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제목에 나오는 폴링은 라이너스 칼 폴링(1901-1994)을 말한다. 1954년 노벨 화학상과 1962년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미국의 화학자이다. 현대화학의 시조이자 반핵 운동가이다. 양자역학을 화학에 접목하여 현대 구조화학의 기초를 마련한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화학자 중 한 명이다. 혼성 오비탈, 전기음성도, 공명 이론, 폴링 규칙, 단백질 구조 연구 등의 업적을 세웠다.
핵반응 이외의 방법으로 원자가 쪼개지지는 않는다. 그래서 물질을 이루는 기본 입자는 전자나 양성자가 아니라 원자다. 핵반응 이외의 방법으로 원자가 쪼개지지 않는다는 것은 그 만큼 입자들 사이의 결합 에너지가 강하다는 의미다. 원자의 세계는 나노의 세계다. 1나노미터는 1m를 10억 조각으로 나눈 길이를 말한다. 수소 원자의 지름은 0.1나노미터이다. 수소 원자 10의 24승 개의 질량은 1그램에 지나지 않는다.
이렇게 작고 가벼운 원자들이 만나 결합하면 분자 나라가 만들어진다. 물질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가령 수소 기체와 산소 기체를 불꽃 방전하면 물이 만들어진다. 수소 원자와 산소 원자가 결합하여 물 분자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수소 기체와 산소 기체를 불꽃 방전하는 것은 수소 기체와 산소 기체의 혼합물에 전기 스파크를 가하는 것을 말한다. 물 분자는 수소 원자와 산소 원자로 이루어졌지만 수소나 산소와는 전혀 다른 성질을 갖는다.
물질 세계에서 일어나는 이러한 일을 화학반응이라고 한다. 화학반응은 화학 결합이 깨지거나 새로 만들어지면서 일어난다. 수소와 산소의 성질은 어디 가고 물의 성질이 만들어졌을까? 그 답은 바로 화학 결합에 있다. 원자 세계에서 분자 나라로 가려면 화학 결합이라는 문을 통과해야 한다. 화학 결합이란 원자들이 헤쳐 모여서 전혀 새로운 성질을 가지는 분자를 만드는 것을 말한다.
분자 나라는 원자들이 결합해서 펼치는 새로운 세상이다. 원자들이 서로 밀고 당기는 힘겨루기를 함에 따라 분자가 만들어진다. 원자들이 밀고 당기는 힘겨루기를 화학 결합이라고 할 수 있다. 원자들의 밀고 당김을 통해 새로운 짝짓기를 할 때마다 새로운 분자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몇 종류 되지 않는 원자로부터 세상을 가득 채우고 있는 그렇게 많은 종류의 분자가 만들어지는 것이 놀라울 뿐이다.
지금까지 알려진 원소는 모두 110종이지만 그중 지구상에 흔하게 존재하는 원소는 40여 종 정도이고 그중에서도 사람의 몸은 겨우 10여 종의 원소로 이루어져 있다. 세상에 존재하는 분자의 종류는 무려 3,700만 가지라고 한다. 이것이 바로 원자들이 밀고 당기면서 만들어내는 분자 나라의 신비라고 할 수 있다. 같은 원자들이라도 몇 개가 결합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물질이 만들어진다. 겨우 수십 가지에 지나지 않는 원자들이 수없이 많은 물질을 만들어낼 수 있는 이유이다.
원자들이 겉으로는 모두 비슷하게 생겼지만 화학적 성질이 서로 다른 이유는 원자의 종류에 따라 원자가전자(原子價電子; valence electron) 수가 다르기 때문이다. 원자들의 결합에서 원자가전자는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두 원자의 거리가 점점 가까워지면 원자들은 자신들이 가지고 있던 원자가전자를 함께 나누어 쓰면서 서로 단단하게 달라붙는 경우가 있다. 수소 원자와 산소 원자가 결합하여 물 분자를 만드는 것도 바로 이 원자가전자를 사용하는 것이다.
화학에서는 두 원자가 원자가전자를 서로 나누어 쓰면서 친해지는 것을 공유 결합이라 하고 원자들이 결합하여 만들어낸 입자를 분자라고 부른다. 가장 간단한 수소는 약 150억 년 전에 빅뱅으로 인해 생겨났다. 그 후 다른 원소들도 차차 만들어졌다. 지구상에서 발견되는 수십 가지 원소들은 빅뱅 이후 태양계가 만들어지는 시기에 걸쳐 만들어졌다. 화학자는 우리에게 필요한 분자를 만들어내는 마술사다.
