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 - 13년 연속 와튼스쿨 최고 인기 강의
스튜어트 다이아몬드 지음, 김태훈 옮김 / 8.0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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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MBA 와튼스쿨에서 13년을 연속해서 가장 인기가 많은 강의로 꼽힌 스튜어트 다이아몬드 교수가 협상론에 관한 자신의 강의를 담은 책을 번역하여 국내에 소개하게 되었다는 출판사의 추천을 받아 읽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책을 펼치고 얼마 되지 않아서 [BOOK소리]에서 꼭 소개해야 하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우리나라의 보건의료분야에서 일하시는 분들이 꼭 참고를 하시면 좋겠다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렇습니다. 진즉부터 우리사회가 협상에 미숙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왔습니다. 특히 민주화의 봇물이 터지고 부터는 “원하는 것을 모두 얻어내지 못할 바엔 차라리 모두 버린다”는 'all or nothing'주의가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보건의료분야 역시 그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확한 이유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아마도 협상전문가가 없을 뿐 아니라 키우려는 노력조차도 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특히 이해가 엇갈릴 때 일수록 강경파의 목소리가 힘을 얻고 힘을 과시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경향이 우선하는 탓일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기억하는 선조 가운데 시쳇말로 협상의 달인도 계셨지 않았습니까? 고려 성종 12년 소손녕이 이끄는 거란 대군의 침공을 맞아 서경이북을 내주고 전쟁을 피하자는 조정분위기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단신 적진으로 들어가 소손녕과 담판을 지어 오히려 강동6주를 얻어내는 외교적 성과를 이루어낸 서희(徐熙), 그 분 말씀입니다. 양재동에 있는 외교안보연구원을 방문하면 서희의 흉상을 볼 수 있습니다. 그 분의 뜻을 오늘에 살리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읽히는 부분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교과과정 어디에도 협상에 관하여 공부할 기회가 없는 것 같습니다.

 

협상에는 왕도가 없다고 합니다. 그래도 협상을 잘 진행하는데 필요한 요소에 관한 많은 연구가 이루어져왔고, 그러한 요소는 시대의 변화에 따라서 달라져왔습니다. 통상적으로 협상의 핵심원칙으로 협상의 당사자 간의 이해관계의 공유, 이해관계를 충족시킬 다양한 옵션의 개발, 협상 당사자들 간에 합의에 대한 객관적 기준마련 등을 꼽고 있으며, 기술적 요인으로는 협상 당사자들 간의 의사소통, 신중한 합의의 약속, 협상당사자들 간의 관계 등이 고려된다고 합니다.

 

다이아몬드교수는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에 ‘누구나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는 긍정적인 메시지를 담으려 했다고 합니다. 특히 합리적으로 설득하고 강압적으로 밀어붙이며 파업과 같은 극단적인 방법을 쓰는 것을 강조하는 기존의 협상법은 현실에서는 효력을 제대로 발휘하는 경우가 드물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고, 명확한 목표를 가지고 상대방의 마음을 이해하며 상대의 머릿속 그림을 그리고 상황에 맞게 점진적으로 접근하는 대처방법이야말로 진정한 협상방법이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삶이 복잡해지면서 삶 자체가 협상에 의지하여 결정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협상전문가들은 주장하고 있습니다. 다이아몬드교수님 역시 그런 점을 감안하여 일상생활에서 흔히 보는 협상이 필요한 상황을 예로 들면서 그의 방식이 어떻게 효과적으로 작동하는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회사에서 인정받는 방법, 가격을 유리하게 흥정하거나 남들과 차별화된 서비스를 받는 비법, 생활의 혜택을 얻거나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 심지어는 자녀들 교육에 이르기까지 협상의 기술을 적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면 틀림없이 놀랄 것입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얼마 전에 소개해드렸던 <10대들의 사생활; http://blog.joinsmsn.com/yang412/12453211>에서 데이비드 월시교수가 피상담자들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 역시 상대의 마음에 들어가 그의 욕구와 동조하여 공감을 느끼려 노력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바로 다이아몬드교수의 협상론의 핵심이 되는 것이라 하겠습니다. 제1강에서 그가 제시하는 열두가지 협상의 핵심전략은 어떻게 보면 쉽게 실행에 옮길 수 있는 것들이지만 막상 소홀하기 쉬운 것들입니다. 예를 들면, 상대방의 머릿속 그림을 그린다거나, 감정에 신경을 쓴다거나 절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 등입니다. 저는 오히려 그가 협상을 시작할 때 “요즘 어떻게 지내십니까?”라는 질문에 담긴 4가지 협상도구에 관심이 끌렸습니다.

