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너다‘를 뜻하는 세 한자인 도(渡), 제(濟), 섭(涉)은 모두 나루의 의미도 갖는다. 법도, 모양, 도구 외에 ‘건너다‘도 뜻하는 도(度)는 나루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파주시 파평면 율곡리 율곡수목원에서 구도장원(九度壯元)길을 따라 도열(堵列)해 있는 황금 회화나무들을 보았다. 이 길은 율곡 이이 선생이 이룬 아홉 번의 장원에서 이름을 가져온 길이고, 회화나무는 학자(學者)/ 고위 관직을 상징하는 나무다.
율곡 선생이 아홉 번 과거에 장원을 했다고 실패한 경우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이는 퇴계가 율곡에게 쓴 편지를 통해 알 수 있는 바다. 편지글에서 퇴계는 “그대가 이번 과거에 실패한 것은 아마도 하늘이 그대를 크게 성취시키려는 까닭인 것 같으니 아무쪼록 힘을 쓰시게나."라 썼다. 실패의 사연보다 궁금한 것은 선생이 왜 그렇게 여러 번 과거를 치렀는가, 이다.
과거에 한두 번 응시한 뒤 곧 포기한 남명 조식, 원종 추숭 관계로 당한 정거(停擧) 처분이 풀린 뒤에도 과거에 도전하지 않은 미수 허목, 과거에 실패한 후 벼슬에 뜻을 두지 않고 학문과 저술에 전념한 연암 박지원 등이 생각난다. 율곡이 이룬 아홉 번 장원의 성과를 가볍게 여기고 싶지는 않다. 시험을 거치지 않은 학예사 출신의 공무원이 국가 차원을 넘는 성과를 내는 것을 보며 조선 시대의 과거가 아닌 천거(薦擧) 같은 제도를 생각한다.
아홉 번 장원했다고 해서 한 번 장원을 한 사람보다 국가에 아홉 배 더 많은 기여나 공헌을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물론 천거(薦擧)는 취지와 다르게 과거를 보완하는 역할을 했다고 한다. 그러니 어떻게 보면 공무원 시험을 거치지 않고 특별 채용되는 별정직 공무원 제도가 있는 요즘이야말로 진정한 천거제도가 시행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세종 전문가 박현모 교수는 점수를 따기 위해 하는 공부가 가장 낮은 단계의 공부라는 말을 하며 위기지학(爲己之學)을 강조했다.(2025년 6월 25일 연천 강의 ’역사에서 배우는 리더십‘) 공부한 것이 남에게 알려지기를 바라고 하는 공부가 위인지학(爲人之學)이라면 공부한 것이 자기에게 체득되기를 바라고 하는 공부가 위기지학이다.
다만 공무원 시험 공부가 위인지학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시험에서 점수를 따기 위해 하는 공부도 필요하다. 그러나 큰 성과를 낸 특별 채용 공무원까지 시험(점수)의 논리로 보는 것은 문제다. (정확한 과목을 모르지만) 공무원들이 시험에서 치르는 국어, 수학, 영어 같은 것들이 군정(郡政) 또는 시정(市政)에 직접 필요한 것도,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다. 두뇌를 평가하기 위한 것이라는 의미다.
그나마 창의성이나 논리성 등과 관련된 두뇌도 아니다. 두뇌라면 학교에서 석박사 등을 딴 사람도 이미 입증되지 않는가. 오히려 고고학, 지질학, 기타 학문 등에서 학위를 딴 사람이 시험을 치르지 않고 일정 과정을 거쳐 공무원이 되어 하는 업무가 학교에서 배운 과목과 바로 연결되고 관련이 있다. 공무원 시험 공부 (준비)는 실습이란 것이 없고 오직 외우는 것으로 채워진다. 그러나 특별 채용된 공무원들은 이론 공부뿐 아니라 답사나 실습도 겪는다.