눈으로 볼 수 없는 원자들을 결합시켜 분자를 만드는 일은 정말 신기한 마술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강한 독성을 가진 수산화나트륨과 염산이 만나면서 독성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그저 짠맛이 나는 소금이 만들어지는 것은 화학의 세계에서만 볼 수 있는 신비로운 일이다. 소금이 물에 잘 녹는 이유는 전기를 띤 입자 즉 이온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물속에서 양이온과 음이온으로 나누어지는 과정을 이온화라고 부른다.
소금처럼 양이온과 음이온으로 이루어진 물질을 이온 결정이라고 한다. 이온 결정은 양이온과 음이온 사이에 전기적인 인력이 강하게 작용한다. 물 분자도 전기를 띠고 있는 극성 분자이기 때문에 이온 결정 중에는 물에 녹는 것이 많다. 물에 잘 녹지 않는 이온 결정도 있다. 그런 것을 앙금이라 부른다. 앙금을 한자로 전분(澱粉)이라 한다. 이온 결정인 탄산칼슘은 물에 거의 녹지 않는 앙금이다.
센물<경수; 硬水>을 끓여 보일러 용수로 사용하면 탄산칼슘이 물에 거의 녹지 않기 때문에 보일러 관에는 딱딱한 탄산칼슘 덩어리가 쌓이게 된다. 이것을 관석(罐石.罐; 두레박 관)이라 하는데 관석이 많아지면 보일러 관이 터지기도 한다. 경수는 칼슘과 마그네슘 같은 미네랄이 다량 함유된 물이다. 주로 석회암 지대를 통과하는 지하수에서 많이 나타나며 세탁시 거품이 잘 나지 않고 비누 찌꺼기를 만드는 특징이 있다.
탄산칼슘이 물에 잘 녹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이온성 결합력(정전기적 인력)이 물과 결합하려는 힘(수화열; 水和熱)보다 훨씬 강하기 때문이다. 물 분자는 산소 원자와 수소 원자가 서로 전자쌍을 나누어 가지는 결합으로 만들어진 분자다. 이때 산소 원자와 수소 원자 간에는 전자쌍을 잡아당기는 힘겨루기가 벌어진다. 산소 원자는 수소 원자보다 분자 내에서 전자를 끌어당기는 힘이 더 세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힘이 더 센 산소 원자 쪽으로 전자쌍이 조금 더 많이 끌려오게 된다.
그 결과 산소 원자 쪽에는 음의 전기가 생기고 수소 원자 쪽에는 양의 전기가 생긴다. 이것이 바로 물 분자가 부분 전기를 띠는 이유다. 물 분자의 각도가 104.5도로 굽어 있는 것은 비공유 전자쌍의 반발력 때문이다. 물 분자에서 산소는 두 개의 수소와 전자를 공유하고 남은 4개의 전자(2쌍)를 가지고 있다. 이를 '비공유 전자쌍'이라고 한다. 공유 전자쌍보다 비공유 전자쌍이 공간을 더 많이 차지하며 반발력이 훨씬 세다.
이 비공유 전자쌍들이 두 수소 원자를 아래쪽으로 강하게 밀어내기 때문에 일자형이 아닌 약 104.5도의 굽은 형태를 띠게 된다. 액체 상태인 물은 산소 원자 주위에 4개의 전자쌍이 정사면체 구조(109.5)를 이루려 한다. 산소가 가지는 2개의 비공유 전자쌍이 2개의 수소 원자(결합 전자쌍)를 강하게 밀어내기 때문에 결합각이 찌그러져 104.5의 굽은 형태를 띤다.
물이 얼음이 되면 물 분자들은 단단하고 규칙적인 정사면체 그물망 구조(육각형 결정 구조)를 형성한다. 이때 산소 원자를 중심으로 다른 물 분자의 수소들이 결합하면서 가장 안정적이고 빈 공간이 넓은 정사면체 형태를 만들기 위해 결합각이 다시 원래의 이상적인 사면체 각도인 109.5도에 가깝게 펴진다. 이 과정에서 분자들 사이에 육각형의 빈 공간이 많이 생기게 되며, 이로 인해 얼음의 부피가 액체일 때보다 약 9% 팽창하게 된다.
