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다 보니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 나에게 힘이 되는 마음챙김 걷기
애덤 포드 지음, 최린 옮김 / 페이퍼스토리 / 2020년 3월
평점 :
절판


걷기에 관한 글을 써보려 자료를 모으고 있습니다. 영국 성공회 목사로 활동하던 애덤 포드가 쓴 <걷다보니 마음이 편해졌습니다>도 그래서 읽게 되었습니다. 저자는 인도 종교를 공부해 석사학위를 받은만큼 불교, 힌두교에 관심이 많고 강의도 해왔다고 합니다. 제목에서 느끼는 것처럼 불교에서 이야기하는 마음챙김에 대한 이야기가 주류를 이루고 있습니다. 그래서 나에게 힘이 되는 마음챙김 걷기라는 부제를 달아놓은 것 같습니다.


글을 쓰다보면 글의 성격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글제목을 정하는 것이 참 어렵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그런데 이 책의 목차를 보면 소제목을 참 잘도 지었구나 싶었습니다. ‘걸을 때는 그저 걷기만 하라는 서문의 제목을 비롯하여 마음의 짐 내려놓기’, ‘느긋한 마음으로 서두르지 않기’, ‘침묵의 소리를 들어라’, ‘가을의 향기를 들이마시다’, 등 어떤 느낌으로 걸어야 할 것인지를 참 잘도 표현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마음챙김 호흡과 마음챙김 걷기코끼리가 걷는 방식처럼 어떻게 걸을 것인지에 관한 내용임을 암시하는 제목도 있습니다.


저는 책을 읽으면서 눈에 띄는 대목이 있으면 표시를 해둡니다만, 이 책의 경우는 표시를 별로 해놓지 못했습니다. 아마도 표시를 해야 할 대목이 너무 많았던 듯합니다. 저는 요즈음 암수술을 받고 요양 중인 까닭에 적당한 정도의 걷기를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그런 까닭에 서문에 첫머리에 나오는 걷는다는 신체 운동은 우선 마음에 생기를 불어놓어 줍니다.’라는 대목에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가 하면 마음챙김이라는 용어의 뜻도 정리해두었습니다. 아마도 선()을 영어로 옮긴 ‘mindfullness’를 우리말로 옮긴 듯합니다. 저자는 마음챙김이란 현실과 지속적으로 닿아 있기 위한 방법이라고 말합니다. 요즈음 멍때림이라는 마음상태가 떠오르고 있다고 합니다. 심지어는 멍때림 대회 같은 것도 열리니 말입니다. 멍때림 대회는 그저 아무 생각 없는 상태를 오래 유지하는 사람이 우승을 하는 듯합니다.


하지만 마음챙김을 얻기 위한 명상은 멍때림과는 다는 상태를 이야기합니다. 저자도 이 점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그는 명상에 잠겨 있지만, 그렇다고 자신의 머릿속에 존재하는 마음의 궁전 어딘가로 멀리 떠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물질세계와 정신세계에서 현재의 순간을 비추는 안내자처럼 땅에 맞닿아 있습니다.” 그래서 마음챙김을 실행하는 좋은 방법이 바로 잘 걷는 것이라는 것 같습니다. 다만 걸을 때는 그저 걷기만 하라라는 붓다의 단순한 가르침에 따르라고 권합니다.


수많은 마음의 짐과 싸우며 걸어서는 안되므로 우선 생각의 짐을 내려놓으라고 합니다. 한 발자국, 한 발자국 걷다보면 문젯거리나 일들이 자연스럽게, 굳이 노력하지 않아도 스스로 정리되기 시작할 것이라고 합니다. 마음의 짐에 몰두를 하다보면 스스로의 의지가 나서서 해결방법을 찾게 되고 그러다보면 자신의 뜻에 맞는 해결방안을 모색하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생각을 놓아버리면 무의식중에 문제해결방안이 떠오르기 때문에 최선의 방법이 도출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마음챙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호흡이라고 합니다. 숨을 쉬는 것이 어려울 게 무엇이냐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만, ‘리듬을 발견하는 것이라는 작은 글제목처럼 신체활동이 일정한 양상으로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이 중요한데 호흡이 마음챙김의 첫걸음이라는 것입니다. 일정한 방식으로 호흡을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무언가에 몰두를 할 수 있게 됩니다. 저자는 탁닉한이 <걷기 명상>에서 추천한 몇 가지 방법을 제시합니다. 하지만 우리 몸은 제각각 달라서 자신이 본능적으로 느끼는 좋고 편안한 방법을 찾아내라고 권합니다. 책을 읽고 나면 편안한 마음을 만들어내는 걷기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개념을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로마인 이야기 1 - 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 로마인 이야기 시리즈 1
시오노 나나미 지음, 김석희 옮김 / 한길사 / 1995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을 읽기로 했습니다. 무려 전질이 무려 15권이나 되는 방대한 분량인데다가 전통역사서가 아니라는 점에서 오랫동안 읽기를 망설여왔습니다. 아내가 소장하던 것을 이번에 사무실 도서로 내놓기로 했기 때문에 읽기로 한 것입니다. 유럽과 아프리카, 소아시아를 여행하면서 단편적으로 로마 역사를 공부하기도 했지만, 통사적 접근을 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의미가 있을 것으로 생각하였습니다.