서울에서 태어났으나 피난, 좌천(左遷), 유람, 연마(練磨) 등의 이유로 이곳, 저곳을 유전(流傳)하다가 연천에서 삶의 대미를 장식해 연천 인물로 불렸던 미수 허목은 과거와 무관하게 이조판서를 거쳐 우의정까지 지냈다. 아홉 번 장원을 한 율곡은 판서(이조, 병조)에까지 올랐을뿐이다.(율곡과 미수는 59년의 나이 차이가 난다. 율곡; 1536년생, 미수; 1595년생) 시대가 다르고 상황이 다르지만 굳이 비교하자면 그렇다는 것이다.
건너다‘를 뜻하는 세 한자인 도(渡), 제(濟), 섭(涉)은 모두 나루의 의미도 갖는다. 법도, 모양, 도구 외에 ‘건너다‘도 뜻하는 도(度)는 나루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파주시 파평면 율곡리 율곡수목원에서 구도장원(九度壯元)길을 따라 도열(堵列)해 있는 황금 회화나무들을 보았다. 이 길은 율곡 이이 선생이 이룬 아홉 번의 장원에서 이름을 가져온 길이고, 회화나무는 학자(學者)/ 고위 관직을 상징하는 나무다.
율곡 선생이 아홉 번 과거에 장원을 했다고 실패한 경우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이는 퇴계가 율곡에게 쓴 편지를 통해 알 수 있는 바다. 편지글에서 퇴계는 “그대가 이번 과거에 실패한 것은 아마도 하늘이 그대를 크게 성취시키려는 까닭인 것 같으니 아무쪼록 힘을 쓰시게나."라 썼다. 실패의 사연보다 궁금한 것은 선생이 왜 그렇게 여러 번 과거를 치렀는가, 이다.
과거에 한두 번 응시한 뒤 곧 포기한 남명 조식, 원종 추숭 관계로 당한 정거(停擧) 처분이 풀린 뒤에도 과거에 도전하지 않은 미수 허목, 과거에 실패한 후 벼슬에 뜻을 두지 않고 학문과 저술에 전념한 연암 박지원 등이 생각난다. 율곡이 이룬 아홉 번 장원의 성과를 가볍게 여기고 싶지는 않다. 시험을 거치지 않은 학예사 출신의 공무원이 국가 차원을 넘는 성과를 내는 것을 보며 조선 시대의 과거가 아닌 천거(薦擧) 같은 제도를 생각한다.
아홉 번 장원했다고 해서 한 번 장원을 한 사람보다 국가에 아홉 배 더 많은 기여나 공헌을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물론 천거(薦擧)는 취지와 다르게 과거를 보완하는 역할을 했다고 한다. 그러니 어떻게 보면 공무원 시험을 거치지 않고 특별 채용되는 별정직 공무원 제도가 있는 요즘이야말로 진정한 천거제도가 시행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세종 전문가 박현모 교수는 점수를 따기 위해 하는 공부가 가장 낮은 단계의 공부라는 말을 하며 위기지학(爲己之學)을 강조했다.(2025년 6월 25일 연천 강의 ’역사에서 배우는 리더십‘) 공부한 것이 남에게 알려지기를 바라고 하는 공부가 위인지학(爲人之學)이라면 공부한 것이 자기에게 체득되기를 바라고 하는 공부가 위기지학이다.
다만 공무원 시험 공부가 위인지학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시험에서 점수를 따기 위해 하는 공부도 필요하다. 그러나 큰 성과를 낸 특별 채용 공무원까지 시험(점수)의 논리로 보는 것은 문제다. (정확한 과목을 모르지만) 공무원들이 시험에서 치르는 국어, 수학, 영어 같은 것들이 군정(郡政) 또는 시정(市政)에 직접 필요한 것도,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다. 두뇌를 평가하기 위한 것이라는 의미다.