물에 잘 녹지 않는 분자들은 모두 분자 내에 부분 전기를 띠지 않는 공통점이 있다. 그리고 분자 모양은 대칭 구조다. 4염화탄소를 제외한 나머지 분자들은 모두 탄소와 수소로만 이루어진 분자다. 벤젠, 플라스틱, 메테인, 프로판, 파라핀은 모두 탄소와 수소로만 이루어져 있다. 탄소와 수소로만 이루어진 분자를 탄화수소화합물이라고 한다. 탄화수소화합물에는 물에 녹지 않는 무극성분자가 많이 있다.
물에 녹지 않는 물질들은 전류를 통하지 않는다. 물에 녹지 않으므로 이온화되지 않기 때문이다. 모든 탄화수소 분자가 물에 녹지 않는 것은 아니다. 사람이 몸을 구성하는 단백질 분자는 질소 원자를 포함한 탄화수소 분자다. 단백질에는 여러 가지 종류가 있는데 그중에는 물에 녹는 수용성 단백질도 있고 물에 녹지 않는 불용성 단백질도 있다. 원자 세계에서는 상대 원자에게 베풀면 원자 자신도 더 좋아하는 일이 일어난다. 원자들이 결합하여 분자 나라를 만들어가는 원리가 바로 그것이다.
각각의 원자들은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원자가전자를 상대 원자와 서로 나누어 가지면서 분자를 만든다. 이때 만들어진 분자는 각각의 원자들이 따로따로 있을 때보다 안정하다. 다시 말하면 각 원자들은 원자 상태로 있을 때보다 분자 내에서 더 안정한 전자 배치를 가지게 된다는 것이다. 원자들이 결합할 때 사용하는 결합 손의 수는 원자 종류에 따라 다르다. 수소 원자는 한 개의 손을 사용하고, 산소 원자는 두 개, 질소 원자는 세 개, 탄소 원자는 네 개의 손을 쓴다.
원자들이 결합할 때 사용하는 손의 정체가 바로 원자가전자다. 원자가전자는 원자핵에서 가장 먼 곳에 있는 전자들을 가리킨다. 원자는 원자핵과 전자로 이루어져 있고 원자핵을 중심으로 전자들이 퍼져 있다. 그때 원자핵에서 가장 먼 곳에 있는 전자는 어떤 성질을 가지고 있을까? 수소 원자 속에서 돌아다니는 전자의 속도는 초속 2,000km가 넘는다. 수소 원자에는 전자가 한 개이며 그것이 바로 원자가전자다.
헬륨 원자에는 원자가전자가 2개 있다. 전자가 3개인 리튬 원자에는 원자가전자가 1개 있다. 2개의 전자는 원자핵에 가깝게 있고 나머지 1개의 전자는 상대적으로 먼 곳에 있다. 그래서 리튬 원자에서는 원자가전자가 1개다. 원자가전자는 핵으로부터 멀리 있기 때문에 다른 전자에 비해 원자핵의 영향을 덜 받는다. 원자핵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 원자가전자는 다른 전자보다 움직임이 자유롭다.
경우에 따라서는 원자핵에서 아주 멀리 떨어져나가 버리기도 하고 다른 원자가전자와 결합하는 데 사용되기도 한다. 원자 내부 깊숙한 곳에 있는 전자들은 이런 일을 할 수 없다. 원자핵에서 가까운 곳에 있기 때문에 그 원자로부터 멀어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원자들이 결합할 때 전자를 내놓는 것은 자신의 전자를 잃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전자를 더 많이 갖게 되는 것이다. 원자의 가장 바깥쪽에 있던 전자 즉 원자가전자가 다른 원자 쪽으로 쏠리면서 다른 원자로부터 나온 전자 역시 이쪽 영역으로 들어오게 되기 때문이다.
전자 1개를 내놓고 전자 2개를 가지게 되는 셈이다. 각각의 원자를 보면 전자 식구가 늘어난 셈이다. 나눌수록 많아지는 자연의 오묘한 이치다. 전자를 함께 나누어 가지는 것이 바로 공유 결합이다. 원자마다 전자를 내놓으려는 성질은 조금씩 차이가 난다. 어떤 원자는 전자 내놓기를 아주 좋아하고 어떤 원자는 전자 내놓기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거꾸로 말하면 어떤 원자는 다른 원자에 있는 전자를 적극적으로 끌어오려고 하고 어떤 원자는 전자 끌어오는 것에 그리 적극적이지 않다.
이런 차이 때문에 공유 결합에서 전자를 함께 나누는 정도에 차이가 생긴다. 분자가 극성을 띠게 되는 것이 바로 이런 이치다. 자연을 구성하는 원자의 세계에도 약육강식이 존재한다. 여기서는 큰 원자가 작은 원자를 잡아먹는다는 말은 아니다. 원자 세계의 약육강식이란 무엇을 비유하는 것일까? 원자는 항상 중성이다. 중성인 원자가 전자를 잃거나 얻으면 이온이 된다.
