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정원식물 - 초본류 한국의 정원식물 시리즈 1
박석근.정현환.정미나 지음 / 이담북스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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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철이라서 실감하기에는 조금 거리가 있어 보입니다만, 산책길에 조성한 화단 혹은 도로변에 놓아둔 화분 등, 우리의 생활주변에서 다양한 꽃들을 마주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예전에는 볼 수 없었던 꽃들도 적지 않습니다. 식물원 혹은 정원에서는 꽃이름을 적은 팻말을 세워두었기 때문에 새로 만난 꽃도 즐기고 새로운 이름도 익히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게 되는 것 같습니다. 물론 기억력이 예전같이 못해서 쉽게 잊기도 합니다만, 꽃사진과 함께 꽃이름도 같이 찍어서 이름을 새기려 노력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름을 알 수 없는 꽃을 만나게 되면 답답한 마음이 드는 것은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이 아직도 남아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이럴 때는 꽃을 찍은 사진을 바탕으로 인터넷을 뒤져 이름을 확인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그보다는 블로그 커뮤니티에 있는 꽃박사님들께 여쭈어 보는 편이 훨씬 빠르게 답을 구할 수 있다는 것을 체험하고 있습니다.

 

지난 해 아내와 함께 주말걷기를 열심히 다니면서 만나는 꽃이름을 두고 갑론을박하면서도 제대로 공부해보자는 이야기는 절대로 끄집어 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좋은 기회가 생겼습니다. 바로 이담북스에서 <한국의 정원식물> 시리즈의 첫 번째 초본류의 사진과 특성을 담은 그림책을 펴냈기 때문입니다. 원예/화훼분야와 식물원에서의 오랜 경험을 가지고 계신 박석근과 정현환박사님 그리고 정미나님 등 세분의 저자들께서 최근 우리네 정원에서 만날 수 있는 88개과의 650종의 초본류의 꽃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담은 시리즈의 첫 번째 책을 펴낸 것입니다.

 

‘온누리를 꽃과 정원으로’라는 슬로건으로 노력하고 계신 세분의 저자들은 2006년 12월에 열린 싱가폴 가든 페스티발에 참석했다가, 1,000여 종의 열대식물을 정리한 “1001 Garden Plant in Singapore”라는 책을 발견한 것이 계기가 되어 우리나라에서 심고 가꾸는 식물들을 정리해보자고 의기투합하였다고 합니다. 이런 종류의 책을 만드는데 있어 열정이나 의기투합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많은 난관이 있었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초본류에 대한 좋은 정보를 담은 책을 세상에 내놓아 관심있는 독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백합과의 아가판투스와 알리움 기간테움을 다룬 페이지를 찍은 사진에서 보시는 것처럼, 맨 위쪽에는 가래과에서부터 흑삼릉과에 이르기까지 꽃이 속하는 88종류의 과(科)이름에 따라서 분류하고 있고, 그 다음에는 꽃이 개화하는 시기가 표시되어 있습니다.  그 다음에는 아주 좋은 질의 꽃의 컬러사진을 실었고, 그 아래로, 식물명, 학면, 영명, 생활형, 개화기, 화색, 초장, 조폭, 용도, 번식방법, 생육적온, 내한성, 광 요구도, 수분 요구도 등 전문적인 사항을 정리하고 있을 뿐 아니라 정원에 심어 관상하시고자 하는 분을 위하여 관리포인트까지도 덧붙이고 있습니다. 식물이름과 과명 및 학명 등에서 이견이 있을 수 있으나 우리나라의 식물은 “국가표준식물목록”을 기준으로 하였고, 외국 식물의 경우는 RHS(영국왕립원예협회)의 “Plant Finder"를 참조하였다고 합니다.

 

‘세상은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다.“고 저자들이 지적하고 있는 것처럼 길을 가다가 우연히 마주친 꽃이 마침 이름을 알고 있는 경우에는 더욱 반갑고 예뻐 보인다고 하면 믿으시겠습니까?

