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초간
데이비드 폴레이 지음, 신예경 옮김 / 알키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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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살아온 날이 남아 있는 날보다 더 많은 나이가 되고 보니 가끔씩은 살아온 날을 되돌아보게 되는 것 같습니다. 굴곡이 적지 않은 삶이었기 때문인지 가끔은 그때 내가 선택한 길이 최선이었을까 다시 생각해보는 경우도 있는 것 같습니다. 어쩌면 삶에서 선택을 해야만 했던 갈림길을 만나게 된 것도 사람들과의 관계로부터 기인하는 것이기 때문에 관계를 어떻게 만드는 것이 최선이었을까 다시 생각해보는 것입니다.

‘눈 깜짝할 사이에 분노와 짜증을 잠재우는 감정조절의 원리’라는 비교적 긴 부제와는 달리 <3초간>이라는 제목은 짧습니다. 하지만 짧다면 짧은 3초가 때로는 엄청나게 느리게 흘러가는 경험을 해보신 분들도 적지 않을 것 같습니다. 다양한 책을 읽다보면 서문에서 저자가 책을 쓰게 된 동기와 책에서 담아내고 싶은 주제를 풀어내는 경우를 적지 않게 만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 데이비드 플레이처럼 “내가 이 책을 쓴 목적은 그야말로 원대하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경우를 본 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저자는 “감정조절이 안되는 타인 때문에 상처와 스트레스를 받거나, 스스로 감정조절이 안 되어 타인에게 괴로움을 주는 일은 우리 모두가 한번쯤은 겪어봤던 것들이다. … 책을 읽은 여러분이 가정이나 직장에서의 소통방식을 변화시키길 희망한다. 그리하여 우리가 훨씬 생산적으로 인정이 넘치며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어가기를 원한다.”고 적었습니다.

처음에는 저자가 제시하고 있는 인생의 나침반으로서의 ‘3초 법칙’이 대체 무슨 소용이 있겠냐 싶었습니다. 책갈피에는 저자의 결정적인 경험을 인용하고 있습니다. “20년 전 택시를 타고 가던 중 치명적인 교통사고를 당할 뻔했다. 난폭하게 운전을 한 상대 운전자가 도리어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댔지만 그가 탄 택시의 기사는 놀랍게도 그저 미소를 지은 채 손을 흔들며 상대 운전자의 행운을 빌어주었다. 기사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었던 그가 어떻게 그리 침착할 수 있느냐고 묻지 기사는 ‘사람들은 대부분 쓰레기차와 같다. 마음속에 온갖 좌절, 분노, 실망을 꽉꽉 채운 채 돌아다닌다. 만약 그대로 내버려둔다면 그들은 가지고 다니던 쓰레기 감정을 온통 우리에게 쏟아낼 것이다.’라고 이야기한다. 그 말에 깊은 깨달음을 얻는 그는 이후 타인의 부정적인 r마정에 상처받지 않는 법, 나아가 남에게 성처부지 않는 법에 관해 고민하고 연구”한 끝에 “기적의 3초법칙”을 만들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외부로부터 받은 자극에 대하여 마음에 생기는 부정적인 감정을 몰아내는데 과정을 3단계로 구분하였는데, 지금 내뱉고 싶은 말이 자신에게 도움이 될 것인지 스스로에게 질문하는 1단계, 내게 화를 내는 상대 혹은 화가 나려는 자신에게 행운을 빌어주는 미소를 짓는 2단계, 그리고 하고 있던 일, 혹은 하려고 했던 일에 바로 돌입하는 3단계입니다. 이런 과정에서 핵심이 되는 것은 바로 제1단계라는 것입니다. 즉 끓어오르려는 감정을 다스리는 일이 당연히 핵심이 될 것 같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1단계를 마무리하는데 필요한 시간은 불과 3초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저 역시 누군가와 갈등을 빚었던 순간은 대부분 스스로의 감정을 되돌아볼 여유없이 즉각반응을 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보니 참을 인(忍)을 세 번 쓰면 살인도 피해갈 수 있다는 우리 옛말이 생각납니다. 역시 우리 선조님들은 위대하신 분들입니다. 마음속으로도 참을 인(忍)을 세 번 쓰려면 적어도 5~6초는 흘러갈 것 같습니다. 그리고 참자, 참자, 참자라고 되뇌는 사이에 들끓던 감정이 상당히 가라앉게 되는 것입니다.