저자는 독자 여러분께라는 글에서 지성, 체력, 기술력, 경제력 등의 관점에서 보면 여타 민족보다 나을 게 없는 로마인들이 대제국을 건설하여 광대한 영역을 그토록 오랫동안 경영할 수 있었던 이유가 무엇일까 생각해보기 위하여 쓰게 되었다고 합니다. ‘왜 로마인만이 그럴 수 있었는가를 짐작해보기 위한 글쓰기였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역사를 사건 중심으로 기록하기보다는 인물 중심으로 기록하게 된 셈입니다.


작가에 따르면 로마는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제목을 단 <로마인 이야기1>에서는 로마의 건국부터 시작하여 제2차 포에니 전쟁 직전까지의 500년을 다루었다고 합니다. 로마와 카르타고가 맞붙은 포에니전쟁이 기원전 264년부터 146년까지 벌어졌으니 대체적으로 로마는 기원전 8세기 중반이라고 보는 것 같습니다.


로마인들은 트로이가 그리스와의 전쟁에서 패하여 함락될 때 탈출한 아이네이아스가 로마 근처의 해안에 정착하였고, 로물루스는 아이네이아스의 후손이라고 믿어왔다고 합니다. 로물루스가 로마를 건국한 것이 기원전 753년이라고 합니다.


작가는 일리아드에서 인용한 트로이 전쟁의 마지막 장면에서 이야기를 시작하여 로물루스가 로마를 건국하기에 이르는 과정을 간략하게 요약합니다. 그리고 로물루스의 로마 건국에 즈음하여 이탈리아의 상황을 두루 살펴보았습니다. 하지만 로물루스의 로마건국은 전해온 이야기일 뿐 근거가 분명한 것은 아니어서 작가 역시 “~ 것이다라는 식으로 추정할 수밖에 없는 듯합니다.


어떻든 로물루스가 건국한 로마왕국은 기원전 6세시 말로 종말을 맞고 공화정으로 전환되었습니다. 대체로 왕국은 왕가의 가계로 이어지는 것이 일반인데 로마왕국은 그렇지 못했던 모양입니다. 로물루스가 라틴민족을 이끌고 에트루리아민족들과 경합을 벌인 끝에 로마왕국을 건국하였지만, 왕국에 끌어들인 에트루리아 사람들 가운데 로마를 지배한 왕이 배출되기도 했던 것을 보면 이미 공화정으로 이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왕국시기에는 왕이 종신제 였던 것이 공화정에서는 민회에서 선출된 두 명이 집정관의 임기가 1년에 불과하였다고 하니 정책의 영속성이 있었을까 싶기도 합니다.


루키우스 유니우스 브루투스의 주도로 공화정이 탄생한 뒤로 그리스에 시찰단을 파견하게 되었는데, 작가는 이 시점에서 기원전 5세기 무렵에 이르기까지 그리스 문명의 변천사를 살펴보았습니다. 트로이 왕자 파리스의 유혹에 끌려 트로이로 건너간 스파르타의 왕비 헬레네를 되찾기 위하여 그리스의 도시국가들이 연합하여 일으킨 전쟁이 트로이전쟁이라고 알고 있습니다만, 실상은 그리스인이 무력에 의지하여 트로이의 부를 빼앗으려 일으킨 전쟁이라는 것이 진상과 가까운 역사적 사실을 것이라고 작가는 추정합니다. 이어서 기원전 390년에 켈트족의 침입으로 시련을 겪고 난 뒤에 로마는 본격적으로 지배구조를 개혁하여 장기간에 걸친 번영의 토대를 닦았다는 것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eBook] 나 아닌 다른 삶
엠마뉘엘 카레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18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췌장암으로 진단받은 뒤에 투병과정을 다양한 시각에서 적은 프랑스 철학자 뤼방 오지앙 박사가 <나의 길고 아픈 밤>에서 인용한 <나 아닌 다른 삶>을 읽었습니다. 프랑스 작가 임마뉘엘 카레르가 직접 직접 목격한 두 사람의 쥘리에트의 죽음을 두고 주변인물들의 반응을 적은 기록문학입니다.


