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포더의 [엘리멘탈]을 읽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전에 카밀라 팡의 [궤도 너머]를 읽는다. [엘리멘탈]의 번역자는 물리학 전공자 김은영이고 [궤도 너머]의 번역자는 생물학 전공자 조은영이다.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전에 읽는 책이지만 완독하고 서평을 쓸 수 있으면 좋겠다. 지은이는 여덟 살에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스물여섯 살에 ADHD 진단을 받은 생물화학자다. 이럴 줄 알았으면 자폐인 출신 과학자 템플 그랜딘의 [나는 그림으로 생각한다]를 읽어 두었다면 좋았을 것이다.

 

카밀라 팡은 이런 말을 한다. “여느 분야와 마찬가지로 과학 역시 편향 없는 청정구역이 아니다....과학자란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아내고 싶어 세상에 질문을 던지는 사람을 부르는 호칭에 불과하다.... 연구자가 아무리 엄격하고 철저하게 연구에 임한다고 해도 과학은 주관적인 견해에서 벗어날 수 없다..” 가볍게 읽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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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멘탈 - 5가지 원소로 보는 생명의 역사와 인류의 미래
스티븐 포더 지음, 김은영 옮김 / 원더박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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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변화를 넘어선 기후 위기의 시대다. 인류를 파멸로 치닫게 하는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화석 연료 대량 소비 양태를 지양해야 한다는 경고는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생태학, 지질학 전공자 스티븐 포더(Stephen Porder)의 [엘리멘탈] 역시 같은 목소리를 내는 책이다. 원소(元素)를 뜻하는 엘리멘탈을 제목으로 삼은 [엘리멘탈]은 그러나 몇 가지 점에서 다른 책들과 구별되는 근본적인 책이다. 디테일한 차별점이란 1) 세상을 바꾼 월드 체인저란 개념으로 인간이 인간에 앞선 두 월드 체인저의 전철을 밟아서는 안됨을 언급한 것, 2) 탄소의 체내 소비와 체외 소비 개념의 대비로 현실을 설명했다는 점이다. 


책이 다룬 원소는 탄소, 수소, 질소, 산소, 인(燐) 등 다섯 원소다. 저자는 자신을 환경과학자이자 환경보호론자라 소개한다. 환경과학자란 말은 과학적인 관찰 방법을 동원해 인간이 환경에 일으키는 변화와 그 변화의 결과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라는 의미이다. 환경보호론자란 말은 자연 세계의 가치를 높이 평가하고 인간의 행동이 자연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할 방법을 찾는 사람이라는 의미다.(220 페이지) 


탄소, 산소, 수소도 중요하지만 결정적인 것은 질소와 인이다. 질소와 인은 광합성 여부와 관계 없이 살아 있는 모든 것의 생체분자의 핵심 요소들을 만드는 데 필수적인 구성요소다. 이 두 원소가 부족하면 해양은 사막이 되고 풍부하면 우림(雨林)이 된다. 저자는 인간을 마지막 월드 체인저로 본다. 저자가 말하는 첫 번째 월드 체인저는 시아노박테리이다. 남세균(藍細菌)이라고도 하는 시아노박테리아는 약 25억~30억 년 전 지구에 산소를 공급하여 산소 시대(대산화사건)를 연 광합성 원핵생물이다. 대산화사건이란 시아노박테리아의 광합성이, 광활한 무산소의 바다에 오직 단세포 유기체만 존재하고 대륙에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던 지구 역사의 전반기를 끝낸 사건임을 의미한다.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된 사실이 여럿 있다. 그 가운데 하나가 시아노박테리아가 질소를 고정해 생존경쟁에서 절대 우위를 차지했었다는 사실이다. 대기 중에 거의 무제한으로 존재하며 해수에도 쉽게 녹는 질소는 생명을 지배하는 가장 변덕스러운 조절자다. 질소 기체는 공기의 80 퍼센트 정도를 차지하지만 대부분 불활성 기체다. 그래서 유기체들이 질소를 얻는 것은 어렵다. 사람 역시 늘 공기를 호흡하며 살지만 호흡으로는 질소를 우리 몸이 이용할 수 있는 형태로 흡수하지 못한다. 2개의 질소 원자가 결합한 질소 분자는 매우 강력한 삼중결합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우리가 쓸 수 있는 유용한 질소는 두 질소 원자 사이의 강한 결합이 끊어져서 각각의 원자가 수소, 산소, 탄소 등의 다른 원소의 원자들과 결합한 형태로 존재하는 것이다. 번개는 초기 지구의 바다에서 이용 가능한 질소를 만드는 주요 요인이었을 것이다. 


시아노박테리아는 공기 중 불활성 기체인 질소를 흡수해 자신이 쓸 수 있는 형태로 고정하는 능력을 갖추었다. 시아노박테리아는 탄소와 질소를 모아들이는 데 탁월했다. 그렇다면 시아노박테리아의 생장을 제약하는 것은 무엇이었을까? 질소 고정 능력이 있는 유기체들은 대개 다른 원자들에 대한 수요도 크다. 특히 인에 대한 요구가 크고 철과 몰리브덴도 많이 필요하다. 철과 몰리브덴은 질소 고정을 수행하는 생물학적 장치의 중요 성분이다. 인, 철, 몰리브덴은 질소와 달리 공기 중에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철, 몰리브덴은 질소 고정에 필요한 원소이고, 인은 질소 고정에 에너지를 되어주는 원소다. 이 원소들은 바위를 화학적으로 분해해야만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암석 유래 원소라 불린다. 


