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들의 사생활 - 부모가 놓치고 있는 사춘기 자녀의 비밀
데이비드 월시 지음, 곽윤정 옮김 / 시공사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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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중학교에서 여학생과 선생님이 머리채를 붙잡고 싸웠다거나, 남학생이 담배를 압수한 교감선생님을 마구 폭행한 사건들이 이어져 사회에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한쪽에서는 이런 상황이 체벌을 금지하는 등 학생의 개인주의적인 의식을 고양시킨 탓으로 일어났다고 보고 적절한 체벌을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는 형편입니다.

미국의 저명한 심리학자인 데이비드 월시교수의 <10대들의 사생활>을 소개하는 것은 두 가지 이유 때문입니다. 먼저 제 리뷰를 읽어 주시는 분들 가운데 사춘기에 있거나 앞둔 자녀를 두신 분들께서 관심이 클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제 경우처럼 이미 사춘기를 지낸 자녀들 두신 분들도 예전에 자녀들이 보였던 행동을 다시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 여겨서입니다.

그리고 월시교수가 사춘기 청소년들이 보여주는 예상치 못한 행동이 뇌신경계통의 성숙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자연적인 현상이며, 이런 현상이 아이들마다 정도와 나타나는 시기에 뚜렷한 차이가 있다는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즉 청소년의 행동변화를 이해하는데 있어 심리학뿐만 아니라 신경생리학 등을 포함한 신경과학의 성과가 기여한 바를 이해하는 기회가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제 아이들이 사춘기를 넘길 무렵에 간혹 생각지 못한 반응을 보여 놀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지나친 감정대립으로 끌고 가지는 않았던 것이 다행이라 생각합니다만, 그때는 아내나 저나 나름 속을 많이 끓이기도 했던 것 같습니다.

10대 청소년기에는 4 가지 극적인 변화가 일어난다고 합니다. 첫째는 급격한 신체변화입니다. 체격이 급격하게 커지고, 변성기를 거쳐 목소리가 변하며, 모발의 변화, 여드름과 같은 피부문제, 성기나 유방의 발달과 같은 신체변화 등입니다. 둘째는 정서의 강도가 강렬해지고 감정과 기분의 기복이 심해집니다. 셋째는 그들에게 영향을 주는 대상이 부모로부터 또래 친구들로 바뀌게 됩니다. 마지막으로는 ‘나는 누구인가?’와 ‘나는 무엇이 되고 싶은가?’의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하기 위한 자신의 정체성 찾기에 눈을 뜨게 된다는 것입니다(327쪽).

