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삭아, 보고 싶구나. 완도를 떠올리면 많은 것들이 떠오르지만 바다와 몇몇 사람들은 잊을 수가 없단다. 그 몇몇 중 한 사람은 바로 너야. 넌 선우의 친구지만 난 네가 좋았단다. 좋으면 좋다, 싫으면 싫다 말할 줄 알고, 뜻한 바를 이루려고 노력하는 너의 쿨한 성격이 정말 좋았거든. 선우에게 그런 성격 좀 배우라고 잔소리도 많이 했단다. 너를 좋아해서 그랬는지 기분 나빠하지 않더라!!! 

얼마 전 너의 엄마 전화를 받았는데 역사 때문에 걱정을 많이 하더구나. 6학년 사회가 장난이 아니지? 나도 선우 사회책을 보고는 깜짝 놀랐단다. 그동안 역사책 읽기를 게을리했다면 좀 힘들겠구나 싶었어. 선우는 그동안 사극 보기와 역사책 읽기를 즐겨하더니 지금은 물 만난 고기처럼 즐겁게 사회 공부를 하고 있어. 커서 역사학자가 되고 싶은 마음이 생겼을 정도로 역사가 재미있대. 요즘 선우는 되고 싶은 게 넘 많아~

지금 우리나라는 고등학교에 가면 국사를 선택해서 공부한대. 이건 정말 슬픈 일이야. 학교에서 내 나라의 역사를 필수가 아닌 선택으로 가르치는 나라는 전세계 우리나라밖에 없지 않을까 싶어. 역사는 우리나라에 태어난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부해야 할 의무가 있는 거야. 네가 어디 가서 무슨 일을 하고 살던 너의 뿌리는 대한민국이야. 우리 역사를 모르고 너를 지켜갈 수는 없어.  

내가 완도에서 지켜본 너는 역사책 읽는 걸 좀 싫어했는데... 이삭아, 역사를 공부로 생각하지 마. 역사를 단지 외워야 하는 공부거리로만 생각하지 말란 얘기야.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로 이어지는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생각해봐. 어제 없이 오늘이 없듯, 오늘 없이는 내일도 없는 거야. 어제나 오늘의 일이 잘못되었다면 내일도 바르게 살 수 없어. 역사 하나하나가 내가 살고 있는 오늘과 이어진다고 생각해보면 더 의미가 있을 거야. 

역사를 공부하면서 무작정 외우려고 하지 마.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 왜 그런 인물이 나타날 수밖에 없었는지 생각하다 보면 역사의 흐름을 이해하게 되고 결국 사회를 보는 눈도 넓어진단다. 세상에는 자기들 입맛에 맞게 역사를 해석하는 사람들도 많아. 바로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역사를 왜곡하는 거지. 이렇게 이익을 위해 역사를 이용하거나 바른 역사관을 갖지 못한 이들이 지도자가 되면 민족을 고난에 빠뜨리기도 하고 역사가 퇴보하는 순간을 겪기도 해. 지금처럼 말이지.ㅜㅜ

나는 네가 바른 역사관을 갖고 어른으로 성장해갔으면 좋겠어. 그래서 내가 선우랑 함께 읽었던 책 몇 권을 골라보았어. 역사를 처음부터 통사 중심으로 읽으려고 하면 당연히 재미가 없어. 그래서 난 선우에게 인물, 유물, 사건 등 주변머리 책부터 읽도록 했어. 특히 5학년이 되면서부터는 역사 인물에 관한 책을 많이 읽도록 했단다.  

     

선사시대는 우리가 역사를 공부하면서좀 허술하게 넘어가는 부분인데 얼마 전 이 두 권의 책을 정말 재미있게 읽었어. 6학년이 보기에는 좀 유치한 감도 있지만 신석기와 고조선 아이들이  쓴 일기 형식의 책이라 부담없이 읽으면서 당시 사회를 그림처럼 그려볼 수 있단다.     

 

 

강화도는 선사 시대에서부터 고려, 조선 시대, 근대까지 우리 역사를 고스란히 품고 있는 동네야. 이 책은 강화도에 대해 우리가 알아야 할 것들을 꼼꼼하게 알려주고 있으니까 꼭 읽어보도록 해. 