대산화사건은 오랜 시간에 걸쳐 질소를 고정해 광합성 장치를 만들어 햇빛을 화학 에너지로 바꾸어 성실하게 살아간 시아노박테리아로 인해 일어난 사건이다. 이로 인해 눈덩이 지구가 만들어졌다. 이는 광활한 무산소의 바다에 시아노박테리아의 광합성으로 배출된 폐기물격인 산소가 (이산화탄소보다 더 강력하게 열을 가두는) 메테인을 분해함에 따라 이산화탄소가 생성되어 지구에 온실효과가 빚어졌으나 왕성한 광합성으로 인해 온실효과가 약화되어 눈덩이 지구가 찾아온 것을 두고 이르는 말이다. 


시아노박테리아 다음으로 세상을 바꾼 두 번째 월드 체인저는 식물이다. 바다 생명체들이 육지를 향해 갈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암석 유래 원소들을 찾아서였다. 수분을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는 투쟁을 해야 하는 단점이 있었지만 땅 위에서 사는 것은 다른 원소들에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땅 위에도 햇빛은 충분하다. 햇빛은 공기 중에 이산화탄소를 얻는 데 필요한 연료를 공급해주는 에너지다. 그러나 광합성 장치를 만들기 위해서는 많은 양분이 필요하다. 질소 뿐만 아니라 인, 철 같은 암석 유래 양분들이 필요한 것이다. 땅 위에서는 이런 원소들이 강이나 바람 또는 해류에 실려서 자신에게 전달될 때까지 기다릴 필요가 없다. 육상 식물은 이런 양분을 스스로 찾아간다. 식물은 뿌리 아래 잠자고 있는 이 양분들을 찾아내기 위해 땅에 균열을 내기 시작했다. 


식물 역시 역설적 상황의 희생자가 되었다. 지상으로 올라와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빨아들여 자신의 조직을 구성했던 식물이 죽음에 따라 탄소의 일부가 흙 속에 저장되었다. 식물은 지상에 있는 암석에서 미네랄의 용해를 가속화했고 이는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제거하고 해저에 석회암으로 저장하는 순효과를 냈다. 암석의 풍화작용이 가속화되어 죽은 식물이 그대로 땅속에 묻힘에 따라 공기 중에서 이산화탄소는 점점 제거되고 지구는 차갑게 식어갔다. 이런 상황은 식물에게도 불리한 일이었다. 이산화탄소가 감소해 광합성을 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식물의 진화가 공기 중으로부터 많은 양의 이산화탄소를 빼앗아가자 온실효과가 약해졌다. 빙하기가 닥친 것이다. 식물은 생존과 번식에 성공한 대가로 얼어 죽게 되었다. 


세 번째 월드 체인저는 인간이다. 물론 우리가 감안해야 할 것은 인간 또는 인류라는 말의 추상성이다. 인간 또는 인류라는 말 속에는 불평등과 차이가 숨겨져 있다. 가령 세계 인구의 5퍼센트를 차지하는 미국은 온실가스의 18퍼센트를 배출하고, 세계 인구의 16퍼센트를 차지하는 아프리카 사람들은 온실가스의 4퍼센트를 배출할 뿐이다.(224 페이지) 어떻든 인간은 우리보다 앞서 세상을 바꾼 월드 체인저들에 의해 고정되어 오랜 세월 묶여 있던 탄소를 경악스러운 속도로 공기 중으로 풀어놓기 시작했다. 


지구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원소가 그렇듯 세상의 거의 모든 탄소도 암석에 들어 있다. 산업혁명이 일어나기 전까지 지구의 역사를 통틀어 암석에 묻혀 있던 탄소가 그 암석으로부터 탈출할 수 있는 유일한 경로는 화산 분출뿐이었다. 순환 시스템 안에 들어 있는 탄소의 총량은 어느 해나 똑같다. 적어도 인간이 존재하기 전에는 그랬다. 인간이 화석연료를 발견했을 때 탄소 순환에서 빠른 변화는 전혀 다른 의미를 갖게 되었다. 계산에 따르면 인간은 식물이 광합성으로 400년 동안 축적한 에너지를 1년에 태우고 있다.(‘burning buried sunshine’ 참고) 화석 연료의 연소는 깊은 땅속에 파묻혀 느린 탄소 순환에 갇혀 있던 탄소를 꺼내 빠른 탄소 순환으로 몰아넣는다. 순환하는 탄소의 총량을 급격하게 증가시키는 것이다.(91 페이지) 


