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잡스 (양장본) 스티브 잡스
월터 아이작슨 지음, 안진환 옮김 / 민음사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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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초 애플이 발표한 신제품이 새로운 기능을 탑재한 아이폰5가 아니라, 기능을 마이너 업그레이드한 아이폰4s라는 사실에 신제품에 대한 기대가 컸던 소비자들이 크게 실망했다는 반응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직후 애플의 CEO 스티브 잡스가 타계하면서 상황은 급반전하였습니다. 아이폰4s는 스티브잡스가 생애 마지막으로 남긴 작품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소비자들의 관심이 빠르게 확산되었다는 것입니다. 그 바람에 아이폰4s에 실망한 소비자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무산된 갤럭시S2의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죽은 제갈공명이 살아있는 사마중달을 도망치게 했다(死諸葛走生司馬 사제갈주생사마)’는 고사가 생각났을 것 같습니다.

그동안 스티브 잡스에 대한 많은 이야기들을 들었습니다만, 이는 그의 단편적인 면모만을 언급한 것이었다고 할 수 있기에, 그에 관한 모든 것을 통으로 담은 전기에 대한 기대가 컸다고 하겠습니다. 특히 그의 사망과 맞물려 전기가 세상에 나오게 되면서 대중의 관심도 더욱 커지는 것 같습니다. 조금 안타까운 것은 자서전에 대한 초기반응이 스티브 잡스의 사생활에 집중되었다는 점 같습니다. 그의 출생의 비밀이라던가, 친부와의 관계, 스티브 역시 혼전관계에서 얻은 아이에 냉담했다던가, 혹은 그의 냉혹한 성격이 드러나는 상황이나 사건에 주목한 기사들이 넘쳐났습니다. 그가 오늘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남다른 점은 아직 주목받지 못하고 있어 아쉬웠습니다.

스티브 잡스의 전기는 <타임>의 편집장과 CNN의 CEO를 역임한 월터 아이작슨의 작품입니다. 아이작슨은 <아인슈타인-그의 인생과 우주>, <벤자민 프랭클린-한 미국인의 삶>, <키신저 전기> 등을 써 유명한 분입니다. <스티브 잡스>는 모두 41개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스티브 잡스의 출생과 입양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첫 번째 장으로부터, 그의 일생을 통하여 지켜온 삶의 철학을 얻게 되는 인도여행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선불교 등 동양사상을 통하여 자아탐구와 깨달음으로 다가가는 과정, 그리고 애플1개발을 시점으로 하여 애플과 픽사를 통하여 그가 구현하고자 했던 세계를 뒤쫓고 있습니다. 마지막 췌장암과의 투병생활과정을 거쳐 삶을 마무리하는 단계에 이르기까지 그의 족적을 그대로 담았다고 합니다.

900여 쪽이나 되는 방대한 양이지만, 단계별로 잘 요약되어 있어 쉽게 읽을 수 있었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최근 번역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던 것 같습니다. 생명과학 분야의 책을 여러 권 번역한 경험으로 보면 과학서적을 번역하는 경우는 단어나 문맥의 의미를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가급적 직역을 하는 것이 좋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만, 다른 분야의 경우는 문장에 담기는 의미를 우리의 정서로 이해할 수 있도록 의역을 최대한 허용하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스티브 잡스가 IT분야에서 이룩한 업적이 그의 천재성으로 이룩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특히 “‘PC(애플 컴퓨터)와 애니메이션(픽사에서 제작한 영화들), 음악의 유통(아이팟), 스마트폰(아이폰), 태블릿 컴퓨팅(아이패드), 그리고 디지털 출판 등 여섯 가지 산업분야에서 혁명이라고 할 수 있는 성공을 일구어냈다.”라고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만, 실제로 기술적인 부문에서는 특출한 사람들의 참여로 이러한 성과가 가능했다는 점을 알게 되었습니다. 스티브 잡스가 특별한 것은 기술적인 부분에서 발휘할 수 있는 인적 요소를 극대화하는 역량과 관련기술들을 서로 연계하여 최대한의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조정하는 능력이 특별한 점이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천하의 잡스였다고 하더라도 실리콘밸리라고 하는 특별한 환경에 들지 못했더라면 그의 재능은 빛을 보지 못했을 것 같습니다. 특히 제록스의 팰러앨토 연구센터(PARC)는 잡스에게 여러모로 지대한 영향을 미쳤는데, PARC가 가지고 있는 잠재성을 제대로 꿰뚫어 본 것도 그의 남다른 재능이라고 하겠습니다. “미래를 예측하는 최고의 방법은 스스로 미래를 창조하는 것이다.”, “소프트웨어를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은 스스로 자신의 하드웨어를 만들어야 한다.”라는 창조적인 말을 한 PARC의 앨런 케이의 영향을 받았고, PARC 연구진이 개발한 비트맵을 이용한 디스플레이를 차용하여 오늘날 대부분의 컴퓨터에서 사용하고 있는 그래픽 유저 인터페이스를 개발할 수 있었던 것도 잡스의 능력인지 그의 운명인지 구별하기가 애매합니다.