본격적으로 책을 읽기 전에 독자는 “당신은 타인의 분노, 화, 짜증에 얼마나 휘둘리는가?”, “당신은 타인에게 분노, 화, 짜증을 얼마나 쏟아내는가?”에 관한 두 개의 시험을 치러야 합니다.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이런 방식에는 공연히 심사가 뒤틀리는 타입이라서 일일이 답을 달지는 않았습니다만, 4분위로 나눈 평가에서 중간보다 다소 높은 점수가 나올 것 같습니다. 남의 눈치를 보는 편이기도 하면서 남에게 감정을 쏟아내는 편이기도 하다는 결론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이 테스트를 마음근육테스트라 이름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즉, 감정의 요동을 제압할 수 있는 근육이 얼마나 단단하지 검사해보는 것이죠?

저자가 “1장 화내고 짜증부리고 괴롭히는 사람들을 웃으며 무시하는 법, 2장 무거운 마음을 가뿐히 들어올리려면, 3장 상처 주지 않고 살아가기, 4장 혼자서는 행복해질 수 없다”로 나누어 든 20개의 이슈들은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면서 흔히 만나는 감정돋구는 사례들인 것 같습니다. 그럴 때 우리는 어떻게 대응함으로서 스스로의 감정도 지키고 타인과의 갈등도 피하고 해결할 수 있는지 저자의 조언은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사례별로 감정지키기 연습과, 3초법칙을 활용하는 방법까지 정리하는 친절을 베풀고 있습니다.

어쩌면 사례들이 내가 이미 겪어본 것들인 까닭에 마음에 금새 와 닿고 저자의 조언을 나의 삶에 적용해봐야 하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됩니다. 그리고 보니 지난주에도 같이 일하는 사람들과 갈등을 만들고 그것들을 풀기 위해서 시간을 소모해야만 했던 기억이 살아나고 있습니다. 저자가 제안하는 감정지키기 실천계명을 인용합니다. 1. 부정적인 감정을 쏟아내는 감정폭군들을 무조건 무시하라. 2. 내 안의 부정적인 감정들을 지워버려라. 3. 남에게 감정폭군이 되지 말자. 4. 감정조절이 안 되는 타인이 있으면 가능한 도와라. 5. 감사의 순환 속에서 살아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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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증폭사회 - 벼랑 끝에 선 한국인의 새로운 희망 찾기
김태형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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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보면 보릿고개를 넘어보기 위하여 온 국민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수출에 목을 매던 시절이 엊그제 같습니다. 그때는 조금만 참으면 굶주림을 면할 것 같다는 보다 현실적인 목표를 금새 이룰 것 같았고 그렇기 때문에 마음 한 귀퉁이에 걸린 불편함은 지그시 눌러둘 수 있었던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견뎌왔던 우리 국민이 소위 IMF의 눈치를 살펴야 하는 경제위기에 봉착했고, 또 그 위기를 극복한 위대한 민족이라고 스스로를 치켜세웠던 것도 기억의 한 귀퉁이에 처박혀있습니다.

아직은 글로벌경제블록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체질이 갖추어지지 못한 까닭이었는지 한방에 나가떨어졌던 우리가 카운트아웃 직전에 일어서 다시 글로벌경제블록의 한 귀퉁이를 차지하고 버티려는 순간 이번에는 글로벌경제가 독감에 걸려 그로기 상태에 빠지는 바람에 곁다리로 녹다운될 위기에 몰렸지만, 그래도 한번 맞아본 경험이 도움이 되었는지 그중 제일 먼저 기운을 차릴 수 있었다고 자화자찬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이해합니다.

임상심리학을 전공하고 있는 김태형님은 <불안증폭사회>를 통해서 “오늘의 한국인은 단군 이래 최악의 불안과 우울, 무기력과 분노를 경험하고 있다. G20 정상회담 주최, GDP 증가, 경제규모 세계 10위권 도달, OECD 가입 등 갖가지 성공적인 지표 이면에는 한국인의 어두운 그림자를 알려주는 통계가 도사리고 있다. 행복지수는 세계 50위권에 불과하고 OECD 국가 중 남녀 소득 격차, 국채 증가율, 세부담 증가율, 저임금 노동자 비율, 근로 시간, 노동유연성(해고의 용이성), 산재 사망자, 비정규직 비율, 이혼율, 자살률, 사교육비 비중 등이 1위인 대한민국. 이 보고들이 말해주는 것은 우리가 여전히 생존을 위협당하며 벼랑 끝에 내몰리고 있다.”고 진단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마음의 병이 스며드는 일차적 원인은 사회에 있고, 그 비중은 70퍼센트 된다고 한다면 개인적 요인은 30퍼센트라고 합니다.