지구 생명의 역사를 통틀어 인간은 느린 탄소 순환과 빠른 탄소 순환 사이에 다리를 놓은 최초의 유기체다. 지구상의 모든 곳에서 탄소는 점점 더 많이 발생하고 있다. 대기로 흘러 들어가는 탄소, 해수에 녹아드는 탄소, 땅속에 저장되는 탄소도 점점 증가한다. 산업혁명기인 1850년대부터 화석연료 연소의 직접적인 결과로 공기 중의 탄소량은 거의 40 퍼센트 가까이 증가했다. 우리가 화석연료의 연소를 중단하거나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포획하여 암석에 다시 집어넣는 방법 – 그것도 거의 상상할 수 없이 빠른 속도로 –을 발견하기 전까지 이 증가세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비록 똑같은 이산화탄소이지만 우리가 날숨으로 토해내는 이산화탄소와 자동차 배기구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 사이에는 차이가 있다. 전자는 이미 순환하고 있던 탄소다. 언젠가 식물이 흡수했던 이산화탄소가 그 식물을 먹은 누군가의 몸에 들어갔다가 약간의 시간이 흐른 후 다시 공기 중으로 되돌아가기 때문이다. 화석 연료를 태우는 것은 다르다. 새로운 탄소를 등장시키는 것이다. 하루에도 최저 기온과 최고 기온 사이의 3.89도의 차이는 거의 매일 발생한다. 그런데 고작 그 정도의 차이로 어떻게 1만 년 전 남쪽의 뉴욕 시 위치까지 확장되었던 빙상이 지금은 다 녹아 북아메리카에서는 더 이상 볼 수 없게 되었을까? 기온의 일교차 또는 계절 간 차이가 3.89도라면 큰 차이가 아닌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장기간에 걸쳐서 지구의 평균기온이 그 정도의 차이를 보인다면 지구의 기후에 극적인 차이를 가져온다. 


1815년 남태평양의 탐보라 화산이 폭발해서 햇빛을 가릴 정도로 많은 양의 화산재가 분출되었다. 이때 지구 전체적으로 농사가 망했고 기아 사태가 벌어졌다. 1816년은 여름이 없는 해로 기록되었다. 이 화산 폭발로 지구의 평균 기온은 얼마나 떨어졌을까? 고작 0.55도였다. 지구 평균기온에 아주 작은 변화만 생겨도 그 결과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지구의 평균기온이 올라가려면 극지방에서 적도 지방까지 지구상 모든 장소에서 실질적으로 시스템 전체에 더 따뜻해지는 방향으로 동시적이고 심대한 변화가 있어야 한다. 수많은 구성원 또는 구성 요소가 있는 집단에서 어떤 평균 수치를 변화시키려면 한 방향으로 작용하는 매우 큰 추동력이 있어야만 한다. 평균적인 수치를 보면 아주 작은 변화가 지구 전체로는 매우 큰 변화를 일으키는 또 하나의 이유는 그 평균치가 극단적인 경우에 빈도수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과 관련이 있다. 


마지막 빙하기 이후 수천 년이나 걸리긴 했지만 지구 평균 기온이 3.8도 오른 영향은 매우 크다. 1만 년 전 캐나다와 미국 북부 대부분이 얼음으로 덮여 있었지만 오늘날 미국에는 영구 얼음층이 없다는 사실만 보아도 알 수 있다. 1856년 유니스 푸트(Eunice Foote; 1819 – 1888)가 처음 발견한 이래 우리는 온실가스가 열을 가둔다는 사실을 두 세기 전부터 알고 있었다. 푸트는 이산화탄소 기체가 열을 흡수하는 놀라운 능력 즉 지구 온난화의 주요 원인이라는 사실을 최초로 기술했다. 몇 년 후인 1861년 아일랜드 과학자 존 틴달은 이산화탄소의 열 흡수율을 측정했다. 그는 "빛에는 매우 투명한" 물질이 열을 그토록 강하게 흡수한다는 사실에 너무 놀라 이 단일 물질로 수백 번의 실험을 했다고 한다. 저자는 에너지를 쓰는 방법(화석 연료 일변도)을 바꾸기를 거부하면 앞선 두 유기체(시아노박테리아, 식물)가 맞았던 것과 비슷한 기후 절벽으로 떨어지지 않는다고 자신할 수 없다고 말한다. 


컴퓨터로 기후 모델을 만들기 위해서는 기후와 중요한 관련이 있는 물리학, 화학, 수학을 이용하여 우리가 기술할 수 있는 모든 과정들을 포함해야 한다. 예를 들면 지구의 각 지점에 얼마나 많은 양의 햇빛이 떨어지는지, 시간이 지나면서 그 햇빛의 양이 어떻게 변하는지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대기 중의 온실가스 농도를 알아야 하고 그 농도가 시간에 따라 어떻게 변해왔는지도 알아야 한다. 지표면이 햇빛을 얼마나 잘 반사하는지에 대한 정보도 필요하다. 그 반사율에 따라 지구에 흡수되어 지표면을 달구는 햇빛의 양이 얼마나 되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알아야 할 정보의 목록은 끝이 없을 것이다. 또한 우리가 알아야 할 각각의 정보에 대해서 다른 모든 것이 변할 때 그 정보가 어떻게 변할지를 방정식으로 기술할 수 있어야 한다. 


어떤 모델이 인간이 배출한 온실가스가 기후 변화의 원인이라는 논리를 합리적인 의심을 뛰어넘을 정도로 증명하는 데 유용한지를 우리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저자는 1990년대 모델은 지난 30년간 아주 훌륭하게 기후변화를 예측해왔다고 말한다. 지난 30년 동안 있었던 인간의 온실가스 배출을 놓고 보면 우리는 그 모델들이 예측했던 바로 그 상황에 처해 있다. 한 마디로 그 모델들은 미래를 예측하는 데 아주 유용하다고 아주 확실하게 믿을 수 있을 만큼 아주 훌륭하게 작동하고 있다.(133 페이지) 자연의 변수만으로는 지난 50년 동안 있었던 극적인 온난화 경향을 설명할 수 없다. 인간의 온실 가스 배출이라는 변수가 없이는 지구의 기후에 일어난 변화를 설명하는 신뢰할 방법은 없다. 