이야기의 전반부는 20041226일 작가가 스리랑카를 여행하면서 만난 델핀-제롬 부부의 4살짜리 딸 쥘리에트의 죽음을 다루었습니다. 여자아이는 그날 그곳을 덮친 전대미문의 지진해일에 휩쓸려 죽음을 맞았습니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것은 주검을 찾을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쥘리에트의 죽음을 두고 부모를 비롯한 주변인물들이 보여준 모습을 적었는데, 이분들의 심정을 물어서 기록했다기보다는 지켜보면서 느낀 바를 적었다고 하는 것이 옳겠습니다.


하지만 또 다른 쥘리에트의 죽음은 또 다른 방식의 기록문학입니다. 스리랑카의 여행이 계기가 되어 삶을 함께 하게 된 엘렌의 여동생이 두 사람이 파리로 돌아온 뒤 얼마 되지 않아 죽음을 맞았습니다. 어렸을 때 악성 림프종을 앓고서 다리를 절단한 엘렌은 유방암이 생겨 폐로 전이되면서 죽음을 맞은 것입니다. 작가가 쥘리에트의 죽음을 기록하게 된 것은 프랑스 남부에 있는 소도시 비엔 소법원에 근무하던 쥘리에트의 영적 동지 에티엔의 간곡한 부탁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쥘리에트를, 나는 예전엔 몰랐고, 그 슬픔은 내 슬픔도 아니기 때문에, 나는 전혀 이 얘기를 글로 쓸 입장이 아니에요.”라고 조심스럽게 거절의 의사를 밝힌 작가에게 에티엔은 바로 그렇기 때문에 당신이 글을 쓸 수 있는 거예요. 그리고 나도, 어떤 측면에서는 당신과 같은 입장이에요. 그녀의 병이지 내 병이 아니었으니까. 나는 그녀의 앞에, 그녀의 옆에 있었지, 그녀의 자리에 있지는 않았으니까요.(331)”라면서 당부를 했다고 합니다.


어린 쥘리에트은 순식간에 닥친 지진해일 때문에 목숨을 잃은 것이기 때문에 죽은 이의 이야기를 담아낼 도리가 없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젊은 여성 쥘리에트판사의 경우는 암으로 진단된 뒤에 죽음을 맞기까지 어느 정도는 시간이 흘렀기 때문에 죽음을 맞는 쥘리에트의 생각, 그리고 남편을 비롯하여 동료인 에티엔을 비롯한 주변 인물들이 어떻 모습을 보였는지 면담을 통하여 들은 이야기들이 잘 정리되어 있습니다.


대학병원에서 근무할 때 암환자를 치료하시던 종양내과 교수님은 심뇌혈관 질환이 생기거나 사고로 인하여 갑작스럽게 죽음을 맞기보다는 차라리 암으로 죽는 편이 좋겠다는 말씀을 하셨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죽음을 맞아야 하는 이유도, 언제쯤 죽을 것이라고 예상도 할 수 있고, 그래서 죽기 전에 주변을 정리할 시간이 있을 것이라는 이유였습니다.


사실은 쥘리에트 뿐 아니라 에티엔 역시 젊은 시절 암으로 다리를 잘라내야 했던 바가 있어서 암과의 투병과정에 대한 이야기는 쥘리에트와 에티엔의 두 사례가 된 셈입니다. 다만 죽음에 대한 이야기들은 쥘리에트를 중심으로 정리가 되었습니다.


