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 메탈 - 미래를 결정할 치열한 금속 전쟁
빈스 베이저 지음, 배상규 옮김 / 까치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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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 디지털 시대의 세 가지 축(디지털 기술 및 인터넷, 재생 에너지, 전기차)은 지구촌 곳곳에서 환경 파괴, 아동 노동, 강제 노역, 강도, 살인처럼 매우 심각하지만 흔히 간과되는 피해를 낳는다. 스마트폰에는 수십 가지의 금속을 비롯하여 주기율표에 있는 원소의 2/3가 들어간다. 전기차는 주행 중에는 탄소를 배출하지 않지만 전기차에 공급하는 전력을 생산할 때는 대체로 탄소가 배출된다. 지금도 전 세계에서 전기에너지를 가장 많이 생산하는 곳은 석탄 발전소이다. 이 모든 기계장치, 전선, 코일, 배터리는 전부 금속으로 만든다. 금속은 하늘에서 저절로 떨어지지 않는다. 지구에서 캐내야 한다. 일반적으로 금속 채굴에는 지구를 파괴하는 행위가 포함된다. 숲, 초원, 사막을 헤짚어 폭약으로 땅 밑의 암석과 토지를 폭파하고 잔해를 캐내야 한다. 수소는 언젠가는 주요 에너지원이 될 수도 있겠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국제 제재로 러시아의 수출 길이 대부분 막혔지만 세계는 러시아의 니켈, 구리, 팔라듐, 기타 광물이 수출 제한을 걸기에는 너무나 중요한 품목이라는 결정을 슬그머니 내렸다. 전쟁 발발 이후 2년이 넘는 기간 동안 러시아는 서방 세계에 니켈 수십억 달러어치를 수출했다. 달리 말해서 전기차로의 전환 기조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재정적으로 뒷받침해준 셈이다. 환경과 인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현상에도 단점은 있다. 핵심 금속의 새로운 공급원을 찾는 속도가 느려진다는 것이다. 재활용으로 에너지를 절약하고 원자재 사용량을 줄일 수는 있지만 그 역시 막대한 비용이 든다. 특히 개발도상국에서 이루어지는 금속 재활용 공정의 일부는 독성 부산물과 치명적인 오염이 발생하는 위험한 환경 속에서 몹시 가난한 사람들의 손을 거친다. 


재사용은 재활용보다 훨씬 더 유용한 대안이다. 희토류는 사실 희귀하지도 않고 흙도 아니다. 희토류에 속하는 대다수 원소는 매장량이 꽤 풍부하지만 순수한 형태로 발견되는 경우가 거의 없다. 미트볼에 들어간 후추 알갱이처럼 다른 광물 속에 매우 낮은 농도로 흩어져 있다. 그러다 보니 추출하기가 어렵고 비용이 많이 든다. 주요 희토류는 17가지다. 국제 금융, 인터넷, 위성 감시 체계, 석유 운송 체계, 제트엔진, 텔레비전, GPS, 응급실은 희토류가 없으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스마트폰에는 희토류가 가득하다. 화면에는 유로퓸과 가돌리늄이, 회로에는 란타넘과 프라세오디뮴이, 스피커에는 티븀과 디스프로슘이 들어 있다. 


레이저, 레이더, 야간투시경, 미사일 유도 시스템, 제트엔진, 장갑차 합금 등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군대가 사용하는 여러 군사 기술도 희토류에 의존하고 있다. 희토류로 가장 많이 만드는 제품은 영구자석이다. 영구 자석은 움직임을 전기로 바꿔주고, 전기를 움직임으로 바꿔주는 부품이다. 1980년대 들어 영구자석을 개발하기 시작한 과학자들은 철이나 붕소와 같은 일반 금속에 네오디뮴이나 디스프로슘과 같은 희토류 금속을 조금만 첨가해도 자력이 매우 강해진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희토류는 우라늄이나 토륨 같은 방사성 물질과 섞인 채 발견되는 경우가 많아서 이를 분리하여 어떻게든 폐기 처리해야 한다. 귀중한 희토류를 모암(母巖)에서 분리하려면 강력한 힘뿐 아니라 정교한 기술도 필요하다. 


구리는 전기를 전달해주는 매개체다. 구리는 연성(延性)이 뛰어나 끊김 없이 길게 늘려 전선 안에 집어넣기 좋다. 구리는 전선에 사용하기에 너무 비싼 은을 제외하면 그 어떤 금속보다 전기 전도성이 좋다. 골드만삭스는 구리 없이는 탈(脫)탄소도 없다며 구리를 새로운 석유로 치켜세웠다. 일반적으로 전기차 한 대에 구리 약 80kg이 들어간다. 광산은 어느 곳이나 환경을 오염시키기 마련이지만 구리 광산에서는 유독 환경오염이 폭력사태로 번지는 경우가 많다. 전기를 생산한 곳이 태양광 발전소든 석탄 발전소든 원자력 발전소든 댐이든 전기를 전달하는 통로는 모두 구리로 만든다. 현재 전기차와 디지털 기기는 주로 리튬-이온 배터리를 사용한다. 리튬-이온 배터리의 한쪽 끝에는 일반적으로 니켈, 코발트, 망가니즈를 조합해서 만든 양극이 있다. 반대편에는 탄소의 한 형태인 흑연으로 만드는 음극이 있다. 


리튬은 양극과 음극에 저장된다. 인류는 오래전부터 니켈을 사용해왔지만 그 존재를 안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배터리는 니켈이 많이 들어갈수록 에너지를 더 많이 저장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배터리 총 무게의 80% 정도가 니켈이다. 니켈을 가공하는 작업에는 에너지도 막대하게 소비된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전기를 주로 석탄화력발전소에서 생산한다. 탄소중립을 위한 배터리를 만들기 위해 탄소가 가득한 석탄을 엄청나게 많이 태우는 것이다. 리튬은 현존하는 가장 가벼운 금속으로 기기의 무게를 크게 늘리지 않는 상태로 전력을 저장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리튬의 3/4은 배터리에 쓰인다. 리튬 추출 과정도 환경 오염, 갈등으로 인한 분쟁 등 큰 문제를 낳고 있다. 


리튬은 우주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일지도 모른다. 과학자들은 빅뱅 시점에 리튬이 수소, 헬륨과 함께 생성되었다고 생각한다. 지구 표면은 여러 광산 기업이 새로운 금속 공급처를 찾고자 샅샅이 뒤지는 중이지만 온갖 금속이 풍부하게 매장되어 있을지도 모르는 해저는 아직 손길이 전혀 닿지 않은 곳으로 남아 있다. 미국 지질조사국은 태평양의 한 지역에만 다금속 단괴(polymetallic nodules) 210억톤이 매장되어 있으며 그 안에는 니켈, 코발트 등의 금속이 전 세계 육지에 매장되어 있는 양보다 더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바다는 세상에서 가장 생물 다양성이 풍부한 곳이자 인류가 섭취하는 단백질의 1/5을 공급하는 곳이다. 지구에서 가장 중요한 탄소 공급원이기도 하다. 다금속 단괴는 완전한 어둠과 적막 속에서 수천 년 동안 크기가 커졌다. 단괴는 바다 밑바닥으로 떠내려오는 작은 화석이나 현무암 조각, 상어 이빨 같이 자그마한 조각들로부터 생성된다. 이 작은 조각들에 바다에 녹아 있는 니켈, 구리, 코발트, 망가니즈의 입자가 오랜 세월에 걸쳐 서서히 들러붙는다. 그렇게 해서 지금 다금속 단괴 수조 개가 해저 퇴적물에 반쯤 묻혀 있게 된 것이다. 다금속 단괴는 산호, 해면, 선충을 비롯한 수많은 생명체의 서식처이기도 하다. 다금속 단괴는 수백만년에 걸쳐 생성되었다. 


다금속 단괴를 추출하면 해저에 매장된 엄청난 양의 이산화탄소가 방출될 것이며 바다가 이산화탄소를 추가로 흡수하고 저장하는 능력마저 나빠질 가능성이 있다. 다금속 단괴를 채취하면 바다 밑바닥을 모조리 헤집어 놓게 될 것이다. 퇴적물에서 먼지 구름이 수 킬로미터에 걸쳐 피어올라 몇 달 동안 해양 생명체들을 질식시킬 것이다. 먼지 구름에는 해양 생명체에 해를 끼칠 수 있는 금속이나 기타 독성물질이 녹아 있다. 단괴를 배 위로 끌어올리고 나서 함께 딸려온 진흙물을 바다에 다시 쏟아야 하기 때문에 유해한 먼지 구름이 다시 한 번 피어오를 우려가 있다. 


저자는 재활용에도 피할 수 없는 원칙 즉 모든 일에는 대가가 따른다는 원칙이 적용된다고 말한다. 재활용은 생각보다 훨씬 어렵고 더럽고 위험하다. 금속을 재활용하는 과정이 어렵고 비싸서 그냥 버려지는 금속이 수백만 톤이나 된다. 대체로 금속은 이미 땅 위에 올라와 있는 것을 재사용하는 것보다 땅 속에 있는 원재료를 새로 파내는 쪽이 더 비용이 적게 든다. 금속은 광석의 형태로 채굴된다. 광석은 암석과 광물이 섞여 있는 형태이기 때문에 분쇄, 제련, 화학 처리, 야금 과정을 거쳐야 한다. 고철 수거 작업은 엄청나게 위험할 수 있다. 일상이 빈곤과 전쟁으로 얼룩진 곳에서는 고철을 찾아다니는 사람들이 전투 잔해가 있는 곳을 샅샅이 헤집고 다닌다. 


고철을 갈아내고 자르는 작업을 하다 보면 기본적으로 쇳가루와 같은 자잘한 물질이 떨어져 나온다. 바람을 타고 날아가 인근 주민들의 폐 속으로 들어갈 수 있는 것이다. 고철 가공 과정에서 발생하는 고열은 플라스틱, 페인트, 밀폐재(sealant) 등 고철 속에 들어 있는 불쾌한 물질을 기화시킬 수 있다. 대기 중에 떠다니는 독성 물질이 추가로 발생해 인근 지역의 물과 공기를 오염시킬 수 있다. 고철을 녹이려면 아주 뜨겁고 거대한 용광로가 필요하다. 중국과 여타 국가들은 여기에 필요한 에너지를 주로 탄소를 내뿜는 석탄 발전소나 가스 발전소에서 가져온다. 보통 재활용 금속 1톤은 땅에서 캐낸 금속 1톤보다 탄소 배출량이 적지만 그 양이 제로와는 거리가 멀다. 전선을 태워 구리를 얻는 방식은 싸고 쉽다는 엄청난 장점이 있다. 중장비나 특수 장비를 동원할 필요가 없고 그저 휘발유와 성냥만 있으면 되기에 전 세계 개발도상국 노동자들이 목숨을 담보로 구리 전선을 태우고 회로 기판을 화학 물질에 담가서 콩고민주공화국이나 콜롬비아 사람들이 목숨을 걸고 채굴했던 금속을 회수한다. 


