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아침에는 눈을 뜰 수 없겠지만 - 완화의학이 지켜주는 삶의 마지막 순간
캐스린 매닉스 지음, 홍지영 옮김 / 사계절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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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에 받은 종합검진에서 암이 의심되는 징후가 나타났습니다. 정밀검사를 해본 결과 암이 틀림없다는 확인을 받았습니다. 여러 가지 치료방법이 있습니다만, 현 상황으로는 수술을 받는 것이 최선이라는 것 같습니다. 수술을 맡아줄 선생님과도 어느 정도 이야기는 됐습니다만, 수술의 범위라거나 시기를 정하는 단계가 남아있습니다.


처음 암이 의심되는 소견이 나타났다는 연락을 받았을 때는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싶었습니다. 조직검사를 하고, 검사를 하기 위하여 현미경을 들여다보는 순간 아주 나쁜 형태구나 싶었습니다. 다음날 다시 보았을 때서야 제대로 챙겨서 볼 수 있었고, 행태로 보아서는 아주 좋은 경우는 넘어서 중간 단계로 진입한 것으로 보았습니다.


그 무렵 눈에 띄어 읽게 된 <내일 아침에는 눈을 뜰 수 없겠지만>은 다양한 상병으로 생의 마지막 순간에 이른 사람들이 죽음을 맞는 과정을 지원해주는 완화의료 전문가의 경험을 담았습니다. 저자는 완화의료 분야엣 37년을 활동한 전문가입니다. 특히 인지행동치료법을 적용하여 환자들이 편안하게 죽음을 맞을 수 있도록 자문을 해왔습니다.


저자는 죽어가는 사람들이 보이는 일정한 틀을 설명하고, 내 방식대로 죽음을 설명함으로써 죽음을 제대로 바라볼 수 있도록 합니다. 그리고 남아있는 사람들에게 남겨줄 무엇을 생각하고, 나아가 죽음을 초월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이렇게 죽음을 맞는 사람들을 6개의 시선으로 설명합니다. 각장의 맨 앞에는 해당 주제에 대한 간략한 요약이 붙어있는데, 이렇게 짧은 요약에 대한 제목은 꽤나 유명한 노래에서 따온 것들이 적지 않습니다. 역시 맨 끝에는 기왕에 소개한 사례를 중심으로 한 시선의 핵심을 요약해놓았습니다. 저자가 만난 다양한 환자들이 죽음을 맞는 모습을 읽다보면 죽어가는 과정을 쉽게 이해하게 됩니다.


사람들은 가지각색의 질병으로 죽음에 이르게 됩니다. 그런데 삶의 끝이 다가올 때 경험하는 바는 매우 비슷하다고 합니다. 첫 번째 신호는 기력이 떨어져 피로감을 느끼는 것입니다. 기운을 회복하기 위해서 잠을 자는 시간이 점점 늘어갑니다. 나중에는 아주 깊이 잠들어서 혼수상태에 빠지기도 합니다. 마침내삶의 끝에 이르면 늘 의식이 없는 상태가 됩니다. 동시에 호흡의 양상이 달라지기 시작하비다. 때로는 깊고 느리게, 때로는 얕고 빠르게, 그러다가 아주 완만하게 호흡이 느려지다가 마침내 조용히 멈추게 된다고 합니다. 영화나 연속극을 보면 목이 푹 꺽이는 장면을 많이 보았지만, 이렇게 죽음을 맞는 경우는 없다고 합니다.


위에 적은 죽음을 맞는 순간의 모습처럼 제가 시작한 투병일기에 옮겨 적어둘만한 좋은 글귀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습니다. 제가 투병일기에서도 짚었습니다만, ‘투쟁-도피 반응에 대한 설명도 있습니다. “우리 몸이 위험에 직면하면 아드레날린이 방출되어 더 깊이 숨을 쉬게 되고, 심박수가 상승하고, 근육에 산소공급이 촉진되어 생명을 보존하기 위한 긴강 상태가 된다.”라고 설명해놓았습니다.