IT업계에서는 애플이 PARC의 기술을 가져다 쓴 것을 가장 의미심장한 도둑질로 간주한다고 하는데, 이에 대하여 잡스는 “피카소는 ‘좋은 예술가는 모방하고 위대한 예술가는 훔친다.’고 말했습니다. 우리는 훌륭한 아이디어를 훔치는 것을 부끄러워한 적이 없습니다.(167쪽)”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사실 역사적으로 볼 때 위대한 발명이나 발견은 한 사람의 천재에 의하여 어느 날 갑자기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같은 분야에서 오랜 세월을 두고 조금씩 쌓여온 지식을 토대로 하여 만들어지는 것인데 흥미로운 점은 여러 사람이 비슷한 시기에 성과를 올리지만 대개는 가장 먼저 이를 알린 사람만이 역사에 기록된다는 것입니다.

잡스의 남다른 점은 숨어있는 부분까지도 아름답게 만들어야 했다는 것입니다. 애플로부터 시작해서 애플 매킨토시, 아이폰, 아이패드에 이르기까지 잡스가 고집스럽게 고수한 철학은 ‘앤드투엔드 통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심지어는 애플직원 외에는 누구도 애플 제품을 뜯어 내부를 들여다 볼 수 없도록 설계한 것도 그의 철학이 반영된 것이라고 합니다. 잡스는 컴퓨터가 진정 위대하려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밀접하게 연결되어야 한다고 믿었기 때문에 하드웨어를 다른 소프트웨어에 문호를 개방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운영되는 소프트웨어 개발에 심혈을 기울여 완벽하게 구현하려 노력했다는 점입니다. 바로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와 차별되는 점이기도 합니다.

제 경우도 미국에서 공부할 때 작업한 데이터들을 실험실에 설치된 매킨토시에서 작업하여 플로피디스켓에 담아두었기 때문에 귀국할 때 어쩔 수 없이 당시로는 적지 않은 1300불이나 주고 매킨토시를 구입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국내에서 많이 사용되고 있던 IBM에서 자료를 돌릴 수 없어 힘들게 얻은 자료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아픈 경험이 있습니다.

애플의 경영을 맡긴 스컬리와의 갈등으로 애플을 떠나야 했던 잡스가 다시 애플로 돌아오는 과정을 보면서 <온워드; http://blog.joinsmsn.com/yang412/12171970>를 통해 알게 된 스타벅스의 CEO 하워드 슐츠의 회사에 대한 깊은 애정을 되새기게 됩니다. 잡스만큼 애플을 사랑하고 애플이 지향하는 방향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은 없었기에 그가 복귀하고서 애플은 다시 애플다워질 수 있었던 것입니다.

애플이 새로운 제품을 만들기부터 시장에 내놓은 신제품설명회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은 스티브 잡스의 세밀하게 지휘아래 이루어졌다는 점도 놀랍습니다. 마치 대규모 오케스트라가 교향악을 연주하듯이 모든 영역에서 해당분야의 최고 권위자를 초빙하고 유명 마술사가 청중의 눈을 속여 환상으로 이끌 듯이 말입니다.

스티브 잡스가 누구보다 앞서 새로운 시대의 디지털 혁명을 구상하고 이를 이룰 수 있었던 것은 첫째, 그는 인문학과 과학기술의 교차점에 서있었다는 것, 둘째, 그의 완벽주의는 제품의 모든 측면을 통합하여 접근했다는 것, 셋째, 그는 본능적으로 단순미를 추구했다는 점, 넷째, 리스크가 커도 새로운 비전에 올인할 의지가 충만했다는 것입니다(600쪽).