저자는 1장 “불안과 공포에 점령당한 사회”에서 우리 사회에 소속되어 있는 민초들이 당면하고 있는 불안과 공포는 근본적으로 1990년대 들어 서서히 밀려오던 ‘신자유주의’가 만들어낸 것이라 진단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직접적인 원인 제공자로 새 정부를 겨냥하고 있다고 보입니다. 하지만 저자가 한국민의불안을 증폭시키는 9개의 심리코드로 들고 있는 이기심, 고독, 무력감, 의존심, 억압, 자기혐오, 쾌락, 도피, 분노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지적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제 대한민국에 더 이상 안전한 평생직장 따위는 없다.(13쪽)”는 저자의 진단이 과연 옳으냐는 질문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안전한 평생직장의 개념은 적당히만 해도 먹고사는데 지장이 없을테니 치열한 경쟁 따위는 필요하지 않겠다는 생각이 슬그머니 고개를 들게 됩니다. 돌이켜보면 지난 10여 년 동안 우리사회는 경쟁보다는 평등을 새로운 수익을 창출하기 보다는 지금까지 누군가 땀 흘려 수확해 곳간에 쌓아둔 재물을 모두 꼭 같이 나누어 가지겠다는 속셈이 노골적으로 드러난 기간이었다는 생각도 듭니다.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우리도 선진국처럼 개인의 노력을 통해서 쌓은 능력을 바탕으로 보다 나은 조건의 직장으로 쉽게 옮길 수 있는 시스템이 자리잡는 것이 옳다는 생각을 합니다.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에 사로잡혀 외부로부터 인재영입을 배타적으로 저지하는 풍토가 개선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IMF위기 이후 한국사회가 사회안전망을 빠르게 확충하고 무한경쟁 대신 사회적 연대를 강화하는 쪽으로 경제발전 노선을 잡었더라면…(21쪽)”이라고 적은 부분도 방만하게 운영하던 회사의 체질을 개선하기 위한 구조조정과정에서 임금을 줄이는 대신 인적퇴출을 통한 구조조정을 선택한 것이 누구였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미국발 신자유주의의 이데올로기에 기초해 만들어진 한국식 경쟁은 서로가 서로를 죽이려고 하는 ‘악의의 전쟁’이다.‘”라는 저자의 진단에 선뜻 동의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경쟁없는 사회는 종국에는 침체국면을 통해서 퇴보하기 마련입니다. 돌이켜보면 우리나라가 동아시아의 헤게모니를 다투었던 시기는 아이러니하게도 고구려, 백제, 신라가 서로 견제하던 시기가 아니었습니까? 신라가 외세를 끌어들여 삼국을 통일하고서 한반도 안으로 몸을 숨기고 나서는 끝이었습니다.

저자가 한국사회에 만연되고 있다는 불안과 공포의 원인을 진단하는 과정에서 주로 인용하고 있는 사례들은 지난 정권에서 불거져 결국은 국민들의 마음이 떠나가게 했던 무수한 사건들은 역사 속에 남겨두고 현 정부 들어 부각된 사건사고들을 중심으로 하고 있어 사회병리현상이 불과 2~3년 만에 생겼다고 정리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어 보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자가 인식한 문제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고 있는 3장 ‘멸종으로 가는 한국인, 어떻게 멈춰 세울 것인가?’에서는 인간관계를 재검토하고, 건강한 공동체를 찾아 사람이 중심이 되는 세상을 만들어가자는 어떻게 보면 손에 잡힐 것 같지만 막연한 답이 아닌가 싶습니다.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벼랑 끝에 선 한국인의 새로운 희망 찾기’라는 부제와는 달리 저자가 인용하고 있는 다양한 사례들은 어찌 보면 한국사회의 구성원들에 불안심리를 조성해서 경쟁을 피하고 소극적인 삶에 안주하도록 이끌고 있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경쟁은 개인과 사회의 발전을 이끄는 동력(動力)이지 사회를 병들게 하는 악의 축은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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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을 마시는 새 4 (양장) - 왕을 찾아헤매는 인간
이영도 지음 / 황금가지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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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을 마시는 새> 4부의 부제는 ‘왕을 찾아 헤매는 인간’입니다. 하지만 왕의 부재는 거꾸로 너도나도 칭왕을 하는 혼돈의 세상이기도 합니다. 심장탑의 수호자들의 음모가 밝혀짐에 따라 2부의 마지막에 사모 페이가 인간의 왕에 올랐으니 4부의 부제 역시 내용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고 할 것 같습니다.

기승전결의 원칙을 보자면 3부에서 스토리의 대반전이 이루어지고 4부에서는 정리가 되어야 하겠습니다만, 2부에서 보여준 첫 번째 반전-즉, 나가족 심장탑수호자들이 하인샤 대사원의 고승들을 속여 나가들의 ‘발자국이 없는 여신’을 그녀의 화신 카린돌의 몸에 가두고 여신의 힘을 이용하여 한계선 북쪽을 침략하려는 음모-을 계기로 나가족과 북쪽 연합군 사이의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고 북쪽 연합군이 발자국이 없는 여신을 감금한 하텐그라쥬를 공격하는 전략이 극적으로 성공하는 과정을 3부까지 그려내고 있습니다. 전체 스토리가 정리되는 4부에서 저자는 결정적인 대반전을 보여 독자를 놀라게 하고 있습니다. 그 내막을 밝히면 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 4부에서 드러나는 극적인 대반전은 접어두기로 하겠습니다.