아직 강화도에는 못 가봤는데 이 책을 읽고 나니 더 가고 싶어지더라.  

 

  

 

 

 

 

 

   

노빈손 한국사 시리즈는 선우가 마르고 닳도록 보는 책이야. 신간이 나오면 사달라는 성화에 제일 먼저 사주는 책이기도 하지. 사실 이 시리즈는 깊이 있는 역사책은 아니야. 그런데 노빈손이라는 아~주 유명한 캐릭터를 통해 역사 속으로 들어가볼 수 있는데 순식간에 책 한 권을 다 읽을 수가 있어. 역사를 싫어하는 아이들도 이 책은 단숨에 읽어버리지.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책을 다 읽고 나면 더 깊이 있는 역사책이 읽고 싶어진다는 거야!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 중에는 잘못된 것도 상당히 많단다. 의도된 역사 왜곡도 있고, 일제 시대에 일본 사람들 입맛에 맞게 기록한 역사를 지금까지 사실로 알고 있는 경우도 많아. 그래서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는 책들이 계속 나오고 있는데 이 책도 바로 그런 책 중 하나란다.   

   

 

지금까지의 우리 역사는 남자들의 역사라고 할 정도로 역사 속에서 여자들의 역할은 부각된 적이 많지 않아. 하지만 여성들이 없었다면 우리 역사는 이루어질 수 없었다는 거 다 알고 있지? 선사 시대부터 현재까지 여성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는 책이야. 이삭이도 여자니까 이 책은 꼭 읽어보도록 해. 여자로 태어난 것에 대한 자부심이 팍~ 생길 거야.   

 

 

  

이 책은 KBS 역사 프로그램인 <역사야 놀자> 제작팀이 쓴 책인데 역사 속 우리 임금, 과학 기술, 인물 등에 대해 새로운 생각을 해볼 수 있도록 해줘서 아주 흥미롭게 읽었어. 특히 패륜의 군주로 알려진 광해군에 대한 새로운 생각을 할 수 있도록 해준 점도 좋았어.

   

 

 

<한국사 편지>는 우리 역사를 선사 시대부터 현대까지 다룬 통사야. 처음부터 이런 책을 읽으면 재미없지만 앞에서 말한 인물이나 유물, 유적에 관한 책을 많이 읽고 나면 이런 통사를 읽으면서 정리하고 싶어져. 선우는 6학년 올라가더니 사회 시간에 배우는 시대에 맞춰가며 여러 번 반복해서 읽더구나.

어제는 선우가 역사 공부를 꼼꼼하게 하다 보니 <한국사 편지>에 없는 내용이 많다며 좀더 자세하게 나온 책을 사 달라고 하더구나. 역사란 알면 알수록 더 궁금해지는 분야라서 그런가... 그래서 요즘 좀더 깊이가 있으면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역사책을 찾고 있는 중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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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6-17 18: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6-20 09: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10-06-18 0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한테도 도움되는 페이퍼네요. 감사의 추천~ 꾹!
사계절 역사일기 참신한 역사공부책이라 좋았어요. 리뷰는 아직 안썼지만...
명탐정, 세계 기록 유산을 찾아라, 이번 여름방학에 역사논술 교재로 선택했어요.
창비 사이트에 논술자료가 나와 있어 부담없이 선택했어요.^^

소나무집 2010-06-20 09:05   좋아요 0 | URL
이번 방학에도 역사 논술 하시는군요.
님의 열정적인 수업이라면 아이들이 좋아할 것 같아요.
6학년 사회는 역사 공부 제대로 안 하면 큰일 나겠더라구요.
울 딸은 젊은 담임이라서 역사 신문도 만들고 연극도 하고 역사 속 인물 인터뷰 같은 것도 하면서 재미있게 수업을 하더라구요.

순오기 2010-06-22 20:18   좋아요 0 | URL
방과후학교는 방학이 아니면 아이들 오는 시간이 제각각이라 논술수업 하기 힘들어요. 이번엔 4,5,6학년이 같이 수업하려고 기록문화유산을 선택했지요.^^

꿈꾸는섬 2010-06-18 17: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너무 좋은 편지글이에요.^^ 정말 많은 도움이 되겠어요.^^

소나무집 2010-06-20 09:07   좋아요 0 | URL
이삭이는 완도에서 저랑 같이 논술 공부를 했던 선우 친구예요. 재주가 많은 아이인데 역사를 싫어해서 엄마가 걱정을 많이 하더라구요. 집에 있는 책만 올렸는데 삼국시대랑 고려 시대가 부실해요.