스티브 잡스의 폐쇄적인 통합시스템과 빌 게이츠의 호환 가능한 공유시스템을 비교하였을 때 어느 것이 우월하다는 결론을 내리는 것 자체가 아직은 위험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스티브 잡스가 없는 애플이 통합시스템을 효율적으로 유지할 수 있겠는가 하는 질문에 아직 답을 낼 수 없기 때문입니다.

고대 의학은 철학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근세 들어 의학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인문학적 요소의 비중이 점차 줄어들게 되었습니다. 아니면 현실적인 면에 대한 비중이 커진 탓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의료를 둘러싼 환경은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의학 역시 기술부문의 발전만으로는 도달할 수 있는 한계에 이르렀다고 보이므로 이제 인문학과 다시 손을 잡아야 할 때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잡스가 말기암과 싸우던 시절을 소개하는 장에서는 “나는 21세기의 최대 혁신이 생물학과 기술의 교차점에서 이루어지리라고 생각합니다.(843쪽)”라는 의료분야의 미래를 예측하는 말을 읽을 수 있고,  “의료산업의 커다란 문제 중 하나는 일종의 전담자나 중재자가 각 팀을 총괄적으로 지휘하는 시스템이 없다는 것예요.”라는 잡스의 아내 파월의 불만이 담긴 말도 읽을 수 있습니다.

정리를 하면, 의학 역시 인문학과 다시 결합하여 새로운 전기를 모색해야 할 것이라는 말씀과 우리 의료계에도 잡스와 같은 다양한 분야를 총괄적으로 지휘할 능력과 카리스마를 갖춘 지도자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을 깨우치셨으면 하는 바람에서 이 책을 소개합니다.

-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작성된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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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처럼 2011-11-07 0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라포르시안>에서 댓글 이벤트를 하고 있습니다. 좋은 댓글 달아주신 한 분께 이 책을 드립니다.
http://www.rapportian.com/n_news/news/view.html?no=2285
 
한반도의 댐 - MBC 특별기획 <한반도 댐 보고서> 내일을 여는 지식 과학기술 17
박치현 지음 / 한국학술정보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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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학술정보로부터 받은 <한반도의 댐>을 읽고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한반도의 댐>은 MBC가 ‘한반도의 댐은 안전한가‘라는 물음을 바탕으로 제작한 <MBC 특별기획 ’한반도 댐 보고서‘>를 제작하기 위하여 다양한 시각에서 취재가 이루어졌고, 취재한 내용을 정리하여가 책으로 엮었다고 합니다. 출판사에서 준비한 책소개에 요약한 결론을 인용하면, 한반도 곳곳에 건설한 댐들은 예상보다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특히 국가재난상황이 될 수도 있는, 홍수나 지진 발생 시 우리나라 댐이 어느 정도의 충격에 붕괴될 위험이 있는지를 댐 전문가들의 도움으로 시뮬레이션해 본 결과, 관계기관에서는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최근 태국에서는 오랫동안 계속된 강우에 방콕 인근을 흐르는 강물이 범람하여 수도 태국의 대부분 지역이 물에 잠기는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도 최근 장마철에 게릴라성 폭우가 겹쳐 지역적으로 산사태와 홍수가 발생하여 피해가 커지고 있는 실정입니다.

울산MBC 보도국 부국장인 박치현박사는 최근 우리나라의 기상패턴이 변하고 있는 만큼 기왕에 건설된 댐들이 과연 안전한지에 대한 의문을 가지게 되어 <MBC 특별기획 ’한반도 댐 보고서‘>를 기획하고 취재를 시작하였다고 합니다. 저자는 지구상에 부존되어 있는 물이 어떻게 순환하는가 하는 상식으로부터 시작해서 인구 증가와 도시화에 따라 피할 수 없는 물부족현상, 기상이변에 대비한 적절한 물관리대책, 홍수와 지진과 같은 천재지변에 따른 댐안전문제, 항생물질을 비롯한 다양한 원인에 의한 하천오염 등 첨예한 이슈를 모두 열여덟개의 장으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습니다. 특히 풍부한 데이터와 그래프를 동원하여 상황을 실감할 수 있도록 잘 정리하고 있습니다.