리튬 - 이온 배터리는 구멍이 나거나 깨지거나 과열되면 합선이 일어나 불이 나거나 폭발할 수 있다. 불은 온도가 500도 이상에 이를 수 있으며 유독 가스를 내뿜는다. 무엇보다 배터리 화재는 물이나 일반 소화용 약품으로는 진압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수명이 다한 리튬 배터리는 일반 쓰레기와 함께 버려서는 안 되고 재활용 업체나 유해 폐기물 처리장에 가져가야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부유한 나라가 가난한 나라에 유해 폐기물을 버리지 못하도록 고안한 국제 규정이 이제는 가난한 나라가 유해 폐기물을 자국 밖으로 내보내고자 할 때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현재 리-사이클과 같은 배터리 업체가 마주하는 난관 중 하나는 재활용을 할 배터리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기계인 영구 자석, 태양광 패널, 풍력 발전기 등은 재활용이 매우 어렵다. 현재 희토류 자석의 재활용률은 5% 미만이다. 


고축적 식물이라고 불리는 몇몇 종류의 나무, 관목, 기타 식물은 뿌리로 작은 금속 입자를 빨아들이고 수액, 줄기 잎에 농축한다. 식물로 금속을 채취하는 것을 파이토마이닝(phytomining)이라 한다. 이 방법에도 단점이 있다. 그런 식물들로 인해 다른 꽃들이 위태로워질 수 있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사람들의 부가 급증하면서 물건을 고쳐 쓰는 풍조가 약해졌다. 저자는 전자업계가 고의로 제품 수리를 어렵게 만드는 경우가 있음을 지적한다. 


태양광 발전과 풍력 발전은 해가 뜨고 바람이 부는 시간에 생산한 에너지를 그렇지 못한 시간에 사용할 수 있도록 저장할 방안이 있어야만 대규모로 활용이 가능하다. 저자는 제품을 수리하고 재사용하고 재활용하는 행위는 제품을 그냥 버리는 행위보다 훨씬 좋은 방법이지만 이러한 조치도 에너지와 물질 집약적인 생산과 소비 체계에 얽매어 있다고 말한다. 


이런 틀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방법은 하나밖에 없다. 암스테르담은 광물과 에너지 소비로 인한 폐해를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 즉 모든 것을 덜 쓰는 사례를 실제로 보여주는 도시다. 그 가운데 특히 자가용을 덜 쓰는 사례가 돋보인다. 80억이 사는 지구에서 가장 필요한 일은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것이다. 저자는 화석 연료를 재생 에너지로 바꾸는 동시에 모든 영역에서 에너지 사용을 줄여야 한다고 말한다. 가장 근본적이면서 어려운 과제다. “우리의 미래는 그야말로 금속에 달려 있다. 기후 번화라는 가장 심각한 위기에서 벗어나자면 금속이 많이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 모두의 삶은 금속 사용량을 줄일수록 더 윤택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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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믹 쿼리 - 우주와 인간 그리고 모든 탄생의 역사를 이해하기 위한 유쾌한 문답
닐 디그래스 타이슨.제임스 트레필 지음, 박병철 옮김 / 알레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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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톨레마이오스는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라는 천동설을 주장했지만 지구가 평평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는 만일 지구가 평평하다면 일식은 위치에 상관 없이 일제히 같은 시각에 일어날 것이라 말했다. 월식 때 달에 드리운 지구 그림자가 둥근 것이 지구가 구형이라는 강력한 증거라고도 했다. 기하학(geometry)이란 지구를 측정하다는 의미의 그리스어에서 왔다. 측정은 크기, 둘레 등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리라. 아리스토텔레스는 모든 만물은 흙, 공기, 물, 불이라는 네 가지 원소로 이루어져 있고 이들 중 흙은 우주의 중심 즉 지구의 중심을 찾아가려는 경향이 있다고 말하며 지구는 이미 중심에 있어서 굳이 움직일 필요가 없다고 했다. 뉴턴은 지구의 구성 원소에 별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오직 질량이 중요했다. 기하학이 지구의 크기, 둘레 등을 측정하는 학문이라면 지질학은 지구의 역동성, 움직임, 구성 원소, 광물, 암석, 판 등을 다루는 학문이다. 


우주에서 거리를 알아내려면 우주 거리 사다리를 순차적으로 올라야 한다. 하늘은 2차원 스크린이 아니라 3차원 입체 공간이다. 각 별들까지의 거리를 알아내기는 쉽지 않다. 많은 사람이 망원경을, 멀리 있는 물체를 확대해서 보여주는 것이라 생각하지만 망원경의 가장 큰 역할은 정확한 각도 측정이었다. 팔을 앞으로 길게 뻗고 엄지손가락을 위로 치켜 올린 채 양쪽 눈을 번갈아 가며 떴다 감으면 손가락과 배경(책꽂이, 벽에 걸린 액자 등)의 상대적 위치가 좌우로 오락가락한다. 보는 눈이 바뀔 때마다 눈과 손가락을 연결한 직선의 방향 즉 시선 각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시차(視差; parallax)는 하나의 물체를 서로 다른 두 지점에서 볼 때 방향이 달라져 겉보기 위치가 달라지는 현상이다. 지구를 포함한 태양계는 은하의 중심이 아니라 중심으로부터 3분의 2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한다. 지구가 특별한 행성이 아니고 인간이 자연의 일부일 뿐이라면 우리가 지구에서 발견한 법칙에도 특별한 구석이 없을 것이다. 이는 곧 우주 반대편에 있는 외계 행성과 그곳에 있을지도 모를 외계 생명체 역시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저자는 자존심에 상처를 입을수록 과학은 발전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천문학자가 인류 역사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직업이라고 우길 생각은 없지만 과학에서 최초로 탄생한 분야는 아마도 천문학일 것이라 말한다. 


저자는 천문학은 망원경의 도움 없이 스스로 발전한 과학이라 말한다. 고대의 천문학자들은 망원경 없이도 지구가 둥글다는 사실을 알았다. 맨눈 천문학의 챔피언은 튀코 브라헤였다. 1546년 덴마크의 명문가에서 태어난 그는 스물 여섯이라는 나이에 신성(新星; nova)를 발견하여 유럽 천문학의 스타로 떠올랐다. 당시 천문학자들은 하늘의 별은 한 자리에 고정되어 영원히 변하지 않는다는 성경의 가르침을 굳게 믿고 있었기에 아무것도 없던 하늘에 새로운 별이 등장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다. 튀코가 발견한 신성은 1600년경 완성한 셰익스피어의 ‘햄릿’ 제 1막에 대사로 나온다. “저기 북극성 서쪽에 뜬 별이 자기 곁을 따라와 지금 번쩍이는 저곳을 밝혔을 때...” 신성은 갑자기 나타난 별 또는 오랜 새월 희미한 채로 있다가 어느 날 갑자기 밝아진 별을 의미한다.


갈릴레오는 망원경을 발명한 사람이 아니다. 발명자는 네덜란드의 안경 제작자 한스 리퍼세이였다. 갈릴레오는 망원경을 최초로 위로 치켜든 사람이다. 마당에 서서 밤하늘의 달과 별을 눈으로 확인하는 행위는 대기가 가시광선에 대해 투명하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의미심장한 실험이다. 우리의 주요 광원(光源)인 태양은 표면 온도가 약 5000도 정도여서 방출되는 전자기파(빛) 중 가시광선 영역의 에너지가 가장 크다. 이 때문에 주로 낮에 활동하는 인간의 눈은 가시광선에 민감한 쪽으로 진화해 왔다. 이는 지구인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금성 표면에서 하늘을 바라본다고 상상해보라. 금성의 하늘은 하루 종일 두꺼운 구름에 덮여 있다. 그래서 가시광선이 거의 통과하지 못한다. 물론 이런 곳에 생명체가 산다면 폭주하는 온실효과 때문에 금방 증발해버리겠지만(금성 표면의 평균 온도는 약 460도다.) 이런 악조건을 무시한다 해도 금성의 생명체는 밤하늘을 한 번도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천문학을 발전시키지 못했을 것이고 어쩌면 과학 자체가 탄생하지 못했을 것이다. 


빛의 정체는 전자기복사 또는 전자기파다. 무지개에 드리운 모든 색상은 전자기파의 각기 다른 파장에 대응된다. 붉은색 빛의 파장은 원자의 8000배 정도이고 보라색 빛은 그 절반쯤 된다. 지구의 대기는 가시광선과 전파를 제외한 모든 전자기파를 차단한다. 수십, 수백년 광년의 거리를 무사히 날아온 빛이 지구의 대기라는 마지막 몇십 킬로미터를 통과하지 못하고 문전 객사하는 꼴이다. 대기는 빛과 전파(마이크로파)만 무사히 통과시키고 다른 전자기파에 대해서는 두꺼운 벽돌담이나 마찬가지다. 그래서 천문학자는 대기에 두 개의 창문이 나 있다고 말한다. 지구에 도달한 전파(라디오파)는 가시광선보다 훨씬 약하다. 그래서 전파 망원경은 원통이 아니라 집채만 하다. 다량의 전파복사를 수집하려면 몸집이 무조건 커야 하기 때문이다. 


전파망원경이 없었다면 우리는 맥동성(脈動星; pulsar)의 존재를 아직 몰랐을 것이다. 맥동성은 초신성이 폭발하고 남은 고밀도의 잔해다.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자전하면서 규칙적인 전파 펄스를 생성한다. 전파 신호는 맥동성의 한 부분에서 연속적으로 방출되지만 맥동성 자체가 빠르게 회전하고 있기 때문에 특정 지역(지구)에서 바라보면 주기적으로 전파를 방출하는 것처럼 보인다. 지구의 대기는 전파와 가시광선에 투명하지만 모든 가시광선이 100% 통과하는 것은 아니다. 대기는 끊임없이 움직이므로 지상에 도달한 빛으로 재현된 상(像)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 별이 반짝이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태양계 밖에서 인공위성을 가장 쉽게 보낼 수 있는 곳은 지구 근처의 저궤도다. 지상과 가깝기 때문에 적은 에너지로 위성을 띄울 수 있다. 두 천체 사이의 중력이 균형을 이루는 점이 라그랑주점이다. 지구와 태양 그리고 지구와 달 사이에는 두 천체의 중력이 정확하게 상쇄되는 라그랑주 점이 존재한다. 이곳에 놓인 물체는 어느 쪽으로도 떨어지지 않고 평형상태를 유지한다. 우주선(宇宙船) 주차장으로 맞춤한 곳이다. 일반적으로 두 개의 천체에 놓인 계(系)에는 다섯 개의 라그랑주 점이 존재한다. 뉴트리노와 중력파에 대해 알아보자. 뉴트리노는 핵반응이 일어날 때 대량 방출되지만 물질과 상호작용을 거의 하지 않아서 검출하기가 매우 어렵다. 