LNG라 부르는 연료의 주성분이 메테인이다. 상온에서 기체 상태의 분자인 메테인은 어떤 모양으로 하고 있을까? 메테인은 4개의 수소 원자와 1개의 탄소 원자로 이루어진 분자다. 수소 원자와 탄소 원자 간의 공유 결합으로 만들어진 분자이다. 탄소와 수소 원자 간의 공유 전자쌍이 무려 4개다. 수소 분자 모형의 공유 전자쌍은 각 수소 원자의 핵으로부터 같은 거리만큼 떨어져 있다. 그러나 염화수소 분자처럼 서로 다른 원자로 이루어진 분자는 그렇지 않다.
수소 분자는 2개의 수소 원자 간에 전자를 끌어당기는 힘의 크기가 같다. 그래서 공유 전자쌍은 두 수소 원자의 핵으로부터 같은 거리에 있다. 염화수소분자는 수소 원자의 원자가전자 1개와 염소 원자의 원자가전자 1개가 서로 짝을 짓는 것이다. 이때 공유 전자쌍은 염소 원자에 더 가까운 곳에 있는데 그 까닭은 염소 원자가 수소 원자보다 전자를 끌어당기는 힘이 세기 때문이다. 이 힘을 전기음성도라 한다.
공유 전자쌍으로 결합된 분자에는 극성을 띠는 것도 있고 띠지 않는 것도 있다. 수소 분자처럼 같은 원자로 이루어진 분자는 공유 전자쌍이 두 수소 원자의 가운데 지점에 위치하며 일직선 모양을 이루기 때문에 극성을 띠지 않는다. 그러나 염화수소 분자나 물 분자처럼 다른 원자로 이루어진 분자는 공유 전자쌍이 두 원자의 가운데 지점에 위치하는 것이 아니라 전기음성도가 더 큰 원자 쪽으로 끌려간다.
그 결과 공유 전자쌍이 더 많이 끌려간 원자 쪽에 음의 전하가 더 많이 분포하고 반대쪽 원자에는 상대적으로 음의 전하가 부족해진다. 그러니까 양전하가 더 많아지게 되는 것이다. 원자 세계의 약육강식이란 바로 공유 전자쌍을 가운데 두고 벌어지는 원자 간의 힘겨루기라 할 수 있다. 전기음성도가 큰 원자가 공유 전자쌍으로 더 많이 끌어당기며 힘이 적은 원자는 공유 전자쌍을 뺏기게 되니까 말이다.
극성이 없는 분자는 무극성 분자라 한다. 무극성 분자에는 수소 분자나 염소 분자처럼 같은 종류의 원자로 이루어진 분자가 있는가 하면 메테인이나 벤젠처럼 원자의 종류는 다르지만 분자의 구조가 대칭을 이루기 때문에 극성을 띠지 않는 분자도 있다. 왜 그럴까? 분자구조가 대칭을 이루면 원자간의 공유 전자쌍이 균등하게 나누어지지 않더라도 분자 전체를 보면 극성이 상쇄되는 효과가 나타난다. 그래서 분자는 극성을 띠지 않게 되는 것이다.
분자 내에 극성이 있으면 극성 분자라고 부른다. 극성 분자로는 물이나 염화수소 분자가 있다. 물 분자는 산소 원자와 수소 원자의 전기음성도가 다를 뿐만 아니라 산소 원자에 있는 비공유 전자쌍으로 인해 극성을 띤다. 물 분자의 모양은 대칭을 이루지 않는다. 정리하면 분자 모양이 대칭을 이루면 무극성 분자가 만들어지고 분자의 모양이 대칭을 이루지 않으면 극성을 띤다.
극성 분자인 물은 전기를 띤 물체에 끌리고 무극성 분자인 벤젠은 전기를 띤 물체에 끌리지 않는다. 소금은 나트륨 이온과 염화 이온이 결합해 만들어진 염화나트륨이다. 인체에 강한 독성을 나타내는 나트륨과 염소가 합쳐져 우리 몸에 꼭 필요한 물질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게 바로 화학의 신비다. 소금 즉 염화나트륨은 나트륨과 염소로 이루어졌다. 하얀 소금 알갱이는 나트륨 이온과 염화 이온이 차곡차곡 쌓여서 만들어진 것이다.