인류는 1850년 이래 지금까지 약 2조 5천억 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했다. 그 대부분이 지난 수십 년 사이에 배출되었고 지금은 매년 500억 톤 가량을 배출하고 있다. 기온 상승을 1.6 - 2.2도 수준에서 머무르게 하려면 앞으로 인류에게 허용된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약 5천억 톤에 불과하다. 현재 배출량으로 따지면 10년 밖에 시간이 없다.(이 책의 원서가 나온 것은 2023년이다.) 10년은 아주 짧은 시간이다. 인류는 세상을 바꾸는 속도에서는 그 어떤 생명체와도 비교할 수 없는 독특한 존재다. 


저자는 기후변화와 탄소 순환의 변동은 그 속도를 크게 줄일 수 있고 정치적 의지만 있다면 완전히 멈출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런데 인류가 정말 그렇게 하지 말지는 두고 볼 일이지만 이미 행동할 시점이 너무 오래 지났다는 것은 분명하다.(187 페이지) 인간은 탄소화합물이 가득한 식물성 식량과 동물성 식량을 먹고 그 화합물을 분해해 에너지를 얻고 날숨으로 이산화탄소를 내뱉는다. 이 과정에는 변화도 다양성도 없다. 우리는 화학적으로 그렇게 만들어졌다. 지구의 탄소순환을 바꿔 놓은 것은 우리 몸 안에서 일어나는 화학반응이 아니다. 우리 몸 내부에서 일어나는 화학 반응이 지구의 탄소 순환에 남기는 흔적은 아주 제한적이다. 


다른 월드 체인저들과 달리 인간은 체외에서 막대한 양의 탄소 기반 에너지를 소비한다. 화석연료를 태워 얻는 에너지로 우리는 난방을 하고, 차를 운전하고, 공장을 돌려 상품을 생산한다. 기후 변화의 주요 원인은 이렇게 인간 체외에서 일어나는 에너지 소비다. 체내 소비와 체외 소비의 비는 1; 25다. 1인당 2천 칼로리; 5만 칼로리다. 미국인들과 그 외 다른 나라 사람들의 평균적 에너지 소비량을 비교하면 거의 1; 100이다. 결론은 인간이 발생시키는 온실가스의 70퍼센트 정도를 배출하는 화석연료의 연소를 중단해야 한다는 점이다. 온실 가스를 배출시키고 않고 전기를 생산하는 다른 방법으로 핵융합이 있다. 핵융합은 고에너지 수소 원자를 서로 충돌시켜 헬륨을 생성하는 과정에서 방출된 에너지를 이용하는 방법이다. 태양이 바로 이 방법으로 막대한 열을 만들어낸다. 핵융합은 방사성 폐기물을 남기지 않고 온 우주에서 가장 흔한 원소인 수소를 이용한다는 점에서 한동안 발전의 성배로 떠받들어졌다. 


문제는 핵융합 반응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이 방법으로 생산되는 가용 에너지보다 훨씬 더 많은 에너지를 투입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몇몇 물리학자들에 따르면 앞으로 10년 후면 핵융합도 이용 가능한 발전 기술이 될 것이라고 한다. 이런 예언은 과거에도 있었지만 정말로 그 예언이 현실이 된다면 핵융합 발전은 진정한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 분명하다.(245 페이지) 모든 부분에서 정부와 기업 그리고 민간 부분의 역할이 중요하다.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에너지 사용에 대한 커다란 사회적 요인이 형성되지 않는다면 우리는 기후변화를 늦추고 최종적으로는 멈추는 데 성공할 수 없다. 개인의 행동을 강조하다 보면 대규모의 정치적 사회적 변화를 이끌어내는 데 소홀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일리가 있다. 


그러나 특히 주택과 승용차의 경우 더욱 깨끗한 에너지 생산을 위해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이 있고 정부가 엉금엉금 기여하는 동안에도 개인들의 행동이 온실가스 배출을 직접적으로 줄일 수 있다. 물론 각 개인이 화석연료를 태워 얻는 전기로부터 멀어지도록 하는 규제 행위도 필요하다. 획기적인 기술의 발달도 필요하다. 세상을 바꾸는 우리의 선조들과 우리 사이에 있는 아주 커다란 차이가 있다는 이야기로 돌아가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우리가 원치 않는 부산물이나 부작용 없이 우리가 원하는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 그 결정적인 차이를 충분히 활용할 의지가 우리에게 있는지 여부를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이 곧 말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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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질 글에서 다룬 적 있는 시아노박테리아(남세균)에 대해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질소 고정을 영어로 무엇이라 하는지 검색하자 Nitrogen Fxation이라 알려준다. 이어서 cyanobacteria라 치니 Fixation이 자동 완성된다. photosynthesis before chemical synthesis?라 치니 맞다고 한다


    너무 재미 있다. 화학합성이 너무 신선했는데 사실 대산화사건(Great Oxidation Event)으로 직격탄을 맞은 생명체들이 심해 열수분출구/ 화산 분출구로 피해간 것. 산소가 없었기에 이산화탄소도 없었지만 메테인이 있어 온실효과를 만들어 지구가 살만한 곳이 되었지만 산소가 메테인을 파괴해 빙하기가 온 것