최근 들어 빈발하고 있는 태풍, 국지성 호우 등에 따른 산사태와 홍수 등으로 피해의 규모가 빠르게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어떤 예방대책을 고려해야 할 것인가를 잘 짚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의 기후학적, 지형학적 특성상 강수량의 대부분이 여름철에 집중되고 있고, 내린 비가 빠르게 하천을 따라 바다로 흘러나가기 때문에 강수량이 적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미래의 우리나라를 물부족국가로 분류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하여 댐건설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주장과 댐건설이 환경을 파괴하고 기후변화를 유도하는 측면을 이유로 반대하는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상황에서 저자는 댐건설이 필요하다는 입장에 서는 것 같습니다. 다만 입지선정, 환경영향평가, 안전성평가 등을 철저하게 해야 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어 공감할 수 있습니다. 특히 “세계적으로 가장 조밀하게 댐을 건설하고도 홍수피해액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것은 댐의 홍수조절기능이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45쪽)”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단순하게 문제를 제기하는데 그치지 않고 해결책까지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과거 댐이 붕괴되어 피해를 입었던 사례들을 분석하여 예견이 가능한 최악의 상황을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특히 사력댐인 소양강댐에 유입되는 수량이 급증하여 월류를 하는 상황을 맞게 되면 24시간 내에 붕괴한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는데, 4개 광역시도 47개시군구가 침수되는 끔찍한 상황을 맞게 된다는 것입니다. 관계당국에서는 최악의 상황을 상정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한반도의 댐>이 지적하는 문제들을 깊이 분석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제 나름대로 두 가지 이슈를 짚어보려 합니다. 첫 번째는 제15장에서 논의하고 있는 항생물질 오염평가에 관한 것입니다. 저자는 머리말을 통하여 하천수에서 항생제가 검출되는 것은 오남용에 의한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항생제하면 사람에게 투여되는 것이 우선적으로 연상되기 때문에 의료분야의 항생제 사용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오인될 가능성이 있다는 생각입니다. 하지만, 축산업, 어업, 농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이미 엄청난 양의 항생제가 사용되고 있으며, 각종 질병을 치료하기 위한 목적으로 복용한 항생제가 인체를 경유하여 배설되는 과정에서 완전하게 분해되지 않는 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환경에 잔류하는 항생제 등 의약품의 관리를 철저하게 해야 할 것입니다. 사족이 될 수 있습니다만, 표15-3에서 다루고 있는 하수처리장의 유입수와 배출수의 의약품 검출율은 적절하지 못한 자료라는 점입니다. 당연히 유입수와 배출수에서 측정한 의약품의 농도가 어떤 변화를 보이는지를 대표하는 데이터를 제시하였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제10장 우리나라의 하천현황과 정비에 관한 글에 최근 마무리된 4대강 정비사업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는 점입니다. 잘 아시는 것처럼 금년 여름에 쏟아진 엄청난 양의 폭우라면 4대강 유역에서 대규모의 홍수가 일어나고도 남을 상황이었지만, 큰 피해가 없었던 것은 4대강 정비사업의 효과때문이라는 지적이 있습니다. 저자의 기본명제처럼 우리나라의 하천구조로 볼 때 물자원량을 늘리기 위해서는 하천의 구조를 개선할 절대적인 이유가 있다 하겠습니다. 높은 하상을 준설하여 수심을 깊게 하고, 곳곳에 보를 건설하여 바다로 흘러가는 하천수를 담아 농업과 공업용수로 사용하고 상수도원으로 활용해야 할 것이라는 주장에 대한 저자의 견해가 분명하지 않다는 점이 아쉬웠습니다. 

-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작성된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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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전 속 불교식물 - 자비의 향기를 전하다
민태영.박석근.이윤선 지음 / 이담북스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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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담북스의 <경전 속 불교식물>을 받아들고 잠시 멍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저자들께서 머리말에 적은 것처럼 많은 불교경전에서 식물은 사람들에게 진정한 불교의 의미를 깨닫게 하는 유용한 도구로 사용되고 있는데, 예를 들면 상황의 묘사를 더욱 풍성하게 하거나 혹은 진리나 논지를 명확하게 이해시키기 위하여 식물의 특성에 비유하는 식으로 인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예를 들면, 연꽃은 싯다르타 태자가 룸비니 동산에서 태어나 동서남북으로 일곱 발자국씩을 걸을 때마다 땅에서 연꽃이 솟아올라 태자를 떠받들었고 해서 불교의 꽃이 되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더 깊은 의미는 다음과 같은 글에서 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연꽃을 이르는 표현으로 처염상정(處染常淨)이란 말이 있는데, 이는 더러운 곳에 처해 있어도 세상이 물들지 않고, 항상 맑은 본성을 간직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맑고 향기로운 꽃으로 피어나 세상을 정화한다는 말로 연꽃의 성격을 잘 대변하는 말이다.(54쪽)”