저자는 10년 이상을 고등학교에 재직하면서 수만명의 청소년과 가족들을 상담한 경험들을 바탕으로, 청소년들의 일상에서 일어나는 충동적인 행동, 사랑과 섹스, 술과 담배 그리고 마약 그리고 10대에서 생기는 정신질환 등의 사례들을 어떻게 접근하여 상황을 악화시키지 않고 풀어낼 수 있었는지 소개하고 있습니다. 저자의 상담사례들을 읽다보면 아이들의 돌출행동에 대응하는 좋은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청소년기에 일어나는 극적인 변화로 나타날 수 있는 청소년기의 행동변화 - 예를 들면 욕설을 내뱉고, 자주 짜증과 분노-를 표출하는 10대와 생활을 같이 하게 되면 아무리 온화한 성품을 가진 어른이라고 하더라도 신경이 날카로워지고 이들 10대에 대하여 부정적인 생각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저자는 지적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10대에 부정적인 생각을 가진 어른들의 고민을 덜어주기 위하여, 또 10대를 보다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기 위하여 이 책을 집필하게 되었다고 저자는 밝히고 있습니다. 청소년들이 보이는 문제행동에 관하여 적절한 사례를 인용하여 설명하고, 자신이 적용했던 대응방안을 소개하여 독자들이 나름대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부모가 스스로를 점검하는 체크포인트를 두고 있고, 부모로서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깔끔하게 정리하고 있는 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의학을 비롯한 생명과학을 공부한 분들이 흥미를 가질 수 있는 부분은 바로 제2장 ‘10대들의 뇌속탐험’입니다. 동물의 생명활동뿐 아니라 정신활동은 기본적으로 뇌에 있는 신경세포들이 복잡하게 엮여 형성하고 있는 신경네트워크를 통해서 신경정보를 주고받음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뇌신경계가 발달하여 기능을 완성하는 과정에서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변화는 청소년기에 이르러서야 완성된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10대 자녀들의 충동적인 행동을 다루는 일이야 말로 부모들에게는 일생의 가장 큰 도전이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분노를 폭발시키거나 거칠게 행동하는 것이 10대 청소년들의 보편적인 특징이지만, 이것은 어른들과는 달리 청소년기에는 신경계통을 전반적으로 통제하는 전전두엽이 아직 완성되지 않아 나타나는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부모들은 자녀들의 분노행동을 통제하는 한시적인 ‘외부의 뇌’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즉 자녀들에게 엄격한 제한선을 설정하고 이를 구체적으로 설명하여 자녀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제4장 ‘10대들의 뇌에 브레이크를 걸어라’에서는 10대들이 어리석고 위험한 행동을 충동적으로 하는 이유를 신경생리학적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앞서 지적한대로 전전두엽이 아직 완성되지 않은 까닭에 뇌신경계통을 정교하게 조절하는 노르에피네프린, 도파민, 세로토닌 등 신경전달물질이 적절하게 작용하지 않고, 이에 따라 테스토스테론, 에스트로겐, 프로게스테론 등의 호르몬이 균형을 이루지 못해서 충동적 행동이 일어나는 것이라고 합니다.

재미있는 현상은 정서적인 판단을 하는데 있어 성인과 청소년이 사용하는 뇌의 영역에서 차이가 있다는 것입니다. 타인의 얼굴을 보며 감정을 읽을 때 성인들은 전전두엽 피질이 활성화되는 반면, 청소년들은 공포와 분노를 관장하는 편도체가 가장 활발하게 작용한다는 것입니다. 즉 성인들은 정서를 읽기 위하여 이성을 관장하는 뇌가 활성화되지만 청소년들은 충동적인 반응을 결정하는 뇌영역을 이용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잠시 생각을 되돌려보시기 바랍니다. 혹시 사춘기 자녀의 행동을 이해하실 수 없었던 경험은 없으신지요. 아니면 이 글을 읽고 계시는 분이 청소년시절에 어른들이 자신의 생각을 제대로 이해해주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어 야속하신 적은 없으셨는지요.

성인과 청소년들이 상황을 처리하는 경로에 차이가 있다고 하더라도 중요한 것은 의사소통을 원활히 하고,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10대 자녀와 원활한 의사소통을 하는데 써먹을 수 있는 일곱 가지의 기술을 소개하고 있습니다(152쪽). 대표적인 기술을 하나만 소개하면, “일반화시켜 말하는 것을 피하라”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너는 한 번도 식탁을 치우지 않는구나’라고 말하는 것보다는 ‘너는 오늘 저녁에 식탁 치우는 것을 잊었더구나’라고 말하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지면이 제한되어 있어 일곱 가지 기술을 모두 소개해드리지 못하는 점을 양해해주시기 바랍니다.)

저자의 설명에 따르면 우리는 지금까지는 제대로 알지 못했던 사실들, 즉 청소년기 동안 아이들의 머릿속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에 대하여 많은 연구성과를 얻게 되었고 앞으로도 더 많은 것을 알게 되겠지만,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정답을 구하는 일은 여전히 힘들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습니다(364쪽). 그 이유는 지식이 유일한 힘이 아니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청소년기의 뇌에서 일어나는 현상에 대한 연구를 통하여 어른들이 10대를 새로운 관점에서 볼 수 있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청소년의 우울증이나 분노폭발, 반항적인 태도, 정신없이 어지러운 방, 급변하는 감정 등이 그저 뇌발달로 인한 모습일 뿐 정상적이라는 것(354쪽)”을 깨달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자녀들의 충동적 행동이 정상적인 변화과정이기 때문에 시간이 해결해줄 것으로 믿고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의 대응방식을 바꾸되 훨씬 더 많이 자녀들의 삶에 간여해야 한다고 합니다. 역시 ‘사춘기 자녀들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답은 우리의 부모님들이 그리하셨듯이 “사랑이 답이다.”입니다.

