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었다고 생각할 때 해야 할 42가지
밈 아이클러 리바스.크리스 가드너 지음, 이다희 옮김 / 흐름출판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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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었다고 생각할 때 해야 할 42가지>라는 긴 이름의 책의 저자 크리스 가드너는 “나는 안되는구나, 하고 포기하고 싶을 때가 있다. 그때 지금 그 자리에서 다시 시작하라. 세상에서 가장 큰 선물은 자기 자신에게 주는 삶이다.”라고 독자를 격려하고 있습니다. 제가 지금 딱 그런 생각이 들려고 하고 있습니다. “아~~! 나는 안되려나 보다.”

저자는 “평범한 삶이 지겹다면, 삶을 뒤흔들고 싶어 안달이라면, 자신을 재창조하고, 너무 좋아서 아침이 기다려지는 일을 찾고 싶은” 사람들에게 힘이 될 이야기를 전하고 싶어 이 책을 썼다고 했습니다. 그렇군요. 바로 저같은 사람이군요. 성공하는 지름길을 알려주겠다는 내용을 담은 자기계발서가 책장에서 넘쳐나고 있지만, 아직도 배가 고픈 사람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 책은 성공에 이르는 지름길을 안내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다만 절망의 순간에서도 자기 자신에게 기회를 주고 끝까지 삶을 포기하지 않았던 자신의 경험을 가감없이 전함으로써 읽는 사람 스스로가 힘을 얻도록 만드는 묘한 책입니다.

흔히 우리는 누군가를 닮는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보면 독한 시집살이를 하는 며느리가 나중에 시어머니가 되면 절대로 똑같이 하지 않을거란 맹세를 하지만 세월이 흐른 뒤에 시어머니보다 더 독하게 며느리를 대하게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합니다. 하지만 악순환의 고리를 누군가가 끊어내지 않으면 그 사회는 발전이 없게 마련입니다. 가드너 역시 자신을 버린 친부, 폭력을 휘두르는 양부 밑에서 성장하면서 자식을 책임지는 아버지가 되겠다 굳게 맹세한 바를 실천하기 위하여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다고 합니다. 심지어는 길거리에서 노숙을 하면서도 어린 자식을 버리지 않고 챙겼다고 하는데, 그런 부성애는 훌륭한 아버지상으로 보답을 받게 된 것 같습니다.

이 책은 원저의 제목 <Start where you are>처럼 무언가 해보려하다 벽에 부딪혀 좌절하는 사람뿐 아니라 세상에 처음 나서는 사람들에게도 좋은 지침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무언가를 이루려는 목표를 가진 사람들이 새겨두어야 할 42개의 덕목을 모두 다섯 개의 장으로 나누어 담았습니다.

“‘현재’라는 소중한 기회 깨닫기”라는 부제를 단 ‘제1장 문제뿐인 인생에서 기회뿐인 인생으로’에서는 추구, 자기강화, 태도, 독창성, 목적의식, 촉구, 영감, 새로운 관점, 연구개발, 열정 등 10개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첫 번째는 역시 꿈을 가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지난해 인기몰이를 했던 드라마 ‘선덕여왕’에서 미실은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했다고 합니다. “오직 꿈꾸는 자만이 계획을 세우고 방법을 찾아낸다.” 그렇습니다, 모든 일은 꿈을 가지는데서 시작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꿈을 달성하기 위하여 최선을 다하라는 내용입니다.

“과거를 길잡이 삼기”라는 부제를 단 ‘제2장 가시밭같은, 황금 같은 과거’에서는 누구나 기억에서 지워버리고 싶은 가시밭길 같은 과거가 있기 마련인데 그 과거를 절대로 지워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섶에 누워 자고 쓴 쓸개를 맛본다.’는 의미를 가진 ‘와신상담(臥薪嘗膽)이라는 사자성어는 오왕 구천과 월왕 부차 사이의 원한관계가 업치락뒤치락하는 과정에서 패전의 아픈 과거를 잊지 않기 위하여 두 사람에 가시나무 자리에서 자고 쓸개를 핥으면서 과거를 새겼다는 의미입니다. 즉 과거의 아픈 기억으로부터 미래의 희망을 일구어내는 동력을 구한다는 뜻에서 자유, 자기인식, 자기발견, 정체성, 용서, 믿음, 동기부여, 독립, 용기 등을 화두로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습니다.