저 역시 금년 초에 전립선암이 발견되어 수술을 받고 지금은 추적관찰을 하고 있는 중입니다. 암에 대하여 많은 생각들을 하고 있습니다. 쥘리에트가 자신의 삶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평범하고 소박했던 자신의 삶은 성공한 삶이었다고 얘기했다고 했다.”는 대목을 읽으면서 과연 나의 삶은 어땠을까 생각해보았습니다. 당장 답이 떠오르지는 않습니다만 앞으로 진지하게 생각해볼 일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클라라와 태양
가즈오 이시구로 지음, 홍한별 옮김 / 민음사 / 2021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파묻힌 거인>으로 처음 만났던 가즈오 이시구로의 <클라라와 태양>을 읽었습니다. 그의 작품으로는 다섯 번째입니다. 앞서 읽었던 <나를 보내지 마>에서 인간의 장기이식을 위해 복제된 존재들에 관한 이야기가 충격으로 다가왔던 기억이 있습니다. 결론을 먼저 말씀드리면 <클라라와 태양> 역시 또 다른 의미에서의 충격이었습니다.


최근에 AI의 존재에 관하여 다양한 논쟁이 일고 있습니다.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기술로 인간의 삶을 윤택하게 해줄 것이라는 긍정적 전망과 인간의 위협할 것이라는 부정적 전망이 뒤섞이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클라라와 태양>은 긍정적으로 전망하는 축에 해당될 듯합니다.


이야기의 주인공 클라라는 공학적으로 제작된 인조친구(Artificial Friend, AF)입니다. 제품마다 개성이 다르다고 합니다. 클라라의 경우는 주위에서 보는 것들을 전부 흡수하고 합치는 능력이 대단합니다. 공학적 제품은 구매자의 선택에 따라 거취가 결정됩니다만, 클라라의 경우 매대에 전시되어 있는 과정에서 눈을 맞춘 조시가 구매해줄 기회를 얻기 위하여 구매자의 선택을 회피하기도 합니다.


자라나는 아이들이 인조친구를 가지는 것이 유행인 미래의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인조친구의 역할에 의구심을 가지는 사람들도 있는 상황으로 보입니다. 조시의 집으로 가게 된 클라라는 조시가 처한 상황을 조금씩 파악해갑니다. 부모가 이혼하고 어머니와 함께 사는 조시는 가정부 멜라니아에 클라라가 합류하여 살기 시작합니다. 겉으로 보아 평범한 가정으로 보이지만 사실 조시의 건강에 문제가 있음이 드러납니다. 언니 샐이 건강문제로 죽었기 때문에 어머니는 조시마저 언니처럼 죽음을 맞을까 우려하는 것입니다.


어머니가 클라라를 구매한 이유는 조시가 불행한 일을 당했을 때 클라라가 조시의 대역이 되어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초상화 작업을 한다면서 조시의 특성을 추출하여 클라라에게 입히려는 시도가 행해지기도 합니다. 클라라는 친구로서 조시를 도와주고 챙기는 한편 어머니의 요구도 거절하지 못합니다. 어쩌면 인조인간에게 부여된 특성일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클라라는 조시의 건강이 나빠지는 이유가 태양이 주는 자양분을 제대로 얻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웃에 있는 맥베인씨의 헛간에서 태양을 만나 해결방안을 물어보게 됩니다. 그 해결방안이라는 것이 대기를 오염시키는 주범인 쿠팅스를 제거하는 것이었습니다. 조시의 아버지의 도움으로 쿠팅스를 찾아내게 되는데 쿠팅스를 망가트리려면 클라라의 몸안에 들어있는 특정한 물질을 써야 했습니다. 클라라가 작동되는데 필요한 물질이었지만 조시를 위해서 반드시 해야하는 일이었기에 클라라는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조시는 건강을 되찾고 대학에 입학하면서 집을 떠나게 되고 클라라는 소명을 다한 인조인간으로 폐기물 야적장으로 가게 됩니다. 클라라의 기능이 오작동되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대학에 입학한 조시는 클라라와 함께 가지 않고 작별하는 모습이 오히려 충격이었습니다. 조시가 건강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한 클라라에 대한 배려가 충분하지 못했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클라라는 야적장에서 매장에서 자신을 돌봐준 매니저를 만나게 됩니다. 매니저는 자신이 관리하던 인조친구들이 어떤 삶을 보냈는지 확인하기 위하여 야적장을 찾고 있었습니다. 잘 되어서 기쁘다는 말, 후회아 없다는 말을 듣기를 기대하면서 말입니다. 그런 매니저와의 작별도 깔끔하게 끝이 납니다. 아무래도 공학적으로 제조된 인조친구들이기 때문에 감정을 배제하려는 장치였을까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리스인들은 신화를 믿었는가? - 구성적 상상력에 대한 에세이
폴 벤느 지음, 김현경 옮김 / 필로소픽 / 2023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참여하고 있는 고전독서회에서는 그동안 그리스 신화와 연관된 작품들을 적지 않게 읽었습니다. 신과 영웅들에 관한 그리스 신화를 읽으면서 그리스 사람들은 전해오는 신화를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의문이 들었습니다. 물론 신화로 전해오는 이야기를 실제로 있었던 이야기로 믿었을 수도, 아니면 재미있는 이야기로만 받아들였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 저의 호기심을 채워줄 책을 만났습니다. 제목 그대로 <그리스인들은 신화를 믿었는가?>입니다.