 

첫째, 형식적인 분위기를 탈피하여 관계를 형성하는데 도움을 얻을 수 있다는 점, 둘째, 질문을 통하여 정보를 수집함으로써 상대의 상태를 효과적으로 살필 수 있다는 점, 셋째, 상대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상대를 우선적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인식을 심어준다는 점, 넷째, 일상적인 대화를 통하여 서로 편안한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는 것입니다.

다이아몬드교수님의 협상법의 키워드는 “인간의 심리에 초점을 맞춘다.”는 것입니다. 그 이유는 “사람이란 본래 자기 말에 귀기울여주고, 가치를 인정해주고, 의견을 물어주는 사람에게 보답을 하기 마련입니다. 그게 변하지 않는 사람의 본성이에요.(41쪽)”라는 것입니다. 주로 협상 사안과 이익에 초점을 맞춘 후, 이에 맞춰 어떤 제안을 할지 궁리하는 식으로 접근했던 과거의 협상방법이 좋은 결과를 만들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던 이유이기도 합니다.

 

최근에 의약계의 리베이트관행과 관련하여 제약사의 영업파트에서 금전 혹은 선물을 제공하는 행위가 부도덕하다는 지탄을 받는 수준을 뛰어넘어 심지어는 이사를 도와준다거나 하는 등의 보이지 않는 가치를 제공하는 행위까지도 도덕적이지 않은 것으로 몰리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책의 저자는 필라델피아에 있는 대기업의 CEO가 핵심고객을 위하여 한 가장 중요한 일이 그의 장모를 토요일 밤에 공항에서 픽업하는 것이었고, 이 일은 어떤 협상과도 관계가 없는 것이었지만 이후 모든 협상에 유리한 영향을 미쳤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또한 언젠가 북리뷰를 통하여 소개한 바가 있습니다만, 의료과오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실수가 있었다면 솔직하게 사과하는 것이 의료소송을 피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는 점이 의료계에 조금씩 확산되고 있다는 점도 인용되어 있습니다.(보다 상세한 내용은 정재승, 김호의 <쿨하게 사과하라; http://blog.joinsmsn.com/yang412/12147514>를 참조하시면 좋겠습니다.

 

눈길이 가는 대목이 참 많습니다만, 미국의 유력 신문이 “남미 출신들의 로비활동이 여전히 부진하다.”는 헤드라인으로 쓴 기사를 인용한 부분입니다. 이 구절은 “의사들은 로비활동를 제대로 하지 못한다.”로 바꾸면 우리나라의 사정에 꼭 맞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다이아몬드교수는 이 문장이 명백하게 잘못된 것이라는 점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남미출신들이 모두 같은 문화권으로 치부하는 것부터가 잘못인데다가 남미출신 이민자들의 출신지, 직업, 정치성향 등등 모든 면에서 다양성을 내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남미출신이라는 단일집단으로 치부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는데, 이리한 시각이 편견과 차별을 낳게 된다는 것입니다.

 

사실 우리나라의 의료계에 대한 인식도 마찬가지라 생각됩니다. 약계를 비롯한 다른 분야와 달리 의료계는 매우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먼저 전공과목부터가 다양하며, 고용상태 역시 대학교수, 봉직의사, 개업의사 등으로 다양하기 때문에 이들의 의견을 하나로 정리하는 일 자체가 불가능할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료계는 항상 통일된 의견을 내지 못한다는 관념이 고정되어 온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 의사들을 대변하는 대한의사협회 역시 회원들의 의견을 광범위하게 수렴하려는 노력 자체를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경향이 있는 것은 아닐까 싶습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관련 분야의 의견을 대표하는 분들로 구성되는 모임을 통하여 평소 신뢰를 쌓아가는 노력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합니다.