-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작성된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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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처럼 2011-11-14 2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터넷신문 <라포르시안>에서 댓글 이벤트를 하고 있습니다. 좋은 댓글 달아주신 한 분께 이 책을 드립니다.
http://www.rapportian.com/n_news/news/view.html?no=2401
 
느리게 산다는 것의 의미 4 - 거부할 수 없는 아름다움
피에르 쌍소 지음, 김선미.한상철 옮김 / 동문선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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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에르 쌍소가 ‘느리게 산다는 것의 의미’를 담은 연작 에세이의 완결판입니다. ‘거부할 수 없는 아름다움’이라는 부제를 달고, ‘호감, 환심, 유혹, 쾌락에 관한 철학 에세이’라고 요약하고 있는 것처럼, 이 책은 ‘느리게 산다는 것의 의미’라는 제목의 전작들과는 괘를 달리하는 주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연작의 주제인 ‘느리게 산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타인에 대한 고려를 배제하고 철저하게 자신에 충실한 삶이어야 가능할 것이란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 이유는 너무나 빠르게 돌아가는 세상에서 느리게 산다는 것은 당연히 주변사람들의 시선을 받기 마련일테니 말입니다.

살면서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산다면 독불장군으로 비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일부러 그럴 수도 있겠지만, 있는 듯 없는 듯 살아가는 분들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무도 관심을 보여주지 않는 것을 견디지 못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오래 전에 미국에서 공부할 적에 살던 동네에는 한국에서 오신 분들이 여러 집 같이 살았습니다. 외롭다보니 몰려다니는 경향이 있어 거의 매일 저녁에 누군가의 집에 모여 수다를 떨며 지내는 생활입니다. 그러다보니 쉬고 싶은 날이 있어도 찾는 전화에 끌려나가는 경우도 있어 점점 불편하단 생각이 들어 결국은 모임에서 빠지게 되었지만, 그 모임에서 불러주지 않는 것을 견디지 못하는 분도 계셨던 것 같습니다.

어떻거나 세상을 살며서 남의 시선을 의식할 수밖에 없다면, 굳이 환심을 살 필요는 없겠습니다만 나를 바라보는 누군가가 호감을 느낄 수 있는 것이 아무래도 좋을 것 같습니다. 저자는 “순수한 마음의 소유자는 상대에게 경계심을 유발하지 않는다. 그런 그들이 타인에게 웃음을 지어보이는 까닭은 상대의 호의를 유발시키기 위함이 아니라, 도심에서 우연히 스쳐 지나가는 타인들에게, 심지어는 자연의 꽃이나 나무들에게까지 자신의 호감을 표시하기 위함이다.(14쪽)“라고 적었습니다. 자연스럽게 표시하는 호감은좋은 반향을 일으켜 타인으로부터 호감을 얻게 되는 것이라는 것입니다. 자연스럽게 주고받는 호감은 외모에만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 정신적 성숙함 역시 크게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해도 미흡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반면에 “타인들을 유혹하려는 마음을 품고 있는 사람들은 오히려 순박한 사람들을 조롱하며, 자신이 처한 상황을 완력으로 통제(14쪽)”하려는 경향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그들은 자신의 능력을 확인할 목적으로 상대를 묵살하고 성가시게 하면서 고통을 주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순박한 영혼의 소유자들은 세상이 온정으로 가득하다고 믿으며 실제로 세상에서 큰 기쁨을 누리면서 살아간다고 저자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특별한 목적이 있어 누군가에서 호감을 사려는 경우, 즉 환심을 사려하는 일은 자칫 반감을 초래해서 매정하게 거절당할 위험이 내포되어 있다고 합니다. 특히 정치인이나 인기배우 같은 공인들이 그런 위험에 처하기 쉬운데 진심이 담기지 않은 가식적인 행동이란 사실이 들통나는 순간 신기루와 같은 인기의 장막은 한순간에 사라지고 대중의 차가운 시선 속에 발가벗겨져 내동댕이쳐지는 사례를 우리는 자주 보곤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대중이 보내주는 신뢰가 어느 순간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시달리는 경향을 보이기도 하는데, 이러한 자신감의 부족이 때로는 잘못된 선택으로 나타나 대중을 실망시키기도 하는 것입니다.