세실 2010-06-20 1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준별 역사에 관한 책이군요. 이삭이가 참 행복하겠네요.
음 한국사 카페 추천합니다^*^

소나무집 2010-06-22 06:42   좋아요 0 | URL
한국사 카페는 장콩 선생님의 역사관이 마음에 들어서 한 번 봐야지 하고 있었어요.

같은하늘 2010-06-22 0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사에 관심없는 우리 아이도 앞으로 봐주어야할 책들인것 같아서 저도 찜해고 갑니다.

소나무집 2010-06-22 06:42   좋아요 0 | URL
역사에 관한 책은 어려서부터 수준별로 꾸준히 읽어야 커서도 거부감 없이 읽는 것 같아요.
 
전쟁은 왜 일어날까 세상을 배우는 작은 책 2
질 페로 지음, 세르쥬 블로슈 그림, 박동혁 옮김 / 다섯수레 / 1995년 5월
평점 :
품절


천안함 사건 때문에 정말 이러다 전쟁이 일어나는 건 아닌가 싶어 공포감에 휩싸인 날이 있었다. 이미 통제당할 만큼 통제당한 방송사에서 내보내는 뉴스를 보고 있노라면 누구든 나처럼 느꼈을 것이다. 현재의 평화를 원치 않는 그 사람들의 마음 이면에는 자신들의 사리사욕을 채우고자 하는 욕심이 들어 있었다.  

한마디로 나의 이기적인 욕심을 위해서라면 어떤 희생도 상관없다. 그것이 전쟁일지라도... 그렇다, 전쟁은 이렇게 지배자의 욕심에서 비롯되기도 한다. 그들은 싸움을 붙여놓지만 손해를 보는 건 얼떨결에 싸움에 뛰어든 국민들이다.  

"지도자들은 두 군대를 서로 싸우게 만들면 되지만 사람들은 각자 살아남기 위해 싸우는 거예요."(31쪽)

아이들과 함께 전쟁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이 책은 아이들의 눈높이에 딱 맞춰서 전쟁에 대해 알려준다. 어려운 말은 단 한마디도 없다. 그냥 읽다 보면 저절로 전쟁이 왜 나쁜지 어떻게 세상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가야 하는지 알게 된다. 책이 얇고 작기 때문에 20~30분만 투자하면 전쟁의 심리에 대해 파악할 수 있다.    

"월드컵 축구 결승전이 끝나면 경기에 이긴 팀과 진 팀이 서로 악수를 나눕니다. 하지만 전쟁이 끝나면 수천 수백만의 주검을 땅 속에 묻어야 해요. 많은 사람들이 살아남긴 하지만 악수를 할 수 없어요. 악수를 나눌 손들이 포탄에 잘려나가 전쟁터에서 뒹굴고 있기 때문이에요."(64쪽)

더구나 아이들이 직접 참여해서 전쟁은 왜 시작되었는지, 1차 대전에서 독일 사람들이 왜 히들러에게 속아 전쟁을 하게 되었는지, 걸프전쟁을 들어 조국을 지킨다는 것과 그 전쟁의 이면에 대해, 베트남 전쟁을 들어 미국이 왜 나쁜지에 대해 토론하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기 때문에 더 집중할 수가 있다. 아이들이 이끌어낸 생각 속에서 토론을 하지만 전쟁의 과거, 현재, 미래 등 할 이야기는 다 하고 있다.    

"전쟁은 해야 할까요? 전쟁은 흔히 어리석은 속임수 때문에 일어나요. 누군가 우리를 화나게 하면 자신이 옳다고 믿기 때문에 금방 화가 치밀어요. 싸움은 그렇게 시작돼요.(30쪽)

"자식이 굶어 죽어가는데 어떤 부모가 전쟁을 하지 않겠어요?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다면 전쟁을 해야겠지요. (.....) 그들이 먹고 살 수 있도록 무언가를 보내줘야 해요. 같은 민족이 아니더라도 당연히 도와줘야 해요. 그들도 인간답게 살 권리가 있어요.(55~56쪽)

"21세기는 전쟁광들과 어리석은 사람들이 다시는 전쟁을 일으키지 못하는 시대가 되어야 해요. 오래 전부터 인류가 바라고 기다려 온 평화는 바로 우리 모두의 손에 달려 있어요."(75쪽) 

전쟁이 일어났을 때 가장 큰 피해자인 아이들에게도 전쟁에 대해 알게해주자. 그리고 어렸을 때부터 전쟁에 대해 깊이 있는 생각을 하면서 자란 아이는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좀더 노력하지 않을까? 