다만 나가족 세계에서도 북쪽에 거주하는 인간, 레콘, 도깨비들을 멸망시키는 전쟁의 필요성이 회의를 가지는 세력이 존재한다는 점, 모계중심 사회로 움직이는 나가족 세계의 권력중심을 남성 중심으로 옮기려는 심장탑수호자들의 음모의 실체가 드러나면서 세력간 갈등이 점차 고조되고 있습니다. 그 대표적인 상황은 하텐그라쥬의 마지막 방어선 시모그라쥬가 칸비야 의장의 주도로 중립을 선언하고 나가족과 북부연합군의 군대가 이를 수용하여 전쟁의 참혹한 피해로부터 도시를 보호하게 되는 과정이 의외라는 점과, 일련의 이런 과정은 저자가 치밀하게 깔아두고 있는 이야기전개에서 반전의 요소가 된다는 점입니다.

1부에서 궁금했던 신을 죽여 불행한 삶을 살아가는 두억시니족의 비극의 진실이 4부에서 밝혀진다는 것입니다. 그 단초는 시우쇠가 칸비야 의장을 통해서 레콘족의 화신 아가에게 전달하는 “빛이 탄로났다”는 메시지가 아니었나 싶습니다.(44쪽) 두억시니족이 죽였다고 알려진 신은 ‘자신을 보지 못하는 신’ 즉 빛이었던 것입니다. 인간, 레콘, 도깨비 그리고 나가, 이외에 제5의 종족이 있었던 것입니다. 제5종족은 자신들의 신보다도 더 위대해진 것이었던 것입니다. 따라서 그들의 신, ‘자신을 보지 못하는 신’은 자신이 가호하는 종족을 위해서 할 수 있는 마지막 일, 즉 4신의 도움을 받아 자신이 소멸됨으로써 자신이 보살피던 첫 번째 종족이 완전에 이르게 했던 것입니다(278쪽). 첫 번째 종족이 완전한 빛에 이르고 그들이 지상에 흘린 눈물이 바로 두억시니였던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두억시니들의 유해의 폭포는 자기의 다른 부분이 신보다 이미 위대해졌고, 두억시니가 신을 죽인 것이 아닌 것을 알고 기쁘게 죽음을 맞았다는 것입니다. 두억시니는 신을 잃거나 죽인 것이 아니기 때문에 무죄라는 것입니다.

첫 번째 종족이 완전한 존재가 된 뒤로 인간, 레콘, 도깨비 그리고 나가족은 첫 번째 종족처럼 완전해질 수 없는 존재가 될 수밖에 없었는데, 네 종족의 신 가운데 한 명이라도 자신의 소임을 다할 수 없게 되면 완전을 이룰 수 없게 된다는 것입니다. 네 종족 중 한종족이 완전성을 획득하면 다른 종족은 변화가 없는 정체에 빠져버리게 되는데, 어느 신이 자신이 가호하는 종족이 정체에 빠지게 내버려 두겠는가 하는 문제입니다.

4부에는 케이건 드라카의 실체가 드러나게 됩니다. 사실 <눈물의 마시는 새>의 스토리가 전개되는 근본은 바로 케이건 드라카였던 것입니다. 이야기가 4부에 이르기까지 인간을 가호하는 “어디에도 없는 신‘은 수탐자들도 그 위치를 파악하기 위하여 아무리 노력해도 접시가 깨어지지 않았던 것도 결말 부분에서 드러나게 됩니다.

케이건이 나가들에 대한 극단적인 증오심의 근원은 나가족과 전쟁을 치루던 누이에 반발하고 나가족에 애정이 담긴 손을 내밀었던 케이건에게 나가족은 케이건이 사랑했던 아내를 죽여 보답했던 것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케이건이 나가족을 멸망시켜버리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게 된 것이고, 그 과정에서 수백년이 넘게 장수해온 케이건이라는 존재 때문에 작가는 <눈물을 마시는 새>의 스토리텔링을 끌고 갈 수 있었던 것입니다. 이제는 시우쇠가 케이건 드라카에게 아라짓어로 질책하는 말의 의미를 새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듸 저즈런 므흔 지잘 알외노라!(202쪽)” 쉬운 우리말로 번역을 하면 “네가 저지른 많은 죄를 알려주마!” 정도가 되지 않을까요?  