 

<한국의 정원식물>을 읽고서 저자들께서 예고한대로 2편 목본류, 3편 실내식물 등이 어서 세상에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보다도 야생화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책도 만들어주시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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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윈 지능 - 공감의 시대를 위한 다윈의 지혜
최재천 지음 / 사이언스북스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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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년 들어 진화론에 대한 논의가 많았던 것은 2009년이 진화론을 제창한 찰스 다윈의 탄생 200주년이자 다윈이 진화론의 이론을 담은 <종의 기원>이 출간된 지 150년이 되는 해였기 때문입니다. 세계 각국이 2009년을 ‘다윈의 해’로 정하고 다양한 학술행사를 진행하였던 것처럼 우리나라에서도 학계는 물론 언론 등에서도 진화론을 주제로 한 다양한 기획이 진행되었습니다. 그 행사의 중심에 있던 최재천교수님께서 그동안 다루어왔던 진화와 관련된 글들을 모아 묶어 결실을 맺은 것이 <다윈 지능>입니다.

 

<다윈 지능>에서 진화를 주제로 한 25꼭지의 글을 읽을 수 있습니다. 각각의 글은 연관성이 있으면서도 독립적이어서 반드시 순서대로 읽을 필요는 없다고 보았습니다. 다윈의 진화론을 둘러싼 흥미로운 일화에 대한 글도 있습니다만, 최교수님이 그동안 많이 다루어왔던 성의 기원과 진화에 관한 글이 많은 것은 진화 역시 생명의 탄생과 밀접한 연관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때까지 우주 만물은 창조주에 의하여 만들어졌다는 믿음을 감히 뒤집어 볼 생각조차 해보지 않았던 유럽 사회에 던진 다윈의 진화론의 충격은 엄청났을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다윈 역시 자신의 도전적인 이론을 보다 완벽하게 가다듬기 위하여 수많은 실험을 반복하고 사유의 시간을 가지는 신중함을 견지했다는 것입니다.

 

그로부터 150년, 진화론은 어느 덧 지구상에 살고 있는 생물들의 기원을 논하는 생물학적 범주를 뛰어넘어 사회학, 철학과 경제학, 법학, 문학, 정치학, 의학, 심지어는 예술의 영역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어쩌면 에드워드 윌슨교수가 예측한 학문 간의 통섭에 대한 개념이 자리 잡으면서 가능해진 것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최재천교수님이 그동안 연구해온 생물학의 경계를 뛰어넘어 진화생물학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도 얼리 어댑터(early adaptor)의 유전자를 지니고 있어 가능하지 않았을까 짐작해봅니다.

 

‘O눈에는 X만 보인다’는 우리네 속담은 바로 지금 같은 경우에 제가 상투적으로 써먹는 말이기도 합니다만, 25개의 글 가운데 당연히 제 눈길을 붙든 것은 ‘진화의 실험실, 병원’입니다. 의학 역시 진화론의 영향에서 벗어나 있을 수 없는 영역이기 때문에 당연한 한 꼭지 넣었을 것입니다. 바로 1990년대 초에 등장한 진화의학(evolutionary medicine)입니다. 아쉽게도 학문 간의 통섭을 주창하는 최재천교수님께서 의학 영역에 나눌 시간이 많지 않았던 탓인지 항생제와 미생물의 관계를 예로 들거나, 조류독감과 HIV를 극히 피상적으로 인용하는 정도여서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더구나 “인간의 몸과 마음 역시 오랜 진화의 산물이며, 자연선택은 애당초 우리의 건강과 장수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서양의학은 우리 몸을 거의 기계 다루듯 하는데, 삐걱거리는 자전거 바퀴에 기름을 치듯 손쉽게 약물을 투여하고 중고 자동차에 부품을 갈아 끼우듯 장기이식시술을 한다.(116쪽)”고 적고 있어 현대의학을 공부한 입장에서는 시야를 조금 더 넓혀주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진화의학에 대한 의구심이 슬며시 자리잡게 되었다는 말씀도 드립니다.

 

서울의대 강병수교수님은 “진화의학의 철학”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진화의학’은 말 그대로 진화론적 관점에서 의학을 연구하는 학문이라 정의하고, 인간은 다른 생물종과 마찬가지로 자연환경은 물론 사회환경에 열려 있는 존재로 인간이라는 생명체가 탄생한 이래로 환경에 적응해서 오늘에 이른 것으로 이해하여야 할 것이라 합니다.

