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431 | 432 | 433 | 434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철학 연습 - 서동욱의 현대철학 에세이
서동욱 지음 / 반비 / 2011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인문․교양도서를 주로 다룰 예정이라는 출판사 <반비>가 세상에 내놓는 첫 번째 작품이 서동욱교수님의 <철학연습>이라고 합니다. ‘반비’는 ‘세상을 바라보는 반듯하고도 비스듬한 시선’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으며, ‘반성과 비판’이라는 인문정신 고유의 성찰적 태도를 뜻하기도 한답니다. 일단은 제목에 철학이라는 거창한 화두에 ‘연습’이란 단어를 붙였으니, 일단은 저와 같은 문외한이 철학할 기회를 붙잡게 해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어쩌면 온국민이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조국근대화에 매달려 살다보니 ‘왜 사는지’조차 잊고 살아온 세월이 갑자기 슬퍼진 때문일까 싶기도 합니다.

출판사가 전하는 철학이 필요한 이유는, 이성의 노동을 통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지혜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라는 제목의 소개말에서는 “철학은 우리가 느끼는 감정이 깊숙이 감추고 있는 진실을 찾아내, 그 원인들과 당당하게 마주하게 하기도 한다. 또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가 진짜로 대면해야 할 문제들을 밝혀주기도 한다. 늘 새로운 것이 출몰하는 현대의 삶에서, 정말로 바뀌는 것과 바뀌지 않는 것이 무엇인지를 구별할 수 있는 지혜를 주는 것도 바로 철학이다.”라고 철학의 위치를 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철학적인 정의보다는 저자가 프롤로그의 서두에 “참 많고 많은 철학이 있다. 엎집 아저씨의 인생철학이 있으며, 사장님의 경영철학이 있고, 철학관을 운영하는 점쟁이의 신묘한 철학도 있다.”고 슬쩍 비틀어 놓은 것처럼 한때 우리는 한잔 술에 개똥철학을 읊은 기억도 있지만, 이제는 그나마도 잊고 살아왔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삶이 슬퍼진 것 같은 요즘 잊고 살아온 개똥철학조차도 아쉬운 생각이 들게 됩니다.

‘현대철학의 불을 찾아서’라는 제목의 글에서 “삶은 거칠고 의혹투성이다. 인간은 온 힘으로 이 바위를 밀고 나간다. 힘겨운 전진을 하는 이에겐 두 가지 힘밖에 없는데, 바로 생각하는 힘과 그것을 실천하는 힘이다. 갈대에 걸린 바람이 울 듯 인간은 세상의 기운과 대기가 이동하는 길목에 서서 생각을 하고 소리를 낸다. 기술과 노동의 언어로, 그러니까 망치와 근육과 말하기로 생각한 것이 울려퍼지게 한다. 이렇게 생각과 생각의 실현이 바로 우리의 삶이라면, 철학은 이미 인생 안에 깊이 들어와 있는 것이다.”라는 글에서 우리는 체계적이지는 않지만 나름대로의 철학을 세워왔다고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저자는 현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의 삶에서 철학적 가치를 찾아낼 수 있도록 길라잡이를 해주기 위하여 이 책을 펴냈다고 합니다. 즉, 우리 시대의 삶과 사회와 역사를 녹여 담고 있는 현대철학의 흐름을 읽고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려는 목적을 담고 있다고 합니다.