    천체의 움직임은 계산할 수 있어도 인간의 광기는 계산할 수 없다는 뉴턴의 말이 이해된다. 사회의 불규칙, 일탈, 불합리 등을 보며 자연질서는 너무도 정연하고 비약이 없다는 사실을 새삼 실감한다. 물론 내 독서가 자연과학 일변도로 보이겠지만 지금은 과도기일뿐이다. 자연과학 이후 사회과학/ 역사/ 철학이 아니라 자연과학과 함께 사회과학/ 역사/ 철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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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후의 과학 - 지구 온난화를 넘어설 기후 물리학의 정석
    마나베 슈쿠로.앤서니 브로콜리 지음, 김희봉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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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구 표면의 온도는 20세기가 시작된 이래 계속 올라갔다. 기온은 1년, 10년, 수십 년 주기로 요동치면서도 지난 100년 동안 점점 증가했고 지난 수십 년 동안 비교적 크게 증가했다.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제5차 평가 보고서(2013년)에 “20세기 중반 이후에 관측된 온난화의 지배적인 원인은 인간의 영향이었을 가능성이 극단적으로 크다.”는 내용이 있다. 이 보고서는 관측된 온난화의 대부분이 인간의 활동에 따른 이산화탄소, 메테인, 아산화질소 같은 온실 기체의 농도 증가 때문일 수 있다고 결론지었다.  2007년 IPCC는 전 미국 부통령 엘 고어와 함께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다. 


    온실 기체는 대기에서 차지하는 함량이 매우 작지만 적외선을 강하게 흡수하고 방출해 지구 표면을 따뜻하고 거주 가능한 곳이 되게 하는 데 도움이 되는 온실효과를 일으킨다. 장기적으로 지구의 온도는 대기권 최상단으로 들어오는 알짜 태양 복사와 지구에서 빠져나가는 복사가 균형을 이루도록 유지된다. 복사 불균형은 지금 진행중인 지구 온난화와 일치하는 결과다. 지구 복사는 대부분 4 마이크로 미터보다 긴 파장에서 발생하고 태양 복사는 대부분 4 마이크로 미터보다 짧은 파장에 관련된다. 태양 복사는 단파(短波) 복사, 지구 복사는 장파(長波) 복사다. 


    지구의 장파 복사는 주로 수증기 때문에 스펙트럼의 많은 범위에 걸쳐 매우 강하게 흡수된다. 수증기를 통한 흡수가 비교적 적은 7~20 마이크로 미터 사이에 이른바 대기의 창이 있어서 이산화탄소, 오존, 메테인, 아산화질소가 매우 강하게 흡수된다. 온실 효과는 하늘을 덮는 구름 때문에 일어나기도 한다. 구름은 대기 전체에서 일어나는 온실 효과의 약 20%를 차지한다. 구름은 태양광을 반사하는 알베도 효과도 낸다. 구름이 일으키는 태양 복사의 반사가 온실 효과를 압도한다. 구름은 지구의 열 균형에서 알짜 냉각 효과를 일으킨다. 


    수증기는 강력한 온실 효과의 주요 원인이다. 이산화탄소는 대기 중에 오래 머물고 수증기는 짧게 머문다. 온실 효과는 지구 표면을 따뜻하고 거주 가능한 기후로 유지하는 데 있어서 필수적이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2배로 증가하면 지표면과 대류권에서는 온도가 상승하지만 성층권에서는 냉각이 일어난다.(67 페이지) 위성 마이크로파 즉정과 소형무선기상 장비 측정 결과 밝혀진 바로는 성층권의 지구 평균 온도는 지난 수십 년 동안 감소해 왔다.(68 페이지) 이는 지구 온난화를 간접 증거한다. 


    이산화탄소 증가는 대류권(하층 대기)의 온난화를 유발하는 한편 성층권 및 상층 대기의 냉각을 일으킨다. 이산화탄소 농도가 증가하면 지표 근처에서 방출되는 적외선 복사를 더 많이 가두어 온난화가 일어나지만 밀도가 낮은 상층 대기에서는 증가한 이산화탄소가 우주로 향하는 열을 증가시켜 수축과 냉각을 유발한다. 그 이유는 그곳에서는 공기가 너무 희박해서 분자들이 방출된 적외선 복사를 재흡수하지 못하기 때문이다.(대류권을 영어로 troposphere라 한다. 변한다는 의미의 어원을 갖는다. 성층권을 영어로 stratosphere라 한다. 층이 졌다는 의미의 어원을 갖는다.) 


    대류권에서는 고도가 높아질수록 기온이 점차 낮아진다. 성층권에서는 처음에는 일정하게 유지되다가 일정 고도를 넘으면 오히려 따뜻해진다. 이를 이렇게 풀어서 이야기할 수 있다. 


    <워싱턴 D.C.와 이후 뉴저지주 프린스턴에 있는 NOAA(미국해양대기청)의 GFDL(지구물리유체역학연구소)에서 근무한 마나베는 GFDL의 초대 소장인 조셉 스마고린스키와 함께 대기의 3차원 모델을 개발했다. 첫 단계로 마나베와 웨더럴드(1967)는 수증기의 양의 되먹임 효과를 고려한 복사-대류 평형 상태의 1차원 단일 열 대기 모델을 개발했다. 수증기 피드백 즉 따뜻한 공기가 더 많은 수증기를 함유할 수 있어 온실 효과를 증가시킨다는 사실을 나타낼 수 있게 해주도록 개선한 시스템을 바탕으로 기후 민감도를 재계산할 수 있었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두 배로 증가할 때 기온이 2.3°C 상승한다는 그들의 결과는 기후 과학의 역사는 물론 기후 모델링 역사에서도 중요한 결과로 생각할 수 있다. 그들은 이 모델을 사용하여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 변화에 따라 지표면과 대류권에서는 온도가 상승하는 반면 성층권에서는 온도가 하강한다는 것을 발견했다.>라고. 