 

정리를 해보면, 단체에서 활동하는 분들이라면 협상에 참여할 기회가 많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분명 지금까지 알고 있는 정형화된 협상의 틀과는 분명 차별되는 새로운 협상의 틀을 깨우치는 기회가 될 것 같습니다. 와튼스쿨의 스튜어드 다이아몬드교수님의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에서 무언가를 얻으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작성된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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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처럼 2011-12-12 14: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터넷신문 <라포르시안>에서 댓글 이벤트를 하고 있습니다. 다음 주소의 포스팅에 좋은 댓글을 달아주신 한 분께 이 책을 보내드립니다.

http://www.rapportian.com/n_news/news/view.html?no=2890
 
바슐라르 - 바슐라르와 상상의 미학, 그 무한의 나라로의 여행
곽광수 지음 / 민음사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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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촛불의 미학>을 통하여 처음 만났던 가스통 바슐라르가 다시 저의 눈길을 붙잡게 된 것은 누군가의 블로그에서 ‘바슐라르와 상상의 미학, 그 무한의 나라로의 여행’이라는 부제를 단 곽광수교수님의 <바슐라르>의 리뷰를 읽고서였습니다. ‘상상(想像)’의 나라를 헤메고 다니던 시절이 있었지만, 언젠가부터는 아예 단어조차 기억하지 못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보니 문학작품이나 라디오 드라마로부터 멀어지면서 생긴 버릇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촛불의 미학을 통하여 바슐라르가 과학철학자이며 문학비평가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 사실은 과학사를 연구하는 과정에서 인간의 상상력이 집요하고 무한하며, 그러한 상상력은 문학을 통하여 표현되고 있음을 깨닫고 문학을 연구하게 되었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사실 <촛불의 미학; http://blog.joinsmsn.com/yang412/9918483>을 읽으면서 흔히 만나는 촛불에 대하여 그렇게 천착해 들어가는 모습이 경이롭기까지 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마도 바슐라르는 사물을 과학적으로 분석하는 재능을 가지고 있었음이 틀림없습니다.

 

<바슐라르>에서는 곽광수교수님을 통하여 바슐라르가 생전에 뒤쫓던 화두가 ‘상상력’이었다는 점도 알게 되었습니다. 또한 문학비평의 방법론에 대해서도 조금 눈을 뜨게 되는 것 같습니다. 저자가 책머리에 붙여둔 것처럼 <바슐라르>는 두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제1부에서는 바슐라르의 상상력 이론을 다룬 곽교수님이 다룬 글들로, 제2부에서는 바슐라르의 이론을 실제로 문학비평에 적용한 글들로 구성하였다고 합니다. 제1부는 ‘물질적 이미지’, ‘바슐라르와 상상력의 미학’, ‘바슐라르와 상징론사’, ‘바슐라르 문학비평의 실제’, ‘외국문화 연구와 텍스트 읽기’라는 제목의 글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 가운데 ‘바슐라르와 상상력의 미학’이 가장 비중을 많이 차지하고 있는 연구서로 보입니다. 특히 이 부분을 독해하는 것이 가장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바슐라르의 창조적인 상상력은 물질적 이미지와 물질적 상상력이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고 합니다. 특히 문학작품에서 작가의 상상은 언어를 통하여 형상화되는데 작가가 언어의 이미지를 통하여 표현하는 상상은 역시 독자가 상상을 통하여 이를 구체화하는 내부적 표상작용을 통하여 교감할 수 있게 된다는 것입니다. 저자가 “울림의 관점에서 본다면 이미지의 존재와 힘이란 기실 독자의 상상력의 존재와 힘이다.(58쪽)”라고 정리한 것처럼 작가가 이미지를 통하여 형상화한 상상력을 독자가 울림이라는 교감을 통하여 같이 느끼도록 하는 힘이 바로 작가에게 주어진 미션이라는 의미로도 해석되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근래의 문학에서는 상상력의 힘을 보여주려는 노력보다는 보고 듣고 이해하는데 주력하는 경향이 있는 것 아닐까 싶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독자 역시 상상력을 동원하기 보다는 즉각 이해되지 않는 문학을 어렵다고 멀리하는 경향이 있는 것 아닐까 싶습니다. 그렇다면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제가 언젠가부터 시, 소설, 에세이와 같은 문학작품으로부터 멀어지게 된 것이 저의 상상력이 빈곤해진 탓에만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닐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 애매할 수 있겠습니다만, 상상력이 많이 필요하지 않는 작품을 읽다보니 상상력을 발휘하는 연습이 게을러지고 관심도 줄어들게 되었을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그리하다보니 문학작품을 읽고서도 막상 리뷰를 쓰려다 보면 생각이 마치 액체 속의 입자가 브라운운동을 하듯 종잡을 수 없이 흐르면서 글의 흐름도 뒤죽박죽이 되고 마는 경향이 있습니다. 최근에 기획하고 있는 책을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저의 상상력을 다시 키워야 하겠습니다. 저의 생각을 글에 담기 위해서도 그렇고, 제가 읽어내고 정리해야 할 책들에 담긴 저자들의 상상력에 교감하기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작업이 될 것 같습니다.