나트륨 원자는 전자를 하나 잃고 양이온이 되면 더욱 안정해지고 염소 원자는 반대로 전자를 하나 얻어 음이온이 되면 안정해지는 특성이 있다. 나트륨 이온과 염화 이온은 규칙적으로 쌓이는데 1개의 나트륨 이온을 6개의 염화 이온이 둘러싸고 있다. 또 1개의 염화 이온은 다시 6개의 나트륨 이온에 둘러싸이게 되고 이온들이 교대로 쌓이게 되니까 이온들은 서로 들러붙게 된다.
소금은 나트륨 이온과 염소 이온이 교대로 단단하게 뭉쳐진 덩어리이기 때문에 매우 높은 온도에서도 분해되기 어렵다. 우리가 식탁에서 맛보는 소금 중에는 구운 소금이라는 것이 있다. 이것은 소금은 섭씨 800°C 이상으로 가열한 것인데 이런 온도에서 소금은 액체 상태가 되기는 하지만 나무처럼 타버리지는 않는다. 그 까닭은 바로 나트륨 이온과 염화 이온이 차곡차곡 쌓여 있어서 공기 중의 산소와 화학적으로 결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뜨겁게 녹인 소금을 다시 식히면 본래의 소금으로 돌아가 버릴뿐 조금도 달라지지 않는다. 이 소금의 정체가 바로 구운 소금이다. 원자 세계에서 모든 원자들이 전자를 내놓으려고만 한다면 자연세계는 만들어질 수 없었을 것이다. 모든 원자들이 전자를 받으려고만 한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자연은 참으로 신비하다. 원소 중에는 전자 내놓기를 좋아하는 것이 있는가 하면 전자 얻기를 좋아하는 것도 있다.
주는 쪽이 있으면 받는 쪽이 있는 것이 또 하나의 자연 법칙이다. 나트륨처럼 전자 내놓기를 좋아하는 원소들을 금속 원소라고 한다. 우리가 아는 금속에는 알루미늄, 철, 아연 등의 원소가 있다. 마그네슘이나 칼슘도 금속 원소다. 이들은 모두 전자를 내놓기 쉬운 성질을 가지고 있다. 그와 반대로 염소 원자처럼 전자 받기를 좋아하는 원소를 비금속 원소라고 한다. 우리가 아는 비금속 원소에는 산소, 질소 원소가 있다. 그 외에 플루오르, 황 등의 원소도 비금속 원소다.
금속 원소와 비금속 원소가 양이온 음이온으로 이루어지는 결합을 이온 결합이라고 한다. 나트륨 원자, 염소 원자가 서로 전자를 주고받으면서 이온이 되고 이온 간에 전기적인 인력이 작용하여 서로 들러붙으면 결정이 만들어진다. 금속 원소와 비금속 원소가 결합하여 이루어진 물질을 이온 결정이라 한다. 이온 결정을 화학식으로 나타낼 때는 이온의 전하를 생략하고 이온의 종류와 수만을 표시하는 것으로 약속을 정했다.
모든 이온 결정에서 이온들이 쌓이는 방법은 같을까? 아니다. 결정의 종류에 따라 이온이 쌓이는 방법에는 몇 가지가 있다. 염화나트륨 결정과 염화 세슘 결정, 아연 결정에서 이온이 쌓여 있는 모형을 보면 결정마다 이온들이 쌓인 모습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염화나트륨 같은 이온 결정은 이온 결합을 통해 만들어진다. 이온 결합은 금속 원소에서 나온 전자가 비금속 원자로 가면서 일어나는 결합이다.
전자를 내놓고 안정해지는 금속 원자와 전자를 얻어 안정해지는 비금속 원자는 이런 방법으로 결합한다. 물 분자는 전자쌍을 공유하는 결합으로 이루어진 분자다. 물 분자에 있는 산소 원자의 원자 껍질 전자와 수소 원자핵 원자 껍질이 서로 쌍을 이루면서 결합이 일어난다. 공유 결합이란 전자쌍을 함께 나누어 가지는 결합이다. 전자쌍이 나뉠 때 전자를 끌어당기는 힘이 큰 원자 쪽으로 전자가 더 많이 끌려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원자 세계의 약육강식이다. 그 결과 공유 결합에서도 극성을 띠는 분자가 생기게 되는 것이다.