    기후 과학의 가장 어려운 과제 중 하나는 기후 민감도를 신뢰성 있게 추정하는 것이다. 기후 민감도란 충분히 긴 시간에 걸쳐 특정한 열 강제력이 주어졌을 때 일어나는 지구 평균 표면 온도의 반응을 말한다. 1966년 11월 마나베 슈쿠로는 최초의 현대 기후 모델을 개발했다.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의 명예 교수이자 대기 물리학자인 조안나 헤이그는 마나베의 모델에는 온실 효과를 추정할 때 다른 사람들이 간과했던 두 가지 핵심 요소가 포함되어 있었다고 말한다. 하나는 대류 조정으로 대기 중 기체가 들어오는 태양 복사열과 지면에서 반사되는 열에 반응하여 움직이는 방식을 설명한다.


    마나베 모델의 또 다른 핵심 요소는 수증기다. 대기가 따뜻해지면 온실가스인 수증기를 더 많이 함유할 수 있게 된다. 이는 양의 피드백 루프를 발생시킨다. 대기가 따뜻해질수록 더 많은 수증기를 함유할 수 있게 되고 결과적으로 대기는 더욱 따뜻해진다. 따라서 건조한 계산(dry calculations)을 했던 과학자들은 이산화탄소의 온난화 효과를 과소평가했다고 헤이그는 말한다. 건조한 계산이란 수분(물)을 제외하고 고형분(固形分; dry matter)만을 기준으로 성분을 분석하는 방식이다. 고형분이란 액상 제품의 수분을 모두 증발시켰을 때 남는 유효성분의 함량(%)을 뜻한다. 


    2021년 마나베는 클라우스 하셀만, 조르주 파리시 등과 함께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다. IPCC의 2007년 평화상 수상, 마나베 등의 2021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은 모두 기후와 관련된 업적을 인정받은 결과다. 기후 문제 해결은 평화와 직결되며 그 메커니즘 해명은 물리적 의미를 지닌다고 말할 수 있다. 그렇다면 마나베의 업적은 어느 정도의 지질학젹 의미를 지닐까? 그의 기후 분석은 지질 시대에 걸쳐 지구 표면, 해양, 대기가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이해함으로써 지질학과 밀접하게 연결된다. 


    또한 그의 해양-대기 모델은 대륙 배치 및 대기 조성과 같은 경계 조건을 변경하여 과거의 지질 시대를 시뮬레이션할 수 있게 해준다. 노벨상에 지구과학 분야는 없다. 그러나 베틀슨(또는 베틀레센) 상이 있다. 1959년 뉴욕에 본부를 둔 G. 웅거 베틀레센 재단이 제정한 이 상은 "지구, 지구의 역사 또는 우주와의 관계에 대한 더 명확한 이해를 가져오는 과학적 업적"에 수여하는 상으로 지구과학 분야의 노벨상에 해당한다. 물론 이 상도 물리학자 또는 지구물리학자가 많이 수상했다. 해수면 상승 추이를 도표화하고 이를 기후 변화와 연관시킨 선구적인 연구를 한 지구물리학자 아니 카제나브(2020년), 지구 내부 작동 원리를 밝혀낸 심지구(深地球) 탐험가이자 물리학자 데이비드 콜스테트(2023년) 등이 대표적이다. 


    이는 물리학이 자연과학의 기본에 해당하는 학문이기 때문이다. 6,500만 년 전 대멸종이 단순히 느린 동일과정설적 과정이 아니라 거대한 소행성 충돌에 의해 발생했음을 증명하여 지구과학을 혁신적으로 바꾼 공로를 인정받은 월터 알바레즈(2008년)가 가장 유명한 지질학자다. 


    중요한 사실은 지구 표면의 온난화 규모가 두 반구에서 비대칭적이라는 점이다.(208 페이지) 북반구에서는 위도 증가에 따라 온난화가 증가해 북극해에서 최대가 된다. 남반구의 고위도에서는 온난화가 비교적 작다. 북반구 고위도에서 온난화가 큰 것은 지구로 들어오는 일사(日射)의 많은 부분을 반사하는 해빙(海氷)과 적설(積雪)이 북극에 몰려 있기 때문이다. 남반구의 고위도에서 온난화가 작은 것은 남극해 연안 근처뿐 아니라 남극해의 방대한 지역에서 일어나는 심층 대류 때문이다. 마나베는 물 순환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는 연구를 했다. 온도가 증가하면 포화 증기압이 커진다. 


    이에 따라 물이 더 많이 증발한다. 증발이 많아지면 강수도 많아지고 지구 전체의 물 순환이 빨라진다. 이에 따라 파괴적 폭우가 내리는 지역이 생긴다. 지구 전체의 물 양은 일정하기에 다른 지역은 가뭄에 시달릴 수 있다. 화석 연료 연소로 인한 기온 상승이 지구의 대기를 더 거대한 스펀지로 만들어 물 순환을 더 강력하고 불규칙하게 변화시킨 결과다. 독일의 기상학자 프란츠 마울스하겐의 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기후 변화 앞에서는 전세계가 궁극적으로 운명 공동체다.” [기후의 과학]의 원제는 [지구 온난화를 넘어서(Beyond Global Warming)]다. 기후 변화에 대해 경각심을 주기보다 관련 메커니즘을 밝히는 쪽의 서술 방향을 보였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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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먼지 - 거실에서 우주까지, 먼지의 작은 역사
      요제프 셰파흐 지음, 장혜경 옮김 / 에코리브르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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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을 별의 먼지라 부르는 사람들 사이에서 천체물리학자 마틴 리스는 인간은 핵 폐기물이라고 말했다. 그의 [여섯 개의 수]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먼지 입자는 자주 충돌해서 서로 들러붙어 울퉁불퉁한 덩어리가 된다. 이 덩어리가 다시 합쳐져서 더 큰 덩어리가 되고 그것들이 병합해서 행성이 된다. 우리 태양계는 이런 과정을 거쳐 원시 태양 원반으로부터 형성되었다.”