저자는 자신의 매력을 무기로 하여 쾌락을 쫓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도 풀어내고 있습니다. 호감이나 환심을 사는 것으로 누군가를 유혹하려는 사람들은 대부분 아름답지 못한 결말을 보게 되는 경향이 있다 하겠습니다.

정리해보면, 연작시리즈의 마지막 편인 ‘거부할 수 없는 아름다움’은 ‘느리게 산다’는 전작들의 주제와 동떨어진 느낌이 큽니다. 또한 부제별로 간결하면서도 강한 메시지를 담았던 전작들에 비하여 매우 현학적이고 에둘러 전달되는 메시지는 책읽기에 몰입하지 못한 제 불찰일 수 있겠습니다만 핵심이 쉽게 붙잡히지 않는 것 같습니다. ‘느림’에 대한 결론을 기대했던 저로서는 다소 실망스러운 감이 없지 않았습니다.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파워북로거 지원 사업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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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독도(죽도)를 이렇게 말한다 - <죽도-죽도문제를 이해하기 위한 10가지 포인트>에 대한 비판 검토 내일을 여는 지식 역사 25
나이토우 세이추우 지음, 권오엽.권정 엮음 / 한국학술정보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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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뉴스는 일본이 독도영유권을 주장하는데 항의하여 자신의 손가락을 잘라 일본대사관에 보낸 남성에 대한 기사를 전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독도영유권을 주장하는 일본의 돌발적인 조처가 나올 때마다 규탄대회를 벌이는 등 즉각적이고 감정적으로 대응해왔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독도를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다는 것을 빼고는 독도가 우리 땅이라는 역사적 근거와 일본의 주장에는 어떤 문제가 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근거를 챙겨보지는 못했던 것 같습니다. 그저 정광태님이 부른 <독도는 우리땅> 노래가 알려주는 “지증왕 십삼년 섬나라 우산국, 세종실록지리지 오십쪽 셋째줄…”으로 독도가 우리땅이라고 막연하게 생각해온 것은 아닌가 자책하는 생각이 든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일본의 나이토우 세이추우 교수가 쓰고 권오엽, 권정교수가 편주한 <일본은 독도(죽도)를 이렇게 말한다>를 읽고서입니다.

편주를 하신 권오엽교수님 역시 “나의 독도에 대한 관심을 우연이라 했으나, 나이토우 세지추우 선생님의 저서 『죽도(울릉도)를 둘러싼 일조관계사』(『독도와 죽도』)가 그런 우연을 만들어준 것 같다. (…) 사물을 객관적으로 보고 판단하시려는 선생님의 학문에 침밀감을 느끼고, 독도문제에 호기심을 가지게 된 것이다. 그 이전에는 간단한 문제, 그저 감정에 사로잡힌 문제, 그래서 나와는 상관이 없는 문제라고 생각했었다.(13쪽)”라고 고백하고 있습니다.