구리에 비하면 철은 제련하기가 쉽지 않다. 그 이유는 녹는점이 청동이나 구리보다 훨씬 높은 섭씨 1,539도나 되기 때문이다. 기원전 1,400년쯤 사람들은 연철을 목탄 불속에 넣어 계속 가열하면서 망치로 두들기면 연철보다 훨씬 단단한 금속을 얻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것이 바로 강철이다. 강철은 철 표면에 목탄 가루가 흡수되어 철 표면에 새로운 조직이 생긴 것이다. 이렇게 철기시대가 열리게 되었다. 이것은 지금으로부터 3500년 전의 일이다.
철기시대에는 철제 농기구를 사용하게 되어 농작물의 생산량이 크게 늘어났다. 그 결과 농업뿐 아니라 사회의 모든 분야에 변화가 생기게 되었다. 알루미늄은 1780년에 이르러서야 사용하게 된 금속이다. 금속 중에서 매장량이 가장 많은 알루미늄은 구리나 철보다 녹는점이 훨씬 낮다. 매장량도 많고 녹는점도 낮은데 왜 이렇게 최근에야 사용하게 되었을까? 알루미늄이 가장 최근에 사용된 까닭은 바로 알루미늄 금속의 반응성 때문이다. 반응성이 크다는 것은 다른 원소와 화합을 잘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알루미늄은 자연 상태에서는 언제나 화합물의 형태로 발견된다. 보크사이트는 알루미늄을 함유한 화합물의 원광석이다. 보크사이트를 가열하여 녹인 후 전기분해를 해야만 알루미늄 금속을 얻을 수 있다. 그러니까 금속을 녹여 전기분해하는 기술이 발달하기 전에 알루미늄은 전혀 사용되지 못했던 것이다.
오늘날의 인류는 여러 가지 합금을 만들어 사용하고 있다. 원하는 성질을 가진 금속을 만들기 위해서 합금 기술을 사용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합금으로는 녹슬지 않는 강철인 스테인레스 스틸. 가볍게 견고해서 비행기 몸체를 만드는 데 쓰는 두랄루민 등이 있다. 자유전자는 금속 원자에서 떨어져 나온 원자가전자를 가리킨다. 금속 원자가 모여 금속 결정을 이룰 때 원자핵에서 가장 먼 전자 껍질에 있는 전자가 떨어져나가게 되는데 이것이 자유전자다.
자유전자는 금속 결정 속을 자유롭게 돌아다닌다. 나트륨 금속을 예로 들면 나트륨 원자 당 한 개의 원자가전자가 떨어져 나오고 나트륨 양이온이 만들어진다. 양이온은 일정한 격자를 가지고 배열하는데 금속의 종류에 따라 배열된 모습이 다르다. 금속 양이온과 전자 사이에는 전기적 인력이 미치게 되는데 이 인력으로 금속 결정이 응집되는 것이다. 금속은 다이아몬드처럼 투명하게 빛나지 않는다. 금속은 빛을 통과시키지 않기 때문에 불투명하게 빛난다. 이를 금속광택이라고 한다.
알루미늄과 은은 광택이 많이 나는 금속이다. 이 금속들의 표면은 빛을 잘 반사하므로 거울로 사용할 수 있을 정도다. 그런 금속은 백색으로 빛나기 때문에 장식용 도금으로 많이 쓰인다. 금속의 광택은 금속의 전기가 잘 통하는 성질과 관계가 있다. 빛은 전자기파인데 주파수가 매우 큰 전자기파는 금속의 표면까지 만들어갈 수 있다. 즉 빛은 금속의 표피 두께보다 더 속으로는 들어가지 못하고 반사된다. 이 빛이 바로 금속의 광택이다.
금속은 면심입방격자, 밀집입방격자, 체심입방격자라는 구조를 이루고 있다. 공을 쌓아 올리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면심입방격자이고 또 하나는 밀집입방격자다. 촘촘하게 늘어놓는 방법은 한 가지뿐인데 이 위에 공을 촘촘하고 빽빽하게 쌓는 방법도 한 가지뿐이다. 3층에 공을 쌓는 방법은 1층과 똑같은 위치에 쌓을 수도 있고 2층의 빈 곳에 쌓고 4층을 1층과 똑같이 쌓는 방법이 있다.
앞의 방법을 육방쌓기라고 하며 밀집육방격자라고 부른다. 뒤의 방법을 입방쌓기라고 하며 면심입방격자라고 부른다. 체심입방격자는 입방체에 여덟 개의 모서리에 공이 있고 입방체의 중심에 공이 1개인 형태를 가리킨다. 금속은 아주 높은 온도나 낮은 온도에서 결정 구조가 바뀌는 일이 생긴다. 자유전자에 떠 있는 금속이온들이 원래의 배열을 지키지 못하고 위치를 바꾸기 때문이다. 이것을 금속의 변태라고 부른다.