 

4종족의 신들은 그들의 선민종족에게 무엇인가를 주고 있습니다. “자신을 죽이는 신은 도깨비들에게 불을 주었다. 도깨비들은 그들의 신만큼이나 불을 자유로이 쓸 수 있다. 모든 이보다 낮은 여신은 레콘에게 무기를 준다. 성년이 된 레콘은 최후의 대장간에서 자신의 무기를 받는다. 발자국 없는 여신은 수호자들의 신면, 즉 이름을 주었다.(304쪽)” 그렇다면 인간을 가호하는 ‘어디에도 없는 신’은 인간에게 무엇을 줄까요? 이 질문에 대한 사모 페이의 해답은 “어디에도 없는 신이 그의 인간에게 준 것은 왕이었다. … 인간들의 눈물을 마시게끔 왕을 선물했다.” 케이건 드라카는 ‘어디에도 없는 신’의 화신으로 수백년을 살아오면서 신을 자신 안에 가두어두는 잘못을 저지른 것입니다. 그 결과 4종족은 변화없이 정체된 채 살아온 것입니다. 이제 세리스마의 음모로 나가족이 전쟁을 일으키는 변화가 일어났지만, 사실은 나가, 레콘 그리고 도깨비의 수호신들이 세리스마의 음모를 이용해서 어디에도 없는 신의 화신을 포함한 4신의 화신들을 한 자리에 모으려 했던 것이 이야기의 핵심 줄거리가 되는 것이었습니다.

3부의 리뷰에 인용했던 유해의 폭포가 사모 페이에게 전했던 “자기 완성을 위해 살아간다는 자를 조심하라”는 경고를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4부의 마지막에 작가는 “자기 완성을 위해 살아간다고 말하는 자들이 말하는 완전성은 고정이고 정체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기다리는 완전성은 어쩌면 무수한, 끝없는 변화일지도 모릅니다. … 변화는 항상 기쁜 것만은 아닙니다. 때론 많은 눈물을 흘리게 합니다. 하지만 우리에겐 왕이 있습니다.(398쪽)”라는 철학을 라수가 사모 페이에게 전하는 말에 담아내고 있습니다.

짧게 정리해봅니다. 이영도 작가의 <눈물을 마시는 새>는 판타지 형식의 모험소설입니다만, 자기 완성을 추구하는 인간이 생각하고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고 보았습니다. 이해하기는 쉽지 않았습니다만... 판타지물은 고민없이 가볍게 즐길 수 있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것도 편견이 아닐까요?

다만 4권의 말미에 정리해놓은 지명과 용어해설을 1권의 말미가 좋지 않았을까 하는 것과 이야기의 무대를 지도로 만들어주었더라면 이해에 많은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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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을 마시는 새 3 (양장) - 불을 다루는 도깨비
이영도 지음 / 황금가지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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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을 마시는 새> 3부의 부제는 ‘불을 다루는 도깨비’입니다. ‘숙원을 추구하는 레콘’이라는 부제를 달았던 2부에서는 레콘족의 특성을 소개하는 정도였던 것보다는 도깨비족에 대하여 조금 상세하게 설명되고 있고, 특히 도깨비를 가호하는 ‘자신을 죽이는 신’의 화신 <시우쇠>가 등장해서 나가족과 싸우는 3종족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1부와 2부에 등장해서 나가세계에서 륜 페이를 하인샤대사원으로 인도했던 3인의 구출대가 인간, 레콘 그리고 도깨비를 수호하는 신의 화신을 찾아나서는 수탐자의 역할을 맡아서 처음 찾아낸 도깨비 종족의 화신인 것입니다. 3부에서는 레콘의 수호신을 찾아 북쪽에 있는 레콘족의 최후의 대장간을 찾은 수탐자들은 인내의 시간을 보낸 끝에 막 세상에 태어난 ‘모든 이보다 낮은 신’의 화신 <아가>를 찾게 됩니다. 시우쇠가 세상의 열을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아가>는 무엇보다도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2부에서 예고했던 것처럼 ‘발자국 없는 여신’을 그 화신인 카린돌 마케로우를 냉동장치에 감금함으로써 물을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는 여신의 힘을 사용할 수 있게 된 심장탑 수호자들은 나가족들로 하여금 800년전의 대확장전쟁의 기억을 되살리는데 성공하고 한계선 북쪽으로 진격하여 전쟁이 발발하게 됩니다. 800년전 전쟁과는 달리 레콘까지 참전하는 인간-레콘-도깨비 연합군이 구성되어 나가족과의 전쟁에 나섰지만 수세에 몰리는 듯합니다. 이는 전략적 수세로 엔거평원으로 나가 군단을 끌어들여 대대적인 반격에 성공합니다. 용을 부리는 륜페이의 발전된 기량과 도깨비족의 화신 시우쇠와 도깨비족이 발전시킨 감투가 결정적으로 기여하게 됩니다. 엔케평원의 대첩 이후 연합군은 나가족의 심장부 하텐그라쥬로 진격하여 감금된 ‘발자국 없는 여신’을 구출하는 것이 최선의 전략이라는 판단을 하게 됩니다.

