 


지각이 움직이지만 그 아래의 맨틀도 함께 움직인다. 사람이 뗏목을 타고 강을 건너면 사람만 건너는 것이 아니라 뗏목도 같이 움직인다. 사람이 지각이라면 뗏목은 맨틀에 해당한다. 사람을 실은 뗏목은 암석권이고 강물은 연약권이다. 판과 암석권이 같은 것이라면 왜 하나로 부르지 않을까? 암석권은 지구 겉에서 맨틀의 바닥까지 암석권, 연약권, 중간권 등의 새로운 층으로 나눌 때 사용하는 구분이다. 하지만 지구 표면에서 무엇이 움직인다고 할 때는 운동을 나타낸다. 운동하는 물체를 부를 때는 암석권 대신 판으로 부르는 것이 보통이다. 판이 이동한다고 말하지만 실제는 지각뿐 아니라 가장 상부의 맨틀을 포함하는 암석권이 움직이는 것이라는 사실이 중요하다. 


확장 경계는 많은 경우 해저에서 발견된다. 하지만 대륙 내부에서 확장 경계가 발견되기도 한다. 확장 경계의 중심부에서 일어나는 맨틀의 상승류가 암석권을 들어올린다. 해저의 확장 경계에서는 이런 식으로 해저 지각이 높아져 있고 이런 높은 지형을 해령이라 부른다. 해령에서 상승한 맨틀 물질이 해양지각을 만든다. 수렴 경계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수렴 경계 중 하나는 침강 경계다. 다른 하나는 두 판이 충돌하는 충돌 경계다. 침강 경계는 한 판이 다른 판 아래로 내려가는 경계를 말한다. 밀도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해양판이 다른 해양판 아래로 침강할 수도 있다. 더 오래되고 더 무거워진 해양판이 젊고 상대적으로 가벼운 해양판 아래로 내려가는 것이다. 


두 판이 서로 접근하여 침강경계를 이룬 곳에서는 표면보다 아주 깊은 골짜기가 생긴다. 이런 지형을 해구라고 한다. 침강 경계의 대표적인 지형이다. 충돌 경계는 오직 충돌하기만 하는 경계를 말한다. 이런 곳에서는 대륙판끼리 부딪힘에 따라 하늘 높이 솟구치게 된다. 충돌 경계를 대표하는 것이 산맥이다. 충돌이 끝은 아니다. 대륙 지각끼리는 충돌해서 높아졌지만 지각 아래의 맨틀 부분은 계속 움직인다. 한쪽이 다른 쪽으로 계속 파고 들어가는 것이다. 이런 운동이 계속되는 한 산맥은 계속 솟구쳐 오른다. 대륙지각은 위아래로 균형을 이룬다. 높아지기 위해서는 맨틀 쪽 뿌리도 깊어야 한다. 이 뿌리가 깊어진다면 산맥의 높이도 더 높아질 수 있다.


땅이 서로 반대 방향으로 움직여 경계가 생기는 것을 단층이라 한다. 단층을 만드는 운동이 생기면 땅은 아래로 수직 이동을 할 수도 있고 좌우로 수평 이동을 할 수도 있다. 단층이 해령을 만난다는 것이 샌안드레아스 단층이 육지의 보통 단층들과 다른 아주 결정적인 증거다. 이런 단층은 해령과 해령 사이에 존재한다. 이런 단층을 변환단층이라 한다. 두 땅의 이동이 항상 반대이고 땅이 이동하기 때문에 이동한 땅의 뒷부분에 빈 공간이 생긴다는 것이 육지의 일반 단층들의 모습이다. 변환 단층의 경우 빈 공간이 생기지 않는다. 왜냐하면 해령에서 끊임없이 해양 지각을 만들기 때문에 빈 공간이 생길 틈이 없기 때문이다. 해양 지각은 해령을 중심으로 서로 반대 방향으로 확장된다. 하지만 지구 해양에 분포하는 해령의 축은 항상 연속적이지 않고 끊어져 있다. 


끊어져서 만들어진 해령과 해령 사이에서 해양 지각의 움직임이 반대가 되는데 여기에 변환 단층이 생겨나는 것이다. 해령들을 좌우로 끊고 있는 선들이 단층으로 이것이 바로 변환단층이다. 해저에는 무수히 많은 변환 단층이 존재한다. 특이하게도 샌안드레아스 단층은 육지에 나타난 변환단층이다. 해령들은 왜 끊어지는 것인가? 그것은 지구의 표면이 평면이 아니라 둥근 구면이기 때문이다. 평면과 달리 구면에서는 점토가 휘어지는 정도가 위아래에서 다르다는 것이 핵심이다. 해령에서 만들어진 해양지각은 양쪽으로 이동한다. 이동시키는 중심이 지구 내부에 있다. 지구 표면이 둥글기 때문에 모든 장소에서 이동하는 정도가 같지 않다. 그래서 해양지각은 해령에 수직인 방향으로 쪼개진다. 이를 변환단층이라 한다. 


맨틀 위에는 대륙이 있고 대륙은 맨틀의 순환과정에서 생기는 수평 이동에 실려 움직일 수 있다. 이를 맨틀대류설이라 한다. 맨틀이 대류한다는 홈즈의 생각은 기본적으로 옳다. 하지만 홈즈 자신도 맨틀이 지구 내부 전체에서 어느 정도의 규모로, 또 어떤 모습으로 대류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자세하게 설명하지 못했다. 많은 과학적인 발전이 있고 나서야 우리는 맨틀 대류의 모습이 어떤지를 조금 이해하게 되었다. 조금 이해하게 되었다는 표현은 맨틀이 대류하는 모습에 대해 아직도 과학자들 사이에서 의견이 나뉘어 있다는 뜻이다. 해령에서 순환의 흐름이 상승하고 해구에서 하강하지만 해령과 해구 사이에서는 수평적인 흐름을 하고 있다. 


해구에서 하강한 흐름은 맨틀과 핵의 경계를 따라 수평으로 흐르고 해령에 가까워지면 다시 상승한다. 이렇게 볼 때 맨틀의 대류는 어마어마하게 커다란 순환이 된다. 그런데 이런 커다란 순환에 의문을 가지는 과학자들도 있다. 그 이유는 간단하게 말해 아래 위의 맨틀 성분이 같지 않기 때문이다. 맨틀 성분 중에는 방사성 원소와 같은 성분도 있다. 과학자들이 이 방사성 원소의 양이 맨틀의 위쪽과 아래쪽에서 다르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만약 대류가 맨틀 전체에 걸쳐 일어난다면 대류 순환은 맨틀의 성분을 일정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맨틀의 성분이 위치에 따라 차이가 나게 되면 이런 순환에 문제가 있다는 얘기가 된다. 대류가 맨틀 전체에 걸쳐 일어난다는 모델을 한 층 모델이라 한다. 