<일본은 독도(죽도)를 이렇게 말한다>는 크게 다섯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제1장 『죽도=독도문제 입문』- 일본 외무성 『죽도』비판’은 나이토우 세지추우교수가 2008년 2월 일본 외무성이 『죽도-죽도문제을 이해하기 위한 10의 포인트』라는 팸플릿을 제작하여 일본어판 뿐 아니라 한국어판과 영어판도 만들어 배포한 것에 대하여 조목조목 비판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편주하신 분들은 나이토우 세지추우교수가 쓴 원문을 번역문에 더하여 관심있는 독자들이 대조해가며 읽을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습니다. 제2장은 편주하신 분들의 해설로 이루어져 있고, 제3장은 울릉도와 독도에 관하여 과거의 사료로부터 근세에 이르기까지 한일 양국은 물론 관련국가의 문서를 인용한 나이토위 세지추우교수의 논문을 번역하여 수록하였으며, 제4장은 권정교수님의 논문을 그리고 마지막으로 제5장에는 독도문제에 관하여 일본정부의 입장을 정리한 외무성의 홈페이지 자료를 번역하여 원문과 함께 싣고 있습니다.

일본 외무성의 주장이 합리적이지 못한 점을 조목조목 따진 나이토우 세지추우교수님은 후기를 통하여 “나는 역사를 연구하는 일본인으로서 무엇보다도 역사의 사실을 존중해야 한다고 호소하고 싶다. 죽도 문제는 역사적 사실에 근거하여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외무성의 주장처럼 사실과 동떨어진 곳에서 제멋대로 논의해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나는 일본의 명예를 위해 사실에 기초하여 역사를 해명하려는 의도에서 이 책을 집필했다.(132쪽)”고 밝히고 있습니다. 학문하는 사람으로서의 양심을 접을 수는 없었을 뿐 아니라 일본의 명예를 지키는 길이라 믿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독도가 분쟁지역으로 남게 된 것은 근세 동아시아 국가들의 역학적 구도의 소산이라는 증거들이 곳곳에서 들어나고 있기 때문에 한일 양국은 진검승부를 시작할 게제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해왔던 것 같습니다. 노일전쟁을 통하여 러시아를 견제할 필요가 있었던 일본정부가 일방적으로 독도를 자국의 영토로 편입한 것이 시발점이었고,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서는 소련의 남하를 저지해야 하는 미국의 이익을 고려한 주일 대표부 정치고문 시볼트의 심려(深慮)가 ‘합중국의 이해에 관계있는 문제로서 안전보장의 고려에서’라는 제안이 화근을 남긴 셈입니다. 일본이 처음 독도를 자국의 영토에 일방적으로 편입시키던 당시에도 내무성의 입장에서는 ‘최근의 시국에 있어 한국령이라고 의심되는 황막한 일개 불모의 암초를 편입시켜, 우리를 주시하고 있는 많은 나라로부터 우리나라의 한국 병합의 야심에 대한 의문을 키우는 것은, 이익이 극히 적은 데 반해 사태가 결코 쉽지 않다’는 입장이었으나, 외무성의 경우는 ‘독도에 망루를 설치하고 무선 혹은 해저전선을 설치하면, 적함감시 상 아주 좋지 않겠는가, 특히 외교상 내무 같은 고려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입장으로 강경하게 밀어붙였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독도가 우리의 것이기 때문에, 조용한 외교로, 그들의 적극적인 공세에 소극적으로 임하며, 독도가 우리 것이라는 논리를 정립하는데 소홀했던 것 같다. 그것은 너무나 명약관화한 일이기에 그랬었지만, 게을렀던 논리의 정립은 반성해야 한다.(310쪽)”는 권정교수님의 말씀대로 우리 스스로 자성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일본은 독도(죽도)를 이렇게 말한다>를 통하여 독도가 왜 일본땅이 될 수 없는지 그 이유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작성된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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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엌 창문으로 영국을 보다 - 맨밥 같은 일상, 양념 같은 여행 처음 여는 미술관 2
김혜란 글.그림 / 인문산책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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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틀에 박힌 것 같은 생각이 들 때면 훌쩍 떠나 외국에서 살아보았으면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걸리는 일이 많아 실행에 옮기기 쉽지 않기 때문에 꿈꾸는 것으로 만족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부엌 창문으로 영국을 보다>를 엮은 김혜란님은 강단이 대단하신 것 같습니다.