잔병치레가 많은 사람을 삐걱거리는 문이라고 한다는 것도 배웠습니다. 이는 삐걱거리는 문이 가장 오래 달려있다.(Creaking doors hang the longest)라는 속담에서 나온 말이라고 하는데, 잔병치레가 잦은 사람이 건강에 신경을 더 쓰기 때문에 오히려 오래 산다는 뜻이라고 합니다.


광산촌에 왕진을 나갔을 때, 바라본 풍경을 묘사한 부분도 아주 인상적이었습니다. “내 옆 창문으로 옅은 녹색 베일 같은 봄이 강을 따라 숲을 가로지르는 아름다운 풍경이 내려다보인다.(180)” 죽음을 예상하는 사람은 미리 가능한 선택지를 고려하여 죽음이 가까워졌을 때 어떤 돌봄을 받고 싶은지 계획을 세워둘 수 있다라는 대목도 인상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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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비뇨의학과 의사입니다 - 비뇨기 질환 환자와 보호자가 가장 많이 물어보는 106가지 질문
차우헌 지음 / 태인문화사(기독태인문화사)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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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전립선에 문제가 생겼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읽게 된 책입니다. 전립선에 관한 다양한 책들이 나와 있지만 우리 동네의 도서관에는 김천의료원에 근무하시는 차우헌 선생님이 쓴 <나는 비뇨기의학과 의사입니다>가 유일한 책이었습니다.


이 책은 비뇨기 질환 환자와 보호자가 가장 많이 물어보는 106가지 질문이라는 부제가 나타내듯이 비뇨기질환 전반에 걸친 요약 설명입니다. 제가 당면하고 있는 문제인 전립선에 관한 내용은 40여쪽이지만, 알아야 할 사항들은 잘 정리가 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조금 깊이 들어가려면 전립선암에 관한 내용을 다루고 있는 다른 책을 읽어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남성만 문제가 되는 전립선은 전립선 비대증과 전립선암이 주로 문제가 됩니다. 그것도 나이가 들어가면서 문제를 일으키는 빈도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 전립선암이 암종들 가운데 가장 흔하다고 들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전립선암의 증가율이 가장 높다고 합니다. 전통적으로 많았던 위암, 자궁경부암 등이 조기진단 비율이 높아지면서 전암 단계에서 발견하여 완치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발생율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대장암도 식생활이 서구화되면서 발생이 많아지는 경향이지만 최근에 내시경이 활성화되면서 증가세가 꺾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전립선암의 경우는 초기증상이 두드러지지 않기 때문에 전립선암의 표지자인 PSA검사를 선별검사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전립선암의 진단에 특이적이지는 않습니다. PSA가 높아졌다고 해서 암이 아닌 경우도 있고, 정상 범위라고 해도 암이 생겨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제가 오늘 판독한 두 사례에서도 혈중 PSA값이 정상범위였지만 전립선 조직검사를 통하여 암으로 판단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혈중 PSA값은 전립선암의 선별검사로 활용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최근에 가파륵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연간 시행하고 있는 건강공단의 신체검사에 전립선 암이 호발하는 연령대의 남성이 기본적으로 검사를 받도록 해주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전립선암으로 진단되면 수술, 항암치료, 호르몬치료, 방사선치료 등으로 치료하게 되는데, 전립선을 얼마나 크게 침범하고 있는지, 전이유무 등에 따라서 치료방향을 결정하게 된다고 합니다. 저의 경우도 일단 조직검사를 통하여 전립선암이 확진되었고, 영상검사를 통하여 국소림프절로의 전이가 의심된다고 합니다. 그래도 일단은 수술을 해서 병소를 들어내고 림프절 절제를 통하여 전이여부를 확인한 다음에 항암과 방사선 치료 등을 결정하게 될 것 같습니다.