한편 이 사건의 출발지인 나가족의 하텐그라쥬에서는 수호자들의 음모의 가면이 하나씩 벗겨지고 있지만, 나가족집단을 이끄는 여성들은 자신의 심장을 보관하고 있는 심장탑을 장악하고 있는 수호자들과 대결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전장은 북쪽에서 나가족의 하텐그라쥬 방향으로 이동하게 됩니다. 하텐그라쥬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페로그라쥬, 악타그라쥬 그리고 시모그라쥬의 3대 나가도시를 통과해야 합니다. 독자들은 북쪽 연합군이 페로그라쥬와 악타그라쥬를 지키기 위해서 나가족 수호장군들이 저지선을 무너뜨리는 전략에 감탄하실 것입니다.

나가족과 북쪽 연합군이 벌이고 있는 전쟁과는 무관한 것으로 보이는 나가족의 하늘치탐험(하늘치는 하늘을 아무런 목적지 없이 그저 유유히 날고 있는 거대한 생물체로, 수천 개의 눈을 가지고 있고, 그 등에는 정체가 알려져 있지 않은 신비한 유적이 있습니다.)이 드디어 성공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하늘치 유적에 담겨 있는 비밀은 4권에 밝혀질 것 같습니다.

생물에 대한 저자의 독특한 생각을 읽게 하는 부분입니다. 시우쇠가 륜 페이에게 건네는 말입니다. “우리는 너희를 먹어야 하는 존재로 만들었지 … 그게 생명이야.. 모든 동물들이. 식물들이. 생명이란 생명은 모두 먹는다. 먹지 않으면 생명이 아니지. 우리가 만든 것은 그런 것이다. … ‘일단. 먹고 나서.’(211쪽)” 그렇습니다. 생물과 무생물의 구분은 생명활동을 한다는 것인데 그 기본은 먹는 것으로부터 시작되는 것이 옳습니다.

<눈물을 마시는 새>에서 제가 알고 싶은, 눈물에 관한 내용을 정리해봅니다. 나가족은 변온족입니다. 즉 따듯한 기온에서는 활동에 문제가 없지만 기온이 지나치게 낮거나 높으면 활동이 제약을 받게 되는 것이지요. 변온동물의 특징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전편에서 은루(銀淚)를 흘린다는 점을 인용했습니다만, 나가들이 눈물을 흘리는 상황은 다른 인간과는 다른 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나가들은 거의 울지 않는다. 패배에 서러워하며 우는 나가의 모습이란 비현실적이다. 그러나 공포는 전혀 다른 문제다.(66쪽)” 나가족이 눈물을 잘 흘리지 않는다고 하면서도 나가의 눈물이 자주 인용되는 것 같습니다. 비아스에게 붙잡힌 수호자 보트린이 혈루를 흘리는 장면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비아스가 보트린의 눈에 말뚝을 꽂아 피눈물이 흘러내리는 모습입니다.(470쪽) 아마도 상처를 입은 눈에서 흐르는 피가 눈물처럼 흘러내리는 모습을 피눈물로 묘사한 것 같습니다. 레콘이 눈물을 흘리는 장면도 있습니다. 하늘치에 올라 유적을 살펴보던 레콘족 주키가 신체적 고통으로 눈물을 흘리는 장면입니다.(434쪽)

색다른 표현도 있습니다. “내가 저 눈물처럼 흐르는 죽음을 태우는 것은 어떤 자를 구출하기 위해서다. 갇혀 있기에 그 힘을 타인에게 빼앗기고 있는 자를.(217쪽)” 이 장면은 시우쇠가 죽은 두억시니의 몸이 흘러내리면서 다시 삶을 얻는 유해의 폭포를 태우면서  륜 페이에게 이르는 대목입니다. 사실 이 부분에 대한 해석은 쉽지가 않습니다. 유해의 폭포가 사모 페이에게 전하는 시우쇠와의 대화를 통해서 깨닫게 된 점인데 “~그 죽음에 대해 슬퍼할 필요는 없겠지.  … 나는 만족해 더 이상 만족할 수 없을 만큼 만족해!(449쪽)” 두억시니족이 신을 잃게 된 이유를 시우쇠로부터 듣고 유해의 폭포가 얻은 결론이니 아직 밝혀지지 않은 무엇이 남아 있는 것일 것 같습니다. 또한 유해의 폭포는 사모 페이에게 ‘제발 살아가’라고 당부하면서 자기 완성을 위해 살아간다는 자를 조심하라 경고를 하고 있습니다. 그는 누굴까요?