이 책이 나온 지 좀 오래 되다 보니 유고슬라비아라든지 사담 후세인에 대한 이야기는 시의성이 좀 떨어진다. 이런 부분만 고쳐서 개정판이 다시 나왔으면 좋겠다 싶을 정도로 책의 내용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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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들아! 들꽃 피는 학교에서 놀자 - 안순억 교사와 남한산학교 이야기 희망을 여는 사람들 7
강벼리. 조선혜 지음. 희망제작소 기획 / 푸른나무 / 2010년 1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8년 동안 남한산 초등학교에 있으면서 현재의 모습을 만들어낸 안순억 선생님에 관한 인터뷰 형식의 글이다. 읽는 내내 정말 감동스러웠다. 안순억 선생님의 험난했던 성장기, 학교와 아이들에 대한 애정, 교육열을 읽으며 자꾸만 눈물이 나왔다. 세상에 이런 선생님도 계셨구나, 내 아이들이 단 한 번만이라도 이런 선생님을 만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었다.   

남한산 초등학교는 학생 수가 26명밖에 되지 않아 폐교 위기에 처한 작은 시골 학교였지만 10년 만에 많은 학부모들이 선망하는 학교로 변신했다. 나도 언론을 통해 남한산 초등학교 이야기를 들으면서 정말 부럽다는 생각을 했다. 마음속으로 우리 아이들도 저런 학교에 다녔으면 좋겠다 싶었지만 이사갈 생각까지는 못했는데 아이들 교육을 위해서라면 맹모가 되는 부모가 많았는지 지금은 더이상 아이들을 받을 수 없을 정도라고 한다.  

지금의 남한산 초등학교는 저절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었다. 그 뒤에는 학부모와 선생님들, 그리고 지역 주민들의 노력이 있었다. 성남 동화읽는어른모임에서 '남한산성 역사 이야기'라는 주제로 캠프를 하면서 남한산 초등학교의 폐교 위기가 학부모들에게 알려졌고, 첫 교장으로 부임한 정연탁 교장샘의 애정으로 인해 학교 살리기가 시작되었다고 한다. 그때 잡은 교육 방향은 아이들이 자연 속에서 생활하면서 인격적 교감을 나눌 수 있는 작고 친밀한 학교를 만들자였다고 한다.  

그리고 오랫동안 전교조에서 일한 안순억 선생님 모셔왔다. 안순억 선생님은 아이들과 교사가 학교의 중심이 되고 존중받는 교육 문화를 만들기 위해 몸과 행동으로 실천해 오신 분인데, 남한산 초등학교를 그동안 꿈꿔왔던 학교로 만들려고 애썼다. 일반 초등학교랑 똑같은 교육 과정 안에서 종일제 체험 학습, 계절학교, 숲속학교, 양질의 특기 적성 교육 등을 함으로써 아이들이 행복하게 학교에 다닐 수 있도록 했다.  

그 결과 많은 학부모들이 아이들을 보내고 싶어하는 학교로 변신해서 부러움의 대상이 되었고, 언론의 집중을 받으며 공교육의 희망이자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현재 남한산 초등학교는 진보 교육감들이 공약으로 내세운 혁신 학교의 모델이기도 하다. 지금 안순억 선생님은 경기도 교육청에서 김상곤 교육감과 함께 더 많은 아이들이 행복해지는 공교육을 위해 일하고 계신다고 한다.  