중학교 1학년 딸과 초등학교 5학년 아들을 앞세우고 홀연히 영국으로 떠나 9년을 살아냈다고 하니 말입니다.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아이들을 앞세우고 영국으로 무작정 떠나온 이유는 나를 얽매이게 하는 가부장적인 가족문화, 그 관계로부터의 단절, 새로운 세상에서의 자유, 뭐 이런 것들에 끌려 저지를 만행(?)이지요.(218쪽)”라고 적은 이유가 실감나게 와 닿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떠나기 전에는 가족을 떠나 혼자서 한 달간 인도 배낭여행을 다니면서 외로움을 절절하게 느꼈다고 고백하면서도 다시 아이들과 영국행을 결심한 것을 보면 대단하신 분이란 생각을 하게 됩니다. 또 한 가지는 “왜 영국이었을까?”하는 궁금증입니다. 우울한 하늘이 연상되고 물가도 비싸다는 영국이 아닌 더 좋은 조건을 갖춘 외국도 있었을 것 같은데 말입니다.

단조롭다는 생각이 들던 영국에서의 생활에 변화를 주기 위해서 시작했다는 만화로 그리는 일상이 책으로 결실을 맺게 되었다는 말씀을 들으면서, 공부 때문에 가족들과 함께 미국 미네소타에 갔을 때, 반지하에 있는 거실에서 창밖을 날아가는 비행기를 보면 갑자기 눈물이 쏟아지더라는 아내가 한 말이 생각났습니다. 향수병에 시달리고 있었던 것이지요. 보스의 조언대로 주말이면 조금 멀리 있는 한인교회에 나가기 시작하고서부터 많이 좋아져 다행이었습니다.

<부엌 창문으로 영국을 보다>는 재미있는 작품입니다. 초등학교 이후에 만화를 본적도 그려본 적도 없는 중년 여성이 그렸다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세밀하고 잘 요약된 여섯 컷 만화와 스케치, 그리고 풍부한 사진과 설명이 잘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이웃에 사는 사람들, 베리와 밸러리부부, 쉴라 할머니, 장터분위기와 우리로 치면 아름다운 가게와 자선가게, 려룩시장, 영국인들과 같이 하는 성경공부, 어학원 모임 같은 일상으로부터 런던풍경, 브론테자매, 토머스 하디, 아가사 크리스티, 셰익스피어, 처칠, 워즈워스 등 문학가의 고향마을 등 잠시 영국을 찾아서는 제대로 챙겨볼 수 없는 아이템들을 깔끔한 설명을 곁들인 사진과 스케치에서 눈길을 떼기가 어렵습니다.

 저자가 옥스퍼드와 케임브리지를 소개하는 장면에서는 저 역시 미국에서 살면서 초등학교 2학년인 큰 아이와 학교에 입학하기도 전인 작은 아이에게 하버드, MIT, 예일 등 유명하다는 대학들의 캠퍼스를 구경시켜주었던 기억을 떠올렸습니다. 당연히 장성한 아이들은 그곳에 갔다는 사실을 기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자는 영국스러운 시골마을의 분위기까지도 소개하고 있어 세심한 면을 엿볼 수 있습니다.

영국의 다양한 역사와 문화를 소개하는 것 말고도 영국에서 살면서 느낀 저자의 생각들도 적고 있습니다. 영국의 봄소식, 사는 동네의 산책길, 도토리 거위벌레(처음 들어보는 이야기입니다만, 전상국 작가님의 ‘꾀꼬리편지’와 흡사하단 생각을 하게 됩니다(http://blog.joinsmsn.com/yang412/12385076).