그밖에도 최근에 갑자기 생긴 혈뇨에 대하여도 검사를 해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혈뇨 역시 생기는 원인이 다양하기 때문에 단계별로 진단적 접근 방법이 다를 것 같습니다. 일단은 제가 할 수 있는 범위의 소변검사를 시행해서 문제가 무엇인지를 파악해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이 책을 만드는데 도움을 주었다고 서문에서 밝힌 것을 보면, 저자의 영식께서도 부친과 같은 비뇨의학과를 전공하는 듯합니다. 책에서는 사례별로 영상사진, 육안 사진 등 다양한 시청각자료를 곁들여 이해를 돕고 있는데, 아마도 그 부분을 영식께서 도와드린 것 같습니다.


질문에 답하는 방식을 취하다보니 개별 질환에 대하여 체계적으로 접근하기는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독자의 입장에서는 가장 궁금한 것에 똑 떨어지는 답변이 정리되는 것을 선호할 수도 있겠습니다. 저도 기왕 건강에 문제가 생겼으니 치료과정을 잘 정리해두었다가 환자의 입장에서 무엇을 고민해야 하는지를 정리해서 책으로 묶어 볼까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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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르주 바타이유 - 저주의 몫. 에로티즘 e시대의 절대사상 20
유기환 지음 / 살림 / 200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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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책에선가 조르주 바타이유의 <에로티즘><에로스의 눈물>을 추천받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살림출판사에서 기획한 ‘e-시대의 절대사상의 한 꼭지로 출간된 유기환교수의 <조르주 바타이유, 저주의 몫에로티즘>은 두 책을 중심으로 한 조르주 바타이유 평론으로 읽게 되었습니다. ‘e-시대의 절대사상은 읽기 어렵다는 현실을 고려하여, 고전에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구하려는 목적으로 살림출판사가 기획한 연작입니다.


저자는 파리에서 공부할 때 친구들의 성화에 이끌려 나섰던 프랑스 일주여행에서 들렀던 라스코 동굴에서 2만년 전의 인류가 남긴 벽화를 보게 된 것으로부터 조르주 바타이유와의 인연을 맺게 되었다고 합니다. 바타이유는 라스코 동굴 벽화를 보고 두 가지 이유에서 놀랐다고 합니다. 하나는 그림의 수준이 오늘날의 걸작에 비추어도 하등 뒤떨어질 것이 없다는 것, 그리고 다른 하나는 동굴의 가장 깊은 곳, 세칭 우물이라는 곳에 그려진 그림의 기상천외한 형식과 내용이었다는 것입니다.


라스코 여행에서 돌아온 저자는 <눈 이야기>에서 <에로스의 눈물>에 이르기까지 10가지나 되는 바타이유의 저술을 읽었고, 바타이유 전집과 서한집까지도 구매하여 파고들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마르크스주의 비평가 루카치가 소설의 시간성을 요약하여 길이 열리자, 여행은 끝났다라는 말을 인용하여 여행이 끝나자, 길이 열렸다라고 라스코의 시간성을 요약했습니다.


이 책은 모두 4개의 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조르주 바타이유는 누구인가에서는 바타이유 사유의 문화사적 좌표, 그의 삶과 죽음, 그리고 그의 이론과 창작에 관하여 설명하였습니다. 2‘<저주의 몫> 혹은 소비의 역사에서는 일반경제와 소비이론, 고대사회의 비생산적 소비에서의 증여교환체계와 희생제의와 전쟁, 축적지향의 기획사회, 그리고 지혜로운 소비를 찾아서 등을 설명하였습니다. 3‘<에로티즘> 혹은 성의 인식에서는 성의 연구와 바타이유의 독창성, 에로티즘의 기원과 역사, 그리고 에로티즘이란 무엇인가를 설명하였습니다. 마지막 4조르주 바타이유-의미, 한계, 결과에서는 의미론으로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한계론으로는 글쓰기, 증여, 위반, 윤리의 문제를 마지막 결과론으로는 푸코의 최고 작가로 바타이유에 관하여 다시 요약합니다. 마지막으로 부록으로 붙인 5부에는 관련서, 연보 그리고 저작연표 등을 덧붙였습니다.