남극의 아이스큐브(IceCube)는 뉴트리노 검출기다. 얼음에 뜨거운 물을 부어 구멍을 뚫고 가늘고 긴 케이블을 이용하여 얼음 속에 광검출기를 설치한다. 낮은 기온 때문에 물이 다시 얼어붙으면서 광검출기는 자연스럽게 얼음의 일부가 되고 이곳에 뉴트리노가 도달하여 얼음 속 원자를 조금이라도 건드리면 광검출기가 반응하여 섬광을 방출하는 식이다. 뉴트리노가 남극에 직접 도달하는 것이 아니다. 북극에 먼저 도달한 후 지구를 통째로 관통하여 남극의 얼음층에 도달한다는 점이 놀랍다. 


질량을 가진 물체가 가속 운동을 하면서 시공간 연속체에 일으킨 파동을 중력파라 한다. 이는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으로부터 예견된 사실이다. 미국의 루이지애나주와 워싱톤주에서는 중력파를 검출하는 초대형 시설인 레이저간섭계중력파관측소가 독자적으로 운용되고 있다. 2015년 9월 14일 중력파가 감지되었다. 아인슈타인이 중력파의 존재를 예언한 지 거의 100년만에 이룬 쾌거였다. 지구로부터 15역 광년 떨어진 곳에서 태양 질량의 39배인 블랙홀과 29배인 블랙홀이 충돌하면서 중력파가 방출된 것이다. 두 곳에 설치한 이유는 연구소 주변의 소음을 중력파로 오인할 수 있어서다. 중력파가 지구에 도달하면 한 곳에서만 검출될 리 없기 때문이다. 


15세기 로마의 철학자 니콜라우스 쿠자누스는 우주의 중심은 어디에나 존재할 수 있지만 그 끝은 어디에도 없다는 말을 했다. 한번 형성된 원자핵이 안정적으로 존재하려면 입자의 속도가 느려야 하고 속도가 느려지려면 온도가 내려가야 한다. 우주가 팽창함에 따라 입자들 사이의 거리가 멀어지면서 충돌 기회가 줄어들었다. 우주가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진화하게 된 결정적 이유 중 하나였다. 수소 원자핵, 헬륨 원자핵, 드물긴 히지만 리툼 원자핵이 만들어지고 있었던 순간이다. 우주의 역사에서 원자가 주인공으로 등장한 것은 언제쯤일까?


원자핵과 전자가 분리된 채 존재하는 상태를 플라스마라 한다. 온도가 극도로 높을 때 나타나는 네 번째 상태(고체, 액체, 기체 외의)로서 태양 내부가 대표적이다. 원자는 자유전자가 원자핵의 사정거리 안으로 진입해서 안정적으로 결합해야 비로소 완성된다. 초기 우주는 온도가 너무 높았기 때문에 빅뱅 후 38억년이 지나서야 비로소 안정적인 원자가 만들어질 수 있었다. 전하를 띤 플라스마가 원자로 변환되면서 우주에는 두 가지 큰 변화가 일어났다. 물질이 뭉쳐서 별과 은하가 형성되기 시작했고 복사선이 하전입자의 방해를 받지 않고 곧게 뻗어 나가면서 드디어 공간이 투명해진 것이다. 전하를 띤 플라스마가 중성원자로 변하면 복사선과 더 이상 상호작용을 하지 않기 때문에 중력으로 뭉치면서 몸집을 키워나갈 수 있다. 그리하여 지금과 같은 우주가 만들어졌고 공간을 내달리던 복사선은 우주마이크로파 배경복사가 되어 지금까지 남아 있다. 


우주가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진화한 것은 암흑물질 덕이다. 우주에 전기적으로 중성인 원자가 등장하기 전에는 별과 은하가 형성될 수 없었다. 별은 중력에 당겨져 산산조각 나지 않기 위해 열핵융합을 대책으로 세웠다. 핵융합 에너지가 별의 중심부에서 바깥쪽으로 압력을 행사하여 안쪽으로 작용하는 중력과 균형을 이룬다. 양성자는 양전하를 띠기 때문에 자기들끼리 서로 밀어내는 경향이 있다. 온도가 어느 정도 올라가면 속도가 빨라진 양성자들이 전기적 척력을 극복하고 하나로 융합하여 더 큰 원자핵이 되고 이 과정에서 상상을 초월하는 막대한 에너지가 외부로 방출된다. 태양 내부에서는 매초 6억톤의 수소가 헬륨으로 변하고 있다. 


현대 우주론에 의하면 최초의 별은 빅뱅 후 약 3억년만에 탄생했을 것이다. 한번 태어난 별이 그 모습을 유지하려면 내부에서 끊임없이 핵융합 반응을 일으켜 중력에 대항해야 한다. 별이 보유한 핵융합 연료인 수소는 결국 고갈된다. 이때 2차 방어 전략이 시작된다. 별이 수명을 다하면 질량에 따라 백색왜성이 될 수도 있고 직경이 17km에 불과한 초고밀도 중성자별이 될 수도 있다. 초신성이 폭발할 때 사방으로 흩어진 무거운 원소들은 새로 태어날 별의 재료가 되어 후속 핵융합으로 이어진다. 처음부터 수퍼 헤비급으로 태어난 별은 중력과 핵융합의 치열한 경쟁을 온몸으로 겪다가 결국 중력에 굴복하여 블랙홀이 된다. 


몸집이 큰 별은 작은 별보다 연료를 빠르게 소모한다. 수성, 금성, 지구, 화성은 암석으로 이루어진 지구형 행성이다. 목성, 토성은 가스형 행성이다. 천왕성, 해왕성은 거대얼음행성이다.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은 목성형 행성이다. 태양에서 핵융합 반응이 시작되면 원시행성원반은 구성물질의 온도가 올라가고 강력한 태양풍을 고스란히 맞게 된다. 온도가 높으니 휘발성 물질이 기화되고 이 기체가 태양풍을 맞았으니 먼 곳으로 날아갈 수밖에 없다. 그리하여 태양 가까운 곳에는 웬만한 온도에도 기화되지 않는 광물만 남아서 단단한 지구형 행성이 만들어진 것이다. 멀리 떨어진 행성들은 주로 휘발성 물질로 이루어져 있으며 지구형 행성보다 몸집이 크다. 


애초부터 온도가 낮아서 휘발성 물질이 기화되지 않은 채 중력으로 뭉쳤기 때문이다. 천문학에서는 지구형 행성과 목성형 행성의 운명을 가르는 경계선을 동결선이라 한다. 태양계의 중요한 특성이 이토록 간단한 물리학 이론으로 설명된다니 신기하면서도 좀 허망하다. 그런데 정말 이게 전부일까? 이제 곧 알게 되겠지만 우주의 진화는 매우 복잡하고도 미묘한 과정이어서 한 두개의 이론만으로는 설명이 불가능하다. 태양계가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진화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주인공은 태양이 아니라 목성이었다. 행성의 자리바꿈이 거의 끝나갈 무렵 목성형 행성이 네개(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로 정리되면서 얼음행성과 파편이 지구형행성 쪽으로 쏟아지기 시작했고 그 바람에 지구는 졸지에 우주 과녁이 되어 집중포화를 온몸으로 받아냈다. 


지구의 드넓은 바다는 이 시기에 형성되었을 것이다. 우주의 나이가 138억년이라는 말은 지금까지 관측된 가장 먼 천체까지의 거리가 138억 광년이라는 의미다. 캠핑장에서 모닥불을 피우면 복사 에너지의 변화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불이 한창 타오를 때 중심부에 쌓아놓은 숯덩이는 모든 가시광선을 방출하면서 흰색을 띠다가 꺼질 무렵이 되면 붉은색으로 변한다. 이 상태에서 숯은 여전히 가시광선을 방출하고 있지만 온도가 낮아져서 스펙트럼이 붉은색 쪽으로 이동한 것이다. 다음날 아침이 되면 숯은 더 이상 타오르지 않는데도 손으로 만지면 여전히 온기가 느껴진다. 빛은 사라졌지만 온기가 남아 있기에 타고 남은 숯에서도 전자기파 적외선이 방출되고 있다.


처음에 과학자들은 우주배경복사의 온도 분포를 보고 깜짝 놀랐다. 우주 전역에 걸쳐 온도가 1만분의 1 이내로 균일했기 때문이다. 초창기에 우주의 모든 지역이 열적 접촉을 겪지 않는 한 이런 일은 절대 있을 수 없다. 모든 지옥의 온도가 같아지려면 우주는 탄생 초기에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팽창해야 한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 탄생한 것이 바로 그 유명한 인플레이션 이론이다. 앨런 거스는 최신 입자물리학을 적용하여 초기 우주의 특성을 분석한 끝에 빅뱅 후 10의 마이너스 35제곱 초 만에 우주가 순간적으로 얼어붙었음을 알게 되었다. 


중심부의 수소가 바닥나서 더 이상 에너지를 생산하지 못하면 별은 또다시 자체 중력에 의해 수축되지만 이 단계는 오래 가지 못한다. 수축과 함께 중심부의 온도가 다시 높아져서 핵융합 제2라운드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이때는 양성자 두 개를 보유한 헬륨 원자핵 3개가 융합하여 양성자 6개로 이루어진 탄소 원자핵이 생산된다. 핵융합 제1라운드에서 남은 재인 헬륨이 핵융합 제2라운드의 연료로 재활용되는 셈이다. 즉 우주 초창기에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원소보다 무거운 원소들은 별의 내부에서 핵융합 공정을 통해 생산된 것이다. 태양과 체급이 비슷한 별은 연료 보유량이 적어서 탄소보다 무거운 원자핵을 만들지 못하고 어렵게 만든 원소를 태양풍에 실어 우주로 방출한다. 그러나 태양보다 무거운 별은 탄소를 연료 삼아 후속 핵융합 반응을 강행하여 양성자가 26개인 철까지 만들 수 있다.