 

곽교수님께서 바슐라르의 상상력의 미학을 통하여 김현승 시인의 <鉛>의 셋째 연 “맑고 고요한 내 눈물을 / 밤이슬처럼 맺혀 보아도, / 눈물은 나를 떼어 낸 조그만 납덩이가 되고 만다.”에 대하여 언급하고 계신 부분을 예로 들어, “사라짐의 이미지로서의 <눈물>마저, 지워 사라지게 하는 긍정적인 기능을 잃고 사라지게 해야 할 지성적인 무거움을 도리어 얻는 것을 묘사함으로써, 지상적인 것에의 얽매임의 끈질김을 보여준다. 지성적인 삶의 장(場)이라고 할 낮 동안의 온갖 활동의 찌꺼기를 걸러내는 것인 듯한 <밤이슬>의 이미지가 사라짐의 이미지로서의 <눈물>을 확인해주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무거움의 이미지로서의 납의 선택이다. 납은 무거운 물질일 뿐만 아니라, 그 표면적인 시각적인 성질에 있어서 어둠과 검은색의 동류인 것이다.(283쪽)”라고 정리하고 있습니다.

 

바슐라르가 추구한 상상력의 미학은 문학비평에서 그 빛을 발휘하고 있다는 곽교수님의 말씀은 특히 제2부에 담고 있는 문학비평의 실제 사례를 통하여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특히 문학언어를 과학적 보편성으로 분석하려던 구조주의적 접근방식이 특별한 성과를 이뤄내지 못하고 말았다는데서 바슐라르의 미학에 다시 관심을 가지게 되는 것 같습니다.

 

문학적 아름다움을 과학이라는 이름으로 객관적으로 증명하기보다는 작가의 상상력을 통하여 형상화된 이미지를 매개로 하여 독자가 작가와 교감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문학을 향유하고 음미할 때 느끼는 감동은 독자의 심리적 활동으로 생겨난다는 것입니다. 바슐라르의 상상력 이론은 독자와 작가와의 심리적인 공감과 문학작품이 가지는 의미를 보다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안내할 것이라고 합니다.


-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작성된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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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 정운천의 7번째 도전
정운천 지음 / 올림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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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목요일 정운천 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님의 출판기념회에 참석했습니다. <박비향>을 출판했을 때도 참석했지만 기념식장에는 그의 삶에 공감하는 많은 분들이 참석하여 성황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바보 정운천의 7번째 도전>은 지금까지의 삶을 통하여 그가 보여준 도전정신을 함축하고 있습니다. “위기 속에서 기회를 찾고자 노력해온 저의 무모한 도전을 통해, 길고 어두운 터널을 통과하고 있는 오늘의 젊은이들이 조금이라도 힘과 용기를 얻을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습니다.(7쪽)”라고 머리말에서 그가 밝힌 집필의도는 정치의 계절을 맞아 봇물처럼 이어지고 있는 여느 출판기념회와는 분명 다른 메시지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얼핏 보면 투박하다싶은 그를 만나 이야기를 해보면 신념과 나름대로의 철학이 뚜렷하다는 느낌을 얻게 됩니다. 그를 처음 만난 것이 2008년 5월 2일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관련한 정부합동 끝장토론이 열렸던 세종로 정부청사였습니다. 그때 처음 본 인상이 앞서 말씀드린 대로 투박하다 싶었습니다. 그리고 두어달이 지난 다음 장관집무실에서 만난 그는 <거북선농업>을 건네주면서 당시 이슈가 되고 있던 미국산 쇠고시 수입재개와 관련한 협상의 뒷이야기 그리고 국내 한우농가대책 등이 제대로 국민들에게 전달되지 못하고 있는 점을 안타까워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와의 인연은 출판기념회에 초대장을 보내주는 단계로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한번쯤은 좌절을 맛보기 마련이라 생각합니다. 굳이 따져보지 않았습니다만, 저 역시 몇 차례 삶이 흔들릴 정도로 고민할 정도의 위기가 있었습니다. 당연히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변화를 시도하여 새로운 방향으로 전환하는 노력을 기울였습니다만, 정운천 장관님이 삶에서 맞은 위기는 새로운 국면을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로 힘든 상황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 진학에 실패하는 과정은 저도 겪어봐서 나름 공감되는 부분입니다만, 맨땅에서 헤딩하는 식이라고 할 참다래농업을 뿌리내리고 고구마농사로 이를 보완해가는 과정은 농업에 대한 그의 열정과 깊은 생각을 읽을 수 있습니다. 이 과정은 <거북선 농업; http://blog.joinsmsn.com/yang412/9802332>에서 생생하게 풀어놓고 있습니다.