뿐만 아니라 불교에서 추구하는 인간의 완성의 길을 설명하는 대목에서도 연꽃의 특성을 인용하고 있다고 하는데, 일반적으로 모든 과수는 꽃이 진 다음에 열매가 맺게 되는데 연꽃은 꽃과 열매가 동시에 맺히기 때문에 이를 화과동시(花果同時)라고 표현한다고 합니다. 이를 풀면, 깨달음을 얻고 난 뒤에야 이웃을 구제하는 것이 아니라, 이기심을 없애고 자비심을 키우며 모든 이웃을 위해 사는 것 자체가 바로 깨달음의 삶이라는 것을 연꽃을 통해서 속세의 중생들에게 전하려는 메시지라는 것입니다.

부모님께서 불교에 귀의하셔서 그 믿음이 깊은 탓에 사찰에 동행할 기회가 잦아지는 것 같습니다. 선친께서 돌아가셨을 적에도 스님의 주재로 장의절차를 진행하였으니 자연스럽게 불당에 들게 되었습니다. 49재를 치루는 동안 선친께서 남겨두신 글들을 다듬어 책으로 묶어내기도 했습니다. 글이란 것도 하나하나가 빛나는 것이라 해도 흩어두면 기억에서 사라지기 마련이지만, 모아서 의미에 따라 정리해 묶으면 읽는 감동이 새로울 수 있는 것인 생각도 있었고, 선친께 드리는 공양이란 생각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경전 속 불교식물>은 구성이 재미있습니다. 소개하려는 식물의 특징을 잘 나타내는 세밀화를 먼저 소개한 다음, 학명, 과명, 영명, 이명 등의 순서로 다양하게 불리우는 이름을 소개하므로써 쉽게 식별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는 식물의 일반적인 특성을 소개하는데, 여기에는 전설에서부터 상세한 모양 그리고 약용식물의 경우에는 효능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내용이 포함되고 있습니다. 그리고는 해당식물이 등장하는 경전을 우리말로 풀어서 인용하고 있습니다. 식물학과 서지학 등을 포괄적으로 다루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민태영, 박석근, 이윤선 등 세분의 저자께서 불교경전에서 다양한 식물들이 등장하는 배경을 식물학적으로 접근하고자 하는 것은 자신들의 전공을 살려 부처님께 공양하고, 또 부처님 말씀을 사부대중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려는 의미가 읽혀졌습니다. 바로 모두에서 말씀드렸던 멍한 느낌의 이유입니다. 불교에서 신성한 나무로 생각하는 뱅골보리수, 부처님께서 깨달음을 얻었다는 인도보리수, 가끔은 신문지상을 장식하는 우담발화, 저도 언젠가 쓴 리뷰에서 무한대의 시간을 상징적으로 비유하기 위하여 인용하였던 겨자, ‘무소의 뿔처럼 가라’는 말이 나오게 된 자주소심화, 뿐만 아니라 사찰에서 많이 볼 수 있는 꽃무릇에서 보리, 벼, 파, 달래, 부추 등 우리가 일용하는 식물에 이르기까지 무려 58종의 식물을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불교 경전을 읽고 계신 분들은 경전이 해당 식물을 인용하게 된 배경을 이해하실 수 있을 것 같고, 일반인의 경우도 불경에서 인용하고 있는 식물의 의미를 새길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습니다.