대류가 맨틀 상부에서만 일어난다고 하는 모델을 두 층 모델이라 한다. 두 층 모델이 나온 배경은 무엇인가? 맨틀이 한층으로 대류한다는 모델에 문제가 생기자 과학자들은 다른 모델을 생각해 냈다. 맨틀 대류가 상부에서만 일어난다는 것이다. 이때 맨틀을 상부 맨틀과 하부 맨틀로 나누는데 그 경계는 지하 약 670km에 있다고 생각한다. 맨틀 전체의 두께가 약 2,700km이니 상부 맨틀은 하부 맨틀에 비해 얇은 층이다. 맨틀을 두 개의 층으로 나누고 대류가 상부 맨틀에서만 일어난다고 하는 모델이 이렇게 생겨난 것이다. 딱딱한 고체의 맨틀 중에서도 연약권은 무르기 때문에 보다 쉽게 대류가 일어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두 층 모델에도 약점이 있다. 하부 맨틀에서도 상당히 복잡한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맨틀 대류가 판들 이동시키는 기본적인 힘을 제공하지만 세계 여러 곳에서 발견되는 현상들은 판의 움직임이 조금 더 복잡하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맨틀의 순환과 판의 이동이 관계한다면 해령과 해구는 맨틀의 상승부와 하강부로 고정된다. 과학자들은 여러 곳에서 해령이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맨틀의 대류가 고정된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맨틀 대류만이 판을 이동시키는 원동력이라는 설명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해령 자체가 움직이고 해령이 해구 아래로 침강하는 현상을 설명할 수 없는 것이다. 판의 이동은 맨틀 대류뿐 아니라 침강하는 판의 잡아당김에 의해서도 영향을 받는다. 해령에서 만들어진 해양지각은 해령에서 멀어질수록 차가워지고 따라서 무게도 증가한다. 


해구에 접근하면 침강하는 해양지각은 아주 무거워진 상태이며 가라앉으려는 성질이 강해진다. 이때 침강하는 판은 뒷면에 있는 판들을 세게 잡아당기려는 성질이 생긴다. 이 때문에 해령도 끌려오면서 이동한다. 해령에서 산맥을 이루던 해양지각이 서서히 높이가 낮아진다. 높은 곳과 낮은 곳이 생기면 그 사이에 있는 물체는 미끄러지지 않을까? 해령과 해구 사이의 해양지각은 수천 미터의 높이 차이가 생긴다. 이 차이 때문에 해령 부근의 지각이 계속 해구 쪽으로 미끄러져 내려간다. 해령 역시 해구 쪽으로 끌려 간다. 


세 경우를 생각할 수 있다. 1) 맨틀의 수평적 흐름, 2) 해구 쪽에서의 잡아당김, 3) 해령에서 해구쪽으로의 미끄러짐 등이다. 판이 움직이는 이유에 대한 설명은 어느 하나의 경우로만 설명되지 않는다. 세 가지 경우 중 두 가지 또는 세 가지가 모두 작용할 수도 있다. 판이 움직이는 이유는 생각 이상으로 복잡할 수 있다. 기본은 판 아래의 맨틀이 대류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맨틀은 대류하고 그 위의 판은 맨틀의 흐름을 타고 이동하며 그 과정에서 생기는 판의 무게 변화, 해저 높이의 변화 등이 함께 어우러져 판을 이동시키는 힘을 만드는 것이다. 정리하면 맨틀 대류, 해령 밀어내기, 해구 끌어당기기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고 할 수 있다. 


1) 맨틀 대류는 지구 내부의 뜨거운 열로 인해 맨틀이 서서히 대류하며 그 위에 떠 있는 판을 밀거나 끄는 것이다. 2) 해령 밀어내기는 해령에서 마그마가 솟아나와 새로운 지각이 형성될 때 차가운 판이 기존의 판을 옆으로 밀어내는 것을 말한다. 3) 해구 끌어당기기는 무겁고 차가워진 해양판이 밀도 차이로 인해 맨틀 속으로 가라앉으면서 뒤따르는 판을 잡아당기는 것이다. 가장 강력한 판 이동의 원동력은 해구 끌어당기기다. 


인도 대륙과 유라시아 대륙이 부딪혀 만들어진 히말라야는 습곡 산맥이다. 재미있는 것은 두 판의 윗부분 즉 대륙 지각들은 서로 충돌하여 솟구쳐 올랐지만 지각 바로 아래의 맨틀은 계속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인도판을 이루는 암석권의 맨틀 부분은 지금도 계속 유라시아판 아래로 기어 내려가고 있다. 아주 느린 속도이긴 해도 지금도 인도판은 유라시아 판을 계속 밀어붙이고 있는 것이다. 해양판이 침강하면서 다른 해양판과 부딪히는데 여기에서 두 가지 현상이 일어난다. 하나는 침강하는 해양판의 암석과 다른 해양판의 암석이 부딪힐 때 아주 강한 마찰이 생겨나는 것이다. 이 마찰의 힘이 지진을 발생시킨다. 


또 다른 현상은 침강하는 해양 지각이 기어 내려가면서 압력을 받고 또 열을 받아 부분적으로 녹기도 하고 자신이 갖고 있던 물을 방출시키기도 하는 것이다. 녹은 지각이 바로 마그마를 만들 수도 있고 방출된 물이 지각 위쪽의 맨틀을 녹여 마그마를 만들기도 하다. 침강하는 해양 지각과 그 위쪽의 맨틀에서 만들어진 마그마는 지표로 올라와 화산으로 분출한다. 그렇게 되면 해양 지각 위에는 화산섬들이 생겨난다. 하나 둘이 아니라 화산섬들이 쭉 늘어선 모습이다. 이렇게 해저에 뿌리를 둔 화산섬들이 줄지어 나타나 무리를 이룬 것을 호상열도라 한다. 평면으로 볼 때 섬들이 직선으로 늘어선 것처럼 보이지만 지구 표면이 둥글기 때문에 섬들의 배열은 활 모양으로 휘어져 있다. 그래서 활 호(弧)자의 모양이라고 해서 호상 열도라 부른다. 