 

인체를 고립계(closed system)로 보고 주로 네거티브 피드백(negative feedback)을 통하여 항상성이 이루어지는 메커니즘에 주목해온 현대의학과는 달리 진화의학은 인체를 열린계(open system)로 파악하며 주로 포지티브 피드백(positive feedback)을 통한 유기적 질서의 적응과정을 추구하고 있는 점이 다른 점이라는 것입니다. 진화의학적 연구가 인류의 건강에 기여하기 위한 구체적 방법론과 그 결과가 자못 기대된다 하겠습니다.

 

앞서 적은 것처럼 생물학, 지질학, 천문학 등으로 대표되는 과학과 창조주에 의하여 세상만물이 창조되었다는 종교의 힘겨룸이 점차 과학 쪽으로 무게중심이 옮겨가는 것 같습니다. 그 선두에 진화생물학이 서있다고 할 것 같습니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진화생물학자임을 천명하고 있는 최재천교수님의 종교에 대한 입장이 애매하다 싶은 느낌을 이 책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물론 과학은 물론 사회학 등의 모든 학문의 경계를 허물고 심지어는 종교에 이르기까지도 통섭을 이루어야 진정한 학문의 발전을 이룰 수 있다는 통섭의 선구자라는 입장을 고려해달라는 주문으로 읽을 수도 있겠습니다만, 쟁점에서 비껴서 있으려는 인상을 받는 독자도 있겠다 싶습니다.

 

국내의 신학자, 종교학자 그리고 과학철학자들이 자기를 비우고 서로에게 귀를 기울이며 때로는 상대를 포용하려는 의도를 담은 책 <종교전쟁>에 대하여 “대한민국에서 공부 안 하는 사람들은 여기 다 모였군”하셨다는 노학자의 꼬집음에 대하여 “남의 학문을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어느덧 내 학문이 깊어진다.”고 답한 분이 계셨다고 합니다. 하지만 아직 학문에 깊이가 없다 할 제가 보기에도 그 답이 진정성을 갖추려면 자신의 전공분야 이외에 학문을 들여다보는 정도로 익히는 것으로는 학문 간의 통섭을 이루기 위하여 최선을 다하였다고 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귀동냥한 지식은 때로는 커다란 오류를 낳을 수도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최재천교수님께서 최근에 시작하셨다는 영장류연구와 관련하여 개인적으로 남아있는 아쉬움 한 자락입니다. 제가 식약청 산하 연구소에서 근무할 적에 미국의 NTP (National Toxicology Program)을 벤치마킹하여 ‘독성물질국가관리사업(K-NTP)’을 시작하고 사회적으로 이슈가 될 가능성이 있는 독성물질에 대한 기초자료를 사전에 확보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당시 신약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실험이 설치류 등에서 영장류로 옮겨갈 것을 예측하고 실험에 필요한 영장류수급을 안정화가 절대적으로 중요할 것이라 판단하고 영장류센터 설립을 기획하였으나 이를 추진할 기회조차 빼앗기고 쫓겨나다시피 그만두었던 아픈 기억입니다.

 

최재천교수님께서 인도네시아에서 진행하고 있다는 연구 내용으로 보아 그 분이 만들고 싶어 하는 영장류센터는 영장류에 관한 생물학적 연구를 수행하는 곳이라 여겨집니다만, 그 연구의 산물이 국익에 얼마나 보탬이 될지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오히려 국내에서 서식하지 않는 영장류의 생물학적 연구보다는 국내 서식 생물에 대한 다양한 연구가 오히려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최재천교수님의 글을 읽으면서 독자가 오해할 소지도 있어 보이는 점을 짚어야 하겠습니다. 런던을 방문한 길에 우연히 눈에 띈 존 밴 와이교수의 논문 한 편을 읽고, 다윈의 <종의 기원> 출간과 관련하여 오랫동안 논란이 되어왔던 뒷이야기들에 대한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295쪽). 자연선택설의 공적에 관한 다윈과 월리스를 대변하는 그룹들이 오랫동안 해온 논란에 대하여 오랫동안 월리스를 연구해온 마이클 셔먼교수가 <과학의 변경지대; http://blog.joinsmsn.com/yang412/12502415>를 통하여 다양한 자료를 요악하여 독자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모습과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셔먼교수의 글을 읽고 나서는 “다윈이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그의 생각들을 비밀에 부치다가 월리스의 논문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떠밀리듯 발표를 하게 되었다는 설명 역시 전혀 근거가 없어 보인다.(297쪽)”는 최재천교수님의 생각에 쉽게 동의하기 어렵더라는 것입니다.