사족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제목에 관해서 한 마디 덧붙이려 합니다. <경전 속 불교식물>이라는 제목이 아무래도 혀끝에 모래가 씹히는 느낌이 든다는 것입니다. 이 책의 영어이름을 “The Plants in the Buddhism Scripture"라 적으신 것처럼 <불교경전에 나오는 식물>이 자연스럽지 않을까 싶어서 적습니다. 이 책에서 인용하고 있는 식물들 가운데 불교에서만 중요한 식물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식물들도 적지 않은 듯해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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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눈물
김정현 지음 / 문이당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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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현작가의 <아버지의 눈물>을 읽었습니다. 전작 <아버지>에서 오늘날의 아버지가 직장일에 매달리느라 가정에서 따돌림을 당하는 줄도 모드다가, 명예퇴직 바람이 불면서 원인제공처였던 직장에서마저 떨려나고서야 차가운 현실에 갈 곳을 찾지 못한다는 다소 통속적인 주제를 다루어 엄청난 반응을 얻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관점을 <아버지>에서 다루어지고 있는 의사조력자살, 혹은 적극적 안락사에 두고 등장인물들의 선택을 비판했던 것 같습니다.(http://blog.joinsmsn.com/yang412/4074659)

김정현 작가는 <아버지의 눈물>에서 소위 낀세대, 즉 윗세대들에게는 억압받고 아랫세대들에게는 무한정 베풀기만을 강요당하고 있는 50대 가장들의 세상살이에 지친 모습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전작에서처럼 주인공 가족들은 여전히 소통의 문제가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고, 아내와 남편의 균형이 무너지면서 위태로운 곡예를 벌이게 되는 것 같습니다.

어떻게 보면 줄거리는 매우 통속적이라 생각됩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정치판을 기웃거리는 폴리페서의 선거사무실을 지키고 있는 주인공 홍기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대학동창들 간의 갈등과 자동차디자이너를 꿈꾸는 큰아들은 지방대학에서는 그 꿈을 이루기 어렵다고 보고 자동차정비를 배우는 일부터 시작해서 카레이서로 성장할 꿈을 꾸고 식당을 하는 부모의 영향도 있었던 여자친구는 자신만의 스타일로 레스토랑을 차릴 꿈을 펼쳐내기로 하는 과정을 거친 듯 진솔하게 풀어내고 있습니다.

종국에는 증권회사에 다니는 동창의 영향을 받아 시작한 주식이 제대로 풀리지 않으면서 연구소 공금에 손을 대고, 그 돈을 메꿔야 하는 급박한 상황에서 등장한 친구는 백박사가 개발하고 있는 신기술 정보를 빼내달라는 조건으로 빚을 채워주는데, 자살로 생을 마감하려던 주인공은 누이의 간절한 눈빛과 누이가족의 단란한 모습과 상심할 누이 생각에 결국은 자살보다는 자수하는 방향으로 선회하게 된다는 줄거리입니다. 비극적 상황으로 몰고 가지 않은 작가에게 감사를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가랑비에 옷젖는 줄 모른다고 잠깐 빌어쓴다고 생각하고 시작한 공금유용에 대한 주인공의 고민은 생략하고 바로 문제상황으로 연결한 것도 조금은 뜬금없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다행스러운 것은 주인공의 자수에 이어 모래알처럼 흩어져 있던 가족들이 서로를 껴안는 계기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자동차디자인을 꿈꾸는 큰 아들과 그의 여자친구의 건강한 생각도 눈길을 끌었습니다. 이야기 줄거리를 따라가다 보니 문제의 핵심이 저에게도 해당되는 부분이 적지 않아 보인다는 생각이 들어 반성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사실은 이 책을 고른 것은 아버지가 흘리는 ‘눈물’의 의미를 새길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했습니다만, 제목에 너무 큰 기대를 했던 것 같아 조금은 아쉽습니다. 다만 “허황되게 살아온 우리 세대의 삶을 소설을 통해 반성하고 싶었습니다. 근면하고 정직하게 산업화를 이룬 아버지 세대, 재바르게 살아가는 아들 세대에 비해 지금의 40~60대는 출세와 허영을 좇으며 자신과 가족에게 정직하지 못한 삶을 살아왔습니다.”라고 정리한 김정현작가의 한마디가 폐부를 고통스럽게 찌르더라는 말로 대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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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모든 죽음의 역사
멜라니 킹 지음, 이민정 옮김 / 사람의무늬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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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 요나스 교수님의 <기술 의학 윤리; http://blog.joinsmsn.com/yang412/12420243>를 리뷰하면서 미루었던 죽음과 관련된 부분입니다. 교수님은 뇌사와 장기은행과 관련하여 죽음의 실용적 재정의에 대하여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망의 정의가 심장사(心腸死)에서 뇌사(腦死)로 이행하게 된 배경에 대한 비판입니다. <뇌사의 정의에 대한 하버드 의대 위원회 보고서>는 ‘회복 불가능한 혼수상태를 죽음에 대한 새로운 정의로서’ 인정하자는 입장에 손을 들어준 바 있습니다. 그것은 한정없이 계속되는 혼수상태가 환자와 환자가족 및 의료자원에 지우고 있는 부담을 줄이고, 이식수술용 장기의 획득을 둘러싼 논쟁을 피할 수 있다는 두 가지 이유 때문입니다.