철은 핵융합으로 만들 수 있는 마지막 원소이자 최후의 남은 재로서 커다란 몸집으로 태어나 맡은 바 소임을 다한 별의 중심부에 고스란히 축척된다. 이때가 되면 별은 자체 중력으로 빠르게 수축되다가 거대한 폭발을 일으키면서 장렬한 최후를 맞이한다. 이것이 바로 초신성 폭발이다. 그리고 이 대혼란 속에서 무거운 원소의 막대한 에너지가 뒤엉켜 철보다 무거운 코발트, 우라늄 같은 원소들이 만들어진다. 철의 원자핵이 핵융합 반응을 일으키려면 외부에서 에너지를 공급받아야 한다.(163 페이지) 이전의 핵융합은 에너지를 만들었는데 철은 반대 상황이 되는 것이다. 에너지를 흡수하는 것은 별의 임무가 아니다. 


우라늄은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마지막 원소이고 그 이후의 원소들은 실험실에서 만든 원소들이다. 무거운 원자핵을 빠르게 가속해서 표적에 충돌시키면 양성자와 중성자가 재배열되면서 새로운 원소가 생성된다. 과학자들은 주기율표가 유용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 이유는 여전히 미스터리였다. 이 문제는 1920년대의 양자 물리학이 등장하면서 단계적으로 풀렸다. 태양에서 핵융합 반응이 시작되면 원시행성원반은 구성물질의 온도가 올라가고 강력한 태양풍을 고스란히 맞게 된다. 온도가 높으니 휘발성 물질이 기화되고 이 기체가 태양풍을 맞았으니 먼 곳으로 날아갈 수밖에 없다. 그리하여 태양 가까운 곳에는 웬만한 온도에도 기화되지 않는 광물만 남아서 단단한 지구형 행성이 만들어진 것이다.


생명체는 탄소 이외의 다른 원자를 기반으로 만들어질 수도 있다. SF 작가들이 선호하는 재료 중 하나가 바로 실리콘(규소)이다. 실리콘은 전자의 배열 상태가 탄소와 비슷해서 탄소를 대체하기에 적절한 재료이긴 하다. 주기율표에서 탄소 바로 아래에 위치한 실리콘은 최외곽 전자가 4개여서 다른 원자와 쉽게 결합할 수 있으므로 DNA 같은 복잡한 분자를 만들기에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실리콘 결합은 탄소 결합보다 훨씬 강하기 때문에 복잡한 분자로 자라나기가 쉽지 않으며 따라서 실리콘에 기초한 복잡한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도 별로 크지 않다. 


우리는 물은 없지만 호수가 존재하는 천체 하나를 알고 있다. 바로 토성의 가장 큰 위성인 타이탄이다. 태양계에서 지구 외에 액체가 흐르는 천체는 타이탄이 유일하다. 타이탄의 극지방에는 영하 80°C의 액체 메탄과 액체 에탄이 웅덩이를 이루거나 강처럼 흐르고 있다. 지구에서 측정된 가장 낮은 기온은 남극의 영하 89°C이다. 용암 수프 속에서 생명체가 번성하는 행성이 존재할 수도 있다. 이런 극한의 온도에서는 어떤 화학반응이 얼마나 복잡하게 일어나고 있을까? 우리의 예상을 완전히 벗어난 무언가가 탐험가에게 발견되기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천문학자들의 계산에 의하면 우리은하에는 별에 속박된 행성보다 성간 공간을 부유하는 떠돌이 행성이 훨씬 많다. 그렇다면 생명체가 태양같은 에너지원 없이도 살아갈 수 있을까? 햇빛 대신 내부 방사선에서 에너지를 얻을 수도 있지 않을까? 지구의 다세포 생물이 등장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약 5억 5000만년 전이었다. 이는 그 무렵 빙하가 사라지면서 대기 중 산소 농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빅뱅이 일어나고 38만년쯤 지났을 무렵 우주의 온도가 어느 정도 진정되어 한번 형성된 원자들이 형태를 유지할 수 있게 되면서 빈 공간이 드디어 투명해졌다. 그 전까지만 해도 우주의 물질은 양전하를 띤 원자핵과 음전하를 띤 전자가 따로 분리된 플라스마 상태로 존재했고 이들은 공간을 자유롭게 떠돌면서 전자기파를 흡수하고 방출하기를 반복했다.


그 후 온도가 내려가면서 원자가 형성되고 공간은 깨끗해졌는데 이 무렵에 방출된 복사는 오늘날에도 우주 마이크로파 배경복사의 형태로 남아 있다. 그리고 전자로 이루어진 일반적인 물질은 암흑물질이 파놓은 중력의 우물로 떨어져서 별과 은하가 되었으며 바로 이곳에서 인간의 지능이 탄생했다. 에너지가 작은 적외선이나 전파가 방출될 때는 복사선이라 하고 에너지가 큰 엑스선이나 감마선이 방출될 때는 방사선으로 표기한다. 양자 세계에서는 없던 입자가 갑자기 나타났다가 사라지기도 한다. 이를 가상 입자라 한다. 우주가 어렸을 때는 지금보다 훨씬 뜨거웠으며 단순했고 더 어렸을 때는 더욱 뜨겁고 단순했다. 세월이 흘러서 우주의 나이가 38만년쯤 되었을 때 원자처럼 질서 정연한 구조가 등장했는데 이 무렵에 우주는 하전 입자들이 무작위로 떠다니던 플라스마 시대보다 훨씬 복잡했다. 


나이를 먹을수록 복잡해지는 것이 사람과 비슷하다. 이런 현상은 빅뱅 직후에도 똑같이 나타났다. 우주 탄생 후 3분만에 형성된 원자핵은 그 이전에 존재했던 소립자보다 훨씬 복잡했다. 고 에너지 빛(엑스선, 감마선)이 E=mc²에 따라 질량으로 변하면 자발적으로 입자 - 반입자 쌍이 생성된다. 이것은 이론적으로 확실하게 정립되었고 실험을 통해 수도 없이 확인된 사실이다. 그 후에 두 입자가 자신의 반입자 쌍을 만나면 질량은 다시 사라지고 원래의 순수한 에너지만 남는다. 빅뱅이 일어난 후부터 시간이 비로소 흐르기 시작했다면 “그 이전에는 무엇이 있었는가?”라는 질문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우주의 본질은 고정된 물리법칙에 얽매이지 않고 상황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존재할 수도 있다. 양자역학 법칙에 의하면 전자구름은 무한정 압축될 수 없다. 이를 볼프강 파울리의 배타원리라 한다. 흥미로운 내용 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것은 2억 5천만년이 지나면 판게아가 재현된다는 것이다. 앞으로 10억년이 지났을 때 벌어질 일도 그렇다. 태양은 탄생 초기에 지금보다 30 퍼센트쯤 어두웠다. 그 이후 점점 밝아져 현재에 이르렀고 수소가 고갈되는 시점에 이르면 지금보다 65 퍼센트쯤 밝아질 것이다. 10억년 후에는 지구 평균 기온이 사람의 체온보다 높아질 것이다. 기온이 올라가면 증발률도 높아지므로 바다와 호수에서 다량의 수증기가 증발하고 대기에 유입된 물 분자는 태양에서 날아온 자외선에 의해 수소 원자와 산소 원자로 분해된다.


이런 식으로 바다가 모두 증발하면 가볍고 빠른 수소 원자가 대기권 밖으로 날아가면서 지구는 더욱 건조해질 것이다. 화산 활동도 꾸준히 일어나서 깊은 곳에 저장된 물과 이산화탄소가 대기 중에 방출된다. 이산화탄소를 흡수해줄 바다가 없으므로 온난화는 더욱 빠르게 진행된다. 태양 자외선이 대기 중 물 분자를 파괴하면 물에 의한 윤활 작용도 중단되어 대륙 이동이 멈춘다. 이렇게 30~40억년이 지나면 극심한 온실효과로 지표면 온도가 상승하여 암석 표면이 용암의 바다로 변할 것이다.(288, 289 페이지) 


우주의 총 질량이 충분히 커서 멀어지는 은하들을 다시 가까워지도록 만들 수 있다면 언젠가 공간은 팽창을 멈추고 수축되기 시작할 것이다. 이를 닫힌 우주라 한다. 우주의 질량이 충분하지 않으면 영원히 팽창할 것이다. 이를 열린 우주라 한다. 질량이 정확하게 이들 사이의 경계값이라면 우리 우주는 평평한 우주가 된다. 


1920년대에 비약적으로 발전한 양자역학은 기존의 과학 개념을 송두리째 갈아엎었다. 뉴턴의 고전 물리학을 포함하여 원자물리학과 핵물리학, 화학, 생물학 등 거의 모든 과학 교과서가 양자역학에 기초하여 새로 집필되어야 했고 상당수의 개념이 폐기되거나 대대적인 수정이 가해졌다. 물론 진공도 예외가 아니었다.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원리가 등장하면서 판도가 완전히 뒤집혔다. 입자는 무로부터 생겨날 수 있다. 단 충분히 짧은 시간 안에 사라져야 한다. 이 약속만 잘 지키면 어떤 마술도 가능하다. 입자는 불확정성원리에서 정해준 시간 안에 사라진다는 약속 아래 가상 입자로 나타나 힘을 매개하고 재빨리 무로 돌아간다. 이런 현상은 양자요동이라 한다. 


1973년 미국의 물리학자 에드워드 트라이언은 우주 전체가 양자 진공에서 극히 드물게 일어나는 요동의 산물일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불확정성원리에 의하면 질량이 클수록 수명이 짧다. 전자의 전하는 어떠한가? 지금보다 강했다면 원자끼리 전자를 교환하지 못하여 분자가 형성되지 못했을 것이다. 분자가 없으면 화학작용이 일어날 수 없으므로 이 경우에도 생명체는 존재할 수 없다. 중력이건 전하건 어느 하나라도 지금과 값이 다르면 생명체는 태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이론이 수용되기 전에 예측이 검증될 필요는 없다는 점이다. 윌리엄 오컴은 다중성은 확실히 근거가 있을 때만 도입해야 한다는 말을 했다. 이를 오컴의 면도날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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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구의 과학 - 지구 메커니즘의 상세 도해 뉴턴 하이라이트 Newton Highlight 30
    일본 뉴턴프레스 엮음 / 아이뉴턴(뉴턴코리아) / 2009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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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맹독성 화합물인 시안화수소(HCN) 일명 청산(靑酸)이 지구 생명체 탄생에 기여했을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저온에서도 반응성이 높은 시안화수소 결정이 생명체 구성에 필요한 유기물을 만드는 연쇄 반응을 촉발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시된 것이다. 이는 마르틴 람 스웨덴 찰머스공대 화학 및 화학공학과 교수팀에 의해 발표된 내용이다.(2026년 1월 15일 동아사이언스) 이를 보면 지구가 미스테리한 것인지 생명이 미스테리한 것인지 헷갈린다. 