      요제프 셰파흐의 [먼지]의 주인공은 먼지다. 하지만 먼지 외에 다른 존재들도 중요하게 다루어졌다. 에어로졸, 플랑크톤 등이 그것들이다. 에어로졸은 러시아 물리학자 니콜라이 알베르토비치 푹스가 1955년에 처음 쓴 말로 부유(浮遊)하는 입자, 공기, 기체 혼합물을 의미한다. 책의 부제는 ‘거실에서 우주까지. 먼지의 작은 역사’다. 열 아홉 챕터로 이루어진 책의 18부는 ‘블랙홀; 거대한 먼지 괴물‘이고 19부는 ’먼지에서 먼지로‘다.


      첫 문장은 아니지만 앞 부분의 주요 대목에서 저자는 “처음에는 먼지가 없었다. 원시 가스뿐이었다.... 우리의 은하수 같은 2세대 은하계에 이르러서야 그 열기를 데려갈 수 있는 먼지가 생겼다. 이 먼지는 우리 몸에서도 발견할 수 있는 무거운 원소들로 구성었다.”는 말을 한다. 인간은 별의 먼지라는 말, 나아가 핵 폐기물이라는 말은 이로부터 유래했다.


      초기 우주의 먼지 대부분이 초신성에서 탄생했다. 이어지는 글에서 저자는 주기율표에 대해 충분한 앎을 제공한다. 저자는 초신성에 대해 “이제 별은 자신의 물질을 먼지 형태로 우주에 되돌려준다. 돌을 만드는 결정 물질인 규소 먼지, 대리석에 든 산화마그네슘 먼지, 지구에서 오염도에 따라 루비나 사파이어로 부르는 강옥(鋼玉) 즉 산화알루미늄 먼지다.”라고 설명한다.


      먼지는 어떤 물질인가? 먼지 한 조각에서 유전자 조각을 수 조(兆)개 찾을 수 있다. 석기 시대 인간은 먼지를 이용할 줄 알면서 불을 피울 수 있었다. 부싯돌 두 개를 충돌시킨다고 불이 생기지는 않는다. 황철석(pyrite)이 있어야 한다. 이 두 가지를 충돌시켜야 먼지 조각에서 눈에 보이는 불꽃이 튄다. 가장 오래된 벽화는 네안데르탈인이 그린 것으로 적철석(hematite)의 비율이 높은 돌가루를 사용했다. 스페인 동굴 벽화는 구석기 시대 호모 사피엔스(현생 인류)의 작품으로 여겨지다가 최근 연구에 의하면 약 6만 4천 년 전 즉 현생 인류가 유럽에 출현하기 2만 년 전에 그려진 것으로 밝혀졌다.


      돌가루를 다른 말로 먼지라 한다. 이런 내용들을 감안하며 헤아려야 할 먼지의 정의는 무엇일까? 먼지란 표면에 쌓이거나 공기 중에 떠다니는 흙, 꽃가루, 파편과 같은 미세하고 가루 같은 물질을 말한다. 가장 흥미로운 사실은 대양의 플랑크톤과 비슷하게 대기 중에도 미생물이 우글거린다는 점이다. 지표면에서 소용돌이쳐 오르는 에어로 플랑크톤이 그것이다.


      본문에 인간 산화장(酸化場)이란 말이 나온다. 실내 오존이 피부의 기름기 및 지방과 반응할 때 호흡기 주변에 형성되는 눈에 보이지 않고 반응성이 높은 수산화 라디칼(OH)의 헤이즈(haze; 아지랑이)를 말한다. 이론(異論)이 있지만 꽃가루 즉 화분(花粉)도 먼지로 분류된다. 우리는 꽃가루가 자연의 가장 소중한 먼지라는 사실을 잘 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그와 관련된 찰스 다윈의 이야기도 흥미롭다. 그는 “꽃은 언제, 어떻게 진화했는가?”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 평생 애썼다. ’꽃의 승전(勝戰)은 백악기에 시작되었다. 지질학의 잣대로 보면 그리 오래전은 아니다. 지구 역사를 1시간이라 가정하면 꽃은 이제 막 90초 전에 등장했으니 말이다.“


      저자도 언급한 석면(石綿)은 어떤가. 석면을 영어로 aesbestos라 한다. 이 단어의 어원은 불멸(不滅)의, 꺼지지 않는 등의 말이다. 석면은 본질적으로 먼지가 아니라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섬유상 규산염 광물 그룹이지만 이 물질이 손상되거나 구멍이 뚫리거나 부서지면 미세한 막대 모양의 섬유를 방출하여 아주 위험한 공기 중 먼지 역할을 한다.