"도시의 학부모들 대다수가 맞벌이를 하고, 다들 먹고사는 문제에 지치고 힘들겠지만, 정말 아이들의 교육을 생각한다면 좋은 학교로 전학시키려고 애쓰는 것의 10분의 1만큼씩만 지금 있는 자리에서 노력하면 좋겠어요. 학교 운영에 관심을 갖고 노력을 한다면 좋은 학교들이 많이 생길 것이고, 그런 물줄기들이 모여 교육의 변화도 한층 빨리 찾아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그것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라는 건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학교의 존립 기반이나 존재 가치가 나만 잘 살겠다. 내 아이만 잘되면 된다는 식의 이기심에서 벗어나는 것이라는 걸 많은 분들이 알아주면 좋겠어요." ( 본문 174~175쪽 안순억 선생님의 말씀 중에서 ) 

얼마 전 6학년 딸아이의 교실에 공부 기계가 되자는 문구를 붙여놓았다고 해서 깜짝 놀란 적이 있다. 내가 써놓자고 한 것도 아닌데 딸아이에게 부끄럽고 미안했다. 한참 놀아야 할 아이들에게 공부 기계가 되라니 얼마나 끔찍한가? 이게 다 학교간의 경쟁, 아이들간의 경쟁 때문에 생긴 말이니 학교도 변하고 교육도 변했으면 좋겠다. 나 같은 보통의 학부모도 원할 정도라면 이젠 정말 학교가 변할 때가 된 것이다. 

세상도 변하고 학부모들의 의식도 저만치 앞서가고 있는데 공교육 제도가 따라오지 못하기 때문에 대안학교가 생겨나고 교육 여건이 좋은 나라로 유학을 보내고 그러는 게 아닐까 싶다. 대안 교육이 공교육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 남한산 초등학교 이야기... 아이들의 올바른 교육을 생각하는 선생님과 학부모들이라면 꼭 읽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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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에서 하동으로 출발한 시간은 오후 4시 무렵. 통영을 벗어나 섬진강이 보이면서부터 풍경이 완전히 달라졌다. 통영은 바다를 끼고 있는 복잡한 소도시였지만 하동은 너른 들판과 빙 둘러싸인 푸른 산이 여행의 피곤함을 단박에 씻어주는 편안함이 있었다. 평사리 입구에서 저녁을 먹고 어둑해질 무렵 최참판댁에 도착했기 때문에 동네 구경은 아침이 되어서야 할 수 있었다. 

우리 일행은 교장샘과 하동군청의 인연으로 드라마 <토지> 세트장인 최참판댁에서 하룻밤 자는 특별 대접을 받았다. 저녁을 먹고 사랑채 마루에서 이어진 하동군청 문찬인 과장님의 해박한 악양면 평사리에 대한 이야기를 듣다 보니 박경리 선생이 평사리를 <토지>의 배경으로 선택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하동(河東)은 섬진강의 동쪽에 있다 해서 지어진 이름이란다. 그리고 악양은 지리산 줄기인 형제봉이 중국의 악양을 닮았다 하여 정여창(조선 초기 성리학의 대가로 연산군의 스승을 지내기도 했으며 무오사화로 유배되고 갑자사화로 부관참시됨) 선생이 섬진강가에 악양정이라는 정자를 짓고 살았던 데서 유래했다.  

악양이라고 발음했을 때 느껴지는 강한 느낌과는 전혀 다르게 악양(岳陽)이라는 말에는 작고 따사롭다는 뜻이 들어 있다. 악양은 한일 합방 후 의병 활동이 많았고, 한국 전쟁 때는 남부군이 조직된, 우리 근현대사의 역사를 고스란히 지닌 땅이다. 박경리 선생도 악양은 이상향의 땅이라고 하셨는데, 지금도 악양은 한나라당 텃밭에서 민노당 군의원이 당선되는 신기한 동네라고...


평사리 들판을 바라보고 있는, 아니 거느리고 있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최참판댁의 아침 6시 무렵.  

 최참판댁 마당에 서 있으면 56만 평이나 되는 들판이 한눈에 들어온다. 저 드넓은 땅에서 <토지> 속 인물들의 흥망성쇠가 나온다.


우리가 최참판댁을 이용한 시간이 저녁 7시 30분부터 아침 7시까지라서 다른 방문객이 없어서 조용했다. 

딸아이와 나는 윤씨부인이 기거하던 안채에서 잤다. 아침 일찍 일어나 고소산성에 올라가기 전 최치수의 방 앞에서 컵라면을 먹고 있는 사람들 틈에 우리 딸이 끼어 있다. 대학생 언니들을 사귀어서는 졸졸 따라다니며 잘 놀았다.  