    Newton Highlight 시리즈의 하나인 ‘지구의 과학‘을 읽는다. 1부 움직이는 지구를 포착했다, 2부 지구를 에워싼 대기와 자기마당, 3부 대류가 지구를 지배한다, 4부 생명체를 길러 온 지구의 역사로 이루어진 책이다. 지구는 아직까지 유일하게 생명을 간직한 행성이다. 지구 대기는 주로 지소와 산소로 이루어졌고 핵은 90%가 녹은 철로 이루어졌다. 이 녹은 철은 대류를 통해 자기장을 만들어낸다, 지구에서 중요한 것은 해양과 대기를 갖는다는 점이다. 


    현재 지구는 온난화로 빙산이 사라져 가고 있다. 이는 지구가 점점 어두워져 가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는 다른 말로 빛을 잘 반사하는 하얀색이 감소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른 다른 말로 지구가 태양빛을 더 많이 흡수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식물 플랑크톤이 바다의 식물 연쇄를 지탱하고 있다. 식물 플랑크톤이 바다에 쌓인 영양분을 이용해 광합성을 하면 동물 플랑크톤이 모이고 이어 물고기들이 찾아온다. 맹그로브는 민물과 바닷물이 섞이는 하구 부근에서 퇴적한 진흙에 나는 식물들을 가리킨다. 


    지구는 여러 개의 층으로 이루어졌다. 양파에 비유할 수 있다. 대기권, 생명권, 수권, 지각, 맨틀, 중심핵과 각각의 층은 서로 작용하면서 지구라는 하나의 교묘한 시스템을 만들어 내고 있다. 지구상에는 자석이 언제나 남북을 가리킨다. 지구 자신이 거대한 자석이다. 태양은 초속 수백 km나 되는 속도로 태양풍이라 불리는 플라스마를뿜어낸다. 플라스마란 온도가 높아서 원자가 양의 전하를 가진 이온과 음의 전하를 가진 전자로 분리된 상태를 말한다. 


    지구 대기의 고도 15~45km에 오존층이 있다. 대기 중 오존량은 대기 총량의 100만분의 1로 극히 미량이다. 하지만 우주에서 내리쬐는 유해한 자외선을 흡수해 지표의 생물을 지키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오존은 산소 분자가 자외선에 의해 분해되어 만들어지는 산소 원자가 산소 분자와 반응해 생긴다. 구름 양의 미세한 변화가 지구 환경을 격변시킨다. 지구 표면의 온도는 기본적으로는 태양광(태양 복사)의 흡수와 우주 공간으로 빠져나가는 적외선 복사의 균형으로 결정된다. 


    흰 구름이 많아지면 알베도(반사율)가 올라간다. 알베도가 올라가면 기온은 내려간다. 지구의 알베도는 변하지 않고 30%를 유지한다. 이유는 모른다. 움직이지 않는 것은 대지와 같다고 하지만 고체 지구도 실은 유체 지구인 대기나 해양 변동에 의해 흔들리며 움직이고 있다. 대기의 흐름과 해류는 기후를 변동시킨다. 오로라는 기상 현상이 아니라 태양에서 날아오는 태양풍이라 불리는 전기를 띤 입자가 지구의 자기장에 포착, 가속되어 초고층 대기에 충돌함으로써 빛나는 우주의 물리 현상이다. 지구 자기장은 해마다 변한다. 다시 말해 지구 자기극의 위치가 변한다. 


    지구 자기는 계속 감소한다. 대기 현상, 지진과 화산, 대륙 이동 등 전 지구적 규모의 현상에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대류다. 베게너는 현재의 대륙 분포는 찢어진 신문지와 같으나 옛날에는 한 장의 신문지였으므로 현재 사방으로 흩어져 있는 신문지 조각들을 직소 퍼즐처럼 이어 맞추면 거기에 쓰여 있는 글자를 읽을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베게너는 북아메리카 동해안과 독일, 영국에 이르는 유럽 지역에 정원달팽이가 있는 것을 보고 달팽이가 바다를 헤엄쳐 건넜다고 생각할 수 없는 바 옛날 두 대륙이 이어져 있었다는 증거라 생각했다. 


    베게너의 대륙이동설은 판구조론으로 발전했다. 높은 산과 바다도 판의 상호작용의 결과다. 마리아나 해구가 히말라야 산맥과 다른 점은 접근하는 두 판의 한쪽에 대륙이 실려있지 않다는 것이다. 판이 서로 접근하는 곳에서는 판이 땅 속으로 침강해 들어간다. 그 위에 대륙이 실려 있으면 더 이상 침강할 수 없다. 지진파가 전해지는 모습으로 지구의 내부를 본다. 맨틀의 뜨거운 부분을 지나는 지진파는 예상 시간보다 늦게 관측된다. 판을 움직이는 원동력은 맨틀 대류임이 실증되었다. 맨틀을 구성하는 암석이 액체처럼 움직인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물질의 밀도 차이로 대류가 일어난다. 지구 내부의 맨틀 대류는 찻잔의 뜨거운 물 속에서 일어나는 대류 현상과 아주 비슷하다. 맨틀 대류의 근원은 열에너지다. 두 가지 원인이 있다. 1) 지구가 형성되었을 때 미행성의 충돌 에너지, 2) 지구 내부의 우라늄이나 토륨 같은 방사성 원소의 붕괴열이다. 지구가 식으면 맨틀의 점성이 급격히 커진다. 그러면 대류의 속도가 느려지고 열은 밖으로 나가지 못한다. 자동 온도 조절 메커니즘인 셈이다. 대륙과 대륙 사이에 판이 침강하는 해구가 있으면 차츰 대륙간 거리가 좁혀지며 충돌, 합체한다. 


    그러면 더 이상 판이 침강할 수 없으므로 대륙과 대륙 사이에 있던 원래의 침강대가 없어진다. 그 결과 합체된 대륙 인근의 바다 쪽에 새로운 침강대가 생기고 다시 다른 대륙들이 모인다. 이 과정이 반복됨에 따라 초대륙이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초대륙이 형성되면 데워진 스튜나 우유 표면에 생기는 막이 그러는 것처럼 열을 가두는 역할을 한다. 그러면 대륙 밑의 맨틀이 데워진다. 뜨거워진 맨틀은 상승하기 시작해 지구대(地溝帶)가 생긴다. 마지막에는 해령(海嶺)으로 발전한다. 이를 모포효과라 한다.


    초대륙의 형성, 분열이 되풀이되는 것을 윌슨 사이클이라 한다. 대기와 해양의 대류가 없으면 적도와 극의 온도차는 80도씨가 된다. 지구에서는 지하의 맨틀에서 대기와 해양에 이르기까지 대류 현상이 일어난다. 지구의 활동을 결정하는 것은 모두 대류다. 지구에 자기장이 없었을 때 생물은 우주에서 내려쬐는 유해한 방사선이 닿지 않는 깊은 바닷속에서 살았다. 오존층이 없었을 때는 태양에서 오는 자외선 때문에 지상으로 진출할 수 없었다. 생물을 지키는 메커니즘은 지구가 진화하는 가운데 형성되었다. 산소가 대기의 주성분이 되자 오존층이 생겼다. 


    현재 지구에서 살고 있는 생물의 대부분은 6억년 전에 오존층이 형성된 이후 탄생했다. 오존층은 자외선을 차단한다. 만일 지구에 대기가 없었다면 이론적 계산으로는 지구 표면 온도는 마이너스 18도씨가 되어 모든 것이 얼어붙었을 것이다. 석유의 60%는 중생대에 만들어졌다. 지구 역사상 최대의 대량 멸절이 일어나려 하고 있다. 다섯 차례의 대멸종(오르도비스기, 데본기, 페름기, 트라이아스기, 백악기)을 견뎌 내고 생물은 다양화했다. 해양에서는 산호초에서 가장 높은 생물의 다양성을 볼 수 있다. 생물이 지구에서 살아갈 수 있을지는 앞으로의 인류 활동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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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모두 식인종이다
    클로드 레비-스트로스 지음, 강주헌 옮김 / arte(아르테)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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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클로드 레비스트로스(1908-2009)는 구조주의 인류학자다. 그의 ‘우리는 모두 식인종이다‘를 읽는다. 원제도 우리 말 번역본 제목과 뜻이 같다. 레비스트로스는 프랑스에서 크리스마스 행사가 미국의 영향만으로 크게 확대되었다고 설명한다면 지나치게 단순한 설명일 수 있다고 말한다.(16 페이지) 레비스트로스는 자극에 의한 확산을 말한다. 외국에서 전래된 풍습은 동화되는 것이 아니라 촉매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잠재적 상태로 이미 존재하던 유사한 풍습의 출현을 자극한다는 의미다. 레비스트로스는 아이들에게 선물을 나눠주는 역할을 하는 사람의 이름도 여럿인 것을 예로 들어 동일한 형태를 지니던 원형이 아니라 수렴 과정의 결과물로 보인다고 말한다. 레비스트로스는 산타클로스는 통과의례와 입문의례의 총체와 관계가 있다고 말한다. 


    레비스트로스는 로마의 사투르누스 축제와 중세 크리스마스의 구조적 유사성을 논한다. 그것은 이원적 대립의 관점으로 설명할 수 있는 부문이다. 연대성의 확대와 적대감의 고조가 그것이다. 레비스트로스는 밀 때 힘을 주지 않고 당길 때 힘을 주는 방식으로 톱을 사용하는 일본의 예를 들며 이는 철광석이 부족한 일본의 특징에서 비롯된 일이라 추론한다. 즉 당길 때 나무를 자르는 톱은 밀어낼 때 나무를 자르는 톱보다 금속의 무게가 더 얇아도 된다는 것이다. 이런 예는 일본의 사상과도 통하는 바가 있다. 즉 일본 사상은 주체를 원인으로 삼지 않고 주체에서 결과를 찾는 것이다.