일본의 태평양 쪽에도 이런 호상열도가 분포하고 있다. 해양판이 대륙판 아래로 침강하는 경우에는 마그마가 분출하는 장소가 해양이 아니기에 섬이 생기지는 않고 대륙지각 위에 화산들이 생겨난다. 해양판이 대륙판 아래로 침강할 경우 해구로부터 대륙 지각이 가까울 경우에 해양판의 밀어붙이는 힘과 활발한 마그마의 분출 때문에 대륙 지각의 가장자리가 높아질 수도 있다. 한편으로는 해양 지각이 운반한 해양 퇴적물들이 대륙 지각에 쌓여 올라가면서 지각의 가장자리를 마치 산맥처럼 두껍게 만들기도 한다. 남아메리카 대륙의 서쪽에 남북으로 솟아 있는 안데스 산맥은 바로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산맥이다. 태평양판 동쪽의 나스카 판이 남아메리카 판을 밀어붙이고 많은 양의 해양 퇴적물을 거기에 쌓아 올려 만든 것이다. 물론 엄청난 양의 마그마를 지표에 쏟아 붓기도 했다. 


지진은 해구 부분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발생하지만 그보다 깊은 장소에서도 일어난다. 아프리카 판을 자세히 보면 북쪽에서 남쪽으로 길게 열곡대가 지나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열곡이란 주변보다 상대적으로 지형이 움푹 패어 낮아진 곳을 뜻한다. 아프리카의 동쪽에 있는 이런 열곡의 연장을 동아프리카 열곡대라 한다. 아프리카의 유명한 호수들이 이 열곡대 주변에 모여 있다. 동아프리카 열곡대가 앞으로 생길 커다란 섬의 서쪽 경계가 될 것이다. 열곡대가 땅을 벌어지게 하는 중심이 되기 때문이다. 원래 열곡이란 판의 확장 경계에서 만들어지는 특징적인 지형이다. 맨틀의 대류가 상승해 와서 옆으로 이동하는 확장 경계에서는 맨틀 위의 암석권 즉 지판을 찢어놓게 된다. 그리고 암석권이 맨틀 대류의 흐름을 타고 좌우로 이동해 가면 대류의 상승류가 있는 장소의 땅이 아래로 꺼지게 된다. 이렇게 움푹 팬 지형을 열곡이라 부른다. 


열곡이 생기는 확장 경계의 중심에서 생겨나기 때문에 해양 지각에 있는 해령들에서는 그 중심부가 꺼진 열곡을 찾아보기 쉽다. 해양 지각이 아닌 아프리카라는 대륙 지각에서 열곡이 발견된 것은 특이한 현상이다. 해양 지각에서는 보통 판의 경계에 열곡대가 생기는데 동아프리카 열곡대는 아프리카판의 내부에 발달하고 있다는 차이가 있다. 결국 동아프리카 열곡대는 판의 내부에 생겨난 확장 경계라 할 수 있다. 해양판들 사이의 확장 경계와는 모습이 여러모로 다르다. 아프리카 열곡대를 만든 것은 일반적인 맨틀 대류가 아니라 더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상승류 즉 뜨거운 플룸이다. 


하와이 열도(列島)를 설명할 때 열점 이야기가 나온다. 뜨거운 상승류가 만들어지는 장소는 고정되었지만 판이 움직이기에 지각이 움직이고 그렇기에 섬들이 열(列)을 지은 것이다. 그런데 화산섬들의 배열이 ㄴ자다. 하와이 열점에서 만들어진 오래된 화산섬들인 엠퍼러 해산군(海山群)은 북쪽으로 이동하는 태평양판을 따라 움직였고 약 4천만 년을 전환점으로 하여 북서쪽으로 이동하는 태평양판을 따라 하와이 열도가 줄을 짓게 된 것이다. 과학자들은 판 사이의 상대적인 움직임이 아니라 하나의 판이 나타내는 절대적인 움직임을 알고 싶어 했다. 가령 태평양판을 생각할 때 이 판이 어느 방향으로 어느 만큼의 속도로 움직이는가를 밝히려 한 것이다. 이것은 어려운 문제다. 


지구상의 모든 판들이 움직이기 때문에 고정된 출발점을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결론은 움직이지 않는 고정된 출발점인 열점이 있기에 모든 판들의 이동 방향과 속도를 계산할 수 있다는 점이다. 지구상에 열점은 하와이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상당히 많다. 갈라파고스도 열점이다. 판의 경계부에 위치하는 것도 있지만 상당수는 판의 내부에 있다. 판구조론은 대륙이동설로부터 시작해서 해저 확장설을 거쳐 완성된 이론이지만 수십년 동안 지구에 대한 과학적인 관찰로부터 얻은 자료의 축적이 없었다면 만들어지 수 없었을 것이다. 판구조론이 1960년대 후반에 완성되었다 해도 이론으로서의 발전은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특히 1990년대에 들어서 과학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지구 내부의 모습을 좀 더 확실히 들여다보게 된 것이 주효했다. 


지진파는 지구 내부 구조를 밝힐 수 있는 훌륭한 수단이다. 우물 속에 두레박을 던지면 처음에 두레박은 물 위에 떠 있다. 그러나 두레박을 이리저리 젓게 되면 물이 채워진다. 무거워진 두레박은 우물 속으로 가라앉는다. 그때 두레박을 끌어올린다. 670km까지 내려간 판의 운명도 우물 속의 두레박과 비슷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판을 움직이는 대류 운동은 상부 맨틀의 대류이고 그 아래의 하부 맨틀과의 경계는 약 670km 정도다. 그런데 670km까지 내려간 해양판은 그 자리에 머문다. 우물 속의 두레박이 물이 채워져 무거워질 때까지 물 위에 머무는 것처럼. 해양판의 침강이 계속 일어나도 670km 지점에서는 밀려드는 해양판들이 어느 정도의 무게가 될 때까지 체류하게 된다. 


그러다 무게가 너무 무거워지면 불안정해진다. 충분히 무거워진 해양판은 더 깊은 곳으로 낙하하기 시작한다. 물이 가득 채워진 두레박이 우물 속으로 가라앉는 것처럼. 낙하하는 판의 무리는 계속 가라앉아 맨틀과 핵의 경계에 쿵, 하고 떨어진다. 그러면 그 주변에 있던 뜨거운 맨틀 물질이 반동적으로 상승을 시작하여 상승류를 만들게 된다. 뜨거워진 맨틀 물질의 상승류는 차가워진 해양판의 무리가 맨틀 - 핵의 경계에 떨어져 생기기도 하지만 맨틀과 핵의 온도 차이 때문에 생기기도 한다. 아주 뜨거운 핵은 그 위에 놓인 맨틀을 가열시킨다. 그러면 맨틀은 가벼워져 상승하게 된다.