 

그가 농업에 투신하게 된 데는 “인생의 진로를 결정할 때는 가장 첨단을 달리는 곳이나 아니면 가장 낙후된 곳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라. 그만큼 성공의 여지가 많고 개발의 잠재력이 크다.(49쪽)”고 하신 인촌선생님의 말씀이 영향을 미쳤다고 합니다. 그리고 보니 저 역시 대학을 졸업하고 기초학을 전공하는데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농업을 선택한 그에게 시련이 이어져 수입개방과 어렵게 일군 참다래농사가 계절을 타는 문제가 도전과제로 등장했고 무조건 반대가 아닌 면밀한 상황분석을 통하여 이를 타개할 방법을 찾고 협상을 통하여 이를 관찰하는 뚝심을 보여주고 있어 쉽게 좌절하는 요즘 젊은이들이 배우면 참 좋을 것 같습니다.

 

입시가 그의 첫 번째 도전이었다면, 그가 일생을 바친 농사일은 두 번째, 세 번째 그리고 네 번째의 도전으로 이어졌고, 농업에 대한 그의 꿈을 구체적으로 실천할 기회였던 농수산식품부장관직은 취임 직후 일어난 제2차 광우병 파동 때문에 제대로 펼쳐보지도 못하고 접고 말았으니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의 다섯 번째 도전이 된 촛불시위에 대한 그의 적극적인 대응과정에는 저 역시 적지 않은 부분에서 같이 한 바 있습니다. 이 과정에 대한 이야기는 <박비향; http://blog.joinsmsn.com/yang412/11059482>에서 잘 읽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는 정치적 도전이 된 전라북도 도지사 선거가 여섯 번째 도전이 되었는데, 애시당초 불가능한 도전이었지만, 누구도 생각지 못한 지지를 얻어내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하였습니다. 아마도 그의 진심이 도민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었던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제 그는 삶의 일곱 번째 도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칠전팔기’라는 말이 있습니다만, 꼭 일곱 번 쓰러지고 여덟 번째 도전에 성공하라는 이야기는 아닐 것입니다. 그는 자신의 진면목을 충분히 보여주었다고 생각합니다. 농업과 농민을 사랑하는 그의 철학이 이제는 제대로 평가받고 빛을 볼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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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윤리
고기복 외 지음 / 이담북스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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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사람들은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인터넷 세상에 깊숙이 들어와 살게 되었습니다. 인터넷을 통하여 편지를 주고받고, 신문기사도 인터넷을 통하여 읽을 수 있고, 심지어는 물건을 사고파는 일도 인터넷을 통하여 이루어지고 있을 뿐 아니라 민원업무도 인터넷을 통하여 쉽게 해결하고 있기도 합니다.

때로는 인터넷을 통하여 일을 보면서 직접 얼굴을 보지 않기 때문에 마음에 부담이 적다는 생각이 드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생각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얼굴을 마주대하였다면 피했을 짓을 저지르게 만들기도 합니다. 또한 그런 짓이 남에게 피해를 주고, 심지어는 윤리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경우에 따라서는 법적인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다는 점을 깨닫지 못하기도 합니다.