3권까지 정리하면서 저자가 <눈물을 마시는 새>를 모두 4권으로 구성한 것은 각권에 부제를 단 것처럼 사람 4종족에 대한 헌정이라기보다는 이야기 전체의 흐름을 기승전결에 맞추려는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추측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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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을 마시는 새 2 (양장) - 숙원을 추구하는 레콘
이영도 지음 / 황금가지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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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요약한 줄거리를 다시 인용합니다. “나가, 레콘, 도깨비, 인간이라는 네 종족으로 구성된 세계는 나가에 의해 반으로 나뉘어 진다. 그러나 세계의 반을 차지하고 있던 나가들의 사회에 일단의 소요가 발생하고, 성인 의식 도중에 살인 사건이 발생한다. 결국 누명을 쓴 도망자와 그 뒤를 쫓는 추격자의 숨막히는 추격전이 펼쳐지고, 인간과 레콘, 그리고 도깨비로 구성된 구출대가 그들의 추격전에 난입하면서 세계의 위기에 관한 음모가 서서히 밝혀진다.”

<눈물을 마시는 새> 제2권의 부제는 ‘숙원을 추구하는 레콘’입니다. 제목으로 보아 2권에서는 레콘들의 세계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될 것으로 기대하였습니다. 1권에서 나가세계의 중심도시 하텐그라쥬에서 시작된 일부 나가신의 수호자들의 음모를 차단하기 위한 은밀한 미션이 인간의 신을 모시는 하인샤대사원의 대덕과 하텐그라쥬 심장탑의 수호자들이 연계하여 준비되었습니다. 하지만 미션을 수행할 화리트가 누이에게 살해당하는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하면서 화리트는 절친 륜 페이에게 그 임무를 부탁하고 화리트를 인도하여 하인샤대사원으로 안내하게 될 특공대가 구성이 됩니다. 1권의 리뷰에서도 소개하였습니다만, ‘길잡이’ 인간 케이건 드라카, ‘대적자’ 레콘 티나한, ‘요술쟁이’ 도깨비 비형 스라블이 팀을 이루어 나가족 미션수행자를 인도하러 나가들의 한계선 이남의 키보렌지역에 잠입하여 화리트의 대리인 륜 페이를 발견하여 하인샤대사원으로 안내하는 지난한 과정이 2권에서 그려지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화리타를 죽이고 그 혐의를 륜에게 뒤집어 씌운 비아스 마케로우의 농간에 말린 사모 페이가 륜 페이를 죽이려 뒤쫓으면서 급박한 상황을 만들어냅니다. 여기에 800여년 동안 왕이 사라져 공백상태인 인간 세상의 혼란이 상황을 꼬이게 만듭니다.

그런 점에서 보면 이야기의 줄기를 끌고 가는 힘은 케이건 드라카인 듯하지만, 세상에서 사라진 것으로 알려진 용화를 발견하고 이를 용으로 키워낸 륜 페이가 2권을 통하여 이야기의 중심으로 진입하게 됩니다. 결국 주요 등장인물들이 이야기의 줄기를 끌고 가는 다자주인공 스토리로 이야기가 확대되고 있습니다.

일행이 하인샤대사원에 도착하면서 인간세계에서 할거하던 군웅들이 하인샤대사원으로 몰려들면서 상황의 진행이 복잡해지지만, 여기에서 저자는 이야기 줄기에 커다란 반전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즉, 나가신의 수호자들이 신을 죽인 다음 세계의 기후를 변화시켜 나가족들이 한계선 북쪽을 침범하려는 계획을 폭로하고 인간과 공동대응을 모색한 나가신 수호자 세리스마가 사실을 하인샤대사원의 대덕들을 속인 것이라는 사실이 밝혀진 것입니다. 즉 레콘들의 신인 ‘모든 이보다 낮은 신’을 살해하려는 음모를 꾸미고 있다고 폭로한 세리스마가 사실은 나가들의 신인 ‘발자국 없는 여신’을 감금하고 여신의 힘을 신랑인 수호자들이 마음대로 사용하여 기후를 조작하여 한계선 북쪽을 점령하려는 것이 세리스마가 본래 가졌던 음모였다는 것입니다.