    책의 전체에서 가장 흥미롭게 읽은 장(章)은 ’발전에는 하나의 유형만이 존재하는 것일까?’다. 레비스트로스는 마야 제국을 비롯해 남아메리카의 여러 지역에는 과거에 무척 조악한 농촌사회들이 존재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놀라울 정도로 복잡한 농경 시스템이 있었다는 흔적이 항공사진에서 확인되었다고 말한다. 콜롬비아에서 확인된 수천 개의 배수로, 수백 미터 길이의 경사지 등이다. 이런 땅에서 그들은 농사를 지음으로써 항구적으로 물을 공급받고 범람에서 자유로웠다. 레비스트로스는 고대 사회와 그 밖의 사회를 엄격하게 구분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한다. 레비스트로스는 변화는 간헐적이고 불연속적이었다고 말한다. 도약과 오랜 침체가 번갈아 반복되었다고 한다. 


    제한된 공간에서 순간적으로 테크놀로지 혁명이 일어났다. 우리가 원시적이고 후진적이라고 생각하는 민족들도 석기와 요업 및 농업과 같은 다양한 분야에서 대량생산을 해낼 수 있었고 때로는 우리를 능가하는 결과를 얻어내기도 했다. 급속한 혁신의 단계와 정체의 단계가 차례로 반복되었고 때로 두 단계가 공존했다. 하나의 유형으로만 발전한 것도 아니었다. 다양한 형태로 발달했다. 식물종이나 동물종은 수십만 년, 심지어 수백만 년 동안 변하지 않을 수 있다. 개체군 내에서 개별적인 변이들은 상쇄되어 결국 없어지기 때문에 이런 안정성에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않는다. 반면 종에게 유리한 변화가 돌발적으로 나타나면 (지질학적 시간에서 보면) 무척 빠른 속도로 진행된다. 종이 적응해야 하는 새로운 환경에서 일부 개체가 대대수로부터 분리되어 있을 때 그런 변화가 일어나 가능성이 크다. 


    테크놀로지의 혁신적 변화처럼 생물학적 진화도 불규칙적으로 이따금씩 일어난다. 오랜 정체기 사이사이에 대대적인 변화가 일어나는 짧은 기간이 끼어든다. 레비스트로스는 이를 단속평형이론이라 말한다. 단속평형이론은 스티븐 제이 굴드와 닐스 엘드리지가 제안한 이론이다. 레비스트로스는 지질학, 마르크시즘, 프로이트 정신분석학으로부터 영향을 받았다. 세 학문 모두 보이지 않는 구조, 심층으로 보이는 부분을 설명하는 학문이다. 레비스트로스는 진화는 동일한 성격을 띠지 않고 어떤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무척 다양한 모습을 띤다고 말한다. 가령 하나의 개체군에서는 진화가 느릿하고 점진적인 변이로 나타나지만 종의 관점에서는 적응도가 확실하지 않은 변화로 나타날 수 있고 개별적인 종은 오랫동안 어떤 변화도 겪지 않을 수 있지만 속(屬)의 차원에서는 대진화가 일어나기도 한다. 


    “단속적(斷續的) 변화라는 가정을 인간 사회에 적응하는 것이 합당하다면 인간의 생산능력과 미학적 표현이 인간 사회와 환경의 관계를 반영하듯 그 관계가 항상 똑같지는 않다는 점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49 페이지) 수렵인들이 땅을 경작할 능력이 충분히 있었지만 경작하지 않았던 것은 옳건 그르건 땅을 경작하지 않아도 더 잘 살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농사를 짓는 이웃 부족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알았을 것이다. 그런데도 이웃 부족의 삶을 모방하지 않은 것은 농업이 과도한 노동을 요구해 여가가 턱없이 부족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땅을 경작하는 농업은 초보적인 수준에서도 수렵과 채취보다 노동 시간이 길고 노동 강도도 세고 수확량이 많은 것도 아니다. 


    레비스트로스는 다양한 방식으로 진행된 사회 발전을 하나의 모델로 설명하려고 애쓸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농업으로 인해 발전과 풍요가 있었지만 퇴행도 있었다. 레비스트로스는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신세계의 발견이 아니라 신세계 사람들과 가치들을 야만적으로 파괴한 신세계 침략으로 불러야 마땅했던 정복 500주년(1991년 쓴 글)을 앞두고 아메리카 원주민의 이분법을 올바로 인식할 때 진실한 참회의 기도가 완성될 수 있을 것이란 말을 한다. 레비스트로스는 반 세기 전에 처음 알았던 브라질 보로로족 이야기를 한다. 그들이 자연스레 터득한 철학적 원리는 생명은 활동과 단단함을 의미하고 죽음은 부드러움과 무기력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인간이든 짐승이든 시체에서 그들은 두 부분을 구분한다. 하나는 물렁물렁하고 부패하는 살이고, 다른 하나는 짐승의 경우에 발톱과 부리, 인간의 경우에는 뼈와 목걸이와 장신구 같은 썩지 않는 부분이다. 보로로족의 한 신화에 의하면 문명을 전하려는 주인공은 가치 없는 것 즉 몸에서 물렁물렁한 부분에 구멍을 뚫는다. 주인공은 귀와 콧구멍과 입술에 구멍을 뚫어 그 부분들이 딱딱한 것들로 대체되었다는 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딱딱한 것은 장신구로 나타나며 그 재료는 주로 손톱과 발톱, 송곳니를 비롯한 이빨, 조개껍질과 식물성 섬유 등이다. 이런 상징적 대체는 장신구가 물렁물렁한 것을 딱딱한 것으로 바꾸며 몸에서 죽음을 미리 예시하는 부분들을 대신한다는 의미로 이해된다. 엄밀하게 말하면 장신구는 생명을 주는 것이다. 


    레비스트로스는 시간이 흐른다고 인간이 경험한 사랑과 증오, 인간들 간의 약속, 인간의 투쟁과 욕망 등에 덧붙여지는 것은 없고 제외되는 것도 없다고 말한다. 예나 지금이나 인간의 열정은 똑같다. 역사에서 1,000년, 심지어 2,000년이란 시간을 아무렇게나 지워버리더라도 인간의 본성에 대한 우리의 지식은 눈에 띄게 영향을 받지 않는다. 레비스트로스는 천체물리학과 양자역학을 이야기한다. 무한히 작은 것으로 넘어가면 천체물리학자들은 미립자와 원자가 이곳과 저곳에 동시에 있을 수 있으며 모든 곳에 있는 동시에 어디에도 없을 수 있다고도 설명한다. 미립자와 원자가 때로는 파동처럼, 때로는 개체성을 보존한 알갱이처럼 움직인다고도 설명한다. 


    레비스트로스는 양자물리학이 미시적 관점에서 묘사한 현상을 거시적 관점으로 옮겨놓은 듯한 멋진 예를 든다. 한 처녀와 그녀의 남편이 된 여자 마법사의 아들 간의 이야기다. 남자를 따라 시어머니에게 가던 중 둘로 갈라지는 길에서 남자가 둘로 나뉘어 각자 하나의 길을 따라 걷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오른쪽 길을 택한 여자는 남편의 두 몸이 하나로 합해지는 것을 목격한다. 레비스트로스는 양자물리학의 설명은 모든 수학적 계산과 천체물리학자만이 해석할 수 있는 복잡한 실험의 결과여서 그들에게만 의미 있는 설명일뿐이라 말한다. 레비스트로스에 의하면 양자물리학의 아버지격인 닐스 보어는 동료 학자들에게 양자물리학의 표면적인 모순을 극복하려면 민족학자와 시인에게 도움을 요청하라고 촉구했다. 보어는 인간 문화들 간의 전통적인 차이는 물리적 실험이 서술될 수 있는 많은 방법 즉 다르지만 등가에 있는 방법들과 유사하다는 말을 했다. 


    레비스트로스는 입을 통해 소화기관으로 타인의 뇌물질을 받아들이는 것(식인 풍습)과 주사기로 혈관을 통해 타인의 뇌물질을 받아들이는 것 사이에 무슨 근본적인 차이가 있느냐 묻는다.(125 페이지) 레비스트로스에 의하면 미신적 풍습과 과학적 지식에 기반을 둔 행위 간의 경계는 생각만큼 명확하지 않다. 식인 풍습이 만연한 곳에 쿠루병이 있었다. 쿠루병은 사람에게서 나타나는 전염성해면상뇌병증을 말한다. 쿠루란 공포에 떨다라는 뜻이다. 1976년 노벨 의학상 수상자인 미국의 생물학자 대니얼 칼턴 가이듀섹은 크로이츠펠트야코브병이 쿠루병과 똑같다는 점을 입증했다. 크로이츠펠트야코브병은 머리에 구멍이 생겨 뇌기능을 잃고 죽는 병을 말한다. 레비스트로스는 인간의 몸에서 추출한 물질의 잦은 사용이 과거의 의학에 비해 과학적으로 보이겠지만 우리에게는 여전히 미신이고 맹신이라 말한다. 


    레비스트로스는 식인 풍습은 기근 시대에 식량을 보충하는 수단, 인간의 살에 대한 욕구, 죄인의 징벌, 적에 대한 복수, 종교의식, 장례와 제사, 성년식, 풍년 기원 등의 의미와 관련된다고 말하며 뇌하수체 주입, 뇌물질 이식, 장기 이식 등은 치유적 성격을 띤 식인 풍습의 범주에 속한다고 말한다.(127 페이지) 책의 제목과 같은 이 부분은 레비스트로스의 단호함이 드러나는 부분이다. 레비스트로스에 의하면 생명의 단일성을 믿는 불교에서 모든 살은 어디에서 왔건 식인종의 먹을거리다. 레비스트로스는 신화의 추론 방식은 19세기 인류학자들이 진화론에 매료되어 세상에 존재하는 제도와 관습을 단선적으로 분류하고 정리하려던 방식과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한다.


    레비스트로스의 말 가운데 특히 인상적인 것은 증명이 가능하지 않으면 마음껏 상상력을 펼쳐야 한다는 것이다.(155 페이지) 참고할 바가 충분하다 하겠다. 레비스트로스는 ‘구약성경’은 인간의 육식을 타락의 간접적 결과로 해석한다고 말한다. 에덴동산에서 아담과 하와는 채소와 열매만을 먹었다. 노아 이후에야 인간은 육식동물이 되었다. 레비스트로스는 앞으로 한 세기 내에 인구가 두 배로 증가할 세계에서 가축들은 인간의 무서운 경쟁자가 될 것이라 말한다. 미국에서 곡물의 2/3가 가축을 먹이는 데 사용된다. 가축이 생존 기간에 소비하는 칼로리 양이 살코기의 형태로 우리에게 돌아오는 칼로리 양보다 훨씬 많다. 