바타이유를 수식하는 바는 다양합니다. 극단적 에로티즙을 그린 소설가, 사치, 놀이, 전쟁, 예술, 희생제의, 축제, , 섹스, 도박 등 저주의 영역에 진지한 사유의 빛을 비춘 인류학자, 이를 통해 기성 가치와 고정관념을 뒤엎은 사회학자 등입니다. 흔히 바타이유의 사상은 난해하고 복잡하다는 평가를 받는데, 그런 바타이유였기 때문인지 그에 대한 평론도 난해하고 복잡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타이유를 읽어야 하는 이유는 그가 소비의 경제학을 정립한 사회학자이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특히 그는 <저주의 몫>에서 지구과학, 사회학, 역사학, 생물학, 정치경제학 등 모든 과학의 원리를 들어 과잉 에너지의 소비문제를 다루었다고 했습니다. 미래의 궁핍에 대처하기 위하여 생산, 축적, 성장 등의 문제를 논하는 것보다 과잉 에너지 소비 문제를 다루는 편이 미래에 대한 대비책으로 더 적절하다는 점을 밝혔다고 합니다. 바타이유는 인간의 소비를 두 가지로 구분하였는데, 하나는 생산적 소비 그리고 다른 하나는 비생산적 소비입니다. 생산적 소비란 개인이 생명을 보존하고 생산활동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소비를 이르고, 비생산적 소비란 사치, 종교예식, 기념물 건조, 전쟁, 축제, 운동경기, 장례, 예술, 도박, 섹스 등 생명보존이나 재생산과 무관한 소비에 해당된다고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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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옛길 느리게 걷기 - 건축가 엄마와 함께
최경숙 지음 / 라의눈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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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읽은 <도쿄 산책자>에서는 재일교포인 강상중교수가 자신이 기억하고 있는 도쿄 거리의 옛 모습을 되살려보고, 또 미래의 모습을 추론해보는 것을 보았습니다. 도쿄는 그렇다고 쳐도 서울은 조선왕조에서부터 한 나라의 수도였기 때문에 건물 마다 사연이 넘쳐날 것 같습니다.


<건축가 엄마와 함께 서울 옛길 느리게 걷기>는 서울의 옛길에 숨어 있는 이야기들을 되짚어보았습니다. 건축학을 전공하는 엄마의 서울 도심탐험에는 저자의 두 따님이 함께 하면서 이야깃거리도 만들고 엄마의 도심산책에 활기를 넣어주고 있습니다. 사실 저자는 아직 어린 따님들에게 서울의 역사와 건축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던 것인데, 따님들의 관심을 끌기에는 아직 역부족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이렇게 책으로 남겨놓았으니 언젠가는 읽어볼 날이 오겠지요.


저자는 서울의 옛도심, 그러니까 4대문 안의 옛길을 걸으면서 남아있는 건물, 혹은 건물은 사라지고 터만 남은 건물에 관련된 이야기들을 살펴보았습니다. 부암동에서 시작하여, 낙산성곽길, 서촌, 성북동, 북촌, 정동과 덕수궁, 한양 그리고 경성과 서울 등으로 나누어 볼거리를 집중적으로 살펴보는 방식을 취하였습니다.


그 이유는 이렇습니다. “역사도시 서울은 걸어야 잘 보인다. 걸으면서 숨어 있는 역사의 켜들을 줌인해 들여다보고 그 공간을 애써 찾고 지켜온 사람들의 수고에 공감하다보면, 서울이 깊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13)” 역사적 장소에 얽히 이야기는 물론 풍부한 사진, 그리고 해당지역에 관한 조선화, 등 다양한 시청각자료를 곁들여 놓았습니다.