이처럼 차가운 판이 낙하하고 뜨거운 맨틀이 상승하는 현상을 플룸이라고 한다. 차가운 판의 낙하를 차가운 플룸, 뜨거운 맨틀의 상승을 뜨거운 플룸이라 한다. 우리가 지진파를 통해 밝힌 지구 내부의 온도 차이는 바로 차가운 플룸과 뜨거운 플룸의 존재를 나타낸다. 지구 내부의 저온부는 차가운 플룸이 하강하는 곳이고 고온부는 뜨거운 플룸이 상승하는 곳이다. 하와이 열점이 뜨거운 플룸이 상승하는 곳이다. 아프리카 내부로 상승하는 뜨거운 플룸은 아프리카의 동쪽을 떨어져 나가게 하는 힘이기도 하다. 


플룸구조론은 판구조론이 설명하지 못하는 부분을 잘 보충해준다. 지구 표층의 운동은 판구조론이, 더 깊은 내부에서의 운동은 플룸 구조론이 설명하고 있다. 지구 심부(深部)에서는 뜨거운 플룸의 상승과 차가운 플룸의 하강이 일어난다. 지구의 표층에서는 상부 맨틀의 대류에 의해 판이 이동한다. 이런 움직임들이 지구에서 일어나는 여러 현상을 지배한다. 지구의 심장은 핵이다. 핵과 맨틀의 경계에서 일어나는 현상은 마치 심장 박동과 같다. 이 박동에 의해 지구의 에너지가 나가고 돌아온다. 그 에너지는 뜨거운 플룸을 동맥으로, 차가운 플룸을 정맥으로 하여 계속 순환한다. 이 순환이 지난 46억년 동안 대륙을 모으고 떨어지게 한 동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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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바다로 간다면 - NASA의 과학자, 우주의 심해에서 외계 생명체를 찾다
케빈 피터 핸드 지음, 조은영 옮김 / 해나무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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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바다로 간다면]은 심해의 열수구 이야기로부터 단서를 얻어 외계의 바다에 생명체가 있다는 강한 확신 아래에 관련 지식을 동원해 그 탐색에 대해 서술한 책이다. 많은 것을 배우고 알게 해준 책이다. 빌려서 읽다가 소장하면서 느리더라도 충분히 이해하면서 읽으려고 구입했다. 우주생물학자이자 행성과학자인 케빈 피터 핸드의 책이다. 'NASA의 과학자, 우주의 심해에서 외계 생명체를 찾다'란 부제를 가진 책이다. 저자는 영화 감독 제임스 캐머런과 함께 대서양의 심해를 탐사한 것으로 유명하다. 내셔널지오그래픽은 지구의 해양을 탐사하는 것은 외계 바다를 탐험하는 핵심이라고 말했다. 제임스 캐머런은 우리 위의 별을 가만히 응시하고 우리 아래의 심연을 묵묵히 들여다보는 모든 이들이 반드시 읽어야 하는 책이라 설명했다. 


저자는 잠수정을 타고 바다 밑바닥으로 내려가는 것은 열기구, 스쿠버 다이빙, 우주 비행을 하나로 합친 기분이라고 말한다. 이어 잠수정을 타고 해저로 내려가는 여행을 특별한 첨단 기술의 도움을 받아야만 가능한 여행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자신은 심해 전문가가 아닌 항성이나 행성, 위성을 전공한 사람이라고 말한다. 목성의 위성인 유로파의 물리학과 화학을 파고들던 박사과정 학생이었던 케빈 피터 핸드는 [타이타닉]과 [터미네이터] 등을 성공시킨 영화감독 제임스 캐머런의 제의를 받고 심해져 탐사에 동참하게 되었다. 케빈 피터 핸드의 목적은 심해 환경이 유로파 바다의 조건과 유사할 가능성을 헤아려보려는 것이었다. 


저자는 심해의 열수구를 깊은 대양의 생명체를 위해 마련된 화학적 오아시스로 규정한다. 이 책을 읽는 나는 심해의 열수구가 생명체 탄생 환경에 단서를 주는 것에 관심이 있다. 잠수정 물리학의 기본 목적은 찌그러지지 않을 것, 필요할 때 떠오를 것이다. 바닷속에서 압력은 꽤나 극단적으로 변하지만 온도의 차이는 비교적 크지 않다. 잠수정의 이동속도도 그리 빠르지 않다. 수압을 견디고 중량을 덜어내어 부력을 생성하는 한 결국 잠수정은 코르크 마개처럼 바다 위로 떠오를 것이다. 대서양 한복판의 목표지점에 도착한 팀은 두 잠수정으로 나누어 하강했다. 캐머런과 두 명이 한 팀, 케빈 피터 핸드와 또 다른 두 명이 한 팀을 이루었다. 


메네즈 그웬이라는 해저 화산의 열수구를 조사하는 것이 과제였다. 팀은 메네즈 그웬의 옆구리를 몇 시간씩 돌아다니며 뜨거운 열수구가 뿜어내는 물질을 잠수성의 로봇 팔을 휘둘러 수집했다. 바다에서는 전자기 스펙트럼의 어떤 파장도 제대로 전송할 수 없다. 물은 짧은 파장에서 긴 파장까지 빛을 쉽게 흡수하므로 바다 밑바닥에서는 시각을 이용해 보거나 소통할 수 없다. 소리 말고는 모두 바다 속에서 먼 거리를 이동하지 못한다. 고래나 돌고래가 소리를 이용해 소통하는 이유도 부분적으로는 여기에 있다. 저자는 바다 위 켈디시호에서 아래의 자신들이 괜찮은지 확인하기 위해 꾸준히 핑 신호를 보내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라고 말한다. 배터리도 체크해야 한다. 잠수정의 이산화탄소 집진기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면 작은 구체가 유독가스로 가득 찬 공으로 변하게 된다. 


저자의 상상은 지구의 바다에서 출발해 지구 밖 바다의 가능성까지 한없이 표류했다. 최근 태양계를 탐사한 결과로 미루어보면 이 우주에 지구 같은 행성은 드물지만 얼음에 뒤덮여 하늘이나 대기와는 완전히 차단된 깊은 바다를 품은 천체는 어디에나 존재한다. 태양계에서 그런 천체는 거대 행성의 위성으로 목성의 위성인 유로파와 가니메데, 칼리스토, 토성의 위성인 타이탄, 엔셀라두스, 해왕성의 위성인 트리톤 정도이다. 목성의 위성인 이오에는 물이 없다. 해왕성의 위성 트리톤은 신기하게도 자전 방향과 반대로 공전한다. 이곳도 지하에 바다가 있을 가능성이 점쳐진다.