여기에서 4종족을 돌보는 여신의 존재가 드러나게 됩니다. 인간을 가호하는 ‘어디에도 없는 신’은 <바람>을 의미합니다. 나가를 가호하는 ‘발자국 없는 여신’은 <물>입니다. 레콘을 가호하는 ‘모든 이보다 낮은 신’은 <땅>입니다. 마지막으로 도깨비를 가호하는 ‘자신을 죽이는 신’은 <불>입니다. 인간의 신을 모시는 사원은 하인샤대사원이고, 나가의 신을 모시는 사원은 나가세계의 도시마다 세워져 있는 심장탑입니다. 하지만 레콘과 도깨비의 신을 모시는 사원은 아직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세리스마의 음모가 드러나면서 한계선 북쪽에 살고 있는 인간, 레콘 그리고 도깨비들은 나가들과의 전쟁을 준비하기 위하여 연합체제를 구축하는데 성공하게 됩니다. 문제는 누가 왕으로서 이들을 영도할 것인가 하는 것입니다. 여기서 케이건 드라카가 왕이 될 것이라는 추측은 저자의 준비된 설명에 의하여 보기좋게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나가와의 전쟁을 주도할 왕으로는 륜 페이를 살해하기 위하여 쫓아왔던 사모 페이가 추대되는 것입니다.

눈물이 그 이유가 되는 것입니다. 케이건의 설명입니다. “(나가 살육자이 내가 아니라) 네 의지로 죽음을 선택했지. 그것은 나가에겐 보기 드문 일이야. 그것은 네가 눈물을 마실 줄 안다는 증거가 되지. … 북부에는 곧 많은 눈물이 흐르게 될 거야. 그걸 마실 자가 필요해. 나가가 그들로 하여금 눈물 흘리게 할 테니 또 다른 나가가 그 눈물을 마셔야 된다는 식으로 생각해 줄 수 없겠니?(538쪽)” 1권에서도 설명한 것처럼 왕은 백성들이 흘린 눈물을 마시는 화려한 역할을 하지만 결국은 죽음에 가장 빨리 이르는 존재라는 것이었습니다.

저자는 자연을 잘 이해하는 분 같습니다. 늦은 가을이 되면 낙엽을 떨구는 나무를 보면서 추위라는 위기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하여 자신의 일부를 죽이는 선택을 하게 된다는 설명입니다. 인간들 역시 위기 상황에서 보다 많은 구성원을 구하기 위하여 자신의 일부를 죽일 수밖에 없는 선택을 할 수 있는데, 이를 희생양이라 부른다는 것입니다. 이와 같은 희생양을 결정하는 방식은 다수의 압박으로 결정되기도 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희생자 스스로가 자신을 지목하는 숭고한 경우도 있습니다. 지난 주 다녀온 국립현충원에서 한국동란 때 동지들을 구하기 위하여 폭탄을 안고 참호에 뛰어든 육탄10용사를 기리는 기념탑을 보았습니다. 이들은 다른 군인들의 강압에 의하여 스스로의 죽음을 결정한 것은 아니었다는 것입니다.

2권의 부제가 ‘숙원을 추구하는 레콘’이라고 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레콘이 이야기의 전면에 나서지 못한 것은 레콘의 속성이 집단을 구성할 수 없고, 신부를 탐색하거나 개인이 추구하는 평생 숙원을 추구하는 길 가운데 선택을 해야 한다는 점이 밝혀지는 것입니다. 케이건이 티나한에게 전하는 충고는 우리도 새겨두면 좋을 것 같습니다. “신부들을 찾게 되면 그녀들을 아끼고 사랑하시오. 오늘은 어제보다 더 사랑하려 애쓰고, 내일은 오늘보다 더 사랑하려 마음먹으시오. 함께 있을 수 있는 시간은 너무도 짧소. 그리고 그녀의 무덤에 바칠 일만 송이의 꽃은 그녀의 작은 미소보다 무가치하오,”

2권에는 고대 아라짓어가 적지 않게 등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자는 아라짓어를 번역해주는 수고를 아끼고 있습니다. 아마도 독자로 하여금 아라짓어를 공부해보도록 권하는 것 같습니다. 그 가운데 한 구절입니다. 하인샤대사원으로 가는 길에 통과하게 된 시구리아트 관문 요새의 유료도로당 보늬 당주와 케이건 드라카가 나눈 아라짓어입니다.

“아치얻브오”

“죠곰도 변호미 업난 그듸 모야히”

전혀 해석이 되지 않는 다른 말과 달리 뒷말은 ‘조금도 변함이 없는 기대 모양이’로 해석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리뷰를 마무리하면서 <눈물을 마시는 새>를 모두 4권으로 구성한 것은 사람 4종족에 대한 헌정이거나, 이야기의 기승전결에 맞추려는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독자에 따라서는 상황에 대하여 저자가 지루할 정도로 설명을 늘어놓거나 반복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지루하다고는 하지만 저자가 창조한 인물 혹은 장소를 이해하기 위해서 필요한 절차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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