필자 역시 19여 년 전에 <주말이 기다려지는 행복한 걷기여행>이라는 책자를 통하여 서울 도심은 물론 서울 근교에 있는 걷기 좋은 곳을 따라 걸은 적이 있습니다. 그때 <건축가 엄마와 함께 서울 옛길 느리게 걷기>에 나오는 역사적 장소 역시 돌아본 기억이 있습니다. 그때는 도심을 걷는데 방점이 찍히는 걷기였다고 한다면, <건축가 엄마와 함께 서울 옛길 느리게 걷기>에서는 걷기보다는 역사의 한 장면에 담긴 현장을 직접 답사해보는데 방점이 찍히는 것으로 이해되었습니다.


사실 서울처럼 빠르게 변모해온 도시도 없을 것 같습니다. 식민지배 기간 중에 일제는 우리민족의 정체성을 무너뜨리기 위하여 역사적 장소들을 훼손하는데 앞장섰던 것이며, 해방 후에도 낙후된 도심을 재개발한다는 허울을 덮어씌우고 우리민족 스스로의 손으로 역사적 장소들을 지워버렸던 것입니다.


누리망 지도를 통하여 제가 서울에 올라와 살았던 장소들을 살펴보면 적지 않은 곳이 옛 모습은 온 데 간 데 없이 사라져버린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만큼 서울이 역동적으로 변하고 있다고 이야기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역사적 유물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고 있어서 우리 국민들의 정체성을 유지하는데 어려움이 닥칠 것이라는 생각이 들고 있습니다.


저자의 답사길을 녹록치가 않았던가 봅니다. 그 이유를 이렇게 적었습니다. “서울 옛길에 켜켜이 숨겨진 이야기와 맞딱드리는 것은 생각만큼 쉽지도 쳔치도 않았다. 어느 곳 하나 일제강점기의 흔적이 없는 곳이 없었기 때문이다. 무심결에 지나던 거리와 궁궐, 건물 곳곳에 그 흔적들이 흔뿌려져 있었다. 그 일상을 당연하게 살았던 나를 되돌아보면서 때로 울컥하고 때로 안타까워하고 때로 위로 받기도 했다.(5-6)”


사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알 수 없었던 역사적 사실들을 많이 배울 수 있었습니다. 그만큼 좋은 책읽기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주말이 기다려지는 행복한 걷기여행>의 개정판이 나왔다고 합니다. 새로 나온 책을 사서 서울 도심을 걸어볼까 생각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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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에 취한 세계사 - 선사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인간과 술이 빚어내는 매혹적인 이야기
마크 포사이스 지음, 서정아 옮김 / 미래의창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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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 때부터 술을 마시기 시작했으니 술과 함께 한 세월도 갑자에 이르는 것 같습니다. 이야기 거리도 적지 않아서 언젠가 정리를 해볼까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와 같은 생각을 가진 분들이 적지 않은 듯, 술에 관한 다양한 책들이 넘쳐나고 있어 무엇을 주제로 삼아야 할까 고민입니다.


<술에 취한 세계사>는 제목이나 선사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인간과 술이 빚어내는 매혹적인 이야기라는 설명 모두 애매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책의 내용을 보면 술에 만취한 인간들의 역사라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저자 역시 나는 안타깝게도 만취가 무엇인지 전혀 알지 못한다. 만취의 역사를 쓰려는 사람이 하는 말로는 황당한 고백처럼 들릴지도 모른다라고 머리말을 시작합니다. 저자는 음주 전체의 역사는 인류의 전체 역사나 다름이 없기 때문에 역사상 특정 시점을 선택하여 그 당시 사람들이 어떻게 만취하게 되었는지 살펴보려고 했다고 합니다.