 

생물체가 후세에 종을 전하기 위하여 꼭 암수의 성으로 구분되었어야 하는가하는 의문에서부터 짝짓기 과정에 숨어있는 신비, 일부일처제가 최선인가 하는 등 흥미로운 글은 진화생물학의 연구성과를 독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좋은 길라잡이가 될 것입니다.

 

책을 읽고 난 느낌으로 <다윈 지성>이 보다 적합한 제목이 아니겠나 싶었습니다만, 2088년 촛불시위를 계기로 논의되기 시작한 집단지성(collective intelligence)이라는 용어에 최교수님은 개인적으로는 사회적 집단행동에서 지성을 운운하는 것에는 상당한 무리가 있다고 보신 탓으로 <다윈 지능>으로 정하셨다고 합니다. 또한 언젠가 우리의 사회적 행동이 지성공동체의 성숙함을 보일 것이라는 기대를 버리지는 않으신다는 희망을 빼놓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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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처럼 2012-01-25 1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터넷신문 <라포르시안>에서 SNS를 통한 댓글 이벤트를 하고 있습니다. 다음 주소의 포스팅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http://www.rapportian.com/n_news/news/view.html?no=3635
 
주식시장을 이기는 큰 비밀
조엘 그린블라트 지음, 이상건.이승아 옮김 / 알키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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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저의 독서와 관련한 ‘큰 비밀’인데요. 예스24 블로그에서 활동하고 있는 덕에 평소에 생각지 못한 책을 읽게 되는 경우가 참 많습니다. 제게는 자기계발서나 투자관련 책도 그 범주에 들어가는 분야이기도 합니다. 이런 책들은 읽고난 다음에 지난 해 제가 근무하는 사무실에 새로 만든 조그만 도서관에 내놓아서 같이 일하시는 분들이 읽을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주식투자에 관하여 긍정적인 이야기와 부정적인 이야기를 같이 듣고 있어서 여전히 생각이 정리되지 않고 있습니다. 주식투자로 큰 재미를 본 분의 이야기를 듣게 되면 ‘나도 시작해볼까?’하는 생각이 들었다가도 주식투자로 재미를 보는가 했다가 큰 손해를 보았다는 분의 이야기를 듣게 되면 ‘그래 안하는 것이 좋겠어!’하는 생각이 드는 것을 보면 새가슴을 가진 것이 분명하고 그런 특성을 가진 사람은 실패하기 쉽다는 것 같아 여전히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해서 주식투자에 관하여 본격적인 공부도 망설이고 있는 것인지 모릅니다.

 

년 전에 주식 등의 투자에 관한 개설서 <나쁜 펀드매니저와 거래하라; http://blog.joinsmsn.com/yang412/11669810)를 읽을 때만하더라도 주식에 관하여 공부를 조금 더 하면 투자를 곧 시작할 수 있겠구나 싶었습니다. 하지만 지난 해 가을에 시작한 책쓰기에 관심 우선순위가 밀려 금새 잊혀지고 말았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알키에서 새로 나온 ‘주식시장을 이기는’이라는 부제가 달린 <큰 비밀>은 주식에 대한 관심에 불을 붙이게 되는 것 같습니다.