20세기 철학은 ‘현상학(또는 실존주의)’에 이어 ‘구조주의(또는 탈구조주의)’로 철학의 조류가 흘러내렸다고 합니다.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누어진 <철학연습>의 1부에서는 현대철학의 핵심이 되는 사상들을 요약정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2부에서는 현대철학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우리의 삶에서 철학적 개념들을 찾아내는 연습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1부는 다시 3부분으로 나누어서 첫 번째로, 현대철학의 기본틀을 놓은 4명의 철학사상, 즉 스피토자의 자연개념, 키르케고르의 실존개념, 니체의 모든 가치의 전도라는 프로그램, 프로이트가 발견한 무의식의 세계 등을 정리하고, 두 번째로는 독일철학자 후설이 창시한 현상학을 계승발전시킨, 독일의 하이데거의 존재, 프랑스의 사르트르의 익명적 의식, 레비나스에서 타자와의 만남, 메를로퐁티에서의 몸 등으로 이어진 독창적인 사유를 요약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는 현상학과 대척점에서 발전해온 구조주의 철학을 발전시켜온 레비스트로스와 라캉의 언어학적 구조주의와, 들뢰즈와 데리다의 탈구조주의적 경향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구조주의 철학에 관한 몇 권의 책을 통해서 현대철학의 윤곽을 엇비슥하게 그려놓았다고 생각했지만, 현대철학의 흐름 안에서 재인식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저자는 2부에 담은 11개의 글에서 존재, 진리, 차이, 시뮬라크르, 노마드, 돈과 환대, 사랑, 신체, 관상술, 터치스크린 등의 주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1부를 통하여 개념이 어느 정도 되었다고 생각했습니다만, 전반적인 개념파악은 아직 힘이 부치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그 어렵다는 현대철학에 한걸음 다가서는 좋은 기회가 된 것 같습니다. 아마도 아바타, 고도를 기다리며 등과 같이 영화 연극 등 다양한 분야의 자료를 인용하여 이해를 쉽게 하는 저자의 설명방식이 효과적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책 내용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이야기가 되겠습니다만, 대평원으로 나있는 도로 위에서 외발자전거를 타는 소년의 뒷모습을 담은 사진을 어디선가 보았다는 기시감이 책에 대한 친근감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입니다. 또한 제가 철학이라는 어려운 학문을 앞에 두고 한숨짓고 있는 반면에 소년은 끝이 보이지 않는 길을 즐거운 마음으로 나서고 있다는 인상을 받습니다. 그것도 외발자전거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눈물을 마시는 새 1 (양장) - 심장을 적출하는 나가
이영도 지음 / 황금가지 / 2003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눈물에 대한 일련의 공부를 해오던 가운데 조사하던 자료에서 발견한 책입니다. 눈물을 제목에 넣은 이영도작가의 판타지소설 <눈물을 마시는 새>입니다. 순간 판타지 영역에서는 눈물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 강한 호기심이 일었습니다.

<눈물을 마시는 새>는 모두 4권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판타지소설로 분류되지만 모험소설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에 미주알고주알 줄거리를 소개하는 것이 책을 아직 읽지 않으신 분들의 호기심을 반감시킬 수 있다는 생각에 출판사에서 요약한 1권의 줄거리를 소개합니다. “나가, 레콘, 도깨비, 인간이라는 네 종족으로 구성된 세계는 나가에 의해 반으로 나뉘어 진다. 그러나 세계의 반을 차지하고 있던 나가들의 사회에 일단의 소요가 발생하고, 성인 의식 도중에 살인 사건이 발생한다. 결국 누명을 쓴 도망자와 그 뒤를 쫓는 추격자의 숨막히는 추격전이 펼쳐지고, 인간과 레콘, 그리고 도깨비로 구성된 구출대가 그들의 추격전에 난입하면서 세계의 위기에 관한 음모가 서서히 밝혀진다.”

줄거리에 나오는 것처럼 이 책에 등장하는 세계는 나가, 레콘, 도깨비, 그리고 인간이라는 네 종족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읽다 보면 이들은 인간과는 적어도 4촌은 되는 종족이라 여겨집니다. 그리고 신을 믿지 않아 동등한 종족으로 대우받지 못하고 있는 두억시니족도 나옵니다. 마치 영화 스타워즈를 보면 인간과 다른 모습과 능력을 가진 종족들이 우주를 통해서 공존하고 있는 모습처럼 말입니다. 스타워즈에서는 인간이 우주여행이 가능해지면서 다른 별에 사는 종족들과 교류하는 과정에서 섞여 살게 된 것으로 보입니다만, “심장을 적출하는 나가”라는 부제를 단, 이 책의 1권에서는 4종족의 시원에 대하여 구체적인 설명은 아직 없습니다. 다만 비늘이 덮여있고 심장을 적출함으로써 반영생을 얻게 되는 나가족 세계가 주무대가 되고 있습니다.(2권은 레콘이, 3권은 도깨비가, 그리고 완결본인 4권은 인간이 제목에 각각 들어있습니다.)

1권에서 나가, 레콘, 도깨비, 그리고 인간이라는 네 종족과 두억시니족의 존재에 대한 느낌은 지구상에 인류의 조상이 등장한 이래로 현생인류에 이를 때까지 그리고 어쩌면 미래에 등장할 수도 있는 신생인류의 존재에 대한 작가적 상상을 느낄 수 있습니다. 셋만이 하나를 대처할 수 있다. 즉 4종족은 나름대로의 강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먼저 나가족은 비늘로 몸을 감싸고 있으며 심장을 제거하면 반영생을 얻어 죽이기가 어렵고, 도깨비족은 불을 잘 다루고 딱정벌레를 타고 날아다닐 수도 있으며, 영과 육체가 분리될 수 있습니다. 레콘족은 독수리처럼 깃털로 덮여있고 빠른 속도로 달릴 수 있으며 거대한 신체를 가지고 있는 전사로 고대 타이탄족이 연상됩니다. 반면에 인간은 털도 없고 반영생도 누릴 수 없으며 빠르게 달릴 수도 없는 신체적 장점은 별로 없지만 지혜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저자가 보여준 4종족의 차이점은 “인간은 물로 몸을 씻는다. 도깨비는 불로 몸을 태운다. 레콘은 오래된 깃털이 뽑혀나간다. 그리고 나가는 늙은 피부를 벗고 새로운 몸을 얻는다.” 사실 이런 차이점은 최근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유전자공학이 발전하다보면 다양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종족이 만들어질 수도 있겠다 싶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어린선이라는 유전병은 피부에 물고기 비늘과 같은 변화가 특징이기도 합니다.