한국인터넷법학연구소 이사장이신 백윤철교수님을 비롯한 김상겸, 이준복, 고기복 교수님들이 인터넷을 사용하면서 꼭 참고하면 좋을 사항들을 정리하여 <인터넷 윤리>에 담아, 이 분야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에게 소중한 자료로 사용할 수 있게 한 것은 참 의미있는 일이라 하겠습니다. 책의 얼개는 먼저 총론을 두고 이어서 각론을 둔 것은 마치 교과서 같다는 느낌이 많이 들게 되어 딱딱하겠다는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저자들에 의하면 인터넷에서의 윤리에 관하여 철학, 정치학, 사회학, 신문방송학, 컴퓨터공학 등과 같은 여러 학문 영역에서 다각적인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지금까지 편하게 이용해왔던 인터넷에 규제의 틀을 씌우는 것은 지나친 처사가 아닌가 항변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최근 방송통신위원회에서 SNS 부문에서도 사회적 통념에서 어긋나는 사항에 대하여 규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해서 찬성과 반대의 의견이 나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인터넷 세상도 사람들이 얼굴을 직접 마주치지 않는다 뿐이지 사람사는 일과 크게 다를 것이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사람사는 세상에서 통용되는 도덕적 규범이나 경우에 따라서는 법으로 정해진 틀을 적용하여 혼란을 막을 필요성이 점차 많아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저 역시 2008년 제 2차 광우병파동을 겪으면서 악플 등으로 마음고생을 조금하면서 적극적인 대응을 고민하기도 했습니다만, 뜨겁게 달아올랐던 당시의 사회적 분위기를 타고 감정들이 고조된 상황에서 나온 일이라 보이는 부분도 있어 지나가게 되었습니다. 덕분에 인터넷세상에서 맷집이 조금 된다는 이야기를 하는 분도 있었습니다.

총론은 그야말로 총론입니다. ‘법의 개념과 인터넷 윤리’, ‘법과 사회규범’, ‘인터넷윤리와 법’이라는 제목으로 인터넷 세상에서 살아가기에 필요한 사회적 기준에 대한 설명입니다. 윤리적 수준에서 지켜야 할 부분과 법으로 기준을 정하게 되는 사항에 이르기까지 기본적인 사항들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각론은 다양합니다. 인터넷 세상에 적용할 윤리적 덕목과 법리로부터 사이버범죄의 유형과 이에 적용되는 법률조항, 전자상거래에 관한 법률문제, 많은 네티즌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저작권법 관련 부분, 그리고 네티즌을 짜증나게 만드는 스팸에 관한 각국의 규제동향에 이르기까지 인터넷과 관련된 다양한 사안들에 대하여 국내외 자료를 수집하여 정리하고 있을 뿐 아니라 법률적 해석이 필요한 경우에는 다양한 판례를 인용하여 읽는 이들의 이해를 돕고 있습니다.

인터넷상의 표현의 자유를 어디까지 허용할 수 있는지 등에 관한 설명이라던가 인터넷에서 주고받은 글을 통한 명예훼손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할 수 있는지와 같은 피부에 와 닿는 문제에 있어 나름대로의 기준을 정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또한 인터넷을 통하여 생길 수 있는 범죄행위의 유형, 예를 들면, 인터넷 사기, 인터넷 윤락, 컴퓨터 업무방해, 증권거래, 인터넷 도박, 전자인증제도의 보호, 전자화폐의 위조, 불법복제행위 등에 대하여 구체적 사례와 판례 등을 인용하고 있어 개념을 정리하는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다만 제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저작권과 관련해서 조금 깊게 다루어주셨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조금 남습니다.

관련법 조문을 참고하려해도 찾아보기 어려운 경우가 있는 점을 감안하여 본문 다음에 <정보통신망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등에 관한 법률>, <공공기관의 개인정보보호에 관한 법률>, <전기통신사업법>, <정보통신기반보호법> 등의 법률 전문을 소개하고 있는 것도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작성된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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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한국을 뒤집을 14가지 트렌드 - 시티 팜에서 퀴어 비즈니스까지
KOTRA(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지음 / 알키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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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 아이템을 찾는 분들의 눈길을 끌 책입니다. 흔히 코트라(KOTRA)라고 부르는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에서 2년에 걸친 기획을 통하여 정리한 최근에 뜨고 있는 새로운 트렌드를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코트라는 수출진흥을 목적으로 1962년 설립한 정부투자기관으로 세월이 흐르면서 주요사업방향에서 변화가 있었지만, 수출입거래알선, 해외시장개척, 국내외 각종 전시회·박람회 참가, 북방시장개척 등의 업무를 담당해오고 있습니다. 1990년대가 시작하면서 대형기업 중심의 수출지원 전략을 수정하여 중소기업이 담당할 수출유망상품 발굴을 지원하는 등 사업방향을 전환하고 있다고 합니다.