“가진 힘을 다해 ‘모루’ 때리기”라는 부제의 ‘제3장 성공과 가까워지는 유일한 길’에서는 마치 모루 위에 한껏 달궈진 쇠를 올려놓고 망치로 두드려  단련시키듯이 정해진 목표를 향해 모든 힘을 쏟아붓도록 스스로를 채찍질하라는 의미로, 자발적 행동, 자신감, 전환가능한 기량, 탄력성, 마케팅, 진정성, 자제력과 품성, 네트워킹, 집중력, 지역사회 등이 키워드가 되고 있습니다. “자신의 역량을 최대치로 끌어올리기”라는 부제를 단 ‘제 4장 업무의 달인에서 인생의 달인으로’에서는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서 베스트가 되는 길을 안내하기 위한 위험부담, 재창조, 타이밍, 적자생존과 적응력, 균형감각, 삶의 가치, 기여, 시야 확보를 키워드로 삼아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어둠 몰아내기”라는 부제를 단 ‘제5장 내면의 가장 좋은 부름에 답하라’에서는 깨우침, 치유, 풍요, 경외심, 성장을 키워드로 하여 마음을 다스리는 길, 종교의 도움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각 장을 시작하면서 주제에 대한 저자의 생각을 정리하고 개별 키워드를 요약해주고 있어 독자들이 줄거리를 잡고 읽을 수 있게 해주는 센스를 볼 수 있습니다.

저자의 글은 참 쉽게 읽힙니다. 아마도 자신의 말로 녹여서 독자들에게 전하고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출애굽기에서 하느님께서 모세에게 전한 “지팡이를 손에 들고 가서 그것으로 징표를 행하라”는 말씀을 “능력이나 자원이 부족한 것 같다고 해서, 혹은 우리가 위대한 일을 하기에 충분히 높은 위치에 있지 않다고 느껴서 스스로를 제한해서는 안 된다고 가르치고 있다.(56쪽)”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부산출장길에서 올라오면서 단숨에 읽었습니다. 아마도 어린 아들을 데리고 홈리스생활을 했다는 저자의 고백하기 힘든 과거사를 읽으면서 공감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직장을 가지고서도 홈리스생활을 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습니다. 그리고 보니 제도 직장생활을 시작할 적에 홈리스였다고 해야할 것 같습니다. 공부하다보면 자정을 넘기기 일쑤인데다 아침 일찍 일을 시작해야되기 때문에 사무실에서 먹고 자는 생활이었으니까요. 그때는 그런 생활이 홈리스라는 생각을 해보지 못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그렇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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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신화에서 사랑을 읽다
한대균 지음 / 이담북스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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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에 대한 우리의 생각이 구체적이지 못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우리 사회에 신화라고 내려오는 이야기가 많지 않아서 일 것 같습니다. 하지만 신화는 알게 모르게 생활에 녹아들어 우리의 삶에 연관을 맺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습니다. 특히 그리스-로마신화는 다양한 형태로 재해석되어 예술작품으로 우리에게 알려져 있을 뿐 아니라 그로부터 파생된 경구도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한대균교수님의 <그리스 신화에서 사랑을 읽다>에서는 그리스 신화 가운데 사랑이 매개하고 있는 것들을 중심으로 하여 당시의 사회상을 추론하고 이를 오늘날의 시각으로 재해석하고 있어 흥미롭다 하겠습니다.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그리스 신화는 재미있지만, 등장인물 사이의 관계가 너무 복잡해서 읽는 과정에서 헷갈리기 일쑤라는 점입니다. 한대균교수님은 그런 불편함을 감안하여 등장인물의 관계를 비교적 소상하게 설명하고 있어 읽는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저자는 머리말에서 사랑과 관련되어 여성이 신화에서 어떻게 묘사되고 있는가에 대한 냉철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특히 판도라라고 하는 여성 때문에 인류가 불행에 빠지게 되었다거나, 전쟁에서 승리하고 돌아온 남편 아가멤논을 정부를 시켜 살해하는 클리타임네스트라가 사랑에 눈이 먼 독부로만 인식되는 등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여성들의 모습이 대체적으로 부정적으로 그려지고 있는 것에 대하여 강하게 이의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그리스 신화의 기원으로부터 제우스가 올림푸스의 주신으로 자리매김하기까지의 과정부터 설명을 시작하여 인간을 사랑한 프로메테우스와 제우스신의 대립, 신과 인간의 사랑을 다루고 있고 아르고 원정대 이야기나 트로이전쟁, 그리고 우리도 잘 알고 있는 테베의 불행한 왕 오이디푸스와 그의 자식들에게까지 이어진 불행이 안타깝습니다.