    레비스트로스의 논리는 대체로 긍정할 만하다. 책의 끝부분에서 구조주의에 대해 언급한 그의 논지는 구조주의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한다. 오래 전에 읽던 구조주의를 다시 생각하는 것은 쉽지 않다. 시간이 되면 ‘슬픈 열대’를 다시 읽고 싶다. 나온 지 10년이 지난 ‘우리는 모두 식인종이다’를 읽은 것은 이 책에서 단속평형론이 언급되었기 때문이다. 굴드는 진화를 충분한 시간 속에서 점진적으로 일어나는 과정으로 생각한 다윈의 견해를 벗어났다. 종은 점진적으로 진화해서 새로운 종이 되지는 않으며 새로운 종은 전형적으로 국소 개체군들 중 하나 혹은 둘의 빠른 종분화에 의해서 부모 종으로부터 갈라지면서 생겨난다는 것이 단속평형설의 핵심이다.(2002년 8월 28일 포항공대 신문 수록 김우재 글 ‘인간은 조금 더 겸손해져야 한다‘ 참고) 


    물론 굴드, 그리고 단속평형설은 ’우리는 모두 식인종이다‘의 중심이 아니다. 레비스트로스의 책을 통해 철학책을 다시 가까이 하고 싶은 마음을 확인했다. 그리고 부지런해야 한다는 점도 확인했다. 어느 곳에서 레비스트로스가 지질학에 대해 이야기 한 부분을 만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으로 책을 펼쳤지만 만난 것은 양자물리학, 천체물리학 등에 대한 서술이었다. 최근 지구과학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 물리학을 읽고 있는 입장에서 반갑게 만난 글이었다. 세상의 많은 분야가 통한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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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시우행 2026-01-17 20: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좋은글입니다. 오래 전에 읽었던 도서를 다시 소환해 주셨네요. 부족했던 독서가 느껴져서 도서관으로 향해야 할 것 같아요.

    벤투의스케치북 2026-01-18 07: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좋은 인연의 글이 된 듯 해 반갑습니다 감사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쉬운 과학 수업 : 기후물리학 노벨상 수상자들의 오리지널 논문으로 배우는 과학 18
    정완상 지음 / 성림원북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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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클라우스 하셀만 박사는 기후 속에 숨어 있는 이산화탄소 발자국, 화산분출 흔적, 태양 복사량의 미세한 변동을 지문처럼 분리해내는 이론적 도구를 만들었다. 1976년 이전에는 기후는 너무 복잡해서 알 수 없다는 말이 흔했지만 그 이후에는 기온은 무작위적이지만 예측 가능한 방식으로 흔들린다 라는 생각이 나왔다. 지층이란 암석이나 토양의 층으로 이웃한 다른 곳들과 구분되는 특성을 갖는다. 각 층은 일반적으로 서로 평행하게 놓여 있다. 자연적인 힘으로 쌓인다. 지층은 보통 서로 색이나 구조가 다른 암석들이 쌓여 있는 줄무늬로 보이며 절벽, 도로의 절개면 등지에서 볼 수 있다. 각 줄무늬의 두께는 얇게는 몇 밀리미터에서 두껍게는 수 킬로미터 이상에 이른다. 지층의 법칙을 발견한 사람은 덴마크의 지질학자 니콜라스 스테노다. 

    뉴턴은 '프린키피아'에서 지구와 똑같은 크기의 쇳덩이를 뜨겁게 달구면 5만 년 이상이 흐른 뒤에도 식지 않을 거라 주장했다. 여기서 힌트를 얻은 르크레르 뷔풍은 크기가 다른 철 구슬을 빨갛게 달아오를 때까지 가열한 후 손이 데지 않을 정도까지 식는 데 걸리는 시간을 측정하는 실험을 고안했다. 그런 후 그는 지구와 크기와 비슷한 공이 식는 데 걸리는 시간을 계산해 지구의 나이가 적어도 75, 000년 이상은 되어야 한다는 것을 알아냈다. 지구의 정확한 나이는 뢴트겐이 X선을 발견한 1895년 이후에 이루어졌다. 뢴트겐 이후 베크렐이 우라늄의 방사선을, 퀴리 부인이 라듐과 폴로늄의 방사선을 발견한다. 

    1907년 캐나다 맥길 대학의 러더퍼드와 소디는 방사성 붕괴와 반감기에 대한 법칙을 발표했다. 이 이론을 통해 여러 가지 방사능 원소의 반감기가 계산되었고 이를 이용해 여러 가지 암석의 나이를 알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해서 지구의 나이는 약 45억 년 정도가 되었다. 수성론은 지구가 물로부터 기원했다고 주장하는 이론이다. 그들에 의하면 모든 암석은 바다에서의 결정 작용이나 침전에 의해 만들어졌다. 아브라함 베르너는 바닷속에서 먼저 화강암이 결정 작용에 의해 만들어진다는 말을 했다. 그리고 화강암 속에는 화석이 없다. 그 이후 침전으로 점판암이 생겨난다. 점판암 속에는 약간의 화석이 발견된다. 그 후 석탄 암처럼 화석이 많이 들어 있는 퇴적암이 생기고 마지막으로 풍화에 의해 모래와 점토가 생겨난다. 물론 점판암은 변성암이다. 

    수성론과 반대되는 이론으로 모든 암석의 생성 원인이 물이 아니라 열이라는 이론을 화성론이라 부른다. 제임스 허턴은 대표적인 화성론자다. 지구에서 일어나는 현상은 엄청나게 긴 시간에 걸쳐 기본적으로 동일하게 진행되어 왔다는 주장이 허턴의 동일과정설이다. 허턴은 지구 내부는 녹은 용암으로 이루어져 있고 단단한 지표가 그것을 에워싸고 있다고 보았다. 이어 용암의 운동이 지표를 굴곡시켜 산맥을 만들고 산맥 아래쪽에는 화강암과 같은 결정성의 암석이 생기고 위쪽에는 퇴적암이 생긴다고 말했다. 알프레드 베게너는 블라디미르 쾨펜의 딸 엘제 쾨펜과 결혼했다. 베게너의 스승은 천문학자 빌헬름 푀르스터, 열역학자 막스 플랑크였다. 

    기상학자인 베게너가 대륙 이동설을 발표하자 많은 지질학자들이 과학적 근거가 희박하다며 베게너를 비웃었다. 대륙이 이동했다고 생각한 최초의 과학자는 네덜란드의 지도 제작자 오르텔리우스다. 그는 아메리카 해안선과 유럽 아프리카 해안 사이의 유사성을 확인하고 아메리카 대륙이 유럽과 아프리카 대륙에서 분리되었다고 주장했다. 1858년 프랑스의 지질학자 스나이 더 펠레그리니는 '창조와 그 신비의 베일'이라는 책에서 유럽과 미국에서 동일한 식물 화석을 발견하고 대륙이동설을 주장했다. 베게너는 고생대 후기에 오늘날의 모든 대륙이 하나의 큰 덩어리 또는 초대륙을 형성했고 이후 그 덩어리가 분열되었다고 생각했다. 베게너는 이 고대 대륙을 판게아 라고 불렀다. 베게너는 판게아의 구성 부분들이 오랜 지질학적 시간에 걸쳐 수천 마일 떨어진 것으로 천천히 이동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이동을 대륙 이동이라고 불렀다. 

    3억년 전에 대륙이 뭉쳐 판게아 대륙이 만들어지면서 애팔래치아 산맥, 아틀라스 산맥, 우랄산맥 등이 생겨났다. 판게아 대륙을 둘러싼  넓은 바다를 판탈라사해라 부른다. 1억 8000만년 전인 쥐라기 때 판게아는 남쪽의 곤드와나, 북쪽의 로라시아로 나뉘었다. 두 대륙 사이의 바다를 테티스해라 부른다. 그 후 판게아는 오랜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분리되어 현재와 같은 일곱 개의 대륙으로 나뉘게 되었다. 지진이 파동 현상이라는 사실을 처음 알아낸 사람은 영국의 존 미셸이다. 지진이 발생하면 두 종류의 지진파가 발생한다는 사실을 알아낸 사람은 영국의 딕슨 올덤이다. 지진학에 대한 올덤의 가장 중요한 공헌은 지진 발생시 두 개의 지진파가 동시에 발생한다는 것이다. 

    올덤은 속도가 빨라 지표에 먼저 도착하는 지진파를 P파라 불렀다. 속도가 느려 나중에 도착하는 지진파를 S파라 불렀다. 그는 두 파동이 지진계에 도착한 시간의 차이를 통해 지진이 발생한 지점인 진원까지의 거리를 결정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또한 P 파는 액체를 통과할 수 있지만 S 파는 액체를 통과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는 지구 내부에서에 S파가 진행할 수 없는 곳이 있음을 알아냈고 이를 통해 지구 내부에 액체 상태인 부분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아냈다. 안드리아 모호로비치치는 지각과 맨틀 사이의 경계면을 발견했다. 이 불연속면을 모호로비치치 불연속면이라 한다. 모호면은 대륙에서 평균 지하35km에, 해양에서 평균 지하 5km 위치에 있음이 밝혀졌다. 

    지표로부터 깊이 2,890km 지점에서 물리적 변화가 일어난다. 이 지점에서에 S파(전단파)는 완전히 사라지고 P파(종파)는 갑자기 속도가 떨어지며 굴절된다. 맨틀 아래를 핵이라 부르는데 이 부분이 액체 상태라는 것이 밝혀졌다. 과학자들은 맨틀과 핵의 경계면을 구텐베르크 불연속면이라 한다. 잉게 레만은 핵이 두 부분으로 나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두 부분이란 내핵과 외핵을 말한다. 그 경계면은 지표로부터 깊이 5,150km 지점이다. 공기들은 끊임없이 움직인다. 그런데 공기 알갱이들이 조금 모여 있는 곳은 공기가 누르는 압력이 작아서 다른 지역보다 기압이 낮다. 그러면 주위에 수증기를 포함한 공기들이 그 지역으로 몰려들게 되고 결국 위로 솟아오를 수밖에 없다. 높이 올라갈수록 온도가 낮아지니까 공기 속에 수증기가 물방울로 응결되면서 구름이 만들어진다. 

    그러므로 기압이 낮은 곳에는 구름이 많이 생겨 날씨가 흐리고 비가 올 확률이 높아진다. 고기압의 중심은 주위로 공기가 빠져나가니까 위로 올라갈 공기가 없어 구름이 안 생기고 날씨가 맑다. 물방울이 비가 되어 내리려면 적어도 1mm 이상은 되어야 한다. 그 말은 곧 수많은 물 분자가 서로 달라붙어야 한다는 뜻이다. 문제는 그것이 쉽게 일어나지 않는다는 데에 있다. 구름은 그냥 떠 있는 물방울이고, 비는 커진 물방울이 땅으로 떨어지는 것이고, 눈은 얼음이 녹지 않고 그대로 떨어지는 것이다. 지구의 대기권은 4개의 권역으로 나뉜다. 지표에서 가까운 곳부터 대류권, 성층권, 중간권, 열권이다. 대두 권은 대기권의 가장 아래층으로 모든 날씨가 일어나는 공간이다.