가끔은 적으신 내용이 정확한 지 미심쩍은 부분도 없지 않습니다. 예를 들면, 아가사 크리스티의 고향 토키에 대한 설명을 하시면서 “1891년 토키의 부유한 상류층 집안에서 태어나 1976년 죽을 때까지 불행한 첫 번째 결혼생활에 종지부를 찍고, 두 번째로 만난 14년 연하의 남편과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며...(121쪽)”같은 경우 불행한 첫 번째 결혼이 죽을 때까지 이어졌다면 행복한 두 번째 결혼생활은 어디쯤에 끼어 넣어야 하는지 궁금해집니다. 그리고 “2009년 국내에서도 뜨거운 감자였던 미국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한인들의 집회도 이곳에서 열렸습니다.(88쪽)”에서도 2009년이 아니라 2008년이 맞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보니 2008년 영국에 사는 한인들은 왜 미국산 쇠고기를 한국에서 수입하는 것을 반대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영국은 광우병이 처음 발생하였고, 엄청난 숫자의 광우병소가 발견되었던 곳이기도 합니다. 그분들은 영국산 쇠고기를 전혀 먹지 않았을까요? 그렇다면 영국산 쇠고기가 미국산 쇠고기보다 광우병에 안전하다고 생각했을까요?

정리를 해보면 특히 영국은 물가가 비싸기 때문에 다녀온 분들 말씀으로는 살기가 참 힘들더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만, 쉽지 않은 외국생활을 씩씩하게 견디시고 이렇게 좋은 책을 통해서 소개까지 해주셔서 참 대단하단 생각을 해봅니다. 어느 해던가 런던에서 2박3일을 하면서 호텔 근처와 런던시내의 버스투어에 나섰던 것이 전부였던 영국에 대한 기대감을 부풀게 만들어주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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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를 돌보며 - 딸의 기나긴 작별 인사
버지니아 스템 오언스 지음, 유자화 옮김 / 부키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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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갑의 딸이 파킨슨병과 치매가 함께 온 어머니를 7년동안 간병하면서 겪은 어려움을 정리한 책입니다. 출산율이 세계적으로 낮은 우리나라에서도 멀지 않은 미래에 겪을 수 있는 상황이기도 합니다. 치매에 관한 책을 쓰면서 환자를 간병하는 분들이 부딪히게 될 어려운 상황들을 슬기롭게 극복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어머니를 돌보며>를 쓴 저자 버지니아 스템 오언스는 투병기간이 길고 예측할 수 없는 행동변화를 보이는 치매에 걸린 어머니의 간병에 나서면서 준비를 충분하게 하지 못한 것처럼 보입니다.

캔사스 사는 저자 오언스는 멀리 텍사스에 사는 어머니와 규칙적으로 안부전화를 드리곤 하는데, 파킨슨병으로 진단받은 어머니와 나누는 대화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하게 됩니다. 급히 고향집으로 찾아가 어머니를 모시고 병원을 방문하는데 알츠하이머병이 겹쳤다는 진단을 받게 됩니다.

저자는 처음에 어머니의 병원 진료 날짜와 투약 상황 등을 챙기기 위해 간병일기를 적기 시작하다가 불치의 병을 간병하고 있다는 그 '혼란의 늪 속에서 어떤 의미라도 건져 내기를 바라는 마음'을 정리하기로 했다는 것입니다. 사실 미국에서는 병에 걸린 사람을 간병하는 일을 배우자 다음으로 딸이 맡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가족들이 미처 챙기지 못할 수 있는 것은 파킨슨병과 알츠하이머병이 같이 하는 경우가 그리 드물지 않다는 것입니다. 파킨슨병환자는 일반인에 비하여 알츠하이머병이 올 확률이 높고, 거꾸로 알츠하이머병 환자 역시 파킨슨병이 올 확률이 일반인에 비하여 높습니다. 두 질환이 모두 신경세포가 노화하는 속도가 정상인보다 빨라져 생기는 병입니다. 특히 저자의 어머니는 ‘열공상태’라고 부르는 미니뇌졸중으로 뇌의 여러 부위가 손상을 입고 있습니다. 열공상태는 특히 고혈압을 적절하게 치료하지 않은 경우에 나타나는 병리현상입니다. “폐경기 이후에 에스트로겐을 외부에서 보충하는 것은 자연적인 질서에 위배되는 일이라고 믿어서, 몸이 에스트로겐 생산을 중단한 데는 이유가 있을 것이므로 신체 능력의 한계를 넘어서까지 보살필 필요는 없으며, 노인의 호르몬 수치를 이십대 여성과 같게 유지하는 일은 자연의 의도에 어긋난다고 생각했다.(39쪽)”고 적은 것으로 보아 아마도 자신의 건강을 적극적으로 챙기는 일에 소홀하신 것 아니었나 싶습니다.