영웅 헤라클레스의 이야기 가운데는 광기에 빠져 아내와 아들을 죽이게 되는데 이런 신의 행동을 그리면서 “신이나 영웅이 완벽한 존재가 아니며, 그들은 도덕적으로 어느 때는 평범한 인간보다 더 퇴락할 수도 있는데 중요한 것은 이런 약점들이 그들의 영웅적 행위로 인하여 극복되고 있다”고 적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네 현실을 그렇지 못해 완벽한 사람을 요구하는 추세가 점점 강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한 번의 실수도 사람들의 엄청난 비난의 대상이 되고 인터넷의 막강 파워를 통하여 거의 사회에서 매장되다시피 하는 것이 요즘 현실인 듯 합니다.

사실 그리스 신화를 읽다보면 신이나 영웅이란 캐릭터들의 난잡한 사랑을 나누고 그리고 자식을 낳고서는 다음 이야기는 없는 것을 보면 순간적인 욕망에 충실했던 것으로 보여진다는 점입니다. 또한 욕망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부자관계나 부부관계는 아무런 걸림돌이 되지 못하고 서로 죽여서라도 취할 것을 취하는 시쳇말로 도덕과 윤리가 땅에 떨어진 세상이었다는 생각이 든다는 것입니다.

특히 여성이 부모와 남편으로부터 등을 돌리고 사랑에 빠진 남자편을 드는 상황이 자주 소개되고 있는데, 황금양피를 찾기 위하여 아르고호에 승선한 55인의 영웅들을 이끌고 콜키스에 도착한 이아손을 보고 한눈에 반한 아이에테스왕의 딸 메데이아는 이아손을 죽이려는 아버지를 배신하고 황금양피를 구할 방도를 가르쳐주었을 뿐 아니라 이아손을 따라 고국을 등지게 되고, 심지어는 오빠를 죽게만들기까지 하게 되는데, 헤라여신이 아프로디테에게 부탁했기 때문에 이아손과의 사랑에 눈멀게 된 메데이아에 대한 저자는 폭력적인 아버지의 화를 피해 달아나게 된 난민이며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헤쳐나가는 강인한 여성상으로 다시 해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사랑도 불행으로 마무리되는데 콜키스를 떠나 코린토스의 크레온 왕에게 잠시 의탁하게 된 이아손이 크레온왕의 딸 클라우케를 부인으로 맞게 되자 클라우케를 죽이기 위하여 이아손과의 사이에서 난 자식들까지 죽음으로 몰아넣는 독한 면모를 보입니다.