책을 쓴 폴 벤느 교수는 고대사 분야에서 세계적인 거장으로 꼽힌다고 합니다. 파리 고등사범학교를 졸업하고 엑상 프로방스 대학교의 문학부교수를 거쳐 콜레주 드 프랑스의 로마사 교수를 지냈습니다. 이 책을 쓰게 된 동기는 믿음에서 출발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는 서문에서 나는 그리스 신화에 대한 고대 그리스인들의 믿음을 사례로 삼아, 곧이곧대로 믿기, 경험에서 울어난 믿음 등등 믿음의 존재양식의 복수성을 연구하고자 했다라고 했습니다. 연구과정에서 두 번에 걸쳐 생각이 진전되었는데, “나는 믿음에 대해서가 아니라 그야말로 진실에 대해서 이야기해야 한다는 것을 인정해야 했다. 그리고 진실 그 자체는 상상이었다라는 것입니다.


들어가며라는 글은 그리스인들은 신화를 믿었는가?’라는 질문이 대답하기 곤란한 것이라고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믿은 것은 아니었으며 심지어는 시인이 거짓말을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고 했습니다. 저자에 따르면 그리스인들은 자신들의 신화를 믿는 혹은 의심하는 나름의 방식을 가지고 있었다고 합니다. 앞서 제가 가졌던 의문에 해답이 될 듯합니다. 그런가하면 그리스인들이 신화를 믿었다는 사실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99)’라고도 적었습니다.


고대 사료의 진위를 가리는 일이 어려운 것은 고대 역사가들이 쪽 하단에 주석을 달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독창적인 연구이든 이차 사료의 가공이든 자신의 말이 그대로 받아들여지기를 원했다는 것입니다. 그리스의 역사가 헤로도토스도 나의 본분은 전해들은 바를 이야기하는 것이지 그걸 모두 믿는 것이 아니다.(39)”라고 했다고 합니다.


서기 2세기 무렵의 그리스 지리학자 파우사니아스는 미노타우루스에 관한 테세우스의 신화에서 미노타우루스는 존재하지 않았으나, 테세우스의 역사성은 의심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보다도 4세기 전의 역사가 필로코로스는 끌려간 아이들은 미노타우루스에게 잡아먹힌 것이 아니라 운동경기 우승자에게 상으로 제공되었다고 이해했습니다. 우승자는 타우로스(황소)라는 이름의 흉포하고 기운이 센 남자였다는 것입니다. 타우로스는 미노스왕의 군대를 지휘했기 때문에 미노타우로스라는 신화가 생겨났을 것이라고 설명했다고 합니다.


그리스 신화는 역시 모종의 대사건, 예를 들면 도리아인의 침입의 서서시적 과장일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신화 혹은 전설은 역사적 사건에 대한 집단기억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탄생한 것으로 보아야 하는 것입니다.


저자는 하나의 세계는 그 자체로서 허구일 수 없다. 우리가 믿느냐 믿지 않느냐에 따라 허구가 될 수 있을 뿐이다. 허구와 진실의 차이는 객관적이지 않으며, 사물 자체 안에 있지 않다. 그것은 우리 안에 있고, 주관적으로 우리가 그것을 식별하느냐에 달려 있다.(60)”라고 한 대목을 읽으면서 요즈음 가짜뉴스가 횡행하고 있는 현실을 떠올렸습니다. 가짜뉴스를 생산하는 사람들은 대중이 현혹되기를 기대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 진위를 분명하게 들여다보는 노력을 기울여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자 역시 신화가 거짓과 더불어 얼마간의 진실을 내표한다면, 가장 긴급한 과제는 이야기꾼의 심리를 분석하는 게 아니라 거짓을 조심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137)”라고 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