 

20여년 동안 연간 40퍼센트의 수익률을 올렸다는 고담 캐피탈의 설립자이자 경영 파트너인 조엘 그린블라트가 썼기 때문이라기보다는 <주식시장을 이기는 작은 책>이라는 전작에서 따온 ‘주식시장을 이기는’이라는 부제를 달았지만, “The Big Secret for the small investor", 즉 개미투자자를 위한 큰 비밀이라는 원제목처럼 개미투자자들이 주식시장에서 장기적인 이익을 올릴 수 있는 비법을 쉽게 설명해주다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제가 주식투자를 망설이는 까닭은 ‘세상에는 똑똑한 사람들이 너무 많기 때문에 내가 죽었다 깨어나도 내가 이들 전부를 이길 수는 없다.(21쪽)’ 저자의 깨달음을 저도 일찍 깨닫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보니 저가와 공유하고 있는 앎을 또 하나 발견하게 됩니다. “염가에 거래되는 우량 기업을 발견하는 것은 순전히 우연의 일치일 뿐이다.(22쪽)”고 했다는 저자의 스승의 말에서 아주 오래 전에 주식투자에서 큰 돈을 벌었다는 소년에게 비결을 물었더니, 조간신문에 나온 주식회사 명단을 놓고 눈을 감은 채 어머니의 머리핀으로 찍어서 걸린 회사에 투자를 한 것 뿐 이라고 답했다는 이야기가 생각났습니다.

 

개미투자자가 주식시장에서 반짝할 수는 있지만 결국은 전문투자자를 대거 확보하고 있는 기관투자자를 넘지 못한다고 알고있습니다. 당연한 일이라 생각됩니다만, 전문투자자들도 실패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나는 분명 다른 개미들과는 다를 수 있다는 막연한 믿음을 가지고 있다고들 합니다. <큰 비밀>이 개미투자자에게 전하는 핵심 메시지를 저는 두 가지로 요약하였습니다. 첫 번째 투자대상 기업의 가치를 제대로 따져볼 줄 알아야 한다. 두 번째 전문투자자들이 노는 물을 피하는 틈새시작 공략입니다. 첫 번째 요점은 어쩌면 주식투자자가 갖추어야 할 기본 덕목일 것 같습니다. 투자대상 기업의 가치를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평가하지 않고 주먹구구식으로 남이 하는대로 따라가다가는 상투잡기 일쑤일 것 같습니다. 저자는 기업의 가치를 평가하는 방법을 3장에서 설명하고 있습니다만, 제가 보기에는 너무 요약된 것 아닌가 싶어 따로 공부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두 번째 메시지는 5장에 요약되어 있습니다. 4 가지 팁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중소형 주식을 사라’, ‘잘 알고 있는 소수의 기업에 투자하라’, ‘기업분할로 발행된 주식을 찾아라’, ‘파산기업의 주식을 매입하라’. 4가지 팁의 핵심은 규모가 작아 전문투자자들의 시선을 끌지 못하거나 관심은 있으나 제약이 있어 덤비지 못하는 계륵같은 기업들이 분명 있고, 잡화상처럼 늘어놓았다가는 집중력이 떨어져 실패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것입니다.

 

<큰 비밀>을 두께가 얇은 실용서의 형식으로 구성한 것은 작가의 개성과 설명능력을 엿볼 수 있는 점이라 생각합니다. 두꺼운 책이 많은 정보를 담고 있을 것이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핵심을 요약하지 못하고 너절한 설명으로 오히려 독자를 혼란에 빠트리는 경우를 우리는 많이 경험하고 있습니다. 간명한 설명을 담은 본문 뿐 아니라 말미에 이를 다시 요약한 요약노트를 붙여 독자의 생각이 제대로 정리되도록 유도하는 방식은 강의실에서 이루어지는 교수방식이 떠오르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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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24 22: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처음처럼 2012-01-27 22:21   좋아요 0 | URL
그야말로 번데기 앞에서 주름을 잡은 셈이라서 송구합니다.
지적하신대로 준비되지 않은 도전은 실패로 이어지는 지름길이라 믿기 때문에 기회가 될 때마다 해볼까 생각을 합니다만, 결단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것같습니다. 추천해주신 책들을 통하여 더 공부를 해야 하겠습니다. 좋은 말씀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힐링 코드 - 평생 병 걱정 없이 사는 하루 6분의 비밀
알렉산더 로이드.벤 존슨 지음, 이문영 옮김 / 시공사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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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게 된 것은 제가 인터넷매체에 연재하고 있는 북리뷰 코너에서 다양한 이슈를 다루어 보려는 생각에서였습니다. ‘평생 병 걱정없이 사는 하루 6분의 비밀’이라는 부제에서 마치 정통의학을 보완하는 새로운 대체의학적 접근법을 소개하고 있다는 느낌을 얻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암, 우울증, 뇌졸중... 모든 병의 근원이 하나’이고 불치의 병마저 씻은 듯이 치료하는 기적의 치유법이라는 홍보성 문구를 미리 알았더라면 읽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읽은 다음에는 제의 지식을 바탕으로 한 판단을 정리할 필요가 있겠다 싶었습니다.