<2012 한국을 뒤집을 14가지 트렌드>는 코트라가 추진하고 있는 사업전략과 잘 부합하는 기획으로 보입니다. 즉 급변하는 세계의 트렌드를 읽어 우리나라 기업이 국내에서 혹은 해외에서 펼칠 수 있는 사업아이템을 찾는데 크게 도움이 될 정보를 담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코트라는 이번 기획을 완성하기 위하여 전 세계 76개국 111개 도시에 주재한 해외무역관을 총동원해서 2년간에 걸쳐 방대한 자료를 수집하고 분석한 결과를 이 책에 담았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경쟁이 치열한 해외 비즈니스 무대의 한복판에서 일하고 있는 코트라의 주재원들이니 만큼 이들의 촉각에 붙잡힌 문화ㆍ경제ㆍ사회 등 다양한 분야의 최신 정보라면 분명 자세하게 뜯어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우리나라, 내년엔 이 시장이 뜬다’라는 소제목을 달아 책을 소개하고 있는 것처럼 해외에서 뜨고 있는 사업아이템이라고 하면 머지않은 앞날에 우리나라에도 진입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고 하겠습니다. 그렇다면 그들이 우리나라에 사업을 들여오기 전에 먼저 시작하는 것도 좋은 기회가 될 수 있겠습니다. 물론 생소한 사업을 처음 시작하는 부담은 클 수도 있겠습니다. 코트라가 머리말에 정리한 것처럼 해외정보를 바탕으로 향후 우리나라 소비자들의 취향을 좌지우지할 주요 흐름 14가지를 추려냈다고 하는데 해외시장 개척보다는 국내시장용에 무게를 둔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하지만 외국의 변화가 우리나라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보면 아직은 사업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저로서도 관심이 가는 부분도 적지 않습니다.

아는 것이 병이라고 우선 눈길을 끈 것은 얼마 전에 읽은 앨런 패닝턴의 <이기적 이타주의자; http://blog.joinsmsn.com/yang412/12454675>를 통하여 새로 등장하고 있는 소비트렌드로 소개하고 있는 선한 소비자와 공정거래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는 부분이었습니다. 착한 소비자운동이 일반 소비자들에게까지 광범위하게 확산될까요? 

살인적인 물가에서 살아남기 위한 발버둥이 읽히는 ‘고물가’ 편도 관심이 가는 부분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고물가에서 살아남기 위하여 발버둥을 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가난해도 당당하게 갖고 싶은 것은 산다’는 제목을 단 ‘럭셔리 푸어’가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값비싼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하여 발버둥을 치는 사람들이 사는 나라는 선진국이 많다는 것과 럭셔리 푸어들은 신흥경제국에 더 많은 것 같다는 느낌입니다. 이제 기억하는 사람들도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만, 우리 옛말에 뱁새가 황새를 따라가려다 보면 가랑이가 찢어진다는 말이 있습니다. 특히 젊은이들이 그런 경향이 많은 것처럼 보이는 것은 자족하는 삶이 주는 행복에 대한 사회적 교육이 부족한 탓은 아닐까 싶습니다.

세컨드홈에서는 최근에 우리나라에서도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다문화사회화에 관한 내용을 다루고 있는데, 고국을 떠나 다른 나라에 새둥지를 마련하는 사람들이 급증하고 있는 것이 우리나라에서만 일어나는 현상이 아니고 세계적인 트렌드이고 이런 현상은 서로 다른 문화가 섞이는 계기가 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배타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어 더욱 조심스러운 부분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다문화사회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만큼 큰 부작용없이 자리를 잡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http://blog.joinsmsn.com/yang412/12471335).

‘자기만족을 추구하는 아름다운 나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중년에 부는 새로운 바람도 관심을 두고 읽었습니다. 미용에 관심을 가지고 S라인 몸매를 가꾸는 일본중년들의 트렌드에서 조그만 거부감이 느껴지면서도 “나도?”하는 생각이 드는 것은 중년을 넘어서는 저로서도 끌리는 마음이 있는 탓이 아닐까요?

주제에 따라 풍부한 사진자료와 자료의 소스를 공개하고 있어 쉽게 접근이 가능하도록 한 것도 눈길을 끌고 있을 뿐 아니라 글도 쉽게 쓰여져 쉽게 읽히는 점도 매력적인 책입니다.

-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작성된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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