1권에서는 4종족 가운데 나가와 인간만이 눈물을 보여줍니다. 저자는 나가 은빛 나는 눈물을 흘리는데 시야를 모두 가려 은빛 암흑을 만들어내는 반면 불신자들은 투명한 눈물을 흘린다고 했습니다(144쪽). 아! 두억시니의 눈물도 있었습니다. 눈물샘에 이상이 있는 듯, 끊임없이 울고 있는 두억시니의 모습이 마치 탈수증에 걸린 것처럼 보였다(314쪽)는 표현도 있습니다.

이 소설의 제목 <눈물을 마시는 새>의 의미는 인간 케이건의 설명에서 새길 수 있습니다. “네 마리의 형제 새가 있소. 네 형제의 식성은 모두 달랐소. 물을 마시는 새와 피를 마시는 새, 독약을 마시는 새, 그리고 눈물을 마시는 새가 있었소. 그중 가장 오래 사는 것은 피를 마시는 새요. 가장 빨리 죽는 새는 뭐겠소?(366쪽)” 그리고 눈물을 마시는 새에 대한 비유가 또 나옵니다(439쪽). 

“왕은 눈물을 마시는 새요. 가장 화려하고 가장 아름답지만 가장 빨리 죽소.” 

“왕이 다른 사람의 눈물을 마시는 사람인가요?”

왕이 백성의 눈물을 받아 마시기 때문에 백성들은 눈물이 마르게 된다는 비유도 있습니다.

판타지소설이라서 느낀 점인지 모르겠습니다만, 작가의 서정성이 담긴 장면묘사가 눈길을 끌었습니다. 예를 들면, “뒤엉킨 가지들 사이로 쏟아져 내리는 달빛은 질량을 가진 무거운 모래가 흘러내리는 것처럼 보였다.”, “키보렌의 어둠은, 딱딱한 나무 등걸을 타고 흘러내리는 이슬로 몸을 씻고 음습한 초향 속에서 태양을 향해 소리 없이 호곡하는 그 어둠은, 신록으로 자신을 뒤덮은 대지가  완강히 햇살을 거부한 채 터무니없이 긴 시간 동안 키워온 밤의 사생아였다.” 등입니다.

예스24에 따르면『눈물을 마시는 새』의 팬사이트는 ‘눈물을 마시는 새 위키(http://cgi.chollian.net/~hspia/wiki/tearbird/wiki.pl)’에서는 독자들이 참여하여 작품에 대한 심층적인 연구와 분석을 진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예를 들면, 작품 속에 등장하는 ‘하인샤 대사원’이 ‘해인사’에서 나왔다든가, 등 작품의 등장인물과 지명, 사물 및 속담에 대한 분석을 올리고 있다고 합니다. 제 경우는 하이얀 대사원에 대한 작가의 설명을 읽으면서 티베트 포탈라궁을 떠올린 것은 아마도 산중에 엄청난 규모로 지어올린 궁전을 연상했기 때문일까요?

1권에서는 나가족 심장탑을 둘러싸고 음모가 진행되는 가운데, 하이얀 대사원의 대선사와 나가족의 심장탑의 수호자들 사이의 밀약에 따라 진행되는 인간구원의 프로젝트의 1단계 미션을 수행할 주체자를 나가족의 영지에서 구출해서 하이얀 대사원으로 인도되면, 앞으로 어떤 상황이 전개될지 호기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엄마 살아계실 때 함께 할 것들
신현림 지음 / 흐름출판 / 2011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난 한번도 좋은 딸인 적 없습니다.”라는 감당하기 쉽지 않은 고백을 하고 있는 신현림 시인의 에세이 <엄마 살아계실 때 함께 할 것들>은 우리시대의 자식들이 외면해온 상처를 아프게 자극하는 메시지입니다. 