이런 과정까지도 저자는 메데이아의 입장을 고려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메데이아는 진실로 이아손을 사랑하여 조국과 아버지를 배신하고 오빠를 죽이면서까지 이아손을 쫓아 그리스로 왔지만, 이아손은 자신을 위하여 그야말로 정략적 결혼을 한 것이라는 것이므로 누가 가해자고 누가 피해자인지 가리는 일이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하지는 에로스가 화살을 이아손에게는 쏘지 않았고 메데이아에게만 쏘았기 때문에 메데이아의 일방적인 사랑이 시작된 것이고 이아손은 그것을 이용한 것에 불과할 수도 있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안티고네에 대한 이야기를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대학에 다닐 적에 활동한 연극반에서 소포클레스 원작의 안티고네를 무대에 올린 적이 있습니다. 당시 저는 스태프를 맡았지만, 극을 준비하는 과정을 지켜보고 있었기 때문에 극을 어떻게 해석했는지 기억이 납니다. 절대권력 크레온왕에게 대항하여 신념을 지키는 안티고네에 무게를 두어 해석했는데, 그때가 1975년이니 제3공화국의 강압적인 사회분위기에 대한 저항을 담아내려는 의미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하지만, 지금 다시 읽어보면 권력욕에 사로잡혀 남의 나라의 군대를 동원하여 조국을 침범한 오빠 폴리케이네스의 시신을 벌판에 버려두고 시신을 거두는 자는 죽음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선언한 크레온왕의 입장은 충분히 이해할 수가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티고네는 가족의 의리를 국가의 안위보다 앞세워 왕명을 거스르는 희생양이 되기를 자처하게 되고 결국은 자신의 목숨 뿐 아니라 약혼자와 그의 어머니 크레온의 아내까지도 자살하게 만들어 가족의 파멸로 이끌게 되는 것입니다. 저자는 이 역시 한 남자의 무모함과 잘못된 통치로 인하여 왕가의 파멸이 초래된 것이며, 안티고네는 남성중심 사회의 폭력에 저항하다 죽음을 맞이한 여인이며, 부당한 국가 권력에 의하여 희생된 존재로 해석하고 있습니다만, 저는 이와 같은 해석에 동의하기가 어려울 것 같습니다.

지금도 “‘아니’라고 하기는 쉽다. 하지만 ‘예’라고 하려면 땀을 흘리고 팔을 걷어 부치고 나서야 한다. ‘아니’라고 하기는 쉽다. 비록 그 말이 죽음을 의미하더라도 ‘아니’라고 하기는 쉽다. 조용히 앉아서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살아가면서 죽어지기만 기다리면 된다. 이것이 비겁한 자의 역할이다.”라고 낮은 음성으로 안티고네를 설득하던 크레온왕의 묵직한 목소리가 기억됩니다. 그때 크레온왕을 연기했던 선배님은 의과대학졸업반이었음에도 시간을 내 무대에 섰고 중후한 연기로 시내 여학생들의 인기를 한몸에 받았던 것도 기억납니다. 다시 크레온왕의 선택으로 돌아가서, 아들의 약혼녀이고 조카딸의 목숨을 살려주고 싶은 생각은 간절하지만 뜻을 굽히지 않고 희생자 역살을 포기하지 않는 안티고네를 살려줄 수 없는 것이 통치자로서의 입장이라는 점을 고심하게 되는 크레온왕이고 그런 크레온의 심중을 읽기라도 한 듯이 목을 매어 자살한 안티고네입니다.

사족이 될 수도 있습니다만, 깔끔하고 고급스러워 보이는 종이를 것은 본문 내용에 어울리는 미술품의 해상도를 고려한 선택으로 보입니다. 루브르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프랑수와 제라르의 <에로스와 프시케>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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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의 물결, 녹색 인간
이진우, 이은주 지음 / 이담북스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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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의 물결’도 그렇고, ‘녹색인간’ 역시 뜬금없는 이야기가 아닐까 싶었습니다. 얼마 전 읽은 <컨버저노믹스; http://blog.joinsmsn.com/yang412/12347264>를 통하여 앨빈 토플러는 녹색혁명이 제4의 물결이 될 것이라고 예견했다고 했습니다만, 아직 제3의 물결로 우리에게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는 정보화혁명을 뒤이어 이상문박사는 <컨버저노믹스>를 통하여 융합혁명이 제4의 물결이 될 것이라고 예견하고 있습니다만, 어떤 분야가 제4의 물결이 될 것인지 구체화되지 않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전지구적 환경위기를 타개할 결정적인 방법이 손에 잡히지 않고 있는 현재로서 녹색혁명이 당장 우리 삶을 지배할 것으로 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지 않나 싶습니다.