서희 어머니 별당아씨가 기거하던 별당. 사랑채하고는 다르게 연못도 있고 예쁘다. 


최참판댁 아래로는 용이네집, 월선이네 주막 등 소설 속 인물들이 살던 평사리를 그대로 재현해놓아 소설 속에 들어와 있는 착각이 들었고, 어디선가 임이네가 악다구니를 하며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최참판댁을 뒤에서 감싸고 있는 고소산성이다. 고소산은 지리산의 산줄기로 해발 300미터 정도 되는데 동학의 마지막 격전지였다고 한다. <토지>에서 구천이가 밤마다 헤매다 돌아오는 산이기도 하다. 아침도 안 먹고 오르느라 힘 좀 뺐지만 펼쳐진 풍경에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고소산성에서 내려다본 풍경이다. 악양면 들판을 끼고 흐르는 섬진강이 시원하다. 그리고 아름답다.(아름다운 이 강을 그냥 내버려 두시라!!) 섬진강과 평사리 마을은 소설 속에서처럼 시끌벅적하지 않고 고요해서 마음을 평온하게 해주었다. 하루 종일 바라보아도 질리지 않을 것 같은 풍경이었다. 

 고소산성에서 내려와 아침을 먹으러 가는 중이다. 이번 여행지인 통영과 하동은 8년 전에도 한 번 들렀던 곳이라 예전 모습과 비교되곤 했는데 평사리의 변신에 깜짝 놀랐다. 8년 전 평사리는 최참판댁 기와집 몇 채만 지어진 시골 마을 그 자체였다. 동네 입구에는 할머니들 몇 분이 나와 과일이랑 푸성귀를 팔고 있었고...   

그런데 지금은 한옥체험관, 평사리문학관, 식당, 기념품 가게들이 즐비한 관광 단지가 되어 있었다. 소설 <토지> 속의 평사리 사람들처럼 현재 평사리 사람들도 최참판댁 덕분에 살아간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평사리는 <토지>의 마을 그 자체였다. 문학 작품 하나가 마을과 사람들의 삶을 완전히 변화시켰다 .


고소산성에서 내려와 아침상을 받고 있는 우리 딸. 주차장에서 쭈욱~ 올라가다 보면 오른쪽으로 읍내장터라는 식당이 나오는데 이번 여행길에 먹은 음식 중 가장 맛있었다는 게 우리 딸과 나의 평이다. 여기서 먹은 음식은 자연산 재첩국 정식~


그리고 이 아줌마의 친절함과 마음 씀씀이가 너무 마음에 들었다. 하동 여자들의 30%가 섬진강 건너 전라도에서 시집 왔다는데 경상도 사투리를 쓰지 않는 걸 보니 이 분도 그 중 한 명인 것 같았다. 고추무침과 매실장아찌가 정말 맛있어서 집에 와서도 내내 생각났더라는...  

하동은 언젠가 가족과 함께 다시 가보고 싶다. 단체로 움직이다 보니 내가 가고 싶은 곳, 머물고 싶은 곳을 다 돌아보지 못해 아쉬움이 컸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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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0-06-09 19: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001년 내가 갔을 때하고도 엄청 변했네요.
최참판댁이 악양 사람들을 먹여 살린다는 말, 의미 있네요.
위대한 작가 덕분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밥을 먹는지... 감사한 일이네요.^^


소나무집 2010-06-10 09:31   좋아요 0 | URL
지자체에서 상업적으로 너무 이용한 감도 들었지만 부럽더라구요. 통영이나 하동에 비해 원주는 너무 조용해요. 돌아가신 후 통영으로 가신 이유도 원주에서 무관심할 때 통영시장이 원주를 드나들며 박경리 선생에게 지극정성을 들인 결과라고 하더라구요.

순오기 2010-06-10 22:10   좋아요 0 | URL
아~ 그런 비화가 있었군요.
역시 오래도록 정성을 들이면 마음을 움직이게 되는군요.