 

알려진 것처럼 <힐링코드>는 알렉산더 로이드와 벤 존슨이 같이 쓴 책입니다. 로이드는 목회를 하시는 분으로 자연의학과 심리학을 전공하여 학위를 취득하였다고 하고 존슨박사는 의학을 전공하신 분으로 암환자치료를 연구했다고 합니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힐링코드는 10여년동안 우울증으로 고통받으며 자살까지 할 지경이었던 아내 때문에 무너질 위기의 가정을 구하기 위하여 세계를 헤매던 로이드박사가 2001년 탑승 중이던 비행기 안에서 홀연 떠오른 치료법을 적용하여 아내의 고질병을 치료하였고, 이를 발전시켜 만병의 원인이 되는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치료술로 발전시킨 것이라고 합니다.

 

제가 리뷰쓰기에서 특별한 이유가 없으면 피하는 것 중 하나가 책의 구성을 소개하는 것입니다만, 이 책의 경우는 빠트릴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이 책의 1부에는 ‘인생, 건강, 성공에 관한 일곱 가지 비밀’이라는 제목으로 스트레스라는 비밀 같지 않은 비밀이 인간의 모든 질병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엄청난 비밀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이 이론이 확실하다면 분명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아도 충분할 것입니다.

 

그 첫 번째 비밀은 바로 ‘모든 질병과 증상의 원인은 하나’라는 것, 그 원인은 스트레스이며 스트레스는 에너지문제로 생긴다는 것이 두 번째 비밀이며, 심장에 영향을 미치는 스트레스를 어떻게 제거하는 것이 치유의 비밀이라는 것, 하드드라이브의 조각이 깨지면 컴퓨터작동에 문제가 생긴다는 것을 인용한 인간의 하드드라이브에 관한 비밀이 네 번째, 컴퓨터의 바이러스감염을 고치는 항바이러스프로그램도 문제를 안고 있는 것처럼 바이러스질환 치료술도 질병을 유발할 수 있다는 비밀(?) 그리고 치유의 핵심은 ‘나는 믿는다’는 신념의 비밀, 그리고 이해할 수 없는 심장과 머리가 주도권을 놓고 싸운다는 일곱 번째 비밀, 그리고 마지막으로 힐링코드의 우수성은 치료효과를 경험한 무수히 많은 사람들의 증언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을 들고 있습니다.

 

‘힐링 코드 치유법’이라는 제목의 2부에서는 ‘힐링 코드란 무엇인가’, ‘6분 동안 시행하는 보편적인 힐링 코드’, ‘즉각 효과: 상황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10초 안에 해결하는 법’ 등 치료방법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현대의학을 전공한 사람으로서 그리고 현대과학에 대한 약간의 지식을 갖추고 있는 입장에서 본다면 <힐링코드>에 담은 저자들의 주장을 이해하기가 쉽지 않았다는 점을 고백해야 하겠습니다. 저자들이 인용하고 있는 과학적 사실과 의학적 사실 등에 대하여 설명이 명확하지 않다는 느낌을 곳곳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오늘날 거의 모든 건강문제가 진단되고 치료되는 방식은 ‘증후군’이라는 것을 토대로 한다. 증후군은 전통의학에서뿐 아니라 대안의학에서도 사용되며 수백 년간 사용된 용어다.(51쪽)”는 설명에서 인용되는 ‘증후군’입니다. 다음백과사전에서는 “어떤 공통성이 있는 몇 가지 증후가 함께 나타나는 병적 증세. 증후로서는 일괄할 수가 있으나, 그 원인이 확실치 않아 특정한 병명을 붙이기 어려운 것들이 여기에 속한다.” 설명하는 것처럼 증후군은 원인이 명확하게 밝혀져 ‘-병(病)’이라고 확정지을 수 없는 단계의 애매한 증상들을 아울러 부르는 것입니다. 당연히 증후군에 해당하는 질환의 경우는 특효약이 없는 경우가 많아 증상에 맞는 치료법을 적용하여 치료효과를 기대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들어가는 글에서 저자가 밝힌 것처럼 어떤 치료법도 “신은 나의 머리와 가슴에 우리가 현재 힐링코드라고 부른 것을 심어주셨다.(9쪽)”고 주장하는 것처럼 개발할 수 없습니다. 또한 의학적 치료법은 동료의사들에 의하여 시행되고 그 과정과 결과에 대한 혹독한 검토과정을 필수적으로 거쳐야 함에도 불구하고 삼자가 인정하였다는 증거는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스트레스로 모든 질병이 발생하고 그 정도와 치료효과를 심박변이도 검사를 통하여 알 수 있다는 것 또한 분명하지 않다고 보여집니다. 그밖에도 기억이 에너지 형태로 온몸의 세포에 저장된다는 설명이나 양자물리학의 이론에서 물질의 파동성만을 끌어오는 등의 예도 있습니다.