이진우박사와 이은주박사가 녹색혁명을 제5의 물결로 예상한 것은 “이 시대를 특징짓는 사건은 뭐니 뭐니해도 경제위기와 환경위기일 것이다. 경제위기는 수년 내에 극복되겠지만 환경위기는 그렇게 단기간에 극복될 문제가 아니다.(15쪽)”라고 머리글에 적은 것처럼 녹색혁명의 본질이 아직은 구체화되지 못하고 있음을 고려한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다만 환경위기와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하여 ‘나’가 아니라 ‘우리’를 먼저 생각했던 옛날로 돌아가 영성을 회복하는 일이 이 시점에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복지포퓰리즘에 젖다보니 노동없이 쉽게 돈벌려 하는 뜬구름을 잡는데 몰입하고 있는지 모릅니다. 저자들은 “허영심에 들뜰 때 벌어서 먹고살아야 하는 지금과 같은 현실이 더 지겹게 다가오지만 노동하여 돈을 버는 것을 당연히 여기고 묵묵히 일하다 보면 어려운 시기도 어느덧 지나가 버릴 것”(35쪽)이라며 경제위기에 속에서 제일 필요한 덕목은 당연히 ‘근검절약’이라고 주장합니다.

심리학을 전공한 이진우박사와 인도철학을 전공한 이은주박사 두 사람은 이 책에서 전공을 충분히 살려 구체적인 데이터를 바탕으로 하여 경제위기와 환경위기를 논하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길보다는 기본적인 데이터에서 출발하여 우리의 삶과 글로벌경제에 이르기까지 사색의 심연을 넓혀가면서 우리가 당면한 위기를 해결할 고리를 영성의 회복에서 찾아내고 있습니다. 여기서 영성이라 함은 특정종교를 지목하는 것은 아닙니다. 종교인은 자신이 믿고 있는 종교관을 통하여 비종교인은 스스로의 마음수련을 통하여 얼마든지 영성의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고 전합니다.

대체적으로 보면 우리는 오랫동안 이분법적 논리에 젖어왔던 것 같습니다. 한 쪽이 맞으면 다른 쪽은 틀렸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세상에 흠결없는 완전함은 존재할 수 없다고 할 것입니다. 저자들은 이분법적 사고의 위험성을 날카롭게 지적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한쪽에서는 정부가 주도하는 통제정책을 옹호하고 또 다른 한쪽에서는 시장의 자율성에 맡기는 시장경제정책을 옹호하지만, 이 두 주장 모두 그 모든 경제행위의 주체가 인간이라는 것을 간과하고 있다(89쪽)”는 점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인간이 그렇게 도덕적이지도 균형잡혀 있지도 못하다는 것입니다. 지금의 경제위기와 환경위기를 극복하기 위하여 이분법적 사고의 틀로 접근해서는 실패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일단은 지구환경의 지속가능성이라는 원칙 아래 통전적 시각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합니다.

한문공부를 제대로 하지 못한 세대입니다만, ‘수신제가(修身齊家)’가 세상만사의 시작이라는 것은 듣고 있습니다. 저자들은 녹색경제의 패러다임은 개개인의 자기계발로부터 출발하여 그러한 개인들의 사회적, 정치적 참여 그리고 생태환경체계로 상호결합하는 관계로 발전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즉 녹색경제는 레드오션을 타개한 블루오션을 너머 그린오션으로 개념을 발전시킬 것을 주문하고 있습니다. 그 출발점은 ‘나’서부터 친환경 생활양식을 체질화해야 할 것입니다. 환경을 파괴하는 쓰레기배출을 줄이고 에너지낭비를 줄일 수 있는 검약한 생활태도를 견지해야 합니다. 저자들은 그 구체적 실천방안들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저자들이 제목에서 제시한 ‘녹색인간’이란 지구 환경보호를 위한 생활양식의 선택은 물론 개인적 삶 전체에서 거품을 제거하는 노력을 통해 심플 라이프를 살아가며 영적 성장을 추구하기 위해 자기규율을 계발하는 인간으로 이해되기를 희망합니다(184쪽).