      먼지 해명에 물리학적 지식도 동원되었다. 독일의 물리학자 구스타프 미(Gustav Mie; 1868-1957)에 의하면 입자의 집합에서 작은 입자 옆에 큰 입자가 존재하면 빛은 언제나 파장과 관계없이 모든 방향으로 산란한다. 이런 산란을 구스타프 미의 이름을 따서 미(Mie) 산란이라 한다. 이 결과 먼지 입자는 회색으로 보인다. 먼지는 (증가하는) 엔트로피의 산물이다.


      ‘철과 함께 빙하기로?‘란 글도 흥미롭다. 해양학자 존 마틴은 ”나에게 유조선 절반을 채울 수 있는 철을 다오. 내 너희에게 빙하기를 선물할 것이다.“란 말을 했다. 식물성 플랑크톤이 먹는 것이 철분이다. 생존, 번식, 광합성을 위해서다. 이들은 광합성을 통해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배출해 지구 온난화를 완화하고 대기 온도를 낮추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알려졌다. 이렇게 존 마틴의 말에는 일리가 있다. 이는 빙하기 먼지의 철 함량이 간빙기 먼지의 철 함량보다 15~20배 더 높은 데서 기인한다. 물론 철은 순수 금속 형태로 존재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철은 산소와 쉽게 반응해 다양한 산화철이 된다.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의 매슈 겐지(Matthew Genge)는 화산 폭발이 이온권의 합선을 유발해 구름 형성을 자극함으로써 폭우가 쏟아지게 한다고 말했다. 이는 1815년 나폴레옹의 워털루 전투와 그 이듬해의 여름 없는 해로 연결되는 사건을 두고 한 말이다. 당시 여름이 없었던 것은 인도네시아 탐보라 화산 폭발로 발생한 먼지가 햇빛을 흡수해 지구로 유입되는 빛의 양을 줄였고 거대한 먼지 구름이 세상을 뒤덮었기 때문이다. 매슈는 화산재가 대기권 하층에 붙들려 있지 않고 정전기력이 추가되면 부력 하나만 있을 때보다 재가 훨씬 더 높이 뜰 수 있다고 말했다. 이온권은 지표면에서 100km 높이다. 탐보라 화산 폭발은 수천 km가 넘는 유럽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블랙홀 주변의 소용돌이에서 물질의 흐름은 거대한 먼지 공장이 된다. 맨체스터 대학교의 시스카 마그윅캠퍼(Ciska Markwick Kemper)는 수많은 물질이 먼지 알갱이로 갈려 블랙홀의 회오리바람에 달려간다고 말한다. 블랙홀 퀘이사 PG 2112+059 주변의 회오리바람을 연구한 그녀는 그곳에서 암석을 만드는 광물, 산화알루미늄, 산화마그네슘, 지구에서 발견된 수많은 다른 물질들 – 지구 유기체의 몸에도 들어 있는 화학 원소 –을 대량 확인했다. 현재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이 이 초기 우주의 암석 형성 촉매를 찾고 있다. 어떤 것을 찾든 천문학의 새 시대가 열릴 것이다. 그렇게 되면 태초에 별과 은하가 있었던 게 아니기 때문이다. 태초에 블랙홀이 있었다.(205 페이지)


      마지막 챕터에 나오는 빙장(氷葬)이 눈에 띈다. 시신을 영하 196도씨의 액화 질소에 담가 냉동 먼지로 만드는 방식이다. 저자의 스케일 또는 글솜씨를 느낄 수 있는 대목은 가장 마지막에 나온다. 최대한 오래오래 지상에 남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미라화 장례를 제공하는 것을 보며 저자는 제아무리 비싼 방법을 택한다 해도 인간이 지구의 종말을 넘어 살아남지는 못한다고 말한다.


      이 구절만 읽으면 별것 아닌 말로 들린다. 하지만 이어지는 말은 다르다. 50억-60억 년 후면 태양의 내부 연료가 바닥을 드러낸다. 껍데기에는 아직 수소가 남아 있다. 그곳에서도 핵융합이 일어날 때까지 수소는 계속 가열된다. 그 과정에서 방출된 에너지로 인해 태양은 지금 크기보다 100~150배 팽창해 붉게 빛날 것이다. 아마 지금보다 약 40퍼센트 더 밝을 것이다. 그러면 대양이 증발해 지구는 먼지로 가득할 것이다.


      언젠가 태양은 화장터가 될 테고 그 안에서 지구는 다시 없어질 것이다. 지구의 구성 성분 - 수정, 화강암, 철, 금, 마그네슘, 규소로 이루어진 먼지 – 은 태양풍에 휩쓸려 방황할 것이다. 태양이 단말마의 비명을 지르며 마지막 남은 연료를 껍질에서 펌프질하려면 먼지는 그 충격파로 인해 덩어리가 될 것이다. 약 10의 14 제곱 년이 지나면 지금 우리가 잘 아는 가장 오래된 별들도 불타 없어질 테고 우주는 암흑이 될 것이다. 10의 36 제곱 년이 지나면 모든 물질이 녹아 없어질 것이다.


      물리학자들은 그때가 되면 양성자가 분해될 것이라 예상한다. 우주를 구성하는 물질 중에서는 전자, 양전자, 광자만 남을 것이다. 장엄한 시나리오가 아닐 수 없다. 일미진중함시방(一微塵中含十方)의 과학적 버전이라는 생각이 든다. 새삼 ”...너는 흙이니 흙으로 돌아갈 것이니라...“(창세기 3장 19절)란 성경 말씀이 맥락 있게 다가온다. 책의 분위기에 취해 일시적인 감상에 든 것인지 모르나 세상의 모든 분별이 허망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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