프레이야 2010-06-09 2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동 다녀가셨군요. 작년인가 갔던 기억이 새로워요.
내려다보이는 마을도 한독도 모두 좋더이다.
담벼락 옆에 핀 살구꽃도 참 이뻤구요.
그나저나 배꽃님 친정어머니 위독하셔서 어쩌나요.ㅠㅠ

소나무집 2010-06-10 09:33   좋아요 0 | URL
통영보다는 하동에 다시 가고 싶어요.
정말 좋았어요. 개구리 소리 들으며 마을 논둑길도 걷고 싶고 그랬는데 바쁜 일정에 쫓겨 다니기만 했어요. 단체 여행의 비애랄까~
배꽃 님한테는 어제 전화해서 금요일 같이 영화 보자고 했어요.

꿈꾸는섬 2010-06-18 17: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동다녀오셨군요. 얼른 달려와 보고 싶었는데 이제야 댓글 남겨요.^^

소나무집 2010-06-20 09:00   좋아요 0 | URL
하동이 참 좋았어요.
복잡한 도시보다 탁 트인 자연스런 공간들이 좋아서 또 가보고 싶어요.
 

기다리던 소설 토지학교 수학 여행의 날, 새벽 5시에 출발하는 버스를 타기 위해 4시부터 일어나 수선을 떨었다. 6학년 딸아이가 학교에 체험 학습을 신청하고 함께 따라나서서 준비할 것도 더 많았다. 학생들이 얼마나 모범생인지 지각생 한 명 없어 정각 5시에 출발했다. 이른 시간인데도 학생들의 얼굴에는 피곤한 기색은커녕 설레임만 가득해 보였다. 대부분 학교라는 공간을 떠난 지가 오래된 이들에게 수학 여행이라는 단어가 주는 묘한 기대감마저 있어 한껏 들뜬 분위기가 아니었나 싶다.  

소설 토지학교 학생들답게 차를 타고 가는 중에도 준비된 자료를 읽으며 공부를 했고, 다섯 시간 만에 통영에 도착했다. 그동안 유치환, 김춘수, 김상옥(시조시인), 윤이상 등을 비롯해 통영 출신의 문학 예술인들이 유난히 많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내게 특별한 도시는 아니었다. 하지만 이젠 박경리 선생이 잠들어 계신 곳이기에 통영이라는 지명만으로도 큰 의미로 다가왔고, 시내가 보이는 곳에서부터 눈을 크게 뜨고 창밖을 내다보게 만들었다. '아, 이곳에서 선생이 태어나고, 학교를 다니면서 일본인 선생 몰래 책을 읽고 수예점을 하신 곳이로구나' 하는 마음에...  
 
지난 5월 통영 미륵산 기슭에 문을 연 박경리기념관. 




통영을 배경으로 한 <김약국의 딸들>에 관한 자료 등이 있었지만 원주 시절 흔적이 너무 많아서 원주에 와 있는 착각이 들었다. 

선생이 <토지>를 쓰던 책상을 원주 단구동 옛집의 모습대로 재현해놓았다.   






기념관을 끼고 산기슭을 올라가면 선생의 묘지가 나온다. 묘지 자리는 원래 펜션이 있는 농원(양지농원)이었다. 지금도 주변은 농원이다. 몇 년 전 통영을 찾으셨던 선생이 펜션에 머물며 이곳에 살고 싶다고 한 이야기를 기억하고 있던 농원 주인이 선생의 묘지로 기증했다고.


직선으로 올라갈 수도 있는 길을 지그재그로 길게 만들어놓아 천천히 오르면서 선생에 대한 추억을 하도록 했다. 


길 중간중간 자연석에 선생의 시나 말씀을 새겨놓아서 이야기거리를 만들어준다. 


드디어 묘지에 도착. 선생은 푸른 바다와 한산섬이 훤히 내려다 보이는 언덕에 누워 계셨다. 앞으로는 남해 바다가 보이고 뒤로는 미륵산이 지키고 있는 이곳은 왕후장상의 묘자리라고 한다. 그래서 땅주인마저도 감히 묘를 쓸 수가 없는 자리였다고. 


아주 작은 묘비며 소박한 묘지에서 번잡하고 화려한 것을 싫어하던 선생의 생전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보통 사람의 묘지보다도 더 소박하다.


딸아이와 함께 절을 드리며 마음이 울컥했다. 