그린오션시대에 등장하게 될 녹색경제 역시 주도권을 쥐는 나라의 영향력이 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지구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국제적인 노력에 가장 열의를 보이지 않는 나라로 미국을 지목하고 있습니다만, 사실 환경운동을 가장 활발하게 전개하고 있는 나라는 역시 미국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런 움직임이 찻잔의 태풍으로 그칠 것인가 아니면 지구적 운동으로 발전하여 제5의 물결이 될 것인가 하는 것은 정책, 기업방식, 생활양식을 위한 가장 효과적인 실천방법과 대안들이 구체화되어야 할 것입니다.

녹색인간, 제5의 물결로 우리 삶을 변화시킬 수 있도록 마음공부를 통하여 스스로를 변화시키는 노력이 첫걸음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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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 강화를 위한 미술치료 프로그램 전문가를 위한 미술치료 프로그램 시리즈
김선현 지음 / 이담북스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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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의과대학교 차병원 임상미술치료클리닉의 김선현교수님의 <인지강화를 위한 미술치료 프로그램>을 읽게 된 계기는 제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치매환자의 인지기능을 보존하는 치료방법으로 미술요법이 효과가 있다고 하기 때문에 이 분야에 대하여 알아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이 책의 들어가는 글에서도 “인지적 치료는 인간의 사고와 인식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인간의 행동을 변화시키는 데 초점을 맞춘 구조화된 치료방법이다.”라고 정의하고 있는 것처럼 인지기능이 점점 떨어져가는 치매환자에게 인지기능을 강화하는데 도움을 주는 치료법의 하나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책을 받고 보니 제 희망과는 조금 거리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 책은 아동, 특히 자폐나 ADHD 등과 같은 특정질환을 가진 아동에게 치료적 차원에서도 효과가 있을 뿐 아니라 학습부진이나 가벼운 우울증, 스트레스와 같은 일상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는 아동들에게 질병 예방적 차원에도 효과를 볼 수 있는 교재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아동들에게 인지적 미술치료를 적용할 때 유의해야 할 사항으로는, “첫째, 아동은 복잡한 문제를 이해하는 능력이 부족하므로 이미지로 표현될 수 있는 구체적인 예를 제시하여야 한다. 둘째, 아동이 표현한 작품에 질문을 할 때 개방형의 질문보다는 선택의 여지를 주는 답을 제시해 줄 수 있어야 한다. 셋째, 성인이 아닌 아들의 관점에서 볼 때 합리적인 것이 무엇인지를 다루어야 하므로 아동의 인지적 왜곡 그 자체보다는 주로 사고과정에서 빠진 부분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 책의 구성은 치료와 교육현장에 있는 교사, 치료사, 미술가, 상담사 모두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책의 구성을 보면 사진에서 보시는 것처럼 첫페이지에는 학습자료가 추구하는 목표와 기대효과, 난이도, 소요시간 등이 요약되어 있고, 활동순서, 심리적 이론 및 근거 준비물 및 주의사항이 잘 정리되어 있습니다. 사진은 학습의 진행경과에 따른 작업의 진척사항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간결하면서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편성되어 있고, 가수 비와 같이 아이들에게 친근한 모델이나 주변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소재를 다루고 있는 점이 특징적이라 하겠습니다.  