[우주의 바다로 간다면]은 극한의 조건에서 살아가는 지구 생명체와 지구 밖에서 생명이 살 만한 바다 환경을 만드는 물리, 화학 사이의 연결고리를 탐험한다. 지구의 생명으로부터 배운 게 있다면 대체로 물이 있는 곳에 생명체가 있다는 사실이다. 물은 모든 생물에 필수적인 물질이다. 물은 세포 내 모든 화학작용을 가능하게 하는 용매이며 크고 작은 모든 생명체가 자라고 대사하는 데 필요한 많은 양의 화합물을 용해한다. 살아 있는 모든 세포는 복잡한 생명 작용이 일어나는 작은 물주머니다. 따라서 태양계의 지구 아닌 곳에서 생명체를 찾을 때 물이 발견될 가능성이 있는 것 또는 과거에 물이 존재했을 장소를 먼저 수색하는 게 당연하다. 


과거의 물과 현재의 물을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다. DNA와 RNA처럼 생명을 이루는 분자는 기록을 오래 남기지 못한다. 지질학적 관점에서 단기간에 속하는 수천 년, 수백만 년이면 모두 분해되어 사라진다. 뼈와 그 밖의 광물 구조는 화석이 되어 훨씬 오래 머무른다. 화석은 훌륭한 지표이지만 화석이 된 유기체에 대해서만 말해줄 뿐이다. 지구에서는 모든 생명이 DNA, RNA, ATP, 단백질로 움직인다. 저자는 DNA, RNA, ATP, 단백질이라는 패러다임이 다른 방식으로도 가능한지 알고 싶다고 말한다. 갈릴레이 이후 수십 년 동안 이루어진 수학과 물리학의 발전으로 물리법칙이 지구 밖에서도 통한다는 사실이 인정되었다. 


중력, 에너지, 가속도는 지구에 있는 물체뿐 아니라 지구 밖의 세상과 경이로움까지 지배했다. 주기율표의 원소들이 지구는 물론이고 그 너머의 모든 것을 구성하고 있었다. 화학 역시 지구 바깥에서도 작동했다. 20세기에 우주시대가 도래하면서 달, 금성, 화성, 수성, 소행성대를 탐사한 인간과 로봇 탐험가들이 마침내 지질학 원리마저 지구 바깥에서 통한다는 사실을 보였다. 태양계와 그 바깥의 천체에도 바위, 광물, 산, 화산이 존재했던 것이다. 생물학은 아직 도약에 이르지 못했다. 지구의 생물학이 지구 바깥에서도 작동할까? 우리가 알고 사랑하고 생명이라 부르는 현상이 지구 밖에서도 적용될까? 우리 자신을 정의하는 것이 바로 이 현상임에도 그것이 얼마나 보편적인지 우리는 아직 알지 못한다.


정리하면 물리, 화학, 지질 등이 지구 밖에서도 적용이 되는 반면 생물학도 그런지에 대해서는 아직 말할 수 없다. 화성의 생명체는 지구에서 온 것일 수도 있고 그 반대의 경우일 수도 있다. 저자는 자신은 여전히 물과 탄소에 기반을 둔 생명체를 찾는다고 말한다. 탐험가이자 생태학자인 자크 이브 쿠스토는 바다는 생명이라는 말을 했다. 미국의 해양 생물학자 윌리엄 비브(William Beebe: 1877-1962)는 발광 생물이 흩뿌려진 어두운 바다를 별빛이 반짝이는 밤하늘에 비유했다.(39 페이지) 1930년대 배티스피어(Bathysphere)라는 잠수구를 타고 심해를 탐사하며 비브는 최초로 발광 생물 세계를 발견하고 기록한 인물이다. bathysphere에서 bathy는 deep을 뜻한다. 그의 글 제목이 인상적이다. half mile down이 그것이다. 


생물발광의 기원은 지구의 대기와 바다에서 산소 농도가 증가한 사건과 관련이 있다.(278 페이지) 1977년 앨빈호(Alvin)의 연구팀이 우연히 발견한 것은 열수구라고 부르는 지형으로 본질적으로는 바다 밑바닥에서 강력하게 솟아오르는 온천이다. 수심 2,000m 깊이에서 앨빈호의 조명이 비춘 것은 공장의 긴 굴뚝을 닮은 복잡한 구조물이었다. 이 바다 속 굴뚝은 산업혁명 시대의 활발한 제련소처럼 연기를 피워대고 있었다. 그러나 진짜 연기가 아니라 끓는점을 한참 넘어 400°C에 가까운 유체 구름이었다. 이런 고온에서도 유체는 끓지 않았다. 압력이 너무 높기 때문이다. 이 고온, 고압의 과열된 유체에는 용해된 광물은 물론이고 수소, 메테인, 황화수소 같은 기체까지 포함되었다.


열수구보다 더욱 놀라운 것은 굴뚝 주변에 형성된 기이하고 아름다운 생태계였다. 바다 밑바닥에서는 그 어디에도 태양이 보이지 않고 우리가 아는 먹이사슬은 끊어져 있다. 태양이 보내는 밑은 수심 약 300m까지만 들어오고 그 아래에서 광합성은 선택사항이 아니다. 이 열수구에 존재하는 먹이사슬의 기반은 무엇일까? 바로 이곳에서 일어나는 화학작용이 필수 영양소를 제공하고 깊은 바닷 바닥에 생명의 오아시스를 형성한다. 열수구는 수소, 메테인, 황화수소, 다량의 금속 등을 분출한다. 그 중 상당수가 미생물의 맛 좋은 간식임이 밝혀졌다. 이곳의 미생물은 광합성 대신 화학합성을 활용한다. 저자는 수면의 두꺼운 얼음은 절연층을 형성해 냉기가 스미는 것을 막아 바닥 쪽 호숫물이 얼지 못하게 한다고 말한다. 수심이 몇 미터에 불과한 북극 호수의 얼음 아래에 간신히 남은 물 속 공간이 물고기와 온갖 수생 생물에게 안전한 보금자리를 제공하는 이유가 이것이다. 얼음의 열전도율이 컸다면 유로파나 안셀라두스 같은 위성의 내부에서 생성된 열은 얼음을 뚫고 빠져나가 우주로 사라지고 천체를 꽁꽁 얼어붙은 고체로 남겨두었을 것이다. 