 

물론 저자들의 <힐링코드>가 환자의 건강상태를 호전시키는데 전혀 효과가 없을 것이라 단정적으로 말할 수는 없습니다. 그들이 주장하는 치료효과에 대하여 현대의학에서는 소위 플라세보효과로 설명하고 있으며, 저자들 역시 힐링코드를 시행하는 동안 기존의 병원치료나 약물치료를 중단하면 안된다고 하는 권고를 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할 것입니다. 치료효과가 어떤 방법에 때문에 나타난 것인지 구분할 수 있겠습니까?

 

책읽기를 마치고 마이클 셔머교수님이 <과학의 변경지대; http://blog.joinsmsn.com/yang412/12502415>를 통하여 설명하고 있는 사이비과학을 구별하는 법을 적용한다면 분명 객관적 치료효과를 입증할 수 없는 범주에 들어갈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하지만 저 역시 힐링코드 치료법을 적용하여 좋은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사람들이 분명 존재할 수 있다는 주장에도 반대할 수 없다는 점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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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절 - 오뉴벨 한류소설집
오뉴벨 지음 / 청어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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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대륙의 동쪽 끝에 붙어있는 조그만 반도의 나라는 해양문화와 대륙문화가 만나 소용돌이치면서 녹아들어 독특하면서도 한 단계 승화된 새로운 그 무엇을 만들어왔습니다. 삼국시대에 들어와 고려조에 이르기까지 찬란한 꽃을 피운 불교문화가 그랬고, 조선조에 만개한 유교문화가 그랬습니다. 그리고는 우리만족의 문화창조의 정신은 오랫동안 동면에 들어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대륙을 건너온 유럽문화와 멀리 미국대륙으로부터 태평양을 건너온 해양문화가 쏟아져 들어와 격랑을 만들면서 우리의 문화창조의 정신은 오랜 잠에서 깨어나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드라마로부터 시작한 한류의 바람은 이제 음악으로까지 그 지평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한류열풍은 우리나라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져 많은 한류팬들이 한글을 익혀 드라마와 노래에 대한 이해를 높이려 하고 있습니다. 이런 경향이 확대되면 한국문학을 우리말로 읽는 한류팬들이 빠르게 확산될 것으로 짐작됩니다.

 

드라마를 중심으로 한 한류팬들은 다양한 연령대를 아우르는 편이었지만, 음악으로 넘어가면 아무래도 젊은층이 주류를 이루게 되는 것 같습니다. 따라서 문학 영역에서도 젊은층의 경향을 반영한 작품이 요구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오뉴월 하루볕을 따지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세대간의 생각의 차이가 뚜렷하다는 점을 강조하던 비유입니다만, 요즘에는 더욱 심해지는 것 같습니다.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요즈음의 젊은이들이 성향은 이해되지 않는 구석이 많습니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오뉴벨이라는 필명을 쓰는 작가의 단편집 <통일절>은 제게 충격으로 읽혀졌다는 점을 말씀드려야 하겠습니다. 주인공들이 보이는 생각과 행동은 곧 우리 아이들의 것을 반영하는 것으로 이해되었기 때문입니다.