요나스 교수는 죽음에 대한 새로운 정의에 정당성을 부여할 수 있겠는가 의문을 표하였습니다. 우리가 아직 삶과 죽음 사이의 정확한 경계선을 알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죽음에 대하여 가장 엄격한 정의를 가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본질적으로 불확실성이 지배하는 영역에서 행해지는 죽음의 대한 규정은 더욱 엄격하게 이루어져야 하며, (…) 무슨 일이 있어도 환자는 의사가 그의 사형집행인이 되거나 그의 죽음을 정의할 수 있도록 전권을 위임해서는 안된다.(215쪽)”고 주장하였습니다.

환자의 건강을 회복하기 위한 노력을 경주하는 의사로서 때로는 환자의 생명을 위임받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따라서 그의 죽음에 대하여도 많은 생각을 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멜라니 킹이 쓴 <거의 모든 죽음의 역사>를 살펴보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죽는다는 것은 참으로 지루하고도 쓸쓸한 일이다.’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책은 ‘무덤에서 나는 소리’라는 으스스한 제목으로 첫 장을 시작하고 있습니다.

즉 의사의 사망선고가 잘 못되어 당신이 생매장될 수도 있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는데, 1985년에 나온 하트만의 저서 <나는 생매장 당했다>에서 700건 이상의 생매장 사례를 서술하고 있다는 것을 인용하고 있습니다. 어느 날 눈을 떠보니 꽁꽁 묵인 채로 캄캄하고 좁은 관 속에 갇혀있는 상황은, 상상조차 할 수 없이 끔찍할 것 같습니다. 그런 이유로 망자를 위한 비상소통장치를 무덤에 설치하는 등의 아이디어가 팔리기도 하고, 사망을 정확하게 진단하기 위한 지침도 만들어지는 것 같습니다.

이쯤에서는 우리 선조들의 놀랄만한 지혜를 자랑해야 하겠습니다. 우리나라의 전통장례법도에서는 망자(亡者)가 숨을 거둔 시점을 기산하여 3일장, 5일장, 7일장 등으로 장례절차를 진행하게 되는데, 혹시 망자가 회생할 가능성을 고려했던 것은 아닐까요?

저자는 이어서 유럽을 중심으로 중세이후부터 근세에 이르기까지 도굴이 성행한 이유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 부분에서 의사들은 죽은 자에게 크게 빚을 지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 새겨야할 것입니다. 근세에 이르러 빠르게 진보하고 있는 학문으로서의 의학분야에서는 사인을 규명하거나 혹은 의학교육과정에 많은 사체를 해부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중세에는 해부가 금지되어 있었고 근세에 이르러서도 극히 제한된 경우에만 해부가 가능했기 때문에 사체가 필요한 자와 갓 사망한 시체를 도굴하는 공급자 사이에 은밀한 거래가 이루어졌다고 합니다.

의학교육에 사체를 이용한 것 외에도 심지어 중세에는 송장약제가 질병치료에 탁월하다는 근거없는 주장에 따라 환자에게 사람의 피를 마시게 하거나 두개골을 빻은 가루를 먹게 하는 등의 식인에 가까운 풍습이 성행했다는 것입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중국제 인육캡슐이 수입되어 최고의 자양강장제라고 비밀리에 팔리고 있다 해서 사회에 커다란 충격을 준 바 있습니다. 중국산 인육캡슐에는 죽은 아이의 사체를 말리고 갈아서 얻은 분말을 담았다고 합니다. 심각한 것은 “태아를 인간으로써 인정하지 않는다면, 그리고 태아캡슐이 효과가 있다면!, 태아캡슐을 상품으로써 인정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가진 분들이 계시다는 것입니다. 수요가 있으니 몰래 라도 들여왔을 것 같습니다.