얼음이 물에 뜨고 열을 잘 전도하지 않는다는 단순한 사실은 우주에 바다 세계가 존재할 수 있고 또 존재하는 결정적인 토대가 된다. 저자는 새로운 골디락스 시나리오에서 에너지원은 항성이 아닌 조석(潮汐)이라 말한다. 저자는 위성에서 일어나는 조석 가열(tidal heating)만을 살펴볼 것이라 말한다. 그것이 바다 세계와 가장 연관성이 크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저자에 의하면 거대 행성을 공전하는 얼음 덮인 위성의 외계 바다가 있다면 그곳에서는 태양 에너지가 아닌 조석 에너지에 의해 열이 공급될 가능성이 크다. 천체가 서로에 대해 움직일 때는 조석 줄다리기로 인해 천체를 이루는 고체 덩어리가 마치 고무공을 주물렀을 때처럼 실제로 늘어났다가 풀어졌다가 한다. 고무공은 수십 차례 쥐었다가 놓으면 내부 마찰로 인해 따뜻해진다. 이와 비슷하게 천체 사이의 줄다리기가 천체 내부에서 마찰과 역학 에너지를 생성하며 열을 만든다. 


처음 형성될 때 지구는 철, 마그네슘, 나트륨, 칼륨, 칼슘, 니켈, 구리처럼 생명체에 필요한 무거운 원소들을 꽤나 잘 모았다. 모두 지구의 바위에서 풍부하게 발견되는 원소들이다. 그러나 탄소, 수소, 질소, 산소, 인, 황 같은 가벼운 원소의 성적은 신통치 않다. 지구에 있는 탄소와 질소는 목성과 토성을 비롯한 외행성계의 1%에 불과하다. 인류에게 유로파의 표면이 얼음으로 덮여 있다고 확신을 준 것이 분광학이다. 이 사실은 그 아래에 바다를 발견하기 위한 첫 번째 퍼즐 조각이 되었다. 그렇다면 이 재주 많은 유인원이 어떻게 분광학을 시작하고 그 힘을 알아보게 되었을까? 실험실의 암석 표본에서 멀리 있는 위성의 표면까지 모든 것의 조성을 측정하게 해준 이 도구를 어떻게 개발하게 되었을까? 분광학 그리고 빛과 물질의 상호작용에 대한 이해는 유로파의 표면을 알아가는 과정의 핵심이다. 


분광학이 가능한 이유는 화합물과 원자가 빛을 흡수하고 방출하는 파장이 그 원자와 분자의 구조와 직접 연관되기 때문이다. 원자 수준에서는 전자가 빛을 흡수하고 방출할 때 그 원자의 전자 구름 안에서 에너지 수준이 올라가고 내려간다. 분자 수준에서는 서로 연결되는 원자들이 빛을 흡수하고 방출할 때마다 각기 다른 방식으로 진동한다. 전자기 스펙트럼 상에서 물의 행동은 상대적으로 단순한 분자로 이루어진 물질 치고는 다소 복잡하다. 기본적으로 가시광선 영역에서 액체나 고체 상태의 물은 투명하다. 다시 말해 물 속을 들여다볼 수 있다는 말이다. 푸른색 빛을 제외하면 가시광선의 파장 대부분이 상대적으로 쉽게 물을 통과하거나 물 분자에 흡수된다. 그러나 푸른색 빛은 물 주위로 흩어지기 때문에 바다는 하늘의 색이 푸른 것이다. 


고체인 얼음도 상당히 투명한 편이다. 그러나 얼음 결정이 작아지면 결정의 표면이 작은 거울이 되어 빛이 사방으로 튕겨 다니다가 우리 눈에 되돌아오는데 그래서 눈이 하얀 것이다. 빛은 결정을 통과하지만 그 후에 반짝이는 샹들리에처럼 가장자리에서 튕겨 나오며 모든 색깔을 돌려보내기 때문에 우리 눈에 하얗게 보인다. 파장이 긴 적외선 영역으로 이동하면서 물은 훨씬 더 투명해진다. 다시 말해 물은 적외선 광자가 쉽게 통과할 수 없다. 물의 구조, 산소와 수소 사이의 결합 간격과 강도 때문에 적외선 광자를 꽤 잘 흡수한다. 이러한 이유로 적외선 분광학은 얼음과 물을 연구하는 데 매우 유용하다. 


바다 세계의 퍼즐의 첫 번째 조각이었던 분광 관측은 유로파 표면에서 얼음의 존재를 드러냈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수박 겉핥기에 불과하다. 적외선 분광학은 유로파 표면에 약 100 마이크로m 아래까지만 감지할 뿐 두꺼운 얼음을 뚫고 그 밑에 무엇이 있는지는 알려주지 못했다. 겉에만 얇은 얼음이 덮고 있고 그 밑에는 단단한 바위가 자리 잡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중력 측정은 유로파 내부 상태를 드러내는 데 일조한, 퍼즐의 두 번째 조각이다. 이 측정은 어떻게 이루어졌을까? 또 중력 측정이란 무엇인가? 


유로파의 관성 모멘트에 따르면 유로파에서는 밀도가 높은 철분으로 이루어진 핵을, 그보다 밀도가 낮은 암석층이 둘러싸고 그 이후에 고체 또는 액체 상태로 80~ 170km 두께의 물이 감싸고 있다. 중력 측정으로는 액체 물의 밀도와 얼음을 구분할 수 없다. 무지개를 원소와 연결하고 우주선의 베이비시터가 되고 공항 보안검색대에 집착하여 찾아낸 증거가 모두 모여 유로파 내부의 바다를 증명했다. 분광학은 얼음 표면을 중력 데이터는 물로 된 두꺼운 바깥 껍질층을, 자기계 데이터는 대규모의 짠 바다로 가장 잘 설명되는 지표 근처의 전도층을 찾아냈다. 유로파에서 외계 바다를 발견하는 데 필요했던 세 조각짜리 쉬운 퍼즐이었다. 