처음 기대했던 바와는 다소 거리가 있었습니다만, 미술이 인지기능을 강화하는 치료법으로 적용하고 있는 자료로서 충분히 도움이 되었습니다. 인지강화가 필요한 아동들과 관계를 가지고 계신 분들이 보시면 많은 도움을 받으실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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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2 - 세계신화총서 6
쑤퉁 지음, 김은신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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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의 의미를 찾고 있습니다. 이영도작가의 판타지소설 <눈물을 마시는 새> 시리즈를 통하여 눈물과 통치자의 덕목에 관한 철학(?)을 깨우치게 되었다는 말씀을 드린 적이 있습니다(http://blog.joinsmsn.com/yang412/12204049). 그리고 중국인의 심연을 그려내고 있는 쑤퉁의 작품 <눈물>에서도 민초의 눈물의 의미를 다시 깨닫게 됩니다.

출판사의 소개에 따르면 쑤퉁의 소설 <눈물>은 중국 4대 민간설화(‘견우직녀’ ‘백사전’ ‘맹강녀’ ‘양산박과 축영대’) 중 하나인 맹강녀 이야기를 소재로 하고 있다고 합니다. 설화에 따르면 진시황의 만리장성 공사에 징발된 남편을 찾아 나선 맹강녀가 남편이 이미 죽었다는 말을 듣고 성 밑에 쓰러져 울기 시작하자 열흘 만에 성이 와르르 무너지고 남편의 유골이 나타났다고 합니다.

‘일부함원(一婦含怨)이면 오월비상(五月飛霜)한다’는 옛말이 있습니다. 그만큼 여인네의 한이 무섭다는 경종의 말이기도 합니다만, 맹강녀의 설화는 민초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는 왕은 오래갈 수 없다는 경구를 담고 있다고 보입니다. 그렇지만 한 여인이 열흘을 울어 돌로 쌓은 장성이 무너져 내리는 일이 가능할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은 건조한 자연과학적 호기심 때문일까요? 하지만 최근 문제가 된 강변고층건물의 떨림을 공진현상으로 설명하고 있는 것처럼 맹강녀의 울음의 떨림이 장성에 쌓은 바위덩이들의 미세한 틈새에 생긴 떨림과 공진현상을 일으켜 무너져 내렸을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하지만 쑤퉁의 <눈물>의 주인공 비누(碧奴)가 쏟아내는 눈물 때문에 장성이 무너져 내린다는 설정은 작품전체의 맥을 완결한다는 의미는 충분히 이해가 되지만 설명력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고 우겨보고 싶은 생각입니다.

하지만 “눈물에 대하여 쓰고 싶었다. 바람으로도 무너뜨릴 수 없는 그 장성을 눈물로 무너뜨린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눈물이라는 것은 비관과 낙관의 양면을 모두 갖고 있다. 가난하고 힘든 백성들은 눈물을 갖고 있기에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얻는 것이다. 가진 것이라곤 오직 눈물뿐이지만, 그래도 행복하다.”고 한 작가의 속내를 듣고 보면 바람보다도 눈물의 힘에 무게를 두고 싶었던 것으로 이해가 됩니다. 금년 여름 우리는 곳곳에서 일어난 산사태를 보면서 바람보다도 무서운 물(그것이 눈물이 아니라 빗물이었지만)의 위력을 새삼 깨닫게 된 바 있습니다.

<눈물>의 스토리를 요약한 출판사의 리뷰를 인용합니다. 스포일러를 피하는 길이기도 합니다. “진나라 말, 북산에 유배 온 황제의 숙부의 억울한 죽음을 애도하며 눈물을 흘렸다는 이유로 마을사람 삼백여 명이 죽임을 당한다. 몇 십 년 후, 여전히 마음대로 울 수 없었던 북산의 마을 여인들은 눈을 제외한 신체의 다른 부위로 몰래 우는 방법을 터득한다. 머리카락으로 우는 법을 배우던 비누는 어머니가 일찍 죽는 바람에 그 비법을 제대로 전수받지 못해 울면서도 그 눈물을 감추지 못한다.