 

<신종 플루>, <배우와 감독>, <화가와 모델>, <강제결혼>, <바보상자 들어가기> 등 대부분의 이야기는 젊은이와 기성세대를 엮어 진행되는데, 과거 세대의 애정행각이 보이던 애정행각의 전말을 염두에 두고 읽었다면 분명 배신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결론에 도달하게 됩니다. 그렇다고 ‘생각없는 젊은이들’이라고 단정하기에는 내가 너무 구닥다리 같아서 ‘쿨하다’고 보기에는 이해되지 않는 묘한 딜레마를 느끼게 됩니다.

 

열한편의 단편들 가운데 제가 보기에 두 편은 성격이 조금 다르다 싶습니다. 첫 번째 작품인 <통일절>입니다. 그리고 보니 금년은 총선과 대선이 한 해에 치루어지는 정치적으로 격동기에 들어서고 있는 시대적 상황에 잘 맞아 떨어지는 주제인데, 국방위원장이 지난 해 12월 17일 사망한 뒤에 쓴 작품인지 아니면 사망을 예견하고 쓴 것인지 모르겠습니다만, 북한의 권력이동을 겨냥하고 남한에서 젊은 대통령이 선출됨으로써 통일에 한발 더 다가갈 수 있지 않겠나 하는 작가의 조심스러운 희망이 읽혀지는 점입니다.

 

하지만 작가가 제시한 젊은 대통령을 당선시키는 전략을 기성정치판에서 읽으면 경천동지하고도 남을 것 같습니다. 대한민국이라고 하는 거대한 조직을 나누어 보면 다양하게 중복되는 단체들... 그리고 그 단체를 움직이는 실질적인 힘을 가진 총무들의 역량을 하나로 묶어 대선판도를 뒤흔들 수도 있다는 작가의 착상은 놀랍다고 할 수밖에 없습니다. 다만 남북한의 젊은 지도자들이 뒤를 지키고 있는 지지세력의 복합한 역학관계를 조정하여 통일선언을 공표하는 작업이 쉬울까 하는 의구심이 마음 한편에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것은 제가 구세대이기 때문일 것 같습니다. 마지막 작품 <눈물 한 방울>은 남북분단으로 야기된 한 가족의 대를 이어온 불행한 가족사를 뒤쫓고 있습니다. 북에서 돌아가신 할아버지의 혼백을 남의 고향으로 모시고 온 손자가 할아버지에 대한 추억을 불태워버렸다는 아버지를 오랫동안 원망해오다가 아버지의 죽음에 이르러서야 그 오해를 풀게 되었다는.. 세월이 조금만 더 흘러가면 남북분단의 아픔을 실감할 사람을 별로 구경할 수도 없게 될 앞날을 서글퍼하는 것은 아닐까 싶습니다.

 

팔이 안으로 굽는다고 아무래도 저의 전공분야가 줄거리의 기둥이 되는 소설은 제목부터 관심이 더 가는 것 같습니다. <의사와 환자>입니다. 2008년 촛불시위의 현장에서 만나 연인관계로 발전한 커플의 진료를 담당한 의사가 촛불시위의 최전방을 뛰던 환자의 진료를 포기하게 되는 이유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벌써 4년여, 세월이 흐른 뒤, 촛불이 사라져버린 현실을 수용할 수 없어 정신적 해리를 보이는 남자친구에게 “오빠! 그건 한여름의 폭우로 홍수가 난 것처럼 이 세상을 휩쓴 광기였을 뿐이라고요! 그러니까 이젠 모두 정상을 되찾은 거라구요!(208쪽)”라는 여자 친구의 설명이 제대로 된 답이라 생각하는 한편 2008년에는 왜 그런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폭력이 난무하는 현장에 뛰어들었는지 묻고 싶어집니다.

 

리뷰를 마무리하면서 얼마 뒤에 있을 총선과 그리고 연말로 예정된 대선에서 과연 작가의 전략을 구사하는 후보가 나올까 궁금해집니다.


-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작성된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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