이 사실에 조석 에너지 소산과 라플라스 공명 모델까지 추가하여 유로파는 처음 생성된 이후 조석과 방사성 붕괴를 통해 지속적으로 가열되어 왔음이 드러났다. 한 마디로 말해 지금 이 순간 유로파의 바다는 존재한다. 그리고 수십억 년 동안 거기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 저자는 유로파, 엔셀라두스, 타이탄은 지구 너머에서 생명을 찾을 전망이 가장 높은 바다 세계들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다른 곳에도 외계의 해양이 존재할 가능성은 있고 그곳에서도 생물이 살 수 있거나 이미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고도 말한다. 이제 멀리 있는 천체의 얼음 지각 밑에 바다가 있을 가능성을 타진하는 방법이 잘 갖춰졌으므로 태양계의 다른 지역에서 외계 바다를 드러내는 증거나 우주 생물학적 잠재력을 빠르게 훑어볼 수 있다. 


오늘날 지구의 전형적인 열수구는 그 열수구에서 나오는 화학물질을 먹거나 또는 서로 잡아 먹고 사는 미생물과 큰 생물이 공존하는 아름답고 기이한 생태계에 둘러싸여 있다. 수십억 년 전 어린 지구에서 열수구는 생명 탄생의 핵심이 되는 풍요로운 장소를 제공했을지도 모른다.(221 페이지) 이 초기 굴뚝에서 메테인, 수소, 암모니아 황화물 같은 화합물이 흘러나왔다. 그리고 굴뚝에 대단히 반응성 높은 광물과 상호작용하여 아미노산, 당, 핵산으로 합성되었다. 굴뚝의 구조는 크고 다공성이며 금속이 풍부한 지구화학 환경으로 해저에 자리 잡은 대자연 고유의 촉매 변환기와 같다. 뜨거운 유체가 굴뚝으로 흐를 때 굴뚝 속 작은 기포의 공간이 마침내 세포가 될 격실로 기능했을지도 모른다. 그런 환경에서 합성을 제한하는 한 가지 요소는 물이 지나치게 많은 것이다.


열수구는 바다에 있다. 따라서 열수구에서 만들어진 내용물은 대체로 바다에서 빠른 시간에 희석되었을 것이다. 건조 단계가 순환에 포함되는 조수 웅덩이를 생각해 보라. 아미노산과 같은 작은 분자를 연결하고 싶을 때 건조는 좋은 것이다. 화합물을 농축함으로써 결합을 격려하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두 아미노산이 결합할 때 물 분자가 만들어진다. 바다 속처럼 이미 주위에 물이 차고 넘치는 곳에서 이런 반응은 덜 선호된다. 그러므로 물이 너무 많지 않은 곳이 유리하고 반대로 심해 열수구 굴뚝에서처럼 물에 둘러싸여 있는 것은 불리한 여건일지도 모른다. 이처럼 화합물이 희석될 가능성이 있지만 열수구 굴뚝이 대형 필터로 작용하고 굴뚝 속 작은 기포가 국제적으로 화합물에 농축을 돕는다는 것이 일반적인 주장이다. 


이 두 시나리오에 각각 상당한 장단점이 있다. 사실 두 시나리오가 모두 옳을지도 모른다. 생명의 기원이 한 가지 경로에 구속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지구 밖 생명체를 탐색할 때는 각기 의미가 다르다. 조수 운동의 시나리오는 일단 대륙이 있어야 가능하다. 생명의 기원을 다루는 학계는 크게 두 진영으로 나뉘어진다. 양쪽 모두 바다 세계탐사에 영향을 미친다. 첫 번째 진영은 작은 분자로 이루어진 수프가 농축 탈수되는 것이 더 큰 분자의 합성을 촉진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주장한다. 그 강력한 후보지가 고대 바닷가의 조수 웅덩이다. 조석 현상으로 바닷물이 들어왔다가 나갈 때마다 젖었다 말랐다 반복하는 순환은 상상할 수 있다. 


조수 웅덩이가 마르고 물이 대기해서 사라질 때면 아미노산 같은 분자는 서로 연결하여 작은 사슬을 형성하려는 성질이 더 강해진다. 이 사슬이 초기 단백질로 기능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핵산과 당 역시 문제를 통해 보다 순조롭게 결합했을 수 있다. 조수 웅덩이 안에 암석과 광물이 이 반응을 촉매했을 가능성이 크다. 특히 물이 증발하여 분자가 농축된다면 말이다. 마지막으로 태양의 자외선 또한 이 반응의 일부를 촉매하여 분자를 결합하는 에너지를 제공했을지도 모른다. 초기에 이처럼 무작위적인 반응을 통해 조립된 유기물질대부분은 쓸모없는 덩어리에 불과했을 테지만 마침내 스스로 복제하는 분자가 탄생했다. 그리고 RNA 세계를 향하는 결정적인 디딤돌인 RNA 전구 물질이 되었다. 이 성공적인 원시 DNA가 구획에 통합되자 마침내 세포는 바다로 흘러 나가 계속 수를 불렸다. 


그곳에서 생명은 고대 바다 수면의 거품으로 자라고 번식했다. 생명의 기원의 두 번째 진영은 큰 분자의 합성을 촉진하는 색다른 방법을 제시했다. 지각 활동이 활발한 해저의 화학반응이 그 간극을 딛는다는 주장이다. 열수구가 흥미로운 심해의 화학의 장소이자 어쩌면 생명이 기원한 장소로 모두의 사랑을 받는다. 열수구 시스템은 화학반응에 가마솥이 고지구가 바다를 낳은 이후로 계속해서 수프를 끓이고 있다. 지구상에도 과거의 창이 될 만한 장소가 있다. 지구에서 생명이 탄생했을 환경을 보여주는 창이자 더 나아가 외계 바다에서 생명의 기원을 보여줄 창이다. 열수구 주변에서 생명이 시작될 수 있다면 대서양 수심 1km 아래의 잃어버린 도시 로스트 시티에 즐비한 열수구의 마법 같은 풍경이 그 창일지도 모르겠다. 


대서양의 열수구 지역이 잃어버린 도시라는 의미의 로스트 시티라 불리는 이유는 고대 도시의 유적처럼 거대한 탄산칼슘 기둥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2000년에 발견된 이 곳은 수십m 높이의 흰색 탄산칼슘 기둥들이 잊혀진 고대 도시의 성탑이나 신전처럼 거대한 모습을 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알칼리성 열수가 뿜어져 나온다. 이름 지은 사람은 2000년 12월 앨빈호를 타고 탐사에 나섰던 해양학자 데보라 켈리(Deborah Kelly) 박사와 그녀의 연구팀이다. 생명의 기원을 로스트 시티 형태의 열수구로 본다는 것은 전통적인 블랙 스모커에서 생명이 기원했다는 설을 부정하거나 완전히 다른 것으로 보는 것은 아니고 생명 탄생의 구체적인 장소와 환경에 대한 최신 이론을 기반으로 주류 의견이 이동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블랙 스모커 이론과 로스트 시티 이론 모두 1) 생명 탄생의 요람이 빛이 전혀 들지 않는 심해 환경이라고 주장한다. 2) 태양 에너지가 아닌 지구 내부의 지열 에너지와 화학적 에너지를 이용하여 생명이 시작되었다고 본다. 3) 수압과 온도, 광물 성분이 풍부한 열수 구가 유기물 합성을 촉진하는 환경을 제공한다고 본다. 4) 새로운 지각이 형성되는 해저 지각 운동과 관련이 있다. 