    기온은 2층에서 고도로 높아질수록 점점 떨어진다. 이런 온도 감소는 공기를 불안정하게 만들고 결국 뜨거운 공기는 위로 차가운 공기는 아래로 움직이게 된다. 이것이 바로 대류이다. 대류 권이란 이름도 여기서 비롯된다. 이 층에서는 공기의 대류가 활발히 일어나며 수증기, 먼지, 기체들이 뒤섞이고 순환한다. 공기의 움직임은 저기압과 고기압을 만들고 바람을 불게 하며 구름을 만들고 비와 눈을 내리게 한다.  우리에게 익숙한 모든 기상 현상은 이 대류 권에서 벌어진다. 성층권은 우리가 아는 날씨와는 전혀 다른 세계이다. 대류권과 뚜렷하게 구분되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성층권에선 대류가 일어나지 않는다. 대류권에선 따뜻한 공기가 위로 오르고 차가운 공기는 아래로 내려가는 대류 현상이 활발하게 일어난다. 그러나 성층권은 다르다. 

    이곳에서는 고도가 높아질수록 오히려 기온이 상승한다. 이는 일반적인 공기 덩어리의 대류를 막는 조건이다. 성층이 더 따뜻하므로 공기가 순환하지 않는다. 그래서 성층권은 조용하고 안정된 층이다. 성 층권에서는 고도 약 20km 이상부터 기온이 다시 상승한다. 이 현상을 온도 역전이라 한다. 그 원인은 바로 이 층에 존재하는 오존층 때문이다. 오존은 태양의 자외선을 흡수하며 열을 발생시키고 이로 인해 성층권 상층은 대기 중에서 드물게 온도가 증가하는 영역이 된다. 성층권에서는 기상 현상이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계류가 없고 수증기 농도가 매우 낮아서 이곳에서는 비 눈구름이 거의 생기지 않는다. 성층권 아래쪽에서 발생하는 강한 적운형 구름이 일시적으로 진입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이 층은 정적이며 건조한 공기로 채워져 있다. 

    그렇기에 상공을 비행하는 여객기나 정찰기 기상 관측 기구들은 성층권 하단을 선호한다. 기상이 안정되고 공기저항이 적기 때문이다. 성층권은 제트기류의 경계 지대이다. 성층권 하단 즉 대류경계면 부근에는 제트기류가 빠르게 흐른다. 이 강한 고속 바람은 전 지구적인 기후 순환에 영향을 주며 항공기의 비행시간과 연료효율에도 깊은 연관이 있다. 성층권 자체는 바람이 거의 없지만 그 경계선에서는 바람이 급변하는 기후 전환 지대가 형성된다. 중간권은 대기권 중에서도 기온이 가장 낮은 영역이다. 고도 약 80-85km 부근에서는 영하 90° 이하로 떨어지기도 한다. 중간권에서는 유성이 자주 발생한다. 이 권역에서 지구로 들어오는 유성체가 마찰에 의해 불에 타기 때문이다. 

    중간권은 성층권과 달리 대류 현상이 다시 일어난다. 공기밀도가 낮아 기상관측이 어렵다. 열권은 지구 대기의 최상층이자 우주로 향하는 마지막 하늘이다. 여기서는 기온 이 수백 도까지 오르지만 분자 밀도가 너무 낮아 피부로 느껴지는 열기는 거의 없다. 과학으로서의 예측의 탄생에 기여한 두 사람은 영국 해군 장교 프랜시스 보퍼트와 그의 제자 로버트 피츠로이다. 두 사람의 연구는 오늘날 모든 일기예보 지식의 기초를 형성했다. 18세기 후반 인간의 시선은 성경을 넘어 지질학적 지층으로 향했다. 지질학자들은 지층 속에 새겨진 연속적인 기후변화와 지질 시대의 흔적들을 읽기 시작했다. 이들은 선사시대라는 개념을 받아들이고 지구의 나이는 훨씬 오래되었으며 기후는 지속적인 변화의 역사를 가졌다고 추정했다. 

    1815년 스위스의 장 피에로 페로뎅은 알프스 고산계곡에서 거대한 바위들이 흩어져 있는 모습을 보고 이들을 이동시킨 힘은 빙하일 것이란 가설을 세웠다. 이 가설은 처음에는 비웃음과 무시를 당했지만 루이 아가시는 이를 과학적으로 정제하고 체계화했다. 그는 알프스를 답사하고 바위의 이동 흔적과 지형의 증거를 수집하여 지구가 과거 광범위한 빙하로 덮여 있었음을 주장했다. 1837년 아가시는 공식적으로 빙하기 이론을 발표한다. 이는 단순한 기후변화 이론이 아니라 지구의 역사를 바라보는 관점을 송두리째 바꾸는 선언이었다. 당시까지 많은 지질학자는 지형의 형성을 성경적 홍수나 격변의 결과로 보았으나 아가시는 점진적이고 물리적인 원인을 제시함으로써 지질학을 더 과학적인 학문으로 전환시켰다.

    1774년 스위스의 자연 철학자 소쉬르는 온실 효과를 직접 검증해 보기로 했다. 그는 투명한 유리판으로 덮인 상자를 여러 겹으로 만들어 태양 아래에 놓고 내부 온도를 측정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내부 온도는 외부 온도보다 훨씬 높았고 상자 내부는 마치 작은 태양로처럼 작동했다. 이 실험은 다음과 같은 사실을 명백히 보여줬다. "빛은 들어오되 열은 갇힌다." 1824년 조제프 푸리에는 물리학자의 눈으로 지구라는 행성의 온기를 바라보았다. 그에게 지구는 단지 태양빛을 받는 돌덩이가 아니었다. 오히려 스스로 따뜻함을 품고 있는 하나의 정교한 에너지 시스템이었다. 푸리에는 단순한 질문에서 출발했다. 왜 지구는 진공상태보다 더 따뜻할까? 태양빛이 닿는 우주의 물체가 단순히 복사 평형에 따라 차가워져야 한다면 지구의 평균기온은 지금보다 훨씬 낮아야 했다. 

    푸리에는 이 문제를 물리학의 언어로 풀었다. 그는 태양에서 오는 가시광선은 대기를 통과해 지표에 도달하지만 지구가 그 에너지를 흡수하고 다시 적외선 형태로 재 방출할 때는 그 빛이 대기 중에 머무르게 되는 현상을 예측했다. 오늘날 우리가 온실 효과라고 부르는 개념의 기원이다. 그는 이렇게 썼다. "지표의 상태, 물의 분포, 공기의 큰 움직임은 수세기에 걸쳐 평균 질량을 변화시킬 수 있다." 클로드 푸이예는 태양 복사 에너지가 지구에 도달한 뒤 그 에너지 가지 표면에서 적외선 형태의 열 복사로 뒤 돌아간다고 보았다. 그런데 그는 수증기와 이산화탄소 같은 특정 기체들이 이 열 복사를 흡수하고 다시 지구를 향해 방출함으로써 지구의 온도를 높일 수 있다는 가설을 세웠다. 푸이예의 이론에는 한계가 있었다. 

    그의 아이디어는 이론적 추정에 불과했고 수증기나 이산화탄소가 실제로 열 복사를 흡수한다는 실험적 증거는 아직 존재하지 않았다. 당시의 과학기술로는 자외선의 스펙트럼을 정밀하게 측정하거나 기체에 따른 흡수율을 수측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의 가설은 흥미로웠지만 검증되지 않은 주장으로 분류되었다. 이산화탄소가 온실 효과를 일으킨다는 사실을 처음 알아낸 사람은 미국의 여성과학자 유니스 푸트다. 마나베 슈쿠로는 일본계 미국인이다. 1958년 박사학위를 마친 마나베는 미국으로 건너갔다. 미국 기상청 산하의 일반 순환 연구소(GFDL)에서 일하며 그는 하나의 질문에 매달렸다. "이산화탄소가 지구의 온도를 어떻게 변화시킬까?" 

    그는 1967년 리처드 웨더 럴드와 함께 이산화탄소 농도를 두 배로 증가시키면 지표면 온도는 약 2.3° 상승한다는 결과를 얻었다. 이 수치는 단순한 시뮬레이션 결과가 아니었다. 그것은 기후 민감도라는 개념의 출발점이 되었다. 클라우드 하셀만은 기후를 수십년간 바라본 과학자였다. 그는 날씨가 기후를 흔들 수 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매일 매일 변덕스러운 날씨가 쌓이고 쌓여 결국 느리고 무거운 기후를 움직이게 만든다는 것이다. 그는 이 과정을 확률과 수학의 언어로 표현하였다. 하셀만은 날씨는 빠르게 변하고 무작위적이라고 생각했고 기온은 느리게 변하며 날씨의 평균적 결과라고 생각했다. 하셀만은 방정식을 통해 완벽한 예측이 아닌 확률적 예측을 추구했다. 정확히 내일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몰라도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 가능성은 알 수 있다 것이다.

    그는 기후 민감도 자연 변동성 지문 분석과 같은 현대 기후 과학의 개념들을 한 줄기 수식에서 끌어냈다. 하셀만은 여기에 하나를 더했다. 세상이 점점 더 이산화탄소를 뿜어내고 있다는 사실. 그는 방정식에 새로운 항을 추가했다. 하셀만은 자신의 방정식을 통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기온은 예측 불가능한 것이 아니라 확률적으로 예측 가능한 것이다. 이 단순한 문장은 과학의 본질을 꿰뚫는다. 우리는 세상을 완벽히 알 수 없지만 충분히 잘 알 수는 있다. 하셀만은 기후의 불확실성 안에서 질서를 찾아낸 사람이다. 그는 2021년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하며 이렇게 말했다. "기후 문제는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의지의 문제다.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이제 행동한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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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스피 2026-01-15 22: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내용도 좋아보이지만 리뷰가 너무 훌륭하셔서 저절로 책을 읽게 만들것 같습니다.

    벤투의스케치북 2026-01-16 04: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네~^^ 감사합니다 기분 좋은 글 남겨주셔서..정완상 교수님의 시리즈(20권)가 다 훌륭하게 보입니다. 꼭 필요한 부분을 쉽고 간결하게 잘 정리했다는 느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