그녀의 고백에 가까운 권유가 더욱 마음에 새겨지는 것은 앞서 읽은 조 피츠제럴드 카터의 <엄마 엄마 엄마>에서 임종을 지켜보지 않은 채 어머니를 떠나보낸 다음 적은 뒷이야기와 달리 어머니에 대한 애틋함을 절절하게 적고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카터의 모친의 결심과 관련하여 새겨볼 구절을 소개합니다. “죽음과 친구가 되는 법을 익힘으로써 삶을 좀 더 강하고, 편하고, 성숙하게 만들 것을 권한다. 목회자는 내 여동생은 나에게 죽음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방법을 메일로 전해왔다. ‘죽음을 극단적으로 생각하지 말고, 정말 슬프고 끔찍한 일로 생각하지 말고, 또 다른 시작을 위한 준비로 여긴다면 그렇게 괴로운게 아닐거야. 후회없는 생을 위해 가장 가까운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덕을 품고 살아가야겠지. 이기심을 버리고, 선과 덕을 실천하고, 그리고 무엇보다 좋은 방법은 자신을 포기하고 나눈 것이야. 언니.’”

시인은 프롤로그의 제목을 ‘살아계실 때 잘하란 그 흔한 말, 그때는 몰랐다’라고 적고 있는 것처럼 우리 모두 같은 이야기를 하게 된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고 있습니다. 오죽하면 송강 정 철선생은 “어버이 살아 신제 섬기기를 다 하여라. 지나간 후면 애달프다 어이하리. 평생에 고쳐 못할 일 이 뿐인가 하노라.”고 했고, 공자님께서도 “나무는 가만히 있으려 하나 바람이 가만 두지 않고, 자식이 효도하려 하나 부모가 기다려주지 않는다.(樹欲精而風不止 子欲養而親不待)” 했겠습니까? 

시인은 ‘1부 난 한번도 좋은 딸인 적 없다’, ‘2부 후회없는 시간을 위해 지금 해야 할 것들’, ‘3부 사랑하라 사랑할 수 있는 한’이라 붙인 제목 아래 모두 서른 가지의 소소해보이지만 부모님께서 흡족하실만한 일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 이야기 ‘살림돕기’에서 시인이 소개하는 소소한 일은 이렇습니다. “살림을 돕는다는 건 대단한 걸 말하는 게 아니다. 작은 배려의 문제다. 쓰레기 버릴 때 봉투하나라도 들어주어 오가는 수고로움을 덜어주는 것, 자기 방이라도 정리정돈 잘하는 것, 밥 벅고 자신이 먹은 밥그릇만큼은 설거지통에 넣어주기, 양말 한짝이라도 뒤집어 놓지 않고 세탁조에 넣어두기 등등”입니다.

사실 고등학교 때까지도 새벽이면 나오기 싫은 이불에서 빠져나와 두부공장에 두부사러가기 가마솥에 불때기 등등 나름 살림을 도와드렸던 기억이 생생한데 어머니께서는 기억이 없다 하실 때 조금은 섭섭함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앞에 시인이 예를 들었던 살림돕기는 아마도 아내가 아이들에게 바라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물론 시인이 추천하는 소소한 일이 이 땅의 모든 부모에게 맞아 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살아가는 모습이 모두 다르기 때문입니다. 시인은 자기 짝을 찾아 안정감 있게 사는 게 최고의 효도임은 분명하다고 했습니다만, 제 경우는 결혼이 늦어지게 된 데 부모님 의중이 조금은 작용했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이 점에서는 크게 불효를 한 것 같지는 않습니다.

저자가 평소 부모님께서 하신 말씀을 지키지 못해 안타까워하는 것처럼 저 역시 자유롭지 못한 부분이 있습니다. 아직도 생생하게 남아 있으면서도 지키지 못하는 한 가지는 ‘술을 마시되 절제하라’는 선친 말씀입니다. 젊어서는 선친께 종아리를 맞은 적도 있었지만 막상 술을 마실 때는 기억하지 못하니 참 병입니다. 하지만 선친께서 돌아가셨을 때는 정말 술을 멀리하려 애를 많이 썼습니다. 임종도 제대로 하지 못했지만 상을 치루는 동안부터 49재를 올릴 때까지 선친께서 남기신 유고를 정리해서 책으로 묶어내는 일에 매달리면서 술을 멀리했습니다. 결국은 49재 때는 선친 호를 따서 “소운집(嘯雲集)”이라는 유고집을 만들어낼 수 있었습니다. 

신현림 시인의 책을 받은 첫 느낌은 “참 예쁘다.”였습니다. 시인이면서 사진작가인 때문인지 글의 의미를 담은 사진이 제자리에 놓여 글의 감동을 크게 만들어주고 있습니다. “사랑할 수 있을 때, 뭐든 죽도록 사랑하세요!”라고 적어주신 시인의 마음 쓰심에 감사를 드립니다.

제가 올린 리뷰를 읽으신 슬로우 리더/라이터님께서 덧글을 통하여 지적해주신대로 신현림 시인의 <엄마 살아계실 때 함께 할 것들>은 ‘가정의 달 5월’을 따듯하게 만들어줄 가슴 찡한 글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431 | 432 | 433 | 434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