죽음마저도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홀가분하다고 하셨던 선생, 나는 묘지 주변을 서성대기도 하고 옆에 앉아 묘비의 먼지를 닦아내기도 하면서 고향으로 돌아온 선생이 행복하시길 빌었다. 1박 2일 여행을 함께했던 딸아이는 체험학습 보고서에 가장 존경하는 인물이 박경리 선생님으로 바꼈다고 쓰기도 했다.


이름 석 자와 생몰 연대만 적은 아주 작은 비석.
  

묘지 주변에 있던 감나무. 


묘지 아래 정자에 앉아 있다 보니 소나무 두 그루가 눈에 들어왔다. 돌계단 몇 개를 오르면 선생의 묘지가 나오는데 꼭 묘지를 지키는 문지기 같다.    

통영 사람들도 돌아가시기 전까지는 박경리 선생의 고향이 통영이라는 사실을 모를 정도로 어린 시절 통영을 떠난 후 오간 적이 없다고 한다. 원주 사람들의 무심함이 선생을 통영으로 가시게 한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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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스탕 2010-06-07 1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따님까지 같이 나선 수학여행이라니..
박경리선생님의 묘지는 정말 소박하네요. 저렇게 단촐하여도 많은 울림을 주셨던 분이시라 좋은 기운이 주변에 그득할거 같아요 ^^

소나무집 2010-06-08 09:31   좋아요 0 | URL
딸이랑 같이 가서 더 추억거리가 될 것 같아요.
묘지가 너무 소박해서 울림이 더 컸고 감동이었어요.

프레이야 2010-06-07 1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선생의 묘지에 이제 작은 비석이 섰네요.
두해 전인가 갔을 땐 묘만 뎅그러니 있더구만요.
통영에 가게 되면 꼭 다시 가보고 싶어요.
기념관도요.

소나무집 2010-06-08 09:41   좋아요 0 | URL
님도 다녀오셨군요.
작은 비석이 마음에 들더라구요. 박경리라는 대작가의 그릇을 보는 듯했어요.
돌아가신 지 2년이 되다 보니 이젠 공원으로 자리잡아 가는 듯... 저곳을 박경리 공원이라고 이름 지었더라구요.
기념관은 원주를 옮겨놓은 듯했해서 원주 단구동 집을 다녀가신 분들은 실망할 수도 있겠더라구요.
꼭 다녀오세요.

순오기 2010-06-08 0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디어, 통영 선생님의 소박한 묘소에 다녀왔군요.
나도 언젠가는 가뵈어야 할 곳이라~~~ 고마워요, 소나무집님!
농원 주인이 기증했군요. 앞이 탁 트이고 정말 좋은 자리네요.
가장 존경하는 사람이 박경리 선생님으로 바뀌었다는 선우~ 그 자체로 감동이에요.

소나무집 2010-06-08 09:42   좋아요 0 | URL
네, 이름하야 수학여행...
묘지는 누가 봐도 명당이었어요. 농원 주인이 기증했다는데 그 사람은 박경리 선생 덕분에 대대손손 먹고 살게 생겼더라구요. 묘지 입구에 펜션이 열 동 정도 있었는데 늘 북적이나 봐요.
딸내미는 어른들과 빡빡한 일정에 동참하느라 힘들어서 짜증도 많이 내더니만 집에 와서 내린 결론은 그랬어요.^^

세실 2010-06-08 08: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번 여름 휴가로 통영에 갈 예정인데 이곳에도 다녀와야 겠습니다.
비석이 참 소박하네요.

소나무집 2010-06-08 09:40   좋아요 0 | URL
통영엔 가볼 곳이 참 많았어요. 제가 시간 되는 대로 갔던 곳 사진 올릴게요. 김춘수 기념관, 유치환 거리와 청마문학관, 윤이상 공원, 동피랑 마을, 이순신 공원...

꿈꾸는섬 2010-06-18 17: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통영에 갔을때 미처 찾아가보질 못했어요. 김춘수기념관이랑 유치환거리, 윤이상공원등은 다녀왔는데 말이죠. 다음에 다시 꼭 가보고 싶어요.^^

소나무집 2010-06-20 08: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통영은 정말 문학 예술인들이 많더라구요. 복 받은 동네예요. ^^
윤이상 공원은 시간이 없어서 못 들렀어요.