이 책은 모두 4부로 구성되었습니다. 1부 술 취한 원숭이의 출현에서는 인간이 술을 발견하고 만들어 마시게 된 이야기로부터 출발합니다. 즉 음주의 시작을 밝히려는 노력입니다. 2부 고대 세계의 음주에서는 이집트, 그리스, 중국, 로마 등 고대세계의 사람들의 음주, 아니 만취 행태를 소개합니다. ‘성경은 술을 금하지 않았다는 7장은 특정 시대의 문명권의 이야기가 아니라 종교집단의 음주행태를 다루었다고 보아야 할 듯합니다. 3부 코란, 바이킹, 맥줏집 그리고 풀케에서는 암흑시대의 게르만, 바이킹, 중세 영국, 아즈텍 등, 중세 문명의 만취행태를 다루었습니다. 여기에서도 이슬람 세계의 음주행태가 소개되는 것은 2부에서 기독교문명의 음주행태를 다룬 것과 맥을 같이 하는 것으로 보았습니다. 그렇다면 종교집단의 음주행태를 별도로 떼어냈더라면 어땠을까 싶습니다. 마지막 4부 금주의 정치학에서는 근대의 영국, 호주, 미국, 러시아, 마지막으로 미국에서 금주법을 시행한 이후로의 음주행태를 다루었습니다. 역시 금주법을 시행했던 나라들이 적지 않은 만큼 따로 떼어내는 편이 좋았겠습니다.


이 책이 술의 역사는 아니지만 문명별로 특색이 있는 술에 대하여 설명하였고, 특히 기상천외할 음주행태가 소개되고 있어 재미있게 읽혔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이 책을 쓴 마크 포사이스는 열네 살 때부터 지금까지 음주에 관한 방대하고 실증적인 자료를 조사해왔다고 합니다. 그것들을 정리하여 이 책을 쓰게 되었는데, 원서의 제목은 <A shot history of drunkenness>입니다. 우리말로 옮긴다면 <만취의 짧은 역사> 정도가 될 것 같습니다. 머리말에 적은 이 책의 기획의도를 그대로 담은 제목이라는 생각인데, <술에 취한 세계사>라는 우리말 제목은 저자의 기획의도와는 다소 동떨어진 감이 있습니다.


인간의 음주행태에 관한 저자의 자료조사는 물론 선사시대로부터 세계 곳곳에 이르고 있습니다. 물론 중국, 아즈텍 등 대표적 문명에만 국한되기는 했습니다. 문제는 그렇게 수집한 자료를 조금은 주관적으로 해석하고 있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다른 이들의 해석도 적극적으로 소개했더라면 어땠을까 싶습니다. 또한 추정을 바탕으로 하여 확대해석하는 것은 고민해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예를 들면 그리스 역사가 프리스코스가 448년에 훈족의 왕 아틸라를 만난 기록입니다. 아틸라의 시대에는 그리스가 아니라 동로마제국이라 함이 옳겠습니다. 프리스코스가 아틸라의 연회를 소개한 것은 흥미로운 읽을거리였습니다만, ‘그후 프리스코스는 콘스탄티노플로 돌아가 역사책을 썼고 아틸라는 코피를 흘리다 죽었다라는 대목이 사족처럼 보였습니다. 아틸라가 암살을 당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만, 동로마의 역사가 프리스코스가 남긴 아틸라가 평소에도 과음을 즐겼다. 새 부인과 첫날밤을 맞은 그날도 술이 거나하게 취했다. 그는 코피를 굉장히 많이 흘려 목이 막혀 죽었다는 기록이나, 고트족 역사가 요르다네스가 적은 아틸라가 술에 취한 후 침대에 잠이 들었을 때 그의 코에서 선명한 피가 흘렀는데, 그 피가 목으로 들어가 그를 질식케 했다는 내용에 따라 자연사로 기록되었다는 것입니다.


어떻든 덕분에 지금 쓰고 있는 호주 여행기에 읽을거리를 더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혹시 술에 관한 이야기를 정리하게 된다면 좋은 참고서가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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