블랙 스모커 이론은 1) 화산 활동 중심의 매우 뜨거운 열수(약 300~400°C)를 환경으로 본다. 2) 황화철, 황화구리 등 금속 황화물과 산성 환경으로 본다. 3) 너무 높은 온도로 인해 초기 생명체의 복잡한 유기분자가 파괴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받는다. 


로스트 시티 이론은 1) 맨틀 암석 반응에 의한 비교적 온화한 열수(약 40~90°C)를 환경으로 본다. 2) 탄산칼슘 기둥과 알칼리성 환경으로 본다. 3) 낮은 온도와 알칼리성 환경이 초기 생체 분자(RNA 등)의 구조 안정화에 더 유리하다는 평을 받는다. 


1977년 앨빈(Alvin)호에 의해 블랙 스모커가 발견되었고 후에 화이트 스모커가 발견되었다. 2003년 로스트 시티에 내려갔던 저자는 로스트 시티를 반짝이는 흰색 탄산염 암석으로 형성된 열수구 탑이 밭을 이루고 있는 곳으로 지칭했다. 스페인 건축가 안토니 가우디의 사그리아 파밀리아 대성당이 로스트 시티의 첨탑을 닮았다고 말한다. 저자는 로스트 시티의 열수구는 블루 토치보다 핫팩에 가깝다고 말한다.(231 페이지) 지구를 뚫고 올라오는 용융된 암석으로 뜨거워진 것이 아니라 가장 깊은 곳에 있는 가장 무겁고 금속이 풍부한 암석이 해저의 바닷물과 섞이면서 일어나는 화학반응을 통해 열이 발생하는 것이다. 그 화학반응은 발열성이다. 그리고 기체와 광물질을 풍성하게 생성한다. 


이러한 반응 과정을 사문석화 작용이라고 부른다. 그 결과로 생성되는 많은 암석이 초록색 뱀의 비늘 같은 형태와 질감을 보이기 때문이다. 이 작용으로 만들어지는 광물의 하나가 리자다이트이다. 도마뱀의 피부를 닮았기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었다. 발열 반응은 다양한 화합물과 광물이 섞일 때 열을 발생시킨다. 핫팩은 주머니 안에 반응성 높은 철가루가 공기 중 산소와 결합할 때 열이 나는 원리를 이용한다. 핫팩의 내용물이 공기가 통하는 부직포에 담겨 비닐에 포장되는 것이다. 비닐 포장이 사용되기 전까지 핫팩에 산소가 들어가지 않게 막아준다. 포장을 뜯는 순간 산소가 철 가루를 산화시키고 결국 일종의 녹을 만들어낸다. 그 부산물로 열이 생성되고 손이 따뜻해진다. 


이 열수구는 감람암 같은 암석이 물과 접촉하면 언제 어디서나 만들어진다. 이런 반응은 지구의 역사 전반에 걸쳐 또 화성에서 유로파 엔셀라두스까지 지구 밖의 많은 세계에서 충분히 일어났을 법하다. 이 시스템은 해저의 균열이 생겨 물이 바위로 스며들기만 하면 되므로 아주 흔하게 일어날 수 있다. 우리는 천체가 판 구조로 이루어지기 위한 조건이 무엇인지 모른다. 그러나 해저의 균열은 외계 바다에서도 얼마든지 가능한 현상이다. 저자는 바닷물에 과도하게 넘치는 양성자는 양성자 농도가 낮은 열수구 내부로 들어가고 싶어 하며 열수구 내부의 양성자 농도 기울기야말로 퍼즐의 다른 조각이 될 수도 있다고 말한다. 


흥미로운 사실은 제임스 러브록이 [가이아]를 화성과 금성에 대한 설명으로 시작했다는 점이다.(269 페이지) 지구가 거주 가능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었던 특별한 성분은 무엇이었을까? 러브록이 찾은 답은 생명 그 자체였다. 저자는 가이아 가설이 행성 규모의 생태계를 바라보는 아름다운 사고의 틀이라 생각한다고 말한다. 비교적 안정된 열수구를 감지할 눈이라면 차라리 적외선에 민감해야 한다. 다만 눈으로 열수구를 찾을 때 가장 큰 문제점은 열수구를 둘러싼 바닷물 때문에 먼 거리에서는 열을 볼 수 없다는 점이다. 차가운 물이 열기를 모조리 덮어버릴 테니까. 인간이 완벽한 열수구 지도를 손에 넣지 못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바닷물이 열 신호를 가리기 때문이다. 바닷물이 가시광선의 광자도 산란시키므로 위의 시야는 수백m로 제한된다. 생물학적 관점에서 뜨겁고 화학적으로 풍부한 열수구를 찾는 데 필요한 핵심 감각은 미각, 후각, 촉각, 시각의 조합이다. 메테인, 수소, 황화수소 냄새를 맡는 능력에 더하여 먼 거리에서 열수구 냄새를 추적할 수 있는 심해 사냥개가 되어야 한다. 


저자의 목적은 지구 밖에서 생명체를 찾는 것에 맞춰져 있었지만 나는 그의 책을 통해 지구의 바다를 더 이해하고 배울 필요가 있었다. 물론 지구의 바다 이야기와 외계 행성의 바다 이야기가 연결되어 아주 유익하고 좋았다. 레이첼 카슨의 [우리를 둘러싼 바다]에서 시작되고 몇 권의 최신 책을 거쳐 바다 이야기에 대한 관심이 이 책으로 마무리된 느낌이 든다. 이 책보다 더 구체적이고 풍성한 책이 언제쯤 나올까? 기다리도록 하자. 저자의 종횡무진의 이론 섭렵 덕에 오피올라이트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알 수 있게 되었다. 감사하다. 책의 마지막 문장은 “유로파, 그리고 우리 태양계의 많은 외계 바다가 기다리고 있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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