그나마 창의성이나 논리성 등과 관련된 두뇌도 아니다. 두뇌라면 학교에서 석박사 등을 딴 사람도 이미 입증되지 않는가. 오히려 고고학, 지질학, 기타 학문 등에서 학위를 딴 사람이 시험을 치르지 않고 일정 과정을 거쳐 공무원이 되어 하는 업무가 학교에서 배운 과목과 바로 연결되고 관련이 있다. 공무원 시험 공부 (준비)는 실습이란 것이 없고 오직 외우는 것으로 채워진다. 그러나 특별 채용된 공무원들은 이론 공부뿐 아니라 답사나 실습도 겪는다.
서울에서 태어났으나 피난, 좌천(左遷), 유람, 연마(練磨) 등의 이유로 이곳, 저곳을 유전(流傳)하다가 연천에서 삶의 대미를 장식해 연천 인물로 불렸던 미수 허목은 과거와 무관하게 이조판서를 거쳐 우의정까지 지냈다. 아홉 번 장원을 한 율곡은 판서(이조, 병조)에까지 올랐을뿐이다.(율곡과 미수는 59년의 나이 차이가 난다. 율곡; 1536년생, 미수; 1595년생) 시대가 다르고 상황이 다르지만 굳이 비교하자면 그렇다는 것이다.
배승호의 ’어쩐지 나만 알 것 같은 역사‘에 흥미로운 글이 있다. ’서인이 짓고 남인이 쓴 취선암’이란 글이다. “허목이 오대산 소금강(小金剛)에 간 적이 있다. 그리고 율곡 이이가 취선암(醉仙巖)이란 글을 써, 새겼다. 서인 종주인 이이가 이름을 짓고 남인 영수였던 허목이 글씨를 썼다. 둘의 세대가 달라서 만난 적은 없지만 남인과 서인은 앙숙이었는데, 이런 궁벽한 시골에서 아무도 모르는 화해(?)의 장면이 남아 있는 것이다....이이가 짓고 허목이 쓴 바위 글씨를 감상하고 바로 되돌아 1미터 앞, 철제 펜스를 넘어가면 넓적한 바위에 글씨가 또 있다. 후학지기대(後學知己臺), 후학이 자신을 알게 될 곳이라는 뜻이다. 이 또한 허목의 글씨라고 전해진다.”
위기지학의 기(己)와 후학지기의 기(己)가 같다는 점이 눈에 띈다.
* 앞서 말한 구도장원길과 어울리는 회화나무가 생각나게 한 것이 있다. 관청에는 장수와 정승이 도열해 있고 대궐 길가에는 삼정승을 의미하는 삼공(三公)과 여러 판서 등을 의미하는 구경(九卿)이 늘어서 있다는 의미의 천자문 중 두 구절인 ‘부라장상 노협괴경(府羅將相 路挾槐卿)’이란 말이다.(‘괴; 槐’는 회화나무를 의미하고, 나아가 삼공 벼슬을 의미한다.)
*서울 중구 정동의 캐나다 대사관을 지은 건축회사 사이트에서 대사관 앞의 회화나무를 가리켜 scholar tree(hakjasu)라 해놓은 것을 볼 수 있다.
위기지학의 기(己)와 후학지기의 기(己)가 같다는 점이 눈에 띈다.
* 앞서 말한 구도장원길과 어울리는 회화나무가 생각나게 한 것이 있다. 관청에는 장수와 정승이 도열해 있고 대궐 길가에는 삼정승을 의미하는 삼공(三公)과 여러 판서 등을 의미하는 구경(九卿)이 늘어서 있다는 의미의 천자문 중 두 구절인 ‘부라장상 노협괴경(府羅將相 路挾槐卿)’이란 말이다.(‘괴; 槐’는 회화나무를 의미하고, 나아가 삼공 벼슬을 의미한다.)
*서울 중구 정동의 캐나다 대사관을 지은 건축회사 사이트에서 대사관 앞의 회화나무를 가리켜 scholar tree(hakjasu)라 해놓은 것을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