이제까지 밝혀진 바에 의하면 원자는 양전하를 가진 원자핵 주변에 음전하를 가진 전자가 구름처럼 퍼져 있는 모양을 하고 있다. 원자의 크기는 대략 10나노미터 정도이고 원자핵의 크기는 원자의 1만분의 1 정도이며 전자 크기는 원자핵의 10만분의 1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원자 크기를 야구장에 비유하면 원자핵은 야구공 정도의 크기이고 전자는 개미 정도의 크기에 해당한다.
전자처럼 작은 입자의 경우에는 입자가 어떤 길을 따라 돌아다니는지 알 수 없다. 너무 작은 입자가 너무 빠른 속도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그 대신 전자가 어떤 모양으로 퍼져 있는가는 알 수 있다. 다시 말하면 전자는 너무 작고 너무 빨리 움직이기 때문에 어디에 있는지는 알 수 없고 어디에 존재할 확률이 높은가 즉 어떤 모양으로 퍼져 있는가를 알 수 있을 뿐이다. 전자는 여러 가지 모양으로 퍼져 있다. 전자가 퍼져 있는 모양 즉 전자가 분포하는 모양을 오비탈이라고 한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오비탈이라는 전자가 발견되는 공간 영역의 확률 함수를 풀어낸 것이다. 그래서 오비탈은 전자가 주로 존재하는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어떤 사람은 오비탈은 전자가 구름처럼 퍼져 있는 것에 비유하기도 한다. 그 속의 전자들은 모두 같은 모양으로 퍼져 있을까? 아니다. 전자의 에너지 상태에 따라 퍼져 있는 모양은 달라진다. 길쭉한 모양의 모이통에 모이를 줬을 때 닭들이 모여든 모양과 원 모양의 모이통에 모이를 줬을 때 닭들이 모여드는 모양은 서로 다르다. 모이통 모양에 따라 닭들이 모여드는 모양이 달라지는 것처럼 전자들도 에너지 상태에 따라 퍼져 있는 모양 즉 오비탈이 달라진다.
오비탈에는 여러 가지 모양이 있다. 전자의 에너지 상태에 따라 오비탈의 모양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원자핵에 가깝게 있는 전자는 에너지가 낮고 원자핵에서 멀리 있는 전자는 에너지가 높다. 에너지 상태가 서로 다른 전자들은 서로 다른 모양의 오비탈에 속해 있다. 오비탈은 전자가 사는 방에 비유할 수 있다. 전자가 사는 방 즉 오비탈은 재미있는 여러 가지 모양과 이름을 가지고 있다.
즉 여러 가지 모양의 오비탈이 있다는 말이다. 공처럼 생긴 오비탈도 있고 아령처럼 생긴 오비탈도 있다. 클로버 잎처럼 생긴 오비탈, 심지어 도넛에 아령을 끼워놓은 것처럼 보이는 오비탈이 있다. 모양에 따라 오비탈의 이름도 모두 다르다. s오비탈은 공 모양으로 어느 방향에서나 같은 모양을 하고 있다. s오비탈은 한 가지 종류 밖에 없다. 즉 s오비탈에는 전자쌍이 들어갈 수 있는 방이 한 개 있다.
p오비탈은 아령 모양과 비슷하다. p오비탈에는 서로 수직으로 만나는 세 개의 오비탈 즉 Px, Py, Pz 오비탈이 있다. 그래서 p오비탈에는 전자쌍이 들어가는 방이 3개다. d오비탈은 다섯 개의 오비탈이 있다. 즉 d오비탈은 전자쌍이 들어가는 방을 5개 가지고 있다. 오비탈의 모양이 서로 다르다는 것은 무엇을 뜻할까? 모양이 다르다는 것은 에너지 상태가 다르다는 것을 말한다. 다시 말하면 에너지 상태가 서로 다른 전자들이 서로 다른 모양의 오비탈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s, p, d 오비탈은 에너지 상태가 서로 다르다. 그러나 같은 오비탈에서는 에너지 상태가 같다. 즉 p오비탈에 있는 3개의 오비탈은 서로 에너지가 같다. b오비탈에 있는 5개의 오비탈의 에너지도 서로 같다. 공유 결합은 어떻게 일어나는 것일까? 전자 구름들의 겹침이라고 할 수 있다. 한 원자에 다른 원자가 가까이 다가오게 되면 두 원자 내부의 전자 분포 즉 오비탈들이 서로 겹치면서 화학 결합을 형성하게 된다. 바로 원자가전자들이 들어 있는 오비탈들이 겹치는 것이다.