최근 들어 사체매매시장이 활성화되고 있다는 소문입니다. 콩팥, 심장 등과 같은 큰 장기 뿐 아니라, 각막, 피부, 인대, 뼈와 같은 조직들을 사용한 생체이식이 많아져 연간 1백만명 이상의 환자가 이식수술을 받고 있다고 합니다. 대부분의 시술은 기증조직을 이용하여 충분히 안전하게 이루어지고 있지만, 조직이나 장기가 암거래되는 경우도 있고, 안전성이 제대로 확보되지 않아 이식받은 환자가 피해를 입는 사례도 있다고 합니다. 저자는 중국에서 시행되는 많은 장기이식수술이 사형수의 사체에서 적출된 장기로 이루어지고 있고, 이들 사형수는 정치적 이유로 탄압받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열렸던 것으로 기억됩니다만, 군터 폰 하겐스의 <인체의 신비전>도 기증받은(?) 사체로 제작되는 표본을 전시하는 것이라고 하고, 그 기증받는 절차의 투명성에 의혹이 제기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저자는 전통적인 장례의식으로부터 최근에는 금지되었다는 인도 흰두교의 사티제도 - 과부가 된 여성이 남편에 대한 사랑을 입증하는 의미로 장례 당일 죽은 남편과 함께 화장되는 풍습 -같은 잔인한 애도풍습, 그리고 최근 주목을 끌고 있는 우주장 등도 소개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사라진 것으로 믿고 있는 족내 혹은 족외 식인풍습과 관련하여 도살된 고깃점과 접촉하면서 스크래피(양 바이러스성 전염병) 등의 병원균에 감염되었을 경우, 이는 곧 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으로 발전한다고 적은 부분은 저자의 착각인 듯 합니다. 우리에게는 2008년 촛불시위로 너무나도 잘 알려진 내용으로 스크래피는 바이러스 전염병이 아니라 프리온이라고 하는 단백질에 문제가 생겨 발생하는 것이고, 스크래피에 걸린 양과 접촉하거나 먹어서 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이 발생했다는 증거는 아직 없습니다.

망자가 인류에 공헌한 점 가운데 빠트릴 수 없는 분야가 과학수사 분야일 것입니다. 사체를 이용하여 인체의 사후변화를 연구한 결과를 수사에 접목한 것이 법의학입니다. 테네시주 녹스빌 변두리에 있는 야외에서 다양한 형태로 버려져 있는 사체를 볼 수 있는데, 테네시대학병원이 운영하는 법인류학 시설, 즉 사체농장이라는 것입니다. 이곳에서 나온 연구성과는 변사체의 사망시간을 추정 등 과학수사의 근거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거의 모든 죽음의 역사>의 마지막 이슈는 바로 죽음을 다시 정의하는 일입니다. 앞서 한스 요나스교수님이 죽음을 실용적 재정의에 대한 철학적 접근을 소개해드렸습니다만, 멜라니 킹 역시 뇌사판정에 따라 적출된 장기로 이식수술을 행하는 과정에 과연 문제는 없겠는가? 하는 단도직입적인 의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저자가 이 책을 생매장에 대한 공포로부터 시작한 이유가 여기에서 드러나고 있습니다. 즉 생매장에 대한 현대판 공포가 일게 될 것을 암시하고 있습니다.

만일 환자가 뇌사상태라는 것을 입증하기 위한 각종 검사가 정확하지 않다면? 뇌사로 판정받은 환자가 의식이 살아있지만 의사표현을 할 수 없는 상태라면? 대표적인 사례로 뇌교(腦橋)라고 하는 부위에 뇌경색이 발생한 환자는 ‘잠김증후군’에 빠지게 되는데 말도 못하고 사지도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를 혹시 뇌사상태로 판정할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것입니다. 영화 <잠수종과 나비; http://blog.joinsmsn.com/yang412/11690966>를 보시면 잘 이해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정리를 하겠습니다. 멜라니 킹의 <거의 모든 죽음의 역사>를 읽으면서 현대의학은 모든 죽음에 대하여 빚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저를 포함한 의학을 공부한 모든 사람들은 이제는 기억에서도 가물거릴 누군가에게 빚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여기서 말하는 빚은 환자의 생명을 지켜내지 못했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물론 그 빚은 질병으로 지금 고통을 받고 있는 환자들에게 돌아가야 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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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처럼 2011-11-01 1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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