저자는 “무엇보다도 이 책이 (간병하는 사람들에게) 불안을 줄여주거나, 고통을 덜어 주지는 못한다 해도 마음을 단단히 먹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서문에 적었습니다. 저의 솔직한 판단으로는 이 책은 치매와 같은 만성질환 환자를 간병하시는 분들이 읽으실 때, 따라 해서는 안되는 것들을 보여주고 있다 생각합니다.

그 첫 번째는 “미친 듯 정보를 찾아다니던 일을 그만둔 것이다. 나는 그동안 모은 파킨슨 병에 관한 모든 자료와 책을 서랍에 넣어버리고 쳐다보지도 않았다.(44쪽)”고 한 행동은 아주 잘못된 것입니다. 우선 간병할 대상이 앓고 있는 질환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정도의 정보를 확보해야 합니다. 뿐만 아니라 의료진을 별로 신뢰하지 않는 듯 여러 의사를 돌아다닌 듯합니다. 미국의 경우는 다양한 분야의 의료인 및 요양기관에 대한 평가결과를 일반대중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정보를 공개하고 있습니다.

또한 어머니를 간병하기 위하여 하던 일을 중단하고 고향집으로 돌아가 어머니와 같이 있게 되었다고 하는데, 요양시설에 어머니를 모셨을 때는 어머니가 시설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세심하게 신경을 써야 함에도 불구하고 자신에 대한 어머니의 의존성을 더욱 키우는 방향으로 행동한 것으로 보입니다.

어머니의 병환이 진행되는 상황과 간병하는 자신이 어떻게 대처하였는지를 세밀하게 적은 것으로 독자들이 느끼는 감동은 특별한 것 같습니다만, 곳곳에서 인용하고 있는 뇌기능 등에 대한 전문적인 내용의 글들은 독자들이 읽기에 부담스러울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그리고 어머니의 사후를 대비하기 위하여 어머니와 의논하는 장면도 적절하지 못하다는 생각입니다. 치매를 앓고 있는 환자의 인식 수준이 사후처리를 의논하기에 적절하였는지 이해하지 못하겠습니다.

오랜 기간을 앓다가 죽음에 이르는 만성질환을 간병하는 분이 특히 새겨야 할 점은 자신이 건강해야 환자를 제대로 돌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자신이 녹내장을 비롯한 건강상의 문제가 드러나고 간병에서 오는 피로감을 호소하는 듯한 인상을 읽을 수 있습니다. 형제를 비롯하여 주변에 도움을 줄 친지들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는데 부담을 적당히 나누려는 노력을 볼 수 없습니다.

“물론 나도 너와 네 어머니가 아주 가까웠다는 건 알아. 하지만 지치지 않게 적당히 하는 것이 좋아. 이 일을 앞으로 얼마나 계속해야 할지 모르잖아.(153쪽)”라는 친구의 조언에 대하여 “하지만 나는 어머니와 보내는 시간을 줄인다는 것은 생각도 할 수 없었다. 아니 더 정확하게는 그런 생각을 하더라도 행동으로 옮길 수 없었다.(153쪽)”는 답변을 적은 것으로 보아 힘들 수밖에 없는 효율적 간병을 위한 전략적 판단 보다는 감성적 접근이 우선이었던 것 같습니다.

다시 정리해보면, 혹시 가까운 분을 오랫동안 간병해야 하는 상황을 맞게 되면 이 책의 저자와 같은 접근방식은 절대로 추천할 수 없습니다. 환자를 힘들게 할 뿐 아니라 간병하는 본인도 심각한 피해를 입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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