가난하지만 성실한 고아 청년 완치량과 혼인하고 한창 달콤한 신혼을 즐기던 어느 날, 남편 치량이 옷도 제대로 갖춰 입지 못한 채 만리장성 노역으로 끌려간다. 마을 여자들은 물론, 무당까지도 그녀가 남편에게 도착하기도 전에 길에서 죽고 말 거라고 말리지만 남편에 대한 사랑과 걱정만으로 비누는 천 리 길을 나선다.“ 소설 <눈물>은 장성공사에 끌려간 남편 완치량이 겨울옷도 챙기지 못한 것을 걱정한 비누가 생계를 이어갈 뽕나무를 처분한 돈으로 겨울옷과 노자를 마련해서 북쪽땅 대연령까지 가는 여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그 여정은 황제의 폭압정치를 통하여 사람의 성품을 잃은 세상사람들의 면모를 엿볼 수 있게 합니다. 읽으면서 가장 마음 아팠던 점은 아이들의 변한 모습이었습니다. 특히 백춘대에서 만나 무덤파기에서부터, 죽은 백춘대 문객 진쑤의 관을 고향으로 호송하는 길까지 동행하게 되는 사슴인간 사내아이가 비누에게 보이는 인간성을 상실한 포악함을 읽다보면 연민을 느끼다가도 세상의 종말이 있다면 바로 이런 세상일 것 같다는 느낌에 소름이 돋기까지 합니다.

눈물 이야기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쑤퉁의 상상력은 눈물이 눈에서만 흐른다는 생리학적 당연성을 뛰어넘고 있습니다. 마을사람들이 황제에 반역한 자의 죽음을 애도했다는 이유로 죽임을 당한 뒤, 감시받는 상황이 되면서 심지어 어린 아기까지도 울음과 눈물을 삼키는 방법을 체득하게 되는데 가슴에 담아둘 수 없을 정도로 넘쳐흐르는 눈물을 귀, 이마, 유방과 같은 다른 신체를 통해서 흘릴 수 있다는 독특한 생리학의 장을 열고 있는 것입니다. 아마도 눈물이 단순한 눈물이 아닌 감정의 흐름이라고 읽고 있음이 틀림없습니다. 또한 눈물의 맛도 그려내고 있는데, 보통은 눈물에 담겨 있는 무기염 때문에 조금은 짭짤한 맛을 내는 눈물이 달고 쓰기도 한 다양한 맛을 가진다는 설정도 사실은 그리 틀린 말이 아닙니다. 감정에 북바쳐 우는 눈물과 양파나 최루액과 같은 화학적 자극에 의해서 나오는 눈물의 맛은 다소 차이가 있다고 합니다.

<눈물>에서 작가의 관심은 오로지 비누에게 집중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시촌에서 대연령에 이르기까지 천리길을 가면서 만났다가 헤어지는 다양한 군상들의 뒷이야기는 없습니다. 오로지 비누와 같이 한 시간동안만 등장하는 존재로 그려지고 있어 조금은 아쉽고 미련이 남는 느낌입니다. 앞서 말한 사슴아이, 청개구리, 자객 샤오치 등이 어떻게 되었는지 황제가 죽은 다음 폭동을 일으킨 오곡성 사람들이 어떻게 되었는지 알 수 없다는 것입니다. 쑤퉁의 이런 절차탁마는 비누가 도패 일곱 개를 가지고 천리 길을 가능동안 먹고 입고 자는 일을 어떻게 해결했는지는 전혀 언급이 없는 데서도 궁금증을 더하게 한다.

끝으로 독일의 아마존 독자가 남긴 평에 “냉혹한 자본주의와 이기주의, 인간소외 등 오늘날의 세태를 풍자하는 데도 성공하고 있다.”고 느낌을 남겼다고 하고, 또한 “진실한 삶의 가치를 모독하는 인간유형으로 등장하는 사슴인간과 말인간을 둘러싼 기발한 이야기들은 오늘날의 물질주의를 풍자한다. 고위 관리에게 끌려가 ‘눈물탕약’을 제조하는 장면 역시 인간의 순수한 감정을 착취하는 현대사회의 크로키다.”라고 설명하고 있는 출판사의 설명도 소설 <눈물>이 중국의 설화를 오늘의 언어로 옮긴 것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지나친 확대해석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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