전자가 하나 밖에 없는 수소를 제외하면 모든 원소에서 1s의 전자는 결합에 참여하지 않고 바깥쪽에 분포하는 2s와 2p에 들어 있는 원자가전자들만이 화학 결합에 참여하게 된다. 원자핵에서 비교적 멀리 있기 때문에 원자핵의 영향을 덜 받기 때문이다. 특히 2p오비탈들이 결합을 만들 때에는 서로 수직인 x, y, z 방향의 아령 모양이 되며 이것을 각각 2px오비탈, 2py오비탈, 2pz 오비탈이라고 부른다.
오비탈을 전자가 사는 방으로 비유해보자. 전자는 규칙을 가지고 여러 가지 모양의 오비탈을 채워간다. 첫 번째 규칙은 각각의 오비탈에는 1개 혹은 2개의 전자가 들어간다는 것이다. 최대로 2개까지만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비유하자면 1개의 방에 많은 사람들이 동시에 들어갈 수 없듯 1개의 오비탈에는 여러 전자가 동시에 들어가지 못하고 오로지 1개 혹은 2개의 전자만이 동일한 오비탈에 들어갈 수 있다.
예를 들면 1개의 전자를 가진 수소 원자에서 전자는 원자핵에 가까이 있는 1s오비탈을 차지하게 된다. 두 개의 전자를 가진 헬륨의 경우 전자 두 개는 모두 1s오비탈을 차지한다. 두 번째 규칙은 물이 낮은 곳에서부터 채워져 올라가듯 전자 역시 에너지가 낮은 오비탈부터 순서대로 채워진다는 것이다. 오비탈의 상대적 에너지를 보면 1s오비탈의 에너지가 가장 낮다. 그 다음으로는 2s오비탈, 2p오비탈, 3s오비탈, 3p오비탈, 4s오비탈, 3d오비탈 순서로 에너지가 높아지고 있다.
s오비탈은 한 개의 오비탈뿐이지만 p오비탈에는 3개의 오비탈이 있고 b오비탈에는 5개의 오비탈이 있다는 것도 알 수 있다. 전자가 3개인 리튬 원자의 경우 1s오비탈에 2개의 전자가 들어가고 그 바깥쪽에 있는 2s오비탈에 1개의 전자가 들어간다. 하나의 오비탈에 들어갈 수 있는 전자의 수는 2개까지라는 것은 잊으면 안 된다. 세 번째 규칙은 같은 크기의 에너지를 가진 오비탈에 전자가 채워질 때는 전자 1개씩을 각각의 오비탈에 고르게 배치하는 것이다. 즉 1개의 오비탈에 2개의 전자가 채워지고 나서 다른 오비탈에 전자가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같은 에너지의 오비탈에 균등하게 1개씩의 전자가 배치된 후 그래도 전자가 남아 있으면 각각의 오비탈의 전자가 1개씩 더 들어간다는 말이다.
여섯 개의 전자를 가진 탄소의 경우에는 1s 오비탈에 두 개의 전자가 분포하고 그 바깥에 위치한 2s오비탈에 두 개의 전자가 들어간다. 남은 전자는 2개인데 이 나머지 2개의 전자는 2p오비탈에 각각 하나씩 들어간다. 2p오비탈은 모두 3개가 있는데 그중에서 2개의 오비탈에 전자가 각각 하나씩 들어간다는 것이다. 이 규칙들은 모두 전자가 바닥 상태에 있을 때의 규칙이다. 바닥 상태란 각각의 전자가 가질 수 있는 에너지 상태 중 가장 낮은 에너지 상태에 있는 것을 가리킨다.
바닥 상태의 전자가 에너지를 흡수하면 들뜬 상태로 올라가게 된다. 들뜬 상태의 전자는 영원히 그곳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다시 그보다 낮은 에너지 상태로 내려오게 된다. 이때 에너지 차(差)에 해당하는 빛을 내게 된다. 이 빛의 파장이 가시광선 영역일 경우 우리 눈에 색이 보이게 된다. 이것을 원소의 불꽃 반응 색이라고 한다. 원자보다 들뜬 상태로부터 그보다 낮은 에너지 상태로 떨어질 때 방출하는 에너지의 크기가 다르므로 불꽃 반응색은 원소의 종류에 따라 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